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투싼, 차 크기·무게·엔진 밸런스 좋다 ①로드 테스.. 2004-05-18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는 SUV, 승용차, 미니밴을 한 자리에 모으기로 한 것이다. 투싼의 경쟁차라고 할 만한 소형 SUV가 딱히 없는 이유도 있지만(스포티지는 단종되었고, 코란도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에 앞서 요즘 나오는 승용 SUV의 주된 라이벌은 승용차라는 점이 고려되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장에서 투싼은 덩치 큰 차들과 어깨를 겨뤄야 할 판이다. 투싼의 베이스 모델이 아반떼 XD건만 가격대는 윗급 싼타페를 비롯해 중형 세단 및 미니밴에 걸쳐 넓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싼의 몸값이 비싼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당돌한 실력을 갖춘 것일까. 성급한 추측에 앞서 본질 파악에 들어가기로 하자. 비교 제1장은 로드 테스트다. 신체검사, 앞바퀴굴림에 자동기어 모델로 통일 테스트에 나온 차는 모두 앞바퀴굴림에 4단 자동기어를 달았고, 카니발(2.9X DOHC)을 제외하면 엔진 배기량은 2.0X다. 또 휘발유를 쓰는 EF 쏘나타(이하 쏘나타)와 달리 나머지 차들은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의 디젤 터보 엔진을 얹었다. 디젤차 3대 중 싼타페만 ‘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라는 가변식 터보를 쓰는 점이 다르다. 2003년형 싼타페부터 더해진 VGT 엔진은 터빈에 들어가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해 회전수에 관계없이 고른 출력을 내는 방식으로, 지금은 싼타페 디젤 전모델에 VGT 엔진이 올려진다. 최고출력을 보면 카니발(145마력), 쏘나타(137마력), 싼타페(126마력), 투싼(115마력) 순으로 카니발의 마력수가 가장 높지만 무게까지 계산하면 마력당 무게가 쏘나타 10.64kg, 투싼 13.38kg, 싼타페 13.61kg, 카니발 14.86kg 순이어서 쏘나타가 가장 유리하고, 카니발이 제일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내주행에서는 순간적으로 ‘욱’ 하고 내뿜는 힘이 중요하므로 마력보다는 최대토크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쏘나타는 고회전 영역인 4천500rpm에서 18.4kg·m, 나머지는 중저속대인 2천rpm에서 26.0∼32.0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각 항목별 테스트는 어른 3명이 탄 상태에서 했고 짐은 싣지 않았다. 세 차의 주행거리는 차이가 있음을 밝혀 둔다(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투싼은 길들이기를 막 마친 새차, 싼타페는 3만여km를 달렸고, 쏘나타와 카니발은 약 7만km를 뛴 노장(?)이지만 컨디션은 좋은 상태다. 먼저 가속성능 테스트에 들어갔다. 발진가속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테스트는 스톨(stall) 상태에서 실시했다. D레인지에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액셀을 끝까지 밟자 엔진 최고 회전수가 투싼 2천700rpm, 싼타페 2천900rpm, 쏘나타 2천600rpm, 카니발은 2천500rpm에 고정된다. 싼타페 엔진이 고회전용으로 세팅되어 순발력에 유리하겠지만, 트랜스미션과의 조화를 생각할 때 쏘나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저속에서는 싼타페, 고속에서는 쏘나타가 재빨라 133쪽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테스트 결과 재미난 사실이 발견되었다. 디젤차와 휘발유차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휘발유 엔진이 고회전 영역에서 큰 힘을 낸다는 기계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0→시속 40km 가속에서 쏘나타가 제일 처진 것은 조금 의외였다. 투싼과 싼타페의 경우 앞바퀴굴림이어서 휠스핀이 심했기 때문에 4WD 모델이 나왔을 경우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쏘나타는 0→시속 60km 역시 싼타페에 뒤졌고 시속 60→100km에서도 싼타페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휘발유차 특유의 장기를 발휘해 시원시원한 달리기를 보여 주었다. 특히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조화가 뛰어나 변속 손실과 충격 없이 부드러운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쏘나타의 큰 장점이다. 초기가속이 가장 뛰어난 차는 투싼이었으나, 3단으로 변속되는 시속 80km 이후 엔진 출력이 크게 떨어져 0→시속 100km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가속성능 시험 전반에 걸쳐 발군은 싼타페였다. 휠스핀이 가장 심했음에도 초기가속이 1위 투싼과 비슷했고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가장 날랬던 쏘나타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2단 기어비가 넓고 시속 100km 부근에서 3단 변속이 일어나 고속 추월능력이 투싼보다 뛰어나다. 싼타페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영역은 2천300∼3천500rpm이었다. 투싼은 저회전대인 1천∼2천300rpm에서 힘이 좋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하기 편할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은 0→시속 100km 가속을 제외하면 가속시험 전항목에서 4위에 머물렀다. 엔진 힘이 부족하다기보다 차체가 무겁고 트랜스미션 반응이 느린 것이 원인으로 본지 테스트팀은 분석했다. 핸들링은 쏘나타·투싼·싼타페·카니발 순 핸들링을 알아보는 슬라럼 테스트(시속 40km로 진입, 3단 사용)에서는 예상대로 무게중심이 낮은 쏘나타가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작은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바퀴가 노면을 움켜쥐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 나갔다. 자연흡기 휘발유 엔진이어서 출력 변화가 크지 않고 토크 곡선이 자연스러워 차를 컨트롤하기 편하다. 예상한 만큼 차가 움직이고, 또 드라이버의 조작에 응해 준다. 두 번째로 핸들링이 좋았던 차는 투싼이었다. 차 크기와 무게, 엔진, 하체의 밸런스가 전반적으로 잘 이뤄졌다는 데에 테스트팀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달리 싼타페는 드라이버가 느끼기에도, 밖에서 보기에도 상대적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엔진 출력이 높아 급가속을 하면 언더스티어가 일어나고, 이것을 바로 잡으려고 속도를 늦추면 갑자기 힘이 떨어져 컨트롤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2천300rpm 전후로 출력 변화가 큰 것이 운전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래도 핸들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카니발은 무게중심이 꽤 높은데다 차체도 무겁고 앞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이 컸다. 고속 코너링 때는 롤이 심하기 때문에 속도를 최대한 줄이는 등 안전운전이 필요한 차다. 브레이크 테스트에 앞서 테스트팀은 한 가지 결정을 해야 했다. 카니발만 ABS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스트차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4대 모두 ABS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제동시험에 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이날 나온 차들은 ABS 선택율이 높기 때문에 카니발만 ABS 없이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속 80km로 정속주행을 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결과 투싼(18.7m)의 제동거리가 가장 짧았고 쏘나타(20.1m)와 싼타페(20.6m)가 비슷했으며 카니발은 흰 연기를 뿜으며 25.5m 앞에서 섰다. 카니발에 ABS가 달렸다면 제동거리는 좀더 짧아졌을 것이다. 제동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차를 얼마나 안전하게 세울 수 있느냐’다. 카니발은 ABS 없이도 노즈다운 현상이 크지 않았고, 스키드 마크도 거의 직선에 가까워 위기상황 탈출능력은 손색없어 보였다. 소음 테스트에서는 쏘나타가 가장 조용하게 나타났고 투싼과 싼타페는 평균 수준이었다. 카니발은 외부소음이 큰 대신 방음처리가 잘되어 실내소음은 다른 디젤차들과 비슷했다. 소음 수치의 차이는 4대가 크지 않았지만 사람의 귀로 듣는 감성적인 차이는 휘발유차와 디젤차가 분명한 구분을 지어 커먼레일 엔진이 아무리 정숙성이 좋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테스트를 마치며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이번 시험에서도 드러났듯이 핸들링은 키 큰 차의 극복하기 힘든 핸디캡임을 인정하자. 제동력은 차 무게와 깊은 관련이 있고, 디젤차의 정숙성은 국내 메이커의 기술력이 아직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스피드를 중시해 과속 카메라를 무시하는 일이 습관화된 사람이 아니라면 디젤차에 불편을 느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초기가속은 더 빠르다(물론 커먼레일 엔진을 얹은 요즘 모델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각 차의 장점을 하나씩 꼽아 보면 투싼은 차 크기와 무게, 엔진 등 전체적인 밸런스, 싼타페는 넓은 엔진 회전영역에서 나오는 빠른 가속력, 쏘나타는 안정된 핸들링이다. 카니발도 잘 달리긴 하지만, SUV와 비교했을 때 매력 포인트는 실용적인 면에서 찾아야 할 듯 하다. 테스트 결과표 구분 현대투산2WD 싼타페2WD EF쏘나타 기아카니발II 연식/총주행거리(km) 2004/2134 2003/29420 2001/73653 2002/74600 엔진 2.0L 디젤 터보CRDI 2.0L디젤 터보 2.0L DOHC 2.9L DOHC 디젤 (카먼레일 직분사) CRDI VGGT   터보 CRDI 최고출력(마력/rpm) 115/4000 126/4000 137/6000 145/3800 최대토크(kg·m/rpm) 26.0/2000 29.5/2000 18.4/4500 32.0/2000 트랜스미션 자동 4단 ← ← ← 무게(kg) 1539 1715 1458 2155 마력당 무게(kg) 13.38 13.61 10.64 14.86 타이어 215/65 R16(금호) 225/70 R16(한국) 205/65 R15(한국) 215/70 R15(금호) 가속성능(초) 0→시속 40km 3.03 3.08 3.57 3.38   0→시속 60km 5.73 5.50 5.68 6.00 0→시속100km 14.43 13.29 12.81 14.23 시속 60→100km 8.67 7.96 7.91 9.07 200m 슬라럼 통과속도(km/h)/시간(초) 63/12.72 60/13.37 70/12.05 55/13.58 제동거리(m, 시속 80km) 18.7 20.6 20.1 25.5 외부소음(dB) 아이들링 58.0 63.0 58.8 62.3 2천rpm 69.8 69.0 65.0 74.7 실내소음(dB) 아이들링 46.2 49.0 39.1 48.6   54.9 56.0 52.7 57.4 정부공인연비(km/X) 12.9 12.5 9.4 10.0 ※·테스트 결과는 같은 조건에서 3회 시험 후 평균수치를 기록함·가속성능은 스톨 상태에서 시험. 스톨 스피드 투싼 2700rpm, 싼타페 2900rpm, EF 쏘나타 2600rpm, 카니발 2500rpm·슬라럼 테스트는 3단 사용, 시속 40km로 진입·제동거리 테스트는 시속80km, 액셀 오프 상태에서 실시. 카니발을 제외한 전모델에 ABS 달림·소음 측정장소의 주변 소음은 64dB 내외·위 결과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적인 비교에 의미가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Cadillac SRX vs BMW X5 4.4i .. 2004-05-14
습관처럼 일주일에 서너 번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들러 종이컵을 손에 든 채 사무실에 들어서면서도 아직 커피 맛은 잘 모른다. 빼곡이 적힌 메뉴를 들여다보다 결국 대학시절부터 10년 넘도록 입에 익은 뻔한 이름만 내뱉고는 허탈해하기 일쑤. 요즘 들어 ‘오늘의 커피’에 맛을 들이고 있다. “조금은 쌉쌀한 맛이 도는 중남미 특유의……”점원의 설명은 물리학 교과서보다 어렵지만 잠시 후 손에 쥐어진 컵에는 정말로 조금은 쌉싸래한, 천사의 향과 악마의 맛을 지닌 뜨거운 커피가 찰랑인다. ‘오늘의 커피’라는 메뉴가 없었더라면 어찌 이 오묘한 맛을 볼 수 있었겠는가. 20세기 말,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SAV)이라는 생경한 세그먼트가 등장했다. ‘괜히 한번 붙여본 이름 아냐?’반신반의하던 낯설음은 한 순간 ‘SUV의 가죽을 덮어쓴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체험적 정의로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 대륙에서 날아온 두 대의 SAV를 만나기로 한 날 아침, 오늘의 커피는 ‘페어 트레이드 블렌드’였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이름의 커피를 마시면서, SAV라는 장르가 없었더라면 평생 몰랐을 오묘한 두 대의 차를 기다렸다. 캐딜락의 미래 담아낸 SRX의 스타일링 잘 꿰어진 첫 단추. 지난 1999년 북미국제오토쇼에 모습을 드러낸 BMW X5는 ‘SUV가 아님’을 극구 강조했다. SAV(Sports Activity Vehicle)라는 장르의 출발점. X5의 놀라운 달리기 실력과 경쾌한 발놀림은 겉으로 보인 SUV의 그것이 아니었다. X5는 오프로드에 뿌리를 둔 SUV의 전통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고속도로에서의 속도경쟁을 선언했다. X5라는 훌륭한 첫 단추를 끼우고 나자, 이 세그먼트의 성장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렉서스 RX330은 매끈한 성능에 세련미까지 더했고, 포르쉐 카이엔은 SAV라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무서운 성능을 과시했다. 그러는 사이 북미의 거인이 움직였다. SAV의 잉태를 지켜보았던 북미국제오토쇼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3년, 캐딜락 SRX라는 미래형 SUV를 맞았다. 어쩌면 캐딜락은 SUV의 고성능 경쟁을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X5가 모습을 드러낸 99년 북미국제오토쇼는, 다른 한편으로 캐딜락이 이보크(Evoq)라는 충격적인 컨셉트카를 앞세워 대변신을 선언한 무대이기도 했다. 이보크의 디자인 컨셉트는 결국 CTS라는 미래형 세단으로 현실화되었고, 오늘 SRX라는 절정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등장했다. SRX의 스타일링은 CTS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놀랍다. 완벽한 에지 스타일 보디라인은 차가우리만큼 냉정한 ‘직선미’를 자랑한다. 버티컬 타입 헤드램프와 필름 같은 질감으로 코팅한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버티컬 타입 안개등이 박힌 범퍼 등 앞모습은 CTS와 많이 닮았고 완전 직선으로 뻗은 보네트라인과 이어진 벨트라인은 무척 과감하다. SRX의 보디라인은 데뷔 5년이 가까워오면서 고전적인 분위기까지 풍기는 X5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C필러에서부터 해치게이트까지의 뒷모습.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해치게이트 각도가 예사롭지 않고, 점점이 박힌 바(Bar) 형태의 테일램프는 거의 충격적이다.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체 때문에 멀리서 보면 풀사이즈 왜건에 가까운 스타일링. 하지만 X5보다 길고 높은 차체는 18인치 타이어가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을 만큼 크다. 모양은 틀림없는 SUV 그대로인 채 남겨두고 고성능을 추구한 SAV가 아니라, 아예 스타일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크로스오버’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차가 SUV와 고성능 세단을 오가는 크로스오버인지, 과거의 캐딜락과 미래의 캐딜락을 오가는 크로스오버인지는 안팎을 좀더 살피며 생각해볼 일. SRX의 감각, X5의 매력 돋보인 인테리어 SRX를 만나기 전 CTS를 알지 못했다면 운전석 도어를 여는 순간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보디 스타일링에서 대시보드까지 파고든 에지라인은 보고 또 봐도 충격이다. 전체적인 운전석 인테리어 컨셉트는 지나치게 비슷해 아쉬울 정도로 CTS와 닮은 꼴. rpm 게이지와 속도계를 커다랗게 마련한 계기판 배치가 시원스럽다. 캐딜락의 최근 경향에 따른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무난하고 트립 컴퓨터와 CD 플레이어, 전자식 공조장치를 차례로 배치한 센터페시아의 기능성도 좋아 보인다. ‘INFO’ 버튼을 누르면 남은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와 평균연비, 엔진오일 및 미션오일 상태, 배터리 용량, 외부온도, 연료탱크에 남은 연료량까지 세세히 알려주는 트립 컴퓨터는 감동 수준. 어두운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곧장 헤드램프를 켜라고 채근하기까지 한다. 5km/X 를 오가는 연비는 트립 컴퓨터 쳐다보기를 두렵게 만들지만, 운전석에서 차 상태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만족도가 무척 크다. 만지기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플라스틱 질감이 느껴지는 대시보드 재질은 옥의 티. 