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 볼보 V90 크로스 .. 2017-04-10
VOLVO V90 CROSS COUNTRY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크로스오버를 주력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 이번에도 플래그십 세단 S90을 크로스오버로 손본 V90 CC를 내놓았다. 크로스 컨트리는 S90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뭇 다르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사실 그 구분방식은 꽤 간단하다. 용법에 따라 그 형태와 고객층이 명확하게 나뉜 자동차 시장에 이걸 어디다 붙여 넣을지 애매한 차는 크로스오버라고 보면 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든 차는 제조사의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기 마련이지만, 크로스오버의 탄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시계를 되돌려 1994년, 남들 다 파는 고수익 아이템 ‘SUV’를 내놓으라는 북미 딜러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선뜻 새 차를 만들 엄두가 안 났던 스바루는, 고심 끝에 ‘일단은 있는 걸로 어떻게든 해보자’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사륜구동 레거시 왜건형을 가져다가 차고를 높이고 플라스틱 펜더를 달아서 팔던 내수용 모델을 좀 더 굵직한 선을 가진 SUV스러운 차로 손본 것이다. 이 차는 호주의 광활한 오지를 뜻하는 ‘아웃백’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이런 차가 팔리기나 하겠냐는 냉소에도 불구하고 아웃백은 첫해부터 레거시를 뛰어넘는 실적을 가져다주었다. 보통은 이것 저것을 섞게 되면 단점이 더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정작 소비자는 세단과 SUV의 장점만이 어우러진 모습을 더 크게 본 것이다. 5세대에 이른 현재까지도 아웃백은 북미 시장 스바루의 주력 모델로 활약 중이다. 처음엔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유럽 브랜드도 결국 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 시장을 대표하는 유럽 모델이라면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가 있겠지만 첫 출현한 시기가 1999년이다. 그런데 아우디보다도 2년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있다. 바로 볼보다.당시 체력이 없기로는 스바루나 매한가지 수준이었던 볼보는 본격적인 SUV를 만들기 전에 이 생소한 리프티드 왜건(Lifted Wagon, 키를 높인 왜건이란 뜻으로 당시에는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없었다)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S70 세단의 왜건형인 V70을 가져다 똑같이 차고를 높이고 펜더를 덧대었다. 이것이 초대 크로스 컨트리인 V70 XC다. 그런데 이 차 역시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을 불러왔고 여기에 재미를 붙인 볼보는 그 뒤 여러 세그먼트로 크로스 컨트리를 확장해갔다. 플래그십 모델이 S80에서 S90으로 진화함에 따라 S80 베이스의 V70 XC(크로스 컨트리) 역시 자연스럽게 V90 크로스 컨트리로 진화했다.​세단과 SUV의 장점만 가져온 아름다운 차신형 S90에 기반을 둔 만큼 원래의 작명법대로라면 XC90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겠지만 이쪽은 이미 정상적인 SUV 모델이 2002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V90 크로스 컨트리라 부르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V90을 뺀 채 그냥 크로스 컨트리라 불러 달라고 한다.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일전에 V60 크로스 컨트리를 내놓을 때도 V60을 빼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미 S60/V60/V40에 크로스 컨트리가 있기에 여기서는 그냥 V90 크로스 컨트리로 부르기로 하자.마치 북유럽 가구같이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디자인은 이 차라고 예외가 아니다. 베이스가 된 S90은 5m에 가까운 길이와 2.9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가진 모델. 이것을 기반으로 만든 왜건형 차니 꽤나 길쭉한 인상을 가지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실물로 본 이 차, 예상을 뛰어넘는 스포티한 비례가 돋보인다. 차고를 65mm 올리고 두툼한 플라스틱 펜더를 둘렀지만 21인치나 되는 타이어와 얇은 옆쪽 면적 덕에 날렵한 이미지가 강하다. 긴장감마저 자아낼 정도로 경사진 루프 라인과 날 선 테일램프의 형상은 세단과는 분명하게 다른 디자인 언어로 역동감을 강조한다. 간결하지만 무뚝뚝하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하던 과거의 XC70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프론트의 많은 부품을 S90과 공유하지만 그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오프로더라 생각하기 어려운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트. 체중이 고루 분산되며 착좌감이 좋다​2.9m에 이르는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의 공간감은 최상위 수준이다​​이 차의 강렬한 첫인상에는 21인치 휠도 큰 몫을 한다. 끈끈한 접지력에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역할이 크다​세단 대비 차고가 65mm 높다​크기는 기본 560L, 시트 폴딩시 1,526L다. 길이는 키 198cm의 성인이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 차는 사실 S90이다. 내장 역시 S90의 인테리어 부품을 그대로 활용했다. 다만 베이지와 브라운의 푸근한 색감을 살린 S90과 달리 실내는 온통 블랙 원톤이다. 버튼을 없앤 간결한 인터페이스나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 소재의 품질감은 그대로이지만, 모든 것이 단조로운 색상 속에 파묻혀버린다. S90의 멋진 색감을 유지해 주었다면 이 차는 안팎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각별한 차가 되었을 것이다. 전율에 가까운 사운드를 뽐내는 B&W 오디오도 빠져 있는데, 상위 트림인 크로스 컨트리 프로에서는 여전히 포함된다고 한다.​​소재와 디자인이 모두 S90의 훌륭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검은색에 모두 파묻혀버린다모든 조절 기능을 담은 9인치 터치스크린. 태블릿을 다루듯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간결하고 시인성이 좋은 계기판. 당연히 풀 LCD다 도어트림도 검은색 일색. B&W의 황홀한 사운드는 프로 트림에 달린다 2014년 이후 볼보는 엔진의 상한선을 4기통 2.0L로 묶는 과감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종래에는 4.0L급 V8이 감당하던 영역을 트윈차저와 모터 어시스트를 통해 훌륭하게 해결한 결과물은 이미 T8로 경험했던 터. 시승차인 D5는 2.0L 디젤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235마력의 출력과 49.0kg·m의 토크를 낸다. 굳이 기통 수를 따지지 않아도 회전 질감은 디젤 엔진으로서는 최상급 수준이며, 진동도 거친 압축 착화음도 들리지 않는다. 회전을 시작하면 일찌감치 토크감도 올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에 걸맞은 가속감이 통쾌하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1,945kg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무게 탓일 듯하다.  4기통 2.0L 디젤 엔진. 질감이 좋고 넘치는 힘을 낸다 승차감은 S90보다도 좋다. 늘어난 서스펜션 트래블을 마음껏 충격흡수에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하체가 움직인다. 높은 차고 덕분에 부담 없이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정말 좋은 것은 역시 포장도로 쪽이다. 온로드에서 이 차를 모는 즐거움이 정말 대단하다. 우연한 기회에 S90을 서킷에서 몰아보고 그 만만치 않은 코너링 실력에 깜짝 놀란 적은 있지만, 차고가 높아진 크로스 컨트리 또한 그 특성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조작에 유순하면서도 또렷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이나 코너링 때마다 네 바퀴를 따라 전해지는 끈끈한 트랙션이 이 차의 움직임에 대한 확신을 부채질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업다운 조작에 무척 빠르게 반응한다. 이 정도 핸들링이라면 패들시프트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반자율 주행의 매력V90 크로스 컨트리는 직접 운전할 때 가장 즐겁지만 운전하지 않을 때도 여전히 즐겁다. 운전을 아예 차에 맡길 때의 즐거움도 기대 이상이다. 이 차에 탑재된 2세대 주행지원장비인 파일럿 어시스트2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바로 전단계인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을 지원한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가감속과 스티어링 조향까지 통제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 장치를 활성화시키고 난 뒤에 할 일은, 스티어링에 손을 얹은 채 전방을 주시하는 것 정도. 믿고 의존하기까지는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신뢰가 쌓이면 운전 피로가 격감한다. 정해진 차선에서 주변의 교통상황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며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며 달린다. 정체가 시작되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다가 완전히 정차하며,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다시 가속을 하는 것도 능숙하다. 돌발적으로 끼어드는 차조차 능숙하게 처리해낸다. 직접 운전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저속 브레이크가 약간 거친 정도일 뿐, 완전 정차시의 차간 거리는 오히려 기자가 운전할 때보다 짧다. 고속도로 크루징은 물론 정체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운행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반자율주행 모드를 탑재, 시속 140km까지는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 알아서 달리는 스마트한 차다​​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운전보조장비이며 운전의 최종결과는 운전자의 몫이다.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완전 방임 모드는 허용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과신이나 법적 문제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사실상의 반자율주행에 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양산차에서 만날 수 있는 최전선의 기술을 V90 크로스 컨트리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한해 수십 대의 차를 타는 게 일인 자동차 전문지 기자로 생활하다보면 시승하는 대부분의 차에 특별히 미련을 가지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오랫동안 가는 차도 있다.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과 높은 품질, 온·오프로드를 모두 만족시키는 주행능력과 넉넉한 적재공간, 여기에 진보된 자율주행 능력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올해의 카 오브 더 이어는 일찌감치 확정되어버린 것 같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 
팜므파탈- 메르세데스 C63 쿠페 2017-04-05
​MERCEDES-AMG C63 COUPE팜므파탈C63 쿠페는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있는 힘껏 생동하며 운전자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힘으로 수응한다. 애간장을 녹이며 운전자 몸 속 단 한 방울의 남성호르몬까지 자극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선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려본다. 김태희의 눈, 송혜교의 보조개, 전지현의 허리를 조합하듯. 최고만을 모아 만든 자동차를 상상한다. 자동차 세계의 정점에서 반짝이는 삼각별, 엔진의 왕 V8, 날렵하고 명민한 D세그먼트, 빈틈없이 날렵한 쿠페, ……. 지금 그 완성형과 무척이나 가까운 차를 바라보고 있다. 우아하되 요염한, 세련되며 도발적인 메르세데스의 요물, C63 쿠페를.   C63 쿠페는 C63 세단의 예쁘장한 얼굴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몸매 덕에 세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볼륨감을 지녔다. 기다랗게 잘 빠진 보닛과 유연하게 흐르는 루프 라인을 넘으면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 특유의 풍만한 엉덩이가 쫑긋 탄력을 뽐낸다. 거기에 팽팽한 근육과 과격한 숨구멍을 더해 지극히 농염한 자태가 완성됐다. C클래스 쿠페로부터 물려받은 보디패널은 도어, 루프, 트렁크 리드뿐. 부풀린 펜더와 늘어난 트레드 덕에 어깨는 80mm 더 떡 벌어졌다.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 특유의 풍만한 엉덩이에 팽팽한 근육과 과격한 숨구멍을 더해 지극히 농염한 자태를 뽐낸다​ MEET THE BEAST리모컨 키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다. 파란빛으로 눈 뜬 주간주행등이 하얗게 희석되며 야수의 각성을 알린다. 도어캐치로 손을 가져가자, 프레임리스 윈도가 2mm쯤 주저앉으며 미리 실내외 기압차를 줄인다. 일상과 맹수의 세계를 가르는 문 앞에서 잠시 두 세계의 기압차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엘레강스와 스포츠 감성이 악수를 나눈다. 스티어링 휠 뒤로 엇갈려 지나는 시프트패들과 칼럼식 시프트레버가, 움푹 패여 공격성을 드러낸 대시보드와 단정하게 도열한 다섯 개의 원형 에어벤트가, 대시보드를 뒤덮은 가죽과 에지마다 물결쳐 흐르는 핏빛 스티치가 서로 대립하는 법 없이 사이좋게 어우러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엘레강스와 스포츠 감성이 악수를 나눈다강렬한 AMG 엠블럼과 침착한 IWC 시계가 들어간다. 탐나는 세 글자 이름 둘이 어렵지 않게 한눈에 담긴다​​센터페시아엔 강렬한 AMG 엠블럼과 침착한 IWC 시계가 들어간다. 탐나는 세 글자 이름 둘이 어렵지 않게 한눈에 담긴다. 머리 위로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하늘을 품는다. 확실한 개방감을 주며 열리는 글라스 루프는 포르쉐 993 타르가를 떠오르게 한다. 20년 전에 이 차를 봤다면 쿠페가 아닌 타르가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버킷 타입 AMG 퍼포먼스 시트는 거대 괴물의 입술처럼 운전자의 몸을 척 집어삼킨다. 시트벨트를 채우면 스르륵 조금 더 잡아당겨 몸을 시트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운전석에 앉아서 정면을 보면 보닛 위의 파워돔이 기세 좋게 치솟아 있다. 사이드미러에 들어찬 불뚝 솟은 리어펜더가 위압감을 더욱 부풀린다. 바텀 플랫(D컷) 스타일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은 림 직경이 크지 않고 적당히 두툼하다. 스티어링 휠을 가​슴팍 앞에 두고 그 위로 두 주먹을 움켜쥔다. 전투태세 완료다. ​​​버킷 타입 AMG 퍼포먼스 시트는 거대 괴물의 입술처럼 운전자의 몸을 척 집어삼킨다2명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 휠베이스가 C클래스 세단과 같기 때문에 무릎공간은 충분하지만 낮은 루프 라인 탓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된다​ 메르세데스의 요물우릉~! 우렁찬 기지개 소리가 적막한 주차장에 찬물을 끼얹는다. 가슴 깊이 울리는 V8 사운드가 반경 20m 대기를 울리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자 맹수는 그르렁대며 신경질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발끝에 힘을 주면 사자후를 내지르며 뻗어나가고, 힘을 빼면 거친 숨 내뱉으며 기세를 꺾는다. 왼손을 튕겨 다운 시프트를 하면 우릉~ 빡! 빡! 도로 위에 포성이 울린다.  C63 쿠페는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있는 힘껏 생동하며 운전자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힘으로 수응한다. 애간장을 녹이며 운전자 몸 속 단 한 방울의 남성호르몬까지 자극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선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파워트레인은 C63 세단과 같은 V8 4.0L 트윈터보(M177)와 7단 MCT의 조합이다. 현재 벤츠는 4.0L, 4.7L, 5.5L 3종의 V8 엔진을 생산한다. 그중 4.0L 트윈터보(M177/M178)는 당장 레이스에 투입해도 좋을 만큼 화끈하다. 초반부터 쏟아지는 66.3kg·m의 최대토크는 붉은 바늘이 타코미터를 휘돌아 5,000 부근에 이르도록 꾸준히 분출된다. 476마력의 힘이 폭 285mm의 뒷바퀴로 쏟아지면 해머에 맞은 노면이 차체를 멀리 튕겨낸다. 센터페시아 중앙 IWC 시계엔 초침이 없지만 어렵지 않게 초읽기를 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은 순간부터 속도계 바늘이 100을 터치할 때까지의 시간이 딱 4초다.​​​사람이 빚은 AMG의 심장. V8 4.0L 트윈터보는 당장 레이스에 투입해도 좋을 만큼 화끈하다 ​때론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트위스트를 출 때도 있다. 