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어떻든 포르쉐 2018-10-12
PORSCHE PANAMERA 4 E-HYBRID어떻든 포르쉐‘포르쉐는 포르쉐다’ 새로운 포르쉐가 나올 때마다 늘 했던 소리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 전동화 시대에도 포르쉐는 포르쉐다.파나메라 책자를 베개 밑에 넣어놓고 설레는 맘으로 누웠는데 별안간 문자가 날아왔다. ‘강원지역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내일 트랙 주행이 취소될 예정입니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를 퍼붓던 8월 말, 결국 손꼽아 기다렸던 포르쉐 트랙 주행 기회가 빗물에 휩쓸려버렸다.효율과 함께다음날,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역시 허사였다. 포르쉐가 애써 빌린 인제 스피디움은 빗물막 광택이라도 낸 듯 반짝였고, 취소는 예정에서 확정이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폭우 속 ‘안전한’ 도로주행뿐.빗방울이 유리 지붕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파나메라에 올랐다. 비 오는 강원도 드라이빙을 함께할 주인공은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지난 8월 6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차로, 유럽서 파나메라 전체 판매 60%를 견인하는 주력 모델이다.역시 포르쉐다. 분명 5m가 넘는 대형차인데, 운전 자세는 영락없는 스포츠카다. 바닥에 폭 파묻힌 높이와 든든한 볼스터(시트 좌우 쿠션), 거의 수평으로 튀어나온 운전대까지. 스포츠카다운 안정된 자세 덕분에 폭우 속 주행의 두려움이 그나마 사그라든다.파나메라도 포르쉐라는 듯 실내엔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하다출발은 전기 모드부터. 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을 돌려 ‘E-파워’로 맞추면 이 차는 지금부터 전기차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아무런 소리나 진동 없이 고요히 나아간다. 단지 세차게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만이 엔진 소리의 빈자리를 채울 뿐이다.잠잠한 모터와 2,950mm 휠베이스가 어우러진 여유로운 승차감을 즐기는 것도 잠시, 페달을 밟자 예상외로 경쾌하게 나아간다. 136마력 모터 출력을 보고 기대도 안 했건만, 전기모터의 두툼한 40.8kg·m 최대토크가 페달을 밟자마자 나와 2,240kg 차체가 가뿐하다. 심지어 고갯길을 오를 때도 엔진은 감감무소식이고, 가속 또한 교통 흐름을 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제원상 시속 14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전기 모드 공인 주행거리 33km 동안은 완전히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셈. 다만 가속 페달을 대략 60% 정도 밟으면 저항이 한번 ‘턱’ 걸리는데, 그 저항을 무시하고 더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전기 모드에서 급작스레 힘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장치다.그렇게 배터리를 절반쯤 소모했을 즈음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모드 다이얼을 돌렸다. 사실 배터리를 다 쓸 때까지 전기로만 달려보고 싶었는데, 폭우에 도로 주행 코스마저 계획보다 줄어 다 달려볼 순 없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E-파워 모드에서는 배터리가 0%가 될 때까지 오로지 전기만으로 달린다고. 심지어 0%에서도 (0%를 실제보다 다소 일찍이 표시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전기 모드를 유지한다. 출퇴근 등 짧은 주행에서는 오로지 전기차로 쓰기 위한 PHEV다운 설정이다.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세 가지 세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알아서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는 ‘E-홀드’, 마지막으로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E-차지’다. 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 전기차 모드인 E-파워로 선택된 상태다 일단 하이브리드 오토부터. 오토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파워트레인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달린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충전 량이 상당해 계속 달려도 배터리 잔량이 절반쯤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다. 연비도 L당 14km를 넘어 쭉쭉 오른다.그래서 E-홀드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전기 없이 가속을 마음껏 즐기고 싶을 때, 또는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 모드를 쓰고 싶을 때쯤 필요하겠다. E-차지는 배터리 충전에만 집중한다. 공회전 상태는 물론 내리막길에서도 엔진을 계속 깨워 끊임없이 배터리를 충전한다. 마치 콘센트를 꽂아놓은 것 마냥 충전 속도가 빨라 다른 PHEV 충전 모드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이전 9.4kWh에서 14.1kWh로 커진 용량이 버겁지 않은 모양이다. 참고로 배터리 완충 시간은 3.6kW 충전기로 5.8시간, 7.2kW 충전기(선택사양) 3.6시간이다.대형차, 하이브리드 등 지루한 수식이 붙었음에도 파나메라는 정교하고 빨랐다  성능이 공존한다빗방울은 쉴 틈 없이 쏟아졌지만, 포르쉐를 타고 얌전히 달려볼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르망 24시를 3연패로 휘어잡은 포르쉐 하이브리드 기술이 녹아든 차가 아닌가. 짧은 시승인 만큼 주행 모드 ‘스포츠’를 건너뛰어 바로 ‘스포츠 플러스’에 놓고 폭우 속 강원도 고갯길을 달렸다.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PDK)가 저속 기어를 물고 섀시에 힘을 불어넣자 포근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물론 분위기뿐만 아니다.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911이 된 듯 힘차게 뛰쳐나간다. 페달을 밟자마자 모터가 최대토크를 분출하고, PDK 변속기가 번개같이 저단 변속을 끝낸 까닭. 0⟶100km/h 가속 시간 4.6초 제원에서 엿보이듯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이며 이후로도 330마력 V6 2.9L 엔진 덕분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고속 힘 빠짐 현상은 느낄 수 없다. 무거운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품었음에도 462마력, 71.4kg∙m 시스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덕분에 여전히 강렬했다. 특히 우렁찬 6기통 터보 엔진 소리와 높은 rpm에서 뒤통수를 툭 때리는 변속 충격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2세대부터 추가된 스포츠 배기가 더해지면 쾌감은 배가된다.고갯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이라면 2.2t 넘는 차가 어찌 코너를 빠르게 달리겠나 싶겠지만, 파나메라는 다르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달린다. 포르쉐가 독자적으로 빚은 차세대 MSB 플랫폼과 선회 시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억제하는 PSM, 3 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어우러진 결과. 덕분에 네 바퀴에 균일하게 실리는 무게를 느끼며, 빗길에서도 부담 없이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다.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어떻든 포르쉐였다. 전기차의 효율을 품었음에도 여전히 정교하고 빨랐으며, 와이퍼를 최고속도로 돌리는 폭우조차 아랑곳없었다. 포르쉐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르쉐다움을 지키겠다는 것.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내연기관과 함께 차에 대한 열정도 사라진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지만, 포르쉐가 있다면 다를듯하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포르쉐코리아
기아 니로 EV, 라인업 완성하는 완전 무공해 니로 2018-10-12
KIA NIRO EV라인업 완성하는 완전 무공해 니로국내 첫 친환경 SUV로 등장했던 기아 니로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어 EV 버전을 더함으로서 엔진 라인업을 완성했다. 2016년 출시된 니로는 기아가 처음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전용 차종이었다. 같은 해 1월에 아이오닉을 런칭하는 등 현대차 그룹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아이오닉이 하이브리드와 PHEV, 전기차 전용 모델로서 토요타 프라우스에 직접 경쟁 포지션을 선택한 것과 달리 니로는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콤팩트 SUV 세그먼트를 골랐다. 기아와 현대의 브랜드 성격 차이도 차이지만 굳이 두 회사가 동시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로 출발한 니로가 EV 버전으로 친환경 구동계 라인업을 완성했다 모양은 다르지만 아이오닉과 니로는 같은 플랫폼에 뿌리를 두고 태어났다. 2700mm의 휠베이스도 동일하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 세 가지 구동계를 얹는다는 점도 같다. 다만 니로 EV는 최근 발매된 현대 코나 일렉트릭(204마력 모터와 64kWh 배터리)의 구동계에 더 가깝다. 대용량 배터리를 통해 장거리 주행능력을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강력한 모터를 얹어 상대적으로 큰 SUV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강력한 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니로는 등장 당시 SUV라는 분류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드 주행보다는 하이브리드 구동계에 초점을 맞춘 차였다. 네 바퀴 굴림은 아예 없고, 디자인은 공력 특성에 많은 힘을 썼다. EV 버전에서는 이를 더욱 갈고 다듬었다. 엔진이 없어진 만큼 호랑이 코 그릴을 막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한편 여기에 충전용 커텍터를 심었다. 범퍼 아래쪽도 차별화해 흡기구에 파란 선을 두르는 한편 양옆 LED 주간주행등과 프로젝션 안개등을 새로 디자인했다. 헤드램프 형태는 그대로 두었지만 턴시그널을 노란색으로 바꾸어 인상이 달라졌다.  실내에도 몇 가지 굵직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계기판은 아날로식 미터가 사라진 수퍼비전 클러스터로 속도까지 디지털로 표시해 미래감각을 물씬 풍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이 센터 터널 부근. 기계식 변속 기구가 없는 EV 특성에 맞추어 시프트 레버를 제거하고 다이얼식 변속 스위치로 대신했다. 변속 레버가 사라진 자리에는 수납공간과 무선충전기, USB 포트를 달았다. 시트 디자인은 같지만 파란색 스티칭으로 차별화했다. 뒷좌석이나 트렁크 공간이 동급 여느 SUV와 다르지 않은 것은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 수 있는 전용 플랫폼 덕분. 일반 차체에 배터리를 얹느라 트렁크 공간을 희생했던 이전 EV들과는 달라진 모습이다.계기판과 센터 터널 부근이 달라졌다  시프트 레버를 대신하는 다이얼식 스위치  콤보 타입 커넥터. 100kW 급속충전기로 54분이면 배터리 80%를 채운다출발은 모터로 하고 상황에 따라 엔진이 개입하는 하이브리드, PHEV와 달리 이 차는 오직 모터만으로 달린다. 그런데도 동력성능에 모자람은 없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40.4kg·m를 내는 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는 이미 코나 일렉트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코나에 다소 넘쳤던 토크는 더 크고 무거운 니로에 맞춤처럼 딱 들어맞는다. 초기 반응이 다소 무뎌진데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차음성이 어우러져 승차감이나 운전 질감은 한결 고급스럽다. 그렇다고 가속이 더디다는 말은 아니다. 넉넉한 토크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끈다.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이고, 150을 넘어 170km/h에 이르기까지 머뭇거림이 없다. 아장거리는 저속 전기차와는 근본부터 다른 차다.회생제동은 패들 시프트를 통해 1~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왼쪽을 꾹 당기면 효과가 일시적으로 최대가 되어 차를 멈추는 것도 가능하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적 측면 외에 기계식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밖에 스마트 크루즈와 차로 이탈방지를 통한 고속도로 주행보조, 전방 충돌방지, 후방 교차충돌 경고 등 다양한 첨단장비가 운전자를 돕는다. 이 차는 대용량 배터리팩을 얹느라 무게가 많이 늘었다. 니로 EV의 가장 큰 단점이자 사실상 모든 대용량 EV에 공통되는 문제점이다.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200kg,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330kg이나 무거운 1,755kg다. 그래서인지 과격한 조작에서는 가끔씩 버거운 모습을 보인다. 가격과 무게를 덜어낸 슬림패키지(39.2kWh)를 선택하면 가벼워지지만 대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46km로 줄어든다. 개인적으로는 385km를 달리는 기본형을 무조건 선택할 것이다. 아직까지 충전 인프리가 그리 치밀하지 않은 국내 여건상 이 정도 주행거리는 편의성을 가르는 큰 차이가 된다. 한 여름에 에어컨, 한겨울에 히터를 풀가동하고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 것은 EV로서는 크나큰 축복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사진 현대자동차, 이수진
