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Volvo S40 T5 볼보다운, 그러나 볼보답지 .. 2004-06-08
아주 오랜만에 볼보의 가장 아랫급 모델이 새 모습으로 바뀌었다. 뼈대고 심장이고 껍질이고 할 것 없이, S40이라는 이름 말고는 구형에서 이어받은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포드 계열의 유럽 포드와 마쓰다, 볼보가 나누어 쓰는 새 뼈대는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비용을 줄이려고 이런 식으로 차를 개발하는 것이 대세이긴 하지만, 문제는 각 브랜드들의 맛이 얼마나 잘 살아있는가에 있다.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구형 S40과 비교한다면 신형 쪽이 볼보의 색깔을 많이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시승차와 만났다. 실내의 전체적 조화는 볼보 명성 그대로 센터스택의 느낌은 강렬하기보다 은은해 컴팩트라는 단어에 압축의 의미가 담겨있던가? 컴팩트카인 S40의 겉모습은 S60과 S80의 길이와 너비만 줄여놓은 느낌이 든다. 볼보 특유의 스타일과 실내공간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타협점을 노린 개발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고민의 결과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크게 달라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가 망설여진다. 다만 차가 실제 크기에 비해 커 보인다는 것만큼은 뚜렷하다. 짧은 보네트와 트렁크 때문에 탑승공간이 강조되어 보이는 것은 최근 나오는 많은 세단들의 공통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날렵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볼보는 S40의 각 모서리를 깎고 다듬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직렬 5기통 엔진을 얹으면서도 뒤 범퍼 아래 양쪽 끝으로 빠져 나온 배기구는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한 멋진 속임수다. 실내는 선과 양감이 단순하고 차분해서, 온기와 습기가 적당한 늦가을 날씨와 같은 분위기다. 크기에 비해 내장재는 고급스럽지만 호화롭지는 않다. 그러나 디자인에서 내장재, 스위치의 조작감각에 이르는 실내의 전체적인 조화는 볼보의 명성 그대로다. 맵 포켓이나 글로브 박스 등 수납공간의 여유가 부족한 것이 약간 의외일 뿐이다. 고성능 모델 T5인 만큼 스포티한 실내장식을 기대했는데, 짙은 회색 톤의 내장재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시보드에서 센터터널을 잇는 알루미늄 빛 센터스택이다. 이것은 새 S40에서 볼보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다. 센터스택이 주는 충격은 강렬하기보다는 은은하다. 센터스택 뒤에 손가방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사용자가 기술적 진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인 만큼, 센터스택이 인터페이스 차원의 새로운 혁신이라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4개의 다이얼과 세로로 길게 놓인 버튼들은 보기 좋고 쓰기 편한 신선한 접근이다. 상단의 다기능 도트 매트릭스 화면은 단색에 위아래로 좁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알아보기 쉽고 조절하기 편하다. 앞뒤를 오가며 좌석에 앉아보니 약간 높이 앉는 자세가 절로 만들어진다. 앞쪽의 머리 위 공간은 선루프가 달려있으면서도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때문에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약간 부족하다. 차의 폭이 좁다는 것은 앞좌석 등받이의 여유가 적다는 점을 빼면 느끼기 힘들다. 앞 뒤 모두 무릎공간은 비교적 넉넉하다. 공간은 한정되어있지만, 쿠션이나 각도 모두 편안한 좌석설계는 윗급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더블폴딩 기능이 있는 뒷좌석은 트렁크와 이어지는데, 접힌 등받이가 트렁크 바닥과 깔끔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트렁크는 차 크기에 비해 깔끔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놀랍긴 하지만, 조금 부족함이 엿보이는 마무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예전 볼보의 날렵함은 약간 무뎌져 고른 토크로 시원한 가속성능 보여 계기판 옆에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힘있는 시동에 차체가 부르르 떤다. 둔한 듯한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반응에 ‘좀 더 밟아줘야겠는걸’ 하며 오른발에 힘을 주는 순간 터보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가속이 시작될 2천rpm 부근에서 차가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가려하니, 몸은 저절로 움찔하고 차는 잠깐 울컥거린다. 이런 차를 부드럽게 몰려면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굽이치는 도로에서 핸들링을 즐기려면 5단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의 수동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새 5단 변속기는 S60이나 S80의 4단 변속기와 특징상 큰 차이가 없다. 기어 레버는 작고 짧아 스포티한 기분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터보의 과급압을 유지하며 신나게 달리려면 운전자의 몸이 차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기어를 윗단으로 올릴 때에는 1/2박자, 아랫단으로 내릴 때에는 1/4박자 빠른 손짓이 필요하다. 차의 움직임도 운전자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볼보답게 머리는 가볍게 움직이지만 뒤따르는 몸은 약간 무겁다. 끈적끈적한 접지력이 안정감을 주지만 말초적인 부분에서 예전 볼보의 날렵함은 무뎌졌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인 DSTC가 애매한 시점에 은근히 개입하는 탓도 적지는 않다. 차가 박력있게 꼬리를 흔드는 동안, 등받이가 옆구리를 좀더 받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직선도로에서의 가속은 4천rpm까지 고른 토크 덕분에 제법 시원스럽다. 기어비는 초반가속에 신경을 쓰고 고속영역을 폭넓게 잡아 놓은 구성이다. 터보가 터진 직후부터 날래지지만 약간 묵직한 가속감이 실용주행영역 내내 이어지면서 오른발을 자극한다. 속도를 높이는 동안에도, 꼼꼼한 방음처리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차분한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 220마력의 힘은 시속 180km에서도 여차하면 속도를 더 낼 기세다. S40 T5는 성능이나 편의성,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예측했던 딱 그 수준의 볼보다. 든든하고 안전한 섀시에 씌워진 볼보 특유의 모습은 개성과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맛있는 스테이크는 훌륭한 고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S40 T5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안에 침을 돌게 할 만큼, 볼보 브랜드라는 소스의 향을 조금 더할 필요가 있다. 볼보 뉴 S40 T5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70×1770×1450 휠베이스(mm) 2640 트레드(mm)(앞/뒤) 1535/1530 무게(kg) 143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DOHC 터보 최고출력(마력/rpm) 220/5000 최대토크(kg·m/rpm) 32.6/1500~48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2521 보어×스트로크(mm) 83.0×93.2 압축비 10.3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2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모두 205/50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4.66/3.03/1.981.34/1.02/5.11 최종감속비 2.44 변속기 자동5단 기어트로닉 Performance 최고시속(km) 235 0→시속 100km 가속(초) 7.2 연비(km/L) 9.3 Price 5,150만 원
혼다 NSX-R ⑤미니 시승 - 섬세함과 편안함이 .. 2004-06-07
토치기 프루빙 센터의 제동성능과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종합 코스에서 혼다의 최신기술이 쓰인 차들을 시승하게 되었다. 참석한 기자단이 조를 나누어 연료전지차인 FCX, 추돌할 때 충격을 줄여주는 CMS가 달린 인스파이어를 시승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스포츠카인 NSX-R과 S2000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스포츠카 체험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고속주회로의 남쪽 뱅크 바로 안쪽에 마련된 와인딩 코스. 원래 혼다는 두 차를 테스트 팀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기자단은 동승만 하도록 준비했지만, 혼다코리아 담당자의 배려로 소수의 기자들은 직접 운전을 해 볼 수 있었다. 기자 시승은 일정에 쫓겨 코스 중 동쪽 절반만 두 바퀴를 도는 것으로 짧게 진행되었다. S2000은 이미 본지에 시승기가 실렸기 때문에 NSX-R을 몰아보기로 했다. NSX-R은 NSX의 최고모델로, 경량화에 주안점을 두고 세심하게 튜닝한 차다. 혼다 양산 스포츠카의 정점에 있는 차인 만큼, 큰 기대를 하며 시동이 걸려있는 아이보리색 NSX-R의 도어를 열고 빨간 직물소재가 씌워진 일체형 버킷시트에 몸을 집어넣었다. 예민한 차체 반응, 운전에 집중하는 즐거움 실내는 91년 데뷔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시트는 거리조절만 할 수 있었는데, 전동식 조절장치를 쓴 것이 특이했다. 페달과 허벅지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자리를 잡는 자세는 경주용 차에 오른 듯한 전투적인 긴장감을 자아냈다. 반발력이 크지 않은 클러치 페달이 의외였고, 왼손으로 조작하는 기어 레버는 S2000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움직임이 매력적이었다. 몇 차례 기어 단수별 레버 위치를 확인한 다음 클러치를 이으며 코스를 향해 나갔다. 여기까지 느낀 페달의 조작감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코스에 들어서니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어도 커브가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차의 스티어링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나갔다. VTEC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쓰인 V6 3.2X 280마력 엔진의 소리가 등 뒤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코너를 하나하나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면서, 엔진의 실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변속직전까지의 최고회전수를 조금씩 높여보았다. 회전수를 높일 때마다 소리가 주는 자극이 목 뒤에서 머리 끝으로 계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꾸준히 오른쪽 왼쪽으로 커브를 드나드는 동안,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의 조작은 차체의 움직임으로 빠르고 치밀하게 옮겨졌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덕분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미드십 엔진 차만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흐뭇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감속과 가속으로도 차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충분한 포용력을 가진 서스펜션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없이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짧은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에는 출발 전의 긴장감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깔끔하고 정교한 맛이 있고 섬세한 운전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NSX-R은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부담없을 만큼 편안함이 공존하는 차였다. 잠깐동안의 경험이었지만 NSX를 왜 수퍼카 입문자들을 위한 차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NSX-R이야말로 가장 혼다다운 차라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GM대우 라세티5 ②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친 새 바.. 2004-05-24
