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벤츠 뉴 E240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 1999-11-28
​벤츠 뉴 E240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벤츠의 명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자동차 생산업자로서의 기술축척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라는 것을 발명한 주인공이란 뜻에서 이 회사의 존재가치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특히 벤츠의 마크(Emblem)를 좋아한다. 이 마크가 붙으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딴 물건일지라도 초일류 같이 보이고 권위가 있는 느낌을 준다. 19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독특한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에 나는 그 얼마나 매료당했는지 모른다. 자동차의 페인트 도색도 일곱 번이나 한, 고장이 안 나고 엄청나게 부품값이 비싼 이 차의 뒤꽁무니를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 다녔다. 새차는 돈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중고차 1972년형, 1979년형, 그리고 1985년형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자 모양이 이상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나는 벤츠로부터 떠났다. ​​​​지난 10년간 평론가로부터 비난받아 90년대 후반부터 획기적으로 탈바꿈 지난 10년간의 벤츠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에다 마치 시멘트를 싣고 나르는 화물열차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평론가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자 99년의 새 모델은 이러한 비평을 밀어내기 위해 디자인 면에서 크게 탈바꿈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몇 달 전에 벤츠 S클래스를 시승했는데 이 차는 안팎으로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서 보면 그 램프가 뒷바퀴 펜더 쪽으로 `푹` 하니 보기 싫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90년대 후반기에 내놓은 E클래스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전조등이 크고 작은 4개의 원형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21세기의 벤츠의 주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벤츠의 새로운 감각은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일부에서는 대형차일 경우 박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99년의 S클래스에는 4개의 전조등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E클래스에는, 다시 말해 자신이 손수 운전하는 클래스에 속하는 뉴 E240에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99년형 뉴 E클래스는 이 4개의 원형 헤드램프를 가진 차가 또 새로운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앞에서 이 차를 보면 마치 기생서방의 차같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 ​  뉴 E클래스는 이전의 모델과 비교해 보면 차체의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앞 그릴의 모양이다. 이전의 것은 밑부분이 약간 짧은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새 모델은 밑부분이 더 좁아져 전체적인 인상이 아주 예리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릴 아래 달린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다. 차 앞면의 그릴과 4개의 전조등을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좀더 경사각을 늘렸다. 차의 내부도 큰 차이가 없으나 컨트롤 패널에는 뒷좌석의 목받침을 자동으로 눕게 하는 버튼이 붙어 있고 온냉방장치 배열이 달라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는 예전에 없던 여러 가지 편의장치가 새롭게 마련되어 있다. 이 차는 BMW의 주요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데, 뉴 E클래스와 맞대결할 수 있는 것이 BMW 5시리즈다. ​​​​​라이벌 BMW 523i와 비슷한 성능 겉모습에서 품격과 세련미 돋보여 벤츠는 BMW의 5시리즈를 뿌리치기 위해 우선 가격을 낮추었다. 예를 들어 오늘 시승해본 E240은 BMW 523i(최고출력이 모두 170마력)과 똑같은 7천260만 원이다. 이렇게 되면 두 차는 성능과 안전도, 승차감으로 맞대결을 해야만 한다. 제원과 성능을 비교해 보면 배기량은 뉴 E240과 BMW 523i는 큰 차이가 없는 2천400cc와 2천500cc다. 하지만 토크면에서는 23.0kg·m과 24.5kg·m 이어서 BMW 쪽이 조금 앞선다. 차체길이는 벤츠가 4.3cm 더 길고, 연료탱크 용량은 BMW가 70ℓ로 5ℓ를 더 넣을 수 있다. 0→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뉴 E240이 9.6초, BMW 523i가 8.5초이고, 최고시속은 각각 223km와 228km이다. 연비는 각각 8.7km/ℓ와 9.4km/ℓ로 되어 있다. 성능면에서 BMW 523i가 벤츠 뉴 E240를 조금 앞서는 대신 뉴 E240는 실내공간이 다소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는 차이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무엇으로 대결해야 할까? 그것은 순전히 고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BMW 523i, 벤츠라는 이름을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뉴 E240을 선호할 것이다. ​​​오늘 나에게는 벤츠의 뉴 E240이 주어졌다. 이상의 사전지식을 갖고 나는 이 차를 맞이했다. 불행히도 신형 BMW 523i를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시승기는 쓸 수 없지만 현재 비록 낡은 모델이긴 하나 BMW 740iL과 벤츠 500SL을 갖고 있는 탓으로 편견 없는 시승기를 엮어 보련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뿌리는 아침에 은색 뉴E240이 나를 찾아왔다. 4개의 원형 전조등이 달린 모델로써는 내가 보기에는 은색이 가장 걸맞다. 한두 번 차를 끼고 돌면서 스타일을 감상했다. `역시 벤츠구만…!` 하는 찬사가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끔 뉴 E240은 멋있었다. 특히 짜임새 있게 새로워진 그릴과 전조등의 조합이 차의 품격을 높여준다. 범퍼 디자인도 크롬선이 얇게 박혀 이전의 모델보다 세련미가 돋보인다. 좌우 사이드 미러에 새로 달린 방향지시등은 벤츠가 최초로 단 것으로 아는데 안전운전에 상당한 방어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다. ​​​차문을 열었다. 벤츠는 필요 이상의 편의장치를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차 같이 쓸데없는 것까지 그럴싸하게 여기저기에 달면 고급감을 더해 줄지는 모르나 잔고장이 나고 정이 떨어지는 수가 더러 있는데 벤츠는 그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키의 디자인도 이색적이다. 키 구멍에 꽂을 쇠꽂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키 전체를 하나의 나뭇잎같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키 같이 생기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이그니션 키홀더에 가져다 대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이 키의 기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리모컨 조정으로 차의 문뿐 아니라 선루프까지도 열고 닫을 수 있다. ​V6 엔진으로 경쾌하고 안정된 달리기 진동과 소음 거의 없고 손수운전에 어울려 `자, 출발이다.` 스티어링 휠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왼쪽 문짝에 붙어 있어 편리했고, 벤츠 고유의 변속레버 이동장치가 `두다닥` 하니 구불거리는 홈구멍을 통해 D자로 이동했을 때 차는 소리 없이 구르기 시작했다. S클래스의 무겁고도 틀림없는 출발기분과 어쩌면 그리 다를까? D위치에 있는 변속레버를 좌우로 `탁탁` 치면 D1, D2, D3식으로 매끄럽게 변속하는 것 또한 재미가 있고 가속이 너무나도 경쾌하고 빠르다. 나는 옛 BMW 523i를 미국에서 몇 년 전에 타 보았는데,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벤츠의 E클래스보다 약간 웃도는 성능이 거짓말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이 뉴 E240은 치고 나간다. 이것은 아마도 여기에 얹은 새로운 V6 엔진 덕이 아닌가 싶다. 이 엔진은 이전의 6기통 엔진보다 50kg 정도 가벼워졌고 한 개 실린더에 3개의 밸브와 2개의 스파크 플러그가 달려있다. 지금까지의 4개 밸브에 비해 배기밸브 한 개가 줄어 배기열의 손실이 적다. 그리고 2개의 스파크 플러그는 교대로 작동하면서 연료소비와 유해 배기개스를 줄인다. 유럽의 유해 배기개스 배출 기준량의 50%밖에 되지 않고 이전의 엔진에 비해 연료소비율도 13%나 줄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 이 엔진은 효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진동과 소음도 거의 없다. 이 기분은 뒷좌석에 앉는 것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봐야만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뉴 E240은 사장족이 타는 차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무용차로 더욱 적합하리라 본다. 길에 나서서 달릴 때의 경쾌함과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똑바로 길을 유지하고 틀림없는 접지감각을 느끼게 하는 특징은 다른 차와 비교가 안된다. 그 이유는 이 차에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이라는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엔진의 출력까지 조정한다. 그리고 건조한 노면, 빗길, 자갈길 등에서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내 자신이 땅에 `찰싹` 붙어 다니는 기분이다. 이 차를 끌고 나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뉴 E클래스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레인센서` 다. 이것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차가 스스로 비의 양을 감지해 적절하게 와이퍼의 속도를 자동 조절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시속 180km로 달려 완벽에 가까운 안전 보호장치 갖추고 자유로에 들어섰다. 오늘은 다행히도 차가 많지 않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날이다. 가속기분도 BMW 523i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는 그대로 그야말로 나르는 것 같이 반응한다. 벤츠 S클래스보다 경쾌감에서 앞선다는 인상이다. 150, 160, 170, 그리고 시속 180km까지 `아차`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엔진소리도 잠잠했고 시속 200km에 이르러도 요동 없이 더욱 안정감 있게 달린다. 이 차에 달린 개스식 쇼크 업소버는 앞바퀴의 신형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어울려 작은 노면의 요철과 장애물 정도는 느낄 수 없이 지나간다. `안락성과 안전성은 과연 벤츠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끔 해준다. ​​​또 하나의 특색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는 안전장치다. 벤츠의 충격흡수장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앞뒤로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이 밑으로 떨어져 바퀴를 돌리는 회전축이 운전자의 가슴에 충격을 가하지 않게 설계되었다. 뉴 E클래스 역시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에어백은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옆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드 에어백이 문짝 옆에 달려 있고, 문짝 위의 유리창문에까지 별도로 윈도 백이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으로 차가 옆으로 충돌할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으니 거의 완벽한 보호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안전벨트에 프리텐셔너를 달아 아주 심한 충돌사고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더욱 팽팽하게 당겨주도록 했다. 여기에 ESP와 ABS를 더한 벤츠의 독특한 시스템이 노면 미끄럼방지를 도와준다. 이렇게 잘 달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승객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차기 때문에 벤츠는 높은 평가를 받고 차값도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이 정도의 차라면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여러 가지 있을 만도 한데 음료수 컵 두 개를 세우는 정도의 장치밖에 없어 아쉬웠다. ​​​​또 단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옥의 티`가 있다. 차의 문짝 밑 모퉁이를 보니 문짝을 찍어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자칫 이 차에 타고내리는 사람의 다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 너무나도 예리한 채로 방치되어 있어 `천하의 벤츠`의 위상을 해칠 수도 있으니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츠는 영원하며 위대하다. 여러분은 평생에 한 번쯤은 중고차라도 좋으니 벤츠를 소유해 그 진가를 직접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 1999-12-30
