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2.7CRD 라레도 황소같은.. 2004-03-05
지프차’란 말은 나처럼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는 아마도 일반 승용차보다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줄 것이다. 가혹했던 6·25 사변 당시, 그래도 용맹한 우리 국군의 지휘관이 이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승리의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차답게 웅장한 프론트 그릴 인상적 간결하게 디자인한 계기판과 콘솔패널 지프(Jeep)란 용어는 GP(General Purpose: 일반용)에서 유래된 것으로, 밴탐의 칼 프로브스트란 기사가 설계한 원형이 1940∼41년 사이에 2천675대가 만들어졌다. 이 모델은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국의 군용차로 지정되어 윌리스가 36만 대, 포드가 29만 대를 전쟁 기간 동안 생산해서 연합군 승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윌리스는 이 지프란 브랜드 이름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다가 1954년에 카이저사와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윌리스 자동차회사로 개칭한 뒤 1956년까지 55만 대의 지프를 생산했고, 지프는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111개국에 뿌려졌다. 이 4×4 네바퀴굴림방식의 시조는 ‘go-anywhere, do-anything’(어디로도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이라는 표어 아래 전세계를 휩쓸었다. 1946∼65년에는 윌리스 지프 스테이션 왜건도 만들어졌고 1963년부터 91년까지는 이른바 SUV라는, 4×4 세계에 혁명을 일으킨 왜고니어(Wagoneer)가 출시되어 오늘날의 유행을 만든 원조가 된 셈이다. 아메리칸모터스(AMC)를 거쳐 이제는 크라이슬러 산하인 지프 디비전에는 3개 모델이 있다. 최초로 만들어진 지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랭글러(Wrangler), 약간 크기가 크며 4도어식으로 되어 있는 지프 체로키(Jeep Cherokee), 이보다 조금 더 큰 지프 그랜드 체로키(Jeep Grand Cherokee)다. 바로 이 그랜드 체로키가 미국을 대표하는 SUV로서, 호화판 SUV라는 새로운 판도를 개척한 모델이다. 물론 이보다도 더 호화판인 영국의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약간은 밀리는 인상이지만, 가격면에서 레인지로버는 1억 원대가 넘으니, 4천만 원대로 누른 그랜드 체로키를 생각할 때 나는 서슴지 않고 그랜드 체로키를 택할 것이다. 외견상으로 주는 인상이 결코 레인지로버에 비해 하나도 뒤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라레도(Laredo)라 부르는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리미티드(Limited)라고 이름이 붙은 휘발유 엔진을 쓴 모델이다. 오늘 내가 시승할 차는 디젤 엔진이 달린 라레도 모델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차가 내 앞에 나타났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크롬 도금을 한 프론트 그릴이다. 웅장하고도 힘을 과시하는 듯한 표정을 보니 곧 미국이란 나라의 위세를 상징하는 것 같다. 미국사람 취향에 걸맞게 차체는 아주 견고하게 꾸며져 있다. 전체적으로 주는 인상은 황소같은 힘에 넘치는 스타일이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역시 서양사람을 표준으로 꾸민 시트인지라 넉넉하고 편안하다. 주먹만한 동양인의 엉덩이를 올려놓은 시트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이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실내 공간이 또한 그만큼 넓고, 눈앞의 계기판은 물론 옆의 편의시설을 담은 콘솔패널이 너무나도 간편하게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라디오와 온·냉풍을 조절하는 장치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타고 있는 티코와 똑같이 간편하고 단조롭다. 하기야 차값을 4천만 원대로 유지하려고 하니까 꼭 필요한 것밖에는 더할 여유가 없겠지만, 오히려 실용적이어서 호감이 간다. 유러피언 서스펜션으로 노면충격 줄이고 안전주행 도와주는 콰드라 트랙Ⅱ 달아 엔진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게 발동한다. ‘이것이 디젤 엔진인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다. 1998년에 크라이슬러는 벤츠와 합병했다. 곧이어 체로키에 얹은 것이 제3세대 커먼레일(CRD, 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엔진이다. 이것은 두 회사의 기술력이 접목된 새로운 엔진으로, 보통 휘발유 엔진보다도 조용하고 매끄럽다. 크라이슬러가 써온 디젤(Tdi) 엔진보다도 연료소비가 16%나 줄었으면서 힘은 그대로이며 보통주행 때의 연비는 9.3km/X라고 한다. 이 차를 끌고 자유로를 향하여 달렸다. 가속판을 밟는 감각이 너무나 가벼워서 ‘이거 외제 SUV차 맞나?’ 하고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 감각이 나의 14년 된 티코를 밟는 기분보다도 더 가벼워서 하는 말이다. 좀더 속력을 내보았다. 어느새 시속 100km에 도달해서 자료를 뒤져보니 벤츠의 기존 ML270 모델 엔진의 초기 가속능력을 크게 개선하여, 휘발유 엔진의 가속능력에도 뒤지지 않게 0→시속 100km 가속을 10.5초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정말로 황소같이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제비같이 나는 기분이었다. 가속이 붙으니 꽤나 빨리 달린다. 이 5기통 2.7X 커먼레일 디젤 터보 163마력 엔진은 소리 없이 가속한다. 아직 젖어 있는 노면을 아무런 요동 없이 직진하며 순시간에 시속 150km에 도달했다. 더 이상 속력을 내지 못했으나 이 차는 시속 190km를 낼 수가 있다고 한다. 자유로를 지나 지방도로에 이르니 바닥에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속력을 내면서 커브를 돌자마자 자동적으로 ABS가 예민하게 작동한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이 차에 얹은 컴퓨터는 참으로 부지런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체로키의 주행안전성에 대하여, 특히 눈길이나 젖은 노면을 달릴 때 더욱 안전하게 달리는 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콰드라 트랙Ⅱ(Quadra-TracⅡ)가 바로 그러한 안전주행을 도와주는 장치이다. 바퀴의 앞축이나 뒤축 한 축으로 차의 모든 동력을 몰아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순간적인 미끄럼 구간에서 차의 직진, 회전주행을 보장해주고, 눈길이나 빗길에서도 4-로(low) 기어로 변속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고속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면서도 미끄러운 도로상황에 알맞게 가변적으로 동력을 배분하는 안정장치이다. 이 차는 승용차에 버금가는 승차감도 제공한다. 앞서 말한 대로 시트의 크기가 넉넉하거니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생산한 이른바 유러피언 서스펜션을 써서 거친 노면 주행 때의 쇼크를 대폭 줄였다. 그래서 한두 번 큰 돌덩어리를 밟고 지나갔는데도 작은 웅덩이를 지나는 기분이었다. 브레이크 감각도 좋다. 가속판을 밟을 때 느꼈던 가벼운 기분과는 달리 제동을 걸 때 브레이크를 밟는 촉감은 부드럽기만 하다. 마치 테니스 공을 밟는 기분이지만 차는 지체 없이 제동에 반응한다. 안전장치에도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점이 많다. 우선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행하면 이 차의 벨트 경고 시스템이 작동해 일정 기간마다 차임과 경보장치가 작동한다. 그리고 운전석과 옆자리에 충돌 때의 충격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작동하는 이른바 멀티 스테이지 에어백이 기본장비로 달려 있어서 딴 차의 에어백과 차별화된 차원의 도움을 준다. 또 한가지, 타이어 압력 체크 시스템도 특징의 하나이다. 네 타이어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가 타이어 압력이 낮거나 높을 경우에는 오버헤드 콘솔에 경고를 보낸다. 참으로 편리한 시스템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그랜드 체로키는 외견상으로나 실질면에서나 그야말로 돈값을 하는 SUV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Z 지프 그랜드 체로키 2.7CRD 라레도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15×1860×1710 휠베이스(mm) 2690 트레드(mm)(앞/뒤) 1510/1510 무게(kg) 204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커먼레일 디젤 터보 최고출력(마력/rpm) 163/4000 최대토크(kg·m/rpm) 40.8/1800~26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685 보어×스트로크(mm) 88.0×88.3 압축비 10.3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7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트레일링 암/3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7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590/2.190/1.4101.000/0.830/3.160 최종감속비 3.55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90 0→시속 100km 가속(초) 10.5 연비(km/L) 9.3 Price 4,980만 원
HONDA CR-V 무난한 달리기와 폭넓은 쓰임새 2004-02-24
10수년 전만 해도 컴팩트 SUV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작은 차체에 SUV의 실용성을 담기 힘들었다기보다는 시장에서의 요구가 그리 크지 않았던 탓이다. 미국차로는 오리지널 지프에 뿌리를 둔 지프 CJ와 랭글러가 있었고, 일본차는 85년 미국에 진출한 도요타 4러너, 이듬해 판매를 시작한 스즈키 사무라이 정도가 팔렸다. 80년대 후반 SUV 시장이 커지면서 차종도 늘어났지만 컴팩트 SUV는 90년대 중반을 넘겨서야 다양한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즈키는 89년 사무라이보다 업그레이드된 소형 오프로더 사이드킥을 발표했다. 이 차는 GM의 수입차 디비전이었던 지오(나중에 시보레에 통합됨) 트래커로 시판되었고 한국에도 수입되었다. 시빅 플랫폼 이용해 97년 데뷔 기아 스포티지는 95년 미국에 진출해 컴팩트 SUV 시장의 폭을 넓혔고 이듬해 도요타가 승용차에 기초한 RAV4를 내놓았다. 미국 패밀리카 시장이 미니밴과 SUV라는 확연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을 때도 혼다는 승용차에 주력하면서 제휴관계에 있던 SUV 전문 메이커 이스즈의 몇몇 차종을 OEM 방식으로 팔고 있었다. 이스즈는 승용차 시장에서 연달아 실패한 뒤 SUV 전문업체로 방향을 바꿨다. SUV가 없는 혼다는 이스즈 로데오에 ‘패스포트’라는 새 이름표를 달아 94년 미국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혼다 차의 신뢰 수준에 다소 못 미친 패스포트는 ‘우리도 SUV를 팔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다. SUV 트렌드가 오프로더에서 도시형으로 바뀌어가자 혼다는 이런 흐름에 맞춰 시빅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CR-V를 첫 SUV 모델로 내놓았다. 97년 등장한 CR-V는 품질과 신뢰도에서 명망 있는 혼다 브랜드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SUV 오너들 중 극히 일부만이 극한의 오프로드를 즐기고 대부분은 포장도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인 만큼 새로 등장하는 SUV들이 온로드 성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1년 등장한 포드 이스케이프와 자매차 마쓰다 트리뷰트도 같은 맥락에 있다. 승용차를 베이스로 한 컴팩트 SUV 시장이 커지자 도요타는 2001년 신형 RAV4를 내놓았고, 혼다는 2002년 CR-V를 풀 모델 체인지했다. 직렬 4기통 2.0X 126마력 엔진을 얹은 초대 CR-V는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 신형에서는 20마력을 높였다. 개선된 i-VTEC 엔진+리얼타임 4WD 새 CR-V에는 160마력을 내는 2.4X i-VTEC 엔진이 올라갔다.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인 i-VTEC은 VTEC보다 발전된 방식으로 CR-V와 어큐라 RSX에 처음 쓰였다. 밸브의 타이밍 전환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특정 회전수를 기점으로 성격이 크게 바뀌는 ‘두 얼굴의 사나이’가 아니라 넓은 토크밴드를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풍만한 토크 감각.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약 97km)의 가속성능은 9초 이내로 포드 이스케이프나 마쓰다 트리뷰트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4단 자동 변속기 성능도 여느 혼다 차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다. 리얼타임 4WD는 트랜스퍼 케이스에 유압식 다판 클러치가 들어 있는 방식으로 앞뒤 차축의 회전수 차이가 없을 때는 FF(앞바퀴굴림) 상태로 주행하다가 앞바퀴가 트랙션을 잃으면 자동으로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한다. 앞 뒤 차축에 연결된 2개의 오일펌프 사이를 순환하던 오일이 앞뒤 회전수에 차이가 생기면 다판 클러치로 이동해 압력을 더하는 구조. 비스커스 커플링보다 반응이 조금 빠르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할 때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앞뒤 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는 차는 스티어링을 풀 때 반응이 느려 끈적이는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CR-V의 경우 포장도로에서는 키 큰 FF 차와 다를 것이 없다. 