카라이프 - 시승기

랜드로버 챌린지 트랙에서 펼쳐진 시승 이벤트 랜드로.. 1999-11-28
랜드로버는 지난 49년 영국에서 탄생한 이래 디펜더,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개성적인 오프로더를 개발해 온 전통의 럭셔리 4WD 메이커. BMW의 우산 아래 들어간 이후 변신을 모색해 오다가 그 첫 작품 프리랜더에 이어 디스커버리를 10년만에 풀모델 체인지시켰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89년 첫 출시된 이후 카멜 트로피 등에서 명성을 날리며 `오프로드의 왕자`로 군림해 온 모델이다. 로버 코리아는 디스커버리 시리즈II의 국내 신차발표 및 시승 행사를 지난 10월 6일 전주에서 가졌다. 스타일은 구형보다 크고 산뜻해져 ACE, SLS 등 첨단장비 많이 갖춰 디스커버리 시리즈II(이하 디스커버리II)가 전주로 간 까닭은 이곳에 랜드로버 전용 오프로드 트랙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구이산 자락에 로버 코리아가 직접 설계해 만든 랜드로버 챌린지 트랙은 직원교육과 함께 고객에게 오프로드 주행의 멋과 운전요령 등을 체험케 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국내 최초의 본격 오프로드 트랙인 셈이다. 시승 행사에 앞서 전주 리베라 호텔에서 간단한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기자단과 함께 카르스텐 엥엘 BMW/로버 코리아 사장, 유럽의 랠리 우승자 출신인 허버트 그룬스타이들(Herbert Gruensteidl) 강사를 비롯한 랜드로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엥엘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주는 랜드로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하며 `집에서 부인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기자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는 조크를 던졌다. 그리고 `랜드로버는 지난 50년간 전통 지프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 왔으며 최근의 변화는 점점 더 온로드 성능도 중시한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II의 온로드 성능은 레인지로버에 가까우며 1만3천여 부품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그러나 보는 순간 랜드로버임을 알 수 있는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며 디스커버리II를 소개했다. 이어서 허버트 그룬스타이들 강사가 나와 디스커버리II의 기술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먼저 스타일은 구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길이 150mm, 너비 97mm가 커졌고, 윈드 스크린 각도를 세웠다. 또한 뒤쪽 알파인 윈도의 몰딩을 없애 산뜻한 감각이고, 보디 볼륨을 강조해 차체 윤곽이 분명해졌다. 리어램프도 위로 올라가며 크기를 키웠다. 보디는 4개 도어와 루프만 스틸 재질이고, 나머지는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특징적인 메커니즘으로는 ACE(Active Coprnering Enhancement, 능동적 코너링 향상장치)와 SLS(Self-Levelling Suspension, 자동 수평조절 서스펜션)를 들 수 있다. 차는 네 바퀴가 지면에 닿아 있어야 최상의 접지력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코너에 진입할 때는 횡적 저항을 받아 차체가 들리는 쪽 두 바퀴의 접지력이 약해지게 된다. ACE는 안티 롤바에 유압 실린더를 추가해 차체가 코너링 때 수평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보디 롤링을 줄여 주고, 운전자가 차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SLS는 뒷 서스펜션에 특수 고무재질의 에어 스프링을 달아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접지력을 확보하는 장치다. 오프로드에서 수동으로 차체 뒤쪽 높이를 4cm 높일 수 있고, 노면이 불규칙할 때는 센서가 접지력을 판단한다. 가속력과 온로드 성능 좋아져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운 하루 신차발표회를 마치고 오프로드 트랙이 있는 구이산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치지 않았고, 랜드로버측은 오히려 디스커버리II의 성능을 더 잘 알 수 있는 날씨라고 말했다. 트랙에 도착하자 마치 외국의 오프로드 챌린지 캠프에 온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일행은 가벼운 흥분으로 수런거렸다. 시승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온로드 주행, 나머지 한 팀은 오프로드 주행을 한 뒤 서로 교대하기로 했다. 기자는 먼저 온로드 주행팀에 합류했다. 시승차는 디스커버리II 두 대를 비롯해 구형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도 준비되었다. 다른 랜드로버차와 달리기 특성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디스커버리II는 외관보다 실내의 변화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BMW 7시리즈에서 가져온 도어 패널 등 화려한 인테리어와 첨단기능 계기들이 하이테크 감각을 물씬 풍긴다. 시야는 확실히 개방감이 커졌고 차는 부드럽게 뻗어 나간다. 구형과 달리 기어 셀렉터 표시가 계기판에 나타나 수시로 기어 체인지를 할 때 편하고, 계기패널에는 HDC(Hill Descent Control, 내리막 주행 컨트롤) 버튼이 보인다. HDC는 프리랜더에 처음 사용한 장치지만 프리랜더의 경우 로 기어가 없고 기어에 작동 스위치가 있다는 점이 디스커버리II와 다르다. 시승은 지방도로와 산허리를 감아 도는 와인딩 로드로 이어졌다.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력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FTC(Fast Throttle Control, 급속 드로틀 컨트롤) 시스템 덕분인데, 오프로드에서는 이와 반대로 액셀을 깊게 밟아도 부드럽게 나가도록 설계되었다는 설명이다. 디스커버리II는 급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감아 돌았다. 핸들링과 접지력은 고급 세단을 모는 감각이다. 레인지로버는 확실히 온로드 감각이 뛰어났다. 편한 자세와 쉬운 운전이 특히 매력적이다. 디스커버리II와 레인지로버에 이어 탄 구형 디스커버리는 앞 차들에 비해 다소 불편했다. 디스커버리II의 고급스런 변신이 너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프로드 차례다. 시승차로 카멜 디스커버리가 추가되었는데 정작 주인공인 디스커버리II는 안전상의 이유로 빠져 아쉬움을 주었다. 대신 허버트 그룬스타이들 강사가 운전하고 옆에 타는 데모주행을 했는데 랠리 챔피언답게 차를 다루는 솜씨가 좋아 탄성을 불렀다. 그는 오프로드 주행요령으로 최대한 천천히 달리되 필요할 때는 빨리 달릴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오르막길 직전에 빨리 달리지 않으면 탄력을 받지 못해 중간에 멈춰 서게 되고, 계속 전진할 방법이 없으므로 후진해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로드에서는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앞에 놓인 길을 돌파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고 차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악 데모주행에 이어 여러 장애물을 만들어 놓은 인공 트랙에서 체험주행을 했다. 카멜 디스커버리 등을 타고 개울과 다리 등 각 포스트를 지나는 것이다. 험로에서 수동기어차를 운전할 때는 클러치에서 빨리 발을 떼야 한다. 반클러치일 때 시동이 꺼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포스트 진입을 위해 후진을 하는 순간 시동을 꺼뜨렸는데 재출발이 쉽지 않았다. 비가 온 뒤라 워낙 진흙이 깊게 패였던 탓이다. 결국 윈치를 이용해 탈출했는데 민첩한 팀웍으로 위기상황을 탈출하는 장면이 오프로드 트랙의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었다. 하루 해는 너무 짧았다. 그러나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움은 오래 남을 듯하다. 랜드로버 전용 챌린지 트랙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어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움과 4WD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디스커버리II는 구형과 달리 7인승으로 등록되어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V8 4.0ℓ 188마력 엔진을 얹은 두 가지 모델이 소개되는데 기본형 XS는 5천690만 원, 가죽시트 등 편의장비가 추가된 고급형 ES는 6천290만 원이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3도어 자유롭고 싶은 청춘들의 샤.. 1999-11-28
랜드로버에서 프리랜더라는 차가 나오기 전까지 랜드로버의 모델은 장년층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틀림없는 성능과 강인한 내구성으로 높은 명성을 얻어왔던 디펜더부터 영국 고급차의 공식을 4WD에 그대로 옮겨 귀족들의 에스테이트카라고 불리웠던 레인지로버에 이르기까지 랜드로버의 모델들은 확실한 가치를 지녔지만 값이 비싸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다. 랜드로버가 많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유난히 긴 내구성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랜드로버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반은 10년이 넘은 모델들이다. 랜드로버가 염가판으로 내놓았던 디스커버리 역시 랜드로버 모델로는 저가형이었지만 절대값은 여전히 높아 4WD 수요가 큰 후진국에서는 그림의 떡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 활동파 오프로드 매니아들에게도 높은 곳에 있는 차였다. 젊은층을 겨냥한 매력적인 모델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도 좋아 보급대수로만 따진다면 세계 4WD시장은 경량급 오프로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온로드 주행능력의 비중이 높아진 염가의 소형 SUV바람은 스즈키 사이드킥과 기아 스포티지가 원조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포드 매버릭(닛산 테라노II), 도요다 RAV4 등은 세련된 스타일링과 경쾌한 성능 그리고 컴팩트한 차체에 싼 값으로 활동적인 젊은 오너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높은 명성을 가진 랜드로버가 보다 넓은 아랫급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바로 프리랜더라는 경량급 SUV를 통해서였다. 프리랜더는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고 랜드로버 코리아 역시 발빠르게 프리랜더를 수입, 판매했다. 수입된 첫 모델은 5도어 모델이었다. 경량급 SUV시장에서는 실용성 못지 않게 패션성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젊은층을 겨냥한 모델일수록 스타일링의 비중은 높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3도어 모델을 고대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고대하던 매력적인 프리랜더 3도어가 시승차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개 도어가 많은 차를 좋아한다. 물론 도어가 많을수록 타고내리기 좋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2도어 혹은 3도어가 주는 안락감 또한 가치가 높다. 특히 오너 드라이빙 전용차라면 도어수가 적은 것이 더 편리하다. 랜드로버 프리랜더는 3도어가 제격이다. 차의 급이나 성격에 비춰봐도 3도어가 이상적일 뿐 아니라 스타일링 측면에서도 3도어가 개성이 넘치는 프론트 마스크와 잘 어울린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픈에어 모터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좌석 천장에는 두 개의 탈착식 글라스톱이 있고 뒷부분의 소프트톱은 말아 올려 B필러에 매달거나 아예 떼어낼 수도 있다.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하드톱을 달 수도 있다. 프리랜더 3도어의 소프트톱을 벗기는 일은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처럼 간단하지 않다. `탈착`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분해에 가까운 수고가 요구된다. 오프로더에 있어서는 오픈이란 개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컨버터블은 바람에 머리가 엉키기만 해도 쉽게 소프트톱을 씌울 수 있지만 오프로더는 험로를 공략할 때 노면 파악을 위해 오픈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과정이 복잡한 것이 큰 흠은 아니다. 오프로더 중에서 오픈보디로 만들거나 다시 톱을 씌우는 과정이 간단한 모델 중 하나인 뉴 코란도 290SR도 숙달된 사람이라도 3∼5분이 걸린다. 물론 프리랜더의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데는 1∼2분 정도 더 소요된다. 프리랜더는 3도어나 5도어 모두 같은 차체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짧아 보일 뿐 공간은 그대로다. 그래서 옹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소프트톱을 모두 떼어내면 뉴 코란도보다 개방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3도어 모델이 좋은 이유는 운전자의 후방시계를 막지 않는다는 점이다. 5도어 모델은 앞문이 작아 B필러가 운전자의 후측면 시계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도어가 커지고 그만큼 B필러가 뒤로 물러난 3도어 모델은 B필러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지 않아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에도 좋다. 온로드에서도 뛰어난 성능 보여줘 움직임 파악 쉽고 트랙션 변화 없어 자유로를 이용해 파주까지 가기로 했다. 자유로라는 고속주행구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씌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3도어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오픈보디여야 한다는 생각에 소프트 톱을 떼어내고 달렸다. 5도어 모델 시승 때도 느낀 것이지만 프리랜더의 온로드 달리기 성능은 빼어나다. MGF에 얹히는 120마력의 1.8ℓ 엔진이 MGF보다 640kg이 더 무거운 차체를 이처럼 가뿐하게 달리게 하는 것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속 100km에서도 페달을 밟으면 멈칫거림 없이 가속이 이루어진다. 메이커 발표치는 최고시속이 165km라는데 그보다는 10% 정도 더 높은 속도를 얻을 수도 있을 정도로 여유가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시속 120km로 달려도 바람소리가 작아 오픈 상태로 고속 크루징을 해도 옆좌석에 앉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고속 코너에서도 높아 보이는 차체에 비해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이 낮게 자리한 때문인지 안정감이 높다. 빼어난 핸들링을 인정받은 스포티지와 비교한다면 막상막하다. 스포티지가 가뿐한 느낌인데 비해 프리랜더는 중량감이 느껴진다. 하체의 단단함은 프리랜더가 한 수 위다. 코너에서도 풀타임 4WD로 트랙션 변화가 거의 없어 안정되게 돌아나간다. 조작반응 역시 젊은이들의 감각에 어울리게 빠르다. 품격보다는 개성이 두드러진 프리랜더는 일상적인 달리기에서 SUV라 너그럽게 봐주어야 할 둔한 반응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험로를 찾았다. 역시 예상대로 잘 올라갔고 가벼운 페달 조작만으로 험한 돌밭도 힘들이지 않고 미끄러짐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단과 후진 기어의 기어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반클러치를 쓰게 되면 디스크 마모가 심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로드에서 스포티지 2.0 DOHC와 크게 차이나지 않던 프리랜더는 오프로드에서 명문 랜드로버의 명성에 부응하는 주파력을 보여주었다. 험한 정도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노면 편차가 적은 개활지에서 고속으로 달릴 경우 순간적으로 안정감을 잃기도 하지만 프리랜더의 전반적인 달리기는 온로드,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3도어 모델은 오프로드에서 차체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워 5도어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이처럼 운전에 부담이 없는 것은 우선 차체를 잘 잡아주는 단단한 하체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컴팩트한 차체가 주는 자유로움도 큰 몫을 한다. 프리랜더는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의 차다. 물론 젊은이들에게 3천790만 원이라는 값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선택할 만한 자유다. 프리랜더는 온로드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오프로드에서도 차체가 상처를 입을까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정장 차림으로 차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중장년층이 타도 멋지게 보인다. 소프트톱을 떼어내고 자연을 느끼는 50대 프리랜더 오너라면 `활동적인 중년`으로 자연스럽게 비춰질 것이다.
