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VOLVO S60 CROSS COUNTRY D4 2016-02-29
볼보는 일반 승용차를 베이스로 차체를 조금 높여 험로주행 능력을 키운 크로스 컨트리를 다양한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키높이 모델들은 이제 제법 많은 브랜드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이 시장을 과감하게 개척한 것은 단연 볼보였다. 1997년 선보인 V70 크로스 컨트리(V70 XC)는 850 에스테이트를 개선한 1세대 V70 AWD의 키를 높이고 플라스틱 색상의 앞뒤 범퍼 및 사이드 몰딩을 덧댄 후 CROSS COUNTRY란 데칼과 V70 XC AWD란 이름을 붙인 모델이었다. 2000년 2세대에 와서는 범퍼뿐 아니라 그릴과 휠하우스까지 검정색으로 처리해 좀 더 강인한 모습이 되었고, 2003년 XC70이란 이름으로 XC 라인에 편입되었다. SUV 느낌이 강한 이 라인에서 XC70은 XC90과 아랫급 XC60 사이를 메우는 역할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크로스 컨트리 시장을 개척한 V70 XC가 이젠 XC70이 되었지만 볼보는 차고를 높이고 오프로드 대응능력을 키운 별도의 크로스 컨트리 버전을 V40에 이어 V60에도 더했다. XC와의 혼돈을 줄이기 위해 줄임말도 이전의 XC에서 CC로 바꾸었다. 여기까지는 출발점인 V70처럼 왜건의 키를 높인 것이었는데, 2015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볼보는 세단인 S60의 키를 높인 크로스 컨트리 버전을 발표했다. 처음 S60 크로스 컨트리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세단의 키를 높인 것이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궁금했다. CC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볼보의 노림수는 알겠지만 '이렇게까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러한 선입견 때문일까? 실물로 대했을 때도 처음에는 눈에 익지 않았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의외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S60 자체가 트렁크가 짧은 콤팩트 세단 스타일을 추구한 탓에 옆에서 보면 언뜻 BMW X6나 메르세데스 벤츠 GLE 쿠페 같은 크로스오버로 보이는 게 아닌가! 물론 이들을 위쪽에서 좀 눌러놓은 모양에 가깝기는 하지만……. 세단보다 키가 65mm 높아진 덕분에 승하차 때 일반적인 세단처럼 몸을 아래로 구겨넣는다거나 SUV처럼 올라타는 느낌 없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 시트에 몸을 실으면 SUV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세단보다 훨씬 좋은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바짝 뒤따라오는 차의 헤드램프 불빛이 룸미러로 시야를 거의 괴롭히지 않는 것이 기분 좋다. 시트 높이가 웬만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SUV와 비슷하지만 운전감각은 지극히 세단스럽다. 이러한 묘한 분위기 덕분에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가게 된다.트렁크가 짧은 S60의 스타일 때문에 언뜻 보면 위에서 살짝 누른 X6나 GLE 쿠페 같은 크로스오버로 보인다 차에서 내려 이젠 호감어린 눈빛으로 CC를 바라본다. 크로스 컨트리의 전유물인 플라스틱 가드를 휠하우스 부근에만 살짝 덧댔을 뿐, 그 어디에서도 과장된 치장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시승차를 찬찬히 살펴보니 험한 길을 많이 달린 듯 휠과 가드에 잔상처가 많다. 크로스 컨트리의 진가를 맛보려 한 운전자가 많았던 탓일까? 이 차는 AWD가 아니라 FF인데. 그러나 오프로드를 달려보니 앞서 운전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65mm의 차이일 뿐인데 갈 수 있는 길이 확연하게 많아진다. 웬만한 오프로드를 아무렇지 않게 달리는 CC의 모습에서 FF냐 AWD냐는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어차피 사륜으로나 달릴 수 있는 하드코어를 찾는 이들은 CC에 눈길도 주지 않을 테니까.세단과 다름없는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평범한 세단보다 훨씬 매력적이다시승 모델은 지금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5기통이 아닌, 신형 4기통 디젤을 얹은 D4다. 2.0L의 배기량에 트윈 터보를 물려 190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넉넉한 토크를 낸다. 그러면서도 8단 자동변속기로 연비까지 챙긴 볼보의 차세대 드라이브트레인이다. 0→시속 100km 가속이 세단보다 0.1초 늦은 7.7초이지만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평균연비는 15.3km/L로 세단보다 1.0km/L 낮고 최고시속은 S60의 230km에 못 미치는 210km에서 제한된다. 고속 영역에서의 가속은 S60보다 근소하게 뒤지지만 꾸준한 뒷심으로 제원상 최고속도에 손쉽게 다다른다. 8단 자동변속기는 7~8단이 오버드라이브. 표준 모드에서는 다소 빨리 기어를 올리면서 연료를 아끼는데, 낮은 rpm에서도 큰 토크 덕에 가속이 부담스럽진 않다. 반면 S 모드에서는 아이들링 때에도 회전수를 높이고 변속 타이밍을 상당히 늦게 가져간다. 이렇게 적극적인 S 모드는 흔히 말하는 스포츠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세단에 비해 불리한 구조임에도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거슬리지 않고 코너에서도 차가 기우뚱거리는 일이 없다. 뒤 서스펜션이 세단의 독립식과 달리 트레일링 암 방식이지만 거동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키높이 모델임에도 주행감각은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S60과 별반 다르지 않다.시트 포지션이 세단보다 높아 승하차가 자연스럽다. 뒷좌석 헤드룸도 쿠페형 크로스오버보다 넉넉하다 S60 D4 CC의 값은 4,970만원으로 S60 D4(4,770만원)보다 200만원 비싸고 V60 D4 크로스 컨트리(5,220만원)보다는 250만원 싸다. S60보다 200만원을 더 투자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다만 트렁크 바닥이 S60처럼 평평하지 않은 건 좀 의외다. 템포러리 스페어 휠 키트 때문에 바닥이 표준형보다 120mm 높고 화물공간은 80L 적다. S60 자체가 트렁크가 큰 모델은 아닌 만큼 이 키트를 덜어내고 펑크 수리키트만 넣으면 어떨까 싶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크로스 컨트리와 비슷한 차는 스바루 아웃백이나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등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차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 데뷔한 푸조 508 RXH도 바로 이런 류의 자동차다. 그리고 이런 차들은 볼보가 만든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지상고를 높이면서 플라스틱 보강재를 두르고 디자인을 기본형보다 강인하게 다듬는다. 특히 약속이라도 한 듯 대부분 왜건이나 해치백의 키를 키운다. 이런 가운데 볼보는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답게 이번에는 과감하게 세단의 키를 높였다. 19년 전부터 크로스 컨트리를 만들고 있는 볼보의 내공과 자신감이 곁들여진 결과일 것이다.템포러리 스페어 휠 키트 때문에 바닥이 표준형보다 120mm 높다 크로스 컨트리가 더해진 볼보자동차코리아의 판매도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해 V40과 V60, S60 등 3개 모델에 크로스 컨트리를 더한 볼보코리아는 전년 대비 42.4%나 성장한 4,238대의 차를 팔았다. 아직 크로스 컨트리 3종의 판매비중은 낮지만, 30대와 40대 개인이 주요 고객임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가능성이 꽤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틀에 박힌 SUV나 왜건형 크로스오버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면 꼭 한번 S60 크로스 컨트리를 시승해보길 바란다. VOLVO S60 CROSS COUNTRY D4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휠베이스 1735kg길이×너비×높이 4638×1899×1539mm트레드 앞/뒤 1609/1567mm(17인치 타이어 기준)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트레일링 암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무게 2040kg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35/50 R18 미쉐린 프라이머시3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69cc최고출력 190마력/4250rpm최대토크 40.8kg•m/1750~25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7.7초최고시속 210km연비 15.3km/L(도심 14.0, 고속 17.2) 에너지소비효율 2등급CO₂ 배출량 153g/km값 4,970만원글 박지훈 편집장사진 최진호
MINI COOPER S CLUBMAN, 크고 넉넉하게.. 2016-02-26
미니스커트, 아이패드 미니, 미니어처 등에서 말하는 미니는 작고 짧은 것을 뜻한다. 사전적 의미처럼 미니 브랜드는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작고 재미있는 차'를 주로 만들어왔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귀여운 외모로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외모와 다른 반전의 퍼포먼스로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허나 무거운 스티어링 휠과 딱딱한 승차감,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속안정감과 비실용성 등으로 차는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실제 미니 브랜드에 입문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았다. 영화 '이탈리안 잡'에서 지하철 플랫폼을 누비던 작고 당찼던 미니가 클럽맨에 와서는 길고 넓어졌다. 게다가 도어의 개수는 6개, 와이퍼도 무려 4개나 된다. 기존 미니 마니아들에겐 훌쩍 커진 미니가 마뜩잖을 수도 있겠지만 미니 브랜드가 이를 모르진 않았을 터! 도대체 미니를 왜 키웠을까? 우리 미니가 커졌어요클럽맨을 앞에서 보면 영락없는 미니, 옆에서 보면 길어진 미니이고 뒷모습은 낯설다. 미니 역사상 가장 큰 테일램프를 포함해 양문형 냉장고처럼 문을 여닫는 스플릿 도어가 특징적이다. 늘 트렁크 가운데 자리잡고 있던 커다란 미니 배지가 반으로 나뉘는 해치게이트 모양 때문에 왼쪽 가장자리에 작게 자리했다. 머플러 역시 미니는 가운데 놓인 게 익숙한데 이젠 차체 양쪽 끝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차가 커진 느낌을 주는 데 일조한다.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아역배우가 예쁘게 잘 자라 성인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느낌이랄까? 실내에서도 미니가 추구하는 아기자기한 감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미니라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작고 귀여운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스티어링 휠에서부터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동글동글한 디스플레이, 비행기 스위치처럼 생긴 각종 버튼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일반적인 차가 아니라 귀엽고 장난감 같은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클럽맨은 미니다운 요소로 가득하면서도 훌쩍 커진 덕에 이젠 제법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한다. 기존의 미니 해치백은 4명이 타면 2명은 즐겁고 2명은 괴로웠다. 그러나 클럽맨은 4명 모두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뒷좌석 레그룸이 성인 남자가 타더라도 부족함이 없고 헤드룸도 여유가 있어 장거리에도 끄떡없다. 거기에 커다란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까지 확보했다. 트렁크 역시 널찍해 유모차와 기타 짐들이 많은 아기를 둔 가족들에게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트렁크 도어 안쪽에는 수납공간이 있어 세차용품들을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길어졌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으며 여전히 미니스럽다 겉모습을 둘러보던 중 가장 눈길이 간 곳이 바로 타이어다. 보통 출고 타이어를 보면 그 모델이 지향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닛산 전기차 리프에는 에코 타이어인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가, 포르쉐 911 GT3엔 세미 슬릭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수퍼 스포츠 컵2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클럽맨에는 브리지스톤의 스포츠 라인업인 포텐자 시리즈 중에서도 상급 모델인 S001이 끼워져 있다. 이는 단순히 커진 덩치로 인해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줄 만한 세팅이다. 격정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미리 좋은 운동화를 신겨놓은 격이다.성인 남자가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앞바퀴에 전달한다. 놀라운 점은 정말 조용하다는 것. '미니' 하면 온갖 잡소리와 하부소음, 풍절음 등으로 유명한데 클럽맨은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한 후 가속 페달을 밟아 시원하게 달려도 앙칼진 엔진 사운드만을 운전자에게 들려줄 뿐이다. 거기에 ZF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충격도 없고 빠른 변속까지 선사한다. 과거 미니는 에프터마켓용 코일오버 서스펜션 수준으로 딱딱했다. 그만큼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적합하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일반도로에서는 불편하고 각종 잡소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클럽맨의 서스펜션은 통통 튀지 않으면서 요철의 충격은 잘 걸러주고, 그러면서도 급격한 핸들링을 할 때엔 커진 차체를 잘 잡아준다. 사실 예전에 미니를 즐기려면 고속도로보다는 산길을 달려야 했다. 짧은 휠베이스가 코너링에는 유리했지만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불안했기 때문이다. 반면 클럽맨은 길어진 휠베이스로 독일산 세단 부럽지 않은 고속안정감을 보여준다. 고속 코너에서도 안정감 있게 라인을 타고 돌 수 있다. 살짝 무겁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려준다. 보통차보다 무겁다는 것이지,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져 이젠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미니를 운전할 수 있을 듯하다.트렁크공간은 뒷좌석을 접지 않더라도 넉넉하다 미니 브랜드는 기존의 마니아들 외에 더 많은 미니팬들을 확보할 생각이다. 그 중심에는 변종 같은 클럽맨이 있다. 그동안 미니는 너무 미니스러운 것을 고집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때문에 마니아들이 미니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리쌍의 개리는 과거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래퍼였다. 그가 예능을 시작했을 때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팬들이 많았다. 그의 음악이 변할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런닝맨'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여전히 개리다운 음악을 하고 있다. 래퍼의 DNA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클럽맨 역시 차체는 커졌지만 미니의 색깔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단지 거칠고 모났던 성격을 조금 순하게 만들었을 뿐 여전히 박력이 넘친다. 게다가 넉넉한 뒷좌석과 트렁크공간으로 실용성까지 겸비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차가 되었다. 누구나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미니 클럽맨. 앞으로 미니의 바람대로 팬클럽 회원수가 늘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MINI COOPER S CLUBMAN 보디형식, 승차정원 6도어 왜건, 5명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휠베이스 2670mm트레드 앞/뒤 1560/1561mm무게 148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25/40 R18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98cc최고출력 192마력/5000rpm최대토크 28.6kg•m/12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7.1초최고시속 228km연비 11.7km/L(도심 10.3, 고속 14.0) CO₂ 배출량 146g/km값 4,710만원글 안진욱 기자사진 최진호
