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드림 카를 곁에 두고 사는 행복 제 모습 살리면서 성능.. 2003-05-20
그라나다 V6은 현대자동차가 독일 포드와 기술 제휴해 1978년 11월∼1985년 12월까지 만들었던 차다. 생산대수는 모두 4천748대. 당시 그라나다는 현대자동차의 간판 모델이면서 국내 최고급 모델이었다. 79년 기아자동차도 푸조 604라는 기함 모델을 내놓았지만 그라나다의 인기에는 훨씬 못 미쳤다. 현대자동차는 그라나다 단종 이후인 1986년, 미쓰비시와 제휴해 그랜저를 내놓으면서 고급차 명맥을 이어갔다. 한 시대를 풍미한 고급차의 대명사 기자는 86년에 나온 그랜저 때문에 몹시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본지의 자매지인 86년 8월호에 그랜저 특집기사가 실렸는데, ‘그라나다보다 낫다’는 투로 설명이 되어 있었다. 또한 그랜저의 광고에는 ‘그라나다를 훨씬 능가하는 차’라는 문구도 들어 있었다. 낫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훨씬’이라니. 길이만 길쭉했지 일본법규에 묶여 너비가 1천725mm밖에 안 되는 차체에 키까지 껑충하게 큰 그랜저가 못마땅했다. 현대가 일본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 차(미쓰비시 데보네어)를 몇 가지 전자장비로 포장해 내놓고는 유럽에서 인기 있던 그라나다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유럽에서는 85년 그라나다의 후속 모델 스코르피오가 나와 ‘86년 유럽 최우수차’로 뽑힌 뒤였기 때문에, 이미 구형이 되어버린 그라나다를 막 나온 그랜저와 맞비교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기자의 그라나다 사랑은 좀 유별난 편이다. 당시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이었던 기자는 그라나다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리고는 모든 차를 그라나다의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라나다의 너비는 1천808mm로 차체 길이(4천751mm)에 비해 넓은 편이었다. 그래서 너비가 좁은 차는 차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 너비가 넉넉한 차를 보면 반갑기까지 했다. 그라나다를 통해 자동차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라나다는 요즘 기준으로 봐도 근사한 구석이 많은 차다. 독일 포드의 구티가 많이 나던 MK1 계열 컨설(그라나다 전 모델)이 MK2 계열 그라나다에 와서는 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시원스럽게 뻗은 직선 디자인에 널찍한 차체가 당당하고, 실내 인테리어는 영국식 살롱 카를 연상하게 할 만큼 멋있다(기자가 어린 시절에 내린 평가다). 우드 그레인을 쓴 대시보드와 세련된 모양의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실내에는 편의장비가 가득했다. rpm 게이지는 물론이고 와이퍼의 속도조절 스위치와 계기판 조명조절 장치, 브레이크 패드 경고등까지 달려 있다. 쇼퍼 드리븐 카로도 어울릴 만큼 넉넉한 실내공간과 편안한 시트를 갖췄고 뒷좌석 암레스트와 독서등도 달렸다. 이렇듯 지금 기준으로 봐도 고급스러울 정도이니, 한창 현역으로 뛰던 80년대 초∼중반에는 어땠겠는가. 당시에는 대우의 고급차 로얄살롱이 나와 있었는데, 로얄살롱의 4기통 2.0X 엔진과 그라나다의 V6 2.0X 엔진은 차원이 달랐다. 차값도 85년 그라나다가 1천992만 원일 때 로얄살롱의 최고급형은 1천277만 원에 불과했고, 자동차 세금도 큰 차이가 났다. 당시 국내에서는 휠베이스와 기통수,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그라나다는 ‘6기통 2천cc에 휠베이스가 2천750mm 이상인 차’로 분류되어 1년 자동차세가 200만 원이 넘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기자가 그라나다를 찾아 헤매게 된 것은 고급스럽다는 점 때문은 아니다. 고급스러움만 놓고 본다면 요즘 나오는 그랜저 XG가 훨씬 앞선다. 단지 어린 시절 반했던 그라나다를 꼭 몰아보고 싶었고, 할 수만 있다면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보살펴(?)주고 싶었다. 차를 살 여력이 생긴 지난 90년대 초반, 그라나다를 사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의 장한평 시장과 여러 중고차 시장을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그라나다는 이미 중고차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애절하다고 했던가. 그라나다를 갖겠다는 소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지 못할 나무’로 보였다. 그럴수록 더 답답하고 그리웠다. “아저씨, 이 차 디젤차예요?” 2000년 9월 어느 날 아침, 동료 기자가 느닷없이 달려와 “그라나다를 찾았다”고 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오로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기자는 차를 내놓은 사람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무조건 사겠다”며 약속을 잡았다. 그 날 점심, 여의도에서 본 그라나다의 첫 모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차값이 뛸까봐 벌어지는 입을 끝까지 다물고 있느라 고통스런 시간들이 흘렀다. 그리고는 마침내 드림카가 손 안에 들어왔다. 그라나다를 갖고 나니 생각이나 마음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 조급한 마음뿐이었지만, 이제는 ‘시간 내서 손봐야지’라는 여유로 바뀐 것이다. 평생 그라나다를 갖고 있을 생각이고 출퇴근용 차가 따로 있어서 이래저래 급할 게 없었다. 시간과 돈이 넉넉할 때 이곳 저곳을 두드려가며 고치면 되리라. 그 후 그라나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파트 주차장에서 혼자 보냈다. 뽀얗게 먼지 쌓인 드림카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퇴근 후에 괜히 차의 먼지를 털고 운전석에 올라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곤 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아예 출퇴근용 차를 그라나다로 바꿔버렸다. 아침저녁으로 그라나다를 타고 출퇴근하고, 강변로와 고속도로까지 달리다보니 그라나다의 상태가 눈에 훤히 들어왔다. 조용하기로 유명했던 V6 엔진은 경운기처럼 털털거렸고, 주유소에서는 주유원이 “아저씨, 이차 디젤차예요?” 하고 묻곤 했다. 더 이상 골골거리는 그라나다를 방치해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라나다 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라나다를 복원하기 위해, 나머지 차 한 대는 팔기로 했다. 털털거리는 차를 고치기 위해 멀쩡한 차를 판다는 이상한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우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요란하게 차를 꾸밀 생각은 없다. 겉모습은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성능과 차체를 보강하는 튜닝의 원 개념에 충실할 생각이다.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그라나다의 매력을 나누고 싶다. 그라나다를 추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래된 차를 타는 사람들의 생각과 정비 노하우도 소개하겠다. 또 별 볼일 없는 차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외국의 사례(그라나다 매니아들도 많다)를 소개하고, 그들의 ‘차 사랑’ 방정식도 풀어볼 생각이다.
