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Audi Allroad Quattro 전천후 크로스.. 2003-12-17
요즘 새로 등장하는 차들은 이전과 달리 명확한 성격을 정의하기 힘들어졌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예전에는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치부되던 작은 시장이 점점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크로스오버’라는 이름 아래 여러 가지 차의 형태를 한데 버무려 등장한 신종 모델들 가운데, 비교적 빠르게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시장에 정착한 것이 바로 왜건에 SUV 성격을 더한 형태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커로는 유럽 왜건의 강자 볼보(XC70, 크로스컨트리)와 일본의 스바루(포레스터, 아웃백) 그리고 왜건과 4WD 양쪽에 모두 재능을 보여온 아우디(올로드)를 손꼽을 수 있다. 디젤 엔진으로 매력 더한 크로스오버 새로운 형태의 차가 고객의 인정을 받아 시장에 정착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왜건+SUV 형태의 장점은 승용차 감각에 실용적이면서도 어지간한 험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천후성. 왜건과 SUV의 장점만 추리되 단점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성공 공식이다. 자칫 낯설음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지거나 단점이 부각된 경우는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왜건+SUV 모델은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아우디 올로드 등 두 가지. 특히 왜건은 국내에서 푸대접받는 차종이다 보니 섣부른 성공을 점치기 힘들지만 시장이 작은 만큼 성장 가능성은 높다. 우선은 수입차 판매 증가가 가져다준 모델 다양화로 국내에서 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아우디를 공식 수입하고 있는 고진모터임포트는 올로드 콰트로 2.7X 터보 버전에 이어 최근 2.5 TDI 모델을 더했다. 단순히 올로드 콰트로가 라인업을 늘렸다는 사실보다는 국내 본격 판매를 앞둔 승용 직분사 디젤에 대한 호기심이 앞선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유럽산 디젤이 모두 SUV에 편중되었다면 올로드는 가장 승용차에 가까운 성격을 가졌기 때문. 2005년부터 시작될 국내 승용 디젤의 역사를 미리 경험한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이미 2.7T 버전을 통해 경험한 올로드 콰트로는 A6 왜건의 실용성 넘치는 실내와 노면을 가리지 않는 높이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이 돋보이는 모델이었다. 2.5 TDI는 여기에 첨단 직분사 디젤 엔진의 뛰어난 저회전 토크와 연비라는 장점을 더했다. 올로드 콰트로의 기본이 된 A6 왜건은 볼보 V70, 벤츠 E 에스테이트와 경쟁하는, 유럽 왜건 시장에서도 사이즈가 가장 큰 급에 속한다. 어퍼미들 클래스의 큰 차체에 기초한 넓은 트렁크 공간은 기본. 여기에 탄탄한 범퍼와 프로텍터를 더해 과격한 사용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고 터프한 외모를 덤으로 얻었다. 운전석과 대시보드 디자인은 A6 왜건을 그대로 활용했다. 시인성 높은 미터 배치와 접이식 도어포켓이 마음에 쏙 들지만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보다 3스포크 디자인에 눈길이 간다. 두 가지 색을 조화시킨 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를 갖추고도 그리 편하지 않은 편. “왜건? 글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짐이 많을 때 한번 이용해 보길 권한다. 뒷좌석 사이도 모자라 발 아래까지 빼곡이 짐을 싣고 불편한 장거리 경험을 하고 나면 왜건에 대한 선입견이 날아갈 것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화물칸은 그야말로 운동장. 평평하고 넓은 바닥에 깔끔한 정리를 위해 접이식 칸막이를 달았다. 블라인드처럼 말려 있다가 수직으로 올라가는 네트는 짐을 많이 실었을 때 꼭 필요한 장비. 급정거 등의 순간에 짐이 승객석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섬세하고 꼼꼼한 준비에서 왜건 개발에 대한 오랜 노하우가 느껴진다. 파워풀하고 순발력 넘치는 달리기 이번 시승에서 최고의 관심 대상은 역시 V6 2.5X DOHC 직분사 디젤 엔진. 2000년부터 A6에 쓰여온 아우디 V6 TDI 중 가장 파워 넘치는 유닛이다. 1989년 세계 최초의 승용 직분사 디젤을 선보였던 아우디의 기술은 현재 V8 4.0X 엔진까지 내놓은 상태. 이 엔진은 폭스바겐이 개발한 펌프 인젝션 타입 직분사 시스템(1천850바)과 2개의 가변식 터보(VGT)를 얹어 최고출력이 180마력. 37.7kg·m의 최대토크는 1천500~2천500rpm 범위에서 평탄하게 발휘된다. 변속기는 원래 6단 MT와 5단 AT가 있지만 국내 수입 모델은 5단 AT 팁트로닉뿐. 시동을 걸자 낮은 으르렁거림으로 잠을 깬다. 워낙 정숙해진 요즘 차들에 비해 소음이 약간 신경 쓰이지만 디젤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상당히 조용한 편. 벌크헤드 방진에 좀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소음에 비해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소음과 매끄러운 회전 사이의 묘한 위화감이 이 엔진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올로드 2.7T(V6 2.7X 트윈터보 250마력)를 잠시 몰았던 옛 기억을 되짚으며 시승을 시작했다. 200cc 가까운 배기량 차이와 휘발유·디젤의 서로 다른 기본 성격을 감안하면 첫 인상부터 놀랍다. 활용할 수 있는 회전수 범위가 좁다고는 하지만 저회전부터 뿜어 나오는 37.7kg·m의 강력한 토크(2.7T 35.7kg m)는 휘발유 엔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반응이 빠르고 슬립이 적은 팁트로닉은 부지런히 기어를 바꾸며 그 힘을 타이어에 착실하게 전달한다. 0→시속 100km 가속 10.2초라는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발력과 반응성이 나무랄 데 없다. 시속 100km 부근에서의 추월가속은 어지간한 휘발유 승용차를 능가할 정도. 무거운 몸집만 아니라면 쿠페에 얹는다고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시속 150km를 넘어서도 꾸준한 가속이 이어지고 탁 트인 직선에서는 어렵지 않게 180km에 도달한다. 2.7T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파워 소스. 역시 경험하면 할수록 승용 디젤의 매력은 점점 커져만 간다. 부하가 걸린 상태, 2천~3천rpm 부근에서의 소음이 두드러지지만 톱 기어(5단)에서 고속 순항할 때의 정숙성은 인상적. 높이 조절하며 다양한 노면에 대응 기본장비로 갖춘 높이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주행 성능과 험로주행을 모두 만족시킨 마법 지팡이다. 높이는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대시보드에 달린 스위치로도 바꿀 수 있다. 최저지상고는 142에서 208mm에 이르기까지 4단계. 한 단계가 끝난 뒤에야 다음 단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1단계에서 4단계로 바로 가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조작의 반복이라는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지상고를 끝까지 높이고 나면 어지간한 비포장 노면은 올로드를 막지 못한다. 댐퍼 세팅이 탄탄한 편이지만 잔 진동을 잘 걸러주고 고속 코너링에서도 비틀거리는 법이 없다. 1.8톤이 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몸은 관성질량이 크지만 폭 225mm의 타이어 4개가 만들어내는 접지력 덕에 노면에 단단하게 고정된다. 미끄러운 길에서라면 20년 가까이 숙성된 콰트로 시스템에 맡겨버리자. 비나 눈이 내린 도로부터 바닷가 모래사장에서도 네 바퀴의 트랙션을 최대한 살려낸다. 올로드 콰트로의 험로주파 성능에 한 가닥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1.54:1의 기어비로 회전수를 낮추는 로 레인지 기어박스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단 MT의 옵션 품목이니 이대로 만족할 수밖에. 높은 고속안정성과 재빠른 추월가속, 급코너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몸놀림 등 올로드 콰트로의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승용차 성격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름에 걸맞게 높이조절식 서스펜션과 4WD의 기능을 살려 어지간한 비포장도로를 우습게 넘나든다. 맘에 드는 책 사고 별책부록까지 챙긴 것처럼 쏠쏠한 재미가 있다. 다만 태생이 승용 왜건이다 보니 진입·탈출각의 한계가 낮아 본격 오프로드 탐사는 무리다. 7천810만 원이라는 높은 값은 올로드 콰트로의 최대 단점. 낯선 스타일과 기능에 투자하기에는 아직 국내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고객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선사할 ‘물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취재협조: 고진모터임포트 ☎ (02)516-2468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 TDI의 장단점 장점 ·온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달리기 ·실용성 넘치는 실내 단점 ·국내에는 낯선 왜건 스타일 ·녹록치 않은 값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 TD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850×1504mm 휠베이스 2757mm 트레드 앞/뒤 1574/1585mm 무게 185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직분사 디젤 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78.3×86.4mm 배기량 2496cc 압축비 18.5 최고출력 180마력/4000rpm 최대토크 37.7kg·m/1500~2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665/1.999/1.407 ④/⑤/ⓡ 1.000/0.742/4.096 최종감속비 4.379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55 R17 성능 최고시속 205km 0→시속 100km 가속 10.2초 시가지 주행연비 10.6km/ℓ 값 7,810
Volkswagen Touareg V10 TDI 초.. 2003-12-16
지난 9월 어느 날, 폭스바겐 골프Ⅴ 현지 시승을 위해 담당자와 통화하고 있을 때의 일. 고진모터임포트의 홍보 담당 강 부장은 골프 시승차를 받아 볼프스부르크로 가는 동안 시승을 하고 다음날 페이튼을 만드는 드레스덴 공장으로 이동하는 스케줄을 들려주었다. “볼프스부르크랑 드레스덴 사이가 비행기로 이동하기에는 짧은 거리더라구요. 차를 빌려 이동할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말에 “그럼요” 하고 조금은 시큰둥하게 대꾸해 버렸다.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 벌써부터 편한 것만 바라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차는데 이어지는 목소리. “차는 투아레그 V10 TDI를 수배해 놨습니다만.” “저, 정말이시죠?” 독일에서 만난 최강의 승용 디젤 투아레그에 대한 소문을 처음 접한 것이 지난 2000년쯤. 피에히가 천명한 고급화 프로그램에 따라 페이튼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소형차 메이커와 스포츠카 메이커가 손잡고 SUV를 만든다는 소문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1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선보인 컨셉트카 마젤란은 투아레그의 준비작. 스페인 스튜디오에서 완성된 디자인은 양산 투아레그와 상당 부분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다는 폭스바겐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형제차 카이엔과 함께 공식 데뷔한 투아레그는 스타급 전시차가 많았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약 반 년 앞서 제네바에서 베일을 벗은 페이튼과 더불어 폭스바겐은 더 이상 국민의 차가 아니라는 원망도 들었지만 투아레그에 대한 시장 평가는 더할 나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우아함 넘치는 SUV 디자인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전하는 페이튼에 비해 투아레그는 확실한 인기 모델로 자리잡았다. 전통을 강조하는 세단 시장에 비해 신흥 시장인 고급 SUV라면 지금까지의 이미지가 그다지 문제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일까. 어쨌든 투아레그는 폭스바겐 고급화 전략의 확실한 견인차로 떠올랐다. 화제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 것은 올 가을. 짧은 시간 몰아본 투아레그 V8 4.2는 SUV라기보다 ‘커다란 왜건형 차체를 지닌 고급차’라는 인상이 강했다. V8 엔진의 매끄러운 반응과 탄탄한 달리기 성능은 각 메이커의 기함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 아쉬움이라면 세계 최강의 디젤 엔진을 얹은 V10 TDI를 국내에서 만날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소원성취한 셈이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만난 투아레그 V10 TDI는 검은 옷을 입은 모습이 단단한 바위를 연상시켰다. 고급스런 회색이나 은색과 달리 검은색은 V10 디젤 엔진의 상징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잘 어울린다. 승용 왜건보다 지붕이 높으면서도 미국 태생 SUV에 비해 날렵한 몸매에서 BMW가 X5를 소개하며 처음 쓴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높은 운전 위치만 아니라면 실내는 고급 세단 그 자체. 대형 미터와 다기능 모니터를 달고도 넉넉한 인스트루먼트 패널, 그리고 그 앞에 자리잡은 커다란 스티어링 휠이 차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센터페시아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든든하게 자리잡았고 그 아래로 시프트게이트와 서스펜션, 4WD 제어 스위치를 배치했다. 레버 모양의 카이엔과 달리 로터리 스위치를 눌러서 뺀 뒤 조정하고 다시 눌러 넣는 타입. 최고급 우드그레인과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은 품위를 넘어 눈이 현란할 정도지만 무덤덤한 카이엔보다는 이 쪽에 마음이 간다. 다만 공조 스위치 부근의 구성은 짜임새가 모자라는 느낌. 시동을 걸기 전에 보네트를 열고 심장을 살폈다. 거대한 커버로 뒤덮인 V10 4.9X 직분사 디젤 엔진은 10개의 흡기 매니폴드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키를 몸에 지니고 시트에 앉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일발 시동. 너무나 조용한 회전은 그 능력을 짐작할 수 없게 하지만 낮고 안정된 아이들링이 잠시 후 몰아칠 힘의 폭풍을 예고하는 듯했다. 주변을 압도하는 쾌속 질주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음성 안내를 받으며 출발. 6단 AT 팁트로닉과 손발을 맞추며 거대한 몸체가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한다. 