BMW 218d ACTIVE TOURER, 슈퍼맨이 돌.. 2016-02-25
이휘재는 '잘 나가는' 남자였다. 훤칠한 키, 말끔한 얼굴, 재치 있는 언변까지 갖춘 매력남이었다. 요즘 그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의 여성편력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그래서 '이바람'이라고 불렸던 것도 이제 다 옛일이다. 쌍둥이의 아빠가 된 그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헐렁한 옷을 입은 채 두 아이를 돌본다. 지금 그에게 태풍처럼 몰아치던 이바람의 매력이라곤 입김만큼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슈퍼맨이 되어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BMW는 '잘 나가는' 자동차를 만든다.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iving Pleasure)을 외쳐온 BMW는 평범해 보이는 세단도 늘 정상급 코너링 머신으로 만들어 내놨다. 그들의 확고한 철학은 탄탄한 서스펜션과 후륜구동으로 실현되고 예리한 코너링으로 완성되었다. 2014년 3월, BMW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파란 엠블럼과 어울리지 않는 신차를 공개했다. BMW 최초의 전륜구동 MPV 액티브 투어러다. 아마도 그들은 멋과 재미를 내려놓고 슈퍼맨이 된, 이휘재와 같은 차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BMW 최초의 전륜구동 MPV기아 카렌스에 키드니 그릴을 달면 이런 모습일까? 액티브 투어러의 원박스 디자인은 BMW 엠블럼을 무색하게 한다. 짧은 오버행, 코로나 링, 키드니 그릴, 호프마이스터 킨크와 L형 테일램프까지, BMW만의 디자인 요소를 잔뜩 담았지만 펑퍼짐한 몸매 탓에 한눈에 BMW인 걸 알아채긴 쉽지 않다. BMW답지 않은 외모에 놀라고 나니, MPV답지 않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또 한번 놀래킨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생계형 MPV인데 내장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화려한 편의기능으로 치장돼 있다. 무릎 부분이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저씨가 사실은 식스팩과 새빨간 팬티를 숨기고 있는 셈이다. 마치 슈퍼맨처럼. 2세대 X1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새로운 스티어링 휠, 기계식 변속레버 등 최근 BMW에서 볼 수 없던 실내 파츠들은 아직도 신선하다. 디자이너는 아마도 실내 가득 햇빛을 채우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설계하며 가족들의 웃음이 차 안에 가득한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둥근 박음질로 장식된 1열 시트는 기존 BMW보다는 미니의 그것을 닮았다 인테리어에서 눈길을 떼면 넓은 공간감이 또 한번 “서프라이즈!”를 외친다. 실내공간은 성인 네 명을 태우고 장거리 크루징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에조차도 뒷바퀴에 더 많은 토크를 싣는 BMW가 대뜸 전륜구동 차를 만든 것도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륜구동을 채택하면 차체 중심부를 지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고,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 실내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2열 좌석은 똑똑하기까지 하다. 최대 130mm까지 앞뒤로 조정할 수 있는 덕분에 적재 및 탑승공간 배분이 자유롭다. 4:2:4 비율로 분할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는 트렁크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접히며, 스마트 액세스•전동식 트렁크 덕분에 발놀림 한 번이면 트렁크를 열 수 있다. 적재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공간은 평소엔 465L이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1,510L로 확장된다. 트렁크 바닥의 폴딩 플로어를 들추면 숨어 있던 70L의 추가 적재공간이 나타난다.슬라이딩 시트 기능 덕분에 앞뒤로 130mm까지 조정할 수 있다 보닛이 짧고 시트는 높은 덕분에 운전석 시야가 무척 좋다. A필러엔 쿼터글라스까지 있어 사각지대를 더욱 줄여준다. 3세대 미니와 플랫폼(UKL1)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둥근 스티치가 들어간 시트 디자인도 BMW보다는 미니의 그것에 가깝다. 힙 포인트는 치마 입은 여성이나 아이가 타고 내리기에도 편한 높이. 세단보단 높고 SUV 보다는 낮다.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B47)에 ZF 미션 대신 전륜구동 전용 아이신 8단 미션을 조합했다. 저회전 가속이 탁월한 디젤 엔진 특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소음과 진동을 잘 걸러내 실내가 쾌적하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3.6kg•m, 0→시속 100km 가속 8.9초. 짐과 사람을 가득 싣고도 가뿐하게 달릴 수 있는 힘이다.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엔진을 가로로 배치했다. 덕분에 보닛이 짧아져 운전하기 편하다 앞바퀴로 구동해도 BMW는 BMW. 겉보기엔 살림꾼이 다 됐지만 하체는 놀던 가락을 아직 못 버렸다. 몸집은 불었어도 하체가 탄탄하니 코너를 다소 거칠게 돌아도 롤링과 피칭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패밀리맨의 탈을 쓴 날라리가 되어 한바탕 삼바춤을 출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BMW는 이미 미니를 통해 전륜구동으로도 운전재미를 추구할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물론 전륜구동과 높은 차체가 주는 물리적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뒷바퀴굴림 BMW에 비하면 코너링 라인이 뭉툭하며, 편의성과 안락함을 위주로 세팅된 차인 만큼 스프츠 모드의 주행감도 다른 BMW에 비해 자극이 덜하다. 육아에 힘쓰느라 멋 부릴 겨를이 없는 이휘재처럼 안락한 주행감과 넓은 공간을 취하느라 날렵한 몸매와 예리한 코너링을 포기한 최초의 BMW, 액티브 투어러는 지난해 국내에서 1,268대가 팔렸다. 전륜구동을 단 변절자치곤 기대 이상의 성과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BMW는 앞으로 10종 이상의 앞바퀴굴림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올 상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2세대 X1 역시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한다.트렁크 바닥의 폴딩 플로어를 들추면 숨어 있던 70L의 추가 적재공간이 나타난다 BMW는 액티브 투어러를 런칭하며 세계적인 모델 캐롤리나 쿠르코바를 홍보대사로 삼았다. 그녀는 톱 모델인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다. 이 차는 그녀를 꼭 닮았다. 뭇 남성들이 선망하는 섹시한 타이틀을 가졌지만, 정작 본질은 일상성과 실용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고출력 400마력이 넘는 BMW M3를 탄다면 누구라도 수퍼맨이 된 기분이겠지만, 기분일 뿐이다. 액티브 투어러를 타는 패밀리맨은 누군가의 진정한 슈퍼맨이 될 수 있다. 그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의 아이는 외칠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고.원박스 스타일의 디자인, 옆모습만 봐서는 기아 카렌스를 닮은 느낌이다  BMW 218d ACTIVE TOURER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MPV, 5명길이×너비×높이 4342×1800×1555mm휠베이스 2670mm트레드 앞/뒤 1557/1558mm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무게 1410kg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05/55 R17 브리지스톤 투란자 T001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995cc최고출력 150마력/4000rpm최대토크 33.7kg•m/1750~2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8.9초최고시속 210km연비 17.0km/L(도심 15.6, 고속 19.1)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CO₂ 배출량 113g/km값 4,590만원글 김성래 기자사진 최진호
LOTUS EXIGE S ROADSTER AT, 퍼스트.. 2016-02-24
로터스는 괴짜다. 성능을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무게, 강성, 구조 등에 집착한다. 특히 가벼운 차체에 목을 맨다. 알루미늄 섀시, FRP 패널 등으로 무게를 g단위로 덜어낸다. 장비도 반드시 필요한 것만 단다. 사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실내만 한번 스윽 훑어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대시보드 아래쪽에 자리잡은 철제 뼈대가 바로 그 생생한 증거다.  그런 로터스가 무겁고 동력손실이 많다는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이제는 스포츠카도 시장의 요구에 발맞출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최신 스포츠카에게 자동변속기는 필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수퍼 스포츠카도, 포르쉐 911 GT3와 같이 트랙을 위한 스포츠카도 자동변속기를 단다. 아무리 고집이 센 로터스라고 해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기에는 자동변속기의 기술발전도 한몫 하고 있다. 자동변속기가 이전 그대로라면 대부분의 스포츠카들은 여전히 수동변속기를 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카 회사들이 쓰는 최신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만큼 가볍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엑시지의 자동변속기도 마찬가지다. 공차중량은 겨우 6kg 늘었고,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같거나(로드스터, 4.0초), 오히려 0.1초 줄었다(쿠페, 3.9초).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라기에는 믿을 수 없는 수치들이다.전자식 시프트 셀렉터와 알루미늄제 시프트패들. 생각보다 분위기가 흉흉하다 사실 로터스의 자동변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의 에보라 IPS가 먼저였다. 하지만 GT카인 에보라와는 달리, 엑시지는 퓨어 스포츠카다. 엑시지는 현재 로터스의 핵심 모델. 이전에는 엘리스의 고성능 버전이었지만, 세대교체를 거치며 엘리스보다 길이 243mm, 휠베이스 70mm가 긴 독자 모델로 거듭났다. 엔진 역시 V6 3.5L 수퍼차저로 키웠다. 엑시지 S의 경우 무려 345마력, 40.8kg•m의 힘을 낸다. 엑시지는 현재 로터스가 양산하는 합법적인(국내 법규를 만족하는) 로드카 중 가장 강력하다. 따라서 엑시지 오토매틱이 가지는 의미는 에보라 IPS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로터스가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에보라 IPS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모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V6 3.5L 수퍼차저 엔진은 여전히 날카롭고 힘차다 변속기를 제외한 모든 가치와 구성은 그대로 수동 모델과 자동 모델의 눈에 띄는 차이는 변속기와 관련된 것이 전부이다. 알루미늄제 변속 레버가 솟아 있던 센터터널에는 버튼식 시프트 셀렉터가 자리를 잡았다. 전자식이기 때문에 아래쪽에는 수납공간도 생겼다. 하지만 이처럼 턱이 낮은 수납공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엑시지의 실내는 중력이 전후좌우로 요동치는 전쟁터다. 도마뱀을 넣는다고 해도 몇 초 견디지 못하고 어딘가로 날아갈 게 뻔하다. 알루미늄으로 깍은 근사한 시프트패들을 스티어링 휠이 아닌, 칼럼에 달았다는 것도 아쉽다. 길게 이어지는 코너에서 변속을 하려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외에는 일반 엑시지와 다른 게 없다. 시승차가 화려해 보이는 건 각종 옵션으로 치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제 기계에 올라타는 느낌도, 잠수함 해치의 핸들처럼 무거운 기계식 스티어링도, 도로의 이음매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서스펜션과 버킷시트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통적인 와이어 방식의 가속 페달도 모두 그대로다.간결함의 끝을 보여주는 실내. 시승차가 화려해 보이는 건 자동변속기 모델이라서가 아니라 각종 옵션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6단 AT이다. 로터스가 토요타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ZF 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BMW도 가로 배치 레이아웃에는 아이신의 변속기를 사용한다. 시프트 셀렉터는 P, R, N, D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수동 모드는 시프트패들로 진입한다. 로터스의 주행 모드인 DPM의 투어(노말) 모드에서는 6,500rpm에서 스스로 변속하지만, 스포트 모드에서는 연료가 끊기는 7,000rpm에서도 운전자의 지시를 기다린다. 기어를 내려 물면 회전수 보상도 하는데, 투어 모드에서는 회전차가 큰 경우에만 작동한다. 엔진은 변함없이 날카롭다. 스타트 모터가 크랭크를 돌리는 순간, 토요타의 엔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뾰족한 사운드를 쏟아낸다. 회전질감도 마찬가지. 상승과 하락 속도가 빠르고 끈끈하다. 출력 특성은 자연흡기 엔진에 가깝다. 치솟는 회전수에 비례해 힘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로터스가 수퍼차저를 사랑하는 건 의미 없는 수치보다 반응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루프를 달거나 떼는 작업은 정말 인간적이다. 매뉴얼에 따라 정확히 달았음에도 비가 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특유의 운전재미도 여전하다. 스티어링은 손끝으로 타이어의 그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반응도 굉장히 빠르다. 단단하고 가벼운 섀시와 정교한 서스펜션은 끊임없이 타이어를 노면에 짓누른다. 물론 차를 적극적으로 다루기엔 수동변속기가 더 좋다. 자동변속기는 저회전에서의 동력전달이 거칠고, 고회전에서의 시프트다운이 다소 버벅거린다. 하지만 변속에 신경을 끄고 스티어링 감각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장점이다. 시승차는 가죽 패키지, 시트 히터, 크루즈 컨트롤, 주차 센서 등을 갖춘 호화로운 사양이었다. 그런데 이게 서드카 또는 세컨드카를 넘어 퍼스트카로 올라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느껴졌다. 물론 자동변속기 하나 달았다고 엑시지가 당장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로터스의 의도만큼은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이제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기술이나 수동 운전면허가 없어도 일반도로 최강의 코너링 머신을 즐길 수 있게 됐다.트랙에서만 탈 게 아니라면 엑시지는 로드스터가 답이다. 루프를 열면 운전이 더욱 짜릿해진다. 게다가 쿠페보다 로드스터가 더 가볍다  LOTUS EXIGE S ROADSTER AT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컨버터블, 2명길이×너비×높이 4052×1802×1153mm휠베이스 2370mm트레드 앞/뒤 1453/1499mm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스티어링 앞/뒤 랙 앤 피니언(논 파워)무게 1172kg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05/45 R17, 뒤 265/35 R18 피렐리 P제로 코르사엔진형식 V6 가솔린 수퍼차저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3456cc최고출력 345마력/7000rpm최대토크 40.8kg•m/4500rpm구동계 배치 미드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4.0초최고시속 233km연비 10.4km/L(도심 7.4, 고속 13.9)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222g/km값 1억4,05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최진호
HYUNDAI AVANTE, 생각이 바뀐 현대차의 산물 2016-02-22