실제로 손에 닿는 촉감이나 스위치 작동감은 그리 나쁘지 않아 시각적 마무리에 좀더 정성을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한 치장은 줄었어도 고급스런 질감을 잃지 않은 X5 운전석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부분. 세월을 뛰어넘어 미래형 인테리어에 맞선 X5의 감각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스타일링은 SUV의 정형에서 벗어났어도, 시트 구성은 SRX가 앞선다. 3열 7인승 배치는 드러난 수치만으로도 2열 5인승인 X5에 비해 유리한 레이아웃. 극장식으로 높이를 달리해 놓은 SRX의 시트는 캐딜락 특유의 두툼한 질감과 함께 몸에 착 붙는 스포티함을 전한다. 넉넉한 공간은 기본이다.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2인승 3열 시트는 유럽차라면 절대 쓰지 않을, 정말 미국적인 장비. 그러나 그 작동감과 완벽한 여닫힘은 미국차 마무리에 대한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6:4 분할접이식 2열 시트의 등받이는 3열 출입을 위한 오른쪽 자리를 빼고 폴딩 기능만 갖췄다. 왜건처럼 기다란 차체 덕에 2, 3열 시트를 접으면 마치 터널처럼 깊숙한 짐칸이 등장한다. 아무리 크로스오버지만 근본은 SUV인지라 차에 오르는 느낌은 제법 높은 편. 반면 시트에 앉는 순간, ‘그래도 SUV’라는 생각은 다시 한번 사라진다. 낮은 시트 포지션에 한번 놀라고, 몸을 폭 에워싸는 듯한 착석감에 또 한번 놀라다 보면 갈피를 잃기 십상. 사람들이 말하는 크로스오버란 바로 이런 감각인가. 센터페시아 뒤에 자리한 2열 시트용 DVD 모니터는 다시 한번 ‘예전의 미국차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납방식을 과시한다. 모니터를 아래로 접어 내리면 오디오 버튼 덮개로 변신하는 모습이 제법이다. 짐칸 쓰임새는 X5가 우위. 심플하게 다듬은 공간이 넉넉하고, 아래위로 나눠 열리는 해치게이트와 슬라이딩식 플로어는 다른 메이커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장점이다. SRX는 매끈한 가속감, X5는 박력 내세워 길이 약 5미터, 무게만 2톤을 넘는 SRX를 움직이는 유닛은 GM이 자랑하는 V8 4.6X 315마력 노스스타 엔진. 이 대배기량 유닛은 하이드라매틱 5단 AT, 풀타임 4WD 구동계와 조합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6천400rpm에서 나오고 42.7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는 4천400rpm에서 터진다. 최근 경향에 따라 VVT(Variable Valve Timing)를 더해 출력을 올리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 각지고 거대한 차체와 달리 시동음은 마치 속삭이듯 부드럽고 조용하다. 매끈한 아이들링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연비와 더불어 노스스타 엔진의 오랜 특징. 따끈한 팬케이크 위에서 녹아 내리는 버터와 시럽만큼이나 보들보들한 엔진음은 시속 60~80km 정속주행 때까지 이어진다. 시프트레버를 D레인지에 맞춰두고 서서히 가속을 하자 2천rpm 부근에 이르러 시속 100km에 이른다. 경쾌한 출발가속력은 덩치를 무색케 한다. 생각보다 풍절음도 크지 않은 편. 아웃슬라이딩 방식의 문루프와 루프랙, 초대형 사이드미러를 달았음에도 시속 120km 언저리에 달할 때까지 차안은 조용함을 잃지 않으나 그 이후 루프랙 쪽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 시속 140km쯤에서 꽤 커진다. 그래도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너무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2열 시트까지 후련하게 열리는 문루프의 개방감을 생각하면, 바람소리 좀 들린들 어떠랴. AT 모드에서 가속을 진행하자 시속 78km을 넘어서면서 2단으로, 다시 121km 부근에서 3단으로의 변속이 이뤄지고 약 168km에서 4단으로 올라선다. 변속 시점은 3천700~4천700rpm 사이. 5단에서 액셀 페달을 꾸준히 밟으면 시속 180km를 훌쩍 뛰어넘어 금세 시속 200km 문턱에 이른다. SRX의 트랜스미션을 MT 모드로 옮기면 각 단수에 따라 명확한 변속감이 절도 있게 전해온다. V8 노스스타 엔진도 매끈하지만, 그와 조합을 이룬 하이드라매틱 5단 AT 또한 발군이다. 기어를 각 단수에 고정시켜두고 엔진회전수를 레드존(6천500rpm)에 접근시키자 AT 모드 때처럼 1단에서 시속 78km, 2단에서 이미 120km에 도달한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맛에서 고속주행에 맞춰진 세팅임을 알 수 있다. X5 4.4i의 V8 4.4X 320마력 엔진은 SRX의 노스스타 엔진에 비해 넘치는 박력을 내세운다. 엔진 형식과 배기량은 같으나 제원상 최고시속은 SRX에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무르익은 엔진과 6단 AT가 손발을 맞춘 X5의 체감 직진가속력에는 파워가 넘치고, SRX는 짜릿하다. 달라진 캐딜락 진가 보여준 SRX의 서스펜션 급코너와 와인딩 로드에서 드러난 SRX의 속내는 가히 ‘쇼킹 캐딜락’이라 할 만하다. 유럽의 하이 퍼포먼스 SUV를 겨냥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키트에서 갈고 닦은 서스펜션과 하체는 달라진 캐딜락을 골백번 느끼게 해주었다. 판매대수 세계 1위 메이커의 저력은 숨길 수 없는 법. 스타일링과 인테리어가 제 아무리 깜짝선물이라 해도 이 차의 놀라운 하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최저지상고는 약 21cm. 쭉 뻗은 직선구간에서 시속 140km, 4천500~4천700rpm까지 가속을 계속하다 140도 정도로 굽어지는 완만한(속도를 생각하면 결코 완만하지만은 않은) 코너와 마주쳤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시프트다운을 했어도 이미 굽어진 도로 모퉁이가 시야를 가득 메운 상태라 머리 밑에 서늘해지는 찰나. 속도계 바늘은 여전히 시속 100km 부근에 걸쳐 있었으나, 은빛 로봇 같은 SRX는 너무나 매끄럽게 커브를 빠져나갔다.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기는커녕, 그 와중에도 오버스티어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할 말을 잃게 했다. 가슴 뛰던 운전석 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타이어 비명조차 없이 갑작스런 코너를 공략한 SRX의 비책은 노면상태에 따라 초당 최대 1천 번이나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20.0:1인 스티어링 비(피니언 대 랙의 비율)는 스피디하지 않으나, 급코너에서 집중되는 하중 저항력이 크고 이를 수월하게 배분하는 효과가 있어 든든한 몸놀림을 뒷받침한다. 저속에서는 전형적인 미국차처럼 조금 출렁이며 부드럽기만 하다가, 고속으로 올라가면서 서서히 감쇄력을 높이며 본색을 드러내는 이 놀라운 전자 서스펜션 시스템에 힘입어 SRX는 핸들링 머신 BMW보다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트럴에 가까운 앞뒤 무게배분(52:48)도 빼놓을 수 없는 비장의 무기. 연속적인 와인딩도, 90도로 꺾인 급코너도 거칠 게 없었다. 20세기 말 등장한 BMW X5가 SAV의 정의를 가르쳐주었다면, 21세기 초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에서 태어난 캐딜락 SRX는 든든한 밑거름 위에 훌륭하게 자라난 SAV의 완성판을 제시했다. 이 차가 SUV임에도 캐딜락 라인업에서 가장 스포티한 차로 꼽히는 이유를 알기까지는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하이퍼포먼스 SUV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SUV 시승을 앞두고는 반드시 목욕재계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취재 협조: GM 코리아 ☎ (02)3408-6303, BMW 코리아 ☎ (02)3441-7800 캐딜락 SRX BMW X5 4.4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950×1844×1722 4667×1872×1707 휠베이스(mm) 2957 2820 트레드(mm)(앞/뒤) 1572/1580 1578/1578 무게(kg) 2050 2120 승차정원(명) 7 5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 최고출력(마력/rpm) 315/6400 320/6100 최대토크(kg?m/rpm) 42.7/4400 44.9/370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배기량(cc) 4572 4398 보어×스트로크(mm) 93.0×84.0 92.0×82.7 압축비 10.5 ←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분사 ← 연료탱크크기(L) 75.7 93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 타이어 235/60 R18, 255/55 R18 모두 255/55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⑥/? 3.420/2.215/1.6001.000/0.750/-/3.020 3.170/2.340/1.5201.140/0.870/0.690/3.400 최종감속비 3.230 4.100 변속기 자동5단 자동6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40 210 0→시속 100km 가속(초) - 7.0 연비(km/L) 8.5 9.4 Price 8,680만 원 1억1,020만 원
기아 쏘렌토 vs 쌍용 렉스턴 ②비교시승 - 자동 .. 2004-04-20
프롤로그 - 뿌리 찾기 쏘렌토의 자동기어가 4단에서 5단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돌 때, 쏘렌토 동호회에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4단 AT는 일본의 도요타 계열사인 아이신에서 만들었지만 5단 AT는 국산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지 몰라도 국산 자동기어 특히 현대자동차(지금은 기아도 거의 같은 트랜스미션을 쓴다)의 AT는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찍혀 왔다. 90년대 후반 품질이 많이 개선되어 요즘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좋지 않은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쏘렌토에 올라간 5단 AT는 현대 파워텍이라는 현대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순수 국산이 아니라 일본 자트코(JATCO)의 닛산 시마용 AT를 바탕으로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현대·기아 그룹에도 수동 기능이 있는 5단 자동기어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쓰비시의 자동·수동 겸용 기어인 인벡스(INVECS)를 바탕으로 한 앞바퀴굴림용(세로배치 엔진)이다. 이 때문에 뒷바퀴굴림(세로배치 엔진)을 위한 자동·수동 겸용 트랜스미션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따랐다. 이런 이유로 기술 이전이 쉽고 성능이 우수한 자트코 제품을 쏘렌토에 맞도록 손본 것이다. 쌍용 렉스턴은 벤츠제를 그대로 쓴다. 쌍용은 93년 무쏘를 내놓을 때부터 벤츠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들여와 조립해 얹었다. 벤츠제 5단 AT는 쌍용이 체어맨을 개발하면서 직렬 6기통 3.2X 220마력 엔진을 위해 점찍어 둔 트랜스미션으로, 엔진과 섀시가 완성된 차를 독일로 보내 거기에 맞게 벤츠에서 개발했다. 기계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변속 프로그램까지 모두 벤츠에서 담당했다. 구형 4단 AT와의 비교 두 차 모두 구형이 된 4단 AT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쏘렌토의 4단 AT는 운전습관에 따라 변속시기를 조절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있지만 저속에서 1단, 혹은 2단으로 변속이 자주 일어나고 4단 오버드라이브로 넘어가려면 시속 85km 이상이 되어야 하는 등 엔진과 조화되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렉스턴의 호주제 BTRA 4단 AT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구형 무쏘의 벤츠제 트랜스미션이 더 낫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4단과 5단 AT의 가장 큰 차이는 기어 단수가 하나 늘어난 것 외에 수동 기능이 더해진 점이다. 기어 레버를 밀고 당기는 것만으로도 AT의 편리함과 MT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고급차에 달리는 AT는 대부분 인공지능 기능을 갖췄고, 쏘렌토와 렉스턴의 5단 AT도 예외는 아니다. 언덕을 오를 때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도 기어가 올라가 다시 가속을 할 때 킥다운이 걸리는 번잡함을 없앴다. 그리고 내리막에서는 기어를 낮춰 브레이크에 걸리는 부담을 줄인다. 실제로 달려 보니… 시승에 나온 쏘렌토는 3천500km를 달린 TLX 모델로 파트타임 4WD를 얹었다. 자동기어 겉모양은 현대 싼타페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뒷바퀴굴림을 바탕으로 해 내용은 전혀 다르다. 계기판의 기어 표시는 읽기가 조금 불편하다. ‘P-R-N-D’로 따로 표시가 되고, 레버를 옆으로 밀면 기어 단수가 숫자로 나타난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뻑뻑한 기어 레버나 수동 모드의 반응이 빠르지 않은 것이 의외이다. 하지만 수동 모드를 선택했을 때, 3단 혹은 2단에서 엔진 브레이크가 확실하게 걸린다. 액셀 페달을 밟아 가속하면 기어가 올라가지만 3천500rpm이 넘도록 차를 다잡는 실력을 보인다. 긴 내리막을 달릴 때 브레이크의 부담을 줄여 줄 것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넉넉함’이다. 3월 말 소비자보호원이 내린 권고안에 따라 ECU 인젝터 코드를 바꾸면 갈갈거리는 소음이 줄어들 것이다. 출발 때 액셀 페달을 밟으면 생각만큼 속도가 빨라지지 않지만 최대토크가 나오는 2천rpm을 넘으면서 힘차게 달린다. 4천rpm 조금 못 미치는 시점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충격이 작은 대신 자동기어가 직접 연결되는 시점이 약간 늦어 연비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트랜스미션이 미끄러진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토크 컨버터에 큰 충격이 전해지는 것을 막아 수명을 늘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큰 단점은 아니다. 9천500km를 달린 뉴 렉스턴은 풀타임 4WD인 TOD 시스템을 얹었다. 계기판에는 전자식으로 기어 포지션이 나타나고 D모드라고 해도 D1에서 D5까지 사용되는 기어가 표시된다. 한 자리에서 글자 모양이 바뀌어 눈에 쉽게 들어온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기자에게는 렉스턴의 좌우(오른쪽 +, 왼쪽 -)로 움직이는 방법이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변속 프로그램은 낯설다. D에 놓고 달리는 도중 기어가 2단 혹은 3단에 있을 때, 기어를 낮춰 엔진 브레이크를 쓰려고 레버를 왼쪽으로 당기면 기어는 4단을 표시한다. 마치 ‘수동 모드는 4단부터’라고 강요하는 듯 하다. 다시 레버를 당겨야만 기어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반응이 상당히 빨라 불만은 없지만 한 번만 레버를 내리면 되는 쏘렌토와 비교할 때 번거롭다. 또 엔진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야트막한 언덕을 내려갈 때는 수동 모드라도 저절로 기어가 올라가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수동 모드만큼은 운전자의 판단에 맡겨 두었다면 더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을 하면 쏘렌토는 1∼2단 시속 40km 부근, 2∼3단 60km, 3∼4단은 110km 정도에서, 렉스턴은 시속 45km, 65km, 120km로 전체적으로 높은 속도에서 변속이 된다. 기어비의 차이 때문이지만 엔진과의 조화를 생각할 때 토크가 크고 100kg 정도 가벼운 쏘렌토가 렉스턴보다 출발 가속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중속 이후에는 3천200rpm까지 최대토크를 유지하는 렉스턴의 가속력이 좋고, 마력수가 큰 만큼 최고시속도 더 높다. 에필로그 - 벤츠 트랜스미션에 대한 아쉬움 요즘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부품을 국내에서 만들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국산이나 해외 제작품 모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택된 것이기 때문에 품질은 믿을 만하다. 소비자에게는 ‘적당한 값에 사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다. 그런 면에서 4단 AT가 5단으로 바뀌면서 값이 어느 정도 올랐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쏘렌토는 172만 원에서 202만 원, 렉스턴은 188만 원에서 260만 원(모두 양방향 시동키 포함)으로 뛰어 올랐다. 렉스턴의 5단 AT는 적지 않은 로열티가 포함된 값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달려 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기에 값 차이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쏘렌토는 구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성능까지 나아져 렉스턴보다 좋은 점수를 얻었다. 기어 표시 방법이나 뻑뻑한 레버만 손질하면 국내 수준에 잘 맞는 제품이 될 것이다. 지난 1∼2월 렉스턴은 2천899대 팔렸다. 반면 쏘렌토의 판매는 두 배가 넘는 5천915대다. 렉스턴은 170마력 엔진과 5단 AT를 자랑으로 내세우지만 많이 팔리는 차는 120마력 엔진과 4단 AT를 단 모델이다. 판매가 떨어지는 이유는 ‘비싼 값’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 속에는 수입 부품의 값도 포함되어 있다. 외국 것을 사서 쓰는 것이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탄탄한 독자기술이 필요하다.