`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 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 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 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 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 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로스오버카 1999-12-30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로스오버카​​​ 국내 소형차시장은 지금까지 비슷한 시기에 경쟁차가 등장해 메이커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인 `전쟁터`였다. 12년 전인 87년 기아 프라이드가 등장하면서 현대 엑셀, 대우 르망과 함께 3파전이 벌어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94년에는 현대 엑센트, 기아 아벨라, 대우 씨에로가 나와 `2차대전`을 벌였다. 1차대전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었지만 2차대전은 현대 엑센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버렸다. 96년 라노스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기는가 싶더니 뉴 엑센트의 인기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기아가 현대와 한 식구가 된 지금은 이전의 양상과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일단 현대 베르나와 차별화를 통해 라노스를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 리오의 등장은 국내 소형차시장의 `3차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 다목적 기능을 갖춘 크로스오버카 리오를 보며 기아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산차치고는 튀는 디자인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포드 카나 포커스와 닮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리오가 해외에서는 어떤 평을 얻을 지 궁금해진다. 리오는 포드 브랜드를 단 OEM방식으로 수출되면서 기아 독자 브랜드로도 수출된다고 한다. ​리오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선과 선이 교차하지 않는 무교점의 라운드 디자인은 카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 스타일을 과감히 적용한 것 같다. 차가 개발될 때 디자이너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지만, 막상 양산을 고려할 때는 그런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리오의 디자인은 과감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5도어 해치백이면서 왜건 같은 스타일을 지닌 RX-V를 기아는 `크로스오버카`라고 자랑했다. 크로스오버는 자동차뿐 아니라 문학이나 영상, 음악 등 문화적 현상에 두루 쓰이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분야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자동차에서는 스포츠카 같은 왜건, 왜건 분위기의 승용차 등이 크로스오버차다. ​RX-V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짐차` 분위기의 왜건이 아니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뒷유리 때문에 일반적인 해치백처럼 보이지만 트렁크를 열어보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시트를 접으면 화물공간을 아주 크게 만들 수가 있다. 편의성을 높이려면 뒷범퍼 위에 발판을 마련해 짐을 깊숙이 실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에 비해 실내에 들어서면 감동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급스러운 베르나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인지 평범한 느낌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포드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머큐리 쿠거, 포드 카, 포커스 등 디자인팀의 일관성 있는 포드 이미지와 혁신적인 디자인은 포드가 GM을 추격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아쉽게도 포드 스타일의 리오는 외관의 좋은 이미지를 실내 디자인에 연결시키지 못했다. ​​​​​프라이드, 아벨라에 비해서는 분명 좋아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컵홀더는 엑센트나 아벨라의 것과 너무 비슷하다. 크기 조절도 안되고 손으로 잡아 빼는 것도 그렇다. 단지 위로가 된다면 센터 콘솔에 두 개의 컵을 놓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베르나는 여기에 컵 하나를 놓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선바이저의 질감은 천장 마감재와 같은 부드러운 천을 써 아주 고급스럽다.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 화장거울 덮개까지 달려 있다. 실내를 꾸미는 투자의 우선 순위가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아벨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조수석 레그룸이 좁다는 것인데, 리오에서도 이 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불룩 튀어나온 대시보드 안의 콘솔박스가 넓은 것도 아니다. 베르나 것은 훨씬 넓은데도 안쪽으로 곡선을 이루어 레그룸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되어 있다. ​한층 좋아진 시트질감과 시트 오른쪽에 달린 암레스트는 베르나의 것과 비슷하다. 분명 이전의 기아차 시트와는 다르다. 그동안 기아차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리오의 시트를 보고 좋아진 품질을 느꼈다. ​연비는 좋지만 소음이 거슬려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큰 장점 리오는 린번 엔진이 없지만 공인연비 1등급을 받았다(1.5 DOHC는 2등급). 나날이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좋은 연비는 분명 메리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능도 1등급일까? 이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분명 수치상으로 비교해보면 경쟁차보다 앞서지만 달려보면 느낌이 다르다. ​시승차는 1.5 SOHC다. 5천500rpm에서 95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3천rpm에서 13.8kg·m가 나온다. 시동을 건 후 아이들링 상태의 소음은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3천rpm 부근으로 올라가면 소음이 귀청을 때린다. 특히 수동변속기는 변속할 때의 진동이 너무 심해 불쾌할 정도다. 엔진룸 안쪽에 흡음재를 단 리오가 흡음재를 달지 않은 베르나보다 시끄럽다. 기어의 연결감은 예전 기아차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1, 2단에서의 기어비가 낮은 편이어서 출발과 함께 바쁘게 변속을 해야 한다. 가속성능은 좋은 편이다. 원하는 시점에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베르나의 부드러운 가속보다 리오의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리오를 타본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서스펜션이다. 급격한 코너링을 할 때 차체 뒤쪽이 많이 흔들리는데, 이것은 뒤 서스펜션의 세팅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아측은 아직 완성이 덜 되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새차발표회를 하고 계약을 받는 단계에서 완성이 덜 되었다는 말은 이해가 안된다. 세계시장에 나갈 `새 천년 새 강차`라는 이름에 걸맞는 품질을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 ​디자인을 잠시 공부한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리오의 스타일은 A학점이다. 구석구석을 보아도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허전한 것을 빼고는 말이다. 외모가 출중하면 일단 절반의 점수는 따고 시작하는 셈이다. ​성능은 개선할 부분을 많이 남겨 두고 있다. 이제는 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아직 완성이 덜 되어서…` 또는 `이 차는 시승차이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차가 개방되어도 소형차시장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 소형차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리오는 컨버터블이나 쿠페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좁은 국내시장에 컨버터블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3도어 쿠페를 만들면 베르나보다 더 예쁠 것 같다. 완성도를 조금만 더 높인다면 새차를 사려는 젊은 직장인, 대학생,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이다. 4도어와 5도어 두 모델 중에는 5도어가 더 매력적이다.​​​ 
2000년형 시보레 임팔라 루미나의 뒤를 이어 다시 부.. 1999-10-25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새 모습으로 등장한 시보레 임팔라(Impala)가 `2000년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드디어 미국시장에 나왔다. 중형세단 루미나를 대체하며 새롭게 부활한 임팔라는 일찍이 1958년에 데뷔해 40년간 1천300만 대가 팔린 장수모델이다. 58년에 나온 1세대 임팔라는 뒷모습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날렵하고 긴 풀사이즈 세단으로, 데뷔 첫 해에 8가지 모델을 40만7천200대나 생산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후 65년에 발표된 2세대 모델은 보디의 돌출부분을 없애 미끈하게 다듬은 모습으로 10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72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은 앞이 넓고 뒤가 좁은 형태의 직선 디자인으로 시리즈 판매량 1천만 대를 돌파하면서 포드의 갤럭시를 제압하는 `미국 최대판매 풀사이즈 세단`으로 명성을 더했다. 80년대 이후 임팔라는 몇 번의 디자인 변화를 더 거쳤지만 인기가 점점 시들해졌다. 94년에 유선형 모델이 나와 새롭게 부활하는 듯했지만 모델 수집가들이 관심을 갖는 외에는 별다른 판매실적 없이 96년에 슬그머니 단종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이번에 2000년형 모델로 다시 컴백한 것이다. 미드 사이즈로 분류되었던 루미나와 달리 풀 사이즈 세단인 신형 임팔라는 원형 테일램프와 그릴 중앙을 가르는 크롬바, 예리한 보디 라인 등이 65년형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스포티함과 중후함을 겸비한 유선형 차체 넓은 6인승 실내에 칼럼식 자동기어 달아 새 임팔라는 97년 신형 코베트를 디자인했던 잔 카펠로의 작품이다. 스포츠카를 다듬었던 손길이 닿아서인지 2000년형 임팔라를 얼핏 보면 스포츠카의 박진감이 느껴진다. 앞 뒤 보디의 굴곡이 인상적이고, 특히 4개의 원형 램프를 박아넣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그 위에 긴 브레이크등을 달아 스포츠 세단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디자인은 60년대의 첨단차들이 즐겨 쓰면서 한때 유행했던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차가 양쪽 코너에 컴비네이션 램프를 분리해 달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임팔라의 대형 테일램프는 오히려 `역유행`을 이끌어내는 개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임팔라는 날렵하고 기민한 스포츠카의 이미지 외에 세단의 중후함과 어느 모델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개성 강한 유선형 보디를 지닌 것도 특징이다. 경쟁모델로는 포드 토러스와 다지 인트레피드, 도요다 캠리 XLE 등과 한 급 위의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머큐리 마키스 등이 꼽힌다. 시승은 LA에 있는 대형 딜러 `버만트 시보레`의 김용승 부사장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버만트 시보레는 현대자동차의 독점딜러인 `LA시티 현대`와 기아자동차 독점딜러인 `기아 하우스`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한인 자동차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곳이다. 시승차는 자주색 일반형으로, 고급형인 LS 모델도 있지만 은회색 보디라 사진이 잘 안 나올까봐 일반형을 택했다. 임팔라 일반형은 V6 3.4ℓ 180마력, LS는 V6 3.8ℓ 200마력 엔진을 얹어 동력성능이 다르고 외관상으로는 LS모델이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더 스포티하게 치장했다. 요즘 미국의 여러 주에서 경찰순찰차로 쓰는 2000년형 임팔라는 모두 3천800cc 엔진을 얹은 LS 모델로 0→시속 60마일(약 96km)을 8.5초에 끊고 최고시속 200km를 낸다. 운전석 도어를 열었다. 실내가 무척 넓고 시원스런 인상을 준다. 제원을 살펴보니 차체크기가 길이×너비×높이 5천80×1천854×1천461mm로 토러스, 인트레피드, 캠리 등의 경쟁차보다 크고 실내도 헤드룸과 레그룸, 숄더룸 등이 훨씬 여유있다. 트렁크도 동급차 가운데 가장 넓어 골프채 5세트를 넣고도 공간이 남아돌 정도다. 임팔라는 앞에 60:40 분리형의 3인승 벤치타입 시트를 얹은 6인승과 독립식 좌석을 단 5인승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시승모델은 6인승 시트를 얹은 것이었다. 6인승은 스티어링 휠에 칼럼식 시프트 레버를 달아 가운데 앉는 승객의 레그룸을 확보했고, FF방식의 구동계를 써 플로어 중앙 공간이 더욱 유용하다. 한편 앞좌석 중앙시트는 둘이 탈 경우 암레스트 겸 콘솔박스―컵홀더가 2개 달림―로 활용할 수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 커다란 원형 속도계를 배치하고 그 아래 시프트 레버의 위치를 알려주는 디지털식 오도미터를 달았으며 왼쪽에 연료 게이지, 오른쪽에 엔진 온도계를 둔 모양새다. 계기를 모두 커다란 원형으로 만들어 운전할 때 눈에 잘 들어오고, 오른쪽 온도계 밑의 디지털 계기에서는 그때 그때 운전에 필요한 정보들이 뜬다. 편의장비로는 on/off가 간편해진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10만 마일 무보수 냉매를 넣은 에어컨, 실내 곳곳에서 전원을 유용하게 끌어 쓸 수 있는 파워 아울렛, 틸트 기능이 있는 스티어링 칼럼, 듀얼 에어백 등이 있다. 기본형인 V6 3.4ℓ 엔진으로 180마력 내 부드럽게 달리지만 거친 매력도 엿보여 시승코스는 딜러가 있는 버만트 애버뉴에서 동쪽의 윌셔 블러바드 방향으로 달려 다운타운 쪽에 있는 유서깊은 매카더 공원에서 촬영까지 마치는 것으로 잡았다. 한여름이 지나서인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매카더 공원의 수중분수는 멈춰 있었지만, 백조들이 두둥실 노닐고 있는 호수 위로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까이 뻗어 있는 101번 프리웨이와 굴곡진 도로 등에서 다양한 주행 테스트를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다. V6 3.4ℓ 180마력 엔진을 얹은 시승차는 시동을 건 순간부터 무척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출발할 때의 느낌도 아주 부드럽고 시속 40마일(약 64km) 안팎으로 달리는 동안에는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프리웨이에 올라타 급가속을 해보니, 처음에는 약간 거친 반응을 보이다가 시속 60마일(약 96km)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쾌적한 주행상태를 유지했다. 급가속할 때의 약간 터프한 맛이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젊은층한테는 오히려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네 바퀴 모두에 독립식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적용한 임팔라는 승차감이 매우 안락했다. 또한 앞 뒤 모두 디스크 타입으로 네 바퀴 ABS를 단 브레이크는 급제동 때 우수한 제동력을 보이지만 중속에서의 감속효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가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불안하기도 했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순간 가감속을 할 때 갑자기 무뎌지는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2000년형 임팔라의 특성을 요약하면 순한 양이나 사슴 같은 느낌보다는 역시 야성적인 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충만해 있는 독특한 유선형의 차체도 그렇지만, 부드럽고 조용한 달리기 속에 순간순간 터프함을 내비치는 운동성능이 그런 느낌을 준다. 현재 GM에서는 시보레 임팔라의 주요 타깃을 연간 5만∼5만5천 달러를 버는 소득층으로 보고 판매전술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 수입될 경우에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장년층에게 인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