사브 9-5 에어로 왜건 프리미엄 왜건의 세계 1999-11-28
SUV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다. 현재 패밀리카 시장의 상당부분을 SUV와 미니밴이 차지하고 있다. 미니밴이 등장하기 전, 미국 패밀리카 시장을 지배하던 스테이션 왜건은 자동차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70년대 대부분의 미국차들은 한 차종에 2도어 쿠페, 4도어 세단, 스테이션 왜건 3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었다. 스테이션 왜건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 한 대씩 가지고 있었을 만큼 모델도 다양했고 판매도 많았지만 미니밴이 등장하고 SUV 열풍이 불자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작은 왜건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왜건형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승용차는 그리 많지 않다. 유럽차 중심으로 왜건 판매 늘어나 한때 완전히 소수계로 밀려났던 왜건이 최근 완만한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과거처럼 미국산 풀 사이즈 왜건 대신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이 시장확대의 첨병이라는 사실이다. 왜건의 컴백은 SUV가 너무 많은데 대한 반동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승용차와 같은 운동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간활용도가 높은 왜건은 여러모로 합리적인 차종이다. 한편 포드 익스플로러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파열 사고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뒤 SUV가 안전한 차라는 잘못된 통념이 어느 정도 깨지기는 했으나 SUV 판매는 꾸준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승차는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다. 현재 연간 약 5만5천 대 이상의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메이커는 볼보다. 왜건은 오래 전부터 볼보의 주특기 분야였다. 아우디, 벤츠, BMW도 비록 많지 않은 모델이지만 왜건을 계속 판매해왔다. 한편 사브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한 후발주자지만 벌써 BMW 왜건(3, 5시리즈)에 필적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9-5 왜건은 사브로서는 두 번째 선보이는 왜건이다. 사브의 첫 왜건은 59년 발표된 사브 95 콤비였다. 2스트로크 3기통 엔진을 얹은 사브 95는 4스트로크의 V4 엔진을 얹은 96이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 판매되었다. 사브는 원래부터 모델 라인업이 단순했던 데다 왜건형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브 99 해치백은 유럽에서는 콤비 쿠페(combi coupe), 미국에서는 왜건백(wagonback)으로 불렸다. 사브 99는 근대적인 사브의 첫 모델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현 모델까지 이어지는 사브의 개성은 사브 99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헤드램프 와이퍼와 충격흡수식 범퍼, 열선 내장 시트, 도어 임팩트 빔 등이 세계 최초로 사용된 차였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양산 터보 승용차`였다. 물론 사브 99 이전에도 터보를 단 차들이 있었으나 레이스카나 레이스 규정 중의 최저생산대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한정생산 모델뿐이었다. 초창기 터보 엔진은 과급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실린더 압축비를 낮추고 밸브 오버랩(흡배기 밸브가 동시에 열려 있는 구간)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세팅이었다. 압축비가 높은 채로 터보를 달면 연소실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이상연소의 원인이 되고 노킹으로 이어진다. 한편 오버랩이 길 경우 과급압 때문에 혼합기가 연소실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이런 설정은 고회전대에서 과급압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회전에서는 운전성이 나쁘고 전체적인 반응성도 떨어지는 결점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사브 99는 넓은 영역에서 부드럽게 작동하는 터보를 사용함으로써 `터보가 달린 차는 운전의 고수들이나 타는 차`라는 통념을 뒤집어버렸다. 전통 있는 사브의 터보 기술력은 요즘에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몇 번 몰아 본 적이 있는 최근 사브차는 대개 저압 터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것처럼 운전이 편해서 인상적이었다. 사브 9-5 에어로는 십대들이 열광할만한 이름인 H.O.T(High output turbocharged) 엔진을 얹고 있다.230마력 발휘하는 2.3X 터보 HOT 엔진 4기통 2.3X의 H.O.T 엔진은 사브 9-3 비겐에 얹힌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배기량의 4기통 저압터보 에코파워 엔진의 부스트압이 0.55바인데 비해 이 엔진은 1.4바로 상당히 높다. 부스트압에 따른 온도상승에 견디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강화되었다. 5천500rpm에서 2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조합되는 변속기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수동의 경우 1천900∼3천800rpm에서 34.6kg·m, 자동일 경우 1천900∼4천600rpm에서 33.5kg·m를 낸다. 사브 트라이오닉7 시스템은 32비트의 컴퓨터를 이용해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를 종합적으로 제어한다. 특히 가속 페달과 드로틀 밸브는 기계적 연결이 없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써 터보차의 약점 중 하나인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넓은 회전영역에서 평탄한 가속을 보이는 엔진 덕분에 출발과 정지가 반복되는 도심 교통상황이나 쭉 뻗은 고속도로, 코너가 계속되는 산악도로에서 운전하기가 편안하다. 몇몇 라이벌이 5단 AT를 쓰는 데 비해 사브는 아직 4단 AT를 쓰고 있다. 하지만 기어비 설정이나 변속반응도 좋고 엔진과의 조화도 잘 이루어져 있어 아쉬운 점은 느낄 수 없다. AT는 노멀과 스포츠, 윈터 3개 모드를 갖추고 있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패턴뿐 아니라 가속 페달에 따른 드로틀 밸브 개폐의 제어도 바뀌어 보다 박력 있게 달릴 수 있다. 토크 컨버터의 록업 컨트롤 영역도 넓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직결상태를 유지하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연비도 좋아진다.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조종성 사이의 뛰어난 균형을 보인다. 스포츠 모델은 조종성을 높이기 위해 승차감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9-5 에어로 왜건은 보통 9-5 왜건과 비교해서 승차감과 조종성 간의 타협점이 알맞게 조정된 것 같다. 승차감에서는 양보한 만큼 핸들링이 재빨라졌다. 에어로는 9-5의 섀시를 강화해 탄탄한 성능을 이끌어낸다. 차체가 10mm 낮아졌고 스프링과 댐퍼, 스태빌라이저 바도 강화되어 코너 입수에서부터 출구까지 일관되게 안정된 느낌을 전해준다. BBS 휠에 조합된 225/45 R17 타이어는 훌륭한 접지력을 보인다.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는 EBD(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의 도움으로 ABS가 일찍부터 제동에 간섭하는 일이 없다. 운동성능은 모든 면에서 운전자의 입력에 주저함이나 과장됨이 없이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고출력 앞바퀴굴림 차지만 좌우 노면 마찰계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가신 토크 스티어도 느낄 수 없다. 북유럽의 차가운 기후에서 두툼한 장갑을 낀 손으로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각종 스위치류도 큼직하고 그 조작감도 좋다. 인테리어의 레이아웃은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플라스틱의 질감은 여전히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시트의 느낌은 최상이고 실내공간도 넉넉해 장거리 여행 때에도 여유 있고 쾌적하다. 장거리 여행길에서 진가 확인 시승차를 받은 동안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오신 관계로 빡빡한 일정을 쪼개 이곳저곳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출장지 중에는 레고랜드(Legoland)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이용 조립 완구로 유명한 레고사가 1968년 덴마크의 빌룬드에 첫 문을 연 레고랜드는 몇 해 뒤 영국 윈저에 두 번째 공원을 개장했고 2년 전 문을 연 레고랜드 캘리포니아는 세 번째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기후적 특성상 영화산업과 테마 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있고 샌디에고 근방 칼스배드에 문을 연 이곳은 가장 최근에 생긴 테마 파크다. 디즈니랜드와 넛츠베리팜이 가족중심, 매직타운이 청소년 중심이라면 레고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장소로 꾸며졌다. 낙차가 큰 롤러코스터 등 스릴 있는 탑승물은 없지만 볼거리가 풍성하고 관람객 동선이 잘 짜여져 있다. 볼거리 중에서 미니어처 월드는 1/20 스케일로 축소한 세계 각지의 풍경을 선사한다. 현재 독일에 네 번째 공원이 건설중이고, 일본에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주어진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곳을 바쁘게 이동하면서 사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편안하면서도 운전자세를 잘 잡아 주는 시트와 여유 있는 실내는 고속에서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여러 가지 요소가 감성적으로나 데이터 상으로 높은 수준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는 세단보다 낳은 균형미를 자랑한다. 사브 9-5 에어로 왜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790×1450mm 휠베이스 2705mm 트레드 앞/뒤 mm 무게 154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보어×스트로크 90.0×90.0mm 배기량 2290cc 압축비 9.3 최고출력 230마력/5500rpm 최대토크 35.7kg·m/2500~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4단 AT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3.670/2.100/1.3901.000/ /4.020 최종감속비 2.51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성능 최고시속 240km(안전속도 제한) 0→시속 100km 가속 7.3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91년식 포르쉐 911 카레라2 컨버터블 가자, 지평선.. 1999-12-30
나는 예순 살이 되어도 언제나 스포츠카만을 탈 것이라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깨가 구부정해지면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도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만큼 고급 세단이 갖추고 있는 우아함과 장중함보다는 스포츠카가 주는 속도감과 날렵함이 나는 더 좋다. 세상의 표피 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것, 성능 좋은 스포츠카를 타고 그 쾌감을 만끽한다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화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들 인생이라는 것도 저렇게 빠른 속도로 세상의 수면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전셋집에 살면서도 차만큼은 고급 스포츠카를 고집하는 몇몇 호사로운 청년들을. 나는 그들의 결심을 존중한다. 안락한 집보다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가 더 필요한 시기가 있는 것이다. 작지만 탄탄해 보이는 우수한 혈통의 종마 소프트톱, 버튼 하나로 가볍게 열리고 닫혀 포르쉐라는 이름은 자동차에 입문하면서부터 항상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중앙에 앞발을 들고 말이 포효하는 그림이 있는 중세 유럽 기사들의 붉은색 방패 문양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특히 911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으로 포르쉐의 성능을 검증시킨 차종이었고 세계 각지를 여행할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명차 중의 하나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상하게 홍콩에서 자주 보았던 것 같다. 작지만 탄탄하게 보이는, 마치 대대로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아온 종마처럼 그것은 언제나 내 눈앞을 지나갔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내가 타게 된 포르쉐 911은 91년식 3천600cc였다. 89년부터 생산된 차종인데 차의 앞부분은 헤드라이트 부분만 길게 몸체와 일직선으로 되어 있을 뿐 가운데는 비스듬하게 가라앉아 매우 날렵한 인상을 주었다. 