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Cadillac SRX & XLR 세계로 뒤어든 아.. 2004-02-10
최근 북미의 패자(覇者)에서 프레스티지카의 세계 맹주(猛主)로 변혁을 시도해온 캐딜락이 지난 1월 북미국제오토쇼 개막에 즈음해 ‘2004 캐딜락 앙코르 프로그램’(2004 Cadillac Encore Program)을 마련했다. 무궁한 성장가능성을 품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준비된 이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7개국 80여 명의 기자단이 운집했고, 32대의 젊은 캐딜락이 엄숙한 심판을 기다렸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하루 동안 펼쳐진 퍼포먼스 드라이빙의 주역은 날카로운 에지 세단 CTS와 미들 사이즈 유틸리티카 SRX, 그리고 아메리칸 프레스티지카의 화려한 비상을 책임질 럭셔리 로드스터 XLR 등 젊은 캐딜락의 상징적인 삼각편대다. 장르 구속 거부하는 개성적인 스타일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해 산타 캘리포니아 해안과 캘러웨이 위너리, 엘시노어 호수를 거쳐 오후 4시까지 스타트 지점인 다나 포인트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귀환해야 하는 고된 여정. 총 주행거리 300km 남짓의 캘리포니아 드라이브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고속도로와 정돈된 서부 시내, 내륙의 험한 산길이 숨돌릴 새 없이 이어지며 캐딜락의 달라진 모습을 입증하는 테스트벤치로 변모했다. 기자의 첫 번째 선택은 캐딜락의 첫 중형 럭셔리 SUV SRX. 전통과 혁신의 코드를 절묘하게 버무린 캐딜락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캐딜락인가, 캐딜락이 아닌가’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이 존재할 뿐. 하지만 SRX의 스타일링은 ‘SUV인가, SUV가 아닌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경쟁 모델에 비해 길이와 높이가 크지만 좁은 차폭(1천844mm)과 해치 게이트까지 길게 이어진 루프는 언뜻 크로스오버 타입의 왜건을 떠올리게 한다. 풍만한 볼륨과 우아한 곡선 대신 모서리를 뚝뚝 잘라낸 커팅 에지 스타일도 SRX의 스타일을 낯설게 하는 요인. 하지만 장르의 덫에서만 무사히 벗어난다면 캐딜락 SUV의 디자인은 굳이 나무랄 구석이 없다. 버티칼 헤드램프와 고유의 V자형 그릴, 쿼터 글라스까지 올라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캐딜락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가파른 윈드실드, 보디패널을 휘감은 날카로운 선, 휠 아치에 들어찬 18인치 경합금 휠이 이 차의 스포티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RX가 CTS를 빼닮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피부(보디패널 및 구성품)는 거의 없다. 시그마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연계 고리로 남아 있지만 CTS보다 길이와 너비, 휠베이스가 각각 100, 49, 77mm씩 큰 SRX의 차체 비례는 오히려 스빌의 후속 모델에 더욱 가까울 것이라는 것이 캐딜락 관계자의 귀띔이다. 대시보드와 인스트루먼트 디자인에서 CTS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짙은 나무장식과 천연가죽, 부드럽고 탄력 있는 우레탄 소재의 내장재로 에두른 인테리어는 바탕이 된 스포츠 세단보다 한 차원 높은 감성품질을 자랑한다. 7인승 구성의 실내는 유틸리티카답게 한 칸씩 뒤로 물러나 앉을 때마다 만족감을 더한다. 2열 시트 앞에는 DVD 플레이어와 폴딩 타입의 TFT-LCD 모니터가 마련되어 있고 쿠션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췄다. 1천40mm의 레그룸은 동급 최고 수준. 2, 3열 승객을 위해 천장 양옆에 마련한 노즐 타입의 송풍구도 마음에 쏙 드는 장비다.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히 챙기는 캐딜락의 솜씨는 헐렁한 미국 세단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적인 증거다. 지붕 절반을 하늘로 채우고 마는 울트라뷰 선루프의 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루프 앞쪽에서 솟아오르는 작은 윈드 디플렉터는 2열 승객까지도 불쾌한 맞바람 없이 상쾌한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한다. 3열 시트는 양옆에 컵홀더와 작은 사물함까지 마련했지만 오히려 짐 싣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재함 오른쪽의 버튼 2개로 등받이와 쿠션을 밀고 접으면 굴곡 없이 평평한 짐 공간으로 변신한다. 전동 3열 시트는 지나친 호사로 여겨지기도 하고 동작도 굼뜨지만 기능성과 공간활용성만큼은 으뜸이다.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탄탄한 달리기 SRX의 목표는 분명하다. 신형 V6 3.6X 260마력 엔진으로 렉서스 RX330처럼 승용 감각을 앞세운 라이벌을 제압하고 V8 4.6X 320마력의 차세대 노스스타로 카이엔 S급의 드라이빙 머신을 잠재울 것. 50:50으로 무게 배분을 맞춘 안정된 섀시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키트에서 갈고 닦은 알루미늄 서스펜션(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시프트 알고리즘을 개선한 첨단 하이드라매틱 트랜스미션이 캐딜락의 꿈을 현실로 이끈다. 여기에 옵션인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까지 더하면 좀더 안락한 승차감과 품위 있는 핸들링을 즐길 수 있다. 구동계는 뒷바퀴굴림을 기본으로 4WD는 선택장비. 노스스타 엔진과 신형 하이드라매틱 5단 AT, 4WD 구동계를 조합한 최상급 SRX는 속도계 바늘을 시속 약 160km까지 가볍게 끌어올린다.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를 더한 차세대 노스스타는 가속할 때의 반응과 음색이 매끄럽고, 낮은 rpm부터 고회전 영역까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꾸준하고 힘찬 토크를 토해낸다. 토크밴드가 넓어 순간가속도 가뿐하다. 맹수처럼 덤벼들기보다는 덩치에 어울리게 듬직하고, 부담 없이 원하는 만큼의 추월을 이끌어낸다. 야무진 방음·방진 처리 덕분에 시속 100km 무렵에서의 정숙성도 뛰어난 편. 트랜스미션의 민첩한 응답성과 다부진 하체는 대배기량 엔진이 뒷받침하는 풍요로운 달리기보다 매력적이다. 특히 S자를 그리는 번잡한 차선 변경에도 불필요한 흔들림을 허락하지 않는 탄탄한 서스펜션은 유럽 스포츠 세단에 비견될 정도. 낮은 무게중심과 유럽 감각의 발놀림이 어우러진 상큼한 핸들링은 ‘굳이 웃돈을 주고 옵션으로 마련된 4WD 구동계를 골라야 할까?’ 라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스마트한 서스펜션의 능력을 100% 끌어내지 못하는 부드러운 스티어링 휠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즈를 날카롭게 휘젓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코너로 들어설 때면 조금씩 무게가 실려 트랙션의 변화를 체크하기에는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SRX가 보여주는 다부진 핸들링과 흔들림 없는 안정감,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정직한 반응은 여느 미국 SUV에서 기대할 수 없는, 빈틈없는 독일 스타일에 가깝다. 공간활용과 화려한 꾸밈새, 전천후 달리기를 버무린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 아니, SRX는 오히려 CTS에 강력한 힘과 넉넉한 공간을 가미한 ‘유로피안 스포츠 왜건’으로 분류하는 것이 훨씬 어울린다. 코베트 모태로 한 프레스티지 로드스터 자, 다음은 벤츠 SL500과 렉서스 SC430, 재규어 XK8 로드스터 등에 맞서는 캐딜락의 럭셔리 로드스터다. XLR은 화려한 자태와 도도한 달리기로 라이벌을 뛰어넘고, 과거와의 고리를 끊지 못한 스빌과 드빌 세단 대신 CTS, SRX, 에스컬레이드 등의 젊은 캐딜락 무리를 리드해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XLR은 눈부신 꾸밈새보다 주행성능이라는 로드스터의 기본덕목부터 착실히 챙기고 있다. 수압성형 복합 스틸 프레임 레일에 알루미늄 콕피트를 얹고 고강성 센터터널이 프로펠러 샤프트를 감싸안은 구조. 다양한 소재·구조물의 복합 구성으로 무게를 줄이고 비틀림 강성을 크게 높인 섀시는 앞뒤로 알루미늄 소재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 의해 떠받쳐진다. 운동성능과 승차감의 양립을 추구한 XLR의 플랫폼은, 실은 이번 북미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코베트에도 쓰였다. 미국 순수 혈통의 스포츠카와 캐딜락 로드스터는 이밖에도 전자장비와 브레이크, 일부 드라이브 트레인을 함께 쓰며 미국 캔터키주의 볼링 그린 공장의 독립된 라인에서 생산된다. 주목할 만한 장비는 가변 댐퍼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리트랙터블 하드톱 시스템. 레이더 방식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키리스 액세스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GM의 최첨단 기술도 모자람 없이 지니고 있다.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은 GM과 델파이의 공동개발 작품으로 SRX는 물론 코베트 50주년 기념 모델과 은퇴를 앞둔 스빌에도 쓰였다. 작은 자성유체들이 전기 입력에 따라 쇼크업소버의 점도를 조절하는 이 시스템은 1천 분의 1초에 이르는 놀라운 속도로 감쇄력을 제어한다. 리트랙터블 하드톱의 공급원은 기막히게도 XLR의 타깃인 벤츠 SL에 루프 메커니즘을 공급하는 카 톱 시스템(CTS). 버튼 하나로 톱의 개폐와 수납이 저절로 이뤄지는 완전 자동식으로, 지붕을 씌웠을 때나 벗겼을 때의 스타일링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완벽한 균형감을 지닌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단, 섹시 로드스터의 카디건을 벗겨내는 데 족히 30초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것. 풍요의 대륙을 솜털처럼 달리다 XLR의 심장은 GM을 대표하는 V8 노스스타 엔진 한 가지. 지난 92년 개발되어 알란테 로드스터와 드빌, 스빌 등의 앞바퀴굴림 캐딜락에 쓰여온 노스스타는 뒷바퀴굴림으로 회귀한 캐딜락의 변화에 발맞춰 피스톤, 흡배기 매니폴드, 컨트롤 모듈 등을 개선하고 드로틀 바이 와이어, 밸브 타이밍 기구 등으로 내공을 키웠다. SRX와 함께 쓰는 V8 4.6X DOHC 노스스타는 320마력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42.8kg·m의 성능으로 럭셔리 XLR의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출발가속을 5.8초에 마무리한다. 하이드라매틱 5단 AT를 리어 디퍼렌셜 앞에 트랜스액슬 구조로 배치해 무게균형을 앞뒤 49:51로 맞춘 안정된 섀시는 스텔스기를 떠올리는 섹시한 에지 보디와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숨결이 닿은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얹고 있다. 최신 캐딜락답게 시원한 직선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유칼립투스 원목과 반광택의 알루미늄 액센트가 도드라져 보인다. 호화로운 콕피트 안에서는 이그니션 키 홀을 찾기 위해 허둥댈 필요가 없다. 그저 초록색 조명을 두른 ‘스타트’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XLR은 부드러운 시동음과 함께 지평선 끝을 향한 힘찬 비상을 준비한다. SRX가 그랬듯이 차세대 노스스타는 저속 영역부터 모자람 없이 흘러나오는 활기찬 토크로 풍요로운 달리기를 약속한다. 샤프한 맛은 떨어지지만 정직한 반응이 돋보이고, 하이드라매틱은 노스스타의 힘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뒤 한 톨 버리는 일 없이 뒷바퀴로 전달한다. 세차게 몰아치는 짜릿함보다 어느 영역에서든 원하는 만큼 달려나가는 매끄러운 가속이 매력적이다. 비교적 높은 지상고, 아늑한 가죽시트와 넉넉한 공간, 밀폐성 좋은 하드톱과 인공적인 스포티함이 절제된 배기음. XLR의 달리기에는 그랜드 투어링카 같은 여유가 배어 있다.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의 마술은 코너의 끝과 각도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엘시노어 산의 와인딩 로드에서 펼쳐졌다. 불쾌한 노면충격을 사전에 틀어막으며 안락한 승차감을 이끌어내던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분주해진 스티어링 휠과 급변하는 도로 굴곡에 발맞춰 어느새 탄력 있는 하체로 돌변해 있었다. 차를 던지는 무모한 시도만 아니라면 언제나 뉴트럴에 가까운 스티어링 특성과 낮은 롤링이 안정된 핸들링을 돕는다. XLR의 오픈 에어링은 시속 80~100km 정도에서 가장 상쾌하다. 그 이상에서는 윈드실드와 벨트라인을 타고 넘는 바람에 휘말리고 얼굴을 때리는 머릿결을 추스르느라 옆 사람과 은근한 대화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자극하는 로드스터의 ‘질주본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야자수가 즐비하고 지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더구나 기름값이 무척이나 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도로라면 럭셔리 로드스터 XLR의 솜털 같은 달리기가 제격이다. CTS-V와 차세대 스빌로 부활 완성 현지에서 확인한 SRX와 XLR의 재능은 CTS가 몰고 온 충격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준. 월드 클래스급 프레스티지카 브랜드로 신분상승한 캐딜락은 더 이상 50년대 ‘핑크 캐딜락’의 잔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큰 럭셔리카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캐딜락 판매는 44%나 늘어났고 지난해 여름 시판을 시작한 XLR은 이미 올해 생산량의 주문이 완료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 ‘아메리칸 럭셔리카의 부활’을 선언한 캐딜락의 체질개선은 이재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BMW M5 라이벌인 CTS-V가 이미 시판을 시작했고, 올 가을이면 밥 루츠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차세대 스빌이 STS라는 이름으로 라인업의 빈자리를 채우며 활기와 힘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캐딜락 SRX V8 캐딜락 XLR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50×1844×1722 4513×1836×1279 휠베이스(mm) 2957 2685 트레드(mm)(앞/뒤) 1572/1580 1580/1580 무게(kg) 2015 1654 승차정원(명) 7 2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 최고출력(마력/rpm) 320/6400 ← 최대토크(kg·m/rpm) 31.6 ←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뒷바퀴굴림 배기량(cc) 4572 ← 보어×스트로크(mm) 93.0×84.0 ← 압축비 10.5 ←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분사 ← 연료탱크크기(L) 75.7 68.1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디스크(ABS) 타이어 235/60 R18, 255/55 R18 모두 235/50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420/2.215/1.6001.000/0.750/3.020 3.450/2.210/1.6001.000/0.760/3.020 최종감속비 2.909 4.379 변속기 5단 ← Performance 최고시속(km) 240 250 0→시속 100km 가속(초) - 5.8 연비(km/L) - - Price 46,300달러 76,200달러
