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작정하고 만든 풀 하이브리드 세단 혼다 어코드 2017-02-28
 HONDA ACCORD HYBRID작정하고 만든 풀 하이브리드 세단혼다의 간판 세단 어코드의 9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효과가 미적지근했던 IMA를 대신하는 새로운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19km/L가 넘는 연비까지 더해져 중형 세단의 이상에 한없이 접근해 있었다.  ​혼다는 1999년 인사이트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세계에 일찌감치 뛰어든 ‘전적’이 있는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용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완전한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놓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간 IMA로 대표되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본격적인 제품이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저전압 모터를 살짝 집어넣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였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 덕에 싸게 만들기엔 아주 이상적이었지만 그 성능이 본격 하이브리드라 부르기에는 항상 미적지근한 것이 문제였다. 2013년 돌연 9세대 어코드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더해지면서 본격적인 제품 출현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그 실체는 EV 모드 주행거리가 고작 21km인 반편이 모델. 이런 걸로 고객이 설득될 리 만무하다. 리스로만 돌리던 차는 결국 2015년 단종으로 끝났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 차가 국내에 시판되지 않았다는 정도.​궁금한 것은 여기부터다. PHEV를 시판했다는 것은 적어도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구현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생적으로 대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PHEV는 당연히 모터가 독자적으로 차를 끄는 EV 주행모드를 갖춘다. 뒤늦은 감은 있었지만 결국 2016년 모습을 드러낸 하이브리드에는 이미 정석이라 알려진 방법이 담겨 있었다. 2.0L급 앳킨슨 사이클의 4기통 엔진이 그것. 동력은 물론 발전기 역할도 하는 모터 2개와 소형화된 리튬이온 배터리 팩 및 전자제어장치를 이미 입증된 어코드의 차체에 그대로 담았다. ​​ 중형 세단 클래스에서는 아직 드문 LED 방식의 헤드램프세 줄의 LED가 특징적인 리어램프​에코차에는 대세가 된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구름저항은 낮지만 좋은 접지력은 기대할 수 없다​​혼다 최초의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9세대 어코드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을 그대로 담은 차에서 하이브리드 전용의 특별함 같은 것은 찾기 힘들다. 그저 작은 하이브리드 엠블럼 정도가 이 차의 속을 말해줄 뿐. 어코드와 다를 바 없는 실내공간은 여전히 넉넉하며, 이미 확인된 품질감도 그대로다. 이미 선보였던 버튼식 변속기 대신 보통의 레버식 변속기가 들어가 있는 것은 의외.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공통으로 적용된 안드로이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화면 속에는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친숙한 인터페이스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그대로다. 하지만 뜻밖의 문제가 있었다. 지도화면이 작동하는 동안은 블루투스 전화 음성을 들을 수 없었던 것. 인터넷이나 애플 카플레이를 쓰기 위해서는 전용 앱을 깔아야 하는데, 별도의 코드를 요구하는 탓에 시승차로는 경험해볼 수 없었다.   중형차가 요구하는 충분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머리공간도 넓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 배치는 직관적이라 금방 익숙해진다중앙 LCD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상태를 표시한다. 엔진회전수는 아예 표시하지 않는다운전석 좌측 하단의 에코 버튼. 연비 위주의 주행 모드로 돌입하는 대신 차의 반응은 느려진다 배터리로 인해 트렁크공간은 가솔린 모델보다 작다   신호등이 바뀌고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면 조용하고 매끄러운 모터의 가속이 시작된다. 1.3kWh 배터리 팩의 충전량만 충분하다면 2km 정도는 EV 모드로만 달릴 수 있다. 속도가 시속 70km를 넘어가게 되면 엔진이 개입하며, 엔진과 연결된 발전기도 회전하며 배터리 팩을 다시 충전시킨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장치가 바로 작동하지만, 마치 뒷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듯한 거친 감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계기판에는 아예 엔진회전수 표시 기능이 없다. 운전자가 엔진의 동작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쉴 새 없이 엔진이 켜지고 꺼지며 출력과 발전을 분주히 해내지만, 시동과 동력 개입과정에서 일체의 충격이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가벼운 엔진의 작동음이 나직하게 들려올 뿐.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이 정도로 매끄러운 전환을 해내는 차는 정말이지 많지 않다. 가속을 하면 바로 회전수가 올라붙는 CVT 변속기의 특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 급가속시 215마력의 출력은 체감할 수 있지만 반응이 한 템포 늦게 나온다. 습식 클러치가 엔진출력을 디퍼렌셜에 연결하고 구동 모터의 시스템출력을 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동 스티어링 휠은 노면 정보를 주는 데 인색하고, 미쉐린의 에너지세이버 사계절용 타이어는 과격하게 다루면 바로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언더 스티어를 낸다. 솔직히 이러라고 만든 차가 아닌 줄은 잘 알고 있다. 대신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손에 넣은 것은 중형 세단으로서는 수준의 정숙성과 부드러움이다. 가감속을 반복하는 도심 주행은 물론이고 중고속 항속모드에서도 차는 매끄럽기 이를 데 없다. 들릴락 말락 낮은 회전수로 조용하게 도는 엔진, 부지런히 차오르는 배터리, 이미 20km/L를 넘겨버린 연비를 보며 이 느긋하기 짝이 없는 달리기에 맞춰 페달을 살살 다루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숙성과 편안함은 V6 엔진의 어코드와 비교해도 단연 한 수 위다. ​​​​하이브리드 세단으로는 발군의 연비그러나 하이브리드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역시 연비다. 19.3km/L의 복합연비는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세단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며, 거칠게 가속 페달을 다룬 시승 기간 중에도 최종적으로 확인한 17.8km/L의 실연비가 이를 증명한다. 다만 국산 하이브리드 세단은 물론이고 경쟁자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값이 다소 높은 편이다. FT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북미 생산 모델과 달리 하이브리드 쪽은 전량 일본 생산인 탓도 있을 것이다. 단, 캠리 하이브리드와 달리 2.0L 미만의 엔진과 97g 미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덕에 환경부로부터 100만원의 지원금과 최대 270만원 상당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분명한 장점이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재혁​​​
포드 쿠가의 서(序) 2017-02-24
  FORD KUGA쿠가의 서(序) 쿠가가 다부진 인상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넉넉한 공간, 탄탄한 주행감, 빵빵한 편의장비는 티구안의 아성을 넘보기 충분할 정도. 유럽 감각, 유럽 생산의 미국 브랜드 SUV라는 오묘한 아이덴티티는 더욱 뚜렷해졌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미셸 공드리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이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터널 선샤인’은 유럽 감성을 담은 미국 영화로 전세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큰 상을 휩쓸었고, 상업영화가 아님에도 글로벌 총수입은 4,700만달러(약 538억원)를 넘어섰다.​포드 쿠가는 유럽 감각의 미국 브랜드 차다. 2세대 들어서부터 3세대 이스케이프와 이름, 엔진, 서스펜션 세팅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유한다. 성격을 달리한 한 차종으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원 포드’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이스케이프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미국에서, 쿠가는 디젤 엔진을 얹고 스페인에서 생산된다.​포드 코리아는 최근 대형 SUV 익스플로러와 준중형 SUV 쿠가로 수입 SUV 시장을 쌍끌이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쿠가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936대. 같은 기간 4,363대 팔린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쿠가를 시승하는 동안 문득 궁금해졌다. 유럽에서 만든 포드는 유럽 감성의 미국 영화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부분변경을 거친 쿠가가 잘난 형 익스플로러만큼이나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존재감 더한 키네틱 디자인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 ‘키네틱’을 주입한 쿠가는 더욱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또렷해진 눈매와 커다란 육각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부진 인상을 준다. 기존 모델보다 테일램프 간격을 넓혀 후면부가 더욱 널찍해 보인다. 미국차 특유의 남성미를 풍기면서도 투박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예리하게 도려낸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살포시 부풀려진 앞뒤 펜더, 날렵한 루프 라인 덕에 세련된 분위기마저 감돈다. 머플러는 좌우 두 개의 트윈 타입. 다소 엉성하게 느껴지던 이전 미국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다듬었다.​전고와 최저지상고가 높은 탓에 몸집이 꽤 커 보인다. 실제로 쿠가는 티구안(1세대)보다 길이 95mm, 휠베이스 85mm가 더 크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투싼보다 크고 싼타페보단 작은 정도. 넉넉한 크기 덕분에 탑승공간도 넉넉하다. 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짐공간은 기본 456L,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짐공간은 456L가 기본.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실내에선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센터페시아와 입체적인 형상의 대시보드, 정통 SUV처럼 껑충한 시트, 파노라마 루프, 뒷좌석 트레이 테이블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새롭게 적용된 싱크3은 기존 감압식 터치 방식에서 정전식으로 바뀌고 싱크2에 비해 스마트폰 연동기능이 보강됐다. 애플 카플레이와 음성인식 기능 역시 적용되며, 포드가 애용해오던 소니 오디오도 그대로 들어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입체적인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다. 싱크3의 명민함을 강조하듯 터치 디스플레이 주변부  형상이 로봇 얼굴을 닮았다계기판 상단 정보창을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작동 상황과 구동력 배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를 조작하기가 불편하다​​​실내 곳곳의 버튼류 조작감은 유럽차 만큼이나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전달하는 차선유지경고장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제동을 하는 전방추돌경고장치,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 편의 및 안전장비가 주는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인상의 실내 구성은 아쉽다. 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 조작부와 간섭이 생기고, 움푹 들어간 터치 디스플레이 하단에 미디어 조작 버튼이 있어 조작편의성이 떨어진다.   경쾌하고 믿음직한 주행감각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넉넉한 파워 역시 그대로다. 회전질감은 대개의 디젤 2.0L 엔진에 비해 부드러운 편. 속도를 쌓아가는 감각 역시 여유롭다. 발진 가속시 터보랙이 미세하게 느껴지긴 하나 대체로 매끄러우면서도 호쾌한 가속감이다. 특히 소음과 진동을 잘 걸러내, 프리미엄 SUV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정숙하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유럽에서 개발되고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된 하체는 기대 이상이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요철을 만나도 출렁거림 없이 ‘타탁’ 경쾌하게 넘어버린다. 고속 코너링에선 네 바퀴가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단단한 하체는 원심력에 완강히 저항한다. 경쾌한 무브먼트, 믿음직한 리바운드, 뛰어난 고속 안정성이 기대 이상의 운전재미를 준다. ​토크 온 디맨드 시스템과 인텔리전트 AWD가 트랙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전후좌우 네 바퀴에 적절한 힘을 분배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 20번이나 주행 조건을 감지함으로써 노면적응력을 한껏 높인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위치한 액티브 그릴 셔터는 방열뿐만 아니라 공력성능까지 탐내는 일거양득 아이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조사각 조절 및 저속 주행 코너링 램프를 지원하는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 후진 및 평행주차가 가능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도 들어간다.​‘이터널 선샤인’은 탄탄한 구성과 독창적인 스토리로 2005년 유럽(제5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미국(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선 11년 만에 재개봉되어 다시 한번 짙은 여운을 남겼다. 쿠가를 시승하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비단 유럽 감각을 담은 미국 브랜드 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띄게 완숙해진 쿠가는 비로소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었다. 새로운 쿠가는 뛰어난 만듦새로 티구안과 캐시카이가 자리를 비운 수입 콤팩트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포드 코리아​  ​
프리미엄 7인승 SUV 2017-02-09