미운 오리새끼의 방황은 끝날 것인가? 유난히도 해치백이 박대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형차도 아닌 준중형 해치백은 미운 오리새끼와 다름없다. 괴롭고 슬픈 과거를 꿋꿋하게 버텨낸 동화 속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우아한 백조임을 알게 된 뒤 행복을 되찾는다. 하지만 국내 현실 속의 해치백은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은 둘째치고 아직 자신이 백조인지도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라 하면 세단의 트렁크만 싹둑 잘라낸 변종 모델이라는 누명을 썼던 것이 사실. 하지만 라세티 해치백(라세티5)은 환골탈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굳이 라세티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세티5가 해치백 붐의 진원지가 될지, 또 다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는 시간이 흐르면 결판나겠지만 ‘당리당략과 정파’를 초월해 좋은 결과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스포티한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라세티 해치백은 해치백의 낙원인 유럽을 겨냥한 모델. 대단한 각오라도 한 듯 디자인을 확 뜯어 고쳤다. 좀더 새로운 모습을 필요로 했는지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친 세단과 달리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에게 스타일을 맡겼다. 아몬드 모양의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의 식상함을 의식한 듯 둘레만 살짝 검은색으로 둘러 귀여운 팬더 이미지가 난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크롬 라인과 엠블럼으로 마무리한 역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미 칼로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GM대우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되었다. 앞모습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날렵함에 역동성이 살아 있지만 욕심 같아선 개성을 더 뚜렷이 할 과감한 터치가 아쉽다. 옆모습으로 넘어가면 대우차의 개성으로 자리잡은 돌출형 휠아치와 함께 그립식 도어 핸들이 눈에 띈다. 해치백 스타일의 백미는 아무래도 뒷모습. 지금까지의 대우차가 그래왔듯이 라노스나 칼로스에서 보여준 탱탱한 엉덩이는 라세티5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과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자칫 뭉툭해 보일 수 있는 해치백 뒷모습에 입체감을 살렸다. 비상하는 날개를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한껏 위로 치켜올렸고 네 개의 서클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범퍼 밑단의 가느다란 붉은색 반사판도 포인트를 준 부분. 스포티한 분위기로 엮어낸 인테리어도 변화의 핵심이다. 동그란 송풍구와 대시보드 위쪽 가운데에 마련한 디지털 시계가 앙증맞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돋보이고 검정과 회색, 실버 메탈릭의 조화로 젊은 감각을 물씬 풍긴다. 힘이 넘치는 곡선으로 처리한 도어트림에도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 있지만 실버 패널로 포인트를 줬음에도 회색 일변도라 조금 심심하다. 품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소재는 차급으로 보나 수출전략 모델인 점을 감안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길이가 20cm 정도 줄었지만 기본이 준중형인지라 실내공간은 여유 있다. 뒷좌석의 레그룸은 932mm, 헤드룸은 964mm로 동급 최고 수준.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치백 기준으로는 넉넉하고, 6:4 분할 폴딩으로 뒷좌석을 희생하면 최대 1천X 이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5명이 몸을 부대끼고 다니지 않는 한 짐 공간은 걱정 없는 셈. 정숙성·고속안정성·제동성능 뛰어나 엔진은 세단과 같은 1.5X DOHC E-텍Ⅱ. 6천rpm에서 106마력의 힘을 내고 4천200rpm에서 14.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유난히 소음에 민감한 국내 운전자들의 입맛에 맞을 정도로 조용하다. 경제적인 운전영역이라 할 수 있는 2천rpm 전후에서도 아이들링 못지않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더 스포티하게 몰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높은 rpm 영역에서는 거친 울부짖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국내 모든 준중형 모델이 그렇듯 1.5X 엔진으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성능을 바라기는 무리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한 수 접고 평가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꾸준한 가속력을 보인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한결같고 그 이후에는 바늘 움직임이 무거워진다. 최대토크 부근에서는 나름대로 가속력이 느껴지지만 rpm 게이지의 그린 존을 넘어버린 바늘을 바라보기 부담스럽다. 일본 아이신의 스텝게이트식 4단 AT는 변속충격이 크지 않고 동력 전달도 무리 없이 해낸다. 3단 레인지가 없고 홀드 스위치만 있어 혼자서 척척 해낼 것 같지만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 가속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달리기가 믿음을 준다. 제동성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 고속에서 급제동을 해도 ‘두두둑’하는 믿음직스런 ABS 작동 소리와 함께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라세티5의 언론 시승회가 진행된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완만하고 급격한 코너가 적절히 섞여 있어 코너링 성능을 확인해보기에는 제격이었다. 게다가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 ‘아웃 인 아웃’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보다는 코너를 정확히 따라가는 것이 급선무. 운전자의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정확히 코스를 밟아나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코너에서도 살짝 돌아가는 꽁무니는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지만 스포츠 주행 감각은 평균점을 약간 웃도는 정도. 진정한 경쟁자는 유럽 C세그먼트의 해치백 니치마켓에 가까운 국내 준중형 해치백 시장의 특성상 라세티5의 경쟁 상대는 세단과 해치백을 아우르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한 국내 준중형 시장은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상태. 그럼에도 라세티5는 스타일과 인테리어, 동력성능과 편의·안전장비 등 모든 면에서 그 기준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국산 경쟁차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얘기다. 라세티5가 뛰어들 유럽 본무대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7, 도요타 카롤라 등…… 예쁘장하고 잘 달리고 실용적인 만능 재주꾼들이 수두룩하다. 쟁쟁한 경쟁자들 틈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국산 해치백 승용차의 발자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역사는 소형차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7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현대 포니가 국산 해치백의 원조.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포니는 독립된 트렁크 공간을 가진 패스트백이기 때문에 진정한 첫 모델은 그 뒤를 이어 82년에 나온 포니2라 할 수 있다. 국산차 중 해치백으로 가장 성공한 모델은 86년에 나온 기아 프라이드. 현대 포니2와 달리 포니 엑셀, 대우 르망과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진 후에 얻은 성공이었고 더구나 ‘꽁지 빠진 닭’이라는 초기의 곱지 않은 시선들을 극복한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포니 이후에도 해치백은 간간이 나왔지만 유별난 세단 선호 경향 때문에 대부분 노치백이 주를 이루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치백이 먼저 나오고 3/5도어 해치백이 뒤를 잇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현대 엑셀 5도어와 대우 넥시아로 명맥이 이어졌고, 90년대 중반 현대 유로/프로 엑센트와 대우 라노스 로미오/줄리엣, 기아 아벨라가 새로운 해치백 시대를 열었다. 99년 현대 베르나 센스에 이어 2002년에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 모델인 현대 클릭과 대우 칼로스가 등장했다. 대우 티코를 비롯해 마티즈와 아토스, 비스토 등 경차는 작은 실내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해치백으로 선보였다.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기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피아 해치백 버전인 레오는 기본형이 등장한 지 4년이나 지난 96년에 말에 나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1년 뒤 세피아Ⅱ의 해치백 버전인 슈마에 자리를 물려주었다. 98년 대우가 누비라 D5를 선보여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경쟁체제에 들어갔고 2000년 기아 스펙트라 윙과 현대 아반떼 XD 5도어가 나와 누비라 D5와 함께 준중형 해치백의 3강구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라세티 해치백 등장과 함께 세라토 해치백도 데뷔를 앞두고 있어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곧 세대교체를 이룰 전망이다. 해치백이란? 자동차를 구조로 분류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해치백과 노치백. 둘 사이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승차공간인 캐빈룸과 트렁크룸의 분리 여부다. 노치백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세단 형태를 가리킨다. 노치(notch)는 사전적 의미로 단(段)을 의미한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이어지는 모양이 계단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 엔진룸과 캐빈,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3박스 형태라고도 한다. 해치백에서 해치(hatch)는 갑판의 통로나 천장, 지붕 등에 만든 출입구의 뚜껑을 뜻한다. 차 뒷부분에 달린 뚜껑은 대부분 위쪽에 힌지가 달려 위로 열리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해치와 닮아 해치백으로 부르는 것. 캐빈룸과 트렁크룸이 하나로 통해 있기 때문에 2박스라고도 부른다. 또한 베르나 센스처럼 뒤꽁무니가 살짝 튀어나와 겉모습만 세단처럼 생긴 테라스 해치백도 있다. 유럽에서는 해치와 도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해치를 도어와 같은 개념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3/5도어라고 하면 해치백이라 받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2/4도어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해치백과 비슷한 형태로는 패스트백과 플레인백이 있다. 패스트백은 포르쉐처럼 루프라인이 뒷유리를 거쳐 트렁크라인까지 매끈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해치백은 해치 도어에 뒷유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패스트백은 뒷유리가 고정되어 있고 트렁크만 열리는 것이 차이점. 플레인백은 패스트백에 비해 뒷부분이 높은 형태로 고성능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GM대우 라세티5 MAX의 장단점 장점 ·확 바뀐 스타일 ·고속 안정성 단점 ·품질 낮은 내장재 ·불안한 코너링 GM대우 라세티5 MAX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295×1725×1445 휠베이스(mm) 2600 트레드(mm)(앞/뒤) 1480/1480 무게(kg) 115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06/6000 최대토크(kg·m/rpm) 14.2/42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498 보어×스트로크(mm) 76.5×81.5 압축비 9.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6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모두 195/55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2.875/1.568/1.0000.697/-/2.300 최종감속비 4.111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1 0→시속 100km 가속(초) 12.2 연비(km/L) 12.7 Price 1,172만 원
쌍용 로디우스 ③ROAD IMPRESSION - 컨.. 2004-06-11
한국의 독특한 시장환경이 낳은 또 하나의 물건(?)이 등장했다. 로디우스는 이스타나의 단종으로 승합차가 없던 쌍용이 개발한 MPV다. 아니 미니밴이나 SUV 혹은 단순한 승합차 같기도 한 복합적인 성격의 차다. 쌍용이 내세운 ‘신개념 프리미엄 MPV’라는 슬로건 가운데 적어도 ‘신개념’이란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승합차인 이스타나를 단종시킨 쌍용은 새로운 MPV에 쓸 만한 대형 섀시가 없어 새 플랫폼을 개발하거나(혹은 들여오거나) 이미 갖고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야 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던 쌍용은 체어맨의 플랫폼을 새 MPV에 활용했고, 뉴 체어맨과 렉스턴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새 MPV에 쏟아 부었다. 코란도 밴이나 무쏘 7인승, 무쏘 스포츠 등 세제혜택을 받은 틈새 모델로 재미를 본 쌍용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승용차 세금을 내야 하는 10인승 이하 미니밴 대신 세제혜택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11인승 MPV에 욕심을 낸 것도 한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데 모아 만든 결과물인 로디우스는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가운데 한 가지쯤은 과감하게 버릴 용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윙 도어 달아 SUV 같은 이미지 강조 렉스턴 타는 느낌이 들 만큼 힘 뛰어나 로디우스를 처음 보면 엄청난 크기와 독특한 스타일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길이×너비×높이는 5천125×1천915×1천820mm로, 기아 카니발은 물론 현대 스타렉스 점보(12인승)보다 크다. 언뜻 보면 덩치 큰 SUV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 대신 스윙 방식을 써 SUV 느낌이 더 짙다. 해외 모델 중에는 구형 혼다 오디세이나 르노 에스파스, 포드 갤럭시 등이 스윙 도어를 달았다. 얼굴을 매끈하게 다듬고 렉스턴의 것과 모양과 색이 거의 같은 짙은 회색 범퍼가드와 가니시를 붙인 것도 SUV 느낌을 주는 데 한몫 한다. 스타일의 좋고 싫음을 떠나 일단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느낌 역시 SUV에 가깝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위쪽에 달린 계기판. 푸조 807이나 시트로엥 C8 등의 미니밴도 이 같은 센터미터를 쓰고 있다. 옅은 색의 우드그레인은 베이지색 시트와 잘 어울리고, 센터페시아에 쓰인 펄이 들어간 플라스틱도 색감이나 질감이 만족스럽다. 글로브 박스 위쪽에 자리한 서랍식 CD수납함과 조그마한 사물함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다. 