포드 퓨전 경제성 높지만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2004-02-06
유럽은 예로부터 소형차의 본고장이다. 작은 차체로 ‘공간의 미학’을 보여준 로버 미니를 비롯해 피아트 500, 시트로앵 2CV 등이 모두 유럽에서 태어났다. 최근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델들 또한 대부분 우리 기준에서 소형차인 B세그먼트 모델들이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포드는 퓨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공식 데뷔한 퓨전은 포드의 소형차 피에스타를 바탕으로 미니밴의 성격을 가미한, 이름 그대로 퓨전(fusion)적인 모델이다. 포드는 도회적인 성격이 강한 퓨전을 가리켜 UAV(Urban Activity Vehicle)라고 부른다. 높은 차체 지닌 ‘톨보이 스타일’의 전형 편의장비 부족하고 내장재 질감 떨어져 퓨전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를 갔을 때다. 독일로 가기 전에 국내에서 렌터카 예약을 했는데, 구체적인 모델까지 정할 수는 없다는 상담원의 말에 대략 소형차 등급으로 예약을 한 후 공항에 도착해 결정하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 회사를 찾은 기자는 접수 절차를 마친 후 차종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창구직원은 어떤 차로 하겠느냐는 질문도 없이 대뜸 “오펠 아스트라가 어떠냐”면서 키를 갖다주었다. 아스트라를 이미 타보았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던 포드 퓨전으로 바꾸어달라고 부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서 만난 퓨전은 생각보다 차체가 작았다. 높고 짧은 차체는 현대 라비타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 보네트 위로 살짝 올라간 헤드램프와 버티컬 타입 테일램프는 포드 피에스타와 거의 같다. 차 안을 천천히 둘러본 첫 느낌은 솔직히 ‘이게 아닌데……’였다. 기본형이어서 그런지 편의장비가 너무 부족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장점도 없어 보였다. 계기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에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춰져 있을 뿐이어서, 편의장비가 충실한 국산 소형차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대우 칼로스와 너무나 닮은 대시보드였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원형 송풍구와 각종 버튼의 질감 등이 칼로스를 연상시켰다. 칼로스 내장재가 썩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경쟁하는 모델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칼로스도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차체와 시트가 높아 타고 내리기는 편하지만, 시트 디자인이 평평한 탓에 앉는 자세는 조금 껑충하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로 안락함이 부족해 걸터앉는 기분이다. 기본형임을 감안하더라도 시트 재질은 실망스럽다. 시트 설계만 놓고 본다면 동급의 국산차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트렁크는 도어가 활짝 열리고 입구가 낮아 키가 작은 이들도 짐을 싣기 편하겠다. 게다가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짐 공간이 3배 가까이 커져 자취하는 학생의 살림살이도 충분히 들어갈 듯하다. 퓨전이 다른 소형차에 비해 확실하게 나은 점이다. 편의장비가 허술한 반면 안전장비만큼은 든든하게 갖추었다. 기본형에도 듀얼 에어백뿐 아니라 시트 내장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까지 달려 사고 때 상해가능성이 낮다. 이런 것은 국내 메이커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고속도로 연비 18.86km/X의 경제성 자랑 큰 타이어 달았지만 차체 움직임은 불안해 퓨전은 1.4X와 1.6X 휘발유, 1.4X 커먼레일 디젤 터보 등 3가지 엔진이 있는데, 시승차는 1.4X 80마력 엔진을 얹었다. 배기량의 구성으로 볼 때, 주로 초보운전자나 여성들을 위한 차임을 알 수 있다. 1.4 모델의 제원표상 기록은 0→시속 100km 가속 13.7초, 최고시속은 163km.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그리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성능이다. 시동을 걸자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소음측정기로 재보지는 않았지만, 정숙성은 국산 소형차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인 것 같다. 엔진 자체가 시끄러운 편이어서 방음재와 차음재를 보강하더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차를 몰고 건물을 빠져 나와 호텔로 향했다. 액셀 페달을 밟자 카랑카랑 날카로운 음색이 귀에 거슬린다. 시내에서 승차감은 동급 국산차보다 떨어진다. 작은 요철에도 차가 흔들거리는 데다 차체가 높아 옆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 시속 200km 넘게 질주하는 아우토반의 ‘로켓’들 사이에서는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쥐어야 안심이 될 정도다. 타이어 사이즈는 195/60 R15로 소형차로는 비교적 큰 편이지만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부드러운 탓에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렌터카를 몰고 다닌 3박 4일 동안 주유를 단 한번 했을 정도였으니, 연비는 자랑할 만하다. 제원표상 고속도로 연비가 18.86km/X, 시가지에서는 11.76km/X이고, 복합모드에서는 15.38km/X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인 느낌이다. 좋은 연비는 전기신호로 엔진을 제어하는 드로틀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의 휘발유 값은 대개 3가지로 나뉘는데, 일반 휘발유가 우리 돈으로 1천200원 정도, 고급 휘발유는 1천600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이런 상황이니 연비가 좋은 차는 판매에도 크게 유리하다. 독일의 각 도시를 연결하는 아우토반은 고성능차의 경연장과도 같다. 뒤셀도르프와 프랑크푸르트를 연결하는 구간을 달리며 느낀 퓨전의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다. 실용성과 경제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정숙성과 승차감, 가속성능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내에서 단거리 이동용으로 주로 쓴다고 해도 모자라는 구석이 많아 보였다. 1.4 모델은 경제성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말 그대로 기본형 차였다. 일반적인 소형차가 아니라 미니밴의 성격을 더한 ‘퓨전적인’ 차를 지향했다면 1.6X 엔진을 기본으로 얹고 1.8X나 2.0X 엔진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퓨전이 현대 베르나와 기아 리오, GM대우 칼로스 등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국산 소형차의 품질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퓨전이 포드가 만든 차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퓨전이 만약 국내에 수입된다면 디젤 승용차가 허용되는 2005년 이후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겠다. Z 포드 퓨전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020×1720×1530 휠베이스(mm) 2485 트레드(mm)(앞/뒤) 1480/1445 무게(kg) 107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최고출력(마력/rpm) 80/5700 최대토크(kg·m/rpm) 12.6/3500 구동계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388 보어×스트로크(mm) 76.0×76.5 압축비 11.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타이어(앞, 뒤) 모두 195/6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580/1.930/1.2800.950/0.760/3.620 최종감속비 4.250 변속기 수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63 0→시속 100km 가속(초) 13.7 연비(km/L) 11.76 Price -
BMW 330Ci clubsport “Welcom.. 2004-01-13
키드니 그릴 안에서 그렁대는 엔진, 바리톤의 풍성한 음색을 쏟아내는 트윈 머플러, 로켓처럼 뛰쳐나가 가뿐히 시속 200km를 타고 넘는 가속……. 자그마한 체구에 폭발적인 성능을 담은 BMW의 컴팩트 쿠페―지난해 12월 국내 상륙한 330Ci 클럽스포츠―를 만나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토해내는 파워풀한 몸놀림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한나절은 족히 ‘SMG’의 손맛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SMG(Sequential Manual Gearbox)는 BMW가 자랑하는 트랜스미션 메커니즘의 하나. AT와 수동 트랜스미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리한 친구와 만날 때의 주의사항은 오직 하나뿐이다. 상대의 심리게임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것! 엔지니어의 숨결 남아 있는 강직한 스타일링 모델 체인지가 멀지 않은 4세대 3시리즈(E46)의 시승은 ‘할 말, 안 할 말’이 적당히 추려져 있는 뻔한 만남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쿠페 버전인 데다 BMW M 디비전의 손길이 닿은 ‘클럽 스포츠 패키지’까지 갖추고 있다는 데에서 상황 반전. 더구나 그 동안 정규 시승차로는 만나볼 수 없었던 SMG 옵션이라는 소식은 만사 제쳐두고 나서야 할 이유로 충분했다. 330Ci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도어가 2개뿐인 것 외에는 세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보디 패널의 거의 대부분을 새로 디자인할 만큼 대대적인 수술을 거쳤다. 너비가 18mm 늘어난 대신 길이는 17mm 짧아졌다. 길게 누운 윈드 스크린과 납작한 루프, 스포츠 서스펜션을 더해 키가 31mm나 줄었다지만 운전석 시트에 몸소 앉아보고 스티어링 휠을 낚아채 몸놀림을 확인하기 전까지 체형 변화의 득과 실을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7시리즈가 우람하게 뒤바뀌고 ‘핸들링 머신’ 5시리즈마저 파격적인 모습으로 변신한 지금, 3시리즈 쿠페의 선 굵고 강직한 스타일링은 되려 반갑기만 하다. 날카롭게 치켜 뜬 눈매, 크기를 키운 키드니 그릴은 330Ci가 엔지니어의 강한 입김으로 보수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던 과거의 BMW와 크리스 뱅글식 ‘디자인 혁신’의 과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시승차로 선보인 330Ci 클럽스포츠는 쨍한 햇살보다 선명한 금속성의 청옥색 보디와 공격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액세서리로 도로의 이목을 잡아끈다. 대형 흡기구를 갖춘 프론트 범퍼에 삐죽 내민 입술처럼 달린 스포일러, 더블 스포크 디자인의 17인치 경합금 휠 사이를 채우고 있는 사이드 스커트, 뒤창으로 나지막이 엿보이는 날개 모양의 리어 스포일러……. 차창 밖 운전자들은 M3 스타일로 꽃단장하고 굵직한 배기음을 노면에 뿌려대는 BMW의 컴팩트 쿠페를 보고 그저 “때깔 좋은데”라며 감탄하거나 “거추장스럽게 시끄럽다”고 툴툴거렸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정말 모른다. 단단한 시트에 앉은 운전자가 수동 변속기를 처음 다루는 초보 운전자처럼 언덕길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는 쿠페를 다잡느라 쏟아지는 시선에 아랑곳할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센터페시아와 이를 기준 삼아 양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대시보드, 애써 드러나지 않지만 효율적으로 배치된 다양한 편의장비 등 330Ci의 기능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에서 과거 BMW의 보수성을 다시금 떠올린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을 카본 무늬로 장식하고 ‘M’ 로고가 새겨진 풋레스트와 ‘M CLUBSPORT’ 문자를 입힌 문지방을 더해 클럽스포츠 타입의 단장은 마무리. 낯선 메커니즘과의 조우 세미버킷 가죽시트는 쿠션이 단단한 편이지만 의외로 앉은 느낌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낮게 드리운 지붕 때문에 시트 높이를 최대한 낮춰도 머리 위에는 포갠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밖에 없고 허리를 곧추 세우면 그 정도 공간마저 확보하기 어렵다. 헤드룸은 오히려 보너스처럼 마련된 뒷좌석 쪽이 여유롭다. 쿠션과 등받이를 깊게 파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는 공간을 갖췄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성격을 우선한 쿠페임을 감안하면 레그룸도 생각보다 비좁지 않다. 하지만 M 스타일의 스포티한 인테리어나 기능적인 실내에 감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선은 본능적으로 운전석을 향하고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 뒤로 달팽이 눈처럼 올라붙은 시프트 패들과 ‘R-N-D(+/-)’로 단출하게 구성된 SMG 기어박스를 확인한 뒤에야 슬며시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다. SMG는 지난 97년 M3을 통해 처음 선보인 MT 바탕의 세미 AT다. 기계적인 구성은 MT와 같지만 클러치 조작을 전기식 액추에이터가 대신하고 변속 정보도 전자신호를 통해 전해진다. 기어박스에 그려진 (+), (-) 표시를 따라 시프트기어를 아래위로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변속이 이뤄지고 ‘드라이빙’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AT처럼 자동 변속도 가능하다. 낯선 메커니즘에 대한 탐색은 여기까지. MT와 AT의 장점만 골라서 섭취했다지만 몸소 느끼기 전까지 판단은 금물이다. 더구나 SMG의 시프트레버를 다뤄 도로 밖으로 나서면 예측할 수 없었던 색다른 운전감각―결국에는 미리 짐작한 데서 비롯되었던―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330Ci의 육감적인 보네트 아래 감춰진 심장은 어퍼미들 세단 530i와 함께 쓰는 직렬 6기통 3.0X DOHC 231마력 엔진. 이그니션 키를 돌리자 특유의 묵직한 시동음과 함께 작은 차체가 가볍게 몸을 떤다. 출발 때의 부드러운 반응은 영락없이 수동 변속기의 능숙한 반 클러치 조작을 닮았다. 슬며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활기찬 가속이 시작될 무렵 갑자기 몸이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이뤄지는 시프트업. 오토매틱 모드에서 나타난 낯선 반응에 놀라 변속 충격이 크다는 둥, 시프트 반응이 늦다는 둥 혼잣말 속에 액셀 페달을 더욱 깊숙이 눌러댄다면 이미 SMG의 심리전에 휘말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질감은 소리소문 없이 기어 변환을 마무리하는 자동 변속기의 감각을 기대했거나 수동의 번거로운 변속 동작이 사라졌음을 잊었던 데서 오는 착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SMG의 변속 시간은 0.15초에 불과하고 각 기어간 연결감도 일반 MT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럽다.