현대 스타렉스 RV 기아 봉고Ⅲ 코치 다재다능한 .. 2004-03-22
프롤로그 국내 첫 원박스카는 1981년 등장한 기아 봉고 코치다. 밴형인 코치와 1톤 트럭으로 선보인 봉고는 강제적인 자동차산업 개편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기아를 되살려내 ‘봉고신화’라는 말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봉고신화는 86년 12월 현대가 내놓은 그레이스에 발목을 잡히면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기아는 같은 해 봉고 코치의 후속 베스타를 선보여 그레이스에 맞섰고, 이후 두 모델이 국내 원박스카 시장을 이끌었다. 95년 만년 2위의 베스타는 프레지오에 바통을 건네 전열을 가다듬는다. 프레지오의 등장으로 원박스카 시장이 기아 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97년 현대가 스타렉스라는 신무기를 내세워 기아를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스타렉스는 미쓰비시 델리카 스페이스기어를 기초로 한 세미 보네트 타입으로 국내 원박스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디젤 엔진(휘발유 엔진은 그랜저와 공유)과 섀시는 그레이스의 것을 썼지만 스타일만으로도 프레지오를 누르기에 충분했다. 기아는 최근 봉고신화를 다시 쓰기로 했다. 지난 1월 말 프레지오 후속을 선보이고 원박스카 시장에서의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이름도 ‘봉고Ⅲ 코치’로 바꾸어 봉고신화를 재건하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 때맞춰 현대가 앞모습을 바꾸고, 편의장비를 더한 2004년형 스타렉스를 내놓아 봉고Ⅲ 코치에 맞서는 형국이 되었다. 봉고Ⅲ 코치가 스타렉스에 라이트 훅을 날릴 수 있을 것인가. 현대 스타렉스 RV 9인승 2WD GRX(AT)와 기아 봉고Ⅲ 코치 12인승 LTD(MT)를 통해 가능성을 따져 보았다. 현대 스타렉스 안정된 달리기, 짜임새 있는 인테리어 2004년형 스타렉스는 앞모습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중심으로 변화를 꾀했고, 엔진과 편의장비, 달리기 성능은 이전과 같다. 직사각형에 가깝던 헤드라이트를 사다리꼴로 키우고, 보네트와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어지는 굵은 캐릭터 라인을 넣어 참신한 모습이다. 안개등도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꼼꼼히 챙겨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인터쿨러를 위한 흡기구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대신 기아 엑스트렉처럼 세미 보네트 안쪽에 두 줄의 넓적한 파이프를 매달아 인터쿨러로 공기를 보내게끔 했다. 이 때문에 보네트가 약간 높아져 앞모습이 뭉툭하다. 계기판에 트립 컴퓨터를 더하고 숫자의 색을 짙게 하는 등 시인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의 초점을 맞추었다. 센터페시아 패널은 은색으로 꾸며 세련미를 더했다. LCD 모니터가 포함된 고급 오디오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1열과 2열 시트백에 기아 카니발과 같은 간이선반을 단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선반 밑에 댐퍼가 달려 음료수나 컵을 올려 놓을 수 있다. 스타렉스는 2002년 1월부터 2.5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얹혔다. 기아 쏘렌토와 같이 쓰는 스타렉스의 CRDi 엔진은 저속영역에서 연료분사 압력을 높인 보쉬의 2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써서 연비와 출력을 높였다. 고압 연료를 두 번에 나눠 뿜는 파일럿 분사방식으로, 실린더 안의 연소충격을 줄여 소음과 진동이 작다. 여기에 더해 엔진을 운전석 앞쪽 밑에 배치해 정숙성이 높다. 실제로 스타렉스는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고, 디젤임을 알리는 작은 엔진음만 들릴 뿐이다. 2천497cc 커먼레일 디젤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3천800rpm, 최대토크 33.0kg·m/2천rpm, 최고시속 162km의 성능을 낸다. 스타렉스는 출발이 경쾌하고 빠르지만 소음이 조금 크다. 엔진음은 어느 정도 가속도가 붙고, 기어가 3단 이상 되어야 잦아든다. 소음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저속에서 액셀 페달의 깊이만큼 정확하게 반응하고 뛰어난 순간 가속력을 보인다. 시속 60km 정도로 정속주행하다 킥다운하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3천800rpm 언저리까지 엔진 회전수가 급히 오르면서 시원하게 가속된다. 시속 100km가 넘으면 가속이 느려진다. 시승이 끝난 뒤에도 스타렉스의 여운이 남는 것은 안정감이 뛰어난 서스펜션 때문이다. 속도에 상관없이 항상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서스펜션은 봉고Ⅲ와 같은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타입이다. 스타렉스는 거친 노면에서도 흔들림이 없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굴절이 심한 코너 정점을 통과하기 직전 차체가 밖으로 쏠리도록 액셀 페달을 밟는 심술을 부려 보았지만 좀처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고속으로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도 약간의 롤링만을 보여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2, 3열 시트를 풀 플랫하거나 3열 시트를 간단히 접어 올렸을 때 충분한 짐공간이 생기는 시트 구성도 스타렉스의 장기다. 12인승은 봉고Ⅲ 코치처럼 4열 벤치시트를 달아 시트구성이 거의 같다. 기아 봉고Ⅲ 코치 커먼레일 엔진으로 힘차고 경쾌하게 달려 기아가 봉고Ⅲ 코치를 통해 내세운 카드는 델파이제 커먼레일을 단 디젤 엔진이다. 이는 RV에 불어닥친 커먼레일 열풍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올해부터 15인승 이하 승합차의 배기가스 규정이 유로3 수준으로 크게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봉고Ⅲ 코치의 2천902cc 커먼레일 디젤은 카니발Ⅱ의 것으로, 최고출력 123마력/3천800rpm, 최대토크 25.0kg·m/2천rpm, 최고시속 155km의 성능을 낸다. 프레지오의 직렬 4기통 2천957cc 디젤 엔진(최고출력 90마력/4천rpm, 최대토크 19.5kg·m/2천200rpm, 최고시속 140km)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커 기대가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시동을 걸었더니 소리부터 다르다. 그렁그렁한 소리 대신 카랑카랑한 커먼레일 특유의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엔진을 1열 시트 아래 얹은 것을 감안해도 방음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선 원박스카의 고질적인 엔진소음을 커먼레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출발은 매우 경쾌하다. 사람을 태우지 않은 상태에서 1단으로 출발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2단 출발도 거뜬하다.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떼고 액셀 페달을 꾹 밟았더니 ‘쉬리릭∼’ 터빈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트랜스미션의 3단과 4단을 오르내리면서 잠시 미니버스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특히 봉고Ⅲ 코치가 3단에서 보여준 추월가속은 재미의 수준을 넘어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을 느끼게 했다. 3단에서 풀 드로틀하면 엔진 회전수가 4천rpm(레드존 4천500rpm 이상) 가까이 치솟으며 계기판의 바늘을 빠르게 이동시킨다. 보어×스트로크 97.1×98.0mm로 스퀘어 스트로크에 가까운 엔진과 수동기어의 장점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다음은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4단으로 정속주행. 시속 70∼80km로 차분히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엔진음이 작으니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듣는 데에도 방해되지 않는다. 따분한 마음에 5단으로 변속해 속도를 높였다. 시속 140km까지는 어려움 없이 가속되지만 이후부터는 반응이 더디다. 제원표에는 155km가 최고시속이지만 시승 중 시속 160km를 넘었다. 서스펜션 성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속도가 오를수록, 노면이 거칠수록 롤링(양옆으로 뒤뚱거리는 현상)과 피칭(앞뒤로 흔들리는 현상), 요잉(좌우로 흔들거리는 현상)이 뒤섞여 나타나 안정감이 떨어졌다. 구형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 코일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를 더했다고 하지만 높아진 출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작은 코너에서도 요잉이 컸다. 엔진과 함께 실내 편의장비도 여러 개 더해졌다. 슬라이딩 도어는 열린 상태에서 저절로 닫히지 않도록 걸림장치를 달아 안전성을 높였고, 운전석 윈도는 원터치 방식으로 열린다. 봉고Ⅲ 코치의 가장 큰 매력은 4열 시트를 갖추어 많은 사람이 넉넉하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슬라이딩 도어가 커 출입이 쉽고, 3, 4열에서도 개방감이 뛰어나다. 에필로그 90년대 말 한국사회는 IMF로 대변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2001년 43.4%에서 2002년 44.6%로 크게 늘어났다. 각종 학원, 음식점은 물론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원박스카는 중요한 사업수단이다. 자영업자들의 사업 파트너를 생각하면 봉고Ⅲ 코치가 유리해 보인다. 애초 미니버스로 설계되어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세부 모델도 3, 6인승 밴과 12, 15인승 등 쓰임새를 고려해 여러 가지가 나온다. 커먼레일 엔진으로 충분한 파워를 확보했으니 금상첨화. 그러나 스타렉스도 만만치 않다. 우선 3, 6인승 밴부터 7∼12인승까지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엔진은 터보 인터쿨러와 커먼레일 두 가지가 있고, 2WD와 4WD로도 나뉘어 16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레저용으로 기준을 정한다면 스타렉스가 훨씬 유리하다. 넉넉한 엔진 성능에다 승용 세단처럼 안정된 달리기 성능을 갖추었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 출퇴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참고로 지난 97년에서 2002년까지의 판매대수는 스타렉스 50만6천619대, 프레지오 18만5천794대로 스타렉스가 훨씬 많다. 현대 스타렉스 RV 기아 봉고Ⅲ 코치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95×1840×1885 4900×1810×1980 휠베이스(mm) 2810 2580 트레드(mm)(앞/뒤) 1570/1545 1550/1540 무게(kg) 2078 2035 승차정원(명) 9 12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 최고출력(마력/rpm) 145/3800 123/3800 최대토크(kg·m/rpm) 33.0/2000 25.0/2000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 배기량(cc) 2497 2902 보어×스트로크(mm) 91.0×96.0 91.1×95.0 압축비 - 20.5 연료공급장치 전자식연료분사 ← 연료탱크크기(L) 65 70 Chassis 보디형식 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ABS) 디스크/드럼 타이어 205/60 R15 205/70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2.804/1.531/1.0000.705/-/2.393 4.270/2.282/1.4141.000/0.813/3.814 최종감속비 - 3.909 변속기 자동4단 수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62 155 0→시속 100km 가속(초) - - 연비(km/L) 10.6 10.5 Price 1,676만 원(최고급 Ⅰ형) 1,430만 원(LTD)
JEEP GRAND CHEROKEE 2.7CRD, L.. 2004-03-19
제대로 된 오프로더를 몰고 흙다운 흙을 밟아 본 것이 얼마 만인가. 최근 나오는 SUV들은 거의가 도시형이다 보니 시승은 대부분 온로드에서 치러졌다. 오프로드 기능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고가의 차를 험로에 처박을 만큼 내구성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랜드로버나 지프는 오랜 세월을 거쳐 신뢰성이 증명된 차인 만큼 믿음직스럽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국내 시장에 어울리는 디젤 모델이다. 디스커버리는 2000년 초 수입차로는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얹었고, 그랜드 체로키는 올해 2.7 CRD가 국내에 들어와 전통의 두 강호가 디젤차 시장에서도 맞붙게 되었다. 수입 SUV로는 그밖에 벤츠 M클래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랜드로버 프리랜더가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폭스바겐 투아렉 V10 TDI은 11월쯤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달리기 시작하면 그랜드 체로키의 시원스런 주행성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4천rpm이 넘는 고회전 영역에서 이토록 박력 있는 몸놀림이라니…. 벤츠 ML270 CDI와 같은 파워 트레인을 쓰면서 무게는 덜 나가니 가뿐한 것은 당연하다 파워 트레인은 벤츠와 랜드로버의 대결 1993년 첫선을 보인 그랜드 체로키는 99년 모델 체인지되었고 올해 말 3세대가 등장할 예정이다. 신형은 새 M클래스와 함께 새로 설계한 모노코크 섀시를 쓴다. 2.7 CRD는 98년 크라이슬러와 벤츠 합병 직후 등장한 유럽형으로, 휘발유 모델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생산된다. 외관과 실내는 휘발유 모델과 다를 것이 없지만, 리미티드가 아닌 라레도 모델이 수입되어 수동식 에어컨에 직물시트를 달고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시트백 포켓도 없는 수준이다. 휘발유 엔진의 리미티드가 이미 팔리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4천만 원대라는 차값에 너무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디스커버리는 89년 데뷔해 98년 2세대가 나왔고 지난해 700개의 부품이 바뀌는 등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를 거쳤다. 알루미늄 차체는 시리즈Ⅱ부터 도어 패널이 스틸로 바뀌었다. 2003년형은 랜드로버 패밀리룩을 강조한 헤드램프와 그릴이 새롭다. 7인승 실내는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 편의장비도 풍부하지만 열선 시트·파워 윈도 조절버튼이 여전히 센터콘솔에 자리해 불편하다. 디스커버리 역시 올해 말 신형이 나올 예정이어서 SUV의 판매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이번 비교시승이 벤츠와 랜드로버의 대결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의 직렬 5기통 2.7X 커먼레일 엔진과 자동 5단 트랜스미션은 같은 그룹의 벤츠에서 가져온 것으로, 한국 배기가스 규정에 맞춰 약간 손보았다. 최근 디젤 엔진에 거의 필수적으로 따라 붙는 커먼레일은 휘발유 엔진의 연료분사장치처럼 초고압(1천300∼1천600바)의 연료를 각 실린더에 달린 전자식 분사밸브로 보내는 장치다. 각 인젝터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관(축압기) 이름을 따서 ‘커먼레일’이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을 얹은 직분사 엔진은 일반 디젤 엔진에 비해 성능과 연비가 뛰어날 뿐 아니라 배기가스도 적어 국산 SUV도 상당수가 커먼레일 직분사 엔진을 얹고 있다. 디스커버리에 쓰인 직렬 5기통 2.5X 디젤 터보 엔진은 랜드로버가 BMW 산하로 들어가기 전인 93년 개발에 들어갔다. 똑같은 직분사 방식이지만 커먼레일을 쓰지 않고 전자식 유닛 인젝션(EUI)으로 연료분사주기와 속도를 제어한다. 두 차 모두 터보는 가렛트제다. 그랜드 체로키의 주행성능은 감동적인 수준 최고출력은 그랜드 체로키 2.7 CRD(이하 그랜드 체로키)가 163마력으로 디스커버리Ⅱ Td5(이하 디스커버리)의 138마력보다 25마력 높다. 마력수에 비해 최대토크는 그랜드 체로키 40.8, 디스커버리 34.0kg·m으로 격차가 작은 편이다. 짐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 무게는 그랜드 체로키(2천40kg)가 디스커버리(2천205kg)보다 가벼워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에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시트 포지션을 비교해 보았다. 크로스컨트리 이미지가 강한 두 차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차이가 크다. 디스커버리가 그랜드 체로키보다 확실히 오프로더답다. 시트가 꽤 높고 대시보드가 낮아서 보네트 끝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오프로드에서 유리하다. 이렇게 내려다보는 자세를 가리켜 랜드로버는 ‘커멘드 드라이빙 포지션’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듀얼 선루프와 알파인창이 한몫 하는 시원한 개방감은 오프로더의 매력을 한층 높여 준다. 선바이저의 지도 보관함이라든가 뒷좌석 천장의 그물 주머니, 어느 자리에서나 손을 뻗으면 닿는 손잡이에서도 카멜 트로피에서의 오랜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는 전체적으로 승용차 타입이다. 운전석 높이와 핸들 두께, 전후방 시야 등이 적당하고 레그룸도 손색없다. 하지만 시트가 지나치게 푹신하고 동양인에게도 작은 크기여서 안락성이 떨어진다. 