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VOLKSWAGEN TOUAREG V8 4.2,PORS.. 2003-09-19
영화 ‘트윈스’의 장면들. 1988년 어느 날, 미국 정부는 최고의 지성과 육체를 지닌 남자 여섯 명의 정자를 추출해 첨단 유전공학 기술로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극비실험을 진행한다. 그 결과물은 쌍둥이 형제 줄리어스(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빈센트(대니 드 비토).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난 줄리어스와 달리 열성 인자만 잔뜩 물려받은 빈센트는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는다. 훗날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된 줄리어스는 구치소에 갇혀 있던 동생 빈센트를 찾아내지만 너무도 다른 외모와 성격에 온갖 충돌이 벌어지고……. 2002년 파리 오토살롱. 독일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 메이커가 첨단 자동차 기술로 빚어낸 첫 SUV를 공개한다. 한날 한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차의 이름은 폭스바겐 투아레그와 포르쉐 카이엔. 수퍼 베스트셀러 비틀과 골프로 기초를 다진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와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는 같은 플랫폼 위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SUV를 만들어냈다. 각 메이커의 아이덴티티 뚜렷한 스타일링 투아레그는 말할 나위 없이 폭스바겐 집안의 점잖은 얼굴을 물려받고 있다. 차체 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해치 도어가 달린 뒤쪽으로 눈길만 주지 않는다면 새 기함 페이튼과 그 아래 파사트를 쏙 닮은 앞모습이다. 카이엔 역시 잔주름 하나, 작은 표정 하나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은 완벽한 포르쉐 집안의 성골. 이 급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BMW X5 역시 기본이 된 구형 5시리즈 세단과 일란성 쌍둥이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최근 데뷔한 볼보의 첫 SUV XC90 역시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볼보 스타일의 전형. 최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고급 SUV의 대표주자들은 한결같이 그 집안 고유의 얼굴을 물려받고 있다. 드러낼수록 알아주는 명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집안의 혈통이 묻어나는 얼굴이 구설수에 오른 차는 카이엔뿐이다. 왜 유독 카이엔인가.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아이덴티티가 그만큼 강렬했거나 포르쉐와 SUV가 그만큼 연결짓기 어려웠다는 뜻. 하지만 데뷔 반년을 넘긴 지금 그때의 말들은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가는 듯하다. 포르쉐로서는 카이엔 이상의 스타일을 SUV에 부여하기 힘들었을 터. 함께 태어난 투아레그의 ‘폭스바겐다운’ 얼굴은 ‘포르쉐다운’ 카이엔의 얼굴까지 한결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투아레그는 중후하고 세련된 신사의 향기를 전한다.전형적인 세단 타입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처음 도전하는 고급 SUV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줄여줄 듯하고 큼직한 테일램프가 든든한 뒷모습을 만들어낸다. 유럽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이커에서 럭셔리카 메이커로 변신중인 폭스바겐은 투아레그의 스타일에 미래의 꿈을 담았고, 포르쉐는 카이엔에 변함없는 스포츠성을 선사했다. 투아레그 인테리어의 고급성 돋보여 투아레그의 고급스런 이미지는 인테리어에서 한층 빛을 발한다. 페이튼과의 차별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운전석은 고급 세단의 모습 그대로다. 눈에 확 들어오는 큼직한 계기판과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폭스바겐 특유의 신뢰성을 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안전벨트 높낮이 조절까지 전동식인 데는 할 말을 잃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역시 시선을 끄는 부분. 언뜻 온갖 계기들이 복잡하게 자리잡은 듯하나 금방 손에 익는 배치를 칭찬할 만하다. 탄탄한 시트와 곳곳에 자리잡은 수납공간은 투아레그 인테리어의 또 다른 포인트. 센터페시아 위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수납공간은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으나 다른 부분들에 비해 고급스러움이 떨어져 아쉽다. 기어박스 뒤에는 러닝기어 컨트롤과 에어 서스펜션 조작 다이얼 등이 달려 있다. 센터콘솔도 깊어 쓰임새가 좋은 편. 2열은 전체적으로 앞좌석에 비해 조금 높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센터 디퍼렌셜과 에어 컴프레서 등 하체의 모든 장비들을 위쪽으로 바짝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충분한 편이고 헤드레스트의 위치도 적당하다. 2열 가운데 헤드레스트가 지나치게 커 운전자의 룸미러 시야를 해치는 점은 불만이다. 헤드레스트 처리는 카이엔이 나은 느낌.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5개의 원이 겹쳐진 계기판, 곧추선 센터페시아, 옆구리를 든든히 붙잡는 버킷시트 등 카이엔의 인테리어는 겉모습 못지않게 포르쉐 집안의 혈통이 진하게 배어난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 박힌 폭스바겐과 포르쉐 로고는 도저히 같아질 수 없는 이란성 쌍둥이의 성격을 단박에 보여주는 단서. 짐칸 구성은 두 차 모두 비슷하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구성과 고급성은 투아레그의 압도적인 승리. 카이엔은 스포티함과 시트의 착석감으로 승부를 걸지만 럭셔리 세단 페이튼을 만들어본 폭스바겐만큼의 고급스러움에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스포츠카 메이커 고유의 성격을 지키기 위한 ‘의도적 한계 설정’일지 모른다. 투아레그는 고급 SUV 시장이 요구하는 인테리어 요소를 대부분 충족시키는 비범함을 보여주었다. 온로드, 매끈한 투아레그와 스포티한 카이엔 투아레그 V8 4.2는 아우디 A6과 A8을 거쳐 숙성된 V8 4.2X DOHC 310마력 엔진을 얹고 있다. 최고출력은 6천200rpm에서, 41.8kg·m의 최대토크는 3천~4천rpm에서 나온다. 고무 실로 빈틈없이 채우고 모든 배선을 방수처리한 엔진룸은 제대로 된 오프로더임을 과시한다. 촘촘한 기어비 구성으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 6단 AT는 카이엔과 같은 점. 다만 최종감속비(4.560)를 카이엔보다 높게 잡아 저회전 영역에서 큰 힘을 끌어낸다. 투아레그의 운전석에 앉으면 기어박스 왼쪽에 낯선 버튼이 보인다. 바로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키리스 엑세스 시스템의 핵심. 시동키를 몸에 지니고 있기만 하면 키를 꽂을 필요 없이 이 버튼을 눌러 간단히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다. 시동을 걸 때 키를 너무 세게 돌리거나 버튼을 힘껏 누르지 말도록. 투아레그의 엔진은 놀라우리만치 부드럽게 반응한다. 투아레그의 출발 성능은 넉넉한 토크를 내는 덩치 큰 SUV의 전형이다. 2.5톤에 가까운 거구지만 온로드 달리기는 놀라운 수준. 넘치는 힘을 즉각적으로 전해주는 견인력은 흥분까지 불러일으키고 10초 안쪽에서 0→시속 100km 가속을 끝내버린다. 눈 깜짝할 새 시속 200km에 접근하는 가속력은 SUV 달리기 성능의 끝이 과연 어디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시속 150~160km를 유지하며 한동안 달려도 실내로 새어들어오는 소음은 여전히 미약하다. 최근에 타본 고급 SUV들 가운데 가장 세단에 가까운 주행감각이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정확한 동선을 그려내는 투아레그 핸들링은 탄탄한 서스펜션이 만들어낸 작품. 최저 160mm에서 최고 300mm까지 6단계로 오르내리는 투아레그의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상태에 따라 최적의 높이를 찾아간다. 여기에 CDS(Con-tinuous Damping Control System)를 더해 높은 둔덕을 타고 오를 때는 차체 높이를 낮추고 내려올 때는 차체를 다시 끌어올려 운전석 충격을 최소화한다. 스티어링 칼럼 좌우에 달린 패들 시프트는 카이엔의 팁트로닉 버튼보다는 조작이 편하지만 스티어링 휠이나 방향지시등을 조작할 때 자꾸 손가락에 닿았다. 투아레그의 온로드 달리기 성능이 고급 세단에 가깝다면 카이엔은 스포츠카 그 자체다. 포르쉐가 빚어낸 V8 4.5X DOHC 340마력 엔진은 배기량 차이만큼 앞선 달리기와 힘을 보여준다. 등줄기를 때리는 특유의 엔진음이 주행욕구를 부추기고 2천500rpm의 낮은 회전대에서 뿜어 나오는 42.8kg·m의 최대토크는 2.2톤의 거구를 단숨에 날렵한 스포츠카로 만들어버린다. 투아레그가 궤도를 정확히 지키며 와인딩 로드를 달린다면 포르쉐는 한 수 위의 끈적끈적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투아레그 운전석에 앉아 차분하게 시속 200km의 세계를 넘나들다 카이엔으로 옮겨 앉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온로드에서는 카이엔의 순발력을 투아레그가 따라잡기 벅찬 느낌. 뚜렷이 구분되는 성격이 놀라울 뿐, 모두 탁월한 온로드 성능을 지녔다. 앞 6피스톤, 뒤 4피스톤 캘리퍼가 보장하는 제동력은 둘 다 베스트. 오프로드에서 제 실력 발휘한 투아레그 투아레그의 굴림방식은 풀타임 4WD. 폭스바겐은 이미 이전부터 골프와 파사트 등 승용 라인업에 네바퀴굴림 방식인 4모션을 써왔다. 4모션에 센터 디퍼렌셜 잠금 2단 트랜스퍼 케이스를 더한 투아레그는 디퍼렌셜 록을 잠그지 않았을 때 앞뒤 50:50의 토크 배분을 유지하다 미끄러지면 무단 조절형 멀티 디스크 클러치로 한쪽 바퀴에 최대 100%의 구동력을 전달한다. 이론적으로 어지간한 위기상황에서는 자력으로 벗어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빠졌지만 국내 판매 모델에는 좌우 토크 배분을 50대 50으로 고정하는 리어 디퍼렌셜 록도 달릴 예정. 센터 및 리어 디퍼렌셜 록이 작동하면 과열 등으로 인해 ESP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인위적으로 ESP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경기도 양평의 유명산은 속칭 ‘풀 블러디드’(full blooded)라 부르는 하드 코스는 아니지만 중간급 오프로드가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시승 전날 양동이로 퍼붓듯 폭우가 내린 터라 초입부터 온통 진창길이다. 투아레그의 차고를 245mm까지 올리고 로 기어로 맞춘 뒤 오프로드로 접어들었다. 에어 서스펜션의 명쾌한 조작감이 인상적이다. 여기저기 움푹 팬 곳이 눈에 띄는 진창길 달리기를 40여 분, 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에 관계없이 운전석에서 느끼는 롤링과 피칭을 최소화한다. 스티어링 휠 반발력도 적당해 조작이 수월하고 페달 진동도 거의 없는 편. 투아레그의 최대 등판각도는 45°. 유명산에서 마주친 급경사로는 진창을 이루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중간 부분 턱까지 무난히 치고 올라간 다음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버티다 중단하기로 결정,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었지만 힐 스타팅 어시스턴트가 작동해 차체는 제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온로드의 왕자 카이엔은 오프로드로 들어서자 조금 몸을 사리는 느낌을 준다. 에어 서스펜션 옵션이 빠진 카이엔 S가 못내 아쉽지만 그와 관계없이 로 기어로 오프로드를 오르는 동안 운전석에 전해오는 심한 흔들림은 투아레그와 분명히 다르다. 이때 카이엔 기어박스 좌우에 하나씩 달린 손잡이가 무척 요긴하게 쓰인다. 넘치는 토크를 앞세워 어지간한 코스를 문제없이 오르지만 믿음을 줄 단계는 아니다. 아무래도 포르쉐 로고는 온로드에서 더 잘 어울리기에 카이엔의 부족한 오프로드 성능이 그리 아쉽지는 않다. 오프로드 급경사 내리막에서도 기어 1단에서 시속 7~10km를 유지해 브레이크 걱정 없이 스티어링 조작만 열심히 하면 되는 투아레그가 앞섰다. 내리막 보조장치가 작동하는 투아레그의 엔진 브레이크 성능은 대단하다. 고급성과 편안한 온로드 달리기, 오프로드 주파능력은 투아레그의 몫이고 스포티함과 날렵한 온로드 가속력은 카이엔이 앞선다. 오프로드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투아레그의 흙투성이 보디에는 여전히 고급스런 자존심이 살아 있고, 카이엔의 은빛 보디는 매콤한 멕시칸 고추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명히 구분지을 것 같다. 고급스럽게 차린 식탁에 앉을 것인가, 매콤한 고추의 뜨거운 맛에 도전할 것인가. 독일에서 온 유별난 이란성 쌍둥이 형제는 할리우드 이란성 쌍둥이들보다 하나로 뭉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시승 협조: 고진모터임포트 ☎ (02)516-0033 한성자동차 ☎ (02)532-3421 장점과 단점 폭스바겐 투아레그 V8 4.2 포르쉐 카이엔 S 장점 ·고급 세단 분위기 ·가벼운 몸놀림 ·파워풀한 달리기 ·스포티한 운전석 단점 ·애매한 패들 시프트 ·대시보드 수납함 ·오프로드 성능 ·심심한 인테리어 주요 제원 폭스바겐 투아렉 V8 4.2 포르쉐 카이엔S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754×1928×1726 4782×1928×1699 휠베이스(mm) 2855 ← 트레드 앞/뒤(mm) 1652/1668 1647/1662 무게(kg) 2464 2245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V8 DOHC ← 굴림방식 풀타임 4WD ← 보어×스트로크(mm) 84.5×93.0 93.0×83.0 배기량(cc) 4172 4511 압축비 11.1 11.5 최고출력(마력/rpm) 310/6200 340/6000 최대토크(kg·m/rpm) 41.8/3000~4000 42.8/2500~55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100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 기어비 ①/②/③ 4.148/2.370/1.556 ← ④/⑤/⑥/R 1.155/0.859/0.686/3.394 ← 최종감속비 4.560 4.1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55/55 R18 모두 255/55 R18 성 능 최고시속(km) 218 242 0→시속 100km가속(초) 8.1 7.2 시가지 주행연비(km/ℓ) 6.7 ← 값 1억 50 1억 2,650
폭스바겐 투아렉 V8 4.2 포르쉐 카이엔 S 차별.. 2003-09-09
요즘 인터넷은 지식까지 찾아준다. 인터넷 검색 창에 ‘이란성 쌍둥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다. ‘2개의 난자가 2개의 정자를 만나 모태에서 발육해 태어난 쌍생아.’ 난데없이 이란성 쌍둥이를 말하는 이유는 폭스바겐 투아렉과 포르쉐 카이엔을 대하면서 떠오른 단어였기 때문이다. 분명 함께 개발된 차인데도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묘한 두 모델.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함께 데뷔한 투아렉과 카이엔은 처음부터 이란성 쌍둥이의 운명을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투아렉, 단정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 포르쉐 차답게 스포티한 느낌의 카이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폭스바겐이 이미지 변신에 힘을 쏟은 것은 90년대 말부터다.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D1’ 이라는 컨셉트카를 내놓으면서 럭셔리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폭스바겐은 2002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컨셉트카 마젤란을 내놓고 SUV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 컨셉트카는 지난해 가을 나온 고급차 페이튼과 얼마 전 국내 시판에 들어간 투아렉으로 양산되었다. 투아렉은 카이엔과 공동개발되었으나 풍기는 분위기는 다르다. 투아렉이 단정한 폭스바겐의 이미지 위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면, 카이엔은 한눈에 포르쉐가 만든 차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스포티하다. 눈썰미가 좋은 이들은 불룩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라든지 도어 패널에서 카이엔과의 공통점을 찾아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 것 같다. 그만큼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차별화에 성공했다. 두 차의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헤드램프. 911의 것을 그대로 옮긴 듯한 카이엔과 달리 투아렉은 기함 페이튼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포르쉐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과 달리 폭스바겐은 럭셔리 SUV시장을 노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조금 심심해 보이는 테일램프는 두 차 모두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두 차의 차이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검은색 인스트루먼트 패널 위에 갈색 나무 장식으로 마무리한 실내는 페이튼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고급스럽다. 시인성 높은 설계는 폭스바겐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분야로, 투아렉의 센터페시아는 좌우대칭형 설계로 이를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4WD 시스템을 수동으로 조절하는 스위치를 왼쪽에, 차체 높이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오른쪽에 둠으로써 조금만 익숙해지면 보지 않고도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투아렉이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키리스 액세스(keyless access). 키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도어핸들에 달린 버튼을 눌러 문을 열 수 있고, 기어박스 옆에 달린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다. 뒷좌석까지 별도의 온도조절이 가능한 4존 클리마트로닉은 경쟁 모델에 없는 첨단 장비다. 회색과 은색으로 실내를 꾸민 카이엔은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포르쉐의 유전자를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바늘 한 땀 한 땀이 보이는 가죽 장식 대시보드가 투아렉과 다른 차원의 고급스러움을 전한다. 시동을 걸자마자 출발했던 경주차의 전통을 잇기 위해, 시동키는 스티어링 휠 왼쪽에 꽂는다. 고속주행이나 오프로드에서 자세를 추스를 수 있는 센터 그립 또한 투아렉에 없는 카이엔의 고유 설계다. 그러나 비상용 소화기가 투아렉처럼 조수석 시트 아래 수납되지 않고 센터 콘솔 옆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2열 시트는 투아렉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투아렉은 3열 시트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2열 시트에 좀더 넓은 면적을 할애할 수 있었을 텐데 레그룸이 넉넉하지 않다. 