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에 파괴력까지 더해 신경전을 끝내고 세미 AT의 감각이 몸에 익을 즈음부터는 변속 포인트에서 액셀 페달을 뗐다가 다시 밟는 매뉴얼 방식의 습관이 되살아나고 운전 재미도 배로 늘어난다. 그리고 시퀀셜 모드로 원하는 엔진회전수를 골라 쓸 지경이 되면 330Ci의 숨겨둔 ‘비공’(秘攻)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더블 바노스 시스템을 얹은 6기통 3.0X 엔진은 더 이상 이르지 못할 성역이 없다는 듯 2천rpm부터 레드존에 가까운 6천rpm까지 매끄럽고 재빠르게 상승해간다. 스트레스 없이 치솟는 엔진 반응에 감탄하며 스티어링 휠의 시프트 패들을 부지런히 누르다 보면 속도계 바늘은 어느새 시속 200km 언저리까지 올라가 있고 시속 210km까지도 통쾌한 가속이 이어진다. 맹렬한 달리기 못지않게 돋보이는 부분이 나무랄 데 없는 고속 안정감. 탄탄하게 담금질한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속도가 오를수록 도로를 집어삼킬 듯 찍어누르며 작은 차체를 지면 가까이 당겨두려 한다. 거친 노면의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올곧게 자세를 다잡는 BMW 쿠페의 발놀림은 벤츠의 묵직한 안정감과는 또 다른, 혈기왕성한 마초 근성에 가깝다. 반응이 즉각적인 실키식스 유닛과 동력손실이 적은 SMG 세미 AT, 스포츠 서스펜션을 버무린 330Ci의 핸들링은 특유의 경쾌함에 파괴력까지 더한 느낌. 시속 80km로 파고드는 급코너를 흔들림 없이 감아나가고 어지간해서는 주행안정 프로그램(DSC)이 개입할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기어박스 왼쪽에 마련된 스포츠 버튼과 DSC 스위치를 길게 누르면 변속 반응이 빨라지고 모든 주행보조장치가 작동을 멈춰 리어 휠에 쏟아지는 활화산 같은 트랙션을 만끽할 수 있다. 330Ci 클럽스포츠의 값은 8천590만 원. 3시리즈 형제 중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거니와 위급 세단인 530i(8천850만 원)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만만찮은 값이지만 헤드룸은 좁고 실내에는 그 흔한 컵홀더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330Ci의 운전석에 남겨둔 여운을 거두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값 대비 가치? 가슴팍에 내리꽂힌 소형 쿠페의 강렬한 달리기, 영특한 SMG 기어의 짜릿한 손맛이 가물가물해진 뒤에야 생각해볼 일이다. BMW 330Ci 클럽스포츠의 장단점 장점 ·성역 없는 엔진 반응과 맹렬한 가속 ·SMG 시퀀셜 모드의 짜릿한 손맛 단점 ·앞좌석 헤드룸이 좁다 ·컵홀더가 없다 BMW 330Ci 클럽스포츠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88×1757×1369 휠베이스(mm) 2725 트레드(mm)(앞/뒤) 1471/1483 무게(kg) 143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6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231/5900 최대토크(kg·m/rpm) 30.6/3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979 보어×스트로크(mm) 84.0×89.6 압축비 10.2 연료공급/과급장치 - 연료탱크크기(L) 63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쿠페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25/45 ZR17, 245/40 Z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4.350/2.500/1.660/1.2301.000/0.850/4.040 최종감속비 2.930 변속기 6단 세미 AT Performance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 가속(초) 6.5 연비(km/L) - Price 8,590만 원
BMW 525i 절정을 향해 치닫는 핸들링 제왕 2004-01-13
5시리즈의 변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발 7시리즈 등장 때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파만은 던지지 않기를 바랬다. 데뷔 직후 사진을 통해 예전 모습을 찾아볼 길 없는 5시리즈를 보면서 그 끝 모를 과감함에 혀를 내둘렀다. 다행스러운 점은 BMW의 변화를 처음 대할 때 느꼈던 아찔한 충격파가 점차 상쇄되어가고 있다는 것. 인간이 일찍이 레테의 강을 건너지 않았던들, 그리고 애초에 적응의 동물로 빚어지지 않았던들 놀란 가슴을 평생 껴안고 지내야 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5시리즈를 보면서, 그 어떤 변화에도 금세 적응해내는 인간의 능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변화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5시리즈는 실제로 한결 편안한 라인을 지니고 있다. 직접 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고, 경험하지 않은 일로 무용담을 지어내지 말 것. 5시리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7시리즈와 Z4 이미지 섞은 미래형 디자인 1972년 데뷔 이후 88년과 95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쳐온 5시리즈는 세계 곳곳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은 인기 모델. BMW의 대명사 ‘실키식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도 5시리즈였고, BMW를 대표하는 고성능 세단 M 버전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5시리즈였다. 30년 역사만 봐도 이 차의 변신이 눈길을 끈 것은 당연한 일. 7시리즈와 Z4 등장 이후 세계 곳곳의 ‘미래 디자인 부적응자들’이 쏟아낸 탄식을 의식해서인지 5시리즈는 변신과 안정감의 타협점에 접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간판 모델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었을 터. 변신 강박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 속에서도 한 세대 넘도록 변함없는 라인을 지키고 있는 독특한 C필러가 유독 반갑다. 나날이 커져 가는 키드니 그릴은 Z4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그럼에도 한눈에 5시리즈임이 와 닿으니 희한한 일. 디자인 팀의 고뇌는 5시리즈의 뒷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구형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달라진 전체 보디라인과의 조화까지 고려한 뒷모습은 앞쪽의 현란함까지 일정 부분 가라앉혀 주는 포인트. 돌아서는 뒷모습이 첫인상을 좌우하듯, 낯익지 않은 차의 뒷모습 디자인은 무시할 없는 여운을 남긴다. 그런 관점에서 5시리즈의 뒷모습은 무척 잘된 디자인이 아닐까. 아무리 수위 조절을 했다 할지라도, 5시리즈의 새 스타일에 완전 적응할 때까지는 ‘옛 추억’을 살짝 담아낸 뒷모습을 먼저 보아야 할 듯하다. 7시리즈 디자인은 충격이었고, Z4의 과감한 라인은 충격에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그렇다면 7시리즈와 Z4의 라인을 섞어 빚어낸 5시리즈 디자인이 오히려 눈에 익어 보이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승 내내 허를 찔린 기분, 결국 깔끔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가벼운 가죽 재질과 심플한 레이아웃 돋보여 운전석에서부터 반대편 조수석 도어에 이르기까지 후련하게 뻗어 있는 525i의 대시보드 라인은 Z4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계기판과 i-드라이브 모니터, 에어컨과 CD 플레이어 내장 오디오는 심플하다 못해 허전하기까지 하다. 7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 손에 닿는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시트의 가죽 질감은 과연 어떤 가공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할 정도로 묘하다. 스티어링 휠에 처음 손을 얹을 때는 순간적으로 수지 재질이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 무겁거나 손에 들러붙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고급스러운 감을 물씬 풍기는 가죽 인테리어에 소위 필이 꽂힌 이들에게는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최종 판단은 가벼운 촉감을 지닌 이 가죽 재질이 심플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또 이 차의 움직임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찬찬히 체험한 뒤로 미뤄도 늦지 않을 듯. 에워싸거나 휘감는 질척임 없이 깔끔한 가죽시트의 질감이 좋다. 얇게 뽑아낸 등받이가 스포티하고 스티어링 휠을 마주한 채 앉는 자세 또한 경쾌하다. BMW 차가 그렇듯 주유구나 트렁크 개폐 스위치는 아예 없으니 찾아 헤매지 말 것. 밖에서 해결할 일은 밖에서 하라는 뜻이다. i-드라이브 조작감도 한결 수월해진 느낌. 7시리즈 등장 때만 해도, 조그셔틀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메뉴 버튼 하나 더 마련한 것만으로 525i의 i-드라이브는 운전자의 도전정신을 부추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늘어선 숫자들 사이를 조그셔틀을 돌려 누비며 원하는 라디오 스테이션을 찾아가는 조작방법이 재미있다. i-드라이브를 조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긴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타이어의 3위 일체 525i의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인 바이 바노스를 갖춘 직렬 6기통 2.5X DOHC 192마력 유닛. 최고출력은 6천rpm에서 나오고 25.0kg·m의 최대토크는 3천500rpm에서부터 일찌감치 터진다. 3.0X 엔진의 231마력에는 못 미치지만 힘 부족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새로 디자인한 시동키를 돌리고 스텝트로닉 6단 AT의 레버를 수동 모드로 맞춰 출발. 아직 길들이기도 마치지 않은 새차이건만 부드러운 출발가속이 예사롭지 않다. 2천rpm을 넘어서면서 시속 100km에 다다른다. 독일 세단 특유의 스트레스 없는 발놀림. 이후 rpm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바쁠 정도로 빠른 가속이 이어진다. 2단계로 나눠 밟아 킥다운할 수 있는 액셀 페달은 BMW 특유의 ‘턱이 들리는’ 가속력을 즐기게 한다. 525i의 스포츠성은 보어보다 스트로크를 짧게 한 ‘숏 스트로크’ 엔진 구성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풀드로틀 하면 시속 200km에 득달같이 도달하나 그 이후 가속은 점차 더뎌지고 차체도 조금씩 안정감을 잃어간다. ‘이럴 차가 아닌데…….’ 예전 BMW 차들과 함께 시속 220~230km를 넘나들던 기억에 비춰볼 때, 아직 ‘열을 받지 않은’ 새차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제대로 달릴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도로 탓일 수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6단 AT의 빠른 변속감도 운전 재미를 더하는 요소. 아래로 잡아채 기어 단수를 올리는 변속 순서에 적응하고 나면 D레인지에만 놓고 타기 아까울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5시리즈 드라이빙의 핵심 AFS(Active Front Steering)의 위세는 여전하다. 여기에 피렐리 승용 고급 타이어 계보를 이어온 P7 타이어가 든든한 핸들링을 뒷받침한다. 스포츠성으로 이름 높은 P7의 강점은 독특한 트레드 패턴이 만들어내는 접지력과 핸들링 실력. 고속 코너링에서 차체 뒤쪽이 바깥쪽으로 비껴나가는 듯했으나 금세 DSC가 개입해 ‘사태’를 마무리한다. 냉철한 벤츠와 다르고, 무섭게 휘감는 아우디와도 다른 감각. 타고난 성능과 첨단장비를 믿고 마음껏 운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을지 몰라도 원초적인 운전 재미와는 나날이 멀어져 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5시리즈의 코드네임은 E60. 7년 동안 군림해온 구형(코드네임 E39)은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판매대수를 늘려간 걸작이었다. 21세기의 ‘BMW 코드네임 E’는 선대(先代)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525i의 날랜 몸동작은 그 해답의 실마리를 은근히 보여준 듯했다. 취재협조 : BMW 코리아 ☎ (02)3441-7800 BMW 525i의 장단점 장점 ·세련된 인테리어 ·경쾌한 코너링 ·6단 AT의 빠른 변속감 단점 ·너무 과감한 앞모습 ·혼자서도 잘해버려 줄어든 운전 재미 BMW 525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841×1846×1468 휠베이스(mm) 2888 트레드(mm)(앞/뒤) 1558/1582 무게(kg) 150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6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92/6000 최대토크(kg·m/rpm) 25.0/3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494 보어×스트로크(mm) 84.0×75.0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 연료탱크크기(L) 7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4.170/2.340/1.5201.140/0.870/0.690/3.930 최종감속비 3.730 변속기 자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33 0→시속 100km 가속(초) 8.7 연비(km/L) 10.5 Price 7,570만 원
MASERATI SPYDER 와인딩 로드 잠재우는 .. 2004-01-13