지붕 위에 자리한 시계와 평균속도, 방위 등을 나타내는 표시창은 보기에는 좋지만 운전할 때 시선을 돌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승차는 DVD체인저가 들어있는 고정식 센터콘솔을 갖추고 있지만, CD체인저나 DVD체인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떼어서 캐리어나 야외에서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는 탈착식 센터콘솔이 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디어 장비이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들은 이보다 더 재치 있는 장비들을 실내에 가득 담고 있다. 로디우스는 렉스턴에 쓰인 직렬 5기통 2.7X 165마력 엔진과 5단 자동기어를 얹고 있다. 힘은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소음 또한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다. 엔진의 최대토크가 34.7kg·m/1천800∼3천200rpm이나 되기 때문에 렉스턴보다 135kg 늘어난 무게는 가속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터보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는 답답할 만큼 액셀 반응이 더디지만 2천rpm 이상에서는 시원스럽게 가속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내본 최고시속은 180km이고, 빠르면서 편안하게 달리기에 적당한 속도는 150km 정도(5단 3천200rpm)인 것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지나치게 가벼워 고속에서는 좀 불안하다.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문득 SUV를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차선변경이나 코너링 때의 몸놀림은 확실히 더디다. 특히 급차선 변경이나 급코너링을 하면 서스펜션이 물러 차체가 심하게 출렁인다. 또한 165마력의 고성능을 뒷바퀴로만 굴리다보니 코너링에서 종종 차체 뒷부분이 옆으로 흐른다. SUV와 같은 감각으로 몰아붙이다가는 허둥대는 차체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십상이다. 벤츠의 기술이 녹아있는 5단 AT의 응답성은 뛰어난 편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은 센터미터는 보기에는 좋지만 달릴 때는 속도를 곁눈질로 확인해야 하므로 꽤나 불편하다. PSA와 피아트 그룹이 함께 선보인 미니밴 4총사와 닛산이 선보인 퀘스트 등도 센터미터를 쓰고 있지만, 푸조 807이나 란치아 페드라, 닛산 퀘스트는 속도계를 최대한 센터미터 왼쪽에 놓아 운전하면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속단속 카메라 앞에서 제한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계를 쳐다보는 일이 많은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열 놓느라 3열 시트와 트렁크 공간 희생 틈새시장 공략에 발목 잡힌 애매한 컨셉트 로디우스는 지나치게 틈새시장 공략에 집착하다 보니 애초 내세운 프리미엄 MPV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먼저 5m가 넘는 커다란 고급 MPV의 실내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선보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 MPV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실내활용성을 높이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로디우스는 그저 실내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11인승에 집착하다보니 4열 시트를 억지로 집어넣었고, 이 때문에 4열은 물론 3열 시트의 거주성까지 피해를 입었다. 9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거나(폴딩) 바닥까지 접을 수 있지만(더블 폴딩), 11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만 접을 수 있고 트렁크 공간을 키우려면 3∼4열 시트의 등받이를 모두 접어야 한다. 문제는 4열 시트를 접더라도 짐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이때 2∼3열 시트의 무릎공간도 좁아진다는 데에 있다. 7~8인승만 되었어도 거주성과 짐 공간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겉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SUV 스타일의 MPV이면서 속은 평범한 미니밴이나 원박스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로디우스의 큰 약점이다. 4열 시트를 떼어낸 다음 3열 시트만 얹고 다니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 법규는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시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규를 탓하기 이전에 접었을 때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시트를 개발하지 않고 덩그러니 보통 시트를 4열에 집어넣은 쌍용의 처사도 성의가 없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 높이와 같게 평평해지는 등(닷지 캐러밴, 도요타 시에나) 최근 선보이는 미니밴과 MPV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내공간을 넓게 쓰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스윙 도어 역시 실용성 면에서는 의심이 간다. 올해 선보인 뷰익 테라자나 새턴 릴레이는 SUV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이들 차는 3열 승객의 편의를 위해 과감하게 스윙 도어를 포기했는데, 쌍용은 3열뿐만 아니라 4열 시트를 갖추고도 스윙 도어를 달았다. 4열에 앉으려면 2∼3열 시트 사이 좁은 공간으로 엉덩이를 쭉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드나들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지 않고 겉만 잘 꾸며 놓은 차를 진정 프리미엄 MPV라고 부를 수 있을까. 쌍용 로디우스 RD500 최고급형 9인승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5125×1915×1820 휠베이스(mm) 3000 트레드(mm)(앞/뒤) 1590/1580 무게(kg) 2230 승차정원(명) 9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CRDi 최고출력(마력/rpm) 165/4000 최대토크(kg·m/rpm) 34.7/1800~3200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696 보어×스트로크(mm) 86.2×92.4 압축비 18.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80 Chassis 보디형식 미니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2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595/2.186/1.4051.000/0.831/3.167 최종감속비 3.31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14.4 연비(km/L) 10.2 Price 2,930만 원
랜드로버 챌린지 트랙에서 펼쳐진 시승 이벤트 랜드로.. 1999-11-28
랜드로버는 지난 49년 영국에서 탄생한 이래 디펜더,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개성적인 오프로더를 개발해 온 전통의 럭셔리 4WD 메이커. BMW의 우산 아래 들어간 이후 변신을 모색해 오다가 그 첫 작품 프리랜더에 이어 디스커버리를 10년만에 풀모델 체인지시켰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89년 첫 출시된 이후 카멜 트로피 등에서 명성을 날리며 `오프로드의 왕자`로 군림해 온 모델이다. 로버 코리아는 디스커버리 시리즈II의 국내 신차발표 및 시승 행사를 지난 10월 6일 전주에서 가졌다. 스타일은 구형보다 크고 산뜻해져 ACE, SLS 등 첨단장비 많이 갖춰 디스커버리 시리즈II(이하 디스커버리II)가 전주로 간 까닭은 이곳에 랜드로버 전용 오프로드 트랙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구이산 자락에 로버 코리아가 직접 설계해 만든 랜드로버 챌린지 트랙은 직원교육과 함께 고객에게 오프로드 주행의 멋과 운전요령 등을 체험케 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국내 최초의 본격 오프로드 트랙인 셈이다. 시승 행사에 앞서 전주 리베라 호텔에서 간단한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기자단과 함께 카르스텐 엥엘 BMW/로버 코리아 사장, 유럽의 랠리 우승자 출신인 허버트 그룬스타이들(Herbert Gruensteidl) 강사를 비롯한 랜드로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엥엘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주는 랜드로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하며 `집에서 부인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기자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는 조크를 던졌다. 그리고 `랜드로버는 지난 50년간 전통 지프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 왔으며 최근의 변화는 점점 더 온로드 성능도 중시한다는 점이다. 디스커버리II의 온로드 성능은 레인지로버에 가까우며 1만3천여 부품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그러나 보는 순간 랜드로버임을 알 수 있는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며 디스커버리II를 소개했다. 이어서 허버트 그룬스타이들 강사가 나와 디스커버리II의 기술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먼저 스타일은 구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길이 150mm, 너비 97mm가 커졌고, 윈드 스크린 각도를 세웠다. 또한 뒤쪽 알파인 윈도의 몰딩을 없애 산뜻한 감각이고, 보디 볼륨을 강조해 차체 윤곽이 분명해졌다. 리어램프도 위로 올라가며 크기를 키웠다. 보디는 4개 도어와 루프만 스틸 재질이고, 나머지는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특징적인 메커니즘으로는 ACE(Active Coprnering Enhancement, 능동적 코너링 향상장치)와 SLS(Self-Levelling Suspension, 자동 수평조절 서스펜션)를 들 수 있다. 차는 네 바퀴가 지면에 닿아 있어야 최상의 접지력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코너에 진입할 때는 횡적 저항을 받아 차체가 들리는 쪽 두 바퀴의 접지력이 약해지게 된다. ACE는 안티 롤바에 유압 실린더를 추가해 차체가 코너링 때 수평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보디 롤링을 줄여 주고, 운전자가 차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SLS는 뒷 서스펜션에 특수 고무재질의 에어 스프링을 달아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접지력을 확보하는 장치다. 오프로드에서 수동으로 차체 뒤쪽 높이를 4cm 높일 수 있고, 노면이 불규칙할 때는 센서가 접지력을 판단한다. 가속력과 온로드 성능 좋아져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운 하루 신차발표회를 마치고 오프로드 트랙이 있는 구이산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치지 않았고, 랜드로버측은 오히려 디스커버리II의 성능을 더 잘 알 수 있는 날씨라고 말했다. 트랙에 도착하자 마치 외국의 오프로드 챌린지 캠프에 온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일행은 가벼운 흥분으로 수런거렸다. 시승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온로드 주행, 나머지 한 팀은 오프로드 주행을 한 뒤 서로 교대하기로 했다. 기자는 먼저 온로드 주행팀에 합류했다. 시승차는 디스커버리II 두 대를 비롯해 구형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도 준비되었다. 다른 랜드로버차와 달리기 특성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디스커버리II는 외관보다 실내의 변화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BMW 7시리즈에서 가져온 도어 패널 등 화려한 인테리어와 첨단기능 계기들이 하이테크 감각을 물씬 풍긴다. 시야는 확실히 개방감이 커졌고 차는 부드럽게 뻗어 나간다. 구형과 달리 기어 셀렉터 표시가 계기판에 나타나 수시로 기어 체인지를 할 때 편하고, 계기패널에는 HDC(Hill Descent Control, 내리막 주행 컨트롤) 버튼이 보인다. HDC는 프리랜더에 처음 사용한 장치지만 프리랜더의 경우 로 기어가 없고 기어에 작동 스위치가 있다는 점이 디스커버리II와 다르다. 시승은 지방도로와 산허리를 감아 도는 와인딩 로드로 이어졌다.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력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FTC(Fast Throttle Control, 급속 드로틀 컨트롤) 시스템 덕분인데, 오프로드에서는 이와 반대로 액셀을 깊게 밟아도 부드럽게 나가도록 설계되었다는 설명이다. 디스커버리II는 급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감아 돌았다. 핸들링과 접지력은 고급 세단을 모는 감각이다. 레인지로버는 확실히 온로드 감각이 뛰어났다. 편한 자세와 쉬운 운전이 특히 매력적이다. 디스커버리II와 레인지로버에 이어 탄 구형 디스커버리는 앞 차들에 비해 다소 불편했다. 디스커버리II의 고급스런 변신이 너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프로드 차례다. 시승차로 카멜 디스커버리가 추가되었는데 정작 주인공인 디스커버리II는 안전상의 이유로 빠져 아쉬움을 주었다. 대신 허버트 그룬스타이들 강사가 운전하고 옆에 타는 데모주행을 했는데 랠리 챔피언답게 차를 다루는 솜씨가 좋아 탄성을 불렀다. 그는 오프로드 주행요령으로 최대한 천천히 달리되 필요할 때는 빨리 달릴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오르막길 직전에 빨리 달리지 않으면 탄력을 받지 못해 중간에 멈춰 서게 되고, 계속 전진할 방법이 없으므로 후진해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로드에서는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앞에 놓인 길을 돌파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고 차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악 데모주행에 이어 여러 장애물을 만들어 놓은 인공 트랙에서 체험주행을 했다. 카멜 디스커버리 등을 타고 개울과 다리 등 각 포스트를 지나는 것이다. 험로에서 수동기어차를 운전할 때는 클러치에서 빨리 발을 떼야 한다. 반클러치일 때 시동이 꺼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포스트 진입을 위해 후진을 하는 순간 시동을 꺼뜨렸는데 재출발이 쉽지 않았다. 비가 온 뒤라 워낙 진흙이 깊게 패였던 탓이다. 결국 윈치를 이용해 탈출했는데 민첩한 팀웍으로 위기상황을 탈출하는 장면이 오프로드 트랙의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었다. 하루 해는 너무 짧았다. 그러나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움은 오래 남을 듯하다. 랜드로버 전용 챌린지 트랙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어 오프로드 캠프의 즐거움과 4WD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디스커버리II는 구형과 달리 7인승으로 등록되어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V8 4.0ℓ 188마력 엔진을 얹은 두 가지 모델이 소개되는데 기본형 XS는 5천690만 원, 가죽시트 등 편의장비가 추가된 고급형 ES는 6천290만 원이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3도어 자유롭고 싶은 청춘들의 샤.. 1999-11-28