그랜드 체로키를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왼발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달리기 시작하면 그랜드 체로키의 시원스런 주행성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4천rpm이 넘는 고회전 영역에서 이토록 박력 있는 몸놀림이라니…. 벤츠 ML270 CDI와 같은 파워 트레인을 쓰면서 무게는 덜 나가니 가뿐한 것은 당연하다. 0→시속 100km 가속만 봐도 10.5초로 디스커버리(17.1초)와는 비교가 안 될 뿐더러 웬만한 휘발유차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다. 디스커버리는 상대적으로 가속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힘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급가속 때 보이는 다소 굼뜬 반응은 가렛트제 터보가 재빨리 보상해 준다. 오르막 포장도로에서는 기어 단수를 낮춰도 힘이 부족한 편이다. 다소 헐거운 핸들 유격, 묵직한 액셀 감각 등에서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오프로드 위주의 설정을 읽을 수 있다. 최신 도시형 SUV들에 비하면 핸들링은 두 차 모두 평균을 약간 밑돈다. 그랜드 체로키의 서스펜션은 유러피언 스타일로, 쇼크 업소버의 압력 쇼크를 줄였다지만 무른 감이 있다. 디스커버리 역시 롤링과 피칭이 느껴진다. 그래도 전자식 주행안전장치가 없는 그랜드 체로키에 비하면 차체 쏠림을 줄여 주는 능동적 코너링 향상장치(ACE) 덕분에 더 나은 핸들링을 보인다. 브레이크 성능은 둘 다 수준급. 특히 그랜드 체로키는 냉각상태의 제동력이 돋보였다. 실내 정숙성은 그랜드 체로키가 뛰어났다. 그럼에도 디스커버리의 엔진음이 더 용서되는 것은 왜일까. 그랜드 체로키의 경우는 ML270 CDI보다 떨어지는 소음처리가 단점으로 여겨지는 반면 디스커버리의 엔진소리는 야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엔진음색이나 차의 성격에서 오는 감성적인 느낌 차이라고나 할까. 요즘 보기 드문 오프로드 성능과 국내 시장에서 매력적인 디젤 엔진.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차가 그랜드 체로키와 디스커버리다. 값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연비 또한 그랜드 체로키 9.3, 디스커버리 8.7km/X 로 훌륭한 수준이다 디스커버리, 오프로드 성능 유감 없이 발휘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두 차 모두 숨은 실력을 드러낸다. 그랜드 체로키의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에서 승차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와 달리 디스커버리는 요철에 정직하게 반응하면서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도 두 차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트랜스퍼 기어를 ‘로’에 두면 언덕을 거뜬히 올라가고 여유 부리며 내려와 운전이 즐겁다. 오르막에서는 두 차의 성능이 비슷하지만 내리막에서는 디스커버리의 속도가 더 낮아 안정감 있다. 긴 내리막에서는 HDC(내리막주행장치)를 작동시켜 속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지만, 작동시점이 늦어 짧은 경사로에서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좀더 거친 험로에 들어설 경우 디스커버리에 앉았을 때 마음이 더 놓이게 된다.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에는 ‘콰드라 드라이브 시스템’이 달리지만, 라레도는 단순한 풀타임 4WD인 ‘콰드라 트랙Ⅱ’를 쓰기 때문이다. 참고로 콰드라 드라이브 시스템을 달 경우 한 바퀴만 땅에 닿아 있으면 탈출이 가능하다. 디스커버리는 풀타임 4WD(랜드로버 용어로 영구 4WD)에 HDC뿐 아니라 험로 탈출에 요긴한 센터 디퍼렌셜 록장치를 갖췄고, 서스펜션도 뒤쪽만 4cm 올릴 수 있다. 장애물을 통과할 때 접근각보다 이탈각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경험자라면 알 것이다. 센터 디퍼렌셜 록은 시리즈Ⅱ부터 자동으로 바뀌어 운전 재미가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핸들 조작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어 안전하게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요즘 보기 드문 오프로드 성능과 국내에서 매력적인 디젤 엔진. 두 요소를 모두 갖춘 차가 그랜드 체로키와 디스커버리다. 수입차치고는 값도 그랜드 체로키 4천980만 원, 디스커버리 5천640만∼6천690만 원으로 저렴한 편. 올해까지 디스커버리는 세금혜택도 받는다. 연비 또한 그랜드 체로키 9.3km/X, 디스커버리 8.7km/X 로 훌륭한 수준이다. ‘수입차 고객이 유지비에 신경 쓸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판매 중인 디젤 모델이 해당차종의 ‘주력’이라는 데서 높은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기름값만 절약된다면 수입차 시장에서 외면당한다. 그만큼 성능과 품질이 뒷받침되었다는 뜻이고 이번 시승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랜드 체로키의 날랜 달리기 성능은 인기 예약티켓이나 다름없다. 시승차 협조 : 다임러크라이슬러한국 (02)2112-2655 로열 오토모빌 (02)3477-1007 지프 그랜드 체로키 2.7 CRD 라레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Ⅱ Td5 ES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15×1860×1710 4705×1895×1980 휠베이스(mm) 2690 2540 트레드(mm)(앞/뒤) 모두 1510 1540/1560 무게(kg) 2040 2205 승차정원(명) 5 7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CRDi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직분사 최고출력(마력/rpm) 163/4000 138/4200 최대토크(kg·m/rpm) 40.8/1800~2600 34.0/195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배기량(cc) 2685 2495 보어×스트로크(mm) 88.0×88.3 84.5×89.0 압축비 18.0 19.5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크기(L) 78 93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 서스펜션 앞/뒤 트레일링 암/3링크 모두 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 타이어 225/75 R16 255/55 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590/2.190/1.4101.000/0.830/3.160 2.480/1.480/1.0000.728/-/2.086 최종감속비 3.550 3.538 변속기 자동5단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90 157 0→시속 100km 가속(초) 10.5 17.1 연비(km/L) 9.3 8.7 Price 4,980만 원 6,690만 원
가렛트 무쏘 602 터보 vs 마스타지프 렉스턴 터.. 2004-03-17
튜닝카를 시승할 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순정 상태의 차와 맞비교하기가 힘들고, 스포츠 머플러와 오픈형 필터를 끼웠을 경우 웅장한 소리 때문에 차가 ‘빠르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또 이제 막 작업이 끝난 튜닝카는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아 과격한 테스트 중에 차가 주저앉기도 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가렛트의 데모카(무쏘)와 인천 마스타지프의 터보 튜닝카(렉스턴)다. 무쏘는 94년형으로 가렛트에서 자체 개발한 ‘볼트 온 터보’ 키트를 얹었다. 터빈과 인터쿨러를 새로 얹고 에어로파츠를 단데다 앞뒤 모습을 신형 무쏘처럼 바꾸어 놓는 등 변화의 폭이 크다. 반면 마스타지프의 렉스턴은 2인치 늘어난 18인치 휠과 고속용 타이어를 끼우고 특기인 서스펜션 튜닝으로 차를 단단하게 다져 야무진 모습이다. 170마력의 뉴 렉스턴 앞지르다 쌍용 렉스턴은 고급스러운 외관과 내장을 갖췄음에도 현대자동차의 테라칸과 비교해 ‘구형 엔진’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했다. 새로 개발한 3세대 커먼레일 엔진을 얹은 렉스턴 RX5는 국산 디젤 SUV로는 최고인 170마력의 최고출력을 갖춰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쌍용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커먼레일 엔진의 렉스턴은 기본모델인 RX5 EDi 고급형 수동기어가 2천163만 원이고, 최고급형 노블레스는 5단 자동기어가 기본이지만 크롬 알루미늄 휠, 내비게이션 등 몇 가지 옵션을 더하면 4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차를 팔고 새로 살 경우 추가되는 세금과 차값 부담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튜닝카와 신형의 비교는 그래서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국산 SUV 중에서 가장 출력이 높은 뉴 렉스턴을 앞지른 튜닝카. 신형의 성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개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튜닝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튜닝카를 시승할 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순정 상태의 차와 맞비교하기가 힘들고, 스포츠 머플러와 오픈형 필터를 끼웠을 경우 웅장한 소리 때문에 차가 ‘빠르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또 이제 막 작업이 끝난 튜닝카는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아 과격한 테스트 중에 차가 주저앉기도 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가렛트의 데모카(무쏘)와 인천 마스타지프의 터보 튜닝카(렉스턴)다. 무쏘는 94년형으로 가렛트에서 자체 개발한 ‘볼트 온 터보’ 키트를 얹었다. 터빈과 인터쿨러를 새로 얹고 에어로파츠를 단데다 앞뒤 모습을 신형 무쏘처럼 바꾸어 놓는 등 변화의 폭이 크다. 반면 마스타지프의 렉스턴은 2인치 늘어난 18인치 휠과 고속용 타이어를 끼우고 특기인 서스펜션 튜닝으로 차를 단단하게 다져 야무진 모습이다. rpm 계기 한계선까지 밀어붙이는 저력 가렛트 무쏘 602 터보 엔진 : 직렬 5기통 2.9X 디젤, 가렛트 ‘볼브 온 터보’ 키트 추가 무쏘 튜닝카의 핵심은 새로 얹은 볼트 온 터보 키트에 있다.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쳐 제품화된 이 키트는 170마력까지 소화할 수 있는 가렛트제 T-028 디젤 전용 터빈에 역시 가렛트제 듀얼 코어 인터쿨러(300마력까지 가능)를 더한 것이다. 무쏘는 인터쿨러가 라디에이터 앞쪽에 자리해 있다. 가렛트 터보 키트는 여기에 맞춰 간단하게 넣을 수 있으면서도 용량을 키워 냉각효율을 높였다. 97년 말 처음 나온 2.3X 및 2.9X 디젤 터보 인터쿨러 엔진을 얹은 무쏘는 볼트 몇 개만 풀어 간단하게 교환할 수 있다. 시승차와 같이 터보가 달리지 않은 자연흡기 엔진에도 달 수 있다. 터빈에서 인터쿨러로, 다시 인터쿨러에서 흡기 매니폴드로 들어가는 파이프를 새로 만들어 달면 된다. 전체 비용은 3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가렛트 터보를 판매하는 (주)코넷인크의 지정 장착점을 통해 한나절이면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쏘 수동기어를 기준으로 섀시 다이나모에서 잰 출력은 136마력. 구동계통의 손실 마력을 계산한 메이커 기준으로 하면 150마력 정도다. 처음 차를 움직이면서 어색한 클러치 때문에 두어 번 울컥거렸다. 출력이 높아지면서 순정 클러치가 가속을 견디지 못해 동판 클러치 디스크로 바꾸었다고 한다. 동판 디스크는 반클러치를 거의 쓸 수 없어 매끈한 출발이 어렵지만 일단 클러치가 연결되면 미끄러지는 일이 없어 동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 가속성능이 가장 인상적인 기어는 3단과 4단이었다. 디젤 SUV는 기어비가 낮은 1단과 2단에서는 그럭저럭 가속이 되다가 속도가 올라가는 3단 이상에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터빈과 인터쿨러를 새로 단 튜닝카는 3단까지 가속의 차이가 거의 없고, 4단과 5단에서도 rpm 게이지의 바늘을 레드존인 4천500rpm까지 간단하게 밀어붙인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순정 무쏘는 5단에서 4천rpm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렛트 터보를 단 시승차는 넉넉한 힘으로 앞에 가는 170마력의 뉴 렉스턴(순정차)을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부스트 게이지에 뜨는 최고 과급압은 1.4바. 순정 상태의 0.6바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고 그에 따라 출력도 상당히 올라갔다. 터빈이 커지면 터보 랙이 생기기 마련이다. 3단 기어를 넣고 아이들링 상태부터 가속을 해보면 알 수 있다. 가렛트 무쏘는 2천rpm 이전에 0.4바 이상의 부스트가 걸리고 2천500 정도에서는 1바를 넘어 레드존까지 빠르게 rpm 미터의 바늘을 올린다. 602(직렬 5기통 2.9X 디젤) 엔진을 얹은 순정 무쏘는 부족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 기어비를 높게 설정해 놓아 5단 기어에서 레드존을 넘기 직전 속도계가 시속 160km를 가리킨다. 최종감속 기어비를 한 단계쯤 낮추면 시속 180km는 쉽게 나올 듯 싶다. 간단히 개조한 차치고는 대단한 성능이 아닐 수 없다. 신형 엔진 부럽지 않은 고성능 보여 마스타지프 렉스턴 터보 엔진 : 직렬 5기통 2.9X 디젤 터보 인터쿨러, 터보 KKK 14제품으로 교체 마스타지프에서 튜닝한 렉스턴을 시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2∼3일 동안 테스트를 겸해 고속도로를 비롯해 국도, 시내 등 500km 이상 달린 적이 있다. SUV용 서스펜션 튜닝 전문업체의 데모카답게 탄탄한 하체가 일품이었고 간단하게 시속 170km를 넘는 고성능에 꽤 놀랐다. 연료조절능력이 조금 떨어져 매연이 약간 나왔지만 지금은 가속할 때나 액셀 페달에서 급격하게 발을 떼도 매연이 눈에 띄게 줄었다. 터빈은 독일에서 만든 KKK 14제품으로 쌍용 엔진에 맞추기 위해 머플러와 이어지는 부분을 특별히 가공했다. 순정 터빈과 비교할 때 사이즈도 크지만 빠른 반응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쏘와 렉스턴은 같은 계열의 엔진이지만 세팅이 많이 다르고, 특히 앞부분의 인터쿨러 위치와 크기가 차이 난다. 게다가 렉스턴은 엔진룸 공간이 넓지 않아 개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마스타지프에서는 순정 인터쿨러를 건드리지 않고 터빈과 연료량만 조절한다. 시승차는 데모카여서 머플러와 인터쿨러까지 풀 튜닝을 했다. 섀시 다이나모에서 잰 출력은 147마력. 트랜스미션과 드라이브 샤프트 등에서 잃는 구동 손실을 더하면 170마력이 넘는다. 엔진을 튜닝했지만 2002년형 렉스턴 최고급형인 RX290여서 가죽시트, 오디오 등으로 인한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다, 동력전달이 불리한 4단 자동기어를 얹었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고속 SUV용 제품인 싱크론으로, 255/55 R18 크기다. 순정보다 2인치 큰 휠을 달아 겉보기에는 좋지만 가속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은 여느 렉스턴과 다를 것 없이 부드럽다. 소음이 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자동기어를 달아 느긋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서스펜션까지 단단하게 다져 좌우 롤이나 앞뒤로 끄덕이는 피칭이 거의 없다. 시속 60km 근방까지는 꾸준히 달린다. 80km를 넘어도 속도계 바늘은 비슷한 속도로 올라간다. 순정차라면 멈칫거림이 시작될 시속 150km 부근에서도 막힘이 없어 달라진 모습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비교는 아니지만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뉴 렉스턴과 정지가속을 비교해 보았다. 6km 정도의 직선도로에서 최고시속(계기판 시속 180km)까지의 가속을 잰 결과는 뜻밖이었다. 튜닝한 구형 렉스턴과 170마력 커먼레일에 5단 자동기어를 얹은 뉴 렉스턴의 대결은 구형 튜닝카의 승리로 끝났다. 출발할 때는 기어비가 짧은 5단 기어에 풀타임 4WD를 얹은 신형이 조금 앞섰다. 하지만 시속 60km를 넘어서면서 렉스턴 튜닝카가 추월해 결국 최고시속 언저리에서 5∼8m 앞섰다. 구형 렉스턴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터보 튜닝이 뉴 렉스턴 수준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 랜드로버 프리랜더 .. 2004-02-13