좁은 도로를 빠져나가 주위 교통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시내를 달리는데, 동승한 폭스바겐 직원이 속도를 줄이라며 호들갑이다. 승객 3명을 태우고 액셀을 그다지 밟지 않았는데도 별 느낌 없이 벌써 시속 100km를 육박하고 있다. 정숙성과 매끄러운 가속이 운전자의 감각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아우디 A8과 닮았다. V10 4.9X 직분사 엔진의 성능은 놀라움 그 자체. 벤츠와 BMW를 뛰어넘기 위한 선택의 결과로 이런 괴물이 태어났다. 아우디 시절의 직렬 5기통 블록 2개를 연결하고 펌프 인젝션 시스템(2천50바)을 얹어 완성한 V10은 크랭크샤프트를 공유할 뿐 흡배기는 물론 터보와 인터쿨러, 밸런스 샤프트, ECU까지 좌우 독립적으로 달렸다. 최고출력 313마력, 가변 노즐 터보를 달고 2천rpm에서 뿜어내는 76.5kg·m의 최대토크는 경쟁 상대가 없다. 2천449kg의 거구를 7.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시킨다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러면서도 정숙성과 매끄러운 회전은 휘발유 엔진에 버금간다. 빠른 변속 타이밍과 4천rpm까지만 넘나드는 타코미터 정도가 차이점. 313마력의 출력과 2.5톤의 무게만 본다면 투아레그는 주변 차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하지만 뛰어난 서스펜션과 강력한 브레이크가 있기에 세련미 넘치는 고성능 SUV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미 그 성능을 인정받은 에어 서스펜션은 높이조절뿐 아니라 충격 흡수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험로에서는 뛰어난 주파성능을, 도로에서는 안정된 달리기를 보장한다. 전통적인 스프링/댐퍼 구성으로는 꿈꾸기 힘든 완벽한 이중생활. 한편 앞 350, 뒤 330mm의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255/55 R18 타이어, 4WD 시스템 4X모션은 날뛰는 출력을 도로에 붙들어매는 고삐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주변을 압도하는 투아레그의 질주는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아우토반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1차선을 달리던 대부분의 차들은 거대한 차체가 주는 위압감과 그 속도에 놀라 길을 내주기에 바쁘다. 묘한 쾌감이 머리를 스치며 액셀 밟은 오른 발을 자극한다.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아쉬운 이별 사슴뿔처럼 양쪽에 튀어나온 패들 스위치는 여전히 낯설지만 두 번째 만남이라서인지 조작은 한결 편해졌다.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리면 어느덧 커다란 차체가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절도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2천rpm 부근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토크는 감속비 0.690의 6단에서도 꾸준한 가속을 끌어낸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225km지만 아우토반 속도무제한 구역에서 경험한 최고시속은 미터 확인으로 240km. 도로를 굽어보듯 달려야 하는 SUV로 시속 200km 이상의 코너링에 도전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긴장으로 스티어링을 움켜진 드라이버와 달리 투아레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안정된 자세로 코너를 감아나간다. 높이 1.7m, 2.5톤의 거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몸놀림. 다만 큰 차체가 만들어내는 바람소리는 옥의 티였다. 이 차를 한시 바삐 국내에서 만나고 싶더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유럽에서 주문이 쏟아지다 보니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를 통틀어 1주일에 배정되는 물량이 단 2대. 현지 인기가 떨어지거나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기쁨과 그러나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아쉬움. 희비 쌍곡선이 교차하는 그 곳에 투아레그 V10 TDI가 있었다. 폭스바겐 투아레그 V10 TD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57×1928×1703mm 휠베이스 2855mm 트레드 앞/뒤 1652/1668mm 무게 2449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10 직분사 디젤 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95.5mm 배기량 4921cc 압축비 18.0 최고출력 313마력/3750rpm 최대토크 76.5kg·m/2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기어비 ①/②/③ 4.150/2.370/1.560 ④/⑤/⑥/ⓡ 1.160/0.860/0.690/3.390 최종감속비 3.2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 타이어 앞/뒤 255/50 R18 성능 최고시속 225km 0→시속 100km 가속 7.8초 시가지 주행연비 8.1km/ℓ 값 7만500유로(약 9,100만 원)
Porsche Cayenne Turbo 폭력의 미학.. 2003-12-16
과격하다. 하지만 강렬한 흡인력에 별 수 없이 이끌리게 된다. 본능적으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피하고 마는 섬뜩한 성능에다 파괴적이기까지 하지만, 자꾸만 들춰보고 싶은 폭력 이상의 깊이 있는 미학이 묻어난다. 카이엔 터보와 만난 뒤 핏빛 낭자하지만 유머러스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떠올랐다. 그의 B급 영화 정신이 포르쉐에 걸맞지 않다면 기타노 다케시의 ‘그 남자, 흉폭하다’도 좋다. 분명한 것은 블록버스터의 덫에 휘말려 거창하게 벌여둔 세계관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끝나버린 ‘매트릭스’ 시리즈와는 충분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논란을 잠재운 또 하나의 포르쉐 카이엔과의 만남은 아랫급 S를 포함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이쯤이면 눈에 익을 만도 한데 포르쉐의 SUV 스타일은 여전히 눈에 설다. 카이엔이 포르쉐임을 증명할 만한 상징은 곳곳에 넘치고도 남는다. 복스터에 처음 쓰여 한때 논란이 일었던 헤드램프 디자인이 그렇고, 은근한 볼륨으로 부풀어 오른 뒤쪽 펜더라인 역시 911의 DNA를 물려받은 결과다.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기자가 느낀 이질감이 심통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의 포르쉐는 911 아닌 이단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스포츠 로드스터 복스터가 세상에 태어날 무렵 이를 반기는 이는 많지 않았다. 공랭식의 전통을 버린 5세대 911(코드네임 996)도 마찬가지. 더구나 포르쉐는 카이엔 데뷔 이후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에는 세계에서 순이익률이 가장 높은 자동차 메이커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목표를 떠나 카이엔은 전통을 운운하는 골수 포르쉐파일(포르쉐 매니아를 일컬음)의 논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제3의 포르쉐에 다름 아니다. 카이엔 터보의 얼굴은 911 터보를 빼닮았다. 세상 공기 모두를 빨아들일 듯 크기를 키운 그릴은 보네트 위로 얇은 구멍 하나를 더 얹었고 헤드램프 아래로는 인터쿨러를 식혀줄 험상궂은 에어 인테이크를 마련했다. V자형 보네트 위로 날카로운 주름을 뽑아 올리고 리어 해치에 ‘S’ 대신 ‘Turbo’ 로고 하나 얹어 몸단장은 마무리. 여기에 스티어링 휠을 따라 움직이는 코너링 라이트까지 갖춘 바이크세논 헤드램프가 카이엔 최상급 모델을 위한 선물로 주어졌다. 조금 더 신경 써 살피면 섹시한 디자인의 19인치 경합금 휠과 그 안에 도사린 선홍색 캘리퍼를 확인할 수 있고 뒤 범퍼 아래로는 긴장감을 자아내는 트윈 머플러가 쌍으로 도사리고 있다. 컴파운드가 단단한 275/45 ZR19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 로소 타이어는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듬직한 도어 안쪽으로 펼쳐진 모래색 인테리어는 이제야 포르쉐다운 색깔을 찾은 듯해 반갑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춘 듯 무덤덤한 회색 톤을 띈 카이엔 S의 인테리어가 못내 아쉬웠던 터. 유틸리티 모델답게 널찍널찍한 공간은 포르쉐 쿠페나 로드스터의 타이트한 짜임새에 미치지 못하지만 계기류 배치가 효율적이고 마감이 잘되어 있어 이만하면 럭셔리 SUV로 손색없다. 풍부한 편의장비와 효율적인 제어장치는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가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동키를 지니고 차 옆에 다가서면 잠긴 문이 열리고(엔트리&드라이브 시스템), 대시보드와 뒷좌석 천장 끝에 달린 LED 램프는 덩치 큰 SUV의 손쉬운 주차(파크 어시스턴트)를 돕는다. GPS 내비게이션, GSM 전화, e-메일 등 다룰 수 없는 기능이 절반이나 되지만 센터페시아에 마련된 PCM(Porsche Communication Management) 모니터도 카이엔 터보 안에서 다루어야 할 장비가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포르쉐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마치 ‘속도보다 복서 엔진의 움직임부터 확인하라’고 주장하듯 한가운데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타코미터가 압권이었다. 하지만 카이엔 S에 와서는 다기능 디스플레이가 타코미터를 밀쳐내고 계기판의 명당을 차지했고 터보는 여기에 총천연색 컬러로 화려함까지 더했다. 카이엔 터보는 실용성 좋은 SUV이기 전에 시속 100~200km대를 실용영역으로 삼는 포르쉐 스포츠카의 또 다른 이정표다. 곁눈질로 봐야 하는 타코미터와 V8 트윈터보의 고성능은 썩 좋은 궁합이 아니다. 소름끼치는 가속과 핸들링 도로는 이른 아침 부슬부슬 내린 비로 촉촉했지만 장사 같은 힘을 지닌 포르쉐 SUV는 아까부터 움찔대며 달리고 싶은 욕구를 감추지 않는다. 신형 V8 4.5X DOHC 엔진은 최대 1.6바의 부스트압을 내는 트윈터보와 가변 밸브 바리오캠을 얹고 6천rpm에서 최고출력을, 2천250~4천750rpm의 폭넓은 영역에서 63.2kg·m의 무시무시한 토크를 낸다. 전동 시트를 한껏 낮춰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비해도 도로는 한눈에 들어오고 시야는 앞뒤 양옆 막힌 구석 없이 탁 트였다. 2.35톤의 거구는 액셀 페달을 가볍게 건드려도 탁탁 튀어나가는 낌새가 예사롭지 않더니 가파른 언덕길도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득달같이 쏘아 올라간다. 급가속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던 차에 원했던 이상의 추진력을 보여준 카이엔 터보의 성능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비단 기자뿐이 아니었다. 오르막 정상에서 신호에 걸려 멈추자 시승에 따라나선 동료 기자들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내는 이때부터 적막에 휩싸이고 차창 밖 빈자리를 찾아 휙휙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을 따라 간간이 공포 섞인 탄성이 새어나왔다. 교통량 많은 시내를 탈출한 뒤 고속도로에 드문드문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생긴 것을 확인하곤 기어를 3단으로 고정해 추월을 시도해본다. 예의 섬뜩한 가속으로 앞차를 코앞까지 당겨둔 뒤 급브레이킹, 스티어링 휠을 세차게 꺾어 옆 차선을 점령하고 다시 액셀 페달을 밟자 뚝 떨어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소름끼치는 가속이 이어진다. 꾸준하고 폭발적인 토크, 이를 허투루 버리는 일 없는 트랜스미션, 그리고 탄탄한 서스펜션이 삼위일체를 이룬 추월가속의 하모니가 놀랍지만 몸은 절로 움츠러들며 더 이상의 도전을 거부한다. 와인딩 로드로 들어선 이후에도 카이엔 터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이어진 코너를 헤치고 ‘다음, 다음’을 외친다. 노멀 서스펜션의 카이엔 S로도 가뿐히 공략했던 코스. 더구나 카이엔 터보는 지상고를 157~273mm 사이에서 6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과 스포츠, 노멀, 컴포트 등 세 가지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는 PAS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까지 갖추고 있어 더 이상 높은 키가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카이엔 S 이상의 속도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머릿속은 섀시 강성이나 마디 하나 하나마다 튼튼한 감각이 물씬한 서스펜션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하지만 한번 움츠러든 몸이 쉽사리 긴장을 풀지 않기 때문.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세차게 스치는 도로가 통째로 덤빌 듯 와 닿았고 패턴이 닳아 슬그머니 미끄러지는 타이어도 은근한 공포로 다가왔다. 말로만 ‘무섭다, 무섭다’ 외치면서 시속 90~100km로 내리막 와인딩을 돌파하는 동안 등받이 뒤쪽 실내는 촬영 소품이 날아다니며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수퍼 SUV의 능력을 조금만 더 끌어내면 뒤 시트에 강제로(!) 눕혀진 동료와 멋쩍게 눈길을 맞추기 일쑤다. 911 카레라, 복스터 로드스터가 보여준 차와 사람의 완벽한 일체감이 아쉽지만 농구선수의 크로스오버 드리블처럼 갈지자형을 그리는 움직임 속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핸들링은 이미 SUV의 범주를 넘어선 수준. 아랫급 카이엔 S의 끈끈함에 섬세한 컨트롤과 파괴력까지 겸비한 터보의 성능은 감히 폭력의 미학이라 일컬을 만하다. 잠재력이 큰 만큼 제 능력을 100% 가까이 이끌어낼 도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차의 파괴력은 내딛는 도로에 따라 가슴 싸한 공포가 되기도 하고 극한의 운전재미를 안기는 퍼포먼스 아트가 되기도 한다. 카이엔 터보의 드라이버는 운전석에 앉기 전에 마음부터 다스려야 할 듯. 절제되지 않은 수퍼 SUV가 서키트나 프루빙 그라운드를 벗어나 천방지축 돌아다닌다면 이는 모든 운전자에 대한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장단점 장점 ·소름끼치도록 매서운 가속 ·엔진과 트랜스미션, 섀시의 완벽한 하모니 단점 ·다기능 디스플레이에 밀려난 타코미터 ·공포에 질린 동승자의 눈초리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86×1928×1699mm 휠베이스 2855mm 트레드 앞/뒤 1641/1656mm 무게 235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DOHC 트윈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3.0×83.0mm 배기량 4511cc 압축비 9.5 최고출력 450마력/6000rpm 최대토크 63.2kg·m/2250~475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4.150/2.370/1.560 ④/⑤/ⓡ 1.160/0.860/0.690/3.390 최종감속비 3.7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75/45 ZR19 성능 최고시속 266km 0→시속 100km 가속 5.6초 시가지 주행연비 6.0km/ℓ 값 17,160만 원
Land Rover new Discovery V8 .. 2004-02-19