신화가 살아 숨쉬던 옛 그리스. 사람들은 제우스 다음가는 권력의 소유자이며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을 숭배했다. 거의가 뱃사람이던 그리스인들에게 포세이돈은 다른 신들과 구별되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으리라. 그는 최초로 인간에게 말을 선사한 마신(馬神)인 동시에 무기인 삼지창 트라이아나로 폭풍우와 지진을 만드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 바다의 신화가 지상으로 발을 디뎠다. 주인공은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라이아나를 앞세우고 메이커 재건을 외치는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 바다 위를 질주하는 포세이돈의 황금 갈기 말과 마차처럼 주변을 숨죽이게 만드는 순수 혈통의 이탈리안 스포츠 컨버터블이다. 몬테제몰로의 야망과 쥬지아로의 감성 1926년 창업한 마세라티는 30년대 그랑프리에서의 전성기와 50년대 3500GT의 성공, 70년대 수퍼카 경쟁의 한 축을 이루며 활약했다. 80여 년의 역사 동안 끊임없는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명가로 칭송받기에 부족함 없는 전설적인 이름. 그 시작은 여섯 명의 마세라티 형제가 볼로냐에 설립한 작은 공방에서 싹텄다. 1926년 오피시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는 이름으로 첫 작품 티포 26을 만들어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볼로냐시의 문장 ‘트라이아나’를 회사 상징물로 쓴 것도 이 때부터. 70년대 수퍼카 붐을 타고 기블리, 캄신, 메라크 등을 선보이며 선전한 마세라티는 75년 데토마소를 거쳐 피아트의 식구가 되었지만 이후 지지부진했다. 90년대 들어서는 페라리와의 간섭 때문에 컨셉트카 추바스코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그룹 내에서의 위상 정립이 절실해졌다. 이 때 활로를 뚫어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페라리였다. 마세라티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페라리의 몬테제몰로 회장은 숨겨둔 야심을 드러냈다. 전설 속에 파묻혀 먼지가 쌓여가던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후광을 등에 업고 화려한 재기에 나섰다. 우선 마무리작업 중이던 3500GT에 페라리 기술을 이식해 99년 발표했다. 2년 뒤 등장한 스파이더부터는 좀더 큰 변화가 있었다. 페라리 기술을 본격적으로 쓴 최초의 마세라티인 셈. 메이커 재건의 무거운 짐을 지고 태어난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는 국내에 처음 공식 수입되는 마세라티다. 그저 만나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탈리안 스포츠의 상징적인 존재. 스파이더의 디자인은 99년 등장한 3500GT에서 파생되었다. 쥬지아로 디자인의 얼굴은 그대로지만 휠베이스를 줄여 2인승으로 만들고 보디라인을 따라 얇게 곡선을 그리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사이즈를 키워 뒷모습이 새로워졌다. 펜더와 보네트 경계선에 자리잡은 타원형 헤드램프는 깊숙이 야성을 품은 맹수의 그것처럼 조용히 빛을 내고 풍만한 듯 날렵한 보디라인은 4.3m의 짧은 여정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인 보디라인은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 다만 뒷모습은 앞선 3500GT 쪽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감성을 흔드는 V8 사운드의 위력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인테리어는 마세라티의 오랜 전통. 보디라인만큼이나 고풍스런 색채로 가득하다. 반짝이는 무늬목은 없지만 실내 전체를 화사한 베이지 가죽으로 둘렀고 변속용 플리퍼 뒷부분까지 가죽으로 처리한 꼼꼼함에 할 말을 잃는다. 특히 대시보드의 화려함은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다. 스포츠카라 부르기에 스티어링 림은 직경이 조금 큰 편. 세로 스티치가 고전적인 시트는 풍만한 겉보기와 달리 운전자의 엉덩이와 등을 옴짝달싹 못할 만큼 확실하게 고정시킨다. 스파이더는 글러브박스와 좌석 사이 위쪽의 작은 수납함을 제외하면 실내 수납공간이 충분치 않은 편. 강력한 히터를 켜고 전자동 소프트톱을 걷으면 넓은 하늘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스파이더의 가장 큰 변화는 심장에서 시작되었다. 80년대 마세라티의 상징이던 V8 트윈터보 대신 자리잡은 유닛은 자연흡기의 V8 4.2X DOHC 385마력. 마세라티 엔지니어들이 페라리의 기술지원과 테스트 설비를 이용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생산 역시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알루미늄 블록과 4개의 오일 펌프(흡입 3개, 송출 1개)를 갖춘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으로 경량화와 함께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고 가변식 흡기 밸브 타이밍 기구와 드로틀 바이 와이어, 보쉬의 ME 7.3.2 엔진제어 시스템으로 출력특성을 가다듬었다. 낮은 으르렁거림으로 잠을 깨는 V8 엔진은 예상외로 부드러운 첫인상을 남긴다. GT 성격이 강한 마세라티 이미지를 반영했기 때문일까. 페라리의 날카로운 고회전형 엔진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시승차는 360 모데나 F1과 같은 6단 세미 AT를 얹은 캄비오코르사 버전. 기본 메커니즘이 그대로지만 새 파트너(V8 4.2X)를 위해 제어 알고리즘을 다듬었다. 오토 모드로 놓고 출발하자 반 클러치가 걸리며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은 저회전에서 매끄러우면서도 조용하고 어느 회전수에서나 토크가 풍부하다. 가변식 밸브 기술로 다듬은 매끄러운 토크 곡선은 편안하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아 급가속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1.6톤을 조금 넘는 차체가 맹렬하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3천pm 부근부터 시작되는 배기음은 저회전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정렬적인 사운드로 돌변한다. 가슴 깊이 울려 퍼지는 낮은 고동소리는 단숨에 드라이버를 피끓게 만드는 마력으로 끊임없이 스피드 욕구를 부채질한다. 캄비오코르사는 세미 AT 특유의 변속충격이 적어 인상적이다. 오토와 노멀, 패들을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스포츠 모드와 눈길을 위한 스노 모드를 포함해 모두 4가지 프로그램을 갖췄다. 출발할 때 클러치 연결은 매끄럽지만 반 클러치 상태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급경사나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맹렬하게 공략하는 와인딩 로드 스파이더 달리기의 기본기는 바로 전통적인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 의한 메커니컬 그립과 광폭 타이어에서 나온다. 여기에 스카이훅 제어되는 전자식 댐퍼를 더해 승차감과 스포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앞 235, 뒤 265mm에 이르는 피렐리의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는 저속에서 뻑뻑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진가를 드러낸다. 안정적인 속도로 시승 코스를 완주한 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높여 다시 한번 테스트에 들어갔다. 조금 전에도 상당한 스피드였지만 그것이 본 실력이 아니라는 듯 맹렬한 자세로 코너를 파고드는 모습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의 실체를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해진 댐퍼가 롤링을 억제하고 오버 스피드라는 생각으로 코너에 진입해도 타이어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다. 짧은 휠베이스와 트랜스 액슬 구조에 의한 완벽한 무게배분, 강력한 접지력이 완성하는 코너링 성능에 취해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무아지경에서 차와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끓어오르는 피를 간신히 가라앉히며 시승을 마무리할 즈음 스피드에 대한 갈증과 아쉬움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시동을 끈 모습은 단정하고 우아하지만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열정은 와인딩 로드를 잠재울 만큼 카리스마 넘친다. 마세라티 스파이더는 드라이버의 요구에 완벽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빨리 달리기를 요구하는 뜨거운 심장의 소유자다. 시승 협조: 쿠즈 코퍼레이션 ☎ (02)3445-5822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의 장단점 장점 ·완벽에 가까운 코너링 ·감성을 흔드는 배기음 단점 · 국내에서 낮은 메이커 지명도 · 집 팔아도 감당하기 힘든 값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303×1822×1305 휠베이스(mm) 2440 트레드(mm)(앞/뒤) - 무게(kg) 1720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85/7000 최대토크(kg·m/rpm) 46.0/4500 구동계 앞바퀴굴림 배기량(cc) 4244 보어×스트로크(mm) 92.0×80.0 압축비 11.1 연료공급/과급장치 - 연료탱크크기(L) 84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35/40 ZR18, 265/35 Z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3.290/2.160/1.6101.270/1.030/0.850/2.560 최종감속비 3.730 변속기 6단 세미 AT Performance 최고시속(km) 285 0→시속 100km 가속(초) 4.8 연비(km/L) - Price 1억8천700만 원
BMW 330Ci 클럽스포츠 M버전에 가까운 달리기.. 2004-01-09
1999년에 데뷔한 4세대 3시리즈는 엔진 성능과 차체 밸런스에서 역대 BMW 최고의 컴팩트카로 꼽힌다. 특히 330Ci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3시리즈 중 M3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수입차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330Ci는 소개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수 년째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BMW라면 수요가 많지 않은 스페셜 모델도 소개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2년 전 타보았던 330i의 가속 쾌감과 변속 묘미를 떠올리며 시승에 나섰다. 한눈에 BMW임을 알 수 있는 스타일 M패키지 실내외 디자인으로 차별화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푸른색 보디의 330Ci는 하나의 ‘머신’처럼 보인다. 에어댐과 에어스커트를 두른 날렵한 자태와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17인치 타이어가 서킷을 질주할 태세다. ‘한눈에 BMW임을 알 수 있고, 또 한눈에 3시리즈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메이커의 철학이 차체 구석구석에 베어있다. 여기에다 실내 곳곳에 달린 ‘M패키지 로고’가 일반적인 3시리즈와 다른 모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BMW의 외부 스타일은 요즘 한참 논란거리지만, 실내 디자인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3시리즈에서 꾸준히 고수하고 있는 비대칭 대시보드는 편의성과 조작성이 뛰어나다. 쿠페임을 감안할 때 뒷좌석의 레그룸과 헤드룸은 훌륭한 편이다. 뒷좌석 승객의 머리가 닿는 부분을 얇게 만들어 헤드룸을 충분히 배려했고, 시트를 6:4로 접어 트렁크와 통하게 할 수도 있다. 3시리즈 컨버터블의 뒷좌석처럼 폭이 좁지도 않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에 잠시 차를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330Ci에는 자동 기능의 수동 변속기인 SMG (Sequential Manual Gearbox)가 달려 있기 때문. 클러치 페달도 없고 자동 기어처럼 레버를 조작하지만, 메커니즘은 분명 수동 기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어는 평소에 N(중립)에 두고, 출발할 때는 오른쪽에 있는 D레인지로 옮긴다. 후진할 때는 기어를 중립에서 왼쪽에 있는 R로 옮기면 된다. P레인지가 없고, 움직이는 방향이 가로로 디자인되었을 뿐 자동 기어처럼 조작이 단순하다. F1 머신에서 볼 수 있는 SMG가 BMW M시리즈 외에 양산차에 달려나온 것은 이 모델이 처음으로, 지난 2001년 11월 M3을 통해 먼저 소개되었다. SMG는 운전자가 클러치를 밟지 않아도 0.15초만에 기어가 바뀌기 때문에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변속은 D레인지에서 기어를 앞뒤로 움직여도 되고, 스티어링 휠 옆에 달린 플립(flip)을 당기거나 밀어도 된다. 수동 기어를 바탕으로 한 SMG 기어 가속력 뛰어나지만 다루기 쉽지 않아 보네트 안에는 BMW가 자랑하는 직렬 6기통 중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3.0X 231마력 엔진이 자리잡았다. 벤츠를 비롯해 경쟁 메이커들이 V형 엔진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BMW는 6기통만큼은 고집스럽게 직렬형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 엔진은 V6 엔진처럼 회전에 따른 관성모멘트의 영향을 안 받기 때문에 진동, 소음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3시리즈에는 328i의 엔진을 대신해 2000년 겨울부터 얹힌다. 중립에 있는 기어를 D레인지로 옮기고 액셀 페달을 밟았다. 구조적으로 수동 기어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자동 기어에서 볼 수 있는 크리핑(creeping)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레버 조작 때문에 자꾸 자동 기어로 착각하게 된다. 1단에서 적당한 시점에서 기어를 올려야하는데, 어느 때가 적당한지는 운전자가 판단하기 나름이다. 수동 기어가 달린 평범한 세단처럼 ‘몇 rpm에서 기어를 올리면 된다’는 식의 조작은 이 차에서 통하지 않는다. 넓은 엔진 회전구간에서 고르게 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충분하다. 만약 운전자가 기어 올리기를 잊고 계속 액셀 페달만 밟으면, 한계 rpm을 넘기 전에 기어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또한 적정 rpm 아래에서는 불필요하게 기어가 내려가는 법이 없다. 여러모로 똑똑한 기능을 갖춘 덕에 안심해도 되지만, 분명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동 기어의 움직임과 같다는 점이다. 언덕길에 있을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는 뒤로 미끄러진다. SMG는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몇 rpm에서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가, 또 기어를 조작한 후 얼마 만에 가속하는가에 따라 차의 반응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속도에서 변속을 해보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변속 패턴을 찾을 수 있는데, 적응여부에 따라 스포츠카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쿠페에 그치기도 한다. 초반의 탐색전을 마친 후, 한적한 도로에서 성능 테스트에 나섰다. DCS 버튼을 3초 이상 누른 후,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자 330Ci가 지닌 비장의 무기인 ‘가속 어시스턴트’가 성능을 발휘한다. 경주차에서나 볼 수 있는, 폭발적인 발진성능이 등줄기에 소름을 돋운다. 그러나 이 기능은 차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아주 가끔만 즐기는 것이 좋다. 튜닝된 서스펜션은 330i의 핸들링을 M3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핸들을 움직이는 순간 마음먹은 곳에 정확하게 꽂혀 경주차에 탄 듯한 착각이 들 정도. BMW의 핸들링에 다시금 감탄하는 순간이다. 에어댐 때문에 차체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과속방지턱만 주의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330Ci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다. 차값을 맞춘다면 후보에 오를 모델은 꽤 나오겠지만, 진가를 분명히 알고 선택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시승협조: BMW코리아 ☎(02)3441-7864 Z BMW 330Ci 클럽스포츠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88×1757×1369 휠베이스(mm) 2725 트레드(mm)(앞/뒤) 1471/1483 무게(kg) 1430 승차정원(명) 4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6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231/5900 최대토크(kg·m/rpm) 30.6/3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979 보어×스트로크(mm) 84.0×89.6 압축비 10.2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3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25/45 R17, 245/40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4.350/2.496/1.6651.243/1.000/0.851/3.926 최종감속비 2.930 변속기 시퀀셜 세미 6단 AT Performance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 가속(초) 6.5 연비(km/L) 8.9 Price 8,590만 원