프롤로그 한 자리에 모인 넉 대의 차는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자동차 트렌드를 보여준다. 시커먼 매연을 뿜고, 진동과 소음 때문에 SUV나 작업용차에 달리던 디젤 엔진의 변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젤유 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동급 휘발유 엔진에 비해 토크가 높고 연비가 좋아 경제성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하다. 내년부터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쓸 수 있게 되면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타기 위해 연료 시스템이 각기 다른 넉 대의 차를 모았다. 수입차의 대표는 전자식 싱글 인젝션 펌프와 가변 터보를 단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 90년대 후반 BMW가 개발한 1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엔진을 쓴 랜드로버 프리랜더 Td4가 나왔다. 국산차 대표선수는 델파이의 2세대 커먼레일을 개량해서 쓰는 현대 테라칸 2.9CRDi와 32비트 ECU를 쓴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엔진의 렉스턴 RX5 EDi270이다. 숙성된 기술로 최고의 성능을 끌어내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 아우디와 모기업 폭스바겐은 자동차 메이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엔진을 갖고 있다. 디젤 엔진의 직분사 시스템만 해도 인젝션 펌프, 커먼레일, 실린더마다 고압 펌프를 단 펌프 인젝션 등을 골라서 쓰고 있다. 이 가운데 올로드 콰트로에 올라간 엔진은 전통적인 인젝션 펌프를 쓴다. V6 2.5X DOHC 엔진 중앙의 옴폭 파인 부분에 올려진 펌프는 전자제어로 흡기와 온도, 냉각수 온도, 과급압 등을 계산해 각 실린더에 연료를 보낸다. 고압 펌프가 달린 커먼레일이 아니지만 국내에서 팔리는 디젤 엔진 중 분사압력이 가장 높은 1천800바다. 분사압력이 높을수록 연료입자가 잘게 쪼개지고, 실린더에 고르게 퍼져 연소효율이 좋다. 커먼레일 엔진처럼 주분사가 일어나기 전에 소량의 연료를 뿜어 연소실을 데우고 진동을 줄이는 파일럿 분사도 가능하다. 인젝터에는 두 가지 압력에 대응하는 스프링이 달려 2단계로 연료를 뿜는다. 여기에 엔진 회전수와 과급압에 따라 터빈 날개로 들어가는 배기가스의 흐름이 달라지는 싱글 가변식 터빈 지오메트리(VTG)를 썼다. V형 엔진은 양쪽 실린더(3기통마다)에 터보를 하나씩 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개의 터빈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낸다. 국산차로는 싼타페가 이름만 다른 VGT를 쓴다. 넓은 회전영역에서 고른 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 2천496cc 크지 않은 배기량으로 시승차 중 제일 높은 180마력을 끌어낸다. 현대 그랜저 XG의 2.5X 휘발유 엔진의 최고출력이 172마력, 최대토크는 22.9kg·m로 올로드의 37.7kg·m에 한참 뒤진다. 오래된 기술이지만 어떻게 손보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달리기 성능 또한 놀랄 만큼 뛰어나다. 액셀 페달을 한 번이라도 밟아 보면 고출력 휘발유 엔진에 대한 미련이 싹 없어져 버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10.2초, 최고시속 205km로 더 바랄 것이 없다. 물론 값(7천810만 원)은 네 차 중 제일 비싸다. 뱅크각 90도의 V6 엔진은 보어×스트로크가 78.3×86.4mm인 롱 스트로크 엔진으로 항상 최대토크가 나오는 1천500rpm 이상을 유지한다. 덕분에 액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언제든지 폭발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가속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링 때만 갈갈거리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들릴 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용해진다. 특히 시속 100km 부근에서의 정숙성은 휘발유 엔진보다 낫다. 올로드 콰트로의 TDI 엔진은 커먼레일에 전혀 기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시승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이브 트레인의 조화로 부족한 성능 메워 랜드로버 프리랜더 Td4 프리랜더는 1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인터쿨러 터보 시스템을 쓴다. 가로로 놓인 엔진 때문에 터빈이 보이지 않고, 연료펌프에서 만들어진 고압 연료가 대기하는 커먼레일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다. 랜드로버가 포드 소속이던 2001년 BMW 3시리즈용 엔진을 개량해서 만든 것으로 당시 뛰어난 경제성을 인정받았다. 배기량이 가장 작고 1세대 커먼레일이어서 출력은 111마력으로 그리 높지 않다. 2.0X DOHC 엔진은 ECU를 통해 연료분사시기와 압력을 계산해 연료량을 제어한다. 연료분사압은 1천350바 정도로, 일반 인젝션 엔진의 600바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터빈은 과급압과 가속 정도에 따라 흡기구 모양이 바뀌는 가변 노즐 방식이다. 최대토크는 이례적으로 낮은 회전수인 1천750rpm에서 26.5kg·m를 낸다. 1월 판매를 시작한 2004년형 프리랜더 Td4는 에어플로 센서 등이 더해져 실용영역에서의 달리기 성능이 개선되었다. 시승에 나온 차는 아쉽게도 2003년형이다. 흔히 배기량이 같은 싼타페 VGT 123마력 엔진과 비교되지만 영구 4WD 기능과 출력이 떨어지는 엔진 때문에 순간 가속력과 최고시속에서 싼타페를 앞지를 수 없다. 하지만 동급에서 유일한 5단 팁트로닉을 활용하면 필요한 힘을 끌어낼 수 있어 꽤 스포티하게 달릴 수 있다. 1세대 커먼레일인 만큼 엔진과 소음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랜드로버 특유의 구동력 제어와 묵직한 핸들을 돌릴 때 정확하게 반응하는 뛰어난 조향성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수치로 내세울 것은 없으나 도로를 달릴 때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시장에서 팔리는 차는 안팎으로 크게 바뀐 2004년형이므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경쾌한 달리기로 디젤차의 선입견 깨 현대 테라칸 2.9CRDi 세 번째 주자는 현대 테라칸 2.9CRDi다. 커먼레일 시스템은 델파이에서 만든 것으로 2004년형은 실린더 헤드와 피스톤, 커넥팅 로드 등 폭발에 노출된 부품을 강화했다. 여기에 맞춰 1천400바인 연료분사압력을 1천600바로 올렸다. 출력은 150마력에서 165마력으로 올라갔고, 최대토크는 34.0kg·m에서 36.0kg·m로 높아졌다. 분사압력만 보면 3세대 커먼레일 엔진에 버금가지만, 제어 시스템으로 16비트 ECU를 쓴 탓에 2.5세대 정도로 봐야 한다. 제어방식과 마력수는 쌍용 렉스턴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4기통 2천902cc의 테라칸은 기통당 배기량이 725.5cc로 렉스턴(5기통 539.2cc)에 비해 100cc 가까이 크다. 기통수가 많아지면 진동 억제에 유리하고, 배기량이 크다는 것은 폭발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당연히 토크도 더 높아진다. 테라칸의 달리기 성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50마력 엔진을 쓸 때부터 ‘힘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출력이 올라간 2004년형은 더욱 거칠 것이 없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곧장 튀어 나가는 특성 때문에 답답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무게가 2천130kg으로 차체가 더 크고 출력도 높은 렉스턴보다 10kg 무겁다. 정지상태에서의 출발과 추월 가속 등 도로를 달릴 때는 큰 차이가 없다. 슬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4단 자동기어와 풀타임 4WD인 ATT 덕분에 렉스턴보다 달리기가 경쾌하다. 소음과 진동 처리도 고급 SUV답다. 압축비가 높은 디젤 엔진은 시동을 걸거나 끌 때 진동이 커지지만 테라칸에는 흡기구에 드로틀 플랩(Throttle Flap)이 달려 조용하게 멈춘다. 스티어링 칼럼이나 시트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은 시동이 걸려 있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가라랑’ 하는 디젤 특유의 EGR(Exhaust Gas Recirculating) 밸브 소리는 두툼한 천이나 커튼 너머에서 나는 것처럼 걸러져서 들린다. 앞선 기술 자랑하는 3세대 커먼레일 쌍용 렉스턴 EDi270 테라칸은 렉스턴의 5기통 EDi270과 곧잘 비교된다. 렉스턴은 델파이의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얹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커버를 벗기면 테라칸과 비슷한 델파이제 고압 연료펌프가 보인다. 국산 커먼레일 엔진으로는 처음으로 2개의 노킹센서와 연료 온도센서, 부스트 압력센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를 32비트 ECU로 빠르게 처리해 국산 SUV 중에서 가장 높은 170마력의 출력을 낸다. 터빈에 달린 액추에이터로 부스트를 조절해 1천800∼3천200rpm의 영역에서 34.7kg·m의 최대토크를 뽑아낸다. 현재의 유럽 배기기준인 유로3와 2005년 10월 시행되는 유로4, 우리나라의 2007년 기준을 만족시키는, 국산 디젤 엔진 중 가장 앞선 기술을 자랑한다. 달릴 때는 구형 엔진과의 차이가 너무 커 광고 카피대로 ‘하늘과 땅 차이’가 몸으로 느껴진다. 가속할 때 넉넉하게 힘이 붙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렉스턴은 토크 곡선의 맨 윗부분이 평평한 플랫 토크를 갖췄다. 때문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1천800rpm을 넘으면 일정한 출력이 나와 펀치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대신 주행감각이 고급스럽다. 벤츠에서 가져온 5단 자동변속기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수동기능을 갖췄지만 3단 이후 고속 기어에서 토크 컨버터가 조금 느리게 직결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변속충격이 줄어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이런 달리기 특성은 유럽차, 그 중에서도 벤츠와 많이 닮아 있다. 액셀 페달이 많이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밟으면 부드럽게 반응한다. 끝부분에서 한 번 더 밟히는 파워 기능이 없어졌지만 아쉽지 않다. ‘디젤차는 무겁고 힘이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경쾌한 테라칸과 비교해 ‘벤츠류(類)의 여유로움’이 먹힐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이들링 때는 테라칸보다 조용하나 가속을 시작하면 특정 영역에서 EGR 밸브음이 크게 들린다. 지난달 뉴 렉스턴을 탈 때 3천rpm 부근에서 소리가 났지만 3천km 정도 달린 시승차는 1천500rpm 근처에서 소음이 들린다. 터빈이 과급압을 높일 때 들리는 ‘휘익’ 하는 바람소리도 잡았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트랙션음, 바람소리 등이 억제되어 엔진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데 길들이기가 끝나면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에필로그 디젤 엔진 기술 특히 국내 메이커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다. 4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직분사 커먼레일 엔진은 먼 나라 이야기였고, 디젤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다. 하지만 이 달에 만난 넉 대의 차는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승용차와 다를 것 없는 달리기,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잘 억제된 진동과 소음, 공인연비가 10km/X 를 넘는 뛰어난 경제성을 갖추었다. 비교시승에 나온 2대의 국산차는 경쟁을 통해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우리 산업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핸드폰이 그랬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그랬다.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많이 파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앞날을 생각해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부터 7인승 SUV의 세금이 올라가므로 작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뽑아내고, 본고장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계에서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디젤 엔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TDI 랜드로버 프리랜더 Td4 현대 테라칸 2.9CRDi 쌍용 렉스턴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810×1852×1551 4380×1800×1828 4710×1860×1840 4795×1870×1865 무게(kg) 1850 1570 2130 2120 승차정원(명) 5 ← 7 ←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TDI 직렬 4기통 DOHC CRDi ← 직렬 5기통 CRDi 최고출력(마력/rpm) 180/4000 111/4000 165/3800 170/4000 최대토크(kg?m/rpm) 37.7/1500~2500 26.5/1750 36.0/2000 34.7/1800~320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 ← 배기량(cc) 2496 1950 2903 2696 보어×스트로크(mm) 78.3×86.4 84.0×88.0 97.1×98.0 86.2×92.4 압축비 18.5 18.0 19.5 18.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인젝션펌프) ←(커먼레일) ←(커먼레일) ←(커먼레일) 연료탱크크기(L) 70 60 75 80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 ←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V디스크/드럼(ABS) ←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225/55 R17 195/80 R15 255/65 R16 255/65 R16 Transmission 변속기 5단 딥트로닉 ← ← ← Performance 최고시속(km) 205 157 - 170 0→시속 100km 가속(초) 10.2 15.3 - 13.2 연비(km/L) 10.6 10.9 10.0 10.4 Price 7,810만 원 4,890만 원 3,018만 원 3,656만 원
현대 테라칸 JX290 vs 쌍용 렉스턴 RX5 E.. 2004-02-04
국내 럭셔리 SUV시장은 현대 테라칸과 쌍용 렉스턴, 기아 쏘렌토까지 3파전 양상을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낮은 쏘렌토를 빼면 사실상 테라칸과 렉스턴이 맞수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판매실적으로 본 두 차의 대결에서는 4만552대가 팔린 렉스턴이 2만1천967대가 팔린 테라칸을 압도했다. 인테리어 화사하게 단장한 테라칸 렉스턴의 새 컬러와 장비 돋보여 테라칸과 렉스턴을 나란히 놓고 보면 국산 SUV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각진 외모의 테라칸과 둥글둥글한 렉스턴의 디자인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테라칸은 아직까지는 SUV시장에서 통할 외모지만 신선한 느낌이 부족하고, 렉스턴의 디자인은 상당히 앞서가는 느낌을 준다. 특히 렉스턴에 추가된 흑포도주색 투톤 컬러는 고급스러운 차의 이미지를 더욱 빛내준다. 대개의 국산 SUV가 무채색의 단조로운 컬러밖에 준비하지 않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크롬 도금 그릴과 펜더 장식, 실버 컬러의 루프랙을 더한 렉스턴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테라칸과 렉스턴은 새 모델을 선보이면서 실내 분위기 개선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두 차의 접근방식이 정반대인 점이 흥미롭다. 구형 테라칸은 인테리어가 검은색 일변도여서 분위기가 어둡고 실내가 좁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모델 체인지에서는 베이지색 대시보드와 크림색 가죽시트, 갈색 유광 우드 그레인을 더해 화사한 분위기로 변신했다. 쉽게 때가 타는 크림색 시트가 신경 쓰인다면 회색 실내를 고르면 된다. 렉스턴은 블랙 톤을 유지했지만 테라칸과 반대로, 갈색 유광 우드 그레인을 짙은 고동색의 무광 우드 그레인으로 바꾸었다. 구형 렉스턴은 호화로움이 지나쳐 인테리어가 어지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바뀌었다. 특히 질감이 좋아진 가죽시트는 쌍용 체어맨의 것을 연상케 할 정도이고, 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옥색으로 빛을 발하는 계기판도 마음에 든다. 두 차 모두 단순한 색상 변화보다는 컬러의 조화에 중점을 두어 완성도를 높인 점이 돋보인다. 실내구성과 패키징은 전반적으로 렉스턴이 우세를 보인다. 럭셔리 SUV일수록 2열 시트의 안락성이 중요한데, 렉스턴의 2열 시트는 거의 수평으로 뉘어지므로 장거리 여행 때 특히 편안하다. 테라칸은 원래의 위치에서 10.5°만 뒤로 눕혀지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간단한 조작으로 평평하게 눕힐 수 있는 3열 시트와 트렁크 아래 사물 수납함은 렉스턴만의 돋보이는 장점. 렉스턴의 3열 헤드레스트는 모양을 개선했다고 하나 높이 조절 폭이 테라칸의 것보다 좁다. 이번 시승의 초점은 엔진성능의 변화다. 테라칸은 뉴 렉스턴이 데뷔하기 약 보름 전에 출력을 높인 2004년형 모델을 선보이며 선수를 쳤다. 구형 테라칸에 얹은 150마력 엔진의 힘은 결코 부족한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대는 뉴 렉스턴을 철저하게 의식한 듯 신형 테라칸 4WD 모델의 출력을 15마력 높이고, 2WD 모델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10마력만 올렸다. 또한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고 ‘고성능’ 이미지를 심는다는 이유로 2.5X 103마력 엔진을 없앴다. 그동안 갤로퍼의 2.5X 엔진을 그대로 얹어 제품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때문이다. 테라칸의 달라진 힘은 커먼레일 연료압력을 1천400바(bar)에서 1천600바로 키운 데서 나온다. 이는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단 뉴 렉스턴에 대응한 것으로, 피스톤과 실린더헤드 포트 및 배기캠 설계를 개선해 출력을 165마력으로 키웠다. 그러나 커먼레일의 노즐 분사각을 150°에서 158°로 키우고 압축비를 줄였음에도 정숙성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급가속 때 귀를 멍하게 하는 부밍(booming) 현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테라칸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응답성’이다. 렉스턴 엔진보다 5마력 뒤지지만 토크가 3.0kg·m 높기 때문에 초반 가속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비교적 낮은 엔진회전수인 1천800rpm 부근부터 곧바로 계기판 바늘이 올라가 3천rpm까지 빠르게 치솟는다. 자동 4단 기어는 수동 모드를 갖추지 않았으나 미끄러짐 없이 재빠르게 변속을 이어간다. 