가로배치 FF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급가속 때는 약간의 토크스티어도 느껴진다. 로 레인지가 없어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웬만한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 핸들링은 조금 무딘 편이다. 도요타 RAV4나 포드 이스케이프, 마쓰다 트리뷰트보다 조금 둔한 정도. 코너 진입이나 코너링 도중의 진로 수정 때는 반응이 늦은 편이고 스티어링의 입력에 비해 차의 거동 변화가 작은 듯하다. 전반적으로 승용차의 스티어링 기어비를 높인 것 같은 인상이다. 브레이크도 승용차보다는 반응이 조금 둔하다. 키 큰 차의 성격에 맞게 스티어링과 브레이크의 반응성을 조율한 것이지만 도요타 RAV4의 스포티함에 비하면 무덤덤하다. 승차감은 승용 기반의 SUV로는 하드한 편에 속하지만 불쾌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풀 가속이나 고속주행 때의 엔진음은 시끄럽지 않고 바람 가르는 소리도 그리 크지 않지만 노면 상황에 따라 소음이 커지기도 한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운전석 외관에 비해 실내공간은 꽤 넓다. 뒷좌석은 50:50 분할 접이식인 구형과 달리 60:40으로 나뉘어 접혀 승객과 큰 짐을 운반하기에 유리하다. 앞보다 뒷좌석이 높아 승객들에게 좋은 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혼다 SUV나 미니밴들과 같다. 시트 공간은 앞뒤 모두 넉넉하다. 앞에 높낮이 조절장치가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필자가 작아서 그런지 좌석 높이를 낮춰도 허벅지 부분을 압박해 금방 피로해진다. 경쟁차 중에는 쿠션의 앞뒤 높낮이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만큼 CR-V도 옵션으로 갖춰두면 좋을 듯하다. 센터 트레이는 미니밴 오디세이에서처럼 아래로 접혀 들어가 워크스루를 돕는다. 다른 SUV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수납공간도 많이 갖췄다. 테일 게이트는 옆으로 열리지만 유리문만 위로 열 수도 있다. 혼다 CR-V는 운전 재미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한 차다. 일본차가 대체로 그렇듯이 무난하고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CR-V는 혼다의 강점인 품질과 성능, 신뢰도, 높은 중고차 가치 등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착실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혼다 CR-V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537×1782×1682 휠베이스(mm) 2620 트레드(mm)(앞/뒤) 1533/1538 무게(kg) 1518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60/6000 최대토크(kg·m/rpm) 16.7/36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354 보어×스트로크(mm) 87.0×99.0 압축비 9.6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5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05/7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2.684/1.535/0.9740.683/-/2.000 최종감속비 4.438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8.1 연비(km/L) 9.4 Price -
SCION xB 유틸리티 특성 강한 젊은이의 차 2004-02-16
자동차 시장에서 젊은 고객층을 잡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들은 곧 상급모델의 대기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소유할 수 있어 중년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젊으면서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엔트리급 모델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캐딜락이 고객 평균연령을 낮추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의 효과가 이제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뷰익은 지금도 다방면으로 시도 중이다. 올즈모빌은 ‘노친네들 차’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채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3년 선보인 도요타의 새 브랜드 사이언 일본 업체 중에서는 혼다가 시빅으로 미국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뒤 시빅이 인정을 받을 무렵 어코드를 투입하는 등 라인업을 늘여 나갔다. 젊은 시절 유류파동을 겪으며 혼다차를 탔던 베이비부머들이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 안정을 누릴 무렵 고급 브랜드 어큐라를 내놓는 치밀한 전략을 폈다. 일본 고급차 브랜드는 어큐라가 시작이었으나 초기 라인업을 제외하고는 혼다차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고급성이 가미된 스포티카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렉서스는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도요타와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을 만큼 차별화에 성공해 럭셔리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어큐라 고객은 대체로 젊은층이고, 렉서스는 넓은 연령대에 퍼져 있다. 혼다와 도요타도 비슷한 경우다. 혼다는 패밀리카 시장의 베스트셀러인 어코드를 비롯해 젊은층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시빅을 거느리고 있는 반면 도요타 캠리는 어코드보다 보수적이고 고루한 인상을 주며, 카롤라는 절약정신이 투철한 중년층이 타는 경우가 많다. 혼다 시빅에 매료된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도요타의 카드는 에코와 셀리카였다. 에코는 경제성을 우선으로 했고 셀리카는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셀리카는 나름대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나 에코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였다. 기본형이 1만 달러(약 1천200만 원) 이하인 에코는 주부들이 장보러 다니는 차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아줌마 차’로 인식되면서 젊은층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요타는 새로운 카드를 뽑아 들었다. 렉서스와 비슷하지만 방향은 정반대로 잡아 10대를 위한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도요타의 새로운 브랜드 사이언은 에코를 베이스로 한 xA와 xB를 2003년 6월 캘리포니아에서 시판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전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이언은 공식 런칭 이전부터 십대들이 몰리는 이벤트장에 차를 전시하고 인터넷 홍보에 주력했으며 오디오나 애프터마켓 용품의 데모카로 제공해 왔다. 그 중 xB는 판매를 올리며 단숨에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xB는 박스형의 특이한 외관과 넓은 실내, 튜닝과 커스토마이징을 위한 배려 등이 매력 포인트다. 제원은 xA 및 도요타 에코와 별 차이가 없다. 도요타 에코를 바탕으로 한 도심형 유틸리티카 사이언 xB는 에코보다 차체가 짧으나 휠베이스는 10cm 가량 길다. 큰 키와 박스형 디자인 덕분에 시각적으로 커 보이고 실내공간은 훨씬 넓다. 앞뒤 좌석 모두 여유로운 공간을 갖췄고 화물칸도 넓다. 운전자세도 어색함이 없으며 각종 컨트롤의 조작감도 좋다. 좌우 대칭인 대시보드에는 작은 수납공간을 비롯해 자잘한 물건을 놓는 선반이 있어 편하다. 센터미터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방 적응된다. 타코미터와 연료계는 속도계 안에 함께 자리잡고 있는데, 타코미터의 판독성은 조금 떨어진다. 108마력을 내는 1.5X DOHC 엔진은 힘이 부족한 듯 하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 도요타의 가변밸브기구인 VVT-i를 달아 토크곡선이 평탄하고 기어비도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추어져 있다. 가속 페달이 조금 가볍고 클러치의 접속감과 시프트 레버의 움직임은 불분명하다. 0→60마일(약 97km) 가속은 9초 정도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소형차의 평균수준을 조금 웃돈다. 185/60 R15 타이어와 큰 키를 감안하면 핸들링도 꽤 괜찮다. 코너 진입 때의 스티어링 조작이나 코너 중간에서의 미세한 수정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스티어링의 무게는 적당하며 노면 상태도 파악하기 쉽다. 제동성능은 수준급으로, 경제형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속에서는 브레이크가 조금 민감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제동력을 컨트롤하기도 쉽다. 운동성능은 소형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지상고와 무게중심이 높은 차들과는 달리 사이언 xB는 소형차이면서도 유틸리티적인 성격이 다분하다. 다섯 명이 넉넉히 탈 수 있고 많은 수하물을 실을 수 있으며 주차공간도 적게 차지해 도시에서 SUV의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네 귀퉁이에 바짝 붙인 바퀴와 컬트적인 분위기의 작은 차체에 담아낸 넓은 실내공간은 21세기의 오스틴 미니를 보는 듯 하다. 스티어링의 무게는 적당하며 노면 상태도 파악하기 쉽다. 제동성능은 수준급으로, 경제형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속에서는 브레이크가 조금 민감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제동력을 컨트롤하기도 쉽다 사이언 xB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3945×1689×1640 휠베이스(mm) 2499 트레드(mm)(앞/뒤) 1455/1430 무게(kg) 1112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08/6000 최대토크(kg·m/rpm) 14.5/4200 구동계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496 보어×스트로크(mm) 75.0×84.7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45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타이어(앞, 뒤) 185/6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1.545/1.904/1.3100.969/0.815/3.250 최종감속비 4.310 변속기 수동5단 Price -
LAND ROVER NEW FREELANDER 한.. 2004-02-16
독일이나 미국 또는 일본차를 타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과 문화를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BMW·아우디에 오르면 독일 아우토반에서 단련된 스피드와 단단함이 느껴진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차는 꾸밈없으면서도 넉넉한 배기량과 파워를 자랑한다. 얄미울 정도로 꼼꼼하게 갖출 것은 다 갖추는 쪽은 일본 메이커다. 하지만 국적을 잣대로 뭉뚱그린 추상적인 느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메이커도 있다. 영국의 랜드로버가 여기에 속한다. 영국에서 태어난 랜드로버는 군용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지프나 국내 쌍용차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랜드로버는 1946년 문을 연 이후 1967년 브리티시자동차홀딩스(BMH), 75년 브리티시레일랜드(BL), 88년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 94년 BMW를 거쳐 2000년 포드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오프로드 황제’로서의 자존심만은 꿋꿋하게 지켜 왔다. 랜드로버의 변치 않는 뚝심과 자존심은 이 달에 만난 2004년형 뉴 프리랜더에서도 발견된다.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랜드로버는 새롭게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온·오프로드에서 경험한 2004년형 뉴 프리랜더는 여러 모로 새로워진 한편, 도로조건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야무지게 달려냈다. 시승차는 V6 2.5X 휘발유 엔진을 얻은 최고급 모델 5도어 HSE다. 메탈장식 더하고 스위치 배열 바꿔 1997년 랜드로버 창사 50주년에 발맞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프리랜더가 6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시대가 변해도 고유 디자인을 지키기로 유명한 랜드로버의 특성 때문일까. 마이너체인지 수준의 변화지만 산뜻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겉모습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02년형 레인지로버 이후 랜드로버의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트윈포켓 헤드라이트다. 랜드로버는 프리랜더에도 이 디자인을 써서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레인지로버·디스커버리와 마찬가지로 헤드라이트 아래로 검정색 패널을 덧대 앞 범퍼를 나눈 것이나 범퍼 양쪽에 안개등을 넣은 것도 패밀리룩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범퍼 가드처럼 생긴 두툼한 패널을 덧붙인 것은 뉴 프리랜더만의 개성이다. 