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Peugeot 406 Coupe 3.0 은은한 매력.. 2003-05-15
최근 본지는 매달 푸조의 시승기를 싣고 있다. 푸조의 수입업체인 한불모터스가 한꺼번에 6가지 모델을 들여오다 보니 매달 한 대씩만 시승해도 여섯 달은 족히 걸린다. 지난 2월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607을 시작으로 카브리올레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소형 쿠페 206CC, 그리고 소형 RV 307SW가 차례로 소개되었다. 이제 남은 차는 폴크스바겐 골프의 강력한 맞수인 307(해치백)과 중형 세단 406 그리고 406 쿠페. 이달에 시승한 차는 406 쿠페다. 이미 푸조의 소형차와 대형차를 모두 타본 후라 중간급에 자리한 406과 406쿠페의 실체가 궁금했다. 특히 406의 전신인 405가 6~7년 전 국내에서도 제법 팔렸던 터라 그간 변화의 폭이 얼마나 될지 기대되었다. 또한 푸조의 최고급 모델 607과 같은 V6 3.0X 엔진을 얹은 중형 쿠페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낼 것인지, 또 푸조가 해석한 중형 쿠페의 성격은 어떨지 시승 전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미끈하게 다듬어진 스타일리시 쿠페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한불모터스의 푸조 전시장 앞에서 만난 406 쿠페는 성급한 여름 햇살을 눈부시게 반사하며 시선을 잔뜩 모으고 있었다. 너무 튀는 빨강 보디에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그냥 평범하게 탈 차는 아니므로 ‘제대로 고른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7년 5월에 데뷔한 406 쿠페는 최근 푸조의 패밀리룩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했지만 406 세단이 주는 이미지와도 많이 다르다. 언뜻 보면 앞 얼굴이 구형 닛산 실비아를 닮은 것도 같고, 뒤로 돌아가다 보면 C필러 라인이 윈도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이 구형 재규어 XJR을 연상시킨다. 처음에는 쉽게 눈에 들지 않던 스타일도 자꾸 보다보니 익숙해지는 듯했다. 보네트를 열면 라디에이터가 있는 앞부분에서 상당한 빈 공간이 눈에 띈다. 전체 스타일을 위해 뽑아낸 듯한 노즈는 말 그대로 ‘롱 노즈’다. 앞 범퍼는 아래쪽에 에어댐을 전혀 두르지 않아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끈하다. 다만 보네트의 끝 선이 범퍼 바로 위까지 뻗어 있어 크지 않은 충격에도 보네트가 상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뒤로 갈수록 치켜 올라간 허리춤 덕에 트렁크리드는 높은 편으로 뒤 범퍼도 덩달아 두터워졌다. 트렁크는 쿠페치고 넉넉한 편이지만 바닥이 깊지 않고 입구도 좁아서 짐을 싣기에는 조금 불편할 듯. 그러나 대중차가 아닌 스타일리시 쿠페를 앞에 두고 수리비와 트렁크 공간을 논하는 기자 같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다듬은 보디에 물렁물렁한 고무로 사이드 몰딩을 두르고 로커몰딩을 덧댄 것은 실용성까지 염두에 둔 유럽인다운 발상이다. 앞 범퍼 아래쪽에도 검은색 고무를 덧대 턱이 낮은 곳에서 범퍼 아랫부분이 상하는 것에 대비했다. 자칫 허전해 보일 수 있는 앞뒤 중앙에서는 커다란 푸조 엠블럼이 포인트 역할을 한다. 옆에 달린 피닌파리나 엠블럼은 카매니아들의 시선을 멈추게 할 것이 틀림없다. 도어를 열자 윈도가 ‘스윽’ 하고 조금 내려간다. 이런 기능은 이제 쿠페와 컨버터블 사이에서 유행이 된 듯하다. 첫 느낌은 도어가 무겁다는 것. 2도어 쿠페라 당연한 일이지만 도어가 열리는 단계 구분이 약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름을 넣어 고급스럽게 마감한 검은색 가죽시트.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인데……’ 하는 생각과 거의 동시에 피닌파리나가 떠올랐다. 시트 생김새나 시트 및 도어트림에 넣은 주름 패턴, 가운데를 움푹 파놓은 뒷좌석 등이 영락없는 456M GT다(페라리한테 미안해 해야 할까?). 보는 것만으로도 앉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막상 올라탄 시트는 매력적인 모양만큼 편하지는 않다. 앞좌석 양옆에 튀어나온 쿠션은 허벅지를 조이는 듯하고 반대로 등받이는 좌우 어깨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잡아주지 못한다. 도어를 닫은 상태에서는 시트와 도어 사이에 여유공간이 적어 시트 아래쪽에 달린 전동 스위치를 조작하는 데 힘이 든다. 앞좌석 등받이를 제치면 시트가 전동으로 앞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뒷좌석에 오르기가 편하다. 뒷좌석 등받이는 곧추선 편이지만 실제 앉는 자세는 그리 어색하지 않고 레그룸도 넉넉하다. 시트 바닥을 움푹 파놓은 덕분에 키 177cm인 기자의 머리가 닿을 듯 말 듯한 헤드룸은 스타일을 살린 중형 쿠페로는 대단한 수준이다. 비상 개념의 시트가 아니라 사람이 타고서도 얼마든지 장거리를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뒤 유리창을 팝업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것이 반갑지만 수동식 스위치가 조금 아쉽다. 전동식이 아니라서 불만이 아니라 스위치의 불편함이 거슬리는 것이다. 고급스런 시트와 간결한 대시보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수수함 그 자체다. 계기판 둘레에 두른 금속 테가 거의 유일한 치장일 정도. 대시보드 표면이 오돌토돌해 굳이 국산차와 비교하자면 예전 대우차와 비슷하다. 검은색 일색인 대시보드는 고급스런 쿠페의 인테리어를 기대하거나 우드그레인과 크롬을 덕지덕지 쓴 국산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또 한번 낯선 느낌을 줄 수 있겠다. 군데군데 짙은 무광 플라스틱을 써 은은하게 멋을 냈지만 늘씬한 스타일에 비해서는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디오는 사브처럼 별다른 기교 없이 큼지막한 플라스틱 스위치 몇 개가 덩그렇게 달렸지만 10개의 JBL 스피커와 앰프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럭셔리 쿠페의 오디오 성능에 버금갈 만큼 짱짱하다. 이그니션 키를 돌리자 부드러운 엔진음이 들려온다. 액셀을 밟아 rpm을 높이면 같은 엔진을 얹은 607보다는 가뿐하게 가속되지만 그렇다고 토크스티어를 느낄 정도로 힘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4천rpm 이상으로 회전수를 높여도 엔진 반응이 부드럽고, 납작하고 미려한 스타일 덕택에 시속 150km 정도로 순항해도 바람과 엔진소리 모두 조용하다. 문득문득 사이드 미러 뒤로 보이는 빵빵한 엉덩이가 현대 티뷰론을 연상시킨다. 티뷰론처럼 과장된 제스처(한껏 부풀린 펜더)를 취하지 않았지만 406 쿠페는 폭이 1천830mm나 된다. 스텝게이트식 트랜스미션의 기어 노브는 크기가 작아 손안에 꼭 들어온다. 잡히는 감촉도 좋고 기어 레인지간의 이동거리도 짧아 부지런히 엔진 브레이크를 걸다보면 마치 스트로크가 짧은 MT를 모는 것처럼 손맛이 좋다. 계기판에 오밀조밀하게 계단 모양으로 인디케이터를 달아 놓았지만 워낙 크기가 작아 식별능력은 떨어진다. 그나마 스텝게이트식 변속기 덕분에 인디케이터나 기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할 일은 많지 않다. 어댑티브 트랜스미션이 운전상황에 개입되는 정도는 큰 편. 일반 모드에서도 속도를 늦추면 엔진 브레이크가 살짝 걸리지만 스포츠 모드를 켠 상태에서는 엑셀 페달에서 조금만 발을 떼도 바로 기어단수가 아래로 바뀐다. 높은 rpm에서도 변속충격이 거의 없지만 윗단으로 변속되는 시간이 굼떠 연결감은 떨어진다. 단단한 하체와 제동성능 돋보여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성능은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과 세단보다 보강된 차체 강성으로 웬만한 급코너에서도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는다. 특히 215/55 ZR16 미쉐린 타이어와의 매칭이 좋아 잔진동이나 충격을 기분 좋게 걸러낸다. 다만 급코너링을 시도하면 어김없이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주행안정장치가 쉽게 작동할 만큼 차가 겅둥대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서스펜션과 차체 강성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 반면 앞 4피스톤 브렘보 캘리퍼를 쓴 브레이크 성능은 코너링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페달의 스트로크는 긴 편이지만 ABS가 작동하지 않을 만큼 페달을 밟았을 때나 ABS가 작동할 때 모두 최근에 탔던 시승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406 쿠페는 스포츠 쿠페라고 부르기에는 성격이 너무 부드럽고, 그렇다고 여유 있게 탈 GT카라고 추켜세우기에도 애매하다. 스티어링 휠 좌우에 달린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리모컨 스위치가 깜박이와 와이퍼 스위치를 움직일 때 종종 걸리고 이그니션 키를 꽂는 위치도 조금 불편하다. 이밖에 부드럽지 않는 스위치 작동감이나 앞좌석 센터 암레스트가 없는 것 등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프랑스산 스타일리시 중형 쿠페에서 본격 스포츠카의 성능과 럭셔리카의 호사스러움을 찾지 않는다면 406 쿠페는 대단히 매력적인 차다. 날렵한 스타일과 V6 3.0X 엔진 덕택에 고속으로 순항하기에도 좋고 맘만 먹으면 스트레스 없이 급가속할 수 있다. 또한 탄탄한 하체 덕분에 오버만 하지 않으면 제법 스포츠 드라이빙까지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평범한 대시보드나 부족한 듯한 옵션이 아니라 프랑스 차에 으레 기대하게 되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 이는 아마 406 쿠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최근에 데뷔한 푸조 차들의 변화가 눈부시고 르노, 시트로앵 등 다른 프랑스 브랜드들도 워낙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껴진 기분인 것 같다. 시승 협조: 한불 모터스 ☎ (02)545-5665 푸조 406 쿠페의 장단점 장점 ·잘 다듬은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성능 ·손맛이 나는 AT 단점 ·조금 오래된 스타일 ·스타어링 칼럼에 달린 불편한 스위치 푸조 406쿠페 3.0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615×1830×1360mm 휠베이스 2700mm 트레드 앞/뒤 1512/1524mm 무게 1481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7.0×82.6mm 배기량 2946cc 압축비 10.9 최고출력 210마력/6000rpm 최대토크 29.1kg·m/375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710/1.481/1.000 ④/⑤/ⓡ 0.720/ㅡ/2.568 최종감속비 3.45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15/55 R16 성능 최고시속 232km 0→시속 100km 가속 9.5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6,000만 원
벤츠 뉴 E200 컴프레서 수퍼차저로 무장한 ‘작은.. 2003-05-12
벤츠라는 이름이 주는 친숙한 이미지는 어릴 적 세계 최고급 세단의 상징으로 보고들은 세 꼭지별 엠블럼 때문이 아닐까.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는 추상적인 느낌으로 간직되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뉴 E클래스의 운전석에 앉았을 때 그 이미지는 빈틈없는 단단함, 듬직한 신뢰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E클래스는 1947년 데뷔한 세단 170S에서 시작되었고, 53년 직렬 4기통 1.8X 52마력 휘발유 엔진을 얹고 선보인 W120(코드명 180)를 기본 토대로 삼았다. W120이 E클래스의 1세대모델인 셈. 벤츠는 65년 6기통 2.0X 95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엔진을 얹은 W110(코드명 200)을 내놓았고, 93년에 선보인 W124에 처음으로 E클래스란 이름을 붙였다. 이때부터 E클래스에는 E200, E240, E280, E320, E430 등 엔진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모델이 나오게 되었다. 지난해 1월 페이스리프트된 E클래스 데뷔 간결하면서 기능적인 계기판 구성 돋보여 E클래스가 벤츠 전통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버리고 트윈 헤드램프를 달아 지금의 스포티한 모습으로 변한 때가 95년 6월이었다. 이때부터 벤츠는 라이벌 BMW 5시리즈에 대적할 모델로 E클래스를 앞세우기 시작했다. 엔진 출력이 약해 E클래스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 슬그머니 단종된 E200은 2000년 말 컴프레서라는 이름의 수퍼차저를 달고 등장해 BMW 520i과 레이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벤츠는 벨기에 뷔르셀 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E클래스를 전세계에 공개했다. ‘뉴 E클래스’라 불러야 할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듀얼 헤드램프를 더 눕혀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모습이다. SLK, C클래스의 넓적한 테일램프도 옮겨 달았다. 스포츠 세단으로 불러도 될 만한 과감한 변신에 세계의 시선이 모아졌다. 뉴 E200K는 엔진의 변화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 구형(4기통 1천998cc 163마력 수퍼차저 엔진)보다 배기량이 200cc 정도 줄어든 4기통 1천796cc 엔진을 얹었지만 최고출력은 163마력으로 같고, 최대토크는 23.4kg·m에서 24.5kg·m로 오히려 올랐다. 배기량이 줄고도 구형에 버금가는 성능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수퍼차저와 밸런스 샤프트가 결합된 트윈펄스 시스템 덕분. 트윈펄스는 벤츠의 최신 기술로, 밸런스 샤프트가 4기통 엔진의 떨림을 바로잡고, 수퍼차저가 불어넣은 고압의 공기를 트윈 스파크로 폭발시켜 연소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수퍼차저의 소음을 줄이면서 6기통 엔진과 같은 힘을 얻는 셈이다. 뉴 E200K의 K는 수퍼차저를 의미하는 독어 ‘콤프레소르’(Kompressor, 컴프레서)의 머리글자. 엔진의 마찰을 줄여 연비는 구형의 9.8km/X에서 11.5km/X로 높아졌다. E클래스는 C클래스의 경제성과 S클래스의 품격을 두루 갖추고 있다. 보네트와 펜더 사이에 깊게 패인 골에서 시작된 뉴 E클래스의 실루엣은 지붕을 지나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면서 클래식한 감각과 스포티한 멋이 섞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바짝 누운 타원형의 트윈 헤드램프에서는 E클래스만의 완벽한 개성이 느껴진다. 넓게 자리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단단해 보이는 뒷모습을 만든다. 운전석에 앉으면 먼저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세 개의 둥근 원으로 이루어진 계기판은 파란색 바탕에 크롬도금 테두리가 어울린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한 가운데 있는 속도계의 중앙에는 커다란 트립 컴퓨터가 들어 있고, 그 주변의 흰색 으로 숫자를 적어 놓아 클래식한 멋과 스포티한 매력이 느껴진다. 