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도요타의 저력, 본고장에서 확인하다 ‘도요타 웨이’.. 2003-11-28
바람을 가르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 잔뜩 찌푸린 날씨는 부푼 기대로 밤잠을 설친 기자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일본 나고야의 햇살은 눈부실 만큼 따사로웠다. 4박5일간의 일본 도요타 방문&시승행사는 나고야에서 사업현황과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홋카이도와 삿포로를 거쳐 시베츠에서 뉴 LS430과 ES330 시승행사에 참가한 후 마지막날 도요타 메가웹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차·환경·사람 조화로 시너지효과 노려 세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카 양산에 성공 첫날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려 도요타 본사와 기술연구소, 공장 등이 모여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도착했다. 여름 햇살을 등지고 서있는 도요타 본사의 모습이 세계 3대 자동차메이커의 본부답게 활기차 보였다. 도요타 회관에서 곧바로 사업현황과 THS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아시아부의 시마다 노리히코 실장이 진행을 맡았고 아라이 마사유키 부장과 오기소 이치로 한국도요타 사장, 우치야마다 다케시 전무, 다까아키 마츠모토 관장이 참석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마사유키 아라이 부장은 도요타의 럭셔리 디비전인 렉서스에 대한 언급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렉서스에게 아시아는 중요한 시장이며, 특히 한국 시장은 진출한 지 2년밖에 안되었지만 아시아 판매의 35%를 차지하며 세계 7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간 성장으로는 최고수준이다. 뉴 LS430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시장의 잠재가능성과 뉴 LS430 판매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어 마츠모토 관장의 도요타 현황 발표가 이어졌다. 도요타는 1937년 출범해 현재 자본금 3천970억 엔(약4조772억 원), 연매출 15조5천억 엔(약 159조 원), 영업이익 1조3천억 엔(약 13조 엔)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메이커의 하나로 도요타, 렉서스, 다이하쓰, 히노 등의 디비전이 있고 해마다 616만여 대의 차를 판매한다.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일본은 물론 해외 26개국에 45개의 공장을 마련했고 종업원 수는 26만여 명에 이른다. 소형차부터 트럭, 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이 생산되고 판매순위는 일본,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순이다. 도요타는 사람과 환경, 자동차의 조화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 환경친화적인 차세대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제조방법을 고안하는가 하면 현지생산을 통해 세계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이 가운데 환경친화적인 차세대 기술개발을 위한 THS(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는 도요타가 거둔 가장 놀라운 성과의 하나다. 이 기술은 ‘가장 진화된 하이브리드카’로 불리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에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직렬형(시리즈 방식)과 병렬형(패러럴 방식)으로 나뉘는 반면 THS는 각각의 장점만 모아 만들었다. 플라네터리(유성) 기어를 쓴 무단변속 시스템으로, 구동용과 발전용의 분배비율을 조절해 고효율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기술의 하나다. 예를 들어 출발할 때는 병렬형처럼 배터리를 이용해 시동을 건다. 고속이나 정상 주행(시속 60km) 때는 엔진출력을 구동력에 쓰고 그 이상의 파워가 필요하면 배터리에서 보조 동력을 지원 받는다. 이로 인해 고효율 저배기가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전력은 필요에 따라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도 쓰인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돋보인다. 주행 중 속도가 느려지면 발생하는 발전저항은 브레이크 동력으로 쓰이고, 브레이크 마찰열은 회생브레이크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배터리에 저장된다. 이 밖에도 차가 멈춰서면 엔진이 자동으로 꺼져 에너지 소모를 줄여준다. 도요타가 199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화에 성공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지금까지 세계 21개국에서 12만 대 이상 팔렸고, 하이브리드카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연비도 휘발유차가 10km/X 내외인데 비해 프리우스는 22.1km/X에 이른다. 배기가스도 이미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SLEV기준을 통과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역시 발진할 때는 휘발유차보다 약간 높지만 이후부터는 훨씬 적다. 프리우스 이외에도 도요타는 에스티마, 크라운 마일드 하이브리드, 알파드 하이브리드 등으로 하이브리드카 차종을 늘려 가고 있다. 올 가을에는 지난 4월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였던 뉴 프리우스를 양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뉴 프리우스는 25.1km/X의 연비에 고성능 모터를 얹어 111마력의 힘을 내고 0→시속 100km 가속도 10.9초로 빠른 도요타의 야심작이다. 환경과 자동차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리젠테이션 뒤에는 도요타 회관을 둘러보았다. 약 1시간의 짧은 견학이었지만 도요타 프리우스와 전기자동차 RZV4 EV, e-콤, 퓨어셀 자동차, 레이싱카, 양산차 등을 볼 수 있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자동차 제조과정을 대형 스크린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설(버추얼 팩토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기량 300cc 키운 ES330, 스타일은 그대로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시속 200km 넘게 달려 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뉴 LS430과 ES330의 시승회는 일본 홋카이도 나요로 시베츠에 자리한 도요타 푸루빙 그라운드에서 열렸다. 모두 새차발표를 앞두고 국내에 들어올 모델이어서 운전석은 일본 현지 차와 달리 왼쪽에 자리해 있다. 시승에 앞서 헬멧을 쓰고 도요타 테스트 드라이버와 함께 코스를 돌아보는 등 연습시간을 가진 뒤 본격 시승에 들어갔다. 먼저 ES330에 올랐다. 시승을 옆에서 지켜보던 ES330의 치프 엔지니어 히라타 히로유키 씨가 동승을 자원했다. 뒤늦게 합류한 그에게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네요”하고 말을 건넸더니 “차체는 똑같지만 엔진 출력이 높아져 훨씬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가속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베츠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직접 테스트를 했을 때 시속 200km 이상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달리기 성능을 발휘했다”고 대답한다. 제원상으로도 ES330은 V6 3.0X 엔진 대신 V6 3.3X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이 210마력/5천800rpm에서 228마력/5천600rpm, 최대토크가 30.4kg·m/4천400rpm에서 33.2kg·m/3천600rpm으로 올랐다. 엔진 배기량이 커져 힘이 좋아졌지만 무게에는 변함이 없어 9.3km/X에서 10.2km/X로 연비가 개선되었다. 경쟁 모델 가운데는 유일하게 공인연비가 1등급이다. 프루빙 그라운드에서의 시승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ES330의 잠을 깨웠다. 잔잔한 시동음이 들리더니 아이들링 상태에서 또다시 고요해진다. 액셀 페달을 밟아 테스트 로드로 진입해 시속 120km에 이르렀는데도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속력을 조금 더 높여 직진 도로에 접어들자 속도계 눈금이 프루빙 그라운드의 제한속도인 시속 180km를 훌쩍 넘어 버렸다. 규정 속도를 지키기 위해 브레이크에 발을 가져가려는데 히라타 씨가 “밟아요, 밟아!”하고 가속을 부추긴다. ES330의 성능을 직접 확인시켜 주고픈 눈치다. 이를 놓칠세라 엑셀 페달을 힘껏 밟았더니 차는 시속 200km를 넘어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순간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다. 매끈한 도로에서 표면이 거친 시멘트 바닥으로 진입하자 히라타 씨가 “서스펜션을 노멀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꿔보라”고 귀띔한다. 즉시 서스펜션 설정을 바꿨더니 안락하게만 느껴졌던 ES330이 한결 야무지고 단단하게 요철을 걸러나간다. 차선을 바꿔 추월가속을 테스트할 때도 기어 모드를 ‘D’에서 ‘S’로 바꾸고 레버를 3단으로 내렸더니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기분이 된다. 그러나 고회전에서도 엔진음이 너무 조용해 ES330의 달리기 성능이 감각적으로는 잘 와 닿지 않았다. 뉴 LS430, 시퀀셜 6단 기어 쓴 첫 렉서스 쇼크 업소버·서스펜션 바꿔 주행감 개선 ES330에 이어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3세대 모델 뉴 LS430에 옮겨 탔다. ES330이 배기량에만 변화를 줬다면 뉴 LS430은 ‘감성’과 ‘진보’란 컨셉트로 겉모습과 동력성능에 차별화를 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앞모습. 헤드램프가 좀더 날카로운 인상이고, 옆으로 키운 라디에이터 그릴은 낮아진 보네트 라인과 아우러져 위풍당당해 보인다. 안개등과 공기흡입구 역시 스포티하게 다듬고, 방향지시등을 클리어램프로 바꿔 샤프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센터페시아는 버튼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쓰기 편하다. 대신 조금 심심한 느낌.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마크 레빈슨 오디오와 스마트키로 지울 수 있다.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키를 꽂지 않아도 문을 열 수 있고, 손으로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는 예나 지금이나 돋보이는 편의장비다. 뒷좌석은 차체 길이가 20mm 길어져 한결 여유 있을 뿐만 아니라 냉난방 시트, 독서등, 화장거울 등을 갖춰 완벽한 쉼터를 구현했다. 소파처럼 편안한 가죽시트,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안마기, 냉온장고, 스위치가 모여있는 암레스트 등은 예전 그대로다. 뉴 LS430은 첨단·안전장비로 스티어링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헤드램프 각도가 조절되는 AFS (Adaptive Front Headlight System), 레이더로 사고를 미리 감지해 안전장치를 작동시키는 프리 크래시 세이프티 시스템(Pre Crash Safety System), 운전석 무릎에어백 등을 새로 더했다. 그러나 국내 들여오는 모델은 법규 때문에 운전석 무릎 에어백만 달려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렉서스에서 처음으로 얹은 아이싱 AW제 6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를 넣었다.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뉴 LS430이 튀어나간다. 대형세단인데도 순간 가속력이 스포츠카 못지 않게 파워풀하다. 프루빙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LS430의 진가는 확연히 드러났다. 최대토크가 중저속 영역인 3천500rpm에서 터져 액셀 페달에 발을 갖다 대기가 무섭게 가속이 붙는다. 그러나 흡음·방음재로 얼마나 꼼꼼히 감쌌는지 바람소리나 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테스트 로드까지 너무 매끄럽게 닦여있어서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계기판을 보니 시속 200km가 넘었다. 그러나 스피드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속력을 내고 싶어 발끝이 간질간질하다. 뉴 LS430의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은 6.3초. 대형세단으로 최적의 달리기 성능, 운전재미를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매끄러운 주행실력이다. 뱅크에 들어서서는 시속 160km로 액셀 페달을 지긋이 밟아 접지력을 유지하면서 돌아나갔다. 하체가 이전보다 탄탄해진데다 모노 튜브 타입의 쇼크 업소버가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잘 아우러져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잘 이끈다. 개발 컨셉트대로 주행감각이 조금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해진 셈이다. 그러나 승차감은 여전히 안락하고 편하다. 뉴 LS430과 ES330의 시승을 마친 뒤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렉서스만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너무 완벽해서, 혹은 누가 봐도 좋게만 만들어서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독특한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요타 기술진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뉴 LS430에 ‘감성적인 변화’를 주었다고 했지만 그 변화의 폭은 렉서스의 틀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도요타 웨이’에 충실한 렉서스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만을 걷는다. 개발과정에서도 가속력이 뛰어나면서도 조용하고, 핸들링이 날카로우면서도 안락하고, 한정된 차체 크기에서 최대의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반된 조건들을 모두 양립시키려니 개성이 흐려진다는 지적도 받지만 ‘도요타 웨이’의 첫걸음은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고객만족’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품질과 뛰어난 성능, 우수한 내구성은 렉서스를 신뢰하는 고객에 대한 그들의 보답이다. J.D. 파워& IQS(Associates Initial Quality Study)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요타의 철학은 이미 렉서스를 선택한 고객들에게 전해진 듯하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도요타 웨이’. 그 정신이 렉서스를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시킨 원동력이다.