하지만 섀시 균형이 좋아 곧바로 정상궤도로 복귀한다. 찰나의 스릴을 허용한 뒤 트랙션을 움켜쥐며 폭발적으로 뻗어나가는 감각은 무척이나 마초적이고, 한편으론 말 할 수 없이 정교하다.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세팅이 정밀하고 단단하다. 피드백은 생생하고 반응은 즉각적이다. 정지 가속, 재가속, 조향 모든 감각이 솔직하고 유연해 운전이 쉽다. 기계식 AMG 리어 액슬 LSD(차동제한장치)는 민첩성을 더욱 높인다. 다소 과격하게 코너를 돌아도 코가 코너 안쪽을 깊게 찌르고 꽁무니는 경쾌하게 따라붙는다. AMG 다이내믹 셀렉트는 컴포트/스포츠/스포츠+의 세 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지원하며, 엔진, 배기, 서스펜션, 스티어링을 각각 맞춤 설정(인디비주얼)할 수도 있다. 7단 MCT 변속기는 컴포트 모드에서 ‘세일링’ 기능을 지원한다. 엑셀 오프시 계기판 중앙 정보 창에 요트 모양 아이콘이 켜지면서 기어가 중립이 되고 타력주행을 이어간다.​ ​​악녀의 시간뒤에 따라붙어 졸졸 따라오는 남자가 오늘만 5명째. 느긋하게 달리고 싶어 바깥 차선으로 빠져도 굳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아량으로 뒤태 감상을 허락한다. 풍만한 엉덩이를 보며 침 흘리는 모습이 나름 귀여우니까. 하지만 지루하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들을 사이드미러 속 점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한적한 공터에 차와 단 둘이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스파이럴 시퀀스, 콤비네이션 스핀, 트리플 플립, ……. 마치 은반 위의 김연아가 자동차로 환생한 것 같다. 시종일관 빠르고 우아하다. 티 없이 순수하면서 더 없이 요염하다. 아스팔트 위의 김연아는 풍부한 감성으로 시간과 공간을 지배해 나간다. 타이어 마찰음과 배기 파열음 사이로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을 풀가동한다. 소름끼치는 바이올린 사운드, BGM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다.​​​19인치 AMG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차를 세우고 공연히 시트 등받이를 더듬었다. 어딘가에 플러그가 있을 줄 알았다. 척수 깊이 찔러 운전자의 뉴런과 차의 ECU를 연결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등받이에서 발견한 것은 플러그가 아닌 흥건한 땀. 주행 내내 무자비한 심장 박동이 고막을 후려쳤는데 그게 누구의 가슴에서 울린 건지 도통 분간이 되지 않는다. 마르첼 베버(Marcel Weber).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한다. 그가 빚은 심장과 하나되어 느낀 희열을 기념하기 위해서. 엔진에 달린 작은 배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매력 넘치는 소형 SUV 푸조 2008 2017-03-30
PEUGEOT 2008매력 넘치는 소형 SUV유럽은 물론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2008이 새 옷을 입었다. 신형은 당당해진 새로운 그릴과 앞뒤 펜더에 몰딩을 덧대 한결 SUV스런 모습으로 진화했다. 차체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터치만으로도 순둥이 같았던 크로스오버 2008이 제법 당당한 느낌의 SUV가 되었다.   신의 한 수! 신형 2008을 이처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푸조의 대표적인 인기 소형 SUV 2008이 약간의 리터치로, 그야말로 약간의 변화로 어마무시한 훈남이 되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앞모습. 앞 범퍼와 보닛의 모양을 개선하면서 대담한 프론트 그릴을 새로 달았다. 보닛에 보일 듯 말 듯 누워 있던 사자 모양의 엠블럼은 새로운 그릴 속에 우뚝 서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기존에도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에 몰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형에서는 앞뒤 펜더 부분으로까지 몰딩을 확대해 옆에서 보면 한결 SUV스런 느낌을 준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도 조금 손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리어램프에 삽입된 3줄의 굵은 LED는 불을 밝힐 때 꽤 강한 느낌을 전한다. 푸조는 이것을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모양이란다. 차체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리터치만으로도 순둥이 같았던 2008이 제법 당당한 느낌의 SUV가 되었다.​​변신의 일등공신인 프론트 그릴. 고급스럽고 당당해졌다​​앞뒤 펜더 부분에도 몰딩을 덧대 한결 SUV스런 느낌을 준다205/55 R16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와 알로이 휠헤드램프의 모양도 살짝 바뀌었다리어램프에 3개의 굵은 LED가 들어갔다​​​SUV스럽게 진화한 소형 크로스오버2008은 해치백 208을 베이스로 한 소형 크로스오버 SUV로, 지난 2013년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후 2014년 10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사실상 소형 왜건인 207SW의 후속인데 푸조는 208에 와서 왜건인 SW 대신 뒤 오버행을 해치백보다 늘리고 키를 살짝 높여 SUV스런 느낌을 낸 2008로 208SW를 대신했다. 물론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전세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불고 있는 소형 SUV의 유행이 있다.푸조의 포석은 적중해 2008은 데뷔 후 유럽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인기 모델이 되었고,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 소형 SUV 시장의 핫한 차가 되었다. 데뷔 이듬해인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2008은 4,000대 이상 팔린 것. 지난해에는 다소 주춤해 1,814대 판매에 그쳤지만 여전히 국내 푸조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형님인 3008보다도 4배 이상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2008은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종종 르노삼성 QM3와 비교되곤 한다. 같은 유럽산 소형 SUV인데다 두 차 모두 연비가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2008의 길이×너비×높이는 4,160×1,740×1,555mm로 QM3(4125×1780×1565mm)보다 살짝 길고 약간 낮다. 엔진은 1.6L 디젤 99마력으로 QM의 1.5L 90마력과 큰 차이가 없고, 연비도 18.0km/L(도심 16.9, 고속 19.5)로 QM3의 17.1km/L(도심 16.8, 고속 19.0)와 비슷하다. 물론 둘 다 근소하게 2008이 앞서기는 한다. 반면 값은 2008이 2,000만원대 중반에서 시작해 2,000만원대 초반에서 시작하는 QM3보다는 조금 비싼 편. 유럽 시장에서 둘 다 선전하고 있는 소형 SUV들이 하나는 르노삼성 배지를 달고 국산 소형 SUV와 경쟁하며, 다른 하나는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1.6L 배기량으로 99마력의 출력과 25.9kg·m의 토크를 내는 블루HDi 엔진​실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값싼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했지만 과거와 달리 마무리가 제법 고급스럽다. 센터 모니터 주변 등 디자인과 품질에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가죽과 스티치 장식을 덕지덕지 덧대지 않아도 소형차의 실내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시트 일부분과 스티어링 휠, 큼지막한 주차 브레이크 노브 등에는 2008도 가죽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을 덧댄 페달과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 그 옆에 붙은 큼지막한 시프트 패들은 스포티한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208이나 308처럼 계기판과 운전대를 분리한 i-콕핏이나 조수석 앞쪽 무릎 부분을 확 파놓은 대시보드, 드넓은 글라스 루프 등 푸조 소형차의 장점을 두루 품고 있다. 다만 천장에 그럴 듯한 무드등이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스위치의 조명을 넣는 데 인색해 어두운 곳에서는 어떤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다. 기어레버 주변에도 아무런 조명이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헷갈린다.  적당한 고급감을 머금을 실내. 계기들이 위쪽에 있어 보기편하다 도어트림도 플라스틱 일색이지만 꽤 근사하고 실용적이다  약간 높은 차고 덕분에 승용차보다 타고 내릴 때 편한 건 이런 크로스오버 SUV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장점. 앞좌석 거주성이나 시야는 좋은 편이며 뒷좌석공간도 QM3 같은 동급 콤팩트 SUV보다 넉넉하다. 등받이가 조금 세워져 있는 편임에도 머리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208보다 늘어난 길이는 고스란히 짐공간을 넓히는 데 사용됐다. 트렁크의 용량은 410L로 차급에 비해 좋은 편. 여기에 6:4로 접히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400L까지 늘어난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과 평평해지고 트렁크 입구의 높이가 지면에서 60cm밖에 되지 않아 짐을 싣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굽이진 길에서도 몸을 잘 지지해주는 앞좌석등받이가 조금 서있지만 거주성은 충분하다 트렁크 바닥이 지면과 높이 떨어져 있지 않아 짐을 싣기 편하다​​300km 넘게 달린 평균연비는 18.5km/L차들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아무리 디젤이라도 99마력으로는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대답은 No! 출력이야 99마력밖에 안 되지만 낮은 회전수부터 나오는 25.9kg·m의 토크 덕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렇다면 1.6L 디젤 엔진과 짝지은 6단 싱글클러치 방식의 MCP는? 메커니즘이 좋아진 걸까, 아니면 자꾸 적응해 가는 걸까. 예전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워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어떤 이는 탈 때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별다른 이질감이 없다고 한다. 기자의 평가는 딱 반반. 이질감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언덕길에서도 알아서 주차브레이크를 잡아주니 재출발시 당황할 일도 없다. 다만 급가속 때는 변속 타이밍이 길게 느껴지며 간혹 짧은 오르막 구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변속되기도 한다. ​ 99마력으로 힘이 부족하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달릴 때의 감각은 소형 SUV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2008에서 가벼운 것은 여닫을 때 통통거리는 도어뿐이다. 기대 이상으로 진중하며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동급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코너에서도 조금 높은 키를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푸조 특유의 재기발랄한 움직임을 보인다. 연속된 코너에서는 한계성능이 높아 출력의 한계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속도가 좀 있는 상황에서 재가속을 할 때는 넉넉한 토크 덕에 아랫단수로의 변속 없이 달리던 단수로도 종종 가속된다. 시내에서는 완전히 멈추기 전에 시동을 끄는 적극적인 스톱 앤 스타트 기능 덕분에 기름을 아끼면서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도 줄일 수 있다. 신형 2008부터는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앞차와의 추돌상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제동하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가 달리지만 직접 테스트해볼 기회(?)는 없었다. 더불어 시승차는 중간급인 알뤼르 모델인 탓에 눈길이나 진흙길, 모랫길 등 다섯 가지 상황별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그립컨트롤이 달리지 않았다. 이 기능이 달린 GT 라인은 추후 판매될 예정이다. 시승 기간 동안 300여 km를 달린 후 주유할 때 2008의 경제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불과 2만원 남짓 기름을 넣으니 다시 풀탱크가 되는 게 아닌가! 이때 정보창에는 900km 이상의 주행가능 거리가 표시됐다. 가혹한 테스트를 겸했음에도 평균연비는 18.5km/L로 공인연비를 뛰어넘었다.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신형 2008에 이어 곧 크게 바뀐 신형 3008의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2008 이상으로 대변신한 3008은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과 함께 매우 기대되는 모델이지만 지금 같은 소형 SUV의 전성시대에서는 2008의 활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 분명해보인다.​글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재혁​​ 
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 2017-03-28
​국내 최초 시승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현대 쏠라티를 기반으로 한 노블클라쎄 리무진이 시판을 선언했다. 커스텀 리무진 전문 브랜드 KC노블의 세 번째 차다. 11명의 탑승자를 위해 새로 만든 실내는 노블클라쎄 고유의 향취가 물씬하다. 국내 인증을 모두 마친 차를 미디어 최초로 공공도로에서 달리며 체험해 보았다.​​​ 시판된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쏠라티를 도로에서 만나는 일은 어렵다. 쏠라티가 속한 장르인 하이루프 패널밴은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차종이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생소한 차로, 이를 기반으로 한 14~16인승 여객 투어러도 나온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던 15인승 승합차 수요가 해소되리라 기대한 사람도 있었지만, 막상 나온 차는 크기와 가격 모두 예상을 뛰어넘어버린 탓에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 ​ 도로에서 만나기 힘든 현대 쏠라티​ 쏠라티가 보다 대중적인 차로 자리를 잡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이 차의 가능성에 주목한 곳이 있다. 바로 특장 업계다. 상용차 플랫폼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보니 1톤 트럭을 가져다 어렵사리 뭔가를 만들던 회사들에게 온전한 탑승 공간을 갖춘 국산 상용차는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그중에서도 이 차의 출현에 반색을 한 곳은 커스텀 리무진 업계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프린터를 기반으로 한 리무진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개조된 차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 완성도가 들쭉날쭉한데다 품질에 비해 어마어마한 가격을 내세운 곳도 있다. ​​1종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11인승 모델이다​​이런 상황에서 순수 국산 리무진의 시판을 선언한 곳이 있다. 바로 KC노블. 노블클라쎄 카니발로 이미 그 실력을 입증한 회사가 이런 좋은 차를 그냥 놔둘 리 없다. 2016년 부산모터쇼에서 노블클라쎄 쏠라티를 발표한 후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고단한 제작차 인증작업과 쏠라티 자동변속기 모델의 출시를 기다린 탓이라고 한다. 바로 그 차가 시판에 들어가는 것이다. 시승을 요청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답이 돌아왔다. 요청을 한 곳이 자동차생활이 처음이라고.​​실버핀 도색을 했지만 시판 모델은 수직핀 형태의 그릴이 장착된다​​첫 인상은 수입밴을 압도할 정도의 ‘위압감’이다. 루프라인이 높으니 차의 거대함이 더욱 강조된다. 익스테리어의 디자인이 바뀐 곳은 없지만, 익숙지 않은 모습의 차가 블랙펄이 가미된 투톤 실버 도장을 입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운전석 부분은 순정과 동일하다(시트는 새로운 가죽을 사용했다) ​앞좌석 도어를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1열 공간 뒤에 자리한 거대한 파티션. 퀼팅패턴이 들어간 시트와 스웨이드로 감싼 천장을 빼면 기능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다. 시승차는 수동변속기밖에 없던 초기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현재는 8단 자동변속기 모델도 시판 중이다. 직렬 4기통 2.5L 디젤 170마력 엔진은 기본적으로 현대와 기아의 상용 모델에서 사용 중인 A2 엔진이지만 트럭의 진동과 소음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 하체 코팅은 물론 내장재 모두 새로 방음 처리한 덕분이다. 1단 기어를 넣고 조심스레 차를 끌고 도로로 나선다. ​​무게가 4톤에 이르지만 가속이 시원시원하다​​운전감은 확실히 미니버스에 가깝다. 쏠라티는 프레임이 아닌 모노코크 구조의 상용차다. 덕분에 조작과 운전방식은 1톤 상용트럭보다도 오히려 승용차의 감각에 부쩍 다가간 느낌.