등받이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거슬린다. SUV의 특성은 실내구성이 다양하다는 것으로, 2열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장거리 여행이 더욱 편안하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목적으로 하는 카이엔과 달리 고급스럽고 편안한 드라이빙을 위주로 하는 투아렉은 설계를 다르게 해야 한다. 또한 투아렉이 목적으로 했던 ‘럭셔리 세단+스포츠카+SUV’의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뒷좌석의 활용도와 기능성 개선이 필요하다. 트렁크는 두 차 모두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다. 555X의 공간은 비행기 기내용 가방 5~6개가 충분히 들어갈 크기여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것도 부족하다면 러기지 스크린을 치우고 그 위에 짐을 실으면 되는데, 이때 뒷좌석 승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 그물망을 칠 수 있도록 했다. 투아렉은 카이엔과 다른 엔진 라인업으로 차별화했다. 휘발유 2종, 디젤 2종 등 모두 4종류의 엔진 중 우선 국내 시장에는 V6 3.2X와 V8 4.2X 등 휘발유 엔진만 수입된다. 앞으로 V10 5.0X와 V5 2.5X 등 TDI 디젤 엔진도 수입될 예정이다. 시승차로 마련된 V8 4.2X 310마력 엔진은 아우디 A8(335마력)의 것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최고출력이 25마력 낮다. 투아렉의 자동 6단 기어는 기어비가 상당히 촘촘하게 설계되었다. 출발한 뒤 곧바로 2단, 3단으로 숨가쁘게 변속이 되고 시속 80km 부근에서 이미 6단으로 바뀐다. 2단에서 최고시속 90km, 3단에서 최고시속 120km를 기록할 정도로 기어는 바삐 움직인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변속되는 기어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이는 빠른 순발력과 좋은 연비를 위한 세팅이므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투아렉의 최종감속비(4.560)가 카이엔(4.100)보다 높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카이엔 S에 얹은 V8 4.5X 엔진은 투아렉의 V8 4.2X 엔진에 비해 배기량이 불과 300cc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순발력에서 월등하다. 최대토크는 카이엔 S(42.8kg·m)와 투아렉( 41.8kg·m)이 큰 차이가 없으나, 2천500~5천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카이엔 S가 투아렉(3천~4천rpm)보다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투아렉, 편안한 승차감과 오프로드 성능 돋보여 단단한 서스펜션 갖춰 온로드에서 강한 카이엔 메이커에서 제시한 데이터로는 0→시속 100km 가속에서 카이엔 S가 7.2초, 투아렉이 8.1초로 카이엔이 조금 앞선다. 또한 자동 모드 상태에서도 기어를 건드리지 않고 수동조작이 가능한 팁트로닉 변속기의 조작 편의성도 카이엔이 낫다. 투아렉은 플립(flip)을 당겨 기어를 조작하도록 했는데,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와이퍼 레버와 가끔 혼동되는 것이 단점이다. CDC(Continuous Damping Cont- rol) 서스펜션과 센터 디퍼렌셜 록을 단 투아렉은 오프로드를 달릴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CDC 서스펜션은 이름 그대로 연속적으로(continuous) 댐퍼의 강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노면의 변화에도 차체가 금새 적응을 한다. 여러 군데가 패여 있는 흙길을 달린다면 서스펜션 모드를 ‘컴포트’로 맞추는 것이 좋다. ‘오토 모드’는 기본적으로 컴포트 모드에 맞춰지므로 평소에 오토 모드에 두었다가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만족스러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카이엔 S의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하게 세팅되어 있다. V8 4.5X 340마력 엔진의 강력한 힘을 고려하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계다. 차체가 높은 탓에 속도가 오를수록 약간 불안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온로드에서의 주행안전성은 훌륭하다. 그러나 투아렉에 비해 오프로드 달리기에서 열세를 보인다. 포르쉐는 이에 대비해 에어 서스펜션을 카이엔 터보에 기본으로, 카이엔 S에 옵션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보통 때 217mm의 지상고를 유지하다가 최소 157mm에서 최대 273mm까지 자유자재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화물을 실을 때는 차체 높이를 낮추고, 험로를 달리거나 개울을 건널 때는 차체를 높이면 된다. 또한 어떤 지상고에서도 차체 속도가 시속 210km에 이르면 가장 낮은 상태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투아렉 에어 서스펜션의 조절 범위는 160~300mm로, 카이엔의 것보다 훨씬 넓다. 시속 125km를 넘어서면 215mm이던 지상고가 190mm로 낮아지고, 시속 180km를 넘기면 180mm까지 낮아진다. 불과 몇 mm의 차이지만 이런 수치의 변화는 고속주행에서 안정성을 훨씬 높여준다. 에어 서스펜션의 조작 스위치는 원형 스위치를 뽑아서 돌리는 투아렉보다 버튼을 밀어서 조작하는 카이엔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오프로드 주행에서 중요한 도하(渡河) 능력은 에어 서스펜션의 조절성능과 직결된다. 조절범위가 큰 투아렉은 580mm의 수위까지 지날 수 있고, 카이엔은 555mm까지 가능하다. 두 차 모두 앞뒤 도어와 엔진룸까지 빈틈없이 고무실링처리한 덕분에 안심하고 물길을 헤쳐나갈 수 있다. 투아렉은 폭스바겐이 지금까지 파사트, 골프 등에 사용해온 4모션 메커니즘을 물려받았다. 평소에는 앞뒤 구동력을 50: 50으로 나누다가 필요하면 어느 한쪽 바퀴에 100%까지 집중시킬 수 있는 구조다. 카이엔은 포르쉐 트랙션 관리(PTM) 시스템에 의해 평소에 앞 38%, 뒤 62%의 구동력으로 나뉘어 움직인다. 이 시스템 역시 주행조건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힘이 100%까지 전달된다. 평소에 뒤쪽 바퀴에 더 많은 힘을 내는 카이엔은 급가속 때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무서운 가속성능을 지녔다. 투아렉은 오프로드를 위한 비장의 무기, ‘힐 스타팅 어시스턴트’와 ‘다운 힐 어시스턴트’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45도의 경사에서도 기어를 1단에 놓고, 4WD를 ‘로’(low) 상태로 맞추면 액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또한 내리막길에서 시속 20km 이하는액셀 페달을 밟지 않으면 차가 일정 속도를 유지해 안전하다. 이 장비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BMW X5 같이 HDC를 따로 작동하지 않고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지므로 편리하다. 시승 도중 40도에 가까운 경사로를 오르내렸으나 투아렉은 믿음직한 주행성능과 함께 진창에서 뛰어난 탈출능력까지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투아렉과 카이엔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뿐 아니라, 가릴 필요가 없는 상대다. 서로가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고 목표로 하는 수요층도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플랫폼을 썼음에도 두 차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처음부터 플랫폼만 같이 쓰기로 했고, 엔진과 트랜스미션, 디자인 등의 개발과정에서 완전히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폭스바겐은 고급차 페이튼의 이미지를 최대한 이어받은 SUV를 목표로 한데 반해, 포르쉐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스포티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SUV를 원한 것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나 성격과 외모가 다른 이란성 쌍둥이가 남보다 뛰어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처음부터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 결과, 초호화 SU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도심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렉서스 RX330까지 다양한 경쟁자들과 맞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향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투아렉과 카이엔은 바람직한 공동개발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모범적인 사례다. 주요 제원 폭스바겐 투아렉 V8 4.2 포르쉐 카이엔S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754×1928×1726 4782×1928×1699 휠베이스(mm) 2855 ← 트레드 앞/뒤(mm) 1652/1668 1647/1662 무게(kg) 2464 2245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V8 DOHC ← 굴림방식 풀타임 4WD ← 보어×스트로크(mm) 84.5×93.0 93.0×83.0 배기량(cc) 4172 4511 압축비 11.1 11.5 최고출력(마력/rpm) 310/6200 340/6000 최대토크(kg·m/rpm) 41.8/3000~4000 42.8/2500~55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100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 기어비 ①/②/③ 4.148/2.370/1.556 ← ④/⑤/⑥/R 1.155/0.859/0.686/3.394 ← 최종감속비 4.560 4.1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55/55 R18 모두 255/55 R18 성 능 최고시속(km) 218 242 0→시속 100km가속(초) 8.1 7.2 시가지 주행연비(km/ℓ) 6.7 ← 값 1억 50 1억 2,650
차급별 안전장비 비교 에어백, ABS 등 옵션 잘 .. 2003-08-27
사고는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피치 못할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짧은 순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사고를 미리 막거나 사고 때 운전자와 승객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안전장비의 목적이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안전장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새로운 품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러 명 타는 미니밴일수록 안전장비 중요해 안전장비는 크게 능동적과 수동적 장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능동적 안전장비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닥치면 이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ABS로 불리는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나 바퀴의 스핀을 감지해 구동력을 나누는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 ABS의 원리를 이용해 급코너 또는 노면마찰 상태가 고르지 못한 곳에서 좌우바퀴 회전차를 보상해 자세를 잡아 주는 코너링 브레이크 장치 등이 있다. TCS로 불리는 트랙션 컨트롤 역시 안전장비다. 코너에서 좌우 바퀴의 회전차가 생기면 차는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코너 바깥쪽이나 안쪽으로 회전해 사고날 염려가 있다. 그밖에 고속에서 갑작스런 타이어 펑크도 위험하므로 타이어의 공기압을 수시로 체크하는 센서, 차 주변에 센서를 달아 주차 때 접촉사고를 막는 장치 등이 능동적 안전장비다. 수동적 안전장비는 외부충돌 등으로 사고가 났을 때 작동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차안에 있는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충돌사고 때 승객이 핸들과 대시보드 등에 부딪쳐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대표적인 장비가 에어백이다. 또 사고 때 순간적으로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충격을 적게 받도록 하는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등이 있다. 수동적 안전장비는 보통 충돌안전장치로 불린다. 안전장비는 주로 전기동력을 이용한다. 주행안전장비 가운데 하나인 런플랫 타이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기로 작동한다.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일정거리를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다. 그밖에 파워 윈도를 올릴 때 손이나 신체 일부가 다치는 것을 막아 주는 세이프티 윈도가 있다. 창문이 올라가다 손가락 등이 감지되면 멈추거나 다시 내려가는 장치다. 처음에는 고급 대형차에만 달렸던 이런 안전장비는 이제 경차에도 달려 나온다. 에어백은 물론이고 ABS 등 다양한 종류가 마련되어 있다. 여러 명이 타는 승합차나 미니밴은 안전이 특히 중요하므로 차를 살 때 한 번 더 살펴 보는 것이 좋다. 소형급도 사이드 에어백 고를 수 있어 기아 카렌스·엑스트랙 vs GM대우 레조 기아 카렌스Ⅱ는 1.8X와 2.0X LPG, 그리고 1.8 휘발유 모델 세 가지가 나온다. 엔진 배기량별로 기본급인 GX와 고급형인 LX 모델 두 가지가 있고 휘발유 모델은 고급형 LX 한 가지다. 값이 제일 싼 1.8 GX 모델(1천242만 원)부터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으로 달려나온다. 또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를 쓴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TCS 기능을 포함한 ABS 옵션을 달면 66만 원이 추가된다. 가죽 패키지와 알루미늄 휠 등 고급 옵션이 포함된 1.8 고급형인 LX 모델을 고르면 값이 1천395만 원으로 뛰지만 여기에는 ABS&TCS가 기본이다. 이 그레이드부터 다양한 안전장비를 옵션으로 달 수 있는데 후방감지지(20만 원)와 조수석 에어백, 1열 양쪽에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풀 에어백’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값은 48만 원. 2.0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의 기아 엑스트랙(SUV로 승인 받았지만 본질은 카렌스와 같은 미니밴이므로 함께 비교하기로 한다)은 기본형 GX(1천508만 원)와 고급형 LX(1천620만 원) 두 가지가 나온다. 모두 앞바퀴 LSD와 ABS,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이다. 비싼 대신 안전장비가 넉넉하다. 충돌 때 안전벨트를 순간적으로 당겨서 승객과 운전자를 보호하는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기능도 있다. 윗급인 LX에는 후방감지기가 옵션(21만 원)으로 달린다. 카렌스와 마찬가지로 엑스트랙도 풀 에어백(48만 원)을 고를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은 물론이고 충돌 때 앞좌석 양쪽 유리를 덮는 사이드 에어백(2, 3열 제외)이 터진다. 그레이드와 상관없이 달 수 있다. 경쟁 모델을 살펴 보자. GM대우 레조는 LPG 3종류와 휘발유 한 가지가 나온다. 모든 모델에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이다. LPG 모델은 LS와 LD, LP 세 가지가 나오고 여기서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각각 나뉜다. LS와 LD는 57만 원짜리 ABS가 옵션으로 마련되어 있다. LD 모델 가운데 최고급형은 1천358만 원, 맨 윗급인 LP의 기본형은 10만 원이 비싼 1천368만 원이다. 값 차이가 별로 없지만 아랫급(LD)의 최고급형에 편의장비가 듬뿍 담겨 있는 대신 ABS가 옵션이고 윗급(LP)의 기본 모델에는 ABS가 기본이지만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꼼꼼히 따져서 꼭 필요한 장비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LPG 모델 가운데 가장 윗급인 LP부터 조수석 에어백(28만 원)을 고를 수 있다. 카렌스, 엑스트랙과 달리 풀 에어백 옵션은 두지 않았다. 유아용 시트와 세이프티 윈도 갖춰 기아 카니발Ⅱ vs 현대 트라제 XG 기본형 트립과 고급형 랜드, 최고급 파크 등 3가지가 나오는 기아 카니발은 기본형부터 다양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1천630만 원의 트립 기본형부터 운전석 에어백이 달린다. 1열의 안전벨트는 충돌 때 순간적으로 승객과 운전자를 시트 쪽으로 잡아당기는 기능이 있다. 모든 모델이 조수석 에어백(31만 원), ABS(62만 원)를 달 수 있다. 주로 가족과 타는 미니밴인 만큼 파워 윈도를 올릴 때 어린이가 손을 다칠 것을 염려해 윈도를 올릴 때 장애물에 걸리면 다시 내려가는 세이프티 파워 윈도도 갖췄다. 그밖에 최고급형인 파크 모델(1천990만 원)은 유아용 카시트(15만 원)를 고를 수 있다. 현대 트라제 XG는 2가지 디젤 엔진에 안전·편의장비에 따라 3개 모델이 나온다. 기본형인 CRDi(1천726만 원)부터는 운전석 에어백과 1열 시트 프리텐셔너 등이 달리고 충돌 후 도어 잠금장치가 스스로 풀려 탈출을 돕는다. ABS(62만 원)는 옵션. 윗급 모델은 여기에 갖가지 편의장비를 더했다. 최고급형 VGT 골드 기본형에는 앞뒤, 양옆에 6개의 센서가 달려 주차를 돕는다. 조수석 에어백은 옵션(31만 원)이다. 골드 고급형에는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음성으로 고장이나 파손 여부를 알리는 음성경보장치까지 달려 있다.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와 필러 충격 흡수재까지 포드 윈드스타 vs 크라이슬러 보이저 포드 윈드스타는 미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의 전후, 측면 충돌시험에서 5년 연속 별 5개의 최고점수를 받은 유일한 미니밴이다. 주요 안전장비는 다음과 같다. ① 후방경보기는 1.8m 이내에 장애물이 있으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거리에 따라 경고음이 달라진다. ② 타이어 공기압을 수시로 체크해 차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타이어 바람이 빠지면 바로 경고한다. ③ 조수석 승객의 몸무게와 어느 정도 시트를 당겼는지를 체크해 사고 때 에어백의 폭발력을 조절하는 스마트 에어백을 갖추었다. 덕분에 에어백으로 인한 어린이 상해사고를 줄일 수 있다. ④ 앞좌석 양쪽에 사이드 에어백이 달려 있다. ⑤ 키를 빼는 순간부터 도난경보장치가 작동한다. ⑥ 충돌사고는 연료 누출로 인한 2차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사고 때 연료펌프를 자동으로 잠가 2차 사고를 대비했다.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는 미니밴의 교과서답게 기본 뼈대가 탄탄하다. 차체가 작은 보이저와 그랜드 보이저는 안전장비에서 큰 차이가 없다. 주요 안전장비는 다음과 같다. ① 섀시의 비틀림 강성이 높고 미니밴에 까다로운 유럽의 오프셋 충돌 테스트도 만족시킨다. ② 필러마다 충격 흡수재를 넣어 실내에서 필러에 충돌해 생기는 피해를 줄였다. ③ 듀얼 에어백은 기본, 앞좌석 양옆에 사이드 에어백이 들어가 있다. ④ ABS가 기본으로 달린다. 2003년형부터 브레이크 캘리퍼를 바꿔 제동력이 20% 향상되었다. ⑤ 도어 임팩트 바도 달려 있다. ⑥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는 장애물이 있을 때 다시 문이 열리는 센서를 갖추었다. ⑦ 어린이 시트를 고정하는 고정 클립을 마련했다.