탄탄한 느낌의 시트와 미끄러짐 없는 감촉의 스티어링 휠도 합격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불룩 튀어나온 듯한 센터 페시아에는 이런저런 스위치가 간결하면서 기능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뉴 E200K의 수퍼차저 엔진은 캠샤프트와 연결된 수퍼차저가 엔진의 운동과 함께 돌면서 실린더 안으로 더 많은 양의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연소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전의 E200K보다 배기량이 줄었지만 최대토크는 24.5kg·m/3천~4천rpm으로 실용 영역에서 좋은 성능을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컴팩트한 엔진에 수퍼차저 달아 출력 높여 수동모드 선택하면 짜릿한 주행성능 체감 시동을 걸었다. 엔진의 자잘한 진동이 느껴진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수퍼차저를 위해 적당히 워밍업한 뒤 변속기 레버를 D레인지로 내렸다. 변속충격 없이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는 태도가 얌전하다. 그러나 얌전한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수퍼차저를 단 차의 운전석에 앉아서 가장 궁금한 게 무엇이겠는가. 바로 ‘트윈펄스’라는 낯선 이름의 수퍼차저가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것. 액셀 페달을 끝까지 내려 밟아 풀 드로틀을 시도했다. 엔진회전수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6천rpm까지 치솟으며 금새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제원에 표시된 0→시속 100km 가속은 9.9초이지만 체감 시간은 조금 더 느리다. 배기량의 크기에서 오는 한계도 있겠지만 성급하게 폭발적인 힘을 기대한 탓도 있겠다. 그러나 평범한 1.8X 엔진이라면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성능이다. 엔진에 달린 수퍼차저가 돌면서 간간이 쇳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엔진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소음이 커지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수퍼차저를 얹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방음처리를 썩 잘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고르게 작동하는 수퍼차저 덕분에 어느 순간에서나 필요한 만큼의 고른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뉴 E200K의 수퍼차저는 5단 스텝게이트식 AT를 수동모드로 쓸 때 제 기능을 다했다. 수퍼차저의 도움을 받아 불을 뿜는 엔진은 수동모드를 통해 기어비를 바꿔 줄 때 짜릿한 달리기 성능으로 바뀐다. 수동모드에서 적절한 변속 타이밍을 일부러 지나쳐 각 단마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어변속을 하다보면 3.0X급 엔진을 운동시키는 것과 같은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옛말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는데, 뉴 E200K에 꼭 들어맞는 얘기다. 액셀 페달은 부드럽고, 적당한 답력을 지닌 브레이크 성능도 흠잡을 데가 없다. 승차감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단단하게 세팅한 서스펜션은 거친 듯하면서 안정감 있는 달리기를 돕는다. 코너를 돌 때는 225/55R 16 던롭 타이어의 그립과 서스펜션의 조화가 듬직하다. 원선회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벤츠를 탄다는 것은 세계 자동차역사와 나란한 벤츠의 120여 년 역사와 함께 하는 일이다. 역사의 깊이에서 나오는 자존심일까. 어느 메이커도 흉내낼 수 없는 벤츠만의 개성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흐르고, 대시보드와 센터 페시아의 은은한 조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하게 벤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한 대의 차를 통해 전달받는 벤츠에 대한 믿음이다. 뉴 E200K에서 내리면서 단 한마디로 시승소감을 추릴 수 있었다. “역시!” 벤츠 뉴 E200K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8×1822×1450mm 휠베이스 2854mm 트레드 앞/뒤 1577/1570mm 무게 153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수퍼차저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2.0×85.0mm 배기량 1796cc 압축비 9.5 최고출력 163마력/5500rpm 최대토크 24.5kg·m/3000~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5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950/2.420/1.490 ④/⑤/ⓡ 1.000/0.830/3.150 최종감속비 3.46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25/55 R16 성능 최고시속 227km 0→시속 100km 가속 9.9초 시가지 주행연비 11.5km/ℓ 값 6,850만 원
푸조 406 쿠페 3.0 고양이처럼 사뿐한 달리기 .. 2003-05-12
푸조 406 쿠페를 시승하는 동안 왜 80년대의 이 노래가 계속 혀끝을 맴돌았는지. 우수에 가득 찬 하덕규의 목소리와 함춘호의 투명한 어쿠스틱 기타가 생생하게 기억의 파도를 넘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고양이’ 때문이었다. 406 쿠페의 달리기는 한 마디로 고양이의 늘씬한 다리와 사뿐한 움직임을 연상케 했다. 날카로운 눈매와 균형 잡힌 몸매 또한 비슷한데, 정서적인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의 끌림이 있음이다. 그것은 우리가 동경해 마지않는 저 60년대~70년대 페라리를 디자인했던 ‘피닌파리나’라는 아이콘의 다분히 세대적인 특성 혹은 감흥 때문일지 모른다. 72년형 페라리 디노 떠올리는 C필러 기능 좋지만 너무 밋밋한 센터 페시아 푸조 406은 지난 1995년, 종전의 405를 대체해 나온 푸조의 중형 모델이다. 406 시리즈는 우선 세단이 95년에 등장한 데 이어 96년에 V6 모델과 오토매틱, 그리고 브레이크(왜건)가 더해졌다. 또 같은 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쿠페가 데뷔했다. 이후 99년에 세단과 왜건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프론트 그릴이 변경되고, 클리어 렌즈 헤드램프를 달았다. 406 시리즈는 푸조의 독자 디자인인 데 반해 쿠페만이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의 손길을 거쳤다. 사이드 보디에 선명한 피닌파리나 로고가 이를 강조하고 있다. 낮은 보네트에서 트렁크 리드로 흐르는 감각적인 라인은 고전적인 스타일로 화려하다. 특히 뒤창과 닿는 안쪽이 패인 모양으로 흐르는 두툼한 C필러는 1972년 페라리 디노 246 GTS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다소 낡은 디자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요즘 차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인테리어는 질감이 좋고,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쿠페다운 구성을 보여준다. 스포츠 시트 역시 질감이 좋고 안정감이 있다. 또한 리어 시트는 보통의 쿠페보다 공간이 널찍하고, 타고 내리기도 쉽다. 특히 버켓 시트를 달아 주행중 좌우 흔들림을 잡아준다. 그런데 센터 페시아가 너무 밋밋한 모양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스위치류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전체적인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헤드라이트와 와이퍼는 어두워지거나 비가 오는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고, 급제동 때 비상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등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장치도 빠짐이 없다. 또한 전자식주행안정장치(ESP)는 ABS, 제동력 분배 시스템, 트랙션 컨트롤 및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등 4가지 프로그램을 담아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해 준다. 그리고 사이드 에어백까지 갖추고 있다는 데 다소 놀랐다. 전통적인 디자인 속에 첨단은 다 갖춘 셈이다. 406 쿠페의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메모리 기능을 갖춘 전동식 시트로 드라이빙 포지션을 손쉽게 잡는다. 다만 웨이스트라인이 좀더 높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시트는 승차감과 서포트성에 충실하다. 승차감과 서포트성에 충실한 시트 날렵하면서 매끄러운 달리기 성능 가변 밸브 타이밍을 채용해 이전보다 파워를 높인 V6 3.0X DOHC 엔진은 최고출력 210마력/6천rpm, 최대토크 29.1kgm/3천750rpm을 낸다. 불과 2천rpm의 회전으로 최대토크의 90%를 발생시켜, 6천rpm대의 회전까지 도중에 끊어짐 없이 그 토크를 지속시킨다고 한다. 폭발력보다는 꾸준한 힘의 상승과 유지가 특징인 엔진이다. 트랜스미션은 학습 기능을 갖춘 자동 4단. 엔진 속도가 너무 낮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엔진 부하가 걸렸을 때 멈추지 않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주행에서는 오토, 다이내믹한 주행을 위한 스포츠, 미끄러운 도로에서 2~3단으로 출발할 수 있는 스노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출발때 순발력은 다소 둔한 느낌이다. 따라서 빨리 높은 기어를 선택하고 싶어하므로, 순식간에 4단에 들어간다. 이처럼 시프트 업이 빠른 대신 감속 때는 약간의 충격이 전해진다. 시속 100km로 꾸준하게 달릴 때 rpm은 2천300대에 머물러 있으므로 연비는 좋을 것 같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엔진 브레이크가 확실하지 않아 약간 신경 쓰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끄러운 감각이다. 또한 브렘보제 디스크 브레이크는 강력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오픈 로드에서야말로 406 쿠페의 진가가 드러난다. 빙판 위를 가르는 스케이트처럼 정확하고 날렵한 움직임,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고 미끈한 달리기는 독일차와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엔진보다 빠른 다리라고 하는 하체는 신축성이 대단하다. 타이어가 노면에 달라붙어 있는 느낌은 강한 신뢰감을 갖게 하고, 고속 코너링에서도 레일을 타듯 안정감이 뛰어나다. 이러한 감각을 바탕으로 쾌적하고 즐거운 달리기가 이어진다. 다양한 주행조건의 장거리 투어링에도 불편이 없다는 얘기. 엔진음이나 실내 소음은 적당한 수준이다. 승차감은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고 중립적이다. 약간 파워가 부족한 듯하면서도 실제 달리기에서는 전혀 불만이 없는 것이 푸조 406 쿠페의 특징이면서 프랑스차의 특징 같다. 신뢰성이나 질감, 파워감을 완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406 쿠페는 글로벌리즘의 깃발 아래, 균일화가 진행되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뚜렷한 개성을 살려가고 있는 모델이다. 또 하나 스타일이나 주행감각은 ‘취미와 실용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하나로 느끼게 해준다. 406 쿠페의 매력은 이처럼 한 두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프랑스차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데 대해 다시 한번 푸조의 한국 시장 입성을 축하한다. 시승 협조: 한불모터스 ☎(02)545-0606 푸조 406쿠페 3.0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615×1830×1360mm 휠베이스 2700mm 트레드 앞/뒤 1512/1524mm 무게 1481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7.0×82.6mm 배기량 2946cc 압축비 10.9 최고출력 210마력/6000rpm 최대토크 29.1kg·m/375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2.710/1.481/1.000 ④/⑤/ⓡ 0.720/ㅡ/2.568 최종감속비 3.45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15/55 R16 성능 최고시속 232km 0→시속 100km 가속 9.5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6,000만 원
Lincoln LS 개량된 엔진과 장비로 내실 다진.. 2003-04-23
오랫동안 미국 고급차를 대표해왔던 링컨과 캐딜락은 1990년대, 유럽과 일본 메이커의 협공을 어렵게 막아내고 있었다. 위에서는 메르체네스 벤츠나 BMW 등 독일 태생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하이테크와 한 차원 높은 고급스러움으로 압박하고, 아래로는 랙서스와 인피니티 같은 신생 일본 브랜드의 거센 도전을 받아내야 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두 메이커였지만 정말 철저한 자기변신 없이는 넘길 수 없는 위기상황이었다. 이때 환골탈태의 자세로 링컨이 선보인 모델이 바로 1998년 뉴욕 오토쇼에 등장한 LS. 쿠페인 마크 시리즈를 제외하면 컨티넨탈과 타운카 등 철저히 미국적인 쇼퍼드리븐카로 대표되어온 링컨이기에 유럽 스타일의 스포츠 세단 LS의 존재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은 그대로 링컨은 유럽 라이벌의 벤치마킹을 통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고급차의 모습을 찾았고 그 첫 결실이 바로 LS다. 라이벌 캐딜락이 스빌을 통해 이미 90년대 초부터 시도했던 것인 만큼 한 발 뒤진 대응이었지만 재규어 S타입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좀더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다. 링컨의 차로 받아들이기에는 스타일부터 상당히 이질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LS는 언론과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1세기 링컨 변신의 첫발을 내딛었던 주인공 LS가 5년 만에 마이너 체인지를 거쳐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스타일을 손보거나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비를 더함으로써 상품성을 개선하는 마이너 체인지는 점점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LS의 마이너 체인지는 스타일보다 인테리어와 메커니즘, NVH 등에 집중되었다. 사실 링컨의 전통과 유럽 감각이 적절히 조화된 LS의 디자인은 지금도 세련미를 잃지 않고 있다. 강한 인상의 얼굴과 잘 다져진 근육질의 매끄러운 몸매 그리고 쪽 뻗은 트렁크리드가 균형을 이룬다. 날렵한 C필러는 역시 미국차의 분위기와는 멀어 보이고 최근의 디자인 추세에 비해 리어 오버행은 조금 긴 편. 스타일링 변화는 거의 없지만 굳이 찾자면 한층 두드러진 프론트 그릴의 크롬 몰딩과 사이즈를 줄이면서 안쪽을 둥글린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새로운 휠 디자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센터페시아의 우드그레인을 없애 깔끔함을 살리고 개방식 컵홀더와 숄더레스트(앞뒤로 조절된다)를 겸하는 센터콘솔을 달았다. 