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승용차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미니밴(예를 들어 기아 카니발)과는 운전감각이 꽤 다를 수밖에 없다. 무게가 4톤이나 되고 무게중심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3.7m나 되는 휠베이스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차선을 옮기고 회전을 할 때마다 기다란 뒷부분이 슬렁슬렁 쫒아오는 느낌은 마치 이제 막 길들인 ‘대형 동물’ 위에 올라탄 듯하다.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는 수밖에. ​​ 운전석 시트 하단의 노브(사진)로 스프링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170마력을 내는 2.5L 디젤 엔진. 요소수를 사용하는 유로6 등급이다 큰 덩치만 빼면 운전 자체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운전석 시트에는 자체 완충장치가 있어 충격을 잘 흡수하며, 시내버스의 승객들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포지션도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2.5L 디젤 엔진은 토크감이 좋아 4톤짜리 덩치도 시원시원하게 가속된다. 현행 승합차 제한속도인 시속 110km까지의 가감속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목적은 격벽 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나타나는 공간이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면 나타나는 호화로운 뒷좌석​​발판을 딛고 들어간 실내에서는 먼저 어마어마한 공간감에 놀라게 된다. 실내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걷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천장 높이가 194cm나 되기 때문이다. 정원은 11명으로,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된 뒤 공간에 8개의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2+2+4의 구성으로 4열에 비치된 4개의 좌석은 비상용 정도로 여기는 편이 좋을 듯. 화물 공간이 거의 없다 보니 이걸 접어야 실제로 짐을 적재할 공간이 나온다. 운전기사를 빼면 실제 이 럭셔리한 환경을 만끽하며 탈 사람은 최대 4명이다. 길이 6m가 넘는 미니버스의 공간을 단 4명을 위해 다시 꾸민 것. 이것이 리무진이라고 불리는 차의 본질이다.​​ 직접 개발한 2열 시트의 착좌감은 일등석의 그것을 능가한다 ​고급 요트에서나 볼 법한 나무 바닥과 최고급 천연가죽, 스웨이드 소재의 천장이나 가죽의 퀼팅패턴은 이제 노블클라쎄만의 공식이 된 것 같다. 단차를 찾아볼 수 없는 패널 처리나 가죽마감에서 국내 커스텀 리무진의 최고 수준을 경험하게 된다. 시트는 이 차를 위해서 만든 전용 모델로 히팅과 쿨링은 물론 레그 레스트를 포함한 모든 것이 터치스크린으로 제어된다. ​​차량용 32인치 모니터와 좌우측에 자리한 인피니티의 사운드 시스템격벽의 스마트 글라스는 버튼으로 여닫거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과 분리된 파티션에 달린 32인치의 디스플레이는 차량 전용 제품으로 진동과 온도변화에 맟는 내구성을 지녔다. 터치패드로 조작하는 안드로이드 PC와 연동되므로 웹서핑이나 영화 시청이 언제든 가능하다. TV와 PC 모두 LTE 라우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는 와중에도 빠른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 ​ 실내의 모든 기능을 무선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할 수 있는 태블릿​​전용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8인치 갤럭시 태블릿도 따로 준비되어 있어 뒷좌석의 전 기능을 앱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다. 시트에 기대앉은 채 슬쩍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테이블이 펼쳐지고 커피 머신이 스르르 나오며 파티션을 여닫고 시트의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벽체의 틈새로 퍼져 나오는 LED 조명은 밝기는 물론 색상까지 변경 가능해 기분 내키는 대로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 USB와 220V 콘센트.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올라온다수납장도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수납장 중앙에 커피머신이 자리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간 차는 나지막한 엔진 소리만 전하며 미끄러져 나간다. 격벽을 치고 유리색을 불투명하게 한 뒤 블라인드까지 친 공간은 호화로운 응접실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시트에 기대어 갓 뽑은 커피를 한잔 들고서 손끝만 놀리며 영화채널을 넘기든지, 220V 콘센트에 노트북을 연결한 뒤 밀린 일을 처리하든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은 온전히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아니면 잠부터 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옆자리의 동료는 시트를 한껏 젖힌 후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테이블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KC노블은 해외 양산차 업계의 디자인 용역이나 컨셉트카 같은 소규모 생산 분야에서 제법 관록을 자랑하는 회사다. 양산차를 뛰어넘는 패널 제작이나 가죽작업의 세련됨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플랫폼이 가진 한계가 비교적 명확했던 전작 카니발에 비하면, 쏠라티는 탁월한 플랫폼일 수밖에 없다. 이색적인 차가 주는 신선함과 압도적인 공간감 덕분이다. 단점도 없지는 않다. 반드시 전문기사의 운전을 필요로 하며, 운영 과정에서도 별도의 비용과 노력이 드는 차다. 주차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의미 있는 성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쇼퍼드리븐카로는 갈 수 있는 궁극의 수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3열 시트는 발받침 길이 조절 기능만 빼면 2열 시트와 같다  4열 시트의 모습 짐공간이 필요한 경우 4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 ​기술도 디자인도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만든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제품을 국산차와 국내 커스텀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근사한 일이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쏠라티는 카니발 L4와 L9에 이은 KC노블의 세 번째 미니밴이다​​ 
양의 탈을 쓴 진중한 늑대- 볼보 S60 / V60 폴.. 2017-03-20
VOLVO S60 / V60 POLESTAR양의 탈을 쓴 진중한 늑대볼보 전문 튜너였던 폴스타가 볼보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 디비전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지도 벌써 2년째다. 6기통 엔진을 버리고 새로 만든 4기통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함께 달려 367마력을 내고, 네 바퀴를 굴리는 차는 강화된 차체에 올린즈 댐퍼까지 넣어 보통의 볼보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상 최강의 성능을 갖춘 볼보 세단과 왜건을 서킷과 일반도로 모두에서 경험해보았다.​​  자동차 회사라면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볼보라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라서 ‘안전’하고 ‘보수’적인, 그래서 ‘재미는 없을 것 같은’ 평이 주도적이다. 실제로는 레이스에도 꽤 적극적인 회사인 만큼 이런 이미지가 좀 억울하긴 했을 것이다. 90년대 BTCC에서 인기를 끌었던 850 터보 왜건은 공력 특성이 세단보다 좋다는 합당한 이유로 선택되어 치열한 선두 다툼으로 팬을 모으기도 했다. 사각형 얼굴을 하고서 무섭게 달리던 T5-R 같은 시판 모델들은 이런 레이스의 영향을 명백하게 받은 차들이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차를 불쑥 내놓는 괴짜 이미지가 있을지언정 과거의 볼보는 꽤 스포티한 차도 나오는 회사였다. 이게 한동안 뜸했던 것은, 뭐 다 그렇듯이 돈 때문이다.포드 산하로의 합병, 독자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에 이어 중국 지리자동차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사회생. 한때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놓는 차마다 대히트를 치는 잘나가는 브랜드가 되었다.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드높일 고성능 모델도 필요해진 상황. 하지만 볼보가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고성능 원오프 모델을 만드는 대신, 볼보의 공식 모터스포츠 파트너 폴스타를 인수해 아예 브랜드화하기로 한 것이다. 볼보의 M이나 AMG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계획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적어도 바탕은 레이스를 통해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본사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투어링카들이 호주와 유럽의 레이스에서 맹렬한 기세로 달리고 있는 것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2년 전 론칭된 폴스타가 소정의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도 엄연히 폴스타의 시판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한해 1,500대 수준을 만드는 폴스타 모델 중 한국에 배정된 수량은 S60 50대와 V60 10대다.​​​​ 양산 최강의 2.0 터보 모델2014년 발매된 최초의 폴스타 컴플리트카 엔진은 350마력을 내는 직렬 6기통 3.0L 터보. 하지만 4기통 2.0L 엔진 하나로 전 모델을 아우르겠다는 드라이브-E 계획에 따라 폴스타 모델의 엔진도 다운사이징되었다. 베이스가 된 직렬 4기통 1,969cc 엔진은 볼보의 다른 일반 모델에도 쓰이고 있지만, 실체는 전용 부품으로 가득 채운 고성능 엔진이다. 압축비를 낮춘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는 물론 캠샤프트와 점화 시스템, 연료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었다. 높은 부스트를 사용하기 위해 직경을 키운 터빈은 부스트를 무려 2바(bar)까지 쓴다. 아무래도 저역 토크가 형편없어질 게 뻔하다보니 저회전 영역을 커버할 수퍼차저를 따로 붙였다. 터보와 시스템을 채용한 것이다 수퍼차저를 함께 쓰는 트윈차저 . 이것으로 달성한 출력은 무려 367마력, 최대토크는 47.9kg·m에 이르며, 양산 4기통 엔진으로서는 세계 최강의 스펙을 갖추게 되었다. ​4기통 엔진으로 여기까지 다루어본 브랜드로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정도. 폭스바겐 쪽은 1.4L 엔진으로 성능과 연비를 양립하기 위한 기술적인 시도의 성격이 짙었으며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비슷한 성격의 벤츠제 4기통 2.0L 엔진은 360마력의 출력과 45.9kg·m의 토크를 내며 현행 A45 AMG와 GLA45 AMG에 얹혀 활약 중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기술적 성취 덕분에 폴스타의 신형 엔진은 2016년 12월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에 바로 이름을 올려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매칭된 변속기는 아이신제의 고토크 사양 8단. 전륜구동으로는 이런 출력을 다스리기 어려워 이미 성능이 입증된 보그워너-할덱스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얹었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최신기술이 모두 탑재된 셈이다.​​​터보와 수퍼차저가 더해진 4기통 2.0L 367마력 엔진. 엄청난 성능에 비해 엔진룸은 매우 평범하다​​달리기 실력은 영락없는 늑대 채도가 높은 선명한 사이언 블루 색상은 오직 폴스타 모델에만 쓰는 스페셜 컬러다. 원래라면 보기 힘든 이채로운 색감에 감탄이 나올 법한데, 바로 어느 국내 제조사의 전기택시가 떠올라서 조금은 김이 빠진다. 레이스 데이터에 풍동시험까지 거쳐서 만들어낸 디자인이지만, 꼭 필요한 스플리터와 스포일러 정도만 추가한 수수한 모습이다. 고성능 모델이니만큼 과격한 에어로 파츠를 두를 법도 하건만, 필요한 성능 이외에는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곳곳에 폴스타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지만,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측면부의 20인치 메시 타입 휠과 거대한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 정도를 봐야 이 차의 성능을 겨우 짐작할 수 있다. 유난을 떨지 않는 점이 확실히 볼보답다.​​​채도가 높은 보디 색상은 폴스타에만 쓰이는 전용 컬러인 사이언 레이싱 블루. 볼보 투어링카 레이스팀의 이름이기도 하다​푸른색 스티치로 액센트를 준 전용 스포츠 시트는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푹신하다. 카본 패턴을 사용한 대시보드를 빼면 운전석 주변의 모습은 보통의 S60 그대로이며 조작방식도 다를 바 없다. 시동을 켜고 끌 때의 LCD 화면 연출 정도가 다를 뿐이다. 스포츠 모드 변환 버튼 정도는 추가되었을 줄 알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의외의 모습으로 확인된다.​​카본 패턴의 센터콘솔어링을 빼면 대시보드는 동일하다퍼포먼스용 버킷 시트임에도 전혀 딱딱하지 않으며 심지어 편하기까지 하다 ​기어노브 속에도 폴로고를 넣었다. 아이신제 8단 AT는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세단대 왜건, 339L 대 557L 저역에서 엔진은 덤덤한 편. 4기통 엔진의 작동음이 거슬리지만 그나마 묵직한 배기음이 이 소리를 가려버린다. 3,000rpm 아래에서 폴스타는 보통의 S60과 다름없이 반응한다. 20인치 휠에 35시리즈 타이어를 다스리는 올린즈 조절식 댐퍼는 시속 30km 미만의 속도에서 요철을 만나면 여지없이 튀어오르지만, 속도를 좀 높이면 비로소 찰기 있게 바닥을 훑기 시작한다. 이토록 질기고 유연한 하체가 있었던가. 조금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보았지만 네 바퀴 모두 뿌듯한 접지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퍼포먼스 세단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승차감이다. 살짝 작은 듯한 배기음을 조금 키워볼까 싶어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에 놓는다. 회전수가 조금 올라가고 배기 밸브가 열리면서 제법 박력 있는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가속을 하면 마치 휘파람 소리 같은 수퍼차저의 작동음과 함께 빠르게 회전수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터보가 본격적으로 최대토크를 내는 3,100rpm부터는 회전수 상승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며 한층 억세진 가속은 순식간에 레드존을 향해 치닫는다. 47kg·m가 넘는 토크이지만 현세대 최강의 공공도로용 타이어 미쉐린 수퍼 스포츠는 그 힘을 남김없이 네 바퀴에 전달한다. 2단, 3단, 칼 같은 변속을 이어가며 끝이 없는 기세로 가속을 이어간다. V60으로 갈아타 보았지만 이 매서운 가속감과 로드 홀딩 능력은 조금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작 4기통 2.0L 배기량의 엔진을 여기까지 다듬는 것이 가능하다니!​​​​일상과 서킷을 모두 만족시켜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차를 서킷에서 달릴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직 서킷의 노면온도는 영하였지만 4륜의 트랙션을 믿고 피트인했다. 노말과 스포츠 모드 외에도 폴스타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숨겨져’ 있는데, 게임기의 치트코드를 꺼내듯 번잡한 방식을 써야 한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제친 다음 앞으로 민 상태에서 왼쪽 패들시프트를 두 번 당기면 대시보드에서 S 로고가 두 번 깜빡이며 이 모드가 활성화된다. 스태빌리티 컨트롤 기능이 꺼지고 배기 밸브는 최대한 열리며 거친 블러핑 사운드를 토해낸다. 과격한 모드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깜짝 놀랄 수준이다. 어지간해서는 회전수가 4,000rpm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헤어핀 앞에서 풀 브레이킹, 땅속으로 꺼질 기세로 감속한 차는 무지막지한 로드 홀딩으로 코너를 파고든다. 페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예리한 턴인 따위는 없다. 앞바퀴에 하중만 전해준다면 차는 아무런 저항 없이 스티어링이 향하는 방향으로 그냥 돌아나간다. 메다꽂듯 다운힐 코너에 차를 던져 넣어보지만 말도 안 되는 트랙션이 그대로 언덕 코너 위로 차를 밀어붙인다. 일반도로에서 괜찮다 정도였던 올린즈 댐퍼는 서킷에 들어오니 물 만난 고기마냥 최고의 성능을 뽐낸다. 하중 분산은 완벽하며, 연석을 밟은 안쪽 휠이 잠시 공중에 머무르다 착지할 때의 리바운드 처리는 거의 예술에 가깝다. 운전자는 어떠한 기교도 부릴 필요 없이 그저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조작만 정확하게 해주면 된다. 이쯤 되면 차가 알아서 다해버리는 점이 불만스러울 지경이다. 볼보 폴스타에는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최신기술이 모두 탑재되어 있다. 트윈차저 엔진은 2.0L 배기량으로는 꿈같은 출력 수준에 도달했으며 순정 올린즈 댐퍼의 성능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는 이미 검증된 S60/V60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2.0L 엔진 차를 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성능은 값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 정도의 기술적 성취에 도달해버리면 더 이상 배기량을 가지고 자동차의 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폴스타는 진심으로 대단한 차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볼보자동차 코리아​​ 