대신 렉스턴처럼 수동 모드가 없기 때문에 엔진 브레이크를 걸려면 홀드 모드를 켜거나 기어를 2단으로 내려야 한다. 이 부분은 기어를 살짝 건드려 1단부터 4단까지 바꿀 수 있는 렉스턴이 확실히 낫다. 테라칸, 응답성 뛰어나지만 소음 큰 편 렉스턴, 순발력보다는 경제성에서 우위 렉스턴에 얹은 XDi 2.7X 엔진은 구형 엔진과 마찬가지로 벤츠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쌍용차로는 처음 선보이는 커먼레일 디젤 터보 엔진인 데다, 구형보다 무려 50마력이나 올라간 출력은 SUV 매니아들의 구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벤츠 M270CDI의 엔진보다 배기량이 불과 11cc 크지만 출력은 7마력이 더 높다. 벤츠가 준 보약을 먹고 힘이 든든해진 렉스턴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가속력을 보여준다. 액셀 페달을 밟은 운전자가 무안할 정도로 굼뜬 반응을 보였던 구형과는 완전히 다르다. 급가속을 시도하면 테라칸보다 약간 늦은 2천rpm부터 반응하지만 이내 무섭게 돌진한다. 즉, 초반 가속력은 상대적으로 뒤지지만 중저속 이후 가속력은 뛰어나다. 엔진 소음도 테라칸보다는 조용하다. 엔진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이 벤츠로부터 물려받은 T-트로닉 기어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벤츠가 사용하는 터치 시프트 기어와 메커니즘이 같다. T-트로닉 기어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한 조작으로 수동 모드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어를 내릴 때는 왼쪽으로, 올릴 때는 오른쪽으로 살짝 밀면 되므로 상당히 편리하고, 엔진 브레이크의 작동 시점도 정확하다. 그러나 자동 모드에서 엔진과의 매칭은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벤츠 ML270CDI와 비교해볼 때 기어 변속 시점이 느려 체감 가속력이 떨어진다. 대신 연비는 테라칸의 10.0km/X보다 높은 10.4km/X로 1등급의 경제성을 자랑한다. 테라칸과 렉스턴은 이번 모델 체인지를 통해 디젤 엔진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고, 올해부터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러나 주행성능 평가는 엇갈린다. 렉스턴은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못해 출렁일 정도다. 출력을 50마력 높였다면 당연히 서스펜션 세팅도 바꿔야 하지만,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듯하다. 코너를 조금 빠르게 돌거나 급하게 차선을 바꾸면 차체가 기우뚱거리고, 급정거 때는 차체가 앞으로 숙여지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심하다. 쌍용은 국산 SUV 중 처음으로 주행안정장치(ESP)를 달았다고 자랑하지만 서스펜션을 조금 단단하게 세팅해야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테라칸도 부드럽기는 마찬가지지만 균형을 잡아주는 능력은 앞선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받았을 때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데, 테라칸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동작이 렉스턴보다 빠르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프로드를 달리기에는 서스펜션이 무른 편이다. 국내 SUV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새차의 1/3 정도를 SUV가 차지했고, 올해에는 수입 SUV 종류도 늘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모델 체인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 테라칸과 렉스턴이 세계 시장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럭셔리 SUV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Z 현대 테라칸 JX290 쌍용 렉스턴 RX5 EDi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775×1860×1795 4795×1870×1865 휠베이스(mm) 2750 2820 트레드(mm)(앞/뒤) 1530/1530 1550/1540 무게(kg) 2130 2120 승차정원(명) 7 ←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 터보 직렬 5기통 커먼레일 디젤 터보 최고출력(마력/rpm) 165/3800 170/4000 최대토크(kg·m/rpm) 36.0/2000 34.7/1800~320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배기량(cc) 2902 2696 보어×스트로크(mm) 97.1×98.0 89.9×84.0 압축비 19.5 1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크기(L) 75 80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볼 너트(파워)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ABS)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255/65 R16 ←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2.804/1.531/1.0000.750/-/3.030 3.392/2.708/1.4861.000/0.830/3.100 최종감속비 4.222 3.026 변속기 자동4단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68 170 0→시속 100km 가속(초) - 13.2 연비(km/L) 10.0 10.4 Price 3,070만 원 3,656만 원
Volvo XC90 T6 vs Lexus RX330 .. 2004-02-19
2002년 6월 5일. 새벽녘 침대에서 눈을 뜰 때 입가에 괜한 미소가 흘렀다. 누워서 올려다보는 침실 천장이 한순간 짙푸른 그라운드로 변하고, 천장 한가운데에 매달린 동그란 전등갓도 ‘피버노바’로 바뀐 듯했다. 전날에 목격했던, 48년 만에 거둔 월드컵 첫 승의 감격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딱 1년 뒤인 올해 6월 5일. 그 날의 기분에야 비할 수 있을까만, 기자는 다시 한번 묘한 긴장과 흥분 속에서 잠을 깼다. 지난해 창립 75주년을 맞은 볼보가 처음으로 내놓은 SUV XC90을 만나기로 한 날. TV는 이른 아침부터 1년 전 월드컵 장면을 연신 보여주고, 하늘은 쨍하니 개어 있었다. 오늘 시승에는 XC90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가운데 하나인 렉서스 RX330이 동행할 예정이다. 볼보의 미래형 이미지 담아낸 스타일링 21세기에 접어들었어도, 제아무리 스타일링이 많이 바뀌었다 해도, 볼보는 여전히 안전의 대명사다. 세계인들의 뇌리에 그토록 깊숙이 자기만의 이미지를 새겨 넣은 메이커가 또 있을까. 어지간히 알려진 대로 볼보(volvo)는 ‘나는 구른다’는 뜻의 라틴어. 그 이름처럼 지금까지 만들어진 1천241만여 대의 차들 가운데 70% 정도가 아직 지구 곳곳을 굴러다니고 있다. 각진 보디와 7대의 144 모델을 쌓아올렸던 70년대 광고는 ‘볼보=무쇠덩어리’라는 등식을 완성시킨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지난 98년 컨셉트카 ECC를 기본으로 등장한 새 기함 S80은 볼보의 21세기 플랜을 보여주었다. 겉모습에서나 인테리어에서나 모서리는 죄다 사라지고 물결치듯 유연한 디자인이 그 자리를 메웠다. 스웨덴과 미국, 스페인 등 세 곳에 자리잡은 볼보 디자인센터는 이후 S60 등을 내놓으며 70여 년 만의 변신을 성공시켰다. 지금까지 선보인 변신의 절정은 XC90. 라이벌인 BMW X5나 렉서스 RX330보다 차체 길이와 높이, 너비가 모두 큰 거구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사선이 그어진 볼보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눈에 익은 모양. 그 양옆에 놓인 크세논 헤드램프의 곡선이 독특하지만 전체적인 앞모습은 낯익은 실루엣을 그려낸다. 도어 위쪽의 불거진 곡선은 S80이나 S60에서 본 그대로이고, C필러 뒤쪽을 에워싼 세로형 테일램프는 볼보 왜건에서 자주 보았던 타입이다. RX330은 XC90의 가장 큰 라이벌인 동시에 극과 극의 인상을 담고 있다. 쐐기형으로 뽑아낸 앞모습은 뭉툭한 XC90과 정반대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낮게 깔린 보디라인 역시 그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급경사를 이룬 D필러는 RX330을 승용차의 SUV 버전처럼 보이게 한다. XC90은 왜건의 이미지를, RX330은 세단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사실 XC90의 스타일링은 BMW X5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느낌을 준다. 특이하게 꺾인 D필러가 그렇고 탄탄한 디자인 컨셉트가 그렇다. 아래위로 나눠 열리는 해치게이트 방식도 X5에서 눈에 익은 것. 한편 운전감각과 편의성과 꼼꼼한 패키징에서는 RX330을 염두에 둔 듯하다. 볼보 관계자들 역시 일찌감치 X5와 RX330을 경쟁자로 지목해 XC90의 지향점을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XC90의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SUV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볼 만한 구경거리다. 볼보 브랜드에 대한 인상까지 바뀔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대시보드 등 운전석은 센터페시아의 경사각을 한층 키우고 각종 스위치를 간결하게 배치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시트에 앉은 사람의 형상을 응용한 풍향 조절 버튼은 시트 모양을 본뜬 벤츠의 시트 조절 스위치처럼 ‘볼보만의 포인트’로 자리잡은 굿 디자인. 인대시 타입 6매 CD 체인저는 쓰기 좋고 사운드도 빵빵하다. 큼직한 도어 포켓과 단순한 모양의 글러브박스도 생각 외로 넓다. 운전석보다는 2열 시트가, 2열보다는 3열 시트가 더욱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이 XC90 인테리어의 매력이다. 평범해 보이는 2열 시트의 비밀은 중앙에 자리한 부스터 쿠션에 숨어 있다. 아이들이 앉을 때는 허벅지 받침부분을 위로 올려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센터콘솔을 떼어낸 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바짝 끌어당길 수도 있다. 1열에 앉은 아빠와 엄마, 그 사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아이가 깔깔거리며 즐기는 드라이브라……. 너덧 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자동차 여행을 해본 가족이라면 금방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여행 스케치’ 아닌가. XC90이 7인승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3열 시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닥으로 완벽하게 숨어버리는 3열 시트 수납방식이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다. 짐칸 바닥 앞부분을 들어올리면 1, 2열 시트 못지않은 크기의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등장한다. 그럼 시트 바닥은? 일으켜 세운 등받이 아래에 삐죽 보이는 고리를 앞으로 잡아당기기만 하면 3열 시트 조립이 완성된다. 3열 시트를 감쪽같이 숨긴 뒤 2열 시트까지 접어 넣으면 자전거 2대를 실을 수 있는 짐칸이 만들어진다. XC90의 인테리어는 오랜 세월 왜건을 통해 갈고 닦은 볼보의 인테리어 노하우와 모기업 포드의 미국적 실용주의가 어울린 합작품! 올해 디트로이트 오토쇼 ‘올해의 차’에 선정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후련한 달리기에서 넘치는 힘 느껴져 시승차로 나온 XC90 T6은 직렬 6기통 2.9X DOHC 272마력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있다. 특히 38.7kg·m의 최대토크가 1천800~5천rpm의 넓은 영역에서 나와 거의 출발과 동시에 후련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엔진룸에 숨겨둔 힘을 느낄 수 있는 시동음은 적당히 걸러져 들린다. 볼보의 계기판은 큰 특징이 없어도 보기에 좋고 정보도 눈에 잘 들어오는 편.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되는 시프트레버 인디케이터가 디지털 시계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기어를 수동 모드로 옮겼을 때는 간혹 헷갈려 보일 수 있겠다. 인디케이터를 아예 따로 떼어놓았으면 더 보기 좋았을 듯. 4단 AT 레버를 D레인지에 맞추고 액셀 페달을 밟자 2톤이 넘는 거구가 뜻밖에도 가볍게 첫걸음을 내디딘다. 가벼운 출발 뒤에는 그대로 힘찬 달리기. 스포츠카의 고속주행은 도로와 하나가 된 듯한 흥분을 불러오는 데 반해 이 급의 고성능 SUV가 선사하는 달리기 성능은 도로의 지배자라도 된 듯 박력이 넘친다. rpm이 올라감에 따라 볼보 특유의 터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고속에서는 제법 강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불편한 ‘잡음’은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말 것. 최고출력이 나오는 5천100rpm을 기준으로 할 때 1단에서 시속 60km에 도달하고 2단에서 115km를 넘어선다. 3단에서는 이미 시속 165km를 쉽게 지나치고 4단으로 레버를 옮기면 2천rpm에서 시속 100km, 2천500rpm에서 시속 120km를 돌파하고 순식간에 시속 185km를 넘어선다. 가속이 빨라 오히려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 크로스컨트리 등 볼보 차의 시트는 무난한 듯하면서도 운전자의 몸을 잘 붙잡아주는데, 이는 XC90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트랙션 컨트롤(TRACS)과 전복예방 시스템(RSC)은 콘티넨탈 프리미엄 콘택트 타이어와 함께 코너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차체를 이끈다. ABS의 확실한 제동력도 믿을 만하다. 굴곡진 보디 때문에 방해를 받는 사이드미러 시야는 요즘 볼보 차를 탈 때 종종 느끼는 낯설음. 저속에서 부드러웠던 스티어링 휠은 고속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가볍게 느껴진다. 렉서스 타입의 완성 보여준 RX330 RX330은 수많은 도심형 SUV들 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박력 있는 보디 대신 여성스런 이미지를 꾸며왔고, 후련한 달리기보다는 날랜 움직임에 치중했다. 실내공간 넓히기보다 꾸미기에 재미를 붙인 것도 독특한 성격. RX300의 뒤를 이어 올 1월 데뷔한 RX330은 업그레이드된 엔진과 스타일링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3월 국내에 소개된 뒤 불과 석 달 동안 191대가 팔려 수입 SUV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1~5월에 161대가 팔린 BMW X5 3.0i. 이들은 모두 XC90의 버거운 싸움을 예고하는 강자들이다. 구형의 우드그레인 대신 메탈그레인으로 마무리한 센터페시아는 한결 깔끔한 인상을 주고 미닫이 방식으로 바꾼 센터콘솔 덮개까지 버튼으로 작동된다. 반면 SC430 및 GS300처럼 분리형으로 만든 계기판은 보기에 예쁘지만 시인성은 그리 좋지 않다. 디테일을 꼼꼼히 챙겼지만 인테리어는 평이한 타입. 5인승 2열 시트 구성이라 질감 좋은 시트와 단단한 마무리 외에 별다른 개성을 찾기 어렵다. 6:4 분할 접이식 2열 시트의 암레스트도 컵홀더와 작은 수납공간으로 간단하게 꾸몄다. 2열 시트 등받이 뒤에 달린 3개의 베이비시트 고정용 고리는 미국차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장비. RX330의 가장 큰 볼거리는 3개의 유리판이 묘하게 겹치면서 틸팅되는 선루프와 전동식 해치 도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짐칸 바닥 구성도 돋보인다. V6 3.3X DOHC VVT-i 233마력 엔진은 렉서스다운 조용한 시동음으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33.5kg·m/3천600rpm의 토크를 바탕으로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여느 렉서스 차와 조금 다른 감각을 보인다. 서울을 빠져나가 영종도를 향해 달리는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어김없이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안정된 달리기 실력을 드러낸다. RX330의 제 맛은 제원표 상의 최고시속(180km)보다 도로를 달리면서 몸으로 느껴지는 재빠른 움직임. 0→시속 100km 가속 8초의 순발력을 달리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시승차의 타이어 이상으로 인해 코너링에서 제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상반된 성격으로 흥미 더하는 라이벌 XC90의 품질과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포르쉐의 첫 SUV 카이엔처럼, XC90 역시 볼보의 첫 SUV임에도 깊이 숙성된 맛을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 실력을 쌓은 메이커에게 새로 도전하는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나 서투름 따위는 남의 일인가 보다.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를 듬뿍 담아낸 XC90의 인테리어를 보면서 ‘디자이너들이 참 재미있게 일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뜻 왜건처럼 보이는 겉모습은 오히려 왜건으로 명성을 쌓은 볼보답다. 렉서스 RX330은 또 어떤가. RX300 시절부터 도심형 SUV의 답안으로 여겨져 온 내공은 세월이 흐르고 모델이 바뀐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겉모습은 여전히 도시 풍경에 잘 어울린다. 이런 점이 조용하게 내뿜는 고성능과 어울려 렉서스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XC90을 비롯한 경쟁자들이 언제나 RX330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XC90 T6과 RX330의 값은 2천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XC90 2.5T로 눈길을 돌리면 값 차이는 1천50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두 차는 어차피 수입 SUV 시장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여야 할 운명. 완벽하게 다른 성격과 스타일링, 디자인 컨셉트를 지녔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비교 대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 상반된 스타일의 경쟁자가 벌이는 시합은 흥미를 고조시키기 마련. 1년 전 붉은 6월처럼, 긴장된 마음으로 관람석에 앉아 그라운드를 지켜볼 일만 남았다. 시승 협조 : 볼보자동차 코리아 ☎ (02)3781-3800 한국도요타자동차 ☎ (02)553-3621 장점과 단점 볼보 XC90 T6 렉서스 RX330 장점 ·감탄할 아이디어로 담아낸 인테리어 ·주체할 수 없는 힘 ·렉서스만의 감각 가득한 실내 ·조용한 고성능 단점 ·무덤덤한 손 맛 ·가벼운 스티어링 휠 ·너무 짙은 세단의 향기 ·모범생 이미지 주요 제원 볼보 XC90 T6 렉서스 RX330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798×1897×1783 4739×1845×1680 휠베이스(mm) 2859 2715 트레드 앞/뒤(mm) 1634/1624 1575/1555 무게(kg) 2046 1845 승차정원(명) 7 5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DOHC 터보 V6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 보어×스트로크(mm) ㅡ 81.0×77.4 배기량(cc) 2922 3310 압축비 8.5 10.8 최고출력(마력/rpm) 272/5100 233/5600 최대토크(kg·m/rpm) 38.7/1500~4500 33.5/36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 크기(ℓ) 72 ←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280/1.760/1.120 4.235/2.360/1.517 ④/⑤/R 0.790/ㅡ/2.670 1.047/0.756/3.378 최종감속비 3.690 3.47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V디스크(ABS)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35/65 R17 235/55 R18 성 능 최고시속(km) 210 180 0→시속 100km가속(초) 9.3 8.0 시가지 주행연비(km/ℓ) 12.9 7.4 값 8,580 6,240