볼보 XC90 T6 vs BMW X5 3.0i 비교.. 2003-08-27
프롤로그 XC90과 X5를 한 자리에 놓고 보니… 독일과 스웨덴 메이커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그동안 볼보와 BMW를 맞비교한 적이 있었던가? BMW는 항상 벤츠의 라이벌이었고, 독일차의 아성에 가려진 볼보는 ‘안전과 품질’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며 힘겹게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무대인 SUV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일찌감치 X5로 SUV 시장을 선점한 BMW는 경쟁모델들과 당당하게 맞대결을 펼쳤지만 첨단기술을 앞세운 새 모델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 볼보 XC90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자리에 모인 BMW X5와 볼보 XC90은 메이커의 개성을 제대로 표현한 차들로 맞비교를 거부한다. X5는 중형 5시리즈가 기본, XC90은 볼보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P2X를 베이스로 했다. 여기에 풀타임 4WD를 더하고, 차고를 높여 오프로드 주파력을 키운 공통점을 갖는다. 볼보는 가로배치 엔진에 앞바퀴굴림이 기본인 AWD이고, X5는 세로배치 엔진에 평소에는 뒷바퀴를 굴리는 AWD다. 이런 특성은 오프로드에서 서로 다른 핸들링의 맛을 제공한다. 이번에 국내에 진출한 XC90은 5기통 2.5X와 직렬 6기통 2.9X 두 가지 모델이다. 이 중 비교시승에 나온 차는 2.9X 엔진의 T6, X5는 3.0i 모델이다. 디자인 보수적인 XC90, 젊은 느낌의 X5 90년대부터 세계화 전략에 힘을 기울인 볼보는 S40과 V40 등을 선보이며 보수적인 이미지를 지워내기 시작했다. 통합 플랫폼인 P2X를 써서 고급차 S80을 선두로 다양한 차를 만들어 변신에 성공했다. ‘안전’을 모토로 한 컨셉트카 SCC가 바탕이 된 XC90은 S80의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쓰고, 크로스컨트리에서 얻은 4WD 기술을 결합시킨 SUV다. BMW X5와 벤츠 M클래스가 선점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SUV 시장의 제패를 노린 볼보의 야심작이다. 독창적인 헤드램프는 놀란 토끼눈이다. 뒤로 치켜 올라간 쐐기형 라인과 그것을 마무리짓는 지붕선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박진감 넘친다. 보네트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범퍼를 위아래로 나누어 아래쪽에 검정 몰딩을 덧댄 모습이 SUV답다. 보네트의 굵은 주름은 50년대 아메리칸 트럭의 현대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벨트라인을 중심으로 툭 불거져 나온 옆모습은 S80에서 선보인 볼보다운 터치다. 19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X5는 BMW 고유의 디자인 특성을 따르고 있다. 익숙한 디자인은 낯선 느낌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개성’을 살리는 수단으로 수입차를 선택하는 고객에게는 식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 데뷔 4년째를 맞아 모델 체인지를 기다리고 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젊은 분위기는 식지 않았다. 6월에 공개된 아랫급 X3는 다음 세대 X5의 얼굴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논란이 많아 조만간 바뀔 예정인 뉴 7시리즈와 X3의 헤드램프는 붕어빵처럼 닮아 있다. 두 차는 다음 세대 BMW의 색깔을 잘 나타내고 있어 X5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예상이 어렵지 않다. 스타일링은 제각기 뚜렷한 개성으로 뭉쳐 있어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XC90보다는 X5가 한결 젊게 느껴진다. 차체는 XC90이 133mm 길고 키와 너비도 30mm가 크다. 두 대를 나란히 세웠을 때 현대 트라제 XG 옆에 기아 카니발이 있다고 예상하면 틀리지 않는다. 인테리어 고유의 아이덴티티 녹아 있어 XC90에 오르면 부담스럽지 않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온몸을 감싼다. S80에서 보았던 대시보드 구성에 V40과 비슷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눈에 익다. 스포크와 림이 만나는 부분만 가죽으로 뒤덮여 있고, 전체를 우드 그레인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촉감이 좋아 자꾸만 만지작거리게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땀이 배면 여지없이 미끄러질 듯 하다. 야구공 같이 두껍고 투박한 재봉선이 드러나 있던 볼보 특유의 가죽시트는 XC90에 와서 한결 촘촘하고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볼보다운 맛이 적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춘 모양새다. 캡포워드 디자인 덕에 저만치 앞으로 뻗어나간 A필러가 실제보다 넉넉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뒤로 갈수록 시트가 높아져 뒷자리에 앉아도 부담이 없지만 벨트라인이 높아 방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전동식 시트는 조절범위가 작은 것이 흠이다. 인테리어는 잠깐 타 보았던, 검정 가죽과 내장재로 뒤덮인 2.5T가 나아 보인다. 운전석에 타고 내릴 때 문턱을 넘는 듯 한 느낌은 고급차의 이미지를 반감시키다. BMW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한 X5는 볼보를 보고 나니 무난한 느낌이다. 여유 있는 공간과 깔끔한 내장재, 품위 있는 편의장비를 갖추었다. 갖가지 버튼을 누를 때의 감성품질이 XC90에 앞서고, 스위치 배열도 깔끔하다. 휠베이스가 XC90(2천589mm)보다 230mm나 긴 데다 너비가 넉넉해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 XC90가 넓은 실내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라면 X5는 가만히 앉아서 모든 장치가 손에 와 닿는다. 인테리어는 둘 다 기본모델의 것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개인적으로는 흠집 날까 두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진 XC90보다 적당히 고급스런 X5에 더 호감이 간다. 실내공간은 둘 다 패밀리카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 메커니즘 달리기는 XC90, 안정성은 X5 XC90은 베이스 모델 V70 AWD와 같은 메커니즘을 쓴다. 직렬 6기통 2.9X 트윈터보 엔진의 T6 모델은 5천200rpm에서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최고시속은 21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는 9.3초가 걸린다. 앞바퀴굴림이 기본인 만큼 직렬 6기통 엔진을 가로로 얹었다. 4단 스텝트로닉 트랜스미션은 D레인지에서 손잡이를 왼쪽으로 빼 앞뒤로 움직여 수동 모드를 쓴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이다. XC90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앞바퀴를 굴리고 급가속이나 슬립이 일어날 때는 뒷바퀴와 접지력이 살아 있는 바퀴로 출력을 보내는 AWD 방식이다. 특별한 것은 전복사고가 많은 SUV의 특성에 대비해 능동적 전복방지 시스템 ROPS를 갖춰 속도와 차체 기울어짐에 따라 트랙션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이에 맞서는 X5 장비를 살펴보면 BMW의 모든 기술을 쏟아부은 듯 하다. 330i에 얹어 성능을 인정받은 직렬 6기통 3.0X 엔진은 최대출력 225마력, 최고시속 202km, 0→시속 100km 가속 8.8초다. 제원표상의 가속력은 X5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지만 느낌은 액셀 페달이 가벼운 XC90이 빠르다. 차동제한 브레이크 ADB-X(Automatic Differential Brake)는 기본, 내리막에서 일정 속도를 유지시키는 HDC(Hill Descent Control), 자동 수평유지 장치 등이 달린다. 주행안정장치인 DSC(Dynamic Stability Control)와 급코너에서 휠 스핀을 막는 CBC(Cornering Brake Control) 등 전자장비가 넉넉하다. 에필로그 엔진 배치와 굴림방식의 특성은? 온로드보다는 휠 스핀이 많은 오프로드 달리기에서 엔진 배치와 굴림방식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XC90 V6의 트랜스미션은 4단 AT. 아랫급 2.5T가 5단 스텝트로닉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로배치 직렬 6기통 엔진 때문에 트랜스미션을 놓을 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노면이 질퍽거렸지만 핸들링은 예민하고 정확한 편이다. 최대출력 270마력을 훌쩍 넘어선 고성능 SUV의 관심은 달리기에 모아진다. 최대토크 영역이 1천800∼5천rpm로 넓지만 온로드에서는 3천rpm이 넘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페달이 푸∼욱 꺼져 들어가는 동시에 회전수가 손쉽게 3천rpm을 넘는다. XC90은 패밀리 왜건의 전형적인 서스펜션 세팅방식을 택했다. 부드럽고, 노면 요철의 충격을 부지런히 걸러내는 것이 편안함을 전해 준다. 가속할 때의 느낌은 차와 주변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XC90이 더 강렬하다. X5 3.0i의 승차감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BMW 세단과 달리 부드럽다. 예리한 특유의 핸들링도 무게중심이 올라가고 휠과 타이어가 커지면서 반 발자국 물러섰지만 다양한 전자장비 덕에 제법 수준 높다. 핸들링이 약간 무뎌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BMW를 몰고 오프로드에 들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달래야 한다. 굴림방식의 기본이 다르지만 둘 다 온로드에서 약한 언더스티어 경향이 뚜렷하다. 덩치가 큰 XC90의 롤링이 더 크다. 주행안정성은 직진성이 강한 X5가 근소하게 앞서는 느낌이다. X5 3.0i는 정밀한 기계에서 느낄 수 있는 정교함으로 독일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반면 볼보 XC90은 편안함과 튼튼함의 최고 경지에 오른 볼보차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주요 제원 볼보 XC90 T6 BMW X5 3.0i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800×1900×1745 4667×1872×1707 휠베이스(mm) 2860 2820 트레드 앞/뒤(mm) 1634/1624 1578/1578 무게(kg) 2046 2090 승차정원(명) 7 5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DOHC 트윈터보 직렬 6기통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1.0×90.0 89.6×84.0 배기량(cc) 2922 2979 압축비 8.5 10.2 최고출력(마력/rpm) 272/5200 231/5900 최대토크(kg·m/rpm) 38.8/1800~5000 30.0/35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72 93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280/1.760/1.120 3.420/2.200/1.600 ④/⑤/R 0.790/ㅡ/2.670 1.000/0.750/3.030 최종감속비 3.690 4.1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35/65 R17 ← 성 능 최고시속(km) 210 202 0→시속 100km가속(초) 9.3 8.8 시가지 주행연비(km/ℓ) 8.0 9.6 값 8,580 8,590
포드 이스케이프 3.0 XLT vs 지프 체로키 리미티.. 2003-08-22
미국 메이커들은 고집불통이다. 유럽 디자인과 메커니즘이 아무리 세계를 휩쓸고 다녀도 이들은 절대 흔들릴 줄 모른다. 유럽차 특유의 탄탄한 하체와 달리기 성능이 ‘21세기의 미덕’으로 여겨져도, 1주일 동안 북미 대륙을 크루즈 여행하듯 넉넉하게 달리던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하루아침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자국 시장은 미국 메이커들이 고유의 감각을 고수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빅3이라 불리는 거대 메이커의 자부심과 100여 년 동안 유럽 메이커들과 더불어 세계 자동차 역사의 중요한 한 축을 이끌어온 자신감도 이들이 유행에 따른 경거망동을 거부할 수 있는 이유다. 미국 메이커들이 부단히 다듬어온 가장 미국적인 세그먼트를 만난다. 주인공은 미국 컴팩트(미국적 기준에서다) SUV를 대표하는 포드 이스케이프 3.0 XLT와 지프 체로키 리미티드. 미국적인 분위기가 흘러 넘치는 두 브랜드가 북미에서 가장 치열한 SUV 시장에 내놓은 ‘필살기’다. 사우나처럼 푹푹 찌는 7월 중순 한낮의 땡볕에 바비큐 판처럼 달궈진 ‘메이드인 USA’의 보디는 이들이 몸담고 있는 시장의 뜨거운 선두다툼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 SUV의 전통과 변신 담은 스타일링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메이커들에게 컴팩트 SUV 시장은 일본과 한국 메이커들의 몫으로 남겨둔 영역이었다. 차체 길이 5m 이하에다 모노코크 프레임을 써 승용차처럼 말랑말랑한 컴팩트 SUV는 미국 메이커들의 대륙기질과는 도대체 어울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악스런 대형 SUV들이 과도한 연비와 비효율적인 크기 등 악재에 시달리는 동안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끄는 고급 SUV와 일본 및 한국 메이커들이 빚어낸 컴팩트 SUV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갔다. 아무리 고집이 센들 자기네 앞마당에서 제집인양 활개치는 ‘남의 집 자식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20세기 막바지, 빅3은 경트럭 노하우를 바탕으로 낯선 세그먼트에 손을 댔다. 이스케이프는 자회사 마쓰다의 일본 감각을 빌려 포드가 2000년 내놓은 디트로이트 오토쇼 발표작이다. 미국차의 기름기를 찾아볼 수 없는 말쑥한 보디라인이 특징. 포드 SUV 가운데 처음으로 모노코크 보디와 독립식 서스펜션을 쓴 승차감도 괜찮은 편이다. 플라스틱 인테리어와 수수한 겉모습은 이 차의 지향점을 생각할 때 정확한 설정으로 여겨진다. 칼럼식 AT 레버가 미국차임을 주장하나, 그것말고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 어디에도 미국 SUV 냄새가 짙지 않다. 이스케이프 데뷔 1년 뒤 역시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모습을 드러낸 체로키는 지프의 21세기를 보여주는 모델. 지프는 그에 앞서 왜고니어 2000과 지프스터, 버시티 등 일련의 컨셉트카를 통해 대변신을 예고했다. 왜건형 SUV의 원조인 구형의 18년 역사를 일단락하고 새로 등장한 체로키(미국명 리버티)의 인테리어는 이스케이프보다 훨씬 감각적이지만 쓰임새는 떨어진다. ‘더 이상 쓰기 불편한 자리를 찾기 어려울’ 윈도 스위치는 하루 종일 타고 다녀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트는 생각보다 좁고 포지션도 어정쩡한 편. 원터치로 플립업 글라스와 스윙암 도어를 함께 열 수 있는 해치도어 개폐방식이 재미있다. 스타일링은 체로키가 앞서고 인테리어 쓰임새는 이스케이프가 낫다. 크라이슬러의 디자인 실력은 여전하고, 일본 메이커의 손맛을 빌린 포드의 의도도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움직임은 이스케이프, 힘은 체로키의 몫 시승차로 나온 포드 이스케이프는 V6 3.0X 엔진을 얹은 3.0 XLT. V6 엔진을 얹고 일본계 기술자들이 플랫폼을 다듬었지만 역시 미국차인지라 시동을 걸면 생각보다 강력한 시동음이 들려온다. 액셀 및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꽤 빡빡하고 출발가속도 무거우나 일단 움직이고 나면 기대 이상으로 경쾌한 달리기를 보여준다. 굳이 모노코크 보디와 독립식 서스펜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승용차 못지않은 움직임이 돋보인다. 