길이가 4천245mm, 폭이 1천660mm, 그리고 높이가 1천310mm밖에 되지 않는다. 키 큰 사람이 서면 차의 지붕이 가슴에 닿는 것이다. 여의도에 있는 월간 건물 앞 주차장에 서 있는 포르쉐를 보았을 때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색이었다. 그렇다. 붉은색이었거나 검정색이었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얀색이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손길이 닿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순결한 빛으로 떨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문을 열어 젖히고 올라탔다.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처음부터 속도를 냈던 것은 아니다.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기도 했지만 다른 차들 앞에서 꽁무니를 휘날리며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액셀 페달을 밟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자유로를 거의 다 빠져나갔다. 이미 출발할 때부터 소프트톱은 젖힌 상태였다. 소프트톱은 원터치 버튼으로 가볍게 젖혀졌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또다른 수고를 할 필요도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닫힌다. 핸들이 빡빡했지만 속도감 있는 차이기 때문에 안정성 문제를 고려해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브레이크도 너무 빡빡했다. 91년 처음 차주를 만난 뒤 지금의 차주가 두 번째라고 들었는데 최근에 브레이크 라이닝을 바꾼 것 같았다. 속도계와 시계, 오일과 RPM 계기판은 클래식한 은색 테두리 안에 둥근 원형 네 개로 핸들 앞부분에 놓여 있었다. 사이드 미러를 조작하는 버튼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 헤맸고 그러는 동안 일산과 행주대교를 지나 차동차의 통행이 드문 자유로의 끝 부분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나는 액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팁트로닉, 다이나믹한 운전 할 수 있어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르는 기분 차는 가볍게 시속 200km를 돌파했다. 시속 230km 가깝게 달리는데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내가 알던 포르쉐의 명성이 아니었다. 차가 돌진하는 가속력이 터무니없이 약했다. 나는 곧 그 원인을 발견했다. 보통 포르쉐는 수동기어가 달린다. 포르쉐뿐만이 아니고 스포츠카는 전부 수동기어로 생산된다. 차주들의 편의를 위해 원하는 경우 오토매틱으로 바꿔지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시승한 차는 팁트로닉 방식으로 출고되어 있었다. 4단 AT 듀얼게이트 방식으로서 보통 때는 자동기어지만 기어 레버를 드라이브(D) 레인지 오른쪽으로 밀면 매뉴얼 게이트로 바꾸어진다. 그래서 자동기어의 편안함과 함께 수동기어처럼 다이나믹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매뉴얼 게이트로 바꾸고 난 뒤에도 기어 레버를 위로 툭 치면 기어가 한 단씩 플러스(+) 된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치면 마이너스(-)로 변하는 것이다. 팁트로닉으로 수동기어로 바꾸고 나자 포르쉐의 명성 그대로 차가 가볍게 허공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자유로의 끝, 판문점 입구까지 액셀 페달을 온몸으로 누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휙휙 나를 때리며 지나쳐갔다. 다른 컨버터블과 다른 것은 차의 엔진이 뒤쪽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묵직한 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차가 가속을 내면 곤충의 꽁지처럼 비스듬하게 내려앉은 뒷 꽁지부분의 날개가 자동으로 위치를 바꾸며 바람의 저항을 없애준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르는 기분이었다. 온몸을 때리는 바람의 채찍 같은 것, 맞아도 좋았다. 아니 오히려 맞는 것이 더 쾌감이었다. 얼마든지 때려라, 내 온몸이 바람의 채찍에 의해 시퍼렇게 멍든 상처로 뒤덮이도록. 그래서 영원히 바람의 흔적을 기억할 수 있도록. 속도계 끝은 시속 300km까지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내외였다. 나는 판문점 앞에서 유턴을 해야만 했다. 허가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아쉽기만 했다. 이대로 북녘땅까지 달릴 수만 있다면. 개성을 지나 평양까지, 그리고 신의주와 압록강까지 포르쉐 컨버터블로 달리면 불과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그 짧은 거리를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시기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우리 세대가 아니면 그 다음 세대에게라도 그런 순간은 반드시 주어질 것이다. 쏠림 현상 없이 안정감 보이는 코너링 명차, 운전자 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나는 차를 돌려 다시 임진각 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문산 방향으로 진로를 바꿔 통일동산까지 오는 동안 마주치는 차는 거의 없었다. 오직 바람과 늦가을의 차가운 햇빛만이 나와 한몸이 된 포르쉐를 비춰주었다. 뒤쪽에서는 계속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의 지붕을 씌우면 소리는 많이 약해질 것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11월의 늦가을이라고 해도, 바람이 싸늘하다고 해도, 포르쉐 컨버터블을 시승하면서 차의 지붕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커브길이 나타났다. 회전할 때의 성능을 보기 위해 액셀 페달을 밟으면서 코너를 돌았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였지만 차는 전혀 쏠림 현상 없이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역시 명차는 다른 것이다. 간혹 차들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가물가물 보이던 앞차의 꽁무니가 금방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변경을 하면서 시속 230km의 속도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는 뻑뻑했지만 성능은 좋았다. 가속도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브레이크였다. 내 손과 발이 이제 슬슬 911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차는 전신의 감각으로 운전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할 필요도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잠시라도 방심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순간가속도가 빠른 차를 운전할 때는 그렇다. 0→시속 100km 도달속도가 6.6초니까 순간가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볼 수는 없다. 1km를 가는 시간이 26초. 통일동산 음식점 앞에서 만나기로 한 팀과의 약속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질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차를 세워 놓고 우리는 마치 해부학 실습시간에 메스를 들고 실습을 하는 의대생처럼 천천히 차를 뜯어보았다. 흰색 포르쉐는 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리며 조금 전까지의 질주를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8년 동안 6만마일 밖에 달리지 않았으면 차주들이 가끔씩 드라이브용으로 썼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속을 했는지, 정비불량인지 오일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포르쉐 카레라2 911은 꼭 한 번 타고 싶었던 차였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 때문일까? 내가 시승한 포르쉐는 상상했던 것 이상의 질주와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분명히 내 기대가 과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명차라고 해도 그것을 운전하는 자의 손에 따라 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차를 운전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자기 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포르쉐911 카레라2 컨버터블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245*1660*1310 휠베이스(mm) 2272 트래드 앞/뒤 1380/1385mm 무게(kg) 1350 승차정원(명) 2+2 엔 진 형식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SOHC 굴림방식 RR 보어*스트로크(mm) 100.0*76.4 배기량(cc) 3600 압축비 11.3 최고출력(마력/rpm) 250/6100 최대토크(kg m/rpm) 31.6/48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7 트랜미스션 형식 팁트로닉 4단AT 기어비①/②/③ 2.479/1.479/1.000 ④/⑤/ⓡ 0.728/-/- 최종감속비 3.667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맥퍼슨 피니어(파워) 서스펜션 뒤 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 205/55ZR 16 타이어 뒤 225/50ZR 16 성 능 최고시속(km) 259 0→시속 100km가속(초) 6.6 시가지 주행연비(km/l) 6.1 값 -
93년형 르노21 터보 콰드라 파워 넘치는 엔진 얹어 .. 1999-12-30
평범한 4도어 패밀리 세단 르노21에 이런 차가 있었나? 프랑스차에 풀타임 4WD 터보 엔진은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 유럽차에는 그레이드마다 이런 종류의 최상급 모델이 있었다. 평범한 세단에 파워 넘치는 엔진을 얹어 클래스 이미지를 이끄는 차들이다. 시장점유율은 적어도 존재의 의미는 컸다. 당시 푸조 405 Mi16, 시트로앵 BX GTi 16V, 포드시에라 코스워스 등이 르노21 터보의 맞수였다. 유럽에서 르노21은 어퍼미들 클래스에 속하는 차로 소형차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우리의 그랜저 XG쯤에 해당된다. 전체 유럽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그레이드다. 르노21은 르노18의 뒤를 잇는 차로 8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해 93년까지 생산되었다. 현재는 라구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르노 자체 디자인팀과 쥬지아로가 함께 설계한 르노21은 조형적인 모습이 개성이다. 3조각의 옆창이 만드는 시원한 그린하우스, 무릎공간이 유난히 넓어 보이는 뒷자리가 독특하다. 21의 왜건형인 사반나는 큰 실내공간이 자랑이었다. 르노21은 각진 모양이지만 모델에 따라 공기저항계수 0.29~0.31cd를 달성했다. 가벼운 차체, 넘치는 힘 지닌 최고모델 프랑스차만의 낭만과 매력 지니고 있어 르노21은 가로배치와 세로배치 엔진을 모두 가진 차로 유명하다. 엔진에 따라 차길이가 달라 가로배치 1.7L 엔진 차가 세로배치 2.0이나 2.1 디젤 엔진차보다 휠베이스가 58mm 길었다. 이 때문에 앞 펜더와 서스펜션, 스티어링 랙과 서브 프레임 금형을 모두 2개씩 만들어야 했다. 르노는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 안 여기저기에 있는 부품을 모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21은 르노9와 11 그리고 25 등 모든 차의 부품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차 만들기에서 프랑스차만의 매력이 넘친다. 페이스 리프트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프론트 패널을 보면 `이 차의 모서리를 둥글리면 에스페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스페로는 이 차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틀림없다. 스모그 처리한 테일 램프는 스쿠프를 많이 닮았다. 지붕을 파고든 풀도어는 프레스토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트렁크 가장자리로 열림선을 내보인 부분도 피아트 크로마를 닮은 쥬지아로의 솜씨다. 뒷바퀴를 살짝 덮은 바퀴구멍 역시 프랑스차의 낭만이다. 어딘가가 이상해서 좋은 프랑스차의 매력은 80년대 들어 상당히 무디어졌다. 최고경영진의 방침이 "소수를 위한 개성적인 프랑스차"에서 "무난해서 많이 팔리는 차"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독창성 넘치는 프랑스차를 좋아하던 매니아에게는 숨막히던 시절이었다. 고객들은 르노21을 무덤덤한 차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르노21 2.0l 터보 콰드라는 최고의 모델답게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로 몸을 두르고, 트렁크에는 스포일러도 달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중형차에는 은근한 멋이다.알루미늄 블록으로 된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세로배치이고, 가레트 T3 터보와 트윈 인터쿨러를 달았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7.5kgㆍm은 비교적 가벼운 차에 넘치는 힘이다. 에스파스 콰드라에서 가져온 풀타임 4WD 시스템은 토크를 앞/뒤 65:35로 배분한다. 또 어느 한 바퀴가 미끄러짐을 느끼면 비스커스 커플링을 통해 그립력을 가진 바퀴로 100% 토크를 전한다. 뒷바퀴 디퍼렌셜 기어는 대시보드의 버튼을 눌러 잠글 수 있도록 했다. 