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비범하게 빚은 평범, 렉서스 LS 500h AWD 플래.. 2018-02-12
LEXUS LS 500h AWD PLATINUM비범하게 빚은 평범  솔직한 감상평은 실망이다. 최신 플랫폼에 온갖 첨단기술을 가득 욱여넣어 기대를 한껏 품었건만, LS는 비교적 평범했다. 차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신형 LS는 매우 조용하고 부드러웠으며, 대단히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경쟁차보다 한참 늦은 시점에 이 정도면 과연 충분한 걸까?    비범한 재료 “초대 LS보다 더 대단한 차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뛰어난 품질로 오늘날 렉서스의 기반을 다진 1세대 LS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만큼이나, 신형 LS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낮은 무게중심이 놀라웠던 LC GA-L 플랫폼을 바탕으로 650단계로 감쇠력을 조절한다는 서스펜션, 전기모터와 4단 변속기를 맞물린 별난 변속기 등 비범한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 비범함은 첫인상부터 드러난다. 최신 토요타-렉서스가 내세우는 저중심 설계답게 LS는 한눈에 보기에도 늘씬하다. 이전보다 전체 높이는 5mm 낮아졌을 뿐이지만 보닛을 30mm, 트렁크를 40mm 낮추어 마치 스포츠 세단을 보는 것만큼이나 예리하다. 길이도 이전보다 145mm 늘려 더더욱 길쭉해 보인다. 앞바퀴 휠아치 위쪽 두께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납작하게 빚어졌는지 알 수 있다.  신형 LS는 높이를 낮추고 길어져, 전체적으로 늘씬한 모습이다  실내도 마찬가지. 운전석 높이가 이전보다 3cm 낮아져, 센터콘솔과 문짝 사이에 폭 파묻힌다. 내리기 불편할까봐 내릴 때 시트를 들어올리는 기능이 들어갔을 정도. 낮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감각은 매우 안정적이다. 계기판 높이 즈음 수평으로 이어진 대시보드 윗면, 하나로 연결된 송풍구 그릴, 그리고 계단처럼 연결된 스피커까지. LS의 명성만큼이나 실내 스타일은 우아하면서도 새롭다. 정성껏 만들었지만 고리타분한 EQ900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정숙하기로 유명한 LS이기에 기대를 품고 시동을 걸었다. 역시 하이브리드답게 전기모터만이 고요하게 준비를 마친다. 서서히 움직여도 마찬가지. 179마력 전기모터가 유유히 LS를 이끈다. 그런데 차가 좀 무거운 탓일까. 6기통 3.5L 가솔린 엔진 잠귀가 좀 밝다. 가속 페달을 살짝 더 밟으면 여지없이 깨어난다. 엔진이 켜질 때 소리는 예상외로 큰 편. 매우 조용한 실내에 시동 소리만이 유입되니 더욱 도드라진다. 엔진 소리는 가속할 때도 잦아들지 않았다. 성격 급한 우리나라 도로 흐름을 맞추려니 LS의 6기통 엔진이 비교적 높은 rpm으로 바삐 움직인다.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 최고출력은 359마력으로 강력하지만, 이끌어야 할 무게가 2,370kg에 달해 다소 높은 rpm을 유지한다. 결국 rpm만큼 엔진 소리가 크게 유입돼 LS 명성에 흠집을 낸다.     실내는 고급스러우며 새롭다. 좌석 높이가 낮은 게 특징  가속을 끝내고 항속하면 다시 우리가 알던 LS로 돌아온다. 동급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도로 소음과 바람소리를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특히 작은 소리로 뒷좌석 승객과 대화할 수 있는 정숙성이 놀랍다. 바닥 덮개를 이전 63%에서 90%로 늘리고 패널 두께를 키운 덕분. 고요한 가운데 23개 스피커가 달린 마크레빈슨 3D 사운드 시스템을 켜면 잡음 없는 생생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이 여유로운 음악 감상을 위해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만 6년이 걸렸다고. 물론 놀라운 정숙함엔 부드러운 승차감도 포함된다. 2,370kg의 묵직한 차체가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묵직하게 누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진동은 가볍게 걸러내며 큰 충격은 부드럽게 둥글려 전달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플래그십 세단도 충분히 소화하는 수준. L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낮게 깔린 무게중심으로 승차감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줄 알았다. LC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큰 기대는 되려 실망을 낳았다. LS는 승차감에 치중하고 무거워진 탓에 LC의 기민한 핸들링과 납작한 무게중심에서 비롯된 주행감이 무뎌졌다. 운전대를 빠르게 꺾어보면 여타 대형 세단이 그렇듯 부드럽게 휘청인다.  넓디넓은 뒷좌석 LC보다 둔해진 건 결국 대형 세단의 미덕인 편안함을 쫓기 위함일 터, 그 백미는 뒷좌석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전보다 휠베이스가 무려 155mm 늘어나, 뒷좌석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무릎공간이 최대 1,022mm에 달하며, 다리받침까지 갖춘 오토만 시트는 48도 각도까지 눕는다. 고요한 실내에 편안하게 누워 안마를 받으며 널찍한 창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맛에 그토록 치열하게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싶다.  