오디오파일에서 만든 카오디오는 6CD 체인저 빌트인 타입이어서 음질과 함께 편의성도 좋다. 독립된 CD 체인저는 트렁크나 글러브박스 공간을 잡아먹고 CD 교환도 불편하다. 새로운 디자인의 파워시트는 너무 푹신하지 않고 적당한 강도로 몸을 지지해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페달 방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뀐 주차 브레이크. 시프트 게이트 뒤쪽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거나 당겨 작동시키고, 시프트레버 위치나 액셀 조작에 따라 자동으로 풀려 고장도 방지한다. LS에 준비된 엔진은 V6 3.0X DOHC 235마력과 V8 3.9X DOHC 284마력 두 가지. 국내 시장에는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와 전자식 드로틀 제어장치가 달린 V6 듀라텍 엔진만 들어온다. 원래 최고출력 213마력에 28.3kg·m의 토크를 냈지만 세부적인 개량을 통해 출력이 235마력으로, 토크는 30.4kg m으로 올랐다. 재규어 S타입용 AJ-V6과 다를 것 없는 유럽형 엔진이지만 중속 이상에서는 미국산 OHV에서나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엔진소음이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NVH 개선에 힘썼다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LS는 아이들링에서부터 뛰어난 정숙성을 보인다. 최근 렉서스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기준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LS의 정숙성은 이 차가 확실히 스포츠 주행보다는 안락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엔진은 토크가 늘고,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도 4천500rpm으로 낮아져(예전에는 4천750rpm) 한층 나은 순발력을 보인다. 게트락의 5단 AT 스피드 셀렉트는 변속충격이 거의 없고 레버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세미 AT처럼 밀거나 당겨 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릴 때는 왼쪽에 설치된 D5와 D4 위치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추월가속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출력과 토크 개선된 V6 3.0X 엔진 F1과 CART 출신 엔지니어들이 개발했다는 서스펜션은 이전의 링컨에 비해 날렵하고 정확하지만 LS가 목표로 하는 유럽 라이벌에 비해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약간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은 고속도로에서 뛰어난 안락함을 보장한다. 다만 정확히 레일 위를 따르는 감각이 아니라 조금씩 출렁이는 듯한 느낌은 확실히 미국적이다. 굴곡이 심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원하는 라인을 빈틈없이 따라가지만 큰 횡가속에서는 차체가 조금씩 비틀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ZF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유격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정확한 움직임을 보이고 주행안정장치인 어드밴스트랙이 급작스런 자세변화를 막아준다. 또 새로 갖춘 EBD는 급브레이킹 때 제동거리를 확실하게 줄여준다. 링컨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LS는 미국적 여유와 유럽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많지 않은 선택 중 하나다. 미국적 토양에서 태어난 링컨이기에 와인딩 로드보다는 여유 있는 주행상황이나 장거리 이동 때 위력을 발휘한다. 더구나 엔진 출력 향상과 장비의 개선으로 한층 높아진 매력을 앞세워 국내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시승 협조: 포드 세일즈서비스 코리아 ☎ (02)3442-2300 링컨LS의 장단점 장점 ·개선된 출력과 정숙성. 시원한 추월가속 단점 ·코너링에서의 불안함. 아쉬운 감성품질 링컨 LS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940×1860×1455mm 휠베이스 2909mm 트레드 앞/뒤 1537/1544mm 무게 166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79.5mm 배기량 2968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235마력/6750rpm 최대토크 30.4kg·m/4500rpm 연료공급장치 연료분사 장치 연료탱크 크기 68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220/2.290/1.540 ④/⑤/R 1.000/0.710/3.070 최종감속비 3.5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35/50 R17 성능 최고시속 ㅡ 0→시속 100km 가속 ㅡ 시가지 주행연비 8.5km/ℓ 값 6,350만 원
Audi A4 2.4 Cabriolet 찌든 때 날.. 2003-04-23
3월초, 제네바 오토살롱을 취재하고 돌아왔을 무렵 서울은 심술궂은 겨울 추위 대신 따스한 봄빛이 내려 쬐고 있었다.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올 즈음, 취재일정 중 빠듯하게 하루를 뽑아 들러본 레망 호숫가의 작은 도시 몽트뢰가 떠올랐다. 아담한 주택가와 풍경 좋은 공원, 그리고 우툴두툴한 도로를 야무지게 달리던 그들의 자동차……. 기자는 그곳에서 유럽의 어떤 차든 몰고 레망호 따라 길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꿈을 꿨다. 여과 없이 쏟아지는 자연광과 시원한 바람을 한아름 안을 수 있는 컨버터블이면 더없이 좋으리란 바람과 함께. 아쉽게도 무대가 스위스에서 국내 도로로 옮겨지긴 했지만, 그 소원이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마감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기자의 손바닥 위에 고진모터임포트가 막 발표한 아우디 A4 카브리올레의 이그니션 키가 놓여졌고, 하늘은 전날 내린 비로 더없이 맑게 개어 있었다. A4의 야무진 실루엣에 섹시함 더해 아우디 카브리올레는 지난 91년 처음 선보였다. 물론 그때는 지금의 A4가 아닌 그 전신 80 세단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다. 80 카브리올레는 꽤나 인기가 좋았다. 10년 동안 7만2천 대가 팔렸고 그 중 4만5천 대가 독일 아우토반의 센바람을 가르고 다녔다. 하지만 라이벌 없는 독주는 오래 가지 못했다. BMW가 3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325Ci를 내놓고 벤츠도 CLK에 컨버터블 버전을 더했다. 325Ci는 금세 정상괘도에 올라 어느새 아우디를 제치고 독일 컨버터블 시장의 선두 질주를 시작했다. DKW 컨버터블(28년)과 60년대 반켈 스파이더 등 사대부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던 선조의 뜻을 받들어, 80 카브리올레는 A4 카브리올레로 진화했다. 지난 2001년 등장한 2세대 아우디 컨버터블은 V6 3.0X 220마력과 V6 2.4X 170마력, 4기통 1.8X 163마력 엔진을 쓰고 V6 2.5X 직분사 디젤까지 얹어 앞바퀴를 굴린다. 기자가 막 다녀온 제네바에서는 풀타임 4WD 콰트로 버전도 더해졌다. 국내에는 V6 2.4X DOHC 170마력과 멀티트로닉 CVT를 조합한 앞바퀴굴림 모델이 판매를 시작했다. 세차장을 막 빠져나온 시승차는 샤워를 끝내고 나온 연인의 가슴 뛰는 향내를 풍기는 듯하다. 매끈한 보네트 위로 송송히 맺혀 있는 물방울, 적당히 젖은 소프트톱이 싱그러움을 더하고 봄날과 썩 잘 어울리는 진청색 보디도 맘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바탕이 된 A4 세단의 야무진 실루엣은 그대로인데 훨씬 강렬하고 날렵해진 인상이 열 번을 퇴짜맞을지언정 도전해 봄직한 ‘퀀카’처럼 매력적이었다. 투톤 컬러 대신 심플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덕분에 범퍼 아래 검은 흡기구의 날카로운 디자인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A필러와 웨이스트라인에 센스 있게 두른 화려한 크롬 액세서리도 돋보인다. 첫인상이 좋으면 단점마저도 아름답게 미화되기 마련. 외꺼풀 눈처럼 특징 없어 보이던 사각 헤드램프에서 크세논 램프의 초롱초롱한 빛과 산뜻한 블랙 베젤이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다. 슬림한 알루미늄 지붕을 대신한 소프트톱은 탄탄한 프레임에 겉감을 최대한 당겨 얹고 천 안팎을 꼼꼼하게 묶어 휘트니스클럽에서 오랜 시간 다듬은 몸매처럼 탄력 있는 루프라인을 유지한다. 언제 타도 금세 익숙해지는 인테리어 소프트톱 개폐 메커니즘은 센터콘솔의 스위치 하나로 작동하는 완전 자동식. A필러와 만나는 톱의 맨 앞부분은 기계적인 고리로 연결되는 구식 컨버터블과 달리, 완전히 닫히고 작동이 끝나면 자동으로 잠겨 지붕을 밀착시킨다. 톱을 씌우고 나서 리어 윈도 쪽 프레임을 지긋이 눌러 물샐 틈 없이 마무리하는 모습은 꼼꼼한 독일차답다. 오픈할 때는 톱 앞부분이 먼저 열려 절반쯤 넘어가고 리어 윈도 프레임이 토노 커버가 오픈될 만큼 들려 올라간다. B, C필러 부분을 꺾어 세 부분으로 접은 소프트톱이 트렁크룸에 수납되면 토노 커버가 살며시 닫히면서 모든 작동을 마무리한다. A4 카브리올레가 섹시한 토플리스 차림으로 어깨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30초 남짓.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수준이지만 그 사이 주위의 뭇 남성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모여들 것을 생각하면 30분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운전석에 앉아 둘러본 인테리어는 간결하기 이를 데 없는 전형적인 아우디 스타일. 단정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한 아우디 인테리어에 이제는 물릴 만도 한데, 어떤 모델이건 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깔끔한 뒷마무리와 다루기 편한 구성 등 이른바 ‘탄탄한 기본기’다. 10년 만에 만나도 편안한 친구처럼, 처음 앉아본 운전석을 곧 내 차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는 것이 아우디 인테리어의 장점이다. A4 카브리올레의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A4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몇 가지 변화로 색다른 분위기를 냈다. 우선 가지런한 송풍구를 원형으로 다듬고 크롬라인을 둘러 스포티함을 더했다. 센터페시아는 오디오 위에 메모지나 주차 티켓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트레이와 컵홀더를 두고 콘솔 너비의 수납함을 새로 마련해 운전자 중심의 편의성을 높였다. 살짝만 힘주어 누르고 당겨도 작동하는 파워 윈도나 공조장치 스위치 등 각종 버튼의 말끔한 조작감은 감성품질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요소. 하지만 뒷좌석은 도저히 어른이 앉을 만한 공간이 아니다. 컨버터블의 태생적 한계이려니 자조하고 넘어갈 수밖에. 차 안에는 현란하다 싶을 만큼 고급장비들이 가득하지만 보디와 조화를 이뤄 푸른빛이 감도는 내장재는 어딘가 모르게 값싼 느낌을 준다. 재질이나 촉감은 여느 아우디 차나 마찬가지이고 빈틈없는 마무리도 여전하지만 이제껏 회색 혹은 검은색 인테리어가 눈에 익어서인지 좀처럼 매칭이 안된다.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무늬목 장식도 색깔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시승차에는 5밸브 기술의 V6 2.4X 170마력과 멀티트로닉 CVT 등 시쳇말로 아우디가 ‘미는’ 메커니즘이 들어 있다. A6을 통해 첫선을 보인 멀티트로닉은 무단 변속기이면서 수동 6단처럼 쓸 수 있는 것이 특징. 든든하게 잡아주는 버킷시트에 몸을 얹고 시동을 걸자 등 뒤에서 묵직한 중저음이 울린다. 부드러운 엔진음에 섞여 퍼지는 배기음은 ‘난 스포티한 컨버터블이야’ 하고 허세 부리며 지어내는 어색한 웃음 같다. 첫걸음은 기대보다 묵직하고 가속은 밋밋하다. 액셀 페달을 지긋이 눌러 부지런히 속도를 높여 가는데 좀처럼 튀어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 여기까지는 속도계를 보기 전까지의 상황이다. 시승차의 속도는 어느새 시속 110km를 넘어서 있었다. 잘 뻗은 도로에서 막힘 없이 달리기는 했지만 액셀에 얹은 발의 감각과 체감속도가 이에 훨씬 못 미쳤다. 실내는 조용했고 등 뒤에서 듀얼 머플러가 내뱉는 중저음이 변함없이 들렸다. 기자의 오감은 변속충격 없는 가속과, rpm에 관계없이 일정한 톤으로 노래하는 배기음에 마비되어 있었다. 소프트톱의 뛰어난 방음효과도 한몫 거들었다. 직접적이고 뉴트럴에 가까운 핸들링 고요한 질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어레버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부지런히 시프트 업, 다운을 시도해본다. 멀티트로닉의 수동 모드는 민첩한 반응과 손실 없는 동력 전달이 인상적이다. 킥다운이나 시프트다운 이후 탁탁 치고 나가는 짜릿함이 부족하지만 이는 기계적인 변속감을 느낄 수 없어서다. 시승차는 운전자가 채 느끼기 전에 이미 순간가속에 필요한 충분한 토크를 소리 없이 노면 위로 뿌려대고 있다. 2~4단 사이에서 엔진회전수를 십분 활용해가며 느끼는 매끈한 가속감은 일반적인 트랜스미션의 톡 쏘는 변속 재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A4 카브리올레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든든한 로드홀딩 능력과 빼어난 핸들링이다. 앞쪽에 4링크, 뒷바퀴는 사다리꼴 멀티링크가 떠받들고 있는 서스펜션은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노면과 코너각이 불규칙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민첩하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세단에 뒤지지 않는 섀시 강성도 안정된 몸놀림을 유지할 수 있는 일등공신이다. 때마침 ESP가 고장나 있어 A4 카브리올레의 운동성능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시속 70km로 파고드는 급코너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코너링 라인을 그려나가는 솜씨에 먼저 감탄. 속도를 시속 80km로 높여 같은 코스를 공략할 때면 풀타임 4WD를 쓴 A4 3.0 콰트로보다 뉴트럴한 특성을 보이는 안정된 코너링이 빛을 발한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핸들링은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A4 1.8T보다 약간 단단하고 3.0 콰트로보다는 조금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도 국내 도로사정에 제법 잘 어울린다. 시승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마감 전 열린 새차 발표회에서 선물로 받은 A4 카브리올레 미니어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있다. 오랜만에 맘이 맞는 친구를 만나 반가웠는데 너무 쉽게 보내주었나 싶은 아쉬움이 들어서다. 뒷자리에 사람 앉을 자리가 부족하면 좀 어떠랴, 심심하게 잘 달리기만 해도 뭐 해가 될까……, 용서 아닌 용서를 모두 해주고 정체도로 속에서 30초 동안 소프트톱 스트립 쇼(?)를 펼치래도 다시 만나러 나서고 싶은 마음이다. 시승 협조 : 고진모터임포트 ☎ (02)516-0033 아우디 A4 카브리올레의 장단점 장점 ·맞춤양복처럼 익숙한 인테리어 ·세단 못지않은 정숙함·빼어난 핸들링과 든든한 로드홀딩 능력 단점 ·비좁은 뒷좌석·톡톡 튀는 재미가 반감된 트랜드미션·소프트톱의 긴 작동시간 아우디 A4 2.4 카브리올레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573×1777×1391mm 휠베이스 2654mm 트레드 앞/뒤 1523/1523mm 무게 1640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77.4mm 배기량 2393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170마력/6000rpm 최대토크 23.5kg·m/32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멀티트로닉 CVT 기어비 ①/②/③ 2.696/1.454/1.038 ④/⑤/⑥/ⓡ 0.793/0.581/0.432/2.400 최종감속비 6.0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35/45 R17 성능 최고시속 219km 0→시속 100km 가속 9.8초 시가지 주행연비 9.6km/ℓ 값 7.050만 원