이때 ABS는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 4WD로 바꾸는 과정에서 플로어 팬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실내 바닥 가운데로 터널이 튀어오르고, 트렁크 바닥도 높아졌다. 트레일링 암의 뒷서스펜션도 토션바 대신 코일 스프링으로 바꾸었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당시의 르노에 공통적이던 모양으로 우리 눈에는 개성이 넘쳐 보인다. 스포츠 버전인 시승차는 붉은색 아날로그 계기판에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달았다. 변속기는 수동 5단만 달린다. 도어패널의 도어캐치 역시 에스페로가 생각나게 한다. 내려다보며 앉는 자세가 유럽적이고 탁 트인 시야는 실내를 밝게 만든다. 프랑스차의 또 다른 매력은 언제나 푸근한 승차감이다. 르노의 가죽시트는 주름진 모양부터 안락한 기분에 젖게 한다. 부드러운 쿠션과 사이드 볼스터는 스포티한 달리기보다 안락한 분위기를 우선으로 했다. 운전석은 르노9에서 선보였던 록킹체어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앞뒤로 꺼떡이는 조절이 재미있는데, 이 방법을 다른 메이커가 모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선루프 때문에 운전석 머리공간은 부족하지만 뒷시트의 여유공간은 프랑스 중형차의 실용성을 내보인다. 중고차로 풀타임 4WD 참맛 느끼기 힘들어 적절한 기어비가 박력 있는 달리기 부추겨 시동을 거는 순간 울려 퍼지는 엔진음이 가슴을 때린다. 골프 GTI가 젊은 레이서라면 르노 콰드라는 신사적인 GTI다. 멀쩡한 중년을 소년처럼 흔들어 댄다. 터보 엔진에 네바퀴굴림 차는 일상적인 4도어 세단이 아니다. 콰드라는 조용히 몰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밟아대니 엔진은 계속 고회전 영역에 머문다. 3천rpm에서 터보가 터지는 차를 5~6천rpm으로 몰아가니 터보래그를 느낄 시간조차 없다. 시끄러운 엔진음은 조금 지나쳐서 즐길 수가 있을지 망설여진다. 이 소음이 쾌락인가 고통인가? 그래도 6천rpm까지 치솟는 타코미터가 매끄럽기만 하다. 핸들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두드러져 보인다. 타이어가 마모된 탓인지 접지력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과감한 코너링을 망설이게 한다. 아무래도 7년 된 차는 달래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안정감이 그저 그런 차로 풀타임 4WD의 참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네바퀴굴림은 빗길이나 눈길에서 그 안정감을 더 크게 할 것이다. 코너에서의 롤링은 상당히 억제되었다. 오히려 프랑스차의 재미를 덜어내는 부분이다. 대신 시트의 쿠션이 물컹하게 느껴진다. 달리는 기분은 더없이 경쾌하다. 유연한 주행성능이 앵앵거리는 엔진음과 더불어 재미를 부채질한다. 변속이 가벼운 기어 레버에는 곧 익숙해지고, 알맞게 나누어진 기어비는 박력 있는 달리기를 부추긴다. 엔진소음과는 상대적으로 달리는 속도가 더딘 것은 기분이 앞서는 차임을 뜻한다. 제원표에서 찾아본 0->100km 가속시간은 7.1초, 왕왕대는 엔진음은 그 제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최고속은 오랜 가속 끝에 시속 200km를 넘겼다. 오래된 차에서 느껴지는 미완성이 아무래도 요즘 차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르노21의 최상급인 터보 콰드라는 새차 값이 BMW 325i와 같다. BMW를 제치고 르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달리는 도중 잡소리가 심하다. "그래, 삐거덕거리는 차체는 프랑스차의 유연성이라고 이해하자." 르노21 터보 콰트라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529*1725*1425 휠베이스(mm) 2600 트래드 앞/뒤 1453/1400mm 무게(kg) 1252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4기통 터보 인터툴러 굴림방식 풀타임 4WD 보어*스트로크(mm) 88*82 배기량(cc) 1995 압축비 8.0:1 최고출력(마력/rpm) 175/5200 최대토크(kg m/rpm) 27.5/3000 연료공급장치 - 연료탱크 크기 66 트랜미스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①/②/③ 3.360/2.060/1.380 ④/⑤/ⓡ 1.040/0.82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 195/55R 15 성 능 최고시속(km) 217 0→시속 100km가속(초) - 시가지 주행연비(km/l) - 값 -
천국에 온 느낌을 주는 리무진 BMW L7 아폴로박사의.. 1999-12-30
BMW란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칭이다. 강력한 엔진, 스포츠카 같은 승차감에 효과적인 브레이크를 지닌 차의 대명사와도 같은 BMW는 벤츠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자랑이다. BMW는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 타는 차고, 벤츠는 자동차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의 차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BMW는 손수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보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라면, 벤츠는 그 차에 올라탄 자신을 과시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차다. 그래서 BMW는 자동차를 모는 다양한 계층, 연령과 광기(狂氣)에 가까운 애호가들의 취향에 맞추어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으며 근래에는 더욱 세분화된 느낌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BMW는 차종을 3, 5, 7의 세 가지 시리즈를 기본으로 나누고 있다. 이밖에 스포츠형 쿠페와 카브리올레인 M과 Z시리즈도 만든다. 지난해 나온 L7 타고 사장족 기분내 파티션 버전은 뒷좌석 독립성 높여 우선 젊은이들은 3시리즈로 BMW에 입문한다. 60년대에 나온 전설적인 모델 BMW 2002로 시작된 스포티 컴팩트카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금은 아주 성숙해진, 젊은이들을 위한 최고의 스포츠 세단으로 키워졌다. 현재 4기통 1.6ℓ에서 6기통 2.8ℓ까지 다섯 종류나 되는 엔진을 얹은 316, 318, 320, 323, 328이 있다. 최신형 4기통 1.9ℓ 118마력의 엔진을 얹은, 컴팩트한 BMW 318i는 최고시속 206km로 달리면서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스포티한 핸들링, 확실한 주행성능, 승차감 좋은 서스펜션에다가 작은 체구치고는 지나칠 정도의 강력한 엔진을 달았으니 젊은 층에게는 둘도 없이 매력적인 차일 것이다. 값이 비싼 것이 유일한 결점이다. 3시리즈의 윗급인 5시리즈는 벤츠 E클래스와 라이벌이다. 실내공간과 품질, 그리고 조금 열세였던 안전성도 이제는 차이가 없어졌다. 5시리즈에는 6기통 2.0ℓ에서 V8 4.0ℓ까지 여러 엔진을 쓴 520, 523, 525, 528, 530, 540 등 여섯 가지 모델이 있다. 5시리즈도 3시리즈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좀더 무게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액션을 좋아하는 30~40대의 연령층에 적당하리라 본다. BMW의 최고급모델인 7시리즈는 프레스티지카다. 현재는 6기통 2.5ℓ에서 V12 5.0ℓ까지 여섯 종류의 엔진을 쓴 725, 728, 730, 735, 740, 750 등이 있다. 7시리즈는 차체가 길어져 액션보다는 중후한 핸들링과 멋을 자랑하는, 벤츠 S클래스에 대항하는 모델이다. BMW는 차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벤츠보다 가볍다는 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에 L7이라는 모델을 내놓았다.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을 쓴 750을 37cm나 더 길게 뽑은 리무진으로 내부의 치장도 엄청나게 호화롭게 꾸몄다. 이 차는 확실히 운전하는 사람 아닌 뒤에 탄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뒷좌석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작년에 L7이 처음 나왔을 때 나와 의 김사장하고 같이 뒤에 앉아 잠시나마 대기업의 사장족 같은 기분을 맛본 적이 있었다. 새로 나온 L7 파티션 버전은 앞뒤 좌석 사이에 방음 및 차광기능의 유리 파티션을 설치하고 커튼을 달아 뒷좌석 승객에게 독립적인 안락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파티션을 달면서 바뀐 부분은 뒷좌석 가운데 차지했던 전화와 송풍구, 컵홀더, 각종 조절장치 등이 모니터 패널과 접이식 암레스트로 분산되어 승차인원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점이다. BMW는 이밖에도 M3, M5 등 시리즈별로 고성능 버전을 따로 만든다. M3는 3.2ℓ 321마력 엔진을 얹은 차다. M5는 84년 처음 데뷔했고 지난해 3세대 모델이 나왔다. 540i의 V8 4.4ℓ DOHC 엔진을 개조해 400마력을 낸다. Z3는 1.9, 2.0, 2.5, 2.8, 3.2ℓ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로 독일차 중 처음으로 007 영화에 본드카로 나오기도 했다. 윗급인 Z8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식 데뷔했고 시판에 앞서 올해 말 007 19탄 `The world is not enough`에 본드카로 나온다. 생산 중단된 8시리즈는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럭셔리 쿠페로 한 동안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는 BMW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3, 5시리즈의 판매호조로 지금은 벤츠를 앞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형차 7시리즈 판매에서도 의욕적으로 각종 행사를 통해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번에 새로 나온 L7을 탈 기회를 가졌다. 범고래를 닮은, 뛰쳐나갈 듯한 늘씬한 차체 5m 넘는 거구지만 소형 스포츠카 모는 기분 `쨍`하니 맑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나타난 검은색 BMW L7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7시리즈보다 무려 37cm나 더 길게 뽑았으니 마치 범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거침없이 일직선으로 흐르는 차체의 선을 옆에서 보노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인상을 받는다. 10월 하순에 일본에 가서 도쿄 모터쇼에 전시된 세계의 내로라하는 신형차들을 다 보았다. 21세기를 대비해 메이커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나 BMW는 여전히 고전미가 흐르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극치의 아름다움을 BMW L7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감격했다. 값을 물어보니 2억4천900만 원이라! 나는 이 차값에도 감격해야만 했다. 말이 억이지, 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예를 들자면,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1억5천만km다. 이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보자. 시속 100km로 매일 24시간 쉬지 않고 지구에서 태양까지 달리면 얼마만큼의 시일이 걸릴까? 계산을 해 보면 173년이나 걸린다! BMW L7의 차값이 2억 원이라 치고 이 2억 원을 1천 원짜리 한 줄로 도로에 깔아 보자. 과연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될까? 무려 30km나 된다. 매일같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수백~수천억 원의 돈은 상상할 수 없는 물리적인 양이라는 얘기다. 자, L7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선 차안으로 들어가 앉은 첫 인상은 옛날의 좌석감각과는 다르게 아주 딱딱해졌다. 미국차 같은 안락한 쿠션이 없어졌다. 예전에 벤츠가 그랬는데 BMW도 얇은 방석 하나를 깔고 앉은 기분의 좌석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장거리를 뛸 때 졸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것 같다. 호화로운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을 더한 내부장치는 지나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아 호감이 간다. 핸들의 크기도 조금 작아졌다. 이것도 팔놀림을 너무 크지 않게 해 피로감을 줄이려 한 것이겠다. 눈앞 속도계의 눈금은 시속 240km까지 그려져 있으니 최고시속이 230~240km쯤은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 가벼운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이 차는 이른바 리무진 클래스인데도 발놀림이 가볍다. 2톤 이상이나 되는 체구지만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은 차를 경쾌하게 끌어준다. 올림픽도로로 나섰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BMW 특유의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이 속도가 올라간다. 순식간에 시속 150km를 넘기자 `삐삐…`하는 소리가 난다. 이 차에는 속도경고장치가 달려 있어 스스로 최고 제한속도를 정하는 것이었다. 길이가 5천374mm나 되는데도 소형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다. 뒤에 따라오던 카메라맨 차를 순식간에 따돌리고 자유로와 연결되어 있는 행주대교에 이르렀다. 도로가 약간 붐볐지만 이리 저리 비껴 나가는 기동성도 스포츠카 기분이다. `부-웅`하며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가속되는 느낌을 자유로에 들어서서 몇 번이고 반복해 맛보았다. 다른 차들로 붐비는 가운데 시속 200km를 내는 데도 차체는 까닥 없고 음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비단 위를 굴러가는 기분으로 단숨에 가속된다. 