랜드로버 카멜트로피 디스커버리 험로 주파력 뛰어난 .. 1999-10-25
랜드로버 카멜트로피 디스커버리   험로 주파력 뛰어난 오프로드의 명장​​​​`랜드로버`를 캐주얼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랜드로버라는 이름은 오프로드 매니아들 사이에서 거룩함 그 자체로 통한다. 지프가 전쟁터에서 맹위를 떨치고 돌아왔다면 랜드로버는 2차대전 이후 현재까지 오지탐험의 선봉장으로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랜드로버 팬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차가 비싸기 때문이다. 랜드로버는 험로를 달릴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다. 도로를 달릴 때의 안락함이나 쾌적성은 무시하고 오로지 험한 오프로드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기능과 내구성만을 전제로 만든다. 그 결과 랜드로버는 생명이 가장 긴 차가 되었다. 지금도 세계의 오지에는 선교사들이 타고 왔다 남겨 놓은 랜드로버가 굴러다닌다. ​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를 잇는 디스커버리 카멜트로피 공식차로 오프로드서 맹위 떨쳐 랜드로버에 1972년 레인지로버라는 고급스러운 모델이 더해졌다. `오프로드의 롤즈로이스`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은 레인지로버는 부호들의 차로 자리잡았지만 너무 비싼 값 때문에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뀌어 다양한 오프로더들이 등장해 SUV시장이 넓어지면서 현대화된 랜드로버의 후계모델이 등장했다. 바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다. 디스커버리는 높은 차체와 현대적인 스타일링으로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의 간격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다.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지닌 랜드로버는 너무 거칠고, 레인지로버는 반대로 너무 고급스럽고 비쌌다. 이 두 모델의 중간에 서는 디스커버리는 단숨에 주력모델로 떠올랐다. ​ 랜드로버의 험로주파력은 카멜트로피(Camel Trophy)라는 자동차 원정경기의 경주차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1981년에 시작한 카멜트로피는 자동차경주와는 달리 같은 코스를 같은 차로 달리면서 벌이는 독특한 자동차 크로스컨트리 경주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 펼치는 카멜트로피는 가장 험난한 경주로 명성을 높였다. ​참가자들의 단결과 모험심을 중요시하는 이 이벤트 경기는 오프로드 랠리와도 다르다. 2명이 한 팀이 되어 정확하고 안전하게 코스를 달려야 한다. 차로 험로를 헤쳐나가기도 하고 산악자전거나 카약 경주도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메이커들의 경쟁이 아닌 선수간의 경쟁이 카멜트로피의 본질이다. ​ 랜드로버는 처음부터 카멜트로피의 경주차로 제공되었던 모델이다. 10년 동안 카멜트로피의 공식 경주차였던 랜드로버의 뒤를 디스커버리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90년부터 97년까지 세계 도처에서 맹위를 떨치다 지난해부터 프리랜더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 몇 해 전 필자는 영국 솔리헐에 자리한 랜드로버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랜드로버를 타고 공장 안에 만들어진 정글 트랙을 달려보았다. 길이가 3km쯤 되는 짧은 코스였지만 등판로부터 계곡, 개울, 늪지대까지 다양한 오프로드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그때 탔던 차가 바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였다. ​ 9월 초 <자동차생활>로부터 전화가 왔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카멜트로피 버전을 시승하라는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만난 디스커버리는 사진에서 자주 보았던 진흙차가 아니었다. 말쑥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황토색 차체에 검정 무광 보네트, 루프 캐리어와 카멜트로피 로고를 보고나니 새로운 흥분이 생겼다.   온로드에서는 다른 SUV와 차이 없어 험로 돌파력 뛰어나고 승차감 부드러워 디스커버리를 보면 오프로드가 생각난다. 그러나 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 차나 오르는 어설픈 오프로드에서 흙먼지나 날리며 감상에 젖는 일은 카멜트로피에서 뛴 디스커버리에게는 모욕일 것이다. 그래서 바위가 뒤덮인, 길답지 않은 곳을 목적지를 정하고 경기도 가평읍 근처의 용추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시승차는 조수석 사이드 미러가 달아난 상태고 윈드 실드도 금이 가 있었다. 하지만 범퍼와 범퍼가드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윈치와 알루미늄판으로 만든 언더가드를 덧댄 모습에서 터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랜드로버차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단단한 하체 때문이다. 마치 대형트럭의 하체를 보는 것처럼 투박하면서도 단단한 부품과 조립상태가 어떤 길이라도 거뜬히 돌파할 것 같은 듬직한 믿음을 준다. 카멜트로피 버전은 에어필터로 이어지는 스노클이 지붕으로 나와 깊은 개울을 만나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한다. ​ 차에 오르자 터프한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여느 디스커버리와 같다. V8 3.9ℓ 엔진과 수동 5단 트랜스미션이 차이다. 도로상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오프로드에서는 수동기어가 힘과 토크를 이용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 여의도에서 가평군 용추계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달리며 V8 엔진이 뿜어내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온로드 주행성능은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온로드에서는 다른 SUV들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승차는 뒷차축의 휠 얼라인먼트가 틀어져 차체가 한쪽으로 계속 쏠렸고, 클러치 오일이 모자라 기어조작이 아주 거칠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오프로드에서 모두 사라진다. 오프로드에서 디스커버리가 발휘한 성능에 푹 빠져 사소한 문제들은 모두 잊어버렸다.​​​ ​​​용추계곡으로 접어들자 오프로드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이 정도 길이라면 디스커버리가 아니라도 달릴 수 있다. 조금 더 험한 길을 찾아 계곡을 달렸지만 디스커버리만을 위한 험로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먹만한 돌이 깔린 길을 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거친 돌길에서 디스커버리는 제 성능을 보여주었다. 긴 스트로크를 쓰는 서스펜션은 노면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이런 승차감은 다른 SUV에서는 찾기 힘든 부분이다. 험한 산길을 오랫동안 달려도 차체 진동으로 정신이 나간 듯한 멍한 상태가 되지 않는다. 정장 차림을 하고도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든다. ​ 온로드에서 출렁거리던 디스커버리는 험로에서 가치를 발휘했다. 파도를 누르며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처럼 거친 노면을 잊은 듯 평온하게 달려준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기울기에 따라 차체가 같이 기울기 때문에 운전자는 주행감각을 잃지 않고 차체를 추스를 수 있다. ​ 바윗길과 깊은 개울도 거침없이 헤치고 로버 코리아에 전시, 판매되지는 않아 디스커버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어느 SUV 오너가 길 가장자리로 치워 놓은 듯한 커다란 바위에 올라가고 싶어졌다. 큰 주파력이 필요할 때 쓰는 저속 트랜스퍼에 걸고 가볍게 액셀 페달을 밟았다. 마치 경사로를 오르듯 가볍게 바위로 올라선다. 기를 쓰며 올라서는 보통 SUV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대로 바위를 타고 넘으면 사이드 스텝이 부딪칠 것 같아 후진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함께 오프로드를 찾은 일행들은 이런 디스커버리에 놀란 눈치다. ​ 디스커버리 카멜트로피 버전의 진가를 알기 위해 도로를 벗어나 깊은 개울로 방향을 틀었다. 미끄러운 바위와 높낮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를 숨긴 개울을 건너기는 쉽지 않았다. 물길을 거침없이 헤쳐나가지만 하체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에 걱정이 든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하체를 살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싶을 정도로 말짱했다. 알루미늄 합금의 언더 커버가 하체를 단단히 보호했기 때문이다.​ 카멜트로피에 버금가는 코스를 찾지 못한 짧은 시승이었지만 디스커버리의 성능을 충분히 맛본 시간이었다. 바윗길이나 깊은 개울도 거침없이 헤치고 나가는 디스커버리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휠베이스가 긴 왜건형 차체로 이처럼 험로주파력이 뛰어난 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벤츠 G바겐이나 신형 레인지로버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험로주파력만 따지면 AM 허머가 낫다. 그러나 허머도 디스커버리의 승차감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오프로드 돌파력과 승차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오프로드 명장이다. 어떤 이는 디스커버리의 핸들링이나 주행성능이 차값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디스커버리는 승용차가 아니다. 헤비 듀티 오프로더에 가장 가까운 SUV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디스커버리보다 더 편안하고 잘 달리는 SUV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오프로드에서 디스커버리만큼 듬직한 달리기를 보여주는 SUV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가치가 더욱 빛난다. 디스커버리는 거친 길을 달리며 모험과 자유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절친한 벗이 될 것으로 믿는다. 카멜트로피에서 은퇴한 시승차는 로버 코리아 전시장에서 지난날의 영광을 되새길 것이다. 아쉽게도 이 차는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은 일반 디스커버리로 만족해야 한다.    
링컨 LS 젊어지고 싶은 링컨, 스포츠 세단으로 다시 .. 1999-11-28
링컨 LS 젊어지고 싶은 링컨, 스포츠 세단으로 다시 태어나다​​​​지난 9월 22일 일본 하코네 후지산에서 링컨 LS의 아시아지역 런칭이 있었다. 일본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4개국의 자동차 전문지 기자 및 포드 딜러가 참가한 이 행사는 21일부터 23일까지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23일이 추석 연휴의 첫날인 데다가 3개의 태풍이 줄지어 북상하면서 20일 저녁부터 굵은 빗줄기를 쏟아부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21일 아침에 김포공항을 떠나야 했다.제일 먼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한국팀은 두 시간을 기다려 싱가포르, 홍콩팀과 합류한 뒤 버스를 타고 하코네의 숙소로 출발했다. 도쿄의 교통체증은 서울을 능가할 정도로 심해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막혔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태풍이 몰고 온 빗줄기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느리고 답답하게 달리는 동안 시간은 흘러 하코네에 도착했을 때는 짙은 어둠과 안개가 모든 시야를 막고 있었다. 하코네는 작고 조용한, 전형적인 온천 휴양지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묵은 야마 호텔에도 외국인보다는 가족 단위로 쉬러 온 일본인 휴양객이 많았다.​첫 번째 글로벌카에 대한 기대 커 곡선 아껴 탄탄한 이미지 만들고 다음날 아침 시승에 앞서 제품설명회가 열렸다. 링컨의 첫 번째 글로벌카인 만큼 LS에 대한 포드의 기대가 크기도 하겠지만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수출팀의 열의는 대단했다. 제품 소개와 메커니즘 설명회를 나누어 진행하며 `미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스포츠 세단의 국제적인 표준을 제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BMW나 벤츠와 함께 링컨을 선택 대상에 포함시켜 준다면 다양한 옵션과 적절한 값으로 럭셔리카의 진수를 느끼도록 하겠다`며 후발주자가 가진 약점도 스스로 진단했다.주차장으로 나와 보니 밤새 내린 비를 맞고 차체가 흠씬 젖은 LS 10대가 나란히 서 있다. 곡선미를 살려 풍만하며 부드러운 모습, 화려하게 번쩍이는 수직형 프론트 그릴 등이 타운카나 컨티넨탈과 닮아 십자모양의 배지를 보지 않아도 첫눈에 링컨임을 알 수 있다. 범퍼 아래 공기흡입구가 커다란 사각 격자무늬를 이루고 그 안에 안개등이 박혀 있는 모습은 타운카보다 더 화려한 인상이다. 순간 `역시 링컨은 스포츠 세단과는 맞지 않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링컨에 대한 편견이 첫인상을 장악해버린 것이다.링컨은 포드의 최고급차를 생산하는 디비전으로 캐딜락과 함께 미국 고급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미국 대통령이 타는 차를 만드는 브랜드답게 점잖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보수적인 상류층 고객을 파고들어 고급세단 시장을 리드한다. 그런데 링컨의 베이식 모델이 된 LS는 링컨의 80년 역사를 뒤집고 스포츠 세단이라는 별종의 신분으로 전세계의 새로운 젊은층을 끌어안으려 하니 그 변신이 쉽게 와닿지 않는 것이다. 컨셉트부터 디자인, 메커니즘까지 `올 뉴(all new)`라는 관계자의 거듭된 소개가 편견 앞에 무력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LS를 다시 살폈다. 새로운 감각을 접하겠다는 열성으로 디자인 본부를 디트로이트에서 LA로 옮겨 만든 차를 그렇게 단순히 평가할 순 없지 않겠는가 하면서 다시 보니, 그랬더니 이번에는 달랐다. 타운카와 닮긴 했지만 곡선을 아끼고 평면적인 직선을 많이 사용해 훨씬 날렵한 인상인 데다가 전체적으로 볼륨이 줄어 풍만하기보다는 탄탄한 이미지다. 프론트 그릴도 더 가늘고 길다. 몸집 부풀리기가 미덕이던 미국 럭셔리카와 달리 최소한의 품격유지용으로 링컨의 흔적을 남겨둔 것이다.​ ​정면보다는 정측면에서 볼 때 LS의 개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앞뒤 오버행이 짧아 더욱 길게 느껴지는 휠하우스간의 거리가 약간의 음영을 드리우며 매끈하게 뻗어 견고한 C필러와 어울려 있는 폼이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이 깨끗하다. 여기에 A필러에서 C필러에 이르는 길고 굴곡진 아치가 더해져 우아하면서 다이내믹하다. C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며 꺾이는 선의 흐름 등 마무리의 품질감이 라이벌인 BMW에 견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의 위상은 충분히 갖추었다.​ ​ 심플한 실내, 미국 럭셔리카의 흔적 없어 후지산 오르며 2중 온도조절기 필요 실감 이에 비해 뒷모습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커다란 리어램프 위로 가볍게 치켜올라간 트렁크 리드는 에어 스포일러처럼 경쾌하지만 번호판과 범퍼를 두른 크롬은 링컨 마크마저 가려버릴 만큼 지나치게 번쩍거려 눈에 거슬린다. 장식용 크롬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그 차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기자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V6와 V8은 타이어 휠의 디자인만 달랐다.