국산차의 개선된 점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전 세대와 비교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타는 인기 모델일 경우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시장에서 금방 드러난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최근의 국산차는 새로운 세대가 나올수록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발전 속도와 범위가 빠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전 세대의 허점이 많았다는 뜻도 담고 있다. 개선할 부분이 많으면 다음에 보완된 부분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법이다. 아반떼는 현대차에서 비중이 큰 모델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쏘나타와 함께 세단 라인업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000만 대가 넘게 팔렸을 정도로(국산차 중 최초다) 많이 팔린 글로벌 인기 모델이다. 특히 구형 MD는 끝물임에도 지난해 미국에서 쏘나타보다 많이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전세계적으로 반응이 좋은데 유독 국내에서는 품질 문제가 불거져서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많이 팔리고 대중들의 관심이 큰 차종인 만큼 볼멘 목소리도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이 얼마나 되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아반떼는 전형적인 대중차다. 현대차가 내세우는 슬로건도 ‘수퍼 노말’이다. 대중차의 기본인 대중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그걸 뛰어넘겠다는 의지라도 담은 걸까? 달리 생각하면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느낌도 든다. 평범하고 무난하다는 말이 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구현하기는 힘들다. 디자인이 눈에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야 하고, 힘도 적절해야 한다. 승차감은 편안해야 하고 장치들의 사용은 어렵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어디 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많이 팔리는 대중차가 더 만들기 힘들 수도 있다.헤드램프에 테두리에 주간주행등을 넣고 안개등을 아래로 뺐다 특색은 줄었지만 완성도는 높아져디자인은 이전 모델보다 단정해졌다. 이전 세대인 MD는 아반떼 역사에서 획기적인 디자인 파격이 이루어졌다. 현란한 선과 면의 조합으로 대중차답지 않게 파격적이었다. 신형 AD는 부풀어 올랐던 게 가라앉은 것처럼 차분해졌다. 거칠고 시험적인 시도에서 한 단계 성숙한, 완성도를 높인 모습이다. 육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은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로 정체성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전 헥사고날보다 현대차 내 다른 모델과의 통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슷한 육각형 그릴을 쓰는 아우디와도 비슷해졌다. 특히 신형 아우디 A4와 분위기가 엇비슷하다. 개성 넘쳤던 MD를 생각하면 아반떼만의 특색이 줄어든 느낌이랄까.세련된 모양의 LED 리어램프 인테리어 역시 파격적인 MD와 달리 무난함을 추구했다. 화려함은 자제하고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품질감이 좋은 편이고 재질감이나 소재 배색 등도 적절하다. 다만 대시보드 플라스틱 질감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시승차는 풀옵션이라 기능이 꽉꽉 차 있다. 이제 차급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시대는 지났다. 준중형급이지만 온갖 첨단 기능을 그러모아 중형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실내공간도 여유롭다. 그러나 뒷좌석의 경우 무릎공간은 여유가 있지만 머리공간이 조금 빠듯하다. 쿠페형 스타일 때문에 C필러 경사가 큰 탓이다. MD도 그랬었는데 AD 역시 큰 변화가 없어 다소 아쉽다. 기아 K3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지만 신체가 성숙한 다 큰 자녀들을 뒤에 태우면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아반떼 풀옵션의 실내. 재질감이나 소재 배색이 적절하다 파워트레인은 1.6L 가솔린과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한다. 1.7L 디젤과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 조합도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요즘은 독일차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의 엔진 사운드는 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여전히 대다수 소비자는 조용한 차를 좋아한다. 아반떼는 그런 취향을 딱 맞춘다. 일본차가 정숙성이 좋다고 하지만 준중형급에 있어서는 국산차가 더 조용한 경우도 많다. 1.6L 엔진의 최고출력은 132마력, 최대토크는 16.4kg•m다. 가속은 매끈하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적당히 여유로운 힘이지만 급하게 가속을 할 때에는 어쩔 수 없는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엔진 소리에도 조금 불필요한 잡음이 끼어 있다. 변속기는 일반 토크 컨버터 방식. 변속은 매끈하고 변속 속도도 빠른 편이지만 수동으로 변속할 때에는 약간의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스포츠 주행이 아니라 추월이나 급가속 등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딱 불편함 없는 수준. 그러나 단수를 내릴 때 허용하는 엔진회전수가 예전보다 높아져 변속 유연성이 높아진 것은 반갑다.132마력의 힘을 내는 1.6L GDi 엔진 스티어링은 유연하지만 예전처럼 휙휙 돌아가지는 않는다. 전동식 스티어링(MDPS)의 이질감도 크지 않고 스티어링 반응은 중립성을 유지한다. 탄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아도 축 처지거나 늘어지지도 않는다. 하체는 확실히 과거보다 단단하게 세팅됐다. 급한 움직임에서 뒤가 앞을 따라가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전 모델에서는 뒤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런 불만을 의식해서 중점적으로 개선한 듯하다. 고속안정성도 높아졌고 특히 빠른 속도에서 차선을 바꿀 때 흔들림이 줄었다. 고속에서 급제동할 때 차가 요동치는 현상도 감소했다. 파워트레인은 같지만 하체 세팅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운동성능이 개선된 느낌이다. 물론 스포츠 주행성능의 향상이라기보다는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안정성 향상이다. 더불어 승차감이 좋아졌다. 좀 더 단단해진 느낌으로, 출렁거림이 덜하고 진동을 잘 걸러내 편안하다.시트는 편안하고 센터 암레스트 덮개가 앞쪽으로 슬라이딩된다중형차 못지않게 넉넉한 뒷좌석. 헤드룸이 살짝 부족하고 전용 송풍구와 2단 열선 기능을 갖췄다 대중차 만들기의 노하우 담긴 모델대중차는 호감 가는 스타일에 편하게 탈 수 있고 편의장비를 적당히 갖추는 게 미덕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차가 보다 대중차다워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무난함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신형 아반떼는 대중차의 노하우를 아주 잘 살렸다. 구형 MD는 스타일 때문에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신형 AD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몰 수 있는 차가 된 느낌이다. 현대가 추구하는 독일차 따라하기도 아반떼에서는 적당히 자제했다. 애매한 스포츠 세단 느낌보다는 한국형(혹은 북미형) 대중차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것. 시승에 함께 나오지는 못했지만 디젤 모델의 상품성도 꽤 높다. 가솔린 모델만큼이나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힘과 연비는 훨씬 더 좋다. 소형 수입 디젤차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인 모델이다.트렁크는 차급 평균적인 크기이다뒷좌석 등받이를 4:6으로 접을 수 있다(최고 등급에서만 가능) 신형 아반떼에서는 차를 만드는 현대차의 의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만들어 놓으면 팔리겠지’에서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안 팔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본질에 대해 좀 더 고민한 티가 역력하다. 국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잣대는 높아졌고, 수입차의 영향으로 취향은 다양해졌다. 애국심이나 가격 때문에 국산차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아반떼는 이에 대응하는 현대차의 바뀐 전략을 실물로 보여준다. HYUNDAI AVANTE 1.6 GDi PREMIUM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 길이×너비×높이 4570×1800×1440mm 휠베이스 2700mm 트레드 앞/뒤 1563/1572mm무게 1290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 브레이크 V디스크/디스크타이어 225/45 R17 한국 키너지 GT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591cc 최고출력 132마력/6300rpm 최대토크 16.4kg•m/485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 연비 13.1km/L(도심 11.7, 고속 15.4) 에너지소비효율 3등급 CO₂ 배출량 126g/km 기본/시승차 2,165만원(프리미엄)/2,611만원(풀옵션)글 현성현사진 최진호
스타일 가다듬은 K시리즈 준중형차, KIA K3 2016-02-19
요즘 준중형차를 보면 굳이 중형차가 필요 없을 정도로 차가 커지고 중형차에나 들어갈 법한 다양한 장비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이 중형차보다 작지만 현대나 기아차의 경우 직분사 엔진을 얹고 상대적으로 가벼워 평범한 2.0L급 중형차 정도의 성능은 충분히 낸다. 뒷좌석에 어르신을 주로 모실 게 아니라면 준중형차를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많은 이들이 중형차를 타는 이유는 차 자체의 상품성이나 거주성의 확연한 우위 때문이라기보다는 남들이 다 타는 무난한 차급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의 차가 대부분 중형차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준중형차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타는 차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요즘 준중형차는 상당히 젊은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최신 패밀리룩 적용하고 뒷모습 가다듬어현대 아반떼의 대항마인 기아 K3가 출시 3년이 지나면서 페이스리프트되었다. 얼굴은 좀 더 최근의 기아차스러워졌다. 신형 K5나 카니발처럼 헤드램프가 그릴까지 연장되었고 앞 범퍼를 다듬으면서 좌우에 공기흡입구를 더했다. 뒷모습에서는 다소 큰 느낌을 주었던 리어램프를 슬림하게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즉, LED 가이드의 두께를 줄이고 후진등을 아래로 길게 깔아 램프의 크기가 주는 부담을 줄였다. 뒤 범퍼 하단부 역시 앞 범퍼처럼 좀 더 차분한 느낌으로 다듬었다. 전반적으로 전작의 급진적인 톤을 낮추면서 세련미를 높였는데, 아반떼의 진화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여전히 젊은 분위기의 실내. D컷 스티어링 휠을 기본으로 달고 카본 무늬 패턴과 세부적인 스위치류를 개선했다 실내에서는 큰 변화 없이 버튼류 등을 소소하게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D컷 모양의 스티어링 휠을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했는데, 사실 이러한 휠은 보기에는 좋지만 평범한 준중형차에서는 기능적인 메리트가 크지 않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노블레스(2,095만원)에 내비게이션과 주차조향보조 시스템 등을 적용한 2,315만원짜리 풀옵션이다. 덕분에 웬만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어 중형차가 전혀 부럽지 않다. 국산차에서는 인색한 뒷좌석 등받이 6:4 분할은 물론 뒷좌석 히팅, 센터 암레스트 등을 갖췄지만 가격표를 살펴보니 2,095만원짜리 노블레스 트림에만 달린다. 분할시트나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정도는 그 이하 등급에도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차급으로는 당연하지만 실내의 플라스틱 비중은 높은 편이다. A필러나 도어트림 등 실내 곳곳에 플라스틱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품질감이 나쁘지 않다. 수납공간은 넉넉한 편이긴 하나 운전석 뒷좌석에는 포켓이 없다. 데뷔 때부터 동급 최초로 운전석 이지 억세스 기능(승하차시 시트가 뒤로 밀리는 기능)을 갖췄지만 스티어링 휠까지 지원하진 않아 반쪽짜리 기능일 뿐이다. 그밖에 통풍시트, 측후방경보 시스템 등 편의 및 안전장비는 차고 넘친다.3개의 헤드레스트와 3점식 벨트, 별도의 송풍구와 2단 열선 시트를 갖춘 뒷좌석 뒷좌석 거주성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릎공간이 넉넉하고 바닥도 거의 평평하지만 스타일 때문인지 헤드룸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센터 암레스트는 스키스루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2단 열선과 뒷좌석 전용 송풍구까지 갖췄다(물론 노블레스만의 장비). 트렁크공간은 동급 대비 넉넉한 편으로, 열리는 부분이 넓고 바닥이 낮아 활용성이 좋다. 신형 아반떼처럼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뒷부분에 머무르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활용도가 그리 큰 장비는 아니다.1.6L 가솔린 직분사 132마력 엔진. K3를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심장은 신형 아반떼와 같은 1.6L 가솔린 직분사 132마력 엔진. 제원상 구형보다 마력과 토크가 약간 줄고 연비는 아주 조금 좋아졌으나 별다른 의미 없는 수치놀음일 뿐이다. 급가속시 레드존인 6,500rpm에 가까운 시점까지 팽팽 돌아가는 엔진은 평범한 준중형차의 그것으로는 만족스러울 만큼 활기차다. 엔진음 자체는 무미건조하지만 진동을 잘 걸러낸다. 배기량의 한계로 토크는 옅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으며, 운전자만 탔을 때 시속 200km 정도까지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의 평범한 구성으로 예전의 국산차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요철을 지났을 때의 2차 울렁임이 거의 없으며 웬만한 코너에서도 거동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215/45 R17 사이즈의 한국 옵티모 H426는 OE 타이어임에도 겨울철 나쁘지 않은 그립을 보여주었다.뒷좌석 6:4 폴딩은 최상급인 노블레스 트림에서만 가능하다 단 AT는 변속이 매끈하며 수동으로 기어를 바꿀 때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다만 다운시프트 때 약간의 움찔거림은 어쩔 수 없는 모양. 노말, 에코, 스포츠의 세 가지 주행모드 역시 각 모드별 차이가 예전보다 선명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하게 변속 타이밍을 늦게 잡으며 활기차게 움직이고 에코 모드에서는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연비는 고속도로 정속주행시 20km/L를 내기도 하고 시내에서 가감속을 일삼을 경우 10km/L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승 기간 400km를 달린 평균연비는 표시연비보다 높은 15.8km/L를 기록했다.트렁크는 개구부가 넓고 짐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K3는 기아를 대표하는 준중형차다. SUV를 제외한 승용차 라인에서 경차인 모닝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볼륨 모델이다. 예전 쎄라토나 포르테 시절에는 아반떼와의 격차가 제법 컸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신형 아반떼는 K3보다 최신 모델이고 2.0L 엔진이나 일부 고급 장비도 더 얹고 있지만 그건 아주 고급 모델에서나 선택 가능한 옵션일 뿐, 일반적인 중간 등급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특히 K3는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러웠던 뒷모습이 개선되어 매우 반갑고 앞모습도 꽤 그럴싸해졌다. 그레이드 및 가격을 평범하게 분류한 아반떼와 달리 K3는 장비를 달리 한 같은 값의 트렌디 3개 모델을 운영하는 등 가격 및 장비 구성 면에서 좀 더 세분화되어 있다. 결국 취향의 문제일 뿐 아반떼나 K3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슷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KIA K3 1.6 GASOLINE NOBLESSE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560×1780×1435mm휠베이스 2700mm트레드 앞/뒤 1560/1570mm무게 1270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15/45 R17 한국 옵티모 H426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1591cc최고출력 132마력/6300rpm최대토크 16.4kg•m/48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자동 6단연비 13.2km/L(도심 11.8, 고속 15.4)에너지소비효율 3등급CO₂ 배출량 131g/km기본/시승차 2,095만/2,315만원글 박지훈 편집장사진 최진호