랜드로버에서 프리랜더라는 차가 나오기 전까지 랜드로버의 모델은 장년층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틀림없는 성능과 강인한 내구성으로 높은 명성을 얻어왔던 디펜더부터 영국 고급차의 공식을 4WD에 그대로 옮겨 귀족들의 에스테이트카라고 불리웠던 레인지로버에 이르기까지 랜드로버의 모델들은 확실한 가치를 지녔지만 값이 비싸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다. 랜드로버가 많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유난히 긴 내구성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랜드로버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반은 10년이 넘은 모델들이다. 랜드로버가 염가판으로 내놓았던 디스커버리 역시 랜드로버 모델로는 저가형이었지만 절대값은 여전히 높아 4WD 수요가 큰 후진국에서는 그림의 떡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 활동파 오프로드 매니아들에게도 높은 곳에 있는 차였다. 젊은층을 겨냥한 매력적인 모델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도 좋아 보급대수로만 따진다면 세계 4WD시장은 경량급 오프로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온로드 주행능력의 비중이 높아진 염가의 소형 SUV바람은 스즈키 사이드킥과 기아 스포티지가 원조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포드 매버릭(닛산 테라노II), 도요다 RAV4 등은 세련된 스타일링과 경쾌한 성능 그리고 컴팩트한 차체에 싼 값으로 활동적인 젊은 오너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높은 명성을 가진 랜드로버가 보다 넓은 아랫급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바로 프리랜더라는 경량급 SUV를 통해서였다. 프리랜더는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고 랜드로버 코리아 역시 발빠르게 프리랜더를 수입, 판매했다. 수입된 첫 모델은 5도어 모델이었다. 경량급 SUV시장에서는 실용성 못지 않게 패션성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젊은층을 겨냥한 모델일수록 스타일링의 비중은 높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3도어 모델을 고대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고대하던 매력적인 프리랜더 3도어가 시승차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개 도어가 많은 차를 좋아한다. 물론 도어가 많을수록 타고내리기 좋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2도어 혹은 3도어가 주는 안락감 또한 가치가 높다. 특히 오너 드라이빙 전용차라면 도어수가 적은 것이 더 편리하다. 랜드로버 프리랜더는 3도어가 제격이다. 차의 급이나 성격에 비춰봐도 3도어가 이상적일 뿐 아니라 스타일링 측면에서도 3도어가 개성이 넘치는 프론트 마스크와 잘 어울린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픈에어 모터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좌석 천장에는 두 개의 탈착식 글라스톱이 있고 뒷부분의 소프트톱은 말아 올려 B필러에 매달거나 아예 떼어낼 수도 있다.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하드톱을 달 수도 있다. 프리랜더 3도어의 소프트톱을 벗기는 일은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처럼 간단하지 않다. `탈착`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분해에 가까운 수고가 요구된다. 오프로더에 있어서는 오픈이란 개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컨버터블은 바람에 머리가 엉키기만 해도 쉽게 소프트톱을 씌울 수 있지만 오프로더는 험로를 공략할 때 노면 파악을 위해 오픈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과정이 복잡한 것이 큰 흠은 아니다. 오프로더 중에서 오픈보디로 만들거나 다시 톱을 씌우는 과정이 간단한 모델 중 하나인 뉴 코란도 290SR도 숙달된 사람이라도 3∼5분이 걸린다. 물론 프리랜더의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데는 1∼2분 정도 더 소요된다. 프리랜더는 3도어나 5도어 모두 같은 차체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짧아 보일 뿐 공간은 그대로다. 그래서 옹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소프트톱을 모두 떼어내면 뉴 코란도보다 개방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3도어 모델이 좋은 이유는 운전자의 후방시계를 막지 않는다는 점이다. 5도어 모델은 앞문이 작아 B필러가 운전자의 후측면 시계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도어가 커지고 그만큼 B필러가 뒤로 물러난 3도어 모델은 B필러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지 않아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에도 좋다. 온로드에서도 뛰어난 성능 보여줘 움직임 파악 쉽고 트랙션 변화 없어 자유로를 이용해 파주까지 가기로 했다. 자유로라는 고속주행구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씌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3도어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오픈보디여야 한다는 생각에 소프트 톱을 떼어내고 달렸다. 5도어 모델 시승 때도 느낀 것이지만 프리랜더의 온로드 달리기 성능은 빼어나다. MGF에 얹히는 120마력의 1.8ℓ 엔진이 MGF보다 640kg이 더 무거운 차체를 이처럼 가뿐하게 달리게 하는 것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속 100km에서도 페달을 밟으면 멈칫거림 없이 가속이 이루어진다. 메이커 발표치는 최고시속이 165km라는데 그보다는 10% 정도 더 높은 속도를 얻을 수도 있을 정도로 여유가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시속 120km로 달려도 바람소리가 작아 오픈 상태로 고속 크루징을 해도 옆좌석에 앉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고속 코너에서도 높아 보이는 차체에 비해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이 낮게 자리한 때문인지 안정감이 높다. 빼어난 핸들링을 인정받은 스포티지와 비교한다면 막상막하다. 스포티지가 가뿐한 느낌인데 비해 프리랜더는 중량감이 느껴진다. 하체의 단단함은 프리랜더가 한 수 위다. 코너에서도 풀타임 4WD로 트랙션 변화가 거의 없어 안정되게 돌아나간다. 조작반응 역시 젊은이들의 감각에 어울리게 빠르다. 품격보다는 개성이 두드러진 프리랜더는 일상적인 달리기에서 SUV라 너그럽게 봐주어야 할 둔한 반응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험로를 찾았다. 역시 예상대로 잘 올라갔고 가벼운 페달 조작만으로 험한 돌밭도 힘들이지 않고 미끄러짐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단과 후진 기어의 기어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반클러치를 쓰게 되면 디스크 마모가 심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로드에서 스포티지 2.0 DOHC와 크게 차이나지 않던 프리랜더는 오프로드에서 명문 랜드로버의 명성에 부응하는 주파력을 보여주었다. 험한 정도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노면 편차가 적은 개활지에서 고속으로 달릴 경우 순간적으로 안정감을 잃기도 하지만 프리랜더의 전반적인 달리기는 온로드,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3도어 모델은 오프로드에서 차체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워 5도어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이처럼 운전에 부담이 없는 것은 우선 차체를 잘 잡아주는 단단한 하체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컴팩트한 차체가 주는 자유로움도 큰 몫을 한다. 프리랜더는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의 차다. 물론 젊은이들에게 3천790만 원이라는 값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선택할 만한 자유다. 프리랜더는 온로드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오프로드에서도 차체가 상처를 입을까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정장 차림으로 차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중장년층이 타도 멋지게 보인다. 소프트톱을 떼어내고 자연을 느끼는 50대 프리랜더 오너라면 `활동적인 중년`으로 자연스럽게 비춰질 것이다.
사브 9-5 에어로 왜건 프리미엄 왜건의 세계 1999-11-28
SUV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다. 현재 패밀리카 시장의 상당부분을 SUV와 미니밴이 차지하고 있다. 미니밴이 등장하기 전, 미국 패밀리카 시장을 지배하던 스테이션 왜건은 자동차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70년대 대부분의 미국차들은 한 차종에 2도어 쿠페, 4도어 세단, 스테이션 왜건 3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었다. 스테이션 왜건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 한 대씩 가지고 있었을 만큼 모델도 다양했고 판매도 많았지만 미니밴이 등장하고 SUV 열풍이 불자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작은 왜건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왜건형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승용차는 그리 많지 않다. 유럽차 중심으로 왜건 판매 늘어나 한때 완전히 소수계로 밀려났던 왜건이 최근 완만한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과거처럼 미국산 풀 사이즈 왜건 대신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이 시장확대의 첨병이라는 사실이다. 왜건의 컴백은 SUV가 너무 많은데 대한 반동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승용차와 같은 운동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간활용도가 높은 왜건은 여러모로 합리적인 차종이다. 한편 포드 익스플로러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파열 사고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뒤 SUV가 안전한 차라는 잘못된 통념이 어느 정도 깨지기는 했으나 SUV 판매는 꾸준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승차는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다. 현재 연간 약 5만5천 대 이상의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메이커는 볼보다. 왜건은 오래 전부터 볼보의 주특기 분야였다. 아우디, 벤츠, BMW도 비록 많지 않은 모델이지만 왜건을 계속 판매해왔다. 한편 사브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한 후발주자지만 벌써 BMW 왜건(3, 5시리즈)에 필적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9-5 왜건은 사브로서는 두 번째 선보이는 왜건이다. 사브의 첫 왜건은 59년 발표된 사브 95 콤비였다. 2스트로크 3기통 엔진을 얹은 사브 95는 4스트로크의 V4 엔진을 얹은 96이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 판매되었다. 사브는 원래부터 모델 라인업이 단순했던 데다 왜건형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브 99 해치백은 유럽에서는 콤비 쿠페(combi coupe), 미국에서는 왜건백(wagonback)으로 불렸다. 사브 99는 근대적인 사브의 첫 모델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현 모델까지 이어지는 사브의 개성은 사브 99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헤드램프 와이퍼와 충격흡수식 범퍼, 열선 내장 시트, 도어 임팩트 빔 등이 세계 최초로 사용된 차였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양산 터보 승용차`였다. 물론 사브 99 이전에도 터보를 단 차들이 있었으나 레이스카나 레이스 규정 중의 최저생산대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한정생산 모델뿐이었다. 초창기 터보 엔진은 과급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실린더 압축비를 낮추고 밸브 오버랩(흡배기 밸브가 동시에 열려 있는 구간)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세팅이었다. 압축비가 높은 채로 터보를 달면 연소실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이상연소의 원인이 되고 노킹으로 이어진다. 한편 오버랩이 길 경우 과급압 때문에 혼합기가 연소실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이런 설정은 고회전대에서 과급압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회전에서는 운전성이 나쁘고 전체적인 반응성도 떨어지는 결점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사브 99는 넓은 영역에서 부드럽게 작동하는 터보를 사용함으로써 `터보가 달린 차는 운전의 고수들이나 타는 차`라는 통념을 뒤집어버렸다. 전통 있는 사브의 터보 기술력은 요즘에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몇 번 몰아 본 적이 있는 최근 사브차는 대개 저압 터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것처럼 운전이 편해서 인상적이었다. 사브 9-5 에어로는 십대들이 열광할만한 이름인 H.O.T(High output turbocharged) 엔진을 얹고 있다.230마력 발휘하는 2.3X 터보 HOT 엔진 4기통 2.3X의 H.O.T 엔진은 사브 9-3 비겐에 얹힌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배기량의 4기통 저압터보 에코파워 엔진의 부스트압이 0.55바인데 비해 이 엔진은 1.4바로 상당히 높다. 