탄생 배경 1946년 영국 로버 자동차를 이끌고 있던 모리스·스펜서 윌리스 형제는 47년 윌리스 지프를 바탕으로 로버 1.4X 엔진을 얹은 프로토타입을 내놓고 이듬해 3인승에 오른쪽 스티어링 휠을 달고 배기량을 1.6X로 높인 랜드로버의 1호차 시리즈Ⅰ을 선보였다. 시리즈Ⅰ은 데뷔 10주년을 맞은 58년 시리즈Ⅱ, 71년에는 시리즈Ⅲ로 발전했고 59년 25만 대밖에 안 되던 랜드로버의 판매량이 76년 100만 대까지 치솟았다. 70년에 첫선을 보인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를 럭셔리 오프로더로 이끈 주인공. 틀에 박힌 박스형 보디를 벗어나 승용 감각을 더한 레인지로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자동차 예술의 표본으로 전시될 만큼 획기적인 스타일로 인기를 누렸다. 레인지로버는 80년대 초의 불황 속에서도 쉼 없이 달렸고 고급차에나 쓰던 코널리 가죽시트와 4단 AT, 전동식 선루프 등으로 치장하며 화려함을 더해갔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전 세계적인 SUV 바람과 함께 도요타 랜드크루저, 미쓰비시 파제로처럼 실용적이고 값싼 일본 SUV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독보적일 것만 같던 랜드로버의 위치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항해 레인지로버의 하체에 크기를 줄인 실용적인 보디를 얹은 보급형 모델 디스커버리(1989)가 나오게 된다. 랜드로버로서는 무려 19년 만에 등장하는 새차. 디스커버리는 레인지로버와 달리 각진 스타일과 탄탄한 험로주파력으로 세계의 오지를 누비며 오프로드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94년 한 차례의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디스커버리는 그랜드 체로키, 랜드크루저의 위협이 거세어지자 99년 BMW 산하에서 전폭적인 기술 지원 아래 첫 풀 모델 체인지를 겪었다. 2세대 디스커버리는 구형과 스타일에 큰 차이 없이 부품의 90% 이상을 바꾸고 전자장비를 더해 온로드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 구형과 쏙 닮은 스타일 때문에 시리즈Ⅱ로 구분되어 불리던 이 차는 지난해 다시 700여 곳을 뜯어고치고 새 레인지로버 스타일로 디자인을 가다듬은 뉴 디스커버리로 이어졌다. 메커니즘 디스커버리는 89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오프로더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래더 프레임(프레임 온 보디)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식 서스펜션과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 시스템을 쓴 SUV가 많아졌지만 험로주파를 위해 리지드 방식(서스펜션)과 리서큘레이팅 볼(스티어링)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99년 시리즈Ⅱ부터 쓰인 액티브 코너링 강화 시스템 ACE와 셀프 레벨링 서스펜션 SLS가 온로드 달리기를 보완하고 있다.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ETC)과 내리막길에서 속도 증가를 억제하는 HDC(Hill Decent Control)도 눈에 띄는 장비. 디스커버리, 프리랜더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HDC는 BMW X5로 전해지기도 했다. 엔진은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버 V8 4.0X OHV 184마력과 5기통 2.5X 디젤 터보 138마력(Td5) 두 가지로 모두 로 기어를 갖춘 ZF 4단 AT와 조합한다. 미국 시판 모델은 2세대 레인지로버에 쓰였던 V8 4.6X OHV 217마력을 V8 4.0X 대신 얹는다. 스타일 & 인테리어 2003년형 디스커버리의 달라진 모습은 간결한 문장 하나로 표현된다. ‘적고도 큰 변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세대 레인지로버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옮겨 담은 헤드램프다. 블랙 베젤에 두 개의 원을 겹쳐 쌓고 그 옆에 위아래로 동그란 미등과 방향등을 둔 새로운 디자인은 투박하던 인상을 단숨에 세련된 귀공자 스타일로 바꿔놓아 단순한 패밀리룩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강건한 박스형 차체나 계단처럼 꺾인 고유의 루프 실루엣은 예전 그대로. 하지만 나무랄 데 없는 성형 솜씨에 감탄하고 파스텔 톤에 가까운 자주색 보디 컬러에 눈이 즐거워진 때문인지 이 차가 더 이상 오프로드의 강자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도어는 쇠사슬로 당겨 여는 고성의 문처럼 묵직하다. 친절히 발판까지 마련했지만 플로어가 높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은 그조차도 밟고 오르기 조심스럽겠다. 사막 색과 검은 톤으로 단장한 인테리어를 둘러보면 가느다란 우드그레인 대신 스웨이드 가죽을 씌운 도어트림이 눈에 띈다. 살갗에 맞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 자꾸 어루만지게 된다. 센터페시아는 대시보드와 함께 손 닿기 좋은 높이까지 한껏 올라붙어 쓰기 편하다. 공조장치 왼쪽에는 쓰임새가 많은 HDC와 차고조절 스위치를 배치해 편의성을 더했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달린 뒤창 와이퍼 조작 스위치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에 가려 불편하다. 선바이저 위에 달린 맵 포켓, 천장에 달린 그물 등 실내 구석구석에 수납도구를 마련해 어디 하나 의미 없이 버려진 공간이 없고 앞 시트 등받이는 뒷자리 승객을 위한 손잡이 역할까지 겸한다. 2+3+2 구성의 시트는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스타디움 식 구성으로 답답함을 줄였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헤드레스트와 등받이를 펼칠 때 목 받침이 함께 밀려 올라오는 시트, 시원한 오페라 글라스를 갖춘 3열은 1~2열이 부럽지 않은 수준. 앞뒤 두 개의 선루프와 잘 만든 시트 시스템 등 뒤지면 뒤질수록 만족스런 아이디어로 가득한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10년을 하루처럼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11개의 스피커가 짱짱한 사운드를 내뱉는 하만카든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말 그대로 디스커버리 오너를 위한 ‘프리미엄’ 선물이다. 주행 성능 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해 1월 V8 4.0X (V8)와 직렬 5기통 2.5X 디젤 터보(Td5) 엔진을 얹은 2003년형 뉴 디스커버리를 선보였다. 시승차는 V8 엔진을 얹은 최고급형 디스커버리 V8. 시동키를 돌리자 V8 4.0X OHV 엔진이 웅장한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편다. 184마력의 최고출력은 곧잘 200~300마력을 넘나드는 신세대 SUV와 비교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김새처럼 뚝심 있게 달려나가는 디스커버리는 제원표의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시속 140km의 고속으로 달려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완만한 코너를 돌때도 휘청거림이 적다. 디스커버리의 고속안정성은 ACE의 도움이 크다. 앞뒤 리지드 액슬에 더한 ACE는 횡가속이 0.4G를 넘으면 서스펜션의 유압식 안티 롤바를 차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조절해 코너링 때 롤링을 줄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시킨다. 노면 구분 없이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해 최적의 접지력을 이끌어내는 퍼머넌트 4WD도 원활한 핸들링을 돕는 일등공신. 하지만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ETS)은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꺾어댈 때마다 트랙션을 제어할 만큼 유난히 개입이 잦아 아쉽다. 열린 도로를 신나게 누비고 다녔지만 디스커버리에게는 역시 자갈과 깊은 골이 함정처럼 널려 있는 오프로드가 제격이다. 로 기어 없이도 제법 경사진 길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당차다. 물기 머금은 진흙길에서 바퀴 하나가 헛돌라치면 여분의 토크를 나눠 받은 나머지 타이어가 2톤의 덩치를 끌어올리고 휠트래블이 넉넉해 어지간한 장애물도 무리 없이 빠져나간다. 뒤 오버행이 길어 이탈각이 좁은 편이지만 센터페시아의 차고조절 스위치를 누르면 뒤 서스펜션의 에어 스프링을 4cm 정도 높일 수 있어 문제될 것 없다. 디스커버리로 온·오프로드를 헤집다보면 굳이 SUV가 세단이나 스포츠카의 영역을 넘나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본능에 충실해 더욱 매력적인 SUV……. 디스커버리를 자꾸만 곁에 두고 싶어지는 이유다. 구입 가이드 랜드로버 코리아는 현재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프리랜더 등 세 가지 차종을 팔고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높은 모델은 컴팩트 사이즈의 프리랜더. 올 1~5월까지 모두 48대가 팔렸고 초호화 SUV 레인지로버는 추가공급이 늦어지면서 7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 지난해(2002년 5월까지 16대) 부진했던 디스커버리는 2003년형 모델 도입 이후 판매가 늘면서 같은 기간에 모두 43대가 팔렸고 이 중 디젤 엔진의 Td5(33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디스커버리의 판매 급증은 레인지로버 스타일로 세련되게 다듬은 새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7인승 모델과 유지비 싼 디젤 엔진을 갖추었고, 딜러 또는 본사에 주문해 구입할 수 있는 250여 가지 액세서리도 디스커버리를 더욱 값지게 한다. 디스커버리의 주고객은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에 이르는 전문직 종사자. 지난 6월 전주 구이산 전용 트랙에서 ‘랜드로버 어드벤처 챌린지’라는 고객초청 오프로드 체험행사를 열었던 랜드로버는 앞으로도 이같은 특별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열 계획. 내년 말 북미용 V8 4.6X 엔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문의 : 랜드로버 전시장 ☎ (02)514-9588 랜드로버 2003년형 디스커버리 V8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05×2190×1940mm 휠베이스 2540mm 트레드 앞/뒤 1540/1560mm 무게 2020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V8 OHV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4.0×71.1mm 배기량 3950cc 압축비 9.4 최고출력 184마력/4750rpm 최대토크 34.6kg·m/2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89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480/1.480/1.000 ④/⑤/ⓡ 0.730/ㅡ/2.090 최종감속비 3.53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리지드/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255/55 R18 성능 최고시속 170km 0→시속 100km 가속 11.8초 시가지 주행연비 6.3km/ℓ 값 6,790만 원
볼보 XC90 T6 더 이상 안전한 차는 없다! 2004-02-19
자동차에 관심 있는 이라면 ‘볼보는 안전한 차’라거나 ‘SUV는 승용차보다 안전하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할 이 두 가지 명제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되어 하나의 해답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된 XC90이 바로 그 주인공. 포르쉐 카이엔처럼 볼보에서도 처음 도전하는 SUV라는 이유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모델이다. XC70에서 이어받은 볼보 특유의 스타일 실내 스위치 조작성 좋지만 시인성 낮아 볼보가 XC90 이전에 선보였던 모델 중에는 XC70(크로스컨트리)의 컨셉트가 가장 근접했던 만큼, 두 차의 분위기나 스타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D필러 전체를 감싸는 테일램프는 이제 볼보의 아이덴티티로 확실하게 굳어진 느낌이다. 헤드램프에는 이전까지 쓰던 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약간의 굴곡을 넣었다. 덕분에 비교적 보수적인 이미지의 볼보 차로서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견고한 차체 못지 않게 듬직한 부분은 사이드 스텝이다. 대부분의 SUV는 플라스틱 패널을 이용해 장식품처럼 달아놓기 마련인데, XC90은 강철 소재의 사이드 스텝을 차 바닥 깊숙한 곳에 볼트로 이어 놓아 성인 남자 2명이 올라가도 거뜬하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된 세심한 인테리어는 화사하면서도 볼보 고유의 느낌이 배어난다. 연한 녹색 계열의 계기판은 눈의 피로가 적고 시인성이 좋다. 인테리어 컬러는 차체 컬러와 관계없이 구매자가 원하는 것으로 고를 수 있는데, 베이지색 내장은 권하기가 조금 꺼려진다. 기자가 시승하던 날처럼 햇빛이 강할 때는 반사가 심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 뒤로 누운 센터페시아는 기어 레버에 있던 손을 옮겨 조작하기에 편리하지만, 빛이 그대로 들어오므로 스위치에 들어오는 불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램프의 불빛을 좀더 강한 것으로 바꾸거나, 센터페시아의 각도를 조금 세우는 것이 좋겠다. 오디오는 4개 스피커와 25W 앰프, 8개 스피커와 40W 앰프, 그리고 13개 스피커와 70W 앰프 등 3가지 모델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 달린 최고급 시스템은 고급 오디오에 익숙한 매니아의 귀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다. 저음과 고음의 영역이 잘 살아나고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2열 시트는 3명이 독립해서 앉을 수 있는 구조이고, 2열 중앙시트는 베이비 시트 없이도 어린이를 태울 수 있도록 쿠션이 조절된다. 1열 시트 바로 뒤까지 슬라이딩되는 2열 중앙시트에는 15~36kg 정도 몸무게의 어린이가 타면 알맞다. 3열 시트 옆에 달린 에어컨 송풍구와 별도의 오디오 조절장치는 가족 나들이 때 매우 편리할 것이다. 조작하기 쉬운 3열 시트는 XC90의 숨은 장점이다. 시트 쿠션에 달린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면 시트 쿠션이 등받이 아래로 밀려들어가고, 이때 등받이를 앞으로 밀면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트가 두툼한 덕분에 접으면 짐칸의 높이가 조금 높아지지만 2열 시트와 트렁크 끝부분까지 거리가 멀어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BMW X5처럼 위·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방식. 아래쪽 도어를 펼치고 그 위에 옵션으로 마련된 피크닉 테이블을 설치하면 훌륭한 야외 식탁이 만들어진다. 또한 트렁크에 자전거 2대를 실을 수 있는 홀더가 내장되어 있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가속력 좋지만 승차감 너무 부드러워 견고한 차체와 전복방지시스템 갖춰 XC90의 2가지 모델(T6과 2.5T) 중 시승차는 2.9X 터보 엔진을 얹은 T6다. T6은 기함인 S80에도 얹히는 엔진으로, 동급 SUV 중에서도 출력(272마력)이 단연 돋보인다. S80에 얹은 엔진과 같은 타입이지만 토크 특성은 조금 다르다. S80은 2천100rpm~5천rpm에서 38.8kg·m의 최대토크가 나오는 반면, XC90은 같은 크기의 토크가 1천850rpm부터 시작되어 5천rpm까지 고르게 나오므로 좀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다만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떼었을 때 “쉭∼쉭∼”하는 흡기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 이것이 볼보가 말하는 ‘볼보 사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듣기 편한 소리는 아니었다. 