PORSCHE 911 CARRERA S, 화려하게 열어.. 2016-02-15
 독일 뮌헨을 이륙한 비행기가 남서쪽으로 비행한 지 4시간 여. 기수를 낮춘 비행기는 대서양에 떠 있는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에 착륙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스페인령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북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 인접한 이곳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휴양지. 하지만 우리는 그 멋진 자연경관이나 사시사철 따뜻하다는 날씨, 유럽에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서의 역사적 흔적보다는 잠시 후 만나게 될 차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차는 터보 엔진을 얹은 911이면서도 911 터보가 아닌 그냥 911 카레라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자연흡기 대신 소배기량 터보 엔진으로 심장을 갈아치운 신형 911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라지지 않은 듯 많이 달라진 911비행기는 아직 바다 위를 날고 있지만 사실 이 차에 대한 브리핑은 이미 끝난 터였다. 이륙 후 1시간 동안의 식사가 끝나고 나니 승무원들이 아이패드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여기에는 신차에 대한 각종 기술자료와 동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시승행사라면 비행기 착륙 후 환영 이벤트와 신차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기 마련. 그런데 이번 시승 행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시승차가 제공되었다. 바로 출발하는 게 맞는 건지 머뭇거리며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긴 말 필요 없으니 일단 타보라는 뜻인가? 하지만 첫날 일정은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비교적 짧은 코스, 게다가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라 교통량까지 많아 액셀 페달 한번 제대로 밟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맛보기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날 저녁 환영파티를 겸하는 디너에서도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시승 위주다. 여기에 얹은 기술들이 이미 공개된 것들이니 시시콜콜한 설명보다는 직접 몰아보고 확인하라는 자신감인 모양이다. 이튿날 테이다 산 주변 도로를 달리는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준비된 911은 모두 뒷바퀴굴림 카레라와 카레라 S의 쿠페와 카브리올레 버전 네 가지. 한국 기자들에게 배정된 것은 420마력의 카레라 S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PDK와 리어 스티어링을 갖춘 최고급 트림이었다. 보통 새차를 시승할 때에는 디자인 변화부터 살피게 되지만 사실 이 차는 2011년 풀 모델 체인지된 현행 코드네임 991의 마이너체인지 버전이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나 마이나체인지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얼굴을 보면 범퍼 부분에 변화가 집중되어 있다. 흡기구의 형태가 약간 달라지고 그 둘레 굴곡에도 변화가 있었다.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보다 훨씬 얇아졌다. 양쪽 흡기구에 설치된 루버는 이제 가동식으로 바뀌어 마치 상어 아가미를 보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여닫히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991의 페이스리프트는 헤드램프 디자인을 손대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한다. 996에서 실험적 디자인으로 흑역사를 썼던 911의 얼굴은 997을 거쳐 지금의 991에서 옛 미모를 되찾았다. 고전적인 특징을 잘 담아냈으면서도 충분히 현대적이고 아름답다. 그런데 엉덩이는 크게 달라졌다. 엔진 교환에 따른 변화다.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을 담다911은 엔진을 뒤에 얹는 만큼 리어 윈도 아래에 공기구멍이 달린다. 그 형태는 시리즈마다 혹은 엔진 트림에 따라 달랐는데, 991 초기형에는 가로로 3개의 슬릿을 넣은 디자인으로 공기배출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356이나 550, 초기형 911을 연상시키는 세로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이는 보다 많은 공기를 필요로 하는 터보 엔진을 위함이다. 그리고 범퍼 양쪽 아래에는 인터쿨러를 식힌 공기를 뽑아내기 위한 배출구가 새로 뚫렸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형태를 거의 그대로 두면서 중간을 옴폭하게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다. 자동차들은 공기를 가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경제형 차라면 단순히 저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포르쉐의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은 공력특성과 열관리, 그리고 달리기 성능까지도 아우른다. 수퍼카 918을 통해 새로운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실험했던 포르쉐는 이제 그 기술적 성과들을 여러 모델에 투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액티브 에어 플랩은 양산형 포르쉐로는 최초. 정차시에는 자동으로 열려 냉각성능을 높이고 시속 15km부터 조금씩 닫혀 시속 160km를 넘기면 다시 몇 단계에 걸쳐 열리는 방식이다. 플랩 제어는 컨버터블의 소프트톱이나 선루프 개방 유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프론트 루버가 닫히면 공기흐름이 달라져 앞쪽 양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곧 공력 밸런스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에 플랩 각도에 따라 가동식 리어 스포일러 각도를 연계해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 다운포스를 늘리는 역할을 하지만 이제는 터보 엔진을 위한 공기 유입량 조절이라는 새로운 임무도 부여받았다. 기본적으로는 시속 60km에서 솟아오르지만 앞쪽 플랩에 따라서도 각도가 조절되고, 버튼을 눌러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형태, 조작 스위치의 배치나 형태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뭔가 달라 보이는 듯 하다면 그건 바로 GT 스포츠 스티어링 덕분이다. 스위치 개수는 약간 줄었지만 금속 스포크에 나사를 노출시킨 디자인은 918 스파이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림 직경도 기본형의 375mm에서 360mm로 줄어들어 더욱 스포티하다. 특히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4시 방향에 스위치가 달리는데, 회전링을 돌려 노멀/스포츠/스포츠+/인디비주얼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중앙의 버튼은 20초간 추가적인 가속성능을 제공하는 일종의 부스트 버튼으로 PDK 버전에만 제공된다. 이제는 카레라도 터보 엔진이다이번 변화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엔진이다. 911은 그 이름과 복서 엔진, 리어 엔진 레이아웃, 그리고 부치 포르쉐가 그렸던 디자인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50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그 중에는 공랭식 엔진에서 수랭식 엔진으로의 교체나 4WD 시스템, 자동변속기의 도입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 터보 엔진 도입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대격변이다. 911 팬들을 분노시켰던 공랭식 엔진 폐기 때도 그랬지만 여기에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991 등장 당시 얹었던 수평대향 6기통 3.5L(카레라)와 3.8L(카레라 S)는 최고출력 350마력과 380마력으로 자연흡기이면서도 L당 1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실력가였다. 직분사와 가변 흡기, 가변 밸브 등 적용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해서 뽑아낸 성능이기 때문에 출력과 환경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나 터보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르망 경주차 919와 수퍼카 918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과 달리 911은 비교적 전통적 수법인 배기량 축소 + 터보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다음 세대 911(992)은 PHEV로 바뀐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사실 포르쉐는 그 어떤 메이커보다도 터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반응이 리니어한(평탄한) 자연흡기 엔진이야말로 스포츠카다!'라는 주장도 물론 틀리지 않다. 역대 911은 자연흡기 복서 엔진으로 그 주장에 힘을 실어온 존재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에 터보를 도입해 과급 엔진 스포츠카의 아이콘이 된 것 역시 911이다. 1975년 처음 등장했던 911 터보는 3.0L 배기량으로 26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했으며 독특한 리어 윙 디자인을 더해 도로와 서킷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에는 580마력에 네바퀴를 굴리고, 최고시속 330km가 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1975년 이후 오늘날까지 가장 강력한 911은 언제나 터보였던 셈이다. 신형 911 카레라의 배기량은 3.0L. 여기에 터보차저 2개를 달아 최고출력을 370마력(카레라)과 420마력(카레라 S)으로 끌어올렸다. 출력향상은 20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최대토크가 각각 45.9, 51.0kg•m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불과 1,700rpm에서 피크치에 도달해 5,000rpm까지 평탄하게 유지된다. 자연흡기로는 불가능한 넓은 토크밴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뱅크당 하나씩 연료펌프와 실린더 중앙에 배치된 직분사 인젝터가 250바의 압력으로 연료를 직접 연소실에 분사하고, 바리오캠 플러스가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량을 제어한다. 80년대 말 959에서 사용했던 시퀀셜 터보나 가솔린차 최초로 911 터보가 도입했던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는 모두 터보의 고질적인 반응지연(터보랙)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신형 엔진은 터보임에도 1,70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만큼 응답성이 뛰어나지만 실제 액셀 페달을 밟아보면 아주 약간이나마 터보랙이 느껴진다. 포르쉐는 PDK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이 남은 2%의 아쉬움을 해결했다. 재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듀얼 클러치식 변속기 PDK는 크루징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단수를 낮추어 엔진회전수를 최소한 3,000rpm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따라서 드라이버는 언제라도 엔진을 최대토크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연흡기의 리니어함과는 다르지만 액셀 페달을 살짝 밟으면 언제나 묵직한 토크가 차체를 순식간에 가속시킨다. 리어 스티어링으로 더욱 날렵한 코너링이번 시승에 앞서 터보 엔진만큼이나 신경 쓰였던 것이 리어 스티어링이었다. 뒷바퀴 각도를 움직이는 4WS는 중저속에서 회전반경을 줄여 타이트 코너 공략에 유리한 반면 핸들링 감각에 이질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포르쉐가 퓨어 스포츠인 911 GT3에 사용할 정도라면 이미 숙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  이번 시승행사가 열린 테네리페 섬은 제주도 같은 화산섬으로 중앙에 우뚝 솟은 테이다 산 주변의 도로를 활용해 시승 코스가 구성되었다. 초반에는 관광객과 자전거족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점심식사 후 화산암 지대를 벗어나자 북쪽 항구를 향해 내려가는 기다란 와인딩 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액티브 서스펜션을 달면서 지상고를 10mm 낮추고 4WS까지 조합한 911의 새로운 하체를 시험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 확인해본 신형 911의 핸들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뿐이었다. 동작 패턴이 단순했던 예전 4WS와 달리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시속 80~150km의 속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이트 코너를 공략할 때 그 능력이 두드러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뒤가 끌려가는 느낌이 없으면서 차체는 요잉을 쉽게 만들어냈다. 액셀 페달을 적극적으로 밟아도 뒷바퀴가 미끄러지기는커녕 강력한 그립으로 코너 출구에서 힘차게 엉덩이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이전보다 넓어진 타이어(카레라S의 경우)도 한몫 거들었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 때문인지 코너 아펙스 부근에서의 움직임이 예상과는 살짝 다르다고 느껴지지만 예전 닛산/인피니티 HICAS처럼 엉덩이가 빙글 돌아가는 감각은 아니다. 딱히 오버스티어는 아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차는 이미 코너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낮은 속도에서 뒷바퀴를 앞쪽과 반대로 꺾어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 수 있는 반면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덜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911의 고속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발군의 와인딩 능력과는 반대로 고속도로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안락함을 제공한다. 엔진과 변속기 제어뿐 아니라 가변식 댐퍼(PASM)와 가변식 엔진 마운트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또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줄이기 때문에 댐퍼를 지나치게 단단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PASM은 이제 카레라부터 기본으로 달린다. 911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스포츠카이자 그랜드 투어러(GT)로서의 본분을 잊은 적이 없으며 이런 기술적 진보는 911을 더욱 완벽하고도 강력한 GT카로 진화시켰다. 부스트 버튼이 제공하는 20초의 마법PDK는 스포츠와 스포츠+ 모드에서 한 박자 빠른 반응과 함께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한다. 그러다가도 액셀과 스티어링 조작이 약간 느긋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단수를 높여 엔진회전수를 끌어내린다. 여기에 멈출 때마다 시동을 꺼버리는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추가한 덕분에 연료를 절약하고(구형보다 100km당 0.8L를 덜 쓴다) 소음도 줄일 수 있겠지만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드라이버라면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 차는 드라이버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알아차려 돌격 모드로 전환하니 말이다. 