 MERCEDES-BENZ GLS vs CADILLAC ESCALADE ESV vs VOLVO XC90PREMIUM 7 SEATER SUV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대의 차를 한자리에 모았다. 모두 프리미엄 7인승 SUV였지만 성격은 사뭇 달랐다. XC90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유럽식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간활용성을 내세웠고, 산만 한 덩치의 에스컬레이드 ESV는 미국식 풍요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으며 GLS는 균형 잡힌 구성과 고급스런 운전감각이 돋보였다.    #1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주목을 끌 줄은. 길거리에 흔하디흔한 게 수입 SUV지만 여전히 이들은 눈에 띄는 존재였다. 물론 큰 덩치 셋이 몰려다녔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길이 5m가 넘는 GLS와 에스컬레이드 ESV에 쏟아지는 시선은 분명 특별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차의 키를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2 ‘선배’라는 핑계로 두 차를 먼저 탔다. 처음에는 낯이 뜨거웠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다. 곧 과시와 우월 욕구에 휩싸였다. 성공한 미국 흑인 래퍼들이 번쩍이는 휠을 낀 풀사이즈 SUV를 타고 도심을 유영하며 으스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도로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끝내줬다.​#3 GLS, XC90, 에스컬레이드 ESV. 프리미엄 7인승 SUV를 모았다. 시작은 엉뚱했다. 소형 SUV 비교시승을 하다가 누군가가 말했다. “이제 우리 크고 화려한 거 타보자.” 그렇게 시승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이왕이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아우디 Q7도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열심히 설득했지만 결국 섭외에 실패했다.​#4 대개의 비교시승에서 그랬듯, 우리는 몇몇 의외의 결과 앞에서 놀랐다. 사실 셋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같은 7인승이지만 에스컬레이드 ESV 앞에서 XC90은 마치 소형 SUV처럼 보인다. 길이 차이가 무려 747mm다. 그런데 7명이 타기에는 에스컬레이드보다 XC90이 더 편했다. 역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SUV. 현재 자동차 업계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축이다. 하나의 자동차 장르가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적이 또 있었을까? SUV는 약 20년 만에 자동차 시장을 ‘낮은 차’와 ‘높은 차’로 갈라놨다. 이제 잠잠해질 때도 됐건만, 성장은 멈출 줄 모른다. 올해 전세계 SUV 수요 전망치는 4,200억달러(약 494조원). 역대 최대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할 기세다. ​SUV의 인기가 꾸준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단이 그랬듯, 크기와 형태를 바꾸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소형 SUV와 쿠페 SUV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대형 SUV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양화와 유가 하락이 맞물린 결과다.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인 만큼, 고급차 브랜드들도 적극적이다. 랜드로버, 메르세데스 벤츠, 캐딜락, 렉서스 등이 길을 닦아놨고, 최근 벤틀리가 여기에 올라탔다. BMW(X7)와 롤스로이스(컬리넌)도 곧 발을 들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애스턴마틴도 벤츠 GLS를 기반으로 한 초호화 SUV를 각각 개발하고 있다.​사실 7인승 대형 SUV는 ‘SUV의 고향’ 미국에서 미니밴을 밀어낸 지 오래다. 이런 조짐을 가장 먼저 눈치 챈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 1997년부터 M클래스의 3열 시트 옵션으로 분위기를 살피다 허리를 늘린 GL클래스(2006년)를 선보였다. 어쩌면 벤츠는 온가족이 탈 고급차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R클래스(2005년)로 프리미엄 미니밴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던 걸 보면. 참고로 R63 AMG는 자동차 역사에서 보기 드문 희귀종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510마력짜리 미니밴을 양산했을까?​물론 나름의 시장을 만들어 나가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벤츠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브랜드. 다임러크라이슬러 시절이니 미국 상황이 오죽 신경 쓰였겠는가. 또한 BMW 산하에서 럭셔리 SUV로 거듭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도 눈에 가시였을 게 뻔하다. R클래스를 대체하면서 에스컬레이드와 레인지로버를 견제할 올라운드 플레이어. 벤츠의 이런 야망이 모두 투영된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GLS다.​​​​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등장했다. 럭셔리 대형 SUV라는 타이틀을 가장 먼저 단 셈이다. 하지만 캐딜락 엠블럼 이외에는 별로 볼 게 없었다. 사실상 GMC 유콘 데날리와 같은 차였기 때문이다. 개발 승인 10개월 만에 생산이 시작된 차였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출시 2년 만에 단종되는 수모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2년의 2세대는 달랐다. DNA를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여전히 많았지만, 제법 캐딜락다운 외모와 인테리어가 이를 상쇄했다. 차체를 늘인 ESV와 픽업 버전인 EXT도 이때부터 나왔다. 2006년 3세대로 거듭나며 에스컬레이드는 단숨에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거대한 몸집에 완벽하게 녹아든 고유의 디자인이 크게 한몫했다. 에스컬레이드가 아니었다면 길이 5m를 넘는 풀사이즈 프리미엄 SUV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행 에스컬레이드는 4세대. 지난 2014년 데뷔했다. ​XC90은 사실 ‘준대형’ SUV다. 세대교체를 거치며 몸집을 키웠지만 시장에서의 포지션은 그대로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3열 시트를 갖춘다. 따라서 벤츠 GLE, BMW X5 등의 중형 SUV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사실 볼보는 벤츠, 캐딜락과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고급스럽지만 과잉이나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 ‘절제미’를 핵심으로 삼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XC90에는 이런 볼보의 성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세대도 그랬지만 2세대는 더 짙어졌다. 굉장히 화려하지만 과시욕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7인승이라고 몸집이 꼭 커야 해?’라는 자신감이 여기저기서 흘러넘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볼보는 크로스오버의 ‘달인’이다. 신형 XC90은 이런 그들이 새 시대의 신호탄으로 선보인 차다. 볼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기함은 V90이지만, 브랜드를 견인할 주인공은 XC90이라는 사실을. ​​​​덩치만으로도 시선을 한 몸에소형차에 1인용 마이크로카도 포함되듯, 대형차에도 딱히 정해진 한계치가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또 다시 급을 나누는 기준은 있다. 풀사이즈를 구분짓는 대략적인 척도는 길이 5m다. GLS와 에스컬레이드는 각각 5,130mm와 5,144mm로 이 조건을 만족하며, XC90은 4,950mm로 이를 살짝 밑돈다. ​물론 너비, 휠베이스, 높이 등도 중요하다. XC90은 너비(2,010mm)와 휠베이스(2,984mm)는 충분하지만 높이(1,775mm)가 조금 낮다. 실제보다 조금 더 작아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높이 1.9m 제한인 지하주차장(생각보다 꽤 많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GLS와 에스컬레이드는 1,880~1890mm로 부담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10~20mm 간격에 이 ‘억소리’ 나는 차로 모험을 하는 건 바보짓이다. 윈드실드와 루프가 만나는 곳이 박살난다니,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 ​ ​​최신 볼보를 상징하는 헤드램프, ‘토르의 망치’는 신의 한수였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도 있었던 XC90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덕분에 먼발치에서도 한눈에 볼보임을 알아볼 수 있다. 1세대에서 가져온 세로형 테일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시승차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T8 인스크립션. 배터리 충전구는 운전석 앞 펜더에 있다. ​GLS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LED와 프로젝션 렌즈가 빼곡하게 들어찬 헤드램프와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만 해도 벅찼을 텐데, 국내 사양은 AMG 스타일링 범퍼까지 기본이다. 특히 번호판을 꿀꺽 삼킨 공기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차체 옆면은 사정없이 캐릭터 라인을 그어 입체감을 살렸다. 쓸데없는 장식 없이 짜임새를 높이기엔 이만 한 방법도 없다.​그러나 차체가 커 보이려는 수작은 찾아볼 수 없다. 오버행을 최대한 줄이고 옆창문 라인을 간결하게 정리해 균형미를 강조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에어서스펜션 컨트롤러로 최저지상고를 높이면 에스컬레이드보다 더 우람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에스컬레이드는 얼마나 더 커(?)지나 궁금했는데, 안타깝게도 고정식이다. 에스컬레이드는 재래식 스틸 스프링과 감쇠력을 자동 조정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댐퍼를 사용하고 있다.​에스컬레이드는 한마디로 ‘존재감 깡패’다. 게다가 시승차는 롱휠베이스 버전인 ESV다. 지구상의 승용차 중 가장 긴 축에 속하는 차체(5,697mm)에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생긴 얼굴을 갖다 붙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 그리고 사이드미러 등의 크기도 정상이 아니다. 마치 1.5배 확대 복사를 돌린 것 같다. 22인치 휠이 치졸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 조합이 아주 매력적이다. 캐딜락이 추구하는 남성적인 디자인과 궁합이 뛰어나다. 그러나 옆모습은 욕심이 지나치다. 거대한 몸집과 시원시원한 스타일링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까닭일까. 차체 크기에 대한 강박이 구석구석에서 묻어난다. 테일램프에 맞닿을 정도로 늘린 쿼터 윈도가 대표적이다. 보편성이 떨어지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 볼 때마다 검정 정장 입은 경호원이나 후드 티에 금목걸이를 한 래퍼가 연상됐다. 기자 개인적인 선입견일 수도 있으나, 대중적인 디자인이 아닌 건 분명하다.​​​​각기 다른 공간 해석에스컬레이드는 전동식 발판(러닝 보드)을 갖춘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스르륵 내려온다. 설정을 통해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 GLS와 높이가 같지만, 플로어와 시트가 더 높아 올라타기가 버겁다. 한 번 등반해보면 A/B 필러에 커다란 버스 손잡이가 달려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치마를 즐겨 입는 여성이나 몸 가누기 버거운 어르신들은 질색할 만한 요소. 하지만 특별한 차를 탄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낮게 깔린 스포츠카에 몸을 구겨넣을 때 느끼는 희열과 비슷하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스르륵 내려오는 발판. 꽤 ‘폼’ 나는 아이템이다 ​​시트는 유일하게 2/2/3 구성이다. 따라서 3열 시트 접근성이 좋다. 2열 시트 중간으로 들어서도 되고 시트를 앞으로 접어도 된다. 2열은 비교대상 중 가장 편하다. 독립 시트인 데다 리클라이닝 각도도 가장 크다. 그러나 덩치에 안 어울리게 무릎공간은 좁다. 특히 3열이 아주 빠듯하다. 짐공간이 조금 줄더라도 2, 3열 시트를 뒤로 밀었다면 더 좋았겠다. 2, 3열 시트는 트렁크 벽에 붙은 버튼으로 모두 접을 수 있다. 둘 다 접으면 양문형 냉장고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의외로 7명이 타기에는 에스컬레이드 ESV보다 XC90이 더 편하다. 2열 시트 방석을 앞뒤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2열 탑승자가 공간을 조금씩만 양보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다. 3열 머리 위 공간이 성인 남성에겐 다소 빠듯하다. 게다가 접근성도 떨어진다. 2열 시트에 슬라이딩 기능을 넣으며 더블 폴딩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차체는 발판은 필요 없을 정도로 낮다. 물론 원한다면 옵션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간활용성만 따지면 XC90을 따라올 자가 없다. 시트의 형상과 두께, 그리고 기능이 기가 막히다. 2열 중간 좌석의 방석은 유아를 위해 높일 수도 있다(부스터 시트). 2/3/2 구성으로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수 있는 저력이 놀랍다. 볼보에게 에스컬레이드 ESV를 줬다면 아마 10명을 편히 앉혔을지도 모르겠다. ​​1 화려한 레이아웃과 고급소재로 완성한 눈부신 실내 2 이제 예전볼보는 잊어라. 디테일 종결자라고 불러다오 3 B&W의 센터스피커. 음질은 양산 시스템 중 최고 수준이며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4 공간활용도가 굉장히 뛰어나다. 7명이 앉기에는 에스컬레이드 ESV보다 편하다 5 2열 시트는 슬라이딩을 지원하는 대신 더블 폴딩은 포기했다. 때문에 3열에 들어서기가 조금 빠듯하다​​GLS는 고정식 발판이 기본이다. 전고는 높지만 최저지상고가 적당하기 때문에 드나들기가 편하다. 다만 발판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 3열은 비교대상 중 가장 편하다. 머리 위와 무릎공간 모두 여유롭다. 성인 남성에게도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다. 시트 구성은 볼보와 같은 2/3/2인데, 접근성은 훨씬 뛰어나다. C필러 하단 또는 트렁크의 버튼을 누르면 시트가 앞으로 차곡차곡 포개지기 때문이다. 7명을 태울 일이 많다면 여러모로 GLS가 정답이다.​​1 부분변경을 통해 개선된 실내. 대형 SUV답게 듬직한 분위기다 2 차세대 커맨드를 도입하며 컨트롤러도 신형으로 바꿨다. 그 옆의 노브는 최저지상고 제어장치와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다 3 B필러에 붙은 버튼을 부르면 시트가 앞으로 착착 접힌다. 공간도 넉넉해 7명이 타도 큰 부담이 없다 4 기본 사양인 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터 콜솔 뒷면에는 DVD 플레이어도 있다 5 시트를 모두 접으면 커다란 짐차로 변신한다​​​운전석 풍경은 XC90이 가장 화려하다. 비교적 최근에 세대교체를 거친 덕분이다. 특히 태블릿 PC 형상의 세로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정교하게 다듬은 알루미늄/우드 패널과 야들야들한 가죽 등 디테일도 뛰어나다. T8 인스크립션과 엑셀런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기어노브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스웨덴의 크리스털 전문 브랜드인 오레스포의 수제작 제품이다. 그러나 가장 상위 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T8 인스크립션에서도 2, 3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옵션으로 빠져있는 건 큰 약점이다. 또한 너무 아기자기한 탓에 큰 차가 주는 고유의 맛이 떨어진다. 유럽식 합리주의도 좋지만 5m 안팎의 SUV라면 이보다 조금 더 호쾌할 필요가 있다. ​​에스컬레이드의 실내는 정말이지 연구 대상이다. CTS의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했다. 중형 세단의 인테리어를 풀사이즈 SUV에 통째로 옮길 생각을 했다는 게, 또 그걸 큰 위화감 없이 욱여넣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더 황당한 건 디지털 클러스터와 터치식 센터페시아, 그리고 알칸타라 등 첨단장비와 고급소재 등을 가져다 쓰면서 비상등과 기계식 변속레버를 구형 픽업트럭마냥 스티어링 칼럼에 붙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형 금고만 한 초대형 센터콘솔과 두 개의 천장형 모니터,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컵홀더와 수납공간 등에서는 미국식 풍요로움을 공감할 수 있다. ​​1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실내. 설마 CTS는 아니겠지? 2 2~3열 탑승자를 위한 천장형 모니터. 이것만 봐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3 칼럼에 붙인 기계식 변속레버와 비상등 스위치가 이 차의 태생을 알려준다 4 독립식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 각도가 크고 더블 폴딩도 지원한다. 하지만 3열 시트의 무릎공간이 좁아 아쉬움을 남긴다 5 수납공간은 스케일부터 다르다. 이것이 바로 미국차다! ​​​GLS의 인테리어는 2016년 부분변경을 거친 개선판이다. 대시보드를 다시 짜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고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최신형으로 바꿨다. E, S클래스 등의 최신 세단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SUV 고유 성격과는 꽤 잘 어울린다. 오디오와 공조장치도 마찬가지. 조금 산만한 감이 있지만 쓰기에는 큰 불편 없다. 물론 2열 헤드레스트 모니터 2개와 전용 DVD 플레이어, 그리고 냉온 기능을 지원하는 컵홀더 등 풀사이즈 SUV에 어울리는 편의장비들도 대부분 갖춘다. ​무엇보다 섀시 제어 방식 일부를 캔-버스에서 플렉스레이로 바꿔 차선유지장치(Steering Pilot)와 같은 ‘반자율주행’ 장비를 도입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속도나 거리를 스스로 유지하며 앞 차를 따라 달리는 디스트로닉 플러스(Stop & Go Pilot 포함)도 기본 사양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벤츠 시스템의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다. XC90의 동일 장비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GLS에 비해서는 인식율이 조금 떨어진다. ​​​​외모만큼 판이한 움직임XC90의 운전감각은 마치 중형 SUV 같다. 