VOLVO V70 2.4 볼보 왜건 50년 노하우를.. 2003-09-22
첫 번째 질문.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가장 충실히 다듬어온 메이커는 어디일까? 두 번째 질문.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가운데 ‘안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이커는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의 정답은 볼보다. 물론 볼보의 안전성은 대단하지만 기술적으로 따져볼 때 반드시 볼보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손꼽을 이유도, 타당성도 크지 않다. 프리세이프 시스템을 선보인 벤츠를 비롯해 대부분의 세계적인 메이커들이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볼보를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고 안전한 차’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7대의 144를 쌓아올린 1970년대 광고사진 한 장은 볼보의 모든 이미지를 상징한다. 66년 데뷔한 144는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와 충격흡수용 크럼플 존 등 종합적 안전 개념을 처음 도입한 차였다. 하지만 144의 안전도를 말하려고 이런 내용을 구구절절 읊을 필요는 없다. 이 차를 탑처럼 쌓아올린 광고사진만 보여주면 모든 설명은 끝. 볼보가 브랜드 이미지를 잘 만들어온 메이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슬리지 않는 수수한 스타일링 98년 등장한 새 기함 S80은 예전 볼보의 투박한 박스형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놓았다. 북유럽의 악천후 속에서 오랜 세월 다듬어온 성능도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볼보 세단이 ‘쿨’해져도 고향인 유럽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1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팔린 볼보 승용차의 88%가 왜건이었다. ‘세계 최고의 왜건 메이커’ 볼보의 왜건 만들기 노하우는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느낌. 최근 국내에 선보인 볼보 첫 SUV XC90의 인테리어 역시 오랜 세월 왜건을 만들며 다듬어온 볼보만의 손재주로 가득했다. 왜건 전문가 볼보가 올해로 왜건 만들기 반세기를 맞았다. 50년 전 ‘콤비’(Kombi)라는 이름으로 불린 볼보 왜건은 발빠른 아이디어로 생활 속 실용성을 든든히 받쳐온 볼보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종. 50회 생일을 맞아 ‘볼보 콤비’의 혈통을 가장 잘 이어받은 V70 2.4를 만났다. V70은 90년대 볼보의 대표 모델 850 왜건의 뒤를 잇는 후계자. 부드럽고 세련된 앞모습과 절대 변하지 않는 볼보 왜건 특유의 사이드라인을 조화롭게 섞어낸 작품이다. 왜건이라고 하면 대개 투박하리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눈앞에 서 있는 V70은 오히려 시원하게 잘 빠진 인상을 준다. 호리호리한 패션모델이 아닌 당당한 체구의 농구선수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늘씬함, V70의 첫 인상이 바로 그랬다. 헤드램프와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부드럽게 이어진 보네트 라인은 최근 볼보 승용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링. 근육질처럼 불룩 솟은 옆구리 라인을 따라 뒤쪽으로 가면 볼보 왜건만의 특징이 드러난다. 가장 큰 특징은 3장의 큼직한 통유리로 덮인 시원한 옆모습. 부엌칼로 싹둑 잘라놓은 듯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꽁무니도 특징적인 스타일을 그려낸다. 해치도어 양옆을 둘러싼 대형 테일램프가 유일한 ‘겉멋’으로 여겨질 만큼 V70의 스타일링은 무덤덤한 편. 그러나 국내 번호판 규격과 잘 맞지 않아 손가락 밀어 넣기가 쉽지 않은 해치도어 개폐 손잡이에 민감해질 정도로 V70의 겉모습에서 단점을 골라내기는 어려웠다. 인테리어 곳곳에 볼보 노하우 넘쳐 도어를 열면 겉모습을 능가하는 볼보 왜건의 장점들이 쏙쏙 보이기 시작한다. 대시보드와 운전석은 세단 그대로. 계기판 글자도, 센터페시아의 각종 계기류 조작 스위치들도 모두 큼직큼직해 쓰기에 더없이 편하다. ‘노인용 인테리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어지간한 기능이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 조작도 쉽다. 높은 감성품질이 와 닿는 디자인. 왜건인지라 2열로 가면서 궁금증은 더해진다. 이미 지난 6월 XC90을 시승할 때 볼보의 인테리어 꾸미기 실력을 엿본 터. 기본적으로 거실 소파처럼 크고 편안한 시트는 시원시원한 센터페시아와 더불어 볼보 인테리어의 트레이드마크다. 2열 시트는 머리와 무릎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을 정도. 시승차가 2002년형이라 2004년형에 더해진 부스터 쿠션(아이들을 태울 때 시트 밑바닥을 높일 수 있는 장치)이 없어 아쉬웠다. 센터콘솔 뒤쪽에 달린 쓰레기 봉지 고정용 고리와 넉넉한 크기의 앞뒤 컵홀더는 철저히 실용성에 바탕을 둔 개성적인 장비들. 볼보의 실력은 2열 시트 뒤 짐칸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풀플랫 기능을 갖춘 2열 시트는 수많은 미국 아줌마들이 자녀들을 볼보 왜건에 태우고 다니는 이유를 짐작케 할 만큼 조작하기 쉽다. 시트 바닥의 고리를 잡아당기면 엉덩이 닿는 부분이 빠져나와 운전석 등받이 뒤에 밀착된다. 등받이 헤드레스트도 옆의 작은 고리를 당기면 가볍게 앞으로 숙여진다. 이어 등받이 양옆 모서리의 레버를 누른 채 등받이를 앞으로 미는 것으로 접는 과정 끝. 아파트 거실처럼 완전평면을 이루는 드넓은 바닥은 SUV에서도 흔치않은 풀플랫의 진수를 보여준다. 2열 시트를 접어 만든 짐칸은 바닥 길이만 170cm를 넘어 화물용 밴이 부럽지 않을 뿐 아니라 야외로 나갔을 때 급한 대로 낮잠 한숨 잘 만한 간이침대 역할까지 해낸다. 짐칸 구석의 예비 전원은 볼보 왜건이기에 있어 마땅한 장비. 수직을 이룬 해치도어는 짐칸 맨 끝까지 짐을 꽉꽉 눌러 채울 수 있도록 한 볼보 왜건의 배려이자 전통이다. 패밀리 왜건의 진수 보인 꾸준한 달리기 무덤덤한 겉과 비범한 속을 고루 둘러보고 나서 직렬 5기통 2.4X DOHC 170마력 엔진을 흔들어 깨웠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시동음에서 길이 잘 든 차의 느낌이 전해온다. 5단 AT 레버를 D 레인지에 놓고 출발. 덩치에 비해 그리 무겁지 않은 1.5톤의 차체가 생각보다 가볍게 첫발을 내딛는다. 사뿐한 출발에 이어지는 가속성능도 괜찮은 편.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치고 올라가는 달리기가 잔재미를 준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망설임 없이 단번에 해낸다. 제원상 V70의 0→시속 100km 가속성능은 9.9초. 몇 차례의 테스트에서도 그와 별 차이없는 성능을 보인다. 속도계 바늘은 시속 140km까지도 무난하게 올라간다. 그쯤에서 6천rpm까지 치솟던 rpm 게이지가 3천500rpm 부근까지 뚝 떨어지며 시프트 다운이 한 차례 이뤄지고 다시 이어지는 가속. 이때부터는 가속력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 멎을 듯 멎을 듯 서서히 움직이는 속도계 바늘은 그러면서도 끝내 시속 195km를 넘어서는 저력을 보인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210km. 복잡한 일반도로임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달리기다. 짐칸을 고려해 댐핑 범위에 여유를 두어서인지 서스펜션은 무척 부드럽다. 급코너링에서는 제법 큰 롤링이 느껴지는 편. 그래도 차는 가야 할 코스를 근근히 물고 버틴다. 왜건치고는 차체 뒤쪽의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국내에 선보인 8가지 볼보 라인업 가운데 지난 7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차는 S60 2.4와 S80 T6. 각각 판매대수 100대를 넘긴 이들은 모두 고급 세단이다. 세단은 국내 운전자들이 유난스레 집착하는 ‘대한민국 대표 세그먼트’. 반면 크로스컨트리(XC70)는 왜건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도 올 들어 7달 동안 51대나 팔리는 뜻밖의 활약을 보였다. 약 2천만 원의 값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의 2배에 이르는 실적. 지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왜건은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와 볼보 크로스컨트리, V40 T4, V70 2.4 등 네 가지뿐이다. 이들 가운데 세 가지가 볼보 왜건. 크로스오버 비클의 성격을 버무린 크로스컨트리와 달리 정통 왜건 스타일링을 간직한 V70과 V40의 국내 판매는 극도로 부진하다. 그래도 왜건 빠진 볼보는 생각할 수 없다. 50년을 앓아온 볼보의 왜건 중독은 국내 운전자들의 세단 집착증보다 훨씬 강하다. 시승 협조: 볼보자동차 코리아 ☎ (02)3781-3800 볼보 V70 2.4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10×1800×1490mm 휠베이스 2760mm 트레드 앞/뒤 1560/1560mm 무게 153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5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3.0×90.0mm 배기량 2435cc 압축비 10.3 최고출력 170마력/5900rpm 최대토크 23.5kg·m/4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8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070/1.770/1.190 ④/⑤/ⓡ 0.870/0.700/2.990 최종감속비 4.25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트레일링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05/50 R16 성능 최고시속 210km 0→시속 100km 가속 9.9초 시가지 주행연비 9.6km/ℓ 값 5,460만 원
Mercedes-Benz CLK320 Cabriolet.. 2003-09-19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 알몸이듯 초창기 자동차의 모습 역시 오픈카였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지일까?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은 뒤 벌거벗은 모습을 창피해하며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지만 자동차는 눈과 비, 바람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얹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사계절 따뜻한 에덴동산이라면 모를까, 자동차가 달려야 하는 환경은 비 많은 영국과 폭설 내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그리고 미국의 광활한 사막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승객을 지켜내기 위해 단단한 지붕으로 몸을 가다듬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는 오픈 드라이빙은 어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누리고 싶은 마약과도 같은 쾌감이다. 자동차 초창기에는 그저 단순한 구조의 오픈카가 당연시되었지만 점차 ‘달리는 즐거움’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로 자리잡았고 지금은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혹은 스파이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안락함 갖춘 4인승 카브리올레 지금까지의 오픈카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치명적인 가시가 있는 장미였다. 지붕을 잘라낸 차체는 강성 확보를 위해 무거워지며 스포츠성은 오히려 떨어졌고 허술한 소프트톱은 대부분 비가 새 젖어드는 옷을 히터로 말리며 달려야 했다. 추운 겨울이면 실내에서도 두꺼운 방한복은 필수. 지붕을 닫고 아무리 세게 히터를 틀어도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10년 전 빛 바랜 사진 속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기자가 경험한 최신 오픈카들은 이런 문제를 훌륭하게 뛰어넘고 있다. 그 리스트에 더해진 최신 모델이 바로 메르체데스 벤츠 CLK320 카브리올레다. CLK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제네바 오토살롱. 3년 앞서 선보였던 컨셉트카 ‘쿠페 스터디’의 디자인과 C클래스 플랫폼을 활용해 탄생한 4인승 쿠페/컨버터블이었다. CLK는 E클래스를 통해 부활된 새로운 헤드램프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장비를 자랑하며 지난해 풀 모델 체인지될 때까지 23만 대 정도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SLK와 CLK는 모두 C클래스 플랫폼과 구동계를 이용한 형제차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컴팩트한 2인승 차체에 전동 하드톱을 단 SLK가 스포츠카로 불리는 것과 달리 CLK는 4인승의 안락한 실내와 편의장비를 갖춰 장거리 여행 동반자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커진 덩치와 늘어난 무게 때문에 스포츠성은 반감되었지만 어느 한 부분 단점을 찾아내기 힘든 팔방미인이 된 것. 지난해 풀 모델 체인지된 신형은 모든 면에서 착실한 발전을 보여준다. 우선 구형 E클래스를 닮아 조금 둔탁했던 얼굴이 신형 E클래스의 변신을 따라 한결 세련되어졌다. 겹쳐진 2개의 타원 램프는 공기를 가르듯 날렵한 각도의 보네트라인으로 이어진다. 로드스터와 승용차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풍만한 곡선의 보디라인은 넓은 실내공간과 스포츠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독특한 형태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와 컴팩트한 2도어 차체가 날렵하지만 리어 펜더 부근의 펑퍼짐한 라인 처리는 CLK 디자인이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점. 시승차는 아방가르드 패키지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타원형으로 처리한 에어벤트나 대시보드의 미묘한 곡선이 구형에 비해 한층 세련되어 보인다. 