오피러스 GH350 기아의 새로운 왕자 2003-05-12
기아가 우리나라의 대형차시장에 ‘뒷좌석에 앉는 사장족의 차가 아니라, 운전석에서 직접 운전하는 전문직을 위한 대형차’를 표방하는 새로운 감각의 오피러스(Opirus)를 내놓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이 차는 의외의 호응을 얻어, 지난 3월 12일 출시 이후 한 달만에 경쟁차종인 쌍용 체어맨의 매출을 2월 대비 10.1%나 감소시켰고, 현대 에쿠스의 판매 계약율도 계속 하락시키고 있는 추세다. 4월 7일, 판매 개시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 7천 대 이상의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대단한 성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아는 대우, 현대에 이어 세 번째로 1970년 자동차 메이커로 창사한 뒤, 79년 대형차 시장에 뛰어들어 프랑스의 푸조 604를 도입했다. 그 당시 현대는 크라운, 포드 20M에 이어 그라나다를 독일의 포드사와 기술제휴로 만들고 있었는데, V6 2.0X 102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157km를 내는 차였다. 이 성능을 능가한다는 푸조 604는 V6 2.7X 134마력 엔진을 달고 최고시속 182km로 달리는 차였으나 어찌된 셈인지 가격경쟁에 밀려 79∼81년의 경우 381대밖에 팔지 못했으니 기아는 이 차종도입으로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에다 자동차회사 통폐합안으로 승용차에서 손을 떼게 되었으나 다행하게도 새 개념의 차 봉고를 생산함으로써 기사회생한 사실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이렇게 대형차 생산에서 혼난 기아는 그 이후 이 클래스의 차종은 오랫동안 생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 번째의 대형차 포텐샤를 13년만인 1992년에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아, 푸조 604로 대형차와 첫 인연 1992년 비교적 값싼 포텐샤 선보여 79년에 그 당시 가장 비싼 대형차 푸조 604로 실패한 기아는 포텐샤라는, 이번에는 가장 싼값의 대형차로 승부에 나섰다. 나도 기아 포텐샤가 나오자마자 이 잡지에 시승기를 발표한 바가 있는데, 포텐샤는 값에 비해 성능과 승차감이 우수하여 오늘날까지 은근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대형차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차츰 고급화되면서 현대가 다이너스티를 96년에, 그리고 쌍용이 체어맨을 97년에 출시하자, 기아도 가만있을 수가 없어서 엔터프라이즈를 같은 해인 97년에 발표했다. 이것이 기아의 세 번째 대형차가 된다. 이 차의 뒷좌석에는 앉은 사람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안마장치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자 다시 현대는 99년에 에쿠스라는 미국의 대형차에 버금가는 덩치의 탱크와도 같은 우람한 차를 내놓았다. 처음에 이 차가 등장했을 때는 대기업 사장족한테만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일반에게 제법 인기가 있어서 부잣집 마나님까지 끌고 다니는 판이다. 우리나라의 대형차 선호도는 도가 지나쳐 병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자동차메이커라는 장사꾼측에서 본다면 놓칠 수 없는 호재가 아니냐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현대 산하에 들어간 기아이지만, 이번에 이렇게 네 번째의 대형차를 개발하여 오피러스를 등장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기아는 이 차를 ‘하이오너를 겨냥한 컨셉트를 담은 것’이라면서 ‘호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상류계급의 차’라고 했고, 그래서인지 판매 직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참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잡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오랜만에 기아가 고급차시장에 히트상품을 내놓은 셈이다. 몇 주일의 교섭 끝에 의 장한형 기자가 어렵게 새벽 5시 기아에 가서 얻어온 오피러스 GH350이 드디어 내 연구실 앞에 도달했음을 알린다. 원고마감 하루 전날이다.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느냐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이차의 인기가 대단해서 기아사내에 전시용 차가 바닥이 날 정도라는 이야기다. 검은 칠로 단장한 오피러스를 첫 눈에 보았을 때의 인상은 “와! 역시 소문난 그대로 요란한 차구나”하는 것이었다. 그 인상은 과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받았다. 이 그릴 디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던데 과연 그럴 만도 했다. C필러 직각으로 세워 실내공간 확보 너비·높이가 경쟁모델보다 여유 있어 자동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그릴뿐만 아니라 이 차의 디자인 컨셉트를 놓고도 엄청난 연구개발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0년부터 3년에 걸쳐 ①모던 ②클래식 ③엘레강스의 3대 목표를 융합시킨 차를 만들기로 하여 우선 모던한 차의 디자인을 했다. 그 렌더링 그림을 보니 심플하면서도 시대의 첨단을 향하는 샤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클래식한 개념의 렌더링을 보았다. 차분한 영국식 고전미를 강조하는 특유의 앞 그릴이 돋보였다. 세 번째는 엘레강스한 모델의 렌더링이다. 공기저항을 최대로 줄이면서 멋을 낸 미끈한 디자인이었다. 이 세 요소를 겹친 최후의 형태를 3/8스케일 모델로 제작했다. 그러한 외형디자인에다가 넓은 실내공간, 뛰어난 정숙성과 안전성을 갖춘 차를 개발하기로 하여 종합적으로 만들어진 그 3/8 스케일 모델은 실내공간의 비중이 길이에 비해서 약간 큰 스타일이었으나 아주 건강하고 실용성이 있어 보였다. 문제는 자동차의 앞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최종결정이다. 기아 남양디자인 팀은 미국 자동차 전문가까지 불러서 의견을 나누었고, 결국은 영국의 재규어 S타입 형태와 비슷한 모양으로 마무리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세로줄무늬마저 닮으면 안되겠다고 하여 굵직한 가로줄의 형식을 채택했다. 아무래도 클래식한 무드를 내려면 이렇게 낙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연인 것 같다. 테일램프도 재래식대로 옆으로 길게 뻗게 설계했다가 시원한 둥근 원형트림이 박힌 싱싱한 형태로 바꾸었다. C필러도 거의 직각으로 그려내려 오는 듯한 디자인으로 실내공간 확보에 과감한 의욕을 보였다. 이렇게 자동차 설계에 있어서 엄청난 신경을 쏟은 이유는 기아가 6년만에 내놓은 새로운 대형차이니 만큼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결심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냐 말이다. 이 차의 소개는 4월호에 대략 설명이 되어 있으니 나는 내 나름대로의 시승기를 쓸 생각이지만, 길이가 약간 짧은 것 같아서 딴 대형차와 비교를 해보았다. 기아는 주로 쌍용 체어맨, 렉서스 LS430, BMW 530i와 경합을 벌이기 위해 오피러스를 만들었다고 하나 나는 BMW 530i를 중형급의 고성능차로 생각하니까 제외키로 한다. 나는 대형차라면 으레 길이가 5천mm는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나 그 개념이 틀렸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그렇게도 커 보이는 다이너스티의 길이가 4천980mm이니 말이다. 기아 디자인진의 말에 의하면 가장 효능적인 대형차의 길이는 4천980mm 전후라고 한다. 그러나 체구가 작아 보이는 체어맨 시리즈는 길이×너비×높이가 5천55×1천825×1천465mm이며 렉서스 LS430은 5천5×1천830×1천470mm, 다이너스티는 4천980×1천810×1천445mm인데 이 오피러스는 4천980×1천850×1천485mm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피러스가 너비와 높이에서 딴 대형차를 누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안락한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긴 체어맨도 실내공간의 크기를 따지자면 헤드룸 앞뒤좌석이 983와 965mm인데 비해 오피러스는 1천15와 975mm로 되어 있고 레그룸은 체어맨의 앞뒤좌석이 각각 1천57와 996mm인데 오피러스는 1천110과 960mm를 나타낸다. 이것을 봐도 총체적인 실내공간의 크기는 오피러스가 압도적으로 크고 다만 뒷좌석의 레그룸이 체어맨에게 뒤질 뿐이다. 따라서 이 차는 사장족이 아닌 운전자를 위한 차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길게 차체 크기까지 딴 차와 비교해 본 까닭은 이 차가 얼마나 기동성있고 편안한 차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지만 놀라운 것은 운전석에 앉아 차를 굴리기 시작한 때부터 더욱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 점이다. 고급 가죽과 우드 그레인 조화 이룬 실내 시동 걸어도 엔진 소음 거의 들리지 않아 우선 실내의 분위기가 멋있다. 적당히 우드 그레인과 가죽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특히 가죽 촉감이 다른 차들이 사용하는 가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두텁고 소프트하면서도 촉감이 섬세하다. 운전석은 넓고 편안하다. 앞의 대시보드 중앙에 4인치 모니터가 자연스럽게 박혀 있고, 눈앞의 계기들도 숫자가 눈금과 함께 선명한 흰색으로 잘 보이게 했고, 붉은 색으로 칠한 바늘도 아주 첫눈에 ‘확’ 눈에 뛰어든다. 옆의 센터콘솔에는 질서정연하게 각종 편의시설이 나열되어 있다. 이것들은 우드 그레인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밑으로 드라이빙 시프트 레버로 연결된다. 고급감이 돋보인다. 앞뒤좌석은 모두 각각 이동조절하게 되어 있고 그 속에는 열선이 내장되어 있어서 추운 겨울철에도 타는 이 모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냉방장치도 앞뒤에서 온도조절을 개별적으로 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시동을 걸어도 소음방지가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전혀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액셀 페달을 밟아야 비로소 “아, 엔진이 걸려 있었구나”하고 느낄 정도다. 대형차인데도 너무나 가볍다. 하기야 V6 3.5X 엔진을 얹었으니 그렇기도 하겠으나 최고출력은 체어맨 197마력, 다이너스티 194마력, 오피러스 198마력으로 비슷하지만 최대토크가 다르다. 체어맨이 27.1kg·m이고 다이너스티가 25.8kg·m인데 비해 오피러스는 30.0kg·m를 나타내니 끄는 힘의 수준이 다르다. 렉서스 LS430은 현대 에쿠스급이니 여기서는 논할 대상이 아니다.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복잡한 올림픽도로를 지나 자유로로 들어섰지만 오늘은 왜 이렇게도 교통량이 많은지 자주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는데, 이 브레이크가 아주 예민하다. 지금까지 타본 차종 가운데에서 이렇게도 예민한 브레이크를 가진 차는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니 말이다. 초보운전자가 이 차를 탄다면 처음에는 차를 멈출 때 몇 번씩이고 ‘덜컹’거릴 것 같다. 