몸집이 주는 부담감이 거의 없다. 몸놀림도 굉장히 간결하다. 이날 모인 경쟁자들에 비하면 세단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PHEV 배터리의 존재도 거의 느낄 수 없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는 e-4WD를 채택하고 배터리를 악착같이 차체 가운데에 세로로 얹었기 때문이다. ​사실 XC90 T8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굉장히 복잡하다.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얹어 320마력을 내는 2.0L 가솔린 트윈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60kW(82마력, 24.5kg·m)의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그런데 엔진은 앞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는 뒷바퀴를 굴린다. 물론 크랭크 샤프트에 붙인 스타터 겸 제네레이터가 필요할 때 엔진에 최대 15.3kg·m의 힘을 보태기는 한다. 시스템 전체 출력은 400마력이다.​​하지만 운전감각 못지않게 가속감각도 부드럽다. 시스템의 작동 과정에 이질감이 전혀 없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계기판의 파워미터가 타코미터로 바뀌고 엔진을 5,800~6,400rpm까지 돌리기도 한다. 0→시속 100km 가속을 5.6초 만에 끝내며, 가속페달을 다독이면 시속 40km까지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도 있다. ​반면 GLS의 운전감각은 웅장하다. 서스펜션의 수축이 빠르고 이완이 부드러워 굉장히 고급스럽다. 특히 무게가 이동할 때 운전자가 쾌감을 느끼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었다. 직선과 코너의 중간에서 쏟아내는 피드백이 굉장히 풍부하다. 제동을 해 무게를 앞으로 보내고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아주 매끈하게 앞머리를 비튼다. 이 큰 덩치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는 건 벤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S클래스를 만드는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대형차에 대한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반전이 시작된다. 서스펜션이 탄탄해지고 9단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한층 더 빠릿빠릿해진다. 특히 댐핑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과거의 에어매틱이었다면 이 무게(2,655kg)를 감당하지 못했을텐데, 지금은 굽이진 산길에서 V6 3.0L 디젤 터보 엔진의 높은 토크(63.2kg·m)를 마음껏 꺼내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에스컬레이드 ESV를 타고 도심 골목길을 지날 땐 왠지 모르게 범법을 저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스티어링 휠에 얹은 팔이 두꺼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차를 타서 마초가 되는 건지, 마초라서 이런 차를 좋아하게 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느릿느릿 굴러가는 거대한 쇳덩어리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 건 분명했다. 물론 그 뒤에 낮게 깔린 V8 6.2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거친 숨소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 ESV가 주는 즐거움은 그 정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은 차체를 버거워하고, 압력을 끊임없이 바꾼다는 댐퍼는 거칠어졌다. 아무리 공룡처럼 크다지만 조작과 반응 사이의 간극도 다소 아득한 편이었다.​​​합리주의와 풍요로움, 그리고 균형감각이제 결정을 내릴 시간이다. XC90 T8은 기대 이상의 매력을 뽐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뛰어난 공간활용성, 그리고 첨단 파워트레인으로 실현한 막강한 출력과 자연스러운 운전감각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비교시승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유럽식 합리주의가 다소 지나치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웰빙 음식이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칼로리 음식을 찾는 사람은 꽤 많다. 볼보는 이런 심리를 조금 더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면 에스컬레이드 ESV는 미국식 풍요로움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했다. 예상외로 빠듯한 3열과 거친 승차감이 별로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4~5명만 타고 느긋이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용도로만 사용하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하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연료 게이지. 3.3톤이 넘는 차체를 V8 6.2L 가솔린 엔진으로 밀어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만약 에스컬레이드 ESV가 9~10인승으로 각종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차라면 이마저도 눈감아줄지도 모르겠다.​GLS는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운전감각과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 이외에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가령 존재감은 에스컬레이드에게, 화려함은 XC90에게 밀렸다. 그런데 치명적인 매력이 없는 대신 모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비교시승에서는 이런 균형감각이 더 중요하다. 어느 한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단점을 꼼꼼하게 없애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시승에 참여한 기자 셋은 솔직해지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다. ‘이 중 한 대를 사라면 어떤 차를 살래?’ 둘은 GLS를, 다른 하나는 XC90을 쳐다봤다. 안타깝게도 에스컬레이드를 감당할 마초는 우리 중에 없었다. ​​*글 류민 기자 진행 김성래 기자,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 
4인4색 콤팩트 SUV 매력탐구 2017-02-07
독자 비교시승4인4색 콤팩트 SUV 매력탐구 2말3초 남녀와 발랄한 소형 SUV가 설레는 만남을 가졌다. 자동차와 애독자의 짜릿한 4대4 미팅, 탐색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선물상자를 열어보듯 한 대 한 대 몰아본 네 명의 패널은 사랑의 작대기를 건네듯 조심스럽게 마음에 드는 소형 SUV를 골라냈다. ​​왼쪽부터 장수연 (30세, 편집디자이너) SSANGYONG TIVOLI  ​박상호 (30세, 브랜드 매니저) RENAULT SAMSUNG QM3 류준 (29세, 기타리스트) CHEVROLET TRAX 오선영 (28세, 조각가) KIA NIRO 지난해 3월이었다. 우리는 세 여자로부터 세 대의 소형 SUV에 대한 시승 소감을 들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녀들은 자동차 전문기자들과는 사뭇 다른 섬세하고 참신한 시선으로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가장 뜨거웠던 세그먼트, 소형 SUV에 다시 주목했다. 네 명의 독자를 초대해 SUV 네 대와의 특급미팅을 주선하기로 했다.​소형 SUV 4강 기상도11개월 만에 다시 소형 SUV를 불러 모았다. 그동안 쌍용 티볼리는 무너져 가던 가문을 일으켜 세웠고, 가장 오래된 쉐보레 트랙스는 안팎으로 새 단장을 했으며, 르노삼성 QM3는 시들해진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애썼다. 그 사이 기아 니로도 등장했다.현재 콤팩트 SUV 세그먼트의 리더는 티볼리다. 시장을 평정한 티볼리는 작년 3월 적재공간을 확장한 티볼리 에어를 내놓으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티볼리 브랜드 합산 판매량은 5만6,935대로 전년 동기 티볼리 판매량보다 26.5% 늘었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월 1,000대도 팔리지 않던 이 시장의 개척자 트랙스는 10월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전월 대비 49.1%,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297대의 10월 판매량을 기록했다. 11월과 12월에도 월 2,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반면 트랙스와 함께 소형 SUV 선발대 역할을 했던 QM3는 3년의 시간이 가져온 식상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판매가 주춤한 상태. 작년 한 해 1만5,23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대비 40% 가량 줄어든 수치. 지난해 3월에 데뷔한 무서운 신인 니로는 월평균 2,000대 이상의 판매량으로 티볼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신차효과가 사라진 지금부터가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네 남녀, 소형 SUV를 만나다록밴드 ‘파블로프’의 기타리스트 류준(이하 ‘류’)은 르노삼성 SM5를 소유하고 있다. 악기와 앰프 등 장비를 가지고 이동할 일이 많은 그는 최근 소형 SUV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와 안정감을 주는 자동차를 선호한다. 차도 사람도 말이 잘 통해야 한다고. 목조각을 통해 시대의 초상을 담는 조각가 오선영(이하 ‘오’)은 BMW 120d 쿠페를 탄다. 운전경력 8년차 베테랑 운전자인 그녀는 자동차의 주행감을 가장 중시한다. 좋아하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 그녀는 SUV에 대한 동경을 보다 쉽게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소형 SUV의 가치라고 말한다.한 명의 아이와 한 명의 남편을 키우고(?) 있는 편집디자이너 장수연(이하 ‘장’)은 쌍용 코란도 스포츠에 이어 기아 쏘렌토를 몰고 있다. 캠핑을 좋아하는 그녀는 육아와 캠핑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자동차, 즉 카시트 장착이 편하고 실내공간이 넉넉한 SUV를 선호한다.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그녀는 한두 명 타기엔 코란도 스포츠만 한 차도 없었다고 회상한다.모터사이클 전문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가죽 브랜드 매니저 박상호(이하 ‘박’)는 차보다는 모터사이클을 애용한다. 그가 현재 타고 있는 모터사이클은 BMW F800S. 그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한다. 아직 차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언젠가 사게 된다면 만듦새가 좋은 소형차나 소형 SUV를 사고 싶다고.  소형 SUV를 만난 네 남녀는 4대4 미팅이라도 나온 듯 들떠 있었다. 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만지면서 각 차의 매력 찾기에 열중했다. 한 대 한 대 시승하면서 보다 깊은 교감도 나눴다. 카페에 둘러 앉아 각 차를 평가할 땐 여느 전문가보다도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KIA NIRO​#연비왕 #낮은전고 #깔끔한인테리어 #정숙성 #부드러움   니로는 경쟁자 중 가장 넉넉한 적재공간을 마련했다​​​“애 키우는 엄마다보니 뒷좌석공간을 관심 있게 보게 되는데, 뒷좌석공간이 네 대 중 가장 실용적이라고 느꼈어.”​박 니로는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어. 정장 입은 회사원이 타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이랄까. 개성이 너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티볼리와 QM3의 디자인과는 상반된 느낌이야. 니로의 스타일, 특히 여백이 많되 심심하지 않은 뒷모습이 마음에 들어.장 도시적이라고? 난 오히려 겉모습이 밋밋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주행을 하면 할수록 스티어링 감각이 직관적이어서 다루기 편했어. 실내 레이아웃도 합리적이라 사용하기 편하더라. 특히 애 키우는 엄마다보니 뒷좌석공간을 관심 있게 보게 되는데, 뒷좌석공간이 네 대 중 가장 실용적이라고 느꼈어.류 다른 세 대에 비해서 확실히 전고가 낮았어. SUV 형태라 공간은 넉넉하지만 주행감은 부드러웠어. 운전석에 앉아도 SUV를 탄 것 같은 껑충함이나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아.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의 감각이야. 하이브리드 SUV를 경험하는 게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실내분위기가 친근해서 좋았어. 박 인테리어는 네 대 중에 가장 세련된 것 같아. 분위기도 시원시원하고 만듦새도 가장 뛰어난 것 같아.오 내장에서나 외장에서나 니로의 디자인이 가장 안정적이었어. 니로를 제외한 세 대는 디자인이 너무 과장됐잖아. 쓸데없이 튀어나온 부분도 많고 괜스레 힘을 준 것 같은 인상도 받았어. 어떻게 좀 튀어볼까 하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엿보였다고 할까? 난 니로의 절제미와 전체적인 균형미가 마음에 들어. 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어땠어? 차가 EV 모드에 있을 땐 시동이 켜진 건지 꺼져 있는지 잘 모르겠던데.류 맞아. 난 처음 탔을 때 시동이 켜져 있는 줄도 모르고 출발하려고 시동버튼을 눌러서 전원을 꺼버렸어(웃음). 처음 몰기에 위화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승 동안에도 조금씩 익숙해져서 나름의 감각에 만족하게 되는 걸 보면 금방 적응될 것 같아. 무엇보다 어떻게 가속되고 어디에서 멈추고 어떻게 돌아설지 쉽게 예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박 나도 성능에 대한 불만은 없어. 하이브리드를 처음 타봤는데 가속 페달 조작감이 아주 섬세해서 여러 단계로 끊어서 조작할 수 있겠더라. 발을 얼마나 세심하게 놀리느냐에 따라 시스템 작동방식이 달라져서 연비가 크게 좌우될 것 같아.장 연비가 정말 잘 나오더라. 난 다른 것보다 연비가 제일 마음에 들어.오 결국은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구간이 길어질수록 연비가 잘 나오는 거지? 근데, 트렁크에 촬영 장비를 싣고, 남자 두 명이 함께 탄 채로 주행해보니까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 SUV라는 장르 자체가 짐을 넉넉히 싣고 사람도 편하게 탈 수 있어야 하는데, 막상 SUV답게 적재하고 탑승하니 가솔린차와 별 다를 게 없었어. 다만 엔진이 돌 때도 전기모터가 가세한다니 연비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듯해.박 연비가 좋은 대신 가격이 다른 차들보다 높기 때문에 차를 오래 탈수록 경제적인 메리트가 있을 것 같아.장 중소형 하이브리드카로 분류돼서 구입할 때 10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으면 트림 간 비교시 경쟁모델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거기에 저공해차 주차할인 받을 것까지 생각한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류 전기모터용 배터리를 평생보증하고, 10년/20만km까지 하이브리드 구동계 관련 핵심부품을 무상 보증한다는 점도 유지비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게 해주는 부분이야.오 디젤차를 타는 오너 입장에서 발진할 때의 가속감이 특히 인상적이었어. 내 차로는 부드럽고 매끈하게 가속하며 출발하는 게 정말 어렵거든. 근데 니로는 그동안 내가 출발할 때 느껴오던 거북함이 깨끗이 지워진 것 같은 느낌을 줬어. 박 전기모터로 구동하다가 가솔린 엔진으로 변환하는 순간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어? 나는 엔진소리를 들어야 알겠더라. 그만큼 페달 조작이나 가속감에 있어서의 이질감은 없었던 셈이야.오 시승 초기에는 ‘지금 전기모터로 가고 있나, 가솔린 엔진으로 가고 있나’ 계속 신경 썼는데, 운전을 하면 할수록 하이브리드카라는 걸 잊고 운전하게 됐어.장 내가 타는 구형 쏘렌토는 디젤 모델이다 보니 엔진소리가 좀 있는 편이야. 그 소리에 사람들이 피해주고 차들이 끼워주고 했던 것 같은데 니로는 EV 모드에서 소리가 거의 없으니까,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 안전을 위해 가상 엔진소리를 내는 차들도 있다는데 니로에도 그런 기능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을 빼앗은 넓은 뒷좌석자연스러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좋은 연비가 시승자들을 놀라게 했다    SSANGYONG TIVOLI​#탄탄함 #파워풀 #존재감 #극단적 #쌍용화이팅  쌍용 엠블럼은 튼튼하고 믿음직하던 아버지의 차, 코란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낸다​​“그동안 다소 투박한 느낌이던 쌍용차가 마음먹고 디자인에 기교를 부렸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야.”​​류 개인적으로 쌍용차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 아버지가 코란도를 굉장히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타셨던 기억이 있거든. 