​ 5대의 진행 및 서비스, 카메라차를 대동하고 10대의 LS가 시승에 올랐다. 한 차에 두 사람의 시승자가 타고 중간에 차를 바꾸는(왕복 코스에서 V6와 V8을 타볼 수 있도록) 식으로 진행되었다. V8을 먼저 타게 된 기자는 조수석에 앉아 인테리어를 살폈다. 실내는 놀라울 만큼 심플해 겉모습에서 보았던 미국 럭셔리카의 흔적이 전혀 없다. 수평으로 놓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중앙콘솔로 T자를 이루며 흘러 실내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시작된 수평띠가 네 개의 문을 관통해 간결한 인상을 만든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변속기와 스티어링 휠 등에 사용된, `뉴포트`라는 이름의 색을 가진 우드 그레인은 단조로워 지루해지기 쉬운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준다. 스피도미터와 타코미터를 비롯한 주요 기능 게이지와 운전정보는 한눈에 들어오도록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시스템 컨트롤은 센터 중앙부 온도조절기 위에 있고, 두 시스템 모두 스티어링 휠에서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어두운 밤에도 잘 보이도록 밝게 처리한 도어 손잡이가 기분 좋은 액센트가 되어 준다. ​​​8웨이 파워시트인 운전석(조수석은 6웨이)은 탄탄한 감각이다. 좀 딱딱하다 싶은 가죽 등받이에 몸을 밀착시키고 앉으니 비로소 스포츠 세단을 시승하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일찍부터 발달해온 일본인만큼 일본형 옵션으로 맞추어진 시승차에서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지도가 확대 혹은 축소되면서 꾸준히 보여지고 주요 지점에서는 친절한 음성안내도 나온다.​​​예정되었던 시승코스는 후지산 국립공원의 해발 2천304m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었지만 그칠 줄 모르는 비 때문에 시계가 나빠 산 중턱을 돌아 내려오는 것으로 코스가 바뀌었다. 후지산은 비와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고, 시승길은 노폭이 좁은 데다가 커브와 경사가 심해 달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LS는 흔들림 없이 잘 달렸다.더위를 많이 타는 운전자는 에어컨을 켜고, 추위를 많이 타는 기자는 온도를 올려 각자 조절하면서 2중 온도조절 시스템의 고마움을 실감했다. 또 뒷좌석 승객은 센터콘솔 뒤에 달린 독립식 조절기로 공기의 방향과 양을 조절할 수 있으니, 차갑고 따뜻한 공기가 서로 섞여 중간정도의 온도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일행의 체질이 달라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덥거나 추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접을 수도 있다.​​​​​정교한 핸들링 운전에 자신감 줘 2~3단의 킥다운은 신경에 거슬려 오후에는 차를 V6로 바꿔 기자가 운전했다. 오른쪽에 달린 스티어링 휠은 링컨에게도 낯선 것이지만 일본에서 운전해본 적이 없는 기자에게도 낯설었다. 재규어 S타입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LS는 긴 휠베이스와 넓은 트레드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뽑아냈음에도 왼쪽 스티어링 휠에 익숙한 기자는 센터 페시아에 걸려 왼쪽 다리를 움직일 공간이 적은 점이 불편했고, 조수석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대시보드가 밑으로 많이 내려와 두 다리가 갇힌 듯한 기분도 좋지 않았다.LS는 V6 3.0l 24밸브 DOHC 210마력과 V8 3.9l 32밸브 DOHC 252마력 엔진을 얹은 두 가지 모델이 나온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포드 토러스의 엔진을 베이스로 한 V6 듀라텍 엔진의 최대토크는 28.3kgㆍm/4천750rpm.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고출력을 내는 엔진이지만 비와 커브길과 오른쪽 스티어링 휠에 익숙해질 때까지 중저속으로 가만가만 달려도 차는 생각보다 훨씬 민첩하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적당한 무게가 느껴지는 핸들링은 상당히 정교해 금세 운전에 자신감을 심어준다. 게다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FR)이어서 앞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함께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는 단단하면서 믿음직한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앞뒤 서브 프레임을 통합해 51:49의 무게배분을 이룬 LS는 가볍게 나르는 형태가 아니라 신중하고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ABS도 작지 않은 차체의 제동자세를 잘 잡아낸다. 잠시도 비가 그치지 않아 엔진음이나 정숙성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 정도 차에서 정숙성을 논하는 것은 필요 없는 일일 듯하다.​​​트랜스미션은 자동 5단과 수동 5단을 갖추고 반자동 5단을 추가할 수 있는데 시승차는 오토스틱을 겸한 오토매틱 차였다. 변속은 무리없이 이어지지만 2단과 3단 사이의 기어비가 큰 편이어서 킥다운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 충격이 작지 않아 운전자는 속도나 엔진회전수를 보며 예측할 수 있다 해도 민감한 동승자는 편안하지 못할 것 같다. 조수석에 앉았을 때는 단지 운전자의 운전특성이려니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자동차의 특성이었던 것이다.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진 다음 셀렉트 시프트로 옮겨 보았다. 시프트 레버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치며 변속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운전재미를 추구하면서도 편리함 때문에 평소에는 오토매틱 차를 타는 기자 같은 오너에게는 LS의 오토스틱이 제격일 듯 싶다. 링컨의 전통을 깬 타코미터의 rpm 레드라인은 오토스틱에서 중요하게 느껴졌다. 변속을 하기는 해도 수동기어와는 달리 이미 정해진 한계 내에서 조절되는 힘이기 때문에 운전에만 몰두하지 않으면 자칫 엔진회전수를 높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럴 때 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스틱에서도 2~3단 타임래그는 컸다.​​​​모든 편의장비는 운전자에게 맞추고 운동성능 즐기기에는 V6도 충분해 토메이 고속도로로 들어선 다음부터는 운전이 심심해졌다. 선두차가 절대 추월선으로 들어서지 않은 채 규정속도(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가 달린 일본의 국도와 고속도로는 우리 나라 못지않게 규정속도가 낮았다)를 지키는 바람에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번 대열을 추월해 보니 LS가 쓰지 못한 토크를 분출하듯 힘을 냈지만 시승 진행자의 입장을 생각해 다시 얌전히 내 자리로 돌아왔다.라디오를 켜고 알파인의 12웨이 스피커를 통해 잡음 섞인 일본가요를 듣다가 스티어링 휠 위쪽에 비상등 스위치와 나란히 놓인 스위치를 발견했다.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 이 스위치의 용도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뒷자리의 링컨 직원에게 물었더니 카폰 스위치라고 한다. 시승차에는 없었지만 옵션으로 선택하면 센터콘솔에 전화기를 넣고 이 스위치를 이용해 수화기를 들지 않고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LS의 모든 편의장비는 운전자에게 맞추어져 있었다.참고로 이 차에는 다른 키로는 시동을 걸 수 없는 특수키와 도난방지시스템, 듀얼 및 사이드 에어백, EBD(전자 브레이크 분배시스템), 열선내장 사이드 미러, 빗물감지식 윈드실드 와이퍼 등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들이 달려 있다. 엔진오일 교환주기도 10만 마일로 경제적이다. 다음날 오전, 하코네를 떠나기 전에 프리 드라이브 시간이 있어 전날 운전해보지 못한 V8을 몰고 호텔 근처 아시노코 호수 주변을 잠시 돌아보았다. V8은 V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직접 쏘아보진 않았지만 대포와 권총이 발사될 때의 차이 같은 느낌. 같은 차체 안에 훨씬 커다란 힘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을 즐기기 위한 차라면 굳이 V8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특히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는) V8의 파워를 실감할 도로도 마땅치 않을 것이고, V6 정도면 링컨이 전하고자 하는 스포츠 세단의 컨셉트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컨셉트는 바로 `링컨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는 젊은 링컨`이다. 올 초 샌프란시스코의 놀이동산과 국립공원에서 3주간 1만5천 명 이상이 참가한 성대한 시승식을 치르며 미국시장에 데뷔한 LS는 공식 런칭 2개월만에 99년도 주문이 끝났다. 미국에서 만든 미국차라는 점과 BMW 등 라이벌보다 싼 값(V8은 3만5천225달러, V6은 3만1천450달러로 라이벌 모델보다 몇 천 달러 싸다)이 초기수요를 잡는 데 한 몫 했다.링컨이 표방하는 `미국적 럭셔리와 유럽적 다이내믹`에 대한 검증은 미국에서 유럽을 건너뛰어 이제 아시아지역으로 넘어왔다. 우리 앞에 대중차로 다가오는 링컨이 얼마나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알 일이다. 국내에는 12월쯤 V6 3.0l 자동 5단 모델이 들어올 예정이다.​​​ 
85년형 포르쉐 911 가장 매력적인 포르쉐 1999-10-25
포르쉐 911은 언제나 나의 드림카였다.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 꿈의 자동차였다. 너무 멋지고, 너무 비싸고, 가까이 하기에 너무 완벽했다. 내가 911을 타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드림카는 요즘 911이 아니다. 이제는 구형이 된, 공냉식 엔진의 오리지널 911이다. 97년 발표된 신형 911(코드네임 996)은 안전과 환경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시대변화에 따르기 위해 포르쉐 본래의 매력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살찐 보디는 오리지널의 완벽한 균형에 비할 수 없다. 새로운 수냉식 엔진은 공냉식의 터프한 매력이 사라졌다. 64년 데뷔해 35년 동안 지켜온 모습 역대 최고 포르쉐 911은 84년형 모델 포르쉐는 35년 동안 생산한 911을 대신할 차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78년에 처음 나왔던 928이 911을 대신하는데 실패한 뒤에야 회사 경영진은 포르쉐는 911 모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911을 건드릴 수 없었다. 신형 911은 구형의 모양을 따랐지만 진정한 911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금의 차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구형의 완벽한 모습은 결코 흐트러뜨릴 수 없다. 911의 헤드램프는 신형 같은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구형과 같은 동그란 모양이어야 한다는 골수 911 팬들의 냉혹한 지적이다. 911은 1964년 데뷔했다. F. 포르쉐의 주도 아래 356의 진화 모델로 선보인 911은 F. 피에히가 설계한 수평대향 공냉식 6기통 엔진을 얹었다. 보디 디자인은 부치 포르쉐의 손으로 그려졌다. 911은 포르쉐 가족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처음 2.0ℓ 130마력으로 시작된 차는 매년 배기량을 키우며 개선을 거듭해 84년에 이르러 3.2ℓ 200마력 엔진을 얹는다. 바로 오늘 시승한 차가 이 모델이다. 이때의 포르쉐가 역대 911 가운데 제일 좋았다. 다부진 보디는 마치 한 덩어리 무쇠조각 같고, 경쾌한 동력성능은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911은 아무도 닮지 않고, 아무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겉모습을 보면 2도어 쿠페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911이다. 어느 곳 하나 손댈 곳 없는 보디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현재 포르쉐 디자인을 이끄는 부치 포르쉐는 911만을 설계해왔다. 911의 스타일이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너무나 완벽한 차를 그린 그가 더 나은 차를 디자인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퀴를 감싼 펜더는 동그란 헤드램프를 담으며 보네트 가장자리로 튀어 올라 차폭을 가늠하게 하고, 드라이버에게 분명한 진행방향을 알린다. 납작한 보네트는 충분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낼 듯하다. 곧게 선 앞 유리창은 911만의 큰 매력이다. 수퍼카의 영역을 넘나드는 911은 비교적 키가 큰 편이다. 덕택에 운전자에게 안락한 운전자세를 제공하고, 어느 정도의 스릴을 더해준다. 911만의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 왼쪽의 시동키는 르망 통해 얻은 노하우 시승차는 터보가 아니지만 84년부터 911에 제공된 `터보 룩` 옵션으로 치장했다. 또 930 터보에서 시작된 911만의 유명한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를 가졌다. 나치 독일군의 휘장을 떠올리게 하는 5스포크 휠은 단단함과 완벽한 디자인을 돕는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포르쉐만의 메시지가 강하다. 눈으로 직접 대하는 시승차의 탄탄한 보디는 감동을 자아낸다. 911은 보기만 해도 좋다. 앞뒤가 다른 타이어 사이즈는 뒤에 엔진이 달린 911의 운동성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911은 이때만 해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 오버스티어 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속도로를 돌아나가는 인터체인지마다 깨진 테일램프 조각은 모두 911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911은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었다. 911을 타기 위해서는 노련한 운전기술을 갖추어야 했으므로 운전자에게 프라이드를 더해주었다. 실내 역시 겉모습만큼 전설이 되었다. 64년에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세월을 잊은 채 97년까지 계속되었다. 신형 911의 대시보드는 구형보다 못하다. 가운데 타코미터를 크게 한 5개의 동그란 계기는 군용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멋이 넘친다. 속도계는 270km까지 표시되고, 맨 오른쪽에는 커다란 시계가 달렸다. 두 사람이 앉기에 넉넉한 공간은 충분한 헤드룸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한다. 파워시트는 쿠션만 수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 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지닌 뒤쪽 시트는 트렁크가 좁은 911에 보조 화물공간의 의미가 크다. 911은 어린이를 뒤에 태우고 달릴 차는 아니다. 왼손으로 돌리는 시동키는 르망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다. 시동키를 돌리는 동시에 1단 기어를 넣어 빨리 출발할 수 있다. 공냉식 엔진의 깡마른 소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은, 911만의 매력적인 사운드다. 아, 나는 이 정도 큰 소리가 좋다. 신형에서 느낄 수 없는 오리지널 911의 사운드다. 911의 달리기는 많은 독일차들이 그랬듯 단단하고, 강하고, 조금은 조작이 힘겹다. 무쇠덩어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강하다.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움찔하는 반응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폭발적인 배기음과 함께 뛰쳐나가는 기세가 기대한 그대로다. 자연흡기 200마력 엔진의 911은 0→시속 100km 가속을 5초대에 해낸다. 차 바닥에서 튀어나온 페달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클러치 페달은 상당히 무겁다. 강한 스프링이 밀어내는 듯하다. 기어변속 역시 거친 편이라 조작에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차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911만의 특성이다. 힘든 조작은 여성이 모는 911이 그려지지 않게 한다. 그래도 그게 좋다는 911이다. 15살 나이를 생각하면 시승차의 엔진은 쌩쌩하다. 포르쉐는 영원히 존재할 듯 하다. 조작 힘든 클러치와 기어는 911의 특성 시속 220km 넘게 달린 15년된 시승차 포르쉐는 천천히 달려도 과속하는 차로 오해받는다. 911로 천천히 달린다면 그 또한 못할 짓일 것이다. 그래서 911은 언제나 경찰의 표적이었다. 그나마 시승차가 눈에 안 띄는 검은색인 것은 다행이다. 가장 포르쉐다운 컬러이기도 하다. 섹시 포르쉐…. 변속감각을 익히며 가속을 더해 나간다. 아, 나는 911로 달리고 있다. 왠지 모를 감회가 크다. 자유로를 내달린 차는 최고속에 도전했다. 도로사정상 최선의 노력을 못했지만 시속 220km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차 15년된 차 맞아? RR차의 특성인지 시속 200km 부근에서 앞머리가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다루는 느낌이 조심스럽다. 바람소리? 소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시끄러울수록 나는 좋다. 포르쉐 사운드에 내 가슴은 터질 듯하다. 구불거리는 시골길로 들어섰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마음껏 내몰려는 기세를 꺾어 놓지만 911의 이름만큼 경쾌한 달리기다. 시승차는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있어 조작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차를 극한까지 내몰지 못해 오버스티어를 느낄 기회는 없었다. 어차피 일반도로에서 모험할 이유는 없다. 코너마다 충분히 밀어주는 힘과 통쾌한 배기음이 스포츠카로 달린다는 궁극적인 희열을 전해준다. 변속하는 순간마다 터질 듯한 배기음 속에 가속을 더하는 박진감은 911로만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타보고 싶었던 오리지널 911이었다. 나는 이 차를 원한다. 시승차 협조 : 구교천 ☎ 017-251-7895