기아 스토닉 1.0 T-GDi, 짠돌이 스포츠 2018-10-12
KIA STONIC 1.0 T-GDi짠돌이 스포츠 평소 ‘짠 내’나게 아끼다가도 흥이 오르면 흔쾌히 지갑을 여는 호방한 친구처럼, 짠돌이 스토닉은 거침없이 쓸 줄도 안다.“1,000cc라고? 세상에, 나가긴 나가?” 이차 몇 cc냐는 질문에 답했더니 곧바로 되돌아온 소리다. 하긴 놀랄 만도 하다. 우리가 아는 1,000cc는 경차도 버거운 답답한 이미지니까. 그러나 되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달랐다. “가뿐해.”굉음을 지운 1.0스토닉 터보의 핵심은 역시 1.0L 터보 엔진. 시승차를 받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시동부터 켰다. 일단 첫인상은 실망이다. 힘차게 시동이 걸린 것까진 좋은데 공회전 진동도 쓸데없이 힘차다. 마치 3기통 엔진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친절히 운전대와 시트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디젤 엔진 거친 진동과 비교하면 지나친 볼멘소리에 불과하지만, 3기통의 물리적 단점을 감추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기계적인 분위기로 꾸민 실내. 저렴한 소재로 채워졌으나, 만듦새가 치밀해 저렴한 느낌이 덜하다    키 177cm 기자가 앞 시트를 조정한 후의 뒷좌석. 성인 남자가 앉아도 무릎이나 머리가 닿진 않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2단으로 만들어 깔끔히 정리할 수 있는 트렁크. 기본 용량은 352L며, 뒷좌석을 접으면 1,155L까지 늘어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 VDA 기준)  그래도 움직이면서 실망은 다시금 기대로 바뀌었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능숙하게 클러치를 맞물리고 엔진은 민첩하게 반응한다. 더욱이 지하주차장 벽을 타고 들려오는 6기통 비슷한 3기통 엔진 소리가 괜스레 뿌듯함을 더한다.힘도 불만 없다. 터보 엔진답게 1,500rpm부터 일찍이 17.5kg∙m 최대토크를 끌어내니, 도심에서 여느 1.0L 엔진처럼 굉음을 낼 일은 거의 없다. 체감 성능만큼은 1.6L 자연흡기 엔진을 웃돌 정도. 여기에 작은 차체와 유럽 지향 탄탄한 하체, 절도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더해져 도로를 경쾌하게 누빈다. 1.0L 소형차라고 도로 흐름에 뒤처질 걱정은 접어도 좋겠다. 효율은 1시간 동안 서울 도심 28km를 달린 후 12.5km/L 연비를 기록해 꽤 준수한 편. 놀랍게도 공인 연비와 완전히 같은 결과가 나왔다.작은 크기가 돋보이는 120마력 직렬 3기통 1.0L 가솔린 터보 엔진다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변속기가 고속 기어에서 다시 저속 기어로 바꾸길 머뭇거린다. 평지를 달리다 오르막을 만나면 엔진 힘이 부족해 부르르 떨 때까지도 요지부동인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나 배기량이 작아 낮은 rpm에서는 힘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말이다. 이럴 땐 차라리 수동 변속으로 기어를 먼저 내려주는 게 속 편하다.트렁크 한쪽에 자랑스레 T-GDI 엠블렘을 붙였다1.0 스포츠일상에서의 주행은 합격점. 그렇다면 스포츠 주행도 가능할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변속기가 부리나케 저단 기어를 물고 속도를 높인다. 역시나 최고출력 120마력답게 가속은 무난하다. 속도계 바늘이 100을 막힘없이 지나 160까지는 꾸준히 올라간다. 이후 배기량 한계를 드러내며 바늘이 제자리에 선 듯 더뎌지지만, 끈기 있게 기다리면 180까지도 넘어설 수 있다. 터보의 힘은 굉장했다.싱글 터보 효과보다 인상 깊은 건 가속 감각이다. 3기통 엔진이 높은 rpm에서 6기통 비슷한 소리를 내는 데다,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그 소리를 절도 있게 잘라내 속 시원한 효과음을 구현한다. 팽팽한 서스펜션, 특히 뒤 서스펜션이 든든히 버텨 노면 충격을 흡수한 후 금세 자세를 추스르기 때문에 고속 안정감도 좋다. 주행 감각만큼은 둔중한 소리에 무게마저 무거운 1.6L 디젤보다 도리어 낫다.물론 작은 스토닉의 주 무대는 쭉 뻗은 도로보단 꼬불꼬불한 고갯길이다. 2,580mm 짧은 휠베이스와 1,205kg 가벼운 덩치로 코너를 가뿐히 공략한다.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로 앞쪽에 무게를 실어 운전대를 꺾으면 손쉽게 방향을 튼다. 1.6 디젤보다 70kg이나 무게를 덜어낸 까닭. 그래도 전륜구동 차라 과욕을 부리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만, 금세 TVBB(토크 백터링 시스템)가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머리를 슬쩍 안쪽으로 당긴다. 덕분에 고갯길에서는 SUV보다는 해치백에 가깝게 날쌨다. 비록 SUV라며 높여 놓은 바닥 높이 때문에 좌우 쏠림을 감출 순 없었지만.이 작은 차에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불을 밝히는 코너링 램프가 달렸다1.0L 엔진 출력을 바닥끝까지 다 끌어 쓰니 1.2t 덩치가 답답지는 않다. 120마력 출력은 대단치 않지만, 동력 손실 적은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 다만 주행 모드에 따라 변속 패턴을 바꾸는 기능은 없기 때문에 페달로 변속을 제어하기보단 직접 수동으로 조작하는 게 훨씬 빠르다. 그래서 운전대 뒤 패들시프트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다.탈 1.0L급 파워를 낸 만큼, 격하게 주행할 땐 먹성 또한 배기량을 초월한다. L당 12km를 넘었던 평균 연비는 어느새 7km 아래까지 쭉쭉 떨어졌다. 평균 연비가 이 정도니 한창 달릴 땐 L당 5~6km 수준 효율을 보였단 얘기다.1.0 효율강원도에서 45L 연료탱크 대부분을 순식간에 비워버려 집에 갈 기름도 남지 않았다. 결국 반강제로 남은 거리는 효율을 우선해 달렸다. 속도는 시속 80~120km, 가∙감속은 부드럽게, 제동 시에는 멀리서부터 마치 브레이크 없듯이 감속하며. 한적한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아쉽게도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기능 없이 속도만 유지하는 단순한 기능이다. 그래도 1.0L 터보 출시와 함께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이 들어간 건 반갑다. 차선 인식률은 K3가 그렇듯 준수한 편이며,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도록 하거나 이탈하기 직전에 방지만 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이 들어가며 형제 코나와 운전자 보조 기능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이 들어갔다  통풍, 열선, 운전대 열선, 7단 DCT 변속기까지 동급에 흔치 않은 편의사양을 대거 갖췄다그렇게 총 146.8km를 2시간 동안 달린 후 기록한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17.1km. 고속도로 비율이 60% 이상이었던 걸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높다. 실제 1.0 자연흡기 경차를 소유했던 입장에서 조금 시샘이 날 정도다. 낮은 rpm부터 큰 힘을 끌어내는 터보 엔진답게 정속 주행 효율은 흠잡을 데 없었다.다만 전체 시승 총 13.5시간, 468.8km를 달린 연비는 그리 높진 않았다. L당 10.0km로 중형 세단을 넘보는 효율을 보였다. 다소 격하게 달린 구간이 꽤 길었기 때문일 터. 역시 본격적으로 밟으면 대배기량처럼 기름을 태워버리는 터보 엔진이다.468.8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0.0km/L. 정속주행 효율은 높지만, 페달을 밟으면 밟은 만큼 기름을 태운다제목을 ‘짠돌이 스포츠’라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아낄 땐 1.0L 엔진답게 효율적으로 달리다가도 쏘아붙일 땐 화끈하게 기름을 태우며 즐겁게 내달린다. 5년간 50만원이 채 안 되는 자동차세와 1.0L의 높은 효율, 여기에 가끔 스트레스를 해소할 재미까지 모두 품었달까. 값은 시작가 기준 1,914만원.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 등 비싼 파워트레인을 넣었음에도 동급 SUV보다 경쟁력을 갖춘 건 칭찬받아 마땅하나, SUV 탈을 쓴 소형 해치백 값이 만만치 않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메르세데스 벤츠 E300 (W212) 2018-10-11
메르세데스 벤츠 E300 (W212) W212는 페이스리프트 전후로 인기 부침이 심하다. 신차의 인기가 중고차로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E300은 엔진 종류가 세 가지. 엔진에 따라 차의 특성도 조금씩 다르다.W212 E클래스는 수입차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배기량이 큰 가솔린 모델 E300이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전 모델인 W211 E280(V6 3.0L)보다 약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E300 엘레강스 약 6,800만원)이 인기의 비결. 2.0L 디젤이 주력이던 5시리즈와 확연히 비교되었다. 벤츠가 아직 클래식한 패밀리룩을 고수하던 시절에 나온 차라, 안팎의 분위기가 고상하다. 수입 중형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다 이러한 경향은 2013년 얼굴을 고친 후기형에서 180° 달라진다. 보다 젊은 인상으로 변신하여 고객 연령대를 낮추려 한 것이다. 트윈 헤드램프는 싱글 LED 램프로 바뀌었고, 후드탑에 있던 삼각별은 크기를 키워 라디에이터 그릴로 자리를 옮겼다. 실내 송풍구와 시트 조절 스위치, 윈도우 스위치에 반짝거리는 디테일을 더하는 등 소소한 변화도 주었다. 이에 대한 고객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후기형 W212은 수십년간 이어진 벤츠 고유의 크루즈 컨트롤과 멀티펑션 레버 위치 달라졌다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자, 주력 트림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E300이 주력이었지만, 후기형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E220 CDI가 가장 많이 팔렸다. 고객 대부분이 유지비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신차 판매 순위가 5시리즈를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중고차 인기 순위 역시 뒤집혔다. 신차 시장의 인기가 중고차 시장에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도 전기형과 후기형의 시세 차이는 작지 않다. E클래스의 장점은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실내공간이다.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가 있고, 뒷바퀴굴림 세단으로는 이례적으로 넓은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다. 시트는 힙 포지션이 조금 높으며, 두툼한 패드를 덧대 착좌감이 푹신하다. 뒷좌석까지 편안한 덕분에 기사를 부리는 고급차로도 인기를 끌었다. 전통적으로 고급 택시, 외교관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 기업 임원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차가 E클래스인 이유다. 