푸조 307SW 제대로 갖춘 소형 왜건의 매력 2003-04-16
낯선 장르의 수입차 하나가 눈앞에 서 있다. 푸조 307SW.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수입 소형 왜건이다. 세계 시장에는 지난해 1월 데뷔했다.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뽑힌 베스트셀러 307을 바탕으로 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인기몰이중이다. 6개 모델을 앞세워 대대적인 ‘푸조 한국 시장 재상륙작전’을 펴고 있는 수입사 한불모터스가 기대를 걸고 있는 차이기도 하다. 미니밴처럼 큰 키 눈길 끄는 소형 왜건 지붕까지 유리로 처리해 개방감 뛰어나 우리나라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낮은데 과연 잘 팔릴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은 채 짧은 데이트에 나섰다. 한가한 공원에 307SW를 세워두고 요모조모 뜯어본다. 앞모습은 아랫급인 206과 비슷하다. 치켜 뜬 눈 같은 헤드램프, A필러에서 헤드램프 안쪽까지 이어진 선이 스포티하다. 디자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옆모습이다. 보네트와 앞창이 거의 일직선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키 큰 307(높이 1천510mm)보다 34mm나 더 커(1천544mm) 거의 소형 미니밴 수준이지만 승용감각에다 스포티한 느낌까지 나는 것은 날렵한 예각의 앞모습 덕분인 듯하다. 옆창은 창틀만 남기고 최대한 키워 시원한 이미지다. 보디색과 같은 몰딩으로 통일감을 준 것도 깔끔하다. 뒷모습은 앞, 옆의 강렬한 인상에 비해서는 평범한 편. 실용성 위주로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다만 큼지막한 뒤창 아래 한 가운데, 사각 우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포효하고 있는 사자 엠블럼은 정말 멋지다. 다른 차 같으면 이 정도에서 외모에 대한 소개가 끝나지만, 307SW는 소개할 것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윗모습’이다. 탁 트인 시야에 사활을 건 것은 아닐까 싶게 307SW의 개방감은 유다르다. 벨트라인 위쪽으로 기둥만 남기고 최대한 속을 보여주는 것도 모자라 지붕의 절반을 유리로 마감해버렸다. 겉보기에도 멋있지만 실내에 오르면 짜릿한 감동까지 느껴진다. 지붕의 전동식 블라인드를 걷어내는 개천식(開天式)이 끝나면 앞좌석에 앉은 이가 2, 3열을 부러워할 차례.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지 않아도 푸른 하늘과 빛나는 별빛, 창을 두드리는 빗물, 휘날리는 꽃잎까지 눈앞에 쏟아진다. 푸조 카탈로그는 한술 더 떠 이렇게 속삭인다. ‘귀하의 삶에 찬란한 빛을 비추십시오.’ 푸조는 307SW의 실내에 ‘찬란한 빛’뿐만 아니라 재미와 실용성을 가득 채웠다. 승차정원은 7인승이고, 5개의 시트가 기본. 앞좌석에서는 큼직한 도어포켓과 센터콘솔은 물론 의자 밑과 옆에 달린 수납공간을 쓸 수 있다. 3개의 독립식 시트로 구성된 2열에서는 앞좌석 등받이에 달린 접이식 테이블과 컵홀더, 도어포켓과 시트백 포켓에 음료수나 물건들을 담을 수 있고 가운데 시트 등받이를 눕히면 컵홀더 4개가 달린 또 하나의 테이블이 마련된다. 각 열의 좌석은 층층이 배열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적다. 좌석 배치는 말 그대로 ‘자유자재’다. 옵션인 2개의 좌석을 3열에 더하거나 2열의 좌석을 떼어 3열로 옮겨 붙일 수 있다. 시트는 무거운 편이지만 여성 혼자서 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탈착이 간편하다. 이리저리 좌석을 옮겨 붙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넓고 다양한 형태의 짐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키처럼 긴 짐이나 커다란 박스 등 어떤 것도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유자재로 배치할 수 있는 3개의 독립시트 탄탄한 서스펜션과 뛰어난 제동성능 돋보여 푸조의 공간활용 기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공간의 한계가 분명한 소형차 베이스의 왜건에 이렇게 다양한 공간과 수납칸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차 안에 앉았을 때 소형차라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2열에는 분명 일반 좌석보다 작고 좁은 3개의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직접 앉아보면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약 좁다고 느낀다면 좌석 하나를 뒤로 보내고 나머지 좌석 가운데 하나를 반 칸만 옆으로 옮겨 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 순간 덩치가 큰 사람도 두 다리 쭉 펴고 앉을 여유공간이 뚝딱 생겨난다. 칭찬만 했지만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센터 페시아의 메탈 그레인은 스포티하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플라스틱 내장재의 재질이나 군데군데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기본으로 마련된 가죽시트와 그립감 좋은 가죽 핸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시동을 걸고 액셀 페달을 깊게 밟는다. 크롬테를 두른 계기판이 달리기를 부추기는데, 출발은 약간 힘겹다. 3천rpm에서 약한 변속 충격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5천rpm대까지 변속 없이 쭉쭉 내뻗는다. 흡음재를 꼼꼼히 채운 엔진룸 덕에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타이어와 바닥 소음이 크게 느껴진다. 2.0X 138마력, 19.4kg·m의 토크는 1천466kg의 차체를 이끌기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수준이다. 출력이나 토크가 더 크다면 좀더 여유 있게 달릴 수 있겠지만 신경을 건드릴 만큼 둔하지는 않으니 불만은 없다. 다만 팁트로닉 전자식 4단 AT는 킥다운 때 엔진회전수가 치솟을 때까지 머뭇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이때는 셀렉트 레버를 왼쪽으로 당겨 수동조작의 쾌감을 맛보는 것도 괜찮다. 수동 모드에서는 풋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1단으로 변속되는 순간 충격이 큰 편이지만 재미로 보아 넘길 만하다. 급코너에서는 액셀 페달에서 살짝만 발을 떼면 원하는 라인을 탈 수 있다. 여러 차례 시도한 원 선회 테스트에서는 주행안정장치 ESP가 언더스티어를 확실하게 제어했다. 타이어가 우는 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접지력은 끈끈하고, 차체는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탄탄한 서스펜션은 요철을 넘을 때 조금 거친 반응을 보이지만 직선도로에서든 코너에서든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 성능도 깔끔하다. 앞뒤 디스크 브레이크와 전자식 제동력 배분 시스템 EBFD, ABS가 안전한 제동을 돕는다. ‘탑승해 보십시오. 시동을 거십시오. 떠나십시오.’ 푸조 307SW의 카탈로그에는 이런 문구도 써 있다. 처음에는 ‘말투는 점잖지만 필요 이상으로 힘주어 권한다’ 싶었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푸조가 시키는 대로 당장 떠나고 싶다. 환하고 넉넉한 실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유리지붕, 변신로봇 수준의 2∼3열 시트, 변화무쌍한 짐칸, 무난한 성능……. ‘주말의 행복’을 아는 젊은 가족에게는 최고의 파트너가 아닐까. 시승 협조: 한불모터스 ☎(02)545-0606 푸조 307SW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419×1757×1544mm 휠베이스 2708mm 트레드 앞/뒤 1505/1510mm 무게 1466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직렬4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5.0×88.0mm 배기량 1997cc 압축비 10.8 최고출력 138마력/6000rpm 최대토크 19.4kg·m/41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2.720/1.500/1.000 ④/⑤/ⓡ 0.710/ ―/2.460 최종감속비 3.65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토션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성능 최고시속 196km 0→시속 100km 가속 12.0 시가지 주행연비 11.4km/ℓ 값 3,960만 원
Lexus RX330 이제는 ‘개성덩어리’라 불러다.. 2003-04-11
지난해 수입 SUV 3대와 승용 4WD 3대로 강원도에서 비교시승을 펼친 일이 있다. 시승기는 다른 기자가 쓰기로 했던 터라 편안한 맘으로 3대의 SUV(렉서스 RX300, BMW X5 3.0, 벤츠 ML320)를 실컷 타볼 수 있었다. 수입 4WD 세단 3대(아우디 A4 2.4 콰트로, VW 파사트 V6 4모션, 재규어 X타입)는 시승에 나선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다. 오프로드가 아니라 마치 여행이라도 하듯 구불구불한 국도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데도 역시 SUV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3대의 SUV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개성만큼이나 빛깔과 지향점이 달랐다. 벤츠 ML320은 반 박자 느린 초기 반응과 무거운 페달 등 벤츠 세단의 감각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탓에 온로드에서 조금 손해를 보았다. 온·오프로드에서 모두 무난한 성능을 보인 BMW X5 3.0 역시 인테리어와 엔진음 등에서 BMW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두 차 모두 개성이 워낙 강해 운전대를 바꾸면 한동안의 적응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애써 적응할 필요가 없는 차도 있었다. 바로 렉서스 RX300이다. 두 차와 달리 특별히 내세우는 특징이 없어 고급 세단을 모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밋밋할 정도로 조용한 엔진음과 가벼운 주행특성이 자칫 개성 없게 비춰질 수도 있으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 있게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운전에 보다 덜 집중해’ 달리기에는 RX300이 그만이었다. 얼굴보다 옆·뒷모습 크게 바뀌어 RX300의 후속 모델인 RX330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북미 오토쇼)에서 선보였다. 월드 데뷔 후 두 달 만에 세계 동시시판 일정과 함께 국내에 데뷔했으니 우선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발빠른 움직임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디트로이트에서 이 차를 처음 보았을 때, 기자는 디자인의 좋고 싫음을 떠나 ‘역시 벤치마킹의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는 크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기아 쏘렌토 등 여러 후발 차종이 RX300을 벤치마킹해 비슷한 컨셉트와 스타일을 따랐지만, 베낌의 대상이 된 차는 또 다시 풀 모델 체인지되어 이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북미에서 검증받은 전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여기에 각종 첨단 아이디어 장비를 더한 RX330의 모습은 이 차가 시장 선두주자로 대접받고 있는 이유를 저절로 알게 해준다. 국내에서 만난 시승차는 P와 L 두 가지 중 고급형인 P 모델이었다. P는 L 그레이드에 멀티패널 선루프와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를 더한 고급 모델. RX330의 얼굴은 RX300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렉서스가 처음 내놓은 SUV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후속차에서 큰 모험을 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문득 1990년에 데뷔한 1세대 렉서스 LS400이 큰 성공을 거두자 풀 모델 체인지된 LS430이 앞 모델을 쏙 빼닮았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RX330의 얼굴은 여전히 개성 있는 모습으로 헤드램프 양끝을 날카롭게 다듬고 노즈도 전체적으로 뾰족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새 얼굴이 커진 체구의 둔탁함을 상쇄하고 있다. 얼굴과 달리 옆, 뒷모습에서는 이전 모델과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휠베이스와 길이가 늘어나 차체가 커졌다. 구형의 C와 D필러 사이 역삼각형 윈도는 C필러 뒤에 붙은 조그마한 쿼터 글라스로 바뀌었고, 따라서 두터워지는 D필러는 뒤 윈도의 경사각을 완만하게 만들어 해결했다. 도요타와 렉서스가 스포티한 모델에 즐겨 쓰는 클리어 렌즈 타입의 리어 램프가 눈길을 끌지만 보디와는 썩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다소 평범했던 RX300과는 달리 조금 사나운 듯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세심한 마무리와 톡톡 튀는 편의장비 운전석 공간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적당한 수준. 대시보드 디자인의 기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많은 손길이 닿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SC430이나 GS300과 같은 모양의 분리형 계기판. 구형보다 한결 스포티한 디자인이지만 가운데에 자리한 속도계가 워낙 커서 운전자세를 조금만 잘못 잡아도 양옆의 다른 계기판들이 가려지는 것이 흠이다. 센터페시아 전체에 우드그레인을 둘렀던 구형과 달리 RX330은 위쪽에는 메탈그레인, 아래에는 우드그레인을 둘렀고 시프트 노브 주변도 센터페시아에서 살짝 떼어냈다. 실내 곳곳에는 일본차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세심한 편의장비들이 가득하다. 