BMW 뉴 525i 혁신을 넘어 새로운 차원을 보여.. 2004-01-12
BMW와 벤츠는 영원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자동차업계의 정상급 차종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언젠가는 BMW 또는 벤츠를 ……’이란 목표를 세우고 주머니 사정이 얄팍한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모으려고 한다. 벤츠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선호하고 BMW는 직접 자동차 운전의 감격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이 타려고 하는 차라고나 할까. 덩치가 커져 뉴 7시리즈를 보는 듯해 인스트루먼트 패널·센터콘솔 간소화 그리고 보니 BMW측은 오너 드라이버의 요구에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 딴 모델도 있지만, 승용차는 3, 5 및 7시리즈로 나눠 3시리즈는 젊은이가 좋아하는 스포츠카다운 것으로 만들고, 5시리즈는 좀더 고성능을 요구하는 전문직업인들을 위해 설계한 차다. 그리고 7시리즈는 벤츠의 고급차에 대항하여 내놓은 여유와 품위를 더한 달리는 ‘지상낙원’으로 제작된 차다. 그런데 7시리즈가 2002년에 엄청난 변신을 했다. 아마도 BMW 역사상 이러한 규모의 외모와 기술적인 변화는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때문일까, 나의 아파트 주차장에는 벤츠의 모습은 사라지고 BMW 7시리즈만 여러 대가 즐비하게 서 있게 되었다. 한 해가 지나자 이번에는 5시리즈가 ‘왕창’ 변모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요사이 유행하는 ‘혁신’이라든가 ‘새시대의 기수’라는 말이 정말로 피부에 와 닿는다는 느낌을 아마도 이 신형 5시리즈를 보면 실감할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뉴 525i를 보니 뉴 7시리즈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크기도 부피도 커져서 옛 모델을 상상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만큼 당당하다. 하기야 길이×넓이×높이를 보면 4천841×1천846×1천468mm이니 옛 모델 E39에 비하여 각각 66, 46 및 33mm나 확대되어 있고, 휠베이스도 2천888mm로 60mm 가까이 연장되었다. 5시리즈와 라이벌격인 벤츠 E클래스의 크기는 4천820×1천820×1천435mm이며 휠베이스는 2천855mm이니 BMW 뉴 5시리즈가 E클래스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BMW의 옛 모델이 약간 좁다는 불만, 특히 뒷좌석이라든가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줄어든 것이 있기는 하다. 차의 무게는 반대로 75kg나 가벼워진 것이다. 강철로 만든 차의 여러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대체시킨 효과인데 그만큼 연료 절약과 출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 하기야 차를 직접 몰아 보니 그 감촉이 몸으로 느껴졌다. 우선 차의 외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조등 디자인이다. 차의 앞 양쪽에 눈썹이 달린 네 개의 헤드램프가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무섭게 노려보는 듯한 인상이다. 여기서부터 펜더를 거쳐 도어부위를 평탄하게 지나, 뒤 트렁크에 이르면 우뚝 솟은 트렁크 양쪽에 테일라이트가 멋들어지게 달려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이전 모델보다 시원스럽게 잡혀 있다. 차의 앞그릴과 전조등의 절묘한 조화도 가상하지만 아주 공격적인 분위기가 차의 힘찬 성능을 정지한 상태에서도 미리 알려준다. 실내로 들어가 본다. 틀림없이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60mm나 더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앞서 말한 뒷좌석의 레그 스페이스가 넓어졌고 옆 방향의 여유도 머리 위의 공간도 충분하다. 또 하나 내가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콘솔의 간소화다. 옛 모델은 많은 계기판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운전석에 앉으면 그야말로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눈앞과 옆에 즐비한 각종 계기의 조작용 꼭지와 다이얼들이 장관을 이뤘지만, 이 뉴 5시리즈에는 거의 모두 사라져 없어졌다. 이것은 바로 변속기어 뒤에 달려 있는 만능의 i드라이브(iDrive) 장치 덕분이다. i드라이브는 2002년에 처음으로 7시리즈에 달려 등장했을 때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혁신적인 장치였고 드디어 뉴 5시리즈에도 부착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얹은 i드라이브는 이전보다 더 개량된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i드라이브 장치 뒤에 메뉴 버튼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것만 누르면 어떠한 조작과정 중에서도 즉각 원상태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또한 i드라이브를 돌리고, 누르고 또 슬라이드시키는 조작과정에서 슬라이드는 7시리즈의 경우 8방향으로 하게 되어 있던 것이 뉴 5시리즈는 동서남북 4방향으로 간소화되었다. 즉 슬라이드 조작을 내비게이션, 공기조절, 오디오 및 전화의 네 기능에만 대응시켜 나같이 머리가 나쁜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게 개량했다. 한 가지 난점은 남아 있는데, 라디오 방송 선국 같은 것은 이 차의 매뉴얼을 잘 읽어야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한 스위치는 독립시켜 놓았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예를 들어 오디오의 메인 스위치는 아무런 표식도 없이 검게 달려있다. 이 존재를 알지 못하고는 제 아무리 i드라이브를 돌려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 5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 전해 브레이크의 제동력과 페달의 감촉도 최고 자, 차를 굴려보자. BMW 뉴 525i는 직렬 6기통 2천494cc 엔진을 얹고 있으며 최고출력 141마력에다 최대토크 24.5kg·m이란 탁월한 성능을 갖고 있다. 0→시속 100km 가속 8.7초, 최고시속은 233km이다. 이 정도의 예비지식을 갖고 차를 끌고 나갔다. 그런데 이 차는 스티어링이 딴 차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에 자유도가 거의 없이 탄탄하게 조여놨기 때문에 길에 나서기 위해 핸들을 꺾으면 눈앞 차의 코가 재빨리 같이 움직인다. 다시 말해 핸들과 차체의 연동감이 아주 밀착되어 있어서 이 차를 운전하려면 큰 차가 아닌 소형차를 몰고 있는 감각이란 말이다. 운전자와 차체가 그야말로 일체가 된 기분에다가 조작반응이 빨라 자전거를 운전하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나 차는 편안하게 곧바로 운전자가 요구하는 대로 달리고 가속하고 틀림없이 멈춘다. 한번 자유로의 앞길이 뚫려서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시속 100, 150, 200km 가까이까지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간다. 요동도 없고 엔진 소리도 없다. 이것이 바로 BMW의 진면목이 아니겠는가. 고성능차의 대명사인 BMW, 특히 이 뉴 5시리즈를 타는 쾌감은 과거의 5시리즈와는 또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는 코너링 시험을 많이 해봤다. 이 차가 달고 있는 225/55 R16 크기의 타이어 성능을 여지없이 끌어내는 더블조인트 스트럿과 멀티 링크식 서스펜션, 다이내믹 드라이브 장치가 잘 부합되어 노상에서 속도가 지나치거나, 고의적으로 자세가 흔들리도록 조작해도 미끄러지는 소리 하나 없이 땅을 꽉 붙잡고 핸들을 꺾는 만큼의 각도로 움직인다. 강력한 옆쪽으로의 원심력은 느낄 수 있지만 롤링이 거의 없고, 마치 경주차와도 같이 코너링을 해낸다. 이 차의 DSC(Dynamic Stability Control)가 교묘하게 개입해 주는 덕분이다. 앞뒤 바퀴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를 갖춘 데다가 알루미늄 캘리퍼가 달려있는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의 반응감촉도 최고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믿을 만한 성능을 갖춘 셈이다. 뉴 5시리즈에는 또 브레이크 패드의 마멸상태를 감시하는 센서까지 달려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E60형 뉴 5시리즈는 BMW의 기함인 7시리즈를 능가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재하고 있어서 BMW 5시리즈 매니아들을 더욱 열광시켜줄 뿐 아니라 틀림없이 이 해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믿는다. 나의 여식은 지난해 여름에 구형인 525i를 구입했고, 나 자신은 아직도 새차같이 달리는 1994년형 740iL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않다면 이 차를 사고 싶다는 충동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Z BMW 뉴525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841×1846×1468 휠베이스(mm) 2883 트레드(mm)(앞/뒤) 1558/1582 무게(kg) 150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6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92/6000 최대토크(kg·m/rpm) 24.5/3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494 보어×스트로크(mm) 89.9×84.0 압축비 10.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7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5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392/2.408/1.4861.000/0.830/3.100 최종감속비 3.026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33 0→시속 100km 가속(초) 8.7 연비(km/L) - Price 7,570만 원
마세라티 스파이더 명품 이미지에 숨은 야수의 달리기 2004-01-08
항상은 아니지만 전화벨이 울리면 긴장하게 된다. 거기에는 좋은 소식도 있지만 때로 나쁜 소식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세라티 스파이더를 시승해 보겠습니까?” 하는 전화를 받게 되면 이건 기분이 붕 떠 마치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 같다. 애써 흥분을 감추고 “물론, 가능하지요.” 하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심장은 이미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쿠즈 코퍼레이션을 통해 페라리, 마세라티가 국내에 공식 수입되기 시작했지만 시승차는 전혀 준비되지 않는다고 선전포고를 해버렸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대감을 접었고, 그런 만큼 국내에서 판매된다는 현실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쿠즈가 보내온 보도자료는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권상우의 차로 마세라티 스파이더가 PPL 협찬된다는 내용이어서 속으로 은근히 샘이 나던 참이었다. 드디어 만남의 기회는 찾아왔다. 마세라티 전통과 페라리 기술 접목해 보디와 실내에서 흐르는 명품 이미지 이태리 명품 이미지가 가득한 마세라티는 대중적인 메이커는 아니다. 게다가 국내에는 더욱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생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1914년 창업자 알피에리 마세라티가 이태리 볼로냐에 세운 자동차회사에서 출발하는 유서 깊은 스포츠카 메이커이다. 마세라티는 1920년대부터 자동차경주에서 활약해 명성을 높였다. 전설적인 카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지오는 54년 마세라티 250F를 타고 F1 세계 챔피언에 올랐고 57년에는 두 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66년에 등장한 기블리는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함께 속도경쟁을 벌이며 마세라티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기블리는 현재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교통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다). 이후 오일쇼크에 의한 경영악화로 75년에는 이태리 카로체리아 데토마소가 새로운 주인이 되었고, 93년에는 다시 이태리 최대의 자동차회사 피아트 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어 97년 7월 1일, 피아트 산하 페라리가 마세라티의 경영을 책임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마세라티 부활의 신호탄으로 99년 선보인 3200GT는 기블리를 만든 쥬지아로가 디자인을 맡고, 페라리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한층 매력적인 차가 되었다. 하지만 페라리는 좀더 많은 변화를 원했고, 3200GT는 결국 ‘쿠페’라는 이름으로 변신하게 된다. 쿠페와 달리 스파이더는 개발 초기부터 페라리가 주도해 완전한 페라리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르다. 6단 기어박스가 뒤에 놓인 트랜스 액슬 구조인 것도 3200GT와의 차이점. 덕분에 앞뒤 무게 배분이 53: 47로 이상형에 가까워졌다. 오픈 2시터 스파이더는 2+2 쿠페보다 휠베이스가 220mm 짧아져 더욱 컴팩트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스타일은 역시 쥬지아로가 맡았고, 25초만에 개폐되는 전동 소프트톱을 얹었다. 변속기는 쿠페와 같은 수동 6단과 F1 타입 시프트 레버를 갖춘 6단 세미 AT(캄비오코르사) 두 가지를 갖추었다. 스파이더는 격자형 그릴 등 마세라티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잇고 있지만 뒷모습은 조금 평범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과연 마세라티라고 할 만큼 화려하고 우아한 분위기. 실내는 온통 가죽으로 꾸몄고,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부드러운 가죽에 덮여있다. 고급 손목시계를 떠올리게 하는 속도계와 타코미터 등 아날로그 계기와 센터페시아 상단의 끝이 뾰쪽한 시계조차 장인의 손길로 다듬은 명품 이미지가 충만하다. 