현대 스타렉스 리무진 VS GM 스타크래프트 쉐비 밴 .. 2004-02-19
컨버전 밴은 승합차의 기본 모델을 베이스로 전문 개조회사가 겉모습과 실내를 다시 꾸며 파는 차를 말한다. 보통 지붕을 높이고 실내를 호화롭게 꾸미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차로 알려져 있다. 여러 스태프가 함께 타고 편안하게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차로 컨버전 밴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리에서 컨버전 밴을 만나면 우선 그 압도적인 크기에 주눅이 들면서도, 짙게 선팅한 윈도 너머로 ‘누가 타고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수입차가 전부이던 국내 컨버전 밴 시장에 지난해 10월 말 현대자동차가 스타렉스 리무진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개조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컨버전 밴을 생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현대는 그동안 스타렉스 리무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극적인 홍보자세로 일관했다. 그 이유는 시승 뒤에야 현대 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어렵게 마련한 스타렉스 리무진의 시승 자리에 손님 한 분(?)을 초대했다. 스타크래프트 쉐비 밴이 그 주인공으로, 현대가 스타렉스 리무진을 개발할 때 참고를 많이 했던 컨버전 밴이다. 물론 미국의 풀사이즈 밴을 기본으로 만든 스타크래프트 밴과 미니밴급인 스타렉스 리무진을 맞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미니밴의 교과서’로 불리는 크라이슬러의 캐러밴처럼, ‘컨버전 밴의 대명사’ 격인 스타크래프트 밴과 스타렉스 리무진을 같이 놓고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해 두 차의 만남을 주선했다. 겉모습 스타렉스 리무진은 무엇보다 달라진 지붕이 눈에 띈다. FRP를 이용해 30cm 이상 높인 지붕이 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굳이 스타크래프트 쉐비 밴과 비교하면 차체가 작은 스타렉스 리무진의 지붕이 조금 높아 보이지만, 따로 놓고 바라봤을 때는 별로 어색하지 않다. 스타렉스 리무진은 에어댐 일체형의 커다란 앞 범퍼와 볼륨감 있는 사이드 스커트, 오버 펜더, 사이드 스텝 등을 써 베이스 모델인 스타렉스 점보보다 풍채가 당당하다. 앞 범퍼는 지난해 부산 모터쇼에 선보였던 모델의 범퍼가 훨씬 멋있었는데, 양산되며 밋밋하게 바뀌어 아쉽다. “모터쇼 모델의 범퍼는 지상고가 너무 낮아 새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차 모두 지붕 높여 당당한 풍채 자랑 GM 스타크래프드 쉐비 밴은 2002년형으로, 한국쪽 수입선인 천우모터스의 가장 값비싼 모델이며 주력차종이다. 풀사이즈 밴을 기본으로 높이를 한껏 키웠지만 워낙 차체가 커서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다. 시보레 특유의 앞모습은 보수적이면서도 시원하고, 덩치에 걸맞지 않게 범퍼 아래 자리한 조그마한 안개등이 애교 있다. 차체 옆구리에는 스타크래프트 밴의 전형적인 데코레이션 테이프가 붙어 있고, 아랫부분에 두른 사이드 스커트는 짙은 황금색 보디와 잘 어울린다. 승객이 드나드는 옆·뒤 도어는 모두 큼직하다. 6: 4 비율로 열리는 스윙 도어는 개방 면적이 넓고, 뒷도어는 스타렉스 리무진보다 훨씬 편리하다. 전체적인 마무리는 개조회사의 손길이 닿은 차치고는 깔끔하다. 다만 도어 손잡이가 값싼 플라스틱인 점이 마음에 걸린다. 실내 스타렉스 리무진은 에쿠스의 것과 같은 유광 우드 그레인을 써 실내 분위기가 화사하다. 도어 양옆에 달린 스피커도 같은 재질의 우드 그레인으로 감싸는 등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려 애썼다. 센터콘솔 자리에 스타크래프트 밴처럼 냉온장고와 사물함이 있어 편리하지만 워크스루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원목으로 만든 사물함은 우드 그레인의 색깔과 맞지 않아 조금 어색하다. 스타렉스 리무진의 값은 스타크래프트 밴의 반값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겹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기 컨버전 밴의 공식을 따르는 것이 판매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그래서인지 스타렉스 리무진의 실내는 스타크래프트 밴의 실내 분위기와 거의 같다. 승객석에 오르면 가죽으로 감싼 독립식 2열 시트와 3인용 3열 시트가 눈에 들어오고, 시트에 몸을 묻으면 스타크래프트 밴 못지 않게 아늑하다. 내장재 재질과 시트의 감촉은 다르지만 실내 분위기는 스타크래프트 밴 그대로다. 2열 시트 위에 자리한 13인치 TV 양옆에는 DVD와 VTR이 있고, 지붕 가운데를 원목으로 감싸고 양옆에 은은한 빛을 내는 무드램프를 두어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창에는 커튼이 달려 있고, 2열과 3열 시트 앞 바닥에는 원목 간이 테이블을 꼽을 수 있는 홈이 패어 있다. 각각의 시트 옆에는 컵홀더와 시거잭, 재떨이가 있고, 3열 시트 뒤에는 옷걸이를 두는 등 컨버전 밴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다만 슬라이딩식 옆도어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해치며 승합차 분위기를 만든다. 위로 열리는 뒷도어도 마찬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사라진 스타렉스 점보 모델의 스윙도어가 아쉽다. 슬라이딩 도어를 스윙 방식으로 바꾸기 힘들었다면, 슬라이딩 도어를 열었을 때 문이 고정되는 장치 정도는 마련해두어야 하지 않았을까? 경사진 곳에서 저절로 문이 닫혀 고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공식 따른 스타렉스 리무진 스타크래프트 밴은 키가 크고 지상고가 높아 2단으로 된 스텝을 밟고 올라야 하지만 일단 좌석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시원스럽다. 단순한 모양의 대시보드는 오래된 티가 나지만 보수적인 겉모습과 조화를 이룬다. 굳이 흠을 잡자면 풋 레스트가 없는 정도랄까? 센터콘솔에 사물함과 냉온장고가 달려 있고, 문제없이 앞뒤를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독립식 2열 시트에 오르면 여유로움과 호화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락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양옆에 큼지막한 창이 달려 있어 개방감도 좋다. 3열 시트와 마주보게 돌릴 수 있어 쓸모가 크지만 이를 위해 전동기능을 생략한 것이 조금 아쉽다. 3열 시트 역시 넉넉하고 아늑하다. 다만 시트를 눕혀 침대를 만들었을 때 바닥이 평평하도록 넓적하게 디자인해 2열 시트보다 안락함은 떨어진다. 스타크래프트 밴의 실내는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3차원 입체조명을 쓴 무드램프를 켜면 분위기가 그만이다. 키 177cm인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도 머리만 약간 숙이면 불편하지 않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지붕이 높다. 각 시트 천장에는 에어컨 송풍구와 사물함이 달려있고, 옆창 커튼도 기본이다. 거의 모든 좌석에 열선이 들어 있는 전동 시트를 갖춰 승객을 위한 배려가 넘쳐난다. 주행성능 먼저 스타렉스 리무진의 시동을 걸고 달려보았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2톤이 넘는 차가 묵직하게 움직인다. 무게가 점보 모델의 기본형보다 300kg쯤이나 늘었으니 60kg인 사람 5명을 더 태우고 달리는 격이다. 더군다나 스타렉스 리무진에는 AT만 준비되어 달릴 때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 스타렉스보다 못하다. 다만 2천rpm이라는 낮은 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디젤 엔진의 특성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둔함은 덜한 편이고, 연비도 일반 스타렉스(9.0km/X)에 비해 그다지 나쁘지 않다(8.2km/X). 승객을 태우지 않은 상태로는 언덕길도 무난하게 오르고,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꺾어도 차체 요동이 적다. 보통 지붕을 높인 컨버전 밴은 고속으로 달릴 때 맞바람을 많이 받아 운전석에서 풍절음을 크게 느끼지만 스타렉스 리무진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다만 바닥과 도어에 합판과 보조 카페트를 덧댔음에도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크게 들린다. 뒷시트에서는 디젤 엔진의 소음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요철을 지날 때마다 윈도에 매단 커튼이 차체와 부딪치는 소리가 거슬린다. 소음 큰 스타렉스, 출렁이는 스타크래프트 밴 V8 5.7X 엔진을 얹은 스타크래프트 쉐비 밴은 시동을 걸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워낙 토크가 커 액셀 페달에 살짝 힘을 줘도 육중한 덩치가 움찔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rpm 게이지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낮은 rpm에서 힘이 넘쳐나고 rpm을 높여 달려도 휘발유 엔진 특유의 뻗어나가는 맛을 보여준다. 엔진음이 고속에서도 워낙 조용하다보니 스타렉스 리무진과 달리 바람소리가 오히려 크게 들리지만, 사이드 미러가 크고 지붕이 높기 때문에 이 정도 소음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꺾을 때는 차체가 꽤 출렁거린다. 보통 미국의 풀사이즈 세단을 몰다보면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배를 모든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데, 쉐비 밴은 배 중에서도 엄청나게 큰배를 모는 기분이다. 개조 밴이면서도 요철 구간에서 잡소리가 적게 들리는 점이 돋보인다. 스타크래프트사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님을 새삼 실감한다. 다시 자리를 바꿔 뒷좌석에 오르니 시트가 크고 포근해 몸이 파묻혔다는 느낌이 든다. 아련히 들리는 엔진음은 딱 우등고속버스 수준이다. 커다란 차체를 실감하게 만드는 시트와 레그룸, 헤드룸 공간 등이 넘칠 정도로 넉넉하다. 비교시승을 마치며 비교시승을 하기 전 기자는 스타렉스 리무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현대가 만든 컨버전 밴이 과연 어떤 수준인지, 왜 V6 3.0X LPG 엔진을 쓰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국내 수입 컨버전 밴의 대부분이 휘발유 엔진을 경제적인 LPG로 개조해 쓰기 때문이다. 덧붙여 4천300만 원이라는 비싼 차값도 조금은 의아했다. 이 같은 궁금증은 시승에 동행한 소상특장팀 윤성호 대리의 설명으로 풀 수 있었다. 2월부터 스타렉스 리무진은 테라칸에 쓰인 2.9X 커먼레일 디젤 엔진과 V6 3.0X LPG 엔진을 새로 얹는다. 이렇게 되면 힘과 정숙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또 2월부터 판매되는 9인승 모델은 7인승 모델과 달리 특소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차값이 500만 원 이상 떨어질(3천750만 원대) 전망이다. 요즘 국내의 고급 SUV에 풀옵션을 갖출 경우 차값이 3천만 원을 넘어서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값이다. 현대가 지난해 10월 스타렉스 리무진을 내놓고도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월부터는 9인승 커먼레일 디젤 엔진 모델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예상했던 바대로, 두 차의 맞비교는 스타렉스 리무진의 열세였다. 덩치부터 차이 나는 데다 컨버전 밴 전문회사의 차와 현대의 한 부서가 원가절감에 골몰하며 1년간 만든 컨버전 밴의 수준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이 정도의 차를 만들어낸 것은 강명한 선생이 이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현대 특유의 뚝심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에는 좀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 엉성하게 붙인 사이드 스텝이나 실내 원목·대시보드 색의 부조화, 도어 트림의 질감 등은 큰 돈 들이지 않아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최근 현대 소상특장팀은 스타렉스 리무진 외에 활어차를 내놓는 등 틈새 차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참에 스타렉스를 이용해 캠핑카 성격의 RV를 개발할 계획은 없는지? 별다른 강자가 없는 국내 캠핑카 시장에서라면, 스타렉스 가지치기 모델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시승협조 : 천우모터스 ☎(02)792-0666 주요 제원 차종 : 현대 스타렉스 리무진 : GM 스타크래프트 쉐비 밴 크기 길이×너비×높이(mm) : 5135×1905×2280 : 5630×2040×2420 휠베이스(mm) : 3080 : 3430 트레드 앞/뒤(mm) : 1570/1545 : ― 무게(kg) : 2225 : 2715 승차정원(명) : 7 : 9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인터쿨러 : V8 OHV 굴림방식 : 뒷바퀴굴림 : ← 보어×스트로크(mm) : 91.1×95.0 : 101.6×88.3 배기량(cc) : 2476 : 5730 압축비 : 21.0 : 9.4 최고출력(마력/rpm) : 103/3800 : 255/4600 최대토크(kg·m/rpm) : 24.0/2000 : 44.9/2800 연료공급장치 : 기계식 연료분사 :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X) : 65 : 130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4단 : ← 기어비 ①/②/③ : 2.804/1.531/1.000 : 3.060/1.630/1.000 ④/⑤/R : 0.753/ - /2.393 : 0.700/ - /2.290 최종감속비 : 4.220 : 3.73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 미니밴 : 풀사이즈밴 스티어링 : 랙 앤드 피니언(파워) : ← 서스펜션 앞 : 더블 위시본 : ← 뒤 : 리지드 : 리지드 액슬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드럼(ABS) : ← 타이어 앞/뒤 : 모두 225/60 R16 : 모두 255/70 R15 성능 최고시속(km) : 145 : 160 0→시속 100km 가속(초) : ― : ― 시가지 주행연비 : 8.2 : 5.5 값(만 원) : 4,300 : 7,600 스타렉스 리무진이 나오기까지 스타크래프트 밴이 국내 컨버전 밴 시장을 거의 독점하는 상황에서 현대가 관심을 보이고 나선 것은 지난 99년 서울 모터쇼를 통해서였다. 당시 서울 모터쇼의 현대 부스에 등장한 ‘스타렉스 컨버전’은 스타크래프트사의 도움을 받아 만든 차였다. 따라서 겉모습과 실내가 스타크래프트 밴을 빼닮았고, 부품도 스타크래프트사의 것을 대부분 가져다 썼다. 현대는 ‘스타렉스 컨버전’을 양산할 예정이었으나 IMF와 맞물리면서 계획 자체를 보류했다. 이 계획을 다시 살려낸 것은 현대자동차에서 소형 특장차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소상특장팀이다. 시장 상황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던 지난 2000년 10월, 현대 소상특장팀은 스타렉스 컨버전 밴의 개발에 들어갔고 지난해 9월 부산 모터쇼에 ‘스타렉스 리무진’을 선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양산된 스타렉스 리무진은 범퍼 모양과 인테리어의 나무 색깔이 바뀌는 등 부산모터쇼에 나온 모델과 달라, 개발 팀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품 대부분은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생산했고, 원목이나 커튼 등은 직접 수입해 썼다. 조립은 울산 현대 공장에서 주로 하고, 몇몇 부품은 택배로 받아 화성출고센터에서 직접 달았다.