차가 길어진 만큼, 뒷좌석이 매우 넓다  다만 완벽해 보이던 뒷좌석에도 옥에 티는 있다. 편히 누워 경치 감상하는데 뒷유리 가운데 살짝 굴곡진 게 거슬린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이 이 부분을 지나갈 때 일그러져 보이니 살짝 멀미가 난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렉서스답지 않은 모습. 다만 이건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LS는 화려하고 편안했다. 렉서스 장인들이 꼼꼼히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데 가장 최근 등장한 후발주자로서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간 내세웠던 정숙성을 강조하기엔 다른 경쟁차 수준이 너무 높아졌고, LC로 보여줬던 기민한 주행감은 큰 덩치에 무뎌졌다. 그저 전체적으로 지금 팔리는 독일제 세단과 대동소이한 수준의 품질. 가격도 1억7,300만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11년 만에 등장한 새 LS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초대 LS가 등장했던 그때의 놀라움은 없었다.  글 윤지수 기자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혼다 오딧세이 2018-02-09
[MPV 특집] 아빠의 선택, 씨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VS. 혼다 오딧세이  HONDA ODYSSEY모조리 태워버려 줄게 혼자냐는 물음에 싱글이라 답하는 처지이긴 해도, 미니밴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덩치 큰 차를 좋아하는 개인 성향도 있겠지만, 일가족은 물론이요 여차하면 두 가족까지 태워버릴 기세의 미니밴이 기특해 보여서다. 하물며 실제 아이를 둔 부부라면 오죽할까. 예쁜 디자인까지 더한 미니밴이라면 당장 전시장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길 터이다. 이번에 탄 혼다 신형 오딧세이가 그랬다. 5세대로 거듭난 신형은 예쁜 디자인을 바탕으로 드넓은 실내공간에 보이지 않는 배려까지 담고 있었다. 범퍼 하단을 안개등과 공기흡입구로 치밀하게 채워 단단한 느낌을 낸다차체 지붕이 떠 보이는 플로팅 루프 콘셉트의 디자인  옷매무새에 신경 쓰다신형 오딧세이는 여느 미니밴이 그러하듯 2열 문짝에 슬라이딩 도어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레일 트랙이 보이지 않는다. 3열 유리창과 차체 사이에 교묘히 배치한 히든 슬라이드 레일 디자인으로 외관의 유려함을 한껏 살린 것. 칭찬할 만한 변화다. 차체 끝에서 살펴보면 D필러를 마치 옆유리창이 대체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멋지다. 루프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다. 유려한 외관에 방점을 찍는 포인트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대시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차만 타다 보니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객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미니밴의 기본 성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 된다.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은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오딧세이에서만큼은 딴 세상 얘기다. 대칭을 이루는 대시보드 레이아웃. 버튼식 변속기가 적용된다  8인승인 오딧세이에서 2열 매직 슬라이드 기능을 본격적으로 쓰기 위해 가운데 시트를 떼어냈다. 7인승으로 바뀌는 대신 모세의 기적에 비견할 만한 널찍한 길이 생겨난다. 이쯤 되면 실내를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활보하는 수준이다. 이런 게 바로 정통 아메리칸 미니밴의 기개가 아닐까? 맨 뒷자리에 타기 위해선 2열 시트를 살짝 가운데로 밀면 된다. 다른 미니밴처럼 우악스럽지 않고 우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떼어낸 2열 가운데 시트는 성인 남자도 충분히 들어갈 만큼 움푹 팬 트렁크에 넣으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2열 가운데 시트를 탈거하면 공간 연출력이 극대화된다3열이라고 구색만 갖추지 않았다. 성인 3명이 앉아도 충분하다이제는 경험할 수 있다, ‘혼다 센싱’ 혼다 센싱은 혼다 주행 안전기술의 이름이다. 작년에 출시된 신형 시빅에는 들어가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이 높았지만 이번 오딧세이에는 반영되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엠블럼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와 윈드 실드 상단에 들어간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운전을 보조한다. 안전 관련 기능으로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DW),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경보 시스템(BSI), 추돌경감제동 시스템(CMBS)이 들어간다. 없어선 안 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포함된다.