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 - BMW 530i xD.. 2017-03-17
BMW 530i xDRIVE 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누적판매 800만 대를 바라보는 5시리즈가 7세대로 진화했다. 카본 코어로 다이어트한 뼈대에 최신 운전보조기능을 담아낸 이 고급 세단에는 자율운전 시대를 향한 BMW의 야심이 담겨 있다.    어중간함과 적당함.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함과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움은 완전히 다른 말이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3과 7 사이의 5. 하지만 단순히 숫자 이야기는 아니다. BMW 5시리즈는 다른 의미로는 기함 7시리즈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엔트리 모델 3시리즈(지금은 아니지만)에게 요구되는 사이즈와 가격의 속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지난 45년간 800만 대에 가까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레이싱 엔진을 얹는 대담한 시도로 괴물 세단 M5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다. 당당한 크기에 품격 넘치는 어퍼미들 세단이면서도 스포츠 감성을 곁들인 5시리즈는 서로 상반된 매력과 개성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성공 사례. 따라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는 메이커들에게는 언제나 닮고 싶은 선망의 존재이자 벤치마크 대상이었다.​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옆모습지난 연말 사진이 처음 공개된 신형 5시리즈는 어느덧 7세대로 G30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달았다. 5세대까지 E를 붙이다가 6세대의 F, 그리고 이번에 G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은 최근 BMW의 모델 가짓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올 봄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코드네임 G31의 5시리즈 투어링(왜건)이 공개되며 그란투리스모 계열의 형제차 6시리즈 GT는 G32로 불린다.신형 5시리즈의 변화는 혁신보다는 진화에 가깝다. 우선 디자인에서는 3시리즈의 앞트임 헤드램프와 7시리즈의 새로운 램프 디자인 등 최근 패밀리룩 변화를 집대성했다. 키드니 그릴은 각을 살리면서 둘레 크롬을 강조해 부각시켰고, 램프 커버를 그릴과 연결시켜 전면을 꽉 채웠다. 한층 과격해진 범퍼 아래 흡기구 디자인은 말끔한 눈매와 어울려 인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길고 납작해진 헤드램프에는 LED 기술을 심었다. 엔젤 아이 혹은 코로나링으로 불렸던 링 형태의 램프는 6세대 중간부터 위아래가 깎인 납작한 모양으로 바뀌더니 7세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더 이상 ‘링’이 아님은 아쉽지만 하이테크 냄새가 물씬 풍길 뿐 아니라 육각 형태가 키드니 그릴과도 잘 어울린다. ​​키드니 그릴이 더욱 강조되었다​​1 범퍼 아래쪽에 달린 레이더로 전방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2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트렁크는 깊은 대신 폭이 좁은 편이다3 스포츠 감성이 넘치는 M 18인치 휠​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반면 옆모습에는 선대 DNA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휠베이스와 오버행의 비율은 물론 앞뒤창의 각도와 루프 라인, 호프마이스터킥(Hofmeister Kink, C필러와 옆창 사이의 꺾음선)의 형태 역시 판박이다. 물론 그대로 복사했을 리는 없다. 경사졌던 벨트 라인이 평평해진 반면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더해졌고 아래쪽에 사선 모양의 장식과 굴곡선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조금 더 길어 보이면서도 한층 더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해졌다.  ​​​ 크리스 뱅글 시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링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BMW 디자인은 뱅글이 떠난 후 이를 다듬고 안정화시켜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런데 최근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이적한 요제프 카반을 카림 하비브 후임(코어 브랜드 디자인 담당)으로 임명하면서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카반은 폭스바겐 루포와 부가티 베이론 등을 디자인한 슬로바키아 출신 디자이너다. 7세대 5시리즈는 길이가 4,935mm로 이전 모델보다 36mm, 휠베이스는 2,975mm로 7mm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어퍼미들 클래스의 차체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데다 기함과의 차별화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몸집 불리기는 무의미하다. 대신 새로운 편의장비와 첨단 기능으로 라이벌과 차별화하고, 셔터식 그릴과 에어 커튼, 그 밖의 세부적인 공력 디자인을 정교하게 다듬어 공기저항계수(Cd)를 무려 0.22까지 끌어내렸다. 신개발 플랫폼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100kg 이상 가벼워졌다. BMW i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얻고 7시리즈에서 적용된 카본 기술 덕분이다. 스틸/알루미늄 기본 뼈대에 루프 라인과 필러를 따라 카본복합소재를 배치했다.    ​​​기함을 닮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인테리어는 현행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센터페시아의 육각형 구조와 그 위에 얹은 돌출식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래스에 맞게 소재와 장식, 장비가 간략화되었다지만 구형보다 한결 화려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장비가 지나쳐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 같았던 7시리즈보다는 좀 더 자동차에 가까운 5시리즈가 마음 편하다. 나무 질감을 잘 살린 우드트림이 멋스럽고 수제작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가죽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전석은 사이드 서포트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더욱 넓어져 거주성이 좋아졌고 센터콘솔 뒤편 조작계도 고급스러워졌다. ​​대시보드는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화려한 스티칭이 멋스러운 컴포트 시트. 사이드 서포트가 조절된다​​하이테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프트레버 주변​모니터 방식의 계기판은 두 개의 원형 테두리가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구분한다. 완전 모니터 방식인 편이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지만 BMW는 익숙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남겼다. 계기 레이아웃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에코 모드에서는 타코미터 자리에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회색제동 미터가 더해지거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빨간색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남긴 계기판 BMW는 i드라이브를 통해 자동차와 IT 기술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왔다.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반 스마트 기기와 달리 운전 중에 사용한다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회전시 노브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을 일찍부터 사용해왔다. 터치식 화면이라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해야 할 기능이 많아지면서 i드라이브 역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화면을 직접 눌러 기능을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스처 조작까지 가능하다. 화면 앞에서 V자를 그리거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하다.  ​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조작방식 외에 터치와 동작 인식이 가능하다 조작계는 전통적인 회전식 노브와 기계식 푸시버튼, 터치식 버튼을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중요한 버튼은 조작자 가까이에 푸시버튼으로 마련한 반면 그래픽과 연동되는 스위치는 터치식으로 따로 모았다. 대형 터치 화면 하나로 공조장치까지 통합 처리하는 모델이 있는 마당에 다소 보수적인 접근법. IT와 전자장비 도입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BMW이지만 기존 운전자들의 익숙한 감각을 저버리지 않은 결정이다.​​​​새로운 공조 스위치 디자인이 아름답다​​뒷좌석 공조장치와 히터 스위치​​4기통 터보로 6기통을 능가하다시승차는 530i x드라이브로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었다. 이 차를 접하면 몇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우선 530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6기통이 아니라는 점과 4기통임에도 생각보다 엔진음이 작지 않다는 것.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운전하면 아까 들었던 엔진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4기통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구형 5시리즈의 가솔린 엔진 라인업은 4기통 터보와 6기통 자연흡기, 6기통 터보 그리고 V8이 있었다. 반면 신형에서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직분사+터보)들로 교체된다. 이유는 물론 강화되는 배출가스와 연비규제 때문이다. 직분사와 더블 바노스 가변식 밸브 시스템으로 무장한 신형 엔진은 배기량이 2.0L에 불과하지만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구형보다 출력은 7마력 늘었으면서도 연비가 개선되었고, CO₂ 배출량은 11% 줄어든 km당 126g.   모듈식 구조를 통해 기통별은 물론(3~6기통) 가솔린/디젤 사이에서도 부품공유가 가능하다. 아울러 신텍(SYNTEC)이라 불리는 소재로 엔진 블록을 둘러쌌다.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검은색 부직포 같은 소재가 블록을 감싸고 있는데, 외부 온도의 영향을 줄이는 한편 적정온도까지 빠른 상승을 돕고 소음 차단 역할도 한다. 결과적으로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강력한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겸비한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 530i의 0→시속 100km 가속은 6.2초로 실제로도 액셀 페달을 밟으면 배기량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함이 느껴진다. 1,450~4,850rpm의 넓은 토크밴드는 저속부터 충분히 두텁고 꾸준하게 차체를 밀어주기 때문에 적어도 성능 면에 있어서는 6기통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과 변속기의 깔끔한 연계플레이는 한계에 달한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반면 서스펜션은 무척이나 부드러워졌다. BMW는 고급차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스포츠 캐릭터가 특징이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코너를 날카롭게 휘젓는 감각은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BMW만의 매력 포인트. 하지만 현행 3시리즈부터 노선을 바꾼 BMW는 신형 5시리즈 역시 이전보다 부드럽게 다듬었다. 이는 물론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위한 선택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매력이라고는 해도 실제 즐기는 고객은 매우 한정적이고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승차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롤링이 커진 코너링과 한 박자 느린 스티어링 반응은 아쉽지만 대신 크루징 상황에서는 아늑한 승차감으로 충분히 보상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0~210km의 폭넓은 속도 영역에 대응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별도 조작이 필요 없다. 레이더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속도 조절 알고리즘이 한층 매끄러워져 어지간한 운전자에 버금간다. 반면 차선유지장치는 도로의 차선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갑자기 풀려버리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처럼 직선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야 하는 경우라면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장비임에 틀림없다.부드러워진 서스펜션에 만족할 수 없는 고객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할 경우 보다 높은 감쇄력에 지상고는 낮아지고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을 통해 감쇄력 조절도 가능하다. 여기에 적응식 롤링 억제장치인 다이내믹 드라이브(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었다)까지 더하면 BMW 본연의 스포츠 감각으로 코너를 헤집을 수 있다. 물론 추가비용은 감수해야 한다.​자율운전 시대를 대비하는 차아직 공식 론칭 전인 신형 5시리즈는 사전 예약을 통해 수입 모델과 가격선이 알려졌다. 520d가 옵션 패키지(M스포츠/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와 x드라이브 유무에 따라 6,630~7,120만원, 가솔린 530i는 6,990만원부터 8,790만원으로 정해졌다. 시승차인 530i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는 파란색 스포츠 브레이크와 고급스러운 나파가죽시트가 멋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댐퍼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사실 이번 5시리즈 시승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엔진음에 처음 놀랐고, 와인딩에 들어섰다가 나긋나긋한 차체 움직임에 다시 한번 놀랐다. 3시리즈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기자가 머릿속 BMW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움직임에 ‘내가 지금 5시리즈를 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운전보조 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니 BMW의 고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화된 운전보조장비들은 자율운전의 전초전이다​​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운전 시대로의 전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를 먼저 받아들이게 될 프리미엄 메이커들에게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BMW의 선택 역시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에 몸을 맡기고 편히 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더더욱 부드러운 승차감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신형 5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비교적 조용한 정상진화로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실험의 일환이 아닐까? 아울러 미래를 예측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그들의 철저함에 약간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칠 변화의 파도가 결코 잔잔하지는 않겠지만 5시리즈라면 분명 그리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 
