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아우디 TT 로드스터 vs 뉴 비틀 2.0 카브리올레 .. 2003-09-19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언더 보디, 즉 섀시를 함께 쓴다는 말이다. 섀시가 같은 차는 보디 사이즈와 강성에서 비슷한 한계를 지니게 되지만, 엔진과 서스펜션 등 차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을 달리 얹고 디자인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혀 별개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내 EF 쏘나타와 옵티마가 플랫폼 공유를 핑계로 각자의 개성을 잃어버린 최악의 예라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는 그 뿌리가 같음을 믿을 수 없게 독창적인 플랫폼 공유 모델들이 많다. 지난 20세기 말(98년), 비슷하게 데뷔한 아우디 TT와 폭스바겐 뉴 비틀이 대표적인 성공담. ‘명품 소형차’ 골프의 플랫폼을 나란히 이어받았지만 모태가 된 골프와도, 서로의 모습에서도 도무지 닮은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전 새차로 등장했다. 요리 명장들을 데려다 같은 재료를 주고 경합을 벌여도 이렇듯 다른 색, 다른 맛을 낼 수 있을까 싶다. 비교를 위해 한자리에 선 모델은 기본형 쿠페보다 개성 차이가 더 확연한 컨버터블 버전. 스포츠 감성에 빛나는 TT 2인승 경량 로드스터는 99년에, 실용적인 4시트의 뉴 비틀 카브리올레는 올 봄에 데뷔했다. 각각 미래와 과거로 이어진 스타일링 TT와 뉴 비틀은 각각 스타일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가장 가볍게, 가장 심플하게’를 모토로 한 듯 군더더기 없이 날씬하게 다잡은 보디라인에 예리한 마름모꼴 램프로 사이버틱한 얼굴을 그려낸 TT와 달리, ‘전설의 꼬마 명차’ 비틀(얼마 전 단종으로 정말 전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뉴 비틀은 어느 각도에서 보나 볼륨 넘치는 차체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아버지 시대의 노스탤지어를 전한다. 최신 미녀들의 브래지어 장식끈처럼 토플리스 차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TT의 알루미늄 롤바와 70년대 장발족의 뒷머리처럼 등뒤에 살짝 접혀 독특한 멋을 풍기는 뉴 비틀의 검은 톱은, 그런 둘의 차이를 더욱 극명히 보여주는 상징물 같다. 한 공간에 나란히 서서 타인처럼 서먹한 표정만 짓고 있는 이 둘은 일단 차체 크기와 전체적인 비례부터가 너무 달라 그 밑에 같은 뼈대를 깔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 가능한 한 작은 보디에 무게중심을 낮추고 보폭을 넓혀 달리기만을 위한 몸매를 가꾸어낸 TT 로드스터에 비해 뉴 비틀 카브리올레는 길이가 4cm 넘치고 키는 무려 15cm나 더 크다. 4인승 실내는 물론이고 동글동글한 펜더와 아치형 지붕 등 ‘비틀다운 라인’ 만들기에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 반면에 차폭은 TT 쪽이 4cm 넓고 앞뒤 트레드도 2cm쯤 길다. 휠베이스는 비틀이 8.7cm 긴 2천509mm. 톱을 덮은 모습도 개성적이다. 쿠페처럼 동그랗게 돔이 덮이고 뒤 유리창이 아주 작은 비틀은 크림색 보디와 어우러져 더욱 클래시컬해 보이고, 검은 톱을 닫은 은빛 TT는 단정하게 재킷을 차려입은 강남 멋쟁이 같다. 2인승과 4인승 컨버터블의 지향점 찾기 저마다 원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가 개성적이면서도 예쁘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원형 알루미늄 장식판이 스티어링 휠과 송풍구, 기어박스 등 곳곳에 달려 반짝이는 TT는 별도의 오디오 덮개가 가장 탐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실용적인 뉴 비틀은 센터콘솔을 차지한 CD 체인저 위치가 마음에 든다. 구석구석 뒤지다가 귀하게 닮은 곳 하나 발견! 바로 계기판 바늘을 붙들어 놓은 고정쇠 모양으로 TT의 원형 주유구를 손톱 만하게 축소해놓은 것처럼 생겼다. 2인승 TT와 4인승인 뉴 비틀의 좌석 수는 각각 스포츠성과 실용적인 쓰임새를 앞세운 성격 차이로 읽어줘야 한다. 그 증거는 실내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우선 두 차는 시트 감각이 전혀 다르다. 엉덩이 위치가 더 낮고 탄탄하게 잡아주는 TT가 한결 마음 든든하고, 히프 포인트가 높은 뉴 비틀은 거실처럼 안락하다. 벨트라인이 무척 높은 뉴 비틀은 밖에서 보면 운전자가 꼭 욕조 속에 들어앉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편 자동 6단 팁트로닉 기어를 함께 쓰는 두 차는 시프트레버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스트로크가 짧고 동그란 기어봉이 손에 가볍게 쥐어지는 TT는 스티어링 휠에 별도의 변속 스위치도 마련했고, 뉴 비틀은 조금 묵직한 느낌의 비행기 조종간 타입 시프트레버만 있다. 실내공간과 편의성은 당연히 뉴 비틀이 유리하다. 뒷좌석이 예상외로 넓어 급할 때는 어른 셋도 끼어 탈 만하고(물론 톱을 벗기고 거리의 원숭이 되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큼지막한 컵홀더와 뚜껑 달린 재떨이, 뒷좌석에까지 준비된 도어포켓 등 편의장비도 아쉽지 않을 정도. 반면에 TT는 컵홀더를 시트 뒤쪽에 준비하는 등 공간 부족에 허덕인 기색이 역력하지만 조수석 발 밑의 우산 보관함과 글러브박스 뚜껑 안쪽을 활용한 점 등 노력한 흔적에 점수를 주고 싶다. 톱 개폐 방식은 두 차가 똑같다. 천장 가운데의 손잡이형 레버를 돌려 앞 유리에서 분리시킨 뒤 버튼으로 여닫으면 그만. 트렁크 안에 접힌 톱을 씌울 커버가 들어 있고, 뉴 비틀은 뒷좌석에 달 수 있는 4단 접이식 윈드 디플렉터도 갖췄다. 한편 지붕을 열었을 때의 개방감과 시야는 뉴 비틀이 단연 좋다. TT는 작고 경사진 앞 유리가 답답하고 사이드미러가 작은 데다 시트 뒤의 롤오버 바가 뒤따라오는 풍경까지 가로막는다. 스포츠 감성이냐, 실용적인 달리기냐 두 차는 다른 엔진을 얹었다. TT는 아우디 특유의 5밸브 터보 방식을 쓴 1.8X DOHC가 180마력을 내고, 뉴 비틀은 폭스바겐 전통의 4기통으로 배기량(2.0X )이 더 크지만 출력이 115마력밖에 안 된다. 최대토크도 TT는 1천950~5천rpm의 넓은 영역에서 24.5kg·m를 숨가쁘게 토해내는 반면, 뉴 비틀은 3천200rpm의 실용 영역에서 17.5kg·m를 내뿜어 부드러운 달리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TT 로드스터에 올라탔다. 액셀 페달을 깊이 밟자 약간 움찔하다가 단숨에 7천rpm까지 치솟는 타코미터 바늘에 맹렬히 호흡을 맞춰 속도를 높여가는 TT는 확실히 스포츠카다. 3, 9시 방향에 엄지손가락과 손바닥 자국이 나 있는 스티어링 휠은 작은 손안에도 단단히 쥐어지고 노면의 감각을 무섭도록 즉각적으로 전달해낸다. 진공관을 타고 나온 듯 ‘왕~하’고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엔진음도 쌕쌕거리는 뉴 비틀의 금속성 소리보다 듣기 좋다. 스티어링의 팁트로닉 스위치는 D, S 등 어느 모드에서나 쓸 수 있고 위치도 좋은데, 자동 상태에서도 가속감이 워낙 좋고 변속도 지체 없이 이뤄져 굳이 손이 가지 않는다. 출력이 뛰어난 TT가 작은 차체와 암팡진 발로 오르막 와인딩을 감아 오를 때는 핸들링 좋기로 소문난 뉴 비틀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때의 TT는 한없이 가볍고 날쌔고 유연한 고양이 같다. 반면에 같은 코너를 내리막으로 달릴 때는 마치 FR 차처럼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허둥대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휠베이스가 짧은 탓인지 뒷바퀴의 방황은 바로 스티어링 휠까지 전달된다. 데뷔 초에 지적되었던 뒷바퀴 그립력은 리어윙 추가와 안티 롤바 개량으로도 채 해결되지 못했나 보다. 뒤 타이어 폭을 키우던가, 아니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등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좀더 근본적인 개량이 필요할 듯하다. 이 점만 빼면 TT의 운전 재미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TT에 비하면 뉴 비틀 카브리올레의 운전감각은 무척 보드랍다. 원래 물렁한 차가 아닌데 TT와 함께 너무 타이트하게 도로를 누빈 탓에 도드라져 보인다. 뉴 비틀은 어느 길에서나 배신하지 않는 핸들링 솜씨가 강점. 거북이 등처럼 절대 뒤집히지 않을 듯한 차체 생김에 거미 손처럼 단단한 네 발을 지녔으니, 작은 TT에 비해 때로 둔탁하게 느껴지는 거동과 부족한 출력도 용서하자 싶다. 결론적으로 두 차 중 무엇이 더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TT 로드스터의 손을 들어주겠다. 반대로 두 차 중 무엇을 사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다르다. 한 입 갖고 두 말 하는 것 같지만 양쪽 모두 선택에 이유가 있다. TT 로드스터는 운전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고, 뉴 비틀 카브리올레는 생활에 줄 편리함과 즐거움을 저절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 아우디 TT 로드스터 폭스바겐 뉴 비틀 카브리올레 장점 ·감성적인 디자인, 스포티한 운전재미 ·실용적인 4인승 시트, 정확한 핸들링 단점 ·불안정한 뒷바퀴 그립 ·차체에 비해 부족한 엔진 출력 주요 제원 아우디 TT 로드스터 폭스바겐 뉴 비틀 카브리올레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041×1764×1349 4081×1724×1498 휠베이스(mm) 2422 2509 트레드 앞/뒤(mm) 1528/1513 1508/1494 무게(kg) 1380 1352 승차정원(명) 2 4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5밸브 터보 직렬 4기통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1.0×86.4 82.5×92.8 배기량(cc) 1781 1984 압축비 9.5 10.3 최고출력(마력/rpm) 180/5500 115/5400 최대토크(kg·m/rpm) 24.5/1950~5000 17.5/32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55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 기어비 ①/②/③ 4.044/2.371/1.556 ← ④/⑤/⑥/R 1.159/0.852/0.672/3.193 ← 최종감속비 4.316 ←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맥퍼슨 스트럿/트레일링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 성 능 최고시속(km) 220 181 0→시속 100km가속(초) 8.5 12.9 시가지 주행연비(km/ℓ) 9.2 ㅡ 값 5,560 3,680
BMW 320i vs Mercedes-Benz C200.. 2003-08-22
시장의 양적·질적 팽창은 대개 ‘다양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디자인의 경계선을 허무는 크로스오버카가 흔해졌고 전통적인 시장 등급도 한결 세분화되고 있다.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도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차급의 하나. 크기는 소형이지만 이 사이즈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패밀리 세단에 비해 한 차원 높은 가치와 성능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이다. 벤츠와 BMW, 아우디, 볼보 같은 유럽 브랜드의 세계화와 맞물려 성장했고 많은 인기 모델이 태어났다.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것이 독일의 쌍두마차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두 차는 서로 외에 어떤 라이벌도 허락하지 않는 드높은 자존심을 갖고 있다. 잘 다듬어진 스포츠 감각의 320i 컴팩트 세단에 늦게 발을 들인 벤츠는 아직 이 시장에서 BMW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선보인 C클래스로 어느 정도 간격을 좁혔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완전한 패배. BMW의 위치가 워낙 탄탄하기도 하지만 C클래스의 이미지가 주 고객층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는 듯 시승을 위해 나온 C200K는 검은색 차체에 AMG 스포츠 패키지로 단단히 무장했다. AMG 에어로파츠와 17인치 5스포크 알루미늄 휠, 광폭 타이어, 작스 댐퍼와 스포츠 스프링, 고성능 브레이크는 물론 스포츠 스티어링과 버킷시트까지 포함된 패키지는 소형차 한 대 값인 770만 원! 수입차 모터쇼를 위해 들여왔다가 시승용으로 운영하게 되었다지만, 왠지 역전을 노리는 벤츠의 전의가 느껴지는 듯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 BMW 320i는 인디비주얼 옵션인 립스틱 컬러와 스티어링 휠, 멀티 스포크 디자인의 16인치 휠을 제외하면 거의 기본형에 가까운 상태. 한 차례의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3시리즈 디자인은 무기질의 차가운 매력과 스포티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아랫부분을 울룩불룩하게 마무리해 7시리즈의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헤드램프 디자인이 역동적이다. 작은 원형 포그램프가 달린 범퍼 디자인은 단순하고 C클래스에 비해 뭉툭한 노즈와 긴장감 떨어지는 엉덩이를 가졌지만 이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스포티함은 C클래스보다 한 수 위. 더구나 강렬한 붉은색이 더해져 톡톡 튀는 신세대의 감각으로 다가선다. C클래스 디자인은 권위적이던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변신에 성공한 신형 E, S클래스와 달리 앞서 등장한 C클래스는 아직 과도기의 혼란과 어색함이 감돈다. 근육질의 보디빌더가 시크한 정장을 입은 느낌이랄까? 잘 살펴보면 스포티한 요소를 집어넣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론트 그릴과 램프, 앞창이 모두 3시리즈보다 급한 경사를 이루고 사이드 캐릭터라인 또한 노즈에서 급하게 떨어져 내린다. 옆모습은 예상외의 극단적인 로노즈 하이데크 스타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엔진 레이아웃 실내로 눈을 돌리면 3시리즈는 조금 심심해 보이지만 단순하면서 세련된 기능미가 컴팩트 세단에 잘 어울린다. 고급스런 대시보드 소재 등 감성품질도 높은 수준. 승객을 편안하고도 확실하게 잡아주는 시트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반면 C클래스는 차체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권위적인 느낌으로 다가선다. AT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왼쪽 구석에 몰린 타코미터가 아쉽고 옵션인 버킷시트는 양옆 날개가 운전자를 감싸지만 딱딱한 쿠션 때문에 홀드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고 뒷좌석 송풍구 등 한 수 위의 편의장비와 수납공간이 우수한 거주성을 만들어낸다. 카세트 헤드유닛과 CD 체인저를 갖춘 두 차 모두 실내에 CD 슬롯이 없는 점은 아쉽다. 엔진에 있어서 두 회사의 접근방식은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 고전적인 직렬 6기통 엔진을 고집하며 극한의 영역까지 숙성시킨 BMW와 달리 직렬 4기통을 쓰는 벤츠는 배기량 1.8X의 ‘2% 부족한’ 부분을 수퍼차저와 트윈 스파크를 더한 트윈펄스 기술로 극복했다. 320i의 직렬 6기통 2.2X DOHC는 다기통의 매끈함과 최고출력(170마력)에서, C200K에 얹은 트윈펄스 엔진은 4기통이면서도 조용하고 토크(23.4kg m)와 연비(9.0km/X)에서 앞선다. 초중반 반응성이 좋은 BMW 실키식스 엔진은 액셀 페달에 따라 타코미터 바늘을 빠르게 돌리며 운전자의 스피드 욕구를 부채질하지만 4천500rpm 이상에서 갑작스레 사라지는 토크가 허전함을 남긴다. 반면 C200K의 트윈펄스 엔진은 3천~4천rpm의 넓은 토크밴드를 바탕으로 꾸준한 가속을 보이고 4천rpm 부근에서 귀를 기울이면 수퍼차저가 부르는 휘파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방음이 잘된 C200K가 정숙성에서 뛰어난 반면 박진감은 덜하고, 가속성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5단 자동 변속기는 매끄러움에서 BMW의 스텝트로닉이, 사용 편의성에서는 벤츠쪽이 근소한 우위. 레버를 왼쪽으로 옮긴 뒤 앞뒤로 당기려면 최소한 3번 이상 움직여야 하는 스텝트로닉과 달리 D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벤츠는 처음에 어색하지만 한결 쓰기 편하다. 320i의 달리기 성능은 운전자 조작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전형을 보여준다. 노면의 잔 진동을 그대로 전하는 서스펜션은 장거리 운전에 불리하지만 차의 움직임과 노면 상태, 타이어 그립까지 선명한 느낌으로 드라이버에게 전달한다. 하체를 튜닝한 C클래스와 비교하면 코너에서 롤링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끈끈한 느낌으로 노면을 움켜쥐는 던롭 SP 스포트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조화가 날카로운 핸들링을 완성하고 있다. 코너에서의 초기 반응이 빠르고 개입을 최대한 억제한 주행안정장치는 타이어가 그립을 확실하게 잃은 뒤에야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조작의 리듬을 따라 춤추듯 와인딩 로드를 주파하는 3시리즈는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C클래스, 단단한 하체와 안정감 자랑 반면 C클래스는 구형보다 스포티해졌지만 여전히 고급 승용차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작스 옵션 댐퍼가 더해진 시승차는 시트 아래쪽 충격흡수 구조 덕에 세세한 진동까지 섬세하게 걸러주면서도 어지간한 고속 코너에서 롤링을 느낄 수 없다. 돌덩어리 같이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핸들링 감각은 대형 벤츠에 다름 아니다. 차급을 잊게 하는 벤츠만의 승차감은 어떤 노면에서도 운전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광폭 타이어로 전체적인 그립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몰아본 C클래스는 항상 안정 지향의 운동성능을 보여주었다. 