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GM대우 누비라Ⅱ 넉넉한 실내를 가진 2003-07-16
오너 드라이버가 된 지 3년쯤 지났을 무렵, 차가 친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회사와 집을 오가는 교통수단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차 없이 생활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 이면에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내 취미가 자리잡고 있다. 차의 매력은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에 있다. 마음에 맞는 이들과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내 누비라Ⅱ가 함께 한다. 이럭저럭 정도 많이 쌓여 이제는 아주 작은 변화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넓은 실내공간과 묵직한 승차감 지녀 답답한 주행성능과 나쁜 연비가 단점 GM대우 누비라Ⅱ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넓은 실내공간이다. 친구 5명과 여행을 다녀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몸으로 느끼는 공간이 무척이나 넓어서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타 본 사람들은 중형차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넓은 실내공간 덕에 편하게 다닌다. 승차감은 무난한 편이다. 소형차의 통통 튀는 맛보다는 중형차의 묵직한 느낌이 든다. 시트가 밋밋하지만 의외로 몸을 편안하게 받쳐주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다. 특별히 튀는 모양새가 아니라서 오래 써도 질리지 않게 생겼다. 가끔씩 앞모습을 쳐다볼 때면 순진한 개구리 같아 귀엽기까지 하다. 뒷모습은 너비가 넓어 안정적으로 보인다. 깔끔하게 다듬은 테일램프와 트렁크리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기아 스펙트라의 날렵한 디자인과 현대 아반떼 XD의 둔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풍긴다. 동력성능은 그저 그렇다. 1.5X 엔진을 얹은 준중형차임을 생각한다면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비라Ⅱ가 경쟁모델에 비해 열세임은 분명하다. 출퇴근말고도 장거리 여행을 다닐 때 쓰는 차이기에 어느 정도 가속력이 필요하지만 긴 언덕이나 급경사를 만나면 속도가 뚝 떨어져버린다. 짐을 많이 싣거나 사람이 더 타면 그 정도가 더 심해져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에어컨이라도 돌릴라치면 주행상황을 봐가면서 눈치껏 해야한다. 그나마 평지에서 속도가 붙으면 꾸준히 달려주는 맛으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누비라Ⅱ에는 좀더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어야 할 것 같다. 세금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1.8X 엔진을 얹은 차를 구하는 게 좋겠다. 연비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더구나 내 차는 자동변속기를 달아서 기름을 가득 채우면 고속도로에서 500km 정도, 시내는 300~350km 남짓 달릴 수 있다. 기름값이 비싼 요즘은 현대 싼타페 같은 디젤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정이 많이 들어 쉽게 바꾸진 못할 것 같다. 출고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잔고장으로 속을 썩어 본 적이 없다. 머플러가 터져서 바꾼 것 외에 아직 정비소를 찾은 적이 없다. 처음 상태보다 핸들 떨림이 좀 느껴지고 기름이 좌르르 흐르던 도색이 약간 광택을 잃은 정도다. 정기적으로 엔진 오일을 갈아주기만 하는데도 아무런 고장이 없는 품질에 크게 만족한다. 누비라Ⅱ는 아이가 한 명 있는 30대 초반의 가장에게 어울리는 차다. 적당한 크기와 무난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넉넉한 품으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누비라Ⅱ. 다가오는 주말에 함께 여행이나 다녀올까.
미쓰비시 FTO GR 빼어난 디자인과 성능의 조화 .. 2003-07-16
나는 각이 살아있는 차를 아주 싫어한다. 미쓰비시 FTO를 손에 넣은 것도 다분히 내 취향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있던 사진을 보고 그만 한눈에 반해버렸다. 근육질의 탄탄한 보디와 웅장한 에어댐이 풍기는 이미지는 평소 내가 꿈꾸던 차 디자인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적당히 둥글면서도 에지가 살아있어 강인한 느낌을 주는 FTO에 반해 그 길로 달려가 차를 확인했다. 정상적인 엔진소리에 안심하고 멋진 주행성능에 즐거워했던 첫 대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멋진 에지 스타일과 뛰어난 코너링 성능 오른쪽 핸들 불편하고 승차감 딱딱한 편 내 차는 2.0X 170마력 엔진을 얹은 95년형 FTO GR이다. 이 차는 고속주행을 하는 차로 오해받기 좋게 생겼지만 사실 거의 출퇴근에 쓴다. 가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곤 하지만 거의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실키 드라이버지만 안전한 곳에서는 적당한 가속감을 즐기곤 한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차의 한계속도까지 밟아대는 무책임한 운전은 하지 않는다. 오른쪽에 핸들이 달린 차를 타면서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다. 차선에 대한 감이 안 와서 계속 왼쪽으로 쏠리기도 했고, 좁은 게이트를 통과할 때는 긴장해서 주먹이 쥐여졌을 정도니까. 3일쯤 지나니 적응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톨게이트와 매표구에서 가제트 팔을 쓰곤 하는데 표를 받는 이들마다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을 때가 많다. 그래도 동승자가 있어야 편한 건 사실이다. 승용차를 몰던 오너가 이 차를 처음 탄다면 딱딱한 승차감에 놀랄 것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나면 널뛰는 듯한 몸짓을 보여 금새 엉덩이가 아파 온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 파놓은 속도감속요철을 지날 때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반면에 그만큼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남산 터널로 향하는 와인딩코스에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도 코너를 빠져나갔다. 차를 흔들면 꿈쩍도 하지 않는 단단한 서스펜션 덕이다. 승차감을 희생하고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얻은 것 같다. 차를 내던지는 듯한 코너에서도 오버스티어를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자동 기어를 얹었지만 포르쉐의 팁트로닉처럼 변속이 가능해 적극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아반떼 수동을 몰면서 막히는 서울 시내에 절망했었기에 세미 AT의 성능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진정한 스포츠카를 타고 싶은 이에게는 이 차를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스페셜티카를 타고 싶은 이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벤츠나 BMW와 같은 차는 신형과 구형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반면에 이런 차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아 ‘나만의 차’로 적당하다. 중고차 값도 많이 떨어지지 않고 정비는 안양에 FTO만 전문으로 봐주는 곳이 있어 걱정이 없다. 일본차 동호회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FTO를 몰면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었던 즐거운 한때가 끝나가고 있다. 식구가 늘어 승용차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내 곁을 떠나더라도 기억에 아로새겨질 녀석. 퇴근하고 꼼꼼히 세차나 해주어야겠다.
현대 유로 엑센트 디자인 멋지고 잘 달리는 2003-06-13
마삼트리오’가 엑센트 광고에 나온 적이 있다. 이수만, 이문세, 유 열이 엑센트 3가지 모델을 상징하는 광고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촌스럽게 느껴지던 컬러풀한 광고에 충격을 받아서일까? 엑센트가 아직도 길거리에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빨간색 유로 엑센트 키가 내 손에 쥐어진 건 순전히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세금과 유지비 때문에 소형차를 권한 아버지께서 빨간색 엑센트를 점 찍으셨다. 보험료를 생각해 아버지 명의로 차를 산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엑센트는 ‘초보가 처음 몰기에 이만한 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을 주는 차다. 차를 잘 안다면 요모조모 따져보고 샀겠지만 그저 경제성과 귀여운 뒷모습에 반해 사버렸다. 그러나 가장 불편한 점이 내가 반했던 뒷모습이다. 해치백인 유로 엑센트는 해치문이 너무 무거워 열고 닫는 일이 중노동이다. 경제성과 귀여운 뒷모습에 반해 선택 고속에서는 힘 부족하지만 성능 무난 운전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엑센트는 여전히 질리지 않는 차다. 외관만 바뀐 베르나가 나왔지만 거리에서 엑센트가 더 활개치고 다니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물론 요즘 차에 비해 불편한 점도 있다. 다른 차를 타볼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데 오히려 경차가 체감공간도 더 넓고 시야가 시원하게 보인다. 내 키가 170cm인데 좁은 느낌이 드니 덩치 큰 남성들은 답답할 것 같다. 그러나 엑센트는 경차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항상 시내에서 시속 70∼80km로 다니는 내 생활패턴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3명 이상 타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가 넘어가면 힘 부족이 느껴지지만 일상적인 용도로는 정말 만족하고 있다. 엑센트의 튼튼함을 직접 몸으로 느꼈던 사고가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를 가다가 시내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내차를 뒤에서 갤로퍼 밴이 받아버렸다. 갤로퍼는 범퍼가 다 부서졌고 내차는 해치 부분만 찌그러졌다. 엑센트가 튼튼한 건지 갤로퍼 범퍼가 약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꽁지가 달린 차를 타는 듯한 안심이 든다. 아버지의 중형차를 운전할 때면 넓은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을 느끼며 내 엑센트가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소형차를 몰 때와 비교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도 느낀다. 선팅을 하지 않아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엑센트를 운전하다 보면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난 내차가 좋다. 단종된 것은 아쉽지만 엑센트 같은 차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예쁘고 아담한 차들이 도로를 수놓을 때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혼다 비트 재빠른 몸놀림과 오픈 에어링의 멋 2003-06-13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91년에 나온 혼다 비트다. 