5명의 독자와 3대의 드림카가 만나다 BMW Z3·사브.. 1999-09-29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독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중의 하나가 `드림카 시승`이다. 카 매니아라면 누구나 만져보고 싶고, 몰아보고 싶은 차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소망이 이뤄진다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은 시승기회라 하더라도 즐거웠던 하루,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드림카 시승은 이 같은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독자들의 드림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국내 자동차 메이커, 수입차업체 등의 협조를 받아 독자들에게 평소 타보고 싶은 차를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지난 호에 공고가 나간 후 월초부터 독자들의 신청서가 편집실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전체 마감인 8월 10일까지 도착한 신청서는 모두 110여 통, 그러나 `드림카 시승`은 시승차 섭외, 독자 선정 등 준비기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독자체험보다 빠른 8월 6일 신청을 마감했다. 이 날까지 시승을 신청한 독자는 30여 명이고, 이 중에서 시승에 참여할 5명의 독자를 선정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 8월 6일 신청 마감하고 독자 선정해 `독자들의 드림카`는 시승회 준비와 별도로 8월 10일까지 도착한 신청서 110여 통을 함께 집계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차는 포르쉐911(22명)이고 2위는 BMW Z3,(18명) 3위 BMW 5시리즈(17명), 4위 벤츠 SLK(13명), 공동 5위 사브 9-3 컨버터블과 BMW M5(6명) 순이다. BMW와 벤츠, 두 메이커에 대한 한국인의 `동경` 혹은 선호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독자들이 꼽은 드림카는 10인 10색이라고 할만큼 다양하다. 포르쉐 복스터, 캐딜락 스빌 STS, 미쓰비시 이클립스, 크라이슬러 300M, 아우디 A4, A6, 포드 머스탱, 다지 바이퍼, 볼보 C70 등이 물망에 올랐고 4WD 중에서는 크라이슬러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프리랜더 등이 고르게 표를 얻었다. 독자들이 꼽은 차의 면면을 살펴보면 진정한 드림카라기 보다는 `시승할 수 있을 것 같은 차 중에서 선호하는 차`를 고른 흔적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차가 국내에 들어와 있거나 수입된 적이 있고, `만인의 드림카`에 가까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꼽은 독자는 한 명도 없다. `신청이 많이 들어온 차 중 수입사의 협조가 가능한 차를 시승차로 정한다`는 단서가 독자들의 꿈의 범위를 축소시켰으리라. 시승 체험을 원한 독자들의 나이는 20대 초반∼40대 초반까지 다양했다. 20대 독자가 가장 많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이라도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차, 즉 스포츠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 가운데 세단인 BMW 5시리즈가 3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BMW 5시리즈는 독자들이 선정한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밖에 `짜릿한 스포츠카`라는 추상적인 대답도 있었고 여러 대의 차를 적은 독자도 눈에 띄었다. 독자들의 신청서가 날아오는 동안 기자는 수입차 메이커에 연락해 시승차를 섭외했다. 그러나 비교적 순조로울 줄 알았던 시승차 섭외는 몇 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우선 6일까지 도착한 신청서 중에서 독자가 원하는 차와 시승차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벤츠와 포르쉐, 볼보 등은 독자들이 희망한 차와 시승차가 맞지 않거나 아예 없었고, 아우디는 오랜 딜러였던 효성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개점휴업상태에 놓여 있었다. 또 다른 한 메이커 관계자는 한때 시승차를 마련해 놓았으나 다른 언론 매체에서 사고를 내는 바람에 시승차 운영을 중단했다고 전해왔다. 시승과 함께 모터사이클 체험 기회도 마련 자유로 달리면서 드라이브의 즐거움 만끽 취재팀은 논의 끝에 계획을 약간 수정했다. 처음 계획은 차를 5대 빌려 각각의 차를 지목한 5명의 독자에게 한 번씩의 시승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으나, 3대의 시승차를 준비해 5명의 독자 모두가 타보도록 하자고 방침을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시승차는 3대로 줄어도 독자들에게 돌아가는 시승 기회는 1인당 3차례가 된다. 시승차는 BMW Z3(2위)와 사브 9-3 컨버터블(5위), 4WD의 원조인 지프 랭글러 사하라로 최종 결정했다. 사고에 밝혔던 대로 `짜릿한 스포츠카`와 `낭만적인 오픈카`, `터프한 4WD`를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BMW로부터 `모터사이클 2대를 함께 내보내겠다`는 즐거운 소식도 날아들었다. 선정된 5명의 독자는 서울 3명, 전북 무주 1명, 충남 천안 1명이었다. 그런데 시승날이 가까워졌을 때 무주의 독자로부터 `일이 생겨 올라가기 어렵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다른 독자들에게 연락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게다가 가장 먼저 시승할 독자를 결정하고 다음 이벤트로(공장견학, 스피드웨이 주행) 신청서를 다 넘긴 상태라 새삼 연락할 수 있는 신청자도 거의 없었다. 속이 타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천안에서 올라오기로 한 독자가 `선배와 함께 가도 되냐`고 연락해왔다. 이렇게 해서 신청서를 보내지 않은 한 명의 독자가 행운의 막차를 타게 되었다. 시승날인 12일 오전 11시, 자유로 통일동산 근처에 행사의 주인공들이 모였다. 독자 강인식(25), 조민호(27), 한재진(27), 김영재(28), 고형준(30) 씨가 그들이다. 강인식 씨와 조민호 씨는 인터넷 넷츠고 자동차동호회 로드러너의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천안에 사는 강씨가 시승 신청서를 보냈고, 청주의 조민호 씨는 잘 키운(?) 후배 강씨 덕에 시승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회사원인 한재진 씨도 열성 자동차 매니아다. 당첨소식을 듣고 무조건 참가하겠다고 대답한 후 회사에 월차휴가를 내고 시승회에 나왔다. 김영재 씨는 `차를 좋아하고, 박규철 위원님도 만나고 싶다`는 신청서를 보낸 학생이고 BMW Z3 2.8을 타보기 위해 신청을 했다는 고형준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독자 5명과 함께 BMW 코리아 관계자 3명, 사브 코리아 관계자 1명, 취재팀 4명 등 13명이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맛보기 시승에 들어갔다. 본지 박규철 위원에게 시승 때 주의할 사항 등을 듣고, 두세 명씩 팀을 이뤄 가까운 곳을 돌았다.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시승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Z3와 사브 9-3 컨버터블을 타고 통일동산 입구에서 임진각까지 왕복 약 36km의 코스를 번갈아 운전하며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출발장소 주변에서는 랭글러 사하라의 시승과 BMW 모터사이클을 타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준비된 모터사이클은 BMW R1200 C와 K1200 RS. R1200 C는 2기통 1천170cc 복서 엔진을 얹어 61마력의 최고출력, 168km의 최고시속을 내고 고성능 모델인 K1200 RS는 4기통 1천171cc DOHC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30마력, 최고시속 246km를 낸다. 4명의 독자가 BMW 코리아 모터사이클 디비전 헤르베르트 훼링거 부장이 모는 K1200 RS의 뒷자리에 타고 BMW 모터사이클의 속도감을 체험했는데, 모두들 `차를 타고는 느낌 수 없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3시쯤 마지막 시승자가 들어오는 것을 끝으로 5명의 독자와 드림카 3대의 만남이 끝났다. 뙤약볕 아래에서 연신 음료수를 들이키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함께 해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 시승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BMW, 사브, 크라이슬러 코리아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다음은 독자들이 보내온 소감 및 시승기다. 진짜 `스포츠카`를 타다 강인식 우선, 많은 사람들 중에 운 좋게 당첨되어 말로만 듣던 좋은 차들을 타보게 되어 정말 기쁘다. 이번에 시승한 차들의 시승기를 짧게나마 차례대로 써 보겠다. 랭글러 사하라 4.0 에디션은 원형의 헤드라이트와 앞 뒤 범퍼의 스테인리스 범퍼 가드가 정통 오프로더다운 멋을 한껏 풍겼다. 온로드 주행성능도 뛰어났다. 4.0ℓ 휘발유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사브 9-3는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소프트톱이 마음에 들었다. 워밍업을 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톱을 벗긴 상태에서도 엔진소리가 너무나 조용해 사브의 기술력을 실감했다. 기어를 D(스포츠 모드)에 놓고 급가속을 해보았는데 엔진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고 터보가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 코너링 때도 차의 쏠림이 별로 없고 브레이크 성능이 뛰어났다. 140∼150km까지는 시원하게 가속되고 160km를 넘으면서부터 엔진소리가 커진다. 주변에 자전거 행렬이 있어 더 이상 밟지는 못했지만 부드러운 순발력과 스피드가 마음에 들었다. Z3의 시동을 걸자 중저음의 묵직한 배기음이 귓가에 스쳤다. 저단기어에 스포츠 모드로 맞추고 액셀 페달을 힘껏 밟았다. 순간 내 등이 버켓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토크에 여유가 있어서 킥다운도 잘된다. 편평비가 높은 고성능 타이어와 휠, 딱딱한 서스펜션과 튼튼한 프레임 덕에 고속 코너링 때도 코너링에서 밀리거나 쏠리는 느낌이 없었다. 시속 190km에서 눈앞에 트럭이 나타났다. 앞지르기를 위해 액셀 페달을 꾹 밟았는데 무리없이 가속할 수 있었다. Z3에게 통일동산에서 임진각까지의 길은 너무나도 짧은 거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몇 번이고 더 달려보고 싶었다. Z3는 스포츠카다운 스포츠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도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오는 차가 많지만, 진짜 스포츠카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Z3 정도의 타이어, 프레임, 서스펜션은 갖춰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위를 잊었던 하루 조민호 아침식사 후 설레이는 마음으로 청주 톨게이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천안의 강인식 군과 약속장소인 자유로 통일동산을 향해 열심히 액셀 페달을 밟았다. 10시 45분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빨간색 사브 9-3 컨버터블이 있었다. 잠시 후 지프 랭글러 사하라와 BMW Z3가 도착하고 모터사이클 2대가 왔다. 여러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시승을 시작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멋진 시승차를 탄다는 생각에 더운 것도 잊어 버렸다. 랭글러 사하라 4.0은 배기량에 걸맞게 엔진 소리도 커다랬다. 지프에 대한 기본상식이나 차의 특성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넉넉한 배기량 때문인지 언덕길에서 힘이 남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브레이크 성능도 차체의 크기에 맞게 뛰어났다. 주위에 오프로드가 없어서 온로드 주행으로만 끝낸 것이 아쉽다. 다음으로 시승한 차는 사브 9-3 컨버터블. 인간중심적인 편의장치, 인테리어를 보며 사브답다는 생각을 했다. 버튼 하나로 몇 초만에 접히는 소프트톱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달리기성능은 내가 타 본 어느 국산차보다 빠른 반응을 보였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약간은 주춤거렸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BMW Z3는 차라기보다 `스피드 머신`에 가깝다. 액셀 페달을 밟는 느낌이 조금 버거웠지만 출발 후 가속감은 웬만한 수동기어차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특히 코너링 때는 땅에 달라붙어 도는 느낌이었다. 시속 210km에서 80km로 제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4초. 빠르게 달리기 성능 이상으로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에 감탄했다. 로드스터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강인식 군과 함께 넷츠고 자동차동호회 로드러너에서 활동하고 있고, 동호회 게시판에서 Z3의 시승기를 읽은 적도 있지만 직접 `스포츠카다운 차`를 운전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승회를 통해 왜 외제차가 좋다고들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국내 메이커도 더욱 분발해 외제차와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좋은 차를 많이 만들어 내기를…. 