속도를 내려고 해도 차들이 너무나 붐빈다. 그러나 직진성이나 정숙성이나 기동성시험에는 그리 지장이 없었으며 모두 A급 이상이다. 무엇보다도 운전석에 앉은 기분이 편안하다. 그래서 기아가 ‘하이오너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최상의 차’라고 했는가 싶다. 운전대 잡은 기분 너무나 편안해 50∼70대에게도 권하고 싶은 차 30∼40대의 전문직을 주로 겨냥했다고 하지만 나는 50∼70대의 모든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부유한 집의 부인들에게 아주 적합한 차라고 본다. 그만큼 안전하고 여유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유리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특별처리가 되어 있고 유해가스 차단기와 공기청정기도 이 차에 기본으로 달려 있다고 하니 주부드라이버들에게는 정말로 ‘왔다’다. 안전성도 최고로 마련되어 있다. 기아는 오피러스를 스웨덴에까지 갖고 가서 눈길 및 빗길 운전시험을 했다고 한다. 한 바퀴는 미끄러운 얼음판, 또 한 바퀴는 깊은 눈 위에 놓인 상태로 차를 굴려도 바퀴의 슬립속도가 조절되는 이른바 ABS와 TCS장치가 합성된 VDC(차체자세제어장치)가 있어서 어떠한 위험상황에서도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충돌 때나 어떠한 기후조건에서도 안전운전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1, 2차에 걸쳐 229대를 동원한 충돌시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동지방의 사막지대로까지 이 차를 가지고가서 50℃ 가까운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음을 확인했고, 모래바람이 부는 가운데에서 차의 도어틈새가 모래를 잘 막아주는지 여부도 시험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천후의 가혹한 조건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차임을 입증한 셈이다. 오피러스는 급커브를 돌 때의 시험도 중심이동 없이 멋있게 이겨냈다. 산길운전에도 만전을 기한 차다. 특히 앞서 소개한 VDC는 겨울철의 산길 드라이브에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 차는 검은 색보다도 흑장미색이 가장 어울려서 기아는 이 색을 ‘오피러스 컬러’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아주 화려하고도 권위 있는 이 왕족의 컬러를 지닌 차로 활보하는 당신을 상상해 보라. 아마도 ‘이 세상은 나의 것’이라는 기분이 날 것이다. 이 차는 국산차로서는 가장 완벽한 자동차다. 대형차로는 처음으로 미국에까지 수출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기아 오피러스 GH350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980×1850×1485mm 휠베이스 2800mm 트레드 앞/뒤 1570/1570mm 무게 183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3.0×85.8mm 배기량 3497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198마력/5500rpm 최대토크 30.0kg·m/3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789/2.057/1.421 ④/⑤/ⓡ 1.039/0.731/3.865 최종감속비 3.333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60 R16 성능 최고시속 220km 0→시속 100km 가속 9.2초 시가지 주행연비 7.3km/ℓ 값 4,870만 원
프로토 스피라의 모든 것 국내 첫 미드십 스포츠카 최초.. 2003-03-08
국산 최초의 미드십 스포츠카가 시장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유일의 카로체리아 프로토자동차가 25억 원을 들여 개발한 첫 자체 브랜드 스포츠카 스피라(Spirra)가 마지막 보완작업을 마친 뒤 미국 수출 분을 시작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업은 도전이기 이전에 고통이다. 광활한 신대륙에 첫 발을 디딘 이민자의 황망한 심정이랄까. 카로체리아 불모지인 한국에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체 브랜드 스포츠카를 선보인 프로토자동차를 찾아 스피라의 모든 것을 독점 취재했다. 2001년 발표한 PS-Ⅱ 프로토타입의 후속 지난 2001년 8월 17일 서울 반포에 자리한 센트럴시티 오토몰에 마련된 PS-Ⅱ 발표 행사장은 사람들이 내지른 탄성과 엇박자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소리로 뒤범벅되었다. 프로토자동차의 스포츠카 개발 선언을 돈키호테의 허풍쯤으로 치부했던 사람들은 베일을 벗은 PS-Ⅱ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트지를 메운 렌더링이나 껍데기뿐인 클레이 모델이 아닌, 엔진을 얹고 주행 테스트까지 거친 번듯한 미드십 스포츠카 프로토타입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PS-Ⅱ는 현대의 V6 3.0X 시리우스 엔진을 미드십에 얹고, 이스타나의 5단 수동변속기로 동력을 전하는 구조를 썼다. 번 아웃과 고속 코너링을 멋들어지게 해치우는 시승 동영상은 TV 뉴스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일반인의 관심을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차에 쏟아졌던 뜨거운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수그러들었다. 프로토자동차가 외부채널을 굳게 닫고 후속작 스피라 개발에 땀방울을 모으는 동안 ‘회사가 어려워졌다’ ‘개발이 중단되었다’는 등 근거 없는 뜬소문만 무성했다. 흉흉한 소문이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해 11월 21일 제4회 서울 모터쇼가 막을 올리면서. 프로토자동차 부스를 화려하게 장식한 노란색 스피라는 다시금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으며 아낌없는 찬사를 들었다. 지난 97년에 설립된 프로토자동차는 전기차와 컨셉트카 디자인, 제작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기술 용역을 담당하고 티뷰론용 에어로파츠 등 각종 용품을 개발하면서 카로체리아의 기틀을 다졌다.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스트레치드 리무진 개발에도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다. 모체인 프로토디자인에서 프로토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것이 디자인 용역업체로 출발해 자동차 개발의 기획단계부터 스타일링, 모델링, 설계 및 프로토타입 제작과 시작차 개발까지 아우르는 본격 카로체리아로 거듭난 변천사를 대변해준다. 빼어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값 겸비 프로토자동차는 99년 7월, 창업 때부터 꿈꿔온 자체 브랜드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첫 시동을 걸었다. 개발 컨셉트를 그대로 담은 슬로건은 ‘경쟁력 있는 성능과 매력적인 값’. 제품 기획을 거쳐 미드십 스포츠카로 차종을 결정하고, 99년 12월부터 백야드빌더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영국과 튜너들의 천국 독일 등에 직원을 파견해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2001년 4월에는 로터스 엘리제부터 맥라렌 F1까지 벤치마킹 대상이 된 다양한 스포츠카의 장점을 꼼꼼하게 조합해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첫 번째 프로토타입 PS-Ⅱ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모터쇼에서 후속 스피라를 선보였다. 양산 전 마지막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인 스피라는 강철 스페이스 프레임에 알루미늄 서브 프레임을 어울린 뼈대와 인보드 타입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등 기본적인 섀시 구성이 PS-Ⅱ와 같지만 안팎 디자인과 엔진, 변속기 등을 새롭게 손봐 보완형이라기보다는 거의 새차에 가깝다. 기본 엔진은 2.0L 터보. 현대의 4기통 2.0X DOHC 베타 엔진을 바탕으로 영진 HKS에서 터보차저를 얹어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7.5kg·m를 뿜어낸다. 0→시속 100km 가속에 6.4초, 최고시속은 225km에 달한다. 현대 시리우스 엔진(V6 3.0X DOHC, 182마력, 27.5kg·m)도 얹는다. 0→시속 100km 가속에 6.7초 걸리고 최고시속은 230km. 이밖에 수출 모델은 포드 머스탱 GT에 얹히는 V8 4.6X OHC로 무장한다.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3.6kg·m를 내는 최고성능 모델답게 0→시속 100km 가속을 4.6초에 끊고 최고시속 280km를 자랑한다. 스피라는 이 3가지 엔진에 5단과 6단 수동변속기(V8 4.6X)를 조합해 얹는다. 4단 자동(H매틱)과 휴랜드 시퀀셜 변속기도 더할 예정이다. 차값은 모델에 따라 내수 4천500~6천800만 원, 수출 4만~6만 달러 선이다. 스피라의 생산은 경기도 용인의 프로토자동차 본사와 울산 등지에 자리한 시작차 전문생산업체에서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각종 법규와 엇물린 문제들 때문에 당장 판매가 어려워 수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토자동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LA에 CKD 생산 및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할 현지법인 ‘컨템포 모터스’를 설립해 이미 현지 딜러와 30대(완성차 10대, CKD 20대) 판매계약을 마쳤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한 수퍼카 딜러와도 손잡고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국내에는 빠르면 8월에 시판된다.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 달라” 김한철 “어서 오십시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는 김 대표의 모습에서 스피라를 향한 기대와 설렘을 읽을 수 있었다. 4년여의 고통스러운 개발기간을 거쳐 이제 시판을 코앞에 둔 심정이 가장 궁금했다. “차분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큰 고비들을 대부분 넘겨서인지 마음도 편하네요.“ 스피라의 대략적인 성능과 개발배경을 소개하다 그는 가끔씩 미소를 짓기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찰나였다고 하지 않던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 기억의 끝자락을 모아 풀어놓는 김 대표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무렴 좋은 기억만 있었을까. PS-Ⅱ를 선보인 뒤 프로토자동차 홈페이지에는 격려와 힐난의 글이 빗발쳤다. 특히 카로체리아와 양산차 메이커를 똑같은 잣대로 바라보는 일부 네티즌의 쓴소리는 스피라 개발과정에서 소중한 방향타 역할을 했지만 서운함도 남았다. “부디 작은 카로체리아의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개발단계부터 예상되었듯 스피라의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완성차 3대와 도색 전의 화이트 보디 4대를 희생시키고 2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붇는다면 당장이라도 국내 판매를 시작할 수 있어요. 