부스트압에 따른 온도상승에 견디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강화되었다. 5천500rpm에서 2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조합되는 변속기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수동의 경우 1천900∼3천800rpm에서 34.6kg·m, 자동일 경우 1천900∼4천600rpm에서 33.5kg·m를 낸다. 사브 트라이오닉7 시스템은 32비트의 컴퓨터를 이용해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를 종합적으로 제어한다. 특히 가속 페달과 드로틀 밸브는 기계적 연결이 없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써 터보차의 약점 중 하나인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넓은 회전영역에서 평탄한 가속을 보이는 엔진 덕분에 출발과 정지가 반복되는 도심 교통상황이나 쭉 뻗은 고속도로, 코너가 계속되는 산악도로에서 운전하기가 편안하다. 몇몇 라이벌이 5단 AT를 쓰는 데 비해 사브는 아직 4단 AT를 쓰고 있다. 하지만 기어비 설정이나 변속반응도 좋고 엔진과의 조화도 잘 이루어져 있어 아쉬운 점은 느낄 수 없다. AT는 노멀과 스포츠, 윈터 3개 모드를 갖추고 있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패턴뿐 아니라 가속 페달에 따른 드로틀 밸브 개폐의 제어도 바뀌어 보다 박력 있게 달릴 수 있다. 토크 컨버터의 록업 컨트롤 영역도 넓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직결상태를 유지하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연비도 좋아진다.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조종성 사이의 뛰어난 균형을 보인다. 스포츠 모델은 조종성을 높이기 위해 승차감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9-5 에어로 왜건은 보통 9-5 왜건과 비교해서 승차감과 조종성 간의 타협점이 알맞게 조정된 것 같다. 승차감에서는 양보한 만큼 핸들링이 재빨라졌다. 에어로는 9-5의 섀시를 강화해 탄탄한 성능을 이끌어낸다. 차체가 10mm 낮아졌고 스프링과 댐퍼, 스태빌라이저 바도 강화되어 코너 입수에서부터 출구까지 일관되게 안정된 느낌을 전해준다. BBS 휠에 조합된 225/45 R17 타이어는 훌륭한 접지력을 보인다.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는 EBD(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의 도움으로 ABS가 일찍부터 제동에 간섭하는 일이 없다. 운동성능은 모든 면에서 운전자의 입력에 주저함이나 과장됨이 없이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고출력 앞바퀴굴림 차지만 좌우 노면 마찰계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가신 토크 스티어도 느낄 수 없다. 북유럽의 차가운 기후에서 두툼한 장갑을 낀 손으로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각종 스위치류도 큼직하고 그 조작감도 좋다. 인테리어의 레이아웃은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플라스틱의 질감은 여전히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시트의 느낌은 최상이고 실내공간도 넉넉해 장거리 여행 때에도 여유 있고 쾌적하다. 장거리 여행길에서 진가 확인 시승차를 받은 동안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오신 관계로 빡빡한 일정을 쪼개 이곳저곳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출장지 중에는 레고랜드(Legoland)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이용 조립 완구로 유명한 레고사가 1968년 덴마크의 빌룬드에 첫 문을 연 레고랜드는 몇 해 뒤 영국 윈저에 두 번째 공원을 개장했고 2년 전 문을 연 레고랜드 캘리포니아는 세 번째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기후적 특성상 영화산업과 테마 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있고 샌디에고 근방 칼스배드에 문을 연 이곳은 가장 최근에 생긴 테마 파크다. 디즈니랜드와 넛츠베리팜이 가족중심, 매직타운이 청소년 중심이라면 레고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장소로 꾸며졌다. 낙차가 큰 롤러코스터 등 스릴 있는 탑승물은 없지만 볼거리가 풍성하고 관람객 동선이 잘 짜여져 있다. 볼거리 중에서 미니어처 월드는 1/20 스케일로 축소한 세계 각지의 풍경을 선사한다. 현재 독일에 네 번째 공원이 건설중이고, 일본에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주어진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곳을 바쁘게 이동하면서 사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편안하면서도 운전자세를 잘 잡아 주는 시트와 여유 있는 실내는 고속에서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여러 가지 요소가 감성적으로나 데이터 상으로 높은 수준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는 세단보다 낳은 균형미를 자랑한다. 사브 9-5 에어로 왜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790×1450mm 휠베이스 2705mm 트레드 앞/뒤 mm 무게 154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보어×스트로크 90.0×90.0mm 배기량 2290cc 압축비 9.3 최고출력 230마력/5500rpm 최대토크 35.7kg·m/2500~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4단 AT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3.670/2.100/1.3901.000/ /4.020 최종감속비 2.51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성능 최고시속 240km(안전속도 제한) 0→시속 100km 가속 7.3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91년식 포르쉐 911 카레라2 컨버터블 가자, 지평선.. 1999-12-30
나는 예순 살이 되어도 언제나 스포츠카만을 탈 것이라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깨가 구부정해지면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도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만큼 고급 세단이 갖추고 있는 우아함과 장중함보다는 스포츠카가 주는 속도감과 날렵함이 나는 더 좋다. 세상의 표피 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것, 성능 좋은 스포츠카를 타고 그 쾌감을 만끽한다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화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들 인생이라는 것도 저렇게 빠른 속도로 세상의 수면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전셋집에 살면서도 차만큼은 고급 스포츠카를 고집하는 몇몇 호사로운 청년들을. 나는 그들의 결심을 존중한다. 안락한 집보다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가 더 필요한 시기가 있는 것이다. 작지만 탄탄해 보이는 우수한 혈통의 종마 소프트톱, 버튼 하나로 가볍게 열리고 닫혀 포르쉐라는 이름은 자동차에 입문하면서부터 항상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중앙에 앞발을 들고 말이 포효하는 그림이 있는 중세 유럽 기사들의 붉은색 방패 문양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특히 911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으로 포르쉐의 성능을 검증시킨 차종이었고 세계 각지를 여행할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명차 중의 하나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상하게 홍콩에서 자주 보았던 것 같다. 작지만 탄탄하게 보이는, 마치 대대로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아온 종마처럼 그것은 언제나 내 눈앞을 지나갔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내가 타게 된 포르쉐 911은 91년식 3천600cc였다. 89년부터 생산된 차종인데 차의 앞부분은 헤드라이트 부분만 길게 몸체와 일직선으로 되어 있을 뿐 가운데는 비스듬하게 가라앉아 매우 날렵한 인상을 주었다. 길이가 4천245mm, 폭이 1천660mm, 그리고 높이가 1천310mm밖에 되지 않는다. 키 큰 사람이 서면 차의 지붕이 가슴에 닿는 것이다. 여의도에 있는 월간 건물 앞 주차장에 서 있는 포르쉐를 보았을 때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색이었다. 그렇다. 붉은색이었거나 검정색이었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얀색이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손길이 닿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순결한 빛으로 떨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문을 열어 젖히고 올라탔다.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처음부터 속도를 냈던 것은 아니다.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기도 했지만 다른 차들 앞에서 꽁무니를 휘날리며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액셀 페달을 밟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자유로를 거의 다 빠져나갔다. 이미 출발할 때부터 소프트톱은 젖힌 상태였다. 소프트톱은 원터치 버튼으로 가볍게 젖혀졌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또다른 수고를 할 필요도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닫힌다. 핸들이 빡빡했지만 속도감 있는 차이기 때문에 안정성 문제를 고려해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브레이크도 너무 빡빡했다. 91년 처음 차주를 만난 뒤 지금의 차주가 두 번째라고 들었는데 최근에 브레이크 라이닝을 바꾼 것 같았다. 속도계와 시계, 오일과 RPM 계기판은 클래식한 은색 테두리 안에 둥근 원형 네 개로 핸들 앞부분에 놓여 있었다. 사이드 미러를 조작하는 버튼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 헤맸고 그러는 동안 일산과 행주대교를 지나 차동차의 통행이 드문 자유로의 끝 부분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나는 액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팁트로닉, 다이나믹한 운전 할 수 있어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르는 기분 차는 가볍게 시속 200km를 돌파했다. 시속 230km 가깝게 달리는데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내가 알던 포르쉐의 명성이 아니었다. 차가 돌진하는 가속력이 터무니없이 약했다. 나는 곧 그 원인을 발견했다. 보통 포르쉐는 수동기어가 달린다. 포르쉐뿐만이 아니고 스포츠카는 전부 수동기어로 생산된다. 차주들의 편의를 위해 원하는 경우 오토매틱으로 바꿔지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시승한 차는 팁트로닉 방식으로 출고되어 있었다. 4단 AT 듀얼게이트 방식으로서 보통 때는 자동기어지만 기어 레버를 드라이브(D) 레인지 오른쪽으로 밀면 매뉴얼 게이트로 바꾸어진다. 그래서 자동기어의 편안함과 함께 수동기어처럼 다이나믹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매뉴얼 게이트로 바꾸고 난 뒤에도 기어 레버를 위로 툭 치면 기어가 한 단씩 플러스(+) 된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치면 마이너스(-)로 변하는 것이다. 팁트로닉으로 수동기어로 바꾸고 나자 포르쉐의 명성 그대로 차가 가볍게 허공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자유로의 끝, 판문점 입구까지 액셀 페달을 온몸으로 누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휙휙 나를 때리며 지나쳐갔다. 다른 컨버터블과 다른 것은 차의 엔진이 뒤쪽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묵직한 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차가 가속을 내면 곤충의 꽁지처럼 비스듬하게 내려앉은 뒷 꽁지부분의 날개가 자동으로 위치를 바꾸며 바람의 저항을 없애준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르는 기분이었다. 온몸을 때리는 바람의 채찍 같은 것, 맞아도 좋았다. 아니 오히려 맞는 것이 더 쾌감이었다. 얼마든지 때려라, 내 온몸이 바람의 채찍에 의해 시퍼렇게 멍든 상처로 뒤덮이도록. 그래서 영원히 바람의 흔적을 기억할 수 있도록. 속도계 끝은 시속 300km까지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내외였다. 나는 판문점 앞에서 유턴을 해야만 했다. 허가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아쉽기만 했다. 이대로 북녘땅까지 달릴 수만 있다면. 개성을 지나 평양까지, 그리고 신의주와 압록강까지 포르쉐 컨버터블로 달리면 불과 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그 짧은 거리를 마음놓고 달릴 수 있는 시기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우리 세대가 아니면 그 다음 세대에게라도 그런 순간은 반드시 주어질 것이다. 쏠림 현상 없이 안정감 보이는 코너링 명차, 운전자 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나는 차를 돌려 다시 임진각 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문산 방향으로 진로를 바꿔 통일동산까지 오는 동안 마주치는 차는 거의 없었다. 오직 바람과 늦가을의 차가운 햇빛만이 나와 한몸이 된 포르쉐를 비춰주었다. 뒤쪽에서는 계속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의 지붕을 씌우면 소리는 많이 약해질 것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11월의 늦가을이라고 해도, 바람이 싸늘하다고 해도, 포르쉐 컨버터블을 시승하면서 차의 지붕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커브길이 나타났다. 회전할 때의 성능을 보기 위해 액셀 페달을 밟으면서 코너를 돌았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였지만 차는 전혀 쏠림 현상 없이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역시 명차는 다른 것이다. 간혹 차들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가물가물 보이던 앞차의 꽁무니가 금방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변경을 하면서 시속 230km의 속도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는 뻑뻑했지만 성능은 좋았다. 