쭉 뻗은 도로에서는 직진안정성이 탁월하고 와인딩 로드에서는 레일 위를 달리듯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는다. 항상 뉴트럴~약 언더스티어를 오가다가 그립을 잃는 순간 빠르게 ESP가 개입해 몸놀림을 다잡는다. 시승을 통해 경험한 3시리즈와 C클래스는 프리미엄 컴팩트 시장을 선도하는 쌍두마차로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3시리즈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열혈 드라이버에게, C클래스는 믿음직한 동반자를 원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고성능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울려 보인다. 각자의 성격이 분명하지만 모두 화려한 개성을 자랑하기보다 어느 한 부분도 모자람을 허락하지 않는 높은 품질과 고성능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독일차답다. 지금 당장 이들을 능가할 라이벌은 없다. 단 ‘1%의 불확실성만으로도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 BMW 320i 벤츠 C200K 장점 ·재빠른 핸들링, 뛰어난 시트 홀딩 능력 ·어떤 상황에서도 넘치는 안정감 단점 ·고회전에서 사라져버리는 토크 ·어색한 얼굴, 노티 나는 인테리어 주요 제원 BMW 320i 벤츠 C200K(AMG스포츠 패키지)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471×1739×1415 4526×1728×1426 휠베이스(mm) 2725 2715 트레드 앞/뒤(mm) 1481/1488 1505/1476 무게(kg) 1465 1520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DOHC 직렬 4기통 DOHC 수퍼차저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0.0×72.0 82.5×85.0 배기량(cc) 2171 1796 압축비 10.8 9.5 최고출력(마력/rpm) 170/6100 163/5300 최대토크(kg·m/rpm) 21.4/3500 23.4/3000~40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63 62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 기어비 ①/②/③ 3.670/2.000/1.410 3.950/2.410/1.490 ④/⑤/R 1.000/0.740/4.100 1.000/0.830/3.150 최종감속비 3.770 3.727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 타이어 앞/뒤 225/50 ZR16, 225/50 ZR16 225/45 ZR17, 255/40 ZR17 성 능 최고시속(km) 223 231 0→시속 100km가속(초) 8.5 9.4 시가지 주행연비(km/ℓ) 8.3 9.0 값 5,370 5,240(+770)
Peugeot 307 2.0 vs Volkswagen .. 2003-08-22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폭스바겐 골프가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지난 1974년 세상 빛을 본 뒤로 4세대에 이른 골프가 오는 8월 국내 시판에 들어가는 푸조 307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307이 던진 흰 장갑 유럽-귀족의 결투 신청을 의미한다-을 기꺼이 접수한 골프는 두말할 나위 없는 유럽 컴팩트 해치백의 황제. 지난 20여 년 동안 오펠 아스트라, 포드 포커스, 푸조 306 등이 황제의 장기집권에 반기를 들었지만 이때마다 전세를 뒤집으며 이들 쿠데타 정권의 권력을 앗아왔다. 라이벌을 대표해 다시 한번 ‘타도 골프’를 외친 도전자 307은 어떠한가. 93년 선보인 306의 후속 모델로 2001년 데뷔해 그 해 유럽 ‘카 오브 더 이어’를 따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골프를 밀쳐내고 유럽 베스트셀러를 치닫고 있는 각광받는 신성이다. 두 차의 정면승부는 결과를 떠나 당혹감과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시승기의 첫마디처럼 황제 골프는 이번에야말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강력한 임자를 만났다. 기능적인 골프와 감수성 풍부한 307 C세그먼트 해치백의 제위를 둘러싸고 결투장에 오른 모델은 골프 GL과 푸조 307 2.0. 퍼포먼스 골프 GTi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01년 국내에 상륙한 GL은 2.0X SOHC 118마력 엔진에 다루기 편한 AT를 엮고 몇 가지 장비를 추려내 값 부담을 줄인 보급형 모델이다. 전자동 에어컨과 6CD 체인저, 헤드램프 레인지 컨트롤, 4개의 에어백 등 충실한 기본장비에 전동 선루프와 열선 가죽시트를 더해 차값을 3천50만 원에 맞췄다. 값비싼 ESP는 GL의 장비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한편 307은 골프 GL을 압도하는 최고출력 138마력의 2.0X DOHC 엔진과 포르쉐 팁트로닉을 더한 ZF 4단 AT로 무장하고 최신 전동 스티어링 기구를 버무렸다. 다루기 편한 5CD 체인저와 전동 선루프, 가죽시트, 전자동 에어컨이 기본. 듀얼 에어백과 사이드백, 커튼백 등 6개 에어백과 제동력 보조 시스템 EBA, ABS, ESP까지 마련한 307의 값은 3천450만 원으로 골프 GL보다 400만 원이 비싸다. 7월의 따가운 햇살 아래 마주한 두 검투사는 코끝부터 엉덩이까지의 생김생김에서 뚜렷한 차이와 개성을 드러낸다. 세대를 달리할 때마다 몸집을 불려 쓴 소리를 들어온 골프는 이제야 표준 체형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모두 ‘골프 넘어서기’에 혈안이 된 경쟁자들의 치열한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 데뷔 6년이 지나 올 가을 5세대로 바통을 넘길 예정이지만 균형감 있고 안정된 스타일링은 여전히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이에 비해 307은 206을 꼭 닮은 표정에 찰흙 빚듯 얼굴이며 허리춤을 잡아 늘리고 살점을 더해 ‘건강아기 선발대회’에 출전한 우량아처럼 포동포동한 인상. 그래도 마냥 푸짐하지만은 않아 고양이처럼 눈매가 매서운 쐐기형 헤드램프가 큰 바위 얼굴과 멋들어지게 어울리고 길게 누워 하나인양 이어진 보네트와 윈드실드, 네 바퀴를 향해 바짝 당겨 붙인 앞뒤 오버행이 매끄럽고 다부진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독일식 기능주의에 철저한 폭스바겐의 빼어난 뒷마무리 실력은 아직까지 낭만적인 프랑스 메이커 푸조가 넘지 못한 영역. 헤드램프 하우징과 범퍼 사이의 뜬 공간, 펜더와 도어 패널의 미세한 단차, 재킹업 프레임의 거친 도장 처리가 유럽 카 오브 더 이어 307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골프의 옷매무새는 100점 만점에 94.9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야무지다. 마저 채우지 못한 5.1포인트는 감성 품질의 몫. 이와 달리 감수성이 풍부한 307의 차림새는 경쟁 모델 골프라도 홀릴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다. 평범한 세계 기준과 영리한 공간 쪼개기 골프의 운전석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여전히 잘 만든 실내 디자인의 하나다. 세미 버킷시트와 페달, 그립감 좋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삼위일체를 이룬 드라이빙 포지션은 이 차가 핫해치의 전령사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짜임새 있고 내장재 재질과 뒷마무리도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골프의 평범한 세계 기준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반 발짝쯤 뒤쳐진 듯한 인상이다. 307의 선 굵은 인테리어는 낯선 첫 느낌과 달리 몸을 실어본 뒤 흠뻑 반하게 되는 ‘실전형’이다. 높아진 지붕 따라 대시보드도 함께 올라붙었지만 승객을 압박하는 답답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윈드실드의 면적이 넓고 앞 도어 유리에 쪽창을 낸 덕분에 채광성이 좋다. 딱딱한 시트는 몸에 꼭 들어맞는 맞춤옷처럼 등과 허리, 허벅지를 든든히 다잡아주고 시프트 기어와 페달, 스티어링 위치는 시트와 통째로 찍어낸 듯 빼어난 일체감을 보인다. 307의 영리한 인테리어는 허리 아래로 내려갈수록 빛을 더한다. 너비가 늘어나 여유가 충분해진 아래 공간은 다양한 수납함의 집합소가 되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쿠션의 바깥쪽에 마련된 수납함에는 담배 한두 갑이 넉넉히 들어가고 넓고 긴 도어포켓의 쓰임새도 좋다. 눈길을 조수석 대시보드 쪽으로 돌리면 바로 그곳에 우리가 원하던 글러브박스가 있다. 307의 글러브박스는 버려 두기 일쑤인 안쪽까지 쑥 파고들어 공간이 깊고 펼친 면을 세심히 쪼개 컵과 동전, 펜, 카드 등을 놓아둘 수 있게 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307의 트렁크 용량은 341X , 뒤 시트를 접으면 1천328X 로 늘어나지만 활용성이 썩 좋지는 않다. 잎사귀 모양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트렁크 입구를 파고들고 뒤 시트 등받이가 완전히 눕지 않아 쓰임새가 떨어진다. 반면 골프의 트렁크는 기교를 부리지 않은 디자인의 은혜를 톡톡히 입었다. 입구가 넓어 짐을 부리기 편하고 정방형의 적재공간도 깊고 넓어 쓰임새가 좋다. 뒤 시트 등받이를 완전히 눕히면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이어져 공간을 더욱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307과의 맞비교가 아니라면 골프의 뒷좌석은 소형차로서 결코 비좁은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등받이가 너무 누워 허리를 꾸부정하게 굽히게 되고 지붕이 낮아 요철이라도 넘을라치면 목을 한껏 움츠리기 일쑤다. 뒷좌석의 안락함에서는 등받이 각도가 알맞고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한 307이 한 발 앞서간다. 황제를 제압한 307의 놀라운 운동성능 주행성능 엿보기에 앞서 굿 뉴스와 안타까운 소식을 함께 전한다. 첫 번째는 참 잘 만든 프렌치 컴팩트카가 완성되었다는 것, 그 다음은 ‘감성고양이’ 307의 거침없는 공세에 골프 제너레이션(Golf generation)의 네 번째 막이 내려졌고 이제 5세대 모델을 마중 나가야 할 때라는 비보(悲報)다. 가지치기 모델인 왜건형 307SW의 덩치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푸조 2.0X 138마력 엔진은 이제야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차게 307을 끌고 다닌다. 묵직한 첫 걸음은 순간일 뿐,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경쾌하고 박력 넘치는 가속이 이어진다. 토크 상승곡선은 4천rpm 무렵까지 꾸준히 솟구치고 자동 4단 트랜스미션을 거쳐 노면 위로 뿌려지는 힘도 허투루 새어나가는 일 없이 즉각적이다. 동급 배기량의 골프 GL은 사진 촬영을 위해 필요했던 단거리 경주에서 탄력 있게 뻗어가는 307을 헐떡이며 쫓아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응답성 좋은 2.0X 118마력 엔진은 명성과는 달리 3천500rpm 이후 급격히 힘이 떨어져 좀처럼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멀어지는 프렌치 캣을 바라보며 액셀 페달을 힘차게 짓누를수록 실내 한가득 휘몰아치는 스포티한 배기음이 더딘 가속과 안쓰러운 조화를 이뤄간다. 가속 경쟁에서 받은 황제의 쓰린 상처는 예의 야무진 핸들링이 뒷받침하는 기동성으로 달래야 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서스펜션 세팅은 부드러운 편. 하지만 다루기 딱 좋은 크기의 차체는 시속 90~110km의 고속에서도 도로에 납작 엎드린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고속도로의 자동차 숲을 가볍게 헤집고 다닌다. 하지만 용인의 와인딩 로드로 대결장소를 옮기자 전세는 금세 역전되고 만다. 푸조의 오랜 랠리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가 속속들이 스며든 307의 운동성능은 놀라울 정도. 단단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감각은 고스란히 역동적인 핸들링으로 이어져 시속 100km로 들어선 굽이진 내리막길에서도 한 번 움켜진 노면을 좀처럼 놓아줄 낌새가 없다. 거듭 펼쳐지는 S자 코스에서 인-인-아웃, 아웃-인-아웃의 이상적인 동선을 빈틈없이 따라다니는 실력에는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와인딩 챔피언 307에 주눅이 들었을까, 골프 GL의 코너링 성능은 기대치를 밑돈다. 앞발의 억센 견인력으로 코너 안쪽을 파고드는 307과 달리 골프는 같은 코너를 내달아도 끊임없이 FF(앞바퀴굴림) 차 특유의 언더스티어에 시달리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친다. 세차게 던져대는 코너에서 섀시 강성의 여유가 충분한데도 접지력이 부족한 195/65 R15 던롭 SP 스포트 타이어는 차체를 슬금슬금 밀어내기 바쁘다. 이와 달리 푸조가 고른 205/55 R16 피렐리 P7 타이어는 탄탄한 그립력과 섀시와의 절묘한 궁합으로 307을 ‘베스트 핸들링 해치백’으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폭스바겐 골프 GL과 푸조 307 2.0의 정면대결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항목을 빼고는 307의 우세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기자는 당돌한 프렌치 해치백에 뭇매를 맞은 골프보다 더 당황했다. 결과를 떠나 이제야 목도하게 된 푸조의 놀라운 약진에 어안이 벙벙했고 몇 해 전부터 드림카로 삼아온 골프의 패배를 지켜보는 일도 여간 괴롭지 않았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지만 이만저만하지 않은 307의 등등한 기세가 쉽게 식지 않으리란 불길한(오로지 골프 매니아의 입장에서) 예감도 지우기 어렵다. ‘150마력의 GTi라면, 차세대 골프라면…….’ 너무나도 훌륭히 성장한 307이 도리어 얄미워져 진압 상대를 떠올려보지만 문득 유럽 해치백을 대표하는 두 차의 혈투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 어째보면 이들이 다퉈야할 맞상대는 우리네 ‘해치백 경시 풍조’가 아니던가. 장점과 단점 폭스바겐 골프 GL 푸조 307 2.0 장점 ·안정된 스타일링,기능적인 인테리어 ·영민한 기동성 ·감성적인 디자인,다양한 수납공간 ·역동적인 와인딩 핸들링 단점 ·불편한 뒷좌석,더딘 가속 ·그립력이 부족한 타이어 ·단차 큰 보디 패널 ·무거운 초기 가속 ·비효율적인 짐 공간 주요 제원 폭스바겐 골프 GL 푸조 307 2.0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149×1735×1439 4202×1746×1510 휠베이스(mm) 2511 2608 트레드 앞/뒤(mm) 1513/1494 1505/1510 무게(kg) 1157 1313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SOHC 직렬 4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82.5×92.8 85.0×88.0 배기량(cc) 1984 1997 압축비 10.5 11.8 최고출력(마력/rpm) 115/5200 138/6000 최대토크(kg·m/rpm) 17.3/2400 19.4/41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55 6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710/1.440/1.000 2.710/1.490/1.000 ④/⑤/R 0.740/ㅡ/2.880 0.710/ㅡ/ㅡ 최종감속비 4.430 4.4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ABS)/드럼(ABS)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195/65 R15 205/55 R16 성 능 최고시속(km) 192 202 0→시속 100km가속(초) 11.7 11.8 시가지 주행연비(km/ℓ) 10.5 ㅡ 값 3,050 3,450
다양성의 깊이 자동차 본래의 즐거움을 말하다 2천c.. 2003-08-14