또한 가족을 태우는 패밀리카 목적으로 뒷바퀴굴림 세단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고려할 차다.연식에 따라 세 가지 엔진 탑재E300은 연식에 따라 세 가지 엔진이 있다. 엔진별로 특성이 크게 다른 까닭에 구입에 앞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한 E300은 V6 3.0L M272를 얹는다.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 토크 30.1kg·m를 낸다. 1.7t의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충분한 출력이지만 펀치력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엔진 회전수를 높여 운전해야 충분한 가속이 이뤄진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한 E300은 같은 M272의 3.5L 버전이다. 배기량이 500cc 커진 덕분에 최고출력이 245마력, 최대토크는 31.6kg·m로 증가했다. 수치상으론 마력과 토크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실제 성능은 큰 폭으로 향상됐다. 배기량이 늘었어도 먹성은 이전과 비슷하다. 자연흡기 엔진 배기량을 늘려 실용구간에서의 연비 성능을 높인 경우는 예전부터 종종 있었다. 아울러 저회전에서 발휘되는 두터운 토크의 도움으로 박진감 넘치는 가속을 펼친다. 참고로 M272는 엔진 회전이 거칠며 V6치고 정차시 진동이 있는 편이다. 엔진에 따른 성능과 질감 차이가 무척 크다. 사진은 V6 3.5L M276 엔진 까다로운 특징도 있다. MPI지만 꼭 고급유를 주유해야 한다. 일반 휘발유(레귤러)를 주유하면 노킹, 회전 질감 저하, 진동 발생은 물론, 낮은 회전수를 사용하도록 기어변속 패턴이 바뀌는 통에 가속 성능이 심하게 떨어진다. 일반 휘발유를 계속 주유한 운전자라면 고급유를 넣은 뒤 달라진 성능에 깜짝 놀라고 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V6 3.5L M276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는 34.7kg·m으로 각각 큰 폭의 성능 상승을 이뤘다. 직분사 방식임에도 엔진 회전이 부드럽고 정차시 진동을 크게 억제해 주행 질감이 고급스럽다. 물론 고급유는 필수다. 세 가지 엔진을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 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실내외 차이로도 구분할 수 있다. 3.0L M272는 주간 주행등이 ‘ㄱ’자 형태, 3.5L M272는 주간주행등이 ‘ㅡ’자 형태, 계기판 가운데가 흑백 LCD다. 직분사 3.5L M276은 주간 주행등이 ‘ㅡ’자 형태, 계기판 가운데가 컬러 LCD, 그리고 엔진 커버가 다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전부 직분사 3.5L M276이다. 안전도와 승차감이 좋아진 후기형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섀시를 크게 보강했다. 2012년부터 미국 NHTSA에서 시행하는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차체 전방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어 안전도를 크게 향상했다. 프론트 스트럿 타워가 튼튼해지자 승차감도 덩달아 개선됐다. 전기형 W212 E클래스는 날카로운 노면 충격이 차체와 운전대를 통해 전달되었지만, 후기형은 충격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기자가 추천하는 모델은 V6 3.5L M276을 탑재한 2012년식 이후 E300 전기형 아방가르드와 E300 후기형이다. 전기형은 승차감이 부족하나 낮은 중고 시세가 이런 단점을 상쇄한다. 아방가르드는 엘레강스보다 차고가 약 1~2cm 낮고 더 단단한 스프링을 조합해 승차감이 딱딱하다. 대신 파노라마 썬루프와 1열 시트 통풍, 뒷좌석 열선, 스티어링 열선, 고급 오디오, 전동 트렁크를 추가했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전기형과 후기형 아방가르드에만 있다. E200은 아방가르드도 일반 썬루프 아방가르드에는 전통식 트렁크가 기본단 2013년식 E300 전기형 아방가르드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AMG 스포츠 범퍼가 앞, 뒤로 달리며, 1열 시트 통풍 기능이 없다. 시세는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여부에 따라 2,100만~2,900만 사이다. E300 후기형은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경보를 비롯한 전자 주행 장비와 키레스고(스마트키)를 추가한 대신, 아방가르드 모델이라도 1열 시트 통풍 기능이 없다. 시세는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여부에 따라 2,500만~4,300만 사이다. E300 후기형 아방가르드는 1열 시트 통풍 기능이 빠진다 후기형은 스티어링휠, 송풍구, 버튼류 디자인과 우드트림 패턴이 달라졌다 후기형에 들어간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경보후기형은 LED 리어램프에 결함이 있다. 도로에서 만나는 후기형 W212를 보면 펜더와 트렁크에 달린 네 개의 리어램프 중 한 개 이상 작동 안 되는 차가 10대 중 4~5대꼴이다. 교체비용은 수십만원 수준이다.리어램프 고장은 W212 후기형의 고질병글 이인주 
[롱텀 시승기 2회] Rock 'N' Roll! 벨로스.. 2018-10-10
롱텀 시승기 2회HYUNDAI VELOSTER NRock 'N' Roll! 벨로스터 N과 영암 서킷을 누비다 8월 2일 벨로스터 N을 출고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누적 주행거리는 5,000km를 돌파했다. 서울 시내와 지방을 오가며 이 차의 대략적인 성격은 파악했다. 단 한 가지, ‘N'모드만 빼고 말이다. 에코와 노멀 혹은 커스텀 모드로 간간히 속력을 올려보긴 했지만, 이 차가 낼 수 있는 최대 성능은 아직 맛보지 못했다.지난달 26일 TCR 코리아 개막전이 열렸다. WTCR에서 전설로 통하는 가브리엘 타르퀴니가 방문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기도 했지만 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날 영암 경기장은 다양한 클래스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등 일반인은 관전만 가능했지만 동호회를 통해 운 좋게 코스인 하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고 몇 명의 회원들과 함께했다. 신호등도, 과속단속카메라도, 그리고 길을 막는 거북이 차도 없는 5.615km 코스를 내 맘껏 달려보기 위해 난생처음 영암 국제 자동차 경주장을 찾았다.이 엠블럼 어디서 구입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있다.시승기를 작성하는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며 입추(立秋)를 만끽하고 있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해 난리가 났었다. 출발 전 기상 예보를 보니 중형급 태풍 솔릭이 영암을 덮칠 예정이었다. 괜히 참가비를 냈나? 걱정이 들었다. 각종 행사를 통해 경주장을 달려본 적은 있지만 횟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인제스피디움 혹은 용인스피드웨이였다. 거기다 수동변속기도 처음이다.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폭우를 헤치며 차머리를 남쪽으로 향했다. 벨로스터 N의 19인치 휠에는 애스턴마틴, 페라리 등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애용하는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달린다. 물에 젖은 아스팔트와는 사이가 나쁘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필자가 코스 인하는 오후 시간엔 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일정표에 나온 모든 경기가 종료된 후 내 차례가 돌아왔고,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헬멧과 장갑을 착용했다.19인치 휠과 합을 맞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바닥을 든든히 붙든다코스에 들어서기 전, 고급유를 가득 채웠다. 오늘만큼은 기름값 걱정 없이 가속 페달을 바닥끝까지 밟을 심산이다. 오른쪽 하늘색 버튼을 단 한 번만 누르고 주행에 나섰다. 이벤트 주행으로 라이센스 교육은 없었다. 따라서 첫 바퀴는 일단 코스를 익히기 위해 서행했다. 이내 실내에는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이 커졌다 줄기를 반복했다. 늦은 시간 시동을 걸면 민폐인 머플러. 순정이 이렇게 커도 되나?안타깝게도 영암 서킷은 녹록지 않았다. 메인 스트레이트가 끝나는 첫 번째 코너부터 필자의 운전 실력을 짓밟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를 넘겨 본 적은 있어도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온 힘 다해 밟아본 적은 없다. 타이어가 고성능이라 한 들 운전자가 그 한계치를 모르니 너무 이른 시점부터 감속이 진행됐다. 허둥지둥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로 오른발이 오갔고, 오른손은 3단을 넣기도, 2단을 넣기도 하며 진땀을 뺐다. 뒤뚱뒤뚱 몇 번째인지도 까먹은 채 코너를 공략하는 가운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라인은 엉망진창에 스티어링 조작도 부드럽지 못했지만, 재가속이 너무나 쉽고 속도를 더 올려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영암 서킷은 인제스피디움처럼 고저차가 심하진 않지만, 앞바퀴 굴림 특성상 이상한 라인을 그리며 감속할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앞바퀴가 헛돌며 땅을 파, 가고 싶은 방향 반대편으로 차가 밀려난다. 그러면 보통 전자장비가 개입하며 페달을 밟아도 속력이 붙지 않는 등 운전자의 잘못을 지적한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침착했다. 일상 주행에도 쉽게 더러워지는 휠은 이유가 있었고 타이어는 괜히 한 짝당 40만원에 육박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스펜션은 적극적으로 네 바퀴를 고르게 땅에 붙여 접지력을 확보하고, 레브 매칭은 번개처럼 rpm과 현재 단수의 적정 속도를 계산했다.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는 코너를 진입하는 운전자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자동으로 rpm도 맞춰주기 때문에 수동변속기임에도 오른발로 묘기를 부릴 필요는 없다. 여기에 전자식 LSD가 운전자를 이끌었다. 절도 있게 움직이는 변속 레버이전에 타던 아반떼 스포츠는 횡력과 다투고 난 뒤에야 가속 페달에 발을 옮겼다. 차가 밖으로 밀려날 때 무작정 오른발에 힘을 주면 자칫 랩타임만 느려진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LSD의 도움으로 한 템포 빠르게 가속 페달을 전개할 수 있다. 코너링 시 일반적인 차동장치가 코너 바깥쪽 바퀴를 빨리 돌린다면 벨로스터 N은 다판클러치를 통해 좌우 토크 배분과 트랙션을 세심하게 제어한다. 덕분에 횡력을 받는 상황에서 앞바퀴가 차를 밀어붙이니 ‘안쪽으로 말려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카빙’스키처럼 말이다. 현대차가 벨로스터 N의 LSD 이름을 왜 ‘e-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고 지었는지 이해가 갔다. 엔진 힘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조하는 장치들의 도움으로 막무가내 초보인 필자는 안전하고 재밌게 영암 서킷을 공략해 나갔다. 보조석에 인스트럭터가 타지는 않았지만 차가 대신 운전자를 독려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운전하고 나니 아반떼 스포츠보다 1,000만원 웃돈 주고 산 보람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주행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다. 비 때문에 제대로 된 주행을 못 하는 건 아닌지, 혹여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닌지, 주행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차를 타봤지만 3,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자동차 중에 이런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은 단연코 없었다. 소모품도 골프 GTI, 미니 JCW에 비하면 월등히 저렴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입꼬리가 저절로 귀에 걸렸다. 그동안 나쁜 연비로 고통받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글 사진 이병주
[롱텀 시승기 8회] 통영의 숨은 절경, 푸조의 숨은 .. 2018-10-10