앞 선바이저 속에 들어 있는 화장거울에는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달렸고 앞뒤로 슬라이딩되는 센터콘솔에는 수납함의 덮개를 여닫는 버튼, 맵 포켓에는 물건을 넣고 빼기 쉽도록 포켓을 시트 쪽으로 기울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6매 CD 체인저를 내장한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의 사운드 또한 만족할 만한 수준. 뒤 시트는 6:4로 나뉘어 앞뒤로 슬라이딩되고 등받이 각도를 모두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췄다. 별다른 전자장비가 없는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안에는 2개의 컵홀더와 작은 수납함이 자리잡았다. 4:2:4로 분할되는 뒤 시트 덕분에 짐의 양과 모양에 따라 적절히 시트 배열을 바꿀 수 있다. 트렁크룸의 다양한 활용성도 자랑거리. 버튼으로 열리는 트렁크 바닥 밑에는 작은 물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뒤쪽에 각종 공구를 넣어두는 작은 수납함을 하나 더 마련했다. RX330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이런 장비가 있으면 편하겠구나’ 혹은 ‘누가 일본차 아니랄까봐’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배려들이 쉽게 발견된다. 물론 렉서스 브랜드에 걸맞게 고급 장비들이 많지만 SUV 삼총사(LX430, GX430, RX330) 가운데서는 막내답게 지나치게 호사스런 전자장비를 생략했다. 그러나 독특한 모양으로 열리는 선루프와 전동식 리어 해치는 같은 급 SUV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자장비. 3개의 유리판으로 지붕 위를 넓게 덮은 선루프는 첫 번째 유리판이 틸팅된 다음 두세 번째 유리가 겹치면서 뒤로 슬라이딩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리어 해치를 힘들이지 않고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전동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스포티한 세단처럼 경쾌한 주행성능 RX330의 심장은 구형보다 300cc 커진 V6 3.3X DOHC VVT-i로 5천600rpm에서 최고출력 233마력을 뽑아낸다. 시동을 걸었을 때는 ‘역시 렉서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조용하지만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제법 움찔거리며 땅을 박차고 나간다. 구형과 배기량 차이는 300cc에 불과하지만 토크밴드가 낮아진 탓에 저회전 영역에서의 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덕택에 각종 장비로 무게가 늘어났음에도 RX300보다 뛰어난 가속력(0→시속 100km 가속 8초)을 보인다. 큰 선루프와 루프랙 때문에 걱정한 풍절음은 기우였고 rpm을 꽤 높여도 엔진음이 부담스럽지 않다. 게이트식 기어 레버는 각 단수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부지런을 떨며 수동 변속을 하다보면 시승 모델에 달리지 않은 +, - 방식의 시퀀셜 AT가 조금은 아쉽다. 또 마치 성능 좋은 스포티카를 다루듯 운전하면 최고출력이 나오는 5천600rpm 부근에서 종종 연료가 차단된다. 웬만한 차들은 최고출력이 나오는 rpm을 조금 넘기더라도 바로 연료가 차단되지는 않지만 RX330은 어김없다. 문득문득 스포티카로 착각하고 몰아붙이는 자신의 모습에 놀랄 만큼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운동성능을 보였다. 급코너에서는 키가 큰 SUV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지만 예상한 코너링 포인트를 벗어난다 싶으면 그 즉시 자세제어장치인 VSC(Vehicle Stability Control)가 작동, 별다른 문제없이 코너를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엔진과 타이어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국내 옵션에서 빠진 에어 서스펜션의 성능이 궁금해진다. 이밖에도 시승차는 AFS나 ACC,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아주 값비싼 장비가 빠져 있다. AFS는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과 차 속도에 따라 헤드램프의 각도를 조절하는 적극적 램프 제어장치이고 ACC는 주행속도뿐만 아니라 앞차와의 거리까지 자동으로 제어하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이 두 장비는 분에 넘치거나 혹은 국내 실정에 그다지 필요치 않는 장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대시보드에 후방감시 모니터가 빠진 것은 아쉽다. 후진할 때 범퍼 뒤쪽의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은 RX330처럼 키가 큰 SUV에 예상 이상으로 요긴하다. 렉서스가 애써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달지 못하고 또 구형 RX300에도 달렸던 모니터가 없어진 것은 많이 오르지 않은 값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렉서스 RX330은 벤츠 ML320이나 마이너 체인지된 ML350, BMW X5 3.0의 적수는 분명 아니었다. 이들은 서로 지향하는 바가 뚜렷이 차이나고 운전자가 느끼는 특성 또한 사뭇 다르다. 이전의 렉서스는 빛깔이 분명한 유럽 메이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데뷔한 지 14년이 지난 렉서스가 만들어내는 차들은 이제 자기만의 빛깔을 찾은 듯하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세심한 마무리, 진지함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도 않은 주행특성, 어느 차와 비교해도 빛이 바래지 않는 정숙성 등은 이제 ‘렉서스만의 개성’으로 불러주어도 될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더구나 RX330은 이런 개성 가운데서도 정점에 서 있는 모델임을 시승하는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벤츠와 BMW 등 뼈대있는 메이커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시승 협조: 한국도요타자동차 ☎(02)553-3621 렉서스 RX330의 장단점 장점 ·감각적인 실내와 세심한 마무리 ·rpm을 높여도 부담스럽지 않은 정숙성 단점 ·북미시장을 의식해 부드러운 서스펜스·헤드레스트 틸딩 기능 정도는 있어야 렉서스 RX330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30×1845×1680mm 휠베이스 2715mm 트레드 앞/뒤 1575/1555mm 무게 184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77.4mm 배기량 3310cc 압축비 10.8 최고출력 233마력/5600rpm 최대토크 33.5kg·m/3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2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4.235/2.360/1.517 ④/⑤/ⓡ 1.047/0.756/3.378 최종감속비 3.47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235/55 R18 성능 최고시속 180km 0→시속 100km 가속 8.0초 시가지 주행연비 7.4kmℓ 값 6.680만 원
링컨 뉴 LS 마음을 사로잡은 스포츠 세단 2003-04-10
한달에 한번 쓰는 시승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러 가지 차를 고루 타보기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포드사의 최고급 클래스인 링컨시리즈를 몇 달 안돼 또 한번 타보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차종이 다른 링컨의 LS 모델이다. 미국의 기간산업 중에서 매출액 제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다. 그 자동차들 가운데 가장 호화판은 GM의 캐딜락과 포드의 링컨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비춰 볼 때 1959년형 캐딜락과 1962년형 링컨이 디자인면에서 특기할 만한 인상이었고, 70년대의 스타일은 어쩌면 두 회사가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경합했었다. 1970년대 이후는 모두가 볼품 없고 개성도 뚜렷하지 못하여, 옛날의 영광을 연상하기에는 딴 중간급 차와 비교해도 분간이 가지 않는 스타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하여 90년대에는 새로운 방향 모색을 하기 시작했다. 왕년의 위력과 인기를 잃은 이 차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포츠 모델 개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다. 포드, 1908년 T형으로 자동차공업에 혁명 고급차 만들어온 링컨자동차 1922년 인수 포드는 1903년 6월 16일, 헨리 포드에 의해 출발하여 올해는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때의 주식참여자수는 12명, 총 자본금은 2만8천 달러였다. 첫 작품은 치과의사인 페닝한테 850달러로 팔렸다. 이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드의 광고문구는 “Even 15 year old can drive it. It is so simple”(15세의 소년도 운전할 수 있는 그렇게도 간단한 차)이었다. 포드는 1908년 유명한 T형을 내놓아 자동차공업에 혁명을 일으켰다. 곧 공장종업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방법을 고치고, 오늘날의 생산양식인 벨트 컨베이어시스템을 썼고 값도 파격적으로 떨어졌다. 1927년까지 1천500만 대가 만들어진 포드 T형은 미국 모터리제이션의 원동력이 된 역사적인 차다. 한편 포드는 부유층의 취향에 맞는 차의 생산에 눈을 돌려 1922년 고급차만 만들고 있던 링컨자동차회사를 인수한다. 이렇게 해서 포드사는 ‘링컨L’이란 모델을 그냥 양산해서 내놓게 되었다. 포드 링컨은 미국의 이름난 코치 빌더들이 다투어 보디를 만들었고 1924년 쿨리지 대통령이 차를 사서, 그때부터 링컨은 ‘대통령이 타는 차’가 되었다. 그러나 대중용차와 최고급차라는 극단적인 간극을 메우기 위하여, 1939년에 중간 클래스인 머큐리시리즈를 생산하면서 포드는 종합자동차메이커로 GM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링컨시리즈는 그 뒤 미국을 강타한 30년대 초반의 경제공황, 1950년대의 황금시대, 1970년대의 유류파동 그리고 불황에 따르는 재정난과 고객들의 취향 추세에 따라 여러 모델로 변천했다. 최초의 링컨L은 K모델로 발전한다. 경제공황기에는 초대형이었던 차가 크기를 줄인 ‘제퍼’로 얌전해졌다. 미국의 경제가 다시 회복되자 “딴 차와는 무엇인가 다른 차를 만들자”라는 창업자 헨리의 아들 에드셀 포드 사장의 뜻에 따라 ‘컨티넨탈 마크Ⅰ’ 모델로 탈바꿈했다. 그때까지 쓰던 크고 길다란 직렬 12기통 엔진도 V8 엔진으로 바꾸었다. 1952년에는 카프리, 56년에는 프리미어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번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한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호화로운 차를 만들자고, 같은 해인 56년에 마크Ⅱ가 출시된다. 링컨의 중간위치에 있던 프리미어는 카프리와 함께 58년 타운카라는 보급형으로 정리되었고 좀더 호화로운 차인 컨티넨탈 마크 시리즈의 시대가 열렸다. 1968년에 마크Ⅲ, 72년에는 마크Ⅳ가 나와 1993년의 마크Ⅷ 모델로까지 계속 이어진다. 이것이 유명한 링컨의 컨티넨탈 시리즈다. 1998년 마크Ⅷ 단종, 타운카로만 명맥 유지 매출부진 해결 위해 스포츠 세단 LS 선보여 1992년 새로운 시도로 쿠페(2도어) 모델이 추가되면서 마크Ⅶ LSC란 이름이 붙었다. 이것이 링컨의 스포츠카 버전으로 LS란 모델의 데뷔다. 이후로는 컨티넨탈이란 이름이 사라진다. 1998년에 마크Ⅷ의 생산이 중단되고 그 이후로 링컨은 타운카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 무렵의 링컨은 내가 보기에 정말로 못생긴 차의 대표격이었다. 자연히 매출도 부진하여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포츠카 모델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링컨 LS란 이름을 붙여 2000년 양산체제로 들어갔다. 이어 2003년에는 링컨 뉴 LS로 새롭게 변신하여 오늘 내가 그 차를 타보게 되었다. 이 차는 종전의 링컨과는 전혀 다른 브랜드다. 타운카는 GM 캐딜락, 벤츠 S클래스 그리고 BMW 7시리즈나 도요타 렉서스 LS와 겨루는 차였으나 왕년의 패기는 사라졌다. 대신 요사이 전세계적으로 구매력이 가장 강한 30∼4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MW 530i 또는 렉서스 GS300이 차지한 시장을 뚫고 들어가겠다고 만든 것이 링컨 뉴 LS다. 은색으로 빛나는 그 차가 내 연구실 앞에 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보니 외모 디자인부터 눈에 잘 띄는 모양이다. 차들이 많이 엉켜 득실거리는 63빌딩 근처라 BMW 530i, 렉서스 GS300 한 대쯤 주차해 있다고 해서 그리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환경인데 말이다. 링컨 뉴 LS는 외형디자인이 아주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시대와 유행흐름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타도 싫증이 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링컨 타운카에서 가장 싫은 부분이 차체디자인이다. 특히 반타원형의 앞 그릴 아랫부분이 범퍼까지 ‘축’ 늘어져 있는 꼴은 양쪽의 헤드램프와 너무나도 조화가 되질 않아 차 전체가 그저 큰 강철 덩어리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링컨 뉴 LS는 앞 그릴이 같은 반타원형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아주 산뜻하게 디자인되어 좌우 헤드램프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쓸데없는 곡선의 장난도 없이 전체적으로 직선적인 감각을 살려 꾸민 스타일이 너무나도 멋지다. 암만 봐도 싫증이 안 난다. 차 실내도 겉모습과 비슷하게 밸런스가 잡힌 디자인이다. 적절하게 고급차 분위기를 내기 위한 호두나무 장식을 곳곳에 잘 배치했고 핸들에도 붙여 놓아 제법 기분이 우쭐하게 만든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새틴니켈로 된 틀 속에 센터콘솔의 편의시설을 깨끗하게 정리해 넣어, 그 은색이 주위의 검은 패널과 대조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연출하는 점이다. 쓸데없는 내비게이션 모니터 화면을 없애버린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유럽차와 미국차를 적절히 섞어 놓은 기분 경쟁차보다 크기와 성능 앞서고 차값도 싸 운전석에 앉으니까 두터운 미국차 고유의 중후하고도 안락한 감촉이 엉덩이를 받쳐준다. 무엇인가 이 차에는 마음이 자꾸만 끌린다. 시동을 걸었다. 이제 올림픽도로를 통하여 자유로로 나갈 계획이다. 운전하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이러한 종합감각은 브레이크, 서스펜션, 가속능력과 좌석의 밀착감이 서로 잘 조화되어야만 얻어지는 것인데 이 차에는 그것이 있다. 남들은 일본 자동차저널리즘의 영향을 받아 유럽차를 미국차보다 덮어놓고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차는 미국차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는 것이다. 유럽차는 운전자를 끌고 달리지만 미국차는 운전자를 모시고 다닌다. 뉴 LS는 유럽차와 미국차를 혼합한 기분이다. 다시 말해 나와 차가 호흡이 맞는 기분이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의 감촉도 미국차처럼 공중에 들뜬 것같이 지나치게 연하지도 않고, 브레이크와 가속판을 밟는 감각은 유럽차같이 너무 과민하지도 않아서 좋다. 