미니밴 못지않은 대형 SUV - 혼다 파일럿 2017-03-15
 2017 HONDA PILOT미니밴 못지않은 대형 SUV휘발유 값이 북미만큼 싸지 않은 한국에서도 대배기량 가솔린 SUV는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절대강자는 포드 익스플로러. 파일럿은 아직 적수가 되진 못하고 있지만 1년 사이 판매가 10배나 늘었다. 저유가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V6 3.5L급 가솔린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커맘(Soccer Mom)은 미니밴으로 아이를 축구연습장에 데리고 가고, 아이가 축구연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를 말한다. 미국에서 축구를 즐기려면 차를 타고 연습장을 찾아다녀야 하고 부대경비도 많이 드는 편이다. 특히 어릴 때 축구를 접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아이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엄마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커맘이란 용어는 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미국 여성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방과 후 체육활동이나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열성엄마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전통적으로 사커맘들이 선호하는 차는 미니밴이었다. 자신의 자녀는 물론 때론 이웃집 아이들 몇몇을 함께 태우고 집과 축구장을 오가는 패밀리카로 미니밴만 한 차가 또 있을까? 그런데 요즘은 미국에서 미니밴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투박하고 획일적인 미니밴의 스타일에 식상한 사커맘들이 이젠 3열 시트가 있는 7인승 중대형 SUV를 찾고 있는 것. 실제로 북미에서 미니밴은 기껏해야 7인승이기에 제대로 된 3열을 갖춘 SUV라면 미니밴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부는 SUV 열풍과 SUV 자체의 매력적인 진화도 이런 바람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다.​​2, 3열에 각각 3명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공간최대 3명이 앉을 수 있는 3열시트. 성인 2명이 타도 넉넉하다원터치로 2열 시트가 앞으로 밀려나며 3열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마련된다 ​ 값싼 HR-V보다 인기 더 많아파일럿은 혼다 배지를 달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 기획하고 앨라배마 주 링컨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실상의 미국차다. 당연히 일본에서는 판매되지 않으며, 파일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북미에서는 뒷부분을 픽업트럭으로 개조한 SUT 릿지라인(Ridgeline)과 조금 작은 형제차 어큐라 MDX도 있다. 1세대 파일럿은 2002년 3열 7인승 중형 SUV로 태어났지만 2008년 체급을 올리면서 덩치를 키웠고 2015년에는 투박했던 직선 스타일을 버리고 지금의 날렵한 3세대로 진화했다. 애초 7인승 중형 SUV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풀사이즈 SUV에 버금갈 만큼 커져 언뜻 봤을 때의 느낌이 북미의 인기 SUV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하다(실제로 이들은 북미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다만 박스형 디자인을 버리고 앞뒤로 날렵한 스타일링을 입혀 예전보단 덜 부담스러운 모습이다.파일럿은 북미에서 매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기도 하다. 2000년 말에는 몇 년간 시장의 터줏대감인 익스플로러보다 많이 판매되기도 했다(지금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데뷔 후 미국에서만 170만 대 이상 판매된 저력 있는 모델임은 분명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도 대형 가솔린 SUV 시장의 절대강자는 익스플로러라는 것. 지난해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은 4,739대로 어지간한 수입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에 버금간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된 파일럿의 수는 801대. 익스플로러에 크게 못 미치지만 2015년 80대에 비해서는 10배나 성장했다. 더군다나 파일럿은 혼다 코리아가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1.8L급 3,000만원대 초반의 소형 SUV HR-V보다 더 잘 팔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휘발유 값이 북미만큼 싸지 않은 한국에서도 대배기량 가솔린 SUV가 생각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상황. 그 이면에는 진입 장벽이 낮은 차값과 한동안 유지됐던 저유가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어쨌든 국내 시장에서도 6기통 3.5L급 대형 가솔린 SUV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안팎으로 드러나는 대륙의 풍요로움혹자는 각이 지고 투박한 구형 파일럿이 더 개성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기자의 눈으로 봐도 신형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개과천선이다. 길이가 5m에 이를 만큼 덩치가 크지만 언뜻 봤을 때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는 건 순전히 디자인의 힘. 그러나 옆에서 보면 대형 SUV다운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 2,820mm로도 뒤 오버행을 가릴 수 없을 만큼…….​​​구형에 비해 샤프해진 디테일로 덩치 큰 SUV에 대한 시각적인 부담감을 덜어냈다언뜻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리어램프. 빨간색 깜빡이로 다시 한번 미국 태생임을 드러낸다245/50 R20 사이즈의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 타이어 실내 역시 국산 SUV로 한껏 높아진 눈높이로 봐도 구형의 허접스러움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형 SUV다운 시원스런 시야와 넉넉한 공간감이 실내 곳곳을 휘감아 돈다. 북미 태생답게 큼지막한 도어 포켓이나 무지막지하게 큰 센터콘솔, 넉넉한 컵홀더 수 등 수납공간은 차고 넘친다. 소재의 질감이나 품질도 대중 브랜드의 차로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2017년형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에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더해 스마트 기기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모니터 주변의 터치식 버튼들은 사용 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어쨌든 차의 판매량과 명성에 비해 실내는 뭔가 부족해보였던 혼다차도 이젠 옛일이 된 듯하다.​​경쟁력 있는 국산차의 눈높이로 보더라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실내. 품질감도 나쁘지 않다센터콘솔은 가방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크지만 OD 오프와 L이전부인 6단 자동변속기는 안습이다​음료수는 물론 자잘한 물건들도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는 도어트림  뒷좌석공간도 대형 SUV답게 넉넉하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고 풍향과 풍속,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도 갖췄다. 그 뒤의 접이식 3열 시트는 특이하게 3명이 앉을 수 있는 형태. 2열 시트를 조금만 앞으로 밀면 어른 2명은 충분히 앉을 만하고, 체구가 조금 작은 아이들이라면 3명까지도 불편함 없이 앉을 듯하다. 이론적으로는 7인승 미니밴보다도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8인승(1열 2명, 2열 3명, 3열 3명) 배열이다. 미니밴의 용도를 대체하려면 당연히 3열 시트로 드나들기가 쉬워야 하는데, 2열 시트 옆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원터치로 등받이 각도가 앞으로 꺾이면서 시트 바닥이 앞으로 밀려나 3열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마련된다. 이 과정을 전동으로 처리하지 않았지만 결코 번거롭거나 불편하지 않다. 3열 등받이를 세운 상태에서도 80L 크기의 대형 아이스박스를 실을 수 있어 ‘미니밴을 대신하고도 남을 차’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3열 시트를 접으면 2,376L의 커다란 짐공간이 펼쳐지고, 2열 시트까지 접으면 어른 2명이 잠을 자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마련된다.​​3열 시트를 세운 상태에서도 적재량이 꽤 된다​​5명이 타고도 엄청난 짐을 실을 수 있다2열까지 접으면 성인 2명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나온다 ​​V6 자연흡기로도 충분한 몸놀림파일럿은 혼다가 미국에서 범용으로 쓰고 있는 V6 3.5L 가솔린 I-VTEC 엔진을 얹었다. 혼다 특유의 SOHC 4밸브 유닛에 직분사 개량을 통해 최고출력 284마력/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의 준수한 성능을 낸다.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0→시속 100km 가속 7.3초, 최고시속은 211km로 체구를 뛰어넘는 성능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V8이나 별도의 과급기가 필요치 않은 수준으로, 실제 운전할 때도 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들지 않는다. 풀 액셀 상태에서 다소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는 게 의외지만 평상시 영역에서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여유로운 달리기를 보인다.​​​혼다가 북미에서 즐겨 쓰는 범용 6기통 엔진.출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다만 수동 변속을 지원하지 않는 건 무척 아쉽다. 미국에서 만든 차 아니랄까봐 6단 AT에 달린 건 오버 드라이브(OD) 온오프 스위치와 L 기어 레인지가 전부다. 혼다 코리아는 2017년형을 수입하면서도 지난 2015년 10월 3세대 데뷔 때 빠졌던 9단 AT를 선택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6단 AT 외에도 옵션으로 9단 AT를 고를 수 있다. 6단 AT로 받은 지금의 연비(복합 8.9, 도심 7.8, 고속 10.7)가 의외로 괜찮아서 이를 포기하기 싫었던 걸까? 실제 미국에서도 9단 AT의 연비가 6단 AT보다 확연히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몰아보면 6단 AT로도 그다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과 앞뒤 245/50 R20 사이즈의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승차감과 핸들링은 동급 평균 이상이다. 운전할 때만큼은 5m의 체구가 전혀 의식되지 않으며, 덩치에 비해 회전반경도 크지 않아 도심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눈길/진흙길/모랫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능형 지형관리 시스템을 갖춘 점도 동급 모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다. 230여km를 달린 후 측정한 평균 연비는 7km/L 정도. 비슷한 배기량의 국산 가솔린 세단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용자는 데일리카로 쓸 생각도 할 만하다.​​​5,000만원대 중반의 비교적 저렴한(?) 값의 북미 태생이라고 별다른 장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3세대 파일럿은 스몰 오버랩을 포함한 북미 충돌 테스트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자동감응식 정속주행장치(ACC),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S), 추돌경감제동 시스템(CMBS), 차선이탈경감 시스템(RDM) 등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적극적인 안전장비를 잔뜩 얹었다. 눈으로 보이는 안전장비는 오른쪽 깜빡이를 켰을 때 우측 뒤쪽 영상을 중앙 모니터에 띄우는 정도인데, 사이드미러에 눈이 먼저 가기 때문에 활용도는 크지 않다. 그보다는 큼지막한 크기에 비해 사각지대가 의외로 좀 있는 왼쪽 사이드미러의 개선이 더 절실해 보인다. 물론 애프터마켓에서 광각 미러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우리나라는 배기량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국산차 메이커들이 북미를 주요 타깃으로 삼다보니 평균 배기량이 크고, 또 고급차일수록 배기량이 커야 한다는 인식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V6 3.5L 엔진에 9km/L에 가까운 평균연비(비록 제원상이지만)를 내는 대형 SUV가 설 자리는 충분하다. 공간이 넉넉해 한국판 사커맘이 타기에도 어울릴 듯하지만 한국에서는 축구장 대신 기껏해야 스포츠 센터나 학원을 부지런히 오가는 게 현실. 센터의 좁은 지하주차장과 붐비는 학원 주변에서는 분명 큰 덩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주말에 탈 여유로운 SUV를 찾는다면 파일럿의 매력은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어쩌면 데일리카로 사용해도 V6 3.3/3.8L 엔진의 준대형차와 유지비 차이가 크지 않을 듯. 그러나 역시 파일럿은 주중보다는 주말, 도심보다는 아웃도어에서 더 큰 진가를 발휘할 듯하다.​글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재혁​​​ 
작은 틀 큰 가치- 기아 모닝 2017-03-13
KIA MORNING작은 틀 큰 가치기아 모닝이 3세대로 진화했다. 더욱 탄탄해진 뼈대와 세련미를 강조한 디자인, 그리고 향상된 주행질감 등으로 경차라는 작은 틀을 꽉 채우고도 남을 상품성을 갖췄다. 왕좌의 재탈환도 문제없어 보인다.  변화의 폭이 크다. 구형의 자취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상품성이 개선됐고, 라이벌의 아성을 잠재우려는 듯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디자인은 눈에 띄게 화려해졌으며, 주행 편의를 돕는 품목은 필요 이상으로 풍성히 들어찼다. 전 영역에 걸쳐 안정적인 움직임을 드러내는 주행질감도 주목할 만한 부분. 경차의 기준을 재정립함은 물론 지난해 2,802대 차이로 쉐보레 스파크에게 시장의 선두를 내준 2세대 모닝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날을 단단히 세운 느낌이다. 한계를 모르는 발전국내 경차 시장은 치열하다. 연 평균 15만 대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가 양분하고 있다. 그래서 더 뜨겁고, 상대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신형 모닝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가령 내·외관 디자인은 흠잡을 곳 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입체적인 조형미를 갖춘 외관은 날카롭게 다듬은 캐릭터 라인과 정교한 디테일로 빈틈없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실내는 수평적인 레이아웃 아래 여러 부품을 짜임새 있게 배열, 이전에 없던 모양새를 뽐낸다. 단순히 경차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두기에는 아까운 감각이다. 기아는 이런 디자인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아트 컬렉션 패키지’도 마련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 에어커튼 가니시, 뒤 범퍼 아래쪽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하고 16인치 전용 휠이 포함된다. 시승차도 이 패키지를 적용, 인상이 한층 또렷해 보인다. ​​LED 테일램프로 또렷한 존재감 뽐내는 3세대 모닝아기 호랑이의 눈매 마냥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헤드램프​16인치 아트컬렉션 전용 휠은 195/45 R16 사이즈의 넥센 엔프라이즈 타이어와 한 쌍을 이룬다  ​조립 품질은 오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향상됐다. 외관, 실내 나눌 것 없이 각 부품이 한 덩어리 마냥 빈틈없이 맞물렸고, 무엇보다 운전자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스티어링 휠 스티치는 실오라기 하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꼼꼼한 마감이 돋보인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 사용된 딱딱한 플라스틱 마감재가 다소 감성을 떨어트리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매끈하고 섬세하게 성형해 다른 부품과의 이질감을 줄였다. 안전 및 편의장비는 풍요로움 그 자체. 다양한 옵션으로 ‘경차답지 않은 경차’라고 불렸던 이전 모델의 명성을 보기 좋게 이어받았다.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품은 7인치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부터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전방추돌경보 시스템,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등 운전자를 배려하는 장비들로 가득하다. 