여유 있는 시트에 몸을 맡기고 액셀 페달을 눌러 밟자 한순간 시속 160km를 넘나든다. 4단 AT와 엔진의 조화가 매끈하다. 이스케이프의 핵심은 절묘한 핸들링과 뛰어난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트랙Ⅱ 4WD가 선사하는 오프로드 달리기. 시속 70km로 급코너를 파고들어도 불안감 없는 핸들링은 같은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 몬데오를 연상케 할 만큼 안정적이다. AT의 엔진 브레이크 성능도 OK. 시프트 다운하면 타임래그 없이 곧장 속도가 떨어져 풋 브레이크 의존도를 크게 낮춰준다. 평소에 앞바퀴굴림으로 달리다 앞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뒷바퀴로의 토크 배분을 조정해 네바퀴를 굴리는 컨트롤 트랙Ⅱ 시스템은 운전석에서 다이얼을 돌려 간단히 수동전환할 수 있다. 도심형 SUV라지만 어지간한 험로도 거침없이 지난다. 그래도 좁은 산길에서 마주치기 쉬운 골 깊은 둔덕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심지에서 귀여워 보이던 체로키는 깊은 산 속으로 접어들자 숨겨두었던 야성을 드러낸다. 이스케이프의 오프로드 달리기도 기대 이상이지만 흙 묻은 타이어는 역시 체로키와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체로키 리미티드의 엔진은 V6 3.7X 210마력. 미국 고급 SUV의 간판선수 그랜드 체로키의 V8 엔진에서 실린더 2개를 떼어내고 스트로크를 90.8mm로 늘여 얹었다. 출발 가속은 이스케이프보다 한 수 위이고 이어지는 주행가속력도 체로키의 승리. SUV로서 높지 않은 공기저항계수 0.41의 체로키는 0→시속 100km 가속을 11초 안팎에 끊었다. 체로키는 프레임+모노코크의 유니 보디에 지프 최초의 독립식 서스펜션과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을 써 도심지 달리기를 염두에 둔 21세기형 SUV임이 드러난다. 언더와 오버스티어를 넘나드는 코너링 실력은 이스케이프에 조금 못 미칠 뿐 만만찮다. 오프로드 달리기를 위해 조금 낮춘 타이어 공기압은 온로드 코너링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체로키의 4WD 시스템은 ‘셀렉 트랙’. 기어레버를 당겨 뒷바퀴굴림과 파트타임 4WD, 풀타임 4WD, 기어비 2.720의 로 기어를 고를 수 있다. 로 기어를 뺀 나머지는 달리면서도 전환 가능해 쓰기 편하나 뻑뻑한 작동감이 단점. 오프로드에 접어든 체로키는 몸이 풀리기라도 한듯 넉넉한 접근각(38.1°) 및 이탈각(32.4°), 높은 후진 기어비(3.000)를 앞세워 산길을 터프하게 내달렸다. 21세기 미국 SUV의 지향점 보여줘 포드 이스케이프와 지프 체로키는 미국 컴팩트 SUV의 대표주자들이지만 성격과 스타일, 출생 배경 등 어느 것 하나 닮은 부분이 없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마쓰다 트리뷰트와 형제차라는 기억을 애써 지우고 바라봐도 선 굵은 미국차 스타일에 계기를 효율적으로 배치한 이스케이프의 인테리어는 기름기 뺀 컴팩트 SUV의 답안을 보여준다. 날렵한 핸들링과 온로드 주행성능에 야무진 오프로드 주파능력까지 보태 최근 SUV 경향에 잘 맞춘 모델이다. ‘7개의 라디에이터 그릴 홈+5스포크 휠+짧은 오버행=지프’라는 집안의 전통을 훌륭히 이어가면서 21세기를 향한 변신을 제대로 보여준 체로키의 실력도 대단하다. 지프의 고집을 버무린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나 차체 크기와 구형보다 늘어난 휠베이스(2천650mm)를 생각할 때 실내공간은 좀더 넓으면 좋겠다. 온로드에서 순발력 좋고 오프로드에서의 힘도 넘친다. 미국에서 여성 운전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점으로 미뤄 남성적인 매력이 어필하는 듯하다. 외국 메이커들의 집중 공세에 시달리는 미국 메이커들의 현주소를 잘 볼 수 있는 세그먼트 중 하나가 바로 컴팩트 SUV다. 섬세한 디테일과 탄탄한 달리기, 과감한 스타일링과 경제성은 분명 미국차가 갖지 못한 요소.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미국 메이커들의 옹고집도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것 같다. 최소한 하루를 꼬박 함께 보낸 포드 이스케이프와 지프 체로키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시승 협조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선인자동차 ☎ (02)3442-2300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DK모터스 ☎ (02)335-7500 장점과 단점 포드 이스케이프 3.0 XLT 지프 체로키 리미티드 장점 ·깔끔한 핸들링 ·효율적인 인테리어 ·귀여운 스타일링 ·경쾌한 달리기 단점 ·무난함이 지나치면 흡인력도 약해진다 ·고속주행 때의 바람소리 ·편의성이 떨어지는 인테리어 ·좁은 실내 주요 제원 포드 이스케이프 3.0 XLT 지프 체로키 리미티드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400×1825×1700 4496×1819×1866 휠베이스(mm) 2620 2649 트레드 앞/뒤(mm) 1550/1530 1524/1516 무게(kg) 1670 1872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V6 DOHC ←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9.0×79.5 93.0×90.8 배기량(cc) 2967 3701 압축비 10.0 9.1 최고출력(마력/rpm) 204/5900 210/5200 최대토크(kg·m/rpm) 27.1/4700 32.1/38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61 7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889/1.571/1.000 3.000/1.670/1.000 ④/⑤/R 0.698/ㅡ/2.310 0.750/ㅡ/3.000 최종감속비 3.770 3.727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더블 위시본/3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35/70 R16 ← 성 능 최고시속(km) 186 180 0→시속 100km가속(초) ㅡ 10.8 시가지 주행연비(km/ℓ) 7.9 6.8 값 4,150 4,590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기아 카니발 월드·코리언시.. 2003-06-23
이번 달 미니밴 탐구는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와 기아 카니발이다. 크라이슬러의 미니밴은 1984년 데뷔해 미니밴이라는 장르를 처음 연 주인공이다. 기아 카니발은 국내 미니밴 중 최고의 인기 모델로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벤치마킹해 98년 말 데뷔했다. 사실 그랜드 보이저와 카니발은 크기도 다를 뿐더러 엔진과 두 배가 넘는 값까지 다른 점이 너무 많아 맞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모방이 있기에 창조가 있듯이 비록 벤치마킹으로 시작했지만 상대를 뛰어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술력은 얼마만큼 가까이 갔는지, 또 고객을 위해 얼마나 배려를 했는지 속속들이 알아보았다. 대시보드·1열 그랜드 보이저 - 운전자세 기억장치 등 편의장비 많아 카니발 - 보조시트 접으면 2열로 옮겨 갈 수 있어 그랜드 보이저의 실내는 호화로운 응접실이다. ‘다닥다닥’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앉을 시트를 찾기에 바쁜 3열 구조의 국내 미니밴과는 차원이 다르다. 곡선을 살린 화려한 대시보드는 고급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하얀색을 넣은 계기판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 계기판은 크롬테를 둘러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 배열된 스위치의 높이가 적당해 조작하기 쉽고 센터콘솔은 물건을 쉽게 찾지 못할 만큼 크면서도 깊다. 떼어내 2열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독특한 아이디어다. 위쪽을 보니 오버헤드 콘솔이 달렸다. 처음 보는 그림이 새겨진 스위치를 눌렀다. 슬라이딩 도어가 자동으로 열린다. 뒤쪽 해치 도어도 스위치를 눌러 여닫을 수 있다. 뒤에 가서 쾅쾅거리며 닫는 시끄러움과 불편함을 해결했다. 역시 풍부한 편의장비는 수입차의 큰 매력이다. 도어트림에는 운전자의 자세를 자동으로 기억시키는 2개의 스위치가 달려 있다. 가죽을 씌운 시트는 높고 작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앉아 보니 꼭 들어맞는다. 몸을 편안히 감싸준다. 시트 옆면에는 사이드 에어백이 갖춰져 있다. 단점은 없을까. 그 넓은 공간에 풋레스트가 없다. 풋브레이크 풀림 레버도 너무 아래쪽에 있어 팔을 밑으로 쭉 뻗어 더듬거려야 한다. 자세 기억장치가 있는 반면에 고정식 헤드 레스트는 여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금연 열풍 때문일까. 재떨이가 너무 얕아 열어 놓은 채로 컵홀더를 쓰기 불편하다. 카니발의 베이지색 내장재는 따뜻하다. 부드러운 대시보드 역시 승용 감각이다. 기어 레버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달린 플로어 타입이다. 칼럼식 기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했지만 칼럼식 차보다는 뒷자리 이동이 불편하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오디오, 그 옆에 늘어선 열선 스위치, 그리고 아래에는 에어컨, 히터 조절 스위치 등, 한곳에 모여 있어 시인성이 뛰어난 그랜드 보이저에 비해 산만하다. 카니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보조시트가 있다. 보조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컵홀더로 쓸 수 있고, 접은 상태에서 옆으로 제치면 2열로 옮겨 갈 수 있는 통로가 나온다. 시트가 꽉 들어찬 실내에서도 이동의 편리성을 살리기 위해 애쓴 점이 느껴진다. 글러브 박스, 도어 포켓 등 수납함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시트는 넓고 큼지막하다. 하지만 입체감이나 쿠션, 몸을 감싸주는 맛은 떨어진다. 그래도 그랜드 보이저에 비해 나은 점은 3단으로 조절할 수 있는 헤드 레스트. 자세 기억장치나 자동 문열림 스위치 등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2열 그랜드 보이저 - 위험 센서 달린 전자식 슬라이딩 도어 카니발 - 시트 180°돌리면 응접실 분위기로 변신 그랜드 보이저의 2열 역시 조금 과장되게 말해 선 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부럽다. 2열 역시나 운동장이다. 2열 시트는 고정식. 하지만 레그룸 걱정은 없다. 센터콘솔을 2열에 붙였을 경우 시트 등받이를 접고 뒷부분을 들어 올리면 이동 공간이 생긴다. 컵홀더는 가운데 팔걸이에 있거나 1열 시트 뒤에 붙어 있는 항공기 타입의 받침대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랜드 보이저는 시트 아래에 있다. 넓은 공간에 2개의 시트를 마련했으니 가능한 일이다. 타고 내릴 때 편리한 슬라이딩 도어는 미니밴의 장점 중 하나. 하지만 슬라이딩 도어에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수동으로 열 수도 있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는 전자식도 갖추었다. 문이 어설피 닫히면 자동으로 완벽하게 닫히는 기능에 입이 벌어진다. 장애물을 감지하면 다시 문이 열리는 센서도 달렸다. 작은 물체에도 반응할까. 몇 번이나 손을 댔지만 정확하다. 바닥 경사가 조금만 있어도 아이들이 여닫기는 힘들다. 이 문제를 전동식으로 해결했고, 안전을 위해 센서까지 갖춘 점은 단연 돋보인다. 카니발 2열은 3명이 앉는 구조로 가운데 시트는 보조의자 구실을 한다. 1열과 달리 기어 레버가 없어 가운데 시트도 그럭저럭 앉을 만하다. 보조시트에는 팔걸이가 없다. 접어서 3열로 가는 통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시트의 등받이를 접어서 간이 테이블을 만들어 음료수 병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놓을 수 있다. 카니발 2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회전식 시트. 시트를 180°돌려 3열 승객과 마주볼 수 있다. 카니발 역시 그랜드 보이저와 같은 슬라이딩 도어다. 스윙 도어의 현대 트라제 XG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편하게 느껴졌던 카니발이, 그랜드 보이저와 마주놓고 보니 문을 직접 여닫아야 한다는 것,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때 다시 닫는 일이 왜 이리도 귀찮은 것일까. 3열 그랜드 보이저 - 쿠션 좋은 벤치형 시트 카니발 - 넉넉한 레그룸, 시트 낮아 불편 그랜드 보이저 3열은 벤치형 시트로 3명이 앉을 수 있다. 넉넉한 공간에 쿠션도 좋다. 3열 시트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리 처리. 그랜드 보이저는 무릎이 앞시트에 닿지 않는다. 특히 시트 앞쪽이 올라가 있어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끝까지 들어간다. 승객의 편의를 생각한 것도 장점. 2개의 컵홀더, 물건을 넣는 수납함, 재떨이도 따로 있다. 2열과 마찬가지로 에어컨 송풍구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쾌적하다. 헤드 레스트 역시 3개.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레일이 없고 등받이도 젖혀지지 않지만 아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카니발의 3열 역시 국내의 다른 미니밴이나 SUV에 비해 넓고 편안함에는 틀림없다. 등받이가 높고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레일도 깔려 레그룸도 넉넉한 편. 하지만 시트가 낮은 탓인지 보기보다 좁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면 같이 앉았던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컵홀더와 이동식 재떨이, 시거 라이터, 그랜드 보이저처럼 에어컨 송풍구도 따로 있다. 짐공간·풀플랫 그랜드 보이저 - 2, 3열 떼어낼 수 있어 카니발 - 풀플랫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 다양한 시트 배열은 미니밴의 매력. 그랜드 보이저는 시트가 고정식이지만 통째로 떼어낼 수 있다. 넣어야 할 짐이 많으면 3열 시트, 이것도 모자라다 싶으면 2열까지 떼어낸다. 시트 무게가 장난 아니지만 바퀴가 달려 있어 옮기기는 어렵지 않다. 1열만 남은 상태. 바닥의 굴곡이 없으며, 트럭 못지 않은 짐공간이 눈앞에 나타난다. 카니발의 짐공간 활용도는 크지 않다. 3열은 접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떼어낼 수도 없다. 대신 레일이 깔려 2열까지 밀면 공간이 나온다. 큰 짐보다는 여행에 필요한 가방 등을 넣는 공간이다. 대신 그랜드 보이저가 하지 못하는 풀플랫이 가능하다. 먼저 2열 시트를 15° 정도 돌린다. 그런 다음 2열 팔걸이를 틈 사이로 힘껏 밀어 넣어야 한다. 운전석 뒤쪽의 중앙 팔걸이는 잘 들어가지 않아 처리하기 힘들다. CF에 나오는 것처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넓은 침실이 만들어진다. 비교를 마치며 그랜드 보이저는 미니밴의 교과서다. 여유 있는 실내공간과 떼어낼 수 있는 시트, 센서가 달린 자동 슬라이딩 도어 등은 최고의 편의장비다. 2, 3열에 앉는 고객을 위해 에어컨 송풍구나 온도조절 스위치를 따로 마련한 점은 미니밴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쌓은, 작지만 감동을 주는 부분이다. 빠짐 없이 갖춘 고급장비, 넉넉한 실내는 그랜드 보이저의 돋보이는 매력이다. 지난해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1위를 했고, 최근 안전성 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기아 카니발. ‘세도나’라는 수출명으로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니밴의 최고가 버티고 있는 미국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번에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쫓는 자의 ‘조급함’이 아닌 쫓기는 자의 ‘초조함’을 느끼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미니밴의 원조 모델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때를 기대해 본다.