아버지 운전스타일이 와일드한 편이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나에게 있어 쌍용차는 무척 튼튼하고 힘 있는 차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어. 그 이름 안에 아버지 같은 듬직함이 깃들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티볼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아. 차를 처음 봤을 때 실망스러웠던 점은 인테리어였어. 조잡해 보이기도 하고 아직 정리가 덜 된 느낌이야. 이런 저런 기능을 넣긴 했지만 쓰는 사람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듯해. 박 내 감각이 올드한 걸까? 나는 터치방식보다는 뭐든 직접 눌러서 조작하는 게 좋아. 직관적이잖아. 나는 티볼리의 실내가 나쁘지 않았어. 조작방식은 새롭되 버튼이 다 나와 있는 느낌이라 이질감이 별로 없었거든.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평이한 레이아웃이라고 생각해.장 실내가 장난감 같아 귀엽기도 하던데…….오 주행감은 어땠어? 가속 페달을 밟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불안하고 불쾌한 느낌이 있었어.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장 맞아. 중간이 없는 느낌이야. 페달 조작에 따라 선형적으로 속도가 늘고 줄어드는 느낌이 아니라 온/오프 버튼을 조작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반응이었어.류 동감이야. 차 자체는 힘차고 탄탄한 느낌을 주지만 차가 너무 우악스러워. “가자” 하고 말하면 자기 혼자 앞서서 가버리고, “천천히”라고 말하면 그냥 확 멈춰 서 버리는 것 같아. 게다가 가속할 땐 한 순간 지체하다가 힘이 팍 쏟아지더라고. 네 대 중에 가장 다루기 불안했어. 박 한 템포 늦게 가속되는 감각이라 나는 좋던데. 쉽고 편하게 타기에는 그런 둔감한 면이 오히려 편하지 않아? 즉각적인 반응이 젊은 사람들에겐 좋을 수도 있지만 나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나 나이를 좀 드신 분들에겐 힘이 발휘되는 걸 예측할 시간이 조금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장 뒤늦게 발휘되는 힘 자체가 예측치보다 너무 강하다는 게 문제지. 가속처럼 감속도 초반에 강력하다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이야. 초반 제동력이 강력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브레이킹이 전반적으로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오 여러모로 투박해. ‘이래서 쌍용차를 군용차로 쓰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류 익스테리어 역시 인테리어나 주행감과 일관된 느낌이었어. 조립, 마감품질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야. 순전히 내 기준에서 니로의 디자인을 적정한 수준, QM3나 트랙스의 디자인은 한 두 터치가 더 들어가 과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티볼리는 대여섯 터치를 더해 덕지덕지한 느낌이야.장 그래도 뒷모습은 예쁘지 않아? 탄탄하고 꽉 찬 느낌이잖아.류 나는 일단 테일램프에 들어간 크롬장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박 길에서 많이 보이니까 눈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티볼리가 잘 팔린다는 기사도 많이 접해서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선입견이 작용했던 것 같아. 그 전에 길에서 마주쳤을 땐 티볼리 디자인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구석구석 뜯어보니 과하게 멋을 부린 부분들이 눈에 띄긴 하더라. ‘마음먹고 디자인 한번 해봤어’ 라는 듯한 장식 요소가 너무 많아. 장 티볼리를 길에서 처음 봤을 때 주변 사람에게 “저 차 뭐야?”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나. 처음엔 정말 수입차인 줄 알았어. 개인적으로 과시적인 디자인이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예뻐서 튀는데 어때? 민숭민숭한 차보다는 존재감 있는 차가 낫지 않아? 그동안 다소 투박한 느낌이던 쌍용차가 마음먹고 디자인에 기교를 부렸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야.박 내가 티볼리를 긍정적으로 보는 밑바탕엔 그동안 내우외환을 겪어온 쌍용차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어. 티볼리가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 오 티볼리가 그동안 제일 잘 팔렸던 이유는 가격정책 덕이 아닌가 싶어. 젊은 사람들이 주로 타는 차다보니 최종 선택은 아무래도 차 값에 크게 좌우되었을 것 같아.​​​버튼과 다이얼로 구성되어 있는 익숙한 조작부가 친근하게 느껴진다애플힙으로 뒤 차 운전자를 유혹하는 티볼리​  RENAULT SAMSUNG QM3#말랑한승차감 #문제의컵홀더 #서랍형글러브박스 #순한외모 #여성적  ​다부지고 앙증맞은 디자인이 경쟁자에 비해 여성적이다“묵직한 느낌은 없지만 가속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감속이 예측가능하다보니 운전이 재미있었어.”오 전반적으로 여성적인 느낌이야. 올망졸망하고 말랑말랑한 구성과 세팅.박 처음에 QM3를 봤을 때 ‘나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했어. 외부에서부터 내부에까지 번쩍번쩍 그로시한 느낌을 준 게 내 취향도 아닐뿐더러 저렴해 보여. 실내공간도 가장 좁았어. 내가 체격이 큰 편이라 실내공간에 민감하거든. 장 아무리 소형 SUV라도 SUV인 이상 실내공간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해.류 하이글로시 내장재는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보다 별로였던 건 센터페시아에 터치 디스플레이 하나 달랑 있는 레이아웃이야. 전혀 내 취향이 아니거든. 난 차라리 버튼이 여러 개 있는 인테리어가 더 편하고 기계식 버튼이 적재적소에 있으면 그게 베스트야. QM3를 타면 ‘뭔가 조작해봐야겠다, 음악을 들어볼까?’ 하는 기분조차 들지 않았어.오 탈착형 갤럭시 탭이 들어가는 옵션이 있는데, 그건 어때?류 별로 끌리지 않아.박 나도. 태블릿은 태블릿, 차는 차야.박 단점이 많이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주행감을 가지고 있어. 딱 내가 원하는 만큼 가속되고, 돌고, 섰어. 시트포지션도 나에게 딱 맞는 느낌이야. 묵직한 느낌은 없지만 가속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감속이 예측가능하다보니 운전이 재미 있었어.류 고속주행을 할 땐 좀 별로였지? 네 대 중 출력이 가장 약하잖아. 내가 느끼기엔 뒷심이 부족한 것 같던데. 박 나는 고속주행을 거의 하지 않아. 어떤 차를 타도 시속 120km 이상 달리면 불안하더라고. 모터사이클은 손으로 핸들을 쥐고 다리로 차체를 붙잡고 달리다보니 안전한 느낌인데, 오히려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면 잡을 데가 없어서 불안해. QM3를 몰아보니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빠듯한 실내공간이 장점으로 바뀌었어. 실내 패널이 내 몸에 착 밀착해서 잘 잡아주는 게 안정감을 줬거든. 여러모로 모터사이클을 타는 내 성향에는 가장 잘 맞는 차야.장 나도 주행감이나 승차감은 QM3가 좋았던 것 같아. 말랑말랑 폭신폭신한 느낌이 좋더라. 그러면서도 시내에서는 답답할 일 없는 달리기 실력을 갖췄고. 류 나는 외관, 실내, 승차감 모두 애매했어. 니로는 세단 같은 부드러움이 익숙하다고 느껴졌고, 트랙스는 SUV를 작게 줄여놨구나 하는 인상을 줬고, 티볼리는 강인하고 파워풀한 이미지를 살리려고 애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근데 QM3는 끝내 뭐라고 형언하기 애매하네.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소형 SUV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QM3는 그중에서도 가장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델이야. 오 문제의 컵홀더가 있던 차야.류 컵홀더가 이상한 데 있더라고.박 컵홀더 위치가 지나치게 뒤에 있고 깊숙이 있는 것도 불편하지만 컵홀더를 이용하려면 센터콘솔을 뒤로 젖혀야 한다는 것도 문제야. 만약 콘솔 안에 쏟아질 염려가 있는 물건이 들어 있다면 음료 한 잔 마시는 동안 다 뒤집어지고 말거야. 게다가 컵홀더 두 개 중 하나는 요구르트 병이나 들어갈 만큼 작았어.  장 나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실내 수납공간을 중시하는 편인데 글러브박스가 서랍형이라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어.오 나도 마찬가지야 DSLR 카메라를 넣고도 공간이 남더라고.류 나도 그건 인정해. 하지만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 내장재 질감을 생각해봐. 버튼 조작감도 투박했어. 박 나는 운전하고 달리는 게 너무 즐겁다보니 달리는 데 집중하라고 만든 차구나 했어(웃음). 운전느낌만 놓고 봤을 때는 좋은 것 같아.오 디자인이 비호감이야.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잖아.류 익스테리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같아.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순한 느낌.장 디자인이 눈에 익어서 딱히 거슬리는 점은 없지만 임팩트는 없어. 한마디로 아빠차 같아. 안정감도 있고 꽤 괜찮은 차지만, 내가 살 것 같지는 않아.  넓고 깊어 실용성이 좋은 서랍형 글러브박스 유럽차다운 달리기실력이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반하게 했다 ​  CHEVROLET TRAX​#달리기성능 #탄탄함 #세련된인테리어 #패밀리룩 #김원중  ​부분변경을 거친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보닛 앞부분이 눌린 듯 디자인이 세련돼 보여. 페이스리프트 전보다 확실히 샤프해졌어.” 오 일단 단단한 느낌. 크기가 작아도 SUV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어. 주행감이 가장 SUV스러운 느낌이야. 물론 반대로 얘기하면 승용 감각과는 조금 차이난다는 말이지.​류 개인적으로 트랙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형이 GM대우 윈스톰을 탔었거든. 예전에 몰아본 형 차와 반응이나 스티어링 조작감이 상당히 비슷해. 크기만 조금 작다뿐이지 딱 디젤 SUV같은 주행감각이야.​박 나도 무겁게 나가다가 끝에 가서 힘이 있는 세팅이 나쁘지 않더라.​장 다들 주행감이 좋았다고 하는데 나는 트랙스의 주행감이 가장 별로였어. 스티어링 조작감이나 브레이크나 모두 어색해. 스티어링 휠도 너무 가늘어서 그립감이 좋지 않았고 시트도 QM3나 니로에 비해 너무 딱딱한 느낌이야. 차랑 내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았어. ​오 시트는 정말 불편해. ​박 나는 오히려 탄탄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이라 편했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게 정말 다르구나.​오 기어레버를 쥐었을 때 앞쪽에도 버튼이 있고 왼쪽 측면에도 버튼이 있어서 헷갈려. 자세히 보니 앞쪽은 변속레버를 P-R-N-D 사이로 움직일 때 누르는 언록버튼이고, 측면 버튼은 수동 모드에서 단을 올리고 내리는 변속버튼이었어. 내 차가 기어레버 측면에 언록버튼이 있다보니, 자꾸만 측면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서 기어레버를 움직이게 되더라고. ​장 나도 뭐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거였구나. 티볼리에도 같은 위치에 수동 모드 변속버튼이 달려 있어. 그런데 티볼리는 P-R-N-D 사이로 조작할 때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는 스텝게이트 방식이라 같은 위치의 버튼이라도 신경이 덜 쓰였던 것 같아.​박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트랙스 광고를 봤어. 김원중이 나온 광고였는데 모델도 차도 정말 멋있더라고. 특히 패밀리룩을 입은 전면부가 잘 생겼어.​류 항간에선 살찐 스파크 아니냐고 비웃기도 하던데. 실물로 보니 멋져.​박 보닛 앞부분이 눌린 듯 디자인이 세련돼 보여. 페이스리프트 전보다 확실히 샤프해졌어. 멀리서 얼핏 보면 카마로가 떠오르기도 해.​류 대시보드 디자인이 특히 좋아. 가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재질감도 좋고 가죽 위에는 큼지막한 스티치가 들어가 있어서 예뻐. 타코미터 시인성도 좋아.​오 가죽 내장재의 큼지막한 스티치가 주는 감각이 마음에 들어. 인테리어 느낌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워 보여.​박 실내가 좁은 건 아쉬워. QM3보단 나아 보였지만 나머지 두 대에 비하면 확실히 좁아.​장 맞아. 나는 유아용 카시트도 설치해야 하고 짐도 많이 싣는 편이라 내 차로 쓰기에는 조금 버겁겠다 싶어.​박 나는 차선을 바꾸지 않을 때에도 주변을 자주 살피면서 운전해.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생긴 버릇이야. 그런데 트랙스를 탈 때는 유독 B필러가 내 측면 시야를 딱 가리더라고. 그렇다고 시트를 더 앞으로 당기기자니 다리공간이 부족했어. 숄더 체크 없이 차선을 바꾸려니 너무 불안하더라고. ​류 직업상 차 안에서 무언가를 들어야 할 때가 많아. 음원 믹싱을 하러 가거나 마스터링을 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을 중시하는데 트랙스에 달린 보스 오디오는 무척 인상적이었어. 개인적으로 저음이 강력한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내 취향과는 멀었지만. 트랙스 못지않게 니로도 좋았는데, 최상위 트림 모델을 시승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 크렐 오디오 시스템이 어떨지 궁금하거든.  ​장 센터콘솔 뒷면에 220V AC전원 아울렛을 마련한 점이 마음에 들어. 주행 중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충전하기 편할 것 같아. 가족 나들이나 캠핑을 떠날 땐 차에 충전할 곳이 많을수록 좋지.​​​최고급 트림에 들어가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시승자의 귀를 즐겁게 했다  디젤 SUV 본연의 묵직하고 탄탄한 주행감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른 아침 시작된 시승은 해질녘이 되어서야 끝났다. 하지만 네 남녀는 지칠 줄을 몰랐다. 4대의 시승차에 대한 대화는 밤이 이슥하도록 이어졌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각자가 발견한 소형 SUV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장 중형 SUV를 타다가 소형 SUV를 타보니 시트포지션이 낮고 시야가 좁아서 처음에 불안했어요. 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타면 탈수록 다루기 쉬웠죠. 사이즈는 작지만 SUV답게 트렁크공간이나 뒷좌석공간을 잘 챙겼다는 점과 착한 가격이 매력적이에요.​오 소형 SUV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직접 경험해보니 ‘SUV의 여러 장점을 갖고 싶지만 커다란 차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소형 SUV는 SUV에 대한 로망을 좀 더 쉽게 실현해주는 차예요. ​류 SUV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작고 저렴한 차, 짐을 넉넉히 실을 수 있고 적당히 힘 있고 튼튼한 차, 크기나 가격에 부담이 없는 차. 소형 SUV는 다방면에서 매력적인 차입니다. ​박 국내 소비자들은 유독 소형차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대형급 세단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도 그래서겠죠? 오늘 경험해 보니 소형 SUV는 해치백이나 소형·준중형차의 대안으로서 충분해 보였어요. 공간활용성이 좋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품을 수 있어 마음에 드는 세그먼트입니다.​​​​​마지막으로 시승차 중 한 대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차를 고를지 물었다.장 니로요. 조용하고 깨끗한 차라 아이랑 타기 제격이에요.오 저도 두루두루 따져보았을 때 니로가 가장 괜찮다고 생각해요. 박 한 대만 골라야 한다면 주행 감각이 제 스타일인 QM3를 고를게요. 류 저는 니로를 고르겠습니다. 공간으로 보나 파워트레인으로 보나 기존 소형 SUV의 한계를 넘어선 차라고 생각해요.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마세라티 르반떼 S 2017-02-06