뒷모습은 구형과 같지만 보조램프를 양쪽 끝으로 옮겼다. 휠은 16인치에서 17인치로 커졌다. 헤드라이트와 앞 범퍼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훨씬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이전보다 듬직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변화의 핵심은 인테리어에서 찾을 수 있다. 교과서적인 T자형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변함 없다. 그러나 계기판의 구성을 바꾸고 메탈장식을 더해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스위치들도 쓰기 편하도록 자리를 바꾸었다. 계기판은 양쪽에 있던 수온계와 연료 게이지를 타코미터와 속도계 사이로 옮겨 위아래로 배열한 뒤 메탈 분위기의 장식을 덧씌웠다. 차의 상태를 알리는 인디케이터 램프도 계기판에 모아 시인성이 좋아졌다. 센터페시아도 쓰기 편해졌다. 안개등, 비상경고등, 뒷문 와이퍼 스위치를 오디오 아래에서 송풍구 위로 올린 것이 마음에 든다. 또 주차 브레이크 레버 옆에 있던 윈도 스위치를 도어트림에 옮겨 달았다. 운전석과 동반석의 시트 열선 스위치도 쓰기 편하게 올려 놓고, 그 자리에는 재떨이를 새로 넣었다. 오디오는 유명한 하만(Harman)제로 바뀌었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HDC 성능은 그대로 변함 없어서 좋은 것들도 있다. 그 좋은 예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받쳐 주는 버켓시트와 낮게 깔려 시야확보에 도움되는 대시보드다. 운전석에 앉으면 적당한 시트 높이도 만족스럽거니와 스티어링 휠, 액셀 및 브레이크 페달의 각도를 알맞게 유지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 몸에 맞는 옷처럼 자연스러운 시트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 쿠션은 적당히 딱딱해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고, 운전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어른 손아귀에 꼭 맞는 굵기여서 거북하지 않다. 여기에다 대시보드가 낮아 앞이 훤하게 보이니 금상첨화. 도시형 SUV지만 랜드로버 태생답게 오프로드를 고려한 서스펜션 세팅도 매력적이다. 온로드에서는 물론이고 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차체가 앞뒤로 출렁거리는 피칭이나 양옆으로 뒤뚱거리는 롤링이 거의 없다. 온로드의 코너를 고속으로 돌아나갈 때나 오프로드에서 차체가 옆으로 40도에 가깝게 기울었을 때도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재주가 일품이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내리막 주행장치(HDC)는 4WD 로 기어가 없는 도시형 SUV의 약점을 거뜬히 커버한다. 랜드로버에서 특허를 따낸 이 장치는 BMW X5나 X3에도 달릴 만큼 그 쓰임새가 높다. 얼음판으로 변한 급경사 내리막에서 HDC의 위력은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기어레버를 1단에 맞추고 HDC 버튼을 누르면 운전자는 양발을 편안히 내려놓고 핸들만 돌리면 된다. HDC가 자동으로 ABS를 작동시키면서 시속 7km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프리랜더의 AWD는 방금 내려온 내리막을 후진으로 올라가는 운전자의 장난까지 소화하며 한 치의 비틀거림도 없이 시원스레 꼭대기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방음처리. 고급 오디오를 새로 달았지만 방음처리가 완전하지 못해 고속에서는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가 없다. 전동식 사이드 미러가 접히는 부분이 넓어 고속에서 큰 풍절음을 만들어내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파워 트레인은 바뀌지 않았다. 엔진은 BMW와 공동으로 개발해 2002년형부터 얹은 V6 2.5X 177마력 휘발유와 직렬 4기통 2.0X 111마력 커먼레일 디젤 등 두 가지. 트랜스미션은 BMW제 스텝트로닉 5단 AT다. V형 엔진이어서 아이들링에서의 떨림은 예상했지만 의외로 소음이 커서 신경이 거슬렸다. 걸러지지 않은 엔진음이 실내로 파고들므로 격벽 방음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킥다운을 했을 때 속도는 정상적으로 오르지만 엔진음에 속도감이 무뎌진 탓에 가속이 안 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니 말이다.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겨 두었지만 프리랜더의 상품성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대적인 변신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정도의 변화를 꾀한 것이 오히려 랜드로버 고객에게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랜드로버 팬들은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디펜더 고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레인지로버나 디스커버리 모델 체인지 때도 디자인 변경을 최소화해 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프리랜더라면 그 정도가 가장 약하겠지만, 랜드로버만의 전통과 성격이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입장에서 보면 이번 변화는 ‘딱 좋았다’고 생각된다. 시승차 협조 : PAG코리아 (02)3781-3821 도시형 SUV지만 랜드로버 태생답게 오프로드를 고려한 서스펜션 세팅도 매력적이다. 온로드에서는 물론이고 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차체가 앞뒤로 출렁거리는 피칭이나 양옆으로 뒤뚱거리는 롤링이 거의 없다 랜드로버 뉴 프리랜더 5도어 HSE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50×1800×1800 휠베이스(mm) 2555 트레드(mm)(앞/뒤) 1535/1545 무게(kg) 1518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177/6250 최대토크(kg·m/rpm) 24.4/4000 구동계 네바퀴굴림(AWD) 배기량(cc) 2497 보어×스트로크(mm) 80.0×82.8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4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ABS) 타이어(앞, 뒤) 225/5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474/1.948/1.2470.854/0.685/2.714 최종감속비 3.66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2 0→시속 100km 가속(초) 10.1 연비(km/L) 7.7 Price 5,290만 원
LINCOLN AVIATOR 유럽산 SUV에 대항하.. 2004-02-13
미드 사이즈 SUV에 ‘럭셔리’라는 전제조건이 붙으면 시장의 주도권은 유럽 메이커 쪽으로 넘어간다. 넉넉한 공간과 다용도성을 중시하는 미국산 SUV와 달리 고급성과 민첩함을 앞세운 유럽의 럭셔리 SUV들은 최근 5∼6년 사이 경트럭의 본고장 미국을 강타하고 시장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BMW X3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고급차 메이커가 컴팩트 SUV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기반을 닦아 놓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02년 등장한 링컨 에이비에이터는 데뷔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윗급 내비게이터가 이?4?5년 전에 선보?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음에도 말이다. 라이벌이라고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정도인 내비게이터에 비하면, 미드 사이즈급에는 벤츠 M클래스, BMW X5와 같은 쟁쟁한 모델들이 버티고 있어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비게이터와의 값 차이가 크지 않아 판매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최근 링컨이 펼치고 있는 고객 연령 낮추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현재 에이비에이터에 대한 미국 현지의 평가다. 안팎에 배인 링컨의 DNA 국내에는 지난해 5월 수입자동차 모터쇼에 선보인 이래 하반기 시판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해를 넘겨 지난 1월 중순 공식 발표회가 치러졌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 새로 등장한 첫차가 된 셈이다. 시승기 촬영을 위해 영종도 바닷가에 선 에이비에이터는 너른 바다에 어울리는 넉넉한 품새가 링컨 태생답다. 폭포수 모양의 그릴과 쿼드빔 할로겐 램프 등 내비게이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도 그렇거니와, 베이스가 된 포드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덩치로 보나 품위로 보나 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미드 사이즈에 속하지만 5m에 가까운 길이에 높은 보네트와 지붕을 갖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에 버금가 보인다. 실제로도 레인지로버를 제외하면 수입 SUV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지녔다. 그래도 폭이 익스플로러와 비슷해 운전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링컨 DNA’ 프로젝트의 결과를 반영했다는 인테리어는 단아하면서도 호화로운 분위기다. 센터페시아의 오디오(6CD 체인저)를 커버로 깔끔하게 덮을 수 있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화이트 LED 조명과 샤틴 니켈 소재의 트림, 밝은 베이지톤의 가죽과 월넛 우드 그레인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미국산 트럭에서 보기 드문 꼼꼼한 마무리도 돋보인다. 운전석에 앉아 열선 버튼을 누르자 금새 시트가 따뜻해진다. 앞좌석은 히팅 외에 쿨링 기능도 있어 여름철에도 쾌적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너무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시트 쿠션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운전석은 두 명의 운전자세를 기억할 수 있는데다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7.6cm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맞춤복이 따로 없다. 운전석 등받이가 수동식인 점이 의외지만 2단 조절 헤드 레스트가 섭섭함을 달래 준다. 실내온도는 좌석마다 ‘내 맘대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비롯해 2열과 3열도 보조 공조장치를 통해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으니 어느 자리에 앉아도 VIP 대접을 받는 기분이랄까. 2열에도 독립식 시트가 놓여 두 명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1, 2열 시트 중간에 있는 콘솔박스(컵홀더 내장)는 속이 깊어서 의외로 많은 물건이 들어간다. 2열과 3열의 레그룸은 동급 최대다. 독립식 뒤 서스펜션을 쓴 덕분에 리지드 서스펜션을 단 SUV에 비해 특히 3열 좌석이 넓다. 3열을 접으면 실내바닥이 다소 높아지긴 해도 짐을 싣고 내리기에는 불편하지 않다. 시트 옆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2, 3열 모두 간단하게 접힌다. 테일 게이트에는 쇼핑 카트와 비슷한 높이에 플립업 글라스가 달려 작은 물건들을 싣기 편하다. 넉넉한 힘, 정교한 핸들링 돋보여 운동성능이 둔하다는 미국산 트럭에 대한 선입견은 최근 많이 깨어졌지만 에이비에이터는 보다 강렬하게 이 점을 일깨워 주었다. 덩치와 무게를 잊은 듯 부드럽게 막힘 없이 이어가는 가속력에 움찔하며 계기판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속도계 바늘이 ‘150’을 가리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순식간에 치솟는 속도도 인상적이지만 고속에서 내보이는 순발력에 테스트라는 것조차 잊을 만큼의 즐거움에 빠져들고 만다. 그 이상의 속동【??더 이상 달리는 것은 SUV의 본분이 아니라는 듯 느긋해져 버리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V8 4.6X DOHC 엔진은 최고출력 304마력, 41.1kg·m의 최대토크를 분출한다. 출력과 토크 숫자에 비하면 5단 자동변속기가 엔진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유 있는 성능이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주행감각은 승용차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코너에서 원심력에 대항하는 성능이라던가 좌우 슬라럼 테스트에서 보이는 롤의 정도가 적당하다. 프레임 구조에다 서스펜션도 익스플로러와 같지만 일부 알루미늄 부품을 쓰고 세팅을 달리해 핸들링이 더 정교하다. 타이어만 한 사이즈 더 큰 것을 끼우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스티어링의 무게와 유격도 세단과 비슷하고 브레이크 답력도 마찬가지여서 필요할 때 얼마든지 다이내믹한 달리기를 맛볼 수 있다. 각종 전자장비도 온로드 달리기 성능을 높이는 데 한몫 한다. 사실 요즘 럭셔리 SUV에 쓰이는 전자식 주행안전장치는 그 이름을 다 외우기 힘들 정도도 다양하다. 에이비에이터에서 돋보이는 것은 어드밴스드 트랙 시스템과 결합된 전복방지 시스템(Roll Stability Control)으로 볼보 XC90에 먼저 쓰였다. 이 장치는 급격한 주행 때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막아 차를 컨트롤하기 쉽게 해준다. 여러 전자장비들은 AWD 시스템과 함께 비포장도로에서도 제역할을 다했다. 자갈길이나 흙길에서 트랙션을 최대한 확보해 미끄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작은 돌이 깔린 오프로드에서도 안락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이 인상적이다. 럭셔리급에서는 중요한 요소인 NVH 성능은 평균 수준. 4km/X에도 못 미친 시승 연비(공인연비 6km/X)가 걱정거리로 남았다. 시승을 마치고 수입차 가격표를 들여다보니 7∼8천만 원대 SUV로는 벤츠 ML350, BMW X5 3.0i, 폭스바겐 투아렉 V6, 볼보 XC90,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정도가 눈에 띈다. 다들 내로라 하는 성능과 고품질을 뽐내고 있지만, 300마력이 넘는 V8 엔진에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춘 에이비에이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정면승부는 오는 3월 국내에 들어올 캐딜락 SRX와 펼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2006년 익스플로러 모델 체인지에 맞춰 선보일 신형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음 세대 에이비에이터는 프레임 구조를 버리고 마쓰다 6 첨㎷岵?써 본격적인 도시형 SUV로 거듭날 예정이다. 시승차 협조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02)3440-3624 링컨 에비에이터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10×1880×1815 휠베이스(mm) 2889 트레드(mm)(앞/뒤) 1547/1554 무게(kg) 2260 승차정원(명) 6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04/5750 최대토크(kg·m/rpm) 41.1/4500 구동계 네바퀴굴림(AWD) 배기량(cc) 4601 보어×스트로크(mm) 90.2×89.9 압축비 9.9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85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45/6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22/2.29/1.541.00/0.71/1.77 최종감속비 3.55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 연비(km/L) 6.0 Price 7,690만 원