그래서 잠시 운전하다가 내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가 “와, 이 차 정말 마음에 드는데……”였다. 달리는 안정감, 직진성 그리고 가속성도 이 클래스가 가져야 할 기능의 최고 상태임을 느꼈다. 이 차는 BMW 530i나 도요타 GS300과 승부를 겨루기 위한 모델이다. 한국에서 지금 두 차종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는데 링컨 뉴 LS와 성능을 비교해보자. BMW 530i는 V6 2천979cc 231마력 30.0kg·m 엔진을 실었다.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천775×1천800×1천435mm이고 휠베이스가 2천830mm, 타이어는 225/55 R16이다. 렉서스 GS는 V6 2천997cc, 219마력 29.8kg·m의 엔진을 얹었고 크기는 4천805×1천800×1천445mm이다. 휠베이스는 2천800mm이며 타이어는 225/55 R16W이다. 이에 대항하는 링컨 뉴 LS는 V6 2천968cc 235마력 30.4kg·m의 엔진을 썼고 크기는 여유있는 4천940×1천860×1천455mm이며, 휠베이스는 2천909mm다. 타이어는 235/50 R17을 쓰고 있다. 여기서 우선 최고출력을 보면 링컨 뉴 LS가 10마력 이상이나 다른 모델에 앞서고 길이는 BMW 530i보다 15cm나 길고 렉서스 GS300보다는 약 6cm나 더 길다. 높이도 6cm나 더 높으니까 이것이 곧 실내 크기에 여유를 주고 외형 스타일에 좀더 늘씬한 감각을 주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휠베이스의 차이이다. 이것도 딴 두 모델보다 8cm 이상 길어 LS의 안전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 된다. 값도 BMW 530i보다 1천500만 원 이상 싸니, 나는 누구 손을 들어야만 할까. 자연히 링컨 뉴 LS쪽으로 손이 올라간다. 우리들은 누구나 선입감이라는 것을 털어 버릴 수가 없다. 하기야 BMW의 인기와 리세일가격, 일본차의 고장이 나지 않는 믿음성 같은 것이 미국차보다도 우월하다는 선입감을 구성하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차를 사자마자 3년쯤 있다가 다시 바꿔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차 한 대를 샀으면 10년쯤 소유하고 이뻐해 주면서 소중하게 탄다면 가격하락은 문제가 안 된다. 고장 발생도 링컨 클래스쯤 되면 중하위권의 차와는 만드는 차원이 달라서 문제가 없으니, 현 시점에서 숫자를 비교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링컨 뉴 LS를 택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차는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케이블 시스템 대신 항공기에 사용되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Drive-by-Wire)의 엔진컨트롤 시스템을 도입한 ETC(Electronic Throttle Control; 전자식 드로틀 컨트롤)가 특징이다. 이것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감지하면서 연비를 개선시키고, 보다 더 부드럽고 정확한 동력전달을 가능케 한다. 이는 정말로 직접 차를 굴리는 가운데, 가속페달을 밟는 것에 반응하는 차의 속도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한푼의 오차도 없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다. 엔진의 응답은 아주 다이내믹하게 고속도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 모두가 이 차의 VVTE(Variable Valve Timing Engine; 가변 밸브 타이밍 엔진) 시스템 덕이다. 다이내믹하고 빠른 엔진 응답성 돋보여 자연스런 승차감 내는 서스펜션에 감탄 링컨 뉴 LS는 서스펜션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 같다. 그저 편안한 스포츠카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스포츠카구실만을 하게 만든 차도 아닌 종합적인 생산철학이 이 서스펜션에 살아 있다. 어떤 장애물을 넘어갈 때의 충격은 차마다 특징이 있다. 너무나 부드러워서 ‘풍’ 빠지는 기분을 주는 차가 있는가 하면, 너무 ‘딱딱’해서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는 10분도 못 가서 엉덩이가 아픈 차도 있다. 그런데 링컨 뉴 LS는 장애물을 지나고 난 뒤의 감촉이 좋다. 그냥 ‘덜컹’하니 지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엉덩이를 받쳐주는 감촉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아주 절묘한 네 바퀴 독립 현가장치 때문인데, 이것은 F1과 CART 경주팀 출신의 기술자들이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주차할 때 딴 차는 이른바 핸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만, LS는 버튼 하나로 작동된다. V6 3.0X 235마력 엔진은 230km 이상의 최고시속을 자랑한다. 17인치나 되는 특대 타이어가 이를 잘 받쳐준다. 이 차는 30∼40대를 주로 겨냥했다고 하나, 타보고 나니 전문직에 종사하는 변호사, 기술자, 의사들이 매일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고, 나같이 75세 된 노인에게도 안전하게 운전하는 즐거움을 줄 것이 확실하다. 돈 많은 주부의 차로서도 아주 적절한 내조구실을 할 것이다. 링컨 뉴 LS는 참으로 좋은 차다. 점수로는 95점을 주고 싶다. 시승 협조: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02)3440-3600 링컨 뉴LS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940×1860×1455mm 휠베이스 2909mm 트레드 앞/뒤 1537/1545mm 무게 1665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9×79.5mm 배기량 2968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235마력/6750rpm 최대토크 30.4kg·m/45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8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220/2.290/1.540 ④/⑤/R 1.000/0.710/3.070 최종감속비 3.5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모두 235/50 R17 성능 최고시속 ㅡ 0→시속 100km 가속 ㅡ 시가지 주행연비 8.5km/ℓ 값 6,350만 원
아우디 뉴 A4 카브리올레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2003-04-10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햇살이 비춘다. 여인의 옷차림에서, 따뜻한 바람결에서 어느덧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 좋은 계절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시승차가 나타났다. 바로 아우디 뉴 A4 카브리올레다. 스포티한 헤드램프와 범퍼로 단장해 세단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아우디 중형 세단의 역사를 연 아우디 80은 1972년에 데뷔한 후 구형 A를 포함해 모두 650만 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지난 2000년 가을에 데뷔한 뉴 A4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 아우디의 핵심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A4 라인업에 더해진 카브리올레의 슬로건은 ‘내 자유를 상상하라!’. 지붕을 연 뒤에 한층 가까워지는 하늘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무한한 자유를 안겨준다. A4 카브리올레는 언뜻 보기에 A4 세단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독특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헤드램프와 앞범퍼. 램프 주변을 검게 처리한 블랙 베젤 타입 헤드램프는 S4만큼이나 강한 인상이다. 크롬으로 장식된 에어댐은 럭셔리 세단만큼 고급스럽고, 가운데가 돌출된 범퍼 역시 S4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그대로 노출시킨 A필러는 푸른색 차체와 유난히 잘 어울려 보인다. 전체적으로 A4 세단의 견고한 이미지에 화려함을 잘 결합시킨 느낌이다. 그러나 실내는 세단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4개의 독립형 클러스터는 속도계와 rpm 미터를 크게, 연료계와 수온 게이지는 작게 디자인했다. 모든 계기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세단과 구별되는, 카브리올레만의 개성이다. 송풍구도 직사각형인 세단과 달리 원형으로 디자인되었고, 그 아래에 작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수납함이 2개 달려 있다. 전반적으로 세단보다 고급스러워졌으나 스티어링 휠에 있던 오디오 컨트롤 스위치는 없어졌다. 다른 기능이 추가되지 않았으므로 굳이 없앨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스티어링 휠 옆에는 세단에 없는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를 추가했다. 스포츠 버전인 S4를 떠올리게 하는 시트는 몸에 밀착되는 버킷 타입이다. 허리를 받쳐주는 럼버 서포트는 위·아래와 좌·우 4가지 방향으로 조절되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뒷좌석은 ‘+2’의 개념으로 설계되어 성인이 오래 앉아있기에 편안한 수준은 아니다. 앞좌석 등받이에 달린 레버를 위로 당기면 시트가 완전히 젖혀져 타기 편하고, 뒤에서도 앞뒤로 조절하기 쉽도록 스위치가 달렸다. A4 카브리올레의 전동식 소프트톱은 레버 조작 없이도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작동이 끝나 편리하다. 두툼한 소재의 소프트톱을 닫으면 밖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뒷유리에는 열선이 내장되어 있어 시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초로, 카브리올레로는 평균 수준이다. 카브리올레가 세단보다 중점을 두어야하는 것은 전복사고 때의 안전이다. 이런 부분은 평소에 느껴지는 차체 강성뿐 아니라, 차가 전복될 때 어떤 안전조치를 취하는가 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우선 몸으로 체감하는 차체 강성은 거뜬하게 합격이다. 차체 강성이 떨어지면 코너링이나 급격한 차선변화에서 차체가 균형을 잃어버리는데, A4 카브리올레는 도로를 달릴 때 세단과의 차이를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차체 강성이 뛰어나다. 전복사고에 대비해 ‘액티브 롤 오버 프로텍션’이라는 장비도 갖추었다. 차가 전복되는 상황을 센서가 감지하면, 두 개의 프로텍션 바가 뒷좌석 헤드 레스트 뒤에서 수백 분의 1초만에 튀어나와 승객의 안전 공간을 확실하게 보장해 준다. 위급할 때만 튀어나므로, 고정식 바 타입과 달리 공기저항이 없고 스타일도 매끈하다. 기동성과 연비 좋은 6단 멀티트로닉 기어 알루미늄 서스펜션이 좋은 핸들링 뒷받침 길이 4천570mm의 늘씬한 차체와 235/45 R17 타이어는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스포티하고 역동적이다. 게다가 A4 카브리올레의 푸른색 차체가 맑은 날씨와 유난히 잘 어울려 보인다. 그러나 겉모습에 너무 취하면 객관적인 평가가 흐려지므로, 칭찬은 이 정도로 해두자. 이제 본격적으로 성능을 평가해볼 차례다. A4 카브리올레는 V6 2.4X 170마력 엔진을 얹었다. 스포티한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상당히 조용한데, 비결은 바로 엔진룸에 있다. 엔진룸에서 나오는 소음을 철저한 실링 처리로 차단했기 때문. 여기에 듀얼 머플러가 스포티한 중저음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0→시속 100km 가속 9.8초, 최고시속 219km는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성능이고, 여기에 풍부한 중저속 토크가 뒷받침되어 스포티한 드라이빙도 문제없다. A4 카브리올레의 6단 멀티트로닉 기어는 수동 기어 수준의 기동성과 연비가 자랑거리다. 평소에는 무단변속기처럼 작동되고, 수동 모드로 바꾸면 6단까지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일부 모델에는 팁트로닉 스위치가 핸들에 달려 있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 A4 카브리올레의 주행성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부드러운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의 조화’다. 얌전하게 달릴 때는 패밀리 세단과 다를 바 없으나, 핸들링 테스트에서는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중 차선변경에서 A4 카브리올레는 마치 운전자의 의도를 미리 읽어내듯이 민첩하게 반응했다. 민감한 핸들링과 원하는 만큼 정확히 움직이는 차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알려져 있다시피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은 뉴트럴에 가까운 핸들링 특성을 보이는데, 앞바퀴굴림인 A4 카브리올레도 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코너링 때의 차체 반응이었다. 공교롭게도 예전에 A4 3.0 콰트로를 테스트했던 곳에서 다시 코너링을 시도해보았는데,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코너링할 때 차체는 기울어지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재빨리 몸을 추스르기 때문에 운전자는 더 이상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속도를 높이면 약한 오버스티어 현상을 보이나, 전반적으로 뉴트럴에 가까운 세팅이다. A4 카브리올레의 뛰어난 주행성능은 알루미늄 서스펜션 덕분이다. 동급에서 처음으로 쓰인 알루미늄 서스펜션은 차체 아랫부분의 부담을 줄여 민첩한 핸들링과 안락한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A4 세단에 화려함까지 더한 A4 카브리올레는 자랑거리가 많은 차다. 라이벌로 꼽히는 BMW 330Ci와 볼보 C70, 벤츠 CLK320, 사브 9-3 컨버터블과의 비교할 때 단점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였다. 값은 7천50만 원으로, 동급 모델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높다. 시승 협조: 고진 모터 임포트 ☎(02)516-2468 아우디 A4 카브리올레 2.4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573×1777×1391mm 휠베이스 2654mm 트레드 앞/뒤 1523/1523mm 무게 1640kg 승차정원 4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0×77.4mm 배기량 2393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170마력/6000rpm 최대토크 23.5kg·m/32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6단(CVT) 기어비 ①/②/③ 2.696/1.454/1.038 ④/⑤/⑥/ⓡ 0.793/0.581/0.432/2.400 최종감속비 6.00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4링크/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35/45 R17 성능 최고시속 219km 0→시속 100km 가속 9.8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7.050만 원