MASERATI LEVANTE S질풍의 아리아르반떼가 달린다. 산들바람처럼 도심을 누비다 질풍이 되어 고개를 넘는다. 르반떼가 불어온다. 바람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투란도트 아리아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마라). 관성을 잡아끄는 질주의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땀 맺힌 등짝과 시트 사이엔 숨 쉴 틈조차 없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변속로직이 바뀌어 회전수가 치솟는단 말이고, 서스펜션이 잔뜩 조여졌다는 이야기이며, 스티어링 매개변수가 달라졌다는 뜻이자, 배기 바이패스 시스템이 뉴매틱 밸브를 열어젖혔다는 의미다. 회전계 바늘이 5,000rpm을 넘어 레드존을 찌를 듯 맹렬해질 때, V6 엔진의 날숨은 최단거리를 달려 네 가닥 성대를 사납게 울린다. 엔진이 뿜는 힘이 속도와 소리로 치환돼 악명 높은 시그니처 사운드를 대기 중에 펼쳐낸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칼날처럼 서늘한 금속 패들시프트를 오른손 중지로 튕겼다. 끊어질 듯 팽팽하던 선율은 한 단계 누그러졌다가 이내 탄성적으로 치솟는다. 오른발에 힘을 풀지 않는 한, 끝없이 새로운 클라이맥스로 질주할 태세다. 이탈리안 테너의 우렁찬 성대가 3단 고음이든 4단 고음이든 너끈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걸 믿게 될 때쯤, 차체 하부와 노면의 간격은 187mm까지 좁혀졌다. 묵직한 유압식 스티어링 휠을 좌로 우로 휘저어도 불안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이 차의 앞뒤 무게배분은 50:50, 무게중심은 세상의 어떤 SUV보다 낮다. 인텔리전트 AWD Q4 시스템은 앞뒤 50:50에서 0:100까지 0.15초 간격으로 구동력 배분율을 달리 한다. 430마력의 힘이 모두 뒷바퀴에 실리는 순간, 폭 295mm의 뒤 타이어는 지면을 쥐어뜯듯 밀어낸다.    최저 187mm, 최고 247mm까지 5단 계로 지상고가 조절되는 에어서스펜션이 들어간다  산들바람 같다가도 일순 질풍이 되어 몰아치는 지중해 바람, 르반떼라는 이름 뒤에 ZF 8단 자동변속기가 있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에 따라 분절 없이 매끄러운 가속과 재빠르고 역동적인 기어 시프팅을 모두 소화해내는 숨은 공신이다.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스포츠, 오프로드 세 가지 모드는 각각의 색채가 강해 이 한 대의 차로 세 가지 엔진, 세 가지 트랜스미션, 세 가지 서스펜션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주행모드를 I.C.E.에 놓고 달리면 풍요롭고 여유로운 주행감이 마치 GT카의 그것같다  바람의 이름을 가진 SUV가 바람을 베며 달린다. 그 감각이 어찌나 예리한지 SUV의 숙명과도 같은 풍절음도 거의 일지 않는다. 르반떼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1. 지구상의 모든 SUV 가운데 가장 낮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자리한 에어셔터는 평소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닫혀 있다가 냉각이 필요할 때만 열린다. 덕분에 이 거대한 SUV는 뼈대를 공유하는 기블리뿐만 아니라 포르쉐 911, 메르세데스 벤츠 SLC 등의 스포츠카와 동등한 공력성능을 자랑한다.  엠블럼 상단에는 서라운드 뷰를 위한 카메라가, 엠블럼 안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센서가 담겨 있다. 그릴 안쪽에 자리한 에어셔터는 평소엔 닫혀 있다가 냉각이 필요할 때만 열린다   빅뱅 이래 가장 관능적인 SUV첫 만남이 떠올랐다. 지난해 부산모터쇼는 유구한 브랜드 역사 최초의 SUV 공개로 들썩였다. 벤틀리 벤테이가, 재규어 F-페이스, 마세라티 르반떼는 럭셔리 SUV 전국시대를 예고했다. 해운대 앞바다에 몰아친 지중해 바람은 폭풍성장 중인 SUV 시장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칼자국처럼 선연한 두 눈은 사납기 그지없었고, 거대한 입은 포악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성난 파도와 같이 안으로 굽은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엔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가 번뜩이고 있는데, 흉흉한 인상 탓에 파괴의 신 시바의 트리슈라로 보일 지경이었다. 양쪽 앞 펜더에 자리한 세 발짜리 에어벤트, C필러에 각인된 세타 로고, 역삼각형 테일램프는 이 낮선 차가 틀림없이 마세라티일 것이라는 다짐이다. SUV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기다란 노즈, 바람조차 미끄러질 것 같은 쿠페형 루프 라인, 윈도 프레임이 없는 네 개의 도어, 당기면 튕겨나갈 듯 한껏 부풀어 있는 리어 펜더는 이 SUV의 아이덴티티가 스포츠 쿠페에 맞닿아 있다는 암시다.   당기면 튕겨나갈 듯 한껏 부풀어 있는 리어 펜더는 이 SUV의 아이덴티티가 스포츠 쿠페에 맞닿아 있음을 암시한다 르반떼의 정점에 선 르반떼 S, 그 가슴팍엔 인상만큼이나 살벌한 심장이 달린다. 이탈리아 마라넬로 페라리 공장에서 만들어진 V6 3.0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F160)은 페라리 488 GTB, 캘리포니아 T에 들어가는 V8 엔진(F154)에서 두 개의 실린더를 덜어낸 유닛이다. 따라서 연소실 디자인, 유압식 롤러 핑거 팔로워와 4개의 캠 작동장치를 통한 밸브 컨트롤, 직분사 기술, 병렬식 트윈 터보차저 등이 페라리 엔진 그대로다.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에 실려 최고출력 410마력을 내뿜던 강력한 심장은 르반떼 S에 와선 더욱 대담하게 430마력의 힘을 쏟아낸다.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제작한 430마력 V6 엔진 주행모드를 I.C.E.에 놓았다. 배기 시스템의 바이패스 밸브가 닫히자, 성난 숨소리가 다소 진정되었다. 노랫소리를 걷어내고 나면 시야가 좋은 GT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풍요롭고 안정된 주행감만 남는다. 조용해진 차 안을 16채널 1,280W B&W 사운드로 채운다면 금상첨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노래가 승객을 매료시킨다.  배기 시스템에 달린 바이패스 밸브가 주행모드에 따라 배기음을 달리한다​여유롭게 달리다보니 비로소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낌없이 쓰인 최고급 가죽은 스티어링 휠에서 운전자의 피부를 만나 농밀한 스킨십을 나눈다. 선택할 수 있는 실내 가죽 컬러는 총 28가지. 제냐팩이 적용된 시승차는 도어 패널과 시트 등받이 중앙, 루프 라이닝에 이탈리아 수트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원단이 들어갔다. 필러와 헤드라이너를 덮은 고급 스웨이드는 그 소재감으로 융숭한 대접을 하고, 원목 우드트림은 인테리어에 화룡점정을 한다. 포악한 성질을 대변하는 커다란 합금 시프트패들은 광택이나 감촉이 무척 고급스럽다. 하지만 칼럼에 고정되어 있어 조향 중 조작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 이 패들이 방향지시 레버 사용을 방해한다는 점도 아쉽다.  최고급 가죽과 원목 우드트림이 어우러진 고급스런 실내​커다란 시프트패들은 소재감이 일품이다. 칼럼 고정식이라 스티어링 중에 사용하기 어렵고 방향지시 레버조작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 아쉽다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8.4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새로운 로터리 컨트롤은 이 차가 마세라티 100년 역사의 최신작이라는 표식이다. 럭셔리 패키지가 적용된 시승차는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팩 플러스가 기본 적용되어 전방충돌경고, 차선이탈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알림, 서라운드 뷰 등 최신 고급차가 응당 품어야 할 안전기능을 살뜰히 챙겼다. 한글화가 이루어진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만족스럽다. 다만 스포츠 서스펜션을 ‘스포츠 현탄액’이라고 표기하는 자동번역기 수준의 어휘 선택은 눈에 거슬렸다.  1 대시보드 상단에는 럭셔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아날로그 시계가 달렸다 2 주행모드 버튼, 차고조절 레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로터리 컨트롤이 기어노브를 둘러싸고 있다 3 쿠페의 상징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됐다. B&W 오디오 시스템(옵션), 에르메네질도제냐 실크(옵션)와 우드트림, 최고급 가죽이 어우러진 도어 패널은 호화롭기 그지없다 4 콘솔박스 내에 냉·온장이 가능한 두 개의 컵홀더가 숨겨져 있다  날렵한 몸매에 속기 쉽지만 르반떼는 의외로 덩치가 크다. 차체의 길이×너비×높이가 5,003×1,968×1,679mm, 휠베이스 3,004mm로 크기로 치면 BMW X6와 난형난제다. 3m가 넘는 휠베이스, 돌출부가 높지 않은 센터 터널, 깊이 파인 2열 천장 덕에 뒷자리 공간은 넉넉하다. 580L 기본 적재공간도 나쁘지 않은 수준. 다만 쿠페형 루프 라인으로 인해 키가 큰 짐은 싣기 어렵다.  1 트렁크용량은 580L. 분할 폴딩과 스키스루를 지원한다 2 해치도어 개폐 버튼이 트렁크 입구에 달려 있어 키가 작은 여성 운전자도쉽게 조작할 수 있다 3 최고급 가죽과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가 어우러진 시트. 헤드레스트에 수놓인 삼지창 엠블럼이 왕관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4 리클라이닝이 가능한 2열 시트. 센터 터널이 낮고 천장이 깊이 파여 공간이 넉넉하다5 충전용 USB 단자. 뒷자리 승객도 스마트폰을충전할 수 있다  모험가를 위한 마세라티같은 말을 계속 되뇄다. ‘마세라티를 타고 험로를 달리고 있다. 마세라티를 타고 험로를 달리고 있다. 마세라티를 타고…….’ 믿을 수 없었지만 진짜다. 마세라티가 자갈과 흙, 모래를 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187mm까지 주저앉았던 지상고는 247mm까지 껑충해졌다. 네 바퀴가 제각기 둔덕과 웅덩이를 극복하는 중에도 차체는 굳건했다. 문득 깨달았다. 뼈대를 나눈 기블리보다 20% 높은 차체강성은 험로주행을 위한 대비였다는 걸.   마세라티가 이 어려운 걸 해냅니다. 자그마치 100년 만에 인텔리전트 AWD Q4 시스템은 광범위한 매개변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한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는 뒷바퀴에 더 많은 구동력을 전달해 역동성을 높이다가 뒷바퀴가 그립을 잃을 경우엔 앞바퀴에 구동력을 싣는다. 뒤쪽에는 기계식 셀프 로킹 디퍼렌셜을 표준으로 장비했다. 오프로드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똑똑한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힐 디센트 컨트롤이 노면 적응력을 한껏 높인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 레이아웃에 에어 스프링과 전자 제어식 스카이훅 쇼크 업소버를 더한 하체가 온로드에서나 오프로드에서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한다. 마세라티가 SUV를 처음 선보인 건 2003년이다. 14년 전 등장한 마세라티 쿠방(Kubang)은 V8 엔진을 얹은 쿠페형 SUV 컵셉트였다. 7년간 잠들어 있던 쿠방 컨셉트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새 디자인을 입고 부활했다. 생존신고를 올린 마세라티의 SUV는 지난해에 와서야 비로소 기블리/콰트로포르테 플랫폼을 사용한 양산 모델로 공개됐다. 자바 섬의 바람(Kubang)이 14년의 유랑 끝에 지중해의 바람(Levante)으로 불어온 셈이다. MASERATI of SUV. 르반떼의 탄생을 알린 말이다. 먼지 쌓인 ‘성문종합영어’를 펼쳐 봐도 깨닫지 못했던 이 말의 의미를 르반떼는 온몸으로 이해시켜줬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마세라티의 열정과 성능, 고급스러움이 이 거대한 SUV에 그득히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뚱뚱한 마세라티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르반떼로 인해 더 많은 마세라티가 더 오래 세상에 머물 수 있게 될 거란 사실. 주행모드를 다시 스포츠에 놓았다.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V6 엔진의 날숨이 최단거리를 달려 네 가닥 성대를 사납게 울린다. 악명 높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진다. 마세라티의 지난 100년과 다음 100년이 바람결에 살포시 겹쳐진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MERCEDES-BENZ GLE 350d 4MATIC .. 2017-02-02
​MERCEDES-BENZ GLE 350d 4MATIC COUPE스포츠 DNA를 품은 온로드 SUV절묘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요소가 한 테두리 안에 잘 녹아들었다. 경계의 모호함이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시승에 앞서 영상 한 편을 봤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작한 GLE 쿠페 광고인데, 요약하자면 ‘AMG GT+G클래스=GLE 쿠페’란 내용이었다. 영상미도 화려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해서 뇌리에 깊게 박혔다. 궁금했다. 스포츠카와 SUV의 결합물이 만들어낼 주행감각이. 차를 모는 내내 온 신경을 열어뒀다. 처음에는 감도 잘 안 왔다. 그저 보통의 SUV를 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점차 차와 교감하는 시간이 늘면서, 두 장르가 빚은 독특한 운동성능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큰 덩치에 안 맞게 날렵한 몸놀림을 구사하는가 하면,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땐 차고를 높여 별 무리 없이 험로를 헤쳐 나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온로드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SUV 특유의 성격은 지켜낸 것이다. 뭔가 우월한 존재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GLE 쿠페를 알아가면서 한편으로는 쿠페형 SUV 시장을 개척한 BMW X6가 떠올랐다. 무려 7년이나 시장에 늦게 등장한 GLE 쿠페에게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경쟁 모델’이기 때문이다. 아직 X6를 경험하지 못해 두 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 않나. 시승 도중 간간히 마주친 라이벌을 바라보며 괜스레 GLE 쿠페를 응원하게 되었다. 시작이 좀 늦었을 뿐, 기술력이나 디자인 등에서 결코 뒤처지는 모델이 아니어서다.​​​AMG 라인으로 외관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실내​ 스포츠 모드가 포인트속도계 바늘이 금세 치솟는다. V6 3.0L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9G 트로닉)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덕분이다. 1,600rpm부터 터지는 63.2kg·m의 풍부한 토크가 발끝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묵직하면서도 날쌔게 돌진한다. 0→시속 100km 가속 성능은 7.0초. 길이 4,880mm, 너비 2,030mm, 높이 1,725mm의 커다란 차체와 2.4톤에 이르는 무게를 단번에 잠재운다. 구동방식은 네바퀴굴림.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이 전륜과 후륜에 50:50 균일한 힘을 배분하고, 전자식 트랙션 시스템이 각 바퀴에 적절히 힘을 보내 접지력을 향상시킨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상당하다. 주행모드는 인디비주얼, 스포츠, 컴포트, 미끄러운 노면으로 구성되는데, 개인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인디비주얼을 제외한 각 모드는 제각기 분명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스포츠 모드! 차를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기본이 되는 컴포트 모드는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의 균형과 효율을 중요시한다. 답답함 없이 잘 나가고 편안한 승차감을 보인다. 아울러 L당 10.1km의 복합연비에 근접한 효율성을 구현한다. 젖은 노면이나 빙판길을 위한 미끄러운 노면 모드는 엔진과 변속기의 움직임을 억제하면서 주행안정장치의 적극적인 개입을 돕는다. 특정 환경을 위해 만들어 놓은 모드라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것이 아쉽다. 더욱이 시승날은 하루 종일 기온이 높았으며,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이어져 쓸 일이 없었다.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스포츠 모드는 안 그래도 잘 달리는 차를 더욱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앞당겨진 변속 시점과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에 의해 팽팽해진 댐퍼, 그리고 에어 서스펜션으로 15mm 낮아진 차고가 역동적인 가속은 물론 민첩한 거동을 완성한다. 컴포트 모드 대비 확연하게 빨라진 가속 응답성과 웅크린 자세 덕분에 운전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을 번뜩이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스티어링 휠은 민감해지고 불필요한 거동도 잦아든다. 롤링과 피칭이 단단한 하체 아래 숨을 죽인다. 여기에 노면을 끈적하게 붙잡는 앞 275/45 R21, 뒤 315/40 R21의 스포츠 타이어(피렐리 P제로)까지 더해지니 직선은 물론 코너에서도 망설임이 없다. 시야만 좀 높을 뿐이지 전반적인 주행질감은 스포츠카에 근접한 느낌이다. 일반적인 SUV의 범주에서 벗어난 GLE 쿠페는 온로드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렇다고 본질을 놓친 것은 아니다. 대단한 기능은 아니지만, 거친 노면으로 인해 하부에 손상이 갈 경우 차고 조절 버튼을 통해 지상고를 50mm까지 높일 수 있다. 아주 험한 오프로드만 아니면 험로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 참고로 시속 80km가 넘어가면 높아진 키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인디비주얼, 스포츠, 컴포트, 미끄러운 노면으로 구성된 주행모드​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생김새루프에서 트렁크 끝단으로 유려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SUV의 투박함을 싫어하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일반적인 쿠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의 멋을 연출했다. 테일램프는 S클래스 쿠페, E클래스 쿠페 등에서 봐왔던 모양새와 같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쿠페 모델 전용으로 디자인한 뒷면 스타일이 쿠페형 SUV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루프 라인과 더불어 이 차의 캐릭터를 강하게 피력하는 부분이다. 앞 범퍼는 큼직한 공기 흡입구로 가득하다. 최대한 많은 양의 공기를 빨아들여 출력을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프론트 스플리터와 보닛 벤트, 직경 53.3cm의 21인치 AMG 5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스포티한 멋을 더한다.     앞 275/45, 뒤 315/40 사이즈의 21인치 타이어 실내는 AMG 라인의 인테리어로 외관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림 하단을 잘라낸 D컷 3스포크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원형의 고무 발판이 촘촘히 박힌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페달, AMG 로고가 새겨진 바닥 매트 등이 평범함을 거부한다. 날개가 두툼한 AMG 나파 가죽 스포츠 시트도 이런 환경을 거든다. 전방 시야는 운전석을 최대로 낮춘 상태에서 신형 E클래스 대비 260mm 높은데, 승용차 지붕 정도는 거뜬히 보일 정도로 높다. 이런 신체적인 애로 사항(?)을 가졌음에도 가뿐한 몸놀림을 드러내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기술의 힘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하만 카돈의 로직7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갔는데, 차 곳곳에 14개의 스피커가 장착되어 입체적인 해상력을 선사한다. 소리를 크게 키워도 청명한 음질을 자랑한다.  ​​날개가 두툼한 AMG 나파 가죽 스포츠 시트청명한 음질을 자랑하는 하만카돈 로직7 사운드 시스템​ 매력적인 결과물GLE 쿠페에는 광고를 통해 보여준 메르세데스 벤츠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AMG GT+G클래스=GLE 쿠페’라는, 단순하면서도 오묘해 보일 수 있는 공식이 매력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전 영역에 걸쳐 끈기 있게 힘을 내뿜는 드라이브 트레인과 온·오프로드를 모두 유연하게 대처하는 하체, 여기에 2,915mm의 긴 휠베이스는 물론 기본 650L에서 최대 1,720L까지 늘어나는 적재공간이 한 테두리 안에 공존한다.   쿠페 스타일이지만 헤드룸은 넉넉하다최대 1,720L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공간  가격은 1억600만원.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값은 아니지만 아직 이런 형태의 차는 흔치 않다. 따라서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이지 않는 차를 선호하고, 동시에 스포츠카와 SUV의 장점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GLE 쿠페는 둘도 없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쌍용 코란도 C 2017-01-25