든든한 차체와 강력한 엔진에 비해 하체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시내주행 때는 문제가 없지만, 와인딩 로드를 빠르게 달리면 차체의 피칭이나 롤링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다. 고속에서 차체의 움직임이 바뀔 때는 하체가 단단하게 이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XC90은 부드러움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이는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서스펜션 세팅 때문일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변형 댐퍼 시스템을 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면 상태나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반면 주행안정성을 위한 ‘비장의 카드’인 전복방지 시스템 RSC(Roll Stability Control)는 돋보이는 장비의 하나다. RSC는 코너에서 차가 흔들릴 경우 자이로 센서가 기울기와 속도를 측정해 전복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DSTC(Dynami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를 작동시킨다. DSCT는 출력을 줄이고 필요한 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의 자세를 안정시킨다. 롤링을 제어하는 방식은 널리 쓰이지만 롤링의 각도까지 계산하는 시스템은 RSC가 유일하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원 선회 테스트에서 그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계속 원을 그리며 달리다가 어느 순간 조타각에 급격한 변화를 주면 대개의 차들은 균형을 잃고 꽁무니가 미끄러지거나 코스를 이탈한다. 그러나 XC90은 시속 60km로 달리면서 핸들을 빠르게 꺾어도 자세를 잘 잡는다. 차체가 균형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액셀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가속되지 않고 구동력은 필요한 바퀴에만 공급된다. RSC는 렉서스 RX330에 달린 VSC와 비슷한 시스템이지만 “뚜-뚜-뚜”하는 경고음이 없고 지나치게 민감하지는 않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XC70과 S60에서 가져온 상시 네바퀴굴림은 평소에는 앞바퀴만 굴리다가 바퀴가 헛돌면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한다. 로(low) 기어가 없는 도심형 SUV라는 점에서 XC90의 최대 라이벌은 렉서스 RX330이다. ‘볼보’라는 메이커를 생각할 때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는 십 수년 전에 보여준 ‘세븐 업 테스트’다. 볼보의 모델 7대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 광고는 보는 이에게 안전성에 관한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XC90은 이 같은 ‘볼보=안전한 차’라는 신뢰감 위에, 다양한 실내활용성과 오프로드 주행성능 등 세단에서 맛보기 힘든 특별한 즐거움을 더했다. 게다가 수입 SUV 중 승합차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볼보 매니아이면서도 SUV를 타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XC90의 등장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시승협조: 볼보코리아 ☎(02)515-8522
Chrysler Grand Voyager Diesel .. 2004-02-19
2005년부터 디젤 승용차를 허용하는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자 국내에서도 디젤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디젤 엔진이 승용차와 SUV를 가리지 않고 모든 차종에 널리 쓰이고 있다.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보다 효율이 좋아 연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저회전에서 큰 힘을 낼 수 있어 시내 주행에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직분사 디젤과 커먼레일 시스템이 널리 보급되면서 디젤 엔진의 소음과 시커먼 매연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휘발유 값이 싸기 때문에 승용차는 두말할 것 없고, 우리 기준으로 보면 1톤 트럭보다 큰 픽업에도 배기량이 큰 휘발유 엔진을 얹는 것이 보통. 헤비급 트럭이나 버스 정도만 디젤 엔진을 얹고 나머지 승용차나 미니밴, SUV는 거의 모두 휘발유 모델만 나온다. 그러나 수출용 미국차, 특히 유럽 수출용 모델들은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디젤 엔진을 옵션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시장 공략하는 미국산 디젤차 그렇다면 본토에서는 팔리지 않는 수출용 미국산 디젤차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다행히 그 성능을 확인해볼 수 있는 모델이 국내에 딱 하나 수입되어 있다. 지난해 대형 택시로 100대가 보급되었던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디젤이 주인공. 크라이슬러는 올 하반기에 그랜드 체로키의 디젤 모델도 들여올 예정이기 때문에 이 차를 통해 미리 미국산 디젤차의 가능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미니밴 시장을 최초로 개척한 크라이슬러 보이저는 지난 2000년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3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북미에서는 크라이슬러 타운&컨트리란 이름으로 팔리고, 휠베이스가 짧은 보이저와 표준형보다 긴 그랜드 보이저 두 버전이 있다. 이미 세계 미니밴의 교과서로 검증된 베스트셀러 보이저는 기자 개인의 생각으로도 PT 크루저와 함께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가장 매력 있는 차로 꼽힌다. 보이저는 직렬 4기통 2.4X 147마력과 V6 3.3X 174마력, V6 3.8X 218마력 등 3가지 휘발유 엔진과 수출용 직렬 4기통 2.5X 커먼레일 디젤 143마력 등 모두 4가지 엔진을 얹는다. 이 가운데 국내 수입모델은 3.3 휘발유와 2.5 디젤 두 가지. 보쉬의 커먼레일 시스템을 쓴 디젤 엔진은 143마력의 최고출력을 4천rpm에서 뽑아내고 최대토크 또한 2천rpm에서 32.0kg·m를 기록한다. 이는 V6 3.3X 172마력 휘발유 엔진보다 최고출력에서만 뒤질 뿐 최대토크는 오히려 더 높다(휘발유 모델은 28.0kg·m/3천250rpm).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12.6초로 0.9초 뒤지지만 최고시속은 185km로 휘발유 모델의 179km를 능가한다. 제원표만 놓고 보면 3.3 휘발유 모델과 엇비슷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그랜드 보이저 디젤은 가끔 시내에서 볼 수 있는 대형택시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옷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랜드 보이저의 덩치는 정말 크다. 길이와 폭이 모두 보이저를 벤치마킹한 기아 카니발보다 한 수 위이고, 앞 윈도가 보네트 쪽으로 바짝 뻗어나간 캡 포워드 스타일 때문에 승객이 타는 캐빈룸도 실제보다 커 보인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만들어내는 얼굴 또한 시원시원한 모습이다. 크롬 코팅된 알루미늄 휠 대신 보통 알루미늄 휠을 쓰고 3개의 굵은 선이 들어간 사이드 가니시가 붙지 않은 것 정도가 휘발유 모델과의 차이점. 리어 해치에 달린 ‘LX CRD’란 글씨를 보거나 시동을 걸기 전까지는 디젤 모델임을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RV로도 손색없는 시트 연출의 마법사 실내에서는 겉모습과 달리 휘발유 모델과 차이나는 부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캡 포워드 스타일 때문에 커진 대시보드나 흰색 바탕의 계기판, 우드 그레인을 살짝 두른 센터페시아 등은 휘발유 모델과 똑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4천2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타코미터가 눈에 띄고, 으레 달려 있을 법한 칼럼식 AT 시프트레버 대신 5단 수동 기어가 센터콘솔 자리에 놓여 있다. 풋 브레이크 대신 변속기 옆에 자리한 핸드 브레이크나 수동식 데이&나이트 룸미러도 차이점. 대부분의 편의장비는 휘발유 모델 그대로다. 스위치로 여닫을 수 있는 좌우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3세대 보이저의 큰 자랑거리. 3열 유리창도 운전석에서 스위치 하나로 틸팅할 수 있지만 전동으로 여닫는 리어 해치는 디젤 모델에서 뺐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평소 자주 쓰는 좌우 슬라이딩 도어만 전동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밖에 듀얼&사이드 에어백, ABS, TCS 등의 풍부한 안전장비도 그대로다. 다양한 시트 배열은 그랜드 보이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 독립식 1, 2열 시트와 벤치식 3열 시트에 최대 7명까지 편안하게 앉을 수 있고 특히 휠베이스가 넓은 그랜드 모델이라 실내 어느 곳이든 공간이 여유 있다. 3열 시트 뒤에는 숏보디 SUV의 트렁크 만한 공간이 있고 뒤 해치를 닫은 상태에서 3열 시트의 등받이를 거의 수평으로 눕힐 수 있는 것도 그랜드 모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3열 시트를 떼어내면 보이저는 짐칸이 넓은 4인승 밴이 되고 이때 러기지 스크린을 이용해 짐칸의 지저분한 것들을 가릴 수 있는 배려도 해놓았다. 2열 시트까지 모두 떼어내면 완벽한 2인승 밴으로도 변신한다. 적재공간이 1톤 트럭 부럽지 않을 정도이고 바닥이 평평해 짐을 부리기에도 좋다. 떼어낸 시트는 야외에서 멋진 간이 벤치와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어 RV로도 손색없다. 2∼3열 시트 밑에는 바퀴가 달려 있지만 일체식 3열 시트는 혼자서는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터보 작동 이전에는 엔진 반응 굼떠 엔진의 아이들링 소음은 분명 부드러운 휘발유 엔진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적 최근 개발된 커먼레일 방식의 직분사 디젤이지만 예전에 시승한 휘발유 모델의 뛰어난 정숙성 앞에서는 빛이 바래는 듯하다. 그러나 국산 기아 카니발 디젤보다는 조용한 수준. 배기량이 그리 크지 않고 터보도 대략 2천rpm은 되어야 작동하기 때문에 출발 때의 반응은 약간 굼뜨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2천rpm까지 휘발유차 같으면 순식간에 치솟겠지만 디젤 엔진은 그보다 좀더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링 때의 잔잔하던 엔진은 1천500rpm을 넘으면서부터 액셀 페달을 통해 약한 잔 진동을 전하고 2천rpm부터는 소음도 조금씩 들린다. 물론 어디까지나 휘발유 모델과 비교한 것으로 디젤차로서 절대적인 진동과 소음 수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힘은 터보 작동 후 2천200rpm을 넘으면서부터 나온다. 일단 터보가 작동한 다음에는 출발 때의 굼뜬 반응을 상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레드존인 4천250rpm 근방까지 시원스럽게 가속된다. 143마력의 최고출력이 나오는 4천rpm을 기준으로 변속했을 때 1단에서 시속 40km, 2단에서 시속 70km의 속도가 나오고 이후 약간의 뜸을 들인 뒤 다시 3단에서 4천rpm에 이르렀을 때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km를 가리킨다. rpm을 충분히 높인 다음 변속하면 그 다음 단수에서의 rpm도 터보가 작동하는 영역에 머무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강한 힘을 끊이지 않고 계속 내뱉을 수 있다. 특히 3천rpm 부근을 적극 활용하면 휘발유 모델 부럽지 않는 가속성능도 즐길 수 있다. 다만 토크가 휘발유차보다 크기 때문에 클러치에서 급하게 발을 떼면 어김없이 차체가 조금씩 울컥거린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은 2천rpm이면 충분하다. 속도를 더 높이면 휘발유 엔진보다 낮은 rpm에 머무르는 디젤 엔진의 소음은 이내 바람 소리에 묻혀 버린다. 시간은 걸리지만 제원상 최고시속인 185km를 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가속 초기에 굼뜬 것을 제외하면 성능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그러나 시승 때와는 달리 7명의 정원과 짐을 가득 실은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젤 값이 계속 올라 휘발유 값과 비슷해지더라도 X당 12.4km나 되는 좋은 연비는 휘발유차와 비교할 수 없는 경제성을 지닌다. 적당한 출력과 넉넉한 실내공간, 시트를 이용한 다양한 연출이 돋보이는 그랜드 보이저 디젤은 ‘수입차=휘발유+AT’라는 판에 박힌 등식에서 벗어나면 업무용이나 레저용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러나 디젤 모델의 2.5X 커먼레일 143마력 엔진은 덩치 큰 그랜드 보이저에 얹을 수 있는 최소 마지노 선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배기량과 출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높아지면 몸놀림이 한결 경쾌해질 것이다. 시승 협조: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강남 렉스모터스 ☎ (02)516-4321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디젤의 장단점 장점 ·버튼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 ·3열 시트를 눕힐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 단점 ·키 작은 사람에겐 너무 높은 운전석 ·에어컨 송풍구가 없는 2~3열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5120×1995×1810mm 휠베이스 3030mm 트레드 앞/뒤 1600/1625mm 무게 1850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직렬4기통 커먼레일 디젤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2.0×94.0mm 배기량 2499cc 압축비 17.5 최고출력 143마력/4000rpm 최대토크 32.6kg·m/2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5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650/2.020/1.370 ④/⑤/ⓡ 0.970/0.760/3.460 최종감속비 3.53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미니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리프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15/65 R16 성능 최고시속 185km 0→시속 100km 가속 12.6초 시가지 주행연비 12.4km/ℓ 값 4,990만 원