휘발유와 디젤 SUV의 장단점 찾기 무쏘 2300.. 2003-06-23
포르쉐는 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려도 경찰의 눈총을 받는다. 날렵한 모양새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얌전하게 달릴 차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거꾸로 스포츠카를 ‘쌩∼’하고 추월하거나 정지상태에서 무섭게 튀어 나가는 실력을 갖추었어도 겉보기에 빨라 보이지 않는 차가 있다. 고성능 엔진을 얹은 SUV나 미니밴이 그것이다. 휘발유 엔진을 쓴 SUV도 겉으로는 얌전하지만 속으로는 바람이 났다. 큰 차체를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이 차들은 고성능을 숨기고 남 모르게 무서운 스피드를 즐긴다. 미국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스포츠카의 뒤를 바짝 붙어 쫓아가는 SUV를 일컬어 ‘예상 밖의 고성능차’라는 의미로 ‘슬리퍼’(sleep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젤차를 기준으로 휘발유 SUV의 특성 가늠해 그러나 ‘SUV=디젤차’라는 등식이 자리잡은 국내에서 슬리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차를 고를 때 경제성이 큰 기준이다. 힘 부족이나 소음, 진동 등은 값싼 유지비를 봐서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비싼 휘발유차를, 그것도 무게가 많이 나가 연비까지 나쁜 SUV로 탈 이유가 전혀 없다. 고성능 휘발유 엔진의 SUV가 우리나라처럼 홀대를 받는 곳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 디젤차의 경제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형평성 논리’ 때문이다. 세제혜택을 누리던 7인승의 세금이 곧 오를 예정이고, 지프형 밴 역시 승용 모델의 5%밖에 안 되는 세금 때문에 형평성 시비에 휘말려 조만간 단종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지비가 싼 LPG차가 늘어나자 정부는 LPG값을 3배 가까이 올렸다. 이렇듯 메이커와 소비자는 유가정책의 빈틈을 찾아다니고, 정부는 그때마다 빈틈을 막아 세금 걷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디젤 승용차 등장이 예고되면서 현재 휘발유의 65% 수준인 경유값이 85%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비싼 값을 감수하고 SUV를 산 사람들은 참 난감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경유값이 휘발유에 근접하더라도 유지비가 덜 드는 차를 계속 타겠다는 운전자와 비슷한 금액을 내면서 디젤차를 탈 이유가 없다는 사람으로 나누어지게 될 것이다. 뒤쪽에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휘발유 엔진 SUV가 해결책이다. 이런 선택은 중고차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굳어진다. 휘발유 SUV는 말 그대로 ‘헐값’에 팔리고 있다. 편의장비와 승차감, 성능이 뛰어나지만 유지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디젤차의 반값에 나와 있다. 경유와 휘발유의 값 차이가 줄어들수록 디젤 SUV값은 떨어지고 휘발유 SUV값은 오르게 된다. 골수 디젤차 매니아들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생각하지만 경제적 논리를 생각하면 뻔한 결론이다. 이런 시점에서 디젤과 휘발유 엔진 SUV를 한 자리에 끌어냈다. 비교대상은 98년형 쌍용 무쏘 2.3 휘발유와 TDI(터보 디젤 인터쿨러). 두 차는 연식과 주행거리, 관리상태, 편의장비 등이 비슷하다. SUV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경유차를 기준으로 삼아 휘발유 모델의 가치를 가늠해 보았다. 1ROUND 로드 임프레션 저속은 디젤, 고속은 휘발유 모델이 강해 직렬 5기통 2.9X TDI와 비교할 수 있는 휘발유 모델은 최고출력, 세제, 중고차값 등을 생각할 때 2300 DOHC가 제격이다. 직렬 4기통 2.3X DOHC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을 낸다. 평범한 겉모습 속에는 운전자만 알 수 있는 고성능이 넘친다. 휘발유 모델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와 먼저 차에 올랐다. 그러나 출발부터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초기가속 때의 반응이 디젤 엔진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 좋게 말해 점잖게 움직인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답답함이 느껴진다. 147마력이라는 수치가 기자를 욕심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느린 가속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시프트 레버를 3단으로 끌어당기면 박력 있게 내뻗는 재미가 느껴진다. D레인지와 3레인지 레버의 거리가 짧아 기어 뭉치를 앞뒤로 움직이며 가속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속 페달의 감각을 익혔을 무렵, 차는 스포츠카로 변신한다. 회전수가 3천rpm 위로 넘어가면 답답함은 완전히 사라진다. 액셀 워크에 따른 엔진 반응이 힘차고,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힘이 느껴진다. 최고출력이 5천500rpm에서 나오는 덩치 큰 차를 내 마음처럼 쉽게 내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어떤 속도에서도 자신감이 붙는다. 시속 70km를 넘으면서 순항기어가 맞물렸지만 차를 몰아붙이는 재미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바람 소리가 크고 칼 같은 핸들링이 아니어서 꽉 짜인 맛이 떨어지지만 시속 140km에서도 가속 페달이 남아돌고, 여기서 풀 가속을 하면 앞쪽이 불끈 올라가는 스쿼드 현상까지 일어난다. 시속 100km에서 회전수는 3천300rpm. 레드존인 6천500rpm까지는 절반의 여유가 남아 있다. 이 상태에서 3단으로 변속하면 회전수는 4천rpm 가까이 치솟으며 남은 힘을 모두 뽑아낸다. 계속해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6천rpm까지 손쉽게 뛰어올라 속도계는 시속 190km에 이르러 서서히 멈춰 선다. 너무 쉽게, 그리고 빠르게 가속되는 이런 맛은 디젤 SUV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이다. TDI로 옮겨 타 보니 계기판의 한계치가 조금 다를 뿐, 휘발유와 차이가 없다. 서서히 차를 움직여 보면 정지상태에서 차를 출발시키는 토크감이 2300 DOHC를 앞선다. 회전수만 가볍게 오르고 차는 더디게 반응하는 여느 디젤차와 달리 직렬 5기통 2.9X 120마력 엔진은 묵직하게 올라가는 회전수에 정확하게 반응한다. 가속 페달 뒤쪽 바닥에 붙어 있는 단추를 페달로 꾹 누르면 킥다운되면서 회전수가 3천rpm를 훌쩍 넘어간다. 시속 50km까지 가속감은 2.0X 중형차와 맞먹을 정도. 시속 100km에서 회전수는 2천500rpm으로 안정적이다. 3천rpm에서 시속 120km, 4천rpm을 조금 넘어서면 시속 160km에 다다른다. 묵직한 달리기가 고속에 이르러 더뎌지지만 꾸준히 뿜어내는 토크 덕분에 시속 130km에서도 어렵지 않게 속도를 높여 나간다. 완만한 코너를 돌아 나오니 코너 끝에서 느껴지는 롤링의 여운이 길다. 서스펜션 상태가 좋지만 휘발유 모델이 부드럽게 자세를 잡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잠깐의 거친 오프로드 테스트에서도 2.3 DOHC와 TDI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경사진 비탈길에서 멈췄다 출발하는 시험을 해보았다. 휘발유 모델의 반응이 빨라 쉽게 스핀할 듯 했지만 초기 반응이 더딘 만큼 끈적한 접지력을 살리면서 출발했다. 속도 특히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잣대일 수는 없다. 최고속도까지 얼마나 빨리 도달하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얼마나 정확하게 멈추며, 원하는 만큼의 핸들링을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2.3 DOHC와 TDI는 제각기 고속과 중저속에서 엔진 특성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다. 2ROUND 섀시 비교 파트타임 방식 같지만 전혀 다른 부품 3.2 휘발유 모델이 TOD 시스템의 풀타임 네바퀴굴림이고 2.0과 2.3 휘발유 모델은 디젤차와 같은 파트타임 방식이다. 값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지만 연비나 실용적인 면에서 파트타임이 제격이다. 같은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디젤과 하체, 서스펜션, 동력전달 계통 부품이 호환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가 같아도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갖가지 링크와 스프링 등이 조금씩 차이 나는데, 호환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부품을 구했다가 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앞 스태빌라이저 바는 디젤차보다 휘발유 모델에 쓰이는 부품이 더 단단하다. 앞 더블 위시본의 양쪽 로어암을 연결하는 스태빌라이저 바는 좌우 서스펜션 중 한쪽이 심하게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것을 막아 롤링을 억제한다. 휘발유에 쓰이는 스태빌라이저 바는 디젤의 것보다 한결 비틀림에 강한 구조다. 무쏘 TDI 모델 가운데 일부는 앞쪽 라디에이터와 간섭이 생겨 휘발유 모델에 쓰이는 강성 부품을 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엔진과 출력이 다른 만큼 최종감속기어도 차이가 크다. AT를 기준으로 휘발유 2.3의 감속기어는 5.857, 디젤 TDI 모델은 4.889다. 감속기어만 따졌을 때 휘발유는 가속력 위주, TDI는 고속 위주의 세팅이다. 거꾸로 가속력이 부족한 2.3 휘발유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속기어를 높였고, TDI는 초기 가속이 넉넉한 대신 고속에서 꾸준하게 뻗어 주는 맛이 없어 감속기어가 낮다는 결론이다. 트랜스미션과 더불어 엔진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해 감속기어를 설정한 것이다. 3ROUND 연비 테스트 기름값이 휘발유 모델의 매력 빼앗아 경제성은 세금과 중고차값, 연비로 따져 보았다. TDI는 배기량이 2.9X인 만큼 세금도 같은 연식의 3천cc 대형차와 맞먹는다. 휘발유 2300 DOHC 모델을 선택하면 연간 약 30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두 차 모두 연식에 따른 할인율이 적용되어 2300 DOHC 모델의 세금은 2.0X 중형차 수준이다. 배기량이 작은 휘발유 모델이 세제면에서는 이득이다. 등록단계에서 치러야 할 세금도 배기량이 큰 TDI 모델이 비싸다. 중고차의 시세는 누가 가격을 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고 파는 값이 정적 매매가다. 최근 경기가 나빠 중고차값이 내리기는 했지만 같은 연식에 풀 옵션 모델(프레스티지)이라면 TDI 1천300만 원 안팎. 2.3 휘발유 모델이 700∼800만 원이다. 총 170km를 달리면서 진행한 연비 테스트는 일반주행을 가정해 급가속과 급출발을 자제했고 시내주행과 국도를 번갈아 이용했다. 동력 테스트는 연비 테스트가 끝난 이후에 진행했다. 낮기온 24도에서 치러진 테스트에서 두 차 모두 에어컨을 ‘오토’ 상태에 두고 결과치를 얻어냈다. X당 평균 주행거리는 TDI 9.4km, 2300 DOHC는 8.2km였다. 예상 밖으로 휘발유 모델의 연비가 좋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 상태라면 TDI의 항속거리는 약 550km, 2.3 휘발유는 약 480km다. TDI의 경우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 약 5만 원이 들지만 2.3 휘발유는 기름을 넣을 때마다 디젤보다 3만 원씩 더 내야 한다. 굉장한 부담이다. 에필로그 연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출발할 때 들렀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채웠다. 주유기별로 고속과 저속 주유기가 있는데, 경유는 거품이 많아 주유 속도에 따라 주유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취재팀이 직접 주유기를 잡고 출발 때와 같은 상태로 기름을 가득 채웠다. 에어컨까지 켰는데도 상상 외로 휘발유 모델의 연비가 좋아 놀라웠다. 하지만 기름값 때문에 시승하는 동안 얻은 좋은 점수를 많이 잃었다. 평소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또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싫은 오너라면 디젤차보다 값싼 휘발유 SUV를 고르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다. 시승차 비교 중고차는 휘발유 모델이 500만 원이나 싸 비교 대상은 98년형 쌍용 무쏘로 그동안 나온 무쏘 중에서 디자인이 제일 낫고, 아직까지 매니아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모델이다. 같은 그레이드와 옵션, 주행거리라면 이후에 나온 99년형보다 중고차시장에서 인기가 높고 값도 비싸다. 시승에 나선 두 차는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내 역시 똑같은 옵션에 똑같이 내장재 방음작업을 한 상태. 디젤은 98년식 무쏘 TDI 프레스티지 AT로 주행거리 9만8천km, 휘발유 역시 같은 98년식 2300 DOHC AT, 주행거리는 9만2천km다. 새차값은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TDI 모델보다 2300 DOHC가 약 400만 원 비쌌다. 그러나 현재 중고차시장에서는 휘발유를 쓴다는 이유로 500만 원 정도 싸게 팔리고 있다. 엔진 비교 2300 DOHC는 고속, TDI는 중저속 중심 벤츠 E230에 얹었던 직렬 4기통 DOHC 2.3X 147마력 엔진은 가변흡기 시스템을 쓴 것이 특징. 밸브 타이밍을 회전수에 따라 조절해 연비, 배기가스, 소음, 진동이 크게 개선되었다. 또 토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배기계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2중구조의 배기관을 썼다. 배기 저항을 줄여 성능을 높이면서도 소음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최대토크와 최고출력이 4천rpm 이상에서 나오는 고속형 엔진으로 저속에서 토크가 부족해 최종감속비율을 늘여야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디젤은 모든 회전 영역에서 고르게 뿜어져 나오는 토크가 특징이다. 벤츠 디젤 엔진의 특성인 예연소실 구조는 적은 연료로 높은 출력을 내고 소음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100만km 동안 엔진 보링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엔진이다. 좌측으로 15도 경사지게 설계한 엔진은 측면 압력과 마찰을 줄여 진동이 적다. 대신 엔진 마운팅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고, 플랜저 펌프 문제로 인한 아이들링 때의 진동 탓에 리콜된 적이 있다. 2300 DOHC는 고속형, TDI는 중저속 중심으로 큰 힘을 낸다. 기자의 경험 휘발유와 디젤 모델, 구조 같지만 부품 호환 안 된다 한때 뉴 코란도 290S 튜닝카를 몰았던 기자는 타이어를 바꾸면서 앞뒤 종감속기어도 함께 교환했다. 튜닝 타이어 지름 증가율에 맞춰 감속기어도 뉴 코란도 휘발유 모델에 쓰이는 5.857 감속기어로 바꿔 달았다. 어느 날 오프로딩 때 충격으로 앞 차축의 디퍼렌셜 케이스가 깨져 오일이 흘렀고 안쪽에 있던 감속기어까지 산산조각 났다. 종감속기어를 다시 구하고 디퍼렌셜 케이스를 바꾸는 작업을 따져 보니 앞 차축 전체를 휘발유의 것으로 바꿔 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쌍용 순정품인 2.3X 휘발유 모델의 앞 차축을 구해 달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작업 도중 문제가 생겼다. 차축과 등속조인트가 만나는 부분이 전혀 맞지 않았다. 등속조인트까지 휘발유의 것(조금 두껍다)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차축과 등속조인트가 만나는 부분(샤프트)에 디젤 부품을 이용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디젤차 차축에서 샤프트를 뽑아내 새로 달 휘발유차 차축에 집어넣고 등속조인트를 연결했다. 무쏘 TDI 오너의 휘발유 2.3 미니 시승 디젤을 능가하는 안정된 달리기가 인상적 임준규 흔치 않은 무쏘 2.3 휘발유 모델의 시승은 TDI를 모는 오너로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지 상태의 소음, 진동은 디젤과 차이가 컸지만 속도가 붙으면 큰 차이가 없었다. 단지 저만치 멀어져 있는 소음이 고급차 분위기고 디젤보다 엔진반응이 조금 빠를 뿐 액셀 페달은 오히려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차이는 달리기에서 드러났다.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이 고루 퍼지면서 롤링이 많이 억제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위아래로 묵직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TDI 모델의 서스펜션도 좋은 상태였지만 차이가 확연했다. 147마력의 최고출력도 일반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시속 100km 때 회전수는 3천300rpm. 디젤차(2천500rpm)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고속에서 순발력이 좋지만, 소음과 연비 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듯 하다. 3천800rpm을 넘으면 공진음이 상당한 편. 시승 때 취재팀과 함께 측정해 본 X당 연비도 디젤 9km와 휘발유 8km가 큰 차이가 없어 경유값이 계속 오른다면 디젤차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넘버 1 향한 묘책은 바로 이것! 4대 준중형차 장.. 2003-12-16