SSANGYONG KORANDO C힘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라이프사이클의 후반기에 접어든 코란도 C가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새로운 앞모습을 통해 차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적당한 승차감과 출력은 일반도로에서 특출한 매력을 찾기 힘들지만 오프로드에 끌고 들어가면 여전히 SUV 명가다운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신형 코란도 C의 앞모습이 초대 컨셉트카의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이미 구형이 된 독일산 SUV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페이스리프트는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코란도 C의 컨셉트카 C200의 디자인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 입체감을 줄이고 직선 위주로 다듬은 앞모습은 원래 쌍용이 의도했던 디자인으로, 데뷔 전 이탈디자인이 리터칭을 가하면서 2011년 초대 시판 모델이 나온 것이다(알려진 바와 다르게 코란도 C는 이탈디자인이 처음부터 디자인한 차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거의 10년 전의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업데이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테일램프 디자인도 같이 바뀌었으면 좋았으련만 뒷모습의 변화는 리어 범퍼 정도에만 머물렀다. 뒤쪽 패널 전체를 바꾸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었던 것일까.실내에서도 소소한 변화는 감지된다. 대시보드의 형상은 바뀌지 않았지만, 밋밋하던 스티어링 휠을 보다 감각적인 티볼리의 것으로 대체했고, 계기판은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사용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소형 LCD 패널도 추가되어 전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이너 체인지된 앞모습은 과거 C200 컨셉트카를 떠올리게 한다​​​대시보드 분위기가 약간 새로워졌다​​새로운 수퍼비전 계기판과 티볼리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바닥이 평평하고 등받이 경사각을 크게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2.0 같은 2.2 유로6 디젤 엔진디자인에 소소한 변화를 담은 것과 달리 파워트레인은 그대로다.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는 불만을 느낄 여지가 없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과거 DSI 변속기의 거지 같은 성능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엔진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유로6의 빡빡한 배기규제를 만족시키면서 출력문제를 해소하고자 만든 2.2L 엔진은 이게 ‘2.0L 미만’이었다면 괜찮았을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 보았지만, 178마력과 40.8kg·m에 이르는 제원상의 수치가 전해주어야 할 뭉클한 토크감은 좀처럼 느끼기 힘들다. 요즘처럼 접지력이 떨어지는 겨울날, 타사의 2.2L 디젤은 토크 스티어 때문에 가속 페달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지경인데 말이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LNT(희박질소포집) 방식 대신 SCR(요소수) 방식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땠을까? 2.0L급 유로6 디젤 엔진, 그리고 경쟁이 될 만한 출력 확보는 현재 쌍용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 성능은 준수하다 ​​2.2L 디젤 엔진의 출력은 평범하다​​​그래도 대단한 오프로드 실력뜨뜻미지근한 출력, 편안한 승차감, 느슨한 스티어링 반응. 코란도 C는 온로드 주행에서 특별한 점을 찾기는 어려운 차다. 전통적으로 오프로드에 충실한 쌍용 SUV이니만큼 막연한 기대를 안고 오프로드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4륜구동 차로서의 성능을 운 좋게 경험할 수 있었다.코란도 C는 모노코크 보디의 도심형 SUV이지만 오프로드에서 의외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180만원짜리 옵션인 상시 4륜구동은 모드 전환이 불가능한 AWD 방식으로 평소에는 뒷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지만 앞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 즉시 개입한다. 얼어붙은 진흙언덕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뒷바퀴의 추진력을 받아 언덕을 거침없이 올라간다. 진창에 빠져 속도가 더뎌질 때쯤 디퍼렌셜 록 기능을 켠 뒤 조금씩 가속 페달을 밟는다. 헛바퀴만 돌던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슬슬 앞으로 다시 전진하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 저리 돌리다보면 자칫 잊기 쉬운 타이어 정렬방향이 계기판을 통해 쉽사리 확인 가능하며 활용도가 미심쩍던 전방카메라는 노면의 굴곡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보통의 승용차로는 꿈도 꾸지 못할 험로를 주파하는 쾌감이 온 몸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평소 전륜구동 기반의 SUV는 무늬만 오프로더를 흉내낸 차로 치부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또다시 짧은 생각을 떨쳐낸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게 세상 아니던가.​​4륜구동 모델은 오프로드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준다​​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1994년의 일이다. 영국의 로버를 막 합병한 BMW가 맨 처음 착수한 일은 신형 앞바퀴굴림 플랫폼의 개발이었다. 당시 로버가 가진 것이라곤 클래식의 반열에 들어간 미니나 껍데기만 살짝 바꾼 혼다차가 전부였던 상황. BMW도 전륜구동 플랫폼이 없던 시절이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후륜구동이던 5시리즈 플랫폼을 전륜구동으로 바꾸는 대공사 끝에 준대형급의 앞바퀴굴림 로버75가 탄생한다. 75의 성공적인 론칭이 끝나면 이후 더 작은 세그먼트를 위한 플랫폼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75는 폭삭 망한다. BMW는 단돈 10파운드에 로버를 벤처 컨소시움에 처분한 다음 손을 털고 나왔으며, 새로운 주인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거덜낸 뒤 회사를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로버가 남긴 유산을 손에 쥐기 위해 중국 난징차와 상하이차가 벌인 경합은 결국 상하이차가 난징차를 합병해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기술과 공장이 있었으니 이걸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상하이차의 생각이었겠지만, 어디 세상이 생각대로 되던가. BMW가 손을 떼면서 공백이 생긴 개발을 외주처리한 곳은 영국의 레이싱 컨스트럭터 TWR(톰워킨쇼 레이싱)였다.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나 한정판 수퍼카를 만드는 데는 도가 튼 회사지만 대량 양산차 개발은 생초짜였던 그들은, 개발의 전 공정을 3D 데이터로만 진행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전대미문의 개발방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2002년 TWR이 파산하면서 개발 데이터의 대부분이 망실되었고 이것은 로버의 신차 개발 계획이 망했음을 의미했다. 만들다 만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넘겨받았지만, 완성시킬 능력이 없었던 상하이차는 때마침 인수한 쌍용차를 통해 이를 완성시키려 했다. 쌍용의 개발인력 상당수를 투입해야 했지만 쌍용에게는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프레임 보디의 사륜구동차와 후륜구동 승용차 플랫폼밖에 없었던 쌍용 입장에서 FF 모노코크 플랫폼 개발은 생존을 향한 필수요소였지만, 쌍용의 규모로는 독자적인 앞바퀴 플랫폼 개발은 감당하기 어려운 돈과 시간을 의미했다. 상하이차와의 온갖 잡음이 흘러나오던 와중에도 그 결실은 2008년 C200이라는 이름으로 파리모터쇼에 선보였다. 바로 코란도 C다.​​쌍용이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보인 컨셉트카 C200 그 이후 쌍용에게는 수많은 일이 있었다. 거의 빛을 보지 못할 뻔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코란도 C는 쌍용에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그 플랫폼은 티볼리라는 대도약의 발판이 되기에 이르렀다. 로버는 결국 주저앉았지만 쌍용은 여기까지 왔다. 문득 코란도 C를 넘어, 쌍용이 그리는 이 다음의 코란도 C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힘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재혁​ ​
기아 스팅어 2017-01-25
​독침처럼 짜릿한 고성능 세단​KIA STINGER6년 전 GT 컨셉트로 예고되었던 4도어 FR 세단이 스팅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었다. 제네시스 쿠페를 뛰어넘는 성능과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빈약한 브랜드 파워는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핸들링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이었다. 극소수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승차감만 중시하느라 스티어링 반응은 두루뭉술하고 코너에서는 휘청거리기 일쑤. 하지만 그런 시절도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뉘르부르크링에 전진기지를 마련한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혹한 노르트슐라이페를 훈련장 삼아 특훈에 돌입했고 이미 몇몇 모델에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한술 더 떠 기존 라인업과 구별되는 새로운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공개해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1년 GT 컨셉트를 통해 예고되었던 4도어 뒷바퀴굴림 스포츠 세단의 등장이었다.​유럽 취향의 패스트백 FR 세단기아는 소형차와 SUV/미니밴을 제외하고 핵심 세단 라인업에 모두 K라는 모델명을 사용한다. 그런데 새차는 K5와 비슷한 크기에 4도어임에도 K가 아닌 스팅어(Stinger, 독침)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기존 세단들과 많이 차별화된 모델임을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다. 차명은 2014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전시되었던 GT4 스팅어에서 따왔지만 디자인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였던 GT 컨셉트를 닮았다. ​ 이 날렵한 그랜드 투어러 세단은 뉘르부르크링에서 서스펜션을 다듬었다​​​플랫폼은 제네시스 G70과 공유하면서 K5보다 길이가 짧다 6년 전 GT 컨셉트는 4개의 도어를 갖추고 쿠페의 특징을 버무린 뒷바퀴굴림 모델이라는 점에서 양산형 스팅어의 조상이다. 그뿐 아니라 타이거 노즈 그릴의 비율과 범퍼 양쪽에 수직으로 뚫린 흡기구, C필러 형태, 브레이크 램프 등 유사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뒷부분은 이 차의 성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이 덩치에 해치게이트와 패스트백 구성은 다소 유럽 취향의 구성으로, 세단과 SUV 일색이었던 동급 사이즈 국산차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감이다. 실내는 2.9m가 넘는 휠베이스를 활용해 그랜드 투어러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입체감 넘치는 대시보드 중앙에 터치식 모니터를 돌출시켰고, 그 아래 3개의 원형 에어벤트를 배치했다. 계기판 중앙의 TFT 디스플레이는 고성능이라는 성격에 맞추어 G포스 미터나 랩타임 기능을 넣었고 에어셀 쿠션이 들어간 시트는 홀드성능에 힘썼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다른 기아차들과 구별된다 2.9m가 넘는 휠베이스로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함과 안락함이 조화를 이룬,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임에는 틀림없지만 디테일 면에서 독일 프리미엄 라이벌의 짜깁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프트레버는 유럽 사양에는 T자형, 미국 사양에는 조금 더 뭉툭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미국형의 경우 시프트레버 주변과 컵홀더 형태까지 아우디의 향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 ​아우디 향취가 진하게 느껴지는 시프트레버 주변​​올 하반기 판매를 시작하게 될 스팅어는 두 가지 엔진을 얹는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세타Ⅱ)는 최고출력 255마력에 최대토크는 35.9kg·m. 고성능 스팅어 GT는 제네시스를 위해 개발된 V6 3.3L 트윈 터보(람다Ⅱ)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51.9kg·m를 낸다. 변속기는 8단 AT. K9에도 쓰이는 이 변속기는 원심 진자식 흡진기(CPA)를 내장한 토크컨버터로 진동과 소음을 낮추었다. 기본 뒷바퀴굴림에 GT의 경우 기아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네바퀴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제네시스 쿠페를 가뿐히 뛰어넘는 성능스팅어의 성능에 대한 단초는 그 밖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변 댐핑 시스템(DSDC)과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에 다섯 가지 모드를 마련해 상황에 따라 운동특성을 바꿀 수 있다. V6 엔진의 GT에는 19인치 알루미늄 휠에 미쉐린의 고성능 타이어인 파일럿 스포츠4를 끼웠고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조합한다. 유럽 라이벌들의 주행성능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스팅어 GT의 목표성능인 0→시속 100km 가속 5.1초, 최고시속 270km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강력해 보인다. 제네시스 쿠페 3.8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운전보조장비로는 기아차 최초로 드라이버경보(DAA), 전방충돌보조(FCA), 비상제동(AEB),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차선유지장치(LKA), 사각감시(BSD), 후측방경보(RCTA) 등을 갖추어 각종 위험상황에 대응한다. 스팅어와 가장 성격이 비슷한 모델이라면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아우디 A5 스포트백을 꼽을 수 있다. 고성능과 안락함을 겸비한 GT 세단들이다. 그런데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라인업 다양화로 동급 경쟁 모델이 지나치게 늘어난 데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제네시스 G70(개발 중)까지 등장할 예정이어서 시장 안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수준 높은 디자인과 품질력을 갖춘 스팅어는 가격 메리트를 갖춘 매력적인 그랜드 투어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브랜드 파워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스포츠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기아 브랜드에 대한 그룹 차원의 명확한 성격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기아자동차 ​ 