2003년형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 온로드도 거침없이 달.. 2004-02-19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80년대 RV 물결이 거세지면서 여러 메이커가 SUV시장에 뛰어든 데 위기를 느낀 랜드로버가 내놓은 히든카드. 지난 89년 데뷔했으니 벌써 13년이 흘렀다. 메이커들의 숨가쁜 경쟁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3년이란 세월은 헤아리기조차 버거울 만큼 긴 시간이다. 현대가 88년에 내놓은 Y2 쏘나타와 뉴 EF 쏘나타의 차이를 떠올려보면 가늠이 될까. 그동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변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92년 V8 엔진을 더하고 93년에는 경제성을 앞세운 2.0ℓ DOHC 엔진 모델을 내놓았다. 94년 마이너 체인지를 거쳐 98년에는 디스커버리Ⅱ로 풀모델 체인지되었고, 2002년형으로 다시 한 번 손질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다른 메이커라면 3세대나 4세대까지 만들었을 법한데 겨우 2세대라니, 한번 만들면 좀체 손을 대지 않는 랜드로버의 뚝심도 대단하다. 램프 손질하고 검정 톤으로 실내 단장 온로드 달리기 성능 높인 전천후 모델 시승차는 2003년형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V8 4.0 ES다. 직렬 5기통 2.5ℓ 디젤 터보 138마력 엔진을 얹은 TD5도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 V8 4.0 ES는 랜드로버가 30년 넘게 같은 블록을 쓰고 있는 184마력 엔진을 그대로 얹고 있다. 2000년 5월말 랜드로버를 인수한 포드가 25억 원을 들여 손보아 내놓았던 2002년형과도 큰 차이는 없다. 뉴 디스커버리의 겉모습을 보고 알아챌 수 있는 변화라야 얼마 전 나온 뉴 레인지로버와 똑같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정도다. 2002년형까지 썼던 둥근 헤드램프는 두 개의 원을 겹쳐 놓은 모양으로 바꿨고, 그 옆에 동그란 미등과 방향시지등이 위 아래로 쌍을 이루게 했다. 앞 범퍼에 새로 단 둥근 안개등도 뉴 레인지로버의 것과 같다. 뒷모습에서는 범퍼에 있던 방향지시등과 D필러에 있던 후진등의 자리를 바꾼 정도. 이밖에 뒤쪽의 물체를 감지하는 주차센서를 달았고, 알루미늄 휠의 디자인도 새롭다. 검은 톤의 인테리어는 뉴 디스커버리의 정체성을 귀띔해주는 변화다. 내장재는 물론 시트까지 모두 검정색으로 마무리해 세련된 이미지를 낸다. 겨우 한 가지 색상을 더했을 뿐이지만 랜드로버의 전통처럼 굳어진 베이지색 실내 외에 다른 색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판매를 높이기 위한 포드의 전략으로 보인다. 포르쉐까지 SUV 카이엔을 내놓는 판에 가만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랜드로버의 자구책일 수도 있겠다. 시트는 촉감이 좋고, 엉덩이와 등이 적당하게 파묻혀 웬만해서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뉴 디스커버리의 안팎을 돌아보고 나니 별로 바뀐 부분이 없다. ‘이 정도를 고쳐 변화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 궁금증은 온로드를 달리며 자연스럽게 풀렸다. 오프로드는 디스커버리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레인지로버의 보급형 모델로 나왔지만 레인지로버보다 더 강인한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평준화되는 기술력이 SUV와 고급 세단의 간격을 좁히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로더의 이미지만으로는 미래를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03년형 디스커버리의 변화는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온로드를 달리는 2003년형 디스커버리는 뛰어난 주행안정성으로 운전자를 감동시킨다. 정확하게 차를 멈추는 브레이크 성능 시속 140km에도 안정된 몸놀림 보여 V8 엔진의 웅장한 숨소리를 토해내며 길을 박차고 달리는 뉴 디스커버리는 시속 140km를 넘기고도 안정된 자세를 보인다. 고속에서 불안한 느낌을 주던 구형과는 큰 차이가 느껴진다.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개선된 브레이크다. 아무리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 앞부분이 땅으로 쏠리는 듯한 노즈 다이브 현상을 느끼기 어렵다. 마치 비행기가 착륙하듯 살짝 내려앉으며 부드럽게 속도를 줄인다.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렸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에 변화를 주어 보았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차의 속도에 상관없이 페달이 움직이는 대로 정확히 작동해 차를 세운다. 브레이크 성능과 함께 돋보인 것이 코너링 성능이다. 디스커버리는 급코너를 빠르게 돌 때 옆으로 미끄러지기는 해도 차체가 기우뚱거리는 법이 없다. 1천940mm의 키를 가진 SUV를 드리프트에 가깝게 미끄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디스커버리는 차체가 기울지 않도록 자동으로 자세를 잡아주는 ACE(Active Cornering Enhancement; 능동적 코너링 향상장치)를 갖추고 있다. 보디 필러 4곳에 자리한 센서가 차체의 기울기를 읽고, 차의 앞, 뒤에 달린 피스톤에 유압을 가해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첨단장비다. 오프로드에서 쓰임새가 크겠지만 온로드에서도 달리기 자세를 흔들림 없이 잡아주는데 한몫 한다. 고속에서는 직각에 가깝게 선 앞유리 때문에 바람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시속 130km를 넘어서면 바람소리가 거슬려 액셀 페달에서 자연스럽게 발을 떼게 될 정도다. 비포장 길로 들어서서 트랜스퍼 기어를 로(low)에 넣었다. 센터 페시아에 있는 노란 버튼을 누르면 차 꽁무니가 4cm쯤 들린다. 98년 풀모델 체인지 때 랜드로버는 뒤 오버행이 150mm 늘어났고, 이탈각 손실분을 보상하기 위해 꽁무니를 올릴 수 있도록 바뀌었다. SLS(Self-Leveling Suspension; 자동 수평조절 서스펜션)를 작동하면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 적다. 앞바퀴에 걸리는 장애물만 없다면 울퉁불퉁한 길이라도 시속 60km를 내기가 어렵지 않다. 뉴 디스커버리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인지로버, 프리랜더와 함께 랜드로버 패밀리의 중심에 선 디스커버리. 랜드로버 팬들이 기억하는 전통적인 오프로더 이미지를 뛰어넘어 온로드에서도 당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디스커버리가 국내 고객들의 마음을 얼마만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4.4 최고급 승용차처럼 부드럽.. 2004-02-19
세계적으로 인기를 더하고 있는 SUV 중에서 누구나 한번 가져봤으면 하는 차가 무엇일까? 벤츠와 BMW에 이어 포르쉐까지 새차를 내놓고 있어 한 대만 찾기는 어렵겠지만, 역사와 기능, 성능, 보급대수, 프레스티지 등을 고려하면 레인지로버를 꼽을 수 있다. 1970년 4WD 프레스티지카로 등장했던 레인지로버가 올해 3세대 차로 풀 모델 체인지되어 한국에도 상륙했다. 귀족들이 특별히 선호하던 고급차 BMW가 개발하고 포드가 완성해 SUV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레인지로버의 신형과 그 산실인 로버는 긴 뿌리와 복잡한 출산과정을 보여준다. 로버는 오스틴과 로버라는 두 갈래의 큰 뿌리를 갖고 있다. 1905년 허버트 오스틴이 영국에 세운 오스틴은 20년대에 오스틴 세븐으로 유럽에 소형차 붐을 일으켰다. 2차대전 뒤 모리스와 합병해 BMC가 되고 59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니를 내놓았다. 한편 로버는 자전거 생산으로 출발해 1904년 휘발유 엔진 자동차를 만든 명문 메이커다. 로버를 이끌던 스펜서와 모리스 윌크스 형제는 2차대전 직후 미군의 윌리스 지프를 바탕으로 로버 엔진(1.4ℓ)을 얹은 프로토타입을 제작했고, 이것이 랜드로버 역사의 시작이 되었다. 당시 전쟁으로 철이 귀했기 때문에 알루미늄으로 보디를 만들었다. 시리즈Ⅰ은 데뷔와 함께 큰 인기를 끌어 1년만에 승용차 판매를 앞지르게 되었고, 70년대 중반까지 100만 대 넘는 차가 만들어졌다. 랜드로버는 영국의 군용차, 아프리카에서는 사파리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차였고, 건설업자와 청년들의 야외 드라이브에도 많이 활용되었음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로버는 1967년 레일랜드와 합병했고 1968년에는 영국 자동차산업의 대합병 때 오스틴 계열, 재규어 등과 함께 국영기업인 브리티시 레일랜드(BL)에 들어갔다가 78년 단일기업으로 독립해 미니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함께 여러 종류의 승용차를 만들었다. 랜드로버는 지난 88년에 브리티시 에어로 스페이스(BAE)로 넘어갔고 94년에 BMW 산하에 들어갔으나 다시 재정난으로 2000년에 미니를 BMW에 남긴 채 포드 소속이 되었다. 그 사이 1970년에는 GM이 만든 3.5ℓ 경합금 엔진을 쓰면서 새로운 랜드로버와 고급 오프로더인 레인지로버를 내놓았다. 네바퀴굴림인 레인지로버는 오프로드에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그 위엄과 실용성으로 프레스티지카로 평가되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영국 귀족들이 대환영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온다. 영국의 유명 호텔 현관에 벤츠나 BMW가 도착해도 현관을 지키고 있는 짐꾼들은 ‘나 몰라라’하고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다가, 레인지로버만 나타나면 서로 앞다투며 그 차로 달려갔다. 벤츠나 BMW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돈푼 깨나 번 사업가 정도로 보이지만 레인지로버를 몰고 호텔까지 오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귀족계급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 차는 처음부터 4WD의 롤즈로이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전세계 최고의 다목적 차로서 프레스티지카가 되었다. 나는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를 각각 약 10년 및 7~8년 전에 시승해 에 기고했었다.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지난지라 그 때의 인상이 가물가물하지만, 특히 레인지로버의 강력한 인상과 여유 있는 모습에다 드라이브하기에 편한 점에 놀란 일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당시는 SUV가 우리나라에 정착이 안 된 상태여서 이들 차의 특수성에 감탄했던 점도 강조했었다. 그런데 이 레인지로버가 대변신을 했다. 하기야 고집스런 보수 성향의 영국사람이라 해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는 없어 계속 약간의 보완은 해왔으나 근본 디자인은 변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뉴 레인지로버는 완전히 옛 모델로부터 탈바꿈한 것이다. 레인지로버는 94년 BMW에 들어간 뒤 2세대 차로 모델 체인지되었고 이번이 3세대 째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BMW가 개발했으나 앞서 적은 대로 랜드로버가 포드로 넘어가 포드 산하에서 시장에 나왔다. 영국에 뿌리를 둔 신형 레인지로버는 독일 BMW가 설계하고 미국 포드가 마무리해서 파는, 색다른 산고 끝에 세상에 나왔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디자인도 매력 대형 요트를 탄 듯한 호쾌한 기분 시승하는 날 나타난 차를 보고 정말로 놀랐다. 1, 2세대는 모두 무난한 흙 색깔 차체에 그리 뛰어난 특징이 없는 보수적인 영국인 기질을 그대로 표현한 무난한 디자인이었다. 언뜻 보기에 값은 비싼데 특색이 없어서 약간 미흡한 감도 들지만 원래 ‘SUV의 롤즈로이스’라는 별칭 때문에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왔다. 그런데 뉴 레인지로버 4.4는 그렇지 않았다. 검은색 차체에다 외모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권위도 있고, 옛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생동감이 흐르는 디자인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 차가 달리는 앞을 가로막을 아무런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상이다. 뉴 레인지로버는 지난 9월 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레인지로버 코리아의 영업 책임을 맡고 있는 브루노 드 보니스 상무는 “뉴 레인지로버는 모든 고급 SUV의 원조인 동시에 그들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유일한 최고급 SUV”라고 장담했다. 물론 이 차는 검정색뿐만 아니라 은색과 흙색도 내놓고 있으나 검정색이 단연 돋보인다. 기본 틀은 옛 모델과 같아보이지만 좀더 4각형에 가까운 단정한 맛을 강조했고, 내가 시승한 차는 그릴을 제외한 앞면에 10개의 등이 달려 있어 가관이었다. 전조등과 깜박이, 그리고 범퍼에 달려 있는 안개등의 모양이 위협적이다. 여기에 좀더 빛이 필요하면 그릴 앞에 가드 프레임으로 보호되어 있는 램프 2개를 추가할 수 있어 야간 주행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선으로 뻗은 차체의 선을 따라 뒤로 가면 좌우에 수직으로 2개의 테일램프가 배열되어 전부 4개의 등이 가드레일 같은 것으로 보호되어 있다. 앞뒤의 램프 배치만 봐도 아주 도전적인 인상을 준다. 이 점이 확실히 구형과는 다른 차원의 디자인이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문을 열고 차 내부를 보았을 때였다. 베이지색과 검은색의 투톤으로 된 세련된 좌석, 간단하기 그지없는 운전석 계기판, 그 대신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각종 편의시설 작동을 위한 노브들이 센터 콘솔을 적절하게 장식하고 있다. 위에 자리잡은 라디오는 요사이 다른 차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주 크게 만들어져 있다. 다른 차들이 대부분 편의시설 작동을 위해 노브 대신에 푸시 버튼을 택하고 있는데, 이 차는 악착같이 옛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인상이다. 실내 공간은 이전 것보다 높고 넓다. 그래서 좌고가 높은 동양인이 모자를 쓰고 타도 천장에 여유가 있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은 넓게 만들어져 있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인천국제공항 쪽으로 몰고 가기로 했다. 교통량이 적고 직선으로 뻗어있는 길에서 마음껏 달려보고 싶어서였다. 역시 8기통 차라 출발부터가 부드럽다. 차고가 높으니까 다른 차들이 내려다보여 ‘도로의 정복자’ 같은 기분마저 든다. 앞 시야가 넓으니까 해방감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운전하면서 느꼈지만, 더 넓어진 실내공간은 바다를 달리는 대형 요트를 타고 있다는 착각을 줄 정도다. 그만큼 달리는 감각이 마치 바다를 미끈하게 헤치는 호쾌한 맛 그대로다. 이 차는 데뷔 이래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영국의 자존심’은 그간에 얻은 경험과 기술의 모든 것을 집결시켜, 이 차를 다른 어떤 SUV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걸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뉴 레인지로버가 혁신적으로 디자인 변신을 하게 된 이유는 랜드로버가 포드 산하 프리미엄 오토모티브 그룹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포드는 영국의 전통적인 자동차메이커 재규어와 스웨덴 볼보까지 손에 넣고, 이 유명 브랜드를 더욱 확고하게 키워 시장 제패를 단단히 노리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랜드로버의 전 모델을 쇄신할 계획이며 레인지로버가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독자들이 참고하도록 레인지로버 구형과 신형의 주요 제원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차체의 길이×너비×높이는 구형이 4천713×1천853×1천817mm이고, 신형은 4천950×1천955×1천865mm다. 