흔히 일본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면 자동차매니아라는 오해를 사곤 한다. 하지만 난 비트라는 차가 있는 줄도 몰랐던 평범한 오너드라이버다. 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현대 아반떼의 스포티함에 만족하며 끌고 다닌 정도였다. 개성 있는 차의 오너가 된 건 올해 3월쯤 아는 형의 차를 사면서부터. 차를 좋아해 여러 대를 가지고 있는 형이 가끔 타던 비트를 넘겨준 것이다. 동호회나 중고차매장을 통해 살 때 비트의 중고차시세는 92∼95년형 모델 중 관리가 잘된 차가 1천200만 원 정도다. 일본에서 사는 값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지만 희소성 있는 차는 부르는 게 값이다. 나는 운이 좋아 싸게 살 수 있었다. 디자인 개성 있고 순간가속성 뛰어나 유지비 적게 들지만 안전성은 떨어져 비트는 특별한 차다. 법규상 경차혜택을 누리면서도 오픈 스포츠카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배기량이 낮은데도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머리카락 휘날리며 달려나간다. 국산 소형차와 비교하면 놀라운 가속감이다. 보통 승용차에 비해 레드존이 다소 높은 8천500rpm에 이른다. 1단 기어만으로 시속 60km까지 매끄럽게 가속되는 엔진은 정말 든든하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타는 기분이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보통 2만4천 원 정도(연료탱크 24X)가 들어가는데 3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편의성과 안락함은 한마디로 ‘꽝’이다. 차체가 작아 실내공간이 너무 좁다. 2인승이라 친구가 두 명만 되어도 생이별을 해야 하고 수납공간도 정말 부족하다. 장거리 여행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에어백 같은 장비가 전혀 없고 차가 너무 작아 불안한 기분도 든다. 소프트톱은 창문과 좀 어긋나면 비가 새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운전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핸들링과 순간가속성이 좋아 적극적인 방어운전이 가능해 작은 차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속도계기판은 시속 140km까지 그려져 있지만 최고시속을 즐기는 차가 아니므로 이해할 수 있다. “핸들이 오른쪽에 있어 운전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타다보면 금새 익숙해진다. 내차는 수동기어라 왼손으로 변속을 하는데도 하루만에 운전이 편해졌다. 군에 있을 때 운전과 정비를 배웠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비는 직접 한다. 고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장한평 같은 곳에 가면 손볼 수 있다. 부품 수급도 크게 문제는 없다. 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너무 이쁘다’는 반응부터 시작해 값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달리는 차를 세우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값비싼 대형 외제차보다 작고 귀여운 비트에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개성 있는 차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오늘도 나는 비트와 함께 행복한 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내가 타본 ‘인상적인’ 수입차 2003-11-04
나는 흔히들 말하는 자동차광, 자동차 매니아이다. 잘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자동차과로 다시 진학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3개월 남짓 대리운전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국산차와 수입차들을 몰아보았다. 물론 잠시동안 다른 사람의 차를 모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차, 그것도 현재 내 능력으로 넘볼 수 없는 차를 운전할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내가 몰아본 수입차 가운데 의미 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차 5대를 꼽아본다. 세심함이 돋보인다 BMW 530i 우연인지 운명인지 내가 몰게된 첫 수입차는 BMW 530i다. 막상 운전석에 오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실내에 별다른 편의장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차인 현대 에쿠스나 쌍용 체어맨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시동을 켜고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조금 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자책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BMW의 가속성능은 환상 그 자체였다. 불행하게도 비가 내려 속력은 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밟으면 밟는 데로 나간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앞차가 급정거를 했다. 나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뒤차가 추돌하지 않게 경고를 하기 위해 비상등 스위치를 찾았다. 하지만 좀처럼 스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변속레버 밑에 달려 있었다. 위험할 때 빨리 조작할 수 있도록 스위치 위치까지 배려한 세심함이 오늘날 BMW의 명성을 만들어준 요인인 것 같다. 독특한 주행성능을 지닌 차 벤츠 C200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다른 수입차를 몰 수 있었다. 이번엔 벤츠였다. 그런데 내가 만난 벤츠는 생각보다 볼품 없었다. 92년형 C200으로 수입차로는 드문 기본형 모델인지 직물 시트가 깔려 있었다. 사실 가죽시트가 없는 수입차는 처음 봤다. C200의 차체는 준중형 국산차 크기다. 그래도 벤츠라고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당당히 ‘세꼭지별’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벤츠는 역시 벤츠였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부드러운 주행성능이다. 추월하기 위해 액셀 페달을 꾹 밟으면 기어가 킥 다운되며 쏜살같이 뛰쳐나가지만 조용히 달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질주했다. ‘이런 게 벤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나쁜 기억은 에어컨 고장으로 창문을 모두 열고 달린 것이다. 처음엔 ‘기름 아끼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는데 차주는 “고장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부속이 오는데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타고 다닌다”고 했다. 수입차를 타면 이런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우 아카디아의 원조 모델 혼다 레전드 수입차를 몰 대리운전 기사를 찾는 호출에 자청해서 나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대우 아카디아가 서 있었다. 속으로 ‘아카디아도 수입차인가’ 하면서 조금은 실망하며 운전석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술에 취한 차주가 운전석에 덩그러니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어쩔 수없이 차 문을 열고 “사장님, 조수석에 앉으셔야 제가 운전을 할 수 있지요” 라고 말하며 차주를 깨웠다. 그는 도무지 일어날 생각은 않고 자꾸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고 보니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에 있었다. 정말 놀랬다. 운전석에 올라 자세히 살펴보니 대우 아카디아가 아니라 혼다 레전드였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차였던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멀쩡한 차주만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레전드와 아카디아는 운전석 위치만 다를 뿐 너무나 똑같다. 자신만의 카라이프를 위한 차 도요다 캠리 내가 타본 차 중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두 번째 일본차가 도요다 캠리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는 현장과 마주쳤다.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왼쪽 조수석 창문으로 경찰의 음주측정기가 들어왔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차주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음주측정기에 입을 대고 ‘훅’하고 불었다. 당연히 ‘삑’하며 음주반응이 나왔고 경찰은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차주는 “세상에 조수석에 탄 사람도 술 마시면 안됩니까?”하고 반문했다. 놀란 경찰관은 그제야 차안을 살펴보고 반대편에 있는 나에게 음주측정기를 내밀었다.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 목적지까지 가면서 차주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그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를 몰다보면 방금 같은 일이 흔하고 톨게이트나 주차장에 들어갈 때 불편하다”고 한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캠리를 선택했다면서 자신처럼 직접 일본까지 가서 원하는 차를 사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정말 자신만의 카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화려함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링컨 LS 내가 타본 차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안락하며 각종 편의장치를 풍부하게 지닌 차를 묻는다면 링컨 LS를 꼽겠다. 처음 링컨 LS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깜짝 놀랐다. 페달에 발이 닿지 않는 것이다. 차주를 보니 별로 키도 크지 않은데 이렇게 시트를 뒤로 밀쳐놓고도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리운전을 할 때는 차주가 맞춰 놓은 시트나 후사경을 조절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페달은 밟아야하기에 ‘차주에게 양해를 구한 뒤 조금 당겨야겠다’ 생각하고 시동을 거는 순간 시트가 앞쪽으로 쭉 밀려와 정상적인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시동을 끄면 시트가 뒤로 밀려 운전자가 내리기 좋게 만든 편의장비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무척 편했다. 그밖에도 내차가 아니라서 일일이 조작해 볼 순 없었지만 링컨 LS는 특이해 보이는 장비들이 많았다. 그전까지 링컨이란 차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타보니까 무척 화려했다. 편의장비가 많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타입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런 엉뚱한 생각도 했다. ‘뚱뚱한 사람은 링컨을 탈 때, 잘못하면 차에 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드림카를 매만지고 조립하는 즐거운 일상 케이터햄 수.. 2003-10-22