롱텀시승기 제8회통영의 숨은 절경, 푸조의 숨은 매력남들보다 조금 늦게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조용하고 풍경이 이국적인 바다의 땅, 통영으로 향했다. 2박 3일간 통영의 숨은 매력도 발견하고, 208의 숨겨진 기능도 찾아냈다.놀러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 이 더위에 국내에서 휴가를 가 봐야 똑같이 더우리라는 생각에 여름의 끝자락에서야 휴가를 갔다. 여유 있는 2박 3일 일정이니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인 남해안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름 국내 여행은 바지런히 다닌 터라, 남해안 쪽에서도 웬만한 곳은 다 가 봤다고 자부한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마음을 가장 끌어당기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통영이다.통영에 가는 건 이번이 세 번째.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소란스럽지도 않은 지역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풍경이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여러 번 찾았으니 관광지를 구경하겠다며 열심히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하루에 한두 곳만 둘러보고 남해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차분히 시간을 보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쌌다.천혜비경, 그 이름 통영통영은 1604년에 지금의 해군 본부와 같은 삼도수군통제영이 존재했다. 지명도 여기서 따왔다. 예로부터 수군의 중심지로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하고 먹거리가 많기로 유명했다고 하니, 지금에 와서도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관광지로 떠오른 게 우연은 아닐 터. 기차역이 없는 까닭에 다른 지역 사람은 자가용과 버스로만 올 수 있다. 필자는 세 번의 통영 방문 모두 승용차를 이용했다. 도시 곳곳이 여러 겹으로 쌓아 올려진 듯 고저 차가 크다. 높은 언덕 위 도로에서는 아득히 먼 한려수도의 섬을 내려다볼 수 있고, 낮은 해변 도로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일렁이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곳이다. 어째선지 통영에 올 때면 매번 한 가지씩 아쉬움이 남는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종일 비가 쏟아지고, 셋째 날은 쨍쨍했지만 바람이 크게 불었다. 강풍으로 인해 섬으로 가는 배가 뜨지 않아 ‘통영 여행의 꽃’인 섬 일주는 포기해야 했다. 아쉬움이 다음 여행의 원동력이 되니까 섭섭하기만 한 건 아니다. 휴가 마지막 날에는 비가 그치고 맑아졌지만, 바람이 세서 섬 여행을 가진 못했다그래도 통영이 멋진 드라이브 코스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해안일주도로만 따라 느긋하게 달려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조금 한적한 곳에서는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도 좋다. 남쪽 해변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 남부러울 것이 없다. 아직 여행지로는 많이 찾지 않고 강태공의 낚싯대만 왕왕 드리운 풍화리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어촌의 향취를 느껴본다. 같은 고양잇과라 그런지 208에 관심을 보이는 길고양이와 마주치는 등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에 비하면 통영에서의 시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시내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중앙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다니면 알록달록한 동피랑, 서피랑이며 꿀빵, 충무김밥 등 군것질거리며 보고 즐길 게 많다. 특히 속도를 즐긴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루지 코스다. 무동력 카트를 타고 통영 앞바다의 풍경을 즐기며 다운힐 코스를 내달리는 루지를 통해 게임 속 카트 레이서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저렴한 탑승료에 다섯 번이나 탔건만, 또 타고 싶을 정도다.통영 여행 중이라면 꼭 가볼 만한 루지! 잠깐이나마 카트 레이서가 될 수 있다경쾌한 랠리 DNA와 뜻밖의 커넥티비티휴가에서 가장 바빴던 건 208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친구 한 명과 짐을 가득 싣고 쉴 틈 없이 달렸다. 에어컨 풀가동에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80:20 비율로 주행했지만, 트립 상 평균연비는 20.8km/L로 제법 만족스러운 수준을 유지했다.1,200km의 여정에서 평균 연비는 20.8km/L을 기록했다특히 경사와 고저 차가 심한 통영의 지형과 거제의 와인딩 로드를 엄청나게 돌아다닌 것을 감안하면 퍽 만족스럽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차체 움직임도 뛰어나다. 랠리 코스가 연상되는 산길에서도 항상 부드러움과 탄탄함의 경계를 절묘히 오가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포장도로에서도 실망시키는 일이 없다. 마지막 날 오후에는 거제도 최남단 홍포 전망대에 다녀왔다. 이곳은 수 km의 비포장길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208의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길어 큰 낙차는 부드럽게 받아내는 동시에 자갈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은 매끄럽게 걸러내 준다. 덕분에 탑승자의 피곤함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솔길을 달리며 글래스 루프를 통해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빛을 만끽하니, 순간 어느 북유럽의 숲길을 달리는 듯했다. 통영을 방문한다면 하루쯤 거제를 다녀와도 좋다. 몽돌해변과 숨은 비경이 아름답다이번 휴가에서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바로 208에 커넥티비티 기능이 일부 탑재되어있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차량 사용설명서에도 적혀 있지 않은 기능이 있을 줄이야! 실내의 USB 커넥터에 케이블을 꽂고,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커넥티비티 기능이 활성화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미러링크 기능을 지원한다며 표시했고, 아이폰은 카플레이 연결 설정 메시지가 떴다. 아쉽게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은 많지 않다. 안드로이드 미러링크는 어플리케이션의 제약이 많아 음악 재생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미러링이 활성화되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차량 쪽 설정이 막혀있거나 해당 핸드폰에서 지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연히 찾아낸 미러링크 기능. 아쉽게도 아직 별 쓸모는 없다카플레이 기능은 조만간 제대로 활성화될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아이폰을 연결해도 아무 반응이 없어 푸조 서비스센터로 문의하니, 현재 기능을 개발 중이며 208은 제일 먼저 업데이트될 차량이라고. 업데이트 후에는 내비게이션 앱의 카플레이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208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겠다. 숨겨진 기능을 몰랐을 뿐인데, 차에 새로운 기능이 생긴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8~9월에는 유독 운행이 많아 주행거리가 꽤 늘어났다. 차를 산지 정확히 8개월째 되는 날에는 적산거리가 2만km를 돌파했다. 한 편으로는 치솟는 주행거리에 차 값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오랫동안 부담 없이 장거리 주행을 하기 위해 구입한 차니 용도에 맞게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본격적으로 선선한 가을을 맞아 더 많이 여행을 떠나야겠다.  글 사진 이재욱
첫 시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MGB 2018-10-08
클래식 롱텀시승기첫 시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Car Life with MGB(2)내 차는 아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만으로 즐거운 생각이 가득했다. 더군다나 차키를 처음 넘겨받은 날이 생일 바로 전날이어서 나름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이 됐다. 그러나 개인적인 징크스는 올해도 피해 가지 못했다. 생일엔 생각지도 못 한 일이 생긴다는 징크스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왔다. 이번에는 MGB가 연루되면서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새로운 차가 생기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관리다. 이전 정비 기록을 알 수 있다면 한층 손쉽겠지만, 없다면 새로운 정비 기록을 만들고 매뉴얼을 구해 체계적인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차라 부품 수급이 어려워 보이겠지만 아직 해외에 개체 수가 많은 모델은 부품 수급이 그리 어렵진 않다. 다만 문제는 부품 수급이 아니다. 과연 오래된 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비소가 국내에 있느냐가 더 큰 문제다. 더군다나 카뷰레터 엔진에 전기 계통이 복잡한 구식차는 정비 업체 측면에서 보면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받아 몇 군데 정비 업체를 돌았지만,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분위기상 부족한 실력보다는 단지 귀찮고 돈이 되지 않는 작업은 피하는 것 같았다. 부품 수급은 미국 부품 전문 사이트 모스 모터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MGB 뿐 아니라 이들이 다루는 차종은 7개 브랜드 35개 차종에 이른다. MG나 트라이엄프, 오스틴, 재규어 등 클래식 영국 차를 중심으로 마쓰다 미아타와 피아트 124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취급하는 부품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야말로 별천지를 만난 것이다. MGB 부품 가격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푸조 207 RC의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며 약 90% 이상의 부품이 아직도 생산된다고 한다. 1차 주문 부품 리스트는 차를 처음 받았을 때 고장 났던 클러치 실린더 세트와 주유구 뚜껑, 스위치 몇 개로 전체 부품 가격은 약 150달러(9월 15일 기준 한화 약 16만 8천원) 정도였다. 배송비를 포함해도 170달러(한화 약 19만원) 정도 나왔고 배송까지는 2주 정도 걸렸다.      생일날 밥도 못 먹고 차는 견인 되고MGB는 별 탈 없이 움직였다. 부실하기로 유명한 영국 차의 냉각 계통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우리나라 상륙 이후 과열이나 엔진 부조화는 없었다. 그러나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 관장과 함께 참석할 공식 행사가 있어 MGB를 이용했는데 이때부터 이상 조짐이 시작됐다. 38℃를 넘는 무더운 낮에도 별문제 없던 MGB가 오후 5시 무렵 과열됐다. 급한 대로 행사장에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열이 점점 심해져 엔진룸을 열어보니 냉각수 보조 탱크 이음부가 터져버린 것이다. 엔진을 식히고 여기저기 응급처치 할 방법을 수소문했으나 견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어렵사리 연락된 지인의 정비소로 일단 차를 보냈다. 생애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건만, 그 선물이 생일날 온갖 고생만 시켜주는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문제의 황동 소재 냉각수 보조 탱크. 알고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쓸 수 없었다다음 날 정비소에 도착해 본격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냉각수 보조 탱크는 재질이 황동이라 근처에서 수리가 어려웠다. 담당 정비사와 의논 끝에 일단 비슷한 크기의 보조 탱크를 달기로 결정했으며 부품 주문과 수리 완료까지 약 일주일 정도를 잡았다. 수리하다 보니 냉각수 호스 상태도 좋지 않았다. 특히 세 갈래로 나눠진 호스에서도 누수가 있어 이 부분도 급한 대로 개조한 후 곧장 원래 부품을 주문했다. 냉각수 호스는 세 갈래로 나뉜다. 원래 고무호스지만, 이 부분도 문제가 생겨 급하게 개조했다 모스 모터스에서 부품을 수급하기로 했다. 여기는 그야말로 별천지다 비슷한 크기의 냉각수 보조 탱크를 달았다. 물론 임시방편이다 차를 받은 후 일주일 만에 정비소만 두 번 들어갔지만, 이 과정 자체는 필자에게 유익한 경험이었다. 주행거리가 긴 차도 아니고 늘 운행하던 차도 아니었으며 환경까지 바뀌니 문제가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 과정 하나하나가 새롭기도 하고 즐겁다. 더욱이 지붕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온갖 스트레스를 쉽게 잊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정도 고생은 즐거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생일 선물로 도착한 용품들. 방풍 고글과 글러브, 가죽 재킷 등 다가올 계절을 대비했다 처음 주문한 부품들이 단 2주 만에 도착했다. 배송비를 포함해도 상당히 저렴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생일 징크스는 MGB와 함께였다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류장헌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기회의 땅, 페라리 포르토피노 2018-10-05