가속도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브레이크였다. 내 손과 발이 이제 슬슬 911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차는 전신의 감각으로 운전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할 필요도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잠시라도 방심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순간가속도가 빠른 차를 운전할 때는 그렇다. 0→시속 100km 도달속도가 6.6초니까 순간가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볼 수는 없다. 1km를 가는 시간이 26초. 통일동산 음식점 앞에서 만나기로 한 팀과의 약속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질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차를 세워 놓고 우리는 마치 해부학 실습시간에 메스를 들고 실습을 하는 의대생처럼 천천히 차를 뜯어보았다. 흰색 포르쉐는 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리며 조금 전까지의 질주를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8년 동안 6만마일 밖에 달리지 않았으면 차주들이 가끔씩 드라이브용으로 썼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속을 했는지, 정비불량인지 오일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포르쉐 카레라2 911은 꼭 한 번 타고 싶었던 차였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감 때문일까? 내가 시승한 포르쉐는 상상했던 것 이상의 질주와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분명히 내 기대가 과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명차라고 해도 그것을 운전하는 자의 손에 따라 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차를 운전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자기 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포르쉐911 카레라2 컨버터블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245*1660*1310 휠베이스(mm) 2272 트래드 앞/뒤 1380/1385mm 무게(kg) 1350 승차정원(명) 2+2 엔 진 형식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SOHC 굴림방식 RR 보어*스트로크(mm) 100.0*76.4 배기량(cc) 3600 압축비 11.3 최고출력(마력/rpm) 250/6100 최대토크(kg m/rpm) 31.6/48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7 트랜미스션 형식 팁트로닉 4단AT 기어비①/②/③ 2.479/1.479/1.000 ④/⑤/ⓡ 0.728/-/- 최종감속비 3.667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맥퍼슨 피니어(파워) 서스펜션 뒤 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 205/55ZR 16 타이어 뒤 225/50ZR 16 성 능 최고시속(km) 259 0→시속 100km가속(초) 6.6 시가지 주행연비(km/l) 6.1 값 -
93년형 르노21 터보 콰드라 파워 넘치는 엔진 얹어 .. 1999-12-30
평범한 4도어 패밀리 세단 르노21에 이런 차가 있었나? 프랑스차에 풀타임 4WD 터보 엔진은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 유럽차에는 그레이드마다 이런 종류의 최상급 모델이 있었다. 평범한 세단에 파워 넘치는 엔진을 얹어 클래스 이미지를 이끄는 차들이다. 시장점유율은 적어도 존재의 의미는 컸다. 당시 푸조 405 Mi16, 시트로앵 BX GTi 16V, 포드시에라 코스워스 등이 르노21 터보의 맞수였다. 유럽에서 르노21은 어퍼미들 클래스에 속하는 차로 소형차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우리의 그랜저 XG쯤에 해당된다. 전체 유럽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그레이드다. 르노21은 르노18의 뒤를 잇는 차로 8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해 93년까지 생산되었다. 현재는 라구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르노 자체 디자인팀과 쥬지아로가 함께 설계한 르노21은 조형적인 모습이 개성이다. 3조각의 옆창이 만드는 시원한 그린하우스, 무릎공간이 유난히 넓어 보이는 뒷자리가 독특하다. 21의 왜건형인 사반나는 큰 실내공간이 자랑이었다. 르노21은 각진 모양이지만 모델에 따라 공기저항계수 0.29~0.31cd를 달성했다. 가벼운 차체, 넘치는 힘 지닌 최고모델 프랑스차만의 낭만과 매력 지니고 있어 르노21은 가로배치와 세로배치 엔진을 모두 가진 차로 유명하다. 엔진에 따라 차길이가 달라 가로배치 1.7L 엔진 차가 세로배치 2.0이나 2.1 디젤 엔진차보다 휠베이스가 58mm 길었다. 이 때문에 앞 펜더와 서스펜션, 스티어링 랙과 서브 프레임 금형을 모두 2개씩 만들어야 했다. 르노는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 안 여기저기에 있는 부품을 모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21은 르노9와 11 그리고 25 등 모든 차의 부품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차 만들기에서 프랑스차만의 매력이 넘친다. 페이스 리프트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프론트 패널을 보면 `이 차의 모서리를 둥글리면 에스페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스페로는 이 차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틀림없다. 스모그 처리한 테일 램프는 스쿠프를 많이 닮았다. 지붕을 파고든 풀도어는 프레스토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트렁크 가장자리로 열림선을 내보인 부분도 피아트 크로마를 닮은 쥬지아로의 솜씨다. 뒷바퀴를 살짝 덮은 바퀴구멍 역시 프랑스차의 낭만이다. 어딘가가 이상해서 좋은 프랑스차의 매력은 80년대 들어 상당히 무디어졌다. 최고경영진의 방침이 "소수를 위한 개성적인 프랑스차"에서 "무난해서 많이 팔리는 차"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독창성 넘치는 프랑스차를 좋아하던 매니아에게는 숨막히던 시절이었다. 고객들은 르노21을 무덤덤한 차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르노21 2.0l 터보 콰드라는 최고의 모델답게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로 몸을 두르고, 트렁크에는 스포일러도 달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중형차에는 은근한 멋이다.알루미늄 블록으로 된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세로배치이고, 가레트 T3 터보와 트윈 인터쿨러를 달았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7.5kgㆍm은 비교적 가벼운 차에 넘치는 힘이다. 에스파스 콰드라에서 가져온 풀타임 4WD 시스템은 토크를 앞/뒤 65:35로 배분한다. 또 어느 한 바퀴가 미끄러짐을 느끼면 비스커스 커플링을 통해 그립력을 가진 바퀴로 100% 토크를 전한다. 뒷바퀴 디퍼렌셜 기어는 대시보드의 버튼을 눌러 잠글 수 있도록 했다. 이때 ABS는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 4WD로 바꾸는 과정에서 플로어 팬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실내 바닥 가운데로 터널이 튀어오르고, 트렁크 바닥도 높아졌다. 트레일링 암의 뒷서스펜션도 토션바 대신 코일 스프링으로 바꾸었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당시의 르노에 공통적이던 모양으로 우리 눈에는 개성이 넘쳐 보인다. 스포츠 버전인 시승차는 붉은색 아날로그 계기판에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달았다. 변속기는 수동 5단만 달린다. 도어패널의 도어캐치 역시 에스페로가 생각나게 한다. 내려다보며 앉는 자세가 유럽적이고 탁 트인 시야는 실내를 밝게 만든다. 프랑스차의 또 다른 매력은 언제나 푸근한 승차감이다. 르노의 가죽시트는 주름진 모양부터 안락한 기분에 젖게 한다. 부드러운 쿠션과 사이드 볼스터는 스포티한 달리기보다 안락한 분위기를 우선으로 했다. 운전석은 르노9에서 선보였던 록킹체어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앞뒤로 꺼떡이는 조절이 재미있는데, 이 방법을 다른 메이커가 모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선루프 때문에 운전석 머리공간은 부족하지만 뒷시트의 여유공간은 프랑스 중형차의 실용성을 내보인다. 중고차로 풀타임 4WD 참맛 느끼기 힘들어 적절한 기어비가 박력 있는 달리기 부추겨 시동을 거는 순간 울려 퍼지는 엔진음이 가슴을 때린다. 골프 GTI가 젊은 레이서라면 르노 콰드라는 신사적인 GTI다. 멀쩡한 중년을 소년처럼 흔들어 댄다. 터보 엔진에 네바퀴굴림 차는 일상적인 4도어 세단이 아니다. 콰드라는 조용히 몰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밟아대니 엔진은 계속 고회전 영역에 머문다. 3천rpm에서 터보가 터지는 차를 5~6천rpm으로 몰아가니 터보래그를 느낄 시간조차 없다. 시끄러운 엔진음은 조금 지나쳐서 즐길 수가 있을지 망설여진다. 이 소음이 쾌락인가 고통인가? 그래도 6천rpm까지 치솟는 타코미터가 매끄럽기만 하다. 핸들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두드러져 보인다. 타이어가 마모된 탓인지 접지력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과감한 코너링을 망설이게 한다. 아무래도 7년 된 차는 달래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안정감이 그저 그런 차로 풀타임 4WD의 참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네바퀴굴림은 빗길이나 눈길에서 그 안정감을 더 크게 할 것이다. 코너에서의 롤링은 상당히 억제되었다. 오히려 프랑스차의 재미를 덜어내는 부분이다. 대신 시트의 쿠션이 물컹하게 느껴진다. 달리는 기분은 더없이 경쾌하다. 유연한 주행성능이 앵앵거리는 엔진음과 더불어 재미를 부채질한다. 변속이 가벼운 기어 레버에는 곧 익숙해지고, 알맞게 나누어진 기어비는 박력 있는 달리기를 부추긴다. 엔진소음과는 상대적으로 달리는 속도가 더딘 것은 기분이 앞서는 차임을 뜻한다. 제원표에서 찾아본 0->100km 가속시간은 7.1초, 왕왕대는 엔진음은 그 제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최고속은 오랜 가속 끝에 시속 200km를 넘겼다. 오래된 차에서 느껴지는 미완성이 아무래도 요즘 차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르노21의 최상급인 터보 콰드라는 새차 값이 BMW 325i와 같다. BMW를 제치고 르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달리는 도중 잡소리가 심하다. "그래, 삐거덕거리는 차체는 프랑스차의 유연성이라고 이해하자." 르노21 터보 콰트라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529*1725*1425 휠베이스(mm) 2600 트래드 앞/뒤 1453/1400mm 무게(kg) 1252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4기통 터보 인터툴러 굴림방식 풀타임 4WD 보어*스트로크(mm) 88*82 배기량(cc) 1995 압축비 8.0:1 최고출력(마력/rpm) 175/5200 최대토크(kg m/rpm) 27.5/3000 연료공급장치 - 연료탱크 크기 66 트랜미스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①/②/③ 3.360/2.060/1.380 ④/⑤/ⓡ 1.040/0.82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 195/55R 15 성 능 최고시속(km) 217 0→시속 100km가속(초) - 시가지 주행연비(km/l) - 값 -
천국에 온 느낌을 주는 리무진 BMW L7 아폴로박사의.. 1999-12-30
BMW란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칭이다. 강력한 엔진, 스포츠카 같은 승차감에 효과적인 브레이크를 지닌 차의 대명사와도 같은 BMW는 벤츠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자랑이다. BMW는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 타는 차고, 벤츠는 자동차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의 차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BMW는 손수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보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라면, 벤츠는 그 차에 올라탄 자신을 과시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차다. 그래서 BMW는 자동차를 모는 다양한 계층, 연령과 광기(狂氣)에 가까운 애호가들의 취향에 맞추어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으며 근래에는 더욱 세분화된 느낌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BMW는 차종을 3, 5, 7의 세 가지 시리즈를 기본으로 나누고 있다. 이밖에 스포츠형 쿠페와 카브리올레인 M과 Z시리즈도 만든다. 지난해 나온 L7 타고 사장족 기분내 파티션 버전은 뒷좌석 독립성 높여 우선 젊은이들은 3시리즈로 BMW에 입문한다. 60년대에 나온 전설적인 모델 BMW 2002로 시작된 스포티 컴팩트카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금은 아주 성숙해진, 젊은이들을 위한 최고의 스포츠 세단으로 키워졌다. 현재 4기통 1.6ℓ에서 6기통 2.8ℓ까지 다섯 종류나 되는 엔진을 얹은 316, 318, 320, 323, 328이 있다. 최신형 4기통 1.9ℓ 118마력의 엔진을 얹은, 컴팩트한 BMW 318i는 최고시속 206km로 달리면서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스포티한 핸들링, 확실한 주행성능, 승차감 좋은 서스펜션에다가 작은 체구치고는 지나칠 정도의 강력한 엔진을 달았으니 젊은 층에게는 둘도 없이 매력적인 차일 것이다. 값이 비싼 것이 유일한 결점이다. 3시리즈의 윗급인 5시리즈는 벤츠 E클래스와 라이벌이다. 실내공간과 품질, 그리고 조금 열세였던 안전성도 이제는 차이가 없어졌다. 5시리즈에는 6기통 2.0ℓ에서 V8 4.0ℓ까지 여러 엔진을 쓴 520, 523, 525, 528, 530, 540 등 여섯 가지 모델이 있다. 5시리즈도 3시리즈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좀더 무게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액션을 좋아하는 30~40대의 연령층에 적당하리라 본다. BMW의 최고급모델인 7시리즈는 프레스티지카다. 현재는 6기통 2.5ℓ에서 V12 5.0ℓ까지 여섯 종류의 엔진을 쓴 725, 728, 730, 735, 740, 750 등이 있다. 7시리즈는 차체가 길어져 액션보다는 중후한 핸들링과 멋을 자랑하는, 벤츠 S클래스에 대항하는 모델이다. BMW는 차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벤츠보다 가볍다는 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에 L7이라는 모델을 내놓았다.