신형은 길이가 230mm 이상 길어졌고 너비도 100m 이상 커졌다. 대단한 크기의 확장이다. 휠베이스도 2천745mm에서 2천880mm로 늘었고, 트레드도 앞/뒤 1천540/1천530mm에서 1천630/1천625mm로 90mm가 늘었다. 타이어는 225/65 R16 대신 225/60 R18로 2인치나 커졌다. 승용차에 가까운 부드러운 승차감 시속 180km에서도 안정성 뛰어나 구형에는 랜드로버가 제작한 V8 4.6ℓ 218마력을 얹었지만, 신형에는 BMW의 V8 4.4ℓ 285마력을 얹었다. 배기량이 조금 뒤지지만 최고출력은 거의 70마력이나 커졌다. 좌석에 몸을 실은 순간부터 고급 승용차에 탄 기분이 든다. 8기통에다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의 엔진이 나를 소리 없이 저력 있게 도로 위로 밀어내 준다. 승차감은 세단이지만 핸들에 전해오는 감각은 틀림없이 자신만만한 SUV다. 뉴 레인지로버에는 상시 네바퀴굴림(4WD) 시스템과 듀얼 레인지 트랜스퍼가 달려 있어서 오프로드용 로(low) 레인지 및 온로드용 하이(high) 레인지가 함께 제공된다. 이 차는 주행 중에 레인지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첨단 5단 전자식 자동변속기는 스텝트로닉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이 점은 특히 젊은이에게 구미가 당기는 부분일 것이다.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는 전용도로로 들어섰다. 교통량이 적어 속도를 내보기로 하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순식간에 뒤따라오던, 사진기자를 태운 차가 백미러에서 사라졌다. 아주 엄청난 가속능력이다. 마치 스포츠 세단 같은 기분으로 가볍게 시속 100km에 이른다. 아마도 스텝트로닉으로 조작하면 어지간한 스포츠카와 맞붙을 수 있는 순발력을 보일 듯하다. 시속 120, 140, 160km에 이르는 순간도 뉴 레인지로버는 엔진의 요동과 울음소리 없이 매끄럽게 가속된다. 시속 160km가 이 차의 순항속도 같은 기분마저 준다. 시속 180km까지 밟아도 차는 도로를 아무런 흔들림 없이 ‘꽉’ 물고 직진한다. 시속 180km 이상으로 달리면 운전대에 앉은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차체가 바람을 뚫고 나가는 소음과 엔진의 소리에 귀가 멍멍해지기 시작하고, 높은 속도 때문에 운전하는 시야가 좁아지며, 추월해야 하는 차가 혹시 내가 달리는 길로 자리를 옮기지 않을까 하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넓은 공간과 편안한 좌석에 방음까지 잘 되어 있으니까 그런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최고시속은 이 차의 구조상 약 200km가 한계인 듯했으나 느낌으로는 그 이상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뉴 레인지로버에는 주행안정장치(DSC)와 내리막길 주행장치(HDC) 등 다양한 컨트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다 기본으로 달린 ABS와 긴급제동 보조장치(EBA) 및 전자식 제동 배분장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초보운전자가 산을 내려오는 커브 길에서 자칫 과속해 당하는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로드로 들어서 보았다. 풀과 돌밭을 달릴 때는 어떤 양상일까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럴 때 뉴 레인지로버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센터콘솔 밑에 달려 있는 장치를 누르면 차고가 높아진다. 그 높이도 조절할 수 있는데, 이렇게 차 밑을 올린 데다 바퀴의 크기가 18인치나 되니 어지간히 큰돌이며 그밖의 장애물은 거뜬하게 넘어 갈 수 있고, 늪 같은 곳에서 빠져 나올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장애물이 섞인 급경사를 등판하는 능력 역시 대단했다. 단 한 가지 옥의 티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뒷좌석 위에 붙어 있는 머리받침장치가 커서 룸미러를 통해 보이는 뒷시야나 일부 옆시야가 가려져, 달릴 때 앞쪽보다 뒤쪽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다. 뉴 레인지로버의 값은 1억4천만 원이다. 이 대목에서 약간 주춤할 사람도 있겠으나, 이 차를 한번 시승해 보기만 하면 그러한 망설임은 당장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시승협조: 랜드로버 코리아 ☎(02)3781-3822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950×1955×1865mm 휠베이스 2880mm 트레드 앞/뒤 1630/1625mm 무게 250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2.0×82.7mm 배기량 4398cc 압축비 10.1 최고출력 285마력/5400rpm 최대토크 44.9kg·m/3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스텝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3.570/2.200/1.510 ④/⑤/R 1.000/0.800/4.100 최종감속비 -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25/60 R18 성능 최고시속 196km 0→시속 100km 가속 9.2초 시가지 주행연비 6.2km/ℓ 값 1억4,000만 원
벤츠 ML400 CDI 경이로운 파워와 안정감 돋보이는 2004-02-19
국내 메이커의 5인승 디젤차를 타고 있는 기자는 디젤 엔진의 시원치 않은 달리기 성능과 트럭에 맞먹는 소음 때문에 차라리 경차가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불만이 크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요즘 나오는 디젤차들이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의 새로운 엔진을 얹고 정숙성과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지만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오프로드 매니아가 아니라면 휘발유보다 절반이나 싼 경유값이 디젤차의 가장 큰 매력이고 선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한성자동차가 수입한 2002년형 벤츠 ML270 CDI를 경험하기 전까지 기자의 생각도 그랬다. 벤츠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분명 달랐다. 소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직분사방식의 파워는 아직까지 다른 메이커가 따를 수 없는 벤츠만의 기술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ML270 CDI로 인해 디젤 엔진이 시끄럽고 둔하다는 편견도 버렸다. 범퍼에 캐릭터 라인 넣고 안개등으로 마무리 큰 변화 없지만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어 M클래스의 겉모습은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형 ML270 CDI를 처음 만났을 때도 ‘왜 2002년형인가’ 의문을 가졌다. 구형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비교했지만 크게 변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ML270 CDI와 똑같은 모습의 400 CDI도 이전 모델과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매뉴얼을 들고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정도다. 2002년형 ML400 CDI의 겉모습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보디 색을 칠한 범퍼에 다부진 인상을 풍기는 캐릭터 라인을 넣고 안개등으로 마무리한 점이다. 방향지시등이 들어간 사이드 미러를 달고 할로겐 램프를 CL 쿠페에 쓴 크세논 헤드램프로 바꿔 2배나 밝은 빛이 나도록 해 실용성과 세련미를 높였다. 전체적인 스타일링은 변함이 없지만 매끈하게 손질해 더욱 다이내믹해 보인다. ML400 CDI는 전통적인 T자형 대시보드를 그대로 썼고, 센터 페시아의 아랫부분에 있는 에어컨 스위치는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뀌어 자동온도조절·외기순환·부분적 환기 기능 등이 버튼 하나로 작동된다. 변속기와 센터 콘솔박스 사이에 잘 정돈해 두었던 파워 윈도 스위치는 변속기 주변에 나누어 배열했지만 오른쪽 윈도 스위치를 쓸 때는 변속기 레버가 거추장스럽다. 또 이전 모델에서 작은 수납 공간이었던 변속기 앞자리에 재떨이를 달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너들에게는 불필요한 변화가 될 수 있겠다. 시야는 높지만 헤드룸이 부족한 운전석 시트도 그대로다. 높은 차체 덕분에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그대로 살렸지만 코너링에서 원심력에 밀리는 몸을 잡아 주지 못하는 밋밋한 시트의 단점은 고치지 않았다. 3열 시트는 국산 SUV와 마찬가지로 넉넉하지 않다. 앞좌석의 듀얼 에어백과 앞뒤 윈도 위에 붙은 커튼식 윈도 에어백, 그리고 도어트림에 달린 사이드 에어백 등 안전대책은 전방위적이다. 충돌 때 길이 2m, 높이 50cm 크기로 펼쳐지는 윈도 에어백은 앞·뒤 유리창을 완전히 덮어 탑승자의 머리와 몸을 보호한다. 안정적인 코너링 돕는 ESP기능 돋보여 브레이크 답력은 부드럽지만 늦게 반응 겉모습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어려웠던 2002년형 ML400 CDI는 뛰어난 정숙성과 놀라운 힘으로 응수하며 벤츠 디젤 엔진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V8 4.0L 250마력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놀랍다기보다 ‘경이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듯하다. 시승 코스로 잡은 영동고속도로. 처음 시동을 거는 순간과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디젤의 본성을 숨길 수 없었는지 카랑카랑하던 엔진 소리가 속도를 높일수록 잦아들었다. 창문을 모두 닫고 흐름에 맞춰 달리다 보면 디젤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1천700∼2천600rpm에서 최대토크 57.1kg·m를 뽑아내니 액셀 페달을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차가 울컥거리며 튀어나갈 태세다. 시속 120∼150km의 고속에서도 액셀 페달을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가속력과 순발력 덕택에 고성능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었다. 두 개의 터보차저를 가진 8개의 실린더에서 나오는 넉넉한 힘은 시속 180km까지도 수월하게 뒷받침한다. 대관령까지 완만한 언덕길이 많은 영동고속도로에서 ML400 CDI의 넘치는 파워는 짜릿한 드라이빙의 참맛을 전해준다. 엔진 회전수를 높일 필요 없이 2천rpm 정도에서 지칠 줄 모르고 언덕길을 치고 나가는 성능에 감탄을 연발했다. 엔진 브레이크가 적당히 걸리는 영리한 전자제어시스템은 대관령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액셀에서 발을 떼면 차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 알맞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려 차의 무게로 인해 덧붙는 가속도 때문에 쓸데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코너링에서 안정된 몸가짐을 잃지 않는 매너는 이전 모델과 다를 바 없다. 급한 커브길에서 속도를 높여 차체가 조금만 기우뚱거려도 속도계 한가운데 자리한 삼각형 모양의 노란색 경고등에 느낌표가 깜박거리면서 위험을 알린다. 벤츠의 기술진이 위험상황을 앞에 두고 느낌표의 경고등만 보이게 했을 리 없다. 운전자는 쉽게 눈치 챌 수 없지만 느낌표가 나타나는 순간 주행안전장치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가 작동한다. 코너에서 차가 밖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가 생기면 코너 안쪽에 있는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걸려 속도를 줄이고 안전하게 돌아나가도록 돕는다. 시속 70∼80km의 속도에서 직각의 코너를 휘청거리지 않고 돌아 나가는 M클래스의 비밀은 바로 ESP에 있다. 동해안의 백사장으로 ML400 CDI를 몰고 들어갔더니 휠의 회전운동에 물기를 먹은 모래가 깊게 파여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었다. ESP가 휠 스핀으로 착각해 브레이크를 걸고, 전자제어장치가 엔진의 동력을 끊어 액셀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없었다. 이런 때에 대비해 M클래스는 낮은 기어(low range)를 따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센터 페시아의 왼쪽에 있는 ‘로 레인지’스위치를 누르면 시속 45km 미만의 저속으로 달리는 오프로드에 맞춘 ‘오프로드 ESP’와 시속 30km 미만에서만 움직이는 ‘오프로드 ABS’가 작동한다. ML400 CDI의 파워 스티어링은 매우 민감한 성격이다.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의 유격보다 범위를 한층 좁혀 작은 각도의 움직임에도 앞바퀴가 방향을 튼다. 고속에서는 부담이 되지만 오프로드에 들어선 뒤로는 오히려 정확하게 길을 잡아 나갈 수 있어 편하다. ML320의 뻑뻑한 브레이크 답력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페달이 편안하다. ML400 CDI의 시내주행 연비는 11.2km/L. 4천cc에 가까운 배기량과 2톤이 넘는 몸무게를 생각하면 거짓말 같다. ML270 CDI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아무래도 M클래스의 덩치에 어울리는 엔진은 400 CDI쪽이 가깝다. 9천900만 원의 차값이 부담스럽지만 벤츠의 커먼레일 기술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ML400 CDI는 그만한 가치 또한 충분히 지녔다. 벤츠 ML400 CD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638×1840×1820mm 휠베이스 2820mm 트레드 앞/뒤 1555/1555mm 무게 2265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V8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6.0×86.0mm 배기량 3996cc 압축비 18.0 최고출력 250마력/4000rpm 최대토크 51.1kg·m/1700∼2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83L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950/2.420/1.850 ④/⑤/R 1.000/0.830/3.150 최종감속비 3.7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75/55R 17 성능 최고시속 213km 0→시속 100km 가속 8.1초 시가지 주행연비 11.2km/L 값 9,900만 원
벤츠 G500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승차감은 부드럽다 2004-02-19