촘촘한 망사 모양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는 알루미늄 그레인은 아방가르드의 가장 큰 특징. 4스포크 스티어링의 전화 스위치와 센터콘솔의 모빌 폰 홀더,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수 없는 인포메이션 센터는 아쉬운 부분이다. 뒷좌석은 2명밖에 탈 수 없지만 C클래스 세단과 비교해도 그다지 옹색하지 않다. 더구나 뒷좌석 전용 에어벤트까지 갖추고 있으니 컨버터블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셈. 버튼 하나로 작동되는 지붕에서 소프트톱 스페셜리스트 카르만의 비범함이 느껴진다. 버튼 하나로 토너 커버가 열리면서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듯 순식간에 4인승 쿠페로 변신한다. 소프트톱은 생각보다 두껍고 탄탄할 뿐 아니라 창문과의 이음새가 정교하다. 도어를 열면 옆 창문 2개가 약간 벌어졌다가 문이 닫힌 후 완전히 밀착된다. 좀더 완벽한 방수를 위한 섬세한 조치. 전복사고가 났을 때 튀어올라 승객을 보호하는 팝업식 롤바도 믿음직하다. 여유 있는 출력의 V6 3.2X 엔진 시승차는 V6 3.2X 엔진을 얹은 CLK320 카브리올레. 벤츠는 90년대 중반까지 BMW와 자존심 경쟁을 벌이며 거의 모든 엔진에 DOHC 헤드를 얹어 출력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모적인 경쟁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고 배기가스 규제가 심해지면서 벤츠는 DOHC를 과감히 버리고 SOHC 3밸브와 트윈 스파크 기술을 쓰게 된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구형 CLK에 얹었던 V6 3.2X. 운전석에 올라 이 사연 깊은 엔진을 깨우기로 했다. 도어를 닫고 몸을 시트에 파묻자 전동식 가이드가 잡기 좋은 위치까지 안전벨트를 밀어내준다. 도어가 큰 대부분의 쿠페나 카브리올레는 벨트가 너무 뒤에 달려 몸을 완전히 비틀어야 잡을 수 있다. 시트는 쿠션이 단단한 편으로 좋은 자세를 강요하는 느낌. 평소 구부정한 허리를 쭉 펴고 등받이에 기대 벤츠가 제안하는 ‘올바른 운전자세’를 만들어본다. 시동을 걸자 나지막한 V6의 진동이 전해져온다. 저속에서의 스티어링 감각은 상당히 무거운 편. 지나칠 만큼 가벼웠던 E클래스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정통 스포츠 로드스터와는 거리가 있는, 안락함을 강조한 CLK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조금 이질적인 부분이다. 7년간 숙성된 V6 엔진은 5단 AT와 어울려 매끈한 달리기 성능을 이끈다. 아슬아슬하게 출력을 쥐어짜는 느낌의 200K와 달리 넉넉한 배기량에서 오는 여유 있는 토크가 초반 가속은 물론 시속 100km 이상의 추월가속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다만 너무 부드럽고 매끈하면서 조용한 엔진은 어디까지나 승용차 감각이다. 반응 빠른 변속기와 쓰기 편한 수동 모드는 순발력 넘치는 달리기를 한몫 거든다. 스포츠와 컴포트 모드에 따라 변속 타이밍을 다르게 조절한다. 하체는 벤츠다운 안정된 느낌으로 일관한다. 효과적으로 노면충격을 거르면서도 코너에서는 높은 그립을 유지하며 스티어링 움직임에 정확하게 반응한다. 고속 커브와 급차선 변경, 시속 70km에서의 급코너 모두에서 믿음직하다. 저속에서 급가속할 때 변속기에서 나는 ‘그륵륵’하는 소음이나 노면 굴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스펜션, 실내에서 들리는 잡소리가 신경을 거스르지만 시승차만의 소홀한 관리문제가 아닐까 치부해본다. 뒷좌석에 다는 윈드 디플렉터는 조작이 간단한 편. 이것을 달면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수 없지만 덕분에 시속 120km까지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은 피할 수 있다. 머리 윗부분으로는 강한 공기 흐름을, 그 아래로는 산들거리는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즐기는 조용한 음악은 색다른 경험이다. CLK 카브리올레는 운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너무 많은 것은 얻으려다 보니 어느 한 가지 매력을 완벽하게 추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소프트톱을 접어 바람과 함께 달리고, 닫으면 쿠페의 안락한 실내가 생긴다. 편의장비와 감성품질도 수준 높고 ‘벤츠표’ 달리기 성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오픈 드라이빙의 즐거움. 이것이 CLK 카브리올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벤츠 CLK320 카브리올레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638×1740×1413mm 휠베이스 2715mm 트레드 앞/뒤 1493/1474mm 무게 1530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6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9×84.0mm 배기량 3199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218마력/5700rpm 최대토크 31.6kg·m/3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2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950/2.420/1.490 ④/⑤/ⓡ 1.000/0.830/3.150 최종감속비 3.45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3링크/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205/55 R16, 225/50 R16 성능 최고시속 241km 0→시속 100km 가속 8.2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9,270만 원
베크 스파이더 50년 세월 뚫고 나타난 매혹적인 차.. 2003-09-15
젊은이의 우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임스 딘. 1955년 9월 30일 오후, 그는 할리우드를 떠나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영화 ‘에덴의 동쪽‘이란 단 한편의 영화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자이언트’, ‘이유 없는 반항’ 등의 잇따른 성공작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틴에이저들에게까지도 우상이 되어 있었다. 당시 연기와 자동차경주 두 가지에 푹 빠져 있던 제임스 딘은 운명의 그 날에도 다음날 있을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약 250마일(400km)의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가고 있었다. 지평선을 따라 멀리서 해가 지고 있을 무렵, 딘은 한적한 46번 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바로 그때 턴업시드란 대학생이 탄 차가 41번과 46번 도로의 교차로 앞에 서 있었다. 턴업시드는 멀리서 희미하게 달려오는 조그만 차를 보았지만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좌회전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멀리 있던 차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와 순식간에 턴업시드의 차에 내리꽂히고 만다. 조그만 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졌고 그 차에 타고 있던 딘은 부서진 스티어링 칼럼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이렇게 한 시대의 우상은 그가 가장 아끼던 차 안에서 영화같이 생을 마감했다. 이때 제임스 딘의 나이는 스물 넷, 마지막 순간을 그와 함께 했던 차는 포르쉐 550 스파이더였다. 90대만 생산된 50년대 포르쉐 스포츠카 키트카 업체 베크의 레플리카로 부활해 포르쉐 550 스파이더는 포르쉐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희귀한 모델이다. 1953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모습이 공개되었고 54년 밀레밀리아 경주에서 경주차로 공식 데뷔했다. 르망과 세브링, 밀레밀리아 등 여러 자동차경주를 휩쓸었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는 당시 포르쉐 경주차의 대명사였다. 56년 개선된 550A 스파이더가 나왔고 57년 단종될 때까지 모두 90대가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개인의 손에 들어간 차는 78대에 불과하다. 550 스파이더는 몇 가지 타입으로 생산되었지만 제임스 딘이 탔던 1500RS가 가장 유명하다. 초창기 포르쉐는 많은 메커니즘을 폭스바겐에서 빌려왔는데, 550 스파이더 1500RS 역시 폭스바겐 비틀이 썼던 방식대로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RR타입이었다. 4기통 1.5X 110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200km, 0→시속 60마일(약 97km) 가속 8초의 성능을 냈다. 당시 경주차를 만들던 방식대로 2중 튜브로 된 스페이스 프레임을 써 무게가 600kg 정도로 가벼웠고 앞 48%, 뒤 52%의 뛰어난 무게배분을 자랑했다. 서스펜션 역시 폭스바겐 차처럼 앞 트레일링 암, 뒤 스윙 액슬 방식을 썼다. 베크 스파이더는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미국 베크가 재현한 레플리카다. 베크는 지난 82년 문을 연 키트카 전문 생산업체. 주로 포르쉐 레플리카를 내놓고 있으며 완성도가 뛰어나 미국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85년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가 제임스 딘 사망 30주년을 맞아 기념 기획을 했을 때도 시승차는 포르쉐 550 스파이더가 아니라 베크 스파이더였다. 베크 스파이더는 키트카 업체들이 즐겨 쓰는 방식(폭스바겐 비틀의 섀시와 엔진, 트랜스미션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보디를 씌우는 방식) 대신 진짜 튜브로 스페이스 프레임을 만들어 완성도를 높인 차다. 포르쉐 550 스파이더와의 차이점이라면 원형보다 두꺼운 튜브(3×0.125인치)를 쓴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트레드는 52인치(약 1320mm)로 원형과 같으나 휠베이스가 3인치(약 7.6cm), 길이가 2인치(약 5cm) 늘어나 실내가 조금 넉넉해졌다. 서스펜션은 앞 트레일링 암, 뒤 스윙 액슬로 원형과 똑같다. 엔진은 브라질에서 들여온 다양한 배기량(1.6∼2.4X)의 폭스바겐 엔진 중 고객이 주문하는 것을 얹는다. 기본형인 베크 스파이더 1.6은 최고시속 179km, 0→시속 60마일(약 97km) 가속 11초의 성능을 낸다. 최고 모델인 2.4는 최고시속 140마일(약 225km), 0→시속 60마일 가속 5.5초의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포르쉐 550 스파이더는 보디가 100% 수작업으로 만든 합금이지만 베크 스파이더는 합금과 파이버글라스를 함께 써서 무게를 낮췄다. 국내에도 베크 스파이더 한 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북 전주를 찾았다. 오너는 클래식 카메라 전문사이트(www.buycamera.co.kr)를 운영하는 곽풍영 씨. 베크 스파이더 외에도 민간인에게 불하된 군용지프(K-111) 한 대를 더 갖고 있는 그는 특이한 차는 꼭 타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정열적인 카매니아였다. 멋진 50년대 경주차 스타일 자랑해 귓전에서 울리는 거친 숨결이 매력 전주에 있는 베크 스파이더는 오리지널 뺨칠 정도로 구분하기 힘들었고 새차처럼 깨끗했다.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50년 전에 생산되었던 차가 최근 정교하게 만들어진 레플리카보다 깨끗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복제품으로 진품의 가치를 논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미술품이나 도자기같은 골동품이 아니라 복제의 대상이 자동차라면 이 모방품은 단순한 복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말을 하고 싶다. 레플리카는 ‘모셔두어야’ 하는 오리지널과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몰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보통 사람’ 입장에서 내린 결론이지만……. 곡선이 넘실대는 베크 스파이더의 보디는 앞뒤가 묘한 대칭을 이룬다. 전통적인 포르쉐 스타일에 따라 얼굴은 헤드램프 부분이 볼록 솟아있는 모양이다. 뒷모습 역시 빵빵한 두 엉덩이(뒤 팬더)가 좌우로 볼록 솟아있다. 범퍼가 없는 매끈한 보디, 조그마한 테일램프, 앞 윈도 테두리에 두른 크롬과 크롬 휠 캡 등에서 50∼60년대 클래식 로드스터의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데뷔 당시에도 550 스파이더는 확실히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음이 분명하다. 파이버글라스로 된 가벼운 앞 보네트를 들어내면 연료주입구와 워셔액 통 그리고 짐을 실을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 나오고, 한 귀퉁이에는 57번째 생산된 차라는 것을 알려주는 ‘057’이란 생산번호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역시 파이버글라스로 만든 가벼운 엔진룸(뒤쪽)을 열면 스페이스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스페이스 프레임이란 둥근 파이프를 용접해 골격을 만든 프레임으로, 550 스파이더가 나왔던 50∼60년대 경주차들이 주로 썼던 형태다. 프레임 위에는 폭스바겐제 1.6X 수평대향 엔진이 자리하고 있고 액슬 뒤에 자리한 기어박스도 눈에 띈다. 언뜻 보면 쇼크 업소버가 없는 듯 보이는 스윙 액슬 서스펜션은 요즘 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시동을 걸자 폭스바겐 특유의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이 거친 음을 내뱉기 시작한다. 같은 엔진을 얹었던 올드 비틀이 ‘소음’을 냈던 것과 달리, 50년대 스타일의 경주차에서 울려 퍼지는 공랭식 엔진의 하모니는 말 그대로 멋진 ‘사운드’다. 타고 내리기가 불편하지만 실내공간은 넉넉한 편. 시트가 바닥에 거의 붙어있기 때문에 시트에 앉으면 아스팔트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자, 이제 달리기 위해 기어를 넣을 차례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기어 감각이 애매해 1단 기어를 찾기가 힘들다. 