[중고차 다시보기] 메르세데스 벤츠 B200 CDI 2017-01-19
 메르세데스 벤츠 B200 CDI (W246)2세대 B클래스는 ‘벤츠’라는 이름보단 실용성이 뛰어난 고급 소형차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빛을 발한다. 차 크기에 비해 시세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제 값어치를 톡톡히 해낸다.    B클래스는 2005년 데뷔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소형 MPV(다목적차)다. 1세대는 국내에서 ‘마이B’라는 이름으로 팔렸었다. 1세대 B클래스의 특징은 샌드위치 플랫폼. 실내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고, 정면충돌시 엔진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안전성을 높여주는 이중 바닥 설계를 자랑했다. 하지만 1세대 B클래스는 내실을 중시하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다소 껑충해 보이는 차체가 문제였다.하지만 이번에 만난 2세대 B클래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샌드위치 플랫폼을 버리고 길이를 90mm 늘이는 동시에 높이를 50mm 낮췄기 때문이다. 최저지상고와 시트 높이는 더욱 낮아졌다. 이미지 역시 한층 더 날렵해졌다. 벤츠 특유의 매끄러운 창문 라인과 캐릭터 라인으로 다부진 느낌을 냈다. 디자인을 보고 고를 성격의 차는 아니지만, 실용성에 목멘 듯한 인상이 거의 없다는 건 MPV로서 큰 장점이다.실내 역시 꽤 화려하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가로지른 메탈릭 패널과 제트 엔진을 닮은 다섯 개의 원형 송풍구,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렸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시보드 위에 툭 얹은 모니터도 입체감을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도어트림과 센터콘솔 덮개 등 팔이 닿는 부분에 가죽을 덧대고 스티치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운 느낌도 살렸다. 물론 이는 실용성을 강조한 소형차 기준에서의 이야기다. ‘고급차 벤츠’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조금 수수해 보일 수도 있다. ​​​MPV치고는 화려한 실내 칼럼식 변속레버 덕분에 센터콘솔에 수납공간이 많다스포티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패들의 조합플라스틱이 조금 많은 게 흠이지만 견고한 도어트림​B클래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실용성이다. 소형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쓰임새가 좋고 공간도 널찍하다. 성인 4명이 앉아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참고로 짐 공간 크기는 평소 488L이며, 6:4로 나뉘어 접히는 뒤 시트를 모두 눕힐 경우 1,547L로 늘어난다. 칼럼식 변속레버 덕분에 앞좌석에도 자잘한 수납공간이 많다.​​모든 좌석이 넉넉하다. 소형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6:4로 나뉘어 접히는 뒤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짐공간은 1,547L까지 늘어난다​​​전기형과 후기형, 큰 차이 없어2세대 B클래스는 2015년을 기점으로 전기형과 후기형으로 나뉜다. 전기형은 1.8L 디젤 엔진이며 후기형은 2.2L 디젤 엔진이다. 그러나 스펙은 완전히 같다. 최고출력(136마력)과 최대토크(30.6kg·m), 그리고 변속기(7단 DCT)가 고스란히 겹친다. 심지어 이름(B200)에도 변화가 없다. 따라서 2세대 B클래스를 고를 땐 굳이 후기형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연비가 약 5%가 개선되는 동시에 출력 특성이 달라지고 앞뒤 램프, 범퍼, 스티어링 휠, 계기판 등의 외적인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 가치가 그다지 커 보이진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후기형 매물은 무상 AS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8L 디젤 엔진은 넉넉한 토크와 뛰어난 연비를 뽐낸다​촬영에 협조된 차는 전기형 B200. 벤츠답게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나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정차시에 시동을 꺼 연료를 아끼는 공회전 방지장치까지 갖춰 발끝에 스미는 미세한 진동마저 느낄 짬이 없다. 가속 감각도 경쾌하다. 수치는 아주 평범하지만,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협업이 아주 매끄럽기 때문이다. B클래스는 아주 실용적인 소형차다. ‘벤츠’라는 이름보단 실용성이 뛰어난 고급 소형차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빛을 발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패밀리카를 표방하면서 뒷좌석 센터 송풍구가 제외됐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소 네모반듯한 트렁크 형상도 불만이다. 좌우로 조금 더 넓었다면 좋았을 듯하다.B200에 대해 널리 알려진 고질병은 아직 없다. 변속기 트러블이 간혹 발견되고 있으나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2014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제작된 B클래스는 퓨즈박스 조립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2012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제작된 B클래스는 체인 텐셔너 가스킷에서 엔진오일이 누유될 수 있다. 이 두 문제는 모두 무상리콜 대상이다. 참고로 B200의 시세는 전기형 2,000만~2,500만원, 후기형 3,100만~3,400만원이다. 값에는 사고유무, 무상 AS 잔존 등이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무상 AS 기간이 끝났을 경우 연식과 주행거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글 류민 기자 사진 최진호 진행협조  엠파크 www.m-park.co.kr촬영차협조 명품모터스, 장병현 대표​​​ 
2017 쌍용 티볼리 2017-01-10
 2017 SSANGYONG TIVOLITHE CHAMP IS HERE 챔피언이 링에 올랐다. 신선한 얼굴, 근육질 몸매, 튼튼한 심장. 역시 녹록치 않다. 새로운 도전자와 새로워진 경쟁자까지, 티볼리에 대한 도전이 늘었다. 하지만 그동안 티볼리를 선택할 이유 역시 몇 가지 더 생겼다.    티볼리를 몰아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출시한 지 2년도 안 된 차를 시승할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다는 건 이 차가 그만큼 핫하다는 이야기. 달리 말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는 차라는 뜻이다. 시승에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다.기우였다. 막상 2017년형 티볼리를 몰아보니 이번만은 유독 남달랐다. 이 녀석, 짧은 시간 동안 몰라보게 스마트해졌다. 그새 어디 유학이라도 다녀온 건가? 다시 한번 말한다. 티볼리를 몰아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티볼리와 힘을 합쳐 드라이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덤벼라, 스마트 SUV!‘잠깐, 방금 전의 움직임, 내가 한 건가?’아니다. 그럴 뻔 했는데 티볼리가 빨랐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이탈하려 하자, 차선이탈경고 시스템(LDWS)이 위험을 알렸다. 그래도 진행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이 스티어링 휠을 틀어 차를 차선 안으로 밀어넣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뗐다. 급격한 커브가 없는 이상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차선을 밟기 전에 미리 방향을 수정해주고 수정 폭이 과격하지 않아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앞차와의 거리조절 기능이 없는 보통의 크루즈 컨트롤이지만 한적한 도로에선 충분히 두 손 두 발을 쉬며 달릴 수 있었다. 예고편은 언제나 짧고 아쉬운 법. 자율주행 시대의 단꿈은 10초 만에 끝났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지 10초가 지나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뜬다. 경고를 무시하면 LDWS가 꺼지고 더 이상 방향수정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차가 차선을 넘어가 버린다. ​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밟기 전에 미리 방향을 수정해주고 수정 폭이 과격하지 않아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더욱 믿음직한 건 전방추돌경고 시스템(FCWS)과 긴급제동보조 시스템(AEBS)이다. AEBS는 시속 60km 미만의 속도에서 작동한다. 모든 장애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차로 식별한 경우에만 작동한다. 따라서 트래픽 콘이나 도로에 떨어진 박스 등에 불필요한 급제동을 하진 않는다. 뒤차와의 괜한 사고를 유발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FCWS와 AEBS는 개입 시점이 다소 늦은 편. 지나치게 빨리 개입해 운전자를 성가시게 하지 않고 최후의 안전수단으로서 보류해두는 합리적인 세팅이다.​​​긴급제동보조 시스템은 시속 60km 미만의 속도에서 작동하며, 모든 장애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차로 식별 가능한 경우에만 작동한다 밤길 주행을 위한 스마트 하이빔(HBA) 기능도 들어간다. 야간주행시 상향등을 켜고 달리다가 맞은편에서 차를 감지하면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헤드램프를 하향등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이다.​​​스마트하이빔 기능이 적용된 헤드램프. 변함없이 사나운 눈에서 결연함이 느껴진다​​2017년형 티볼리에 신설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는 LDWS, LKA, FCWS, AEBS, HBA를 하나로 묶은 옵션이다. 다섯 가지 첨단운전보조(ADAS) 기술에 매겨진 가격은 단 60만원(기본가 2,346만원인 LX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다). 나와 가족의 안전에 대한 대가치곤 꽤 저렴하다. 최신 중대형 세단 이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이 티볼리에, 그것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넣을 수 있는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티볼리의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에는 레이더(Radar)나 라이다(Lidar) 등 화려한 센싱 장비가 없다. 오직 카메라만을 이용해 전방을 확인한다. 감각기관은 하나뿐이지만 두뇌가 워낙 명석해서 사용상의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려와 달리 정확도나 작동감각 모두 만족스러웠다. 출시 2년도 채 안 된 티볼리가 서둘러 배움의 길을 택한 데엔 이유가 있다. 티볼리는 2015년 SUV 시장 전체의 54.7%에 이르는 압도적인 판매량(45,021대)을 기록했다. 2016년엔 티볼리 에어와의 협공으로 비슷한 수준의 시장점유율(2016년 1월~11월 기준 55.1%)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공은 장담키 어려워졌다. 지난 봄 등장한 새로운 도전자가 자그마치 ‘스마트 SUV’인데다 올해엔 현대차도 소형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작지만 큰 변화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확신을 줄 때가 있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와 차의 피부가 닿는 거의 유일한 부분. 두툼하고 파지감 좋은 인조가죽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면 든든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기분이다. 적당히 멋을 부린 실용성 만점의 실내에, 옵션이 가득한 시승차다보니 풀 오토 에어컨부터 열선/통풍 시트까지 편의장비도 남부럽지 않다.​​​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가뿐하게 발진하고 알뜰하게 속도를 쌓는다. 묵직하고 탄탄한 고속주행감도 발군이다. 각진 차체를 할퀴는 바람소리만 아니라면 속도감도 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티볼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더 빛난다. 돌무더기와 자갈밭을 네 바퀴로 제압하고 가파른 언덕을 망설임 없이 치고 올라갔다. 흙먼지 일으키며 종횡무진 하다보면 “이게 바로 SUV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챔피언이 되더니 배려가 늘었다. 기존엔 틸팅만 되던 스티어링 휠이 이제 텔레스코픽까지 지원한다. 뒷좌석에 리클라이닝 기능이 추가돼 등받이가 최대 32.5까지 뉘어진다. 2열 시트 센터 암레스트와 적재함 2단 러기지 보드, 러기지 사이드커버가 전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간다.​​​이제는 틸팅뿐만 아니라 텔레스코픽도 지원한다. 운전자세 잡기가 더 쉬워졌다 32.5도까지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뒷좌석. 2열 센터 암레스트가 전 모델에 들어간다  LX 트림을 선택하면 운전석과 조수석에 열선시트가 들어가며, 여기에 60만원짜리 LX 플러스 패키지Ⅱ를 더하면 운전석과 조수석 통풍시트, 2열 좌석 열선시트까지 포함된다. 조수석에서도 통풍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뒷좌석 열선이 시트 바닥뿐만 아니라 등받이까지 들어갔다는 점이 전과 달라졌다.2017년형 티볼리는 명민하게 안전을 챙기고 보다 꼼꼼하게 실용성을 살렸다. 작은 차이지만 실제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최종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원한 토크가 매력적인 4기통 디젤 터보 엔진​티볼리 에어에게 물려받은 러기지보드가 적재공간 활용성을 높인다​​동급 유일의 4WD(옵션)는 이 차에 남다른 가치를 더해준다​ 왕좌의 게임왕좌를 노리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차 니로와 부분변경 트랙스가 잘 벼린 칼날로 티볼리의 목젖을 겨눈다. 하지만 티볼리도 쉽게 물러날 수 없다. 쌍용차 전체 내수 판매량 중 티볼리(에어 포함)의 비중은 약 55%. 2016년 들어 그 비중이 10% 포인트 더 늘었다. 코란도 C는 2016년 1월~11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9% 급감했고 체어맨 W 역시 25.2% 감소했다. 렉스턴 W(12.7%↓), 코란도 투리스모(2.8%↓), 코란도스포츠(0.5%↑)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막내가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일은 요즘 자동차 업계에선 흔한 일이다. 수퍼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나 울트라 럭셔리카 롤스로이스 고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마세라티 기블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면 쌍용가(家)의 실질적인 가장(家長)이자 세그먼트의 제왕인 티볼리의 존재는 특별하다.쌍용차에게 티볼리는 구국의 영웅이며, 내일의 희망이다. 2015년 10월 기록한 5,237대의 내수 판매량은 쌍용차 창사 이래 최고기록이었다. 같은 달 글로벌 판매량 7,000대 역시 역대 최고의 월간실적이었다. 모두 티볼리 덕이었다. 티볼리는 2016년 1월부터 11월 사이 5만1,322대가 판매됐다. 전년 같은 기간 티볼리 판매량(3만9,809대)에 비해 29% 급증한 수치다. 덕분에 쌍용차는 올 11월까지 국내에서 9만2,854대를 팔아 전년 동기(8만8313대) 대비 5.1% 성장했다. 티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내수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2015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세 조각으로 갈라졌다. 결국 시장의 절반(54.7%)은 티볼리가 차지했다. 2016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다섯 조각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1월~11월 기준 55.1%)은 티볼리의 것이다. 왕좌를 향한 도전은 거세지고 있지만 챔피언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빈틈없이 준비하고 꼼꼼하게 체크해서 링에 올랐다. 결코 질 수 없고,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두 주먹에 가족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재혁​​