프롤로그 배기량 2천cc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를 한 자리에 모으면 어떨까? 모델 레인지에서 상급에 드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베이식카에 가깝고, 수입차에 다소 거리감을 갖고 있다면 이 기준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비교시승은 그렇게 준비되었다. 2.0X 엔진을 기준으로 아우디 A4, 포드 몬데오, 푸조 307 SW, 사브 9-3 에어로, 볼보 S40 T4, 폭스바겐 보라(알파벳 순) 등 6대의 모델이 시승 무대에 나왔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저마다의 개성이 또렷하다. 배기량 외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 앞바퀴굴림 차라는 것. 입문용 차고르기라면 뒷바퀴굴림보다 앞바퀴굴림이 운전하기에 더 쉽고 편하다. 이번 시승은 동급차종의 비교시승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더욱이 사브 9-3과 볼보 S40은 터보 엔진이고, 푸조 307 SW는 왜건 타입이므로 단순비교는 더욱 어렵다. 같은 2.0X 엔진이지만 최고출력이 115마력에서 210마력(터보)까지로 편차가 크다. 차값도 2천만~5천만 원대로 모델에 따라 2배 정도 차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수치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자동차에는 몇 가지 수치로 단정할 수 없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차만들기 철학과 함께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아우디 A4 모던하고 다이내믹한 실용 세단 아우디 A4를 보면 잘 만든 건축을 떠올리게 된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고유의 슬로건에 더해 무언가 지적 감각을 뽐내고 싶어하는 것이 A4를 비롯해 A6, A8 등 최근 아우디의 모습이다. 단순한 기능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인 셈이다. A4는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밸런스가 좋은 세단이다. 아우디의 특징 중 하나인 뛰어난 공력 특성(A4의 공기저항계수 0.28)도 이를 뒷받침한다. 모던하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는 외관과 실내, 달리기의 성격과도 어울린다. 인테리어는 독일차다운 합리주의가 숨쉰다. 각부의 조작 스위치는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심플한 미터는 2개의 원형 아날로그 타입으로 그 중앙에 각종 주행정보를 나타내는 트립 컴퓨터를 마련하고 있다. 실내 공간은 적당히 넓고, 뒷자리도 단지 여유가 있는 것뿐 아니라 조금 릴랙스하게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몸집이 큰 앞자리 덕분에 해방감은 그만큼 느껴지지 않는다. 트렁크도 깊이가 약간 부족한 느낌은 있지만 쓰기는 좋을 것 같다. A4의 엔진은 직렬 4기통 5밸브의 2.0X와 V6 5밸브 3.0X 2종류. 트랜스미션은 2 .0이 무단변속기 CVT, 3.0이 5단 AT로, 어느 쪽이나 수동 기능의 시퀀셜 모드가 붙는다. 구동방식은 2.0이 FF, 3.0이 아우디 전통의 풀 4WD시스템 ‘콰트로’ 타입이다. 시승차로 나온 것은 A4 2.0. 최고출력 130마력/5천700rpm과 최대토크 19.9kg·m/3천300rpm을 낸다. A4는 동적인 성능과 정적인 질감을 동시에 노린 패키징을 보여준다. 다만 가속하는 동안에는 엔진의 노이즈가 다소 신경 쓰인다. 승차감은 일반 노면에서는 상당히 좋지만, 고속으로 달릴 때는 약간의 바운싱을 보인다. 시속 100km로 순항하면 직렬 4기통 5밸브 유닛은 불과 2천rpm으로 조용하게 회전할 뿐이다. 차분하게 운전하면 CVT의 변속 프로그램을 음미할 수 있다. 아우디 A4가 CVT를 쓴 이유는 이전 모델에 사용된 4단 AT가 좋지 않았고, ZF제 5단 AT는 너무 커서 무거웠기 때문. CVT는 아우디가 95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싸고, 경제적이고, 기능적이라는 이유로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핸들링은 역시 독일차다운 정교함을 자랑한다. 앞바퀴굴림을 잊게 만드는 중립적인 스티어링도 좋다. 특히 고속 코너링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저속에서부터 파워감이 지속되므로, 고강성의 보디와 함께 안심하고 여유있게 달릴 수 있다. 다만 롱 스트로크 엔진은 중·저속 회전대의 실용영역에서는 유리하지만 고회전으로 고출력을 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A4는 결과적으로 스포츠성과 패밀리카의 양면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장점. 스포티하면서 실용 세단으로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안정 지향의 조종성능, 정확한 서스펜션이 가져다주는 뛰어난 승차감, 마무리 내장의 고품질. A4를 타고 달리면 훌륭한 세단의 당당함을 느낀다. 포드 몬데오 여유 있는 공간과 탄탄한 주행성능 예전 포드 몬데오의 이미지에 대해 ‘유럽 포드가 개발한 개성 없는 월드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데뷔 7년만인 지난 2000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뉴 몬데오는 이전 모델과 확실히 달라졌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차라고 해도 좋다. 뉴 몬데오의 플랫폼은 재규어 X타입에도 활용되었다. 뉴 몬데오의 차체 길이는 4천730mm로 170mm나 길어졌고, 너비도 60mm 커진 1천810mm이다. 이처럼 보디가 커진 데에는 유럽 포드의 최상급 모델 ‘스콜피오’가 단종됨에 따라 몬데오가 사실상 기함 구실을 해야 하는 사정도 있었다. 따라서 실내 공간도 놀랄 만큼 넓어져 뒷좌석 공간은 동급 최고라고 할 만하다. 인테리어의 질감도 상당히 좋아졌다. 폭스바겐 이미지가 여기저기서 발견되지만 확실히 독일차에 가까운 견고한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게다가 듀얼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 제동력을 높여주는 EBA(Electronic Brake Assist), 전자식 주행안정장치(ESP) 등을 기본장비로 갖추고 있다. 엔진은 4기통 1.8X DOHC 110/125마력, 2.0X DOHC 145마력과 V6 2.5X 170마력, 그리고 2.0X 직분사 터보 90/115마력 등이 있는데 국내에는 2.0X 한 가지만 들어온다. ‘듀라텍 HE’라는 이름의 2.0X DOHC 16밸브 유닛에는 포드그룹 산하의 마쓰다 기술이 쓰였다. 듀얼 매스 플라이 휠과 TRC (Torque roll axis) 마운트 시스템, 저소음 체인 드라이브 등으로 소리와 진동을 줄인 것이 특징. 신형 2.0X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저속 토크가 충분해 치고 나가는데 주저함이 없고, 고속에서도 파워감이 지속된다. 고속도로에서의 빠른 추월에도 자세는 변함이 없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로 별도의 서브 프레임으로 고정해 주행성능을 높였다. 엔진 소리는 카랑카랑하지만 전체적인 진동을 잘 절제해 품격 있는 달리기를 보여 준다. 쾌적한 승차감, 기분 좋은 핸들링이 돋보인다. 스티어링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 다만 동반석 쪽의 사이드 미러는 볼록거울도 아니면서 너무 사이즈가 작아 혼란스러웠다. 자칫하면 사각이 생겨 차선변경 때 무척 신경이 쓰였다. 한마디로 옥의 티. 푸조 307SW 다양한 공간활용, 개성 넘치는 패밀리카 2001년 봄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푸조 307은 컨셉트카 프로메테의 모티브를 살린 시판 버전이다. 가지치기 모델인 307SW는 그해 가을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되었다. 프로메테의 디자인 특징이었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307 SW에서 실현되었다. 즉 307SW는 가장 프로메테에 가까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307SW의 보디 사이즈는 길이×너비×높이 4천419×1천757×1천544mm. 해치백307과 비교해 길이 217mm, 휠베이스는 100mm 길다.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더 크다는 인상이다. 천장의 절반 이상을 유리로 덮은 독특한 구성이 다른 어떤 차에서 보지 못한 개성을 살려준다. 프런트나 사이드 윈도 등을 합치면 보디의 절반 가까이가 유리인 셈이다. 307SW의 장점은 역시 2+3+2의 3열 시트 7인승 레이아웃으로 해치백과 미니밴의 융합이라는 본래 컨셉트에 충실하다. 독립식 시트는 떼고 달 수 있어 여러 가지 용도에 따라 구성할 수 있다. 307 SW의 ‘SW’는 스테이션 왜건, 스포츠 왜건, 스페이스 왜건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다. 엔진은 4종류. 휘발유는 1.6X 110마력, 2.0X 138마력, 디젤은 2.0X로 터보와 인터쿨러 유무에 따라 90마력 및 108마력 2가지가 준비된다. 수입 모델은 직렬 4기통 2.0X DOHC 한 가지. 6천rpm에서 최고출력 137마력, 4천100rpm에서 19.4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불과 1천800rpm에서 최대토크의 94% 이상을 발생시키는 실용 유닛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긋한 가속감이 SW의 성격에는 잘 어울린다. 해치백보다 153kg 늘어난 무게 때문에 약간 파워가 부족한 듯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하다. 트랜스미션은 포르쉐의 팁트로닉 4단 AT. 학습 기능을 가진 AT는 최적의 시프트 패턴을 골라낸다. 변속 충격은 작지만 시프트 다운 때는 조금 걸리는 느낌이다. 이게 신경 쓰인다면, 수동 모드로 전환해 스스로 기어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서스펜션 형식은 앞 스트럿, 뒤 토션바로 해치백과 같지만, 하중 변화에 대응하는 감응형 댐퍼를 채용했다. 전자적으로 차체의 밸런스를 최적화시키는 ESP(Electric Stability Program)도 기본으로 달린다. 푸조 307은 기본적으로 핸들링이 좋은 차로 알려져 있다. 2002년도 유럽 ‘카 오브 더 이어’를 획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307SW의 핸들링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늘어난 휠베이스 때문에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가 커질 줄 알았는데 기우에 그쳤다. 노면에 밀착되는 접지력도 좋은 편이다. 운전을 맡기고 2열 시트에서 느긋하게 쉬면, 하늘과 구름이 유리 루프 너머로 흘러가는 느낌이 색다르다. 햇볕이 너무 강하다면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 뒤에 있는 버튼을 눌러 블라인드를 닫으면 된다. 물론 유리는 열이나 빛의 투과를 억제하도록 만들어 태양에 오래 노출시켜도 실내가 온실이 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사브 9-3 에어로 경쾌하고 강력한 스포츠 세단 사브 900에서 이어져 온 전통의 해치백을 버리고 세단으로 변모한 뉴 9-3은 사브가 GM 산하에 있기 때문에 같은 계열사인 오펠의 벡트라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브의 특징은 고집스럽게 지켜 독자적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9-3는 엔진과 장비에 따라 리니어(Linear), 아크(Arc), 에어로(Aero)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지난번‘아크’를 먼저 만났고, 오늘은 에어로와의 만남이다. 에어로 2.0T의 엔진은, 아크 2.0T와 같은 4기통 2.0X DOHC 터보를 손보아 최고출력을 175마력에서 210마력으로, 최대토크도 27kg·m에서 30.6kg·m으로 키웠다. 여기에 맞추어 댐퍼 감쇠력을 강화하고, 타이어 사이즈를 215/50 R17로 키워 스포츠 성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에어로의 이름에 걸맞게 프런트 & 사이드 스커트 등 에어로 파츠를 달아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기능성을 중시하면서도 어딘가 온기를 느끼게 하는 사브 고유의 이미지 그대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4링크 타입. 여기에 더해지는 사브의 혁신적인 리액스(ReAxs) 섀시 시스템은 코너를 돌 때 앞바퀴가 그리는 궤적에 따라 뒷바퀴도 약간 움직이게 해 앞바퀴굴림 차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주행안정장치(ESP)와 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CBC), 전자식 제동력 분배 시스템 EBD-ABS, 그리고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 등이 기본으로 달리고, 루프레일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 목뼈 부상을 크게 줄여주는 2세대 헤드레스트(SAHR2) 등이 충돌에 대비한다. 특유의 시동키를 돌리고,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조차 스포티해진다. 엔진과 서스펜션의 활발한 움직임에 더해 가속력과 핸들링이 아크 2.0T보다 분명하게 업그레이드됨을 보여준다. 거친 레인 체인지에서도 보디 롤이 적고, 샤프하게 방향을 바꾸어 간다. 고속안정성도 뛰어나고, 높은 속도에서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만큼 장시간의 고속 이동도 편하다. 엔진은 저회전에서부터 폭발해 2천rpm을 넘으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같은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5단 AT도 각 기어간의 연결이 매끄럽고, 기분 좋은 가속을 맛보게 해준다. 파워가 뒷받침된 경쾌한 핸들링이 운전재미를 더한다. 볼보 S40 T4 안전은 기본, 전통적인 파워 세단 S40은 1995년에 등장한 볼보의 중간 모델. 볼보는 개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쓰비시와 공동작업을 택했다. 함께 태어난 차는 미쓰비시의 유럽전용 모델인 카리스마. 두 차 모두 네덜란드 정부와 볼보, 미쓰비시가 공동으로 투자해서 설립한 네덜란드 네드카에서 생산중이다. 모델은 세단(S40), 왜건(V40)의 2개. 엔진은 4기통 1.6X 105마력과 1.8X 116마력, 2.0L 140마력, 그리고 2.0X 터보 200마력 등이 있다. 수입되는 모델은 200마력의 T4. 최대토크 30.6kg·m은 2천500rpm부터 터져 나온다. 실내는 시원시원한 디자인이다. 큰 버튼류를 배치한 센터페시아 주위는 심플하고 다루기 쉽다. 터보 모델에는 연료, 수온계 아래에 평균 속도, 연비, 바깥 공기온도 등을 표시하는 트립 컴퓨터가 달린다. 스티어링 휠 등에 우드 그레인을 쓴 고전적인 분위기. 시트 위치는 조금 높은데, 시트에 앉으면 가볍게 엉덩이를 감싸는 인상이다. 큼직한 헤드레스트와 함께 안정감 있는 시트 포지션은 달리기에 앞서 운전자에게 안심을 준다. 역시 2001년 모델부터 파워 윈도 등의 스위치가 도어 패널에 옮겨졌다. 뒷자리의 시트 면적, 무릎 공간도 충분하고, 부드러운 안정감을 준다. 트렁크는 널찍하지만 그리 깊지는 않다. DSA(Dynamic Stability Assistance)는 미끄러운 노면에서나 코너링 때 접지력 및 측면안정성을 높여 차체안정성을 돕는다. 그리고 볼보 특유의 측면보호시스템(SIPS) 및 경추보호시스템(WHIPS), 충돌에 따라 팽창량을 2단계로 나타내는 에어백, 커튼형 사이드 에어백과 어린이 보호시스템 등 안전에 관해서는 완벽을 자랑한다. 2001년 모델로부터 트랜스미션은 아이신제 5단 AT를 채용했다. 휠베이스와 트레드도 넓어졌고 타이어도 205/50 R16 사이즈로 커졌다. 이를 통해 이전 모델보다 접지력 및 핸들링이 좋아졌다. 늘어난 트레드에 맞추어 펜더 모양도 바뀌었고, 프론트 범퍼 아래의 에어댐이 앞모습을 더욱 스포티하게 보이게 한다. 전반적인 엔진 회전은 부드럽지만 가속하면 꽤 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터보의 위력을 실감나게 하고, 차체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5단 AT와의 매칭도 양호하다. 날카로운 데가 없는 서스펜션은 온화한 승차감을 돕는다. 기본에 충실하고 성실한 자동차라는 인상이다. 폭스바겐 보라 순수하고 실질적인 자동차의 재미 보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골프의 세단형 모델이다. 골프Ⅰ의 제타. 골프Ⅱ의 제타Ⅱ, 골프Ⅲ의 베타 등 역대의 골프에는 세단 버전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골프 Ⅳ의 세단 모델이 ‘보라’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지금도 제타로 불린다. 독일에서는 해치백인 골프와 보디 타입으로만 구분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4기통뿐인 골프에 대해 V6도 선택할 수 있는 상급 모델로도 자리매김된다. 또한 독일에서는 세단 외에 왜건 보디의 보라 바리안트가 준비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세단뿐이다. 앞바퀴굴림으로 골프 GL과 같은 직렬 4기통 2.0X 115마력 엔진을 얹는다. 수입되지는 않지만 1.8X 터보 180마력, V6 2.8X 200마력을 얹는 4WD의 보라 V6 4모션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보라는 순수하고 실질적인 자동차다. 실내 또한 외관만큼이나 수수한 구성이다. 하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그 주변은 필요한 것이 꼭 필요한 곳에 배치되고 있어, 기능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구성이다. ‘운전에 필요한 것 이외의 군더더기는 없다’라는 인상이다. 실내 공간은 보기보다 여유가 있다. 운전자의 자세 등을 성실하게 고려해 만들어진 느낌이다. 뒷자리는 확실히 좁은 느낌이다. 장거리 주행에 3명은 무리이고, 2명이면 적당할 것 같다. 트렁크도 비교적 깊고 넓은 공간이 있다. 엔진 출력은 높지 않지만 필요 충분한 파워는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가볍고 경쾌한 거동에 탈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오직 동력과 바퀴에만 의지해 달리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자동차에 주눅들지 않고 재미있는 기계를 다룬다는 느낌이 신선하다. 승차감은 독일차답게 딱딱한 편이다. 노면의 요철 등을 넘을 때는 제법 충격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보디의 강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 부근에서의 고속안정성은 매우 높다. 안심하고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에필로그 각 모델의 개성이 분명한 만큼 자신의 취향에 맞는 파트너를 고르는 일이 오히려 쉬워질 것 같다. 우선 아우디 A4는 독일차의 기능주의와 정확한 핸들링을 좋아하는 이에게, 조금은 흔해진 BMW와 벤츠와는 다른 지적 감각을 뽐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포드 몬데오는 기대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행감각은 확실히 통상적인 미국차보다 독일차에 가깝다. 가격대비 가치도 높아 경제성을 우선하는 이에게 추천. 그런데 오른쪽 사이드 미러는 바꿀 수 없을까? 푸조 307 SW는 패밀리카 중에서도 특별한 매력을 찾는 이에게 추천한다. 운전하는 본인보다 뒷자리에 탄 아이들이 더 좋아할 생각에 흐뭇해한다면 이 차를 소유할 자격이 충분하다. 사브 9-3 에어로 2.0T의 경쾌하고 강력한 달리기는 발군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면서 특히 독일차와 다른 분위기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일지 모른다. 볼보는 전형적인 세단의 모습이다. 터보 엔진을 얹어 강력하면서 의외로 민첩한 움직임으로 운전재미가 크다. 패밀리카 지향이면서 가족의 안전을 우선하는 이에게 추천. 폭스바겐 보라는 자동차라는 기계의 순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다. 자기 차가 눈에 띄는 것을 바라지 않고, 1대를 오래도록 타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차다.