BMW Z4 과격한, 그러나 우아한 2003-04-09
지난 1995년 등장한 BMW Z3는 유노스 로드스터(마쓰다 미아타)가 개척한 경량 2인승 오픈카 시장을 노린 모델이다. 이전 세대의 3시리즈(E36) 플랫폼을 이용했고, 수요의 중심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에 건설한 전용공장에서 지금까지 29만여 대가 생산되었다. 이러한 성공을 베이스로 BMW는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를 지난해 가을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고급 로드스터 수요가 커진 데 발맞추어 프리미엄 로드스터를 모토로 개발된 Z4는 Z3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며 연간 4만5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Z3의 후속모델이지만 그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사진으로 먼저 본 Z4는 전체적인 조형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형 7시리즈 이후 디자인이 너무 막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그보다는 낫고 매우 다이내믹한 인상이다. 인테리어 또한 너무 단순해 처음에는 어딘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신형 7시리즈의 디자인 요소를 따온 대시보드도 과격한 외관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물론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자리에 있는 디자인이지만······. Z3보다 보디 사이즈와 엔진 키우고 소프트톱 원터치로 10초만에 열려 Z3의 후속모델은 다른 시리즈처럼 코드명을 붙인 1세대, 2세대 식으로 진화하는 대신 아예 숫자를 키워 Z4라 이름 붙였다. 단순한 후속타가 아닌 한 급 위의 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타일이나 인테리어도 최근 BMW가 보여주고 있는 에지 효과가 두드러진다. 아무튼 뉴 7시리즈처럼 싫고 좋음이 분명한 개성적인 디자인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최근 BMW의 디자인은 첫눈에 쉽게 익숙해지던 전통과 달리 낯설다.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익숙한 것은 특유의 엠블럼과 키드니 그릴 뿐이다. 롱 노즈 숏 데크, 짧은 오버행 등 Z3와 같이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디자인 구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클래식과 모던의 융합을 강조하지만 마치 클레이 모델에 칼질을 한 듯한 과격한 사이드 보디는 Z3의 유려한 라인과 너무 대조적이다. 인테리어도 외관과 같이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를 주제로 했다. T자형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 콘솔 등으로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이미지를 주면서, 속도계와 타코미터 등에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Z4 전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컴팩트한 3개 스포크를 가지는 직경 38cm 크기다. 이것은 BMW 모델 중 가장 직경이 작은 핸들이라고 한다. Z4는 현행 3시리즈(E48)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리어 서스펜션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새로 설계되었다. 포르쉐 복스터급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어 실내 거주성과 품질도 향상시켰다. 또한 소프트톱의 리어 윈도는 수지제품이 아니고 열선이 들어간 유리를 달아 완전 자동으로 한 번에 열리고 닫힌다. 다른 조작 없이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단 10초만에 지붕이 열린다. 그리고 접혀진 소프트톱은 트렁크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렁크는 골프백 2개를 넣을 만큼 넉넉하다는 것이 자랑이다. Z4의 보디 사이즈는 전체 길이×너비×높이가 4천091×1천781×1천299mm,휠베이스 2천495mm다. Z3와 비교하면 각각 66mm×89mm×11mm 크고, 휠베이스는 49mm 길어졌다. 전반적인 사이즈가 커졌고, 그동안 허약하다고 지적받았던 엔진도 파워를 키웠다. 엔진은 2.5X와 3.0X 2종류의 직렬 6기통. 이미 신형 3, 5시리즈 등에 쓰여 친숙한 유닛이다. 2.5X는 최고출력 192마력/6천rpm과 최대토크 25.0kgm/3천500rpm을 낸다. 3.0X는 231마력/5천900rpm과 30.6kgm/3천500rpm을 낸다. 모두 전자제어 엔진 매니지먼트나, 더블 바노스(VANOS)라는 흡배기 쌍방의 밸브 컨트롤 시스템을 달았다. 트랜스미션은 2.5i에 5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 3.0i에 새로 개발한 6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가 조합된다. 그리고 시퀀셜 자동 6단 기어박스(SMG)가 추가될 예정이다. 가속 세차고 차체 균형감각 돋보여 장거리 위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춰 시승차는 3.0i로, 자동 5단 스텝트로닉을 얹었다. 차체의 약간 뒤쪽에 자리하는 드라이빙 포지션은, 마차를 조종하는 마부와 같은 분위기. 강력한 파워를 가지는 엔진에 드로틀의 채찍을 날린다. 페달에 대한 반응은 민감하고 배기 사운드는 박력이 넘친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한계치인 6천rpm까지 눈 깜짝할 순간에 솟구친다. 자동 모드에서 5단으로 시속 200km 부근은 편하게 도달한다. 직진 안정성에 문제는 없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약 6.2초로 포르쉐 복스터 S(5단 AT 팁트로닉 6.4초)에 맞먹는 성능이다. 그런데 셀렉터를 앞뒤로 움직여 기어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스텝트로닉 AT는 감속 모드(-)가 위에 있어 조금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기어를 내릴 때는 아래로 손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동 조작을 할 때는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으로 모두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를 달았다. 형식은 3시리즈와 같지만 표준으로 ‘M스포츠 서스펜션’이 달린다. 타이어는 앞 225/40 R18 뒤 255/35 R18로 강력하고 크다. Z4 역시 최근 추세에 맞추어 드라이빙을 지지하는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우선 한계영역에서의 차체안정성을 높여주는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를 표준으로 얹었다. Z3와 같이 앞뒤 50:50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실현했다고 한다. 게다가 엔진의 반응이나 출력 특성을 변화시키는 DDC(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을 갖춘 것도 새롭다. 실내 기어박스에 달린 ‘스포츠’ 스위치를 누르면, 보통 때보다 빠른 타이밍에 최고출력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드로틀 반응이 향상된다. 이와 동시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PS)의 제어도 즉각적으로 스포티 제어로 바뀐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가도 거동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이다. 빈틈없는 핸들링은 정말 운전자를 즐겁게 해 준다. 헤어핀 코너에 돌진해도 그 흔한 타이어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지면에 그대로 밀착되어 회전하는 느낌이 놀랍다. 코너에서의 접지력과 안정감은 M시리즈를 능가할 정도다. 하나 더 Z4에는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라고 하는 새로운 기구가 채용되어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드리프트를 허용하도록 프로그램되어 달리기의 질적 수준을 높여준다. 과격하지만 허둥대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 자태는 귀족적인 본성에 충실하다. 결론적으로 Z4는 Z3의 진화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다. 어디에서도 Z3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새롭고 강력하다. 마침 주차장에 세워진 Z3와 비교해보니 이전과 달리 Z3가 왜소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강해졌고, 수준 높은 달리기를 보여준다. 사이즈 또한 적당해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BMW의 브랜드 파워가 권력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동안의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희가 따라오라’는 식의 우격다짐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할까. 불만의 소리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완벽하지만 정감이 부족하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재규어 X타입 3.0 여피족 사로잡을 매혹적인 세단 2003-03-08
지금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친구를 만나러 신촌에 나갔다가 길가에 주차된 흰색 재규어 XJ를 보았다. 그 매혹적인 라인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감탄사를 얼마나 날렸던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이 차 지금 빼실 겁니까?” 그 사람은 내가 재규어 XJ 차주인줄 알고 그 앞에 세워놓은 트럭을 빼주겠다는 뜻이었다. 내가 XJ의 오너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는지, 아니면 기사로 보였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후 재규어에 관한 추억은 오래도록 남았다. 고풍스런 멋과 전통적인 스타일의 조화 뒷좌석은 성인 3명이 타기에는 좁은 편 한때 재규어는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콧대 높은 자동차였다. 그러나 언제나 주머니 두둑한 중년층만 상대할 수는 없는 일. 재규어의 새 타깃은 바로 고급차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른 여피(Yuppie)족들이었다. 여피란 젊고(young), 도시화된(urban), 전문직 종사자(professional)의 세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 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나온 차가 2001년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재규어 X타입이다. X타입에는 ‘베이비 재규어’라는 닉네임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될 만큼 전통적인 재규어의 분위기가 짙게 배어있다. 기함인 XJ에서 가져온 듯한 4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XK8의 것을 닮은 테일램프는 한눈에 재규어임을 짐작케 한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차체 가운데까지 높아지다가 트렁크 부위에서 다시 낮아지는 캐릭터 라인은 경쟁 모델들이 따라하기 힘든 재규어 특유의 멋. 3.0 모델의 205/60R 17 타이어는 아담하고 둥글둥글한 차체 속에서 유난히 커 보인다. 운전석은 X타입의 경쟁차들과 확실히 차별화될 만큼 고급스럽다. 내구성 좋은 원목 우드 그레인과 가죽 도어트림은 윗급인 S타입을 떠올리게 한다. 실내를 감싸는 은은한 ‘브리티시 그린’색은 계기판 바탕에도 깔려있다. 심지어 사용설명서를 담은 매뉴얼 북 커버도 브리티시 그린으로 치장했으니, 색채 감각만 해도 경쟁 모델보다 한 수 위다. 오디오와 공조 컨트롤 장치는 숫자가 큼직해 눈에 잘 띈다. 일자형 대시보드는 재규어의 실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이미지다. 그러나 효율적인 실내공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조수석 에어백은 대시보드 앞쪽에서 터지는 타입인데, 재규어 특유의 실내 디자인을 살리다보니 글로브 박스가 들어갈 공간이 크게 줄었다. 이를 만회하려고 글로브 박스를 아래쪽으로 설계함에 따라 조수석 레그룸이 좁아진 듯하다. 조수석 에어백을 대시보드 위에서 터지는 방식으로 바꾸면 레그룸을 좀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X타입이 노리는 수요층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전문직 종사자 또는 주부들이다. 따라서 성인 5명이 탈 일은 그리 많지 않을 테고, 조금 좁은 듯한 X타입의 뒷좌석에는 어린 자녀를 태우는 것이 적당하다. 뒷시트는 7: 3으로 접히고 트렁크와 연결되므로 활용도가 높다. 452ℓ 크기의 트렁크는 차체에 비해 꽤 커서 뒷좌석보다 화물공간에 더 비중을 둔 듯한 인상이다. 3.0 모델에는 2.5나 2.1 모델에 없는 앞 열선유리, 체형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10방향 스포츠시트, 17인치 알루미늄 휠 등이 더해졌다. 앞 열선유리는 추운 겨울철에 와이퍼가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므로 쓸모가 크다. 스포츠 시트는 조금 뚱뚱한 사람에게는 불편할 정도로 몸에 찰싹 달라붙고, 원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다. X타입 3.0은 뉴 S타입에도 쓰이는 최고출력 231마력의 AJ-V6 엔진을 얹었다. 3천rpm에서 28.5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고, 0→시속 100km 가속에 7.5초가 걸린다. 최대토크의 90%가 2천500~6천rpm 사이에서 나오므로 어느 구간에서나 가속 지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다. 뉴 S타입 3.0은 엔진을 프론트 미드십에 가깝게 보네트 안쪽으로 배치했지만 X타입 3.0은 보네트 중간에 놓았다. 이는 X타입의 차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폭 넓은 엔진 회전대에서 최대토크 뿜어 제동력과 달리기 성능 등 기본기 탄탄 J자형 시프트 게이트 또한 재규어만의 특징. 쓰기에 불편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자는 조작할 때마다 재미를 느낀다. 다만 기어 위치를 알려주는 인디게이터를 계기판에 달면 더 편리할 것이다. X타입은 앞바퀴굴림 방식의 포드 몬데오 플랫폼을 이용했으나 특이하게도 앞뒤 구동력이 4: 6으로 배분된다. 고정된 배분률을 가진 이 방식은 아우디의 토크 센싱(torque sensing) 방식에 비해 제작비가 싸고 고장날 확률이 적다. 4WD 시스템은 비스커스 커플링(VC)에서 실리콘 오일을 통해 앞뒤로 출력을 나누는 방식. 토센 방식보다 접지력이 덜 민감하지만 항상 일정한 동력이 전달되므로 가속 때 타임 래그(시간 지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네바퀴굴림이면서도 엔진 응답성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또한 구동력이 뒷바퀴에 더 많이 전달되므로 뒷바퀴굴림 특유의 강한 가속성능까지 맛볼 수 있다. 