이러한 인테리어 구성은 독일차와는 완전히 다르고, 재규어 등의 고급 영국차와도 다른, 마세라티만의 고유 특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5.2인치 모니터를 단 정보센터를 통해 주행정보 및 자동 실내온도 제어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전화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기 때문인데, 세단 모델인 콰트로 포르테가 수입되면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달 계획이라고 한다. 8웨이 전동 시트와 틸트 & 텔레스코픽 기능의 스티어링 휠을 갖춰 누구나 쉽게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겠다. 시트는 머리받침 일체형. 상체를 받쳐주는 서포트성이 무척 좋은데 좌면 길이가 좀 긴 편이다. 그 뒤에는 전복 때의 안전을 위해 아치형 롤 바가 달린다. 시트 등받이 뒤편 격벽에는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든 맵 포켓을 달았다. 고성능 스포츠카이면서 실용성을 배려한 부분이다. 트렁크 열림 버튼은 동반석 글로브 박스 안에 있다. 오픈 상태로 잠시 차를 세워놓을 때 글로브 박스를 잠그고 내리면 안심할 수 있겠다. 소프트톱 수납공간을 감안하면 300X 규모의 트렁크는 꽤 큰 편이다. 카탈로그에는 2개의 골프 백을 넣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하나 이상은 어려워 보인다. 구조상 트렁크 높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스페어 타이어는 임시용으로 얇은 타이어를 갖추었고, 렌치가 든 공구 케이스도 준비되어 있다. 터보보다 강력한 V8 자연흡기의 가속 섬세한 핸들링과 기대 이상의 승차감 시승차는 하늘색 보디의 6단 세미 AT 캄비오코르사가 준비되었다. 엔진은 뱅크각 90도의 정통파 V8. 마세라티 전통의 트윈터보를 버리는 대신 배기량을 4.2X 로 키우고 가변형 밸브 타이밍 기구를 더해 최고출력 385마력을 낸다. 최고시속 285km, 0→시속 100km 가속은 4.8초만에 끝낸다. 엔진 윤활방식은 드라이 섬프(dry sump) 타입. 가·감속이나 선회 때 오일의 쏠림에 따른 사고가 없으므로 레이스용 고성능 엔진에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시동키를 돌리면 마치 석유난로에 성냥불을 그어 붙이듯 V8 4.2X가 휘발유를 태우면서 눈을 뜬다. 순간 사나운 야수와 같은 V8 사운드에 휩싸이는 느낌이 강렬하다. 그런데 플로어 위에는 통상의 기어 레버가 없다. 다만 T자형의 작은 레버로 후진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스티어링 휠 뒤에 시프트 패들이 있는데, 오른쪽은 기어 업, 왼쪽은 다운용이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채 손가락으로 살짝 위로 쳐주기만 하면 기어를 바꿀 수 있다. 스티어링 오른쪽의 패들을 앞으로 당기면, 가벼운 쇼크와 함께 1단에 들어간다. 액셀러레이터에 가볍게 발을 디디면 수동 기어차의 반 클러치를 사용하는 감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레이스에 나선 기분으로 오른쪽 패들을 당겨 가면 된다. 업 시프트는 순간에 이루어지고, 패들의 조작감도 좋다. 다운 시프트는 업 시프트보다 훨씬 능숙하게 다뤄진다. 상당히 스포티한 느낌이다.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는 트랜스미션 이외에 수동 기어 모델과 차이는 없다. 이태리어로 ‘레이싱 기어박스’를 의미하는 시퀀셜 트랜스미션 캄비오코르사는 페라리 360 모데나 F1에 얹히는 것과 기본 구조는 같다. 그리고 주행 상태에 맞추어 노멀, 스포츠, 오토, 로 그립의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는 노멀보다 패들 조작 때의 기어 체인지가 재빠르게 이루어지고, 오토는 시프트 조작이 필요 없는 모드. 로 그립은 눈이나 빙판길 등에서 필요한 오토매틱 모드다. 각 모드로의 전환은 센터 콘솔의 버튼을 누를 뿐이어서 간편하다. 한편 오토 모드를 사용하다보면 자동 기어차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동 기어 모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토 모드에서도 약간 경사진 곳에서 출발하면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이다. 핸들링은 상당히 섬세하다. 코너에서 마음먹고 노린 라인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스티어링이 조금 가볍고, 약간의 오버스티어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가속력과 고속 달리기. 강력한 자연흡기 V8의 로켓과 같은 추진력은 터보와는 사뭇 다른 롤러코스터의 쾌감을 전해준다. 그 폭발력은 트윈터보보다 빠르고 매끈한 느낌이다. 오픈 에어링도 좋다. 그런데 시트 열선이 옵션 품목에 빠져 있다는 점은 다소 의외였다. 따라서 엉덩이를 따뜻하게 데우며 찬바람을 즐기는 겨울철 오픈 에어링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편으로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전자제어 스카이 훅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으로부터 댐퍼의 감쇠력을 순간적으로 조정해 보디를 평형상태로 유지하려고 애쓴다. 단단한 차체와 더불어 네 바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기본적으로 좋은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마세라티 스파이더는 독특한 개성의 차다. 우아한 명품 이미지 속에 감춘 야수와 같은 달리기 성능의 매혹은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다. Z 마세라티 스파이더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303×1822×1305 휠베이스(mm) 2440 트레드(mm)(앞/뒤) 1525/1538 무게(kg) 1720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85/7000 최대토크(kg·m/rpm) 46.0/45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4244 보어×스트로크(mm) 92.0×80.0 압축비 11.1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84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35/40 ZR18, 265/35 Z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3.286/2.158/1.6091.269/1.034/0.848/2.563 최종감속비 3.73 변속기 수동6단(캄비오코르사) Performance 최고시속(km) 285 0→시속 100km 가속(초) 4.8 연비(km/L) 4.6 Price 1억8,700만 원
Peugeot 307CC ‘날개 단’ 인기 차로 프.. 2003-12-16
기자가 낯선 타국, 프랑스를 흠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빛 바랜 도시 풍경 속을 종일 걷고 싶게 만드는 습하고 우울한 가을 날씨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인 특유의 예술혼과 실용주의가 잘 녹아든 자동차 구경이다. 푸조와 시트로앵, 르노 등 프랑스 차들은 이상하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배척당해 메인 스트림으로의 등극이 어려운 상태지만, 세계 어느 나라 차보다도 분명한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에 자국민들이 유난히 아끼며 탄다. 그 중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가 단연 푸조.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자동차가 프랑스 현지로 초청한 푸조 307CC 기자 시승회는 프랑스와 프랑스 차의 멋, 홈그라운드에서 푸조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 막 유럽 판매에 나선 307CC를 가을빛 완연한 남 프랑스에서 맘껏 몰아보았으니, 이제 더 이상 환상 품은 상사병이란 없다. 쿠페-카브리올레 시장 장악을 꿈꾸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름만 보고도 금방 눈치챘겠지만, 307CC는 지난해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빛나는 푸조의 대표 소형차 307의 쿠페-카브리올레 버전이다. 206CC에 이은 푸조의 두 번째 쿠페-카브리올레 모델로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3♡7CC 컨셉트카로 운을 뗀 뒤 올 봄 제네바에 양산형을 선보이고 가을이 다 되어서야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생산라인이 바빠 국내에 들어오려면 아직 두 계절을 더 나야 한다(빠르면 내년 봄, 늦으면 여름에 들어온다). 쿠페, 카브리올레, 혹은 쿠페-카브리올레 복합형을 포함한 유럽의 레저 비클 시장은 1995년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 말 유럽 전체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53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두 가지 욕구를 만족시키는 복합 버전에 메이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전동식 하드톱 사용의 원조 벤츠 SLK가 지붕 개폐 시스템을 개선하고 르노 메가느Ⅱ CC가 등장하는 등 시장이 점점 분주해지고 있다. 푸조가 307CC를 내놓은 것도 이런 시장 변화를 미리 읽어낸 결과. 인기작 307이 지닌 재능이나 4인승 카브리올레로서의 공간성, 무게 대 성능비 등을 고려할 때 206CC 이상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푸조는 시승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나올 407에는 CC 버전을 만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유는 307CC가 이미 4인승으로 충분한 공간을 지녔고, 차체가 더 커질 경우 우아한 디자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 기자들을 초청한 307CC 시승회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주무대로 펼쳐졌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날아가 도착한 곳은 지중해 연안 도시 뚤롱. 지도로 보면 올리브 산지로 유명한 마르세유 동쪽, 바닷가 끄트머리에 붙어 있다. 여기서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려 생 막시망이라는 작은 마을에 짐을 풀고 다음날 시승을 위해 몸을 뉘었다. 옛날 수도원을 개조했다는 호텔은 돌 바닥을 깐 작은 방이 소박하고, 아침에 본 안뜰 풍경이 마치 공지영의 에서 본 듯 낯익다. 아침식사 후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니 호텔 안마당에 가지각색 307CC가 모여 있다. 해치백보다 길이 14cm가 늘어나고 높이 9cm가 낮아진 CC는 한결 날렵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지붕을 덮은 쿠페 스타일은 마치 동그란 반죽을 위에서 짓누르며 조심스레 다듬어낸 듯 완만한 굴곡의 덩어리진 보디라인이 탐스럽다. 고양이 눈을 번뜩이는 앞모습은 여전하고, CC만의 개성으로 다듬은 뒷모습이 볼수록 예술이다. 테일램프는 607 것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듯 가운데가 한껏 부푼 타원형. 브레이크를 밟아 불이 들어오면 양쪽에서 빗살무늬 같은 사선 두 줄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끝부분을 작은 윙처럼 두툼하게 말아 올리며 마무리한 트렁크리드가 일품인데, 달릴 때 뒤에서 보면 빛 반사에 따라 선명해지는 테일 라인이 매력적이다. 엉덩이가 약간 살져 보이지만 트렁크룸을 넓히기 위함이라면 탓할 수 없다. 완전 자동 톱 얹은 손색없는 4인승 잔뜩 기울인 윈드실드 덕에 톱을 연 모습이 한결 늘씬하고 속도감 있어 보인다. 307CC의 전동 하드톱은 206CC를 손본 울리에즈가 아니라 벤츠 SLK 것을 만든 CTS가 개발한 개선된 시스템. 보디와의 연결 부위까지 원터치로 풀어내는 완전 자동으로 유리창 여닫히는 시간까지 더해 25초가 걸린다. 시속 10km 이하로 달릴 때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점도 다르다. 지붕과 트렁크 윗면이 분리되어 유연하게 이뤄내는 동작이 우아하며 조용한데, 150개의 전자 유압 펌프가 작동 소음을 줄이고 보이는 부분 외에도 트렁크 안쪽의 많은 장치들이 이에 협력하고 있다. 트렁크룸은 중간에 걸쳐진 스크린이 지붕 수납용과 순수 짐칸을 구분해 쿠페일 때 350X, 카브리올레일 때 204X의 공간을 내준다. 스크린이 걷어져 있으면 오픈 불가. 실내에서 가장 신경 쓴 곳은 뒷좌석이다. 2+2로 거의 모양만 갖춘 206CC와 달리 완전한 구실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뒤 오버행을 늘렸을 뿐 해치백의 휠베이스를 그대로 물려받고 차체 높이까지 낮춘 306CC는 공간에서 유리할 것이 없었다. 이를 해치백보다 낮은 시트 포지션, 특히 뒷좌석의 경우 엉덩이 부분을 깊숙이 판 시트 형상으로 커버했다. 엉덩이가 푹 파묻히는 꼴이라 앞좌석에 무릎이 부딪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시트 만들기에 능한 푸조라 낯선 자세로도 불편함은 거의 없고, 사이드 패널에는 암레스트까지 달렸다. 마치 완전한 4인승 공간을 앞세우는 BMW 3시리즈 컨버터블을 보는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가죽시트 등 고급스럽고 색깔 예쁜 내장재를 쓴 것 외에는 다른 307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4cm 낮은 운전석과 크롬 계기판, 알루미늄 페달과 기어 노브 등이 스포티한 기분을 부추길 뿐. 림이 조금 가늘면 좋을 것 같은 가죽 스티어링 휠은 엄지손가락 자리에 알루미늄 트림을 넣었다. 변속 패들이 아니라 그냥 장식용이다. 이런 자잘한 변화보다는 국내 수입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들이 눈길을 끈다. 대시보드 중앙에 달린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중요한 지역마다 꼼꼼한 안내문구와 지도 표기로 초행길 운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성 안내도 아주 유용하다. 전복사고 때 위험이 큰 오픈카는 철저한 안전준비가 필수다. 307CC는 A필러와 루프 강성을 높이고 4개의 원도 및 뒤 스크린에 약 5mm 두께의 유리를 끼워 쿠페 상태의 안전성과 소음 차단에 힘쓴 한편, 뒷좌석 헤드레스트 안에 숨은 롤오버 바와 윈드실드 윗면에 특별 제작한 고강도 튜브를 끼웠다. 앞과 옆에 4개의 에어백을 준비하고 16~17인치 알로이 휠에 EBA 긴급 제동력 보조장치, ESP 전자식 주행안정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단 것도 믿음직하다. 시승차는 유럽에서 팔리는 세 가지. 2.0X DOHC 136마력 엔진에 각각 MT와 팁트로닉 AT를 얹은 모델과 이 엔진에 가변 밸브 기구(VVT-i)를 달아 177마력으로 높인 고급형 MT가 나왔다. 136마력은 모든 306 모델에 쓰이는 기본 엔진, 177마력은 올해 초 206RC에 얹혔다. 고출력형 더해 성능 업그레이드 하루종일 짜인 시승 일정은 생각 외로 빡빡하고, 왕복 거리가 420km나 되니 가혹하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출발해 로드북을 보며 열심히 달린 뒤 유명한 포도주 저장소 깨란(Cairanne’s cellar)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른 길로 되돌아오는 코스인데, 프랑스 내 도로 규정 속도를 다 위반(?)하고도 정해진 시간에 도저히 도착할 수 없어 20여 대의 시승차가 떼로 지각을 해야 했다. 운전하는 사람이나 지도 보는 사람이나 시간에 쫓기고, 틈틈이 좋은 위치 찾아 사진촬영에 허덕인 통에 그 하루에 스쳐 지난 여정을 머릿속에 꼭꼭 담아두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도 307CC가 훑고 지난 남부 프랑스의 풍경들이 순서 없이 가슴에 쌓여 서울에 와서도 몇 날을 출렁거렸다. 깎아지른 절벽이 하늘까지 가로막는가 하면 저 앞의 산은 브로콜리처럼 다정다감하게도 생겼고, 옆에서 초록빛 계곡이 물결치는가 하면 느닷없이 밀레의 그림처럼 안개 자욱한 전원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지독히도 멋진 풍광에 차 맛(?)