지난 3월호에 케이터햄 수퍼 세븐에 관한 기사를 쓴 것을 계기로 케이터햄 캘리포니아 딜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드림카로 꿈꿔온 차의 조립을 도우며 트랙에도 자주 나가는 일로, 적성에 아주 잘 맞는 아르바이트 감이다. 수퍼 세븐은 로터스의 성장에 결정적 발판을 마련해준 차임과 동시에 1973년 케이터햄에 저작권이 넘어간 뒤로 지금까지 계속 생산되고 있는 경량 스포츠카다. 고전적인 구성과 스타일을 지녔으면서도 여전히 프로덕션 클래스의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적잖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아르바이트중의 주요 업무인 케이터햄 조립과정을 이번 호부터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키트 조립하고 트랙 잡일해도 행복 많은 독자들이 자동차에 대해 다양한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차를 멋지게 튜닝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운전실력을 키우고 싶다든지, 또 드림카 구입을 위해 저축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디자인 공부를 위해 열심히 렌더링을 배우는 학생, 구조학에 심취한 사람 등 자동차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잡식성 매니아인 데다 이것저것 조금씩 들쑤시고 다니는 편이라 자동차의 다양한 분야 중 어느 한쪽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은 직접 디자인한 차를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그때만 해도 대학에서 자작차 제작이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완성한 뒤 화제를 모았다. 그 차의 제작과정을 에 연재하면서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필자 개인에게 남다른 의미를 심어주기도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고 주어진 환경에 비해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아쉬움이 남은 것이 사실이다. 그 차를 만들 때 케이터햄 수퍼 세븐 같은 클래식 FR이냐, 아니면 앞바퀴굴림 파워트레인을 뒤쪽으로 이동시킨 미드십 구성으로 갈 것이냐를 최초로 논의했었다. 별다른 이견 없이 미드십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국식 클래식 로드스터에 관심이 많았다. 로터스 세븐이나 팬더 칼리스타, 모건 등의 차가 주는 고전적이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참 좋아하기 때문이다. 케이터햄 딜러인 오토코스의 윌리엄 사우어즈 씨와는 수퍼 세븐 기사를 쓰면서 친분을 쌓게 되었고 이제는 서로 단순한 아르바이트 직원과 고용주 이상의 사이가 되었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은 좋게 말해 미캐닉과 피트크루라고 할 수 있고, 사실대로 말하면 주중에는 키트 조립, 주말에는 트랙에서 차 닦고 광내고 문제 생기면 대충 고치는 정도의 단순노동을 하는 ‘시다바리’다.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책상에 앉아서 하루종일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민하며 스케치와 렌더링을 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조립하고 만드는 일이 더 재미있는 것을 보면 필자가 아무래도 예술 쪽보다는 ‘공돌이’ 체질인가 보다. 게다가 계속 몸을 움직이며 일하다보니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다. 트랙 주행용 클래식 모델 몰고 페블비치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주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페블비치에서 케이터햄 수퍼 세븐을 본 적이 있었는데 윌리엄 사우어즈 씨가 그 주인이었다고 한다. 올해도 케이터햄을 갖고 올라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얘기가 되었다. 필자의 친구이며 뛰어난 드라이버인 정승현도 동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8월이 되자 월리엄 씨는 갑자기 터진 여러 가지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정승현도 개인 사정으로 페블비치를 포기해 필자 혼자 세븐을 몰고가야 했다. 원래 계획은 조립을 마친 새 SV(기본형보다 차체가 큰 버전)를 몰고 갈 예정이었으나 엔진 관련 부품의 배송이 늦어 완성이 미뤄지는 바람에 트랙 주행용으로 쓰던 클래식 모델을 끌고 가게 되었다. 페블비치가 열리는 주말을 앞둔 목요일 날, 필자의 비틀을 두고 빨간색 수퍼 세븐 클래식을 끌고 퇴근했다. 차선을 바꿀 때 꼭 깜박이를 켜는 습관이 있는데 이 차는 깜박이가 안 켜지길래 퓨즈박스를 봤더니 릴레이가 빠져 있었다. 다른 차에서 릴레이를 빼 꽃아봤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게다가 거리 조정이 되지 않는 시트는 키 큰 사람에 맞춰 고정되어 있어 키 작은 필자는 대충 걸터앉아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트랙용으로 세팅된 서스펜션에 불편한 자세로 올라앉아 운전하기란 정말 힘들었다. 평탄한 노면은 그런 대로 견딜 만하지만 프리웨이에서 피도처럼 약간의 요철이 계속되는 구간 등을 지날 때는 등과 허리가 꽤 아프고 시선도 마구 위아래로 흔들렸다. 북 캘리포니아는 꽤 쌀쌀해 히터 없는 것이 염려스러웠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단열재가 없는 알루미늄 보디 패널이 엔진룸과 트랜스미션의 열기를 고스란히 캐빈룸으로 전해줬기 때문. 지붕이 열렸어도 실내 온도가 적잖게 올라갔다. 차 안, 특히 레그룸 온도가 많이 오르는 점이 이름에 같은 숫자를 쓰는 RX-7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좌로는 차 밖을 지나는 사이드파이프 배기관의 열기가, 우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열기가 느껴졌다. 지난 겨울 타임 트라이얼에 출전했을 때는 기온이 낮았던 데다 단열재가 깔린 차를 탔고, 일반도로에서 짧은 시승을 할 때도 전혀 느끼지 못한 점이다. 30~40°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모는 케이터햄은 그리 즐겁기만 한 차가 아니었다. 위로는 태양열을, 아래로는 지면복사열과 차가 뿜어내는 온갖 열기를 다 받아 마치 ‘지붕 없이 달리는 사우나’ 같다고 할까. 밤이 되니 좀 나아지기는 했다. 이튿날 새벽 몬터레이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얼마 안 되는 화물공간과 조수석에 카메라와 옷가방을 비롯한 짐을 실었다. 슬리핑백과 옷가지를 등받이 쿠션에 받쳐 제 체구에 맞는 운전자세를 만들었더니 한결 편해진다. 그러나 이게 웬걸, 집을 떠나 20분쯤 달렸을 무렵에 갑자기 엔진이 멎었다. 달리던 관성을 이용해 갓길까지 무사히 차를 뺀 뒤 다시 시동을 걸어보았지만 반응이 없다. 결국 인근 정비소까지 견인해 확인해보니 배터리 방전이었다. 배터리를 충전한 뒤 시동을 걸고 체크해보니 충전이 되지 않았다. 윌리엄 씨에게 상황보고를 하니 여분의 알터네이터와 배터리가 있다고 해서 반대 방향으로 1시간 반 떨어진 라구나 니겔을 찾아갔다. 윌리엄 씨는 깜박이 램프 회로에 문제가 있는 듯해 릴레이를 빼두었는데 전날 필자가 다시 꽂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라구나 니겔에 도착해 알터네이터를 교환하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릴레이 때문에 충전되지 않은 것이라면 괜한 시간낭비여서 여분의 알터네이터와 배터리, 그리고 최소한의 기본공구를 싣고 다시 몬터레이로 출발했다. 이미 점심 무렵이라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탈착식 도어를 떼어봤다. 문짝을 떼고 달리자 옆에서 들어오는 바람 덕분에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시원한 바람이 차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상당 부분 식혀주었다. 그러나 프리웨이에 올라가자 차 안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장난 아니어서 진입 10여 초 만에 모자가 날아가버렸다. 윈드실드는 앞차의 바퀴에서 튄 모래나 작은 돌 등이 얼굴에 직통으로 날아드는 것만 막아주는 정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도 속도가 오르면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호흡이 곤란한 지경은 아니었으나 웬만큼 달리자 왼쪽 콧구멍이 살짝 아프기 시작했다. 조금 가서 교통체증 때문에 속도를 줄여도 그동안 얼굴을 난타한 공기와류 때문에 계속 얼얼했다. 얼굴 전체에 거미줄이 걸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여튼 운전 재미만을 추구한 차의 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더위와 불편 감수하다 고장으로 중도포기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른 오후임에도 체증이 심해 급한 마음을 버리고 PCH(Pacific Coast Highway)로 갈아타기로 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에어컨도 지붕도 없는 차로 무더운 내륙 고속도로를 달리고 싶지 않았던 데다, 아무리 서둘러도 콩코르소 이탈리아노가 끝나기 전 몬터레이에 도착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타모니카에서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이 곳의 교통 상황도 마찬가지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말리부를 지날 무렵 점심을 먹기 위해 햄버거 집에 들렀다가 다시 탈 때 시동음이 이상했다. 경쾌하게 부르릉 하는 대신 철컥거리는 모터 소리가 났다. 부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 ‘까짓 거, 여분의 부품도 가져왔으니 교환하고 가지 뭐.’ 이렇게 간단히 생각하고 보네트를 떼어냈다(수퍼 세븐은 보네트에 힌지가 달려 여닫는 구조가 아니라 클립을 풀고 들어내도록 되어 있다). 소켓 렌치로 조절나사를 풀고 나서 알터네이터 아래쪽의 긴 볼트와 너트를 풀어내려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폭이 좁은 엔진룸과 스페이스 프레임의 구성 때문에 알터네이터 주변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져간 공구들이 최소한의 기본공구들뿐이어서 더욱 그랬다. 좁은 공간을 헤집고 간신히 볼트와 너트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어 알터네이터 아랫부분을 손으로 더듬어보았다. 지지대에 긴 볼트 하나가 아니라 짧은 볼트 두 개가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쪽 너트를 풀기 위해서는 딱 맞는 렌치가 있어야 하는데 가져온 공구에 없었다. 결국 배터리만 갈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배터리 충전이 되지 않는 상태이지만 중간중간에 주유소나 카센터에 들러 재충전해가며 달리면 해가 지기 전에 몬터레이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무리였다. 결국 올해의 몬터레이 행은 포기해야 했다. 다른 차와 함께 움직였거나 충분한 공구와 작업복을 가져왔더라면 아마도 시간이 지체되었을지언정 몬터레이까지 다녀올 수 있었을 것이다. 바쁜 일정 탓에 차를 미리 점검해놓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고 출발할 때 너무 서두르느라 필요한 공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드림카를 타면서도 도요타나 혼다가 부러워지는 때가 아마도 이런 경우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우니 편해졌다. ‘아마도 내년에는 나의 수퍼 세븐을 몰고 몬터레이에 가는 것이 가능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생활 속에서 드림카를 매만지고 조립하는 작업은 여전히 즐겁기만 하다. 다음호부터는 본격적인 수퍼 세븐 조립기를 소개하겠다.