전통과 첨단의 교차로에서 만나다 럭셔리카 비교시승기.. 2003-07-08
프롤로그 고급 자동차 세계의 최고봉을 겨루는 럭셔리 세단 4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주인공은 재규어 XJ6, 아우디 A8 3.7, BMW 735Li, 벤츠 S350L.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함에 압도당하는, 쟁쟁한 모델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프레타포르테에 선 톱모델들처럼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신경전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흐르는 순간이다. 시승 루트는 서울에서 강원도 문막 서킷의 테스트를 거쳐 횡성을 돌아오는 1박 2일 코스. 거리상으로 400km가 조금 넘는다. 이제 이 매혹적인 여정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다. 출발에 앞서 각 차의 프로파일을 살펴보자. 모델 체인지 된 순서로 보면 재규어 XJ가 가장 최근이고, 아우디 A8, BMW 7, 벤츠 S 순이다. 엔진은 재규어 XJ6가 V6 3.0X DOHC 240마력, 아우디 A8 3.7이 V8 3.7X DOHC 280마력, BMW 735Li가 V8 3.6X DOHC 272마력, 벤츠 S350이 V6 3.7X 245마력을 얹었다. 재규어와 벤츠는 V6, 아우디와 BMW는 V8 엔진으로 구분된다. 등급에서 재규어는 V8 3.5X 258마력을 얹은 XJ8이 어울리지만 시판에 앞서 서둘러 마련된 시승차가 XJ6 모델이어서 약간의 차이를 감안하기로 한다. 굴림방식은 아우디만 네바퀴굴림이고, 나머지는 뒷바퀴굴림. 트랜스미션은 벤츠만 자동 5단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동 6단이다. 타이어를 보면 재규어가 피렐리제 235/50 ZR18, 아우디는 던롭제 235/50 ZR18, BMW 브리지스톤 245/50 R18, 벤츠 미쉐린제 225/60 R16 등으로 타이어 브랜드도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스포크 모양의 휠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 전통적으로 최고급 세단 부문에서는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양대 산맥 구도가 이어져 왔다. 벤츠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BMW의 전략은 뉴 7시리즈를 통한 하이테크의 극대화. 뒤이어 아우디가 뉴 A8을 내놓으며 하이테크 대열에 합류했고, 벤츠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를 보완했다. 이들 독일차 3총사와 달리 영국차의 전통을 잇는 재규어 XJ는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로 재무장,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며 본격적인 럭셔리카 경쟁에 뛰어들었다. 재규어 XJ6. 승차감과 핸들링의 조화 일품 재규어는 지난 1989년에 포드 산하가 되었지만 완고하게 전통을 지키고 있는 영국 고급 살롱의 상징이다. 또한 스포츠카 메이커의 내력도 지니는 명문 브랜드. 재규어의 고급 살롱 XJ시리즈는 68년 데뷔해 이번이 7세대가 되었다. 오랫동안 직렬 6기통과 V12 엔진을 얹고 있었지만 97년 6세대 모델부터 새로 개발한 V8 엔진을 얹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80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고, 재규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XJ는 순수 혈통을 지닌 가장 재규어다운 모델로 꼽힌다. 뉴 XJ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계승하는 것으로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이다. 프론트 마스크가 조금 쐐기형으로 전진감이 더해졌다는 정도가 차이점.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변모는 혁신적이다. 그것은 바로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로 뉴 XJ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구형과 비교하면 차체무게가 40% 줄었지만 강성은 60% 높아졌다. 알루미늄 보디는 이미 아우디 A8을 비롯해 혼다 NSX, 페라리 360 모데나 등에 쓰인 바 있어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경량화의 이점은 운동성능이나 연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충돌안전성과 사고 후 복구가능성 등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XJ의 알루미늄 보디가 다른 메이커와 차별되는 것은 생산 방식에 있다. 종래의 용접 방식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재는 팽창과 수축을 동반한다. 이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재규어는 항공기 기술을 응용한 셀프 피어싱 리벳 본딩 방식과 에폭시 접착제 방식을 사용했다. 프레스 된 개개의 알루미늄 판을 모노코크 구조에 조립해 로봇이 리벳을 박는다. 이때 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팽창과 수축의 문제도 없고, 높은 공작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 보수 수리성도 좋아졌다고 한다. 신형 XJ는 구형보다 길이 65mm, 너비 90mm, 높이 100mm 커졌고, 휠베이스는 165mm나 길어졌다. 또한 뒷자리 공간도 넓어져 구형보다 레그룸 125mm, 헤드룸이 22mm 커졌다. 그리고 테일 램프 형상은 그대로지만 하이 데크화 해 트렁크 공간도 이전보다 62X 커져 총 470X로 넉넉해졌다. 다만 깊이와 너비에 비해 높이가 얕은 것은 우아한 스타일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 호두나무 패널에 코넬리 가죽 시트로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실내는 구석구석에 영국풍 무드가 흐른다. 시트 포지션은 낮고, 고급 살롱이면서 어딘가 스포츠카의 정취를 풍긴다. 부드러운 시트는 편안한 운전자세를 도와준다. 달리기는 한마디로 훌륭하다. 가벼운 차체에 의해 가속과 감속이 유리한 것은 물론 코너에서의 날렵한 거동성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배기량이 적은 3.0X 엔진을 얹은 기본형 모델임에도 충분히 빠르다는 느낌.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은 종래의 코일 스프링에 대신해 전 모델에 에어 서스펜션이 채용되었다. 시속 120km로 달릴 때 차체가 15mm 낮아지는 등 주행안정성과 공기역학 효율을 높였다. 안정적인 코너링과 함께 핸들링도 기대 이상이다. 승차감도 더욱 부드러워진 느낌으로 둘의 조화가 돋보인다. 트랜스미션은 이미 S타입이나 BMW 7시리즈 등에 쓰여 이름 높은 ZF제 6단 AT. 재규어 전통의 J게이트도 그대로이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레버도 달려 있다. 레버를 밀고 당기는 것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우디 A8의 것과 비슷하다. 그밖에 첨단장비로 ARTS(Adaptive Restrain Technology System)와 AWS(Anti-Whiplash System), EBA(Emergency Brake Assist) 등이 안전운전을 돕는다. 견고하고 빠르다. 아우디 A8 3.7 재규어에 앞서 아우디는 1994년 A8에 알루미늄 보디를 처음 사용했다. 게다가 콰트로 시스템(네바퀴굴림)을 채용해 고급 대형 세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벤츠와 BMW를 동시에 겨냥한 A8은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의 슬로건을 재확인시키며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단숨에 명성을 높여나갔다. 이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시스템은 쇼퍼 드리븐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9월 파리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3세대 뉴 A8은 다시 한번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로 무장했다. 그것은 BMW 뉴 7시리즈의 i드라이브와 밸브트로닉(valvetronic) 엔진, 벤츠 S클래스의 에어매틱(airmatic) 서스펜션, 그리고 알루미늄 보디의 재규어 뉴 XJ 등 경쟁자들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이었다. 디자인은 구형과 큰 차이가 없지만 볼륨이 커졌고, 아치형 루프 라인이 보다 당당해진 분위기. 휠베이스는 62mm 길어졌고, 상대적으로 짧아진 오버행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만든다. 또한 3세대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ASF)의 알루미늄 보디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부품 수를 줄여 무게를 40% 줄이고, 강성은 60%가 강화되었다. 게다가 운전방향에 따라 급커브를 밝혀주는 90도 회전 기능을 포함한 첨단 헤드램프도 갖추었다. 실내는 전통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 하이테크 장비를 조화시켰다. 가장 큰 특징은 BMW의 i드라이브에 대응하는 MMI(Multi Media Interface) 시스템. 주변에 4개의 컨트롤 스위치를 중심으로 다이얼을 돌려 오디오, 서스펜션 등 다양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7인치 모니터는 팝업식으로, 노출되어 있는 BMW 7과 달리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시 패널 속에 숨겨둘 수 있어 깔끔하다. 또한 뉴 A8은 시동키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어를 열 수 있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전자식 스위치로 대체된 주차 브레이크도 새롭다. 아우디 특유의 콰트로 시스템은 ZF제 자동 6단 팁트로닉 기어박스와 매칭된다. 트랜스퍼 박스에는 토르센 디퍼렌셜이 들어있어 앞뒤의 디퍼렌셜에 똑같이 동력을 나누어준다. 보다 강해진 섀시는 에어 서스펜션을 채용했다. 경쟁차의 에어 서스펜션과 차별되는 것은 4가지 모드(오토매틱, 다이나믹, 컴포트, 리프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차체 높낮이는 최대 50mm까지 조정된다. 기자는 지난해 가을 독일 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에서 뉴 A8을 만나 아우토반을 달린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시속 200km 이상 달리며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확인했었다.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 믿음직하고, 중·저속에서 조금 가볍게 느껴졌던 스티어링도 고속에서는 믿음직한 그립을 유지했다. 속도감응식 스티어링 휠은 다양한 속도에서 능동적으로 무게감을 자동조정하는 서보트로닉을 달았다. A8은 가장 다부진 이미지로 스포츠성이 넘친다. 낮은 자세로 마치 경주차처럼 코너를 공략한다. 그리고 직선으로 쭉 가속하거나 낮은 속도로 달릴 때 댐퍼를 느슨하게 하고, 스프링을 부드럽게 한다. 반대로 차체가 흔들리거나 제동 때 앞으로 쏠리는 노즈 다이브가 나타날 때는 댐핑을 딱딱하게 만들어 이를 잘 진정시킨다. 다시 속도를 높이면 차체는 스스로 높이를 조금 낮추어 지면에 가까워진다. 스프링과 댐퍼들도 보다 견고해지는 느낌이다. DSP(Dynamic Shift Program) 자동 6단 기어는 매끄럽고, 적절한 변속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팁트로닉 체인지도 운전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고속도로의 왕자. BMW 735Li 새로운 BMW 7시리즈는 2001년 9월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일은 여러 번 언급된 부분이므로 여기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아무튼 BMW에게 주어지는 찬사,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란 말은 7시리즈도 예외가 아니다. 차체의 전체 길이×너비×높이는 5천29×1천902×1천492mm, 휠베이스는 2천990mm. 롱 휠베이스(Li)모델은 전체 길이 및 휠베이스가 140mm 길어진다. 선대와 비교하면 길이가 44mm, 너비 42mm, 높이 57mm 커졌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가 선대부터 현재 모델까지 사이즈가 작아지는 것과 달리 BMW는 사이즈가 커지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인테리어는 수평 기조와 좌우 대칭 디자인을 가지는 계기판이 특징이다. 폭이 넓은 나뭇결 패널에는 중후함이 있고, 알루미늄 소재의 송풍구도 치밀한 구조다. 다만 미래형 메탈 감각 때문에 최고급차의 압도적인 화려함은 부족하다. 시트는 베스트. 실내의 포인트는 역시 i 드라이브(iDrive). 전통적인 운전석 조종장치들을 없앤 이 시스템은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시스템 덕분에 가능해졌다. 전통적인 플로어 위의 기어박스를 없애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 실내에서 하이테크를 구사한 독특한 장치는 운전과 관련된 조작이 모두 스티어링 휠 주위에 모여 있다. 기어 셀렉터는 오른손으로, 주차 브레이크는 왼손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엔진 스타트 또한 버튼 방식으로 작동한다. 은빛으로 빛나는 ‘마우스’의 조작감은 거의 직관적이다. 기본적인 조작은 ‘돌리고, 밀고, 누른다’는 것으로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어느 정도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특히 모든 메뉴가 한글로 표기되어 편리하다. V8 엔진은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인 더블 바노스(bi-VANOS) 시스템과 새로운 밸브트로닉(valvetronic) 기술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밸브 각도를 좀더 다양하게 제어함으로써 엔진 흡·배기를 더욱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엔진은 그야말로 에너지가 넘친다. 핸들에는 또한 F1 스타일의 시퀀셜 시프트 버튼이 달려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핸들 위에 가속(+), 뒤쪽에 감속(-) 버튼이 있다. 모두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 주행(D), 스포츠(S), 수동(M)으로 구분된다. S 모드는 시프트 타이밍이 변경되어 보다 스포티해진다. 그런데 M 모드에서는 핸들 뒤쪽의 버튼을 다루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의 숙달이 필요해 보인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으로 다이내믹 드라이브(Dynamic Drive)라 부른다. 벤츠 S클래스에 사용되는 ABC(Active Body Control) 시스템과 비슷한 액티브 제어방식이다. 이를 스프링 대신 공기압을 이용하는 에어 서스펜션으로 승차감과 핸들링을 도와준다. 개별적인 유압 실린더와 스태빌라이저 바를 제어해, 코너에서의 보디 롤(roll) 저항 및 가속 때의 피칭(pitch)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달리기는 역시 강력하다. 차체의 움직임은 정평 있는 핸들링 그대로다. 게다가 노면 상황이나 차의 주행 상황에 따라, 댐퍼 감쇠 효과를 전자 제어해 주므로 어떤 환경에서나 쾌적함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파일런을 세워 놓고 달리는 슬라럼 테스트에서 빠르게 핸들을 조작하기에는 스티어링 휠 사이즈가 다소 큰 느낌이었다. 보디의 너비가 좀 큰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 물론 일반적인 주행상황은 아니다. BMW 7의 진가는 역시 고속주행에서 두드러졌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승차감과 정숙성이 좋아지는 감각을 보면 역시 ‘고속도로의 왕자’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 S350L. 전통의 품격과 권위 98년 9월의 파리 오토살롱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7년만에 풀 모델 체인지 된 뉴 S클래스를 발표했다. 구형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시장은 급변하고 있었다. 이후 벤츠는 엔진 성능을 높이는 한편 4매틱 버전(4WD)을 추가하고 안전성 및 실내 고급화를 꾀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4년만에 내놓게 된다. 스타일은 전통의 그릴을 보다 크게 하고, 헤드램프의 표정도 바꾸어 보다 선명하면서 강한 인상을 만들었다. 실내도 대시보드의 재질을 바꾸고 스위치류 디자인도 변경하면서 더욱 화려하게 꾸몄다. 새로 채용된 멀티컨투어(multicontour) 다이내믹 시트(코너링 때 시트의 측면 서포트를 강하게 해 운전자에게 지지력을 더해준다)가 포인트로 시트 내부에 자동으로 팽창, 수축하는 수많은 공기실을 만들어 쾌적한 운전자세를 돕는다. 또한 엔진 성능도 강화했다. 최상급의 S600은 마이바흐용 V12 5.5X를 얹었다. 배기량은 종래의 5.8X보다 약간 작아졌지만, 트윈 터보로 무장해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도 81.6 kg·m에 이른다. 그리고 최소 유닛인 V6 엔진의 S320은 배기량을 3.7X로 키워 이름도 S350이 되었고, 최고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5.7 kg·m를 발휘한다. 이전보다 파워가 12.5% 증가한 수치다. 0→시속 100km 가속도 0.6초 빨라진 7.6초를 기록한다. 다른 S클래스와 같이 3밸브, 싱글 캠의 헤드 메커니즘을 가지는 6기통 유닛은 S320보다 보어를 7.1mm 넓힐 수 있어 보어×스트로크가 97.0×84.0mm가 되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프리 세이프(pre-safe) 시스템. 