이들 중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는 기아 전용 내비게이션부터 T맵, 애플 카플레이 내비게이션까지 지원, 폭 넓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수평적인 레이아웃 아래 여러 부품을 짜임새 있게 배열한 인테리어  경차지만 답답함 없는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다구형 대비 15mm 늘어난 휠베이스로 보다 넓은 뒷좌석공간을 확보했다 기어박스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열선시트와 히티드 스티어링 휠 스위치 음료수를 놓아둘 공간이 없다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회전형 컵홀더가 마법처럼 나타난다기아 전용 내비게이션부터 T맵, 애플 카플레이까지 아우르는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 3,595×1,595×1,485mm, 휠베이스 2,400mm다. 기존보다 15mm 늘어난 휠베이스로 뒷좌석공간을 늘인 것이 특징. 실제로 앉아보면 레그룸, 헤드룸 모두 기존보다 넉넉해져 답답하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키 175cm 성인 남성 기준). 이외에 트렁크공간은 기존 200L에서 28% 증가한 255L의 용량을 확보했으며, 2열 원터치 풀플랫 기능으로 최대 1,010L의 적재공간을 누릴 수 있다.   ​​기다려지는 터보 모델 드라이브트레인은 1.0L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돼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를 낸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감을 맛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다고 차가 확 튀어나가지는 않는다. 작은 엔진의 앙칼진 울음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다뤄줘야 순조로운 움직임을 드러낸다. 속도를 서서히 높이며 모는 것이 차는 물론 정신건강에도 좋다. 승차감은 의외로 단단한데, 이전 모델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정도로 침착해졌다. 덕분에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높아졌고, 차선 이동시 부담감도 줄었다. 굽이진 길 역시 상당히 차분하게 돌아나간다. 44.3%까지 적용된 초고장력 강판과 총 67m 길이로 사용된 구조용 접착제, 그리고 주요 충돌부위 핫스탬핑 공법으로 잘 짜진 차세대 플랫폼이 믿음직한 몸놀림을 구현한 셈이다. 제동시에는 직진제동 쏠림방지 시스템으로 급제동을 하더라도 좌우 흔들림 없이 직진 방향으로 곧게 멈춰 섰다. ​​드라이브트레인은 1.0L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돼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를 낸다스포티한 알로이 페달은 차의 가속성능을 생각하면 다소 과한 치장이다​​이처럼 다부진 거동은 주행질감에 대한 만족감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출력에 대한 갈증이 쉼 없이 밀려왔고, ‘조금 더 잘 나갔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신형 모닝 터보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보다 강력한 엔진과 다부진 차체의 궁합이 기대된다. 실 연비는 복합연비를 웃돌았다. 특히 도심에서 14.3km/L를 기록, 기아가 제시한 도심연비 13.6km/L를 웃돌았다. 고속도로 연비는 제원표에 명기된 것과 같은 16.2km/L를 기록했는데,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했다면 좀 더 나은 연료효율성을 보여줬을 것 같다.​​​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정상의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1~2세대에 걸쳐 차급을 뛰어넘는 상품성을 품고, 경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상품성을 강화한 경쟁자의 활약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작은 틀 안에 큰 가치를 품고 왕좌의 재탈환을 꿈꾸고 있다. 일단 시작은 좋다. 1월 17일 출시된 신형 모닝은 부족한 영업일수를 뛰어넘고 단번에 1월 판매량 선두에 올라섰고, 무서운 속도로 경차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터보와 LPG 모델도 나와 공세 수위를 높일 예정. 새로운 모닝의 햇살이 무척이나 밝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 인피니티 QX60 2017-03-10
INFINITI QX60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인피니티 QX60은 흔치않은 7인승 크로스오버다. 듬직한 덩치와 넉넉한 공간, 미니밴 같은 구성의 2, 3열 시트를 갖췄다. 미니밴이 죽도록 싫다면 이 차에 주목하자. 게다가 이 차는 프리미엄 모델이다.   미국 시장 전용 브랜드로 출발한 인피니티는 현재 5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2011년 본사를 미국에서 홍콩으로 옮기며 생산 기지와 디자인 센터를 일본, 영국, 미국, 중국 등 총 네 곳에 두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2016년에는 전세계적으로 23만 대를 팔아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이는 미국 시장 성장률 3.6%를 넘어서는 수치다.인피니티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전체 판매의 60%가 미국에서 이루어지지만 Q30, QX30을 출시하며 유럽에서의 판매를 140% 늘리는 등 시장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에서도 18% 성장했다. 그러나 제품 구성은 여전히 미국적이다. 승용차는 세 개뿐이지만 SUV는 무려 다섯 개나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구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SUV 인기 덕분이다. 천덕꾸러기였던 SUV 라인업이 이제 브랜드 경쟁력으로 느껴질 만큼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오밀조밀하게 줄을 세운 다섯 개의 인피니티 SUV는 크기부터 성격까지 중첩되는 일 없이 고유의 캐릭터와 포지션을 맡고 있다. 소형 SUV QX30과 준중형 SUV QX50은 차체 크기로 역할구분이 또렷한 반면 QX60, QX70, QX80은 전부 대형 SUV다. 그러나 이 세 차종은 제품 성격에서 차이를 보인다. QX80은 픽업트럭을 베이스로 하는 전형적인 풀사이즈 SUV다. QX70은 QX60보다 클 것 같지만 사실은 더 작다. 프론트 미드십의 후륜구동 고급 세단이 베이스라 덩치보다 더 큰 숫자를 달았다. 인피니티 SUV의 허리를 담당하는 QX60은 80처럼 7인승이지만, 미니밴 성격을 가미해 공간활용성에 초점을 맞춘 7인승 크로스오버다. QX60과 같은 다인승 크로스오버 시장은 미니밴의 주요 고객인 ‘사커맘’이 SUV로 옮겨가면서 확대됐다. 원조 시장인 미국에서는 쉐보레 트래버스, GMC 아카디아, 뷰익 앤클레이브, 닷지 듀랭고, 닛산 패스파인더 등 다양한 모델이 등장해 하나의 장르를 이뤘다.​​ ​미니밴을 품은 대형 SUV오늘 만난 QX60은 안팎의 모습을 다듬은 부분변경 모델이다. 소심하게 화장을 고쳤지만 전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기존 모델의 풍만하고 여성스런 얼굴에서 슬림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로 변화한 것. 프론트 그릴과 하단 에어인테이크홀을 한데 묶어 강조했고 앞트임을 한 헤드램프는 전보다 공격적인 인상이다. ​​​변화의 폭은 크지 않지만 인상은 크게 달라졌다. 여성스럽던 얼굴이 보다 남성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테일게이트는 크롬몰딩으로 위아래를 나누고 넘버플레이트 아래쪽에 주름을 한 번더 접었다. 큰 면을 가로로 쪼개어 높이가 낮아 보이는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초승달 모양의 D필러가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뒤쪽의 테일게이트는 크롬몰딩으로 위아래를 나누고 넘버플레이트 아래쪽에 주름을 한 번 더 접었다. 큰 면을 가로로 쪼개어 높이가 낮아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미니밴보다 살짝 높은 바닥을 딛고 실내에 들어서자 대형 우드트림이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닛산 패스파인더와 대부분을 공유하지만 정갈한 센터페시아가 대중 브랜드와 선을 긋는다. 최신 차량에 유행처럼 적용된 대시보드 상단 스티치와 퀼팅 처리된 시트 또한 반가운 변화다. ​​닛산 패스파인더와 실내 대부분을 공유하지만 정갈한 센터페시아가 대중 브랜드와 선을 긋는다뒷문을 열면 3열 승하차를 돕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다​​가죽과 나무, 금속을 적절히 활용한 도어트림 좋은 가죽과 퀼팅 처리로 고급감을 살린 시트​물론 QX60의 가장 큰 매력은 넓고 높은 공간이다. 2열 시트가 슬라이드되는 5, 7인승 SUV는 많지만 이들은 시트프레임에서 움직이는 까닭에 이동거리가 짧아 활용성이 부족하다. 반면 미니밴의 실내를 따온 QX60은 평평한 바닥의 레일 위로 움직이는 2열 시트를 갖췄다. 폭넓게 이동되는 시트는 공간분할이 자유롭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7명이 모두 앉아도 2, 3열 무릎공간에 여유가 있다. 3열 시트는 승하차가 편하고 성인이 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좌석이다. 지붕 끝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까닭에 헤드룸이 조금 좁지만 엉덩이를 앞으로 살짝 빼고 앉으면 해결된다. 3열 시트를 쓰면서도 약간의 짐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3열 시트는 승하차가 편하고 성인이 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좌석이다 시트 폴딩시 넉넉한 짐공간이 확보된다. 3열 시트를 쓰면서도 약간의 짐공간이 남는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다​엠블럼에 걸맞은 주행성능커다란 몸집에 넉넉한 실내만 보면 주행성능이 둔할 것 같지만 QX60 또한 인피니티 고유의 스포티함을 품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알루미늄 블록 특유의 카랑카랑한 음색과 함께 닛산의 대표 엔진인 VQ35DE가 잠에서 깨어난다. 구동계는 CVT를 조합한 상시 네바퀴굴림(AWD) 방식이다. 클리핑을 약하게 설정한 변속기와 저속에서 무거운 스티어링 휠은 실제 무게(2톤)만큼 무거운 인상이지만 일단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부드러운 회전감각과 함께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CVT가 한 발 앞서 엔진회전수를 띄워 가속을 돕는다. 닛산 상위 차종에 적용된 CVT는 위화감이 없고 가속감도 자연스럽다. 최고출력은 265마력이지만 수치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며, 높은 속도에 도달하는 과정도 7인승 차라는 것을 망각할 만큼 즐겁다. 기어노브를 좌측으로 밀면 가상의 기어비 설정으로 일반 자동변속기의 수동 모드처럼 다룰 수 있다.​​​3.5L V6 가솔린 MPI 엔진이 265마력의 힘을 낸다​완성도 높은 하체는 또 한 번 개선을 거쳐 이제 원숙미를 갖췄다. 요철을 빠른 속도로 타고 넘어도 넉넉한 하체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뗀다. 높은 차고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에서도 허둥대지 않는다. 요즘은 보기 드문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조향감각이 비교적 정확하다. 자잘한 진동은 거르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해 주행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 고속 안정감도 크로스오버로서는 만족스럽다. 다만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일정 각도 이상 돌리면 뒤쪽 구동력 배분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만은 않다.못내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고급차다운 기본적인 편의장비는 갖춘 반면 최신 소형차에도 있는 차선유지보조장치, 사각지대경보 같은 보조안전장비가 빠져 있다. 주행성능보단 컵홀더 개수를 따지는 장르에선 적지 않은 핸디캡이다. 그러나 잘 짜인 실내와 농익은 주행성능이 이러한 단점을 감추어준다.시장에는 이보다 잘 달리는 SUV도 많다. 그런데 그런 차는 5명밖에 못 태우거나 값이 최소한 두 배 이상 비싸다. QX60의 값은 6,290만원. 신차 출시 때보다 700만원을 낮췄다. 대형 럭셔리 SUV 가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 국내에 있는 6,000만원대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는 현재로서는 인피니티 QX60 하나뿐이다. 글 이인주 사진 최진호​​ 
반격의 서막- 재규어 XF & 볼보 S90 2017-03-08
​JAGUAR XF & VOLVO S90레지스탕스 : 반격의 서막 두 대의 비(非)독일 세단이 레지스탕스를 결성했다. 가히 제국주의에 비견될 만한 독일 일색의 미들급 럭셔리 세단 시장에 저항운동이 일어난 것. 재규어 XF와 볼보 S90이 독일 3사 럭셔리 세단에 도전한다.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파시즘 정권에 투쟁했던 그 옛날 유럽의 애국투사들처럼.     문득 생각했다. 매사에 정답을 찾는 습관은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주입식 교육의 한계일까? 우리의 판단방식은 때때로 지극히 단선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눈길을 옮기다가 시간과 가격의 한계에 다다르면 그곳에서 단 하나의 정답을 골라내곤 한다. 그것은 흑백의 자동차로 물든 우리네 도로 풍경을 닮았다. 빛깔을 지운 채 명에서 암으로 손가락을 옮기다 보면 세상은 오직 한 줄로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차를 고를 때가 특히 그렇다. ‘강남 쏘나타’라는 표현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때 중산층이 타는 중형 세단으로 대변되던 강남 쏘나타는 그랜저를 일컫는 듯하더니, 렉서스 ES를 통해 수입차로 옮겨갔다. 지금은 6,000만원대 프리미엄 디젤 세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우디 A6가 주춤하는 사이 메르세데스 벤츠 E220d나 BMW 520d가 눈에 밟힐 정도로 많아졌다. 독일차 일색의 수입 중형차 시장에 색다른 선택지를 펼쳐보이고 싶었다. 우리의 뇌리에 색깔을 입히면 온도와 취향, 선호와 감성이 도드라질 것이다. 누군가의 정답을 벗어나도 오답으로 취급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반독일 저항군을 소집했다. 철옹성 같은 독일 3사 프리미엄 세단에 대항하는 두 대의 넘버3가 자원입대했다. ​​브랜드 르네상스의 주역재규어와 볼보는 몇 년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1990~2000년대 내우외환에 시달린 두 브랜드는 빛바랜 옛 명성을 안고 포드 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장밋빛 꿈도 잠깐, 오랜 시간 정제된 두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차츰 혼탁해졌다. 1998년, 960의 연장선상에 있는 1세대 S90과 V90이 각각 S80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단종 됐다. 후륜구동 볼보의 종언이었다. 당시 볼보 역사상 가장 큰 개발비(7조2,000억원)를 들여 완성된 S80은 어중간한 사이즈와 긴 라이프사이클로 시간이 갈수록 시장에서 힘을 잃어갔다. 링컨 LS와 플랫폼을 공유한 S-타입 역시 재규어만의 독창성을 잃은 밋밋한 차였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경영악화에 빠진 포드는 이들 두 회사에 투자를 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두 브랜드는 디트로이트를 떠나 아시아의 이름 없는 자동차 메이커에 팔려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브랜드 부활의 신호탄이 되었다. 재규어는 2008년 인도 타타자동차에 넘어갔다.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기업에 팔려간 것.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우임이 증명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타입의 후속이자 타타 시대의 시작을 알린 XF는 9년간 약 3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XF의 성공은 이내 F-타입과 XE, F-페이스라는 결실로 이어졌다.현행 S90은 S80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볼보를 인수한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풍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2세대 S80 데뷔(2006년) 이후 10년 만의 모델변경을 추진했다. 기존 볼보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규 전륜구동-AWD 모듈러 플랫폼을 개발해 2세대 XC90과 S90, V90에 적용했다. 지리의 공격적인 투자 덕에 2010년 인수 당시 40만 대였던 볼보의 생산대수는 2015년 5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볼보의 글로벌 판매실적은 53만 4,332대에 이른다.  ​​​​ 이안 칼럼 & 토마스 잉엔라트XF와 S90의 성공 이면에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파격적인 디자인 진화가 있었다. 재규어의 이안 칼럼과 볼보의 토머스 잉엔라트가 혁신을 이끈 주역. 1999년 재규어에 합류한 이안 칼럼은 2007년 XK를 시작으로 재규어의 DNA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시장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첫 작품은 타타 재규어의 첫 신차인 XF다. 볼보의 디자인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는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를 거치며 폭스바겐 포츠담 디자인센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망치를 든 토마스 잉엔라트는 정체돼 있던 기존 볼보 디자인을 깨부수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립했다. 