벤츠 G클래스는 고전 감각과 첨단 메커니즘이 조화를 이룬 모델이다. 구형 지프를 연상케 하는 각진 스타일을 지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매니아들은 신형 G클래스에 대해 각별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이미 비벌리힐스 번화가에는 G클래스가 많이 굴러다니고 있다. 벤츠는 현재 미니밴 타입의 소형차 A클래스, 해치백 쿠페인 C클래스, 중형 4도어 E클래스, 고전 감각의 오프로더 G클래스, 본격 SUV M클래스, 최고급 세단 S클래스 등의 라인업을 주축으로 한다. 또한 4인승 쿠페와 카브리올레 CLK, 그보다 한 단계 고급차인 SL 클래스, 전동식 로드스터 SLK, 최고급 쿠페 CL이 있고 이밖에도 7인승의 컴팩트 밴 바네오와 대형 밴 V클래스도 갖추고 있다. 이들 모델 중에서 G클래스는 강인한 차체와 전천후 주행을 자랑하는 독특한 오프로더다. 2002년형 G클래스는 ‘콘크리트 정글을 헤치고 어디든지 달려라’(Go-Anywhere G-Class. A Concrete Jungl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도시나 들길, 산길까지도 어디든지 내달릴 수 있는 전천후 차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드톱과 카브리올레 등 2가지 모델로 선보인 G클래스는 고전적인 스타일이 더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 같다. 길이×너비×높이는 4천662×1천760×1천837mm로, 대형 SUV보다 차체가 높다. 휠베이스는 2천850mm다. 타이어는 폭 265mm에 편평률 60%여서 진창이나 눈길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뒤 브레이크에는 ‘스트레이트 라인 브레이킹’ 시스템을 두어 제동력을 높였다. 차의 무게는 2천850kg로 3/4 톤 지프에 비하면 거의 5배나 무겁다. 각진 모양에 전천후 달리기 성능 지녀 고급스런 실내에 편의·안전장비 가득 V8 5.0X 엔진의 최고출력은 5천500rpm에서 292마력, 최대토크는 2천800rpm에서 46.5kg·m다. 트랜스미션은 전자식 자동 5단. 굴림방식은 4WD방식인데 콘솔에 스위치를 두고 필요에 따라 센터와 리어 디퍼렌셜 기어를 써 스피드를 선택하도록 했다. 최고시속은 190km, 0→시속 100km 가속은 9.7초다. 차체가 높은 만큼 차에 오르내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앞쪽에 알루미늄 디딤 발판을 두었다. 헤드램프는 운전자가 조정할 수 있는 ‘라이트-센싱 시스템’이다. 시트의 히터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된다. 오른쪽 미러는 주차할 때 자동으로 뒷바퀴를 비추는 ‘어시스트 라이트 사이드 미러’ 방식이다. 와이퍼도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레인 센서 방식인데, 이때 후진기어를 넣으면 리어 와이퍼 또한 자동으로 움직인다. 벤츠 특유의 스마트키는 ‘센트럴 로킹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윈도와 선루프의 여닫힘을 선택할 수 있다. 차가 출발해서 시속 15km에 이르면 모든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는 ‘오토 도어 록 시스템’도 갖췄다. 차고에 들어가고 나설 때 편리하도록 차고문의 여닫힘을 조정하는 도어 컨트롤 시스템이 머리 위 앞창에 달렸고, 위성을 통해 비상사태나 긴급상황이 자동 연락되는 ‘텔레에이드’도 마련되어 있다. 자동 온도 조절장치는 앞뒤에서 각기 조절할 수 있는 듀얼 타입이고,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는 레스트(REST)라는 필터도 갖추었다. 운전석 도어 트림의 위쪽에 설치된 버튼을 이용해서 스티어링 칼럼을 아래위로 틸트하거나 앞뒤로 조절하는 ‘4웨이 파워 칼럼 시스템’도 돋보인다. 운전석은 10개 방향으로 조정이 되고 3명의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자세에 맞게 스티어링 칼럼과 아웃사이드 미러를 세팅해 두면 메모리가 자동으로 조정한다. 60: 40 분할접이식 뒷시트를 접으면 넓은 짐칸이 생긴다. 헤드레스트는 전동식이고 시트는 고급스런 천연 가죽으로 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과 호두나무로 장식했고, 시프트 손잡이에도 가죽과 호두나무 재질을 섞어 넣어 고급스런 느낌이 물씬하다. 이밖에도 고급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GPS위성에서 수신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AM/FM 스테레오와 일기예보 전용 라디오, CD롬 시스템도 대시보드에 달려 있다. 6CD 체인저는 짐칸 왼쪽에 있고, 스피커는 모두 9개다. GPS위성에 연결되는 전화와 비상용 SOS 버튼, 각종 정보를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응답해주는 i-버튼, 어느 곳을 달릴 때나 도로에서 가까운 정비소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버튼’도 갖췄다. 차를 도난 당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위성으로 자동 연락되는 텔레에이드 서비스는 접촉사고 때에도 즉각 작동해 정확한 사고 위치를 위성으로 송신, 긴급 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밖에 충돌 사고 때 앞좌석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뒷좌석 어린이 시트까지 자동으로 보호하는 베이비 스마트 시스템, 4방향으로 조절되며 머리부분을 최대한 감싸는 앞좌석 헤드레스트 등이 눈길을 끈다. 시승은 실버스타 오토모티브 그룹 플립 매니저 로이 B. 윤 씨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시승은 대개 오전 11시쯤에 시작한다. 사진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고 고속도로의 교통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승차로 점찍어 두었던 G클래스를 다음날 아침에 구매자가 가져가기 때문에 당장 오지 않으면 기회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승 현장으로 헐레벌떡 달려가야 했다. 겉모습과 다르게 부드럽고 조용해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안정감 보여 시승차로 고른 G500의 보디는 은색이다. G클래스의 인상이 딱딱한 편이어서 은색이라면 조금 부드럽게 보일 것 같아서다. 차에 타려면 마치 말에 오르듯이 다리를 들어올려야 한다. 디딤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것조차도 높게 달려 있어서 단숨에 차에 오르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일단 시트에 앉으면 승용차에서 맛볼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어느 SUV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좋다. 운전석을 체형에 맞게 조정하는 일도 아주 쉽다. 도어 암레스트 앞쪽에 마련된 시트 버튼은 원터치로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스티어링 휠의 위치도 버튼 하나로 적절히 맞출 수 있다. 시동키는 S클래스와 똑같은 방식이다. 출발은 매우 조용하고 부드럽다. 겉에서 보는 것만큼 둔탁한 느낌은 조금도 없고 가속할 때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급가속 때 약간의 굉음은 있지만 오히려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G클래스는 오프로드 주행이나 급커브에서의 코너링, 드리프트에서 탁월한 안정감을 갖고 있다. 차체가 높고 좁아 급커브에서 옆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기우는 말끔히 사라졌다. 액셀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감촉이 매우 부드럽고 편하다. 부담스러운 S클래스와 달리 유연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딱딱한 차’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부드럽고 편했다. 최저지상고가 211mm나 되어 돌길이나 진흙길을 돌파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차체가 지나치게 큰 느낌도 있다. 그러나 실내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헤드룸이 1천72mm나 되어 공간 여유가 충분했다. 프리웨이에서의 고속주행에서 ‘과연 제대로 잘 달려 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이내 풀렸다. 제원표의 최고시속 190km 만큼 고속주행에서도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G클래스는 겉보기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생각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다목적 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G클래스의 값은 벤츠 S430과 맞먹는 7만7천500달러(약 1억100만 원)다. 여유 있는 중년층의 레저생활이나 단거리 여행용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큰 농장을 경영하는 이나 짜임새 있는 자영업자들의 업무에도 유용한 차다. 벤츠 G500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662×1760×1837mm 휠베이스 2850mm 트레드 앞/뒤 1475/1475mm 무게 285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7.0×84.0mm 배기량 4966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292마력/5500rpm 최대토크 46.5kg . m/28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96V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93/2.41/1.49 ④/⑤/R 1.00/0.83/3.10 최종감속비 4.86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65/60 R 18 성능 최고시속 190km 0→시속 100km 가속 9.7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7만 7,500달러(약 1억 100만 원)
2002년형 혼다 CR-V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 2004-02-19
혼다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항상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는 브랜드다. 혼다의 북미주 판매 브랜드인 어큐라에서는 물론이고 혼다 자체 브랜드에서도 가끔 기상천외한 디자인이나 메커니즘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많다. 혼다가 내놓고 있는 미니 SUV CR-V의 2002년형 모델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돋보이는 디자인을 만들어낸 이색 차다. 일본에서 1996년 1월에 데뷔, 북미지역에는 97년 처음 소개된 다목적차 CR-V는 미니 SUV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화제의 모델이다. 그 여세를 몰아 2002형 CR-V는 올 뉴 모델 2세대로 거듭났다. 겉모습과 인테리어의 디자인이 새로워졌고, 실내는 더욱 넓어졌으며, 엔진은 보다 강해졌다. 2.0L에서 2.4L로 커진 엔진은 최고출력이 146마력에서 160마력으로 올라가고 연비도 높아졌다. 새로운 서스펜션은 딱딱한 유니보디를 썼는데 이 덕분에 승차감이 좋아지고 실내 소음도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2002년형 혼다 CR-V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혼다 의 딜러는 차값이 비교적 싼 1만9천~2만3천 달러(2천500만 원 내외)로 정해져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Η졍?SUV답게 경쾌한 이미지다. 해치도어는 오른쪽으로 열리고, 도어 오른쪽에 스페어타이어가 달려 리어램프와 함께 경쾌한 이미지를 더욱 살려준다. 새 CR-V는 구형보다 휠베이스가 2.5mm 줄었지만, 차체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가 각각 25.4, 33, 7.6mm 늘어 실내공간이 넓고 쾌적해졌다. 인테리어는 승용차처럼 호화롭게 꾸며졌다. 스티어링 휠에는 3개의 버튼으로 구성된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있고, 인스트루먼트 패널 오른쪽에 시프트 레버 인디케이터가 달려 운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센터콘솔의 오디오 시스템 아래에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소품을 넣을 수 있게 했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2개의 큼직한 컵홀더가 달렸다. 앞좌석 암레스트는 레버 형태로 필요에 따라 내려 쓸 수 있고, 뒷좌석은 승용차처럼 백시트 중앙에 암레스트를 넣었다. 뒷좌석은 짐공간이 필요할 때 의자 등받이과 바닥을 접어 앞좌석 뒤로 붙여 넣을 수도 있다. 트렁크에 해당하는 시트 뒷공간은 바닥 판을 튼튼한 피크닉 테이블로 쓸 수 있고, 그 아래 달린 큼직한 플라스틱 바구니는 어름을 재우거나 젖은 물건을 담는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굴림방식과 변속기에 따라 모델 다양해 안정감 돋보이지만 핸들링 약간 거칠어 구형보다 더욱 큰 힘을 내는 엔진은 본체와 헤드를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굴림방식은 2WD LX가 앞바퀴굴림, 4WD LX와 EX가 네바퀴굴림이고, 트랜스미션은 2WD 는 자동변속기가 기본, 4WD는 자동과 수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필자가 시승할 무렵은 새 모델이 팔리기 시작한 지 한두 주일밖에 되지 않아 고객용 카탈로그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데다가 세일즈 매뉴얼에도 데이터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 기어비와 최고속도 등은 알 수 없었다. 운전석에 오르는 자세는 시트의 높이가 다른 SUV처럼 높거나 발판을 딛고 오르는 방식이 아니어서 조금 높게 조정된 승용차 좌석에 걸터앉는 느낌 정도로 어색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릴 때도 발이 땅에 바로 닿아 불편하지 않다. 시동에서 발진까지의 실내는 매우 정숙했다. 4기통으로도 이 정도로 조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호감이 간다. 가속하기 위해 킥다운을 하거나 페달을 깊숙이 밟아 급가속을 할 때도 심한 소음 없이 미끄러지듯 조용히 속도를 높여간다. 감속은 매우 예민하게 된다. 굽은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반복할 때도 차는 약간의 요동만 만들며 안정감을 유지한다. 이 정도 안정감이라면 프리웨이에서의 고속 달리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이드 미러를 통한 뒷시야가 좁게 느껴지고, 의자가 좀 딱딱한 것, 핸들링이 약간 거칠고 딱딱한 것 정도다. 2002년형 혼다 CR-V는 보다 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전 모델의 명성에 어떤 세대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감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 편의장비로 인한 운전재미를 갖추어 더욱 인기 높은 베스트셀링 컴팩트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출한 가족의 나들이나 피크닉에 이보다 더 효용성이 높은 차는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다. 혼다 CR-V 4WD LX의 주요 제원 ----------------------------------------------- 크기 ----------------------------------------------- 길이 X 너비 X 높이 | 4536 X 1783 X 1750 mm 휠베이스 | 2619 mm 트레드 앞/ 뒤 | 1534 / 1539 mm 무게 | 1505kg 승차정원 | 5명 ----------------------------------------------- 엔진 ----------------------------------------------- 형식 | 직렬 4기통 DOHC 굴림방식 | 네바퀴굴림 보어 X 스트로크 | 89.0 X 86.0 mm 배기량 | 2400 cc 압축비 | 9.6:1 최고출력 | 160마력/6000rpm 최대토크 | 16.7kgㆍm/3600rpm 연료공급장치 |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 58l ----------------------------------------------- 트랜스미션 -----------------------------------------------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4.440 ----------------------------------------------- 보디와 섀시 ----------------------------------------------- 보디형식 | 5도어 왜건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뒤 |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 모두 205/70R 15 ----------------------------------------------- 성능 ----------------------------------------------- 최고시속 | - 0 - 시속 100km가속 | 8.1 초 시가지 주행연비 | 9.4km/l ----------------------------------------------- 값 | 1만9천240달러(약 2천300만 원) -----------------------------------------------