만약 옆에서 알짱거리는 차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지긋이 액셀 페달을 밟으면 된다. 상대가 비슷하게 따라온다면? 또 하나의 비밀병기가 있다. 바로 스티어링 휠 4시 방향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휠 중앙에 마련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 마치 르망 하이브리드 머신의 부스트 버튼처럼 이걸 누르면 20초간 추가적인 가속력을 제공한다. 론치 컨트롤의 추월 가속 버전인 셈인데, 등판을 때릴 만큼의 엄청난 추가가속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제법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꽤 많이 떠들었음에도 아직 이 차에 대해 다 설명한 것은 아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사고예방 브레이크, 차선경고장치 같은 안전 및 편의장비가 추가되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 확장성을 개선하는 한편 실시간 교통상황이 적용되는 온라인 내비게이션을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포르쉐 커넥트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나 캘린더 정보를 연동할 수도 있다. 이번 911은 마이너체인지임이 분명하지만 마이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형 구동계는 터보의 단점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자연흡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울러 조절식 댐퍼와 가변식 마운트,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카레라 S에 옵션으로 마련된 리어 스티어링이 어우러져 와인딩에서는 더욱 날카롭고,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쾌적하면서도 빨라졌다. 911은 원래부터 스포츠카와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그 변화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시승을 마치고 나자 일행들과 어제 나누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터보 엔진이라 반응이 리니어하지는 않겠지? 4WS 감각도 조금은 이상할 테고", "그런데 포르쉐잖아. 단점을 그대로 내놓았을 리는 없지. 지금 이렇게 헐뜯어도 결국 내일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을 걸?". 장난처럼 말했던 어제의 대화는 결국 예언이 되었다. 자칭 자연흡기 신봉자들조차 수긍하게 만들 만큼 신형 911은 강력한 힘과 뛰어난 달리기 성능, 아울러 장거리 여행마저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안락함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매번 완벽해 보이는 차임에도 새로운 여지를 찾아 어김없이 진화시킨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 50년의 역사를 넘긴 이 차는 '노익장'이나 '장수' 같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깊은 매력과 자기개발로 항상 시대를 선도해온 스포츠카의 아이콘. 이번 시승도 그 당연한 사실을 재차, 삼차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911 CARRERA S COUPE 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2명길이×너비×높이 4499×1808×1302mm휠베이스 2450mm트레드 앞/뒤 1543/1518mm무게 1440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45/35 R20뒤 305/30 R20, 피렐리 P제로엔진형식 수평대형 6기통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2981cc최고출력 420마력/6500rpm최대토크 51.0kg•m/1700~5000rpm구동계 배치 뒤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3.9초최고시속 306km연비(유럽 기준) 13.0km/L(도심 9.9, 고속 15.4)CO₂ 배출량(유럽 기준) 174g/km값 미정  911 CARRERA S CABRIOLET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컨버터블, 2+2명길이×너비×높이 4499×1808×1298mm 휠베이스 2450mm트레드 앞/뒤 1543/1518mm무게 1530kg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45/35 R20뒤 305/30 R20, 피렐리 P제로엔진형식 수평대형 6기통 직분사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2981cc최고출력 420마력/6500rpm최대토크 51.0kg•m/1700~5000rpm구동계 배치 뒤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4.3초최고시속 304km연비(유럽 기준) 12.8km/L(도심 9.8, 고속 15.4)CO₂ 배출량(유럽 기준) 178g값 미정글 이수진 편집위원사진 포르쉐
SUV 최강의 스포츠카를 꿈꾼다, PORSCHE MAC.. 2016-02-05
SUV에 과연 스포츠카 같은 고성능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포르쉐가 다듬어낸 마칸 GTS는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대답을 들려줄 것임에 틀림없다.  "선도차와는 차 세 대 분 거리를 벌리세요." "제 라인을 잘 보고 카피하란 말입니다!" 앞서 달리는 인스트럭터가 무전으로 지시를 쏟아낸다. 이곳은 호텔에서 10여 분 달려 도착한 한적한 동네 오르막길. 인적 드문 이 도로는 얕은 뒷산을 오르는 짧은 와인딩로드인데, 진행 요원들이 입구를 막아놓은 걸 보니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길인 듯하다. 설명을 듣자하니 인근 스피드 마니아들이 모여 가끔 힐클라임 경기를 벌이는 장소라고. SUV로 달리기에는 아깝지만 마칸 GTS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포르쉐가 만든 이 콤팩트 SUV는 360마력 엔진과 PDK, 그리고 스포츠 액티브 서스펜션을 조합해 SUV 최고의 스포츠카를 노리는 야심가이니 말이다. 마칸 터보 다음가는 고성능GTS는 터보 다음가는, 그러니까 마칸 라인업 중 성능 2인자다. 마칸은 3.6L 340마력의 마칸 S와 4.0L 400마력의 마칸 터보, 그리고 마칸 S 디젤(258마력) 세 가지가 있다. 그리고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유럽에서 판매되는 4기통 2.0L 터보 252마력의 기본형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가지다. 여기에 최근 360마력의 마칸 GTS가 추가된 것. GTS라는 이름을 가진 포르쉐로는 10번째 모델이자 마칸으로는 5번째 엔진 라인업이다. GTS라는 명칭의 역사는 1963년 904 GTS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카이엔과 911, 복스터 등을 통해 부활되었다. GTS에 자연흡기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911 GTS가 911 터보와 카레라 S 사이를 메우는 모델이었기 때문. 그런데 터보 엔진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연흡기라는 타이틀은 이제 거두어야 한다. 마칸의 경우만 보아도 전 라인업이 터보다. 그냥 포르쉐는 기본형→S→GTS→터보 순으로 성능이 높아진다고 기억하면 쉽다.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리는 마칸 GTS는 범퍼 디자인으로 다른 마칸과 구별할 수 있다. 프론트 그릴 양 옆 흡기구가 터보만큼 크지만 수평 루버 중 하나가 범퍼에서 튀어나오듯 디자인된 것이 다르다. 따라서 위쪽은 검은색이지만 아래쪽은 보디 색상을 따른다. 시승차에는 없었지만 LED 헤드램프를 옵션으로 마련했고 20인치 휠은 매트블랙의 스파이더 디자인. 시트 중앙과 도어 트림, 필러 안쪽 마감은 알칸타라를 사용했다. 마칸 GTS는 V6 3.6L의 마칸 S 엔진을 기반으로 출력을 20마력 높였다. 51.0kg•m로 강화된 최대토크는 1,450~4,0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뿜어낸다. 이 엔진은 보어 96.0mm, 스트로크 69.0mm의 숏스트로크형으로 스포츠카에 더 어울려 보인다. 마칸이 오프로드가 아니라 온로드를 빨리 달리기 위해 태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변속기는 PDK가 기본. 오르막 와인딩에 선행차는 911이지만 마칸 GTS는 쫓아가는 데 전혀 허덕이거나 미적거리지 않는다. 1.9톤에 육박하는 가볍지 않은 몸으로 타이트 코너에서 노즈를 밀어 넣는 움직임이 여느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바꾸는 액티브 서스펜션이 하체를 단단하게 받치는 사이 360마력 엔진과 PDK는 어느새 코너 탈출에 맞추어 재가속을 준비한다. 이 차의 네바퀴굴림은 프로펠러샤프트에서 다판 클러치를 이용해 전륜용 토크를 뽑아내는 방식이라 기본적인 특성은 뒷바퀴굴림(FR)에 가깝다. 게다가 마칸 S보다 지상고가 15mm 낮고 액티브 서스펜션(PASM)까지 장비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옵션. 차체 무게는 꽤 나가지만 급제동이나 롤링으로 인한 하중이동이 적고 항상 드라이버의 제어 아래에 있다는 믿음을 준다. 'SUV 순혈 스포츠카'라는 그들의 주장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포르쉐가 최초의 SUV 카이엔을 공개했을 때의 거부감은 이제 처음만큼 강하지 않다. 게다가 덩치가 작은 마칸은 카이엔에 비해 더욱 포르쉐 색채가 짙은 SUV가 되었다. SUV에 과연 스포츠카 수준의 달리기가 필요한가에 대해 속 시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SUV를 찾는다면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해답은 아마도 마칸일 것이다.  PORSCHE MACAN GTS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길이×너비×높이 4692×1926×1609mm휠베이스 2807mm트레드 앞/뒤 1650/1658mm무게 1895kg서스펜션 앞/뒤 5링크/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앞 265/45 R20, 뒤 295/40 R20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트3엔진형식 V6 가솔린 직분사밸브구성 DOHC배기량 2997cc최고출력 360마력/6000rpm최대토크 51.0kg•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형식 7단 자동(PDK)0→시속 100km 가속 5.0초최고시속 256km연비(유럽 기준) 11.4km/L(도심 8.8, 고속 13.5)CO₂ 배출량(유럽 기준) 207g/km값 미정글 이수진 편집위원사진 포르쉐
압도적인 최고급 SUV, BENTLEY BENTAYGA 2016-02-02
 “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럭이구만.” 에토레 부가티는 1930년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경주차를 이긴 벤틀리를 이렇게 조롱하며 애써 위안 삼았다.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2015년, 부가티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벤틀리 최초의 SUV 그 주인공은 바로 벤테이가.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가 꼿꼿이 지켰던 신념처럼, 벤테이가는 세상의 모든 SUV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제일 빠르다.  지난 11월 19일, 스페인 남녘 끝에 자리한 휴양도시 마르벨라에서 세계 최초로 벤틀리 벤테이가를 시승했다. 이번 행사 내내 벤틀리 CEO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함께 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딱 40명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만 초청한 아주 특별한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18일 저녁, 기자는 일본, 중국, 미국 등과 함께 두 번째 그룹으로 마르벨라를 찾았다. 돌이켜 보니 뒤르하이머의 말엔 과장이 없었다. 일정의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스페인 말라가 공항에 내려 입국장으로 들어서자 스태프가 벤틀리 푯말을 들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서니 영국에서 공수해온 오른쪽 운전석의 플라잉스퍼가 전용 기사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뒷좌석에 몸을 싣기가 무섭게 플라잉스퍼는 땅 위를 살짝 떠서 날아가듯 내달렸다. 숙소는 호화 리조트 ‘델마’.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방이 으리으리하다. 드레스룸 벽에 표시된 숙박료를 보니 하룻밤에 1,800유로(약 234만 원). 저녁 식사는 리조트 내 미슐랭 별 두 개짜리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그날 밤,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코니로 나섰다. 의자 깊숙이 앉아 파도 소리에 귀 기울였다. 벤테이가 오너의 삶이 이러려니 싶었다. SUV 비율로 재해석한 벤틀리 디자인19일 아침이 밝았다. 프레젠테이션이 예정된 해변의 특설 부스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벤테이가 10대가 코끝을 맞춰 늘어섰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우린 각자의 차로 흩어졌다. 이번 여정의 파트너는 일본 대표로 온 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 가네코 히로히사. 희끗한 반백발과 섬세한 주름에 연륜이 뚝뚝 묻어나는 멋쟁이 신사다. “왜 일본에서 당신 한 명밖에 안 왔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이 일본보다 벤틀리를 더 많이 판다”며 멋쩍게 웃는다. 이번뿐 아니라 최근 다녀온 벤틀리 행사에서 한국팀은 줄곧 VIP 대접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시장 가운데 하나인 까닭이다. 심지어 볼프강 뒤르하이머도 이날 모인 각 나라 기자 앞에서 한국 시장의 실적을 언급했을 정도다. 벤테이가는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다. 잘 생기진 않았지만, 웅장하고 격조 높은 외모다. 얼굴은 그 어떤 벤틀리보다 크다. 반짝이는 격자무늬 그릴 역시 화끈하게 큼직하다. 그래서 존재감이 굉장하다. 실제로 덩치도 크다. 길이는 5m가 넘고, 너비는 2m를 꽉 채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표준형과 롱 휠베이스 버전의 중간에 걸쳤다. 키는 10cm 정도 작다. 여느 벤틀리처럼 벤테이가도 그릴 양쪽으로 네눈박이 LED 조명을 심었다. 안쪽 두 개는 헤드램프다. 바깥쪽 두 개는 주간주행등인데, 테두리에서만 빛을 뿜는다. 가운데 동그란 부위엔 헤드램프 워셔를 숨겼다. 작동시킬 때만 튀어나온다. 앞바퀴를 감싼 펜더는 알루미늄 패널을 500℃의 공기로 달궈 ‘쾅’ 찍은 뒤 급속 냉각시키는 ‘수퍼 포밍’ 기법으로 만들었다. 옆면엔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 고유의 라인이 흐른다. 자동차용으로 프레스한 알루미늄 패널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 크기의 패널을 찍을 프레스기는 전세계에 딱 두 대뿐인데, 그 중 하나를 벤틀리가 쓴다. 테일램프엔 벤틀리를 상징하는 ‘B’ 모양의 LED 그래픽을 넣었다. 옵션으로 앞뒤 범퍼 밑에 카본으로 만든 립 스포일러와 디퓨저도 달 수 있다.  뒷모습은 껑충한 키를 빼면 플라잉스퍼와 비슷한 분위기다. 머플러도 다른 벤틀리처럼 좌우로 길고 넓적한 늘린 타원형 팁으로 감쌌다. 비율만 SUV일뿐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요소요소의 디테일은 영락없는 벤틀리다. ‘SUV의 제왕’이란 상징성을 감안해 좀 더 화려하게 꾸밀 법도 한데, 벤틀리 디자인팀은 지나친 장식을 자제하고 정갈하게 빚었다.해변에 도열한 10대의 벤테이가가 장관을 이뤘다. 벤테이가를 실제로 보면 존재감이 굉장하다 차체는 알루미늄 모노코크로 짰다. 향후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 등과 나눌 뼈대다. 언더보디 일부와 외부 패널은 알루미늄, 나머지는 다양한 강도의 고장력강으로 구성했다. 이처럼 소재를 다양화한 덕분에 스틸로 만들 때보다 무게를 236kg이나 줄였다. 물론 그래도 벤테이가의 공차 중량은 2.4톤을 넘는다. ‘엑스라지’ 몸집과 W12 엔진 때문이다. 눈부시게 호화롭고 기능적인 실내 도어는 그 크기에서 연상할 수 있듯 묵직하게 여닫힌다. 실내는 기대보다 광활하진 않다. 덩치도 크지만 시트, 대시보드 등 구성요소 역시 큼직한 탓이다. 기존 벤틀리의 실내를 1.2배율의 확대경으로 보는 기분이다. 고급스러운 감각 역시 한층 두드러진다. 벤틀리의 고집대로 실제 가죽과 진짜 원목, 리얼 금속을 짝지어 꾸몄다. 그야말로 호화 응접실 같다.계기판 서체, ‘황소 눈알’이란 애칭의 송풍구, 아날로그 시계 등 벤틀리 고유의 아이템을 빠짐없이 챙겼다 벤테이가의 실내는 시트 구성과 옵션에 따라 최대 15개의 원목 패널을 쓴다. 벤틀리는 크루 공장에 58명의 목공 장인을 투입했다. 이들은 오직 벤테이가에만 쓸 원목을 가공한다. 벤틀리가 벤테이가에 기울이는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처럼 수작업 공정이 많아 벤테이가 한 대를 만드는 덴 130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주문해도 몇 개월 대기는 기본이다. 그런데 벤테이가의 감성품질이 수작업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다. 첨단 설계와 조립 기술도 뒷받침되었다. 벤틀리에 따르면, 벤테이가 실내 트림의 조립 허용오차는 0.1mm 이하다. 앞과 옆창은 이중유리 사이에 어쿠스틱 유리를 끼워 넣었다. 앞 유리엔 투명 금속 레이어를 심었다. 