벤츠 S클래스를 몰 때는 황소 같은 힘이 느껴지며 가속되었는데 이 BMW는 바다 속을 누비는 돌고래같이 매끈하게 가속된단 말이다. 운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자동 5단 트랜스미션에는 이른바 ATM(Adaptive Transmission Management)라는 시스템과 BMW 고유의 스텝트로닉(Steptronic)이라는 것이 달려 있다. ATM은 운전자가 기어를 D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음에 따라 항상 적절하게 그의 취향에 따르는 반응을 해준다. 그리고 스텝트로닉이라는 장치는 여기에다가 수동식 드라이빙의 쾌감까지 제공해준다. 기어변속기의 D 위치에서 바로 옆 왼쪽의 M으로 레버를 옮긴 다음, 그 레버를 +로 적혀 있는 위쪽으로 치면 수동변속기처럼 3단, 2단으로 변속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다시 아래의 -으로 치면 기어가 내려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고 레버를 D 위치로 옮기면 자동변속 시스템으로 되돌아온다. EDC 시스템이 안락한 승차감 제공 뒷좌석 위주여서 운전석은 불편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파워 스티어링의 감도 조절을 서보트로닉(Servotronic)으로 한다는 것이다. 차가 느리게 간다던가 아주 험악한 길을 갈 때, 또 고속으로 달릴 때는 스티어링 휠에 느껴지는 파워의 감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떤 도로와 속도에서도 일정한 감각을 주니까 불안요소를 해소시켜 준다. 이 차에는 EDC(Electronic Damper Control) 시스템이 있어 포장, 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으로 진동을 막아주며, 미끈하게 달리면서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빈차이건 승객이 5명이 되건 간에 수압식 자동 수평유지장치가 차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렇게 최고의 직진, 접지감과 안락한 승차감을 운전자와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제공하지만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 운전자의 등받이가 어느 각도 이상은 넘어가지 않는데 그 각도가 너무나도 제한되어 있어 약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이 차는 운전하는 재미와 쾌감보다는 뒷좌석 위주로 꾸민 차니까 더 말할 것이 없겠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우선 이번에 나온 L7은 매년 300대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선택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나는 4인승으로 만들어 뒷좌석에는 두 사람밖에 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차의 뒷좌석 가운데에는 라디오, 전화, 에어컨 및 TV 등을 위한 콘솔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와 다른 5인승은 뒷좌석에 세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넓고 긴 좌석이 놓여 있다. 그 대신 운전석과 뒷좌석을 완전히 차단하는 파티션 즉, 유리로 된 칸막이가 있다. 뒤에서 버튼 하나를 누르면 `스르르…`하고 올라가고, 또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유리 칸막이에 커튼이 옆으로 `스르르…`하면서 닫히게 되어 운전석과 뒷좌석이 완전히 격리된다. 이렇게 되면 뒷좌석에 애인이나 이쁜이를 태우고(마누라하고는 차안에서까지 그럴 이가 없겠지만) 별의별 사랑행각을 벌일 수 있는 그야말로 도청, 감청장치도 없는 안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꼭 이런 일에만 쓰일 필요는 없겠고 비밀이 요구되는 정담(政談)이나 상담(商談)을 하는 데도 둘도 없이 편할 것 같다. 이 차에는 이동전화뿐 아니라 TV와 팩스까지 구비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나는 일은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이 독차지하게 마련인가 보다. 그런 사랑행각을 벌이다가 혹시 충돌사고가 날 경우에도 걱정할 것이 없다. 에어백이 도어에도 달려 있고 창문 위에도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어떤 각도에서 부딪쳐 굴러 떨어져도 사방이 쿠션으로 둘러 싸여 있으니까 이 차의 뒷공간은 그야말로 완전히 안전한 천국이라 아니할 수 없으리라. 시승하고 돌아오는 길에 딴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유리 칸막이도 해보았지만, 필요한 애인이 옆에 없어 허공만 안고 되돌아 왔다. BMW L7 파티션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5374*1862*1425 휠베이스(mm) 3320 트래드 앞/뒤 1550/1570mm 무게(kg) 2195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V12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4WD 보어*스트로크(mm) 85.0*79.0 배기량(cc) 5379 압축비 10.1 최고출력(마력/rpm) 326/5000 최대토크(kg m/rpm) 49.9/39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l) 95 트랜미스션 형식 자동 5단 스텝트로닉 기어비①/②/③ 3.550/2.240/1.550 ④/⑤/ⓡ 1.000/0.790/3.68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리무진 스티어링 리셔큘레이팅 볼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 235/60R 16 성 능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가속(초) 6.8 시가지 주행연비(km/l) - 값 2억4천900만 원
90년형 다임러 4.0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영국차 1999-11-28
다임러는 롤즈로이스와 함께 영국 왕실의 차로 오래 쓰여졌다. 합병과 분리로 얼룩진 영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다임러는 1960년 재규어의 식구가 된 이후 420G를 베이스로 한 자체 모델을 마지막으로 생산했다. 다임러라는 이름은 이제 재규어의 모델라인에서 고급형을 의미할 뿐이다.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 제작으로 역사를 시작한 재규어는 30년대 비교적 싼값에 시속 160km를 낸 2인승 스포츠카 SS100을 내놓았고, 50년대에는 르망에서 얻은 4번의 우승으로 클래식한 보디에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다졌다. 윌리엄 라이온즈경의 손길로 다듬어진 XK120, 마크 II, XK-E 등 주옥같은 차들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었다. 재규어 XJ6은 68년 선보인 이후 재규어의 주력 모델이었다. 우아한 4도어 세단은 영국차만의 전통적인 모습에 스포티한 매력을 더함으로써 벤츠와 BMW에 맞서는 영국의 자존심이 되었다. 영국신사는 양복에 넥타이를 즐겨 매지만 한편으로 럭비를 즐기는 등 스포츠에도 열심이다. 재규어는 이런 영국신사를 닮아 클래식한 보디에 터질 것 같은 타이어와 듀얼 머플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재규어의 매력은 영국적인 멋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낮게 드리운 우아한 차체의 2세대 모델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해 XJ6은 시리즈 1, 2, 3로 이어지는 1세대가 86년까지 18년 동안 생산되었다. 시승차는 86년에 데뷔한 2세대(코드네임 XJ40)로 90년형이다. XJ6은 94년 다시 코드네임 X300의 신형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XJ40형 XJ6은 기본형 위로 소브린과 다임러의 고급형이 나왔다. 다임러는 XJ6의 최상급 모델로 윗면이 주름진 다임러 그릴과 리어 가니시를 달고, 뒷시트도 3인승이 아닌 2인승으로 최상의 품위를 내세운다. 롤즈로이스보다 컴팩트한 보디는 실용성이 강한 영국의 고급차로 자리매김되었다. 1세대 XJ6의 보디라인을 따르는 XJ40의 보디는 앞선 모델과 같이 납작하고 늘씬한 몸매가 기능보다는 멋을 내세운 기분이다. XJ6은 항상 고급차로서 실내가 비좁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몸매가 자랑이었다. 각형의 헤드램프, 1개뿐인 와이퍼, 트렁크 끝으로 살짝 치켜올린 립스포일러는 재규어의 새로운 흐름을 알렸고, 낮게 드리운 차체가 우아하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자세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문턱이 높고 천장이 낮아 조심스럽다. 재규어만의 운전공간은 남과의 비교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 쿠션이 탄탄한 시트는 인체공학보다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정성이 자랑이다. 약간 비좁은 듯한 운전공간과 낮은 천장 그리고 천연가죽과 천연 나무장식으로 그윽한 실내분위기는 언제나 재규어의 상징이었다. 1세대 XJ6의 분위기를 잇는 XJ40의 실내는 거의 그대로 X300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스티어링 휠 지름 안으로 늘어선 계기가 클래식한 무드 속에 명쾌하다. 에어백이 없는 차에서 자동차 10년 세월을 느낄 만하다. 이때만 해도 전자장비가 요즘 차 같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를 갖추고, ABS를 달았지만 TCS나 차체 안정화 장치는 아직 없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달았지만 CD 플레이어는 없었다. J게이트라 불리는 기어레버는 XJ40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제는 전 모델에 쓰이는 재규어만의 또 하나의 개성이다. AT를 수동으로 조작할 때 오동작을 막는 배려가 돋보인다. 모서리마다 바느질 자국이 멋진 가죽트림이 고급스럽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로 자리한 다임러 엠블럼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요즘은 경차도 우드 그레인을 달게 되어 다임러는 억울하다. 다임러의 우드 그레인은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나무다. 장인들이 정성들여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상상되고, 영국차만의 향기는 짙어간다. 시트마다 공간을 키우기 위해 천장을 파고든 모양에서 지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보게 된다. 천장이 낮은 차에 선루프는 더욱 불리하지만 멋쟁이 차에 안 달 수 없었다. 다임러는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했다. 2명만 앉게 한 뒷자리는 영국차만이 내보일 수 있는 우아함을 갖추었다.(물론 급한 경우에는 3명도 앉을 수 있게 2단의 센터 암레스트를 접을 수 있다.) 앞시트 뒤로 달린 접이식 테이블은 롤즈로이스나 재규어가 아니면 안 될 모습이다. TV에서 볼 때 다이애너비나 대처수상이 앉았던 자리가 바로 여기다. 다임러라는 이름 앞에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다임러 모델의 엔진은 당시 최고급형인 직렬 6기통 DOHC 4.0ℓ이다. 원래 3.6ℓ이던 엔진 배기량을 4.0ℓ로 늘리고 ABS를 단 것은 오늘 시승차인 90년형부터였다. 최고출력 223마력은 2톤이 넘는 차를 부드럽게 내몬다. 상당한 무게를 느끼는 부드러움에서 다임러의 고급스러움이 이해된다. 페달 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넘치는 힘은 아니다. 그러나 고급차를 만들기에 충분한 부드러움과 4단 자동기어는 귀한 분을 모시기에 부족함을 모를 성능이다. 조금 튀는 듯한 서스펜션 안정감 있어 깔끔한 핸들링과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 시동을 걸면 엉덩이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은 리어 서스펜션의 셀프 레벨링 시스템이 작동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음이나 승차감 역시 고급차에 기대할 만큼이다. 바람소리도 잔잔하게 묵직한 감각이 좋다. 재규어만의 마무리가 10년이라는 나이를 잊게 한다. 재규어는 항상 클래식했다. 어느 정도 튀는 듯한 서스펜션은 미니의 원뿔 서스펜션 감각을 닮아 `이것이 영국적인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인지 가속감이 크다. 시속 120km에서 이미 시속 150km를 달리는 기분이다. 최고속은 시속 200km 가까이 달렸다. 안정감은 좋은 편이지만 요철에 심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굴곡진 도로에서 다임러의 핸들링은 깔끔했다. 어느 정도 몸이 무거운 차의 한계는 품위를 중요시하는 차의 특성으로 이해된다. 조금 묵직하게 느껴지는 핸들이 의외다. 항상 미국시장을 염두에 둔 재규어는 미국차를 닮아 가벼운 핸들감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무거운 차를 멈추는 데 손색이 없다. 다임러는 그렇게 묵직한 주행감각이 고급차로 손색없는 프레스티지 세단이었다. XJ40은 구형보다 보디패널을 136개 줄이고(전체의 25%) 조립을 단순히 하는 공정으로 바꾸면서 그 동안 재규어의 고질병이던 불량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XJ40의 인기가 기대보다 덜했던 것은 디자인 때문이다. 시리즈 1, 2, 3의 구형 재규어 XJ6은 자동차 역사에 남을 명작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차는 손대기가 힘든 걸작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의 대가 쥬지아로가 좋아하는 차로 꼽았던 차였다. XJ40은 과거의 영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차가 되었다. 고객은 각진 헤드램프를 가진 차는 진정한 재규어가 아니라고 했다. 각진 테일램프도 어색하다고 했다. 전체적인 불량률도 나아지지 않았다. XJ40은 결국 8년만에 새차 X300으로 바뀐다. X300은 과거의 1세대 XJ6의 영광을 닮은 차로 만들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X300 역시 1세대 XJ6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을 흔드는 디자인은 과거의 차를 흉내내기보다 영감을 통해 재현되어야 한다.