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도 오딧세이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부분. 후진으로 골목을 진출해야 할 때 혹시 나타날지 모를 좌우 접근 차량을 감지하고 이를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부가 타깃인 만큼 편의기능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눈에 띄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캐빈 토크(Cabin Talk), 캐빈 워치(Cabin Watch), 그리고 혼다 백(VAC). 캐빈 토크는 말 그대로 실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운전석과 보조석에 마이크가 달려 있어 앞자리의 엄마, 아빠 목소리가 2, 3열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직접 써보니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에 비음이 섞인 듯한 전자음이 들린다. 아이들이 꺄르르 하고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겠다. 캐빈 와치는 대시보드 스크린에 2, 3열을 비춰주는 기능이다. 밝은 낮에는 잘 보여도 어두운 밤에는 어쩌냐고? 나이트 비전을 제공하는 덕에 한밤중에도 뒷좌석 탑승객들의 모습을 대낮만큼이나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다 백은 혼다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량용 진공청소기다. 트렁크 한쪽 벽면에 기본으로 달리는 진공청소기는 더러워지기 쉬운 미니밴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요긴한 편의장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뒷좌석을 비추는 캐빈와치청결한 실내 유지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넣었다트렁크 공간을 최대로 늘리면 웬만한 양문형 냉장고도 넣을 수 있다  더 이상 ‘미니밴 = 운전 재미 포기’ 공식은 없다가족을 고려해서 미니밴을 최종 후보지에 올리게 되면 한 가지 걸림돌이 남는다. 운전재미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딧세이는 이마저 포기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시프터가 그 증거다. 혼다 준중형 세단 시빅에도 없는 패들시프터가 달려 있어 자유롭게 변속하며 운전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덩치를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느냐고? 그건 이 차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혼다 오딧세이는 이전 세대부터 물려받은 낮은 무게중심으로 코너링이나 고속주행 중에도 묵직한 안정감을 전한다. V6 3.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선사하는 주행질감도 이 차를 다시 보게 만든다. 주행 상황에 따라 6기통 또는 3기통을 활용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 방식(VCM)을 채택, 높은 연료효율을 도모한다. 가격은 지난 4세대에서 710만원 오른 5,790만원. 다양한 편의기능과 혼다 센싱을 더한 영향이 크다. 게다가 3.5L 휘발유 엔진 아닌가. 주행성능이나 편의성보다 운용비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너라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나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글쎄, 비용을 상쇄하는 가치만 있다면 주저 없이 그쪽을 택하는 편이긴 한데…….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시트로엥 그랜드 C4 .. 2018-02-09
[MPV 특집] 아빠의 선택, 씨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VS. 혼다 오딧세이   CITROEN GRAND C4 PICASSO굳이 클 필요 없잖아 꽉 막힌 출근 시간, 휑한 공간에 홀로 앉은 카니발 운전자를 종종 본다. 거대한 덩치로 차 사이를 비집고 좁은 주차 공간에 꾸역꾸역 엉덩이를 들이미는 모습. 결코 효율적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렇듯 큰 차엔 부담이 따른다. 기름 많이 먹고 주차하기 어려우며 운전 서툰 사람이 몰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넉넉히 즐기려면 널찍한 공간이 매력적인 게 사실. MPV가 빠진 딜레마 속에서 실속 있는 유럽인들은 일찍이 ‘작은 차, 실용적인 공간’을 추구해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그랜드 C4 피카소다.  지난해 부분변경된 앞모습은 이전보다 한층 세련됐다A필러에 큼직한 쪽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인다 안락 대신 쾌적지난해 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별 기대 없이 그랜드 C4 피카소(이하 피카소)에 앉았는데, 하늘이 훤히 보이는 앞 유리창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봤다. 다시 만난 지금은 그때만큼 놀랍진 않지만 드넓은 유리창엔 여전히 낭만이 가득했다. 운전대를 잡은 채 구름을 세거나 빌딩 높이를 가늠할 수 있으며, 해가 지면 쏟아지는 별빛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이 차에 다른 이를 태우면 반응이 한결같다. 