차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는 것으로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센서들과 브레이크 보조장치(Brake Assist)의 신호를 기초로 차의 거동을 인지해 반응한다. 벤츠에 앉으면 아무래도 오랜 전통과 권위를 느끼게 된다. 압도적인 분위기, 프레스티지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최고다. 승차감은 역시 편안하고 조용하다. 시트의 촉감도 좋고, 스티어링 휠은 이전보다 약간 묵직해지면서 노면 감각을 잘 전달한다. 달리기는 큰 차체를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경쾌하고, 중저속 토크가 강력해 빠른 가속이 이루어진다. 빈틈없는 코너링 성능과 고속에서의 조종 안정성도 뛰어나다. 자동 5단 기어에서 매뉴얼 모드의 팁트로닉은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이고, 변속 충격도 전혀 없다. 또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서스펜션의 강약을 조절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핸들을 잡고 있으면 널찍한 뒷좌석 공간이나 큰 트렁크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에필로그 4개 모델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규어는 고전, 벤츠는 전통, 아우디는 전통+첨단, BMW는 첨단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물론 재규어의 고전적 이미지 뒤에 첨단 메커니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기. 전통과 첨단이 교차하는 네거리에서 4개 모델이 서 있는 느낌이다.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서로 연결된 부분이 적지 않다. 달리기를 마친 뒤의 평가를 정리해 보자. 재규어의 승차감은 뛰어나고 핸들링도 훌륭하다. 단점은 실내가 좁고, 고속도로 파워가 부족하다는 점. 아우디는 강력한 엔진과 견고한 보디에서 나오는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좀더 릴랙스한 드라이빙이 요구된다. BMW는 고속도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낸다. 정제된 파워트레인은 럭셔리 세단 최고의 드라이빙 여유를 준다. 커다란 스티어링 휠은 민첩성이 떨어지는 게 흠. 벤츠는 최상의 프레스티지, 한결같은 승차감과 달리기의 질감이 관록을 자랑한다. 하지만 권위적인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럭셔리 세단인 만큼 뒷좌석을 비교해보자. 재규어는 구형보다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경쟁차에 비하면 확실히 쾌적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가죽 시트의 감촉은 훌륭하다. 아우디는 젖힐 수 있는 앞좌석 등받이 수납함과 도어포켓 등 기능성이 뛰어나다. 뒷좌석용 독서등이 큼직하고, 터치식 옷걸이도 센스 있다. 편안한 시트와 좌우 분리형 온도조절 스위치 등 고급장비로 쇼퍼 드리븐에 부족함이 없다. 전반적으로 넉넉하지만 왠지 딱딱한 분위기가 아쉽다. 벤츠는 역시 뒷좌석에서 가장 고급스럽다. 시트 슬라이딩 기능과 터치식 재떨이와 TV 모니터, 좌우 독서등과 공기구멍 시트로 안락하다. BMW는 다양한 시트조절 시위치로 가장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자세를 취할 수 있고, 높낮이까지 조절해 시야를 확보한다. 역시 첨단장비로 승부를 건다. 트렁크는 아우디의 쓰임새가 가장 좋다. 폭과 너비, 높이가 잘 정돈되어 있다. 그 다음이 벤츠이고, BMW는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많아 점수를 잃었다. 아무래도 전자장비를 많이 써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 재규어는 역시 높이 부문에서 점수를 잃었다. 결과적으로 어떤 모델에 더 이끌리는가 하는 문제는 연령대와 감수성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물론 1억 원 대의 차값이 보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모델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엘레강스한 측면의 재규어와 하이테크를 전면에 내세운 BMW의 뚜렷한 차이를 생각하면 선택은 의외로 단순해질 것 같다. 주요 제원 벤츠 S350L BMW 735Li 크기 길이×너비×높이(mm) 5163×1855×1444 5169×1902×1492 휠베이스(mm) 3085 2990 트레드 앞/뒤(mm) 1574/1574 1586/1590 무게(kg) 1770 1935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V6 V8 DOHC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97.0×84.0 81.2×84.0 배기량(cc) 3724 3600 압축비 10.0 10.5 최고출력(마력/rpm) 245/5700 272/6200 최대토크(kg·m/rpm) 35.6/3000~4500 36.7/37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88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팁트로닉 자동 6단 기어비 ①/②/③ 3.59/2.19/1.41 3.17/2.34/1.52 ④/⑤/⑥/R 1.00/0.83/ㅡ/3.16 1.14/0.87/0.69/3.40 최종감속비 2.82 3.64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4링크/멀티링크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 타이어 앞/뒤 225/60 R16 245/50 R18 성 능 최고시속(km) 246 250 0→시속 100km가속(초) 8.2 7.5 시가지 주행연비(km/ℓ) 7.7 7.6 값 1억3,680 1억4,050 주요 제원 아우디 A8 3.7 재규어 XJ6 크기 길이×너비×높이(mm) 5051×1894×1444 5090×1860×1450 휠베이스(mm) 2944 3035 트레드 앞/뒤(mm) 1629/1615 1555/1545 무게(kg) 1770 ← 승차정원(명) 5 ← 엔진 형식 V8 DOHC V6 DOHC 굴림방식 풀타임 4WD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mm) 84.5×82.4 89.0×79.5 배기량(cc) 3697 2967 압축비 11.0 10.5 최고출력(마력/rpm) 280/6000 240/6800 최대토크(kg·m/rpm) 36.7/3750 ←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90 85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팁트로닉 자동 6단 기어비 ①/②/③ 4.171/2.340/1.521 4.17/2.34/1.52 ④/⑤/⑥/R 1.143/0.867/0.691/3.403 1.14/0.87/0.69/3.40 최종감속비 3.539 3.31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모두 멀티링크 더블 위시본/세미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뒤 235/55 R17 235/50 R18 성 능 최고시속(km) 250 240 0→시속 100km가속(초) 7.3 8.1 시가지 주행연비(km/ℓ) 6.8 9.1 값 1억2,800 1억850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 휘발유차가 부럽지.. 2003-12-10
이번에 시승한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우디의 디젤 엔진 모델이다. 사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될 뿐, 이 차가 아우디의 첫 디젤 엔진 모델은 아니다. 본고장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디젤 엔진 승용차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 온 만큼, 아우디의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 역시 승용차용 디젤 엔진에 상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SUV가 아닌 5인승 승용차에 디젤 엔진이 실린 모델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개정된 법규 때문. 디젤 엔진을 얹을 수 있는 다목적형 승용자동차의 기준이 프레임, 네바퀴굴림(4WD) 장치, LSD 중 한 가지를 갖춘 차로 변경된 것이다. 덕분에 아우디는 장기 중 하나인 ‘콰트로’ 4WD 덕분에 디젤 엔진 모델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었다. 기아의 엑스트랙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법규의 혜택을 입기는 했지만, 엑스트랙과 같은 ‘궁여지책’ 모델은 아니다. 휘발유 모델과 같은 수준의 편의장비 갖춰 젖은 노면에서 진가 발휘하는 콰트로 4WD 물론 아우디의 다른 모델들도 콰트로 4WD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디젤 엔진을 얹을 수 있다. 그러나 아우디의 이미지와 디젤 엔진에 대한 인식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레저용 차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올로드 콰트로에 일단 시범적으로 디젤 엔진 모델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올로드 콰트로가 A6 아반트를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다른 아우디 모델들과 달리 올로드 콰트로는 SUV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아우디 홍보담당자는 시승차로 안내하면서 “연료 보충을 미리 해두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주유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계기판의 연료계를 들여다보니 3/4 정도 채워져 있는 상태. 보통 시승하기 전에 자료를 살펴보기도 하지만 직접 차를 대하게 되면 대략 연비가 어떨지 감이 온다. 예언자라도 된 듯 “연비가 좋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는 말을 건네니 담당자는 자신감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는 이미 국내에 휘발유 엔진 모델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차의 안팎에서 새로운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휘발유 모델과 거의 같은 수준의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으므로 초점은 역시 달라진 엔진에 맞추어졌다. 시동이 걸린 차에 올랐다. 문을 닫으니 디젤 엔진 특유의 아이들링 소리가 의외로 별 여과 없이 들렸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다른 수입 SUV들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소음이 작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리 커먼레일 방식이라 해도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은 휘발유 엔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회전 때의 소음이 아니라 주행중에 느껴지는 소음이다. 대부분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 차들이 그랬듯, 속도가 어느 정도 붙고 나면 엔진 소음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정도가 된다. 게다가 시승차는 이제 1천300km 정도밖에 달리지 않은 새차가 아닌가. 아직 길들이기조차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며 천천히 도로 위로 나섰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가라랑’ 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를 낸다.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디젤 엔진의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변속기를 D 모드에 놓았는데도 1단 초기가속 때에는 변속시점이 3천rpm 정도로 제법 높게 잡혀있다. 변속기는 휘발유 모델과 같은 5단 팁트로닉 자동으로, D 모드와 S 모드, 그리고 수동 모드로 나뉘어져 있다. 2단 이후로는 2천rpm 내외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빠져나오면서 꾸준히 가속을 해나가자 엔진 소음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시속 50km를 넘어서고 기어가 3단 이상으로 높아지니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가라랑’ 하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점점 더 휘발유 엔진 차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내가 언제 시끄러웠냐’는 식으로, 아이들링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처음과 나중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다. 액셀러레이터와 몸을 통해 느껴지는 가속감도 처음과 나중이 사뭇 다르다. 차선 앞쪽에 여유공간이 생긴 것을 보고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로 바꾼 뒤 기어를 한 단 낮추면서 오른발을 앞으로 꾹 내딛었다. 휘발유 엔진 같은 야무진 초기반응이 없다 싶은 것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금세 시선이 좁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게 있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콰트로 4WD는 젖은 노면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구동력을 네 바퀴로 전달해 주는 것은 기계장치를 기본으로 하는 정통 콰트로 구동계다. 가속 때 몸으로 느껴지는 차의 움직임은 네바퀴굴림만의 독특한 감각을 전해준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와중에도 안정감은 매우 우수하다. 4단계로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에 맞춰 2단계로 낮게 조절해 놓은 상태.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차의 높이를 더욱 낮춰본다.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높이가 낮아지지만 작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간 더디게 느껴진다. 차 높이가 낮아지는 만큼 승차감은 단단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차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원스런 토크 덕분에 달리는 기분은 ‘꿀맛’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 가능, 연비도 뛰어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휘발유 엔진과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 미세한 진동과 가늘게 들려오는 엔진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과속을 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국내 도로현실이 아쉽다. 빠른 속도로 주변의 차들을 제쳐가면서, 과연 다른 차 운전자들이 이 차가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비로 노면이 젖어있었고 교통량이 많아 최고속 영역은 테스트해 볼 수 없었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적당한 수준의 고속영역에서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5단 2천rpm 내외에서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100km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평범한 성격의 휘발유 승용차가 5단에서 3천rpm 내외의 회전수를 보이는 것과 비교가 된다. 이 차의 엔진회전수 한계는 4천500rpm. 시속 180km 정도에서 회전계의 바늘은 4천rpm에 못 미친다. 액셀러레이터와 엔진은 충분히 더 달릴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제원상으로는 37.7kg·m의 토크가 1천500rpm부터 2천500rpm까지 고르게 이어지지만, 레드존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지 않는 이상 2천500rpm을 넘겨도 토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시원스럽게 받쳐주는 토크 덕분에 달리는 기분은 ‘꿀맛’이다. 실내는 겉모습에 맞추어 베이지와 그레이의 투톤으로 처리한 시트, 센터 페시아 위쪽에 자리잡은 높이조절 스위치와 인디케이터, 그리고 글로브 박스 위의 ‘Quattro’ 엠블럼만 없다면 아우디 A6과 구별하기가 힘들다. 뒷좌석 너머의 화물칸 가리개나 수납식 그물망은 요즘 왜건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장비로,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A6의 왜건 모델인 A6 아반트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는 같은 컨셉트를 지니고 먼저 태어난 볼보 XC70 크로스 컨트리와 비교된다. 곰곰 살펴보면 품질이나 고급감, 핸들링이나 온로드 성능 등 많은 측면에서 올로드 콰트로가 우세하긴 하지만, 실내에서 일반 왜건 모델과의 차별성이나 험로주행에 걸맞은 사소한 배려들이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볼보 XC70의 디젤 모델이 들어온다면 좀더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촬영을 위해 시동을 끄고 차를 세워두었다가 다시 시승에 나섰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보다 소음과 진동은 한층 가라앉아 있다. 