사브 9-5 왜건 짐칸까지 매력적인 차 1999-11-28
사브 9-5 왜건은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모에 일상생활을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달리기 성능, 다양한 편의장비, 넓은 적재공간을 지녔다. 특히 중저속 추월가속성능이 뛰어나고,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된 실내는 고속으로 달릴 때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사브는 50여 년의 메이커 역사를 통틀어 두 대의 왜건을 만들었다. 하나는 1959년 나온 사브 95, 두 번째가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한 사브 9-5 왜건이다. 그러므로 국내 무대에 사브 왜건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브 95는 언젠가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다. 베이지색 보디에 반짝반짝 빛나는 사이드 미러와 손잡이가 달려 있고, 옛날 차답지 않게 둥글둥글한 보디(사브차의 특징이다)가 인상적이었다. 도시나 시골 어디에 세워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일 잘하게 생긴 차였다. 사브가 4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놓은 9-5 왜건은 세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 자동차잡지 (What Car?)가 선정한 99년 최고의 왜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세단형과 비교해 지붕과 뒷모습만 차이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9-5 왜건의 베이스는 사브의 고급차 9-5다. 세단형과 비교해 뒷모습과 지붕만 다르게 생겼다. 9-5가 나온 것은 97년 말, 아랫급인 9-3은 지난해 등장했다. 9-3은 이전 모델인 900에 비해 실내외 1천여 가지가 개선되었고, 9-5는 이전 모델인 9000이 나온 지 13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였다. 사브의 변화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개성이 사라져 싫다는 사람도 있고, 미끈한 외모가 보기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브 매니아들의 반응은 대체로 전자에 속했다. 골수 사브 매니아가 아니어서인지, 기자의 눈에는 사브의 변화가 진보의 또 다른 얼굴로 보일 뿐이다. 개성 없이 바뀌었다는 외모지만, 사브만의 전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항공기회사를 모태로 했다는 의미가 담긴, 비행기 날개 모양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 쐐기형 보디, 곡면으로 처리한 앞창, 튀지 않는 외모 모두 아직은 넉넉한 사브의 개성이다. 수수함 속의 고급스러움. 9-5 왜건의 실내외를 살피며 내린 결론이다. 호두나무장식과 가죽시트, 크롬으로 처리한 실내 도어 손잡이 등은 고급스럽고, 대시보드와 계기판, 센터 페시아는 기교를 억제해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시트는 열선과 통풍기능이 있어 늘 쾌적하게 앉아 있을 수 있고 시트 위치를 기억시킬 때는 사이드 미러 위치까지 입력할 수 있다. 뒷좌석 거주공간은 그리 넓지 않으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콘솔박스는 냉장고를 겸하고, 최신형 도난방지장치도 달려 있다. 사브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브 액티브 헤드 레스트`는 뒷면 충돌 때 다칠 위험이 높은 목 부분을 보호해주는 장치로 앞좌석에 기본으로 달려 있다. 유해개스와 악취까지 제거해주는 `차콜 필터`는 승객의 건강을 고려한 장치다. 이 필터는 흡착식 목탄 필터로 먼지나 꽃가루뿐만 아니라 탄소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등 오존 물질까지 걸러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시켜 준다. 오존 물질까지 걸러주는 차콜 필터 달아 고속에서 넉넉한 가속성능 느낄 수 있어 이밖에도 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장비가 선바이저와 컵홀더, 재떨이다. 선바이저는 이중으로 되어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온 길을 누비고 다닐 때도 이리저리 옮기며 햇빛을 가릴 필요가 없다. 두 개의 선바이저를 날개처럼 펴 양쪽 창을 가리면 되기 때문이다. 센터 콘솔 옆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는 볼수록 신기한 `예술`이다. 막대처럼 생긴 버튼을 누르면 스르르 밀려나오면서 컵홀더 모양이 된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사브차를 탈 때마다 평균 열 번쯤은 눌러 보게 된다. 재떨이는 너무 작아서 눈길을 끈다. `무늬만 재떨이`가 아닌가 싶을 만큼, 담배 두세 대만 피워도 꽉 찰 것 같이 작은 재떨이가 달려 있다. 사브는 전 모델에서 재떨이를 없애고, 재떨이가 있을 만한 자리에 동전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애연가가 많은 한국시장에서 재떨이 없는 차는 시기상조인가보다. 수납공간에 끼워 맞춰진 작은 재떨이는, 사브 코리아가 국내의 애연가들을 위해 특별 주문해 단 것이다. 센터 콘솔에 달려 있는 키 구멍에 키를 꼽고 시동을 건다. 자, 출발이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꾹 밟고 회전수를 높여본다. 1천695kg의 몸무게가 조금 버거운 것일까 싶게, 약간 주춤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4천500rpm, 시속 70km 정도에서 킥다운 되면서부터 가속감이 총알이다. 변속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킥다운 된 것도 계기판을 보고 알았다. 고속으로 갈수록 왜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일까. 어느 영역에서나 차의 몸놀림이 가볍다. 9-5 왜건에 얹은 2.0ℓ DOHC 터보 엔진은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25.0kg·m)에 이르러 3천500rpm까지 최대토크를 유지한다. 1천800rpm은 기어를 5단에 넣고 시속 80∼85km로 달릴 때와 비슷한 수치다. 중저속에서 고속까지 충분한 파워와 정숙성을 보장하는 세팅이다. 사브 9-5의 저압터보는 터보가 걸리는 순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작동한다. 특히 2천500∼4천rpm대, 중고속에서의 추월가속은 일품이다. 자유로에서 내본 최고시속은 180km,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가 많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내는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되어 조용하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가죽소파에 앉아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면 졸음이 올 것 같은 안락함이다. 코너에서는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급하게 돌아도 불안감이 전혀 없다. 고속주행에서 부드럽게 느껴졌던 서스펜션은 뛰어난 핸들링과 함께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수납하기 편한 넓은 적재공간 갖춰 공기저항계수, 왜건 중 가장 뛰어나 사브 9-5 왜건과의 가을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열어 보았다. 해치는 시원스럽게 열리고,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넓은 적재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몸을 숙여 짐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과정이 필요 없다. 그냥 짐을 밀어 넣으면 그만이다. 러기지 스크린은 접어서 수납할 수 있고, 짐칸 안쪽 양옆에 밝은 조명이 달려 있어 야간에 짐을 싣기도 좋다. 일상을 함께 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은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장비, 뒷문을 열면 보너스처럼 나타나는 넓은 적재공간. 사브 왜건의 매력은 이렇듯 다양하다. 게다가 사브 왜건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1, 왜건형 차 중 가장 뛰어난 수치를 보인다. 최근(8∼9월) 국내 수입차 판매실적을 보면 사브 코리아는 한 달에 10∼20대 정도를 팔아 수입차 메이커별 판매순위 4, 5위에 올라 있다. BMW나 벤츠의 판매실적에는 크게 못 미치고, 사브 코리아측에서 보더라도 기대에 모자라는 실적일지 모르지만, 기자는 한 해에 10만대 정도 생산하는 이 조그만 메이커의 차가 국내에 들어와 대 메이커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사브의 마케팅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 차의 매력이 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사브차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면, 국내 수입차 고객 중 사브차의 개성과 고유의 멋을 알아보는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사브 세단보다도 개성 있는, 9-5 왜건에 대한 평가나 판매는 어떻게 될까. 국내 사브 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사브 코리아 ☎ (02)545-5500
벤츠 뉴 E240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 1999-11-28
​벤츠 뉴 E240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벤츠의 명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자동차 생산업자로서의 기술축척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라는 것을 발명한 주인공이란 뜻에서 이 회사의 존재가치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특히 벤츠의 마크(Emblem)를 좋아한다. 이 마크가 붙으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딴 물건일지라도 초일류 같이 보이고 권위가 있는 느낌을 준다. 19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독특한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에 나는 그 얼마나 매료당했는지 모른다. 자동차의 페인트 도색도 일곱 번이나 한, 고장이 안 나고 엄청나게 부품값이 비싼 이 차의 뒤꽁무니를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 다녔다. 새차는 돈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중고차 1972년형, 1979년형, 그리고 1985년형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자 모양이 이상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나는 벤츠로부터 떠났다. ​​​​지난 10년간 평론가로부터 비난받아 90년대 후반부터 획기적으로 탈바꿈 지난 10년간의 벤츠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에다 마치 시멘트를 싣고 나르는 화물열차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평론가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자 99년의 새 모델은 이러한 비평을 밀어내기 위해 디자인 면에서 크게 탈바꿈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몇 달 전에 벤츠 S클래스를 시승했는데 이 차는 안팎으로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서 보면 그 램프가 뒷바퀴 펜더 쪽으로 `푹` 하니 보기 싫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90년대 후반기에 내놓은 E클래스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전조등이 크고 작은 4개의 원형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21세기의 벤츠의 주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벤츠의 새로운 감각은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일부에서는 대형차일 경우 박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99년의 S클래스에는 4개의 전조등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E클래스에는, 다시 말해 자신이 손수 운전하는 클래스에 속하는 뉴 E240에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99년형 뉴 E클래스는 이 4개의 원형 헤드램프를 가진 차가 또 새로운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앞에서 이 차를 보면 마치 기생서방의 차같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 ​  뉴 E클래스는 이전의 모델과 비교해 보면 차체의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앞 그릴의 모양이다. 이전의 것은 밑부분이 약간 짧은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새 모델은 밑부분이 더 좁아져 전체적인 인상이 아주 예리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릴 아래 달린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다. 차 앞면의 그릴과 4개의 전조등을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좀더 경사각을 늘렸다. 차의 내부도 큰 차이가 없으나 컨트롤 패널에는 뒷좌석의 목받침을 자동으로 눕게 하는 버튼이 붙어 있고 온냉방장치 배열이 달라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는 예전에 없던 여러 가지 편의장치가 새롭게 마련되어 있다. 