예전에 68년형 카르만 기아를 시승할 때에도 같은 문제로 고생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제임스 딘이 49년 전에 타고 달렸던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호기롭게 차에 올라서는, 기어조차 넣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니……. 한참 식은땀을 흘린 다음 드디어 출발을 했다. 제임스 딘이 그랬던 것처럼 액셀 페달에 지긋이 힘을 주었다. 귀 뒷전에서 방방거리는 공랭식 엔진음은 머플러 소리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매력적인 음색이다. 1.6X 엔진이라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600kg밖에 안 되는 가벼운 차체에 얹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치 카트를 탈 때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을 모른 채 달렸던 딘의 통쾌한 감정을 느껴보았다.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2년 전 미국에서 열린 MPG 트랙 데이에 참가해 베크 550 스파이더를 실컷 몰아본 이가 있다. 그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Ⅶ이나 혼다 S2000 등 여러 대의 스포티한 차들로 트랙을 달려보았다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차로 베크 스파이더를 꼽았다. 드리프트를 맘껏 할 수 있고 거친 주행감각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가 탔던 베크 스파이더는 160마력으로 튜닝된 2.4 모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기자가 시승한 1.6 스파이더도 경쾌한 주행성능과 그에 못지 않은 감성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그 친구처럼 트랙에서 맘껏 달려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시승차 협조: 곽풍영 ☎011-677-2683
오펠 스피드스터 순수 드라이빙 머신의 매력에 빠지다.. 2003-09-05
모든 것이 편리해지는 세상이다. 자동차 세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갈수록 첨단 전자장비가 늘어 운전자가 개입할 여지가 자꾸만 줄어든다. 고급차로 갈수록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는 운전자가 승용차 안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목적지까지 가는 지능형 교통시스템도 개발중인 현실이다. 그럼에도 순수하게 운전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차들이 만들어진다. 또 이런 차들은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태어날 것이다. 달리기에 대한 열정 또한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오펠 스피드스터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모델이다. 오펠 100주년 기념하는 경량 스포츠카 독자 설계, ABS와 운전석 에어백 갖춰 스피드스터는 오펠의 자동차 제조 100주년 기념 모델이다. 1999년의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컨셉트 모델이 발표되었고 영국 로터스 엔지니어링사의 협력을 얻어 개발이 진행되었다. 보디 구조는 로터스 엘리제와 같이 에폭시 수지 접착제를 사용한 알루미늄 프레임 위에 25매의 FRP 패널을 덮었다. 하지만 단순히 엘리제의 GM판 모델은 아니다. 엘리제와 공유부품은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스피드스터의 전용 설계다. 엔진과 트랜스미션도 GM 오리지널로 엘리제와는 다르다. 휠 베이스도 엘리제보다 30mm 긴 2천330mm이다. 전체적으로 엘리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펠의 독자적인 보디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ABS와 운전석 에어백이 갖춰지는 것도 엘리제와의 차이점. 다만 앞뒤 더블 위시본의 서스펜션 형식은 같다. 스피드스터는 오펠의 첫 양산 미드십 스포츠카로서 영국 런던 북동쪽에 위치하는 로터스에서 생산된다. 유럽에서는 2001년 3월부터 판매가 시작되었고, 1천337번째 생산된 모델이 오늘 기자가 만나는 차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오른쪽 아래에 생산 일련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있다. 주행거리는 300km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스피드스터가 도로에 나타났다. 순간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다른 차들을 왜소화시켜버리는 마력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펠 엠블럼을 담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력한 앞모습을 만들고, 근육질의 보디라인이 역동적이다. 미드십 엔진 구성이지만 보네트 위에 방열 그릴을 달고 있는 것은 라디에이터를 엔진과 분리시켜 앞쪽에 두었기 때문이다. 트윈 머플러를 세로로 한 가운데로 몰아놓은 디자인도 다이내믹하다. 머슬카 분위기도 나지만 실제로 보면 아담하고,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소프트톱은 수동식이지만 정말 간편하게 떼고 달 수 있다. 톱을 벗겨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양쪽의 고정고리를 젖히고 천 조각을 말듯 그냥 접으면 된다. 가로로 놓인 2개의 지지대도 간편하게 떼어낸다. 롤 바를 겸하는 A필러와 삼각형의 쿼터 필러가 보디 뒤쪽을 지지하면서 일종의 타르가톱 스타일이 된다. 벗겨낸 소프트톱은 엔진 뒤쪽에 별도로 마련된 짐칸에 수납할 수 있다. 도어를 열어 지상에서 불과 30cm 정도 높이의 시트에 앉는다. 거의 바닥에 앉는 기분으로 깊숙한 페달에 발을 맞추기 위해 시트를 수동으로 잡아당긴다. 버킷시트는 앞 뒤 슬라이딩은 되지만 등받이를 조절할 수는 없다. 윈도도 수동식으로 알루미늄제 고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려야 열고 닫을 수 있다. 전자식 파워 장비는 애당초 기대해서는 안될 부분처럼 보인다. 심지어 에어컨도 없다. 3개의 다이얼은 외기유입 바람을 조절하는 기능일 뿐이다. 유일한 편의 및 전자장비라면 CD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VDO 데이톤 오디오. 애프터마켓용처럼 보이는데 오펠의 공식 옵션제품이라고 한다. 은빛으로 빛나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쾌감 고속 코너링 때 차와 일체화되는 감각 압권 키를 시동 구멍에 넣고 대시 패널 중앙의 스타터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차갑게 빛나는 알루미늄 소재의 인테리어가 그대로 드러나 달리기의 욕구를 깨운다. 간결한 계기판과 딱딱한 시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경주차에 가까운 스포츠 드라이빙 자세를 만들어준다. 역시 은색으로 빛나는 기어레버가 스포티한 기분을 북돋워준다. 기어를 넣을 때마다 ‘철컥’하는 소리가 차내에 울린다. 생경한 느낌은 오직 달리기를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스피드스터와 친숙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밸런스 샤프트를 가지는 알루미늄제 2.2X 147마력 유닛은 무리하지 않고 케이블식의 5단 MT와 매끄러운 연결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엔진의 회전감각은 부드럽고, 파워와 토크 모두 불만은 없다. 다만 배기음은 뒷바퀴를 굴리는 스포츠카치고는 평범한 편이다. 토크 특성도 너무 실용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속하기 시작하면 달라진다. 엔진은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슬립 없이 즉각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기어변환은 빠르고 정확하다. 320mm 구경의 스티어링 휠은 파워가 아니어서 조금 무겁지만 정확한 응답성이 이를 보완한다. 속도가 붙으면 가벼워지고 타이어의 방향이나 노면 상황을 확실히 전달한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다. 특히 빠른 스피드로 코너를 감아 돌 때 미드십 구조가 선사하는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자동차와 일체화되는 감각이 압권이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자세 제어 또한 어럽지 않다. 경량 보디는 핸들링이나 동력 성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스피드스터는 850kg의 무게에 0→시속 100km 가속 5.9초의 성능이 매서운데 위화감이 전혀 없다. 신경질적인 반응이 없고, 운전자를 편안하게 해준다. 물론 타고 내리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4바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소프트하지만 불안하지 않다. 다만 안락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기어 레버 조작거리가 좀더 짧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피드스터는 요즘 자동차에서 만나기 힘든 기계의 순수성과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차다. 국내에서는 아직 GM코리아가 수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윌트비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로터스 엘리제를 꿈꾸고 있다면 스피드스터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값은 5천800만 원이고, 티타늄제 하드톱이 포함된다. 시승협조: (주)윌트비☎(02)6284-9910 www.wiltbe.co.kr 오펠 스피드스터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3786×1708×1117mm 휠베이스 2330mm 트레드 앞/뒤 1450/1488mm 무게 850kg 승차정원 2명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6.0×94.6mm 배기량 2198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147마력/5800rpm 최대토크 20.7kg·m/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36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58/2.02/1.35 ④/⑤/ⓡ 0.97/0.81/ㅡ 최종감속비 ㅡ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175/55 R17, 225/45 R17 성능 최고시속 217km 0→시속 100km 가속 5.9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5,800만 원
자유영토를 넓혀 주는 럭셔리 SUV OFF ROAD.. 2003-08-27
비포장 험로와 싸울 때 투아렉의 위력은 빛난다. 기울기 45도의 비탈을 오르고, 옆으로 가로지를 수도 있다. 실제로 이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당한 재미를 안겨 준다. 보네트를 열자 엔진룸을 둘러싼 고무 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엔진룸 주요 부품은 커버로 덮여 있다. 게다가 밀봉된 하프 샤프트와 3중 도어 실, 높은 엔진 공기흡입구, 방수 램프와 배선까지…. 자료를 볼 때도, 직접 차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폭스바겐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건 진짜 오프로더잖아.’ 지상고 6단계로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 투아렉은 철제 스프링으로 500mm, 시승차처럼 에어 서스펜션을 달면 580mm의 물길을 건널 수 있다. 오프로드의 황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보다 80mm 정도 더 깊이 차를 물에 담글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 깊이에서는 차안에 물이 들어오거나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 투아렉에 쓰인 풀타임 4WD ‘4X모션’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폭스바겐에 쓰이는 4모션과는 다르다. 센터 디퍼렌셜 잠금 2단 트랜스퍼 케이스를 결합했다. 뒤 디퍼렌셜 잠금 장치는 옵션이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에는 기본으로 달린다. 센터 디퍼렌셜을 잠그지 않을 때 정상적인 동력배분은 앞뒤 50 대 50.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무단조절형 멀티 디스크 클러치로 구동력을 100%까지 앞뒤 어느 한쪽에만 보낼 수 있다. 2단 트랜스퍼 케이스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기어 변환을 줄이고, 험로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초저속으로 움직일 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앞뒤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럭셔리 SUV답게 고무완충재를 깐 서브 프레임에 얹혀 승차감이 뛰어나고 놀랍도록 운동이 정확하다. 위쪽 암은 알루미늄으로 무게를 줄였다. 투아렉의 가장 큰 자랑인 에어 서스펜션은 반자동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자동으로 무게를 배분하며 지상고를 조절한다. 센터콘솔 오른쪽 로터리 스위치를 오프로드 모드로 돌리면 지상고가 245mm, 엑스트라 하이에 놓으면 300mm까지 올라간다. 카이엔 터보의 에어 서스펜션이 273mm, 레인지로버의 그것은 280mm까지 최저지상고를 높이는 데 반해 투아렉은 20mm나 더 여유 있다. 오프로드에서 20mm의 공간이 얼마나 큰 이점이 되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하체를 최대한 올리고 4WD 로 레인지에 놓으면 차는 울퉁불퉁한 돌밭이나 둔덕도 거침없이 주파한다. 