Lincoln Aviator 링컨 변화의 현주소를 .. 2004-02-12
새해 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한 북미국제오토쇼(통칭 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빅3의 부스를 장식한 다양한 새차와 컨셉트카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고전을 거듭하던 몇몇 브랜드도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링컨은 포드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라이벌 캐딜락(GM)에 비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인기 모델로 자리잡은 LS와 달리 컨티넨탈 단종과 타운카의 노후로 구심점을 잃은 지 오래. 이 때 등장한 것이 익스퍼디션을 바탕으로 태어난 풀사이즈 SUV 내비게이터(1997년)다. 고급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캐딜락과의 경쟁에 선봉장이 되었지만 이듬해 등장한 에스컬레이드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세단 시장에서의 열세를 인정한 링컨은 계속 트럭 시장(픽업트럭과 SUV, 미니밴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 2002년 익스플로러를 바탕으로 한 에이비에이터를 발표했다. 익스플로러 바탕의 고급 SUV 현재 에이비에이터는 LS와 함께 링컨을 이끌어 나가는 ‘투톱’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베이스 모델이며 미국 SUV 시장의 오랜 베스트셀러 익스플로러를 든든한 후광으로 업고 2002년 풀 모델 체인지된 후 지난해 약 2만6천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에이비에이터의 존재는 최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링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에이비에이터는 내비게이터에서 물려받은 사다리꼴 헤드램프와 대형 수직 그릴로 브랜드의 개성을 한껏 살리고 있다. 범퍼 프로텍터와 승하차 편의성을 높여주는 사이드 스텝은 미국 SUV의 전형적인 모습. 미국적 감성의 대형 브레이크 램프가 뒷모습을 장식한다. 규정 차이 때문에 수입 모델 범퍼에 더한 깜박이는 거슬리는 부분.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 포함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버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사이드미러는 아래쪽에 깜박이를 내장했고 그 빛이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스듬히 핀을 달았다. 대형 사이드미러는 시야가 넓은 대신 고속에서 바람소리를 만들어내는 단점이 있다. 인테리어는 고급차다운 품위와 여유 그리고 공간활용성이 돋보인다. 앞뒤 2개 열에 캡틴 시트, 3열에 벤치 시트를 갖춘 6인승으로 어지간한 대가족을 커버한다. 더구나 3열 공간도 충분하고 2열 시트는 간편한 더블폴딩 시스템을 갖췄다. 2열은 레버 하나로 등받이 각도조절, 접기와 접어 세우기 등 3가지 동작을 해결하고 등받이가 간단히 접히는 3열 시트는 화물칸 활용성을 높인다. 전동식 럼버서포트를 갖추고도 정작 등받이 각도만 수동으로 조작하는 1열 전동 시트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큰 차체를 고려해 시트뿐 아니라 패달 위치도 전동으로 움직여 어떤 운전자라도 베스트 포지션을 잡을 수 있다. 기본 화물공간은 595X이고 최대 2천313X까지 넓어진다. 다만 대형 센터콘솔을 탈착식으로 만들고 화물칸 바닥을 평평하게 처리했으면 싶다. 검은 바탕에 항상 조명이 들어오는 계기판은 시인성이 뛰어나다. 옵티트론 미터처럼 밑에서 반사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검은 바탕에 조명을 단 바늘과 계기를 올린 단순한 구성이지만 정보전달능력은 탁월하다. 밤에 헤드램프를 켜면 바늘을 제외한 나며지 조명을 줄여 운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 조작성을 우선시한 커다란 버튼은 운전중에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아메리칸 월넛 우드와 최고급 가죽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도 수지 부품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와 잘 열리지만 닫기는 힘든 오디오 커버가 눈에 거슬려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엉덩이를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냉난방 통풍 시트와 좌우 온도를 따로 조절하는 공조장치는 누구나 반길만한 장비. 다기능 스티어링 휠에 달린 온도와 팬 속도 스위치는 온도변화에 민감한 운전자들을 만족시킨다. 호쾌한 달리기 자랑하는 구동계 가변식 흡기 매니폴드를 갖춘 V8 4.6X DOHC 304마력 엔진은 에이비에이터의 거구를 가볍게 이끈다. 41.1kg·m의 최대토크와 풀타임 4WD 시스템의 조합은 0→시속 100km 가속 10초의 순발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속력은 중속 영역까지 이어지다가 시속 160km을 넘어서면 빠르게 둔화된다. 큰 덩치가 만들어내는 공기저항과 2천260kg의 무게가 최고시속을 유럽 출신 라이벌들에 뒤쳐지는 180km로 묶어놓은 것. 슬립 현상이나 변속충격이 거의 없는 5단 AT는 변속제어도 나무랄 데 없어 오른발 움직임에 따라 차체를 정확하게 이끈다. 하지만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줄어든 연료 게이지에 충격을 받기 십상. 시승중에 기록한 3.7km/X의 연비(공인연비는 6.0km/X)는 세계적으로 휘발유값이 가장 비싸다는 국내 시장에서 결정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스티어링 감각은 이전 미국차에서 느껴지던 애매함이 없고 파워 어시스트도 알맞다. ZF 서보트로닉 시스템을 얹은 결과. 중립 부근에서의 유격이 거의 없고 양손 움직임을 정확하게 앞바퀴로 전한다. 더구나 파워풀한 엔진과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이 어우러져 완성해내는 거침없는 달리기가 인상적이다. 익스플로러에서 가져온 앞뒤 독립식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SUV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세팅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어느 정도 희생했다. 대신 온로드에 철저하게 대응함으로써 링컨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췄다. 제동력 배분장치를 갖춘 브레이크는 매끄러운 반응과 함께 에이비에이터를 제어하기에 부족함 없다. 요즘 고급차 기본장비로 여겨지는 주행안정장치는 어드밴스 트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결합된 RSC(Roll Stability Control)는 차의 상태를 미리 측정해 에이비에이터처럼 무게중심이 높은 차가 처하기 쉬운 전복 위험을 방지해준다. 사고가 났을 때는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벨트를 조이고 듀얼 에어백과 커튼식 에어백이 승객을 감싼다. 에이비에이터는 미국산 고급 세단의 달리기와 미니밴의 넓은 공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는 SUV가 링컨에게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는 셈. 세계 시장을 위한 직분사 디젤 엔진의 확보, 고급차에 어울리는 세심한 배려와 깔끔한 마무리만 더한다면 이런 링컨의 꿈도 결코 머지않아 보인다. 링컨 에이비에이터의 장단점 장점 ·호쾌한 주행성능 ·여유 있는 실내공간 단점 ·경이적인 먹성(연비)   ·아쉬운 마무리 링컨 에비에이터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10×1880×1815 휠베이스(mm) 2889 트레드(mm)(앞/뒤) 1545/1555 무게(kg) 2260 승차정원(명) 6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04/5750 최대토크(kg·m/rpm) 41.1/3250 구동계 4WD 배기량(cc) 4601 보어×스트로크(mm) 90.2×90.0 압축비 10.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85.2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45/6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220/2.290/1.5401.000/0.710/3.070 최종감속비 3.55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0 0→시속 100km 가속(초) 10 연비(km/L) 6.0 Price 7,690만 원
Land Rover 2004 Freelander V6 .. 2004-02-25
오프로드 매니아들 가운데 랜드로버 팬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축적된 기술과 앞선 장비들로 채워낸 고성능 SUV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나, 산길에서 두어 번쯤 길을 잃고 헤매본 경험이 있는 골수 매니아들은 어지간하면 랜드로버를 첫손가락에 꼽곤 한다. 이들은 “온로드 고속주행 때는 다른 차에 밀릴지 모르지만, 한발 앞을 장담할 수 없는 험로에 접어들면 랜드로버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4WD 첫 에어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V8 엔진, 세계 최초의 4채널 ABS, 완벽한 차체 컨트롤을 자랑하는 HDC(Hill Decent Control) 등 지구촌 구석구석의 오프로드를 누비며 갈고 닦은 랜드로버의 기술력도 그렇거니와 세계대전의 포연과 곳곳의 정글 랠리를 꿰뚫어온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쟁쟁한 모델들도 랜드로버의 ‘오프로더다움’을 한껏 뒷받침해온 전통. 그러나 오지로 파고들수록 목에 힘을 주던 랜드로버도 시대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난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등장한 프리랜더는 정통을 벗어난 최초의 랜드로버였다. 예전의 모자람 덜어낸 스타일링 변신 2004년형 프리랜더 시승 스케줄이 잡힌 날은 하필이면 근 한 달만에 눈이 내린 추운 날씨였다. 오전부터 흩뿌리기 시작한 눈발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달리는 차의 윈드실드를 덮쳐오듯이 제법 굵어졌고, 도로에 내려앉은 눈은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반쯤 녹고 반쯤은 살얼음으로 변해갔다. 랜드로버 로고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시승 컨디션은 최악이다. 구형 프리랜더를 마지막으로 타본 것이 벌써 3년여 전. 묵직한 온로드 달리기와 가뿐한 오프로드 주파능력은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입력되어 있으나, 거친 플라스틱 질감만이 존재하던 대시보드와 심심하다 못해 무덤덤하기까지 했던 스타일링의 추억도 함께 남아 있다. 하얀 설경 속에서 새빨간 프리랜더를 다시 만났다. 3년 새 이뤄낸 변화는 눈 내린 세상과 보디컬러의 대비만큼이나 선명하다. 심심하던 앞모습은 현란할 지경으로 달라졌다. 패밀리룩을 이뤘음에도 윗급 형제 차들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헤드램프 구성은 아쉬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앞 범퍼 타입은 변함없지만, 이 또한 달라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 디자인만큼이나 멋을 부렸다. 한껏 치장한 앞모습은 범퍼 양끝에 하나씩 단단히 박아둔 안개등으로 마무리. 오버펜더를 강조한 옆모습과 스페어타이어 위로 불쑥 솟은 브레이크등이 돋보이는 뒷모습 등 얼굴을 뺀 전체적인 스타일링은 구형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번호판 아래에 씌어 있는 차 이름 글자체 정도. 비록 몸매는 예전 그대로일지라도 헤어스타일 바꾸고 화장만 고치면 엄청난 변신을 할 수 있다. 3년 만에 만난 프리랜더가 딱 그랬다.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분명히 느껴져 랜드로버 차들의 공통점은 무게감. 장점도 단점도 되는 이 느낌은 도어 여닫는 데서부터 주행성능에 이르기까지 차의 안팎을 관통하고 있다. 