핸들링 감각을 느껴보기 위해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연이은 코너에서도 깔끔하게 라인을 그리며 안정감 있게 달려나간다. 스티어링 감각에서 알찬 맛이 조금 부족한 것은 다른 아우디 모델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스포티함과 여유로움이 적절히 절충되어있다는 느낌은 뚜렷하다. 시간관계상 제대로 된 오프로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그다지 험하지 않은 비포장 도로로 발길을 돌렸다. 비로 인해 흙탕이 진 길로 접어들면서 차 높이를 3단계로 높였다. 승차감은 약간 더 부드러워지지만 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SUV보다 분명 더 안정적이다. 다시 서스펜션을 2단계로 낮추고 속도를 높여본다. 접지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미를 느끼며 달릴 수 있다. 마치 랠리카를 모는 듯한 기분이다.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서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바지에 흙이 묻었다. 몇cm 되지는 않지만 일반 승용차보다는 지상고가 높은 탓이다. 차 뒤편으로 돌아가 보니 범퍼 양쪽 아래에 자리잡은 배기구에서는 흰 김만 모락모락 피어나온다. 디젤 엔진 특유의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구멍에서 무슨 유해가스가 나오는지는 정밀 측정기기를 들이대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노릇이다. 시승을 정리할 무렵, 다시 연료계를 보았다. 여느 휘발유차들을 시승할 때와 비슷한 거리를 달렸건만, 연료계의 바늘은 예상보다도 훨씬 적게 움직인 상태였다. 이 정도의 경제성이라면 시동을 걸었을 때의 위화감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게다가 달리기 실력도 웬만한 휘발유 엔진 승용차 뺨치게 맛깔스럽지 않은가. 시승 협조: 고진 모터 임포트 ☎(02)516-2468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 TD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850×1504mm 휠베이스 2757mm 트레드 앞/뒤 1574/1585mm 무게 185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직분사 디젤 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78.3×86.4mm 배기량 2496cc 압축비 18.5 최고출력 180마력/4000rpm 최대토크 37.7kg·m/1500~2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665/1.999/1.407 ④/⑤/ⓡ 1.000/0.742/4.096 최종감속비 4.379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55 R17 성능 최고시속 205km 0→시속 100km 가속 10.2초 시가지 주행연비 10.6km/ℓ 값 7,810
포르쉐 카이엔 터보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 반영한 .. 2003-12-10
올해 초 국내 판매를 시작한 포르쉐 카이엔은 어느새 포르쉐의 주력 모델로 떠올랐다. 포르쉐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 내부에서 “카이엔 때문에 911과 복스터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할 정도. 도대체 어떤 이유로 ‘열정적인 드라이빙 머신’ 포르쉐를 선택하면서도 911과 복스터를 제쳐두고 SUV인 카이엔에 마음을 주는 것일까? 물론 카이엔을 단순히 ‘SUV’란 말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포르쉐는 지난 74년 911에 처음 터보 엔진을 얹은 뒤 90년 911 카레라4에 4WD 시스템을 쓰기 시작했다(물론 경주차나 한정생산 모델에는 좀더 일찍부터 썼다). 즉 카이엔 터보의 3가지 장기(터보, 4WD, SUV) 가운데 두 가지 메커니즘(터보와 4WD)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카이엔 S의 V8 4.5X 340마력 엔진에 트윈터보를 달아 최고출력 450마력을 내는 카이엔 터보는 S와 분명 성격이 다른 차다. 높아진 출력은 고스란히 온로드에서 고성능을 즐기는 데 쓰인다. 제원표의 수치만 놓고 보면 카이엔 터보의 최고출력(450마력)은 엔트리 수퍼카로 분류되는 911 터보(420마력)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스포츠카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차체와 높은 무게중심, 불리한 공기역학 특성으로 인해 실제 성능은 수평대향 6기통 3.4X DOHC 320마력 엔진을 얹은 포르쉐 911 카레라와 비슷하다. 시승차를 타고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부터 터보의 위력을 맛볼 수 있었다. 시내를 빠져나갈 무렵 체득한 한 가지 팁. 액셀 페달을 너무 깊게 밟아서(킥다운) 기어를 두 단 이상 내리지 말 것. 기어를 한 단만 내려도 따라올 차가 없을 만큼 충분히 가속할 수 있어서다. 만약 두 단을 내리면 트렁크에 실은 짐은 엉망이 되고 운전자 역시 가속 리듬을 타지 못하고 곧바로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야 한다. ‘내 맘대로 되는 게 있지’라는 말은 바로 이때 써야 하지 않을까. 카이엔 터보의 참 매력은 고속도로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SUV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카이엔 터보는 기자의 속도감각과 가속감각을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렸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복스터S나 911 카레라와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이 차들은 복서 엔진이 만들어내는 엔진음과 배기음, 탄탄한 서스펜션에서 오는 긴장감이 있지만 카이엔 터보는 추월하는 차가 순식간에 사이드 미러에서 콩알만해질 만큼 가속하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편안하다. 나지막하게 울부짖는 V8 4.5X 트윈터보 엔진음과 배기음, 어느 것 하나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면서 꾸준하게 증가하는 바람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 많은 차들 틈바구니에서 잠깐 내본 최고시속은 230km. 속도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이 차고를 2단계로 낮추지만 앞을 가로막는 차들에 신경 쓰느라 느낄 겨를이 없다. 타코미터가 계기판 가운데 큼지막하게 자리한 911, 복스터와 달리 카이엔 터보의 타코미터는 속도계 옆 평범한 자리(왼쪽)에 달려 있다. 따라서 스티어링 휠의 림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레드존에 가깝게 rpm을 올려 변속하더라도 팁트로닉 스위치를 작동시킬 타이밍을 놓칠 염려가 없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정보패널에 큼지막한 디지털로 속도가 표시되는데, 6단 팁트로닉 AT의 기어별 최고시속이 묘하게 50km 단위로 끊어지기 때문이다. 즉 1단으로 낼 수 있는 최고시속은 55km, 2단 100km, 3단 151km, 4단 204km, 5~6단 250km 이상이다. 따라서 디지털 속도계에 나타나는 숫자를 기준으로 팁트로닉 스위치를 조작하면 변속 타이밍을 놓쳐 저절로 변속되는 불쾌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레이스를 통해 다듬어진 포르쉐의 브레이크 성능을 칭찬하는 것은 진부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속(시속 50~100km)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속 150~200km 혹은 그 이상의 속도에서 2.3톤이 넘는 거구를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움켜잡는 브레이크 성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동력이 뒷받침되는 달리기 성능은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PSM 개입 없이도 끈끈한 접지력 자랑 노면상태 가리지 않는 고성능 스포츠카 서킷에 들어서면 카이엔 터보의 또 다른 장기가 빛을 발한다. 카이엔 터보의 앞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뒤 서스펜션은 급가속할 때의 하중과 적재함의 무게를 지탱해낼 수 있도록 고안된 멀티 링크다. 웬만한 코너에서는 포르쉐의 주행안정장치(PSM, Porsche Stability Management)가 작동하지 않는다. 운전 재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PSM이 개입하는 정도를 최소화했기 때문. PSM을 끈 상태로 급코너링에 도전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자세의 변화가 없지만 조금 무리를 하게 되면 언더스티어가 일어난다(마른 노면, 약간 미끄러운 상태). 급 코너를 이리저리 공략하며 rpm을 레드존 가까이 쓰다보면 이따금 기어단수가 스스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단수를 낮추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약간의 오버 rpm도 허용하지 않는 세팅이 조금 아쉽지만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귀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된 오프로드를 달릴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했더라도 아마 오프로드를 찾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카이엔 S나 얼마 전에 더해진 V6 3.2X 247마력 엔진을 얹은 카이엔을 타고 있었다면 주저하지 않고 오프로드로 달려갔을 것이다. 카이엔 터보는 온로드에서 최고의 가치를 발휘하는 차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다(물론 평균치 이상으로 잘 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오히려 오프로드보다 평상시에 만나는 거친 노면-예를 들어 규정치보다 높은 과속방지턱이나 자갈밭-을 걱정할 필요 없는 스포츠카란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고성능을 내면서 노면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스포츠카는 정말 흔치 않다. 그러나 스위치를 누른 후 답답할 만큼 오래 기다려야 하는 에어 서스펜션의 높낮이 조절 기능은 꼭 지적하고 싶다. 카이엔 터보는 분명 포르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폭발적인 가속력과 끈끈한 접지력, 믿음직한 핸들링 성능을 모두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일가족 5명이 함께 수퍼카에 버금가는 통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함께 탄 가족이 가만있을 리 없겠지만). 또한 골프백 3개가 들어가니 4개가 들어가니 아옹다옹 트렁크 크기를 다투는 대형차들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다. 오프로드에 불리한 온로드용 타이어를 신었지만 필요하다면 웬만한 오프로드를 너끈히 달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카이엔 터보는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편안함에 익숙한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제대로 된 성능을 즐길 수 있는 ‘21세기형 포르쉐’. 이것이 바로 기자가 시승을 끝낸 후 결론지은 카이엔 터보의 성격이다. 카이엔 터보야말로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포르쉐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차다. 시승 협조: 한성자동차 ☎(02)546-3421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86×1928×1699mm 휠베이스 2855mm 트레드 앞/뒤 1647/1662mm 무게 235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DOHC 트윈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3.0×83.0mm 배기량 4511cc 압축비 9.5 최고출력 450마력/6000rpm 최대토크 63.2kg·m/2250~475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4.150/2.370/1.560 ④/⑤/ⓡ 1.160/0.860/0.690/3.390 최종감속비 3.7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75/45 ZR18 성능 최고시속 266km 0→시속 100km 가속 5.6초 시가지 주행연비 6.0km/ℓ 값 17,160만 원
허머 H2 탱크같이 우람하나 표범같이 날렵한 .. 2003-12-15
12월은 에 실린 나의 시승기가 200회째가 되는 달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재될 수가 있었던 것은 첫째로 독자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둘째로는 이 꾸준히 나를 격려해 주었고, 아울러 나의 글에 대한 각계각층의 혹평에도 굽히지 않고 계속 실어준 인내와 용기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독자와 자동차생활사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지금 나의 감회는 “용케 살아 남았구나”라는 기분뿐이다. 사실 말이 200회지, 연재한 햇수로 따지자면 17년이다. 이렇게 장기간 시승기를 계속 실은 것은 전세계의 어느 자동차 잡지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고 보니 이런 기회를 준 잡지 을 나는 평생동안 머리위로 떠받쳐 갖고 다녀야만 할 것 같다. 나의 서재엔 200회의 시승기를 담은 200권이 진열되어 그 높이가 내 키의 3배나 되는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금자탑같이 보인다. 이 속에는 여러 가지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엮어져 있다. 최초의 대우 르망 시승기가 실린 때인 1987년 초에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초창기를 벗어날 무렵이어서 잡지도 얄팍했으나 점차로 무게를 더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시승기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 200회 기념 꽃다발과 함께 나타난 H2 AM제너럴이 미 육군 작전용 차로 개발 현대의 첫 세대 그랜저 시승 때는 시속 157km를 낼 무렵에 차가 몹시 진동한다고 썼다가 잡지사가 혼이 났고, 대우 프린스가 언덕길을 못 올라간다고 썼다가 잡지사는 한번 더 큰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F1 그랑프리와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처음 소개했을 때와 모스크바 원정 기사는 히트를 쳤다. 50회 때 대우 티코를 선물 받았고,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을 현지에서 타고 왔다. 또한 롤즈로이스를 파리에서 취재하고 북유럽에서 사브로 800km의 눈길을 달렸는가 하면, 1990년대 수퍼카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맥라렌 F1을 시승한 것도 즐거운 추억이다. 덕분에 세계적인 카로체리아인 이태리의 피닌파리나를 찾고 누치오 베르토네, 조르제토 쥬지아로와 친분을 맺을 수 있었다. 또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잡지인 일본 (CG)에 현재까지 3∼4개월에 한번씩 권두사를 쓰는 인연을 갖게 된 것도 고맙게 여기고 있다. 그렇다보니 나는 원래가 천문학으로 밥을 먹는 사람인데, 자동차에 관련된 일도 나의 반(半)전문직 같이 되어 SBS와 교통방송국의 단골 해설자가 되었고, 이 나라에 최초로 만든 자동차경기연맹의 회장직도 역임하는 영광을 누렸다. 200회라는 시승기를 기록하게 되어 흥분한 나머지 이렇게 길게 과거사를 늘어놓았지만, 이 모두가 자동차생활사의 고마운 배려로 이뤄진 것이니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한다. 200회 시승날, 자동차생활사는 이를 기념한다고 30송이의 붉은 장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꽃다발과 함께 200회 시승길에 올랐다. 200회째 시승을 위해 에서는 꽤나 신경을 쓴 모양이다. 일본의 CG사로부터 나한테 전화연락이 오기를 “조박사의 시승용으로 최신식 페라리를 마련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시일이 너무 촉박하여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부탁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고생 끝에 마련한 차는 그동안 한번도 타보지 못했던 허머(Hummer) H2였다. 허머는 AM제너럴이 미국 육군의 작전용 차로 개발하여 1992년부터 이 이름을 사용해 왔다. 99년에는 GM 자회사에 편입되면서 양산체제로 돌입했다. 유명한 H1이 민간인용으로도 제공되어 우람하고 공격적인 차 크기와 생김새로 많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의 CG 잡지사가 매년 개최하는 자동차애호가들을 위한 연례행사 ‘CG 데이’에 참가해보면 으레 국방색으로 칠한 엄청나게 큰 허머가 한두 대는 전시되어 있다. 그 차 주인이 “구하기도 힘이 들지만 미국에서 갖고 오기도 힘이 들고 너비가 너무 넓어서(2.2m나 된다) 일본 도로에서는 참으로 굴리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이 차를 타고 다니면 인생의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H1보다 크기 줄이고 군용차 냄새 없애 우람하지만 운전석에서 다루기는 쉬워 허머가 미군 군용차로 제1, 제2 중동전쟁 때 ‘사막의 폭풍작전’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한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TV 화면을 통해 몇 번이나 미군 병사들을 태우고 활약하는 모습을 우리들도 보았다. 