초기에는 투자비 회수를 위해 수출에 주력하겠지만 빠르면 8~9월경 국내 판매를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해외 판매는 미국 현지법인 컨템포 모터스가 북미 지역을, 설립 추진중인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이 호주와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맡게 된다. 미국 쪽은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딜러로 손꼽히는 플래티넘 모터스와 판매계약을 맺는 등 배급자 선정까지 이미 마친 상태.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해 오른쪽 핸들 모델도 개발중이다. 또 국내에서는 본사와 영업력 있는 병행수입업체의 판매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피라의 개발과정에서 김 대표를 가장 고민에 빠뜨렸던 것은 인력과 자금 문제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무턱대고 직원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 기적처럼 홀연히 등장한 엔젤 투자가의 도움으로 자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프로토자동차의 도전을 높게 산 이들의 모여 투자단를 구성,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수혈된 투자액은 약 50억 원. 김 대표는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이사회를 소집해 실적을 보고하고 있고 런칭 이후에 2차 투자도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프로토만의 색깔 듬뿍 담은 고유 디자인” 최지선 기대가 컸던 것일까? PS-Ⅱ와 스피라 디자인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멋지다는 평가 이면에 검증된 인기요소만 결합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이사는 이에 대해 “수퍼카부터 백야드빌더까지 다양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토만의 색깔을 살린 독자 디자인”이라고 강조하고, “스피라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를 선보이면 프로토 고유의 디자인 요소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첫 번째 고비는 기획단계에서 최종안으로 압축된 2가지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의욕이 넘쳤던 만큼 어느 하나를 버리기 아까워 딜레마에 빠진 개발진은 결국 실차 크기의 클레이 모델을 만들기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PS-Ⅱ 발표 이후 스피라를 준비하면서는 앞 범퍼에서 뒤 엔진룸 뚜껑에 이르는 광범위한 부분에 과감하게 칼을 댔다. 아이디어 스케치와 렌더링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다양한 디자인은 양산을 위해 상당 부분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했다. 스피라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모델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페라리 360 모데나. 베꼈다는 오해를 사기 싫어 투명한 소재로 마무리하면 예뻤을 엔진룸 뚜껑에 빗금 구멍을 내는 것에 그쳤다. 스피라는 램프류와 공조장치 등에 다양한 양산차 부품을 활용했다. “원가절감을 위해 양산차 부품을 갖다 쓰느라 디자인에 제약이 많았어요. 막상 만들고 보니 정비편의성 등 예상치 못한 돌발장애가 생겨 수정도 수없이 했고요. 규모가 큰 자동차 메이커들은 각종 제약조건을 담은 구체적인 자료를 검토한 뒤 디자인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디자인을 하면서 보완해가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스피라는 수퍼카급의 당당한 외형을 갖췄다. 과시욕을 부추기는 우람한 디자인과 현실적인 값 사이의 타협은 프로토자동차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끝없이 맞서 싸워야 했던 장벽이었다. 최 이사는 PS-Ⅱ와 스피라에 쏟아진 마무리에 대한 지적도 잘 알고 있었다. “오늘 탈 시승차는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양산차는 마무리에 대한 시비에 휩싸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다듬었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 끝에 완성한 자식 같은 차” 오영재 프로토자동차는 2001년 8월 PS-Ⅱ가 선보였을 때만 해도 양산모델에 얹을 엔진과 변속기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2년 뒤 스피라를 공개하면서 2.0X 터보와 V6 3.0X, V8 4.6X의 3가지 엔진 라인업을 확정, 발표했다. 개발진을 고민하게 만든 것은 엔진보다는 변속기였다. PS-Ⅱ는 이스타나의 5단 수동변속기를 활용했지만 기어비가 스포츠카와 어울리지 않아 결국 포르쉐 993용 제품(G50)과 세계적인 변속기 전문업체인 영국 휴랜드사의 제품이 채택되었다. 스틸(캐빈)과 알루미늄(앞, 뒤) 복합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완성한 뼈대는 섀시 모듈화를 적극 도입해 조립이 쉬운 것이 장점이다. 섀시 설계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워 페라리 F50 등 수퍼카의 섀시를 유심히 검토해 벤치마킹했습니다.” 서스펜션의 어퍼암, 로어암까지 거의 모든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해 생산은 외주업체에 맡기고, 프로토자동차는 각 구성부품을 꼼꼼하게 조합하는 조립 공정만 담당한다. “외주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직원 16명이 5개 조로 나뉘어 하루 8시간 작업할 때 연간 500대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주행 테스트는 엔지니어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리며 진행했다. 오 이사는 “임시 넘버를 단 프로토타입을 몰다가 정체된 도로 한복판에 멈춰선 적도 여러 번 있었다”며 웃음 짓는다. 본사에서 가까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레이서들이 차를 몰게 한 뒤 조언을 구했다. “서스펜션은 본격 레이싱카나 수퍼카에 주로 쓰이는 인보드 타입 더블 위시본 구조지만 일반도로용 차인 만큼 승차감을 고려해 세팅했어요. 무게중심도 세심하게 배분해 2.0 터보의 경우 앞뒤 43:57을 실현했습니다. V8 4.6X 엔진은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뒤 오버행을 더 늘렸지요.” 양산 부품 활용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여전히 종속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품업체들이 완성차 메이커의 눈치를 보느라 부품 제작을 꺼리고, 양산차 부품의 경우에는 제작자를 배려한 값 체계가 없어 부품공급체계를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오 이사는 “정말 뼈를 깎는 고통 끝에 만든 자식 같은 차입니다. 많이 아껴 주세요”라고 인사했다. 스피라 기획에서 탄생까지 2001년 초 2001년 4월 2001년 6월 2001년 8월 2002년 3월 2002년 9월 2002년 11월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와 렌더링 익스테리어 디자인 완성 인테리어 디자인 완성 첫 프로토타입 PS-Ⅱ 발표 PS-Ⅱ 주행 테스트 및 보완, 스피라 익스테리어 디자인 완성 스피라 프로토타입 완성 제4회 서울 모터쇼에서 스피라 발표, 미국 현지 조립 및 판매 법인 컨템포 모터스 설립, 스피라 양산 시작
쌍용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 한결 편안한 2열 시트.. 2003-04-16
지난해 9월 국내 첫 SUT라는 이름으로 나와 쌍용의 효자차종으로 자리잡은 무쏘 스포츠가 6개월만에 업그레이드 모델을 변신했다. ‘페이스 리프트’는 아니고 ‘모델 이어’도 아닌 작은 변화에 불과한 모델 체인지다. 수입 픽업인 다지 다코다에 대비한 포석으로, 초기 모델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빨리 개선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쌍용의 절박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디자인 손보고 편의성과 안전성 높여 거친 산길·진흙길 등 거침없이 달려 시승차는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 시리즈 가운데 최고급형에 속하는 290S. 겉모습의 가장 큰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려 있던 쌍용 엠블럼을 없애고 그릴 중앙에 세로줄을 넣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는 점이다. 또한 보네트 위에는 무쏘 로고 대신 쌍용의 엠블럼을 넣었다. 달라진 프론트 그릴은 쌍용 메커니즘의 신뢰성과 품격 높은 디자인 컨셉트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유광에서 무광으로 바뀐 우드그레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원목의 질감을 느낄 수 있고,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격조가 돋보인다.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의 포인트는 한층 편안해진 2열 시트에 있다. 이전 모델은 등받이가 너무 세워져 있어 장시간 여행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는 2열 등받이 경사각이 이전보다 8도 이상 뒤로 눕혀져 있어 좀더 편안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2열 가운데 자리에는 앉은 자세에 맞게 위 아래로 조절할 수 있는 헤드 레스트를 달았고 암레스트에는 컵홀더 기능을 더했다. 게다가 비가 오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우적감지 와이퍼를 달고 뒷유리에 열선을 넣어 성에가 끼었을 때 쉽게 녹일 수 있도록 했다. 야간운전 때 눈부심을 방지해주는 ECM 룸미러, 도어 데크 잠금장치 등 다양한 편의장비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 속의 각종 고급 편의장비들은 이제 중·대형차만의 전유물이 아닌 듯하다. 시동과 출발은 무척 부드러우면서 조용하다.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는 것도 매끄럽다. 자동 4단 기어와 엔진의 순발력을 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자 저속에서 잠시 주저하는 느낌이 들더니 다음 순간 땅을 박차고 돌진하기 시작한다.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인터쿨러 엔진은 거친 산길, 진흙길도 너끈하게 달려낼 만한 힘을 발휘한다. 코너에서는 휘청거리는 느낌 없이 안정된 접지력을 보인다. 그러나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브레이크는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기본 메커니즘이 예전 그대로인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는 성능 면에서 변화가 있을 리 없다. 굳이 꼽는다면 데크에 짐을 실었을 때 무게의 변화에 따른 승차감의 변동을 최소화해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셀프 레벨라이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승차에는 셀프 레벨라이저가 달려 있지 않아 체험해 볼 수 없었다.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가 매력적인 차임엔 분명하다. 1천900만 원대(290S 고급형)의 값을 보완해주는 세제혜택, 도시형 세단과 오프로드형 SUV의 특성을 고루 갖춘 크로스오버 성격 등은 다른 차가 갖지 못한 큰 장점이다. 촬영협조: 딘리 코리아(ATV) ☎(02)2263-6375 쌍용 무쏘 스포츠 업그레이드 290S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935×1865×1760mm 휠베이스 2755mm 트레드 앞/뒤 1510/1520mm 무게 182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인터쿨러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0×92.4mm 배기량 2874cc 압축비 22.0 최고출력 120마력/4000rpm 최대토크 25.5kg·m/2400rpm 연료공급장치 기계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5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742/1.508/1.000 ④/⑤/ⓡ 0.708/ ―/2.429 최종감속비 ㅡ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픽업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드럼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모두225/60 R16 성능 최고시속 140km 0→시속 100km 가속 ㅡ 시가지 주행연비 12.0km/ℓ 값 2,127만 원(최고급형)