막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프리랜더의 도어는 컴팩트 SUV라는 세그먼트가 무색할 만큼 묵직하다. 강철판처럼 무겁게 열리고 “철커덕” 소리를 내며 단호하게 닫힌다. SUV치고 경사각이 큰 A필러는 좋은 스타일을 만들어낸 대신 운전석 헤드룸을 조금 갑갑하게 했다. 계기판 양옆을 둘러친 메탈그레인 장식은 인테리어의 주요 포인트. 인대시 타입 CD 체인저 내장 오디오와 한결 풍성해진 센터페시아도 “나 업그레이드했어요!” 라며 고개를 들이민다. 대시보드 상단의 컵홀더는 보기에 재미있고 쓰기도 편하나 오프로드에서 음료수가 쏟아졌을 때의 ‘초대형사고’를 자꾸만 상상하게 한다. 속도계와 rpm 게이지를 양옆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온도계와 연료계를 끼워 넣은 계기판 구성은 이전보다 나아졌어도 시인성은 그저 그런 정도. 연녹색 계기판 조명은 무난하다. 계기 게이지를 둘러싼 크롬 테두리는 새로 마련한 스텝트로닉 5단 AT 아래 원형 테두리와의 통일성을 염두에 둔 설정. 아우디 TT보다 앞서 했으면 참신할 뻔했다. 올려둔 왼발에 힘을 실어준 독특한 풋레스트에서는 흙냄새가 물씬하고, 장식인 줄만 알았던 오디오 옆 메탈그레인 바는 훌륭한 무릎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오프로더 유전자는 이렇게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흔한 전동식 시트조절 버튼도 찾아볼 수 없고, 손끝만 닿으면 스르르 작동하는 전자장비도 남의 일이다. 등받이 각도는 시트 아래의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 하고, 공조장치의 외부공기 유입/차단 버튼을 누르면 ‘기기깅’거리는 거친 작동음이 들려온다. 전자장비 천국인 요즘, 프리랜더의 기계적인 느낌이 역설적으로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2열 시트는 생각보다 넓고 승차감도 좋은 편. 짐칸을 넓힐 때 시트를 2단으로 접어 올리기도 무척 쉽다. 다만, 짐칸 바닥에 우퍼와 함께 내장된 공구상자 잠금장치를 열기가 만만찮다. 상자 뚜껑의 잠금·열림 표지마저 반대로 되어 있어 잭 등의 공구를 구경하기도 전에 팔 힘이 모두 빠져버리는 줄 알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닌 디테일이 차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V6 엔진과 스텝트로닉 5단 AT의 듬직한 성능 운전석 포지션은 아주 높다. 반면에 시트와 마주한 대시보드는 일반적인 SUV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무척 낮은 탓에 운전석에 앉으면 오디오와 공조장치 등 온갖 계기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자세가 된다. 자칫 시야가 흐트러질 수도 있을 듯. 곱살한 외모와 달리 V6 2.5X 177마력 엔진의 굵직한 아이들링에서 남성미가 느껴진다. 기어를 수동 모드로 옮겨 1단에 놓고 출발하니 액셀 페달이 여간 무겁지 않다. 종아리에 힘줄이 솟을 만큼 무거운 액셀 페달은 흙길이나 빙판길 스타트 때 스핀 가능성을 줄인다. 이 또한 ‘필드’에서 연마해온 랜드로버의 경험과 내공. 롱 스트로크 엔진답게 저회전 영역에서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직진가속력이 꽤 매력적이다. 시속 140km쯤은 문제없다. 무거운 액셀에 비하면 5단 AT의 응답성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편. 기어비 간격이 넉넉해 바쁜 변속 없이도 편안한 달리기를 이끌어낼 수 있으나 변속 충격이 조금 느껴진다. 빙판길임에도, 무겁게만 느껴지던 발걸음은 한순간 믿음직한 뜀박질로 돌변한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순환도로는 상당한 와인딩 코스로 이름난 시승 장소. 스포츠카나 고성능 세단을 몰고 헤어핀과 S자 커브가 산재한 이 곳을 내달린 적은 몇 차례 있었어도 SUV로 달린 기억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 덮인 와인딩 로드를 ‘접수’한 프리랜더의 달리기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가 높을 뿐 아니라 시트 포지션마저 높은데도 시속 60~90km의 속도로 커브를 파고들 때의 안정감이 제법이다.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코일 스프링 방식인 서스펜션과 사이즈를 키운 225/55 R17 미쉐린 싱크론 4×4 대칭형 타이어로 완성한 접지력은 운전자에게 상당한 성취감을 선사한다. 생각보다 하드한 롱 스트로크 서스펜션은 웬만한 도로조건을 소화해낸 요소. 루프랙과 사이드미러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이 조금 거슬리지만 3천500rpm을 넘어서면서 엔진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몸이 앞으로 쏠릴 만큼 강하게 걸리는 엔진 브레이크와 해질 무렵 빙판으로 변한 서울 강남의 청계산 급경사에서 확인한 HDC 실력도 좋았다. 시프트레버를 1단에 놓고 HDC 스위치를 누르면 차는 시속 7km 안팎의 속도를 유지해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에만 집중할 수 있다. 후진 기어를 넣자 눈에 젖은 유리창을 감지해 절로 움직이는 뒤쪽 와이퍼가 뿌듯한 즐거움을 더한다. 프리랜더의 숨은 특징 중 하나는 앞 타이어 너머로 랙과 피니언의 접합점이 훤히 보일 만큼 높이 달린 조향축. 일반적으로는 조향축이 차체 아래쪽에 내려가 있게 마련인데, 프리랜더의 너클 암은 상당히 위쪽에 올라붙어 타이로드와 릴레이로드 등 조향축 전체가 가로로 놓인 엔진 헤드부 바로 뒤를 지나가게 되어 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오프로드에 시달려도 조향축이 망가질 위험은 없겠다. 3년 만에 만난 프리랜더는 랜드로버 집안의 전통과 요즘의 시대적 요구를 버무릴 줄 아는 센스를 ‘드디어’ 보여주었다. 구형의 모자란 2%를 빠짐없이 메우고 나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2004년형 프리랜더는 충분히 진보했으나 2005년형에 대한 기다림을 여운처럼 남겨두었다. 랜드로버 매니아들이 당분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V6 2.5의 장단점 장점 ·한결 나아진 스타일 ·쓰기 좋은 인테리어 ·주행안정감 단점 ·2% 모자란 흡인력 ·무거운 발걸음   ·손끝이 아쉬운 디테일 랜드로버 프리랜더 V6 2.5 5도어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50×1800×1800 휠베이스(mm) 2555 트레드(mm)(앞/뒤) 1535/1545 무게(kg) 1895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177/6250 최대토크(kg·m/rpm) 24.4/40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497 보어×스트로크(mm) 80.0×82.8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64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474/1.948/1.2470.854/0.685/2.714 최종감속비 3.66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2 0→시속 100km 가속(초) 10.1 연비(km/L) 7.7 Price 5,290만 원
랜드로버 뉴 프리랜더 소형 SUV의 왕자 2004-02-06
1877년 영국 자전거 메이커로 출발한 스탈리 서튼은 같은 해에 회사 이름을 로버로 바꾸고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하다가 1904년부터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했다. 긴 세월 동안 영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재편성되고 통합하는 여파를 받아 레일랜드 그룹에 소속되어 1970년대부터 국영기업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 이후 로버와 랜드로버로 나눠지면서 일본 혼다와 손을 잡았다가 66년 BMW에 매수되었다. 그런데 다시 2000년에 이르러 랜드로버는 미국 포드에게 매각되었다. 그리하여 현재는 재규어, 애스턴마틴과 함께 포드 산하에 있다. 오늘날의 랜드로버는 SUV 붐을 일으킨 네바퀴굴림의 상징적인 개척자로서 2차대전 종전 뒤 실로 55년이란 역사를 자랑하는 전문 메이커다. 97년 등장 후 처음으로 마이너 체인지 앞 범퍼와 그릴 바꾸고 편의장비 더해 랜드로버 라인업에서 가장 컴팩트한 SUV는 97년 등장했다. 이름하여 프리랜더. 그러나 크기는 제법 커서 5도어 ES모델은 국산차인 현대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다. 최고급 모델인 ES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스타일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옛날에는 자연 풍경과 동화하려고 은녹색 칠을 한 SUV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요즘에는 자연 속에서보다는 도심에서 사용하는 기회가 더 많아서 남의 눈에 튀어 보이기 위해 붉은 색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영국의 고집스런 제작태도가 반영되어 이 차가 처음 출시된 이후 기본장비에는 변함이 없고, 다만 매년 조금씩 안팎을 개량해 더 편리한 차로 선보이고 있다. 차의 크기를 싼타페와 비교해보자. 프리랜더의 길이×너비×높이는 4천450×1천800×1천800mm이고, 싼타페는 4천500×1천800×1천675mm다. 따라서 프리랜더는 길이가 싼타페보다 짧지만 높이가 커서 실내공간에 여유가 있다. 게다가 운전석 앞의 패널이 아주 낮게 깔려 있어서 앞좌석 시야가 넓어 참으로 ‘전망대 차’를 모는 기분이다. 새 모델은 대시보드 위쪽에 컵홀더를 마련하는 등 편의장비를 개선한 것이 눈에 띈다. 외형에서는 앞 범퍼와 그릴이 새로워졌고, 뒤의 백업 라이트를 범퍼에서부터 뒷바퀴 위의 펜더가 트렁크쪽으로 구부러진 양쪽 면 위로 옮겨 붙여 눈에 잘 띄도록 했다. 또 17인치 크기의 휠로 바뀐 것도 인상적이다. 이 차에 얹은 엔진의 출력이 177마력이니 힘찬 주행감도 느낄 수 있으리라. 뉴 프리랜더에는 디젤 엔진도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차의 V6 2.5X 엔진은 그 옛날 로버75에 썼던 것을 프리랜더용으로 튠업한 것인데 이 정도 출력이면 오프로드와 온로드에서 충분한 주파성능을 낼 수 있다. 좌석은 보통 승용차 것보다는 좌고(坐高)가 높아서 보다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좌석이 위로 붙어 있어서 차안에 들어가 앉으면 사방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더욱이 앞 시야도 넓기 때문에 마치 도로를 지배하는 왕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차는 V6 엔진의 넉넉한 힘으로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출발한다. 두툼한 운전대의 휠 감촉이 좋다. 눈앞의 계기판도 이전과 약간 달라졌다. 구형은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큰 원을 그리며 중앙에 자리잡고 앙쪽 구석에 연료계와 온도계가 작은 원으로 박혀 있었는데, 신형은 연료계와 온도계가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뉴 프리랜더에는 또 한가지 딴 차에 없는 장치가 있다. 차를 멈추고 있는 동안 음료수 컵이나 서류를 놓고 일을 볼 수 있게끔, 운전석과 조수석 앞에 50×20cm 정도 크기의 판을 달아 필요할 때 테이블 구실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참으로 신선하고도 고마운 배려다. 가속력·승차감 좋고 달릴 때 피로감 덜해 반사도가 70%나 높아진 새 헤드램프 달아 이 차에는 동급의 딴 차에서는 볼 수 없는 스텝트로닉 커맨드 시프트 5단 기어가 달려 있어, 미끄러운 노면이나 거친 땅 위도 문제없이 달리며 스포츠카 같은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뉴 프리랜더는 비스커스 커플링을 통해 구동력을 전달하는 풀타임 4WD 장치로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을 매끄럽게 변화시켜 오프로드 및 온로드 주행성능을 높여주고 있다. 접지감각에 힘마저 느껴지는 이 차 특유의 기동성은 험하고 미끄러운 산길을 오르내리고 커브를 돌 때 진가를 발휘한다. 또한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ETC), 전자식 제동 분배장치(EBD), 4채널 ABS 등이 안전운전을 돕는다. 이제는 문산으로 가는 자유로도 교통량이 많아졌고 속도감시 카메라가 거의 500~1천m 간격으로 달려 있어서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 그 대신 차들을 이리저리 비껴나가는 추월 및 조작 시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앞을 가로막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많은 차들과 난폭운전을 하는 트럭 등과 싸우는 재미도 각별했다. 이것도 뉴 프리랜더의 탁월한 기동성과 제동력 덕분에 가능했다. 순발력을 얻기 위해 저속에서 힘껏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마치 사자가 먹이를 향해 뛰어 달리는 기분을 직감할 수 있다. 엔진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박차고 나선다. 운전대에 앉은 나의 등받이에 전해지는 가속충격이 기분 좋다. 얻고자 하는 가속이 이뤄지면 엔진은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속도를 더 내는 데만 전념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국산 SUV에서는 맛볼 수 없는 쾌감이다. 두터운 좌석 두께 때문에 오랜 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할 것이고, 서스펜션도 네 바퀴 모두 스트럿 방식을 써서 차대를 고루 떠받쳐 아주 편안하다. 코너링 테스트를 몇 번이고 해봤다. 급커브와 완만한 커브길 모두 탄탄하게 정복한다. 특히 급커브 코너링에서는 차가 심하게 기울어도 하등의 흔들림 없이 가는 길을 잘 붙잡아준다. 한 가지 더 특기할 것은 랜드로버사가 내놓은 고급형인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급에 쓰고 있는 콤플렉스 리플렉터 헤드램프가 이 뉴 프리랜더에도 쓰이고 있는 점이다. 이 램프의 반사경을 자세히 보니 그냥 고반사경(高反射鏡)이 아니라 복잡한 각도의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더 넓게 밝게 비춘다. 구형보다 반사도가 70%나 높아졌다고 한다. 야간운전 때 눈이 어두운 노인이나 초보 또는 부녀자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선루프는 채광과 통풍 두 가지 용도에 맞게 커버를 열어 실내를 환하게 하거나 환기를 위해 투명 창문까지 활짝 열어제칠 수도 있다. 비록 모습은 영국식으로 약간 보수적이지만, 이 차가 지닌 장비는 최고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 이제는 도심 운전이 주류가 되는 추세에 걸맞게 아주 컴팩트하지만 넓고 편안한 실내공간을 갖추고 안전성과 기동성이 높은 랜드로버 뉴 프리랜더는 역시 55년간의 노력과 전통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Z 랜드로버 뉴 프리랜더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50×1800×1800 휠베이스(mm) 2555 트레드(mm)(앞/뒤) 1535/1545 무게(kg) 1855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177/6250 최대토크(kg·m/rpm) 24.4/4000 구동계 상시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497 보어×스트로크(mm) 80.0×82.8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4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5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470/1.950/1.2500.850/0.690/2.710 최종감속비 3.66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2 0→시속 100km 가속(초) 10.1 연비(km/L) 7.7 Price 5,540만 원