그래서인지 이 새 모델 H2는 2003년에 시판되자마자 6개월도 안되어 1만9천 대가 팔렸다. 신형 H2가 이렇게 인기인 것은 ‘전쟁터의 영웅’이기도 하지만 H1보다는 좀더 다듬어졌기 때문이다. 허머 H1은 정말로 한 차선을 꽉 채울 만큼 너비가 2천197mm나 되는데, 이것은 사이드 미러가 달리지 않은 너비다. 그런데 H2는 사이드 미러까지 합쳐도 2천63mm밖에 되지 않으니 70mm나 짧아진 셈이고, 휠베이스도 3천302mm에서 3천118로 184mm나 줄었다. 이것은 회전반경도 그만큼 짧아졌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차체의 앞 그릴이 길게 반짝이는 크롬도금으로 되어 있어 H1이 보여주던 칙칙한 군용색 일변도 대신 아주 깔끔하게 단장한 인상을 준다. 가만히 보니 앞에 박힌 위압적이었던 헤드램프의 크기도 작게 하여 이제는 군용차의 특징 대신 오히려 화려한 SUV라는 친근감을 안겨준다. 옆에서 보는 모습은 앞뒤 창문을 거의 직각으로 세워 완전히 박스형이지만 전체 모양은 아주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경쾌한 맛마저 준다. 휠 크기는 비록 17인치지만 아주 두툼한 고무 타이어로 무장했으니 제아무리 험난한 도로라도 끄떡없이 정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니까 H1과 비교해서 비록 길이가 조금 짧아졌다고는 하나 세워진 창문 설계 때문에 실내공간의 여유는 H1과 비교해서 하등의 손색이 없다. 그래서 허머사의 총지배인인 디죠반니는 “이렇게 H2가 시중에 나오자마자 엄청난 판매성공을 거둔 것은 H1의 아주 강한 내구성과 보다 더 문명화된 모습으로 축소시키는 일을 교묘하게 성사시킨 탓”이라고 털어놓았다. 외모와 크기에 관련된 H2의 놀라운 변신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제 차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내부의 시트와 눈앞의 계기패널 등이 주는 인상은 고급 승용차 그대로다. 우선 시트의 촉감이 좋다. 미국차의 특징이 차 시트의 안락성에 있음은 정평이 나있지만 여기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변속레버의 믿음직한 ‘ㄱ’자식 구조는 마치 우주선 조종사가 된 기분을 안겨준다. 넓은 실내 공간의 온도를 조절해 줄 냉온기 통풍장치가 엄청나게 크게 운전석 앞 패널 좌우와 조수석앞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 밖의 계기와 편의시설이 사각형 프레임 속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기분 좋다. 외형도 사각형, 앞 그릴과 헤드라이트도 사각형, 사면을 둘러싼 윈도도 모두가 사각형이다. 오리지널이 군용차용으로 개발된 그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질서정연한 모습에 통일된 규율미를 느끼게된다. 시동을 걸었다. 조용히 이 황소는 잠에서 깨어난 듯 무게 있는 숨통소리를 들려준다. 자, 출발이다. 그런데 이렇게도 육중한 몸통인데도 굴러나가는 발놀림은 너무나도 경쾌하다. 미끄러지듯이 출발하는 이 차는 4WD에 어울리는 믿음직스러운 가속을 시작한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밖에서 보는 우람함과는 달리 운전석에 앉으니 다루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인상은 전혀 없고, 보통 크기의 차를 조종하는 기분이다. 도로폭을 꽉 채우고 달리는 H1과는 자못 다르고 오른편의 사이드 미러까지 달려 있으니 H1과는 확연히 다른 운전 편의성이 있다. 큰 힘으로 뛰어난 온·오프로드 성능 보여 든든한 안전·편의장비 갖춘 호화로운 SUV 속력을 더욱 낼수록 탱크같이 생긴 이 차는 탱크가 아닌 표범처럼 날렵하게 달린다. 압도적인 힘이 비단 같은 숨결 속에 잠겨 있다. 브레이크도 이에 걸맞게 아주 예민하다. 이렇게 육중한 차니까 제동을 거는 데 힘깨나 들겠다고 생각하고 힘차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던 나는 그것이 큰 오산임을 깨달았다. 살짝 발 밑바닥이 페달에 닿기만 해도 이 차는 그야말로 신속하게 반응한다. 하나의 놀라운 발견이기도 하다. 엔진의 힘은 차 중의 왕자답게 GM의 표준 볼텍 6000 V8(5천967cc)로 316마력을 뽑아낸다. 최대토크도 48.8kg·m이다. 이것이 하이드로매틱 4L65-E 4단 AT와 연결되어 있어 정말 천하무적이고 운전하기 편리하다. 이 AT는 두 가지 감속비가 있어서 오르막 등판 때는 길의 장애요소를 극복하기 위하여 2.64: 1로 낮춰준다. ‘4Hi Open’은 일반적인 운전모드, ‘4Hi Locked’는 앞 뒤 토크 배분을 50: 50으로 맞추어 눈비가 내린 약간 미끄러운 노면에서 달릴 때나 어떤 물체를 끌 때 이용한다. ‘4Lo Locked’는 아주 험한 오프로드와 늪지대를 다닐 때 큰 힘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한다. 또한 싱글 휠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은 공회전하는 바퀴에만 제동을 걸어 미끄러운 눈길 같은데서 최대한의 구동력을 얻어낸다. 4바퀴 중에서 단 두 바퀴만 땅에 닿아있는 한 이 차는 어디서나 땅을 치고 나갈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트레일링 암과 코일 스프링으로 강성이 아주 높고 균형이 잡혀 있다.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으려면 차의 하체부분이 손상되기 마련인데 이에 대비하여 보호판이 달려 있어 안심이다. 지면과의 차고간격이 26cm나 되기 때문에 50cm 정도의 수심을 가진 개울이나 호수는 쉽게 지나갈 수 있고 40cm 정도의 계단이나 바윗돌 같은 것도 너끈히 오르고 넘어갈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시중의 보통 오프로드차와 비교하면 상대가 안될 만큼 월등하다. 앞서 적은 인상적인 냉온방용 통풍장치는 앞좌석과 뒤에 앉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각자의 사정에 알맞은 온도로 이중조정할 수 있고, 최대한 14℃까지의 온도차가 나게 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차안의 시트 배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앞과 뒷좌석의 5인승 시트는 그대로 고정되어 있지만 뒤의 짐을 얹는 공간에도 좌석을 추가로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앞의 두 좌석은 기억장치가 내장되어 이 차를 타는 사람의 신체구조에 맞는 위치를 기억해 둔다. 또 이들 좌석은 옵션으로 가죽시트를 씌울 수 있다. 그 시트와 등받이에는 열선(熱線)삽입도 가능하다. 안전장치로는 물론 앞에 두 개의 에어백이 있고 안전벨트도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다. ABS와 TCS가 바퀴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 차에 붙어 있는 ABS는 미끄러운 도로와 산길을 달릴 때 대처하는 장치이지만, 오프로드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이 차의 안전성과 제동거리 조정에 위력을 발휘하게 설계되어 있다. TCS도 각 바퀴마다 최대한 접지능력을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허머 H2의 특징은 멀리서나 가까운 곳에서나 존재가치를 알리는 특유하고도 우람한 외모에 있다. 그리고 그 겉모습에 걸맞은 능력도 갖추고 있어 몰아보면 황소나 탱크 같은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기 짝이 없다. 가격은 1억3천만 원대로 약간 튀지만 그래도 한국에 도입된 3대가 그 자리에서 모두 팔렸다고 한다. 이 차를 끌고 다니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 와서 “이것이 허머 신형이죠?”하고 말을 걸어오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의 지명도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차에 대한 인식이 자못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가격의 차라도 매끈하게 빠진 승용차보다는 우람하고 실용적이며 야성적인 오프로드차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새 시대로 한국도 접어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허머 H2를 나의 200회 시승차로 선정해준 자동차생활사에 감사 드린다. 시승 협조: 프론트나인 모터스 ☎(02)545-2170∼1R17 허머 H2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20×2063×1977mm 휠베이스 3118mm 트레드 앞/뒤 1539/1528mm 무게 2909kg 승차정원 6명 엔진 형식 V8 OHV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101.6×92.0mm 배기량 5967cc 압축비 9.4 최고출력 316마력/5200rpm 최대토크 48.8kg·m/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25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3.060/1.620/1.000 ④/⑤/ⓡ 0.690/ㅡ/2.290 최종감속비 4.1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315/70 R17 성능 최고시속 ㅡ 0→시속 100km 가속 9.9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1억3,000만 원
TOYOTA SIENNAvsHONDA ODYSSEYvs.. 2003-11-20
미니밴은 미국 메이커인 크라이슬러에 의해 개척된 세그먼트다. 풀사이즈 밴과 70년대 미국 패밀리카의 대표주자였던 스테이션 왜건을 절묘하게 버무려 일반 가정의 차고에 들어가는 키에 넓은 실내공간을 갖추어 발매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미니밴과 비슷한 개념의 차는 폭스바겐(VW) 마이크로버스를 비롯한 원박스카로 이전부터 있었지만 패밀리카의 메인 스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메이커들은 승용차 시장과 달리 미니밴과 SUV 등 경트럭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어 왔으나 최근 들어 일본과 유럽 메이커의 공세가 밀리고 있다. 고급 SUV 분야뿐만 아니라 미니밴 시장에서도 일본차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미국에 진출한 일제 미니밴의 신호탄은 89년 마쓰다 MPV였다. MPV는 이전의 원박스카와는 달리 크라이슬러 미니밴과 비슷한 개념의 패밀리카로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미니밴의 새 지평 연 2세대 오디세이 93년 등장한 닛산 퀘스트는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철저히 분석해서 만든 모델로 오랫동안 풀 모델 체인지 없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머큐리 빌리저로 팔리기도 했다. 도요타는 1.5박스형 프레비아(일본 내수명 에스티마)를 투입했고 혼다는 95년 오디세이를 선보였다. 프레비아는 유선형 외관에 미니밴으로서 적당한 패키지를 갖추었으나 혼다 오디세이는 작은 차체에 뒷문도 슬라이딩 도어가 아니고 값도 비싸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일제 미니밴이 미국차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99년 2세대 오디세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전의 일제 미니밴은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어도 크라이슬러나 포드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98년 등장한 도요타 시에나는 사이즈가 다소 작았고 닛산 퀘스트는 오래되어 경쟁력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2세대 오디세이는 크기와 값, 주행성능, 그리고 실내공간 활용도 등에서 미니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도요타가 시에나를 풀 모델 체인지했고 닛산도 최근 신형 퀘스트를 내놓았다. 세 차종 모두 V6 DOHC 엔진을 얹고 있다. 시에나는 최고출력 230마력을 내는 3.3X이고 퀘스트와 오디세이는 3.5X 24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우연의 일치인지 셋 다 33·4kg.m로 똑같다. 운동성능은 미니밴이면서도 드라이버즈카의 자질을 갖춘 오디세이가 라이벌을 앞선다. 최근 어느 전문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오디세이를 산 필자가 “이 차는 웬만한 구형 스포츠카보다 빠르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시발점이 되어 오디세이와 포르쉐 356, 재규어 XKE를 테스트한 것이다. 그 결과 무게중심이 높고 실내공간과 편의성을 우선으로 한 오디세이가 60년대 스포츠카를 앞지르는 성능을 보였다. ‘빠르고 편한 오디세이로 갈 경우 여행의 목적지가 기억에 남고 구식 포르쉐나 재규어로 가면 여행의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자동차 관련기술이 과거와 비교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품질감 뛰어난 도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는 승용차에 버금가는 핸들링으로 큰 차를 몰고 있다는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 진입이나 탈출 때의 몸놀림이 자연스럽고 스티어링 휠에 전해지는 반력도 적당하다. 브레이크도 리니어한 느낌이며 변속기의 성능도 무난해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운전감성을 연출한다. 도요타 시에나는 운동성능에 큰 차이가 없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스티어링의 연결감이 느슨하지는 않지만 반응성이 다소 뒤지고 브레이크도 밟는 힘과 제동력이 정비례하지 않아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특별히 크게 설정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가변 기어비를 채택한 때문인지 직진 부근에서 반응성이 다소 떨어지고 코너링 도중의 미세한 수정에는 어느 정도 직접적인 반응을 보인다. 세 차종의 사이즈와 패키지는 엇비슷하다. 오디세이는 혼다 제품답게 대시보드가 낮아 앞시야가 시원하다. 대시보드와 계기판 디자인은 보수적이면서 기능적이다. 각종 스위치와 계기는 있을 만한 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어 조작이 쉽다. 라이벌과는 달리 칼럼 시프트의 AT가 달려 변속기의 조작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 자잘한 수납공간과 여분의 컵홀더를 비롯해 접히는 센터콘솔 등을 갖추고 있다. 바닥으로 완전히 접혀서 수납되는 3열 시트는 오디세이 이후 미니밴의 표준장비로 자리잡았다. 시에나와 퀘스트도 같은 방식으로 접히는 3열 시트를 갖추었다. 차이점이라면 도요타 시에나만이 40:60으로 분할 수납된다는 점이다. 시에나의 대시보드는 좌우대칭이면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요즘 도요타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혼다에 비해 전체적인 질감이 고급스럽다. 스텝 게이트의 AT 셀렉트 레버의 조작감도 좋다. 카울이 조금 높아 오디세이에 비하면 시야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작은 수납함이나 컵홀더 배치 등에서 오디세이를 앞서고, 실내 장비도 마찬가지다. 퀘스트는 실용성과 스타일 함께 살려 시에나의 실내에서는 다른 차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후발주자의 유리함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퀘스트는 컨셉트카 같은 내외장을 갖추어 평범함을 거부한 파격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어필한다. 센터미터와 함께 타원형의 센터페시아를 갖춘 대시보드는 미니밴의 실내라기보다는 SF 영화의 소품 같은 분위기다. 과감한 스타일링이면서도 전반적인 계기와 스위치 배치가 잘되어 있다. 실내 분위기에 비해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클러스터의 생김새는 다소 보수적이어서 조화가 떨어진다. 또 타원형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오디오와 공조장치, 트립 컴퓨터 스위치가 작아 조작성이 라이벌에 뒤진다. 퀘스트 시승차에는 4단 AT가 달려 있다. 셀렉트 레버는 전진 D와 2단, 그리고 O/D OFF 스위치만 갖추고 있어 적극적인 운전보다는 승객위주의 운행을 전제로 한 차임을 상기시킨다. 2열 시트는 조금씩 다르다. 시에나는 캡틴시트와 벤치시트(8인승)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오디세이는 2열 시트를 좌우로 움직여 벤치시트처럼 이용하거나 독립된 좌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요타의 캡틴시트도 좌우로 움직여 벤치시트처럼 연결할 수 있지만 쓰임새와 편안함은 오디세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퀘스트의 2열 시트는 거의 평평하게 접힐 뿐만 아니라 슬라이딩 도어의 개구부가 커 큰 짐을 옮기기 편하다. 승차감은 비슷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시에나가 나은 듯 하고 소음도 세 차종 중 가장 작아 도요타의 상품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세 미니밴은 우수한 성능과 뛰어난 가치로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앞선다. 오디세이는 데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선함을 잃지 않은 채로 미니밴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도요타 시에나는 7인승과 8인승 차체에 AWD를 비롯해 다양한 옵션을 고를 수 있으며 승객의 편의성에 초점을 두었다. 닛산 퀘스트는 독특한 스타일링을 갖추었으면서도 실용성을 희생하지 않은 참신함이 돋보인다.