MERCEDES-AMG SLC43 2017-01-05
 MERCEDES-AMG SLC43벤츠가 정의하는 고성능 소형 로드스터SLK55가 SLC43으로 거듭났다. 엔진을 V8 자연흡기에서 V6 바이터보로 바꿨지만 오히려 더 경쾌해졌다. 고속도로와 오르막 코너에서만 짜릿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젠 언제 어디서든 즐겁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성능 전략이 달라졌다. 이제 출력에 따라 모델을 세분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AMG)의 43, 63, 63 S와 BMW의 M퍼포먼스, M이 대표적이다. 아우디와 재규어 역시 고성능 모델을 두 가지로 나누고 있지만 이유는 정반대다. 벤츠와 BMW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판매에 대응하는 전략인 반면 아우디와 재규어는 고성능 모델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세운 전략이다. 메르세데스-AMG의 2015년 글로벌 판매는 6만8,875대로 전년 대비 44.6% 성장했다. BMW M도 같은 해 6만2,400대로 39% 성장을 기록했다. 즉, 이들에게 고성능 세분화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참고로 메르세데스 AMG의 지난 5년(2010~2015년)간 국내 연평균성장률(CAGR)은 42.5%다. 2011년 287대에서 2015년 1,688대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17.5%나 늘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 증가율을 2.5배 웃도는 수치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최근 AMG 모델의 출시시기를 앞당기고 AMG 65를 투입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43의 시작SLC43은 최초의 AMG 43이자 SLK55 AMG의 뒤를 잇는 모델이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이름을 바꾸고 엔진을 V6로 줄였다. V8과의 이별에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마음 아파할 필요는 없다. AMG 43이 ‘스포츠 모델’이라 한들, 성격이나 성능에는 별 차이 없으니까. 따지고 보면 SLK55도 아주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은 아니었다. ‘63’ 사이에서 홀로 ‘55’ 배지를 달고 V8 5.5L 바이터보 M157의 변종 자연흡기 저출력 버전인 M152 엔진을 얹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컨셉트 역시 이전 그대로다. 벤츠 오픈톱 모델 기준에서는 여전히 작고, 가볍고, 스포티하다. 이름을 바꾼 만큼 인상은 크게 달라졌다. 앞뒤 램프와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다듬어 이전보다 한결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사실 변경 전에는 2세대 SLK에서 가져온 유선형 루프와 남성미를 강조한 보디가 그다지 조화롭지 못했다. 또한 이번 변화로 최근 데뷔한 나머지 형제들과도 이질감이 없어졌다. 스포츠 모델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그릴도 썩 잘 어울린다. 헤드램프 역시 어댑티브 기능이 포함된 풀 LED 방식(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벤츠 최신 스포츠 모델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그릴. 헤드램프 안쪽에는 LED를 빼곡히 채웠다  그러나 실내는 이전과 비슷하다. ‘D컷’ 스티어링 휠, 전자식 변속레버, 신형 계기판과 커맨드 등이 눈에 띄는 전부다. 견고한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 모양의 송풍구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자잘한 버튼의 오디오 유닛을 바꿨다면 더 좋을 뻔했다. 물론 세세한 변화들은 적지 않다. 트렁크의 파티션을 스스로 내려 루프 적재공간을 확보하는 세미 오토매틱 부트 세퍼레이터의 도입과 루프 작동 중 시속 40km까지 달릴 수 있게 개선한 점이 가장 반갑다. 먼발치에서 리모트 키로 루프를 열거나 닫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목 뒤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에어스카프, 글라스 루프의 명암을 조절할 수 있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 등 기존 SLK의 매력들은 그대로다.​​견고한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 모양의 송풍구는 아직도 매력적이다. 센터페시아의 자잘한 버튼만 좀 정리해줬으면 좋으련만..루프 적재공간을 스스로 확보하는 반자동 파티션을 달았다. 개구부가 넓고 넉넉해 실용성이 뛰어난 트렁크는 여전하다​​​몸을 잘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 한겨울 오프에어링을 부추기는 에어스카프도 여전하다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엔진은 최고 367마력, 53.1kg•m의 힘을 내는 V6 3.0L 바이터보다. S400, CLS400 등에 쓰이는 M276의 고출력 버전이다. ‘최초의 43’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이 엔진은 최근 AMG C43으로 개명한 C450 AMG에 사용되고 있었다. C450 AMG와 마찬가지로, 엔진 커버에는 벤츠 엠블럼만 있다. 검수는 AMG가 하지만 조립은 벤츠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실린더 두 개와 배기량 2,465cc를 줄여 연비를 약 10% 개선했음에도 성능은 SLK55와 비슷하다. 최고출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토크가 비슷하고 변속기의 전진기어를 7개에서 9개로 늘렸기 때문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도 4.7초로 이전(4.6초)과 별 차이 없다.   367마력을 내는 V6 바이터보 엔진. BMW M2의 직렬 6기통 터보 엔진과 경쟁한다 계기판은 AMG 모드를 지원한다. 각종 유온계와 랩 타이머가 추가되어 있다다이내믹 셀렉트도 당연히 적용됐다 변속기의 완성도는 기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토크컨버터 방식 중 가장 뛰어나다. 변속 속도, 충격, 회전수 보정 등에 흠잡을 곳이 없고, ECO 모드에선 상황에 맞게 동력전달을 끊어 효율까지 높인다. 세일링 기능을 작동할 땐 계기판에 자그마한 요트 그림을 띄운다. 이 정도라면 괜히 덜그럭거리고 유지비도 비싼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필요 없겠다.가속 감각은 굉장히 경쾌하다. SLK55에 대한 기억이 홀연히 사라질 정도다. 최대토크를 더 빨리 쏟아내기 때문에 운전도 한층 더 즐겁다. 토크밴드를 당긴 건, SLC처럼 빠른 리스폰스가 생명인 모델에게는 아주 중요한 변화다. 최신 6기통 터보 엔진 대부분이 그렇듯, 터보랙 따위도 느낄 겨를이 없다. ​​​출력은 줄었지만 가속 감각과 핸들링은 훨씬 경쾌하다 배기 사운드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달라진다. 에코와 컴포트에서는 조용하고 스포츠와 스포츠+에서는 화끈하다. 볼륨과 톤은 머플러 안쪽의 플랩으로 조절한다. 만약 사운드가 C450과 비슷했다면 기자는 SLK55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SLK55의 웅장한 배기음은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세계를 구축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V8 자연흡기 엔진만큼은 아닐지라도, SLC43의 사운드도 결코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고막을 때리는 중고음이 한층 더 강해졌다. 사람들이 AMG에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사운드라는 사실은 AMG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SLC43의 백미는 엔진 반응이나 사운드가 아닌, 핸들링이다. 이전보다 더 빠릿빠릿해진 것은 물론, 코너에서의 한계도 더 높아졌다. 자세제어장치(ESP)도 이제 어느 정도의 슬립을 허용하는 스포츠 핸들링 모드를 지원한다. 또한 그립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운전자에게 무게이동 과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아울러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차체 앞쪽이 가벼워지고 섀시 장악력이 높아져 안정감이 더 뛰어나다. SLK55가 고속도로와 오르막 코너에서만 짜릿했다면, SLC43은 언제 어디서든 즐겁다.​흐르는 바람을 타고 하지만 SLC43가 가장 사랑스러운 때는 따로 있다. 그건 적당한 리듬을 유지하는 순간이다. 이를 악물고 쏘아대면 어딘가가 살짝 어긋나는 기분이다. 마치 의도된 것처럼. 이토록 생생한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두고 왜 그랬을까? 이것이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정의하는 SLC43의 성격일 것이다. SLC43은 무리하게 정통 스포츠카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 바람을 경쾌하게 가르는 소형 로드스터의 본분에 충실하다.사실 SLC43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은 지난 봄 프랑스 남부의 한 눈부신 해변도로였고, 이번은 강원도의 어느 얼어붙은 산길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것이 달랐지만 즐겁고 행복하긴 마찬가지였다. SLC43이 그만큼 따뜻했기 때문이리라. 기자는 아마 이 찬란한 경험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글 류민 기자 사진 최진호​​    
현대 그랜저 IG 2017-01-04
​HYUNDAI GRANDEUR대중차의 탈을 쓴 고급차드디어 신형 그랜저가 데뷔했다. 현대차의 기함 자리에 다시 오를 모델인 만큼 눈부신 완성도를 자랑한다. 렉서스, 아우디 등의 전륜구동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현대로 위장한 제네시스로 봐도 무방하다.   차체강성과 서스펜션 세팅. 최근 현대차가 신차 행사에 끊임없이 들이미는 메뉴다. 주행안정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씻어내듯, 얼마나 더 단단하고 정교하게 다듬었는지 목메어 강조하고 있다. 신형 그랜저의 데뷔 무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핫스템핑, 구조용 접착제, 플랫폼 지오메트리, 임팩트 여진 등의 복잡한 단어들이 난무했다. 그랜저가 아닌, 여느 스포츠 세단의 설명을 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이번 그랜저의 의미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아슬란이 실패하고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독립하면서, 그랜저는 다시금 현대차의 사실상 기함 자리에 올랐다. 한층 더 ‘완벽한 차’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주행질감’은 현대차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최대 약점이었다. 현대차가 늘어놓은 그랜저에 대한 이야기는 꽤 구체적이었다. 고강도 강판을 확대 적용하고 핫스템핑으로 빚은 철판을 기존보다 3배, 구조용 접착제 역시 9.8배 늘려 비틀림 강성을 23.2% 끌어올렸다. 앞뒤 서스펜션의 상하 마운트와 패키지 트레이, 그리고 리어 멤버 등의 구조도 바꿨다. 말뿐인 개선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랜저에 담은 변화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뚜렷했다. ‘본질로부터’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었던 쏘나타(LF)가 그랬듯, 가고 서고 도는 느낌이 이전보다 한결 명확해졌다. 결과는 쏘나타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젠 렉서스, 아우디 등의 전륜구동 고급 세단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 그간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두루뭉술한 움직임을 말끔하게 걷어냈다.​고급차 기준의 품질물론 운전감각만이 아니다. 모든 부분을 고급차의 잣대에 맞췄다. 가령 안팎 조립 품질은 흠잡을 곳이 없다. 외부 패널의 단차는 자로 잰 듯 일정하고, 내부 패널은 빈틈없이 맞물렸다. 디테일과 소재 가공 역시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심지어 버튼 표면까지 섬세하게 다듬었다. 센터콘솔 안쪽 후크에 패드를 붙여 닫을 때의 소음과 감각도 조정했다. 시트 쿠션도 부위별로 강도가 다르다. 특히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인상적이다. 작지만 머리를 아주 포근하게 감싼다. ​​ 외모는 신형 i30를 통해 선보인 새 스타일링을 따랐다. 낮게 깔린 헤드램프와 어깨선, 그리고 아래쪽이 살짝 말린 캐스캐이딩 그릴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i30처럼 발랄하진 않다. 균형 잡힌 비율과 힘찬 선들 덕분에 한층 더 견고해 보인다. 그랜저 HG에서도 볼 수 있었던 리어 펜더의 곡선과 뒷모습 전체를 가로지르는 테일램프도 이런 느낌에 한몫하고 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신형 i30와 같은 맥락이다. 납작한 대시보드에 모니터를 세워 붙여 산뜻한 느낌을 냈다. 오른쪽으로 쭉 뻗어나간 모니터 하우징은 논란과 달리 꽤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안쪽에 자리잡은 아날로그 시계는 실제로도 어색하다. 실내공간의 크기와 편의 및 안전장비의 수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전 그랜저보다 더 넉넉하고 화려하다. 신형 그랜저는 앞차를 따라 달리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그리고 후측방충돌회피 시스템 등이 통합된 스마트센스도 갖췄다.  프론트 레이더는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 안쪽에 숨겼다. 때문에 엠블럼이 ‘H’ 로고를 홀로그램으로 새긴 얇은 패널로 대체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완성도는 꽤 높다. 앞차와의 간격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끼어드는 차도 제대로 감지한다. 그러나 주행조향보조 시스템은 조금 거칠다. 제네시스 G80과 달리 차선유지보다는 차선이탈방지 쪽에 가깝다. 참고로 이 스마트센스와 같은 2단계 자율주행 장비는 2~3년 안에 현대차의 모든 모델에 도입될 예정이다. 완전 자율주행차(5단계)의 양산은 2030년으로 계획되어 있다.​​​​매끄럽되 스포티한 운전 감각현재 그랜저에는 2.4L 가솔린, 3.0L 가솔린, 2.2L 디젤 등 세 가지의 엔진이 준비된다. 3.3L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도 곧 추가될 예정이다. 2.4L 가솔린(세타2 GDi)의 블록 파손과 2.2L 디젤(R)의 엔진오일 증가 문제는 전부 개선되었다는 게 현대 측의 설명이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의 힘을 내는 3.0 모델. 5세대 그랜저의 3.0L 람다를 다듬은 람다2 엔진으로 최고출력 4마력, 최대토크 0.2kg•m가 낮아졌다. 수치는 하락했지만 가속 감각은 훨씬 경쾌하다. 실사용 회전영역의 출력을 개선하기도 했지만, 변속기가 자동 6단에서 자동 8단으로 바뀐 효과가 더 크다. 그러나 쏘나타 터보처럼 록업 클러치의 작동 타이밍을 바짝 당긴 타입의 변속기는 아니다. 토크컨버터를 적극 활용해 매끄러운 감각을 강조했다. 직결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랜저라는 모델의 성격에는 이런 세팅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응답성이나 변속 속도는 꽤 빠듯하며 회전수를 띄우면 엔진 사운드도 꽤 짜릿해진다.   ​​​​ 스티어링은 R-MDPS이 아닌, C-MDPS 방식이다. 하지만 피드백이 솔직하고 반응도 정확하다. 샤프트와 토션바의 강성을 높이고 프로세서와 기어비를 개선해 반응 시간을 0.02초로 줄인 덕분이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답력 변화도 꽤 뚜렷하다. 참고로 드라이브 모드에는 운전자의 조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반응을 바꾸는 스마트 모드가 추가됐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그러나 자세 변화에 대한 반응은 단호하다. 덕분에 무게 이동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고속안정성도 뛰어나다. 거친 노면에서 몰아붙이면 차체 앞뒤가 불협화음을 내긴 하는데,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266마력을 앞바퀴로만 소화하는 차가 이렇게 안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섀시 완성도가 뛰어난 까닭에 출력에 아쉬움이 생길 정도다.​​ ​현대로 위장한 제네시스?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내수용으로 못박았다. 동시에 북미에서는 그랜저를 대체하는 전용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상 신형 그랜저는 북미에서 제네시스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렉서스 ES가 일본에서 토요타 윈덤으로 팔렸던 것처럼. 그간 그랜저(수출명 아제라)의 북미 판매가 시원치 않았고 신형의 완성도가 눈부시게 개선됐으니 완전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리라. 어쩌면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 중 고급차로 개발됐지만, 고급차 브랜드의 엠블럼을 달지 않은 최초의 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글 류민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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