자외선 및 적외선을 막아주고 열선 역할도 한다. 그러나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계기판 서체, ‘황소 눈알’이란 애칭의 송풍구, 아날로그 시계 등 벤틀리 고유의 아이템도 빠짐없이 챙겼다. 시계는 브라이틀링의 것으로, ‘뮬리너 투르비용’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8개의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꾸민 이 시계는 주기적으로 빙글빙글 돌며 스스로에게 ‘밥’을 준다. 시계의 값이 벤테이가보다 비싼 만큼 차에서 내릴 땐 뗄 수도 있다. 천장엔 파노라마 선루프를 씌웠다. 유리로 덮은 면적이 1.35㎡로 전체 천장의 60%를 차지한다. 유리는 두 조각으로 나눴다. 앞쪽 절반을 틸팅해 숨통을 뻥긋 틔우거나 뒤쪽 유리 위로 슬라이딩시켜 열 수 있다. 벤틀리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작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자식 롤러블라인드로 커버를 씌워 햇빛을 가릴 수도 있다. 좌석은 넉넉하고 포근하다. 결이 고운 가죽 위에 벤틀리 고유의 다이아몬드 모양 퀼팅 박음질로 마감했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16방향 또는 22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은 독립식 혹은 벤치식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독립식의 경우 1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고 마사지 기능이 기본이다. 벤치식 뒷좌석은 등받이를 포개 짐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섬뜩한 정적 속의 폭풍 질주 드디어 출발할 시간. 10대의 벤테이가가 순서대로 해변을 빠져 나갔다. 볼프강 뒤르하이머가 구경꾼을 제지해 우리가 나갈 길을 차례차례 터줬다. 덩치가 만만치 않아 좁은 길을 빠져나갈 땐 퍽 조심스럽다. 좌우 미러를 살피고 때론 차 주위 360° 풍경을 비추는 ‘톱 뷰’를 들여다보며 리조트 사이의 미로 같은 골목을 빠져 나와 큰 도로에 들어섰다.  시내를 벗어나 곧장 고속도로를 탔다. 엉금엉금 육중하게 움직이던 벤테이가들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가속 특성은 전형적인 벤틀리다. 무려 91.7kg•m나 되는 토크를 1,350~4,500rpm에 단단히 뭉쳐놨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고 잠시 기다렸다가 속도를 높이는 상황은 경험할 수 없다. 발가락만 꼼지락거려도 거구가 발작하듯 벌컥벌컥 뛰쳐나간다. 벤테이가의 엔진은 W12 6.0L 트윈 터보로 608마력을 낸다. 전 폭스바겐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개발을 주도한 유닛이다. 하나의 블록에 실린더를 엇갈리게 판 협각 V6 두 개를 붙인 형태다. 그래서 V12보다 길이가 24% 짧다. 벤테이가에 얹기 위해 재설계해 효율을 11.9% 높였다. 가령 직분사(200바)와 간접분사(6바)를 짝짓고 가변실린더 기능을 넣었다. 가속 성능은 세계 최강의 SUV답다. 벤틀리가 밝힌 벤테이가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1초. 그런데 비슷한 성능의 늘씬한 스포츠카나 단정한 세단으로 경험한 가속과 느낌이 완전 딴판이다. 2.4톤의 거대한 덩치로 보이지 않는 공기의 벽을 박살내며 몰아치는 가속은 박력 그 자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처럼 살벌한 가속을 섬뜩한 정적 속에서 해치운다. 벤테이가는 성능만큼 정숙성 역시 동급 최고다. 악착같이 틀어막았다. 책 한 권만 한 사이드미러가 자리한 A필러 부위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킨다. 이 때문에 벤테이가를 몰다 보면 속도감이 흐릿해진다. 그런데 벤틀리는 노이즈와 함께 사운드까지 몽땅 지웠다. 같은 엔진을 얹은 컨티넨탈 GT의 북소리처럼 웅장한 음색을 즐길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실내는 기대보다 광활하진 않다. 시트, 대시보드 등 구성요소 역시 큼직한 탓이다 ‘차단’과 ‘분리’는 벤테이가의 핵심이다. 가령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조향감각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반면 노면 정보를 전하는 덴 관심이 없다.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기술이 스민 서스펜션은 기울임을 엄격히 억제하되 나긋한 승차감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컨트롤 유닛 사이의 초고속 통신망인 ‘플렉스 레이’와 벤틀리 최초의 48V 전장 시스템으로 완성한 마법이다. 활동범위를 극적으로 넓힌 벤틀리 그러나 벤테이가엔 첨단기술로도 감출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무게와 덩치에 발목 잡힌 몸놀림이다. 시승 중 만난 굽잇길, 토크를 잔뜩 실어 뛰어들었다. 신통방통한 서스펜션 덕분에 기울임은 거의 없었지만, 의도한 궤적을 따르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욕심이 지나칠 땐 언더스티어가 고개를 들었고, 즉각 주행안정장치에 제압당했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같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S와 결정적인 차이도 여기에 있다. 카이엔 터보 S에서 성능은 실존적 가치다. 100% 긁어 욕심껏 휘두를 수 있다. 또, 그럴 때 의미를 갖는다. 반면 벤테이가에서 성능은 상징적인 가치다. 아득히 높은 잠재력은 자신감과 우월감을 북돋우는 장치다. 성능의 정점을 찌르기보단 긴장을 풀고 조금 느슨한 템포로 다룰 때 가장 즐겁다. 벤테이가는 가장 효율에 신경 쓴 벤틀리이기도 하다. 가령 3~8단, 엔진회전수는 3,000rpm 이하, 토크 30.6kg•m 이하에선 엔진의 절반을 쉬며 6기통으로 달린다. 벤틀리는 ‘가변 배기량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5~8단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과 연결을 끊어 관성으로 달린다.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차가 ‘거의’ 멈출 때쯤 미리 엔진의 숨을 끊는다. 벤테이가는 총 여덟 가지의 운전 모드를 갖췄다. 현존하는 SUV 중 제일 많다. 다이얼만 돌려 간단히 넘나든다. 온로드 모드는 스포츠와 컴포트, 벤틀리, 커스텀 등 네 가지다. 스포츠와 컴포트에서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승차감 차이는 크지 않다. 벤틀리는 섀시 엔지니어가 ‘강추’하는 세팅을 블렌딩한 모범 답안이다. 실제로도 가장 만족스러웠다.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608마력을 내는 W12 6.0L 트윈 터보 엔진이 깨어난다 오프로드 모드도 눈 & 풀밭, 흙길 & 자갈길, 진흙 & 다져진 길, 모래 등 네 가지를 마련했다. 벤틀리는 오프로드 주행 세션을 특설 코스에서 진행했다. 운전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면 모니터는 상황판으로 바뀐다. 지상고와 가로 및 세로 경사, 각 휠의 서스펜션 트래블(위아래 움직임 거리), 앞바퀴 조향 각도, 해발고도, 방위 등의 정보를 깨알같이 띄운다. 벤테이가 서스펜션의 최대 트래블은 225mm. 에어 서스펜션을 늘려 키를 최대한 키우면 최저지상고가 245mm까지 치솟는다. 이 상태에선 50cm 깊이의 물길도 헤쳐갈 수 있다. 벤테이가는 꿀렁꿀렁 험로를 잘도 누볐다. 바퀴 하나가 공중에 떠도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고 있으면 알아서 나머지 바퀴로 구동력을 옮겼다. 신경 쓸 건 오로지 차에 날지도 모를 상처뿐이었다.뒷자석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탈착형 태블릿을 달았다 벤테이가는 ‘정상의 SUV’답게 장비도 풍성하다. ACC는 내비게이션의 데이터와 센서, 카메라를 이용해 다가오는 코너나 속도 제한을 예상해 차의 속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평행과 직각 주차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오디오는 최상급을 고를 경우 스피커 20개와 출력 1,950W의 앰프를 짝지은 나임 시스템이 들어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벤테이가는 눈부시게 고급스럽고, 가슴 철렁하게 빠르며,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고,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다. 상징성 짙은 최고속도처럼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고, ‘과잉’으로 넘쳐난다. 최대 22인치의 휠과 245mm의 최저지상고로 벤틀리의 활동범위를 극적으로 넓혔다. 그러나 풍성한 토크, 황홀한 승차감 등 벤틀리 고유의 가치는 고스란히 지켰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에토레 부가티가 벤테이가를 본다면 어떤 독설을 내뱉을까? BENTLEY BENTAYGA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5명(옵션 4명)길이×너비×높이 5140×1998×1742mm휠베이스 2650mm트레드 앞/뒤 1679/1647mm무게 2440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285/45 ZR21엔진형식 W12 가솔린 트윈 터보밸브구성 DOHC 48밸브배기량 5998cc최고출력 608마력/5000~6000rpm최대토크 91.7kg•m/1350~45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8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4.1초최고시속 301km연비 7.6km/L(유럽 복합)CO₂ 배출량 296g/km(유럽)값 22만9,100유로(약 2억9,888만원) 이상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사진 벤틀리
MERCEDES-BENZ GLC 220d 4MATIC,.. 2016-02-11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SUV가 많다. 무려 6종이나 된다.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GLC 쿠페가 나오면 7종으로 늘어난다. SUV 전문가라는 랜드로버와 지프도 각각 6종에 불과하다. 벤츠의 전세계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한국에서는 약 7%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이를 14%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이런 계획의 신호탄이 GLC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GLC는 GLK의 뒤를 잇는 모델이다. 하지만 완전한 새차로 봐도 무방하다. 길이 120mm, 너비 50mm를 키워 콤팩트 SUV에서 미드사이즈 SUV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늘인 길이는 고스란히 앞 차축과 뒤 차축 사이에 담았다. 대략 BMW 1세대 X5와 비슷한 크기인데, 휠베이스는 그보다 약 54mm 길다.  새 이름과 체급 변화는 무관하다. 이는 벤츠의 새 네이밍 정책에 따른 결과다. 이제 G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벤츠 SUV의 이름은 ‘GL’로 시작한다. G는 독일어로 오프로더(Gelandewagen)를 뜻하며 L은 C, E, S 등으로 구분되는 벤츠 고유의 차급과 G 사이를 잇는다. GLC는 벤츠 SUV 라인업의 C클래스로 해석된다. 참고로 로드스터는 이제 ‘SL’로 정리된다. 얼마 전 공개된 SLC도 사실은 SLK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벤츠가 모델명을 차급으로 정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차종 다양화에 혈안이 돼 있다. 전체 판매량은 늘리되 각 차종의 희소성은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이다. 그런데 기존 작명법은 이 전략에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차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 명명체계는 디자인 공유 전략에도 필요하다. 벤츠는 차급간의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있다. 안팎 디자인을 모든 라인업에 걸쳐 무분별하게 나눠 쓰면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령 콤팩트 세단을 타다가 같은 브랜드의 미드사이즈 세단으로 갈아타려는데, 생김새가 비슷하면 구매욕구가 줄어든다. 특히 실내 디자인이 그렇다. 최근 BMW가 이런 부작용을 겪고 있다. 벤츠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A/B, C, E, S 등 라인업을 크게 네 개로 분류해 같은 차급끼리만 동일한 분위기를 가져간다. 같은 급으로 차를 바꾸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꿰뚫고 있는 전략이다.보닛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을 켜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고급스럽게 따라서 GLC는 C클래스의 스타일링을 따른다.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각진 스타일로 G클래스 분위기를 냈던 GLK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차체도 훨씬 더 늘씬하다. 앞바퀴와 앞문 사이가 널찍하고 지붕이 낮아 굉장히 길어 보인다. 실제로도 커졌지만, 체감 차이는 두 배 이상이다.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 사진상으로는 앞모습이 GLA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러나 실물은 훨씬 더 입체적이다. 특히 보닛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주간주행등을 켜면 각도에 따라 헤드램프의 형상이 달라보인다. 분위기도 GLA보다 더 당당하다. 코끝이 높고, 각 구성 요소들이 한층 더 큼직하다. 사실 GLA는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 느낌이 강하다.최신 벤츠 쿠페들처럼 납작한 테일램프를 달았다 뒷모습은 스포티하다. 벤츠의 최신 쿠페들처럼 납작하게 누른 테일램프를 붙여 긴장감을 높였다. SUV답게 차체 아래쪽에 검정 플라스틱을 둘렀지만 투박한 느낌은 없다. 앞뒤 범퍼의 크롬 스키드 플레이트가 시선을 완전히 뺏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휠 디자인은 조금 별로다. 19인치씩이나 되면서 지나치게 단순한 모양이다. BMW처럼 근사한 휠을 달아주면 더 좋겠다. 실내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C클래스의 실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좌우로 쭉 뻗은 대시보드, 태블릿 PC 스타일의 디스플레이, 알루미늄을 두른 원형 송풍구, 매끈하게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등이 고스란히 겹친다. 대시보드 상단 모서리와 글러브박스 등 일부 디테일이 다를 뿐이다. 시승차는 프리미엄 사양이라 흔히 볼 수 있는 C클래스보다 더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촉촉한 가죽으로 감싸고, 구석구석 나뭇결을 드러낸 우드 패널로 치장하고 있다. 앉았을 때도 C클래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SUV가 아닌 세단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든다. 낮게 깔린 시트와 높고 넓은 센터터널, 그리고 반듯하게 선 대시보드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벤츠답게 스티어링 칼럼과 시트는 모두 전동식이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타고 내리기 편하게 스르륵 움직이는 이지 엑세스 기능도 갖췄다. 미안하지만, GLC를 타보니 GLK와 BMW X3가 마치 상용차처럼 보인다.인테리어는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C클래스와 판박이다 라이벌 중 휠베이스가 가장 긴 만큼 실내공간도 제일 넉넉하다. 전후좌우는 물론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GLK에 비해서는 정말이지 광활하다. 이쯤 되니 정중한 느낌을 내는 아날로그시계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아쉽다. 물론 과욕인 건 안다. 하지만 뒤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다는 건 확실히 옥에 티다. 현재 GLC는 220d 4매틱 한 가지만 수입된다. 옵션에 따라 기본형과 프리미엄으로 나뉠 뿐이다. 엔진은 C 220d, GLK 220d와 같다. 최고 170마력, 40.8kg•m의 힘을 내는 2.2L 디젤 터보다. 하지만 변속기가 자동 7단에서 자동 9단으로 달라졌다.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을 GLK보다 0.5초 빠른 8.3초 만에 끊는다. 몸집과 무게 차이를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앞좌석은 10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동식이다 엔진은 아주 정숙하다. 꽤나 차분한 편이었던 GLK 220d 이상이다. C클래스와도 별 차이가 없다. 공회전시 디젤 고유의 소음이 스며들긴 하지만 톤이 일정해 거슬리지 않는다. 진동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플로어에서는 미약하고 스티어링 휠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9단 변속기의 반응은 놀랍도록 빠릿빠릿하다. 예전의 ‘일반’ 벤츠의 변속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기어를 내리면 회전계 바늘을 먼저 띄워 스포티한 느낌까지 강조한다. 