처음엔 “우와”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다, “햇빛이 눈부시면 어떡하지?” 또는 “안전에는 문제없겠지?”라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본적 없던 새로움에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눈부심은 슬라이딩 방식 햇빛 가리개가 멋지게 해결하며, 안전은 지난 2013년 유로 앤캡 별 다섯 개 만점(5인승 피카소) 결과가 보증한다.  담백하게 꾸민 대시보드. 계기판이 가운데 있지만 크기가 12인치나 돼 시인성이 좋다   어떤 경쟁차에도 없는 황홀한 시야는 피카소만의 자랑이다  앞쪽 시야만 좋으면 뒤쪽 아이들이 서운할 터. 뒤쪽은 유리로 뒤덮인 천장이 푸른 하늘을 선물한다. 비록 열리지는 않지만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의 검은 기둥이 없기 때문에 개방감만큼은 훨씬 좋다. 큼직한 옆 창문과 하늘을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소 작은 시트의 사소한 불편함 따위는 까맣게 잊힐 정도. 실제 승객 네 명을 태웠을 때 모두가 황홀한 개방감을 칭찬하기 바빴을 뿐,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탁 트인 시야가 넉넉지 않은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었다. 다만 그 쾌적함이 3열까지는 닿지 않았다. 2열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 공간은 그럭저럭 탈 만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개방감은 기대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특히 뒷바퀴 휠하우스가 양쪽으로 깊숙이 침범한 탓에 좌우 공간도 좁다. 역시 3열은 몸집 작은 아이를 태우거나, 간이 시트로 생각하는 게 편할 듯하다.  2열 좌석은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3열 좌석은 비교적 공간을 잘 뽑아냈다 쏠쏠한 재미피카소엔 총 7개 시트가 들었다. 이 말인 즉, 7개 시트가 독립돼 조절된다는 얘기. 특히 2열 시트는 등받이 조절은 물론 슬라이딩까지 되기 때문에 시트 배열이 무궁무진하다. 7명이 모두 타거나 5명이 탄 채 짐칸 용량을 654~700L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한쪽 시트만 접으면 길쭉한 짐을 싣기에도 그만이다.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었을 때의 트렁크 용량은 최대 1,843L. 대학생 아들 자취방 이사 정도는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조수석까지 접히기 때문에 약 3m에 달하는 길쭉한 짐도 문제없다. 실제 지난해 8월호 본지에서 카약을 무리 없이 집어넣기도 했다.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을 활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시보드 아래 글러브박스 외에도 두 개의 공간이 마련됐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떼어 쓸 수 있는 큼직한 콘솔 박스, 그리고 2열 바닥 매트 아래 비밀 수납공간 등 이곳저곳 자투리 공간마다 살뜰히 수납공간을 마련해 그 숫자가 무려 17개에 달한다. 2열까지 접은 트렁크 용량은 1,843L. 동반석까지 접히는 덕분에 긴 화물도 무리 없이 들어간다자투리 공간마다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작은 덩치의 매력실내 얘기만 하니 큼직한 MPV처럼 설명됐지만, 사실 이 차는 길이가 겨우 4,600mm에 불과한 준중형 MPV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카렌스와 올란도 중간 정도. 작은 크기임에도 휠베이스를 무려 2,800mm까지 늘려 실내공간을 최대한 쥐어 짜냈다. 준중형 크기를 유지해, 피카소는 더 많은 걸 손에 쥐었다. 1,590kg에 불과한 무게 덕분에 1.6L 디젤 엔진 30.6kg·m 토크가 부족하지 않고, 연비는 리터당 14.2km에 달한다. 물론 작은 엔진은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작은 덩치는 주차도 편하다. 운전 서툰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기에도 부담 없다. 여러 이점 가운데 백미는 역시 운동성능이다. 가벼운 차체와 민첩하기로 정평이 난 PSA 핸들링이 어우러져 MPV란 걸 잊을 만큼 달리기가 경쾌하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120마력 출력이 발목을 잡겠지만, 저속 토크가 좋아 시원한 핸들링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단, 아쉬움도 남았다. 1.6L 엔진은 공회전 때나 일상 주행 때 디젤 엔진 치고 굉장히 정숙하지만, rpm을 높이 쓰면 부족한 출력을 드러내듯 건조한 소리를 낸다. 엔진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시속 100km를 넘어선 고속에서의 추월 가속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실속 있는 유러피언 MPV의 매력을 오롯이 품었다. 부담 없는 크기에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쓰임새 높일 아이디어를 듬뿍 담았다. 국내에 흔치 않은 희소성과 피카소만의 뻥 트인 시야는 덤. 예전 경차 광고 카피였던 ‘작은 차 큰 기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혼다 오딧세이」 가 이어집니다. 