FERRARI PORTOFINO기회의 땅, 포르토피노페라리 영토 확장 최전선에 포르토피노가 나섰다.자동차 회사는 언제나 더 많은 차를 팔고 싶어 한다. ‘회사’의 존립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으니까. 고급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 판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사업 저변을 넓혀왔다. 이를 위해 예전에 하지 않던 영역으로 뛰어들어 다양한 성격을 가진 모델을 만들어 냈다. 캘리포니아를 잇는 포르토피노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브랜드가 쌓아온 자존심과 명성을 유지하는 한편, 충성 고객의 지지도 얻어야만 했다. 그 결과 과거 소량 생산 브랜드가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큼 판매가 늘고, 회사의 수익이 더 탄탄해지기도 했다. 사람들 역시 스포츠카 회사의 볼륨모델이 세단과 SUV의 몫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더는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다 공격적으로 나섰던 건 아니다. 보수적인 브랜드일수록 그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페라리가 그렇다. 다른 차종에 욕심내지 않고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라는 성격을 고수해 왔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여유 넘치는 GT를 꾸준히 만들어 판매 볼륨을 유지해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전후로 등장한 365GT와 400, 1980년대를 장식한 몬디알, 2000년대 이후의 612 스칼리예티와 FF시리즈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더 많은 고객을 페라리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매력적인 8기통 컨버터블 GT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8년 등장한 캘리포니아는 페라리 컨버터블 GT로는 처음으로 앞머리에 8기통 엔진을 얹었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덕분인지 오너의 70%가 페라리를 처음 사는 이들이었고, 85%의 사람들이 데일리카로 굴렸다. 다른 페라리의 데일리카 사용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볼륨감을 준 리어램프는 박시한 뒷모습을 감추는 디자인 장치다새로 등장한 포르토피노도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성격을 계승한다. 차 이름을 부유한 이탈리아 휴양지명으로 지은 것만 봐도, 차의 성격이 여유롭고 호화로울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겉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새로 설계한 하드톱 컨버터블 모듈.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쿠페에서 우아한 컨버터블로 극적인 변화를 만든다. 작동 속도도 빠르다. 시속 48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면서 14초 만에 열리거나 닫힌다. 보통 하드톱 컨버터블은 접었을 때 트렁크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까닭에 적재공간이 좁아지기 마련. 그러나 최신형 GT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겉보기에도 넓고 박시(Boxy)한 모양새의 트렁크 리드 아래로는 기내용 트롤리 가방이 최대 세 개(톱을 열면 두 개)나 들어간다. 데일리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실내의 모든 부분을 전부 가죽으로 마감했다. 당연하다. 이 차는 페라리니까  현존하는 하드톱 컨버터블 중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 더욱 편하고 빠른 컨버터블 GT성공작의 후속인 만큼 섀시와 엔진에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많은 개선이 따랐다. 차체는 16mm 길고, 28mm 넓어졌으며, 4mm 낮아졌다. 또한 비틀림 강성이 35% 증가한 반면, A필러 구조를 바꾸고 마그네슘 시트 프레임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거쳐 전체 무게가 80kg 감소했다. 쿠페의 강성감에는 못 미치나 강력한 출력을 뒷받침하고 스포츠 주행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하체도 조련했다. 스프링 강성은 앞 15.5%, 뒤 19% 높였다. 더 단단한 스프링이 차체를 떠받든 덕분에 롤링과 피칭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한결 똑똑해진 전자식 유체자성 서스펜션 덕분이다. 주행정보를 판단하여 댐퍼의 단단함을 순식간에 조절한다. 새 시스템은 자기장의 정밀도와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수직으로 입력되는 노면 충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두뇌(gen3)를 탑재했다. 구조상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까닭에 이번 성능개선 효과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에어서스펜션을 비롯한 다른 시스템과 달리 위화감이 없다.물론 페라리니까 안락한 GT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5초, 시속 200km까지는 10.8초가 걸리며 최고시속은 320km에 달한다. 이러한 성능은 스트럿 타워 뒤쪽(프론트 미드십)에 위치한 V8 3.9L 트윈 터보가 만든다. 캘리포니아T 엔진을 기반하여 새로운 피스톤, 커넥팅 로드, 흡기 시스템으로 출력이 40마력 늘었다. 출력은 늘었지만 연료 효율은 이전보다 10% 이상 좋아졌다. 부스트 압을 조절하는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가 현재 맞물린 기어에 맞춰 토크양을 적절히 조절해 성능과 효율을 개선한 덕분이다. 함께 맞물린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 번개같이 빠른 변속 속도가 스포츠 주행의 흥을 돋운다는 당연한 얘기도 빠질 수 없다. 또한 어느 속도에서건 원하는 기어로 즉각 바꾸는 능력과 카본 세라믹 디스크의 강력한 제동성능이 결합해 운전자 의지대로 도로에 군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다.카본세라믹 디스크가 기본사양  기어 변환, 스타트 이그니션, 드라이브 모드를 통합한 스티어링 휠이 페라리다움을 만든다. 회전계는 10,000rpm까지 적혀있고, 레드존은 7,500rpm 이상부터즉각적인 엔진 반응도 감탄할 만하다. 중간 회전영역에서 발휘되는 강력한 토크는 분명 터보 엔진의 특징이 분명하지만, 반응은 마치 자연흡기처럼 빠르다. 파이프 길이가 동일한 배기매니폴드가 유동저항을 감소시켜 터보랙 현상이 줄어든 것이다. 한편 톱을 열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8기통 엔진의 울음소리는 쿠페에선 경험 못할 매력이다. 배기 시스템에 탑재된 전자 제어 바이 패스 밸브가 주행 모드(컴포트, 스포츠)에 따라 소리의 크기와 울림을 조절한다. 스포츠 주행에서의 맹렬한 긴장감은 물론, 일상영역으로 파고 든 차의 성격을 고려해 설계했다.  八자형으로 뻗는 섀시에  강력하게 체결된 스트럿 타워. 그리고 스트럿 타워 뒤쪽에 자리 잡은 프론트 미드십 구성의 엔진시대 변화를 충실히 따른 최신형 GT파워 스티어링 기구는 812 슈퍼패스트에 이어 EPS(전자식 파워 스티어링)를 도입했다. 그동안 써오던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연비 성능을 떨어트려서다. 새로운 파워스티어링은 조향감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조향비가 7% 줄어 반응이 더 민첩하다. 때때로 가벼운 조향 무게와 조금은 무미건조한 피드백이 페라리 명성에 미치지 못하나, 환경 규제 대응과 더 넓은 고객층을 지향한 결과다. 또한 앞으로 장착할지 모를 ADAS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EPS는 필수다. 이렇듯 페라리의 새로운 컨버터블 GT는 시대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8기통 모델을 비롯한 매력적인 신형 페라리가 속속 등장하며 전체 판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 글로벌 판매는 지난 2015년 7,664대에서 작년엔 8,398대로 해마다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04년에 기록한 4,238대의 두 배에 가깝다. 여유로운 컨버터블 GT에 강력한 성능을 결합한 포르토피노 또한 페라리 영토 확장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 글 이인주 기자사진 최진호
아우디 A4 35 TDI 시승기 2018-09-20
AUDI A4 35 TDICOME ON, COMPACT작년에 자취를 감췄던 A4가 절치부심하고 돌아왔다. 이로써 독일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트로이카가 다시 완성됐다.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밝힌 세드릭 주흐넬(Cedric Journel) 사장의 공언대로 아우디코리아가 정상 궤도에 올라서는 듯 보인다. 작년 말 수퍼카 R8 출시를 시작으로 서서히 그룹 내 판매 모델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신형 A4 역시 빠른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지난 7월 판매량을 보면 아우디는 단숨에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 중형 세단 A6가 판매를 견인하고 A4 역시 든든한 지원 사격을 해낸 결과다. 2015년 6월 전 세계에 공개된 9세대 신형 A4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16년 5월에 가솔린 엔진을 단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디젤게이트 때문에 판매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지난 7월에 디젤 모델을 재등장시킨 것. 현재 A4 전체 판매량을 이끄는 30 TDI보다 배기량이 큰 35 TDI를 시승했다.R8 담은 엔트리 세단3년 전에 나온 차 치고는 세련된 인상이다. 아우디가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수긍할 만한 외관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 데뷔했지만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는 일부 신차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보다 뚜렷해진다. 아우디 특유의 각진 인상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지난 세대에서만 해도 약간 둥글리는 정도에서 멈췄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가 좀 더 날카로워졌다. 큰 변화는 없어도 말 그대로 엣지가 느껴진다. 간결하고 입체적인 디자인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시승차라 그런지 몰라도 휠까지 고급스럽다.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던 휠은 질감이 다를 뿐, 올 초에 시승했던 아우디 R8용과 거의 흡사한 디자인이다. 최상위 트림이기에 가능한 세팅이긴 하지만 엔트리 세단에 최상위 스포츠카의 인상을 담을 수 있다는 건 무척 고무적이다.