마지막으로 시승에 도움 주신 관계자와 사브, BMW, 크라이슬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기억에 남을 추억 만들기 한재진 의 이벤트 소식을 접하고 `설마`하는 생각과 `혹시`하는 바램으로 신청서를 보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조건 하겠다고 말했지만 시승날이 평일이라는 사실은 전화를 끊은 후에 깨달았다. 큰 맘 먹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참가를 허락해 주셨다(너그러우신 우리 사장님!). 곧 드림카를 탈 수 있게 된다는 기쁨에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들떴다. 시승날, 여의도 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사브 9-3 컨버터블을 타고 자유로까지 갔다. 톱을 씌운 상태였는데 바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사브 관계자로부터 `저압터보를 얹은 9-3은 성능뿐만이 아니라 안전성과 내구성 등 많은 부분이 보완된 차`라는 설명을 들었다. 터보가 작동할 때도 가속성능은 부드럽게만 느껴진다. 안락함과 완성도가 높은 차였다. 다만 톱을 벗긴 상태에서는 뒷자리에 타고 있기가 힘들다. 차 뒤쪽의 공기와류가 뒤통수를 때리기 때문이다. 운전을 해보니 고속 코너링 때는 약간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직진 안전성이 뛰어났다. 핸들링과 승차감, 원터치로 열리는 소프트톱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브레이크는 조금 불안하게 느껴졌는데 시승차라서 과격한 테스트를 많이 하다보니 성능이 조금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랭글러 사라하는 4천cc라는 큰 배기량을 자랑한다. 조용한 엔진음과 온로드에서의 부드러운 승차감이 좋았다. 다음에는 꼭 오프로드를 달려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BMW Z3 2.8을 탔다. 앞의 두 대를 타고 `좋은 차`라는 생각을 했지만 Z3는 단순히 좋은 차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전해오는 느낌이 다르다. 차체에 비해 긴 휠 베이스와 넓은 트레드, 225/50R 16/7J의 타이어가 주는 안정감은 매력만점이었다. 톱을 열고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느낌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BMW에서는 모터사이클도 준비했다. 면허가 없어 뒤에 타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BMW 바이크의 엄청난 힘(130마력)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었다. BMW 모터사이클 부서에서 나온 독일인 직원은 `very hot today!`를 연발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류기업의 일류매너를 보여준 BMW, 사브 관계자들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드림카, 드림바이크! 김영재 행사 당일. 전날의 흐린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듯 무척이나 날씨가 좋았다. 약속장소인 여의도에 도착해 박규철 위원님,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브 9-3를 타고 두 번째 약속장소인 통일동산 주변으로 향했다. 시승차는 모두 3대. 포르쉐 911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9-3가 저압터보 엔진을 얹었다는 점(본인은 아직 터보차를 타보지 못했다), 컨버터블이라는 것과 Z3가 2.8 엔진을 얹었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 한구석 불만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사브 9-3는 예쁜 외모를 지녔다. 전동식 소프트톱은 너무나 편리하고 우아하게 수납된다. 저압터보의 심장은 고속에서도 뛰어난 가속성능을 이끌어냈다. 터보 게이지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킥다운될 때의 변속 충격과 터보의 타임래그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Z3를 타는 기분은 한마디로 만점이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머리 위의 푸른 하늘, 은빛 Z3가 멋진 조화를 이뤘다. Z3는 마치 명령만 내리면 지체없이 움직이는 믿음직스러운 신하 같다. 어느 속도에서도 성난 표범처럼 달려나가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주변에 차들이 많아 추월 테스트는 실컷 할 수 있었지만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을 기회는 없었다. 적당히 무거운 핸들이 운전재미를 더하고, 뒤가 짧아서인지 몸 동작이 가뿐한 것도 마음에 든다. 랭글러 사하라는 정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터프한 외모, 국내 실정에서는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4천cc 엔진을 갖추고 있다. 큰 기대를 걸고 운전대에 올랐지만 약간 실망스러웠다. 큰 차체 때문인지 배기량 4천cc가 내뿜는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주행 중에 2H에서 4H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험로나 비포장, 산악지대에서 달린다면 진가를 발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BMW 오토바이를 탔다. 뒷자리 시승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소리지르는 일밖에 없었다. 이건 정말 `드림바이크`다. 참 행복한 날이었다. 한낮의 찜통더위도 좋은 차와 오토바이에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없었다. 관계자 여러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갖고 싶은 차, Z3 2.8 고형준 자동차에 미쳤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만큼 차를 좋아하고 스피드를 좋아한다. BMW Z3는 사고 싶은 차 중 하나였다. BMW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안전철학을 좋아하고 2인승 로드스터인 Z3의 멋진 몸매와 성능을 동경한다. 이전에 1.9ℓ 엔진을 얹은 Z3는 여러 차례 몰아 보았다. 성능면에서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2.8 모델이 수입된 후 시승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에서 독자 체험 기회를 준다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보냈다. 당첨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지만 뽑혔다는 연락이 와서 정말 기뻤다. 시승날 행사장인 통일동산 근처에 도착해보니 BMW Z3와 랭글러 사하라, 사브 9-3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오로지 BMW Z3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독자들과 달리 Z3 한 대만 시승하기로 했다. 오전에 Z3를 타고 가까운 곳을 천천히 돌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첫 느낌은 BMW 세단과 거의 다를 바가 없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점심 식사 후 임진각까지 달려보면서 스포츠카다운 가속력과 코너링 성능, 차와 운전자가 한 몸이 되는 듯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승회는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체험이었고, 차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차를 타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다.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승협조 : BMW 코리아 ☎(02)546-7301, 크라이슬러 코리아 ☎(02)3466-2666, 사브 코리아 ☎(02)545-5500
91년형 포드 토러스 SHO 남모르게 즐기는 나만의 스.. 1999-09-29
페라리는 천천히 달려도 경찰의 시선을 끈다. 화려한 모양새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달릴 차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빨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차가 있다. 강력한 엔진을 얹은 평범한 4도어 세단이 그렇다. 이 차들은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바람이 났다. 이런 고성능차로 남모르게 즐기는 스피드는 색다른 매력이다. 이런 차를 `양의 탈을 쓴 늑대` 또는 속어로 `슬리퍼`(SLEEPER)라고 한다. V6 3.0ℓ DOHC 엔진 220마력 내 고급차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 많아 포드 토러스는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차 중 하나다. 자가용은 물론 렌트카, 택시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85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400만 대 이상이 팔렸고, 86년 `올해의 차`로 뽑혔으며, 92∼96년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SHO는 이런 평범한 보디 안에 강력한 엔진을 얹었다. 겉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내면에는 운전자만이 알 수 있는 고성능이 넘친다. 토러스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수의 젊은 수요에 응하기 위해서 태어난 SHO가 처음 선보인 것은 88년 말이다. 일반 토러스가 140마력인데 SHO는 220마력 엔진을 얹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승차는 1세대의 마지막 해인 91년형이다. 공기저항계수 0.33의 충격적인 유선형 보디로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끈 모델이다. 프론트 그릴을 포드 마크로 처리해 패밀리 세단으로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이드 스커트도 독특한 개성을 살려 멋지다. 2개의 머플러는 범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SHO가 일반 토러스와 구분되는 것은 뒷범퍼에 음각으로 새겨진 `SUPER HIGH OUTPUT`의 약자 SHO라는 글자뿐이다. SHO의 핵심은 V6 3.0ℓ 엔진에 있다.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야마하(야마하는 MR2 같은 차의 엔진을 도요다에 제공해 왔다)가 F1 엔진을 기초로 디자인한 것으로 DOHC 4밸브로 이루어낸 220마력의 고출력이 앞바퀴를 굴린다. 이때만 해도 미국차에는 4밸브가 흔치 않았다. 원래 포드는 V6 벌칸 엔진의 4밸브 개발을 야마하에 의뢰했으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야마하는 토러스 스페셜 모델을 위한 V6 3.0ℓ를 제안하게 된다. 터보도 아닌 차에 l당 73.3마력은 대단한 수치다. 실린더마다 2개의 인테이크로 공기를 공급하게 한 시스템으로, 저속을 위한 긴 것과 고속용의 짧은 것으로 구성된 인테이크 러너가 4천rpm 아래서는 긴 것만 열리고 고속에서는 2개 모두 열려 중저속에서 충분한 토크를 이루어낸다. 레드존이 7천300rpm에 이르는 엔진은 흔치 않다. 보네트를 열면 꿈틀거리는 가로배치 엔진의 위용이 볼 만하다. 포드가 설계하고 마쓰다에서 만든 수동 5단 트랜스미션 역시 미국 세단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시승차의 실내는 넉넉하다. 대시보드는 부드럽고 안정된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질감 좋은 검은색 플라스틱은 스포티하다. 운전석 에어백만 갖추었고, 자동 에어컨은 미국차답게 강력하다. 코인트레이와 컵홀더가 편리하고, 두 겹의 선바이저와 화장거울은 재치가 넘친다. 각종 스위치마다 이름이 새겨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물함을 갖춘 센터콘솔은 쓸모가 크지만 미국차 특유의 엉성함도 느껴진다. 토러스는 평범한 차지만 SHO에는 많은 장비를 써서 고급차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다. 시속 140마일까지 표시된 속도계, 8천rpm으로 표시된 타코미터가 일반 토러스와 다른 점이다. 레이스카 떠올리는 통쾌한 엔진음 시트가 스포티한 드라이빙 부추겨 220마력은 요즘 기준으로 대단한 수치는 아닐지 모르지만 수동기어와 함께 강력한 힘을 낸다. 0-시속 96km 가속이 6.6초, 당기는 기어마다 내뻗는 재미가 넘친다. 시프트 레버는 운동거리가 조금 길고 건들거리지만 미국차의 터프함으로 봐줄 만하다. 클러치 페달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SHO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액셀 페달의 반응이 힘차고, 중저속에서의 토크가 만족할 만한 힘이다. 최고출력이 6천200rpm에 표시된 차를 즐기기 위해 고회전으로 달려보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5천rpm을 넘는 순간 엔진음이 레이스카를 떠올리는 통쾌함으로 바뀌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진다. 필요할 때 큰 힘을 내는 차는 저속에서 여유가 있고 배기음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연비는 140마력인 일반 토러스와 같다고 했다. 속도를 올려 보았다. 조금 덜렁이는 느낌이 과속을 자제하게 한다. 바람소리가 크고 꽉 짜인 맛이 덜하지만 대중차를 손본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값에 어울리는 성능은 된다. 만족스러운 핸들링은 운동성능이 좋아진 90년대의 미국차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SHO는 표준형 토러스의 서스펜션에서 부싱과 엔진 마운트를 바꾸고 스프링을 단단한 것으로 바꾸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스티어링 휠의 민감한 정도가 요즘 스포츠 세단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달리기에 쏠쏠한 재미를 준다. 선더버드 SC에서 가져온 운전석 시트는 미국차에 드문 인체공학형으로 편하다.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럼버 서포트와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꼭 잡아준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부추기는 자세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SHO의 또다른 면이다. SHO는 많은 전문가의 극찬을 받았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92년 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 추가되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늘어나지 않았다. 카 매니어가 좋아하는 차와 많이 팔리는 차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SHO는 3세대인 오늘에 이르러 엔진이 V8 3.4ℓ로 바뀌고(야마하 엔진이 아니다) 자동기어만 나오지만 판매량은 계속 적다. 최신형 SHO는 AT 때문인지 발진가속이 느리고 움직임이 둔해 진정한 SHO의 매력은 오히려 오늘 시승한 1세대 모델이 더 크다. 야마하 엔진의 덕이 컸던 것이다. SHO가 토러스 4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소식이다. 토러스가 흔치 않은 서울 거리에서 SHO는 평범한 차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제차인 세이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차가 이렇게 달릴 줄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일본 야마하 엔진으로 미국 머슬카를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다. 시승차 협조 : 안영순 ☎ 011-357-8121
88년형 포르쉐944 터보 창업자 일가의 숨결이 느껴지.. 1999-09-29