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을 쓴 750을 37cm나 더 길게 뽑은 리무진으로 내부의 치장도 엄청나게 호화롭게 꾸몄다. 이 차는 확실히 운전하는 사람 아닌 뒤에 탄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뒷좌석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작년에 L7이 처음 나왔을 때 나와 의 김사장하고 같이 뒤에 앉아 잠시나마 대기업의 사장족 같은 기분을 맛본 적이 있었다. 새로 나온 L7 파티션 버전은 앞뒤 좌석 사이에 방음 및 차광기능의 유리 파티션을 설치하고 커튼을 달아 뒷좌석 승객에게 독립적인 안락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파티션을 달면서 바뀐 부분은 뒷좌석 가운데 차지했던 전화와 송풍구, 컵홀더, 각종 조절장치 등이 모니터 패널과 접이식 암레스트로 분산되어 승차인원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점이다. BMW는 이밖에도 M3, M5 등 시리즈별로 고성능 버전을 따로 만든다. M3는 3.2ℓ 321마력 엔진을 얹은 차다. M5는 84년 처음 데뷔했고 지난해 3세대 모델이 나왔다. 540i의 V8 4.4ℓ DOHC 엔진을 개조해 400마력을 낸다. Z3는 1.9, 2.0, 2.5, 2.8, 3.2ℓ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로 독일차 중 처음으로 007 영화에 본드카로 나오기도 했다. 윗급인 Z8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식 데뷔했고 시판에 앞서 올해 말 007 19탄 `The world is not enough`에 본드카로 나온다. 생산 중단된 8시리즈는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럭셔리 쿠페로 한 동안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는 BMW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3, 5시리즈의 판매호조로 지금은 벤츠를 앞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형차 7시리즈 판매에서도 의욕적으로 각종 행사를 통해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번에 새로 나온 L7을 탈 기회를 가졌다. 범고래를 닮은, 뛰쳐나갈 듯한 늘씬한 차체 5m 넘는 거구지만 소형 스포츠카 모는 기분 `쨍`하니 맑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나타난 검은색 BMW L7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7시리즈보다 무려 37cm나 더 길게 뽑았으니 마치 범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거침없이 일직선으로 흐르는 차체의 선을 옆에서 보노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인상을 받는다. 10월 하순에 일본에 가서 도쿄 모터쇼에 전시된 세계의 내로라하는 신형차들을 다 보았다. 21세기를 대비해 메이커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나 BMW는 여전히 고전미가 흐르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극치의 아름다움을 BMW L7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감격했다. 값을 물어보니 2억4천900만 원이라! 나는 이 차값에도 감격해야만 했다. 말이 억이지, 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예를 들자면,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1억5천만km다. 이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보자. 시속 100km로 매일 24시간 쉬지 않고 지구에서 태양까지 달리면 얼마만큼의 시일이 걸릴까? 계산을 해 보면 173년이나 걸린다! BMW L7의 차값이 2억 원이라 치고 이 2억 원을 1천 원짜리 한 줄로 도로에 깔아 보자. 과연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될까? 무려 30km나 된다. 매일같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수백~수천억 원의 돈은 상상할 수 없는 물리적인 양이라는 얘기다. 자, L7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선 차안으로 들어가 앉은 첫 인상은 옛날의 좌석감각과는 다르게 아주 딱딱해졌다. 미국차 같은 안락한 쿠션이 없어졌다. 예전에 벤츠가 그랬는데 BMW도 얇은 방석 하나를 깔고 앉은 기분의 좌석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장거리를 뛸 때 졸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것 같다. 호화로운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을 더한 내부장치는 지나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아 호감이 간다. 핸들의 크기도 조금 작아졌다. 이것도 팔놀림을 너무 크지 않게 해 피로감을 줄이려 한 것이겠다. 눈앞 속도계의 눈금은 시속 240km까지 그려져 있으니 최고시속이 230~240km쯤은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 가벼운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이 차는 이른바 리무진 클래스인데도 발놀림이 가볍다. 2톤 이상이나 되는 체구지만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은 차를 경쾌하게 끌어준다. 올림픽도로로 나섰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BMW 특유의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이 속도가 올라간다. 순식간에 시속 150km를 넘기자 `삐삐…`하는 소리가 난다. 이 차에는 속도경고장치가 달려 있어 스스로 최고 제한속도를 정하는 것이었다. 길이가 5천374mm나 되는데도 소형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다. 뒤에 따라오던 카메라맨 차를 순식간에 따돌리고 자유로와 연결되어 있는 행주대교에 이르렀다. 도로가 약간 붐볐지만 이리 저리 비껴 나가는 기동성도 스포츠카 기분이다. `부-웅`하며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가속되는 느낌을 자유로에 들어서서 몇 번이고 반복해 맛보았다. 다른 차들로 붐비는 가운데 시속 200km를 내는 데도 차체는 까닥 없고 음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비단 위를 굴러가는 기분으로 단숨에 가속된다. 벤츠 S클래스를 몰 때는 황소 같은 힘이 느껴지며 가속되었는데 이 BMW는 바다 속을 누비는 돌고래같이 매끈하게 가속된단 말이다. 운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자동 5단 트랜스미션에는 이른바 ATM(Adaptive Transmission Management)라는 시스템과 BMW 고유의 스텝트로닉(Steptronic)이라는 것이 달려 있다. ATM은 운전자가 기어를 D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음에 따라 항상 적절하게 그의 취향에 따르는 반응을 해준다. 그리고 스텝트로닉이라는 장치는 여기에다가 수동식 드라이빙의 쾌감까지 제공해준다. 기어변속기의 D 위치에서 바로 옆 왼쪽의 M으로 레버를 옮긴 다음, 그 레버를 +로 적혀 있는 위쪽으로 치면 수동변속기처럼 3단, 2단으로 변속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다시 아래의 -으로 치면 기어가 내려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고 레버를 D 위치로 옮기면 자동변속 시스템으로 되돌아온다. EDC 시스템이 안락한 승차감 제공 뒷좌석 위주여서 운전석은 불편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파워 스티어링의 감도 조절을 서보트로닉(Servotronic)으로 한다는 것이다. 차가 느리게 간다던가 아주 험악한 길을 갈 때, 또 고속으로 달릴 때는 스티어링 휠에 느껴지는 파워의 감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떤 도로와 속도에서도 일정한 감각을 주니까 불안요소를 해소시켜 준다. 이 차에는 EDC(Electronic Damper Control) 시스템이 있어 포장, 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으로 진동을 막아주며, 미끈하게 달리면서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빈차이건 승객이 5명이 되건 간에 수압식 자동 수평유지장치가 차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렇게 최고의 직진, 접지감과 안락한 승차감을 운전자와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제공하지만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 운전자의 등받이가 어느 각도 이상은 넘어가지 않는데 그 각도가 너무나도 제한되어 있어 약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이 차는 운전하는 재미와 쾌감보다는 뒷좌석 위주로 꾸민 차니까 더 말할 것이 없겠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우선 이번에 나온 L7은 매년 300대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선택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나는 4인승으로 만들어 뒷좌석에는 두 사람밖에 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차의 뒷좌석 가운데에는 라디오, 전화, 에어컨 및 TV 등을 위한 콘솔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와 다른 5인승은 뒷좌석에 세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넓고 긴 좌석이 놓여 있다. 그 대신 운전석과 뒷좌석을 완전히 차단하는 파티션 즉, 유리로 된 칸막이가 있다. 뒤에서 버튼 하나를 누르면 `스르르…`하고 올라가고, 또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유리 칸막이에 커튼이 옆으로 `스르르…`하면서 닫히게 되어 운전석과 뒷좌석이 완전히 격리된다. 이렇게 되면 뒷좌석에 애인이나 이쁜이를 태우고(마누라하고는 차안에서까지 그럴 이가 없겠지만) 별의별 사랑행각을 벌일 수 있는 그야말로 도청, 감청장치도 없는 안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꼭 이런 일에만 쓰일 필요는 없겠고 비밀이 요구되는 정담(政談)이나 상담(商談)을 하는 데도 둘도 없이 편할 것 같다. 이 차에는 이동전화뿐 아니라 TV와 팩스까지 구비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나는 일은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이 독차지하게 마련인가 보다. 그런 사랑행각을 벌이다가 혹시 충돌사고가 날 경우에도 걱정할 것이 없다. 에어백이 도어에도 달려 있고 창문 위에도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어떤 각도에서 부딪쳐 굴러 떨어져도 사방이 쿠션으로 둘러 싸여 있으니까 이 차의 뒷공간은 그야말로 완전히 안전한 천국이라 아니할 수 없으리라. 시승하고 돌아오는 길에 딴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유리 칸막이도 해보았지만, 필요한 애인이 옆에 없어 허공만 안고 되돌아 왔다. BMW L7 파티션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5374*1862*1425 휠베이스(mm) 3320 트래드 앞/뒤 1550/1570mm 무게(kg) 2195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V12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4WD 보어*스트로크(mm) 85.0*79.0 배기량(cc) 5379 압축비 10.1 최고출력(마력/rpm) 326/5000 최대토크(kg m/rpm) 49.9/39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l) 95 트랜미스션 형식 자동 5단 스텝트로닉 기어비①/②/③ 3.550/2.240/1.550 ④/⑤/ⓡ 1.000/0.790/3.68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리무진 스티어링 리셔큘레이팅 볼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 235/60R 16 성 능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가속(초) 6.8 시가지 주행연비(km/l) - 값 2억4천900만 원
90년형 다임러 4.0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영국차 1999-11-28
다임러는 롤즈로이스와 함께 영국 왕실의 차로 오래 쓰여졌다. 합병과 분리로 얼룩진 영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다임러는 1960년 재규어의 식구가 된 이후 420G를 베이스로 한 자체 모델을 마지막으로 생산했다. 다임러라는 이름은 이제 재규어의 모델라인에서 고급형을 의미할 뿐이다.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 제작으로 역사를 시작한 재규어는 30년대 비교적 싼값에 시속 160km를 낸 2인승 스포츠카 SS100을 내놓았고, 50년대에는 르망에서 얻은 4번의 우승으로 클래식한 보디에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다졌다. 윌리엄 라이온즈경의 손길로 다듬어진 XK120, 마크 II, XK-E 등 주옥같은 차들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었다. 재규어 XJ6은 68년 선보인 이후 재규어의 주력 모델이었다. 우아한 4도어 세단은 영국차만의 전통적인 모습에 스포티한 매력을 더함으로써 벤츠와 BMW에 맞서는 영국의 자존심이 되었다. 영국신사는 양복에 넥타이를 즐겨 매지만 한편으로 럭비를 즐기는 등 스포츠에도 열심이다. 재규어는 이런 영국신사를 닮아 클래식한 보디에 터질 것 같은 타이어와 듀얼 머플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재규어의 매력은 영국적인 멋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낮게 드리운 우아한 차체의 2세대 모델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해 XJ6은 시리즈 1, 2, 3로 이어지는 1세대가 86년까지 18년 동안 생산되었다. 시승차는 86년에 데뷔한 2세대(코드네임 XJ40)로 90년형이다. XJ6은 94년 다시 코드네임 X300의 신형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XJ40형 XJ6은 기본형 위로 소브린과 다임러의 고급형이 나왔다. 다임러는 XJ6의 최상급 모델로 윗면이 주름진 다임러 그릴과 리어 가니시를 달고, 뒷시트도 3인승이 아닌 2인승으로 최상의 품위를 내세운다. 롤즈로이스보다 컴팩트한 보디는 실용성이 강한 영국의 고급차로 자리매김되었다. 1세대 XJ6의 보디라인을 따르는 XJ40의 보디는 앞선 모델과 같이 납작하고 늘씬한 몸매가 기능보다는 멋을 내세운 기분이다. XJ6은 항상 고급차로서 실내가 비좁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몸매가 자랑이었다. 각형의 헤드램프, 1개뿐인 와이퍼, 트렁크 끝으로 살짝 치켜올린 립스포일러는 재규어의 새로운 흐름을 알렸고, 낮게 드리운 차체가 우아하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자세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문턱이 높고 천장이 낮아 조심스럽다. 