스포츠 세단임을 내세운 X타입은 제동성능도 확실하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미리 정해놓은 정지선 앞에 세우기를 몇 차례 반복했는데 원하는 지점에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다만 시속 80km까지 가속한 후에 급코너링을 시도했을 때는 감속이 조금만 늦어도 차체가 바깥쪽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클리핑 포인트를 잘 잡았을 때는 차체의 기울어짐이 거의 없이 안정된 주행감각을 보였다. 작은 차체에 비해 출력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출력 조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X타입 3.0은 차체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5, 2.1 모델에 없는 DSC (Dynamic Stability Control)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전에 2.5 모델을 시승했을 때와 비교하면 몸으로 느낄 만한 큰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뒷바퀴에 토션 컨트롤 링크 시스템(TCLS)이 달려 있는 등 주행성능에 관한 기본기가 워낙 탄탄한 덕분일 것이다. X타입 3.0은 좋고 나쁨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차다. 경쟁 모델에서 느낄 수 없는 높은 품격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좁은 뒷좌석과 나쁜 연비(ℓ당 7km)가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시승협조: 재규어 코리아 ☎(02)3780-9310 재규어 X타입 3.0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00×1790×1430mm 휠베이스 2710mm 트레드 앞/뒤 1520/1535mm 무게 163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V6 DOHC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1.6×79.5mm 배기량 2967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231마력/6800rpm 최대토크 28.5kg·m/3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1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5단 기어비 ①/②/③ 3.802/2.132/1.365 ④/⑤/R 0.935/0.685/2.970 최종감속비 3.898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뒤 205/60 R17 성능 최고시속 229km 0→시속 100km 가속 7.5초 시가지 주행연비 7.0km/ℓ 값 6,900만 원
시보레 코베트 C5 순풍에 돛 단 것처럼 미끈하게 달린.. 2003-03-08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카라면 누구나 GM의 시보레가 만들고 있는 코르벳(Corrette)을 들 것이다. 한국에선 이 차를 ‘코베트’라고 쓰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코르벳’이라 발음하고 있는데 한국은 왜 이렇게 알기 힘들게 왜곡해 표기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자동차의 왕국인 미국은 유럽차에 못지 않은 훌륭하고 다양한 승용차를 많이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스포츠카 부문에서는 엄청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GM은 1953년 중반에 시험적으로 약 300대를 미국식 스포츠카로 만들어 시장에 내보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아 다음 해인 1954년에는 3천640대를 팔았다. 나는 에 오랫동안 시승기를 연재해왔지만 이 코베트의 시승기를 쓴 기억이 나지 않아 이번에 1999년형 코베트의 시승 기회가 생긴 것을 계기로 우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차의 변천사를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차체를 합성수지로 만든 제1세대 코베트 ‘스팅레이 스타일’의 제2세대 인기 폭발 제1세대 코베트는 차체를 합성수지로 만드는 획기적인 방법을 쓴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로드스터 형식의 아주 컴팩트하고도 날씬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인기를 끌었다. 1955년형까지는 직렬 6기통 3.8ℓ 엔진에다 AT형식이던 것이 스포츠카답게 힘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V8 4.6ℓ 엔진에다 MT형식으로 바꾸었다. 1965년에는 2만3천562대가 팔리는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고, 1977년까지 모두 50만 대가 판매되는 약진을 보였다. 1961년형을 보면 전조등이 4개가 달렸고 스타일도 아주 세련되어 이 무렵 나는 미국에서 이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나 예쁘게 빠져서 사고 싶은 충동을 이기려고 꽤나 고민했다. 1963년에 접어들면서 코베트는 제2세대 차로 변신한다. 이른바 스팅레이(stingray: 가오리) 스타일이라고 하는 이 차는 그 옛날의 아담하고 귀여운 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V8 5.3ℓ 엔진을 얹어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73년대에 제3세대 코베트가 탄생했다. 이때는 가오리같이 생긴 모습으로부터 상어(shark) 스타일로 변했다. 이때 일어난 석유파동 때문에 1967년 모델만 해도 엔진이 V8 7.0ℓ 425마력이던 것이 1974년형에 이르러 배기량이 줄어 출력도 275마력이 되었다. 미국의 유일한 스포츠카였던 코베트는 1978년에 탄생 25주년을 맞이했다. 이때의 차는 특히 투톤으로 차체를 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하고 지붕도 특이하게 디자인한 멋진 스타일이었다. 1980년대에 다시 V8 5.7ℓ 엔진으로 힘을 되찾은 코베트는 90년에 제4세대를 등장시킨다. 이 모델은 ‘언덕의 왕’(King of the Hill)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엔진 출력도 405마력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제4세대 마지막형인 1996년형 모델은 모두 예외 없이 푸른색으로 도장되고 차체 윗부분 중앙에 넓게 흰줄 페인트칠을 한 것이 특징이다. 표준형은 V8 5.7ℓ 330마력 엔진을 얹었다. 이어서 1997년, 드디어 제5세대 코베트가 등장했다. 이 차는 제5세대란 뜻의 ‘C5’형이라 부른다. 제4세대 차보다도 더욱 차체 모양에 곡선미가 더해졌고 납작해졌다. 1999년형 모델의 표준엔진은 V8 5.7ℓ 345마력이다. 이 차가 바로 오늘 내가 시승한 코베트이다. 코베트 C5는 그야말로 유럽의 수퍼스포츠카한테도 뒤지지 않는 미국 순종의 스포츠카로서 특히 수출시장에 있어서는 공급이 딸리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가 GM이 적당한 가격설정을 고집하고 있어서 유럽의 같은 등급의 성능을 가진 차와 비교할 때 가격은 거의 1/3밖에 안 되는데 인기의 비결이 있다. 한때 포드도 ‘어른들의 스포츠카’란 명목으로 선더버드를 선보였으나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능면으로는 코베트에 완전히 뒤지고 말았다. 아침 10시, 99년형 코베트 C5가 내 연구소 앞에 나타났다. 붉은색으로 단장한 이 차는 공격적인 스타일에다가 차체가 낮고 넓어 주위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격적인 스타일·낮은 차체로 눈길 끌어 덩치가 제법 크지만 경쾌한 핸들링 자랑 약속한 날 아주 점잖게 생긴 차주도 같이 와 있어서 인사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황성수, LG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다모아전자랜드의 사장님이시다. 차가 약간 더러워 세차를 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나를 옆에 태우고 세차장까지 가는데 아마도 차의 엄청난 토크를 과시하려 했던 것이지 아니면 아직도 이 차를 다루는데 미숙(실례!)해서인지 가속페달을 너무나 성급하게 밟은 탓으로 차가 “욱, 욱”하니 급하게 치고 나가는 바람에 약간은 불안했다. 여의도의 기계세차장은 이 차를 세차할 능력이 없어서 그냥 이번에는 내가 운전석으로 옮겨 타고 그를 조수석에 태운 뒤, 올림픽도로를 지나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다시 지나 영종도 해변의 한적한 드라이브웨이에 가보기로 했다. 모양새는 정말 상어란 별명에 걸맞게 생겼다. 내 눈앞의 계기판도 속도계 위주로 아주 기능적이다. 이 차는 4단 AT인데 가속판을 밟으니 1단, 2단은 재빨리 시속 20, 30km에서 변속해 버린다. 아주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 필요한 rpm에 빨리빨리 이동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있다는 듯이 수많은 버튼들이 사각형 모양으로 몇 단이나 겹겹이 싸인 대시보드도 인상적이었다. 변속 레버는 머리부분에 버튼이 달려 있어서 이것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며 P, R, N, D1, 2, 3으로 이동시키게 되어 있다. 좌석도 고속주행에 불편함이 없게 몸이 ‘찰싹’ 파묻혀지는 버켓식으로 되어 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속도를 내본다. 이 도로에는 감시카메라가 많이 달려 있어서 속도제한을 위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대부분 차들이 그 틈새로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다. 그 사이를 뚫고 시속 150km, 170km, 190km, 210km까지 내 보았다. 마치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아무런 소리와 요동도 없이 미끈하게 시속 210km에 도달한다. 내 발은 아직도 가속페달을 절반만 밟은 기분인데 말이다. ‘확 확’ 지나가는 옆차들은 그냥 서있는 기분이다. 뒤따라오던 의 기자를 태운 차도 백미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옆의 황 사장한테 물어 보니 자신은 호남고속도로에서 시속 260km까지 달려봤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밟아 보고 싶었지만 옆에 차의 소유자를 태우고 너무 차를 혹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 정도로 해두었다. 오랜만에 스포츠카다운 차를 마음껏 몰아 보니 쌓인 스트레스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엔진소리는 정상이었는데 시속 200km 근처에서 앞바퀴에 약간의 연속적인 진동을 느꼈다. 도로사정 때문이 아니라 앞바퀴의 휠 밸런스 탓으로 생각된다. 고속으로 회전할 때에도 안정감 느껴져 각종 센서 통해 주행상태 재빨리 파악 차의 덩치는 제법 크지만 핸들링은 아주 경쾌하다. 이 차는 토크위주의 가속성을 중요시한 디자인이라지만 미국의 넓고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 데는 이 이상 더 완벽할 수 없으리라. 유럽의 고급스포츠카는 달리기에만 주력한 나머지 핸들링을 경시하는 경향이 큰데, 람보르기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람보르기니는 격투하다시피 몰아야 하는데 코베트는 운전해도 하등의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독자를 위해 유럽의 대표적인 고급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와 미국의 코베트를 간단히 비교해보자. 디아블로는 길이×넓이×높이가 4천470×2천40×1천115mm이며 휠베이스가 2천650mm이다. 이에 비해 코베트는 4천566×1천870×1천211mm이며 휠베이스는 2천656mm이다. 크기만을 비교해보면 코베트가 84mm나 더 길다. 너비는 디아블로가 170mm나 더 넓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코베트가 6mm 더 길고 트레드는 코베트가 앞/뒤 1천575/1천578mm인데 비해 디아블로는 앞/뒤 1천540/1천640mm이니 막상막하다. 다만 동력이 디아블로의 경우는 530마력/7천100rpm인데 코베트는 344마력/5천400rpm이다. 그러니까 생김새는 코베트가 더 커 보이나 최고출력에서는 뒤진다. 다시 말해 디아블로는 맹렬하게 달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비해 코베트는 달리는 일 외에 운전자의 핸들링이나 여유를 조합해서 만든 차인 것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코베트의 레그룸은 아주 길어서 편안하기 짝이 없다. 가속능력까지 비교해 보면 디아블로가 0→시속 100km 가속에 드는 시간이 3.8초인데 대해서 코베트도 거의 지지 않는 4.5초대이다. 게다가 가격면을 보아도 코베트는 디아블로의 거의 1/3밖에 안되니까, 운전하기 편안하고, 유럽의 스포츠카보다도 볼품 좋은데다가 성능도 그리 뒤지지 않고 값도 싸니 이 코베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다. 운전이 편하다는 점은 핸들링뿐만 아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앞뒤, 좌우를 쳐다보면 시야가 아주 좋다. 특히 뒷면의 시야가 확 열려 있어서 우선 안심이 든다. 후진할 때 뒤가 잘 보이지 않는 불안감은 운전을 직접 해본 사람이 아니고는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말이다.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벗어나 영종도 해변길에서 급회전 시험을 해 보았다. 서스펜션은 물론 스포츠카답게 탄탄해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엉덩이에 자극을 많이 받지만 고속으로 회전할 때의 안정감은 최상급이다. 회전할 무렵 나는 이 차가 밀어주는 원심력하고만 싸우면 되었다. 액티브 핸들링 시스템은 코베트에 쓰이는 주행안정장치를 말한다. 벤츠의 ESP, 도요타의 VSC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코베트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통해 차의 주행상태를 순식간에 파악해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적절하게 바로 잡는다. 그 절묘한 타이밍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코베트는 내 나이 75세가 아닌 40세 가량이라면 서슴없이 구입해 타보고 싶은 차다. 1999년형 시보레 코베트 C5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566×1870×1211mm 휠베이스 2656mm 트레드 앞/뒤 1575/1578mm 무게 1473kg 승차정원 2명 엔진 형식 V8 OHV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9.0×92.0mm 배기량 5665cc 압축비 10.0 최고출력 345마력/5400rpm 최대토크 48.0kg·m/42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 ①/②/③ 3.060/1.630/1.000 ④/⑤/R 0.700/ ― /2.290 최종감속비 ―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쿠페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5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앞 245/40 ZR17 뒤 275/40 ZR18 성능 최고시속 260km 0→시속 100km 가속 4.5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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