피닌파리나 로터스 엔조이 엔초를 뛰어넘는 매력의 스.. 2003-10-20
피닌파리나의 DNA에는 분명 스포츠카의 유전인자가 박혀 있다. 여기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알파로메오, 페라리와 마세라티에 이어 두 브랜드가 다시 등장했다. 로터스와 마트라. 머지않아 피닌파리나는 프랑스 마트라의 자동차사업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그러면 자동차 평론가와 기자들에게 멋진 시승 기회를 주게 된다. 마트라의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피닌파리나의 궁극적 스포츠카 로터스 엔조이를 시험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페라리 엔초의 축소판 올해 3월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첫선을 보인 쇼카 엔조이는 축소형 페라리 엔초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스포츠 컨셉트를 거론하고 있을 뿐 기술, 소재, 엔진이나 차값을 비교하려는 의도는 없다. 스포츠카란 무엇이냐? 운전의 기쁨, 대단한 재미를 비롯해 여러 요인을 생각할 때 과연 페라리 엔초가 최고냐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운전자가 미하엘 슈마허가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적지 않은 드라이버들이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레이스에 출전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로터스 엔조이는 달라 보인다. 마치 강력한 모터사이클처럼 헬멧을 쓰고 도시를 달려나가는 2인승 로드스터. 엔조이의 밑바닥은 아스팔트로 내려앉아 무게중심이 아주 낮고 윈드실드는 이름뿐이다. 엔조이도 엔초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운전석 뒤에 엔진이 놓이지만 기통수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배기량은 3분의 1을 밑돌고 출력은 더욱 떨어져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엔조이는 엔초의 12기통과 660마력이 필요하지 않다. 주로 젊은이(콜린 A.C. 채프먼이 로터스를 빚어낸 1953년 이후 나이가 들었으나 마음이 젊은 이도 여기에 합세했다)를 겨냥한 경쾌하고 재미있는 차다. 그들은 정교한 기술과 세련미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엔조이는 막강한 파워와 덩치보다는 쓰기 쉽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누리고자 하는 매니아용 스포츠카다. 잠재력을 100% 살릴 스포츠카 실은 필자도 페라리 엔초보다는 이런 로터스를 몰고 길에 나설 때 훨씬 편안하다. 테스트 트랙에 나설 때에도 엔초라면 잠재력을 100% 살릴 수 없다. 그러나 로터스 엔조이는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피닌파리나가 로터스 팬들이 바라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바르케타를 설계한 것은 옳은 결단이었다. 도로에서 몰고 다니고 클럽 레이스에 출전할 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펜더-윙을 제거하면 엔조이는 금방 로드카에서 경주차로 모습과 성격이 바뀐다. 로터스 GT에서 오픈 휠의 로터스 포뮬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엔조이의 주요 제원을 보면 무게는 약 800kg. MG 로버에서 가져온 자연흡기 4기통 1.8X 엔진은 출력을 높여 엘리제 111S와 맞먹는 160마력을 낸다. 2인승 엔조이는 무게와 출력비가 1마력 당 5kg. 0→시속 100km 가속에 5.2초이고 최고시속은 220km에 육박한다. 성능만 따진다면 엔초가 까마득히 앞서간다. 그러나 엔조이를 양산하면 차값은 페라리의 몇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로터스가 엔조이를 양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요즘 로터스 내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로터스를 살려주는 엘리제가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8주년을 맞았다. 따라서 이미 후계차가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피닌파리나의 당찬 야심작 그렇다면 피닌파리나 쇼카와 같은 크기와 스타일이 아닐까. 지금은 쿠페도 있지만 오리지널 엘리제는 순수한 로드스터로 태어났다. 반면 엔조이는 벌써 루프를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로터스 엘리제의 오리지널 컨셉트는 세월과 더불어 성장했다. 반면 엔조이(Enjoy: 엘리제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E로 시작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는 피닌파리나 디자인 팀의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태어났다.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과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역동적인 스타일과 덩치를 갖추고 값이 더 비싼 모델을 겨냥했다. 엘리제보다 휠베이스가 더 길다. 한편 엔조이는 엘리제보다 커 보이는 인상을 지녔지만 실제로는 45mm 짧다. 너비, 높이와 훨씬 커진 휠이 피닌파리나 쇼카의 인상을 좌우한다. 휠은 엘리제 111보다 1인치가 더 크다. 앞바퀴의 미쉐린 215/40 타이어는 17인치 림에, 뒷바퀴는 235/40 타이어를 18인치 림에 신겼다. 엔조이는 엘리제보다 낮으면서 넓다(각기 73과 71mm).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휠베이스. 자그마치 75mm 늘어나 실내가 훨씬 안락할 뿐 아니라 최고속도로 직선 코스를 달릴 때도 안정감이 한층 뛰어나다. 피닌파리나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제조업체에 그치지 않고 완벽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엔조이는 섀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앞쪽의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비롯해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필요했고 이 작업을 피닌파리나가 직접 담당했다. 양산차 시승을 기다리며 아울러 프론트 디자인도 완전히 바뀌었다. 미드십 엔진을 냉각할 대형 공기흡입구가 차체 양쪽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엔조이의 화사한 콕피트는 실용성에 철저하다. 다양한 컬러, 형태와 소재를 통해 감각적인 매력을 넘어서는 실용성이 두드러진다. 실내의 시트와 장식은 내화 및 방수 소재로 만들었다. 모터사이클을 연상시키는 처리방식. 스포츠카답게 조절장치와 계기는 기본적인 것만 갖췄다. 계기판은 아주 간단하고 스티어링 휠도 운전석에 들어가기 쉽게 다듬었다. 엔조이의 이중적인 성격을 반영해 계기판 디스플레이를 두 가지 마련했다. 하나는 도로용이고, 다른 하나는 레이스용. 그 외에도 모두가 도로와 서키트에 대비했다. 드라이빙과 재미를 한껏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필자는 양산 엔조이가 시승장에 나올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머지않아 그 날이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Honda Civic Hybrid 경제성 얻으면서 .. 2003-09-22
혼다 시빅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지닌 소형차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공간효율이 좋고 나름대로 운전재미가 있는 시빅은 1973년 미국 시장에 데뷔했고 때마침 불어닥친 석유파동 덕에 큰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름값 때문에 시빅을 샀던 사람들이 점차 성능과 신뢰도에 만족하게 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소형차로 이미지를 굳혔다. 복합와류식 연소실인 CVCC(Controlled Vortex Combustion Chamber)로 연소효율을 높인 시빅은 좋은 성능, 높은 경제성과 함께 배출가스 중 유해물질을 줄인 것으로 혼다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75년 강화된 캘리포니아 배기정화법을 만족시키기 위해 백금 3원촉매 컨버터를 쓴 다른 차들과는 달리 CVCC 엔진의 시빅은 별도 장비 없이도 기준치를 만족시켰다. 1980년에 데뷔한 2세대 시빅은 당시 일본차들의 디자인 트렌드를 쫓아 상당히 직선적이고 간결한 외관을 지녔고 경제성과 성능, 신뢰도 측면에서 여전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81년에는 4도어 세단을 더했고, 84년 데뷔한 3세대 모델은 휠베이스가 10cm 이상 늘었다. 88년부터 팔린 4세대 시빅은 네 바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달아 핸들링 성능을 높였다. 92년 선보인 5세대는 휠베이스가 25cm 이상 더 늘어났고 96년 6세대 모델로 바뀌었다. 7세대째인 지금 모델은 2001년 미국에 선보였고 4세대부터 썼던 네 바퀴 더블 위시본 대신 앞쪽에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달았다. 114V 배터리팩 얹고도 공간 희생 없어 지금의 시빅 라인업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두가지 동력원을 갖춘 차로 오래 전부터 많은 메이커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디젤 기관차의 경우도 엔진이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인 만큼 하이브리드 개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대 배기량 디젤 엔진은 다양한 운행조건에 맞춰 출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고회전에 출력 제어가 까다로운 가스터빈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을 비롯해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쓰는 통상적인 모델들까지 다양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컨셉트카가 등장했다. 초기 하이브리드카는 컨셉트카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접어두고라도 두 개의 동력원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패키징이 어려웠던 것이다. 차에 두 가지 동력원을 달기 위해서는 실내공간을 줄이거나 화물칸을 희생할 수밖에 없어 실용성을 지키기 힘들고 배터리팩의 값과 수명도 양산화에 걸림돌이 되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에 2인승의 작은 차체를 지닌 인사이트로 대응하던 혼다가 시빅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더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휘발유 엔진의 시빅과 안팎 디자인, 실내공간, 성능 등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시빅 하이브리드는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을 우선으로 개발되었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실내공간은 일반 휘발유 모델과 다름없다. 배터리팩 때문에 짐 공간을 조금 손해봤을 뿐이다. 약간 ‘사이버틱’하게 다듬은 대시보드에는 각종 계기와 스위치류를 보고 쓰기 쉽게 배치했다. 일본차답게 실내 구성부품간의 단차가 적고 좋은 마무리를 보인다. 실내에서 휘발유 모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인스트루먼트 패널. 청색 조명이 들어오는 계기판에는 일반적인 주행정보와 함께 모터가 힘을 보태는 중인지 아니면 발전기 역할을 하며 배터리를 충전시키는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들어 있다. 뒷좌석 등받이 뒤쪽으로 자리잡은 120개의 1.2V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되어 모두 114V를 뽑아낸다. 배터리팩 때문에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짐 공간을 넓히거나 스키스루 기능을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일반형 시빅과 거의 같은 공간을 뽑아 쓰게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캐빈룸 공간은 휘발유 시빅과 똑같다. 앞좌석은 여유롭지만 키 큰 운전자나 승객에 맞춰 시트를 조절할 경우 뒷좌석 발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휘발유 차와 다름없는 운전성과 승차감 시빅 하이브리드의 장점이라면 보통 승용차와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운전성과 승차감을 들 수 있다. 