그의 손을 거쳐 깨어난 XC90, S90 형제는 두 눈에 담긴 토르의 망치로 볼보의 찬란한 시대를 밝히고 있다. ​​1 S90은 두 눈에 담긴 토르의 망치로 볼보의 찬란한 시대를 밝히고 있다 2 과감한 직선을 사용한 S90의 테일램프 10년 만에 이름을 부활시킨 S90에는 과거 볼보 900 시리즈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작(S80)에 10을 더한 이름에 걸맞게 차체도 한층 커졌다. 어중간한 크기의 S80이 겪은 십수 년의 설움을 되갚아주기라도 하듯 E클래스(W213)보다 38mm, 5시리즈(G30)보다 26mm 길다. ​신규 모듈러 아키텍처가 적용된 S90은 FF 레이아웃임에도 후륜구동 차 같은 기다란 노즈를 가졌다. 최대한 앞으로 밀어낸 전륜차축 탓에 보닛을 열기 전까진 세로배치 엔진이 들어갔나 의심할 정도다. 덕분에 프로포션은 한결 다이내믹하다. 시원시원한 직선형을 사용한 대담한 디자인과 늘씬한 옆 라인, 입체적인 프론트 립 등 차체 곳곳에서 볼보가 2013년 선보였던 컨셉트 쿠페가 겹쳐진다.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빼닮은 헤드램프, 오목한 버티컬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 말끔하게 정돈된 엠블럼이 어우러져 빈틈없이 옹골찬 인상을 이룬다.​​​​ S90이 모던하고 도시적인 색채가 강한 반면, XF는 야성미와 세련미를 겸비한 게 매력이다. 1세대 XF가 재규어 디자인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2세대는 1세대 후기형의 모습을 따르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느낌. 그럼에도 구형보다 라인이 유려하고 비율이 우월한 건 S-타입 섀시를 사용했던 구형과 달리 신형 모듈형 플랫폼 iQ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정상에 선 맹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나른한 눈빛, 촘촘한 벌집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 단호하게 깎아내린 히프 라인 등 기존 XF를 대표하는 디자인 요소들이 한층 치밀하게 다듬어졌다. 재규어 최초로 적용된 풀 LED 헤드램프와 날을 세운 보닛이 먹이를 노려보는 맹수 같은 흉흉한 인상에 힘을 싣는다. 루프 라인에서 C필러를 타고 내려오는 완만한 곡선은 쫑긋 세운 트렁크 리드 에지로 이어지며 치명적인 패스트백 라인을 그려낸다. ​​1 재규어 최초로 적용된 풀 LED 헤드램프  2 엉덩이 라인을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XF의 테일램프​​브리티시 배드보이 & 스웨디시 젠틀맨XF의 인테리어 완성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가죽과 플라스틱 패널 위에 큼지막한 금속을 덧댄 대시보드, 랩어라운드 스타일과 최신 디자인의 센터페시아, 물 샐 틈 없이 견고한 만듦새로 겉모습만큼이나 매력적인 실내를 갖췄다. ​​​ 하이테크 이미지와 고풍스런 분위기와 어우러져 재규어만의 럭셔리 감각을 집대성한다. 패들시프트가 달린 스티어링 휠이 스포츠 세단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짐승의 등에 올라탄 듯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주는 XF의 시트 ​​XF는 재규어 랜드로버에 널리 쓰이는 다이얼식 시프트 셀렉터가 처음 들어간 모델(2007년). 이젠 익숙해진 시프트 셀렉터와 액티브 에어벤트, 와이드한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디스플레이가 주는 하이테크 이미지는 소재와 레이아웃에서 오는 고풍스런 분위기와 어우러져 새 시대를 여는 재규어만의 럭셔리 감각을 집대성한다.​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실내공간은 세그먼트 평균 수준. 시트포지션을 낮추고 휠베이스를 늘여 이전 모델보다 뒷좌석 헤드룸이 27mm, 레그룸은 24mm 늘었다.​​​XF는 재규어랜드로버에 널리 쓰이는 다이얼식 시프트 셀렉터가 처음 들어간 모델. 다이내믹, 노말, 에코, 윈터 네 가지 주행모드 선택 버튼과 ASPC 활성화 버튼이 눈에 띈다 ​​ S90의 1열 센터터널. 롤러식 셀렉터를 돌리면 에코, 스포츠 노말의 세 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 ​​​​기존 볼보의 실내는 군더더기 없고 짜임새 있는 담백함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한때 벤틀리 인테리어를 총괄했던 남자, 로빈 페이지의 손을 거친 S90의 실내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는 큰 틀 안에 촉촉한 가죽을 아낌없이 입히고 예리한 알루미늄으로 세련미를 더한 뒤, 결이 살아있는 우드패널로 온기를 줬다. 소재에 어찌나 힘을 줬는지 플라스틱은 찾아보기조차 힘들 지경. 커다란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간결한 레이아웃, 꼼꼼한 마감, 세심한 디테일이 주는 고급감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특히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B&W 스피커 커버와 실내 도어캐치는 차라리 예술작품에 가깝다. ​​​ 로빈 페이지의 손을 거친 S90의 실내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는 큰 틀 안에 촉촉한 가죽을 아낌없이 입히고 예리한 알루미늄으로 세련미를 더한 뒤, 결이 살아있는 우드패널로 온기를 줬다 ​​​ 입체적 형상의 나파가죽 시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촉촉한 소재감과 독특한 디자인은 신선하지만, 몸에 착 감기는 착좌감은 볼보의 전통과 어긋남이 없다 ​​입체적 형상의 나파가죽 시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촉촉한 소재감과 독특한 디자인은 신선하고, 몸에 착 감기는 좋은 착좌감은 볼보의 전통과 어긋남이 없다. 럼버 서포트 및 사이드 볼스터 조절, 무릎 쿠션 확장, 마사지 시트 등을 지원해 기능 면에서도 빈틈이 없다. 넉넉한 휠베이스와 슬림한 시트 덕에 뒷좌석공간은 세그먼트 평균 이상이다. 시거잭과 3개의 3점식 안전벨트, 좌우 별도의 온도조절 장치, 열선 시트, 좌우 및 뒷유리 선블라인드 등이 뒷좌석 승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 XF의 랩어라운드 스타일 실내를 따라 둥글린 도어트림.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이 청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 S90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B&W 스피커 커버와 실내 도어캐치는 차라리 예술작품에 가깝다. B&W 오디오는 선명하고 맑은 음이 압권. 보기 좋은 스피커가 듣기도 좋다 ​  XF의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0.2인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빠른 반응속도와 탁월한 멀티태스킹 능력이 장점. 12.3인치 풀 HD 가상 계기판은 속도계, 회전계, 기능 및 정보 창을 아우르는 3개의 원형 클러스터로 구성되며, 설정에 따라 화면 전체를 지도로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S90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수많은 기능을 담았지만 화면 구성이 적절하고 기능 배치가 간명해 조금만 익숙해지면 쓰기 편하다.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을 띄운 상태에서도 화면 하단에서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세로형 디스플레이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다. 터치 방식은 정전식이 아닌 적외선 방식으로, 인식이 빠르고 반응이 정확하다. S90의 가상 계기판은 네 가지 테마를 지원하며, 두 개의 원형 클러스터 사이에 내비게이션을 띄울 수도 있다. ​​​ XF의 12.3인치 풀 HD 가상 계기판. 화면 전체를 지도로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 S90의 가상 계기판은 네가지 테마를 지원하며, 두 개의 원형 클러스터 사이에 내비게이션을 띄울 수도 있다 두 모델 모두 레이저 HUD와 4존 오토 에어컨을 구비했다. 도드라진 2열 공조기 조작부와 높은 센터터널 탓에 뒷좌석에 세 명이 편히 타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공통점. FR을 기반으로 AWD까지 아우르는 XF에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모델에 따라 네바퀴굴림 구동계가 들어가거나 전기모터용 배터리가 수납되는 S90에게도 나름의 핑계거리는 있다.   S90의 뒷좌석 공조기 조작부도 터치 디스플레이 방식.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던함이 배어있다  다이얼과 물리버튼을 사용한 XF의 2열 공조기 조작부. 센터페시아의 테마와 잘 어우러진다 야성적인 브랙팬서 & 명민한 토르최고출력 190마력을 내는 볼보의 D4 엔진은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아이들링 사운드를 잘 둥글렸다. 기본기 출중한 엔진에 명민한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힘이 즉각적으로 달라붙고 속도가 붙은 뒤에도 속도계 바늘이 도는 기세는 꾸준하다.주차장을 빠져나갈 땐 새털처럼 가볍던 스티어링 휠이 속도가 붙을수록 바위처럼 묵직해진다. 저속에서 다루기 편하고 고속에서 안정감을 주는 세팅이다. 고속주행 중엔 젠틀맨의 수트 아래 탄탄한 근육을 느낄 수 있다. 다소 과격한 스티어링에도 분산되는 무게를 잘 다스린다. 차돌처럼 한 덩이로 뭉쳐 달리고 돌고 서는 감각은 여느 스포츠 세단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첨단 주행 및 안전장비도 화려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파일럿 어시스트, 거리경보, 운전자경보제어, 차선유지보조, 차선이탈방지 및 보호, 도로표시정보, 시트 세이프티가 포함된 인텔리세이프 어시스트와 사각지대정보, 측후방경보, 후방추돌경고 시스템이 포함된 인텔리 세이프 서라운드가 들어간다. 볼보가 자랑하는 시티세이프티에는 야간에 큰 동물을 인지할 수 있는 동물 탐지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를 활성화하면, 차가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고 스티어링 휠 조작까지 알아서 해준다. 인지와 작동이 정확해 운전자의 손과 발이 쉬는 시간이 마냥 길어진다. 볼보는 올해 안에 자율주행차 100대를 실제 도로에서 달리게 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엔 볼보로 인해 아무도 죽지 않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공표한 바 있다.​​​재규어의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에는 딥 스커트 알루미늄 블록, 전자제어식 오일/워터펌프, 1,800바 커먼레일 시스템, 가변식 터보, 가변식 오일제트 등 최첨단 기술이 녹아 있다. 180마력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보여주는 가속 성능은 부족함이 없고, 43.9kg·m의 높은 토크가 터프한 달리기를 가능케 한다.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이 시종일관 묵직해, 운전자 몸과 맞닿는 모든 곳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먹이를 노려보며 잔뜩 웅크린 맹수처럼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가 됐음을 직감케 한다. 조작 저항이 크다는 것은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의미. 고속에서나 저속에서나 허술한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달리하는 AWD 시스템과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궤적을 수정하는 토크 벡터링 덕분에 코가 예리하게 돌고 뒤는 쫀득하게 따라온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럴 멀티 링크. 컨트롤 암과 허브 사이에 수직 플렉서블 링크를 더한 인테그럴 멀티 링크가 종과 횡을 가리지 않고 충격을 유연하게 분산시킨다.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발진을 돕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적용은 인상적이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기능이 포함된 차선이탈경고, 자율제동 시스템 등 동급에서 일반화된 장비가 국내 사양에서 빠진 것은 아쉽다.두 차의 주행감은 결 자체가 아주 다르다. S90이 산뜻하고 쾌적한 느낌이라면, 재규어는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이다. 침착하고 면밀한 S90에 비해 XF는 마초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미들급 세단의 복수정답 시대재규어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독보적인 매력이 뛰어난 성능을 만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영혼과도 같아서 수치화된 데이터나 손에 잡히는 기능에 대한 가치판단을 벗어나 일단 갖고 싶게 만드는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기존 볼보는 눈보다는 몸으로 고급감을 전하는 브랜드였다. 생김새보다 주행감이 더 수려했기 때문이다. S90을 마주한 순간 과시를 모르던 무뚝뚝한 볼보의 시대가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볼보는 모든 감각을 설득해 결국 그 호화로움에 고개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흑역사를 경험한 두 브랜드는 기존에 가진 이미지나 이름값에 기대려 하지 않았다. 헤리티지를 함축하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S90은 높은 완성도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E클래스의 가치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듯했고, 재규어는 나긋나긋해진 5시리즈에게 스포츠 세단이라면 포기해선 안 되는 덕목을 일일이 지적하는 듯 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가치를 매기는 채점표는 제각기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한다. 수입 중형 세단의 수준은 이미 상향평준화된 상태. 이제는 정답을 구할 때가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심할 때다. XF와 S90은 흔해빠진 독일산 세단에 물린 소비자에게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안전과 신뢰를 강조한 보수적인 이미지에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기술을 더한 S90. 남성미를 강조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놓치지 않은 XF. 브랜드의 사활을 걸고 개발된 두 대의 럭셔리 중형 세단이 치열한 전장으로 파고든다. 얼마나 오랫동안 칼을 갈았는지, 어떤 고통을 이겨왔는지 낱낱이 되새기면서.​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 
정통 오프로더, 설산에 오르다 - 지프 랭글러 2017-03-06
JEEP WRANGLER RUBICON 4-DOOROFFROAD IN SNOW : 지프 랭글러 겨울의 끝자락, 지프 랭글러를 몰고 무작정 산속으로 향했다. 새하얀 눈밭을 휘젓고 다닐 오프로더는 당분간 접하지 못할 테니까. 예상대로 오랜 시간 발전을 거듭한 정교한 기술은 설산을 손쉽게 지배했고, 백색 카펫 위 위풍당당한 자취를 깊숙이 새겼다.       지프 랭글러는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다. 수십 년간 고집스럽게 지켜온 정체성을 필두로 세련된 차가 판치는 글로벌 SUV 시장 속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탄탄함이 엿보이는 옹골찬 디자인과 그 어떤 험로도 가뿐히 돌파할 것만 같은 강력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이런 명성을 뒷받침하는 듬직한 하드웨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2말3초, 눈이 가시지 않은 첩첩산중에서 랭글러는 미끄럽고 불규칙한 노면 위를 활기차게 나아갔고, 그 어떤 난관 앞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차체에 튄 질퍽한 진흙은 자랑스러운 훈장 같았다. 감성과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시간 속에서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값진 경험을 만끽했다. ​정통 오프로더, 설산에 오르다산이 깊어질수록 눈도 깊어졌고 노면 폭 역시 좁아졌다. 운전석 왼쪽에는 아찔한 낭떠러지까지 펼쳐졌다. 조금 전까지 접했던 포장도로와 180도 다른 환경에 자연스레 온 신경이 곤두섰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여길 왜 왔을까’ 하는 소심한 후회도 살짝 밀려왔다. 믿을 것은 내 자신과 지프 랭글러 뿐. 마음을 다잡고 신중을 다해 스티어링 휠과 가·감속 페달을 조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눈이 두툼하게 덮인 경사로에 발목이 잡힌 것.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뒷바퀴는 미친 듯이 헛돌았고, 엉덩이가 좌우로 요동쳤다. 순간 가슴이 턱 막히면서 동공이 확장됐다. 본능적으로 감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시승차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의 구동방식은 Rock-TracⓇ  파트타임 네바퀴굴림. 기어박스 좌측에 자리잡은 4WD 기어 시프트(2H-4H-N-4L)로 노면 상황에 알맞은 앞뒤 구동력 배분이 가능한데, 눈이 어느 정도 녹은 저고도 지역에서는 뒷바퀴로 모든 힘을 전달하는 2H로 주행이 가능했지만, 눈이 덜 녹은 산 중턱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4WD 기어 시프트를 4H로 바꿨다. 가드레일 하나 없는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비장한 마음으로 가속 페달에 힘을 가했다. 손에 땀을 쥐는 절체절명의 시간. 랭글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뿐하게 눈 덮인 경사로를 치고 올라갔다. 