이 차는 BMW의 주요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데, 뉴 E클래스와 맞대결할 수 있는 것이 BMW 5시리즈다. ​​​​​라이벌 BMW 523i와 비슷한 성능 겉모습에서 품격과 세련미 돋보여 벤츠는 BMW의 5시리즈를 뿌리치기 위해 우선 가격을 낮추었다. 예를 들어 오늘 시승해본 E240은 BMW 523i(최고출력이 모두 170마력)과 똑같은 7천260만 원이다. 이렇게 되면 두 차는 성능과 안전도, 승차감으로 맞대결을 해야만 한다. 제원과 성능을 비교해 보면 배기량은 뉴 E240과 BMW 523i는 큰 차이가 없는 2천400cc와 2천500cc다. 하지만 토크면에서는 23.0kg·m과 24.5kg·m 이어서 BMW 쪽이 조금 앞선다. 차체길이는 벤츠가 4.3cm 더 길고, 연료탱크 용량은 BMW가 70ℓ로 5ℓ를 더 넣을 수 있다. 0→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뉴 E240이 9.6초, BMW 523i가 8.5초이고, 최고시속은 각각 223km와 228km이다. 연비는 각각 8.7km/ℓ와 9.4km/ℓ로 되어 있다. 성능면에서 BMW 523i가 벤츠 뉴 E240를 조금 앞서는 대신 뉴 E240는 실내공간이 다소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는 차이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무엇으로 대결해야 할까? 그것은 순전히 고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BMW 523i, 벤츠라는 이름을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뉴 E240을 선호할 것이다. ​​​오늘 나에게는 벤츠의 뉴 E240이 주어졌다. 이상의 사전지식을 갖고 나는 이 차를 맞이했다. 불행히도 신형 BMW 523i를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시승기는 쓸 수 없지만 현재 비록 낡은 모델이긴 하나 BMW 740iL과 벤츠 500SL을 갖고 있는 탓으로 편견 없는 시승기를 엮어 보련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뿌리는 아침에 은색 뉴E240이 나를 찾아왔다. 4개의 원형 전조등이 달린 모델로써는 내가 보기에는 은색이 가장 걸맞다. 한두 번 차를 끼고 돌면서 스타일을 감상했다. `역시 벤츠구만…!` 하는 찬사가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끔 뉴 E240은 멋있었다. 특히 짜임새 있게 새로워진 그릴과 전조등의 조합이 차의 품격을 높여준다. 범퍼 디자인도 크롬선이 얇게 박혀 이전의 모델보다 세련미가 돋보인다. 좌우 사이드 미러에 새로 달린 방향지시등은 벤츠가 최초로 단 것으로 아는데 안전운전에 상당한 방어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다. ​​​차문을 열었다. 벤츠는 필요 이상의 편의장치를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차 같이 쓸데없는 것까지 그럴싸하게 여기저기에 달면 고급감을 더해 줄지는 모르나 잔고장이 나고 정이 떨어지는 수가 더러 있는데 벤츠는 그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키의 디자인도 이색적이다. 키 구멍에 꽂을 쇠꽂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키 전체를 하나의 나뭇잎같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키 같이 생기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이그니션 키홀더에 가져다 대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이 키의 기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리모컨 조정으로 차의 문뿐 아니라 선루프까지도 열고 닫을 수 있다. ​V6 엔진으로 경쾌하고 안정된 달리기 진동과 소음 거의 없고 손수운전에 어울려 `자, 출발이다.` 스티어링 휠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왼쪽 문짝에 붙어 있어 편리했고, 벤츠 고유의 변속레버 이동장치가 `두다닥` 하니 구불거리는 홈구멍을 통해 D자로 이동했을 때 차는 소리 없이 구르기 시작했다. S클래스의 무겁고도 틀림없는 출발기분과 어쩌면 그리 다를까? D위치에 있는 변속레버를 좌우로 `탁탁` 치면 D1, D2, D3식으로 매끄럽게 변속하는 것 또한 재미가 있고 가속이 너무나도 경쾌하고 빠르다. 나는 옛 BMW 523i를 미국에서 몇 년 전에 타 보았는데,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벤츠의 E클래스보다 약간 웃도는 성능이 거짓말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이 뉴 E240은 치고 나간다. 이것은 아마도 여기에 얹은 새로운 V6 엔진 덕이 아닌가 싶다. 이 엔진은 이전의 6기통 엔진보다 50kg 정도 가벼워졌고 한 개 실린더에 3개의 밸브와 2개의 스파크 플러그가 달려있다. 지금까지의 4개 밸브에 비해 배기밸브 한 개가 줄어 배기열의 손실이 적다. 그리고 2개의 스파크 플러그는 교대로 작동하면서 연료소비와 유해 배기개스를 줄인다. 유럽의 유해 배기개스 배출 기준량의 50%밖에 되지 않고 이전의 엔진에 비해 연료소비율도 13%나 줄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 이 엔진은 효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진동과 소음도 거의 없다. 이 기분은 뒷좌석에 앉는 것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봐야만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뉴 E240은 사장족이 타는 차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무용차로 더욱 적합하리라 본다. 길에 나서서 달릴 때의 경쾌함과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똑바로 길을 유지하고 틀림없는 접지감각을 느끼게 하는 특징은 다른 차와 비교가 안된다. 그 이유는 이 차에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이라는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엔진의 출력까지 조정한다. 그리고 건조한 노면, 빗길, 자갈길 등에서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내 자신이 땅에 `찰싹` 붙어 다니는 기분이다. 이 차를 끌고 나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뉴 E클래스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레인센서` 다. 이것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차가 스스로 비의 양을 감지해 적절하게 와이퍼의 속도를 자동 조절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시속 180km로 달려 완벽에 가까운 안전 보호장치 갖추고 자유로에 들어섰다. 오늘은 다행히도 차가 많지 않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날이다. 가속기분도 BMW 523i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는 그대로 그야말로 나르는 것 같이 반응한다. 벤츠 S클래스보다 경쾌감에서 앞선다는 인상이다. 150, 160, 170, 그리고 시속 180km까지 `아차`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엔진소리도 잠잠했고 시속 200km에 이르러도 요동 없이 더욱 안정감 있게 달린다. 이 차에 달린 개스식 쇼크 업소버는 앞바퀴의 신형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어울려 작은 노면의 요철과 장애물 정도는 느낄 수 없이 지나간다. `안락성과 안전성은 과연 벤츠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끔 해준다. ​​​또 하나의 특색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는 안전장치다. 벤츠의 충격흡수장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앞뒤로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이 밑으로 떨어져 바퀴를 돌리는 회전축이 운전자의 가슴에 충격을 가하지 않게 설계되었다. 뉴 E클래스 역시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에어백은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옆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드 에어백이 문짝 옆에 달려 있고, 문짝 위의 유리창문에까지 별도로 윈도 백이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으로 차가 옆으로 충돌할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으니 거의 완벽한 보호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안전벨트에 프리텐셔너를 달아 아주 심한 충돌사고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더욱 팽팽하게 당겨주도록 했다. 여기에 ESP와 ABS를 더한 벤츠의 독특한 시스템이 노면 미끄럼방지를 도와준다. 이렇게 잘 달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승객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차기 때문에 벤츠는 높은 평가를 받고 차값도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이 정도의 차라면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여러 가지 있을 만도 한데 음료수 컵 두 개를 세우는 정도의 장치밖에 없어 아쉬웠다. ​​​​또 단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옥의 티`가 있다. 차의 문짝 밑 모퉁이를 보니 문짝을 찍어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자칫 이 차에 타고내리는 사람의 다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 너무나도 예리한 채로 방치되어 있어 `천하의 벤츠`의 위상을 해칠 수도 있으니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츠는 영원하며 위대하다. 여러분은 평생에 한 번쯤은 중고차라도 좋으니 벤츠를 소유해 그 진가를 직접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 1999-12-30
`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 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 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 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 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 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로스오버카 1999-12-30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로스오버카​​​ 국내 소형차시장은 지금까지 비슷한 시기에 경쟁차가 등장해 메이커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인 `전쟁터`였다. 12년 전인 87년 기아 프라이드가 등장하면서 현대 엑셀, 대우 르망과 함께 3파전이 벌어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94년에는 현대 엑센트, 기아 아벨라, 대우 씨에로가 나와 `2차대전`을 벌였다. 1차대전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었지만 2차대전은 현대 엑센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버렸다. 96년 라노스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기는가 싶더니 뉴 엑센트의 인기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기아가 현대와 한 식구가 된 지금은 이전의 양상과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일단 현대 베르나와 차별화를 통해 라노스를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 리오의 등장은 국내 소형차시장의 `3차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 다목적 기능을 갖춘 크로스오버카 리오를 보며 기아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산차치고는 튀는 디자인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포드 카나 포커스와 닮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리오가 해외에서는 어떤 평을 얻을 지 궁금해진다. 리오는 포드 브랜드를 단 OEM방식으로 수출되면서 기아 독자 브랜드로도 수출된다고 한다. ​리오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선과 선이 교차하지 않는 무교점의 라운드 디자인은 카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 스타일을 과감히 적용한 것 같다. 차가 개발될 때 디자이너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지만, 막상 양산을 고려할 때는 그런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리오의 디자인은 과감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5도어 해치백이면서 왜건 같은 스타일을 지닌 RX-V를 기아는 `크로스오버카`라고 자랑했다. 크로스오버는 자동차뿐 아니라 문학이나 영상, 음악 등 문화적 현상에 두루 쓰이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분야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자동차에서는 스포츠카 같은 왜건, 왜건 분위기의 승용차 등이 크로스오버차다. ​RX-V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짐차` 분위기의 왜건이 아니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뒷유리 때문에 일반적인 해치백처럼 보이지만 트렁크를 열어보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시트를 접으면 화물공간을 아주 크게 만들 수가 있다. 