오래 전 타보았던 프리우스의 경우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반응이 조금 어색했다. 반면에 시빅 하이브리드는 기본이 탄탄한 데다 엔진, 전기 모터, 그리고 CVT의 조합이 뛰어나 출력을 끌어내는 데 굴곡이 없고 반응성도 좋다. 하지만 전기 모터의 힘이 더해지는 급가속 때조차도 그리 강렬한 가속을 보이지는 않는다. 0→시속 100km 가속에 12초 정도로, 경제형 차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좀더 빠른 가속을 원한다면 시빅 Si를 사거나 일반 시빅을 튜닝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 동력원은 5천700rpm에서 85마력을 내는 1천339cc 엔진에 4천rpm에서 13.4마력을 내는 전동 모터를 결합한 구성. 시빅 하이브리드는 인사이트와 함께 IMA(integrated Motor Assist)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엔진과 모터가 병렬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두께 6cm의 전동 모터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들어간 구조이다. 트랜스미션은 수동과 CVT가 있고 시승차는 CVT 모델이었다. 서스펜션은 구형 시빅에 비해 조금 물러진 듯하고 주행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P185/70 R14 타이어는 무난한 성능을 보인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정상온도이고 출발과 정지가 지나치게 잦지 않은 등의 특정상황에서 차를 멈추면 자동으로 엔진 시동이 꺼지는데, 이때 엔진 회전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한 어시스트를 얻기 위해 유압식 대신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달고 있다. 록투록 2.75턴의 스티어링은 무게와 복원력이 적당하고 노면정보를 잘 전해준다. 전반적인 운동성능은 무난하다. 스티어링의 반응성이나 직진안정성도 좋다.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 엔진이 공해물질을 많이 내뿜는 고부하 영역에서 모터의 도움으로 엔진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연소효율이 떨어지는 아이들링을 없애거나 줄임으로써 연비를 좋게 하고 공해물질 배출을 억제해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전철을 타고 스르륵 움직이는 것 같은 전기자동차의 어색한 주행감각과 달리 엔진이 회전하면서 나타내는 토크 변화와 진동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하이브리드카가 갖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도요타 프리우스는 값이 비슷하고 동급의 휘발유 차보다는 당연히 비싸다. 세금공제 등의 혜택이 없다면 사서 타기에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 만한 값이다. 둘의 경쟁에서 조금 어색한 스타일링과 주행감각을 보이는 프리우스에 비해 평범한 외모에 무난한 달리기 감성을 지닌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조금은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10월에 신형 프리우스가 시장에 나오면 혼다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싸움은 2회전으로 접어들게 된다. 두 메이커의 경쟁과 함께 오래 전 발표된 채 시판이 미뤄진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도 대기중이다. 하이브리드카는 미래 차의 메인스트림은 아니라 해도 하나의 당당한 세그먼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Jaguar S type R 차가운 스포츠성보다 따.. 2003-07-18
재규어는 우아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춰 적지 않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다. 50년대 르망 연승 신화 이후로는 레이스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스포츠성과 아름다움이 잘 조화된 차를 계속 만들어왔다. 개인적으로도 고급차를 산다면 정교하지만 차가운 느낌이 드는 독일차들보다는 재규어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전성기였던 50년대를 지나며 전설적인 명차 E타입이 단종된 뒤, 재규어는 기본적으로 XJ 세단과 XJS 쿠페의 단촐한 라인업만으로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나중에 XJS 컨버터블이 더해지기는 했어도 다른 회사에 비해 보유 차종이 적고 신뢰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점차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한편 영국 자동차업계의 대대적인 인수 합병으로 점차 품질이 불안정해진 재규어는 88년 포드의 품에 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재규어 차는 잔 고장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품질이 많이 안정되어 공신력 있는 J.D. 파워 초기품질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V8에 수퍼차저 더한 고성능 버전 포드 인수 이후 라인업 확장의 여력을 갖게 된 재규어는 98년 10월 S타입을 선보이고 이듬해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링컨 LS와 플랫폼을 함께 쓰는 S타입은 재규어가 오랜만에 내놓은 중형급 세단으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며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하는 S타입의 강점은 재규어 특유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안팎 디자인. 그 덕분에 젊은층과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재규어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재규어는 생산대수의 절반 정도를 미국에서 팔고, 또 그 중의 절반 정도를 캘리포니아에서 소화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재규어는 포드 산하로 들어가기 전부터 미국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다. 필자는 한때 86년식 XJ6을 소유했고 그 외의 구형 재규어도 몇 번 운전해볼 기회가 있었다.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한 구형 재규어들은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금 가벼운 듯한 스티어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이 좋아 인상적이었다. S타입은 이런 재규어 특유의 캐릭터를 좀더 세련되게 다듬은 느낌이다. S타입은 데뷔 당시 V6과 V8의 두 가지 엔진을 갖추고 있었고 지난해 V8에 수퍼차저를 더한 S타입 R을 선보였다. S타입 R의 겉모습은 보통의 S타입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보디컬러로 칠한 디테일이 주는 통일감과 함께 R 배지를 단 18인치 휠이 스포티한 멋을 풍긴다. 재규어 S타입은 플랫폼을 함께 쓰는 링컨 LS와 주행성격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물론 재규어 엔지니어들이 섀시를 다듬어 차체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 세팅도 다르지만 주행감각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반면에 고성능 버전인 S타입 R은 수퍼차저를 얹어 390마력을 내고 0→시속 60마일(96km) 가속을 5.3초 만에 해낼 뿐 아니라 아랫급에 비해 승차감의 희생을 줄이면서 핸들링 성능을 더 끌어올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평범한 S타입과 차이가 나지 않으나 달리기 성능은 확연히 다르다. 급가속을 하면 시트가 등을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떠밀며 수퍼차저의 기계음을 전하고 순식간에 속도가 붙는다. 어느 속도 영역을 막론하고 가속 페달을 깊이 밟으면 비슷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강렬한 느낌을 주면서도 속도계 바늘이 기복 없이 꾸준하고 부드럽게 치솟는 것이 일품이다. 풀가속 때 들려오는 수퍼차저의 기계음은 가속감을 더하는 또 하나의 소품. 언더 지향의 세팅으로 역동성은 부족 정속주행 때는 상당히 조용하다. 광폭 타이어를 단 것치고는 노면 소음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고 바람 가르는 소리도 웬만한 속도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무거운 차인데다 안정감 위주의 핸들링을 갖도록 만들어져 있어 꼬불꼬불한 길을 빠르게 달릴 때 별로 민첩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속도계를 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전자제어되는 서스펜션인 CATS(Computer Active Technology Suspension)는 반응이 빠르고 모드 전환이 부드러워 운전에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이 차는 저속에서 뒤쪽 댐퍼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 민첩한 방향 전환을 돕고 고속에서는 앞 댐퍼를 좀더 단단히 조절해 방향 안정성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어느 속도에서나 철저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여 민첩하고 날카로운 핸들링과는 거리가 있다. 아랫급 버전에 비해 주행 캐릭터가 달라졌다기보다 한계만 높아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너링 도중 가속페달을 놓았을 때 뒤가 살짝 빠져주는 세팅을 좋아하는데 재규어 S타입은 코너링중의 가감속에 따른 서스펜션 특성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이는 같은 플랫폼을 쓰는 링컨 LS, 포드 선더버드도 마찬가지다. DSC를 끄고 달려도 언더스티어 일색. 언제나 같은 수준의 언더스티어를 유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언더 지향이면서 한계가 높은 차를 억지로 몰아붙일 필요도, 이유도 없기는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강한 파워를 이용해 뒤쪽을 미끄러뜨리는 주법이 가능하긴 하지만 비슷한 출력과 크기의 BMW M5에 비하면 역동적인 핸들링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스티어링의 움직임에 따른 차의 방향 전환에 충실해 와인딩 로드에서 박력 있게 달리기에는 충분하다. 느긋하면서 온화한 성격의 감성 달리기 앞 245/40 ZR18, 뒤 275/35 ZR18의 타이어는 접지력이 뛰어나다. 초저 편평비의 타이어를 신었지만 승차감은 재규어답게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단단하다. 서스펜션은 편하게 몰 때는 패밀리 세단으로, 빠르게 달릴 때는 스포츠 세단으로 변신하는 이 차의 성격에 잘 맞아떨어진다. 스포츠카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이라면 고급스러운 승차감에 ‘역시 재규어’라는 감탄을 할 것이고, 스포츠카를 아는 운전자라면 승차감과 핸들링이 동시에 높은 수준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에서 ‘역시 재규어’라고 생각할 만하다. 브레이크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브렘보 제품으로 뛰어난 제동성능을 지녔다. 아우디나 BMW와 달리 초기반응이 너무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제동력 제어가 손쉽다. 6단 자동 변속기에 재규어 특유의 J시프트를 갖추고 있어 손으로 변속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6단이나 되어 각 단의 간격이 촘촘한 데다 계기판에 기어 표시가 안 되어 스포츠 주행시 기어가 몇 단에 들어가 있는지를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틈틈이 센터콘솔을 내려다봐야 한다는 점은 불만사항이다. 게다가 일부 단수에서는 표식이 가려지고 2단에 들어가 있을 때는 스포츠 모드 스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약간의 불편함도 있으나 나름대로의 재미도 없지 않다. 예전에 비해 셀렉트레버의 절도가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개선이다. 한편 S타입 R의 실내는 시트를 빼고 별로 달라진 곳이 없다. 일반 S타입보다 시트가 단단해 스포츠 주행에 어울린다. 