을 잊을 뻔했던 위험천만한 시승. 그러나 307CC의 내공도 여간 아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바꾸고, 고속도로에서 좁은 들길로, 랠리 코스처럼 험준한 산길과 커브 큰 와인딩 로드로 노면이 바뀔 때마다 독소처럼 가슴을 찌르는 그 짜릿함이라니……. 해치백보다 150kg 무겁고 왜건형 SW보다는 오히려 50kg 가벼운 307CC에게 2.0X 136마력 기본 엔진은 그리 부족함 없는 상대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를 넘어서면 엔진이 터져나갈 듯하지만 이 차를 갖고 그런 짓을 할 일이 어디 있을까. 대부분의 운전자가 즐기는 150km 이하의 전 영역에서는 경쾌한 엔진 반응과 함께 날아갈 듯 재미난 운전을 할 수 있다. 밋밋한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4천rpm대를 유지하며 와인딩을 파고드는 것이 이 차를 즐기는 요령. 힘차고 자신 있게 몰아댈수록 접지력이 더욱 끈끈해지고 브레이크도 확실하게 응답한다. 손에 착 달라붙는 기어 노브가 운전 재미를 더하는 5단 MT는 연결감이 아주 뛰어나다. 기자는 클러치 페달을 밟고 뗄 때 발 위쪽이 자꾸 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동승한 이는 3, 5단으로 넣을 때의 기어 작동감이 조금 어색하다니 운전자에 따라 불편한 점도 조금씩 달라지는모양이다. 그런 불편이나 수동 조작이 귀찮다면 손맛은 덜하지만 자동 4단 팁트로닉 모델이 최선의 선택. 국내 수입 예정인 이 기어는 ZF 제품으로 힘 전달력이 좋고 변속 충격도 없지만 자동 모드에서는 아무래도 답답함이 빨리 온다. 307CC의 엔진음은 일부러 걸러내지 않은 듯 조금 크지만 듣기 좋은 톤이다. 타코미터 바늘과 함께 힘차게 치고 올랐다가 잦아들곤 하는 엔진 소리는 VVT-i 모델에서 더욱 격정적이고 음색도 더 훌륭하다. 177마력의 고급형은 역시 순발력이 더 좋고, 특히 고속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최고시속 225km를 정말 넘기고 말 태세. 136마력형을 몰고도 웬만한 와인딩 로드는 뒤쫓을 수 있었으나 곧게 뻗은 직선로나 무섭게 높은 고갯길을 오를 때 체력의 차이가 금세 드러난다. 기본 엔진이 약골이어서가 아니라 VVT-i가 너무 과분해서다. 때로 넘치는 엔진 맛에 취하고 싶은 자, 유럽산 핫해치를 꿈꾸는 카 매니아라면 이 차를 노려볼 만하다. 그러나 MT 버전만 있어 국내에 수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07의 정확하면서도 부드러운 핸들링 실력은 CC에서도 여전했다. 스포츠성이 부여된 쿠페-카브리올레 모델이지만 디자인만 달리 했을 뿐, 서스펜션은 해치백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그 때문에 같은 4인승의 BMW 325Ci나 벤츠 CLK 320 카브리올레처럼 노면과 치열하게 싸워대는 스포티함은 덜하지만 오히려 세단이나 해치백 등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의 운전 스타일에 편안하게 어울리고 오래 운전해도 불편함이 없다. 그렇다고 307 서스펜션이 국산 세단처럼 무르기나 한가. 해치백에서도 날개를 단 듯 역동적인 움직임이 눈부셨고 단단한 네 발로 와인딩을 감아 도는 맛이 기막혔다. CC는 뒤 오버행을 늘이고 전동 톱을 싣느라 테일 쪽 무게 부담이 커졌을 텐데 어떻게 균형을 이뤄냈는지, 좁은 골목과 급 코너가 많은 시내 및 지방도로에서 절정의 움직임을 뽐냈다. 마치 푸조 406으로 질주하던 영화 ‘택시’의 주인공이 된 느낌. 307CC와 함께 하루만에 400km 이상의 프랑스 국도 탐사를 마치고 나니, 푸조를 비롯한 유럽차들의 ‘핸들링 빚기’는 그저 그런 선택이 아닌, 그들 도로의 요구에 맞춰 절실하게 이뤄낸 의무사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푸조 307CC의주요 제원 2.0 DOHC 2.0 VVT-i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347×1759×1424 ← 휠베이스(mm) 2605 ← 트레드 앞/뒤(mm) 1497/1506 ← 무게(kg) 1488 1490 승차정원(명) 4 ←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직렬 4기통 DOHC VVT-i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5.0×88.0 ← 배기량(cc) 1997 ← 압축비 10.8 11.0 최고출력(마력/rpm) 136/6000 177/7000 최대토크(kg·m/rpm) 19.4/4100 20.6/475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60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수동 5단 기어비 ①/②/③ 2.720/1.500/1.000 2.920/1.870/1.360 ④/⑤/R 0.710/ㅡ/2.450 1.050/0.860/3.330 최종감속비 3.480 4.2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쿠페/카브리올레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바 ←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V디스크 ←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모두 205/50 R17 성 능 최고시속(km) 204 225 0→시속 100km가속(초) 12.7 10 시가지 주행연비(km/ℓ) ㅡ ㅡ 값 ㅡ ㅡ
Peugeot 307SW 하늘을 이고 달리는 프랑스.. 2004-02-19
요즘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독일 메이커들의 오랜 전성기를 위협하고 나선 프랑스의 대표주자는 푸조와 르노. 2001년 제네바 오토살롱을 통해 데뷔한 푸조 307은 지난해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뽑혀 B세그먼트에서 폴크스바겐 골프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 아랫급인 소형 해치백 206은 골프의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해 유럽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푸조의 2가지 소형차가 절대강자 골프의 협공에 성공한 셈. 르노 역시 유럽 언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메가느Ⅱ 등 디자인 책임자 파트릭 르퀘망이 주도하는 앞선 스타일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르노는 올해 제네바 오토살롱에 화제작 메가느Ⅱ CC를 내놓았다. 본거지인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국내에서 푸조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에서 절정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메이커의 경쟁력은 당연히 최고조에 달해 있을 테니 말이다. 기세 등등한 푸조의 대표주자와 만나기로 한 날은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중순 어느 날이었다. 스타일링에서 탄탄한 기초실력 엿보여 화창한 봄 햇살 아래 시승팀을 기다리고 있는 차는 푸조 307의 가지치기 모델인 307SW. 307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형 왜건이라는 점이 맞물린 덕인지, 엄청난 호기심이 일었다. 307SW의 차체 길이는 4천419mm로 현대 아반떼 XD 5도어보다 조금 짧은 정도인데, 왜건 타입인 데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307 해치백을 그리고 있어서인지 괜히 커 보인다. 탄탄한 겉모습에서는 빈틈을 찾아볼 수 없다. 경지에 오른 유럽 소형차의 경쟁력이 엿보일 정도. 요즘 TV 방송중인 모 학습지 CF 카피를 빌려 ‘기탄(기초 탄탄한) 소형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소형 해치백을 베이스로 뒷부분을 길게 뽑아낸 왜건임에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링의 비밀은 이 차를 빚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 키스라이더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쐐기형 헤드램프는 여전히 앞 펜더 한쪽 귀퉁이를 파고들며 도발적인 인상을 그려낸다. 상대적으로 심심한 타입인 프론트 그릴은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눈꼬리와 뜻밖의 조화를 이룬다. 가운데에 하나의 라인이 들어간 프론트 그릴과 속도감 있게 뻗어 있는 A필러 등 디테일은 이미 현대 클릭을 통해 눈에 익은 부분. 처음 만난 307SW의 얼굴이 괜히 낯익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보네트는 운전석 헤드룸까지 올라간 커다란 윈드실드(앞 유리창) 때문에 더 작아 보인다. 뒤 도어까지 이어진 보디라인은 307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치 게이트 등 뒷모습은 극히 수수한 편. 짐을 부리기 쉽도록 양쪽 모서리로 바짝 내몰린 테일램프는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앞세우는 왜건의 성격을 대변한다. 도어 사이즈는 충분한 수준이고 해치 게이트 역시 번호판 위쪽에 달린 작은 버튼만으로 손쉽게 열 수 있다. 307SW 익스테리어의 포인트는 지붕 면적 3분의 2를 덮고 있는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차체 앞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윈드실드가 지붕 저 너머로 계속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정식 글라스 루프는 시원한 개방감을 주면서도 철제 루프 못지않은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 RV 역할까지 소화하는 만능 인테리어 307SW의 조금 딱딱한 듯한 시트는 엉덩이를 넉넉하게 감싸고 등받이 역시 타이트하면서도 푸근하게 등허리를 든든히 받쳐준다. 이 정도면 시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달린 암레스트의 위치도 좋은 편. 이 정도 급의 소형차에는 직물시트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가죽시트 일색인 국내 수입모델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시트 포지션과 등받이 각도 조절 등은 모두 완전 수동식이라 유럽 소형차다운 맛이 느껴진다. 달리는 동안 머리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뒷좌석 승객의 몫이라는 뜻인지, 글라스 루프 덮개 조작 스위치가 센터콘솔 조금 뒤쪽에 치우쳐 있다. 3단계로 조작되는 글라스 루프 덮개 덕에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은 마치 랠리카처럼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헤드룸이 넉넉하다. 대시보드 재질과 색상은 가볍지도, 너무 고급스럽지도 않고 3스포크 스티어링 휠 굵기와 사이즈는 적당하다. 이 차를 시승할 고객과 취재진을 위해 애프터마켓 제품인 AV 시스템을 따로 마련한 메이커의 성의는 고맙지만, 그 바람에 순정 오디오를 볼 수 없었다. 시승 내내 내비게이터를 켜놓고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307SW의 운전석 인테리어 디자인은 소형차의 표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완벽주의가 숨어 있는 골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 골프의 라이벌다운 면모다. 307SW 인테리어의 진면목은 2열과 그 뒤 3열 시트 등 뒤쪽에서 찾을 수 있다. 3인승인 2열 시트는 3개의 시트가 모두 독립식으로, 각각 더블폴딩하거나 아예 떼어낼 수도 있다. 307SW의 2열 가운데 시트는 최근 탔던 차들 중 가장 편했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3열 시트 승객들을 위한 간이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이 작은 차에 무슨 3열 시트냐고? 모르시는 말씀. 307SW는 이래봬도 7인승 RV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떼어내면 미니밴 부럽지 않은 짐칸이 펼쳐진다. 애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아주머니도 옛날 여학교 시절 걸스카우트 활동을 떠올리며 마음대로 실내구조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시트를 떼고 붙이기 쉽다. 푸조가 크라이슬러 PT크루저의 영역까지 넘볼 줄은 미처 몰랐다. 트랙을 달리듯 정확한 움직임이 매력 지난해 호주에서 타본 푸조 206 해치백의 손맛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마치 경차를 보는 듯 조그만 차체와 달리 옆구리와 어깨까지 잡아주는 시트가 뜻밖이었고, 산 속의 좁은 와인딩 로드를 통통 튀듯 경쾌하게 달려나가는 성능은 운전석에 앉은 기자의 입을 헤벌어지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산 속을 돌아다니다가도 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가는 양떼처럼 착착 맞아 들어가는 5단 기어의 작동감은 긴 스트로크에 대한 불만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 307SW의 시트는 206을 떠올릴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한층 더 편하다. 5단 MT 대신 자리잡은 ZF 4단 팁트로닉 트랜스미션은 포르쉐를 통해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시동을 걸자 보기와 달리 묵직한 엔진음이 귀를 울린다. 오감을 꿈틀거리게 하는 시동음을 들으며 액셀 페달을 밟자 차체가 천천히 움직인다. 예상보다 무거운 움직임. 연신 2천500~3천rpm까지 오르내리는 엔진회전수와 달리 시속 40~50km 이하의 저속구간에서는 계속해서 조금 느린 반응을 보인다. 2.0X DOHC 138마력 엔진은 예전 306 그대로인데 해치백만 하더라도 차체 무게가 100kg 이상 무거워졌으니 초기 가속반응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일단 가속이 붙으면 호주에서의 206에 이어 다시 한번 입이 딱 벌어지는 화려한 몸동작을 보여준다. 마음을 흔든 묵직한 시동음은 시속 100km를 넘어선 다음에도 여전히 은은한 중저음을 연주한다. 운전석에서 들으나 밖에서 들으나 잘 다듬어진 엔진음은 307SW의 운전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 시속 180km에 도달해도 매끄럽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여전하고, 소형차로는 보기 드문 역동적인 움직임이 와인딩 로드와 고속 코너링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계속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시속 110km 정도로 달려도 차체는 마치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듯 정확하게 반응한다. 바짝 붙어 있는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덕에 운전재미가 큰 반면, 액셀 페달을 통해 발바닥이 간지러울 정도로 고스란히 전해오는 진동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꽁무니가 긴 왜건임에도 뒷부분이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아 와인딩 로드 주파성능으로 이름난 푸조의 명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코너에 들어갈 때도 코너링 라인을 정확히 밟아나간다. 고속 코너링으로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는 순간 액셀 페달에서 살짝 발을 떼면 다시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돌아서며 재빨리 코너를 파고든다. 초기에는 너무 부드러운 듯하다가 속도를 높여갈수록 딱딱해지는 서스펜션은 낯설다. 307SW는 출퇴근용으로 부담 없는 사이즈와 신나는 드라이브를 제공하는 성능, 휴가여행부터 이사까지 감당하는 짐칸 등 장점이 수두룩한 멀티 플레이어다. 바로 이 프랑스 용병의 한국 무대 데뷔전을 지켜보아야 할 이유다. 시승협조 : 한불 모터스 ☎ (02)545-5665 푸조 307SW의 장단점 장점 ·정확한 핸들링·절제된 엔진음·쓰임새 만점 인테리어 단점 ·차체 무게가 버거운 엔진·액셀 페달 진동 푸조 307SW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419×1757×1544mm 휠베이스 2708mm 트레드 앞/뒤 1505/1510mm 무게 1466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직렬4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5.0×88.0mm 배기량 1997cc 압축비 10.8 최고출력 138마력/6000rpm 최대토크 19.4kg·m/41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2.720/1.490/1.000 ④/⑤/ⓡ 0.710/ ―/ㅡ 최종감속비 4.4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EBD/ABS)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성능 최고시속 196km 0→시속 100km 가속 12.0 시가지 주행연비 13.1km/ℓ 값 3,700만 원