재규어만의 운전공간은 남과의 비교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 쿠션이 탄탄한 시트는 인체공학보다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정성이 자랑이다. 약간 비좁은 듯한 운전공간과 낮은 천장 그리고 천연가죽과 천연 나무장식으로 그윽한 실내분위기는 언제나 재규어의 상징이었다. 1세대 XJ6의 분위기를 잇는 XJ40의 실내는 거의 그대로 X300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스티어링 휠 지름 안으로 늘어선 계기가 클래식한 무드 속에 명쾌하다. 에어백이 없는 차에서 자동차 10년 세월을 느낄 만하다. 이때만 해도 전자장비가 요즘 차 같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를 갖추고, ABS를 달았지만 TCS나 차체 안정화 장치는 아직 없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달았지만 CD 플레이어는 없었다. J게이트라 불리는 기어레버는 XJ40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제는 전 모델에 쓰이는 재규어만의 또 하나의 개성이다. AT를 수동으로 조작할 때 오동작을 막는 배려가 돋보인다. 모서리마다 바느질 자국이 멋진 가죽트림이 고급스럽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로 자리한 다임러 엠블럼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요즘은 경차도 우드 그레인을 달게 되어 다임러는 억울하다. 다임러의 우드 그레인은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나무다. 장인들이 정성들여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상상되고, 영국차만의 향기는 짙어간다. 시트마다 공간을 키우기 위해 천장을 파고든 모양에서 지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보게 된다. 천장이 낮은 차에 선루프는 더욱 불리하지만 멋쟁이 차에 안 달 수 없었다. 다임러는 효율적인 패키지보다 멋을 우선으로 했다. 2명만 앉게 한 뒷자리는 영국차만이 내보일 수 있는 우아함을 갖추었다.(물론 급한 경우에는 3명도 앉을 수 있게 2단의 센터 암레스트를 접을 수 있다.) 앞시트 뒤로 달린 접이식 테이블은 롤즈로이스나 재규어가 아니면 안 될 모습이다. TV에서 볼 때 다이애너비나 대처수상이 앉았던 자리가 바로 여기다. 다임러라는 이름 앞에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다임러 모델의 엔진은 당시 최고급형인 직렬 6기통 DOHC 4.0ℓ이다. 원래 3.6ℓ이던 엔진 배기량을 4.0ℓ로 늘리고 ABS를 단 것은 오늘 시승차인 90년형부터였다. 최고출력 223마력은 2톤이 넘는 차를 부드럽게 내몬다. 상당한 무게를 느끼는 부드러움에서 다임러의 고급스러움이 이해된다. 페달 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넘치는 힘은 아니다. 그러나 고급차를 만들기에 충분한 부드러움과 4단 자동기어는 귀한 분을 모시기에 부족함을 모를 성능이다. 조금 튀는 듯한 서스펜션 안정감 있어 깔끔한 핸들링과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 시동을 걸면 엉덩이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은 리어 서스펜션의 셀프 레벨링 시스템이 작동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음이나 승차감 역시 고급차에 기대할 만큼이다. 바람소리도 잔잔하게 묵직한 감각이 좋다. 재규어만의 마무리가 10년이라는 나이를 잊게 한다. 재규어는 항상 클래식했다. 어느 정도 튀는 듯한 서스펜션은 미니의 원뿔 서스펜션 감각을 닮아 `이것이 영국적인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인지 가속감이 크다. 시속 120km에서 이미 시속 150km를 달리는 기분이다. 최고속은 시속 200km 가까이 달렸다. 안정감은 좋은 편이지만 요철에 심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굴곡진 도로에서 다임러의 핸들링은 깔끔했다. 어느 정도 몸이 무거운 차의 한계는 품위를 중요시하는 차의 특성으로 이해된다. 조금 묵직하게 느껴지는 핸들이 의외다. 항상 미국시장을 염두에 둔 재규어는 미국차를 닮아 가벼운 핸들감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무거운 차를 멈추는 데 손색이 없다. 다임러는 그렇게 묵직한 주행감각이 고급차로 손색없는 프레스티지 세단이었다. XJ40은 구형보다 보디패널을 136개 줄이고(전체의 25%) 조립을 단순히 하는 공정으로 바꾸면서 그 동안 재규어의 고질병이던 불량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XJ40의 인기가 기대보다 덜했던 것은 디자인 때문이다. 시리즈 1, 2, 3의 구형 재규어 XJ6은 자동차 역사에 남을 명작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차는 손대기가 힘든 걸작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의 대가 쥬지아로가 좋아하는 차로 꼽았던 차였다. XJ40은 과거의 영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차가 되었다. 고객은 각진 헤드램프를 가진 차는 진정한 재규어가 아니라고 했다. 각진 테일램프도 어색하다고 했다. 전체적인 불량률도 나아지지 않았다. XJ40은 결국 8년만에 새차 X300으로 바뀐다. X300은 과거의 1세대 XJ6의 영광을 닮은 차로 만들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X300 역시 1세대 XJ6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을 흔드는 디자인은 과거의 차를 흉내내기보다 영감을 통해 재현되어야 한다.
사브 9-5 왜건 짐칸까지 매력적인 차 1999-11-28
사브 9-5 왜건은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모에 일상생활을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달리기 성능, 다양한 편의장비, 넓은 적재공간을 지녔다. 특히 중저속 추월가속성능이 뛰어나고,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된 실내는 고속으로 달릴 때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사브는 50여 년의 메이커 역사를 통틀어 두 대의 왜건을 만들었다. 하나는 1959년 나온 사브 95, 두 번째가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한 사브 9-5 왜건이다. 그러므로 국내 무대에 사브 왜건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브 95는 언젠가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다. 베이지색 보디에 반짝반짝 빛나는 사이드 미러와 손잡이가 달려 있고, 옛날 차답지 않게 둥글둥글한 보디(사브차의 특징이다)가 인상적이었다. 도시나 시골 어디에 세워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일 잘하게 생긴 차였다. 사브가 4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놓은 9-5 왜건은 세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 자동차잡지 (What Car?)가 선정한 99년 최고의 왜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세단형과 비교해 지붕과 뒷모습만 차이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9-5 왜건의 베이스는 사브의 고급차 9-5다. 세단형과 비교해 뒷모습과 지붕만 다르게 생겼다. 9-5가 나온 것은 97년 말, 아랫급인 9-3은 지난해 등장했다. 9-3은 이전 모델인 900에 비해 실내외 1천여 가지가 개선되었고, 9-5는 이전 모델인 9000이 나온 지 13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였다. 사브의 변화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개성이 사라져 싫다는 사람도 있고, 미끈한 외모가 보기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브 매니아들의 반응은 대체로 전자에 속했다. 골수 사브 매니아가 아니어서인지, 기자의 눈에는 사브의 변화가 진보의 또 다른 얼굴로 보일 뿐이다. 개성 없이 바뀌었다는 외모지만, 사브만의 전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항공기회사를 모태로 했다는 의미가 담긴, 비행기 날개 모양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 쐐기형 보디, 곡면으로 처리한 앞창, 튀지 않는 외모 모두 아직은 넉넉한 사브의 개성이다. 수수함 속의 고급스러움. 9-5 왜건의 실내외를 살피며 내린 결론이다. 호두나무장식과 가죽시트, 크롬으로 처리한 실내 도어 손잡이 등은 고급스럽고, 대시보드와 계기판, 센터 페시아는 기교를 억제해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시트는 열선과 통풍기능이 있어 늘 쾌적하게 앉아 있을 수 있고 시트 위치를 기억시킬 때는 사이드 미러 위치까지 입력할 수 있다. 뒷좌석 거주공간은 그리 넓지 않으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콘솔박스는 냉장고를 겸하고, 최신형 도난방지장치도 달려 있다. 사브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브 액티브 헤드 레스트`는 뒷면 충돌 때 다칠 위험이 높은 목 부분을 보호해주는 장치로 앞좌석에 기본으로 달려 있다. 유해개스와 악취까지 제거해주는 `차콜 필터`는 승객의 건강을 고려한 장치다. 이 필터는 흡착식 목탄 필터로 먼지나 꽃가루뿐만 아니라 탄소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등 오존 물질까지 걸러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시켜 준다. 오존 물질까지 걸러주는 차콜 필터 달아 고속에서 넉넉한 가속성능 느낄 수 있어 이밖에도 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장비가 선바이저와 컵홀더, 재떨이다. 선바이저는 이중으로 되어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온 길을 누비고 다닐 때도 이리저리 옮기며 햇빛을 가릴 필요가 없다. 두 개의 선바이저를 날개처럼 펴 양쪽 창을 가리면 되기 때문이다. 센터 콘솔 옆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는 볼수록 신기한 `예술`이다. 막대처럼 생긴 버튼을 누르면 스르르 밀려나오면서 컵홀더 모양이 된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사브차를 탈 때마다 평균 열 번쯤은 눌러 보게 된다. 재떨이는 너무 작아서 눈길을 끈다. `무늬만 재떨이`가 아닌가 싶을 만큼, 담배 두세 대만 피워도 꽉 찰 것 같이 작은 재떨이가 달려 있다. 사브는 전 모델에서 재떨이를 없애고, 재떨이가 있을 만한 자리에 동전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애연가가 많은 한국시장에서 재떨이 없는 차는 시기상조인가보다. 수납공간에 끼워 맞춰진 작은 재떨이는, 사브 코리아가 국내의 애연가들을 위해 특별 주문해 단 것이다. 센터 콘솔에 달려 있는 키 구멍에 키를 꼽고 시동을 건다. 자, 출발이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꾹 밟고 회전수를 높여본다. 1천695kg의 몸무게가 조금 버거운 것일까 싶게, 약간 주춤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4천500rpm, 시속 70km 정도에서 킥다운 되면서부터 가속감이 총알이다. 변속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킥다운 된 것도 계기판을 보고 알았다. 고속으로 갈수록 왜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일까. 어느 영역에서나 차의 몸놀림이 가볍다. 9-5 왜건에 얹은 2.0ℓ DOHC 터보 엔진은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25.0kg·m)에 이르러 3천500rpm까지 최대토크를 유지한다. 1천800rpm은 기어를 5단에 넣고 시속 80∼85km로 달릴 때와 비슷한 수치다. 중저속에서 고속까지 충분한 파워와 정숙성을 보장하는 세팅이다. 사브 9-5의 저압터보는 터보가 걸리는 순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작동한다. 특히 2천500∼4천rpm대, 중고속에서의 추월가속은 일품이다. 자유로에서 내본 최고시속은 180km,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가 많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내는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되어 조용하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가죽소파에 앉아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면 졸음이 올 것 같은 안락함이다. 코너에서는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급하게 돌아도 불안감이 전혀 없다. 고속주행에서 부드럽게 느껴졌던 서스펜션은 뛰어난 핸들링과 함께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수납하기 편한 넓은 적재공간 갖춰 공기저항계수, 왜건 중 가장 뛰어나 사브 9-5 왜건과의 가을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열어 보았다. 해치는 시원스럽게 열리고,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넓은 적재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몸을 숙여 짐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과정이 필요 없다. 그냥 짐을 밀어 넣으면 그만이다. 러기지 스크린은 접어서 수납할 수 있고, 짐칸 안쪽 양옆에 밝은 조명이 달려 있어 야간에 짐을 싣기도 좋다. 일상을 함께 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은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장비, 뒷문을 열면 보너스처럼 나타나는 넓은 적재공간. 사브 왜건의 매력은 이렇듯 다양하다. 게다가 사브 왜건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1, 왜건형 차 중 가장 뛰어난 수치를 보인다. 최근(8∼9월) 국내 수입차 판매실적을 보면 사브 코리아는 한 달에 10∼20대 정도를 팔아 수입차 메이커별 판매순위 4, 5위에 올라 있다. BMW나 벤츠의 판매실적에는 크게 못 미치고, 사브 코리아측에서 보더라도 기대에 모자라는 실적일지 모르지만, 기자는 한 해에 10만대 정도 생산하는 이 조그만 메이커의 차가 국내에 들어와 대 메이커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사브의 마케팅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 차의 매력이 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사브차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면, 국내 수입차 고객 중 사브차의 개성과 고유의 멋을 알아보는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사브 세단보다도 개성 있는, 9-5 왜건에 대한 평가나 판매는 어떻게 될까. 국내 사브 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사브 코리아 ☎ (02)54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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