PORSCHE Cayenne Turbo 아무도 닮지.. 2003-11-28
450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 5.6초, 6포트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 수퍼 스포츠카의 제원표가 아니다. 지금 기자 앞에 서 있는 SUV가 숨기고 있는 실력이다. ‘진정한 고성능 SUV’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이야기다. 지난 5월에 카이엔S와 카이엔 터보가 발표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이엔S는 시승을 할 기회가 있었다. BMW가 5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X5와 랜드로버의 기함 뉴 레인지로버가 동행하는 자리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삼척까지 먼 길을 달리는 동안 넉넉한 출력과 탄탄한 달리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짐을 실을 수 있는 5인승 포르쉐’라고 결론을 내린 카이엔S의 온로드 성능에 홀딱 빠져 버렸다. 높은 키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코너링과 340마력 엔진이 뿜어내는 막강한 가속력, 시속 200km를 간단하게 넘어가는 최고시속은 혀를 내두를 만했다. 예상보다 빠르고 정확한 몸놀림 하지만 터보는 쉽게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생산대수가 많지 않아 국내에 들여와 팔 차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시승 기회를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태백의 준용 서키트에서 시승행사를 가졌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정해진 코스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것일 뿐, 도로를 달리며 확인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몇 차례 곡절을 겪고 나서야 어렵게 카이엔 터보를 단독 시승할 수 있었다. 반나절의 짧은 만남이었으나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카이엔 터보 시승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기자가 탔던 고출력차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계에 가깝게 성능을 테스트했던 차들 중에는 처음으로 시속 300km를 경험하게 해준 페라리 F355(380마력)가 있고, 세단은 BMW M5(400마력)가 대표적이다. 동승한 차 중에서 가장 출력이 높은 차는 일본에서 한국 나들이를 왔던 800마력의 스카이라인 GT-R이었다. 0→400m 도달에 9초가 걸리는 괴물로, 공포감을 느낀 유일한 차였다. 튜닝카와 양산차를 통틀어 300마력 정도의 출력이 나오는 차를 몰면서 빠른 스피드와 원하는 대로 돌고 멈추는 손맛에 최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고출력차들을 경험한 때문인지 300마력이라는 힘은 스포츠카와 일반 자동차를 나누는 기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 기준을 깨 버린 차가 포르쉐 카이엔 터보다. 시승 코스를 용인 에버랜드 주변으로 잡은 것은 앞에서 적은 차들을 대부분 그곳에서 탔기에 비교적 객관적인 비교가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우선 카이엔 터보의 제원부터 살펴보자. V8 터보 엔진은 배기량 4천511cc, 최고출력 450마력/6천rpm이고 최대토크는 2천250∼4천750rpm에서 63.2kg·m를 낸다. 압축비가 자연흡기 승용차에 맞먹는 9.5, 터보의 과급압은 0.8바 정도다. 이처럼 압축비가 높고 과급압이 낮은 엔진은 큰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처럼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카이엔 터보는 타임 래그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기어를 몇 단에 놓든 도로의 경사, 승차인원, 적재량 같은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저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그 위치에 옮겨진다. 여기에 액셀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부스트를 조절해 저회전 정속주행에서는 연비를 높이고, 부하가 걸리는 고속에서는 출력을 키운다. 기어를 6단에 넣고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할 때 엔진 회전수는 고작 1천800rpm. 오프로드 실력 레인지로버 못지 않아 살살 밟을 때는 카이엔S와 터보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지만 3단 이상으로 급가속을 하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간다. S보다 120kg 무겁지만 출력은 110마력 높아진 덕이다. 고속도로 달리기에서 유일한 스트레스는 앞을 가로막는 차들이다. 꽂히듯 멈추는 브레이크가 아니었다면 씨근덕거리는 카이엔 터보를 잠재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굳이 시속 266km라는 제원표상의 최고시속을 확인하지 않아도 될 정도. 높게 앉는 SUV의 특성상 시야가 좋아 도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가속하는 도중에는 약한 언더스티어를 보이다가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약한 오버스티어로 바뀌어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핸들링은 ‘좀더 고속 스테이지로 데려가 달라’는 주문처럼 들렸다. 이런 카이엔 터보의 바램을 무시하고, 옆자리에 앉은 사진기자의 비명에도 귀를 막은 채 에버랜드 주변의 와인딩 로드를 힘차게 달려 보았다. 팁트로닉S 6단 기어 레버를 수동(M)으로 밀어 넣고, 2단과 3단만을 사용했다. 비대칭 트레드 패턴을 가진 피렐리 P제로 275/45 ZR19 타이어는 조금씩 비명을 지르지만 스포츠 모드에 맞춘 쇼크 업소버와 막강한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차체는 핸들을 꺾은 대로 파고든다. 2.3톤의 무게에 높이가 1천699mm인 SUV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기본적으로 코너링 한계가 높아 가속할 시기를 확실하게 정하면 속이 후련한 코너링도 어렵지 않다. 0→시속 100km 가속 5.6초의 빠른 가속력은 브레이크-핸들 조작-가속으로 이어지는 동작을 점점 더 바쁘게 한다. 최후의 순간에만 개입하는 포르쉐 주행 안정 관리(porsche stability management)와 포르쉐 트랙션 관리(porsche traction management) 시스템은 운전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듯 했다. 다만 레드존을 넘어서면 기어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특징 때문에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코너를 빠져 나가려다가 울컥 앞으로 밀려가는 차체에 놀란 적이 있다. 옵션에도 없지만 카이엔 터보에 수동기어를 단다면,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왕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오프로드에서는 어떨까? 터보 모델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차고 조절은 가장 낮은 적재 모드부터 가장 높은 오프로드 모드까지 6단계로 되어 있다. 간단하게 스위치를 눌러 지상고를 157-179-190-217(기본)-243-273mm까지 선택할 수 있다. 대체로 에어 스프링을 달면 차고를 올릴 수 있지만 스트로크가 줄어 충격 흡수력은 되려 떨어질 수 있다. 발목 정도 깊이의 모글과 돌이 널린 오프로드에서 카이엔 터보는 예상 밖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레인지로버 못지않게 부드러웠고, 2.7의 로 기어 감속비, 2단(2.37)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팁트로닉 1단 기어비(4.15) 때문에 6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에서 시속 1km로 꾸준하게 모글을 넘어 다녔다. 지상고를 가장 높이 올려도 조금 부족한 듯 싶은 32.4도의 접근각이 걱정될 뿐 오프로드 성능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다만 고속 주행을 위해 선택한 고성능 타이어는 트랙션 컨트롤의 작동이 무색할 정도로 오프로드 그립이 형편없었다. 막강한 엔진 힘 때문에 못 오를 곳이 없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과연 카이엔 터보는 어떤 종류의 자동차로 나누어야 하는가. SUV로 넣자니 이렇게 빠르고 뛰어난 핸들링을 가진 차가 없었다. 그렇다고 스포츠카를 상대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어쨌든 카이엔 터보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내년에는 같은 섀시로 개발한 SUV 중 마지막 모델인 아우디 파이크스피크 콰트로가 최소한 500마력이 넘는 엔진을 얹고 나온다. BMW는 X5에 4.8X 엔진을 써 360마력으로 출력을 높였다. 레인지로버조차 같은 PAG 산하 재규어의 V8 4.2X 수퍼차저 400마력 엔진을 리스트에 올려놓은 상태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카이엔 터보는 포르쉐다’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애당초 포르쉐는 일상적으로 탈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목표로 한 차다. 카이엔 터보는 어떤 SUV와도 닮지 않고 경쟁할 필요도 없는, 순수한 포르쉐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86×1928×1699mm 휠베이스 2855mm 트레드 앞/뒤 1647/1662mm 무게 235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DOHC 트윈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3.0×83.0mm 배기량 4511cc 압축비 9.5 최고출력 450마력/6000rpm 최대토크 63.2kg·m/2250~475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4.150/2.370/1.560 ④/⑤/ⓡ 1.160/0.860/0.690/3.390 최종감속비 3.7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75/45 ZR18 성능 최고시속 266km 0→시속 100km 가속 5.6초 시가지 주행연비 6.0km/ℓ 값 17,160만 원
HUMMER H2 현실로 다가온 4×4 매니아들의 .. 2003-11-20
매스컴에서 허머를 타고 다니는 미군을 처음 보았을 때, 저런 거구를 지프 대용으로 쓴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땅덩어리가 넓으니 군인도 큰 차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은 어린 마음에 복잡한 흔적을 남겼다. 나중에 민수용을 접했을 때도 충격은 마찬가지였다. 그 넓고 큰 차에 탈 수 있는 사람이 고작 4명이라니.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기능만을 생각한 군용차의 설계를 거의 그대로 민수용에 옮겨 놓은 점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탁월한 험로 주파능력이야 미군이 참전한 여러 전장에서 입증되었지만 일반인이 매일같이 험한 지형을 맞닥뜨릴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듯 한쪽으로 극단화된 비상식적인 요소가 역설적으로 매니아라는 군단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동생격인 허머 H2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H2가 일반 픽업트럭 및 SUV의 섀시를 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H1의 극단적인 개성을 닮았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차라면!’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온 몇 안 되는 H2 시승을 위해 차를 받는 곳으로 가는 동안에도 줄곧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용형호제, 형이나 동생이나 충격적이긴 매한가지 서울 강남의 한 중고차 매장 앞에서 만난 H2는 첫눈에 두 가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첫 번째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차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H1과 비교하면 실내 활용도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충격의 정도가 만만치 않은 탓에 ‘허허’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치상으로 보아도 H2는 절대 작은 차가 아니다. H1에 비해 폭만 12cm 정도 좁을 뿐, 키와 길이는 오히려 더 크다. 게다가 볼륨감까지 더해져 3톤 가까운 차 무게를 쉽게 짐작하게 된다. 잘 단련된 군인 이미지의 H1과 비교하면 H2는 적당히 탄력 있는 민간인의 모습이다. H2가 H1보다 실내공간을 더 넉넉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은 뼈대부터 완전히 다른 차이기 때문이다. H1은 생존성과 험로 주파성, 군 장비 활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 때문에, 사다리꼴 프레임이 차체 바닥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때문에 실내에 프레임이 차지하는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어 공간 활용도가 매우 낮다. 물론 군용의 경우에는 프레임 위의 공간이 무전기나 각종 화기를 놓는 데 유용하지만 민간용에서는 냉장고를 운반할 때 외에는 그다지 쓰일 일이 없어 보일 정도로 넓다 못해 허전하게 느껴졌다. 반면 시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의 섀시를 이용한 H2는 사다리꼴 프레임이 박스형 구조의 차체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실내공간을 프레임이 침범하지 않은 덕분에 앞좌석 공간이 여유롭고, 뒷좌석은 가운데 앉은 사람이 발 놓기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너른 공간을 자랑한다. 차안은 고전적인 스타일의 가죽시트와 첨단 디자인 및 소재의 내장재가 묘하게 섞여 있다. 각과 원이 조화를 이룬 대시보드는 비교적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데, 사이버 계열의 색상과는 달리 조금은 투박한 디자인에서 H1의 야전차 이미지가 풍긴다. 운전석에서 눈에 뜨이는 것 중 하나는 ㄱ자 형태의 변속 레버. 비행기의 드로틀 레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통째로 움직이는 중간크기 사과만 한 통풍구. 차의 터프한 분위기를 더해 주는 재미있는 소품이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나란히 자리잡은 시가 잭과 전원 잭 두 개도 다른 차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다. 위아래로 좁아 보이는 창문을 거쳐 시선을 위로 옮기면 큼지막한 선글라스 수납함 3개가 달린 오버헤드 콘솔이 있다. 뒷좌석에 통풍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앞좌석과 별도로 온도 조절도 할 수 있다. 웬만한 고급차와 비슷한 수준의 편의장비가 갖춰진 셈이다. 트렁크는 바닥이 평평하고 상당히 넓지만, 바닥이 높아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는 불편할 듯 하다. 스페어 타이어가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워낙 커서 탈부착이 걱정스럽다. 원래 3열 좌석 1개를 더 갖추고 있는 6인승이지만, 시승차는 3열을 떼어낸 상태다. 2열은 7:3 비율로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 복잡한 레버 조작 없이 방석 부분만 앞으로 접으면 자동으로 등받이 고정장치가 풀려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연결된다. 덕분에 3열 좌석에 타고 내리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보네트는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크기가 워낙 커서 한 사람이 열기에는 좀 벅차다. 앞으로 젖혀 올리는 방식과 좌우의 고정고리 등 H1의 디자인 요소와 기능을 그대로 가져왔다. 보네트 위의 방열판도 H1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H2의 것은 구멍이 나 있지 않은, 단순한 액세서리다. GM이 자랑하는 V8 6.0X 316마력 볼텍 엔진은 비교적 낮은 자세를 갖추고 엔진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차체는 무거워도 다루기 쉽고 승차감 좋아 오프로드로 향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우르릉’ 하며 뻗어나가는 H2의 가속감은 제법 만족스럽다. 큰 배기량의 푸시로드 타입 OHV 엔진은 휘발유 엔진이면서도 디젤 엔진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저회전 토크를 자랑한다. 큰 덩치의 요상한(?) SUV에 도로 위가 웅성대는 느낌이다. 옆을 지나는 버스가 반쯤은 장난으로 시승차를 밀어붙인다. H2의 차폭이 2m가 넘으니 옆으로 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앞으로 피하려고 속력을 내니 액셀을 조금 밟았나 싶었는데 어느 덧 속도계 바늘은 시속 130km를 넘어서 있다. 스티어링은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이는, 전형적인 SUV의 감각이다. 속도가 붙으면 서스펜션은 작은 요철은 무시하고 얕고 긴 요철에만 출렁출렁 여유롭게 반응한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작동감도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라 전반적으로 운전은 편안했다. 기어비는 1단과 2단 사이의 간격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 험로에서의 저속주행을 염두에 둔 세팅일텐데, 가파른 언덕에서 D모드에 놓으면 변속기가 허둥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폭이 30cm가 넘는 초광폭 타이어지만 머드 타입의 트레드 패턴 탓인지 포장도로의 급커브에서는 미끄러지는 소리가 생각보다 빨리 들린다. 숲 사이로 난 오프로드에 들어서니 넓은 차체가 길을 꽉 채운다. 굽이진 외길이 많은 우리나라 산에서는 넓은 트레드가 좋지만은 않은 듯 하다. 풀타임 4WD여서 험한 지형에서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을 눌러 로 레인지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로 레인지에서 내리막길을 구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뛰어난 험로 주파성에 놀라게 된다. 짧은 오버행으로 접근각과 이탈각이 큰 것도 한몫 단단히 하지만, 낮아 보이는 프레임도 생각보다 여유있는 지상고를 확보해 주기 때문에, 거친 지형도 걱정 없이 지날 수 있다. 블록이 좁은 패턴의 전천후 타이어는 부드러운 흙에서는 쉽게 헛돌려는 경향을 보인다. H2는 이럴 때를 위한 장치로, 2단계 조절기능의 트랙션 컨트롤을 갖추고 있다. 이 장치를 달면 험로 주행시 운전자의 통제능력에 따라 컴퓨터가 개입하는 정도와 시기를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두 단계 모두 민감하고 정교하게 끼어 드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화끈한 기본기가 밑받침되어 험로 돌파에 자신감이 생긴다. 태생이 험한 곳이었던 H1과는 달리 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H2지만, 시승을 통해 덩치에 비해서는 제법 똘똘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H1보다 훨씬 뛰어난 실용성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H2의 가장 큰 매력은 앞뒤 잴 것 없는 화끈함이다. 이런 H2의 매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의 시선에 당당할 수 있는 자신감과, H2를 안전히 모셔 놓을 수 있는 넉넉한 주차장이 필요할 듯 하다. 시승차 협조 : 조이오토그룹 (02)545-2171 허머 H2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20×2063×1977mm 휠베이스 3118mm 트레드 앞/뒤 1763/1763mm 무게 2909kg 승차정원 6명 엔진 형식 V8 OHV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101.6×92.0mm 배기량 5967cc 압축비 9.4 최고출력 316마력/5200rpm 최대토크 49.7kg·m/3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125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3.060/1.620/1.000 ④/⑤/ⓡ 0.690/ㅡ/2.290 최종감속비 4.1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315/70 R17 값 12,500만 원
Lexus RX330 미국적인 승용 감각으로 고유의.. 2003-11-14
야생동물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울창한 초지, 혹은 험준한 바위산을 등지고 서 있어야 당연할 것 같던 SUV가 어느새 럭셔리 숍들이 즐비한 현란한 도심 속으로 주무대를 옮겨온 데에는 렉서스 RX330 같은 모델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도심형 럭셔리카와 전통적인 다목적 오프로더 성격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고유의 색깔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메이커들 가운데 렉서스는 고급 승용차 쪽으로 크게 기운 이미지로 오히려 ‘승용차의 SUV 버전’이라 불러줘도 좋을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커다란 선루프와 전동식 리어 해치 RX330이 고급 세단 같은 성격으로 승용차 고객을 끌어들여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전작 RX300의 엔진 배기량을 높여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라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 올 1월 디트로이트 오터쇼에서 길이와 휠베이스를 늘이고 차체에 볼륨감을 더해 등장한 RX330은 껑충하게 높은 지상고만 제외하고는 오히려 승용차에 훨씬 가까워진 모습이다. 납작하게 다듬은 보디라인과 경사가 완만한 D필러 등은 완전 승용차 감각. 여기에 외관상으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무척 크고 독특한 모양으로 열리는 선루프다. 벤츠 M클래스가 구형에 썼다가 떼어낸 대형 선루프가 가끔 아쉬웠는데, 반갑게도 RX330이 그보다 넓고 멋진 창을 하늘로 냈다. 3개의 유리판으로 이루어진 선루프는 먼저 앞쪽 유리가 틸팅된 다음 두세 번째 유리가 차례로 슬라이딩되어 차체로 밀려들어가면서 푸른 하늘을 받아들인다. 307SW의 글라스 루프처럼 운전자보다는 뒷좌석 승객한테 더 실감나는 장비. 춘천 근처를 지날 때 상공을 낮게 날던 헬기를 그 사이로 뚫고 본 일이나 산길 국도의 ‘낙석주의’ 안내문구에 섬뜩했던(정말 ‘낙석’이 일어난다면 머리에 바로 맞겠다는 상상 때문에) 기억이 재미나다. ‘럭셔리’를 생명의 모토로 삼은 RX330은 인테리어도 완전히 고급 승용차 분위기다. 대시보드 중앙에 날개를 펼친 듯 커다랗게 좌우대칭형으로 자리잡은 센터페시아는 메탈그레인 소재가 고급스럽고 그 아래 기어박스가 바짝 붙어 달렸다. 그 덕에 플로어 공간이 넓어져 아예 커다란 콘솔 터널을 조수석과의 사이에 가로질러 놓았다. 센터페시아에 6CD 체인저를 내장한 오디오 시스템은 유명한 마크레빈슨 제품. 햇빛가리개에 달린 화장거울에 조명 조절장치를 달고, 리어 해치를 실내에서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게 하는 등 일본차 특유의 꼼꼼하고 배려 깊은 장치들도 눈에 띈다. 트렁크룸 바닥의 버튼을 눌러 공구 수납함과 콘솔 을 열어 쓸 수 있게 한 것도 맘에 드는 점. 세단처럼 안락한 뒷좌석은 4:2:4로 분할되어 짐칸으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RX330이 생각하는 운전 미학은 ‘운전하고 있는 것조차 잊게 하는’ 부드러운 달리기. V6 3.3X DOHC VVT-i 230마력의 충만한 엔진을 얹었지만 시동음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조용하고 스폰지처럼 안락한 달리기에 그 힘조차 실감나지 않는다. 정숙성과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 5단 트랜스미션의 변속 타이밍을 너무 빠르게 조정한 것인지, 시속 80km 이하의 낮은 속도에서는 토크 전달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맹숭맹숭한 분위기. 그러나 미국적 특성이 많이 고려된 이같은 주행특성은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순항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반면에 험준한 진고개에서는 오르막 가속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높은 차고 탓에 거동은 몹시 조심스러웠다. 세 차 중 스티어링 휠과 페달 감각이 가장 가벼운 것도 ‘실키 드라이브’를 고려한 특성으로 보면 될 듯하다. 렉서스 RX330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573×1844×1678mm 휠베이스 2715mm 트레드 앞/뒤 1575/1554mm 무게 1843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77.4mm 배기량 3310cc 압축비 10.8 최고출력 230마력/5600rpm 최대토크 33.5kg·m/3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2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4.235/2.360/1.517 ④/⑤/ⓡ 1.047/0.756/3.378 최종감속비 3.47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65 R17 성능 최고시속 180km 0→시속 100km 가속 8.0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6,27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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