Peugeot 307 ①기상천외한 수납공간과 짜릿한.. 2004-05-13
유럽의 도심을 거닐다보면 운전자 혼자뿐인 차가 많고 2~3명이 왁자지껄하게 들어찬 경우도 흔치 않다. 16~17세기 때 생겨나 현재까지 이어져온 많은 도로는 폭이 좁고, 넓어봐야 왕복 6차선 정도가 고작. 더구나 골목 안쪽에 접어들면 울퉁불퉁한 화강암 벽돌길이 펼쳐지기 일쑤다. 우리네 실정과 퍽 다르지도 않은 환경이건만 이들 유럽인의 차 고르기 취향은 전혀 딴판이다. 준중형차나 중형차, 덩치 큰 미니밴과 SUV가 활개치는 대한민국 도로와 달리 유럽의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작고 아담한 해치백이 물결치는 거리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구구절절 설명만으로는 유럽의 해치백 인기를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울 터.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본고장에서 건너온 손님을 초대했다. 프랑스의 작은 사자 푸조 307. 2001년 태어난 307은 유럽 COTY가 선정한 ‘카 오브 더 이어’를 포함, 데뷔 첫 해에만 11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유럽 해치백 시장의 신세대 주자다. 지난 3년 동안의 누적판매량은 약 140만 대. 지난해에는 57만여 대가 팔리며 유럽 베스트셀러 6위를 차지했다. 합리적인 데다 깐깐하기까지 한 유럽인들에게 이만큼의 인기를 누린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듯. 앙증맞은 프렌치 라이언의 속내를 들춰보면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점 활용성 돋보이는 공간의 황제 푸조 307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8월 폭스바겐 골프Ⅳ와의 맞대결 이후 9개월 만의 재회건만 컴팩트한 프렌치 해치백의 얼굴은 평생의 반려자만큼이나 낯익고 친숙하다. 307의 친근감은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푸조 라인업의 일관되고 인상적인 패밀리룩이 빚어낸 결과다. 고양이처럼 눈매가 날카로운 헤드램프, 큼직한 ‘푸조 라이언’ 엠블럼을 중앙에 담은 갸름한 그릴은 206CC와 607 등 국내에 상륙한 모든 푸조 차가 지니고 있는, 그들만의 DNA다. 원박스 보디의 균형감과 세련미는 모두 수준 이상. 보네트와 윈드실드를 매끈하게 이어 붙인 실루엣이 멋스럽고 네 바퀴를 바깥으로 한껏 내몬 허리 아래는 암팡진 느낌이 물씬하다. A필러 끝이 아니라 옆 유리 중간에 매달린 사이드미러는 디자인 센스 면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을 매겨도 아깝지 않지만 뒤로 몰린 만큼 후방 시야가 좁아져 실용성 면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트렁크도 없는 차에 짐을 실어봐야 얼마나 싣겠나 싶겠지만 유럽의 스탠더드 해치백 307 안에는 정말 많은 짐이 들어간다. 우선 기본 짐칸은 길이 90cm를 조금 넘는 골프백 하나와 밑이 넓은 룩색 크기의 보조가방 2개는 물론이고 사진기자의 카메라 가방과 노트북 케이스까지도 너끈히 담아낸다. 뒷시트 쿠션을 들어올리고 등받이까지 눕히면 307의 뒷자리는 고기 10근쯤 뚝딱 해치우는 씨름선수처럼 별별 화물을 다 실어댄다. 해치게이트에서 앞좌석 등받이에 이르는 짐칸에 키 큰 화물도 골고루 실을 수 있다는 사실은 노치백 타입이 따라올 수 없는 해치백의 장기. 307의 뒷자리를 더블폴딩하면 길이 150cm, 높이 79~94cm, 너비 100cm의 장방형에 가까운 짐칸이 마련된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한 등받이는 허리를 완전히 굽히지 않아 트렁크 플로어와 평평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리어 윈도도 가파르게 떨어져내려 결국 최대 94cm 높이의 짐을 부릴 실제공간은 생각만큼 넉넉하지 않은 셈이다. 허투루 버려 두기 십상인 자투리 공간까지 수납함으로 활용한 재기발랄한 인테리어야말로 307의 참 매력. 글러브박스는 대시보드 안쪽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넉넉한 자리를 마련했고 덮개 안쪽은 카드, 동전, 펜, 수첩 등을 올려둘 수 있는 간이 테이블로도 쓸 수 있다. 도어포켓은 음료수 병을 4개까지 담을 만큼 여유가 충분하고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시트 언더트레이와 함께 담뱃갑이나 휴대폰 크기의 소품이 들어갈 간이 수납함까지 챙겨두었다. 재떨이 아래의 깊은 공간과 센터콘솔의 컵홀더, 두툼한 수첩과 음료수를 꽂아둘 수 있는 뒷자리 암레스트는 기본. 구석구석 잔 짐 쟁여두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기자는 암레스트를 내린 등받이 빈자리에서 수첩을 꽂아둘 만한 포켓을 발견하고는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쳤다. 손닿는 곳 어디든 수납함으로 활용한, 푸조의 ‘공간 마술’에 대한 화답의 의미였다. 와인딩을 휘감는 짜릿한 핸들링 등받이와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를 골고루 받쳐주는 가죽시트의 밀착감에 가슴이 요동친다. 박력 있는 시동음과 함께 머릿속에는 출발을 알리는 파란 신호가 켜졌다. 패밀리 해치라는 본질과 달리 가죽을 탄탄히 여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꽤나 뻑뻑하고 출발가속은 묵직하다. 랠리카를 모는 기분이 꼭 이럴까? 첫 대면의 느낌은 이윽고 현실로 다가왔다. 조심스레 첫 걸음을 뗀 307은 타코미터 바늘이 1/4를 넘길 무렵부터 활기찬 질주를 시작한다. 2천rpm 부근의 저속에서 5천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까지 무겁고 끈질긴 토크를 토해내는 4기통 2.0X DOHC 엔진이 놀랍고 팁트로닉 4단 AT의 도움을 받은 경쾌한 가속도 매력적이다. 탄탄한 댐퍼는 부드러운 승차감 대신 암팡진 5도어 보디를 시속 140~150km의 고속에서도 안정되게 다잡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묵직했던 스티어링 휠은 시속 130km를 넘어설 즈음부터 조향감이 조금씩 옅어지고 노즈 반응도 함께 둔화되는 느낌. 고속도로에서 교통 흐름이 뜸한 용인의 와인딩로드로 무대가 바뀌자 307의 안정된 달리기는 화끈한 랠리 감각으로 돌변한다. 팁트로닉 기어를 2단으로 고정한 채 시속 70km 정도에서 급경사 내리막 코너로 차를 던져보지만 차체는 요지부동. 타이어 비명소리도 지르지 않고 다음 코스를 준비하는 여유가 제법이다. 코너가 연이어 펼쳐지는 S자 코스에서 속도계 바늘을 90km 언저리까지 올려붙여 봐도 307의 동선은 레일 위를 달리는 괘도열차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차체는 허리 아래가 펑퍼짐하고 볼륨도 제법 커 주차할 때 신경이 쓰이지만 좁은 골목길이나 정체도로에서 다루기 딱 좋을 만큼만 크고 기동성도 그만이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이 떨어지지만 자갈밭이라도 능숙히 평정할 만큼 다부지고 민첩하다. 실내는 뒷자리 등받이 각도가 조금 불편한 편이나, 장거리 여행길에 좀이 쑤실 만큼 비좁지는 않다. 더구나 짐 공간을 최소 341X 에서 최대 1천328X 까지 키워 쓸 수 있어 자전거나 화분 같은 부피 큰 짐도 너끈히 담아낸다. 유럽 해치백의 모범답안이나 다름없는 프렌치 라이언이 유럽뿐 아니라 ‘해치백 황무지’인 대한민국에서도 사랑받아 마땅한 이유가 더 필요할까? 그렇다면 잊지 말자. 와인딩로드를 맘먹은 대로 휘젓는 307의 다이내믹한 핸들링은 짜릿하고 강렬하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 적당한 크기의 실내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수납공간의 버라이어티쇼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유럽의 해치백 시장 유럽 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유럽 승용차 시장의 전체 판매량은 약 1천420만 대. 이 중 34.2%를 스몰(A, B) 세그먼트가 차지했고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로어 미디엄 세그먼트의 판매비중도 32.4%나 되어 유럽 도로의 2/3 정도는 컴팩트카가 차지한 셈이다. 물론 A~C 세그먼트 시장의 70% 이상이 뒤꽁무니(트렁크리드) 없는 해치백 스타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깐깐한 차 고르기로 유명한 유럽인들 사이에서 해치백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특유의 실용성과 경제성이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꼭 들어맞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에서 해치백이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70년대 중반. 석유파동으로 경제적인 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던 74년 쥬지아로 디자인의 폭스바겐 골프가 데뷔 30개월 만에 100만 대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자 르노, 푸조, 피아트 등 수많은 유럽 메이커가 질세라 앞바퀴굴림 바탕의 소형 해치백을 쏟아냈다. 골프는 2년 뒤 1.6X 115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182km의 고성능을 자랑하는 GTi 버전을 더하며 유럽의 ‘핫해치’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유럽의 해치백 시장은 30년 가까운 인기 속에 점차 장르를 세분화했다. 피아트 판다, 오펠 아질라, 르노 트윙고, 폭스바겐 루포가 포진한 A 세그먼트급은 해치백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한 미니 MPV로 분류되는 경향.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은 유럽 베스트셀러 푸조 206이 포진한 B 세그먼트와 패밀리 해치로 구분되는 세그먼트 C급. 폭스바겐 골프가 리드해온 패밀리 해치백 시장은 자국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푸조 307과 포드 포커스, 르노 메가느Ⅱ가 ‘타도 골프’를 외치며 그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올해의 세그먼트 C 시장은 아우디 A3과 BMW 1시리즈 등이 어우러진 프리미엄 컴팩트 해치백의 선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 지난해 3월부터 유럽 판매를 시작한 2세대 A3은 불과 9개월여 동안 12만 대 가까운 판매기록을 세우며 니치 마켓이 될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의 베스트셀러, 폭스바겐 골프 유럽 해치백의 전령사 폭스바겐 골프는 74년 양산에 들어간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며 어떤 차도 넘보지 못할 해치백의 대명사로 자리잡아갔다. 지난 2002년 6월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2천151만7천415대째 골프가 생산되며 비틀이 지닌 기록을 깨고 세계 최다생산 모델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고, 기록경신 행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실용성, 뛰어난 품질과 신뢰성에 바탕을 둔 골프의 상품성은 90년 이후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단 한번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탄탄하다. 97년 등장한 4세대 모델은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유럽 전체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기의 베스트셀러 골프의 인기 행진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약간 주춤한 모습. 지난 한 해 64만 대 가까이 팔리며 세그먼트 C 시장의 선두를 지켰지만 1년 전인 2002년보다는 12만 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특히 5세대 모델이 팔리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는 홈그라운드인 독일에서도 하향세가 이어져 4개월 평균 판매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2002년 10월~2003년 1월)보다 약 5천 대 줄어든 1만4천300여 대에 그쳤다.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 이라크전쟁과 국제유가 상승이 몰고온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 최근 유럽 시장에는 골프의 부진을 설명할 만한 악재가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유럽 곳곳에서는 ‘해치백 황제의 몰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다. 유럽 라이벌들은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골프에 버금가는 품질 수준을 얻어낸 지 오래. 푸조 307과 포드 포커스의 핸들링, 르노 메가느Ⅱ와 오펠 아스트라의 혁신적인 스타일도 황제의 안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신형 골프의 값은 이들보다 400~500유로(약 54만~68만 원) 정도 비싸지만 프리미엄급 A3보다 고급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푸조 307의 장단점 장점 ·마술 같은 공간활용 ·끈질기고 박력 있는 엔진 ·짜릿하고 역동적인 핸들링 단점 ·딱딱한 승차감 ·뒷시야가 좁다 ·각도가 어정쩡한 뒷좌석 등받이 푸조 307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202×1746×1510 휠베이스(mm) 2608 트레드(mm)(앞/뒤) 1505/1510 무게(kg) 1313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38/6000 최대토크(kg·m/rpm) 19.4/41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997 보어×스트로크(mm) 85.0×88.0 압축비 11.8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60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05/5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2.710/1.490/1.0000.710/-/2.450 최종감속비 4.470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02 0→시속 100km 가속(초) 11.8 연비(km/L) - Price 3,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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