현대 테라칸 JX290 vs 쌍용 렉스턴 RX290 .. 2004-02-19
조금 가벼운 얘기지만,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영화로 ‘디지몬’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이 만화영화의 초점은 ‘진화’. 디지몬이라는 꼬마 몬스터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몸집이 커지고 힘도 강해진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기의 파괴력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현대 테라칸과 쌍용 렉스턴을 보면서 디지몬을 떠올린 것은 두 메이커의 간판 SUV 역시 ‘커지고 쎄지는’ 진화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차가 추구하는 바는 조금 달라 보인다. 테라칸은 패션보다 우직한 힘을, 렉스턴은 힘도 적당히 키워가면서 세련된 매무새를 강조한다. 가을비 내리는 10월 중순 만난 테라칸과 렉스턴. 서울 외곽의 한적한 오프로드에서 얼굴을 맞댄 두 호적수는 최고급 모델에 자동기어를 달고 나왔다. 엔진은 모두 2.9X. 테라칸이 커먼레일(CRDi) 방식의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인터쿨러인 데 반해 렉스턴은 직렬 5기통 디젤 터보를 얹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 달 간격을 두고 데뷔한 두 차는 고급 SUV시장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150마력 커먼레일 직분사 디젤 엔진으로 무장한 테라칸 JX290과 무쏘 윗급의 럭셔리 SUV 렉스턴 RX290을 번갈아 타면서 국내 최고급 SUV들의 이모저모를 점검해 보았다. 외모는 렉스턴, 인테리어는 테라칸이 앞서 테라칸과 렉스턴의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우람한 테라칸의 보디라인은 전체적으로 중후하다. 커다란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 두툼한 사이드 가니시, 그리고 투박한 뒷모습에서 현대 SUV의 맏형다운 우직함이 묻어 나온다. 그러나 고급 SUV를 지향한 테라칸만의 개성을 찾기는 어렵다. 렉서스 RX300과 트라제 XG의 그림자가 진하게 투영되어 참신한 맛이 약하다. 마무리가 깔끔한 헤드램프와 보네트 라인, 리어 스포일러 등은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SUV 전문메이커 쌍용의 품에서 태어난 렉스턴은 고급스럽고 당당하다. 국내 SUV 중 가장 큰 차체와 넓은 휠베이스가 안정적이다. 가로줄의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화를 이룬 프로젝션 헤드램프, 그리고 두툼한 앞 범퍼가 수려한 얼굴을 만든다. 투톤 처리한 옆모습은 조금 심심하지만, 간결하면서 다부진 뒷모습과 유연한 조화를 이룬다. 겉으로 드러나는 품격 면에서는 기품을 갖춘 렉스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인테리어는 두 차 모두 승용차의 안락함과 미니밴의 요소를 접목시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질과 마무리는 테라칸, 7인승 시트의 안락성은 렉스턴이 우수하고, 편의장비와 옵션 등의 패키징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테라칸과 렉스턴은 둘 다 중대형 승용차의 품위와 미니밴의 실용성을 담으려고 애썼다. 테라칸 최고급 JX290 골드는 ABS, 듀얼 에어백, 뒷바퀴 차동제한장치(LSD) 등의 안전장비를 기본으로 갖추었고, 가죽시트와 우드 그레인, 열선내장 파워 시트(1열), 선루프, CDP, 자동 헤드라이트 등이 기본이다. 렉스턴 RX290 역시 운전석 에어백과 파워 시트, 후방장애물 감지센서, 운전자세 메모리 시스템 등을 기본품목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조수석과 사이드 에어백, ABS, 전동식 선루프는 옵션으로 돌려 테라칸과 대조를 보인다. 테라칸의 파워 대 렉스턴의 듬직함 실내에서 눈에 띄는 차이는 우드 그레인과 시트의 재질, 그리고 3열 시트의 안락성이다. 7인승 테라칸과 렉스턴의 시트 배열은 2+3+2. 다양한 레이아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수준이지만, 가죽시트와 우드 그레인은 테라칸이 앞선다. 번들거리는 것이 거슬리기는 해도 값싸 보이는 렉스턴의 재질보다 낫다. 기어 레버와 도어패널 주변에 은색 커버를 씌운 렉스턴의 마감 수준은 고급스러운 외모를 생각할 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2열 시트 앞쪽에 마련한 컵홀더, 3열 시트 양쪽의 통풍구 조절 스위치, 2중으로 여닫을 수 있는 해치 게이트 등이 돋보인다. 페트병이 들어가는 운전석 도어 포켓은 테라칸에 없는 아이디어. 특히 헤드룸이 넉넉한 렉스턴의 3열 시트는 테라칸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시트 맨 뒤쪽의 그물망(테라칸)과 사물함(렉스턴)은 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잘한 공구와 자동차용품을 보관하기에는 렉스턴 것이 유용할 듯하다. 이밖에 사소한 차이일 수 있으나 뒷문에 우퍼 2개를 더 넣어 8개의 스피커를 배치한 렉스턴 오디오의 음질이 더 좋다. 2.9X 엔진을 얹은 테라칸과 렉스턴의 달리기 실력은? 우선 수출용 카니발에 얹히는 델파이 커먼레일 시스템으로 무장한 테라칸의 2.9X DOHC 디젤 터보 인터쿨러 엔진은 출발과 가속이 화끈하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0kg·m로 순발력이 좋고 빠른 엔진반응을 보인다. 트랜스미션과 기어비의 매칭도 이상적이어서 꾸준하게 솟구치는 파워가 만족스럽다. ABS 가 달린 브레이크의 응답성도 모자람이 없고, 억제된 롤링과 피칭 역시 칭찬할 만하다. 디젤 엔진의 소음 억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갤로퍼, 싼타페, 테라칸으로 이어지는 현대 SUV의 운동성능은 원숙해진 느낌이다. 옵션인 액티브 네바퀴굴림을 달고 나온 테라칸은 오프로드에서 안정감 있게 달려주었다. 국산차 중 처음으로 쓴 액티브 4WD는 전자제어식 트랜스퍼(ATT: Active Torque Transfer)를 통해 일상적인 주행 때 뒷바퀴를 굴리고, 앞뒤 바퀴의 속도차이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네바퀴를 굴리는 시스템이다. 험로와 고속주행 때 안전성이 높은 이 시스템은 풀타임 방식보다 연비가 좋다. 하지만 가파른 내리막에서 써본 테라칸의 로 기어는 파트타임 방식의 4L 1단과 비교할 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오프로드를 자주 찾는 이들에게는 불안한 요인이 될 수 있겠다. 렉스턴과 같은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타입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205mm의 최저지상고는 웬만한 둔덕과 웅덩이를 가볍게 타고 넘는다. 테라칸의 커먼레일 디젤보다 한 달 먼저 나온 렉스턴의 동력성능은 ‘듬직함’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무쏘와 함께 쓰는 직렬 5기통 2.9X 디젤 터보 엔진은 기본적인 성능과 내구성, 정숙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4기통 엔진에 비해 진동이 적고, 토크가 꾸준하게 나온다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배기량의 테라칸과 단순 비교할 때 렉스턴의 최대 120마력, 최고출력 25.5kg·m 엔진은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가속 초기에 나타나는 엔진반응도 무겁다. 그러나 3레인지로 출발하면 금세 탄력이 붙고, 중고속 이상에서는 특유의 진득함으로 내뻗는 맛이 남다르다. 조작이 손쉬운 스텝게이트식 자동 4단 기어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테라칸에 비해 출렁거리는 편이지만 렉스턴의 주행감각은 고급 SUV로 흠잡을 데 없다. 특히 급커브를 빠져나간 뒤 자세를 추스르는 솜씨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잘 다듬어진 더블 위시본, 5링크 서스펜션은 이미 성능을 인정받은 무쏘만큼 편안하다. 얌전한 외모와 달리 오프로더로서의 기질도 충분히 갖췄다. 버튼조작으로 손쉽게 전환되는 굴림방식은 실제 오프로드 주행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긴 언덕과 내리막, 깊게 패인 길을 달리면서 쌍용 SUV의 진화된 오프로드 주파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mm의 최저지상고는 웬만큼 험한 길이 아니라면 모자람이 없는 높이다. 고급 SUV시장 삼파전 예고 국내 최고 SUV의 자리를 놓고 맞붙은 테라칸과 렉스턴은 현대와 쌍용의 대표주자로서 손색없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전 모델보다 상당히 진화된 두 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우리의 SUV시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두 차의 개성이 확실한 만큼 단순한 맞대결로 승패를 가리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힘과 기품’의 차이 중 어느 쪽을 높이 사느냐에 달렸다. 즉 150마력 파워가 돋보이는 테라칸과 단정하고 품격 높은 렉스턴 중에 무엇을 고를 것인가는 고객의 취향에 달렸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테라칸과 렉스턴만의 순위 다툼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데뷔한 지 9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테라칸과 갓 선보인 렉스턴은 생산이 따라주지 못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지만, 곧 출시될 기아 쏘렌토의 위협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쌍용은 2.9X 디젤 터보 엔진을 개량한 130마력짜리 렉스턴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고급 SUV시장의 전투는 이제 치열한 삼파전을 앞두고 있다.
GM대우 라세티 해치백 vs 현대 아반떼 XD 해치백 .. 2004-05-06
준중형급 해치백 모델의 비교는 각 메이커들이 해치백이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어떤 취향의 소비자들을 염두에 두고 세단과 차별화를 시도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두고, GM대우 라세티 해치백을 맞이하며 기아 쎄라토 해치백이 나올 때까지 유일한 경쟁모델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 현대 아반떼 XD 해치백과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메이커의 시승차로 준비된 라세티 해치백과 달리, 별도의 시승차가 운영되지 않는 아반떼 XD 해치백은 오너의 차를 수배해 마련했다. XD 해치백 시승차는 아쉽게도 VVT 엔진을 얹은 신형이 아닌 2002년식 XD 스포츠였다. 차의 상태와 오너 취향에 맞게 손본 부분들을 감안해 두 차의 비교 포인트는 해치백 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뒷좌석과 트렁크의 구성 및 활용도, 그리고 핸들링을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주행특성에 맞춰졌다. 세단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라세티 해치백 XD 해치백, 모험을 최소화한 느낌 역력해 해치백은 스포티한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스포츠카는 아니다. 특히 1.5X급 준중형차는 여러모로 실속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들을 위한 차다. 이율배반적인 가치가 공존하는 장르와 차급인 만큼, 두 모델이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세티 해치백은 세단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GM대우는 누비라 D5의 가장 큰 실패요인이 스타일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한 듯하다. 자동차 디자인계의 흥행보증수표인 주지아로가 다시 한번 GM대우와 손을 잡았고,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트렁크 공간을 과감히 잘라냈다. 반면 XD 해치백은 모험을 최소화한 느낌이 역력하다. XD의 섀시로 몇가지 크로스오버 차종들을 내놓기로 한 상황에서, 세단을 기본으로 한 차는 실용성을 높인 해치백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적은 개발비로 가짓수를 늘리는 편리한 방법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 차이는 실내 구성을 통해 어렵지 않게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운전석 높이는 라세티 해치백이 더 높아서, 스포티한 느낌의 대시보드와는 달리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센터콘솔의 높이도 높고 기어 레버도 길어, 여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의 조작감은 XD 해치백이 조금 더 스포티하다. 페달의 느낌까지 부드럽게 만든 라세티 해치백보다 차를 모는 즐거움이 약간 더 크다. 앞좌석의 편의장비나 수납공간구성은 비슷한 편이지만, 글로브 박스 냉장기능이나 글로브 박스 아래에 작은 공간을 더한 라세티 해치백은 나중에 나온 차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내장재의 재질감은 두 차가 막상막하로 그저 그런 수준이다. 두 차 모두 유럽 럭셔리 메이커들에는 못미쳐도, 일본의 마이너 메이커들이나 미국의 대중차들보다는 낫다. 대시보드 구성은 두 차의 차이가 커서, 디자인만 놓고 보면 라세티 해치백은 스포티함을 강조했고, XD 해치백은 약간 위압적이고 정석을 거스르지 않는 세단의 느낌이다. 은색 장식들의 재질이 썩 좋지는 않아도, 대시보드 위에 가죽질감의 소프트 스킨을 더한 라세티 해치백의 시각적 질감이 조금 나아보인다. 디자인과 스위치 배치를 바꾼 신형 XD 해치백의 새 패널은 색감과 재질감이 구형만 못하다. 라세티 해치백은 뒷좌석 공간 여유있어 트렁크 마무리는 XD 해치백이 한 수 위 해치백에 있어 특히 신경써서 보아야 할 부분은 운전석 이후의 뒤쪽 공간이다. 라세티 해치백 뒷좌석은 XD 스포츠보다 약간 높이 앉게 되지만, 머리 위 공간에 여유가 있다. 등받이가 상대적으로 약간 더 세워져 있다는 것이 약점이 되지 않는다. 쿠션은 약간 가벼운 푹신함이 느껴지고, 적당한 굴곡이 있어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심리적으로는 XD 스포츠보다 폭이 좁게 느껴지지만, 실제 차이는 크지 않다. 무릎 공간도 더 넉넉하다. 높은 앞좌석 덕분에 발을 놓을 공간도 답답하지 않다. XD 스포츠는 엉덩이 부분을 파놓아 약간 깊숙이 앉게 되어있다. 좌석에 굴곡이 적고, 쿠션도 평범하다. 시트 표면의 직물재질은 깔끔하고 건강한 느낌이다. 3명이 앉았을 때에 가운데 앉은 사람이 홀대받는 기분은 덜할 듯하다. 등받이는 라세티 해치백에 비해 누워있는데, 해치 경첩 부분이 약간 앞쪽으로 나와있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때문에 머리 위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무릎이나 발을 놓는 공간은 여유가 적어 아쉽다. 두 차 모두 접이식 팔걸이를 갖고 있고, XD 해치백 시승차에는 없지만 신형 XD 해치백에는 뒷좌석 컵홀더가 추가되었다. 트렁크 공간은 XD 해치백이 더 깊다. 라세티 해치백은 차체 뒤쪽을 둥글게 처리했고 오버행이 짧아 절대공간에서 불리하다. 두 차 모두 RV와 같은 다양한 수납공간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마련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라세티 해치백은 작은 크기의 비상용 타이어를 써서 남는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처리했고, XD 해치백은 트렁크 바닥의 양쪽 구석에 작은 수납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등받이는 모두 6대4 비율로 나뉘어 접히지만, XD 해치백은 더블폴딩이 되고 등받이를 접었을 때에 트렁크 바닥과 같은 높이가 된다. 라세티 해치백은 등받이를 접었을 때 넓어지는 적재공간이 XD 해치백보다 크지만, 트렁크 바닥과 단차가 생긴다. 라세티 해치백도 비교적 마무리는 좋은 편이지만, 기능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꾸밈새는 먼저 나온 XD 해치백이 한 수 위다. 이어서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가 본다. 라세티 해치백의 E-TECⅡ 1.5X 엔진은 가변흡기시스템(VIS)을 이용해 회전수 상승에 관계없이 토크감이 고른 편이다. 전반적으로 고르게 가속되는 것은 좋지만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토크가 부족하고, 기어비의 한계로 고속에서는 속도증가가 둔해지는 시점이 너무 빨리 찾아온다. 10년이 넘도록 대우차들의 속도를 붙여나가는 감각은 MT차보다 AT차가 나았다. 라세티 해치백의 MT는 그래도 나은 축에 들지만, 손톱만큼의 아쉬움은 남는다. XD 해치백 시승차는 가변밸브타이밍(VVT) 기술이 쓰인 신형 엔진이 아닌 구형 엔진을 얹었고, 기초적인 흡배기 튜닝과 서스펜션 튜닝을 더한 상태라 라세티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었다. 엔진은 길이 잘 들어 최적의 상태였지만, 고회전으로 올라갈수록 거칠어지고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토크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어비는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엔진소리와 진동은 너무 일찍 거칠어지기 시작힌다. 양면성 지닌 라세티 해치백의 부드러움 안정적인 운전감각이 XD 해치백의 매력 운전감각을 비교하면, 라세티 해치백의 장점은 운전과 관련된 모든 부분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부드러움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한데도 차는 운전자의 의도를 늘 1/4 박자씩 늦게 따라온다. 노면조건이 좋은 상태에서는 차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차체를 바로잡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코너를 빠져나올 때에는 차체보다 핸들의 회복이 약간 늦다. 불만의 근원은 차체강성에 비해 무르게 세팅된 서스펜션이다. 밥상은 잘 차려져 있는데 정작 상다리가 부실한 셈이다. 운전의 긴장감과 부담을 싫어하는 운전자들에게 어울릴 만한 세팅이지만, 조금만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면 달리기를 즐기기 원하는 운전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러 부분에서 스포티한 맛이 살짝 배어있는 것이 XD 스포츠의 장점이다. 해치백 모델에만 기본으로 달리는 스트럿 바는 스티어링 반응을 조금 더 정교하게 해 준다. 같은 코너를 라세티 해치백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돌아나갈 수 있지만, 차체 뒷부분이 제자리를 찾는 속도가 느린 것이 조금 불만스럽다. 줄어드는 데에는 소극적이고 늘어나는 데에는 적극적인 서스펜션 스트로크 탓이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함 위에 적당한 긴장감이 더해진 핸들링을 보여준다. 음식 맛은 괜찮아도 단골로 삼기에는 적당치 않은 식당이라고나 할까, 딱히 좋다고 할 만한 부분은 뚜렷하지 않지만 나쁘다고 할 만한 부분도 찾기 힘들다. 라세티 해치백은 누비라 D5를 거쳐 2세대로 접어든 GM대우의 준중형 해치백으로, 뛰어난 스타일을 비롯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은 노하우가 잘 반영되어 있다. 다만 실패요인을 보완하는 데 치중해, 트렁크의 활용이나 달리기 면에서 해치백의 묘미는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상대적으로 XD 해치백은 구조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깔끔한 마무리와 활용도, 그리고 안정적인 운전감각이 매력이다. 설계단계부터 폭넓게 생각하고 절묘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현대가 가진 장점이다. 구조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다음 세대 모델에서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현대 아반떼 XD 1.5 스포츠(2002년형) GM 대우 라세티 해치백 1.5 맥스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95×1720×1425 4295×1725×1445 휠베이스(mm) 2610 2600 트레드(mm)(앞/뒤) 1485/1475 1480/1480 무게(kg) 1167 1140 승차정원(명) 5 ←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 최고출력(마력/rpm) 102/5800 106/6000 최대토크(kg?m/rpm) 13.6/3000 14.2/42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 배기량(cc) 1495 1498 보어×스트로크(mm) 75.5×83.5 76.5×81.5 압축비 10.0 9.5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연료탱크크기(L) 55 60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해치백 ←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듀얼링크 ←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195/60 R15 모두 195/55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④/⑤/? 3.615/2.053/1.3931.061/0.837/3.250 3.545/2.158/1.4781.129/0.886/3.333 최종감속비 3.460 3.060 변속기 수동5단 ←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9 183 0→시속 100km 가속(초) - - 연비(km/L) 15.5 14.5 Price 1,042만 원 1,38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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