미쉐린 에너지 E3B 끈끈한 접지력으로 고속주행 ‘.. 2003-10-16
에너지 E3B 타이어는 미쉐린이 지난 2000년에 선보인 에너지 XT1의 후속모델로 경차부터 중형차 오너들까지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중저가 타이어로는 보기 드문 승차감과 내구성, 그리고 연비절감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실리카 컴파운드로 트레드를 만들어 그립력을 확보하는 한편, 회전저항을 낮춰 연비도 높였다. 또한 미쉐린만의 특허기술인 압력균등 분배구조로 타이어의 수명도 늘어났다. 압력균등 분배구조란 노면과 닿는 부분의 공기압이 변하더라도 타이어가 고르게 닿도록 설계해 마모, 제동력, 조종 안정성 등의 성능을 높인 것이다. 판매되는 사이즈는 편평비 60과 65, 70 세 종류에 폭 165mm에서 215mm까지, 휠 지름 13인치에서 15인치까지 모두 12종류다. 편평비 60이 1종, 65가 8종, 70이 3종으로 경차부터 중형차의 기본형 모델까지 소화할 수 있다. 또한 HR급으로 최고시속 210km까지 견딜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성능 지닌 중저가 타이어 주행소음 적고 부드러운 승차감 보여 시승에 앞서 차근차근 제품을 살펴보았다. 굵직한 그루브 사이로 가늘고 섬세한 사이프가 서로 만나며 지나간다. 사이프 배치는 적은 수의 라인이 블록표면을 여러 개로 나누어주는 모양이다. 이에 따라 트레드 블록은 무척 작아 보이지만 실제 블록크기는 큼직한 편이다. 마른땅에서는 접지력을, 젖은 노면에서는 배수성과 핸들링을 고려한 것이다. 트레드에 원주 방향으로 2개의 깊은 홈이 패어 있고 비대칭 트레드인 만큼 가운데를 기준으로 바깥쪽과 안쪽 부분의 모양이 다르다. 타이어 옆면에는 회사로고와 함께 촘촘한 빗살무늬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현대 아반떼 XD 시승차에 준중형차에 많이 쓰이는 195/65 R15를 달고 시승에 나섰다. 우선 소음평가부터 시작했다. 제동 성능이나 핸들링 성능을 먼저 평가하면 극한조건의 주행으로 타이어 마모가 심해질 수 있고 따라서 소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를 달리면서 귀를 기울인 결과, 엔진 소리 외에는 무척 조용했다. 타이어 표면을 만져보니 OEM 타이어보다 약간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 있다. 이어서 저속과 고속, 직선도로와 굽이진 도로 등 다양한 코스를 달리면서 주행성능을 체크해 보았다. 핸들링을 생각해 비교적 두터운 사이드월을 썼지만 전반적으로 약간 부드러운 느낌에 편안한 승차감을 낸다. 주행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차선 변경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E3B 타이어는 과격한 중심 이동에도 흐트러짐 없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차선을 따라가 주었다. 계속해서 굴곡이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제법 좋은 접지력을 보인다. 코너를 빠른 속도로 공략해도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오후부터 비가 내려 자연스레 빗길주행도 해볼 수 있었다. 젖은 노면에서의 타이어 배수성능은 안전운전의 90%에 해당될 만큼 중요하다. 빗길 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물이 고인 곳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다 차가 회전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타이어의 배수성이 좋다면 이때 위기를 벗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미쉐린 E3B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든든하게 빗길을 헤쳐 나갔다. 배수성능이 좋아 빠른 속도에서 타이어가 뜨는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유럽에서 생산된 에너지 E3B의 1개당 값은 6만∼10만 원으로 국산 타이어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값 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제품임이 분명하다.
브리지스톤 투란자 GR-80 일본 프루빙 그라운드.. 2003-10-16
지난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일본 도치기에 있는 브리지스톤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신제품 발표회와 성능 테스트가 열렸다. 브리지스톤 본사에서 아시아지역 5개국 기자들을 초청해 신제품 투란자 GR-80을 소개하고 직접 테스트하는 행사였다. 브리지스톤은 기본 모델 외에 고급차를 위한 투란자(Turanza)와 고성능의 포텐자(Potenza)를 만든다. 그랜드 투어링 타이어인 투란자 시리즈 ER-50과 GR-50이 있지만 이번에 발표된 GR-80은 이들의 성능을 더욱 높인 모델이다. 보도발표회와 성능 테스트로 짜여진 이번 행사에서 기자들은 GR-80의 성능과 내구성을 직접 체험했다. 고급 승용차 위한 새 투란자 시리즈 신기술로 제작해 조용하고 부드러워 고급 승용차에 쓰이는 타이어는 승차감과 고성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돌고 멈출 때의 접지력은 스포츠형 타이어에 못지않으면서도 달릴 때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야 한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 이 같은 장점을 끌어내기가 무척 어렵다. 브리지스톤은 AQ도너츠Ⅱ 기술로 과제를 해결했다. 도너츠란 타이어의 모양과 도너츠의 모양이 일치하는데서 붙인 이름으로, 1994년에 브리지스톤이 선보인 타이어 핵심기술을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설계와 O-비드(타이어를 완전한 원형에 가깝게 만드는 기술), 타이어 고무에 섞어 내마모성을 키우는 L.L.카본 등 여러 가지 기술의 총칭이다. 1997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열화방지 타이어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AQ 도너츠로 발전했다. 오랫동안 주행해도 표면의 고무가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 재료가 개발되었고, 표면이 닳았을 때 안에서 그립이 좋은 층이 새로 나타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AQ 도너츠Ⅱ 기술에는 패턴 블록의 모서리를 둥글리고 모서리를 다듬은 C.S.C와 트레드 홈 벽면에 표면을 다듬어 배수성을 높인 H.E.S, 듀얼 레이어 트레드Ⅱ 기술이 더해졌다. 여기에 투란자 GR-80에서는 트레드 블록의 모양을 바꿔 소음을 줄이고, 표면 압력을 같게 만들어 접지력을 높인 사일런트 C.S.C 기술이 쓰였다. 또한 트레드와 사이드 월이 만나는 숄더 블록의 모양을 바꾸고 크게 만들어 블록의 심한 변형을 막았다. 비드 필터의 두께도 줄여 노면의 진동전달을 억제해 승차감을 부드럽게 개선했다. 이번 행사의 메인이벤트는 프루빙 그라운드에서의 테스트. 1977년에 완공되어 89년에 확장 공사를 한 브리지스톤 프루빙 그라운드에서는 테스트 당일에도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 트럭과 모터사이클의 테스트도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젖은 노면 서킷와 승차감 및 소음 테스트장, 고속 핸들링 코스와 내구성 테스트장, 젖은 노면 원선회장과 코너링 테스트장이 함께 있어 동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젖은 노면 원선회 주행 테스트 그룹 B에 배치 받은 한국 시승팀은 젖은 노면 원선회 주행, 젖은 노면 핸들링, 마른 노면 핸들링, 소음 및 승차감, 고속주행 순으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젖은 노면 원선회 주행은 원을 따라 돌면서 타이어의 성능을 몸으로 느끼는 테스트다. 젖은 노면에서 얼마나 땅을 잘 움켜쥐고 달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 속도와 원심력에 따라 타이어의 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했다. 시승차는 자동기어를 단 혼다 어코드. 기자는 두 번째로 차에 올랐다. 전 시승자의 달리기를 보니 시속 60∼70km 이상 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구동력을 높이기 위해 변속기를 2단에 고정하고 출발했다. 먼저 새 타이어를 끼운 차의 특성이 느껴진다. 물이 흐르는 노면을 달리는 소음이 생각보다 낮다. 휠 하우스를 통해 나지막한 물줄기 소리만 올라올 뿐이다. 속도를 높여 시속 55km, 3천200rpm에 이르렀을 때 차체가 조금씩 바깥으로 밀려나는 게 느껴졌다. 시속 60km를 넘기자 꽁무니가 미끄러진다. 50% 닳은 GR-80을 끼운 차로 갈아탔다. 안전한 한계속도가 45km로 느껴질 만큼 그립력이 떨어진다. 원심력이 높아질수록 차를 받치는 타이어의 한계가 엿보인다. 다만 소음은 새것과 마찬가지로 낮은 편이다. 6바퀴씩 모두 12번을 돌고 트랙에서 내려왔다. 타이어를 바로 확인하니 트레드 표면이 끈끈하다. 그립력을 좋게 만들기 위해 특수 컴파운드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끄러운 노면에서 탄탄한 성능을 발휘할 만한 소재다. 젖은 노면 핸들링 테스트 시승차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GR-80이 신겨있는 도요타 캠리다. 준비된 타이어는 50% 마모가 이루어진 제품이다. 직진가속구간을 지나 코너를 빠져나오면 곧 또다른 굴곡과 헤어핀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트랙이다. 이 구간에서는 타이어의 그립력과 안정성, 반응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노면은 물을 뿌려 젖어있는 상태에 코너가 많아 그립을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각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와 가속 타이밍을 달리 했을 때 타이어의 반응을 중심으로 체크했다. 투란자 GR-80을 단 차로 서킷에 들어갔다. 