포르쉐사―정식이름은 명예박사 F. 포르쉐 주식회사(Dr. Ing.hc. F. Porsche AG)다―의 창설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교수는 1875년 9월 3일, 아연판을 가공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 안톤 포르쉐의 셋째 아들로 체코의 알트 하르츠돌프에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정식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릴 때부터 전기기기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을 좋아해 야간기술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가 베라 엑가재단의 실습생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18세. 베라 엑가제단은 전기기구와 큰 규모의 전기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페르디난트는 이곳에서 6년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25세 때, 그는 자신이 설계한 `로나 포르쉐`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고 속도기록에 도전했다. 이 차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전기자동차였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1906년 31세 때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스트로 다임러사에 기술부장으로 초빙되었다. 여기서 1.1ℓ의 소형차 삿샤, 5.7ℓ급의 프린츠 하인리히 트라이알 등을 설계했고 이것들을 몰고 직접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다임러사 등에서 차 설계하다 30년에 독립 히틀러 요청으로 국민차 만들어 감금되기도 그후 그는 독일로 가서 다임러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1926년 벤츠사와 합병해 다임러-벤츠사가 되었는데,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작품을 남겼고 비엔나대학은 그의 공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페르디난트에게 이것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큰 영예였다. 다시 슈타이아사로 이적한 그는 여기서 아주 색다른 구조의 차들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1930년 12월 1일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슈투트가르트에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연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포르쉐사의 전신으로 당시 직원 중에는 아우스트로 다임러사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칼 라베, 차체 디자이너 엘빈 코멘더가 있었고, 젊어서부터 자동차 설계에 재능을 보였던 그의 21살짜리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애칭을 페리라고 불렀다―도 있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포르쉐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1933년 1월, 나치 독일의 총통이란 권좌에 앉아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1천 마르크 이하로 살 수 있는 국민차`를 개발해 달라고 포르쉐에 의뢰했다. 포르쉐는 기꺼이 이 요청에 응했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차가 훗날 폴크스바겐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생산차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화근이 되었다. 독일이 패하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국민차 개발이란 명목으로 히틀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금당했다.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고자 아들인 페리가 이태리의 치시탈리아사를 위해 그랑프리 경주차를 설계해준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수평대향 12기통 1.5ℓ 엔진을 얹은 이 머신은 치시탈리아의 재정난 때문에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설계의 그랑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부친을 보석으로 빼낸 아들은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사를 경영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페리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뮌트에서 최초로 자신이 설계한 차 포르쉐356을 탄생시켰다. 이 차는 2차대전 때 썼던 군용 폴크스바겐의 부품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엔진을 차체 중심에 달았다. 폴크스바겐과 계약을 맺은 페리는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특허값을 받는 대신 다른 회사를 위해 이같은 대중차의 설계를 일체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페리는 이 차의 부품을 써서 스포츠카도 만들었다. 차체 뒤쪽에 엔진을 얹는 356 스포츠카는 1948년 겨울에 양산되었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가진 50대가 만들어져 판매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포르쉐는 1950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로 공장을 옮겨 1952년 1월 30일 356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76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포르쉐사는 356으로 처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356의 외형은 오늘날까지 거의 40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55년 10월 이후 대폭 개량되어 356A가 되었고 다시 59년부터 356B로 진화했다. 엔진은 배기량 1천600cc 한 가지에 최대출력 60, 75, 90마력이 나오는 세 종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레플리카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르쉐 집안의 전통과 사상 3대째 이어지고 911과 928, 944를 중심으로 라인업 갖춰 페리의 장남인 알렉산더―애칭은 부치―도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포르쉐904, 911, 914 등의 차체를 디자인했고 지금은 포르쉐 디자인사를 창설해 독립된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 회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포르쉐 일가는 직접적인 경영에는 손을 떼고 이사회에만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3대에 이르는 집안의 전통과 사상은 충실하게 계승되어 왔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911계와 928 및 944의 흐름을 가진 세 기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함인 911은 초기모델부터 최신형까지 외형은 물론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악착같이 고수하고 있다. 실내도 앞 스크린의 각도와 크기, 대시보드의 조형, 각종 계기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911의 특징이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911을 10년 전에 타보고 지난해에도 탔는데 드라이빙 느낌, 특히 가속 때의 인상이 똑같았다. 가속판을 밟으면 `팍`하며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덮치는 순간처럼 축적했던 힘을 한꺼번에 해방시키는 기분으로 가속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엔진도 이른바 `포르쉐 사운드(노트)`라는 특유의 금속성 소리를 내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은 그 소리에 영원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928은 911계의 후계차로서 77년에 등장한 새 세대 포르쉐다. 조정성, 안전성과 승차감의 세 요소를 철저히 조사해 만든 모델로 V형 수냉식 8기통 엔진을 앞에 놓고 뒷바퀴를 굴린다(FR). 결과적으로는 재규어 XJ-S, 애스턴마틴 V8, 벤츠 500SEC 등 라이벌과 엇비슷한 그랜드 투어링카 같이 되고 말아 포르쉐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해진 차라 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산을 마쳤다. 차체 모양도 `순종 포르쉐`답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1964년에 등장한 911과 그 발전형은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1억 원이 넘는 차라 보통사람들의 손은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포르쉐 입문차`로 만들어진,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팔릴 모델이 등장했는데 바로 81년에 나온 944다. FR인 포르쉐944는 `반값의 순종 포르쉐`를 표방하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한 뒤 1992년 968이라는 후계모델이 나올 때까지 10년간 생산된 차다. 나는 포르쉐 모델 중 이 944만은 타보지 못했다. 독일 포르쉐연구소에 갔을 때나 국내에서나 최신모델만 타게 되니 81∼91년에 만들어진 944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생활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양에 있는 한 중고차시장에 88년형 944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말 않고 안양으로 달려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944는 그곳에 있었다. 겉모양은 거의 새차다. 미국서 페인트를 수입해 보디를 새로 칠했다고 하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색으로 칠한 944는 수냉식 직렬 4기통 OHC 엔진을 얹은 터보형 모델이었다. 2천479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3.6kg·m를 내고 새차인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6.3초에 끝낸다고 한다. 무게가 1천350kg으로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강력한 토크 덕분에 다른 차가 감히 못 쫓아오는 힘을 갖고 최고시속이 245km까지 나온다. 911에 비하면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는 갖춘 셈이다. 더구나 이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리는 차임에 틀림없다. 여름 햇살을 맞은 944의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내장이 모두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도 어두웠다. 그러나 944를 한국에서 보았다는 감격 때문에 나는 서슴치 않고 더운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스티어링 휠이 포르쉐의 독특한 모습 그대로이고 10년 이상 된 모델이지만 내부도 제법 깨끗했다. 나는 944를 안양에서 인천 쪽으로 끌고 갔다. 경인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제법 차가 많은 편이지만 기동성과 가속성능을 시험해 보기에는 알맞은 코스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판을 밟아보니 역시 새차를 몰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우선 rpm이 올라가는 데 따르는 가속감에서 힘부족이 느껴진다. 가속판을 밟은 뒤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쉐인지라 시간차만 약간 길 뿐 출력은 `액면 그대로` 나왔다. 중고차라 가속감 더디지만 출력은 충분해 시속 120km에서 터보 터지며 빠르게 가속 이 944도 포르쉐 특유의 금속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차들을 이리저리 추월해 보았다. 추월할 때 가속판을 힘껏 밟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반응과 손으로 전해지는 스티어링 휠 감각의 일치감은 역시 포르쉐다웠다. 타이어도 땅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직진성은 최고다. 터보 엔진을 단 시승차는 시속 12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속판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시차 끝에 `붕∼` 하니 터보가 터지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시속 140, 160, 180km가 그야말로 직선적으로 가속된다. 바로 이 맛 때문에 포르쉐에 한 번 미치면 일생 동안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회전기능은 아직도 새차 그대로다. 인천 송도 로터리에서 다른 차들을 제끼면서 여러 번 커브를 돌아 봤는데 서스펜션의 안정감은 새차와 다름이 없었고 운전자의 중심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 좌석도 여유 있고 편안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냉방장치다. 냉방장치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온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시속 180km에 이르면 거의 냉방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하기야 고속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치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다. 이 정도의 작은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 944는 한 번 멈추려면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가 마모된 것 같은 인상이다. 왜냐면 힘껏 밟아도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10년 노장인 포르쉐944를 타보았다. 이 차는 약간 정비만 하면 한국의 유일한 944로 오랫동안 포르쉐의 진면목을 만끽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승차 협조:중앙자동차 ☎ 011-228-5295 *
세대 피아트 푼토 유럽시장 영구집권 노리는 100주년 .. 1999-09-29