변속 시점은 4,700rpm 부근. 회전한계 안쪽이라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시프트다운도 적극적으로 해낸다. 넉넉한 가속 감각은 여전하다.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건들기만 해도 힘을 풍성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날을 바짝 세운 느낌은 아니다. 모서리를 적당히 둥글린, 한껏 응축된 힘이 차체를 사뿐하게 밀어내는 감각이다. 이런 특성은 거동과 핸들링에서도 나타난다. 짜릿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든든하다.넉넉한 뒷좌석. 하지만 리클라이닝 기능은 빠졌다 스티어링의 반발력은 가벼운 편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조금 무거워지긴 하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전체적으로 C클래스와 비슷한 운전 감각이지만 높직한 시야 덕분에 운전이 더 쉽다.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기본으로 갖추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 SUV메르세데스 벤츠가 GLK에 붙인 키워드는 존재감과 개성이었다. 하지만 GLC는 모던 럭셔리다. 이전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GLC는 더 크고 고급스러워졌다. ‘신분상승’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눈부시게 진화했다. 마초 느낌을 내며 고객층을 스스로 한정짓던 GLK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SUV 판매를 두 배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자신감을 납득할 수 있었다.트렁크도 여유롭다. 6:4로 나뉜 뒷좌석 등받이는 버튼을 눌러 접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변화는 GLA라는 발랄한 동생 덕분에 가능했다. 막내 자리를 물려준 GLC는 콤팩트와 미드사이즈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 놓고 몸집을 키우고 고급스럽게 치장할 수 있었다. GLK는 비교의 대상이었지 비교의 기준이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GLC는 다르다. 세그먼트 정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MERCEDES-BENZ GLC 220d 4MATIC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SUV, 4명길이×너비×높이 4660×1890×1640mm휠베이스 2875mm트레드 1615/1615mm무게 1985kg서스펜션 앞/뒤 모두 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타이어 235/55 R19, 콘티넨탈 크로스콘텍트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143cc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9단 자동0→시속 100km 가속 8.3초최고시속 210km연비 12.9km/L(도심 11.6, 고속 15.1)에너지소비효율 3등급CO₂ 배출량 148g/km기본/시승차 6,470만/6,800만원(프리미엄)글 류민 기자사진 민성필
MERCEDES-AMG GT S EDITION 1 - .. 2016-02-12
 GT는 메르세데스 AMG(이하 AMG)가 개발한 두 번째 스포츠카다. SLS AMG의 뒤를 이어 등장했다. 그러나 AMG는 두 모델 사이에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수퍼 스포츠카인 SLS AMG와는 달리,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설명이다. 이전에 비해 길이(90mm)와 휠베이스(50mm)를 줄인 것도, 걸윙도어가 아닌 스윙도어를 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GT의 성격도 이런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GT는 본격적인 스포츠카와 GT카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고 있다. 빈틈없이 맞물린 V8 엔진과 알루미늄 섀시GT의 핵심은 V8 4.0L 바이터보 M178 엔진이다. GT를 위해 설계된 특제 엔진이지만, 백지에서부터 개발된 건 아니다. 신형 C63의 M177 엔진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모듈화 시대에 엔진을 모델에 맞게 다시 다듬거나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건 흔한 일. 사실 M177도 45 AMG에 쓰고 있는 직렬 4기통 M133의 블록 두 개를 90도로 붙여 완성한 엔진이다. 따라서 보어와 스트로크는 같고 배기량은 정확히 두 배 크다. M177과 M178에는 AMG의 최신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두 개의 터보차저를 블록 사이에 끼워 넣은 핫 인사이드 V 설계가 대표적이다. 구조가 복잡하지만 엔진 전체 부피가 작고 리스폰스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C63과 달리 GT에서는 냉각도 문제가 된다. 엔진을 깊숙이 밀어 넣은 까닭에 터보차저의 열이 실내로 전달될 수 있는 것. 게다가 GT의 섀시는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다. AMG는 이를 보닛 안쪽에 공기 유도관을 붙여 해결하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과한 공기를 터보차저로 직접 공급해 열기를 아래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참고로 터보차저를 거친 배기가스의 온도는 최고 1,000℃를 넘나든다. M177과 M178의 결정적인 차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윤활 방식이다. 웨트섬프 방식의 C63과는 달리 GT는 드라이섬프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무게중심이 55mm 더 낮고 내구성도 더 뛰어나다. GT의 드라이섬프는 1분당 최대 250L의 오일을 엔진의 핵심 부품에 공급한다. 두 번째는 흡입 공기 냉각 방식이다. C63과 GT는 터보랙을 최소화한 수랭식 인터쿨러가 기본이다. 하지만 GT에는 공랭식 쿨러도 추가된다. 엔진에 붙어 있는 수랭식 인터쿨러를 식히기 위한 냉각기가 범퍼 아래쪽에 하나 더 있는 설계다. AMG는 이를 다이렉트 에어/워터 인터쿨링이라고 부른다.소름 돋는 사운드와 가속 감각을 선사하는 V8 바이터보 엔진. 보닛 안쪽에는 터보차저의 열기를 밀어내기 위한 공기 유도관을 붙였다 의외로 최고출력은 차이가 없다. 시승차인 GT S의 경우 C63 S와 같은 510마력을 낸다. 엔진 부스트도 1.2바로 같다. 최대토크의 경우 66.3kg•m로 오히려 더 낮다. 대신 힘을 내는 범위가 1,750~4,750rpm으로 더 넓다. 높은 수치보다는 반응에 중점을 둔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누구보다 ‘플랫토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 GT가 스포츠카임에도 롱 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고집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설정에는 터보 엔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다. 터보를 붙이면 엔진회전을 높여봤자 별 이득이 없기에 롱 스트로크 설정으로 초중반에서의 토크를 살리는 게 유리하다. 그래도 M178은 터보치고는 상당히 고회전 엔진에 속한다. 최고출력을 내는 시점이 6,250rpm이며 회전한계도 7,200rpm이나 된다.실린더 헤드 사이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심은 핫 인사이드 V 설계. 인테이크가 짧아 리스폰스가 빠르다 GT의 앞뒤 무게배분은 47:53이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SLS AMG처럼 차체 뒤쪽에 붙여 얻어낸 결과다. 엔진과 변속기는 원피스 토크 튜브 안에 넣은 탄소섬유 드라이브 샤프트로 연결했다. 견고하되 가볍고, 빠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 AMG의 설명이다. LSD는 GT와 GT S 모두 기본으로 갖춘다. 다만 GT는 기계식, GT S는 전자 제어식이다. 이 급의 스포츠카 대부분이 그렇듯, 섀시는 파워트레인에 맞춘 구성이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은 앞 차축과 캐빈룸 사이에 엔진을, 뒤 차축 가운데에 변속기를 품는다. 물론 파워트레인이 섀시에 맞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논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GT의 섀시와 파워트레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있다.엔진과 변속기를 연결하는 토크 튜브와 GT 고유의 배기 시스템 한계 역시 마찬가지다. 섀시가 파워트레인을 찍어 누르지도, 파워트레인이 섀시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서로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둘은 무게마저도 비슷하다. 섀시는 231kg, 엔진은 209kg이다. 둘 모두 동급에서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한다. 참고로 스티어링은 가변식이며 서스펜션 구조는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이다. 앞은 SLS의 것을 활용했고, 뒤는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다. 앞 브레이크의 디스크 직경은 GT 360mm, GT S 390mm이며 시승차인 GT S 에디션 1은 402mm의 카본 세라믹 옵션을 달고 있다. 캘리퍼는 모두 6피스톤이다.웬만한 수퍼 스포츠카보다도 이목을 끄는 극단적인 비율 주위를 압도하는 극단적인 비율GT의 외모는 한마디로 정의된다. 비율 깡패. ‘롱노즈 숏데크’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뒷바퀴굴림(FR) 스포츠카의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 보닛의 길이가 굉장히 길고 캐빈룸이 완전히 뒤쪽으로 밀려 있다. 지금까지 이런 양산차가 있었나 싶을 만큼 극단적인 비율이다. 비현실적으로 머리가 작고 다리가 긴 패션모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길이 4.5m가 넘는 2인승 FR 쿠페/컨버터블이 워낙 희귀하고 우월한 종자이긴 하지만, GT는 그 중에서도 별종이다.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메르세데스 벤츠 SL클래스 등 같은 장르에서 길이가 더 긴 모델들보다도 한참 더 늘씬하게 보인다. 한 끝 차이가 미녀와 추녀를 결정한다는 말은 자동차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펜더의 에어 벤트, 파팅 라인을 앞쪽으로 잡아당긴 도어, 완만하게 떨어지는 C필러 등이 균형을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괴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GT는 더 없이 섹시하다.시승차는 프론트 립 스포일러와 리어 스포일러를 갖춘 GT S 에디션 1이다. 일반형에 비해 다소 흉흉한 분위기이지만, 시속 120km의 속도에서 자동으로 올라오는 전동식 스포일러는 제외된다 사실 이런 비율은 매끈한 면 덕분에 더욱 부각된다. GT에는 쓸데없는 장식이 거의 없다. 그 흔한 캐릭터 라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벤츠의 디자인총괄 부사장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는 GT를 벤츠의 디자인 언어인 ‘감각적 순수미’ (Sensual Purity)의 결정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모서리를 정교하게 다듬고 선을 줄이는 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람의 눈은 빛의 반사를 통해 사물의 형태를 인식한다. 감각적 순수미는 바로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디자인 철학이다. 선을 긋거나 철판을 접어 억지로 형태를 표현하기보단, 면의 굴곡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켜 의도를 전달한다는 게 핵심이다. 물론 GT의 파격적인 비율과 벤츠의 이런 디자인 철학은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된 게 아니다. 1950년대의 1세대 SL과 300 SLR이 그 생생한 증거다.바짝 선 A필러, 작은 대시보드, 넓적한 센터터널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내 역시 스포티한 분위기다. 바짝 선 A필러와 작은 대시보드, 그리고 넓적한 센터터널이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복잡해 보이는 센터페시아는 의외로 직관적이다. 시동, 드라이브 모드, ESP, 댐핑 설정 등 주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버튼들은 운전석 쪽에, 급한 조작이 필요 없는 버튼은 반대편으로 몰아 놓았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커맨드 컨트롤러가 자리한다. 그 앞쪽에는 광활하다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컵홀더가 있다. 수동변속기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전자식(와이어리스) 변속레버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변속레버는 센터터널 아래쪽에 자리한다. 어차피 후진할 때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으니 이 편이 더 낫다. 조작할 때의 자세도 꽤 특별하다. 그러나 비상등과 시트 히터 등의 일부 버튼을 굳이 머리 위에 붙인 건 이해할 수 없다. 비행기 콕핏에 오른 기분을 내지만, 사용이 영 불편하다.빠른 스티어링과 탄탄한 서스펜션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할 버킷시트 실내에 드나드는 과정은 여느 2도어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구부가 넓고 문턱도 낮다. 공간 크기도 본격적인 2인승 스포츠카치고는 넉넉하다. 트렁크는 체적(350L)도 크지만 형상이 넓적해 굉장히 실용적이다. 골프백 두 개를 눕혀서 넣을 수 있을 정도. 여러모로 이전 모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패키징이다. 소름 돋는 V8 사운드와 생생한 핸들링낮게 깔린 시트에 몸을 포개면 다소 황당해진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어나간 차체가 운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윈드실드 너머 너울진 보닛의 굴곡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이런 부담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뒤 차축에 걸터앉아 차체를 휘두르는 재미가 GT만큼 좋은 차도 없기 때문이다. 적응도 생각보다 쉬운 편. 스티어링의 반응이 빠르고 회전반경이 짧아 손에 착착 붙는다.완벽한 프런트 미드십을 구현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이런 즐거움에는 과격한 사운드도 한몫한다. AMG의 V8 사운드야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GT는 조금 더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V8 사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머플러 설정을 스포츠+로 바꿔서 플랩을 열면 각 뱅크에서 빠져나온 배기가스의 일부가 소음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방출되는데, 이 때의 사운드는 비교 대상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엔진 사운드를 무기로 삼는 페라리나 포르쉐가 최근 배기음을 ‘오버’에 가깝게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전수를 올리면 사운드는 더욱 거칠어진다. 대부분의 최신 터보 스포츠카가 그렇듯, 회전 상승에 따른 톤 변화는 적다. 볼륨이 커지고 파열음이 더해질 뿐이다. 특히 GT처럼 배기음을 강조한 케이스는 더욱 심하다. 회전수에 개의치 않는 톤처럼, 가속 감각도 시종일관 폭력적이다. 터보랙과 고회전에서의 출력 하락이 최대한 억제돼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차체를 쉬지 않고 밀어낸다. 물론 여기에는 1,75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를 빈틈없이 뒷바퀴로 전달하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공이 적지 않다. 참고로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3.8초로 배기량과 출력이 한참 큰 SLS AMG 기본형과 같다.직경 402mm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와 6피스톤 브레이크. 차가운 노면 탓에 그 성능은 확인할 수 없었다 움직임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엔진, 변속기, 댐퍼 등의 반응이 큰 폭으로 바뀐다. 느슨하게 풀면 GT카에, 빡빡하게 조이면 퓨어 스포츠카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다이내믹 마운트를 선택할 경우 그 차이는 한층 더 커진다. 엔진/변속기의 마운트가 입력에 따라 강도를 바꿔 컴포트 모드에서는 매끈한 주행감을, 레이스 모드에서는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다이내믹 마운트는 전용 계기판, 스포츠 서스펜션 등과 함께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382만원)에 포함된다. 섀시는 새 파워트레인의 한계를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탄탄하게 버틴다. 