뒷좌석은 널찍하다고 할 수 없으나 아늑하고 귀족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S타입 4.2 스포츠 패키지와 R 버전을 비교하면 BMW 540 스포츠 패키지와 M5만큼 내외장 및 성능의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BMW M5보다 적극적인 스포츠성에서 뒤떨어지고, S타입 4.2에 비해 외관도 두드러지게 다르지 않다. 정교하면서 차가운 감성의 M5와 약간 느긋하면서 온화한 감성의 S타입 R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수치상의 성능이나 언더스티어 위주의 핸들링, 수동 변속기를 갖추지 않은 점 등은 M5에 뒤지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M5의 스포츠성을 위해 1만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인지는 경제력보다는 취향에 따른 선택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머가 주는 특별함이 있듯 재규어만이 갖는 특별함도 있기 때문이다. 재규어 S타입 R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75×1820×1445mm 휠베이스 2910mm 트레드 앞/뒤 1540/1535mm 무게 183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8 DOHC 수퍼차저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6.0×90.3mm 배기량 4196cc 압축비 9.1 최고출력 390마력/6100rpm 최대토크 55.2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 6단 기어비 ①/②/③ ㅡ ④/⑤/⑥/ⓡ ㅡ 최종감속비 2.78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45/40 ZR18, 275/35 ZR18 성능 최고시속 250km 0→시속 100km 가속 5.3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ㅡ
Nissan 350Z ‘고성능 경량 스포츠’ 지향한.. 2003-06-18
자동차 역사를 뒤적이다보면 기념비적인 차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된다. 일본차 중에서는 닷산 240Z가 그 중 하나다. 일본 자동차산업이 영국차 조립생산에서 시작된 만큼 초기에는 영국적인 색채를 짙게 띄었다. 일본차가 나름대로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한 것은 6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시기는 또한 일제 스포츠카의 여명기이기도 했다. 닛산 페어레이디를 비롯해 도요타 2000GT가 60년대에 만들어졌고 혼다는 스포츠카 S500으로 네바퀴 차 제작에 뛰어들어 65년에 S800을 내놓았다. 60년대 미국서 인기 끈 닷산 240Z 페어레이디라는 이름은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를 무척 감명 깊게 본 닛산 CEO의 영향으로 닷산 1000의 스포츠 버전에 처음 쓰였다. 62년 뉴욕 오토쇼에서 발표된 닷산 1500 스포츠 로드스터 또한 일본 내수명이 페어레이디였다. 이 차의 발표 장소가 뉴욕인 것은 닛산의 미국 시장 공략을 상징한다. 당시만 해도 일본차는 미국에서 그리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차값이 싸긴 했지만 고객들이 아직 품질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했고 소형차가 이래저래 찬밥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반면에 스포츠카를 사는 사람들의 시각은 훨씬 개방적이었다. 피아트나 MG 등 미국의 승용차 시장에서 완전히 실패한 업체들도 스포츠카 시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닷산 1500 스포츠 로드스터는 SCCA 프로덕션 클래스 레이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일본차가 미국에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스포츠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닛산은 여세를 몰아 닷산 510 세단을 미국에 투입했다. 닷산 510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세미 트레일링 암 서스펜션을 달고 1.6X 엔진을 얹은 경제형 차였으나 성능과 내구성도 우수해 SCCA의 각종 프로덕션 클래스 레이스와 랠리에서 활약했다. 지금도 트랙 이벤트에서 닷산 510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당시 닛산은 페어레이디의 후속 모델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었다. 엔진을 야마하에 의뢰하고 스타일링은 BMW 507을 디자인했던 알브레츠 거츠에게 맡겼다. 야마하가 페어레이디를 위해 만든 엔진 프로토타입 엔진은 직렬 6기통 2.0X DOHC로 뛰어난 성능을 지녔으나 양산성이 조금 떨어지고 단가가 비쌌다. 그 때문에 닛산은 결국 닷산 510에 쓰인 직렬 4기통 1.6X OHC 엔진을 연장해 만든 6기통 2.4X 엔진을 페어레이디에 얹었다. 닛산과 공동으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야마하가 판권을 갖게 된 DOHC 엔진은 도요타 2000GT에 실렸다. 페어레이디라는 이름이 스포츠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닛산의 미국지사장 가타야마 유타카 씨는 미국 수출명을 닷산 240Z로 고쳤다. 닷산 240Z는 낮은 값에 고성능과 실용성을 갖춘 스포츠카로, 도요타 2000GT는 한정생산의 고성능 준 수퍼카로 미국 시장에 파고들어 일본차의 위상을 높였다. 도요타 2000GT는 도요타의 이미지 리딩 카였지만 시장에서 실패한 반면 닷산 240Z는 닛산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비슷한 값의 MG, 트라이엄프, 피아트 스포츠카보다 월등한 성능을, 그리고 성능이 비슷한 포르쉐와 재규어보다는 훨씬 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것이 장점. 240Z는 레이스에서도 활약해 SCCA C프로덕션 클래스에서 여러 차례 내셔널 챔피언십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렇게 내용으로나 역사적인 배경으로나 닛산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차여서 300ZX가 단종되던 1997년, 본사 차원에서 닷산 240Z를 리스토어해 미국 시장에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300ZX 이후 6년 공백 깨고 부활 초대 Z카는 2.4X 엔진으로 시장에 진입해 74년에는 2.6X로 배기량이 커졌고(당연히 차 이름도 260Z가 되었다) 75년에는 280Z(2.8X)로 엔진 사이즈가 다시 커졌다. 79년에는 파워트레인만 280Z에서 물려받았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새로운 280ZX가 2세대 Z카로 데뷔했고, 84년에는 3세대가 V6 엔진을 얹고 300ZX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90년부터 시판된 4세대 모델은 이전보다 많이 고급스러워지면서 차체의 비례감과 드라이빙 캐릭터가 완전히 GT 계열로 변모했다. 240Z보다 500kg 정도나 무거워졌을 뿐 아니라 값도 동급에서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는 영역에 포진해 성능은 높아도 퓨어 스포츠에서 조금 멀어진 성격을 띠었다. 시장상황에 있어서도 240Z와 300ZX가 처한 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SUV 시장은 계속 커졌으나 스포츠카 시장은 침체되었다. 닛산 300ZX도 97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단종되었다. 닛산뿐 아니라 도요타도 이 무렵 MR2와 수프라를 라인업에서 제외시켰고 다른 메이커들도 발을 뺐다. 스포츠카 시장은 그 뒤로도 별다른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몇몇 모델이 등장하며 약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 스포츠카는 뒤떨어지는 실용성 때문에 시장에서 상당히 불리한 세그먼트. 순수 스포츠카보다는 스포츠성을 강하게 띠 세단이나 왜건이 주목받는 이유도 편의성과 실용성을 확보하면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떨어진 스포츠카들이 하나둘씩 단종되어 스포츠카 매니아들의 선택 폭이 많이 좁아진 상황에 등장한 반가운 모델이 닛산 350Z다. 닛산 350Z는 인피니티 G35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포츠카로 인피니티 G35의 경우 럭셔리 스포츠를 지향하지만 닛산 350Z는 퓨어 스포츠로 그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오히려 닷산 240Z의 부활이라 할 수 있는 모델. 비록 엔진은 직렬 6기통에서 V6으로 바뀌었지만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에 적당한 값의 고성능 경량 스포츠카라는 컨셉트를 그대로 이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모델 체인지를 거칠 때마다 더 크고 무겁고 비싸지는 것이 상례이지만 닛산 350Z는 97년 단종된 300ZX보다 가볍고 값도 싸졌다. 6년 정도의 공백을 두고 시장에 복귀한 만큼 Z카의 부활이라는 평에 어울리게 초대 Z카의 성격도 잘 물려받았다. 외관에서 240Z의 느낌과 함께 모던한 디테일이 잘 살아나고,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자리잡은 3개의 계기 등 실내 디자인에서도 오리지널과의 연관성을 읽을 수 있다. 퓨어 스포츠 지향한 감성적 느낌 뛰어나 닛산 차들에 두루 쓰이는 V6 3.5X 엔진은 스포츠카 성격에 맞게 튜닝되어 최고 287마력을 내고 0→시속 60마일(약 96km) 가속을 6초 이내에 해치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니스모 튜닝파츠도 곧 미국 시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350Z에 올라타 실제로 풀 가속을 해보면 가속시간의 문제를 떠나 꽤 느낌 좋게 속도가 붙는다. 가속감이 아주 상쾌하고 가뿐해 제원표의 수치보다 감성적인 느낌이 더 좋다. 6단 수동 변속기는 기어비가 잘 나눠져 있고 조작감이 대단히 뛰어나며 클러치의 접속감도 좋다. 핸들링은 스포츠카의 이름에 걸맞게 뛰어나다. 코너 진입 때 차의 앞머리가 샤프하게 파고들며 뒷바퀴는 곧바로 그 궤적을 따라간다. 스포츠카의 캐릭터에 어울리게 스티어링의 무게도 적당히 묵직하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따라 조향각이 재빠르게 변하고 차의 자세도 안정적이어서 웬만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도 미끄러짐 없이 잘 받쳐준다. 슬립할 때는 VDC가 작동해 곧바로 방향을 잡는다. 운전자가 원할 경우 VDC를 끌 수도 있다. VDC를 끄고 코너를 빠르게 달려도 상당히 안정적인 주행을 보이는 데다, 한계 부근에서의 움직임도 좋고 드라이버에게 한계가 다가옴을 인지시켜준다. 끝까지 잘 받쳐주다가 갑자기 미끄러지는 ‘막판 배신 때리기’가 없어 운전자가 상황을 예측하기 쉽다. 저속에서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고속에서는 안정감 있게 달린다. 낮은 속도에서는 큰 토크를 이용해 파워 슬라이드를 일으키기 쉽고, 고속에서는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스티어를 기준으로 가속 페달의 가감에 따라 회전반경을 쉽고 재빠르게 바꿀수 있어 운전재미가 크다. 제동성능도 뛰어나고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도 직접적이다.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힘 조절에 따른 제동력 제어가 쉽다. 투어링 모델인 시승차의 제동성능도 충분하지만 더욱 강력한 제동성능을 원한다면 브렘보 브레이크를 단 트랙용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실내 구성도 잘 짜였다. 2인승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각 계기와 스위치 배치도 논리적이다. 스포츠카인 만큼 수납공간은 승용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글러브박스는 대시보드가 아니라 조수석 뒤쪽에 자리잡았다. 용량은 작지 않으나 등받이를 앞으로 숙여야만 글러브박스를 여닫을 수 있어 조금 불편하다. 스티어링 휠은 계기판과 함께 위아래로 틸팅되어 높이를 낮춰도 계기판을 가리지 않는다. 시트는 조금 딱딱한 편이지만 강성이 높은 차체와 긴 휠베이스 덕분에 스포츠카 기준으로는 평균을 웃도는 승차감을 보인다. 차 성격에 어울리게 뒤 스트럿바를 기본으로 단 점도 특징적. 그 때문에 화물칸 용량이 넉넉해도 활용도는 떨어진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조금 큰 편이다. 엔진음은 적당히 스포티해 별로 방해되지 않지만 노면소음이 상당히 많이 침투해 프리웨이에서는 조금 시끄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혼자 탈 경우 차가 흔들릴 때마다 조수석 안전벨트 버클이 실내 벽에 부딪히는 소리를 내 신경 쓰인다. 닛산 350Z는 닷산 240Z의 컨셉트를 21세기에 맞게 부활시킨 차다. 성능과 품질, 값 등에서 흠잡을 구석이 거의 없다. 최근의 닛산 차들을 보면 한 세대 전과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인적 구성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아니라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이기로 알려졌던 예전 경영체제의 청산. 닛산 350Z를 포함한 최근의 닛산/인피니티 라인업은 같은 기술력과 제품 개발력을 가진 회사라도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라 스타일과 성능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형 코란도 35인치 vs 뉴 코란도 소프트톱 33인치.. 2003-11-20