유럽에 소형 해치백 시장이 있고 일본에 경차 시장이 있듯 준중형차 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그먼트다. 한때 평가절하되기도 했던 준중형차는 최근 들어 ‘눈높은 실속파’들이 즐겨찾는 세그먼트로 떠오르고 있다. 좀더 싼값과 유지비로 중형차 못지않은 승차감과 성능, 장비를 누릴 수 있기 때문.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날이 나아지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등 구동계의 성능도 준중형차의 부족했던 2%를 메워준다. 지난 2001년 14만 대가 팔려 21.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준중형차는 지난해 22.7%로 점유율을 높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0월 현재 29.2%까지 세력을 넓혔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해온 중형차의 점유율은 2001년 33%(21만6천969대)에서 올해 30%로 떨어질 전망이다. 준중형차의 시장 점유율 1위 등극이 눈앞에 다가온 셈.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 아반떼 XD와 기아 쎄라토, GM대우 라세티, 르노삼성 SM3 등 4개 모델의 경쟁 또한 점입가경이다. 쎄라토의 가세로 혈전을 앞둔 이들의 매력 포인트를 핵심 분야별로 체크해 보았다. 현대 아반떼 XD Styling : 블랙 베젤 타입 헤드램프와 부챗살 모양 라디에이터 그릴이 특징. 뉴 에지 디자인의 예리한 보디라인이 멋스럽다.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베스트셀러임을 감안할 때 날이 갈수록 비대해진 덩치는 아쉽다. Interior : 현대의 시장분석 능력이 돋보인다. 대시보드 구성과 컬러 선택에서 노련함이 느껴질 정도. 승하차는 무척 편하나 운전석에 비해 뒷좌석 승차감이 조금 떨어진다. 대시보드의 효율적 배치는 여전하나 서서히 세련미를 잃어가는 느낌. Performance : 1.5X급 국산차에 처음으로 얹은 VVT 엔진이 10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출발가속이 조금 굼뜨고 서스펜션이 너무 부드러운 편이나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 무난함은 큰 무기인 동시에 단점. Highs & Lows : 안정감은 베스트셀러 아반떼 XD의 가장 큰 무기다. 이미지와 성능 모두에서 제자리를 굳힌 느낌.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다만 대시보드와 AT 레버 등 일부 인테리어 디자인은 개선할 부분. 좀더 탄탄한 서스펜션도 기대해본다. 기아 쎄라토 Styling : 풍만한 육체파 보디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개성. 앞 타이어를 둘러싼 오버펜더가 힘차다. 부드러운 보디라인은 고속주행 때 공기저항을 덜어준다. 날씬한 C필러가 장점이지만 앞뒤 램프와 다른 부분의 조화가 떨어지는 편. Interior : 후발주자답게 세심한 마무리와 효율적인 장비가 돋보인다. 넓고 높은 차체 덕분에 체감 실내공간이 가장 앞선다. 그러나 아반떼 XD로부터 일체형 뒷좌석 헤드레스트까지 물려받을 필요는 없었다. Performance : 코너링에서 제몫을 하는 하드한 서스펜션이 경쟁차들에 비해 좋은 느낌을 준다. 비교적 경쾌하고 가속력도 괜찮은 편. 급가속을 할 때 4단 AT가 허둥대고 순간적으로 치솟는 엔진음이 거슬린다. Highs & Lows : 준중형차 시장 첫 하이루프 세단 보디가 만들어낸 실내공간은 내세울 만한 장점. 서스펜션과 핸들링이 상쾌하고 편의장비들도 쓰기 좋다. 새차지만 세련미가 조금 떨어지는 듯하고 반 박자 느린 급가속 반응이 아쉽다. GM대우 라세티 Styling : 평범해도 쉽사리 싫증나지 않을 스타일링이 강점. 보수성이 엿보인다. 삼분할 라디에이터 그릴은 어색하지 않지만 예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등장했던 해치백을 기다리게 한다. Interior : 금속 테를 두른 계기판이 경쟁차 중 가장 화려하다. 뒷좌석이 넓고 편한 데다 유일하게 분리형 헤드레스트를 달았다. 바닥이 높아 보기보다 좁은 트렁크룸과 넉넉한 공간에 비해 편치 않은 운전석 암레스트 배치는 아쉬움을 남긴다. Performance : 소음 억제가 돋보이는 1.5X DOHC 106마력 엔진은 부드러움과 정숙성에서 가장 앞선다. 흐트러짐 없는 안정된 달리기가 장점. OD 스위치와 3단 레인지가 빠진 스텝게이트식 4단 AT는 때로 불편함을 준다. Highs & Lows : 아반떼 XD를 겨냥한 스타일링과 실내공간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다. 잘 꾸민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달리기가 강점. 개성이 부족한 뒷모습은 스타일링 면에서의 단점. 고속주행에서 힘이 부치는 경향이 있다. 르노삼성 SM3 Styling : 군살을 쫙 뺀 몸매와 속도감 있는 보디라인이 매력. 꼼꼼한 마무리와 단정한 이미지에서 자연미인을 보는 듯 호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심심한 얼굴과 왜소한 꽁무니가 불만. 컬러에 따라 ‘예뻐 보이는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Interior : 스티어링 휠 촉감이 좋고 인테리어 끝손질이 뛰어나다.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단정함이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좁은 실내공간과 작은 시트가 단점. 컵홀더와 에어벤트 등에서 조금은 오래된 맛이 난다. Performance : 1.5X DOHC 100마력 엔진은 4대의 준중형차 가운데 가장 정직한 반응을 보인다. 차체를 경쾌하게 이끄는 맛이 좋고 스포티하다. 재빠른 코너링이 강점. 반면 언덕길에서 힘겹고 저속 토크가 약하다. Highs & Lows : 덩치 키우기에 바쁜 경쟁차들에 비해 날렵하게 다이어트한 보디라인이 신선하다. 경쾌하게 달리고 코너도 후련하게 파고든다. 보기와 달리 트렁크룸은 넉넉하다. 좁은 실내공간과 왜소한 이미지는 시장의 대세를 따르지 못한 느낌.
현대 에쿠스, 쌍용 뉴 체어맨, 기아 오피러스 3사.. 2003-12-09
올해의 국산차는 판매부진뿐 아니라 발표되는 새차도 거의 없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나마 대형차 부문이 다소 활기를 띠어 3월에 기아 오피러스가 데뷔해 바람을 일으켰고, 10월과 11월 각각 쌍용 체어맨과 현대 에쿠스가 모델 체인지를 거쳐 막바지를 장식했다. 각 메이커의 기함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제2라운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올 10월까지 판매를 보면 오피러스 1만1천173대, 에쿠스 1만1천761대로 비슷하지만 3월 이후부터 판매치가 집계된 오피러스가 선두를 달렸다. 체어맨은 8천575대를 팔아 3위. 오피러스가 1위에 오른 데는 신차효과 덕을 보았다. 하지만 에쿠스와 체어맨이 새옷으로 갈아입은 지금,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체어맨과 에쿠스의 신차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오피러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아 벌써 격돌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에쿠스, 전반적 크기에서 가장 앞서 에쿠스와 체어맨 후방카메라 ‘눈길’ 사실 에쿠스와 체어맨이 페이스 리프트를 했지만 완전 새차임을 내세우는 오피러스가 뒤로 물러나기에는 억울한(?) 감이 있다. 에쿠스의 모양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은데, 테일 램프가 부드럽고 화려하게 바뀌어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사이드 미러에 들어간 방향지시램프는 벤츠의 것을 따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독자는 없으리라.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터치를 더했다고는 하나 특유의 권위적 스타일은 어쩔 수 없다. 에쿠스는 오히려 권위적인 스타일이 개성이 되는 만큼 굳이 이를 희석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시도가 지나치면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체어맨의 바뀐 헤드램프가 그런 결과인지 모른다. 체어맨 또한 보수적인 색채를 굳이 감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점잖은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신선한 변화를 주기란 어렵다. 아무튼 체어맨이야말로 벤츠의 혈통을 잇는 차인데 새로워진 체어맨의 앞 뒤 램프에 벤츠 디자인 포인트가 들어간 것 또한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다. 오피러스는 데뷔 이전 스타일 논란을 빚었지만 시판 이후에는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케이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다소 고전적인 분위기가 이전의 국산 대형차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다. 자, 그럼 보디 사이즈를 비교해보자.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에쿠스 5천120×1천870×1천480mm, 체어맨 5천135×1천825×1천465mm, 오피러스 4천980×1천850×1천485mm로 길이는 체어맨, 너비는 에쿠스, 높이는 오피러스가 가장 크다. 휠베이스를 보면 에쿠스 2천840mm, 오피러스 2천800mm, 체어맨 2천900mm으로 체어맨이 가장 길다. 체어맨의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가장 긴 만큼 실내도 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제원상 실내 길이×너비×높이를 보면 에쿠스 2천75×1천510×1천190mm, 오피러스 1천930×1천510×1천200mm, 체어맨 2천20×1천495×1천185mm로 에쿠스의 실내가 가장 크다. 전반적인 치수에서 에쿠스가 앞서는 셈이다. 에쿠스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처음으로 사용된 통풍 시트. 오랜 시간 운전할 때 쾌적함을 유지시켜 주는데 유용하다. 시트에 앉는 느낌도 더욱 부드러워졌다. 다만 공기실에 압축 변화를 줘서 코너링 때 몸을 잡아주는 기능 등은 아직 없다. 한편 LED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기능이 좋지만 햇살을 등지고 달릴 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시계 표시도 모니터 안에 작게 나타나 보기에 다소 불편하다. 체어맨의 실내는 가장 풍부한 질감의 검정색 가죽시트로 안락한 분위기다. 대형차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고전적인 패키지다. 계기판은 디지털 표시와 아날로그 표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햇살이 비칠 때 디지털 화상 아래 아날로그 판이 보여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아무래도 아날로그 숫자가 더 보기에 편하고 잘 읽힌다. 차의 성격과도 이게 어울린다. 체어맨에서 깜짝 놀란 한가지는 감시카메라를 정확하게 잡아준다는 점. “안전운전하십시오”라는 음성이 나오면 곧 감시카메라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반대차선의 감시카메라에도 반응해 헷갈릴 때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안전운전에는 도움되는 장비다. 에쿠스와 체어맨 공통으로 발견된 첨단장비는 바로 후방카메라다. 후진을 하기 위해 기어를 R로 넣으면 모니터에 동영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차체 뒤를 비춰준다. 후방경고음처럼 시끄럽게 ‘삑삑’거리지 않아 마음에 들고, 뒤를 넓게 보여주므로 안심하고 후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오피러스는 나름대로 부족함 없는 장비를 갖췄지만 경쟁모델들이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신형 장비를 더하는 바람에 다소 약해진 느낌이다. 전반적인 실내 레이아웃은 에쿠스와 비슷하고 좀더 컴팩트하다는 점에서 오너 드라이버에게 아울리는 패키지를 보여 준다. 한편 오피러스와 체어맨의 시트 모양 파워 시트 스위치는 역시 벤츠에서 익숙하게 보던 것이다. 에쿠스, 달리기의 질감 좋아진 느낌 박진감 있는 가속 돋보이는 체어맨 시승차로 나온 모델은 에쿠스 GS350, 체어맨 CM600S, 오피러스 GH350. 에쿠스는 중간급, 체어맨과 오피러스는 최상급 모델이 나왔다. 엔진을 비교해보면 에쿠스 V6 3.5X 210마력, 오피러스 V6 3.5X 198마력, 체어맨은 직렬 6기통 3.2X 220마력 엔진을 얹었다. 체어맨의 배기량이 가장 작지만 출력은 가장 높다. 마력당 무게비를 보면 에쿠스 9.476, 오피러스 9.242, 체어맨 8.113으로 1마력 당 감당해야 할 무게는 체어맨이 가장 작다. 따라서 순발력이나 가속성에서 다소 앞선다. 에쿠스는 99년 데뷔 이후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데 일단 달리기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가속감도 만족할만하다. 브레이크의 답력도 향상되어 발에 밀착되는 느낌이 좋다. 따라서 제동도 부드럽고 확실하게 걸린다.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도 쾌적하고, 직진안정성이 듬직하다. 전반적으로 달리기의 질감이 좋아진 느낌이다. 체어맨은 뒷바퀴굴림 특유의 발진가속력이 돋보이고, 움직임이 힘차다. 대형차의 크기나 무게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조종성도 좋다. 가속 때는 소리가 조금 커지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서스펜션이 단단해 출렁거리지 않고 빠른 추월가속도 거뜬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리모컨 스위치가 아래에 달려 운전중 조작하기는 불편하다. 오피러스는 쇼퍼 드리븐보다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는 것이 어울린다. 유일하게 수동 모드를 가진 H-매틱 트랜스미션을 갖춰 운전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그런 성격을 반영한 것. 대형차지만 보다 스포티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드로틀을 여는 액셀러레이터는 조금 거친 감각이다. 가속력은 충분하지만 회전력의 부드러움은 2% 부족한 듯. 세계적인 대형차는 대부분 뒷바퀴굴림 방식을 쓰고 있다. 승차감을 높이고 다이내믹한 운전을 하는데 이 방식이 유리하기 때문. 다만 운전자가 차를 잘 조종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자식 주행안정장치 등 첨단장비가 많이 달리는 추세다. 반면 앞바퀴굴림은 차를 다루기 편해 운전하기 쉽지만 승차감이 뒤진다. 에쿠스와 오피러스는 앞바퀴굴림, 체어맨은 뒷바퀴굴림이므로 차를 고를 때 이러한 특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짧은 시승의 인상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전반적인 국산 대형차의 품질 수준은 이전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같은 가격대의 수입차에서 볼 수 없는 고급 편의장비를 많이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달리기 성능 또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수입차에 대응하는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이제는 외국 메이커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 새로운 국산 대형차 시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요타가 렉서스 LS400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시작한 것이 1989년. 이제 한국차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촬영협조: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
쌍용 체어맨 Cm600S vs 현대 에쿠스 JS350 .. 2003-11-14
고급 세단 시승은 언제나 궁금하면서도 부담감을 준다. 스포츠 본능이 살아 있는 쿠페나 세단, 온·오프로드 가릴 것 없이 누비고 다니는 요즘 SUV 등 운전자 중심의 차에 비하면 시승하기 전 그리 구미가 당기는 편이 아닌가 하면, 막상 온갖 장비들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급 세단의 실내를 들여다보는 재미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수입차가 정식으로 들어온 지 만 17년째.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기로 접어든 수입차 시장은 그 동안 국산차 메이커들이 소홀히 해온, 또는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그먼트를 국내 고객들에게 보여왔다. 이제는 편안하게 입에 올리는 로드스터나 핫해치, 컨버터블, 픽업 같은 개념이 자리를 잡은 데는 수입차의 역할이 크다. 아무리 다양한 세그먼트를 갖추었어도 수입차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고급 세단의 몫. 부호들의 지갑을 끄집어낸 수입 고급 세단은 1980~90년대까지 국내 메이커들이 선보여온 대형 세단의 분발을 재촉하는 ‘성장촉진제’역할을 톡톡히 했고, 그 결과 지금의 국산 고급 세단들은 성능과 편의장비, 실내공간 등 여러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최근 마이너 체인지를 마친 쌍용 체어맨이나 올 11월 마이너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현대 에쿠스는 국산 고급 세단의 성장을 이끌어온 쌍두마차다. 체어맨과 에쿠스, 낯설음과 낯익음의 대비 지난 97년 첫선을 보인 쌍용 체어맨이 데뷔 6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체어맨은 벤츠 구형 E클래스(시리즈명 W124)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델. 그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는 스타일을 갖추진 못했어도 탄탄한 맛과 신뢰감이 돋보이는 보디라인을 유지해왔다. 벤츠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국내 고객들의 믿음을 더해주는 상승제였다. 3년 가까운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1일 공식 시판에 들어간 신형 체어맨은 앞 모델과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헤드램프는 타원을 절반으로 잘라 세워놓은 듯 독특한 타입으로 바뀌었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사각도 커졌다. 보네트 양쪽 모서리를 따라 헤드램프 위까지 내려온 라인이 과감해 보인다. 구형 이미지가 그대로 남은 옆모습을 거쳐 뒤쪽으로 가면 낯설음은 더해진다. 평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뒷모습은 ‘적응기간’이라도 통보할 듯한 태세다. 차체 양옆으로 바싹 밀어낸 테일램프와 공간미를 살린 트렁크리드가 닛산 프레지던트를 닮은 것도 같다. 낯설기는 해도 차분한 분위기라 이 정도 급의 프레스티지 세단에는 충분히 어울릴 수 있겠다. 다만, 트렁크리드 위쪽으로 올려붙인 크롬 몰딩과 그 양 끝의 후진등은 안정감과 전체적인 조화를 해치는 것 같아 아쉽다.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체어맨에 비하면 데뷔 후 만 4년을 맞은 현대 에쿠스의 스타일링은 이제 낯익을 대로 익었다. 등장할 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권위적인 보디라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열심히 지나가준 시간과 국산 고급 세단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은 판매대수 덕분에 이젠 ‘에쿠스 타입’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눈에 익어서일까, 체어맨에 비해 길이가 짧고 폭은 더 넓어 떡 벌어진 듯한 인상이 더하고 전체적인 안정감에서 한층 앞서 보인다. 경쟁자들에 비해 높은 트렁크 턱은 데뷔 초부터 지금껏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 마이너 체인지 이후 모습이 기다려진다. 