앞머리와 꽁무니의 움직임도 흠잡을 곳이 없다. 스티어링을 비틀면 차체 앞뒤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특히 레이스 모드에서의 반응은 동급 어떤 스포츠카보다도 생생하다. 대부분의 포르쉐 911보다도 스포티한 세팅. 스포츠 서스펜션 옵션이 빠져 있음에도 GT3와 같이 트랙을 염두에 둔 911과 비교해도 좋을 수준이다. ESP는 온, 스포츠, 오프 등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온에서는 타이어의 슬립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스포츠에서는 적당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한다. 트렁크는 형상이 넓적해 굉장히 실용적이다. 골프백 두 개를 눕혀서 넣을 수 있을 정도 실력 입증이 우선GT는 스포츠카 시장에서 벤츠의 입지를 넓힐 주인공이다. 맡은 임무가 막중한 만큼 완성도도 높다. 가장 큰 매력은 달라진 성격. SLR 멕라렌, SLS AMG 등과는 달리 매일 편하게 탈 수 있는 친절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게다가 이전보다 문턱도 낮췄다. 이제는 동급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높게 사는 부분이 따로 있다. 벤츠, 그리고 AMG가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다소 느슨한 섀시와 사륜구동의 조합이라는 유혹을 외면하고 다시 한번 탄탄한 섀시와 후륜구동 방식을 선택했다. GT가 속한 시장에선 실력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부자들의 취향에 맞춘 가지치기 모델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선택은 옳았고 결과물은 훌륭하다. 곧 사륜구동 GT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MERCEDES-AMG GT S EDITION 1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길이×너비×높이 4560×1940×1300mm휠베이스 2630mm트레드 앞/뒤 1680/1680mm무게 1665kg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카본 세라믹)타이어 앞 265/35 R19, 뒤 295/30 R20, 컨티넨탈 컨티스포트컨텍 5P엔진형식 V8 가솔린 직분사 트윈 터보 밸브구성 DOHC 32밸브배기량 3982cc최고출력 510마력/6250rpm최대토크 66.3kg•m/1750~475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듀얼 클러치)0→시속 100km 가속 3.8초최고시속 310km연비 7.3km/L(도심 6.5, 고속 8.8)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240g/km값 2억1,620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민성필
HYUNDAI GRANDEUR vs CHEVROLET .. 2016-01-25
지난 가을, 한국GM이 쉐보레 임팔라를 투입했다. 한국 땅을 밟은 임팔라는 2013년 데뷔한 10세대. 한국GM이 ‘북미 시장 동급 베스트셀러’라고 자랑에 여념이 없는 모델이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실적이 있다. 임팔라는 2014년 14만280대가 팔려나가며 동급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국내 시장의 강자 현대 그랜저(수출명 아제라)는 같은 해 미국에서 7,232대 판매에 그쳤다. 2014년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006년 9세대 이후 임팔라는 북미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누적 판매수가 동급 1위다. 한국GM은 이런 성적들을 내세우며 임팔라가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간 한국GM의 플래그십 모델이 연달아 실패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큰 상황. 게다가 임팔라는 쉐보레 브랜드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준대형 세단이다.그런데 미국에서의 성공이 한국에서의 안착을 보장할까? 두 나라의 소비자는 분명 취향이 다를 텐데 말이다. 임팔라의 전임자라고 할 수 있는 알페온의 사례가 좋은 예다. 알페온(현지명 뷰익 라크로스) 역시 북미에서는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랜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GM은 당시에도 미국 이야기를 내세웠다. 그랜저 출시 때는 알페온 광고에 ‘그랜저의 다섯 번째 변신을 축하합니다. 북미 판매 1위 알페온으로부터’라는 자신만만한 카피까지 붙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GM은 임팔라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국내 시장에 맞게 구성을 다듬고 가격도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임팔라의 값은 3,409만~4,191만원. 전량 미국에서 들여오는 사실상의 수입차이지만, 미국보다 한국 가격이 더 싸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파워트레인과 편의 및 안전장비 등을 따져보면 그랜저와도 큰 차이 없는 수준. 현재 임팔라의 초반 흥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그랜저와 제대로 붙어볼 수 있는 판을 마련한 건 확실해 보인다. 섬세한 챔피언과 당당한 도전자 현행 임팔라와 그랜저는 각각 2013년과 201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디자인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임팔라가 조금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두 살 많은 그랜저가 더 젊다. 현행 그랜저는 현대차의 파격적인 디자인 시도가 한창일 때의 결과물. 또한 데뷔 이후 지속적으로 화장을 고쳐왔다. 특히 그랜저는 디테일이 뛰어나다. 차체 구석구석에 선을 긋고 면을 비틀어 긴장감을 강조했다. 현대차의 철판 가공 기술은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물이 오른 상태다. 세밀하게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 LED를 촘촘히 심은 안개등과 테일램프 등도 이런 멀끔한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그랜저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흔하다. 반면 임팔라는 신선하다. 국내에서는 갓 데뷔한 신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임팔라는 그랜저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지만, 여전히 아기자기한 분위기보다는 당당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납작한 헤드램프와 사각형을 그어넣은 보닛으로 카마로와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임팔라의 키워드는 남성미다. 특히 납작 누른 헤드램프, V자 라디에이터 그릴, 두 개의 사각형을 새겨 넣은 보닛 등으로 연출한 앞모습은 카마로가 떠오를 정도로 스포티하다. 차체 길이도 5,110mm로, 그랜저보다 무려 190mm나 길다. 하지만 휠베이스와 너비가 비슷한 까닭에 실내공간 크기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임팔라는 골프백 네 개가 세로로 들어가는 광활한 트렁크를 갖췄다. 국내 준대형 세단 주 고객층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장점이다.랩어라운드 스타일의 대시보드, 노란색 스티치 장식, 두툼한 가죽 등으로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임팔라 외모의 차이는 실내로도 이어진다. 그랜저는 여성적이다. 또한 개성보단 균형을 택했다. 어디 하나 튀는 구석은 없지만, 허투루 만든 부분도 없다. 심지어 윈도 스위치도 정교하다. 도어트림 손잡이 안쪽에는 스펀지를 덧대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가공과 조립 완성도도 눈부시다. 가죽, 우레탄, 플라스틱 등 각종 소재들을 곱게 다듬고 각 패널들을 빈틈없이 맞물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높은 완성도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 기능이나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편의성만큼은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임팔라는 선이 굵다. 랩어라운드 스타일의 대시보드, 속도계와 회전계가 강조된 계기판, 구석구석을 장식한 노란색 스티치, 두툼한 가죽, 큼직한 로터리 스위치 등으로 강렬한 느낌을 냈다. 그러나 세밀한 마무리가 아쉽다. 특히 플라스틱과 우레탄 패널의 까끌까끌한 표면과 각 부품 간의 불규칙한 단차가 눈에 밟힌다.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소화하는 플랫폼인 까닭에 바닥 중앙이 솟아 있지만,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아주 쾌적하다 알페온과 달리 편의장비는 풍성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한국형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룸미러, 리어 오디오 컨트롤 패널, 리어 시트 히터, 220V 다기능 콘센트 등의 장비를 트림에 따라 차등으로 갖췄다. 대부분 한국GM이 국내 실정을 고려해 추가한 국내 전용 장비로, 한국GM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로 10개의 에어백, 차선이탈경고, 전방추돌경고, 사각지대경고 등의 안전장비는 모든 트림이 기본으로 갖춘다. 공간 크기는 두 모델 모두 넉넉하다. 성인 4명이 앉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뒷좌석은 임팔라가 조금 더 편하다.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고려한 플랫폼인 까닭에 바닥 중간이 솟아 있고 헤드레스트도 두 개뿐이지만,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더 넓어 여유롭다. 앞좌석 역시 마찬가지. 시트 바닥이 그랜저보다 낮게 깔려 있어 운전자세를 한층 더 스포티하게 설정할 수 있다. 그랜저는 쏘나타(LF)와 달리 아직 구형 플랫폼이라 시트포지션이 높은 편이다.골프백 네 개를 세로로 집어넣을 수 있는 임팔라. 주 고객층을 생각해보면 굉장한 장점이다 판이하게 다른 주행 성격시승차는 그랜저 HG240(2.4L, 190마력, 24.6kg•m)와 임팔라 2.5 LT(2.5L, 199마력, 26.0kg•m)다. 모두 직렬 4기통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은 기본형으로, 각 모델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그랜저의 장점은 V6 못지않게 매끈한 회전감각. 힘은 딱 예상한 수준에 머물지만, 변속기의 반응이 빠릿빠릿해 가속 감각이 꽤 쾌적하다. 임팔라는 정반대다. 회전과 가속 감각 모두 묵직하다. 그랜저에 비해 차체가 무겁고 엔진도 더 고회전에서 힘을 내기 때문이다. 복합연비가 그랜저(11.3km/L)에 비해 0.8km/L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회전수를 올리면 굉장히 경쾌해진다. 특히 4,500rpm 이상에서는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진다. 하지만 패밀리 세단이라는 성격에 맞게 토크 밴드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속기의 반응 역시 비교적 더딘 편이다. 수동 모드에서는 연료가 끊기는 6,800rpm에서도 물고 늘어질 정도로 스포티해지지만, 변속레버 머리에 붙은 토글식 수동 변속 스위치가 굉장히 불편해 사용이 꺼려진다. 그랜저는 일정 속도를 넘기면 안정감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접지가 희미해지지는 않지만, 하체가 급격한 무게 이동을 감당하지 못한다. 굽이진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앞머리는 자세회복이 더디고, 꽁무니는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댄다. 사실 이는 그랜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전 세대 현대 플랫폼의 공통점이다. 현재 아반떼, 쏘나타, 투싼, 제네시스 등 현대차 핵심 모델의 대부분은 개선을 거친 신형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정교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각종 램프들. 현대만큼 디 테일에 강한 브랜드도 드물다 반면 임팔라는 어느 상황에서도 든든하다. 점진적으로 무게가 늘어나는 스티어링과 단호하게 움직이는 서스펜션 덕분에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특히 댐퍼가 이완될 때의 반응이 세련됐다. 일정 수준 이상 수축되면 거칠게 튀어오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매끈하게 움직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접지 한계가 지나치게 낮은 타이어 정도. 또한 그랜저에 비해 실내도 굉장히 정숙하다. 엔진이 조용하고 이중접합차음유리, 노이즈 캔슬러 등 소음에 대한 대비책들이 확실하기 때문이다.균형이 잘 잡힌 그랜저의 실내. 소재 가공 실력과 조립 완성도가 비교적 뛰어나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임팔라는 지난 9월 판매 시작 이후 3달간 4,000여 대가 팔려나갔다. 대기 수요자는 약 1만 명이다. 같은 기간 1만9,000여 대 판매된 그랜저에는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꽤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임팔라는 경쟁력이 있다. 현재로선 그랜저와는 다른 성격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값과 구성 모두 크게 흠 잡을 곳이 없다.무릎공간은 넉넉하나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빠듯한 그랜저의 뒷좌석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신차 효과는 수명이 짧다. 따라서 한국GM은 임팔라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에 대해 지금보다 한층 더 진지하고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랜저는 ‘북미 시장 판매 1위’라는 것만 내세워서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국내에서 지난 30년간 꾸준히 명성을 쌓아온 모델이다. 한때는 현대차 라인업의 꼭짓점, 즉 국산차의 꼭짓점에 올라 있던 모델이기도 하다.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도 시급하다. 당장 기아 K7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기 수요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또한 현행 그랜저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신형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임팔라 역시 개선을 거치겠지만, 시장에 우선 안착해야 다음도 있다. 따라서 데뷔 초기인 지금이 중요하다. 신차 효과 바람을 타고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데뷔 초기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던 뒤 펜더도 이젠 자연스러워 보인다 물론 현대차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예전처럼 ‘만들면 팔리겠거니’하는 자세는 곤란하다. 그랜저가 다음 세대에서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기본기가 문제다. 점점 높아지는 수입차 점유율과 함께 국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랜저’라는 이름만으로 호소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HYUNDAI GRANDEUR HG 240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4920×1860×1470mm휠베이스 2845mm트레드 앞/뒤 1613/1614mm무게 157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45/45 R18, 한국 벤투스 S1 노블2 엔진형식 직렬 4기통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359cc최고출력 190마력/6000rpm최대토크 24.6kg•m/40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km/L) 11.3(도심 9.8, 고속 13.7)CO₂ 배출량(g/km) 156(4등급)기본/시승차 2,933만원/3,340만원 CHEVROLET IMPALA 2.5 LT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길이×너비×높이 5110×1855×1495mm휠베이스 2835mm트레드 앞/뒤 1583/1574mm무게 1675kg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타이어 235/50 R18, 파이어스톤 파이어호크 GT엔진형식 직렬 4기통밸브구성 DOHC 16밸브배기량 2457cc최고출력 199마력/6300rpm최대토크 26.0kg•m/44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연비(km/L) 10.5(도심 9.3, 고속 12.5)CO₂ 배출량(g/km) 163(4등급)기본/시승차 3,363만원글 류민 기자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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