프롤로그 ‘새롭지 않은 것은 이름뿐이다.’ 1996년 8월 쌍용자동차가 뉴 코란도를 선보이며 내세운 광고 카피다. 95년 말 구형 코란도가 단종된 이후 반 년이 훨씬 지나서야 새차가 등장해 뉴 코란도는 데뷔 전부터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커진 덩치에 어딘지 모르게 닮은 외관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쟁모델인 현대 갤로퍼와 비교해 값이 꽤 비싼데도 순조롭게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쌍용은 경쟁차보다 조금 큰 차체로 고급감을 강조하던 시절이어서 뉴 코란도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구형 코란도는 단종된 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오프로드 관련 사이트에서는 구형 코란도에 대한 관심이 크고, 하드코어 오프로드 동호회의 경우 구형 코란도가 대부분이다. 구형 코란도가 오프로드라는 특수상황에 어울리는 하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어떤 분야든 신형과 구형을 비교할 때는 구형의 단점을 지적하고 신형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란도’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름만 이어받았을 뿐 두 대는 완전히 다른 차다. 그 차이는 4WD SUV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도락(道樂)인 오프로드 달리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프로드를 핥는 듯 한 바퀴의 움직임 93년형 구형 코란도 하드톱 이번 비교시승 자리에는 오프로드 동호회원의 개인 소유 튜닝카가 나섰다. 순정 상태로 비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20년이 다된 차와 최근의 SUV를 맞비교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구형 코란도는 순정 상태를 찾기가 힘들고, 있다고 해도 상태가 좋지 않아 직접 비교는 더욱 어렵다. 이런 이유로 현역으로 당당하게 활동하는 차를 찾았다. 여기에 소개하는 구형 코란도는 말 그대로 ‘갈 데까지 간’ 튜닝카다. 오프로드 경기에서 심판과 코스요원으로 활동 중인 동호회 코마(COMA)팀 소속으로, 순수한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위해 튜닝했다. 사실 튜닝카를 소개할 때 ‘꾸몄다’는 말이 어울리는 경우가 있고,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차는 후자에 속한다. 껑충한 차체는 물론이고 새롭게 만들다시피 한 하체까지, 록 크롤링 대회에 나갈 경우 완전개조 부문에서 뛰어야 할 차다. 93년형 RS 모델로, 대우에서 만든 2.2X 디젤 72마력 엔진을 얹었다. 흔히 이스즈 엔진 혹은 바네트 엔진이라고 부른다. 구형 코란도에 제일 많이 올려진 엔진으로 일상적인 달리기에 큰 문제가 없고 내구성도 좋다. 실내는 93년형부터 대시보드와 계기판이 바뀌었다. 센터페시아에는 뉴 훼미리부터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반자동식 공조장치가 들어갔다. 순정 부품은 여기까지다. 처음 보았을 때 어딘지 날렵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드톱이 지프 랭글러의 것이다. 여기에 맞춰 앞유리를 뒤로 기울이고 오픈카에 쓰이는 도어를 달았다. 모서리가 둥글고 뒤쪽 창문이 넓어져 시야가 시원스럽다. 차 전체를 무광 검정으로 칠해 단단한 인상이다. 하체는 한 마디로 살벌하다. 구형 코란도를 튜닝할 때는 판 스프링을 액슬 위로 올리는 ‘스프링 오버 액슬’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앞뒤 디퍼렌셜에서 시작되는 지상고에 변화가 없으나 차체가 10cm 이상 올라가 접근각과 이탈각, 램프각이 좋아진다. 반면 스프링의 진동 특성이 달라지고, 앞바퀴를 좌우로 미는 타이로드의 각도가 맞지 않아 세팅이 불안하면 온로드 달리기는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판 스프링을 튜닝할 때 가장 먼저 긴 셔클로 바꾼다. 길이는 순정의 두 배 정도인 150∼180mm로 키운다. 또 M셔클이라 부르는, 바퀴가 아래로 내려갈 때 늘어나는 셔클도 쓴다. 하지만 판 스프링 구조는 링크 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휠트래블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조향을 맡지 않는 뒷바퀴는 링크를 새롭게 만들고 코일 스프링으로 바꾼다. 흔들림이 없도록 최소한 3개, 많게는 5개의 링크를 넣기 때문에 하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승차도 이런 하드 코어 튜닝 작업을 충실하게 따랐다. 앞쪽은 스프링 오버 액슬을 달고 M셔클을 넣었다. 뒤쪽은 코일 스프링으로 바꾸면서 길이가 충분한 4개의 링크를 연결해 차축을 잡는다. 쇼크 업소버는 바퀴당 두 개씩을 넣어 모두 8개이고, 핸들이 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로드에도 두 개를 달았다. 높은 실내에 올라 앉으면 하드코어 냄새를 한껏 맡을 수 있다. 헐렁거리는 기어 레버 옆으로는 노면이 보이고, 센터페시아의 공조장치 스위치와 오디오도 자리가 바뀌었다.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추어 튜닝했지만 온로드에서도 그럭저럭 달린다. 소음을 견딜 자신이 있다면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아 시내에서 교통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 오프로드에서는 굳이 4WD로 전환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짧은 코스지만 바닥을 핥듯 움직이는 바퀴가 경이로운 오프로드 성능을 예상하게 했다. 6.14로 50% 가까이 커진 최종감속비는 커진 바퀴에서 생기는 저항을 충분히 견뎌냈다. 한 쪽 바퀴가 50cm 정도 되는 둔덕을 밟고 올라서면 액슬만 기울어질 뿐 차체는 거의 수평을 유지한다. 특히 멀티링크로 바꾼 뒷바퀴는 차체와 따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접지 포인트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순정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몸놀림 2001년형 뉴 코란도 소프트톱 뉴 코란도 튜닝카는 오프로드 동호회인 RT네이처 소속이다. 뉴 코란도가 나올 시점에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했다. 신형이기 때문에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당시 경쟁모델이었던 갤로퍼보다도 오프로드 성능이 떨어졌다. 또 새로운 차였기 때문에 이전에 썼던 튜닝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뉴 코란도는 튜닝이 어려웠다. 하지만 96년 이후 동호인을 중심으로 튜닝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본격적인 오프로드 튜닝카가 등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5인치 머드 타이어를 끼운 차도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반나절 정도면 33인치 타이어를 끼울 수 있게 되었다. 휠하우스에 여유가 많지 않아 순정 상태로는 30인치급 머드 타이어를 넣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높이가 2인치 커지고 너비도 늘어난 33인치 타이어를 쓸 경우 보디업이 필수다. 290SR 소프트톱 고급형인 뉴 코란도 튜닝카는 가죽시트와 CD 플레이어가 포함된 고급 오디오가 달렸다. 특이한 것은 오프로드를 위해 수동기어를 선택했다는 점. 기어 레버가 약간 뻑뻑하고 클러치의 스트로크가 긴 것을 제외하고는 엔진 회전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테크닉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하체 튜닝은 스프링 리프트업과 보디업을 병행했다. 33인치 타이어를 끼우는 데 필요한 보디업은 좌우 10곳의 연결 포인트에 75mm 부싱을 썼다. 일반적인 우레탄이나 금속 부싱이 아니라 보디와 섀시가 이어지는 부분의 특성에 맞춰 거기에 맞는 재질을 썼다. 맨 앞쪽인 1번과 3번은 금속으로 만든 I자 형태, 2번과 4번에는 강화 고무를 써서 진동을 줄였다. 마지막 5번 역시 금속이다. 이것은 안이 빈 파이프 형태로 더 넓은 면적에 닿는다. 보디업을 한 뒤 장시간 충격을 받으면 보디 쪽 연결 부위가 움푹 들어가는 일이 흔하지만 이 차는 세심하게 튜닝한 덕분에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보디업으로 충분한 공간이 생겨 앞쪽에는 쇼크 업소버만 프로콤프 ES9000으로 바꾸고 순정 토션바를 썼다. 뒤쪽은 2인치가 올라가는 코일 스프링과 같은 쇼크 업소버를 넣었다. 33인치 타이어를 썼음에도 그렇게 높거나 위압적인 느낌이 없다. 온로드 달리기는 무난하다. 지난 주말에 오프로드에 다녀와 공기압을 20psi까지 내린 탓에 스티어링 휠이 조금 무거울 뿐, 가속되는 느낌이나 핸들링은 순정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형 코란도와 비교하면 SUV에서 승용차로 바꿔 탄 것처럼 편안하고, 5.38로 바꾼 최종감속비는 타이어 크기와 상관없이 차를 힘껏 밀어 붙인다. 오프로드에서 승차감이 좋은 것은 낮은 공기압 덕분일 수도 있지만 리지드 액슬의 구형 코란도와는 전혀 다른 하체 때문이다. 접근각 29도로 국산 SUV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데다 출렁이는 차체와 휠트래블 성능이 떨어지는 앞쪽 서스펜션에 대한 걱정이 크다. 똑같은 코스를 지난다고 할 때 구형 코란도 쪽이 마구 밀어붙여도 될 것 같은 신뢰감이 생긴다. 반면 뉴 코란도는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온로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앞쪽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오프로드에서는 약점이 된다. 한편 넓은 트레드와 휠베이스가 유리할 때도 있다. V모양의 계곡을 지날 때, 연속된 모글을 통과할 때는 길고 폭이 넉넉한 뉴 코란도가 안정되게 지나는 경우도 있다. 또 무게가 많이 늘었으나 절대적인 출력 부족을 느낄 수 없어 힘차게 돌파하는 방법을 쓰기도 좋다. 엔진 힘이 떨어지면 반 클러치를 많이 쓰게 된다. 힘이 부족한 구형 코란도는 조금 오랫동안 클러치를 쓰면 과열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에필로그 결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오프로드에서의 신뢰도와 튜닝 후 성능은 구형을 따라갈 수 없다. 구형에서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더 범용적인 SUV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넓고 조용한 실내와 튜닝을 해도 안정적인 온로드 성능을 보장받았다. 여기에 부품을 구하기 쉽고 어디서나 정비가 가능하다는 것이 뉴 코란도의 장점이다. 구형 코란도는 오프로드 매니아를 위한 차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시끄럽고 퉁퉁거리는 승차감은 문제되지 않는다. ‘바위를 넘어 앞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상황에서 구형 코란도만큼 신뢰감이 높은 국산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뉴 코란도는 전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다양한 오프로드 튜닝은 물론이고 온로드와 오디오 튜닝까지 할 수 있다. 새롭지 않은 것은 이름뿐이라고 했지만, 구형과 신형 모두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코란도(KORean cAN DO)의 정신을 충실하게 잇고 있다. 시승차 협조 : 마스타지프 ORA (032)429-0626
레인지로버 4.4, 투아렉 4.2 벤츠 ML400C.. 2003-11-07