지난날 이태리 왕국의 수도였던 토리노는 지난달 또 다른 왕국의 창립 100년 축제로 들떴다. 1861년 이태리 수도로서의 지위는 머지 않아 피렌체, 뒤이어 로마에 빼앗기고 말았다. 한편 1899년 7월 11일 조바니 아넬리를 비롯한 이 고장 명사들이 `파브리카 이타리아노 디 아우토모빌리 토리노`(Fabbrica Italiano di Automobili Torino), 줄여서 `피아트`(FIAT)를 세우기로 뜻을 모으고 서명했다. 그 뒤 토리노는 이태리, 나아가 유럽의 `자동차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토리노의 20세기는 피아트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때문에 토리노 중심가에는 수많은 깃발이 나부꼈다. 주요한 광장에서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졌고, 가게 진열장과 유리문에도 기념 포스터가 붙었다. 이 화려한 축제에 빛을 더한 것이 새로운 2세대 푼토였다. 낯익은 스타일이지만 80%가 새 부품 새 푼토, 표준 1.2ℓ엔진의 경쾌함 지금 피아트 그룹은 알파로메오, 란치아, 나아가 페라리, 마세라티까지 거느리고 있다. 한때 80%를 넘는 독과점 상태였지만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 또는 포드와의 합병설이 나돌면서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피아트가 헛소문이라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100주년 기념축전을 앞두고 피아트 경영진은 일본 미쓰비시 수뇌부와 토리노에서 만나 GDI 엔진 제공, SUV 공동개발을 논의했다.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라고 외치던 피아트 제국이 새로운 세기를 살아남기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피아트 푼토는 93년 데뷔한 뒤 지금까지 6년간 판매량 300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33만 대의 판매기록을 올린 히트작이다. 이 같은 푼토를 서둘러 모델 체인지한 것도 피아트의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의 명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의 작품인 초대 푼토는 아직도 매력을 잃지 않았다. 더구나 새차를 처음 보았을 때 구형과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링고토의 본사 앞마당에 늘어선 2세대 푼토를 보는 순간 얼핏 마이너 체인지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누오보 푼토는 완전히 새로운 차. 부품의 일부는 그대로 넘겨받아 쓰고 있지만, 전체의 80%는 새로운 부품이다. 닮아 보이는 것은 크기와 휠베이스의 기본 규격이 구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신형의 길이x너비x높이는 3천800(5도어는 3천835)x1천660x1천480mm이고 휠베이스는 2천460mm이다. 구형은 3천770x1천625x1천450mm에 2천450mm로 별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하면 푼토의 디자인 특징인 옆으로 긴 헤드램프와 세로가 긴 뒤 컴비네이션 램프, 톨보이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형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1세대 푼토는 매끄러운 선을 이루는 해치백이라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신형 보디에는 곳곳에 에지가 들어간 선이 쓰이고 있다. 더구나 3도어와 5도어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스타일링을 맡은 피아트 첸트로 스틸레의 피터 파스펜더는 `3도어는 세로선을 강조해 역동적인 효과를 노렸다. 그와 달리 5도어는 수평적인 바탕에 안정감과 우아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푼토는 유럽의 소형차시장에서 피아트를 대표한다. 라이벌은 푸조 206, 르노 클리오, 그리고 도요다 야리스.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만큼 구형보다 더 많은 버전을 마련했다. 보디는 3도어와 5도어 2가지. 엔진은 5종, 기어박스 4종, 거기에다 트림 레벨이 6개(기본/SX/ELX/HLX/스포팅/HGT)로 나누어진다. 통틀어 23개 버전이다. 엔진부터 설명하면 출력이 낮은 순으로 휘발유 1.2ℓ SOHC(60마력, 10.4kg·m), 1.2ℓ DOHC 16밸브(80마력, 11.6kg·m), 그리고 1.6ℓ DOHC 16밸브(130마력,16.7kg·m)의 3가지. 디젤 엔진은 1.9ℓ(60마력, 12.0kg·m )와 JTD라는 커먼레일형 1.9ℓ직분사 터보 디젤(80마력, 20.0kg· m) 2종이 있다. 어느 것이나 4기통이다. 지금까지 란치아 Y, 바르케타와 알파로메오 156에 얹혀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더욱 향상시킨 것이다. 트랜스미션은 수동 5단과 6단(1.2ℓ 16밸브 스포팅에만 달렸다)에다 새로운 토크 컨버터가 달린 무단변속기(CVT)도 마련했다. `스피드기어(Speedgear)`라 불리는 CVT에는 앞뒤로 레버를 움직여 정해진 포지션을 고를 수 있는 게이트를 갖추고 있다. 스피드기어는 6단(1.2ℓ 16밸브 ELX용)과 7단(1.2ℓ 16밸브 스포팅용)의 2종이 있다. 1.2ℓ16밸브 엔진은 4종류의 변속기와 모두 짝을 짓는다는 뜻이다. 1.8ℓ를 얹는 HGT는 3도어뿐이다. 누오보의 정상, 소형의 럭셔리 HGT 7단 CVT를 쓰는 스포팅 스피드기어 지금 피아트 본부와 전시장으로 쓰이는 링고토는 1923년에 완성되었다. 옥상에 테스트 코스까지 만들어 놓은 가히 혁명적인 공장이었다. 100년 축전을 맞아 링고토 앞마당에는 온갖 색깔의 푼토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23개에 이르는 버전을 하루에 시승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먼저 푼토의 평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1.2ℓ 16밸브 80마력 엔진에 수동 5단 기어를 얹은 EXL을 몰고 교외로 달려나갔다. 이 엔진은 란치아 Y에 얹힌 것과 같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민첩하고 발랄했다. 그러나 제대로 힘이 나는 것은 3천500rpm부터다. 조금 시끄럽지만 건강한 엔진음을 즐기는 사이에 한계영역인 7천rpm에 도달했다. 이태리 소형차다운 경쾌한 엔진이다. 그와 달리 7단 CVT를 쓰는 스포팅 스피드기어는 인상이 싹 달랐다. 같은 엔진을 얹었지 만 단단한 하체와 CVT 때문에 훨씬 듬직한 느낌을 주었다. CVT는 종전의 전자 클러치식보다 쓰기 쉬웠다. 토크 컨버터가 달려 있어 그립도 있고, 복잡한 거리에서 정지와 출발할 때도 매끈했다. D 레인지의 가속감도 그만하면 괜찮았다. 그러나 이 모델을 시가지에 알맞은 실용 AT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최신형 CVT라고는 하지만 수동식에 비해 반응이 둔했다. 게다가 시퀀셜 모드에서 셀렉터의 조작이 무겁고 둔해 산뜻한 맛이 없다. ELX의 타이어가 165/70R 14인데 비해 185/60R 14로 광폭인 때문이기도 하다. 바르케타와 같이 1.8ℓ 엔진을 얹은 HGT는 한마디로 어른스러운 차다. 힘과 토크를 갖추고 있는 데다 무게도 1천40kg으로 1톤을 넘는다. 이 모델에만 트랙션 컨트롤이 달리고 장비도 풍부해 2세대 푼토의 럭셔리 버전인 셈이다. HGT는 하체가 스포팅보다 단단하고 타이어도 185/55R 15로 커진다. 코너링도 안정감이 높고 롤링이 적다. HGT와 스포팅은 인테리어도 약간 호사스럽다. 기어 레버와 핸들에 가죽을 감았고, 센터 콘솔에 알루미늄과 같은 광택처리를 해 하위 버전의 값싼 플라스틱 질감과는 차이가 있다. 격에 맞지 않게 멋을 부리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두 호화 버전을 고르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럽시장에서 압도적인 다수는 1.2ℓ 표준형이거나 디젤 버전을 고른다. 실내는 구형과 마찬가지로 공간이 넓고 쓸모가 있었다. 알찬 앞자리 공간도 변함이 없고, 운전석 주위에는 작은 물건을 넣을 수납공간이 많다. 뒷좌석도 어른 2명이 타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꼿꼿이 앉게 되어 등받이가 높은 데도 머리공간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점은 불만이다. 특히 3도어는 기울기 때문에 뒷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다. 새 푼토는 9월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이태리에서 최고급 버전 1.8ℓ HGT가 2천500만 리라(약1천675만원), 1.2ℓ스포팅 스피드기어가 2천130만 리라(약1천427만원)로 값은 녹녹치 않다. 피아트의 대중적인 야심작 2세대 푼토가 어느 길을 달려갈 지 주목된다.
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 1999-11-28
 현대 에쿠스 JS300 대중화를 향한 고급차의 경쾌한 달리기  ​ ​​에쿠스에 3.0 모델이 추가되었다. 고급형은 어느 정도 수요가 찼다는 뜻일까? 보급형이 마련된 것이다. 관심은 오로지 힘의 여유에 모아진다. 대형 보디를 이끌 3.0 엔진은 고급차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과거의 예가 그랬듯 에쿠스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할 모델이기에 관심이 더욱 크다. ​액셀 페달을 처음 밟는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제대로 된 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차는 미끄러지듯 흐른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넉넉한 힘이다. 급가속에 차는 통쾌하게 내뻗는다. 매끄럽고 경쾌한 달리기에서 대형 고급차로 손색없는 힘을 보게 된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과거 아카디아에 대응하기 위한 차로 그랜저 3.5가 처음 나왔을 때 3.0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3.5라는 수치는 단순히 최고의 자리를 위한 배기량 늘리기로 생각되었다. 에쿠스 4.5와 3.5를 시승했을 때도 3.5의 성능에 만족할 수 있었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아쉬움도 없었다. 반면에 지난달 시승한 그랜저 XG 2.0은 힘부족이 아쉬웠다. 그런 만큼 에쿠스 3.0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했다. 대형보디에 3.0이 충분할까? ​ 고급 대형차다운 승차감에 층실 시속 210km에서도 안정감 느껴져 에쿠스 3.0은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 같은 시그마 엔진이지만 튜닝을 달리해 그랜저 XG 3.0의 최고출력 196마력/최대토크 27.2kg.m보다 조금 높은 203마력/27.6kg.m을 낸다. 부드럽고 조용한 엔진은 5단 H매틱 트랜스미션과 어울려 주행성능이 매끄럽다. 조용히 떠가듯 미끄러지는 승차감이 고급차 에쿠스에 기대되는 그대로다. 몇 달 전에 타본 에쿠스 3.5와 오늘 시승차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기억이 헷갈린다. 그만큼 3.0에 만족한다는 뜻이다.​​​​​오늘따라 유난히 단단하게 느껴지는 차체가 인상적이다. 잔잔한 가운데 응어리진 차체가 좋은 핸들링을 약속하는 듯 싶다. 단단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노면의 사정을 알릴 뿐 피로를 모르게 한다. 소음이 억제된 가운데 빵빵한 시트의 쿠션조차 승차감을 돕는다. 스카이 훅(Sky Hook) 이론의 4.5는 하늘을 떠가는 듯 했지만 인위적인 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에쿠스 3.5의 자연스러운 감각이 좋았던 기억이다. 3.0은 모자람 없이 고급차다운 승차감에 충실하다. ​​​​최고속은 210km를 달렸다. 가속이 수월하고, 안정감 역시 뛰어나다. 더 큰 엔진을 견딜 수 있는 섀시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도 힘부족을 느낄 수 없는 에쿠스 3.0의 주행성능에 만족한다.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내달렸다. 코너마다 이어지는 가속과 제동성능이 대형차에 대한 기대 이상이다. 나무랄 데 없는 핸들링은 큰 차가 작게 느껴지게 한다. 컴팩트하게 느껴지는 보디가 운전을 쉽게 만든다. 적절히 균형 잡힌 보디 롤링이 안정과 승차감을 함께 추구한다. H매틱 기어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달리는 활기찬 주행이 스포츠카 못지 않다. 내게는 아직 전자제어 서스펜션 ECS의 스포츠 & 노멀 모드 구별이 힘들다. ​​​​ 대중화를 향한 또 하나의 고급세단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보디라인 86년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의 기억이다. 유행과 달리 각진 차체와 수직형 그릴, 거기에다 오페라 윈도까지 갖춘 차를 보는 순간 리무진 못지 않은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차를 누가 탈까? 재벌총수와 장관이 아니면 탈 수 있을까? 위엄으로 가득한 차를 얼마나 팔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다. 그런 그랜저가 누구나 타는 차가 되었다. 최고급 세단의 대중화였다.  에쿠스를 보는 순간 또 한번 고급차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높은 벨트라인과 상대적으로 작은 옆창은 장갑차를 보는 듯 했다.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엄이 두려웠다. 도요다 크라운보다 덩치가 큰 차는 윗급인 렉서스 LS400에나 견줄 만하다. 외국에서는 흔한 클래스가 아니다. 그러나 3.0의 데뷔로 에쿠스의 대중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에쿠스 디자인의 장점은 평범한 가운데 개성적인 것이다. 편하게 다가오는 인상이 오랜 친구 같다. 3.0의 할로겐 헤드램프는 윗급의 HID 램프와 구별이 안 된다. 3.0의 격자형 그릴도 개성을 달리할 뿐 윗급보다 가련한 모양이 아니다. 날갯짓하는 엠블럼이 오늘따라 멋지다. 3차원의 엠블럼은 에쿠스의 디자인 실력을 가늠하게 한다. ​​​ ​​​범퍼에 그어진 한 줄 크롬테는 옛날의 크롬 범퍼를 상징적으로 대신한다. 보네트부터 시작되어 벨트라인을 따라 달리고 다시 트렁크에서 두드러진 어깨선(숄더라인)은 에쿠스의 강한 개성으로 어느덧 현대자동차의 독특한 라인이 되었다. 3.5보다 한 사이즈 작아진 15인치 휠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자면 너무 보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로 발표될 에쿠스의 모습에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미쓰비시의 요구도 적지 않게 반영되었을 테지만 최근 발표되는 도요다 크라운이나 닛산 세드릭은 좀더 자극적인 모양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모습이 고급차의 단점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위로한다. ​​ 필요한 것만 달아도 호화로운 실내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 또 한 가지 염려는 보디 옆면과 트렁크 리드에서 철판이 쿨렁이는 기분이다. 너무 넓은 면적 때문인지 팽팽한 감각이 부족하다. 3.0은 뒷자리 쿨박스가 없어진 덕분에 트렁크는 훨씬 넓어졌다. 쿨러가 중요할까 골프채 많이 싣는 것이 중요할까? ​​ ​​​실내로 들어선 순간 굽이치는 대시보드 윗면이 멋지다. 실내를 둘러친 우드 그레인에서 피아트 쿠페의 보디컬러 대시보드와 재규어 XJ6 분위기가 겹친다. 그 앞으로 우드 그레인 치장의 스티어링 휠이 잘 어울리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이나 시트의 바느질 솜씨에서 요즘 현대가 주장하는 감성품질을 엿보게 된다. 에쿠스는 내후년 미국에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경쟁력을 기대할 만하다. ​​​​​4.5에 모니터가 있던 자리는 커다란 사발시계가 대신했다. 많은 네비게이션 버튼으로 어지럽던 그 아래 수평면에는 작은 사물함이 마련되었다. 심플한 처리가 마음에 든다. 무슨 버튼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에쿠스 3.0의 심플한 장비가 몇 해 전의 그랜저를 떠올린다. 필요한 것만 갖춘, 눈에 익숙한 고급차다. AV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 같이 골치 아픈 장비는 필요없다. 나는 단순한 차에 끌린다. ​그래도 앞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요추조절장치)에 2가지 자세를 메모리할 수 있고, 차가 서면 시트가 저절로 물러나는 이지 엑세스 기능까지 갖추었다. 좌우는 물론 뒷좌석까지 나누는 3분할식 온도조절장치에 천장에는 많은 램프가 휘황찬란하다. 덩치가 큰 차에 백워닝 시스템은 기본이다. 누가 이 차를 아랫급 모델이라 하겠는가. 4천만 원짜리 고급차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시승차 JS300은 GS300에 뒷자리 편의장비를 더한 모델이다. 옆창과 뒤창의 커튼,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열선내장 시트, 화장거울, 뒷좌석 콘솔 리모컨 등 완벽한 장비는 뒷자리 중심차로 손색이 없다. 뒷자리는 유난히 높은 쿠션이 편한 자세를 만든다. 몇 달 전 시승한 벤츠 220S의 뒷시트가 이렇게 높아 좋았다. 조수석은 리렉스 시트로 발을 뻗을 수 있게 했다. 회장님의 시야를 돕기 위해 조수석 헤드레스트 역시 앞쪽으로 꺾인다.​​ ​​밤길을 달리는 에쿠스의 사발시계 조명이 은은하다. 조이지 않는 시트벨트가 마음에 들고 눈부심을 방지하는 ECM 룸미러가 유난히 깨끗하다. 사소하지만 고급차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에쿠스 JS300은 앞자리, 뒷자리 모두에 흡족할 차로 보인다. 3.0ℓ의 파워에 만족하며 어차피 많이 팔릴 차에 대한 안도감이 생긴 시승이었다. JS300은 제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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