인테리어, 편안함과 고급장비의 한판 승부 체어맨의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장관. 검은 톤의 가죽시트에 고급스러움이 넘친다. 대시보드는 구형과 비슷한 라인을 이루지만 내용물이 사뭇 다르다. 시동을 걸면 점등되듯 환하게 드러나는 블랙 크러스터 타입 계기판은 이제 어지간한 프레스티지 세단이라면 기본으로 달고 나오는 장비. 속도계 위로 마치 허공에 뜬 듯 표시되는 AT 인디케이터가 재미있다. 여기에다 캐딜락 드빌처럼 디지털 계기판 전환 기능을 더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달려 있는 틸트·텔레스코핑 조작버튼은 제자리를 잘 찾은 느낌. 하지만 미세한 조작까지 소화하지는 못해 까다로운 운전자라면 조금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오디오 리모컨을 아래쪽에 집중 배치한 점만 빼면 구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센터페시아에 들어찬 6.5인치 액정 모니터와 공조 시스템은 보기에도 좋고 기능성도 마음에 드는 편. 대시보드 가운데의 아날로그 시계도 반가운 장비다. 체어맨 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가 운전석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 뒷좌석은 마치 방바닥에서부터 천장에 닿도록 책을 촘촘히 정리해 둔 서재를 보는 듯 온갖 편의장비들로 넘쳐날 지경이다. 센터콘솔 뒤쪽에는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7인치 모니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역시 요즘 이 정도 세단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장비. 그러나 마치 미니바인 듯 버튼 하나만 누르면 180도 회전하면서 스르르 빠져 나오는 컵홀더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뒷좌석 암레스트를 열면 오디오와 전동식 시트 조작 버튼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조수석 등받이 뒤에는 2단으로 펴지는 접이식 테이블도 달렸다. 뒤쪽 천장에 2개 달린 화장거울과 암레스트 안의 AV 단자는 프레스티지 급에만 어울리는 고급장비. 조금은 단단한 듯하나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다만 앞뒤에 하나씩 달린 ‘BMW i-드라이브 타입 재떨이’는 디자인을 달리 했으면 훨씬 좋았겠다. 어느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 시작했어도 에쿠스의 인테리어는 여전히 편안하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모두 체어맨보다 짧지만 레그룸은 모자람이 없고 폭이 더 넓은 덕에 어깨공간이 한결 여유롭게 느껴진다. 검은 톤의 체어맨에 비해 밝은 회색의 가죽시트는 고급스러움에서 조금 밀리지만 경쾌한 맛이 좋다. 계기판 시인성과 센터페시아의 각종 장비 활용성은 체어맨을 앞서는 느낌. 훨씬 뒤지는 편의장비는 아무래도 세월을 탓해야 할 듯하다. 뒷좌석 착석감은 여전히 훌륭하고 AV 모니터와 화장거울 등 어지간한 편의장비를 고루 갖췄어도 제대로 무장하고 나온 체어맨을 맞기엔 힘겨워 보인다. 이 역시 곧 등장할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해결해야 할 몫. 체어맨의 가속력 vs 에쿠스의 순발력 체어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생각보다 큰 시동음이 들려온다. 엔진음만으로는 스포츠 세단을 탄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 대를 이어 얹힌 직렬 6기통 3.2X DOHC 220마력 엔진의 신뢰성에는 변함이 없지만 구형 때보다 훨씬 크게 들리는 엔진음은 뜻밖이다. 스텝게이트식 5단 AT 레버를 D레인지에 놓고 출발, 오랜만에 맛보는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 출발에 이어진 가속성능은 박력이 넘친다. 여전히 귓전에 울리는 엔진음은 힘찬 움직임과 서서히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다. 시속 100km를 넘을 때까지 꾸준히 올라가던 속도계 바늘은 이후에도 멈출 줄 모른다. 4천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지고 속도계 바늘은 시속 180km까지 거침없이 올라간다. ‘엔진음의 박력’도 덩달아 거세지지만 가속력은 부러울 게 없을 수준. 고속에서 너무 가벼워지는 스티어링 휠은 엔진음보다 아쉬운 점이다. 스텝게이트식 5단 AT는 여전히 안정된 성능을 보이긴 하나 2~4단 구간이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4단으로 달리다 시프트다운할 때 레버가 자꾸 2단까지 바로 내려가는 단점이 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인 체어맨의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을 강조한 느낌. IECS 등 첨단장비로 댐퍼 감쇄력을 조절한 덕분인지 전반적인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무른 서스펜션을 감안하면 코너링도 무난한 편. 시속 70~80km를 유지하며 급코너에 진입하자 차체가 바깥쪽으로 크게 쏠리는가 싶더니 다시 뒷바퀴굴림차 특유의 가벼운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두 번째 도전. 이번에도 차체 쏠림은 일어났으나 목표로 한 차선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곡선을 그린다. 서스펜션을 충분히 파악하고 나면 급코너링에서도 당황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체어맨과 달리 앞바퀴굴림 방식을 쓰는 에쿠스는 기본적으로 가벼운 달리기 특성을 지녔다. 출발부터 시속 120km 안팎의 실용영역에서 한결 빠른 순발력과 경쾌한 움직임을 보인다. 시동을 건 순간부터 시속 100km를 넘어 급가속하는 동안 계속 유지되는 정숙성은 인상적. 프레스티지급 세단에서 경쟁자들보다 앞선 정숙성은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다만 시속 120km를 넘어선 이후에는 체어맨에 비해 가속력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수동 겸용의 H매틱 트랜스미션이 필요한 때가 바로 이 순간. 수동 모드로 바꿔 조작하면 한결 나은 가속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이뤄내는 코너링 실력 역시 체어맨과 큰 차이가 없으나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시승차의 타이어가 아쉬울 뿐. 더욱 뜨거워질 국산 고급 세단 선두다툼 오랜만에 함께 한 국산 고급 세단 시장 랭킹 1, 2위는 세월이 흐르고 한쪽이 마이너 체인지 모델을 내놓았음에도 변함없이 쉽게 기울지 않는 경쟁심을 드러냈다. 마이너 체인지를 앞둔 에쿠스는 시장의 베스트셀러다운 안정감이 가장 큰 강점. 새로 등장한 경쟁자에 비해 눈에 띄는 편의장비는 모자라지만 “장비만으로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라도 하듯 자신감은 여전하다.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 차들이 대개 그렇듯 뚜렷한 개성―그것이 장점이든 단점이든―은 약하지만 평균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력이 에쿠스의 가장 큰 무기다. 신형 체어맨은 국산 고급 세단 시장 만년 2위인 쌍용의 야심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차다.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스타일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편의장비를 모조리 담아낸 인테리어에 메이커의 노력이 배어 있음을 인정해야 할 듯. 그 덕분인지 지난 10월 시판에 들어간 뒤 이틀 만에 3천78대의 계약고를 올렸다. “국내 운전자들 입맛에는 역시 국산 고급 세단이 잘 들어맞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구동계통의 메커니즘이나 동력 성능이 수입차에 못 미칠지언정 뒷좌석에만 주로 타는 국내 고급차 오너들이 마음에 들어할 시트 구성과 장비는 국산차에 훨씬 많기 때문이다. 현대 에쿠스와 쌍용 체어맨은 이미 그 차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대표 모델들이다. 외국의 예에서 보듯 국산 고급 세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단지 판매대수 늘이기에만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주요 제원 쌍용 체어맨 Cm600S 현대 에쿠스 JS350 크기 길이×너비×높이(mm) 5135×1825×1465 5065×1870×1465 휠베이스(mm) 2900 2830 트레드 앞/뒤(mm) 1550/1540 1615/1615 무게(kg) 1940 2112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DOHC V6 DOHC 굴림방식 뒷바퀴 굴림 앞바퀴 굴림 보어×스트로크(mm) 89.9×84.0 93.0×85.8 배기량(cc) 3199 3497 압축비 10.0 ← 최고출력(마력/rpm) 220/5500 220/5500 최대토크(kg·m/rpm) 32.0/3800 32.0/35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80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 기어비 ①/②/③ 3.392/2.408/1.486 3.789/2.057/1.421 ④/⑤/⑥/R 1.000/0.830/3.100 1.000/0.731/3.865 최종감속비 3.026 3.333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랙 앤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15/60 R16 모두 225/60 R16 성 능 최고시속(km) 230 217 0→시속 100km가속(초) ㅡ 9.4 시가지 주행연비(km/ℓ) 7.7 8.0 값 5,450 5,368
Lexus ES330 & new LS430 작은 변.. 2003-10-21
오랜만에 도요타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자. 지난해 1조2천억 엔(약 12조 원)이 넘는 실적을 거둔 도요타가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주류 중의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변화가 요구될 때 한발 앞서 나가고 위기가 닥쳤을 때 몸을 사릴 줄 알았던 도요타의 과거 또한 지금의 성과 못지않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1935년 첫차 AA형을 발표한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 처음 도전한 때는 1958년. 크라운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으나 낮은 품질로 고전하다 4년 만에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65년 코로나로 다시 미국 문을 두드렸지만 한번 무너진 이미지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했다. 이후 도요타에 힘을 실어준 모델은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소형차 카롤라. 도요타는 미국과 일본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가 바쁘게 또 다른 행보를 시작한다. 일본보다 미국 시장 수요가 훨씬 큰 럭셔리 세단 개발이 바로 그것. 도요타의 럭셔리 세단 개발과정은 그 자체로 대단한 흥밋거리다. 1천400명의 엔지니어와 2천300명의 각 분야 전문가, 200명의 보조기사가 24개의 엔지니어링 팀을 만들어 세계 최고 세단들을 낱낱이 분석했다. 인테리어에 쓸 가죽을 찾아 2년을 보냈고 우드그레인 장식을 위해 24가지 목재를 테스트했다. 이들은 개발과정에서 1천 대 이상의 엔진과 450대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모든 기술자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이 몇 달 동안 미국 중산층 이상 마을에 살면서 미래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파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오늘날 ‘품질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렉서스 브랜드의 첫 작품 LS400이 태어난 때는 1989년 1월이었다. 아시아 최대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만나다 지난 8월 24일, 일본 홋카이도 중북부 나요로에 자리잡은 도요타 시베츠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2004년형 LS430과 새 엔진을 얹은 ES330을 만났다. 시베츠 프루빙 그라운드는 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 개발을 위해 만든 시설로 첫 모델 LS400 개발 직전인 1984년에 설립되었다. 시베츠 프루빙 그라운드의 전체 길이는 직선구간 4km를 포함한 10km로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 몇몇 구간으로 나눠진 테스트 트랙은 세계 여러 나라의 도로상황을 재현해 설계되었다. ‘아우토반’(독일)이라는 표지판이 걸린 구간은 거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도로를 각각 1km씩, 약간 거친 아스팔트 도로를 4.3km 마련했고 ‘프리웨이’(미국)라고 적힌 곳은 서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콘크리트 도로를 400m씩 연속 설정해두었다. 미국과 독일 등 세계 메이저급 시장을 겨냥한 도요타의 면밀함이 엿보인다. 홋카이도에 프루빙 그라운드를 마련한 이유는 혹서 테스트에 유리하고(이 지역은 한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일본열도에서는 유일하게 넓은 평지일 뿐 아니라 보안유지도 수월하기 때문. 45°에 이르는 뱅크 최대 경사각과 구성 등은 국내 메이커들의 프루빙 그라운드와 비슷하다. 기자단 시승을 위해 나온 차는 2004년형 LS430 3대와 ES330 3대 등 모두 6대. 우선 도요타 소속 드라이버를 옆자리에 태우고 ES330의 운전석에 올라 고속 주회로를 한 바퀴 돌며 스킬 체크를 받았다. 참가 기자들의 스킬 테스트가 끝난 뒤 오전 11시쯤 본격적인 프루빙 그라운드 시승이 시작되었다. 순서에 따라 우선 ES330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ES330은 차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전 ES300의 V6 3.0X 210마력 엔진 대신 V6 3.3X 엔진을 얹은 모델. 최고출력은 228마력으로 조금 올라갔고 최대토크도 33.2kg·m/3천600rpm(이전 30.4kg·m/4천400rpm)으로 좋아졌다. 디자인과 차체 무게 등은 그대로인 채 엔진 성능이 개선된 만큼 힘의 여유가 생긴 것은 당연한 일. 이는 연비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시동을 걸자 다분히 렉서스다운 시동음이 들려온다. 시동음을 귀로 듣는다기보다 몸으로 느껴 알 수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차분한 아이들링이 인상적이다. 이는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렉서스 브랜드의 강점인 반면 운전석에서의 흥분을 반감시키는 요소. 벤츠와 BMW 등 렉서스의 경쟁 브랜드들 대부분이 모든 라인업에 스포츠성을 부각시키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강력한 토크가 인상적인 ES330의 주행성능 ES330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데뷔한 럭셔리 SUV RX330과 엔진을 공유한다. 물론 쓰임새와 성격이 다른 만큼 출력과 토크 등을 모두 각 세그먼트에 맞춰 조율한 상태. 국내 시판 1년을 넘긴 차인지라 어느 정도 익숙한 운전석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조용한 아이들링 음을 들으며 통제관의 신호에 따라 출발, 급가속을 거쳐 곧장 고속 주회로에 접어들었다. 3차선으로 나눠진 시베츠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이 날 개방된 구간은 경사각이 비교적 낮은 안쪽의 1, 2차선. 주로 달리게 될 2차선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180km다. 시승 전, 시속 18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3차선에는 진입하지 말 것과 뱅크에서는 시속 140~150km를 맞춰달라는 도요타 측의 주문이 곁들여졌다. 모두들 말은 하지 않았으나 프루빙 그라운드라는 시승 코스와 차의 성능을 감안할 때 ‘너무나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ES330은 한 마디로 달라지지 않은 듯 크게 달라진 차다. 이전 모델과 똑같은 안팎 스타일이 기대감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마치 “보이는 게 모두는 아냐!”라고 주장하기라도 하듯 말끔한 주행성능과 시원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불과 300cc 늘어난 배기량을 운전석에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싶던 시승 이전의 떨떠름한 생각은 프루빙 그라운드의 첫 뱅크를 지나 직선구간에 들어설 때쯤 이미 사라지고 없다. 커진 배기량 이상으로 강력하게 전해오는 토크가 인상적이다. 시속 120km를 넘어선 상태에서도 거침없는 급가속이 이뤄진다. 시승 기자단에게 허용된 랩은 한번에 두 바퀴씩. 한 바퀴를 돌면서 새 엔진의 감을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정점을 향하던 속도계 바늘은 어느새 시속 200km를 넘어 220km까지 단박에 치닫는다. 만족할 만한 순발력이다. 직선구간의 시속 100km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이전 모델에 비해 한결 후련해진 가속력이 운전 재미를 더한다. 다만 개선된 엔진과 보강된 출력 및 토크에 비해 이전 그대로인 서스펜션은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 서스펜션의 성능 자체에 불만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정도의 구동계면 스포츠성을 좀더 강조한 서스펜션 세팅이 충분할 듯한데 ES330의 서스펜션은 예의 차분하고 고요한 렉서스 느낌 그대로다. 얼마든지 더 키울 수 있는 매력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해 갑갑증이 느껴진다. LS430의 6단 AT와 새 서스펜션 돋보여 약 25분 동안의 ES330 시승을 마치고 2004년형 LS430으로 다가갔다. 언뜻 비슷해 보이던 겉모습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감춰두었던 면모가 하나씩 드러난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한 앞모습. 커다란 눈망울을 하늘로 치켜 뜨고 있어 조금은 멍해 보이던 이전 모델과 달리 램프를 양옆으로 밀어내고 옆 펜더에 걸친 램프 주변 모서리를 예리하게 다듬어 좀더 샤프한 인상을 그려냈다. 옆에서 바라본 헤드램프의 실루엣은 어딘지 RX330의 그것과도 닮은 듯하다. 넓게 펼쳐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낮아진 보네트라인과 더불어 이전보다 당당한 인상을 풍긴다. 시승 전날 기자 간담회를 가진 요시다 모리타카 LS430 치프 엔지니어가 누누이 강조한 개발 컨셉트는 ‘감성과 진보’(Emotion & Advanced). 