이 상태에서는 승차감이 나빠지지만 노면 상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운전에 도움이 된다. 1단으로 언덕을 오르다가 갑자기 섰을 때는 차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힐 스타팅 어시스턴트’가 작동, 바퀴가 절대로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리막에서는 랜드로버 HDC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내리막 보조장치의 도움을 받는다. 실제로 팁트로닉 1단, 4WD 로 레인지에 넣자 차의 시속이 7km 정도로 뚝 떨어져 브레이크를 밟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핸들링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런 전자장비들은 운전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일 수도 있지만 이 덕분에 오프로딩에 경험이 적은 사람들도 험로 드라이빙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넓은 의미로 본다면 요즘 온·오프로드를 두루 만족시키는 SUV는 많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투아렉이 돋보이는 이유는 같은 조건을 ‘최상’에서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투아렉은 폭스바겐 제품의 한계를 훨씬 넓혔다. 무엇보다 럭셔리 SUV 라이벌들과 맞서 높은 가치를 자랑한다. 매끈하고 단단하며 안락하고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난 투아렉은 SUV 시장의 VIP임에 틀림없다. 오르막·내리막 보조장치 힐 스타팅 어시스턴트 : 오르막에서 풋브레이크를 놓을 때 미끄럼을 막아 주는 장비. 1단이나 후진기어로 언덕을 오르다가 풋 또는 핸드 브레이크를 걸어 차를 멈추면 이 장치가 작동, 차가 절대 뒤로 밀리지 않는다. 다운 힐 어시스턴트 : 전자안정장치(ESP)를 걸고 액셀을 밟지 않은 채 시속 20km 이하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갈 때 작동한다. 팁트로닉 1단, 4WD 로 기어에 넣고 경사로를 내려가면 ESP가 켜지면서 차의 시속이 최저 7km까지 떨어진다.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 ON ROAD IMPRE.. 2003-08-27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은 값과 품질에서 인기 있는 대중차 만들기에 앞장서 왔다. 유럽, 특히 서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나 폭스바겐 소형차들이 거리를 분주히 오간다. 하지만 일단 돈을 벌고 나면 폭스바겐 오너는 벤츠나 BMW, 포르쉐를 넘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폭스바겐 둥지를 뚫고 나온 첫 SUV 투아렉을 보자. 해외시장에서 벤츠 M클래스, BMW X5, 볼보 XC90, 렉서스 LX470,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겨루는 야심만만한 라이벌이다. SUV가 득실거리는 요즘 투아렉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V8 엔진과 6단 AT로 무장, 0→시속 100km 가속 8.1초 투아렉에는 재미있는 특성이 버무려져 있다. 매끈한 엔진, 세단에서 빌려 온 놀라운 인테리어, 오프로더에서 넘어온 본격적인 네바퀴굴림 장치가 돋보인다. 게다가 위엄을 자랑하는 독일 라이벌들보다 값이 싸다. 물론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지 않았다.(V8 1억100만 원대, V6 7천900만 원대). 거꾸로 옵션이 ‘빵빵’하다. 에어 서스펜션, 패들형 기어, 디퍼렌셜 록 등이 기본으로 들어앉았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걸까, 아니면 허투루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겠다는 것일까. 입체분석 제1장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달리기 성능. 시승차에 얹힌 엔진은 아우디 A8과 A6에서 물려받은 310마력짜리 V8 4.2X DOHC다. 시동을 걸면 듣기 좋은 사운드가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한다. 배기량이 더 작은 220마력의 V6 3.2X DOHC 엔진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럭셔리 세단 페이튼의 V6과 같지만 가파른 비탈에 알맞게 오일압을 조절하는 등 오프로드형으로 개조했다. 화려한 토크를 원한다면 내년 상반기 수입되는 V10 디젤 터보를 기다리면 된다. 배기량 5.0X로 자그마치 76.5kg·m의 최대토크를 분출한다. 투아렉 V8의 달리기 성능은 형제차 포르쉐 카이엔 S를 연상시킨다. 부드럽고 시원스러우며 막힘이 없다. 2.5톤에 육박하는 거구를 마치 스포츠카를 몰 듯 가볍게 컨트롤한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시속 200km에서도 힘이 남아돌 뿐 아니라 시속 230km까지 내몰아도 버거운 기색이 없다. 페이튼의 W12 6.0X 420마력 엔진을 얹은 투아렉이 내년에 나오면 고성능 SUV 무대를 평정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다. 온로드 드라이빙의 결정적인 매력은 핸들링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의 약점을 완벽에 가깝게 처리해 고속 코너링 때도 바퀴가 재빠르게 이상적인 궤도를 그려 나갈 뿐 아니라 힘도 덜 들고 간단한 액셀 워크로 흔들리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 카이엔 시승 때도 느껴 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핸들링 감각은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오프로드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CDS(Continuous Damping Control) 에어 서스펜션이 온로드에서 스포츠카급의 정교한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해준다. 시프트 업이나 킥다운 때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낭비가 없다. 자동 6단 트랜스미션은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시프트 포인트를 결정하는 메모리를 담고 있다. 수동 모드로 전환하려면 D레인지에서 시프트 레버를 오른쪽으로 밀면 된다. 핸들 뒤에 달린 패들형 기어는 왼쪽이 감속, 오른쪽이 가속이다. 시속 125km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바로 떨어지고 과속 방지턱을 높은 속도로 지나쳐도 노즈 다운 현상이 거의 없어 주행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억제되었지만 조수석 유리 위쪽에서 들리는 하이톤의 소음이 거슬린다. 모래나 이물질이 끼어 나는, 대수롭지 않은 소리라 해도, 만약에 그럴 확률이 높다면 이 차를 끌고 오프로드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질 것이다. 막힘 없는 가속력, 정교한 핸들링, 강력한 제동성능. 이 세 가지가 뒷받침되는 투아렉의 달리기는 SUV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오프로드에서 운전 재미가 넘치는 SUV는 많지만 온로드에서 이처럼 즐거운 SUV는 극소수에 불과해 오히려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SUV와 스포츠카는 다른 별에 사는 존재였다. 10년 전만 해도 서로 만난다는 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 이 크로스오버 세상에선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엔진 형식 V8 4.2ℓ DOHC 압축비 11.1 최고출력 310마력/6200rpm 최대토크 41.8kg·m/3000~4000rpm 연료탱크 크기 10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기어비 ①/②/③ 4.148/2.370/1.556 ④/⑤/⑥/ⓡ 1.155/0.859/0.686/3.394 최종감속비 4.560 성능 최고시속 218km(속도제한장치) 0→시속 100km 가속 8.1초 시가지 주행연비 6.7km/ℓ
Audi Allroad quattro 타협에 앞서 .. 2003-08-25
탄생 배경 아우디 콰트로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80년. 아우디는 당시 오프로더나 고성능 스포츠카에 간간이 쓰여온 4WD 메커니즘을 양산 세단으로 끌어내리며 승용 4WD라는 새 장르를 알리고 나섰다. 혁신적인 콰트로 4WD를 제안한 장본인은 폭스바겐(VW) 그룹의 전 총수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 70년대 중반 아우디는 VW에 흡수(1965)된 뒤 비틀과의 시장 간섭을 피해 중소형 이상의 고성능 차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당시 아우디 R&D 센터를 지휘하던 피에히 박사는 벤츠, BMW와 경쟁하기 위해 고속주행 성능과 안전성 높은 네바퀴굴림 스포츠 세단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피에히의 콰트로 컨셉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80년 제네바 오토살롱을 통해 선보인 80 쿠페 바탕의 아우디 콰트로는 5기통 2.1X 터보 160마력 엔진과 앞뒤 바퀴에 절반씩 힘을 나누어 보내는 센터 디퍼렌셜을 갖추고 최고시속 222km의 놀라운 성능을 뽑아냈다. 당초 한 해 생산대수를 3천500대 미만으로 점친 피에히의 예상을 뒤엎고 판매도 계속 늘어 콰트로가 아우디 차의 주축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1980년부터 2001년 2월까지 팔린 콰트로 모델은 100만 대 이상. 독일 및 유럽 시장의 아우디 중 30%가 콰트로 4WD를 달고 도로를 누비는 셈이다. 4WD의 대중화를 앞당긴 콰트로 AWD를 갖추고도 90년대 중반까지 고집스럽게 승용차만 만들며 의구심을 자아내던 아우디는 지난 2000년 콰트로 20주년 모델 올로드 콰트로를 선보이며 ‘포링’(four ring, 아우디 엠블럼) SUV의 뒤늦은 출발을 알렸다. 왜건 섀시에 AWD 시스템으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가미한 아우디 올로드는 볼보 XC70, 스바루 포레스터는 물론 BMW X5와 벤츠 ML 등 미국 시장을 선점한 독일 라이벌의 SUV까지 경쟁 상대로 삼았다. 유럽 및 북미 RV 시장을 겨냥한 아우디의 크로스오버 컨셉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A3 베이스의 컴팩트 SUV 슈테펜볼프(2000), 2세대 A8의 방향을 제시한 럭셔리 왜건 컨셉트 아반티시모(2001)를 거쳐 지난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는 미들 사이즈 SUV 파이크스 피크 콰트로 컨셉트를 선보였다. 앞으로 2~3년 내에 슈테펜볼프와 파이크스 피크의 양산 모델로 SUV 풀 라인업을 마련할 예정. 신형 A3의 4WD 버전인 A5, VW 투아레그 메커니즘과 A8의 첨단기술을 버무린 아우디 스타일 SUV가 2005년 데뷔를 목표로 한다. 메커니즘 올로드 콰트로의 지향점은 ‘어떤 도로환경과도 타협하지 않는’(no-compromise) 올라운드 플레이어. 아우디는 코너링 안정성과 연비가 뒤떨어지는 정통 SUV의 대안으로 중형 왜건 A6 아반트를 제시하고 콰트로 AWD와 4레벨 에어 서스펜션 등의 첨단기술을 더해 올로드 콰트로를 빚어냈다. 엔진은 V6 2.7X 트윈터보 250마력과 V6 2.5X TDI 180마력을 기본으로 신형 S4용으로 개발된 V8 4.2X DOHC 300마력을 함께 쓴다. 트랜스미션은 팁트로닉 자동 5단과 로 기어를 갖춘 수동 6단 등 두 가지. 4레벨 에어 서스펜션은 앞 4링크, 뒤 더블 위시본에 에어 스프링을 달아 주행속도, 노면상황에 따라 차고를 142~208mm 사이에서 4단계로 자동 제어한다. 뉴 A8에는 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쓰이고 있다. 콰트로 AWD의 중추는 프론트·리어 액슬 사이에 놓인 토센 디퍼렌셜.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30:70~70:30으로 자유롭게 분배하며 안정성을 높인다. 스타일 & 인테리어 올로드 콰트로는 A6 아반트와 차체 안팎의 많은 부품을 공유하지만 다양한 SUV 장식을 덧붙여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길이와 폭이 모두 늘어난 5도어 왜건 보디는 단정한 얼굴과 해치게이트에 덧댄 검은색 플레이트 패널만 남겨두고 강건하게 바뀌어 좀처럼 늘씬한 A6의 실루엣을 떠올리기 어렵다. 허리 밑을 에두른 검은색 플라스틱 범퍼와 오버 펜더, 범퍼 밑을 쳐 받든 스틸 언더가드로 오프로더의 색깔을 담았고, 뒤 범퍼 아래로 살짝 내민 트윈 머플러에서 스포츠 세단의 영역까지 넘보는 당찬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먹지로 그려내듯 A6의 내용물을 고스란히 쓸어 담았다. 진한 회색 톤 실내는 가죽 내장재와 질감 좋은 원목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미고 넉넉한 시트도 알맞게 내려앉아 세단이나 다름없는 운전감각을 느낄 수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버무려놓은 완벽한 균형감각은 크로스오버 카 올로드 콰트로의 가장 큰 매력. 비즈니스맨을 위한 고급 승용차로 손색없고 주말이면 산과 들을 자유롭게 누비며 왜건과 SUV의 기능까지 척척 해대는 차는 세상에 흔치 않다. 차고조절 기능은 비상등 왼쪽에 마련된 두 개의 스위치를 눌러 수동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앙증맞은 자동차 실루엣을 화살표가 찍어누르는 왼쪽 스위치가 다운, 끌어올리는 오른쪽이 업 기능으로 두 버튼을 5초 이상 함께 누르면 타이어 교환이나 하체 점검을 위해 차고를 한껏 끌어올리는 재킹업 모드로 변환된다. 글러브박스를 열어제치면 컵홀더와 펜꽂이, 메모판 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쓰임새 좋은 접이식 도어포켓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트 뒤로 펼쳐진 짐칸은 시원시원한 공간과 독일차 특유의 완벽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뒤 시트 등받이에 가로질러 달린 칸막이 그릴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당겨 올려 천장에 마련된 홈에 꼽아두면 그만. 등받이를 눕혀 짐칸을 넓힌 뒤에도 뒷좌석 루프 테두리의 구멍에 꽂아 똑같이 쓸 수 있다. 하지만 차체 안팎의 화려한 꾸밈새 때문에 함부로 다루기는 조심스럽다. 