짧은 미니밴, 기아 레이 2018-02-02
KIA RAY짧은 미니밴  레이가 데뷔 6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는 다른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본지 뒤편에는 국내에 판매 중인 자동차 제원표가 실린다. 일반적인 양산차는 해마다 연식 변경 모델이 등장하므로 제원표 내용도 1~2년마다 갱신된다. 반면 상용차나 모델 교체 주기가 긴 차들은 몇 년이 지나도 제원표가 똑같다. 승용차 중에선 기아 레이의 제원표가 가장 오래되었다. 지난달까지 실린 레이의 제원표는 2013년에 출시한 2014년형 정보였다. 무려 4년 동안 사양과 가격 변동이 없이 그대로 팔렸다. 요즘은 완전 신차도 1년이 안되어 상품성 개선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이의 요지부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쟁모델이 마땅히 없는 까닭에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도 꾸준히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매 대수가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부분변경에 투입된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레이가 변화에 소극적인 이유다.   길이만 짧은 소형 미니밴그런데 시종일관 똑같은 레이를 보아오던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1.0L 터보와 LPi가 단종되면서 선택의 폭마저 좁아졌다. 그러던 중 마이너 체인지 소식이 들려왔다. 남들은 풀모델 체인지를 거쳤을 6년 만의 일이다. 새롭게 등장한 더 뉴 레이는 기존 레이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면부 얼굴.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자리에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한 음각 패턴 가니시가 자리잡았다. 해치도어에도 가니시가 부착되는데, 여기에는 디자인이 다른 튜온 액세서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헤드램프는 트림에 따라 두 가지 사양으로 나뉜다. 상위 트림인 시승차는 프로젝션 타입 하향등과 LED로 꾸민 주간주행등을 더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지녔다. 작은 차이지만 하위 트림의 순둥이 같은 인상과는 그 느낌이 180도 다르다.  헤드램프, 리어램프, 범퍼, 사이드 리피터는 신차 느낌을 주기 위한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새로운 디자인의 15인치 휠은 실제 사이즈보다 더 넓어 보인다  실내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다. 주로 손이 자주 닿고 눈이 자주 머무는 곳 위주로 포인트를 주었다. 다른 기아차와 함께 사용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노브를 적용했으며, 센터모니터 주변에 몰딩을 한 바퀴 둘렀다. 박스카 특유의 매력적인 공간은 여전하다. 길이가 짧은 미니밴이라면 적절한 비유랄까? 어린아이가 서 있어도 될 만큼 실내 전고가 높고 뒷좌석 무릎공간은 리무진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다. 특이한 생김새처럼 승하차도 남다르다. 플로어가 낮고 전고는 높은 까닭에 바닥을 딛고서 의자에 오르는 기분이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나 키가 작은 아이들이 탑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실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른 기아 모델과 함께 쓰는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오버헤드 콘솔에 선반을 마련했다  넓은 유리로 바깥을 내다보는 개방감은 SUV와는 사뭇 다르다. 동승한 포토그래퍼는 “바퀴 달린 방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며 생경한 시승소감을 전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전후 200mm 이동)이 가능하다. 조수석 시트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테이블이 있는 널따란 방 하나가 만들어져 MPV로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트렁크공간은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겼을 때 319L,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324L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오버헤드 콘솔 선반과 실내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 등 넓은 공간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00mm 슬라이딩과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젖히면 테이블이 완성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어색한 운전자세가 거슬린다. 