링컨 에비에이터 유럽차에 가까운 주행감각 2004-02-06
SUV는 이제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도로에 이렇게 큰 차들만 넘쳐나도 괜찮은가 하다가도 어느새 그것을 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BMW, 폭스바겐, 포르쉐는 물론 캐딜락도 SUV를 만드는 세상이니 링컨의 SUV라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자동차세계의 영역구분은 이제 정말 무의미해졌다는 생각이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링컨의 첫 SUV는 아니다. 먼저 나온 내비게이터가 풀사이즈 SUV라면 에비에이터는 미드사이즈 SUV라는 점이 차이점. 그런데 실제로 보니 무척 크다는 느낌이다. 경쟁모델인 BMW X5, 렉서스 RX330,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 등과 비교해보아도 큰 편이다. 그렇다면 내비게이터는 얼마나 크다는 것일까. 아무튼 우람한 덩치에서부터 미국 SUV의 특징을 드러내는 듯한데 같은 플랫폼이라는 포드 익스플로러와는 어디 하나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SUV의 고급화 추세에 맞춰 새로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링컨 에비에이터는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가. 고급스런 디자인은 차분한 분위기로 절제 넉넉한 실내, 페달 위치도 조절할 수 있어 에비에이터(aviator)는 비행사라는 뜻. 에어로다이내믹한 스포츠 세단이 아닌 SUV의 이름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실제 운전석에 앉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원래 비행기 조종석의 위치가 지상에서 매우 높이 자리하기 때문. 전방은 물론 큼직한 사이드 미러를 통해 보는 뒤 시야도 무척 시원스럽다. 사이드 미러 아래쪽에 깜박이 램프를 달아 차선 이동 때 뒤차에게 확실한 신호를 보낸다. 또한 긴 차체에 비하면 백미러로 보는 후방 시야도 괜찮고 후방센서를 통한 경고음이 장애물을 알려주므로 걱정할 것은 없다. 스타일은 투박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오랜 전통으로부터 이어져 온 럭셔리 세단 브랜드의 후광 덕분이다. 무엇보다 두툼하고 넓은 사이드 스텝을 달아 타고 내리기 편해서 좋다. 사이드 스텝은 루프 랙에 짐을 싣고 내릴 때도 도움이 된다. 해치 게이트는 크게 열려 쓰임새가 좋지만 조금 무거운 편이다. 대신 버튼을 눌러 유리 부분만 따로 열 수 있으므로 간단한 짐을 내리고 실을 때 편리하다. 통풍 시트는 안락하고, 다루기 쉬운 파워 시트 스위치는 정확한 운전 포지션을 잡게 해준다. 특히 페달의 높낮이도 따로 조절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스티어링 휠에 몸을 맞추고 다리가 조금 짧다면 페달을 튀어나오게 하면 된다. 두툼한 센터 터널이 운전석과 동반석을 가로지르며 독립적인 공간 감각을 높여준다. 그 상단에 놓인 센터페시아는 오디오 부분에 덮개를 달아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전체적인 스위치류를 잘 정돈해 놓았다. 뒷좌석을 위한 공조스위치는 천장 선루프 스위치 아래에 달려 있다. 고급스러움이 너무 튀게 하지 않으려는 듯 심플한 구성이 차분하다. 베이지색 컬러 등에서부터 디자인 포인트가 볼보 분위기가 조금 나는 듯하다. 분리되는 원통형 재떨이는 쌍용 렉스턴에서 보던 것과 같다. 그런데 풋 브레이크 해제 스위치는 너무 아래쪽에 달려 몸을 많이 숙여야 하므로 다소 불편하다. 도어 패널 디자인도 깔끔하다. 파워 윈도 스위치를 센터터널 쪽으로 보낸 결과인데 대신 파워 시트 스위치를 여기에 달았다. 경험상 실제 쓰기에는 아무래도 파워 윈도 스위치가 도어 패널에 달린 것이 좋다. 도어 핸들 옆에는 두툼한 뚜껑을 지니는 수납함이 있는데 마치 금고처럼 듬직하다. 맵 포켓은 앞으로 젖힐 수는 있지만 사이즈가 조금 작다. 2열 시트는 정말 넓고 쾌적하다. 3열 시트는 공간이 그리 좁지는 않은데 무릎을 곧추 세우고 앉아야 하므로 오랫동안 타기에는 무리겠다. 아무래도 보조 시트에 가깝고 짐 싣기 위한 공간으로 비워둬야 할 것 같다. 3열 시트 뒤의 공간 또한 아이스박스를 싣기 어려울 만큼 좁기 때문이다. 물론 2, 3열 시트는 접을 수 있어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가볍게 내모는 V8 4.6X의 넉넉한 힘 비포장길 잘 달리고 승차감도 괜찮아 가죽과 나무를 섞어 만든 스티어링 휠은 무척 화려한 모양이다. 가죽의 바느질도 촘촘한 게 품질감이나 마무리가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자동 5단 기어 레버는 세로로 각진 모양이 공격적이다. 기어가 ‘철컥’ 들어가는 느낌도 대형 SUV의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비행사라는 에비에이터의 이름을 수긍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달리기 성능에 있었다. V8 4.6X DOHC 302마력 엔진의 파워를 얕본 것은 아니지만 2.3톤에 가까운 차체를 이렇게 가볍게 내몰 줄은 몰랐다. 발진 가속에서부터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움직임은 어떤 환경에서나 넉넉한 힘으로 도로를 압도해나갔다. 특히 톨게이트를 지나며 풀 드로틀을 시도했을 때는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날렵하게 뻗어나가며 본선에 합류했다. 덩치만 크고 털털거리는 차는 아닌 것이다. 시속 120km에 이르는 것은 그야말로 잠깐이다. 시속 160km 부근에서도 휘청거리거나 하는 움직임 없이 안정감 있게 내달렸다. 시속 100km 정도는 매우 느리게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 시속 130k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바람 소리가 조금 크게 들렸다. 넉넉한 힘은 추월가속도 여유 있게 해낸다. 순발력이 부족하다면 힘든 부분인데 41.5kg.m의 강력한 토크가 뒷받침해주는 덕분이다. 더욱이 3천250rpm이라는 적절한 엔진회전수에서 터져 나와 가속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풀타임 4WD의 안정감은 비포장도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굴곡이 많은 험로에서 균형을 잃지 않음은 물론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도 않았다.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노면충격을 잘 걸러준다. 그러고 보니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유럽차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경사가 급한 코너에서는 아무래도 주의가 필요하다. 무게중심이 높고 앞뒤의 균형감각도 세단에 비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링컨 에비에이터는 전반적으로 미국차답지 않은(?) 품질감과 유럽차와 비슷한 주행감각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유럽차보다 저렴한(?) 차값이 또 하나의 매력. 가격경쟁력은 분명한 장점이 될 것 같다. 다만 덩치가 큰 만큼 조금 떨어지는 연비는 감안해야 할 부분. 어떻든 큰 기대 없이 나간 맞선 자리에서 의외로 끌리는 기분이랄까. 헤어지는 순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여운이 남았다. Z 링컨 에비에이터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10×1880×1815 휠베이스(mm) 2889 트레드(mm)(앞/뒤) 1545/1555 무게(kg) 2270 승차정원(명) 6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02/5750 최대토크(kg·m/rpm) 41.5/325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4601 보어×스트로크(mm) 90.2×90.0 압축비 10.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85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45/65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220/2.290/1.5401.000/0.710/3.070 최종감속비 3.73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09 0→시속 100km 가속(초) 10 연비(km/L) 6.0 Price 7,690만 원
캐딜락 SRX 독일과 일본 SUV 위협하는 ‘메이드.. 2004-02-12
캐딜락 SRX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코보홀에서 열린 2003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였다. 양산형 SRX가 처음 공개된 자리였지만 이미 2001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컨셉트카 바이존을 통해 디자인이 공개되고 에지 디자인을 쓴 캐딜락 CTS가 먼저 데뷔했던 터라 그리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CTS를 위아래로 조금 늘려놓은 듯한 SRX는 덩치 큰 북미 SUV 틈바구니에서 적당한 크기와 균형 잡힌 몸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1월 다시 2004년 북미국제오토쇼를 취재한 후, GM의 배려로 캐딜락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신세대 캐딜락 3인방을 연속해서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GM이 아시아 기자단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캐딜락은 2004년형 CTS와 SRX 그리고 XLR 등 3개 모델 18대.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차들이지만 기자들의 수가 많아 모든 모델을 여유 있게 시승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CTS는 V6 3.2X 엔진을 얹은 국내 수입모델과는 달리 신형 V6 3.6X VVT 엔진을 얹고 있어 성능이 궁금했고 SRX는 올해 3월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라 구미가 당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고 싶은 충동을 주는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 리딩카 XLR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SRX와 XLR 두 대를 선택했고, 이 달에 먼저 SRX의 시승기를, 3월호에 XLR 시승기를 싣기로 한다. 유럽과 일본 럭셔리 SUV가 경쟁 대상 균형 잡힌 몸매와 정숙한 엔진 돋보여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살을 에던 디트로이트와는 달리 시승행사가 열린 LA 근교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우리네 늦가을처럼 화창했다. 시승에 앞서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에서 마크 라네브(Mark Laneve) 캐딜락 브랜드 사장은 “캐딜락은 2001년 이후 10개의 새로운 모델(올해 선보일 STS 포함)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 “캐딜락의 전체 라인업 가운데 풀사이즈 세단 드빌과 풀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시장, CTS와 SRX, XLR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캐딜락”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신세대 캐딜락 3개 모델은 과거 캐딜락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벗어 던지고 세계 시장에 섰다. 특히 SRX는 BMW X5, 렉서스 RX330, 어큐라 MDX, 볼보 XC90, 벤츠 M클래스, 폭스바겐 투아렉, 인피니티 FX35/FX45 등 유럽과 일본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럭셔리 중형 SUV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아메리칸 럭셔리카로 손꼽히는 캐딜락이 과연 얼마만큼 미국 빛깔을 버리고 세계 기준에 다가선 것일까? 유럽과 일본 SUV와 같은 관점에서 대하더라도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시승 전 머릿속에는 온갖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한나절 동안 캘리포니아 해변 옆 프리웨이와 인근 산악지대 와인딩로드를 SRX와 함께 하다보니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시승행사장에는 V6과 V8 두 가지 모두 준비되어 있었고 기자의 손에는 V8 모델의 열쇠가 주어졌다. GM이 개발한 신형 노스스타 엔진(V8 4.6X DOHC VVT)의 첫 인상은 무척 정숙하다는 것. 엔진룸을 열어놓고 아이들링 소리를 들어봐도 이전 노스스타 엔진보다 한결 조용하다. 문득 엔진룸 안쪽을 가로지르는 스트럿 바가 예사롭지 않은 SRX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SRX는 분명 중형(미드사이즈) SUV이지만 길이×너비×높이가 4천950×1천844×1천722mm로 꽤 큰 편이다. 