뒤 시트를 접은 적재공간은 등받이가 올라가 트렁크 플로어와 반듯하게 이어지지 않고 D필러가 경사져 있어 의외로 공간활용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주행 성능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에 만나본 올로드 콰트로는 ‘왜건의 탈을 쓴 스포츠카’라는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V6 트윈터보 엔진의 힘을 빌어 달리는 1.8톤 덩치의 폭발적인 가속과 안정된 고속주행 성능은 왜건과 SUV 어느 것도 아닌 진정한 스포츠카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판 1년을 지나 다시 찾은 올로드 콰트로의 운전석 앞에는 여전히 V6 2.7X DOHC 트윈터보 엔진이 세로로 놓여 있고 포르쉐 팁트로닉 기능을 가미한 5단 AT가 신뢰도 높은 콰트로 AWD에 충만한 힘을 전달한다. 힘찬 V6 엔진의 잠을 깨우기에 앞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무의식의 명령으로 시트를 한껏 낮추고 스티어링 휠 가까이로 당겨 앉아본다. 출발가속은 굼뜨지만 발걸음을 떼고 난 뒤부터 득달같이 달려나가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나 에어 서스펜션을 더하느라 무거워진 차체에 대한 부담은 기우에 불과하다. 35.7kg·m의 힘찬 토크가 1천800~4천5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뿜어져 나와 스트레스 없는 경쾌한 가속을 만끽할 수 있다. 기어 레버를 D레인지 아래 S모드로 옮기면 변속 타이밍을 3천200~3천500rpm까지 끌고 올라가는 DSP(Dynamic Shift Program)가 작동해 스포티한 달리기를 이끌어낸다. 5단 AT의 팁트로닉 기능은 M(Manual, 수동)모드뿐 아니라 D와 S모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부지런히 스티어링 휠의 팁트로닉 스위치를 누르는 동안 나란히 달리던 차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차창 밖 풍경이 흐릿한 덩어리로 뭉쳐진다.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추월가속으로 도로를 정복했다는 자아도취는 그러나, 굽이진 도로를 만나는 순간 무참히 깨져버린다. 온로드는 물론 비포장도로에 대한 욕심까지 담은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여느 독일차와 달리 노면에 따라 차체를 흔들어대고 핸들링 성능까지 무디게 만들었다. 피드백이 더딘 스티어링도 다른 아우디 모델들의 묵직하고 빈틈없는 반응과는 다른 모습. 이런 아쉬움은 차고를 한껏 올리고 오프로드를 헤집을 때 자연스레 사라진다. 올로드 콰트로의 당찬 발걸음은 험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볍게 떨쳐낼 수 있을 만큼 믿음직하다. 구입 가이드 아우디 공식 수입 딜러인 고진모터임포트는 지난해 6월 새차발표회를 갖고 올로드 콰트로의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수입 모델은 V6 2.7X 트윈터보 250마력의 2.7T 한 가지. 올로드 콰트로는 볼보 크로스컨트리를 맞상대로 수입 럭셔리 SUV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국내 수입차 시장을 노크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6~12월 판매대수는 23대로 같은 기간 74대나 팔린 크로스컨트리의 질주를 저지하지 못했다. 지난 5월까지 올해 두 차의 성적은 각각 18, 33대로 격차가 줄었지만 전세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천만 원 이상 비싼 차값과 뒤늦은 시장 투입으로 인한 약한 인지도가 올로드 콰트로의 부진 원인. 고진모터임포트는 V6 2.5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2.5 TDI를 선보일 올 10월을 승부처로 삼고, 함께 들여올 RS6과 함께 스포츠 마케팅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5단 AT와 매치한 올로드 콰트로 2.5 TDI는 1천500~2천500rpm에서 최대토크 37.7kg·m를 내고 최고시속 205km, 0→시속 100km 가속 10.2초로 휘발유 엔진의 2.7T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문의: 고진모터스 ☎ (02)516-2468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7T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850×1504mm 휠베이스 2757mm 트레드 앞/뒤 1574/1585mm 무게 182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트윈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86.4mm 배기량 2671cc 압축비 9.3 최고출력 250마력/5800rpm 최대토크 35.7kg·m/1800~4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665/1.999/1.407 ④/⑤/ⓡ 1.000/0.742/4.096 최종감속비 4.379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55 R17 성능 최고시속 234km 0→시속 100km 가속 7.7초 시가지 주행연비 7.9km/ℓ 값 8,700만 원
JEEP WRANGLER RUBICON EDITION .. 2003-07-24
지프에 대한 필자의 첫 추억은 초등학생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자의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근무했는데, 업무용차로 지프가 나왔다. 구형 코란도의 원조격인 신진 지프였다. 이 차는 지프를 타 본적이 없던 내게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전해 주었다. 높은 좌석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새로웠고,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음색은 터프한 지프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소도구로 작용했다. 인테리어에서는 지름이 상당히 큰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2개의 기어 레버, 철제 대시보드 중간 아래쪽에 자리잡은 간단한 계기판, 그 옆에 노출된 히터 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차로 오프로드를 지난 것은 단 한 번뿐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랭글러는 캐릭터가 분명한 몇 안 되는 차 미국에 온 후 처음 산 차도 95년형 지프 랭글러였다. 지프 모델 중 그랜드 체로키가 제일 잘 팔리지만 전통에 가장 충실한 모델은 랭글러다. 랭글러는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수입차로 적지 않은 오프로드 팬들이 드림카 목록에 올려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리지널 지프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랭글러는 현재 생산 중인 자동차 가운데 캐릭터가 가장 분명한 그룹에 속한다. 2차대전 이후 개량을 거듭해온 CJ 시리즈를 대체하며 1986년 등장한 랭글러는 사각 헤드램프를 달고, 모서리를 세워 모던한 스타일링을 갖추었다. 이 때문에 초창기부터 원형 헤드라이트만을 단 CJ에 익숙한 일부 지프 매니아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97년 나온 2세대 랭글러는 원형 헤드라이트로 돌아왔다. 2세대 랭글러는 리프 스프링 대신 코일 스프링을 쓰고 승용차와 비슷한 인테리어를 갖추면서도 오리지널 지프의 정취를 담아 내려고 노력했다. 랭글러는 오리지널 지프인 MB의 혈통을 이어받아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으나 익숙해지면 운전재미가 상당히 뛰어나다. 이번 시승차는 지프 랭글러의 최강버전인 루비콘 에디션이다. 지프 랭글러의 기본가격은 1만5천 달러(1천800만 원) 선이고 루비콘 에디션은 2만4천485달러(2천940만 원)에 팔린다. 하드톱과 AT 등 몇 가지 옵션이 더해진 시승차는 2만8천685(3천440만 원)이다. 루비콘 에디션은 190마력을 내는 직렬 6기통 4.0X 엔진과 4.0:1라는 높은 기어비의 로 레인지를 갖춘 2단 트랜스퍼 파트타임 4WD를 장비했다. 여기에 245/75 R16 타이어를 달아 험로 주파력을 높였다. 스티어링은 조금 가볍고 피드백도 부족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에서의 킥백을 고려한 세팅이라는 점에서는 구형과 맥을 같이 한다. 브레이킹을 비롯한 전반적인 핸들링 캐릭터는 구형 랭글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더욱 세련된 느낌이다. 조금 덜렁거리는 운전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구형에 비해 전반적으로 온순하다. 앞뒤 리지드 액슬에 보디 온 프레임이라는 다소 원시적인 구조에 비하면 온로드 핸들링은 좋은 편이다. 길이가 짧고 키가 큰 숏보디 SUV의 특성상 움직임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져 차의 몸짓이 쉽게 전해지므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리프 스프링 대신 5링크 코일 스프링을 썼지만 리지드 액슬인 만큼 서스펜션의 액슬 조향효과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반면에 휠베이스가 짧고 무게중심이 높아 하중 이동에 따른 조향 특성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너링 중의 가감속에 따라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넘나드는 폭이 상당히 크다. 코너링 중 약간의 가감속에도 하중이동에 따른 조향 특성이 쉽게 변하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하면 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취향에 따라서는 조금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설계한 지 오래된 직렬 6기통 엔진은 배기량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토크가 풍만해 실용주행 영역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이론적으로 밸런스가 우수하나 제작정밀도가 떨어지는 탓인지 랭글러의 그것은 부드럽지 않고, 고속에서 소음이 크다. 넉넉한 토크 덕분에 일상주행은 물론이고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힘 부족은 느낄 수 없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야만 제대로 반응하고, 회전상승은 더딘 편이다. 가속 페달의 둔감함은 온로드 주행에서 다소 답답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출력조절이 쉬워 랭글러가 험로에 맞게 만들어진 차임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4단 AT의 성능은 보통이다. 기어비는 잘 배분되어 있고 엔진과의 조합도 좋다. 랭글러는 얼마 전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3단 AT를 쓰다가 지난해부터 4단 자동변속기를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셀렉트 레버의 움직임이 뻑뻑하고 변속패턴이 3단 AT와 같다. 또 오버드라이브 스위치가 대시보드에 있어 사용 편의성은 좀 떨어진다. 험로에 맞는 신체조건 갖추어 뒷자리는 좁고 흔들림이 심해 가족용으로는 부적합하고 옵션인 잠금 트렁크의 용량도 작아 실용성이 떨어진다. 마무리도 좋지 않아 거슬리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동력성능이나 핸들링, 브레이킹에서도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구식설계에 기초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정밀도가 떨어지는 엔진, 타이어 소음 그리고 각진 차체로 인한 바람 소리 때문에 상당히 시끄럽다. 오프로드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 접근각과 이탈각, 장애물 돌파각 등이 커서 오프로드 주행에는 잘 맞는 신체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몸무게와 체격이 험로주행에 어울리고 튜닝파트도 많이 준비되어 있으며 차값 또한 4WD 중 제일 낮은 그룹에 속해 젊은 사람들에게는 오프로드 입문용으로 상당히 매력 있는 차다. 휠트래블이 커 굴곡이 심한 지형에서도 발군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특히 루비콘 에디션의 록-트랙 파트타임 4WD는 2단 트랜스퍼의 저속 모드 기어비가 4.0:1인 만큼 견인력이 상당하다(일반 랭글러의 커맨드-트랙은 2.72:1). 게다가 뒷바퀴에 라커가 달려 있어 웬만한 장애물에서는 스턱될 염려가 없다. 기본으로 달린 굿이어 랭글러 MT/R 타이어는 다양한 노면에서 적당한 접지력을 보인다. 지름이 상당히 커 험준한 지형에서 공기압을 낮추어도 지상고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둔한 엔진 반응은 큰 기어비의 로 레인지를 이용할 때 극대화된 구동력을 제어하기 쉬워 상당히 편하다. 험로에서의 뛰어난 기동성에 비해 온로드 주행성은 덜떨어진 감각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넘친다. 말 잘 듣는 준마가 아니라 야생마 같이 약간 삐딱선을 타는 주행 캐릭터로 인한 운전재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에디션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3947×1693×1764mm 휠베이스 2373mm 트레드 앞/뒤 모두 1473mm 무게 1686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OHV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배기량 3956cc 압축비 8.8 최고출력 190마력/4600rpm 최대토크 32.4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2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84/1.57/1.00 ④/⑤/ⓡ 0.69/ㅡ/ㅡ 최종감속비 4.11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3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245/75 R16 값 2만8,685(약 3,443만 원)
볼보의 유행통신, 벤츠·BMW 아성 뚫을까 강건함·.. 2003-07-24