첫 번째 랩은 코스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시속 60km를 넘기지 않았다. 두 번째 랩에서는 속도를 높였다. 직선 구간을 시속 110km로 통과하고 코너 직전에서 속도를 줄여 시속 80km로 진입하자 약간의 슬립이 느껴지며 뒤가 흔들린다. 무게를 앞 타이어로 보냈지만 잘 견뎌내는 수준이다. 50% 닳은 상태를 감안한다면 그립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직진성과 소음 부분. 정말 조용하고 급격한 헤어핀에서도 부드럽게 돌아나갔다. 마른 노면 핸들링 테스트 이번 코스는 마른 노면 핸들링 테스트 구간이다. 첫 번째 파일런을 왼쪽으로 끼고 연달아 세 개를 돌아나가는 슬라럼 구간이 끝나면 큰 원을 끼고 도는 원선회 주행을 한 다음 급격한 라인수정을 마지막으로 코스가 끝난다. 마른 노면에서의 과격한 핸들링을 통해 타이어의 성능과 내구성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GR-80 새 것을 끼운 혼다 어코드가 나왔다. 출발한 뒤 마지막 파일런을 시속 60km로 감아나가 시속 80km로 원선회를 했다. 이후 가속구간을 달린 뒤 급차선 변경으로 마무리했다. 마른 노면에서는 시속 60km를 넘겨도 끈끈한 접지력을 보인다. 파일런을 끼고 돌아나가는 슬라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노면에 짓이겨지는 앞타이어는 “우드득” 하는 단단한 마찰음만 뱉어낼 뿐 “끼이익” 하는 날카로운 스킬음은 시속 90km로 큰 원을 따라 도는 선회주행 때나 들을 수 있었다. 스티어링의 움직임에 따라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인다. 급격한 롤링에도 땅을 잘 움켜쥐고 달리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소음 및 승차감 테스트 소음과 승차감 체험은 브리지스톤의 드라이버가 직접 운전을 하고 기자들은 동반석과 뒷자리에 나눠 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일정구간을 달려 시속 70km에 이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어 탄력만으로 주행한다. 이때의 노면은 부드러운 아스팔트이고 에어컨과 오디오 등 소음에 영향을 주는 기기를 끈 상태. 속도가 점점 잦아들면서 이른바 패턴노이즈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차가 거의 멈추면 다시 돌아 요철구간을 통해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승차감 테스트는 표면이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과 벨기에형 벽돌식 바닥, 일직선 홈이 파인 레인 그루브 등 다양한 노면과 울퉁불퉁하고 거친 구간을 통과하면서 끝난다. 테스트에 쓰인 차는 벤츠 C200이고 뒷자석에 앉은 기자는 소음과 승차감에 주의를 기울였다. 패턴노이즈는 블록의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 급가속 뒤 아스팔트에서 탄력주행해 엔진소음이 사라지자 패턴소음이 들려온다. 신경을 곤두세워 타이어 마찰음을 체크하니 끊어지는 느낌이 없는 부드러운 소리가 연속해서 들린다. 보통 타이어가 반복적으로 “쉬익” 하는 마찰음을 내는 데 비해 소음이 많이 억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도가 떨어지면서 소음도 잦아드는데 시속 40km 이하에서는 특히 조용하다. 자글거리는 듯한 부담스러운 소리가 많이 사라졌다. 승차감 부분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테스트에 쓰인 차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진 차이기에 타이어만의 성능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다양한 노면을 통과하면서도 고른 승차감을 보인 점과 요철부분의 잔진동을 잘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투란자 GR-80의 소음과 승차감 부분은 충분한 합격점을 줄 만하다. 고속주행 테스트 한국기자단에게 마지막으로 마련된 기회는 고속주행 테스트다. 길이 3.9km의 고속주행 서킷은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고 뱅크각이 50° 에 이르는 프루빙 그라운드다.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석을 차지한 벤츠 S320에 올라탔다. 타이어 성능 평가보다는 컴프레서 엔진을 단 벤츠 S클래스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기분이랄까. 시속 220km로 직선구간을 달려내고 시속 200km로 뱅크에 올라섰다. 이어 속도를 줄여 젖은 노면 테스트 구간으로 진입해 똑같은 코스를 돌았다. 계기판에서 DSC 경고등이 끊임없이 깜박일 정도로 테스트차는 과격하게 돌아나갔지만 타이어는 미끄러지는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잘 따라준다. 이 테스트에는 고속용 타이어 포텐쟈가 나왔다. 고성능 세단이나 스포츠카 오너라면 욕심이 날 법하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시승이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세 번에 걸친 직접 주행과 두 번의 체험 주행을 정리하자면 브리지스톤 GR-80의 믿음직한 성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땅을 붙잡는 그립력과 부드러운 주행소음에 만족했다. 차에 달려있는 OEM 타이어를 바꿀 시기가 되었다면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새 제품은 9월부터 국내에 출시되었다. 브리지스톤은 어떤 회사? 1931년 후쿠오카현 쿠루메시에서 문을 연 브리지스톤은 86년 세계시장점유율이 9.0%에 불과했지만 99년에 이르러 미쉐린과 굿이어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9.4%를 차지하면서 매출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01년에는 모기업 파이어스톤의 대량 리콜사례로 미쉐린에 이어 2위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엔초 페라리와 BMW Z4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고성능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F1에서 엔트리 1, 2위를 차지한 페라리 경주차도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끼우고 좋은 성적을 냈다. 브리지스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터사이클, 트럭, 버스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점보기 에어버스에 타이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밖에 건설과 산업, 농업기계에 이르기까지 타이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만들고 산업용 고무화학제품과 스포츠 용품까지 생산중이다. 자본금은 1천251억 엔(2002년 12월 현재), 종업원 수는 1만2천500명이 넘고 세계적으로 3곳의 기술센터와 9곳의 프루빙 그라운드, 45곳의 타이어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1년 8월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브리지스톤은 초기 대형트럭용 타이어에 주력했지만 2002년 9월부터 포텐자와 투란자를 앞세워 국내 고성능 타이어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금호 엑스타 DX 조용하게 즐기는 초고성능 타이어 .. 2003-06-13
타이어가 차의 성능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마라톤 선수에게 발이 차지하는 비중 이상이다. 아무리 튼튼한 심장을 지닌 마라톤 선수라도 발이 부실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듯이, 차의 엔진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타이어가 받쳐주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스포츠카나 중형차급 이상 모델에서 초고성능(UHP, 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의 역할은 차 전체의 성능을 좌우할 만큼 대단하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55시리즈 이하로서 시속 240km까지 주행 가능한 제품. 국내 초고성능 타이어는 현재 교체용 승용차 타이어시장의 약 5%를 차지하고 있으나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일반 타이어보다 약 3~4배 비싸 메이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다. 금호타이어가 이번에 내놓은 엑스타 DX는 고성능과 고품격을 함께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되었다. 승차감 높이고 소음 크게 줄여 값 대비 성능과 경쟁력 뛰어나 엑스타 DX 시승을 위해 마련된 차는 BMW 325i. 3시리즈에는 205/55R 16부터 245/40R 17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타이어가 달리는데, 325i에 맞는 타이어 사이즈는 225/45ZR 17이다. 325i의 휠하우스를 가득 메운 엑스타 DX의 모습은 상당히 스포티하다. 물결과 구름형상을 문양화한 사이드 월 장식의 디자인 감각 역시 보통이 아니다. 트레드에는 승차감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전형적인 고속주행용 V자형 패턴에다 사이프(sipe, 트레드 표면의 미세한 홈)를 넣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였다. 미끄러지듯 출발하는 감각은 최고급 승용차용 타이어에 맞먹는다. 완만한 코너에서도 부드러운 감각은 이어진다. 10여 분간의 탐색전(?)을 거치고, 약 25m 간격으로 러버콘을 배치한 후 본격적으로 주행성능 점검에 나섰다. 좌우로 레인체인지를 하는 일정한 움직임에서 엑스타 DX는 끈적한 접지력으로 차체를 이끌어 간다. 웬만해서는 한계상황에 이르지 않을 만큼 움직임이 안정되어 있다. 직진 안전성을 위한 견고한 리브(rib) 블록과 코너링 때의 그립력을 높이는 세미 그루브(semi groove)를 배치한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좋은 조정성능을 갖추었음에도 승차감이 상당히 부드럽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고성능 타이어는 주행성능쪽에 초점을 맞춰 승차감을 희생시키기 마련인데, 엑스타 DX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시승에 나선 날은 한여름처럼 더웠으나 에어컨을 완전히 끄고 달렸다. 도로에서 들리는 타이어 소음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창문을 열고 귀를 쫑긋 세워보았지만 들리는 것은 오직 바람소리뿐. 정숙성에 역점을 둔 엑스타 DX 개발팀이 엑스타 수프라에 비해 촘촘한 패턴 블록을 배치하고, 저소음용 실리카 컴파운드 재질을 쓴 덕이다. 정숙성은 당당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고, 이날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엑스타 DX는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으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승차감에 더 무게를 둔 느낌이다. 수입 타이어에 밀려 고전하던 국내 타이어업계가 최근 초고성능 타이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준중형차부터 중형차와 대형차, 스포츠카에까지 두루 쓰일 수 있는 엑스타 DX는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1개당 값은 14만~20만 원으로 수입 타이어보다 싼 편이다.