단지 풀사이즈 SUV가 아니기 때문에 ‘미드’를 붙인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 그러나 체구에 비해 높이는 비슷한 급의 SUV보다 확실히 낮다. SRX가 SUV와 스포츠 왜건을 조화시킨 크로스오버카 바이존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앞 뒤 범퍼를 비롯해 보디 곳곳에 ‘각’이 살아있는 SRX는 캐딜락의 새 디자인을 유감없이 뽐낸다. 아래위로 길쭉한 테일램프는 과거 캐딜락의 전통적인 테일램프를 연상시킨다. 신세대 미국 SUV답게 도어도 가벼운 편. 뒤 해치 역시 가볍게 열리지만 닫을 때는 패널의 크기가 커 어쩔 수 없이 손목에 힘을 많이 줘야 한다. 실내 역시 CTS에서 먼저 선보였던 캐딜락의 새 디자인 경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시보드의 생김새는 CTS와 거의 비슷하지만 플라스틱의 질감은 더욱 고급스러워진 느낌. 앞좌석 레그룸은 차 크기에 비해 약간 좁은 듯한데, 이는 CTS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시트는 넉넉하면서도 어깨부분을 잘 받쳐준다. 2열 시트의 거주성은 나무랄 데 없지만 3열 시트는 어른이 앉기 힘든 보조석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바닥에 납작하게 깔려있는 3열 시트를 펼치고 접는 것은 전동식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해결된다. B필러를 가로지르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붕 대부분의 면적을 유리로 덮은 ‘울트라뷰 선루프’는 역시 뒷좌석에 앉았을 때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 선루프는 아웃 슬라이딩 방식으로 지붕 면적의 50%가 열리는 것이 특징. 뒷좌석에는 승객을 위한 DVD 플레이어와 7인치 LCD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DVD를 즐기기 위해 써야 하는 헤드셋이 ‘메이드 인 차이나’다. ‘이제 캐딜락조차 중국 제품을 쓰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것도 잠깐, 중국은 이미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최근 중국은 캐딜락의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떠올랐고 GM 경영진은 캐딜락의 첫 해외생산 기지를 중국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큰 스트레스 없이 고회전 무난히 소화 유럽 SUV 못지 않은 핸들링 성능 자랑 V8 4.6X DOHC VVT 320마력 신형 노스스타 엔진은 무게 2톤의 SRX를 말 그대로 경쾌하게 이끈다. 풀 드로틀을 하면 타코미터가 순식간에 레드존인 6천500rpm까지 치솟고 어느 영역에서나 꾸준한 힘을 토해낸다. 5천rpm 이상에서는 엔진음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지만 고회전에서의 엔진 반응이 워낙 매끈하다보니 자꾸 높은 rpm을 쓰게 된다. 그러나 미국 SUV의 한 특징―대배기량 OHV 엔진에서 나오는 풍부한 저회전 토크―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노스스타 엔진의 최대토크(43.5kg·m)는 4천rpm이 넘어서야 나오고 가변 밸브 타이밍(VVT) 기구도 저회전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성능을 내지 못한다. 자동 5단 기어를 얹은 SRX로 시속 60마일(약 97km) 정속주행을 하면 타코미터는 2천rpm을 가리킨다. 이때는 렉서스에 버금갈 정도로 조용하지만 회전수를 2천100rpm으로 높여 시속 70마일(약 113km)에 이르면 A필러 부근에서 약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속 100마일(약 161km)까지 속도를 올리더라도 바람소리는 그다지 커지지 않고 이내 엔진음에 파묻혀 버린다. 3단으로 레드존(6천500rpm)까지 가속했을 때의 속도가 꼭 시속 100마일(약 161km). 고속에서 울트라뷰 선루프로 덮인 지붕의 반을 열어도 실내에 들이치는 바람은 그리 크지 않다. 선루프를 열면 앞쪽에서 10cm쯤 솟아오르는 윈드 디플렉터가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SRX는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AWD) 두 가지 버전이 있고 시승차는 앞뒤 무게배분이 52: 48인 AWD 모델이다. 반나절 시승 코스에는 제법 구불구불한 와인딩로드가 포함되어 있어 SRX의 핸들링 성능을 알아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캐딜락이 자랑하는 주행안정시스템(스태빌리트랙), 낮은 무게중심과 앞 235/60 R18, 뒤 255/55 R18 사이즈의 타이어 덕분에 계속 이어지는 와인딩로드에서 4천∼5천rpm을 넘나들며 채찍질해도 SRX는 웬만해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SRX의 5단 AT 시프트 레버는 수동 모드에서 위아래로 +, -로 조절하는 방식. 변속감과 연결감이 좋은 편이고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의 반응속도도 빠르다. 급제동할 때 브레이크 유압의 압력을 높여주는 제동력 보조장치는 덩치 큰 SUV에서 평범한 세단보다 더 인상적인 효과를 낸다. 단단한 하체에 비해 스티어링 휠은 조금 가벼운 편. 심하게 몰아 부치면 분명 약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이지만 이 정도면 캐딜락이 경쟁상대로 꼽는 벤츠 M클래스나 렉서스 RX330에 충분히 대적할 만하다. 반나절 동안 SRX V8 모델과 데이트를 즐긴 후 약 2시간 동안 V6 모델을 시승했다. 신형 V6 엔진은 저회전에서 같은 배기량의 엔진이 내는 평균치 토크 이상의 힘을 냈다. V6 3.6X DOHC VVT 260마력 엔진은 분명 V8보다 출력이 떨어지고 회전수를 높였을 때 더 빨리 거칠어졌다. 엔진과 섀시의 조화는 확실히 V8 모델이 한 수 위다. 시승 결과 SRX는 유럽 및 일본 SUV와 경쟁할 만한 충분한 자질이 엿보였다. 특히 GM이 자랑하는 시그마 아키텍처 플랫폼 위에 신형 노스스타 엔진을 더한 SRX는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함이 돋보이는 미국 SUV의 장점에 유럽차다운 탄탄한 주행성능까지 갖추었다. SRX는 오는 3월 GM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V8 모델부터 선보이고, 내년쯤 V6 모델도 들어온다. 울트라뷰 선루프와 AWD, DVD 등 대부분의 옵션을 기본장비로 갖추고 값은 8천만 원대 후반이 될 예정. 캘리포니아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벌써부터 한국에서 펼쳐질 럭셔리 SUV 삼국지(미국, 유럽, 일본)를 상상해본다. 신세대 캐딜락은 이제 ‘메이드 인 USA’이기 때문에 유럽 혹은 일본차와 맞비교하기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Z 캐딜락 SRX V8 AWD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50×1844×1722 휠베이스(mm) 2957 트레드(mm)(앞/뒤) 1572/1580 무게(kg) 2015 승차정원(명) 7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VVT 최고출력(마력/rpm) 320/6400 최대토크(kg·m/rpm) 43.5/44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4572 보어×스트로크(mm) 93.0×84.0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75.7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35/60 R18, 255/55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420/2.215/1.6000.750/-/3.020 최종감속비 3.23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25 0→시속 100km 가속(초) 7.0 연비(km/L) - Price -
JEEP GRAND CHEROKEE 미끈한 디자인.. 2004-01-19
국내에서는 프레임 보디에 4WD 구동계를 얹은 차를 가리켜 ‘지프형차’라고 한다. 몇 년 전에는 간단하게 ‘지프’라고 했지만 지프 상표권을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이의를 제기해 지프형차로 바뀌었다. 이처럼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SUV의 대명사 지프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함부로 쓸 수 없는 귀한 이름이다. 2차대전 직전 윌리스 오버랜드사에서 개발한 지프는 전쟁기간 여러 분야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고, 종전 후 CJ(Civilian Jeep) 시리즈로 양산되었다. 윌리스사는 숏보디인 CJ와 함께 1949년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롱보디 스테이션 왜건을 더했다. 스테이션 왜건은 63년 ‘왜고니어’ 이름을 달고 나와 롱보디 SUV의 시조가 되었다. 이후 차체를 키운 그랜드 왜고니어와 빅 체로키가 등장했고, 74년 2도어 풀사이즈 모델 체로키가 데뷔했다. 체로키는 84년에 사이즈를 줄이고 지붕을 낮춰 SUV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체로키를 바탕으로 안팎을 고급스럽게 다듬고 고급화시킨 모델이 그랜드 체로키로 93년 데뷔했다. 초기 그랜드 체로키의 개발 코드명은 ‘Z’, 현재 팔리는 모델은 99년 등장한 WJ다. 2001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체로키는 디자인을 손보고 이름도 리버티(국내명 체로키)로 바꾸어 완전히 다른 차가 되었다. 데뷔한 지 5년째로 접어든데다 뉴 레인지로버,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 등 럭셔리 SUV가 쏟아져 나오면서 그랜드 체로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프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오프로드 성능은 아직도 특출하고,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로 무장한 럭셔리 SUV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내에는 92년부터 팔리면서 다양한 모델이 굴러다니고 있다. 그동안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고 편의장비를 더했다. 차세대 그랜드 체로키는 올 하반기 등장할 벤츠 뉴 M클래스(2005년형)와 같은 섀시를 쓰게 된다. ERIOR 그랜드 체로키는 정통 SUV이면서도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최저지상고가 210mm로 상당히 높지만 차고는 1천710mm로 국내에 팔리는 국산·수입 SUV를 통틀어 포르쉐 카이엔(1천699mm)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모서리를 둥글리고 윈드실드가 가파르게 누워 늘씬한 인상이다. 앞쪽에는 지프의 상징인 7개의 수직 그릴이 서 있고, 좌우에 클리어 타입의 커다란 헤드라이트가 박혀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옆모습은 사다리꼴 휠하우스가 지프의 혈통임을 보여준다. 오버펜더와 사이드 가니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벨트라인이 적당히 높아 단정하다.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둥글어지는 지붕선이 전체 분위기를 날렵하게 해준다. 지붕이 높지 않아 루프 랙에 캐리어를 달아 스키나 스노보드를 싣기에도 편하다. 동급 SUV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는 17인치 휠에는 235/65 R17 전천후 타이어를 끼워 온로드는 물론이고 오프로드에서도 무난한 달리기를 보인다. 하지만 열선이 들어간 검정색 사이드 미러는 럭셔리 SUV에 어울리지 않게 수동식이다. 뒷모습은 평범한 디자인으로, 스페어 타이어가 트렁크에 들어가 있어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 트렁크 바닥이 높고 해치 도어가 크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리어 윈도는 따로 열리기는 하지만 꽤 높이 달려 물건을 넣기가 쉽지 않다. 뒤 범퍼 아래에는 견인용 히치가 있다. 트레일러용 전기 콘센트도 기본이다. 범퍼 아래에 달린 스키드 패드는 작은 이탈각을 보완해 준다. INTERIOR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에서 돋보이는 부분이 푹신한 시트다. 특히 앞좌석은 고급 소파를 연상시킬 정도로 편안하고, 너비와 앞뒤 길이가 넉넉하다. 또 지지점이 확실해 몸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앞좌석 시트는 모두 전동식이고 조절식 열선이 달렸다. 뒷시트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편이다. 센터 암레스트가 없고 4:6으로 나뉘어 접히지만 완전히 평평해지지 않는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단정하다. 요즘 럭셔리 SUV는 온갖 편의장비가 달리면서 많은 스위치가 늘어서 있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깔끔하다. 우드 그레인도 수직으로 곧추선 센터페시아와 도어트림 등 꼭 필요한 부분에만 썼다. 고급 승용차에 달리는 편의장비는 대부분 갖췄다. 온도조절장치는 좌우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지프 로고가 선명한 스티어링 휠은 앞쪽에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있고, 뒤쪽에 오디오 스위치가 자리했다. 익숙해지면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능숙한 손놀림을 할 수 있다. 요즘 차에는 인대시 타입의 6장 CD 체인저가 들어가는 것이 유행이지만 CD가 바뀔 때마다 덜그럭거리는 소음이 난다. 그랜드 체로키는 트렁크에 10매 CD 체인저가 있고, 대시보드의 오디오에 따로 싱글 CD 플레이어가 준비되었다. 180W의 높은 출력을 내는 인피니티 골드 시스템을 써서 음악감상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대부분의 전자장비는 오버헤드 콘솔의 스위치로 조절한다. 시동키를 빼도 얼마 동안 헤드라이트가 켜져 길을 비추는 타임 딜레이 기능, 키를 빼면 운전석이 물러나는 이지 액세스 등이 있고, 리모컨으로 문을 열 때 운전석만 열 것인지 아니면 도어 전체를 열지도 선택할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는 V8 4.7X 파워텍 엔진을 얹어 4천800rpm에서 23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신 럭셔리 SUV들이 작은 배기량으로 280마력 이상을 뽑아내는 것에 비하면 출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대토크가 40.5kg·m나 되고 차 무게가 현대 싼타페와 비슷한 1.8톤밖에 되지 않아 힘 부족을 느낄 수 없다. 