리어램프엔 최신 턴 시그널이 적용된다R8을 닮은 A4 휠 디자인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상전벽해실내는 기존 A4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확 바뀌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12.3인치 TFT-LCD 디스플레이인 버추어 콕핏. 계기반을 보는 데 있어 답답함을 없애며 수준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내비게이션을 디스플레이에 가득 채워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때문에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덜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시원하게 뻗으며 확장된 느낌을 전하는 대시보드도 마음에 든다. 널찍한 대시보드 디자인. 보조석 송풍구는 시늉이라도 좋다큼직한 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센터패시아에 달린 송풍구가 보조석 우측 끝까지 이어지며 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혹시나 싶어 손을 대봤지만 역시나 보조석 대시보드 송풍구에서는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시각적 만족감을 위한 가짜 송풍구이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 만족감은 센터 콘솔에서도 이어진다. 보다 윗급의 최신 아우디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타공 가죽으로 둘러싼 기어 노브와 조작 편의성을 위해 그 바로 위에 배치한 인포테인먼트 조그 다이얼, 여기에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한 컵홀더까지. 오른손을 쓰는 데 있어 1%의 주저함도 없이 모든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실내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야간 주행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부터 시작해서 많지만 용도별로 잘 정리해놓은 버튼들이 발하는 불빛이 꽤나 고급스럽다. 요즘 아우디의 고급스러움이 엔트리 모델인 A4에도 고스란히 담겼다.배치며 생김새까지 마음에 드는 센터콘솔 상단하나하나 만져보면 터치감 및 조작법이 세련됐다아무리 컴팩트 세단이라지만 요즘처럼 점점 크기를 키우는 추세 속에선 뒷좌석 공간 역시 중요하다. 신형 A4의 레그룸은 얼핏 봤을 때 그리 넓어 보이진 않지만 엉덩이를 비비고 앉아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엉덩이가 미끄러지듯 뒷좌석 깊숙이 들어간다. 자연히 허벅지와 시트 바닥 부분이 맞닿으며 편안한 착좌감을 전한다. 덕분에 무릎 공간이 생각보다 여유가 느껴진다. 그렇다 해도 천장이 낮으니 좀 답답하겠지? 아니다. 신형 A4는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머리 공간도 적당히 파놓았다. 우려는 그야말로 그저 우려에서 그치고 만다.의외로 덩치 큰 성인도 감내해 내는 뒷좌석 공간 프리미엄에 걸맞은 주행감디젤이면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미미한 수준이다. 약간의 진동을 빼면 가솔린 모델이라 해도 믿을 수 있겠다. 적당한 굵기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전하는 기분 좋은 그립감을 느끼며 달려봤다. 40.8kg·m의 최대토크는 엔진회전수 1,750rpm 부근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2.0L 터보 엔진은 넉넉한 힘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분출한다.2.0L 터보엔진이 들어간다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고단 기어를 물거나 시프트다운 할 때도 이질감 없이 즉각적으로 해내는 게 듀얼 클러치답다. 코너링은 어떨까? A4에는 사륜구동의 콰트로는 물론 주행 상황과 운전자의 조작을 시시각각 체크해 바퀴마다 토크 배분을 달리하는 토크벡터링까지 탑재했다. 덕분에 역동적이되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프리미엄 트림에 들어간 스포츠 시트는 상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좋다. 안정적이다 보니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리미엄’이 붙은 만큼 안락한 주행감은 강조되는 게 맞다. 시승차에 들어간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2는 고속 주행에 적합하면서도 스포티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너끈히 받아내며 마모가 진행될수록 접지력이 향상되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타이어 성향과 민감하게 세팅된 브레이크 답력이 맞물려 많이 밟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스타일 좋은 디젤 컴포트 세단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2018-09-18
HYUNDAI GRAND STAREX CAMPING CAR캠핑에 지친 아빠를 위해전망 좋은 곳 찾아 주차하면 캠핑 준비 끝. 세상 편한 캠핑이다.어릴 적 부모님 따라 캠핑을 참 많이도 다녔다. 2세대 현대 쏘나타(Y2)에 트렁크 꾹꾹 눌러 담고 팔도를 누빈 기억이 생생하다. 그땐 마냥 신났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항상 땀범벅이셨다. 양손에 6인용 텐트 천막과 폴대, 어깨엔 아이스박스를 맨 채 캠핑 장소를 물색했고, 텐트도 거의 홀로 설치했다. 그러고는 우리가 물가에서 뛰어놀 때 혼자 텐트 안에서 ‘드르렁드르렁’ 주무셨다. 에어컨 고장 난 차로 장거리 운전까지 견디셨으니 얼마나 피곤하셨을까.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로 호사를 누리다 별안간 아버지가 생각난 이유다. 그때 캠핑카가 있었다면 조금은 덜 힘드셨을 텐데…….두 손 가벼운 출발캠핑 전날 밤 짐을 챙겼다. 뭘 챙길까? 오랜만에 큼직한 28인치 여행용 가방을 꺼내 옷가지 몇 개와 수건, 얇은 이불, 그리고 화로와 숯 등을 챙겼건만 아직도 텅텅 비었다. 캠핑카 타고 가려니 1인 캠핑 짐 이래 봐야 펜션 놀러 가듯 가볍다. 20인치 여행용 가방으로 바꿔들자 이제야 딱 들어맞는다. 이 정도면 집에 누워있다가도 즉흥적으로 떠날 수 있겠다.스타렉스 캠핑카를 마주한 첫인상은 일단 높다. 매일 만나는 스타렉스가 뭐 새로울 게 있나 싶겠지만 시승차는 팝업 루프시스템에 더해 사륜구동이 들어가 지상고까지 높다. 키가 2,090mm에 달해 제법 캠핑카 느낌이 난달까. 그런데 과적 트럭처럼 뒤가 푹 꺼졌다. 캠핑용품이 들어가면서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일 터. 성의 없는 모습이다. 현대차 이름 걸고 파는 공식 캠핑카라면 늘어난 무게에 따른 서스펜션 보강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큰 키만큼 높다란 운전석에 오르면 확 트인 시야에 기분이 좋다. 그러나 대시보드를 보면 실망을 금치 못할 거다. 기본 5천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미니밴에 플라스틱 범벅 구형 대시보드라니. 다른 특장차라면 모르겠지만, 레저용으로 사용될 캠핑카라면 고급스러운 신형 대시보드(스타렉스 어반 익스클루시브, 리무진 전용 실내) 정도는 달렸으리라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운전대가 고정식이던 이전과 달리 틸트와 텔레스코픽 기능이 들어간 점, 그리고 하이패스 시스템과 통풍시트, 베이지 가죽시트 등 편의사양이 넉넉하다는 점이다.창문이 많아 좁은 실내가 훤하다  마치 90년대 게임기 보듯이 단순하지만, 터치가 되어 놀라운 메인 컨트롤러 주행감은 그저 조금 무거운 스타렉스다. 2.5L 디젤 엔진이 2,000rpm부터 46kg·m 최대토크를 끌어내 가속이 무난하고, 차가 요란스럽게 크지 않아 운전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잘 오르던 속도계가 시속 110km에 이르더니 그대로 멈춘다. 11인승처럼 시속 110km에서 속도가 제한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11인승 스타렉스를 바탕으로 개조돼, 제한이 걸려있다고. 4인승이라 버스 전용도로도 못 타면서 속도까지 낼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승차감도 좋지 못하다. 바닥 충격을 그대로 전달해 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된다. 더욱이 천장을 도려낸 캠핑카는 강성이 부족해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차체 비틀리는 소리를 내며, 실내 안 온갖 캠핑 장비도 삐걱거린다. 일반 차가 아닌 특수한 캠핑카라는 걸 생각하며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오지 캠핑이 가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기능이 달렸다버튼 하나면 OK고속도로를 질리도록 달려 인적 드문 강변 캠핑장을 찾았다. 경치 좋은 평평한 곳을 찾아 주차하면 준비 끝. 텐트를 들고 왔다면 설치하는 고생이 뒤따랐겠지만, 스타렉스는 룸미러 뒤편 메인 컨트롤러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팝업 루프가 알아서 천장에 텐트를 친다. 캠핑 시작이다.2열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천장 바닥을 밀어 올리면 제법 그럴싸한 모터홈으로 바뀐다. 시트에 앉아 간이 테이블까지 펴고 창밖을 바라보니 캠핑 온 기분이 절로 난다. 사방에 창문이 펼쳐져 좋은 경치도 훤하다. 괜히 왼쪽 40L 냉장고를 열어 맥주 한 캔 홀짝이며 분위기 잡아본다. 찬찬히 살펴보면 냉장고 옆으로 개수대와 전기레인지가 달렸고 그 아래로는 식기를 넣을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모두 ‘간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 만큼 깜찍한 크기지만 야외에선 이런 걸 불편하게 쓰는 게 또 색다른 재미 아니겠나. 왼쪽부터 냉장고와 개수대 그리고 전기레인지. 전기레인지는 외부전원을 꽂지 않으면 켜지지 않으니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꼭 챙기시길수납공간이 은근히 많다얕은 개수대에 쫄쫄 흐르는 물로 설거지하는 것도 야외에선 호사다. 이게 없으면 멀찍이 떨어진 공동 개수대까지 무거운 식기를 들고 걸어가야 하니까. 개수대 물은 스타렉스 옆구리 주입구를 통해 충전할 수 있으며, 청수통 용량은 50L다.바깥으로 나오자 땡볕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차 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캠핑카 오른편 어닝에 전용막대를 꽂아 빙글빙글 돌려 지지대를 세우면 가로 2,630mm, 세로 2,470mm의 그늘막이 펼쳐진다. 여기에 트렁크 문짝에 붙어있는 접이식 의자 두 개를 꺼내어 펴면 그럴싸한 마당이 된다. 기자는 대부분 시간을 여기서 동료 기자와 함께 고기 구워 먹으며 보냈다. 실내가 좋긴 하지만 고기 냄새 밸 걱정도 있는 데다 아무래도 밖보단 답답하니 말이다. 참고로 어닝은 캠핑 장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아마의 F45 S 260 모델이다.편안한 2층 침대이윽고 해가 저물었다. 땀범벅이 된 옷을 갈아입고 쾌적하게 쉴 때다. 쏠라티급 캠핑카였다면 안에 샤워부스가 마련됐겠지만, 작은 스타렉스는 뒤편에 샤워기 하나 달랑 붙어있을 뿐이다. 그럼 야외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후다닥 씻느냐고? 천만의 말씀. 트렁크 문짝에 고정할 수 있는 텐트를 펼치고 그 안에서 씻으면 된다. 물살이 약해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씻는 데는 무리 없다. 단지 시승차 청수통 위생상태가 좀 걱정될 뿐.사실 이런 데까지 와서 영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시승차에 있는 기능이니 한번 써보기로 했다. 천장에 빔 프로젝터를 달고 2층 벽 끝에 스크린을 펼치니 꽤 낭만적인 나만의 영화관이 탄생했다. 애인과 함께였다면 좋았을 텐데 동료 기자와 함께 보려니 기분이 썩 안 내킨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영화를 기껏 USB에 담아놓고 안 챙겨 왔다. 덕분에 열심히 설치한 프로젝터만 뻘쭘하게 됐다. ‘나만의 영화관’에서 애인과 함께 콩닥콩닥 심장 뛰는 공포물을 보는 게 좋겠다드디어 캠핑카의 진가를 누릴 밤이 찾아왔다. 스타렉스는 하나의 거대한 2층 침대 구조로 아래에 두 명, 위에 두 명, 총 네 명이 잘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네 명 가족 얘기다. 위에는 부부가, 아래는 애들 두 명 잘만 한 크기다. 성인 남자 네 명이라면 서로 부대껴 지옥이 될 테니 차라리 동반석에서 따로 자는 게 낫다. 우리 일행은 두 명이라 1층과 2층에서 각각 넉넉하게 자기로 했다.전망 좋고 바람 솔솔 통하며 매트리스도 한결 폭신한 2층. 1층에 자는 사람에게 미안할 정도다1층은 2열 시트와 (주행 중엔 탈 수 없는) 3열 시트를 눕혀서 이으면 평평한 침대로 바뀐다. 등 뒤가 살짝 굴곡져 마치 접이식 침대에 누운 기분이다. 그래도 캠핑에서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거다. 텐트처럼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등 배길 일은 없으니까. 오른쪽 슬라이딩 문 열고 모기장까지 치면 잠 잘 준비 끝이다. 