한국타이어 XQ 옵티모 도로를 움켜쥐듯 달린다 2003-06-13
새차에 달린 순정 타이어는 수명이 상당히 길다. 그리고 국내 주행조건을 일정부분씩 골고루 충족시켜주는, 말 그대로 범용타이어다. 이 때문에 차를 바꿀 때까지 한 번도 타이어를 교환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타이어의 성능을 실감할 정도로 민감하지 않아 순정 타이어에 만족하곤 한다. 그러나 순정 타이어는 일반적인 도로환경과 차, 운전자를 모두 고려한 제품이기 때문에 성능이 무난할지 몰라도 뛰어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메이커들은 다양한 애프터마켓 제품들을 개발, 시판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타이어가 2년 동안 100억 원을 투자해 중대형 고급 승용차용 타이어로 내놓은 XQ 옵티모도 그 중 하나다. XQ 옵티모 테스트를 위해 준비된 시승차는 현대 그랜저 XG Q25. 그랜저 XG의 순정 타이어 사이즈는 205/65R 15인데 테스트를 위해 같은 크기의 XQ 옵티모를 끼운 상태였다. 한국타이어가 이번 테스트에 내놓은 타이어는 시속 240km쯤은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VR급이다. 지난 99년 7월 한국이 선보인 ‘블랙버드V’가 국내 VR급 타이어의 원조격이다. 고속주행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돋보여 트레드 패턴 소음 적고 제동성 뛰어나 평소 시속 200km를 달릴 기회가 없다고 해서 VR급 타이어를 달 필요가 없다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속도가 높을수록 고속으로 달릴 때 성능이 충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또한 타이어는 스피드 자체보다 내구성과 안정성에 의해 등급이 평가된다. 한계속도가 높을수록 타이어의 안정성과 내구성도 따라 올라간다. 시승차를 받고 테스트 장소인 자유로로 가기 위해 우선 올림픽대로를 달렸다. 고속주행을 하면서 귀를 기울여봐도 타이어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거친 도로에서는 차의 흔들림을 미리 방지할 만큼 노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노면과 불규칙적으로 접촉해서 일어나는 진동 흡수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 때문인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자신감이 더해졌다. 그랜저 XG가 낼 수 있는 한계속도는 시속 200km. 어느새 시속 170km를 넘겼지만 차는 여전히 부드럽게 달려나갔다. 비대칭으로 이루어진 트레드 패턴은 노면과 마찰할 때 일어나는 문제점을 줄여 차의 직진성능을 고르게 유지시켜준다. 도로사정이 좋은 곳을 저속, 중속, 고속으로 한동안 누빈 뒤 확인한 XQ 옵티모의 가장 큰 특징은 승차감이 좋다는 것. 타이어와 림 사이 틈새를 줄여 접촉압의 분포를 균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유로 통일동산에서 핸들링을 시험해 보았다. 시속 40km에서 연속으로 스티어링 휠을 꺾으며 타이어의 그립감과 안정성을 느껴보았다. 타이어는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따라 움직여 주었고, 그립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코너를 돌아갈 때 트레드의 컴파운드가 미끄러지면서 일어나는 비명소리도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 접지력이 좋아 차가 옆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몇 번씩 거듭되는 과격한 드리프트에도 무리 없이 따라와 주었다. 시속 80km에서의 급제동 평가에서도 타이어 밀림이 거의 없었고 우려했던 제동소음도 다른 타이어에 비해 적었다. 시승 당일은 날씨가 화창해 젖은 노면에서의 테스트는 실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4개의 넓은 그루브와 V형 패턴만 봐도 배수능력이 뛰어남을 짐작할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줄 것 같은 믿음직한 설계다. 부담 없는 값에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배수성이 뛰어나 ‘네 마리의 토끼를 잡는 타이어’를 원한다면 한국타이어 XQ 옵티모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차 현대 엘란트라 GLS 2003-11-12
현대 엘란트라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니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당시 나는 아버지의 새차를 보고 감격해, 몰아볼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번쩍번쩍 윤기가 흐르는 다이내믹한 보디를 보며 군침만 삼키곤 했던 기억이다. 그 바램이 지금에서야 이루어졌다. 아버지가 차를 바꾸면서 자연스레 내 차지가 된 것. 육군 수송장교 출신인 아버지는 차를 철저하게 관리하셨기에 팔기가 아깝다며 내게 물려주었다. 가족의 추억이 서려있는 엘란트라는 내 첫차로 훌륭했지만 뽑은 지 오래되어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가까운 정비소에 들려 “정말 새차 같다”는 정비사의 말을 듣고는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기분 좋게 세차장에 데려가 씻겨놓고 보니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데뷔 당시 최고성능 자랑한 인기차 코너링 실력 좋고 인테리어도 만족 엘란트라는 93년 당시 ‘무엇 거칠게 있으랴, 누구 따를 자 있는가!’ 라는 광고카피에 걸맞은 성능을 보였다. 최고시속 195km와 최고출력 90마력으로 동급에서는 최강이었다. 지금도 도로를 달리다보면 여기저기 눈에 띄는 엘란트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배기량 1.5, 1.6X 엔진을 얹은 엘란트라는 트랜스미션이 가속 위주로 세팅되어 있다. 그래서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가 3천rpm을 조금 넘겨 고정된다. 고속도로에서 요리조리 운전하기엔 참으로 재미있으나 조금 시끄럽다. 내 차에는 1.5X 엔진이 얹혀 있는데, 특히 시내에서 민첩한 몸짓을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타거나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많이 높이면 조금 힘에 부친다. 서스펜션은 4바퀴 독립형이 아니지만 별 아쉬움 없이 국도를 휘감아 나갈 수 있다. 데뷔 당시엔 참으로 괜찮은 승차감과 코너링 성능을 보여주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실내 인테리어는 준중형인 차급에 비해 한 수준 높다. 이퀄라이저가 달린 2딘 오디오는 들을 만하고 에어컨, 송풍 조작장치는 로터리식이어서 쓰기 편하다. 곡선과 일직선이 적당히 어우러진 대시보드는 지금도 멋있고 계기판 조명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는지라 약간의 튜닝은 필요하다. 특히 오디오는 카세트 부분 성능이 나빠져서 업그레이드 1호였다. 인터넷을 뒤져 현대 그랜저에 달렸던 2딘 디지털 오디오를 달아 깨끗하게 꾸몄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은 것이다. 2호 품목은 내비게이션. 길눈이 어두운 편이라 PDA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걱정이 없다. 값비싼 차를 타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수많은 옵션이 달린 편리한 차를 모는 것보다는, 조금씩 차를 꾸며 나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평소 바꾸고 싶었던 부분에 손대며 차에 애정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래된 차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차를 점검 받는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차이기에 조심할수록 좋다는 생각에서다. 내 차는 이제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7년은 더 탈 생각이다. 남들이 웃을 수도 있지만 점점 하나밖에 없는 차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요타 MR-S 맛깔스러운 스프린터 2003-11-12