감성을 강조한 스타일링과 주행성능에 한층 개선된 안전장비를 더했다는 뜻이다. 감성적인 측면은 이전 LS430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이 점을 모를 리 없는 렉서스 개발진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LS430을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로 다듬는 일이었다. 2004년형 LS430의 핵심은 스타일링 변화가 아니라 새로 얹힌 아이신 AW 제품의 시퀀셜 6단 AT. 이전 모델과 똑같은 V8 엔진을 얹었으나 꼼꼼한 개량을 통해 최고출력은 293마력/5천600rpm으로 올라갔고 최대토크 역시 44.2kg·m/3천500rpm으로 높아졌다. ES330과 마찬가지로 3천rpm대에서 일찌감치 나오는 최대토크는 시원한 가속력을 짐작케 한다. 이미 조용하기로 정평이 난 LS430의 시동음은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 프루빙 그라운드에 접어드는 것과 동시에 무서운 가속이 이뤄진다. 제원상 2004년형 LS430의 0→시속 100km 가속은 6.3초. 스포츠카 못지않은 가속력을 운전석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 등 더욱 강해진 하체도 달리는 내내 생생한 움직임을 전해온다. 시속 180km 정도로 직선구간을 달린 뒤 속도를 거의 유지하며 첫 뱅크를 지나자 이전의 트윈튜브 방식 쇼크업소버를 고압가스 주입형 싱글튜브로 바꾸고 댐핑 스트로크를 줄여 감쇄력을 보강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여기에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에 맞추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날쌘 달리기를 선보인다. 구형과 달리 두 개의 머플러를 뒤 범퍼 아래로 뽑아낸 이유를 알 만하다. 고속주행 안정감과 추월 가속력도 돋보인다. 도요타의 첫 6단 AT는 V8 엔진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뤄 얼음장처럼 매끄러운 가속을 이끌어낸다. 저단 기어비는 낮추고 5, 6단 기어비를 높여 변속영역을 넓혔다. 가속력과 연비 개선을 위한 설정. 수치상으로나 실제 운전석에서나 가속은 금세 이뤄지는데 독일차처럼 폭발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변함없는 ‘렉서스 필링’. 각도 큰 뱅크에서 스티어링 휠을 거의 붙들지 않아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커브를 따라나가는 안정감이 돋보이고 액셀 페달을 밟은 발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시속 220km(리미터 작동)를 오르내리는 힘이 후련하다. 에필로그 최근 세계 럭셔리 세단 시장의 두 가지 화두는 고성능과 안전성의 추구. 렉서스는 2004년형 LS430을 발표하면서 갖가지 안전장비를 함께 선보였다. 가장 앞선 안전 시스템으로 평가받아온 벤츠 프리세이프 시스템을 한층 개선해 충돌 직전의 모든 제어를 전자식으로 처리하는 프리크래시 시스템을 마련하고 듀얼 및 사이드, 커튼식 에어백에다 무릎 에어백을 더했다. 또 요즘 부쩍 늘어난 SUV와의 측면 충돌에 대비해 B필러 강성도 크게 높였다. 천장 화장거울과 발 밑 조명, 독서등 등을 더해 뒷좌석 거주성도 개선했다. 법규 때문에 국내 수입 모델에서는 빠진 AFS(Adaptive Front headlight System, 코너 각도에 따라 빛의 방향을 달리하는 헤드램프)가 아쉬울 따름. 뉴 LS430 개발을 이끈 요시다 씨는 “가속력과 정숙성, 핸들링과 승차감, 차체 크기와 실내공간, 다양한 전자장비와 높은 품질감 등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조건을 만날 수 있는 일반도로가 아니라 프루빙 그라운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시승이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치프 엔지니어가 밝힌 목표에는 어느 정도 도달한 듯하다. 향상된 출력 및 토크를 섬세하게 전해준 ES330의 성능 역시 베스트셀러다운 면모. 작은 변화로 최상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도요타의 시장분석 능력은 언제나 사람을 놀라게 한다. 시장의 목소리를 분명히 짚어내고 이를 정확히 새 모델에 응용하는 힘이 세계 3대 메이커의 면모를 보인다. 새로 마련한 장비들이 제 성능을 기대만큼 발휘하도록 하는 탄탄한 메커니즘도 부럽다. 89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73만여 대의 누적 판매대수를 기록한 LS 시리즈는 디테일 변화와 새 트랜스미션으로 한층 강해졌다. 도요타는 1990년대 말을 지나며 세계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지각변동의 광풍(狂風)을 별 탈 없이 조용히 빠져나왔다. 일본 홋카이도 시베츠 도요타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만난 2004년형 LS430과 ES330은 튀지 않게 최고 자리를 지켜온 도요타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듯했다. 시승 협조 : 한국토요타자동차주식회사 ☎ (02)3404-8200
Mercedes-Benz CL600 & E500 벤.. 2003-10-21
폭풍우. 모진 태풍이 한바탕 휘젓고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비바람이 몰아친다. 메르체데스 벤츠 코리아의 기자단 시승 행사가 열렸던 지난 9월 18일, 충남 안면도로 향하는 서해안고속도로의 날씨는 ‘양동이로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쏟아지는 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듯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물웅덩이가 생겨났고 무거운 잿빛 하늘은 좀처럼 밝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시승을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날씨에 민감해진다.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 가능성을 생각할 때나 가능한 범위 안에서 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마음 부담을 감안할 때나, 또는 책에 실을 사진 한 컷을 위해서라도 시승날 아침에는 유난히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폭우가 몰아치는 날씨는 최악의 시승 컨디션. 하지만 국내 시판중인 벤츠의 전 모델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타볼 수 있는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 정도로 나쁜 날씨 속에서 벤츠를 몰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최고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벤츠가 최악의 기후와 도로조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 온갖 복잡한 상념이 머리를 스치는 사이에도 빗줄기는 더욱 강해지고 일렬로 늘어선 14대의 벤츠는 물위를 미끄러지듯 후련하게 달려나가고 있다. 카리스마로 아쉬움 덮어버린 CL600의 스타일링 이 날 벤츠 코리아의 시승회에 등장한 차는 가장 막내 격인 C200K 세단에서부터 최고급 쿠페 CL600에 이르기까지 모두 14가지.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CL600을 운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정신없이 퍼붓는 빗줄기가 두려워질 만도 하건만 2억7천만 원짜리 초호화 스포츠 쿠페의 운전석은 마치 누에고치처럼 견고하기만 하다. 차창 밖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느낌. 따가우리만치 세차게 앞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을 보며 바깥의 야단법석을 짐작할 뿐, CL600의 운전석에서 해야 할 일은 오직 운전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벤츠의 최고급 쿠페 CL600은 알려진 대로 기함 S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모델. 지난 2001년 국내에 공식으로 첫선 보였다. S클래스보다 165mm 짧다고는 하나 CL600의 보디는 S클래스 이상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길이만 5m에 가까운 엄청난 사이즈에 2도어가 이렇게 어울릴 줄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던 일. 4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자리잡은 앞모습은 적당히 권위적이면서도 강력한 스포츠성의 일단을 슬쩍 보여준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에 박힌 벤츠 로고가 그렇고, 앞쪽으로 갈수록 납작하게 내려앉은 보네트 실루엣이 그렇다. CL600의 보디 스타일링이 환상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고급 컨버터블 SL 시리즈나 경량 로드스터 SLK 시리즈처럼 스타일링만으로도 보는 이를 녹여버리는 매력은 없다. 얼굴은 자칫 구형 벤츠 E클래스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고 엄청난 사이즈는 분명 쿠페의 경쾌함을 희석시킬 수 있는 요소다. CL600의 운전석 인테리어는 다시 한번 S클래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대시보드 구성과 고급스런 맛이 흘러 넘치는 가죽시트는 스포츠 쿠페라기보다 럭셔리 세단에 가깝다. 말이 쿠페이지 엄청난 몸집을 지닌 덕에 뒷좌석도 모자람이 없다. 머리와 어깨공간 모두 충분하다. 좁은 레그룸? 최고의 명품을 즐기려면 가끔은 조금 아쉬운 듯한 부분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상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주행성능 놀라워 몇 달 전, 한 자동차 전문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비가 쏟아질 때 시속 200km 이상으로 차를 몰면 강력한 마파람 탓에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요. 그런데 요즘 고급 독일차들은 그 점을 극복한 것 같아요.” 표시는 내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 머릿속에서는 ‘빗길에서 시속 200km 넘는 속도로 차를 몰다니, 제정신 아닌 거 아냐’ 하는 생각만이 맴돌 뿐이었다.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고 안 하고는 따질 문제도 아닌 듯 싶었다. 하지만 무서운 폭우 속에서 CL600의 시동을 걸고 서울 시내를 벗어나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치 초록 괴물 ‘헐크’인 양 바로 그 제정신 아닌 드라이버로 돌변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V12 5.5X 500마력 엔진은 시동을 걸기 전 어떤 상상과 기대를 했건, 그 이상의 위력을 보인다. 제원상으로 CL600은 불과 4.8초에 0→시속 100km 가속을 끝내버린다. 테스트 트랙도 아닌 일반 고속도로, 거기에다 악천후임에도 실제 가속력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벤츠 특유의 묵직한 발진감이 살아 있는 것도 반가운 점. 1천800rpm의 낮은 회전영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81.5kg·m의 초강력 토크를 한번 상상해보시라. 2톤 가까운 거구는 시속 200km를 넘기고도 힘이 남아도는지 시속 230km를 예사로 넘나든다. 그러고 보니 그 무시무시한 속도와 휘몰아치는 바람을 견디며 빗물을 부지런히 닦아내는 와이퍼 모터도 대단하긴 대단하다. CL600 운전의 가장 큰 재미는 지칠 줄 모르는 토크감. 추월가속력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시속 150km로 달리다가도 액셀 페달에 조금만 힘을 주면 곧장 머리가 젖혀질 정도의 급가속이 이뤄진다. 중요한 점은 이처럼 엄청난 고속주행을 아무런 소음이나 저항감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속도계 바늘을 눈으로 체크하지 않는 한 시속 200km 안팎의 고속주행 때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스포티한 운전자에게는 조금 밋밋한 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미숙한 운전자에게는 실력 이상의 가속을 부추기는 위험한 고성능이 될 수도 있겠다. 고속도로에서의 통쾌한 달리기를 감안하면 안면도의 좁은 해안도로에서 보여준 와인딩 주파능력은 약간 뒤지는 편. 벤츠가 자랑하는 앞 4링크,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연이어지는 코너를 빈틈없이 버텨내지만 큰 차체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토크 높은 엔진이 흔히 그렇듯 급가속 때 휠 스핀이 일어나 다른 차를 기죽이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아무튼 CL600은 최근 1년간 타보았던 온갖 시승차들 가운데 가장 후련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앞서 말했던 스타일링의 아쉬움? 이 차의 주행능력은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V8 엔진으로 무장한 E500, 우아함은 여전 CL600과 더불어 참가 기자단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끌어당긴 차는 바로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공식 데뷔할 E500이었다. V8 5.0X 306마력 엔진을 S500과 공유하는 E500은 지난해 1월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뒤 세계 곳곳에서 인기몰이중인 E클래스의 맏형이다. 벤츠의 전통미와 미래형 감각이 어우러진 E클래스의 스타일링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 포인트. 지난 9월 중순 BMW 뉴 5시리즈가 국내에 상륙하자 곧장 국내 시판 모델 라인업에 더해진 E500은 ‘독일 라이벌’을 향한 벤츠 코리아의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E500의 스타일링과 인테리어는 E200K 및 E240, E320 등 이미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다른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른 모델들보다 2인치 커진 18인치 알루미늄 휠. 휠하우스를 가득 메운 사이즈에서 숨겨둔 힘이 절로 느껴진다. 사이즈뿐 아니라 독특한 타입의 5스포크 휠 디자인도 세련미를 더하는 요소. 우아한 옆 라인과 그에 이어지는 풍만한 뒷모습은 변함없이 매혹적인 E클래스의 디자인 포인트다. 인테리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E500의 강점이다. 센터페시아는 여전히 화려함을 뽐내고 우아한 고전미를 풍기던 계기판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500 승차감을 결정짓는 비장의 무기 에어매틱 시스템 조작 버튼은 5단 AT인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한껏 기대를 모았던 ‘세계 최초의 7단 AT’가 빠진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 벤츠가 새로 개발한 7단 AT인 7G-트로닉을 얹은 E500은 오는 11월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좁은 와인딩 로드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의 정수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속도감이 몸에 밴 터라 E500의 운전석에 앉자마자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벤츠 V8 5.0X 엔진이 내뿜는 묵직한 사운드는 언제 들어도 신뢰감이 느껴진다. 곧장 시속 100km 부근까지 속도계가 치솟은 뒤 시프트다운, 별다른 충격도 없이 계속 이어지는 가속력은 E클래스의 최강자다운 면모. 1억 원 이상 더 비싼 CL600 쿠페를 시샘하기라도 하듯 E500 역시 빗길을 아랑곳 않고 시속 220km의 세계를 넘나든다. 46.9kg·m의 최대토크가 3천rpm에서부터 나와 주행속도에 관계없이 스트레스 없는 달리기를 선보인다. 파노라마 선루프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즐기며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속주행 때의 안정감도 대단하다. E500의 진가는 안면도의 좁은 왕복 2차선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때 제대로 드러났다. 새로 얹은 에어매틱 시스템은 어떤 상황, 어떤 조건에서도 차체를 완벽하게 받쳐준다. 최상의 충격흡수 및 스프링 설정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 에어매틱 시스템의 장점. 시속 120km 정도로 좁은 와인딩 로드를 달려도 운전자의 입술만 앙 다물어질 뿐, 차는 침착함을 절대 잃지 않는다. 처음 와인딩 로드 주행을 시작했을 때는 절로 긴장을 하게 되지만 몇 번의 코너를 빠져나가다 보면 빠른 속도로 눈앞에 다가오는 급코너를 은근히 즐기게 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 들어가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의 반응, 엔진과 기어의 조화가 마음을 빼앗는다. 이 정도의 와인딩 주파능력이면 퍼포먼스 면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듯. 여기에 코너를 돌 때마다 옆구리를 감싸 안아주는 멀티 컨투어 다이내믹 시트는 말 그대로 ‘화룡점정’이다. 이 정도면 굳이 7단 AT를 얹을 필요가 있을까? 세계 라이벌들간의 끝없는 경쟁은 장비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7단 AT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지, BMW 5시리즈 이상의 확실한 순발력을 더해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이틀 동안 계속된 벤츠 코리아의 이번 시승 행사에는 SL350과 SLK 230K, CLK 320 카브리올레 및 CLK 240 쿠페, ML400 CDI 등 보는 이의 마음을 끄는 모델들이 총출동했다. 그 모든 차들의 운전석에 번갈아 가며 앉는 재미를 다 합치더라도 CL600과 E500을 타면서 느낀 흥분에 비할 수는 없었다.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달리며 보여준 CL600의 ‘쏘는 맛’은 매너리즘에 빠져든 머리를 번쩍 깨워주는 듯했고 스파이크 신은 육상선수처럼 완벽한 접지력을 과시한 E500의 몸놀림도 벤츠다웠다. 이들이 달릴 만큼 성장한 국내 수입차 시장이 대견하다.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또 어떤 차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감은 하루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는 원동력. 기대가 충족될 때마다 느끼는 쾌감은 더욱 짜릿하다. 시승 협조: 메르체데스 벤츠 코리아 ☎ (02)21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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