최고시속은 190km로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정지가속과 추월가속 등은 조금 보태 스포츠카 수준이다. 신호대기에서 출발하면 어지간한 휘발유 승용차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최고속도까지 거침없이 가속된다. 막강한 가속능력은 독특한 기어비를 가진 자동 5단 트랜스미션 덕분이다. 1.67의 2단 기어비가 빠른 가속을 돕고, 3단에서 2단으로 내려갈 때는 1.50의 기어를 써서 부드럽게 변속된다. 트랜스미션 슬립이 약간 감지되지만 넉넉한 엔진 힘 때문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랜드 체로키의 4WD 시스템은 ‘콰드라 드라이브’다. 지프 계열에서 유일하게 풀타임 4WD를 바탕으로 하고, 트랜스퍼 케이스와 액슬을 통해 네 바퀴에 토크를 나눈다. 즉 앞뒤 바퀴의 회전차가 생길 때는 트랜스퍼에서 구동력을 더 보내고, 좌우 바퀴는 앞뒤 액슬에서 나누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한 바퀴만 땅에 닿아 있어도 엔진 출력이 100% 전달되어 차를 움직일 수 있다. 브레이크가 과열되면 쓸 수 없는 다른 SUV보다 뛰어난 점이다. 오프로드 성능은 지프의 혈통을 이은 차답게 아주 뛰어나다. 접근각은 SUV 중에서도 높은 36.7도, 뒤쪽 이탈각은 약간 작은 28.6도다. 저회전에서 큰 토크가 나오는 엔진과 3.73으로 꽤 높은 최종감속비, 여기에 로 기어비 2.71까지 더해져 오프로드 주파력은 나무랄 데 없다. 앞뒤 리지드 액슬에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써 온로드 승차감과 핸들링은 다른 승용형 SUV에 비해 조금 뒤지는 편. 하지만 뒤쪽에 삼각형 센터 링크가 달려 끈끈한 접지력을 보인다. 안전장비로는 ABS와 제동력 배분장치, 듀얼 및 커튼식 사이드 에어백 등이 기본으로 달린다. CHASE GUIDE 그랜드 체로키는 국내에 최고급형인 리미티드 모델이 들어온다. 한때는 직렬 6기통 4.0X 엔진의 라레도 모델도 수입되었지만 지금은 중고차 시장에서나 볼 수 있다. 리미티드는 풀옵션 모델로 6천280만 원에 팔린다. 크라이슬러의 부품회사 모파(Mopar)가 만든 순정 액세서리(범퍼 가드, 사이드 스텝, 루프 캐리어 등)를 이용해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엔진계통의 주요 부품과 드라이브 샤프트, 클러치, 변속기, 앞뒤 차축 등 드라이브 트레인에 대해 7년/7만 마일(11만5천km)간 보증수리를 해준다. 2003년 1∼11월 그랜드 체로키는 138대가 팔려 SUV 중에서 RX330(594대), BMW X5 3.0(372대), 포드 이스케이프 3.0(236대), 닷지 다코타(214대)에 이어 판매 5위(138대)를 했다. 매월 꾸준하게 10∼20대가 팔린 셈이다. 오는 2월부터는 같은 그룹의 벤츠에서 만든 2.7X 커먼레일 디젤 모델이 들어온다. 배기량이 줄어들고 디젤 엔진을 얹어 값을 조금 내릴 전망이다. 유력한 경쟁자는 랜드로버 TD5 ES(고급형 6천780만 원), 벤츠 ML270 CDI(6천980만 원) 등이다. 중고차 시장에는 2003년형부터 구형인 1994년형까지 다양한 모델이 나와 있다. 값도 천차만별이어서 2002년형 리미티드의 경우 3천만 원대 중반∼4천만 원대 초반에 팔린다. 취재차 협조 :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02)2112-2655
도요타 FCHV닛산 X-트레일 FCV다이하쓰 무브 FC.. 2004-01-26
저공해차 시승 행사는 도쿄 모터쇼의 단골 이벤트다. 저공해차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전기차만으로도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모터쇼에 나온 차들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정식으로 번호판이 달린 모델이다.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개발실에서 굴러 나온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몰고 나갈 수 있는 실용적인 차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승 행사에 나온 차는 모두 12대. 하이브리드카로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양산과 판매에 성공한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 3대, 미쓰비시와 후소(Fuso)가 내놓은 버스 등 모두 5대였다. 승용 AWD에 저공해 CNG 엔진을 얹은 스바루 B4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6대는 수소연료를 쓰는 연료전지차였다. 너비 10m, 길이 250m의 코스를 왕복으로 달리면서 저공해차의 특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최고시속은 40km로 제한되었다. 도요타 FCHV 도요타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저공해차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양산과 판매단계에 와 있다. 도요타는 1992년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소재와 부품, 제어기술 등 전반적인 개발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97년 9월 소형 SUV인 RAV4를 베이스로 한 첫 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Hydrogen Vehicle)를 발표했다. 이듬해는 에탄올을 개질해 수소를 만드는 FCHV-2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았고, 2001년 3월 중형급 SUV인 크루거V를 베이스로 바탕으로 한 FCHV-3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는 수소를 금속분자 구조 사이에 저장하는 방법을 썼지만 같은 해 6월에 나온 FCHV-4는 자체 개발한 고압 수소탱크와 연료전지 스탁(stack)을 이용했다. 이 차로 일반도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미국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1년 10월 휘발유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FCHV-5가 발표되었다. 2002년 12월에는 FCHV-4를 바탕으로 만든 차를 미국에 2대, 일본에 4대 판매했다. 모터쇼장에서 만난 차는 이렇게 팔린 FCHV-4 중의 한 대였다. 도요타 FCHV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길이×너비×높이가 4천735×1천815×1천685mm로 현대 테라칸에 맞먹는 크기다. 연료전지와 전기모터, 2차 전지 등 무거운 부품이 많아 무게는 1천860kg으로 조금 많이 나가는 편.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보네트와 지붕, 앞 펜더, 도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공기저항을 덜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를 달았다. 덕분에 SUV로는 낮은 공기저항(Cd 0.326)을 얻었다. 실내는 5명의 성인이 타기에 넉넉한 공간과 잘 짜여진 계기판 등이 돋보인다. 차에 오르면 에어컨 소리만 들릴 뿐, 시동이 걸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액셀 페달을 밟는 대로 차가 움직이지만 엔진룸 쪽에서 약한 전기모터 소리만 들릴 뿐이다. FCHV는 앞바퀴굴림으로 교류동기식 모터가 달렸다. 최고출력이 80kW(102마력)으로 부족한 느낌이지만, 최대토크가 26.5kg·m여서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게 달리고 멈추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원상의 최고시속은 155km로 충분한 편. 연료전지의 출력은 90kW. 이것을 전기로 바꾸어 컨트롤러를 거쳐 모터에 전달한다. 연료전지는 발전기 역할을 하는데,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2차 전지(니켈-수소 전지)에서 큰 힘을 끌어오고 정속주행 때는 연료전지의 전기를 이용한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 가운데 구동에 쓰고 남은 에너지는 다시 2차 전지로 보내져 비축된다. 연료전지를 비롯해 2차 전지까지 모든 전기계통을 한꺼번에 컨트롤하므로 휘발유차에 비해서는 2배 이상의 효율을 낸다. 그 덕분에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00km. 35MPa의 수소를 채워 일본의 공인연비 측정법인 10·15모드로 달렸을 때의 수치다. 현재까지 13만km 이상을 달리며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도요타 FCHV는 넉넉한 중형급 SUV와 연료전지의 만남은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닛산 X-트레일 FCV 닛산이 내놓은 FCV는 소형 SUV인 X-트레일(X-trail)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길이×너비×높이가 4천465×1천765×1천790mm로 현대 싼타페보다 조금 작다. 일반 X-트레일과는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가 조금 다를 뿐이다. 닛산은 도요타보다 늦은 1996년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99년 5월 중형 왜건인 르네사를 바탕으로 에탄올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의 연료전지차를 만들어 주행시험을 시작했다. 2000년 3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연료전지 단체인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에 참가했고, 2001년부터는 850억 엔을 5년 동안 투자해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형 SUV X-테라를 바탕으로 한 고압수소 연료차 FCV를 선보였다. 닛산이 연료전지 파트너로 삼은 UTCFC(United Technologies Corp. Fuel Cells)는 현대자동차와도 연료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12월에 X-트레일로 만든 FCV를 내놓으면서 일본에서 도로주행 시험에 들어갔고, 2003년 몇 대를 리스 형태로 내보냈다. 닛산 FCV는 감속기가 붙어 있는 모터를 쓰고 그 위에 인버터를 얹었다. 연료전지는 미국 UTCFC사의 것으로 최고출력은 58kW다. 주목할 것은 잉여 전기를 저장하는 2차 전지다. 닛산이 자체 개발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얇은 패드 모양이다. 연료전지의 출력이 작은 편이지만 효율이 뛰어나 달리는 느낌은 더 당차다. 모터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약간 크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넉넉하다. 역시 앞바퀴굴림으로 연료전지가 차 바닥에 있고, 연료탱크가 휠베이스 안쪽에 달렸다. 무거운 부품이 대부분 휠베이스 안쪽에 있어 앞뒤로 끄덕이는 피칭이 적다. 최고충전압력은 35MPa로 도요타 FCHV와 같지만 최고시속은 125km, 최대 주행거리 200km 정도다. 다이하쓰 무브 FCV-K-2 다이하쓰는 세계 최초로 경차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썼다. 1993년 1월 인증을 받고 2월 주행시험을 시작했다. 다이하쓰가 자체 개발한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2차 전지와 도요타에서 가져온 연료전지 스탁을 이용한다. 톨보이 타입의 경차 무브의 차체를 그대로 이용했다. 값이 비싸지 않은 영구자석식 모터(32kW)에 CVT(무단변속기)를 연결해 앞바퀴를 굴린다. 고압 수소탱크, 연료전지, 컨버터가 하나의 모듈을 이루어 차 뒤쪽에 있고, 바닥에는 2차 전지를 넣었다. 4명이 탈 수 있는 실내는 검소하다. 시가지 주행이 편한 경차에 연료전지 시스템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만 659cc의 배기량으로 30km/X 가까운 연비를 내는 만큼 연료전지 개발은 연비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저공해 기술에 동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달리기 성능은 부족하지 않은 편. 경차여서 소음이 조금 더 들어오고, 승차인원이 많을 때는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연료전지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까? ‘Fuel Cell’은 우리말로 연료전지라고 해석되지만, 일반적인 배터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전지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전기를 만들며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와 충전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2차 전지로 나뉜다. 한편 연료전지는 수소를 계속 공급하면 끊임없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발전기에 더 가깝다. 연료전지는 우주개발이 한창이던 6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켓 연료로 쓰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면 전기와 물, 열이 발생해 우주선에서 사람이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동차에 쓰기 위해서는 수소의 저장 방법이 문제였다. 현재는 특수 고압가스 봄베, 분자결합으로 수소를 가두는 수소저장합금, 에탄올이나 휘발유를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물을 전기분해 하는 것의 역순이다. 그림처럼 수소가 촉매를 지나면서 전자(e-)와 수소이온(H+)로 나뉘고, 가운데 있는 전해질이 수소이온만 통과시켜 전지 좌우에 전해차가 생겨 전기가 발생한다. 얇은 막 형태의 고분자 전해질은 안정성이 높고 작게 만들 수 있다. 연료전지 하나에 0.6V 정도의 전압이 나오기 때문에 여러 장을 겹쳐 만든다. 완성된 하나의 모듈을 연료전지 스탁(Fuel Cell Stack)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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