편의성을 높이려면 뒷범퍼 위에 발판을 마련해 짐을 깊숙이 실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에 비해 실내에 들어서면 감동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급스러운 베르나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인지 평범한 느낌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포드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머큐리 쿠거, 포드 카, 포커스 등 디자인팀의 일관성 있는 포드 이미지와 혁신적인 디자인은 포드가 GM을 추격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아쉽게도 포드 스타일의 리오는 외관의 좋은 이미지를 실내 디자인에 연결시키지 못했다. ​​​​​프라이드, 아벨라에 비해서는 분명 좋아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컵홀더는 엑센트나 아벨라의 것과 너무 비슷하다. 크기 조절도 안되고 손으로 잡아 빼는 것도 그렇다. 단지 위로가 된다면 센터 콘솔에 두 개의 컵을 놓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베르나는 여기에 컵 하나를 놓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선바이저의 질감은 천장 마감재와 같은 부드러운 천을 써 아주 고급스럽다.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 화장거울 덮개까지 달려 있다. 실내를 꾸미는 투자의 우선 순위가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아벨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조수석 레그룸이 좁다는 것인데, 리오에서도 이 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불룩 튀어나온 대시보드 안의 콘솔박스가 넓은 것도 아니다. 베르나 것은 훨씬 넓은데도 안쪽으로 곡선을 이루어 레그룸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되어 있다. ​한층 좋아진 시트질감과 시트 오른쪽에 달린 암레스트는 베르나의 것과 비슷하다. 분명 이전의 기아차 시트와는 다르다. 그동안 기아차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리오의 시트를 보고 좋아진 품질을 느꼈다. ​연비는 좋지만 소음이 거슬려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큰 장점 리오는 린번 엔진이 없지만 공인연비 1등급을 받았다(1.5 DOHC는 2등급). 나날이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좋은 연비는 분명 메리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능도 1등급일까? 이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분명 수치상으로 비교해보면 경쟁차보다 앞서지만 달려보면 느낌이 다르다. ​시승차는 1.5 SOHC다. 5천500rpm에서 95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3천rpm에서 13.8kg·m가 나온다. 시동을 건 후 아이들링 상태의 소음은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3천rpm 부근으로 올라가면 소음이 귀청을 때린다. 특히 수동변속기는 변속할 때의 진동이 너무 심해 불쾌할 정도다. 엔진룸 안쪽에 흡음재를 단 리오가 흡음재를 달지 않은 베르나보다 시끄럽다. 기어의 연결감은 예전 기아차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1, 2단에서의 기어비가 낮은 편이어서 출발과 함께 바쁘게 변속을 해야 한다. 가속성능은 좋은 편이다. 원하는 시점에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베르나의 부드러운 가속보다 리오의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리오를 타본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서스펜션이다. 급격한 코너링을 할 때 차체 뒤쪽이 많이 흔들리는데, 이것은 뒤 서스펜션의 세팅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아측은 아직 완성이 덜 되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새차발표회를 하고 계약을 받는 단계에서 완성이 덜 되었다는 말은 이해가 안된다. 세계시장에 나갈 `새 천년 새 강차`라는 이름에 걸맞는 품질을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 ​디자인을 잠시 공부한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리오의 스타일은 A학점이다. 구석구석을 보아도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허전한 것을 빼고는 말이다. 외모가 출중하면 일단 절반의 점수는 따고 시작하는 셈이다. ​성능은 개선할 부분을 많이 남겨 두고 있다. 이제는 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아직 완성이 덜 되어서…` 또는 `이 차는 시승차이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차가 개방되어도 소형차시장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 소형차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리오는 컨버터블이나 쿠페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좁은 국내시장에 컨버터블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3도어 쿠페를 만들면 베르나보다 더 예쁠 것 같다. 완성도를 조금만 더 높인다면 새차를 사려는 젊은 직장인, 대학생,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이다. 4도어와 5도어 두 모델 중에는 5도어가 더 매력적이다.​​​ 
2000년형 시보레 임팔라 루미나의 뒤를 이어 다시 부.. 1999-10-25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새 모습으로 등장한 시보레 임팔라(Impala)가 `2000년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드디어 미국시장에 나왔다. 중형세단 루미나를 대체하며 새롭게 부활한 임팔라는 일찍이 1958년에 데뷔해 40년간 1천300만 대가 팔린 장수모델이다. 58년에 나온 1세대 임팔라는 뒷모습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날렵하고 긴 풀사이즈 세단으로, 데뷔 첫 해에 8가지 모델을 40만7천200대나 생산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후 65년에 발표된 2세대 모델은 보디의 돌출부분을 없애 미끈하게 다듬은 모습으로 10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72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은 앞이 넓고 뒤가 좁은 형태의 직선 디자인으로 시리즈 판매량 1천만 대를 돌파하면서 포드의 갤럭시를 제압하는 `미국 최대판매 풀사이즈 세단`으로 명성을 더했다. 80년대 이후 임팔라는 몇 번의 디자인 변화를 더 거쳤지만 인기가 점점 시들해졌다. 94년에 유선형 모델이 나와 새롭게 부활하는 듯했지만 모델 수집가들이 관심을 갖는 외에는 별다른 판매실적 없이 96년에 슬그머니 단종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이번에 2000년형 모델로 다시 컴백한 것이다. 미드 사이즈로 분류되었던 루미나와 달리 풀 사이즈 세단인 신형 임팔라는 원형 테일램프와 그릴 중앙을 가르는 크롬바, 예리한 보디 라인 등이 65년형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스포티함과 중후함을 겸비한 유선형 차체 넓은 6인승 실내에 칼럼식 자동기어 달아 새 임팔라는 97년 신형 코베트를 디자인했던 잔 카펠로의 작품이다. 스포츠카를 다듬었던 손길이 닿아서인지 2000년형 임팔라를 얼핏 보면 스포츠카의 박진감이 느껴진다. 앞 뒤 보디의 굴곡이 인상적이고, 특히 4개의 원형 램프를 박아넣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그 위에 긴 브레이크등을 달아 스포츠 세단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디자인은 60년대의 첨단차들이 즐겨 쓰면서 한때 유행했던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차가 양쪽 코너에 컴비네이션 램프를 분리해 달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임팔라의 대형 테일램프는 오히려 `역유행`을 이끌어내는 개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임팔라는 날렵하고 기민한 스포츠카의 이미지 외에 세단의 중후함과 어느 모델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개성 강한 유선형 보디를 지닌 것도 특징이다. 경쟁모델로는 포드 토러스와 다지 인트레피드, 도요다 캠리 XLE 등과 한 급 위의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머큐리 마키스 등이 꼽힌다. 시승은 LA에 있는 대형 딜러 `버만트 시보레`의 김용승 부사장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버만트 시보레는 현대자동차의 독점딜러인 `LA시티 현대`와 기아자동차 독점딜러인 `기아 하우스`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한인 자동차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곳이다. 시승차는 자주색 일반형으로, 고급형인 LS 모델도 있지만 은회색 보디라 사진이 잘 안 나올까봐 일반형을 택했다. 임팔라 일반형은 V6 3.4ℓ 180마력, LS는 V6 3.8ℓ 200마력 엔진을 얹어 동력성능이 다르고 외관상으로는 LS모델이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더 스포티하게 치장했다. 요즘 미국의 여러 주에서 경찰순찰차로 쓰는 2000년형 임팔라는 모두 3천800cc 엔진을 얹은 LS 모델로 0→시속 60마일(약 96km)을 8.5초에 끊고 최고시속 200km를 낸다. 운전석 도어를 열었다. 실내가 무척 넓고 시원스런 인상을 준다. 제원을 살펴보니 차체크기가 길이×너비×높이 5천80×1천854×1천461mm로 토러스, 인트레피드, 캠리 등의 경쟁차보다 크고 실내도 헤드룸과 레그룸, 숄더룸 등이 훨씬 여유있다. 트렁크도 동급차 가운데 가장 넓어 골프채 5세트를 넣고도 공간이 남아돌 정도다. 임팔라는 앞에 60:40 분리형의 3인승 벤치타입 시트를 얹은 6인승과 독립식 좌석을 단 5인승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시승모델은 6인승 시트를 얹은 것이었다. 6인승은 스티어링 휠에 칼럼식 시프트 레버를 달아 가운데 앉는 승객의 레그룸을 확보했고, FF방식의 구동계를 써 플로어 중앙 공간이 더욱 유용하다. 한편 앞좌석 중앙시트는 둘이 탈 경우 암레스트 겸 콘솔박스―컵홀더가 2개 달림―로 활용할 수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 커다란 원형 속도계를 배치하고 그 아래 시프트 레버의 위치를 알려주는 디지털식 오도미터를 달았으며 왼쪽에 연료 게이지, 오른쪽에 엔진 온도계를 둔 모양새다. 계기를 모두 커다란 원형으로 만들어 운전할 때 눈에 잘 들어오고, 오른쪽 온도계 밑의 디지털 계기에서는 그때 그때 운전에 필요한 정보들이 뜬다. 편의장비로는 on/off가 간편해진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10만 마일 무보수 냉매를 넣은 에어컨, 실내 곳곳에서 전원을 유용하게 끌어 쓸 수 있는 파워 아울렛, 틸트 기능이 있는 스티어링 칼럼, 듀얼 에어백 등이 있다. 기본형인 V6 3.4ℓ 엔진으로 180마력 내 부드럽게 달리지만 거친 매력도 엿보여 시승코스는 딜러가 있는 버만트 애버뉴에서 동쪽의 윌셔 블러바드 방향으로 달려 다운타운 쪽에 있는 유서깊은 매카더 공원에서 촬영까지 마치는 것으로 잡았다. 한여름이 지나서인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매카더 공원의 수중분수는 멈춰 있었지만, 백조들이 두둥실 노닐고 있는 호수 위로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까이 뻗어 있는 101번 프리웨이와 굴곡진 도로 등에서 다양한 주행 테스트를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다. V6 3.4ℓ 180마력 엔진을 얹은 시승차는 시동을 건 순간부터 무척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출발할 때의 느낌도 아주 부드럽고 시속 40마일(약 64km) 안팎으로 달리는 동안에는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프리웨이에 올라타 급가속을 해보니, 처음에는 약간 거친 반응을 보이다가 시속 60마일(약 96km)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쾌적한 주행상태를 유지했다. 급가속할 때의 약간 터프한 맛이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젊은층한테는 오히려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네 바퀴 모두에 독립식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적용한 임팔라는 승차감이 매우 안락했다. 또한 앞 뒤 모두 디스크 타입으로 네 바퀴 ABS를 단 브레이크는 급제동 때 우수한 제동력을 보이지만 중속에서의 감속효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가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불안하기도 했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순간 가감속을 할 때 갑자기 무뎌지는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2000년형 임팔라의 특성을 요약하면 순한 양이나 사슴 같은 느낌보다는 역시 야성적인 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충만해 있는 독특한 유선형의 차체도 그렇지만, 부드럽고 조용한 달리기 속에 순간순간 터프함을 내비치는 운동성능이 그런 느낌을 준다. 현재 GM에서는 시보레 임팔라의 주요 타깃을 연간 5만∼5만5천 달러를 버는 소득층으로 보고 판매전술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 수입될 경우에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장년층에게 인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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