차를 만나기 전에 정보를 미리 알아보는 것은 필수다. XC90을 인터넷 검색창에 띄었다. 200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ACC’(Adventure Concept Car)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수많은 수상경력이 화면을 채운다. 국내에서도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 지난 5월 수입차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합니다. 볼보에서 만드는 모든 것은 안전이라는 지상과제를 기본으로 하며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볼보의 창업자 ‘구스타프 라슨’과 ‘아사 가브리엘손’이 남긴 이 말에는 볼보의 이미지가 함축되어 있다. 이 문장의 잔상이 머리에 남아서, 수많은 찬사를 들어서, 아니면 시승차가 검은색이기 때문일까? 처음 보았을 때, 무척 무뚝뚝한 인상이다. 아니 듬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떡 벌어진 어깨가 건장하다. 주인만을 따르는, 주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 줄 것 같은 강한 믿음이 솟는다. 듬직한 외모, 심플하게 꾸민 실내 검은색의 촘촘한 프론트 그릴, A필러를 지나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V자형 보네트 라인, 불룩한 펜더까지 육체미를 전공한 남성의 이미지다. 235/65 R17의 큼직하고 두툼한 타이어까지. 높은 곳에서 누군가 나를 내려보고 있다. 첫 대면부터 압도하겠다는 의미다. ‘그래 너는 볼보에서 만든 SUV가 맞아.’ 외모와는 반대로 검은색 가죽시트에 베이지색 인테리어는 차분하다. 넓은 실내를 확보하기 위해 실내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낸, ‘콕피트 포워드 디자인’(Cock Forward Design)을 써 앞유리가 거의 뒤로 누운 모습이다. 각을 이루면서도 둥글게 아래로 처진 널찍한 대시보드는 시원하다. 손에 꼭 달라붙는 우드 그레인 스티어링 휠은 감촉이 좋고 크롬을 두른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눈에 쉽게 들어온다. 편의장비의 다양성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대부분의 차에는 각종 편의장비 스위치들이 센터페시아에 모여 있다. 그런데도 XC90은 이상할 정도로 간단하다. 승객이 앉아 있는 모습과 바람의 방향을 귀여운 모양으로 그린 바람 조절 스위치는 눈에 쏙 들어오면서도 재미있다. 운전 중 이것저것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편하다. XC90은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컴퓨터에 맡겨 자동화했다. 쿠션 좋은 가죽시트가 몸을 감싼다. 사고 순간 사방에서 터지는 에어백이 온몸을 보호해 준다. 핸들에 에어백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럼 나머지 에어백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해 도어 위쪽의 틈새를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2열 한가운데가 볼록 튀어 나왔다. 그 부분을 누르니 작은 쿠션이 나온다. 어린이용 시트다. 어른 몸에 맞춘 안전벨트는 어린이의 목을 조일 위험이 있어 자리를 돋구는 쿠션을 내장했다. 아이를 여기에 앉히면 벨트 높이가 어린이의 목 아래로 조절된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어린이에게 신경을 쓰다 보니 어른 3명이 앉았을 때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숨겨진 3열을 끄집어내는 데는 한참 걸렸다. 평상시에는 짐공간으로 쓰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쓰도록 만든 아이디어가 매력적이다. 밟는 만큼 달려 주는 깔끔한 센스 편한 자세를 잡은 뒤 자세기억장치로 시트를 조절한다. 키를 돌리자 ‘우웅’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낮게 깔리는 엔진 소리로 대답한다. 출발 때 액셀 반응이 빠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굼뜬 출발이라고 말하면 서운해할 것 같다. 덩치에 딱 어울리게 점잖은 출발이다. 시트를 약간 높게 맞추었더니 앞이 훤하다. 시속 70km에서 스티어링 휠에 달려 있는 ‘cruise’ 버튼을 누르자 속도계 바늘이 70이라는 숫자에 멈춘다. 덩치가 커 옆에서 바짝 붙는 다른 차에 신경이 쓰일 것도 같지만 밟는 만큼 튀어 나가는 깔끔한 센스에 자신감이 생긴다. 어디에 스포츠카 없을까? 시원스럽게 뚫린 직선로에 올라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시트 안으로 쏙 파묻었던 자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두 손으로 핸들을 움켜쥔 채 힘껏 액셀을 밟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이 녀석도 긴장했나 보다. 수직으로 치솟는 rpm 게이지와 함께 순간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진다. 앞서 달리는 두 대의 차가 거슬려 추월했다. 기어가 바뀌는 진동을 느낄 새도 없이 시속 160km를 넘어선다. 별다른 반응 없이 이 만큼의 스피드를 뽑아내다니. ‘야! 이 녀석 좀 달리는데.’ 시속 180km가 넘자 조금 힘이 들어간다. 흠을 찾으려고 신경을 집중한 탓인지 조용하던 실내에 엔진음과 바람 가르는 소리가 채워진다. 고속에서 가벼운 핸들 감각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제원상의 0→시속 100km 가속은 9.3초, 최고시속은 210km. 속도계에는 260km까지 적혀 있다. 빠른 스피드의 짜릿한 쾌감을 여기서 끝내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도로 제한시속의 두 배를 넘겼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시속 190km에서 액셀 밟기를 멈춘다. 직렬 6기통 2.9X DOHC 트윈터보 엔진은 1천800∼5천rpm에서 38.8kg·m의 최대토크를, 5천100rpm에서 272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그동안 스포츠카 못지 않은 포르쉐 카이엔이나 BMW X5 4.4i에 맛들인 때문인지 순간 가속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지만, XC90급인 X5 3.0i에 비하면 손색이 없다. 직선이 끝나자마자 90도로 굽은 길이 보인다.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코너링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차를 빠르게 몰아 넣었는데도 한치의 미끄러짐이 없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갈 길을 달린다. 출렁거림 때문에 진동이 오래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흔들리는 순간 우람한 체구를 잡아 주는 능력이 꽤 마음에 든다. 위험한 순간에 그 실력을 보여주는 RSC(Roll Stability Control)와 DSTC(Dynami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네바퀴굴림의 참맛은 오프로드다. 험로를 지나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 오프로드에 들어선 뒤 바로 수동 모드로 바꾸었다. XC90에 달린 AWD는 평소에는 앞바퀴에 구동력을 집중시킨다. 대신 코너링이나 미끄러운 길, 한쪽 바퀴가 조금이라도 헛돈다 싶으면 뒷바퀴 또는 그립이 살아 있는 쪽에 토크를 배분해 접지력을 유지한다. 1단 출발. 성큼성큼 큰 보폭을 옮기듯 무리가 없다. 다소 무른 승차감이 오프로드에서는 잔진동을 잡아 주어 안락하게 느껴진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곳에서 조금 높은 돌을 만났다. 앞바퀴가 헛돌면서 땅이 패이기 시작한다. 로 기어가 없어 이쯤에서 물러서기로 했다. ‘사고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볼보차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일부러 사고를 낼 수는 없는 일. 첨단 안전장비로 무장한 차를 편안하게 탈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한다. XC90은 BMW X5 3.0i, 벤츠 ML350, 그리고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렉서스 RX330 등과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어떤 차가 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볼보 XC90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00×1900×1745mm 휠베이스 2589mm 트레드 앞/뒤 1634/1624mm 무게 2046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DOHC 트윈터보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ㅡ 배기량 2922cc 압축비 8.5 최고출력 272마력/5200rpm 최대토크 38.8kg·m/1800~5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2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3.280/1.760/1.120 ④/⑤/ⓡ 0.790/ㅡ/2.670 최종감속비 3.69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35/65 R17 성능 최고시속 210km 0→시속 100km 가속 9.3초 시가지 주행연비 12.9km/ℓ 값 8,580만 원
BMW 325Ci ‘번지점프’만큼 짜릿하고, 그보다.. 2003-08-22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낮게 내려앉은 하늘, 얹은머리 같이 무거워 보이는 야자수 잎이 젖은 빨래처럼 휘청대고, 얼굴을 쓰다듬어 지나는 바람에선 산소 가득한 물 냄새가 난다. 그것은 7월 초, 장마전선에 붙들린 제주의 기억……. 스치는 풍경도 공기도, 사소한 감정의 일렁임 하나까지 놓치기 아까운 그곳에서 BMW 325Ci는 썩 고마운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완벽한 4인승 실내에 내키면 하늘과도 맞바꿀 수 있는 패브릭 덮개를 쓰고, 굽이진 산길과 속시원한 해안도로를 운전자의 기분 따라 잘도 맞춰 달려주는 핸들링 머신은 세상에 그리 흔치않다. 3시리즈 이미지 이은 모범생 스타일 그의 첫인상은 조금 심심했다. 7시리즈로 시작된 최근 BMW의 디자인 혁신 바람이 대단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 모른다. 그로테스크한 Z4와 함께 있으니 더더욱 그렇기도(지난 7월 BMW 제주도 시승 행사에 준비된 차들 중 컨버터블 모델이 단 둘뿐이었다). 그러나, 3시리즈 컨버터블이 이처럼 모범생 같은 스타일링을 유지해온 데는 이유가 있다. 3시리즈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11만5천 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세단 외에 스포츠 왜건, 쿠페, 컨버터블이 나오지만 장르별 성격 외에 서로 큰 거리를 두고 있지 않다. ‘시리얼 어워드 위너’(serial award winner)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상을 독식하며 엔트리 럭셔리카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만큼, 고유의 장점을 가능한 한 많이 지키면서 장르를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여지를 고객에게 열어 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쿠페와 함께 마이너 체인지한 컨버터블은 지난해 먼저 바뀐 세단의 디자인을 많이 따랐다. 아이라인을 짙게 칠한 듯 눈망울이 두터워진 더블 헤드램프가 세련미를 더하고 LED 조각들이 깨알처럼 뭉쳐져 가까이서 보면 큐빅 반지처럼 반짝이는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귀엽다. 보기만 예쁜 것이 아니라 크세논 전구를 단 헤드램프가 칠흙같은 밤 앞길을 환하게 밝히고, 테일램프도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 등의 밝기와 크기를 달리하는 ‘인공지능형’이다. 세단보다 약간 길고 넓고 낮게 빚어진 차체는 검은 톱을 씌우면 색깔만 차이날 뿐, 단정한 세단의 실루엣을 그린다. 톱을 벗긴 모습도 보통의 오픈카들처럼 화려한 맛이 덜한데, 아무 장식 없이 뒤만 길쭉하게 빠진 이 BMW가 오히려 ‘지붕을 생략한’ 컨버터블의 기본적인 매력을 음미하게 한다. 도어부터 미끈하게 일자로 뻗은 꽁무니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날씬이 같고, 오픈된 캐빈룸 주위로 빙 둘러쳐진 은빛 몰딩이 아우디 A4 카브리올레를 생각나게 한다. 사이드 몰딩 위의 일직선 캐릭터라인이 세모꼴 깜박이 램프와 함께 앞 펜더 위에 딱 멈춰선 모양도 재미난 요소. 톱을 여닫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의 버튼만 누르면 톱이 완전 자동으로 움직여 앞창과의 연결 버클을 따로 풀고 걸어줄 이유도 없다. 창문 여닫힘까지 완전히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초. 손이나 물체가 끼면 유리창이 자동으로 멈추는 트랩 릴리스 기능을 갖췄다. 2도어 모델이지만 뒷좌석이 제법 넓고 승하차도 편해 지붕이 닫힌 상태에서도 4인승 구실을 곧잘 해낸다. 실내는 촉감 좋고 탄탄한 가죽시트에 은빛 몰딩 및 어두운 우드그레인 장식이 고급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뒷좌석에 별도의 헤드레스트와 팔걸이를 지녔다. 3가지 자세를 기억하는 앞좌석은 안전벨트 내장형으로 벨트가 시트 뒤쪽에서 빨려나오고, 뒷좌석 안전벨트도 가운데로 깔끔하게 모아져 있다. 앞좌석 등받이에 그물로 된 맵 포켓도 달렸고 센터콘솔과 뒷좌석의 수납함은 드르륵 열리는 미닫이 타입. 사족이지만 이렇게 미닫이 섀시처럼 열리거나 장롱 문처럼 마주 펼쳐지는 BMW의 수납함 덮개들은 왠지 동양적인 체취가 배인 것 같아 기분 좋다. 트렁크룸은 톱이 접힌 상태에서도 상당히 넓은 편인데, 지붕을 씌우면 톱이 빠져나간 윗공간을 넓혀서 활용할 수도 있다. 오른쪽 모서리에 달린 레버를 비틀어 올리면 플라스틱 격벽이 당겨 올려지면서 짐 공간을 늘인다. CD 체인저는 트렁크 왼쪽, 공구함은 다른 BMW 차들처럼 트렁크 문 안쪽에 달려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유명한 하만 카든 제품. 요즘은 초대형 기함과 SUV 개발에 더 마음을 쏟고 있는 듯한 BMW지만, 가장 BMW다운 차는 역시 3시리즈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2.0~3.0X 의 다양한 엔진 라인업 중에서 ‘부드러운 고출력’을 끌어내기로 유명한 실키식스 2.5X 와 3.0X 두 가지만 얹는 컨버터블은 특유의 감성적 기호와 어우러져 BMW의 역동감 넘치는 달리기 특성을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모델이다. 