록트랙 트랜스퍼 케이스가 앞뒤로 50:50의 고정된 구동력을 전달하고, Tru-lokⓇ 디퍼렌셜이 그립을 잃은 바퀴의 반대 바퀴에 힘을 실어 접지력을 향상시킨 덕분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 몸을 지배하던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스노 오프로드의 가장 큰 장애물인 미끄럼을 극복한 차는 보다 가파른 경사로도 거뜬히 주파했다. 눈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운전에 운치를 더해주는 아름다운 배경요소일 뿐 두렵지 않았다. 중간 중간 맞닥뜨린 계곡은 즐거운 놀이터가 됐는데, 최대 76cm에 이르는 도하 가능 깊이를 무기삼아 시원하게 물살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지루할 틈 없이 산을 오르는 도중 오른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꽤나 넓은 공터가 보였다.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육중한 SUV지만 어찌 됐든 100% 후륜구동이 가능한 차가 아니던가. 잠시 외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화끈하게 놀아 볼 작정이었다. 4WD 기어 시프트를 2H로 옮기고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을 껐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V6 3.6L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로 이루어진 드라이브트레인(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kg·m)을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운전석 너머로 과격한 엔진음이 들려오며 동시에 뒷바퀴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눈보라가 사이드미러에 비쳤다. 순식간에 꽁무니는 바깥쪽으로 튀어나갔고, 스티어링 휠을 반대방향으로 감으며 최대한 자세를 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박자를 놓쳐 제자리에서 빙글 돈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차의 솔직한 움직임에 절로 순수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새 눈밭은 진흙탕이 돼 있었고, 깨끗했던 차는 온데간데없었다. ‘덩치 큰 랠리카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4WD 기어 시프트를 다시 4H에 맞췄다. 전자장비가 개입하자 차는 다시 계산적인 움직임으로 새하얀 노면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안정적인 움직임을 드러내며 눈 덮인 산길을 오르내렸다. 참고로 시승 도중 4WD 기어 시프트의 4L은 사용할 일이 없었다. 바위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라면 모를까, 프론트 스웨이 바를 분리하고 엑슬 록을 통해 각 바퀴에 25%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4L은 완만했던 시승 코스에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정통 오프로더를 상징하는 트레일 레이티드 4×4 배지가 옆면에 부착돼 있다​OFF-ROAD란 글자가 이 차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이유 있는, 그리고 의도된 클래식잠깐의 휴식을 위해 적당한 터에 자리를 잡고 쉘터와 체어, 그리고 테이블을 펼쳤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쾌청했으며, 따스함을 머금은 햇살은 겨울의 끝을 알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함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이 와중에 늠름한 랭글러의 자태는 계속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7년부터 이어온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했고, 동글동글한 눈매와 일곱 가닥으로 나뉜 그릴이 지프의 순수 혈통임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었다. 나온 지 10년이 넘은 생김새지만 뚜렷한 방향성에 존재감은 확실했다. 시승차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신규 외장 컬러 하이퍼그린(Hypergreen)이 적용돼 전에 없던 화려함까지 챙겼다. 휠은 17인치 그레이 알루미늄 휠이 장착됐는데, 차 성격에 알맞은 245/75 R17 굿이어 온오프로드 타이어가 끼워져 멋과 기능을 모두 아우른다. 지붕에는 운전석과 동승석, 2열 및 트렁크공간으로 나눠지는 3피스 하드톱이 씌워져 있고, 기분에 따라 운전석 쪽만 열거나 혹은 전부를 개방할 수 있다. 개폐방식이 수동이라 혼자서 지붕을 열고 닫기가 힘들다는 점은 흠. 오픈에어링을 즐겨보고자 무턱대고 덤볐다가 빠른 포기를 맛봤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10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견뎌왔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등 실내는 전반적으로 ‘클래식’을 머금고 있는데, 말이 좋아 클래식이지 확실히 세련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태생적으로 오프로드를 뛰기 위해 만들어진 차이기에 외형의 화려함보다는 잦은 오염에 더 신경을 써야 했고, 오프로드를 다녀온 뒤 실내 곳곳에 묻은 흙먼지를 물로 말끔히 씻어낼 수 있도록 내부를 구성해야 했다. 이동형 카펫과 배수구가 그 증거. 컨셉트에 매우 충실한 차인 셈이다. 단조로운 실내 구성쯤은 과감히 용서된다. 그렇다고 아쉬운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만큼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몇 있다. 차의 정보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구식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및 블루투스 기능이 빠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 시승 도중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는 산속에서 GPS와 바로 연결되는 내비게이션의 부재가 뼈저리게 다가왔다. 그나마 상위 트림인 사하라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지원된다. 이 외에 스포츠, 루비콘 2도어, 루비콘 4도어 트림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CD 데크 혹은 AUX 케이블을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탈착이 가능한 금속 폴형 안테나가 지프 랭글러를 더욱 클래식하게 만들어준다​1941년부터 1945년까지 생산된 윌리스 MB를 시초로 삼고 있는 지프 랭글러 ​언제든 미끄러질 수 있는 스노 오프로드에서 매 순간 차분한 몸놀림을 자랑하고 여러 방면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한 지프 랭글러.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력이 짙어지는 차는 실로 오랜만이다. 네 바퀴가 서로 뒤엉키는 드라마틱한 오프로드를 체험했으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왜 지프 랭글러가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뚜렷한 컨셉트에서 비롯된 감성과 기술이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녹아들었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산속이라 그런지 해가 평소보다 빨리 저물었다. 짐 정리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길을 서둘렀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협찬 버튼코리아(www.burton.co.kr)      
준중형의 기준을 넘어선 세단 쉐보레 크루즈 2017-03-02
CHEVROLET CRUZE준중형의 기준을 넘어선 세단 쉐보레 크루즈가 9년의 세월을 뚫고 재탄생했다. 2세대로 거듭난 모델은 플랫폼, 드라이브트레인, 디자인 등 전 영역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으며 차의 기본이 되는 품질과 성능 면에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뽐낸다. ‘수퍼노말’이 미덕이었던 국산 준중형 세단의 기준을 가뿐히 넘어서는 상품성이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크루즈의 영향력은 작다. 지난해 국산 준중형차 판매량(2016년 1월~12월)을 보면 현대 아반떼 9만3,804대(점유율 55.8%), 기아 K3 3만6,740대(21.9%), 쉐보레 크루즈 1만857대(6.5%)로, 1, 2위와 3위 간의 격차가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쉐보레 크루즈가 체질을 개선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독일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차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힘과 효율을 갖춘 드라이브트레인, 시선을 사로잡는 내·외관 디자인, 주행의 안전과 편의를 살뜰하게 챙긴 장비를 품고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 적어도 2016년도처럼 넋 놓고 파이를 내어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의 기본이 되는 품질과 성능 면에서 준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내세워도 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 크루즈의 가장 멋진 나날들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름 빼고 다 바뀐 내·외관차체를 휘감은 과감한 라인이 스포티하다. 평범함을 거부하듯 도전적인 모양새다. 특히 날렵한 모양의 헤드램프와 좌우로 널찍한 듀얼 포트 그릴 등 말리부나 트랙스에서 봐왔던 패밀리룩을 강조해 달라진 정체성을 뽐낸다. 몸집은 길이×너비×높이가 4,665×1,805×1,465mm로, 구형 대비 15mm 넓어진 폭과 10mm 낮아진 키를 지녔다. 덕분에 안정적이고도 당당한 모습이다. 실내는 쉐보레의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해 보다 화려하고 짜임새 있는 레이아웃으로 가다듬었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를 입체적으로 다듬어 평범함과 거리가 먼 독창적인 스타일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마감재는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고, 일부분 가죽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두 요소가 맞물린 대시보드의 경우 촘촘하게 처리된 스티치와 가죽처럼 보이는 플라스틱을 한 덩어리로 담아 정교한 마무리를 과시한다.​​단정한 생김새의 계기판. 뛰어난 시인성을 지닌 4.2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차의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당기고 미는 변속의 '맛'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해 기어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 변속 할 수 있는 수동모드를 달았다 ​가죽 위에 촘촘하게 처리된 스티치와 가죽처럼 보이는 플라스틱이 한 덩어리인 마냥 정교한 마감을 과시한다 ​모든 좌석을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운전석에는 8방향 전동시트, 조수석에는 4방향 시트를 장착했다. 이 중 운전석 8방향 전동시트는 다양한 체형을 소화하기 위해 레버별 움직임에 여유를 뒀는데, 소형 SUV와 스포츠 쿠페 정도는 우습게 넘나드는 높낮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동으로 조절되는 스티어링 휠의 틸트 및 텔레스코픽 범위도 넓어 시트와 함께 원하는 포지션을 맞추기 쉽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매뉴얼 모드의 작동 방식. 기존 토글 시프트를 버리고 기어레버를 위아래로 조작해 단수를 조작하는 +, - 방식의 팁트로닉을 적용했다. 당기고 미는 변속의 ‘맛’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고, 운전자가 드라이브트레인 성능을 100% 만끽할 수 있도록 한 쉐보레의 배려다. 북미 버전 크루즈에는 여전히 토글 시프트가 사용된다.  운전석 8방향 전동시트는 다양한 체형을 소화하기 위해 레버별 움직임에 여유를 뒀다 넉넉한 레그룸과 낮게 설계된 센터터널이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60:40으로 접히는 뒷좌석을 접으면 기본 469L보다 넓은 적재공간이 확보된다 ​​대표적인 편의장비로는 애플 카플레이가 있다. 우선적으로 아이폰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전화나 메시지, 음악, 내비게이션, 시리 음성명령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 대용으로 무리가 없다. 반응속도도 마이링크보다 더 빠르고 깔끔한 그래픽이 돋보인다. 마이링크는 그래픽이 난해할 뿐더러 무엇보다 내비게이션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불편함을 안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오디오는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채용했는데, 입체적인 해상력은 기본이고 고음에서도 깨지지 않는 음장감을 발휘해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행시 음악듣기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환영받을 듯하다. 이 밖에 스티어링 휠과 앞좌석에 들어간 열선은 적당한 온기를 전달해 손과 엉덩이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겨울철은 물론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의 아침, 저녁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애플 카플레이는 빠른 반응속도와 깔끔한 그래픽 아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침착하고 활기찬 움직임2세대 크루즈는 현재 1.4L 터보 엔진만 얹는다. 디젤 엔진은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 최고출력 153마력/5,600rpm, 최대토크 24.5kg·m/2,400~3,600rpm의 힘을 내는 GM의 신형 다운사이징 직렬 4기통 1.4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은 모듈형 구조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2,000시간 이상의 내구성 테스트를 거치 유닛이다. 여기에 맞물린 하이드라매틱 6T35 6단 자동변속기는 바이너리 베인 펌프를 적용, 속도에 따라 최적의 유량을 공급해 연료소모량을 줄여준다. 변속이 빠르며 6단 오버드라이브로 고속에서 엔진 마찰 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효율은 높였다. 공회전 방지장치도 놓치지 않았다. 한마디로 튼튼함은 물론이고 발 빠른 가속력과 조금 먹고도 오래 달릴 줄 아는 똑똑한 드라이브트레인인 셈.​​​가속은 준중형차로는 의외일 정도로 맹렬하다. 153마력을 남김없이 토해내듯 거침없이 나아간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참고로 GM이 밝힌 0→시속 97km 가속은 7.7초. 라이벌로 거론되는 현대 아반떼 스포츠(2.0L 터보)의 0→시속 100km 가속이 7~8초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함 없는 달리기 실력이다. 몸놀림은 저속에서 고속까지 일관되게 차분하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상당히 억제된 느낌.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비율을 74.6%까지 적용하고, 동시에 무게를 110kg 감량한 플랫폼이 안정적인 거동에 도움을 준다. 기본이 되는 뼈대가 탄탄하기에 굽이진 길을 무리해서 돌아 나가도 불안감은 크지 않다. 서스펜션도 상하 운동을 단단히 조여 롤링을 잘 잡아낸다. 과속 방지턱으로 대표되는 한국 특유의 도로 상황도 유연하게 다스린다. 한국GM이 청라 시험주행장에서 신형 크루즈의 승차감을 국내 도로 사정에 맞게 조율한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속도감응형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으로 도심에서는 가볍게, 고속도로에서는 묵직하게 회전한다. 주행 모드는 따로 마련되지 않는다. 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12.8km/L. 도심은 11.6km/L이고, 고속도로에서는 14.4km/L까지 효율을 높인다. 주행 중의 안전을 위해 전방충돌경고 시스템, 사각지대경고 시스템, 차선이탈경고 및 유지보조 시스템 등도 살뜰하게 챙겼다. ​​​신형 크루즈는 스포티한 디자인, 편안함과 편의성으로 똘똘 뭉친 실내, 여기에 언제든 달릴 준비가 돼 있는 드라이브트레인까지 담은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경쟁 차종 대비 최대 약점이라고 꼽히는 1,890~2,478만원의 값이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모든 부분에서 만족감을 준다. 값이 싸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다소 비싼 감이 있더라도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그에 합당한 값어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체주기가 긴 자동차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2세대 크루즈는 현대 아반떼가 만들어놓은 틀을 뛰어넘을 능력을 갖고 있고,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준을 새울 만한 역량도 충분하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를 가장 멋진 나날로 바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차다. 새로운 크루즈가 바꿀 2017년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가 벌써부터 궁금하다.​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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