수입SUV의 인기가 시장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최근 나오는 럭셔리 SUV는 고급 세단만큼 화려하고 안전한데다 7인승 모델은 세금까지 싸니 굳이 세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오늘 시승할 4대의 SUV는 세계 정상급 모델들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폭스바겐의 야심작 투아렉, 메르세데스 벤츠의 첫 미국 생산 모델 M클래스, 그리고 BMW의 X5가 그 주인공들이다. 레인지로버, 호화장비에 선택옵션도 다양해 투아렉, 다루기 편리하지만 좌석 보완해야 1970년 데뷔한 레인지로버는 초대 모델의 색채를 간직한 몇 안 되는 모델 중의 하나다. 데뷔 후 지금까지 풀 모델 체인지가 3번 뿐으로, 그동안 얼마나 고고한 철학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부분적으로 둥글게 다듬기는 했지만, 차체는 전반적으로 웅장하고 위압적이다. 호화로움만을 따져봐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따라갈 SUV를 찾기 힘들다. 요트에서 이미지를 따온 실내는 가죽과 원목의 질감, 안락함과 넉넉함에서 제값을 톡톡히 해낸다. 선택할 수 있는 가죽 종류만 6가지이고, 우드 그레인 3종류에다 4가지의 카펫 종류까지 조합하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차 꾸미기가 가능해진다. 모든 것이 호화롭고 넉넉하지만 사소한 불만사항도 몇 가지 눈에 띈다. 흔히 볼 수 없는 녹색 계열의 계기판 조명은 최대한 밝게 조작해도 불이 덜 들어온 듯한 느낌이고, 핸들 바깥쪽에 있는 클랙슨은 너무 얇아 조작하기 힘들다. 글로브 박스는 더 넓게 만들 수 없었을까. 랜드로버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인색한 크기가 아쉽다. 투아렉은 한눈에 알아차릴 만큼 ‘폭스바겐 표’ 디자인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선, 잘 정돈된 인테리어, 처음 봐도 기능을 알 수 있는 편리한 스위치까지……. 게다가 램프를 켜면 계기판을 비롯한 실내조명이 환상적이다. 페이튼에서 가져온 인테리어는 대중차 이미지가 강했던 폭스바겐이지만 디자인 실력은 럭셔리카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좌석 설계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팽팽한 가죽시트는 안락함이 조금 부족하고, 뒷좌석 레그룸도 차 크기를 볼 때 더 욕심을 낼 수 있을 듯하다. 벤츠 M클래스는 몽블랑 언덕을 달리는 모습보다는 그랜드캐년을 질주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가 디자인에 관여하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철저하게 미국적인 모델이기 때문. 지금도 미국 SUV시장에서는 연간 생산 7만 대가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는 M클래스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된, 벤츠답지 않다는 평을 들은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짧은 오버행과 좁은 트레드, 높은 차체는 승용차와 가까워지는 요즘 SUV와는 거리가 있다. 시승에 나선 차는 벤츠 ML400CDI. 위로는 고성능 모델인 ML500과 ML55 AMG가 있고, 아래로는 ML350과 보급형 ML270CDI가 자리하므로, M클래스의 중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죽과 호두나무 트림으로 장식한 실내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 비교 모델 중 데뷔연도가 가장 빠른 탓에 고급화 경쟁에서 뒤쳐진 느낌이다. 핸들에 오디오나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달려 있지 않은 것도 M클래스가 유일하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다보면 불쑥 튀어나온 크루즈 컨트롤을 건드리기도 한다. M클래스는 7인승이어서 시승 모델 중 유일하게 승합차 혜택을 받는다. 그 증거물(?)인 3열 시트는 양옆으로 접을 수 있고, 뒤 시트를 완전히 뉘면 2천20X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접힌 3열 시트는 모양이 좋지 않고, 짐을 실을 때도 거슬린다는 점을 감안해야겠다. 거주성이 나쁜 3열 시트는 아예 떼고 다니는 것이 나을지도모른다. X5는 데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멋진 스타일을 뽐낸다. 특히 앞 범퍼에서 뒤 범퍼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와이드 펜더를 단 것처럼 역동적이다. 올 가을 페이스리프트 된 신형은 뉴 3시리즈처럼 헤드램프 아래를 둥글려 좀더 세련되어졌다. 위, 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해치 도어는 레인지로버와 같다. 인테리어 역시 신선하고 마무리도 훌륭하다. 부드러운 질감의 대시보드와 밀착성 좋은 가죽시트가 고급 세단의 느낌 그대로다. 트렁크에 달린 버튼은 뒷좌석을 앞뒤로 조정하는 것으로, 짐 싣는 공간을 넓히거나 줄일 때 매우 편리하다. 이는 경쟁모델에는 없는 X5만의 기능이다. 또한 트렁크 바닥이 냉장고 칸막이처럼 슬라이딩되어 짐을 싣거나 내릴 때 힘이 덜 든다. 스페어 타이어는 꺼내기 쉽도록 리프트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ML400CDI, 파워와 정숙성 뛰어나 CDC의 제어능력 돋보이는 투아렉 한 자리에 모인 4대의 SUV는 막상막하의 주행실력을 지녔지만, 이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레인지로버다. 아주 오래 전 구형 레인지로버(2세대)를 처음 탔을 때는 높은 차체가 무척 낯설었다. 신형 역시 유난히 차체가 높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오뚝이처럼 중심을 단단히 잡고 달리는 모습은 믿음직하다. BMW에서 가져온 V8 4.4X 285마력 엔진은 제원상 출력에서 투아렉보다 낮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레인지로버는 험한 길을 만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기본 차체 높이는 1천863mm지만 오프로드 모드에서 50mm가 올라가고, 온로드 모드 때는 23mm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짐을 실을 때는 43mm까지 낮아진다. 차체를 최고로 높이고 오프로드 주행모드에 놓으면 어지간히 깊은 웅덩이도 가볍게 지나칠 수 있다. 투아렉의 부드러운 엔진은 온로드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아우디 기함 A8에서 가져온 V8 4.2X 엔진은 비교 모델 중 가장 강력한 3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진동과 소음을 철저히 억제해 운전자가 급격히 액셀 페달을 밟아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가변댐핑컨트롤(CDC) 서스펜션은 상황대처능력이 빨라 완벽에 가깝게 차체를 컨트롤한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고, 포장상태가 좋은 도로에서는 서스펜션이 적당히 단단해지므로 안심하고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서스펜션을 가장 아래로 낮추면 X5의 스포티함이 부럽지 않게 박력 있는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차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급격한 코너링 때 CDC 서스펜션의 진가는 최고조에 달한다. 또한 서스펜션 강도를 취향에 따라 컴포트, 오토, 스포츠로 바꿀 수 있는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투아렉에도 약점은 있다. 기어를 조작하는 플립형 레버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위치가 낯설다. 게다가 간혹 방향지시등과 혼동되기도 한다. 어쩌면 공동개발된 카이엔처럼 스티어링 휠에 변속버튼을 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ML400CDI의 성능은 휘발유 엔진의 경쟁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시동을 걸고 난 후 작은 떨림만 있을 뿐, 달리고 있을 때는 디젤 엔진임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가속력이 시원스럽다. 터치 시프트 자동 5단 기어와 엔진의 매칭은 잘 버무린 나물처럼 맛이 기가 막히다. 액셀 페달의 가·감에 따른 반응 또한 만족스럽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뜸들이지 않고 1천700rpm 부근부터 시원스레 뻗는 느낌이다. M클래스에 얹은 5가지의 엔진 중 가장 낮은 rpm부터 최고출력(250마력)과 최대토크(57.1kg·m)를 뽑아낸 덕분이다. 강성이 뛰어난 라다 프레임과 앞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의 조화는 좋은 승차감과 핸들링으로 이어진다. 직각에 가까운 코너링도 시속 90km로 매끈하게 돌아나가는 서스펜션은 험로를 달릴 때 지나치게 출렁이는 느낌이다. 이 역시 미국 시장을 위주로 한 설계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풀타임 4WD는 스위치를 통해 로(low)와 하이(high) 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 마이크로 센서가 토크와 브레이크를 컨트롤하는 4ETS는 주행안정장치인 ESP와 함께 노면변화에 적절히 대응한다.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네 차종 중 평균 수준이다. X5, 스포티하지만 오프로드에 약해 우열 가리기 힘든 막상막하의 승부 BMW X5는 4.4 대신 3.0 모델이 나왔다. 경쟁모델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지만 시승차가 준비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주행성능은 4.4와 3.0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4.4는 정숙성과 가속성능이 경쟁모델에 전혀 뒤지지 않지만, 3.0은 엔진소음이 약간 크고, 배기량 차이만큼 고스란히 파워의 차이를 드러낸다. 물론 경쟁자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에서 X5 3.0의 파워가 모자란 것은 결코 아니다. BMW의 특기인 더블 바노스와 밸브트로닉 메커니즘은 낮은 rpm에서 파워를 끌어내는데 능숙하다. 일반도로에서 X5는 탄탄한 접지력과 날쌘 발놀림으로 세단의 영역을 과감히 넘본다. 앞 뒤 38 대 62로 나뉘는 구동력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배분되어 안정감 있는 주행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승 도중 만난 진흙탕 길에서 헤매는 모습은 전혀 뜻밖이었다. 1단 기어에 넣고 액셀 페달을 살살 밟아도 차는 자꾸 밑으로 빠져들고 좀처럼 나올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로 기어가 없는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도로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변화시키는 기능은 빗길이나 약간 진창인 길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본격 오프로드 주행에는 무리가 따르는 듯하다. 얼마전 선보인 신형에는 저속 뿐 아니라 고속 코너링과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때까지 관여하는 ‘X-드라이브’가 달려 있으나,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BMW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X5는 오프로드 전용차가 아님을 감안해야 실망하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수입 SUV는 BMW X5와 벤츠 M클래스, 크라이슬러 그랜드 체로키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차 구입에 앞서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만큼 모델 종류가 많아졌고 품질도 대등해졌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전통으로 완성한 성숙된 품질이 돋보이고, SUV를 처음 만든 폭스바겐은 투아렉의 완성도를 자랑할 만하다. 여기에 2.5X와 5.0X TDI 모델까지 수입된다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절정의 인기를 누려온 BMW X5로서는 긴장해야 할 시기이지만, 지금의 품질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M클래스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보다 감성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반나절 동안 만나본 4대의 SUV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매력적이다. 어느 모델이 더 나은가는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택의 대가가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날카로운 눈썰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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