시승차는 2.5X 192마력 엔진을 얹고 매끄러운 5단 스텝트로닉을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M3을 통해 첫선 보였던 레이싱 타입의 최신 6단 세미 AT SMG-(Sequential Manual Gearbox)는 올 하반기 판매를 시작할 때 옵션으로 달려 이번 기회에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두께가 손가락 길이 정도는 되어 보이는 묵직한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올라타면 탄탄하게 몸을 조여오는 시트와 손아귀에 가득 잡히는, 지름이 작고 림이 굵은 스티어링 휠이 스포츠 주행을 부추기는 듯하다. 스텝트로닉 기어를 아예 왼쪽으로 잡아 빼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호기롭게 출발하면 초반부터 통쾌한 가속. 제 그림자라도 잡으려는 양 액셀 페달을 몰아대면 부드럽게, 그러나 한치의 망설임 없이 가열되는 엔진이 심장의 맥박 수와 속도를 맞춰가고 3천~4천rpm 근처에선 기분 좋은 그렁거림이 들려온다. 출발부터 ‘방방’ 대던 배기음과 어우러져 더없이 경쾌한 상태. 2.5X 실키식스 통쾌하게 달려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무겁고 예민한 편으로 허튼 조작을 용서치 않는다. 노면의 작은 돌멩이 하나에까지 정직하게 반응하는 서스펜션과 함께, 운전자가 딴 생각을 못하고 BMW 특유의 스포츠 드라이빙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이처럼 작고 탄탄한 BMW를 몰 때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코너 워크다. 쥐고 있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각도만 살짝 꺾어 타이트하고 빠르게 코너를 정복하는 맛이 기막히다. 급코너 앞에 주춤대는 앞차가 있다면 멀찍이 기다렸다 도전할 것! 100m 달리기를 하듯, 큰 숨을 고른 뒤 있는 힘껏 코너를 향해 달려가는 기분은 ‘번지점프’만큼 짜릿하고, 그보다 안전하다. 325Ci의 팁트로닉 기어는 7시리즈 스티어링 칼럼에 달린 변속 패들보다 빠르게 조절되고 손맛도 좋다. 회전수를 높일수록 고조되는 엔진음과 배기 소리, 방심의 틈 없이 잔뜩 긴장한 차체 움직임이 반할 만큼 매력적이라 D레인지에 놓고 마음 풀어 달릴 수가 없다. 뜨거운 여름, 머리칼을 흩날리는 자연풍도 쾌감을 더해준다. 다만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바람 들이치는 기세가 무서운데, 뒷좌석 때문인지 윈드 디플렉터를 달지 않아 아쉽다. 뉴 비틀 카브리올레처럼 뒤에 승객이 안 탈 경우 설치할 수 있는 간이 바람막이가 있으면 좋을 듯. 반면에 시동을 끄지 않고 잠시 멈춘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여닫히는 지붕은 갑작스런 소나기나 변덕쟁이 애인 앞에서 편리할 듯. 방음·방풍·방온 효과가 좋은 톱을 덮으면 세단처럼 고요하고 안락한 실내공간이 만들어진다. BMW 325C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448×1757×1372mm 휠베이스 2725mm 트레드 앞/뒤 1471/1483mm 무게 1640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직렬 6기통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0×92.4mm 배기량 2494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192마력/6000rpm 최대토크 33.8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ㅡ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670/2.000/1.410 ④/⑤/ⓡ 1.000/0.740/4.040 최종감속비 3.23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05/55 R16 성능 최고시속 234km 0→시속 100km 가속 8.0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ㅡ
문턱 낮춘 미래형 기함 2003-08-22
`세븐’ 하면 요즘 많은 사춘기 소녀들은 힐리스를 신고 무대를 누비는 스무살 꽃미남 가수를 떠올리겠지만,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그것은 대체로 BMW의 최정상 모델을 의미한다.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 같은 소수 지향 브랜드를 빼놓고 보면 벤츠 S클래스와 함께 세계 최고 럭셔리 세단으로 대접받기에 손색없는 7시리즈는 오랜 세월 시장을 호령해온 카리스마에, 지난 2001년 풀 모델 체인지를 통해서는 ‘미래 자동차 세상’에 한발 먼저 다가선 듯한 첨단 이미지까지 보탰다. 그리하여 까다로운 매니아들의 시각으로는 별반 매력 없는 세단의 생김새로 ‘화제의 정점’에 오르내렸던 7시리즈가 올해 라인업의 맨 밑바닥을 채웠으니 주인공이 730. 롱 휠베이스 버전으로 지난달 국내에 상륙한 730Li는 어떤 이들에게는 ‘내 눈높이로 내려온 드림카’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반갑게 관심을 산다. 파격적인 외모에 담긴 철학 찾기 ‘고수를 만났을 때는 침착해질 것.’ 엘리베이터에 적힌 ‘오늘의 경구’를 읽듯 무덤덤을 가장한 눈으로 730Li를 뚫어 본다. 국내에서 가장 긴 차체(5천169mm)와 휠베이스(3천130mm)를 지닌 덩치가 실로 놀랍다. 데뷔 후 찬반 논란에 휩싸일 만큼 충격파가 컸던 스타일링은 이제 너무 눈에 익어 좋고 싫음을 따지기도 새삼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의 모든 파격을 유쾌하게 보자’는 쪽이어서 7시리즈의 일자눈썹을 위에 얹은 물결무늬 헤드램프와 기이하게 접히는 사이드미러, 믿을 수 없게 하이테크해 보이는 뒷모습까지 모두 호의적으로 봐왔다. 이전의 BMW 세단들, 특히 7시리즈는 외모로만 보면 형식주의에 빠진 ‘꼰대’ 같은 이미지가 적지 않아 변화가 배로 즐겁기도 했다. 그런 기자를 내심 ‘고양이 앞의 쥐’처럼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공룡 같은 덩치도 실험성 짙은 외모도 아닌, 이 차가 새롭게 제안하고 있는 자동차와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다. ‘나를 깨울 때는 열쇠가 아닌 버튼으로 행하라. 괜시리 오른손으로 허공을 휘젓지 마라, 운전에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손(스티어링 휠과 그 주변) 안에 들어 있다. 그 밖의 요구사항은 중앙의 단일창구(i-드라이브)를 통할 것…….’ 7시리즈를 운전하기 전, 방대한 양의 정보더미에서 건져 올린 그의 생각이란 참으로 혁신적인 것이었다. 차와 사람, 그 사이의 소통을 더 친밀하고 직접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으려는 메커니즘적 시도는 자동차 역사에서 수없이 행해져왔지만 이처럼 한번에 많은 것을 뒤흔든 차가 또 있었나 싶다. 세상의 온갖 차들에게서 당연하게 익혀온 습성들에 갑자기 의문 부호를 붙여버린 반란자, 그의 ‘선전 선동’은 과연 미래 세상에 이로울 것인가? 기대 반, 부담 반으로 올라탄 730Li의 실내는 마치 ‘황토방’ 같은 가죽시트 색깔이 웃음을 자아냈다. 시트는 앞뒤 모두에 섬세한 조절장치가 달렸다. 운전석은 옆구리 날개까지 몸에 딱 맞게 조절할 수 있고 뒷좌석은 허벅지 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여 편한 자세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리무진만큼이나 넓은 뒷좌석은 무릎이 하나 더 들어갈 정도여서 비즈니스맨들이 접견용으로 쓰기에도 부족함 없을 정도. 앞으로 5시리즈 오너들이 눈을 높이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앞좌석의 안마기능은 요란스럽지 않고 잊을 만할 때 미세하게 작동하며 엉덩이 결림을 방지해주는 역할이 자상하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손끝에 자연스레 와 닿는 은빛 i-드라이브 컨트롤러는 통신, 엔터테인먼트, 에어컨,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장비 메뉴로 연결되는 문. 레버를 돌리고 누르는 것만으로 메뉴 이동이 간단하고 모니터도 한글로 표기되어 생각보다 금세 친해질 수 있다. 센터페시아를 갈수록 복잡하게 만드는 기능들을 ‘내 컴퓨터’ 파일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자는 취지는 좋으나, 그래봐야 국내에선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CD와 DVD 플레이, 에어컨 세팅 조절 정도인 게 아쉽다. 음악 매니아들에게 센터페시아에 달린 낱장짜리 CD 플레이어와 글러브박스 위의 6 CD/DVD 체인저는 무척 고마운 장비. 센터페시아의 큼지막한 서랍형 수납함과 시원스런 컵홀더 자리도 만족스럽다. 물을 필요 없이 통합형 i-드라이브 덕분에 생긴 공간의 여유다. 벤츠 S클래스에서 시작된 시트 형상 조절 레버는 아예 유행이 되어버린 걸까? 7시리즈는 앞뒤 중앙 암레스트 세로 벽마다에 그렇게 생긴 시트 조절 레버를 달아놨다. 트렁크도 상당히 넓은 편인데, 트렁크룸으로 흉물스럽게 늘어져 있는 스키스루 백은 뭔가 깔끔한 뒤처리가 필요할 듯하다. 한편 변속 패들을 비롯해 운전에 필요한 각종 버튼과 4개나 되는 조절 레버를 주위에 거느린 멀티 스티어링 휠은 운전대 잡는 방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나 싶게, 첫눈에 위화감을 준다. 안전운전에 가장 적합하다는 3, 9시 방향에 손을 올리고 엄지와 중지를 각각 스티어링 앞과 뒷면의 시프트 업/다운 버튼에 갖다 댄다. ‘앞뒤, 업다운, 앞뒤, 업다운…’을 반복해 암기하며 머리와 손가락에 주지시키고 스티어링 안쪽에 달린 버튼들도 한번씩 눌러 자리 확인. 오른쪽에 ‘D-S-M’으로 삼각 서클을 그리고 있는 버튼은 변속기 모드 전환용인데,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으로 넘어갈 때 이 버튼을 누른 뒤 업/다운하는 것이 조금 거추장스러울 것 같다(D-N-R-P로 바꾸는 기본 레버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달렸다). 다시 타고 내릴 때의 세련된 동작을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오른쪽 패널에 붙은 시동 버튼과 왼쪽의 파킹 버튼도 잊지 말자. 성능 충분하나 변속 순발력 떨어져 730Li를 시승한 곳은 제주도. 지난 7월 초 BMW 코리아가 1박2일간 마련한 언론 시승행사에서다. 735와 745Li, 최근의 760Li 등 7시리즈 라인업이 거의 갖춰진 행사에서 730Li를 제일 먼저 타본 것은 자칫 뒤에 탔다 느끼게 될 실망감을 염려해서였지만 기우임이 곧 판명 났다. 시승차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정원 4명을 가득 채우고 달려야 할 상황에서도 출발 후 너나없이 “차 좋군!” “잘 달리네”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으니……. 7시리즈의 가장 아래 버전 730Li가 얹고 있는 6기통 3.0X DOHC 엔진은 ‘실키 식스’라는 애칭으로 너무 유명한, BMW의 대표 심장. 1933년 역사를 시작해 70년의 세월 동안 연마를 거듭한 숙성미를 바탕으로 3, 5, 7시리즈 등 전 라인업에 거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 최고 231마력과 30.5kg·m의 토크를 발휘하고 바이 바노스(Bi-VANOS)라 부르는 흡배기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볍 흡기 매니폴드 기술을 담아 넓은 영역에서 힘을 낸다. 웬만큼 과격한 운전자들에게도 별로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듯 예상외의 통쾌한 가속력을 보이는 730Li는, 그러나 4천~5rpm 정도의 고회전에서 ‘웽~’하고 치닫는 엔진 소리로 배기량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그럼에도 불편 없이 속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고 엔진음도 기꺼이 즐길 정도여서, 어쩌면 ‘가장 스포티한 기분으로 달릴 수 있는 7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프트 패들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손에 익었다. 스위치가 양쪽에 나란히 달려 있어 오른쪽 시프트레버에 길들여졌던 ‘왼손잡이’의 본성이 금세 되살아났다. 왼손으로 시프트 업/다운을 하고 오른손으로 D-S-M 모드를 바꿔 가는 기자는 남보다 유리하리라는 뿌듯함도 생겨난다. 그러나 와인딩 로드에서 빠른 가감속을 즐기기는 역부족. 회전하는 스티어링에서 한번 놓친 패들 위치를 짚어내기가 쉽지 않고,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역시 한번의 추가 버튼 작동시간이 아깝다. 길이 5m가 넘는 덩치는 결코 가볍게 볼 것이 못 되지만 솜씨 좋은 핸들링 성능 덕에 한라산 주변의 급격한 와인딩 코스를 꽤 재미나게 감아 달렸다. 급코너에서 약간의 오버스티어 경향이 나타나지만 제 코스를 잃는 법이 절대 없고, 245/55 R17 미쉐린 파일럿 프라이머시 타이어의 노면 추종성도 뛰어나 FF 세단에만 길들여진 운전자들도 자신 있게 몰아볼 만하다. 뒷좌석 승차감을 배려해 BMW 차치고는 많이 물러진 서스펜션 세팅도 눈에 띈다. 와인딩에서 노면을 치고 나가기보다 충격을 모두 흡수하며 무던히 달려내는 넉넉함이 새로웠다. 낯선 장소에서의 짧은 시승 중, 기자의 마음에 강렬히 남은 인상 하나는 남보다 차 한 대만큼은 먼저 멈추는 듯한 브레이킹 능력이다. ABS가 작동할 만큼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좌우 요동이 전혀 없이 두두둑 하고 멈춰서는 능력이 탁월하다. 차체 강성과 브레이크 시스템, 17인치 휠의 안정성이 함께 이뤄낸 결과물 . 올림픽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체조선수의 착지만큼이나 깨끗한 뒷맛이 안전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진다. BMW 730Li의 장단점 장점 ·넓어진 선택 폭 ·생각을 읽게 하는 혁신성 ·확실한 브레이크 단점 ·순발력 떨어지는 시프트 패들 ·고속에서 가벼운 스티어링 BMW 730Li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5169×1902×1492mm 휠베이스 3130mm 트레드 앞/뒤 1578/1582mm 무게 182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6기통 DOHC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6×80.0mm 배기량 2979cc 압축비 10.2 최고출력 231마력/5900rpm 최대토크 30.5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88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 기어비 ①/②/③/④ 4.170/2.340/1.520/1.140 ⑤/⑥/ⓡ 0.870/0.690/3.400 최종감속비 3.73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25/60 R17 성능 최고시속 237km 0→시속 100km 가속 8.1초 시가지 주행연비 ㅡ 값 11,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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