GM대우 라세티 해치백 다이아몬드 ①ROAD.. 2004-05-04
지난 75년 현대 포니Ⅰ을 시작으로 국내에 해치백 모델이 소개된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해치백은 여전히 세단 선호 경향에 밀려 변방에 머물고 있다. 기아 프라이드가 인기를 모은 90년대 초 이후 어떤 모델도 그 이상 히트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GM대우가 라세티에 해치백을 더한 것은 라인업을 늘린다는 측면도 있지만 해치백 인기가 높은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새로 개발한 해치백 모델을 국내보다 유럽 시장에 먼저 소개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어 GM대우는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의 웰빙 소비 트렌드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레저·여가활동 인구가 늘면서 해치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 국내 시장에도 라세티 해치백을 선보였다. GM대우는 올 연말 라세티 스테이션 왜건의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젊은 운전자 타깃으로 스포티하게 다듬어 의외로 넓은 실내, 다양한 편의장비 마련 시승은 제주도의 시내도로와 국도,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서 이루어졌다. 시승차는 최고급 모델인 파란색 라세티 해치백 다이아몬드. 제주공항에서 처음 만난 라세티 해치백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개된 전시차와 다르지 않았다. 젊고 활동적인 운전자를 겨냥한 스포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길이×너비×높이는 4천295×1천725×1천445mm로 세단과 너비와 높이가 같고 길이가 220mm 짧다. 휠베이스와 트레드는 같다. 앞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예전 대우차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의 얼굴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우차의 상징이었던 수직 3분할 대신 가로로 한 줄만 남긴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일부 소비자의 불만에도 고집스럽게 유지해오던 패밀리 룩을 포기한 것은 GM대우의 디자인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뀐 것은 라디에이터 그릴만이 아니다. 디자인을 맡은 이탈디자인은 해치백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고객을 노려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가로 폭이 넓어진 아몬드 형상의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수평 무늬와 조화롭게 연결된다. 옆모습은 넓어진 C필러를 빼면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도어핸들을 인사이드형에서 손잡이형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뒷모습은 조금 심심하지만 완전히 새로워진 테일램프 디자인이 돋보인다. 가로로 길쭉한 테두리 안에 동그란 원을 집어넣은 테일램프는 헤드램프와 같은 디자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렁크 크기는 275X이고, 뒷좌석 등받이를 눕히면 1천45X로 늘어난다. 해치 도어를 비롯한 모든 문은 큰 각도로 열려 드나들거나 짐을 싣기에 편하다. 은빛 실내는 우드그레인으로 꾸민 세단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센터페시아 위쪽과 좌우에 있는 송풍구를 원형으로 처리하고 주위를 메탈 그레인으로 단장해 세련된 느낌이다. 심플한 계기판은 보기에 좋고 각종 버튼은 복잡하지 않게 배열되어 있어 조작이 편하다. 냉장 기능이 있는 글로브 박스, 뒷좌석 암레스트 박스, 조수석 언더 트레이 등 수납 공간도 많다. 요즘은 준중형차도 중형차급의 다양한 옵션을 갖추는 추세인데, 라세티 해치백 역시 빗물의 양을 감지하는 레인센싱 와이퍼, 와이퍼 결빙 방지 열선, 전동 접이식 아웃사이드 미러, 가죽 시트 등 고급 편의장비를 마련했다. 컴팩트한 차체가 주는 선입관 때문일까? 운전석에 앉으며 “의외로 넓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실내공간은 세단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여유롭다. 실내의 길이×너비×높이는 1천925×1천452×1천180mm로 세단보다 너비가 8mm 작다. 뒷좌석 레그룸은 동급 최고인 932mm. 실내공간이 넓다보니 뒷좌석 승객의 시야까지 시원하다. 그러나 해치백인 만큼 뒷좌석 헤드룸이 작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해치백에서는 필수인 해치와 차체의 연결장치가 루프 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연결장치 때문에 실내 뒷부분이 약간 튀어나와 뒷자리 승객의 헤드룸이 조금 손해를 본 것이다. 세단의 뒷좌석에는 헤드레스트가 세 개 있는데 해치백에는 두 개뿐이다. 가속성능 뛰어나고 고속주행 때 안정감 작은 요철에서도 튀는 느낌·진동 있어 이제 라세티 해치백의 달리기 본성을 시험해볼 차례다. 세단과 마찬가지로 E-TECⅡ 1.5X 엔진을 얹은 차체는 출발부터 저속주행까지 부드럽고 조용하다. 특히 공회전 상태로 있으면 시동이 걸려 있는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방음재를 많이 쓰고 원 벨트 시스템으로 소음을 줄인 덕분이다. 라세티 해치백의 최고출력은 106마력/6천rpm, 최대토크는 14.2kg·m/4천200rpm다. 적절한 순발력을 발휘하며 운전자 의도대로 잘 따라준다. 시속 150km의 고속에서도 불안한 기색이 거의 없지만 그 이상에서는 힘이 달린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181km. 변속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4단 AT도 강점. ‘P-R-N-D-2-1’의 계단식 구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하지만 오버드라이브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코너링을 시험해 보는 데는 최적의 코스다. 코너링에서는 언더스티어가 약간 강하게 느껴졌던 세단과 달리 해치백은 뉴트럴에 가까운 실력을 보인다. 앞 스트럿, 뒤 듀얼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세팅되어 승차감이 안락하지만 작은 요철에도 통통 튀고 진동이 느껴지는 등 세련미는 부족한 편이다. GM대우는 올 한해 국내에서 80만 대의 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고, 그 가운데 라세티 해치백과 뉴 라세티의 판매목표를 30만 대 이상으로 잡고 있다. GM대우가 예상하는 라세티 해치백의 판매대수는 7만5천 대, 전체 라세티 판매의 25%쯤이다. 그렇다면 4월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한 달에 라세티 해치백을 8천 대쯤 팔아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3월 라세티 세단의 판매대수가 1만2천여 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해치백에 인색한 국내 실정에서 과연 가능한 목표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한번 믿어볼 생각이다. 라세티 해치백이 성공한다면 그 자체도 축하할 일이지만, 국내 해치백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 실용성 뛰어난 해치백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라세티 해치백이 ‘해치백이면 맥을 못 추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풍속도를 확 바꿔 놓길 기대한다.
현대 에쿠스 JS350 쫓고 쫓기는 한판승부에 진검.. 2003-12-17
대형차 시장의 베스트셀러 에쿠스가 4년 만에 새롭게 단장했다. 영원한 맞수 체어맨이 6년 만에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것에 비하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경쟁자의 새차 효과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셈. 대형차 세그먼트에서 한 달 간격으로 새차가 선보인 것만 봐도 한 치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의 영역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실제로 쌍용 체어맨은 새 모델이 나온 지난 10월 판매에서 대형차 부분 1위에 올라 에쿠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정작 이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국내 맞수가 아닌 물 건너온 수입 대형차들이다.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도 안되지만 3천cc 이상 대형차 시장만 놓고 보면 올해에만 28%까지 뛰어올라 이래저래 에쿠스의 앞길이 바빠지고 있다. 디자인 완성도와 편의성 높여 에쿠스 시승차는 목련색(밝은 크림 빛) 투톤 보디에 인테리어도 화사한 베이지 컬러로 마무리해 보기만 해도 화려함이 배어난다.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크게 달라진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뒷모습. 그릴의 격자 모양을 이전의 직사각형에서 정사각형으로 바꿔 한결 균형 잡혀 보이고 절제된 이미지를 풍긴다. 또한 턴시그널 램프를 노랑에서 투명으로 바꿔 전체적으로 맑은 이미지를 살렸다. 뒷모습은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범퍼에 달려 있던 번호판을 트렁크 부분으로 옮겼다. 또한 테일램프는 아래 부분이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더 커지고 LED를 써서 반짝이는 보석 느낌이 난다. 칼로 자른 듯 직각으로 디자인한 구형의 뒷모습은 권위적이고 밋밋해 왠지 모를 허전함을 줬지만 새 모델은 좀더 구성지고 짜임새 있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졌지만 실내외 곳곳에서 눈에 띄는 단차는 양산 라인을 빠져나온 차로서는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특별히 바뀐 것이 없는 대신 다양한 편의장비를 더했다. 안에서 차고 더운 바람이 나오는 냉난방 통풍 시트는 시트 표면을 펀칭 처리해 상쾌감을 준다. 3D DVD 내비게이션은 일반 내비게이션보다 검색 속도가 빠르고 13배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차선 단위까지도 표시되는 등 한층 정확하고 편리해졌다. 시트 포지셔닝 스위치는 도어 패널로 옮겨 눈에 잘 띄지만 헤드레스트와 등받이(뒷좌석) 스위치는 모양만 갖췄을 뿐, 호기심에 만져보니 실망만 준다. 이밖에 후방 주차 모니터 카메라와 키 없이도 열 수 있는 트렁크 아웃사이드 핸들, 닦임 면적이 커진 와이퍼, 유해 오존을 산소로 바꾸는 대기정화 라디에이터, 그리고 D 위치뿐 아니라 R에서도 작동하는 주차 브레이크 자동해제 시스템 등 구석구석의 쓰임새를 손봐 최고급차에 걸맞게 상품성을 높였다. 또한 디스크 직경을 키우고 4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를 써서 제동거리도 8%나 줄이는 등 안전성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서스펜션 튜닝으로 승차감 좋아져 시승차로 준비된 에쿠스 JS350의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들리는 것도 잠시, 아이들링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액셀 페달을 밟으니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발끝에 조금 힘을 주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태세다. 깊숙이 눌러 밟자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간다. 도로 여건상 시속 150km를 넘길 수 없었지만 그 때까지도 꾸준한 가속이 이어졌다. 에쿠스의 V6 3.5X 엔진은 3천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4천500rpm을 넘어서자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힘 부족이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높은 rpm으로 과격하게 몰아붙이지만 않으면 오히려 실용영역에서 넉넉한 힘으로 여유로운 달리기를 만끽할 수 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의 서스펜션은 쇼크업소버의 충격 흡수력을 높이고 스프링을 소프트하게 튜닝해 승차감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른 서스펜션에 비해 코너링 성능은 뛰어나고 롤링도 상당히 절제된 느낌. 시속 80∼90km로 들어선 와인딩 로드에서도 코스를 조금 벗어난다 싶으면 VDC(자세제어장치)가 차체를 금방 바로잡아 큰 흔들림 없이 목표한 차선으로 이끌어준다. 수입 대형차의 경우 프레스티지나 값에 비해 뒷좌석이 VIP를 만족시키기에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그에 비하면 국산 대형차는 넘칠 만큼 다양한 뒷좌석 편의장비로 우리나라 고객의 마음을 잘 읽고 있다. 신형 에쿠스는 이런 메리트와 함께 엔진 및 파워트레인의 보증기간을 3년/6만km에서 5년/10만km로 늘리는 ‘덤’을 얹었다. 점점 치열해지는 대형차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개선장군의 깃발을 당당히 휘날리는 모습으로 국산차의 자존심을 지켜가기를 기대해본다. 현대 에쿠스 JS350의 장단점 장점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늘어난 편의장비 단점 ·꼼꼼하지 못한 뒷마무리 현대 에쿠스 JS350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5120×1870×1480mm 휠베이스 2840mm 트레드 앞/뒤 1615/1615mm 무게 199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3.0×85.8mm 배기량 3497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210마력/5500rpm 최대토크 31.0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8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789/2.057/1.421 ④/⑤/ⓡ 1.000/0.731/3.865 최종감속비 3.333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35/55 HR17 성능 최고시속 217km 0→시속 100km 가속 9.4초 시가지 주행연비 7.5km/ℓ 값 5,99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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