이때 모기장을 닫은 채 슬라이딩 문을 닫아버리면 모기장이 부서지니, 반드시 동행에 알려줘야 한다. 동료 기자도 그걸 모르고 문을 닫으려다 기자가 소리 질러 막기도 했다.더운 여름, 모기장이 없다면 폭신한 침대가 무슨 소용일까아무리 봐도 싱글 침대인데 2인용이다. 캠핑용품이 다 그렇지 뭐2층은 분위기 좋은 숙소다. 1열 센터콘솔과 등받이 어깨 부분을 밟고 올라가는 과정은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올라가면 경치 좋은 잠자리가 펼쳐진다. 발 놓을 부분을 제외한 3면이 모두 모기장으로 뚫려있어 바람이 솔솔 통하고 개방감도 좋다. 폭신한 매트리스 덕분에 1층보다 훨씬 편한 건 당연. 물소리 들으며 누워있자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기껏 마련된 조명 한번 켜볼 새 없이 잠이 들었다. 바닥 판이 얇아 걱정이지만 최고 250kg까지 견딘다니, 웬만한 덩치가 아니라면 문제없다.쫄쫄 흐르는 물살이 사진에서도 느껴진다  그렇게 꿀잠 자는데 동료 기자 코 고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베개를 들어 아래층으로 던지려는 찰나, 통로에 미닫이문이 눈에 들어온다. ‘아 닫을 수 있었구나’ 선루프 닫듯 밀어 올리자 소리가 조금 줄어든다. 이거 참 밤에 쓸모가 많겠다.쾌적한 아침새들의 요란한 지저귐과 함께 아침이 밝았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기분은 자연 속 캠핑의 묘미. 그런데 집에서 잔 듯 개운하기까지 하다. 이 차도 나름 캠핑카라고 잠자리가 편했나 보다.내려와 보니 동료 기자는 아직 한밤중인 가운데 냉장고가 소리 내며 돌고 있다. 헉, 밤새 냉장고를 켜 놓은 채 잠들었구나. 전압표시장치를 보니 다행히 그대로고, 냉장고도 시원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터리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시승차는 100Ah 배터리 두 개가 달린 데다, 천장에 150W 쏠라 패널까지 마련돼 최대 4~5일 캠핑이 가능하다.슬슬 시승차 반납 시간이 다가오고 졸린 눈 비벼가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전날 놀고먹은 흔적만 잘 치우면 스타렉스는 걱정 없다. 어닝은 돌려서 넣으면 되고, 팝업 천장은 버튼 하나면 쓱 내려온다. 이 정도면 남들 텐트 천막 접기도 전에 먼저 출발할 수 있겠다.운전석 쪽 슬라이딩 도어 뒤편에 마련된 수납공간. 이걸 어디에 쓰지?지붕 위에 쏠라 패널이 달려있어 집에 가는 날짜를 미룰 수 있다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는 기동성이 빛났다. 주차만 하면 어디서든 힘들이지 않고도 편안한 쉼터로 변신하며 적당한 크기 덕분에 운전도 어렵지 않다. 누구든 손쉽게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아버지께 이만한 선물이 있을까? 그러나 가격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스타렉스 캠핑카 기본 가는 5,007만원, 모든 옵션을 더한 시승차는 6,277만원이다. 매력적인 대안이 너무 많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캠리 하이브리드 VS 어코드 하이브리드 2018-09-17
CAMRY HYBRID VS ACCORD HYBRID땅끝에서 확인한 실력달리면 달릴수록 아낀다는 두 대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장거리를 얼마나 편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달리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하이브리드 어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어오는 질문이다. 그러면 기자는 보통 말리고 본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아낀 기름값으로 비싼 찻값 회수하기도 힘들 테니까. 캠리 하이브리드를 기준 삼아 계산해보면 일반 모델과의 차액 650만원을 기름값만으로 5년 안에 상쇄하려면 연간 3만7,547km(복합 연비, 8월 13일 전국 평균 유가 기준)를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하이브리드 구매 혜택 최대 310만원 적용 시 연 1만9,639km). 결국 하이브리드는 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을 위한 차라는 얘기. 우리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끌고 한반도 최남단 땅끝까지 달려 장거리 투어러로서의 실력을 확인한 이유다.시승 코스는 경기도 하남에서 해남 땅끝까지 약 430km 거리. 정숙성과 승차감을 확인하는 건 물론, 기름을 가득 넣고 출발해 도착 후 소모된 기름을 측정하는 풀-투-풀 방식으로 연비도 계산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가정해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속 100~120km로 달리기로 하고 주행 모드는 ‘일반’으로 고정한 후 출발했다.두 차는 각각 한 개의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시스템 출력은 캠리 211마력, 어코드 215마력으로 비슷하다(왼쪽부터 캠리, 어코드)  적극적인 어코드자연스럽게 어코드에 먼저 손이 갔다. 둘 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지만, 대왕고래처럼 그릴을 쩍 벌린 캠리보단 어코드가 보기에 더 준수했으니. 특히 A필러를 뒤로 당겨 만든 길쭉한 보닛과 쿠페에 가까운 지붕선이 어우러진 실루엣이 마음을 이끈다. 실내 역시 간결한 배치에 무거운 색감의 나무 무늬 장식 등 차분한 분위기다. 고급스러운 어코드의 실내. 통풍 시트는 없다드디어 남쪽을 향해 출발. 어코드에 앉아 운전대를 돌리는 감각은 스포츠카 탄 듯이 낮다. 새로운 ACE 바디로 운전석 높이를 2.5cm나 낮춘 까닭. 그런데 운전대 텔레스코픽(앞뒤로 당김) 거리가 다소 짧다. 페달에 맞춘 거리만큼 운전대가 당겨지지 않아 시트를 앞으로 움직여야 했다. 운전석 높이가 낮을수록 다리가 펴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일본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중형차가 이러면 안 되는데….오후 네 시경 하남을 떠나는 길은 제법 막혔다. 덕분에 EV모드가 부지런히 켜져 가솔린 엔진을 잠재웠다. 저속으로 정체된 흐름을 뒤따르는 정도는 두 개 전기모터의 184마력으로 충분했다. 진동하나 없이 매끄럽게 달리니 저속 정숙성은 웬만한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남쪽으로 향하면서 점차 교통 흐름이 빨라진다. 자연스레 가속이 이어져 2.0L 145마력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 최신 하이브리드답게 계기판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 만큼 동력 연결이 자연스럽다. 엔진이 켜진 후에도 전자식 무단 변속기가 충격 없이 변속을 이어가기 때문에 주행 중 몸이 울컥거리는 일은 전혀 없다. 승차감은 예상외로 폭신하다. 도로의 너울을 지난 후 흡수한 충격을 다시 내뱉으며 연이어 흔들릴 만큼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휠베이스까지 2,830mm로 동급 세단 중 가장 길어 움직임에 여유가 뱄다. 생김새만 보면 스포츠 세단 같은데, 하체는 영락없는 미국 취향이다.2,830mm 길쭉한 휠베이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널찍한 어코드의 뒷좌석  재밌는 건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도 EV모드가 켜진다는 점이다. 보통 이 정도 속도를 넘어서면 PHEV나 전기차가 아닌 이상 가솔린 엔진이 꺼지지 않기 마련인데, 심심찮게 EV모드 아이콘이 계기판에 켜지며 연비가 쭉쭉 올라간다. 물론 시속 100~120km 사이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 얘기다. 페달을 조금만 밟아 가속하려 하면 곧바로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누적 주행거리 100km를 돌파해 운전이 슬슬 질릴 때 즈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을 켰다. 이 두 개만 있으면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오늘날 장거리 운행에 없어선 안 될 필수 기능. 어코드 역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을 만큼 차간거리나 차선을 안정되게 유지한다. 다만 정체 시 앞차가 가까워지면 차선 인식장치가 먹통이 되는 건 흠이다.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중간 지점인 군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정속주행으로 느긋하게 203.1km를 달린 어코드의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19.8km. 뒤이어 따라온 캠리는? 헐레벌떡 달려가 확인해보니 L당 17.3km가 찍혔다. 어코드와 캠리 공인연비 차이만큼 정직한 결과다. 참고로 두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어코드 18.9km/L, 캠리 16.7km/L다.중간 지점에서 연비는 어코드가 훨씬 높게 나왔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내공 높은 캠리공정한 연비 측정을 위해 이번엔 캠리로 옮겨 탔다. 캠리에 앉은 첫인상은 역시 어코드처럼 좌석 높이가 낮다는 것. 무게중심을 낮춘 차세대 TNGA 플랫폼을 바탕으로 빚어, 이전보다 2cm 가량 좌석을 낮췄다. 이 정도면 차세대 중형 세단 트렌드는 저중심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다만 캠리는 시야 확보를 위해 벨트라인(옆 창문 아래쪽 철판과 만나는 선)도 함께 낮추어 차 안에 폭 파묻힌 듯한 어코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캠리 실내는 토요타가 늘 그렇듯 도전적이다. 요란하지만 쓸모는 좋다. 통풍 시트는 없지만  운전 자세는 한결 낫다. 어코드와 달리 운전대 텔레스코픽 범위가 넓어 맘껏 시트를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무게가 엉덩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산돼 착좌감도 좋다. 정통적인 기어 노브와 큼직한 버튼은 어코드보다 투박하지만 인체공학적인 설계에선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캠리 뒷좌석은 소파에 앉은 듯 폭신하다  캠리 역시 출발은 EV모드다. 그러나 페달을 밟는 순간 2.5L 178마력 가솔린 엔진이 금세 깨어난다. 어코드의 EV모드가 파리 목숨이라면, 캠리는 모기 목숨처럼 가냘프달까. 어코드보다 약한 120마력 모터 출력이 실감 난다. 때문에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마저 EV모드는 감감무소식이다. 모터는 그저 엔진을 보조할 뿐. 그런데도 트립컴퓨터 속 연비는 어코드 못지않게 쭉쭉 오르니 신기할 따름이다.시속 100km 정도로 항속할 때 정숙성은 두 차가 비슷한 수준이다. 졸음이 없는 2.5L 가솔린 엔진이 항시 깨어있음에도 조용하고 진동이 적어 주행 중 존재감은 거의 없다. 서스펜션은 더 말랑해 노면 충격을 운전자 모르게 삼켜버린다. 그만큼 큰 충격을 만난 후 꿀렁이는 시간도 더 길다. 빠른 속도에서라면 불안했겠지만, 정속주행 상황에선 기분 좋게 흔들리는 수준이다.그리고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차이가 바로 운전석 사이드미러다.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문제. 캠리는 넓게 비추는 볼록 거울이 달렸고, 어코드는 크게 비추는 평평한 거울이다. 개인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볼록 거울을 선호하는 기자에겐 어코드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어코드 오른쪽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보여주는 레인와치 기능이 있어 더욱 대비됐다. 정작 필요한 건 왼쪽인데 말이다.   고창 고인돌 휴게소를 지날 무렵 슬슬 하품이 나오기 시작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과 차선이탈경고(LDA) 기능을 켰다. 다른 차처럼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조합. 그러나 캠리는 어코드처럼 차선 가운데로 달리지 못했다. 차선을 이탈하기 직전까지 간 후 운전대를 살짝 반대로 틀어주는 진짜 이탈 방지 수준에 그친다. 차선 사이를 마치 ‘핑퐁’ 공처럼 왕복하니 그냥 운전대 꼭 잡고 가는 게 낫다.  오후 11시경 장장 7시간을 달려 해남 땅끝 선착장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밤바다엔 고요함만이 감돌 뿐, 아무도 없었다. 내려서 서로 트립컴퓨터를 확인하는데 430km가량을 달렸음에도 연료 게이지가 두 차 모두 절반이 넘게 남았다. 이 정도면 주유 없이 다시 하남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바로 풀-투-풀 계측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어코드는 효율을 위해 17인치 휠에 친환경 타이어를 끼운 반면, 캠리는 18인치 휠에 일반 타이어를 달아 멋과 성능을 챙겼다  뒤집힌 결과이른 아침. 후다닥 땅끝 바위 앞에서 촬영 후 바로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 전 확인한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캠리 18.5km/L, 어코드 18.7km/L다. 