도요타 MR-S는 한마디로 ‘잘 달리고 잘 서는 스프린터’다. 1톤이 넘지 않는 차 무게와 군더더기 없이 세팅된 옵션이 차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직물 시트와 절도 있는 수동 5단 기어와 한눈에 들어오는 계기판, 그립력이 뛰어난 스티어링 휠은 운전석에 앉는 순간 ‘그래, 바로 이 차야!’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포츠카에는 특별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우선 수동기어를 갖추고 드리프트나 스핀턴을 할 때 방해가 되는 ABS가 없어야 하며, 스티어링 휠은 레이싱카와 승용차의 중간크기여야 한다. 시트는 단단하고 직물로 짜여져 있어야 한다. 자동기어는 기계에 내 운명을 맡기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고 가죽시트는 관리가 쉽다는 점 빼놓고는 실제 달릴 때 몸의 쏠림이나 미끄러짐을 잡아주지 못한다. 정확한 핸들링을 위해서 10시 10분 자세가 양쪽 가슴의 정점에 위치하는 크기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MR-S는 바로 ABS만 빼고는 모든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스프린터 조건 골고루 갖춘 매력덩어리 뛰어난 핸들링과 좋은 연비 만족스러워 MR-S의 정확한 핸들링은 차가 몸의 일부라고 느껴질 정도다. 항상 엔진회전수 3천rpm을 넘겨 스포티한 달리기를 하는데도 실제 주행연비가 10km/X 를 넘는다. 이런 경제성은 스포츠카의 성능만큼이나 매력적인 부분이다. 내차의 최고시속은 185km다. 일본 현지에서 들여와서 속도제한이 걸려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한을 푼다면 시속 210km쯤은 무난하다고 본다. 하지만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로 달리지 못할 뿐더러 달리더라도 5분을 넘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MR-S의 참맛은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순발력이다. 15초 안에 속도계의 끝에 닿은 바늘을 볼 수 있다. 내가 이 차에 빠진 또 하나의 이유는 톱을 여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 오픈카라는 점이다. 스프린터로서의 날카로운 가속성을 잊고 매끄럽게 운전한다면 멋진 자태를 뽐내며 하늘과 땅, 바람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연인의 미소와 더불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이다. 이 느낌만으로도 평생토록 이 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에 달린 차라 다소 걱정했으나 10분 정도 달리고 나니 부담이 사라졌다. 또 평소에 쓰지 않던 왼손을 자주 사용하면서 소위 우뇌를 개발한다는 뿌듯함(?)까지 든다. 마지막으로 MR-S는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차다. 지붕을 열고 달릴 때도 양쪽 유리창을 올리면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음악을 들을 때 볼륨을 높이지 않고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값비싼 벤츠나 BMW 소프트톱에도 없는 열선내장 유리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미드십 엔진에 뒷바퀴굴림이라서 눈길이나 빗길에 취약하다. 또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인승 컨버터블이라 옆자리 한 명을 빼고는 더 태울 수 없음도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체격이 큰 사람에게는 다소 무리다. 아마도 키가 180cm 이상이라면 불편할 것이다. 유지 ·정비 부분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품의 조달도 그리 어렵지 않고 애프터서비스는 차를 봐주는 업소가 있어 그리 어렵진 않다. 성능 좋은 로드스터를 꿈꾸고 있다면 MR-S에 도전해 보자. 짜릿한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대 아반떼 XD GLS 속속들이 알찬 준중형차 .. 2003-10-17
차를 가지고 다닌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내 차는 현대 아반떼 XD GLS다. 학생 신분으로 처음 차를 살 때는 비싼 기름값 때문에 디젤차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디젤차의 값이 워낙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아반떼 XD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감이 드는 내 차에 만족한다. 차는 주로 학교를 오가는 데 쓴다. 또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러갈 때나 주말 근교 드라이브 때도 이용하고 있다. 아반떼 XD는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심플하면서도 멋져 보이는 겉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선 얼굴 부분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과 범퍼 부분 새 감각의 흡기구가 세단형의 부드러운 터치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듯하다. 심플한 디자인과 실내 편의성에 만족 주행성능 무난하지만 나쁜 연비 단점 차의 내부도 꽤 괜찮은 편이다. 현대자동차는 실내 공간 넓히기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5명이 탔을 때 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좁게 느껴지지 않는 넓은 실내공간은 큰 장점이다. 뒷자리에 있는 듀얼 컵홀더와 차안의 크고 작은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들도 마음에 든다. 차를 사기 전에 타던 부모님의 대형차나 중형차와는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승차감은 중형급 차와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준중형이라 그런지 차폭과 길이가 짧아서 주차할 때나 운전하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만한 것은 기름값이다. ‘옥의 티’라고 할까? 원래 사고 싶었던 디젤차보다 기름값이 더 드는 건 당연하지만, 다니다 보니 솔직히 생각보다 연비가 나쁘게 나왔다. 하지만 매끈하게 달리는 품새를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속도를 내고 싶을 때는 기분 좋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엔진의 회전감각이 좋고, 저속 주행보다 고속으로 달릴 때 매끄러움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소음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인지 쾌적성도 만족스럽다. 주변을 보면 차의 잔고장으로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차는 특별히 말썽을 부리지 않아서 더욱 맘에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쌓여서인지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주행거리는 4만km 정도다. 친구들한테 새차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 만큼 깨끗하게 타려고 신경을 쓴다. 세차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차체는 물론이고 범퍼에도 눈에 보일 만한 상처 하나 없다. 지금처럼 신경 써서 관리하고 아껴서 탄다면 앞으로도 별다른 문제없이 ‘말 잘 듣는 차’가 될 듯싶다.
BMW X5 3.0i SUV의 가면을 벗으면 진정한.. 2003-10-17
평소 서울과 지방을 매주 1회 이상 오가며 장거리운전을 많이 해온 나는 날씨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눈, 비에 의해 운전제약을 많이 받아서 네바퀴굴림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투박한 보디의 SUV보다는 미끈한 세단형을 좋아한다. 그래서 후보에 올린 차는 네바퀴굴림 승용차를 만드는 아우디와 재규어였다. 그러나 실제 타보니 재규어는 가속할 때 나는 소음과 다소 밀리는 듯한 코너링 성능이 싫었고 아우디는 다소 늦게 전달되는 가속력이 성에 차지 않았다. SUV인 렉서스 RX330은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주행소음이 적었지만 가장 중요한 코너링과 순간가속력이 그저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 고르기가 힘들었다. 고성능 세단 이미지 믿고 BMW X5 골라 추월 가속성 뛰어나고 편의장비 많아 그때 눈에 들어왔던 차가 BMW X5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있었고 예전부터 BMW의 가속력과 코너링을 접해 봤기 때문에 SUV인 X5도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네바퀴굴림이라 악천후 속에서도 미끄러질 위험이 적다는 판단이 들어서 X5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막상 BMW X5를 타면서 느낀 점은 특별한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 세단 BMW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정교한 코너링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묵직한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나오는 힘과 달릴 때의 핸들 무게도 느끼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속력이나 코너링이 다른 차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속 100∼140km 정도에서 천천히 속도가 붙으면 부드럽게 기어변속이 되면서 시속 180km에 금방 다다른다.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시속 140km 이상의 고속에서 시속 180km까지 도달하려면 허덕이기 마련인데, 이 차는 시속 100km에서 가속하는 것과 똑같이 부드럽게 속력을 올릴 수가 있다. 내가 몰아본 일본차들 중 렉서스나 혼다는 부드럽게 가속이 되지만 시속 140∼150km를 넘어서면 다소 힘들게 속도가 올라간다. 이에 반해 X5는 다소 딱딱한 가속느낌이 들지만 고속에서의 가속성이 꾸준하게 뒷받침된다. SUV인데도 코너링 성능이 매우 날카롭고 실내 편의장비가 BMW 5시리즈 중 가장 뛰어나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높은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부드럽게 조작할 수 있고 손쉬운 운전으로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스포츠카의 느낌도 누릴 수 있는 차가 X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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