중간지점에서 앞섰던 어코드를 캠리가 많이 따라잡았다. 누적 주행거리는 433.1km다.이어 한 대씩 주유를 시작했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 출발 전 주유구 목구멍까지 가득 채웠고,반전이다. 캠리 주유량이 더 적었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이번에도 목구멍이 넘실대도록 한가득 채워 넣었다. 먼저 넣은 어코드는 24.495L가 들어갔다. 433.1km를 달렸으니 L당 17.681km 연비가 나온 셈. 이어 캠리는 23.408L가 들어갔다. 계산하면 L당 18.502km다. 트립컴퓨터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다. 0.2km/L 낮았던 캠리의 연비가 실제로는 0.8km/L가량 높았으며, 433.1km를 달리며 캠리가 1.087L 약 4.4% 기름을 아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캠리는 트립컴퓨터 연비와 실제 풀-투-풀 계측 결과가 정확히 일치했다. 연비 비교 결과는 토요타 캠리의 승리로 끝났다.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좌석 아래에 넣어 트렁크가 넓고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용량은 어코드 473L, 캠리 427L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  다만 이는 참고용으로 봐주길 바란다. 최대한 정확한 결과를 위해 해남 땅끝까지 장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운전자 교대도 했으며, 에어컨 온도는 24도로 똑같이 맞췄다. 그러나 고속 주행 비율이 너무 높았다는 점, 두 운전자가 교대 후 닥친 주행 상황이 각기 달랐다는 점 등 적잖은 변수가 있었다.하남에서 해남까지 달려 확인한 두 차의 실력은 장거리 투어러로서 손색없었다. 승차감이 부드러워 피로가 적은 건 물론, 효율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 다만 거의 비슷한 가운데 성격은 살짝 다르다. 어코드는 비교적 단단한 하체로 안정적인 주행을, 캠리는 폭신한 서스펜션으로 더 나긋한 주행을 지향한다. <자동차생활>이 확인한 효율은 L당 2.2km 복합연비 차이를 극복하고 캠리가 높게 나왔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두 차의 가격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4,190만원,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4,470만원(하이브리드 기본 모델 4,180만원). 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현대 코나 일레트릭,배터리 걱정없이 무공해 질주 2018-09-14
HYUNDAI KONA ELECTRIC 배터리 걱정 없이 무공해 질주찔끔찔금 용량을 늘리던 전기차들 사이에서 코나 일렉트릭은 단연 돋보인다. 한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리는 넉넉한 배터리 용량 덕분에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벗 삼아 쾌적한 운전을 즐겼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탈 만해?”라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초의 양산 전기차라는 GM EV1이 등장한지도 어언 20년이 넘은 지금 시장에는 각종 EV가 넘쳐난다. 하지만 전기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는 것은 아직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개발자들은 일반적인 자동차 오너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면서 한번 충전에 160km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많이 얹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반면에 차체 무게와 가격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은 전기차 개발의 무척이나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요소였다. 대용량 배터리를 얹은 콤팩트 SUV 전기차 기자의 출퇴근 거리는 50km 남짓.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본 전기차는 전혀 여유가 없었다. 일단 에어컨이나 히터를 켠 상황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 데다 충전할 곳 찾는 일도 만만찮았다. 그렇다고 출근할 때마다 대형 마트에 들러 쇼핑(일부 마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출퇴근길 3배가 넘는 배터리 용량이 사실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제 전기차를 구입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에어컨이나 히터를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고 하니,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코나 일렉트릭 시승차를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 역시 계기판의 주행가능 거리였다. 무려 400km 가까운 수치를 보니 우선 안심이 된다. 시승 기간 내내 촬영 장소와 출퇴근 동선 그리고 어느 충전소를 들러야 하는지 복잡했던 머릿속이 순간 말끔해졌다.전기차 오너들의 불만을 확인한 메이커들은 배터리 용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60Ah 배터리를 얹었던 BMW i3가 90Ah 배터리로 바꾸었고, 닛산 리프는 24kWh였던 1세대를 2016년에 30kWh로 개량한 후 2세대는 40kWh로 키워 주행가능 거리를 243km(EPA)로 늘려 잡았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콤팩트 SUV 첫 EV라는 점보다도 64kWh 용량의 배터리팩을 얹어 확보한 406km의 주행가능 거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28kWh, 200km)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수치. 대신 배터리 용량을 줄인 라이트 패키지에 비해 145kg이나 무겁다. 라이트 패키지는 344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대신 주행가능 거리는 254km로 줄어든다. EV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 디자인코나 일렉트릭의 외형은 전형적인 EV의 공식을 따른다. 엔진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만큼 앞부분을 덮어 공기저항을 절감하고, 헤드램프와 에어 스커트 흡기구 부근도 매끈하게 다듬었다. 코나가 도심에 적응한 야수라면 코나 일렉트릭은 물속을 잘 헤집도록 진화한 물고기 같은 인상이다. 보닛 경계선을 따라 주간주행등에도 가로로 장식을 넣어 인상을 차별화했다. 휠하우스를 두른 플라스틱 재질은 여전히 SUV 풍이지만 휠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 배터리를 채워줄 충전 커넥터는 그릴 오른쪽에 배치했다.충전 커넥터를 앞쪽에 달았다실내 공간에 이르기까지 일반 코나와 거의 다르지 않다. 한 세대 전 양산차 베이스 EV는 배터리를 추가로 얹기 트렁크 공간을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코나와 스토닉 등 최신 플랫폼은 개발 단계부터 EV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이 차 역시 배터리팩을 바닥에 넓게 펼쳐 배치함으로서 무게중심을 낮추고 거주공간도 희생하지 않았다. SUV에 굳이 EV 구동계를 얹은 이유는 SUV 인기가 워낙 높기 하지만 세단이나 해치백에 비해 배터리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EV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준비되었다실내 공간은 배터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깐 덕분에 화물 공간도 넉넉하다계기판은 완전 모니터 식으로 바뀌어 주행 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에코 모드에서 초록색이던 미터는 스포츠 모드에서 붉은색 파워 게이지로 바뀐다. 그 오른쪽에 에너지 흐름도가 모터와 배터리, 회생 제동장치 간 에너지의 이동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바뀌는 계기판 디자인기계적인 변속기가 없는 만큼 변속 레버는 스위치로 대체했다. 내비게이션도 충전소의 위치나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가능 거리 등 EV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센터 모니터와 플로팅 방식의 센터 터널 디자인은 기본형 코나와 많이 다른데, 수소차인 넥쏘를 간략화시킨 인상이다. 불볓 더위 속에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시트 통풍 기능을 갖추었으며, 전기를 아껴 써야 하는 EV답게 에어컨 기능을 운전석에만 집중시키는 드라이버 온리 스위치도 있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은 없고 급가속 때 위잉~ 하는 모터 소리가 조금 들릴 뿐. 대신 타이어와 노면 등 다른 소리가 두드러지지만 실내 유입되는 소음의 총량은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코나 일반형과는 계기판과 모니터, 센터 터널 디자인이 다르다시프트 레버 대신 버튼으로 변속한다넘치는 토크로 강력한 가속운전 감각은 EV만의 이질감이 많이 중화되었다. 이 차는 코나 가운데서 가장 무거운 1.6 터보 4WD 풀옵션과 비교해도 200kg 이상 무겁다. 하지만 일단 오른발을 살짝 밟으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 나간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고, 기어를 바꾸고 클러치를 조작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이다. 최고출력 204마력에 40.3kg·m의 토크가 에코 모드에서조차 즉각적이고 강력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에코 모드에서조차 슬립이 일어날 만큼 토크가 강력하다에코 모드에서도 충분히 빠를 뿐 아니라 스포츠 모드에서는 타이어(넥센 N프라이즈)가 슬립이 계속된다. 딱히 에코카 전용 타이어가 아님에도 트랙션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도심에서만 타기에는 분에 넘치는 출력과 토크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믿고 고속도로에 오르면 비로소 그 위력과 존재감을 실감하게 된다. 이 정도 토크임에도 토크스티어는 없다.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 시프트는 변속이 아니라 회생제동용이다. 액셀 페달을 떼었을 때 회생 제동 효과를 3단계로 제어할 수 있는데, 마치 엔진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3단에서는 감속이 꽤 강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닛산은 2세대 리프에서 아예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하나로 모은 e페달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조작 방식은 어느 정도 숙련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무척이나 편하다. 회생 제동으로 앞바퀴에 살짝 하중을 걸면서 방향을 바꾸면, 의외로 경쾌한 코너링 감각에 놀라게 된다. 공기저항을 줄인 EV 전용 휠 디자인이 차의 가격표는 5천만원을 넘지만 하이브리드에 비해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생각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삼아도 세제 혜택과 정부 보조금, 지자체 보조금을 더한다면 실 구매가는 3천만원 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보조금은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빨리 사는 편이 유리하다. 시승을 마치고 반납하기 전,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니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 있다. 급가속은 물론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꾸준히 틀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이 차의 장점이 배터리 용량만은 아니다. 전기차로서, 그리고 자동차로서도 코나 일렉트릭은 높은 기본기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전기차에 비교적 미온적이었던 한국에서 이정도의 EV가 출시된 것을 보니 전기차 시대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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