상체와 스티어링 휠 사이 거리가 멀고 다리와 페달 사이는 너무 가깝다. 운전자가 어떻게 앉더라도 등받이에 밀착하기 가 어렵다. 스티어링 컬럼의 조정 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시티 커뮤터이 차는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좁고 높은 차체는 쾌적한 공간을 거머쥔 대신 주행성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레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레이는 작은 배기량으로 1톤을 이끌어야 하는 경차다. 즉, 다른 차보다 주행에 따르는 제약 조건이 많다. 파워트레인은 종전에 사용하던 3기통 1.0L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코딱지만 한 엔진이 큼지막한 차체를 감당하지만 시속 60km까지는 경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특히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언덕을 오를 때는 엔진회전수를 높여 적극적인 가속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실내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엔진 소리에 승객만 괴로울 뿐, 실제 가속은 더디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실내에 평화가 찾아온다.조향 감각은 최신 현대-기아차보다 정확성과 노면정보 전달력이 부족하다. 레이의 기본 설계가 아직 2011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무게중심이 높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비교적 탄탄한 스프링을 서스펜션에 사용했다. 또한 전복 위험이 높은 만큼 자세제어장치도 남다르게 매만졌다. 일반적인 차들은 바퀴가 미끄러지고 나서야 구동력 제어에 들어가는데, 레이는 조금이라도 급하게 조향하면 엔진출력을 완전히 죽여 버린다. 빠르게 달리면 뒤뚱거릴 게 분명하니 아예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신형에서는 롤오버 센서를 추가해 전복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전개하도록 안전장비를 개선했다.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부족한 연비성능이 최대 약점 사실 레이의 차값과 활용성을 감안하면 소형 MPV와 비교해야 적당하다. 그러나 레이도 법적으론 엄연히 경차다. 소비자가 연비성능에 대한 기대를 조금이나마 품는 이유다. 하지만 기자 주변의 레이 오너들은 실주행 연비가 중형차와 비슷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어째서 그럴까? 15인치 휠을 장착한 레이의 공인연비는 12.7km/L로, 쏘나타 1.6 터보(13.0km/L)에 살짝 못 미친다. 실제 시승에서 기자가 기록한 연비는 11km/L 내외였으며, 다음날 비슷한 주행 조건에서 말리부 2.0 터보(공인연비 10.7km/L)도 레이와 같은 약 11km/L를 기록했다. 레이의 부족한 연비성능은 토크가 부족한 엔진이 무거운 차체를 감당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 따라서 주행만족도는 말리부 2.0 터보가 높았다. 두터운 토크의 도움으로 어느 속도에서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레이는 시속 60~70km 구간에서만 좋은 연비를 뽑을 수 있다. 이때 표시되는 연비는 약 17km/L.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두 차의 출력특성을 비교해 짐작하건대, 만약 말리부를 레이처럼 살살 달래가며 몰았다면 더 나은 연비를 기록했을 것이다. 레이는 장점과 단점이 또렷하다. 하지만 어느 차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가 대부분의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만약 짧은 거리를 오가는 세컨드카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레이의 진가를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 아우디 R8 V10 플러.. 2018-01-29
AUDI R8 V10 PLUS COUPE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아우디가 판매 재개의 신호탄으로 신형 R8을 쏘아올렸다. 610마력의 힘을 내는 괴물답게 버킷 시트가 기본 장착된다. 아이러니하지만 R8은 진정한 ‘데일리 수퍼카’로서의 면모도 갖췄다.​​​R8은 ‘수퍼카’ 하면 떠오르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달리, 접근 가능한 아우디라는 네임택을 달고 있다. 이 때문에 R8을 타보지도 않고 데일리 수퍼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초현실적인 차란 뜻의 수퍼카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수사 ‘데일리’를 주저 없이 붙이다니, 반감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과연 R8은 데일리 수퍼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차일까?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기존 R8에는 직선보다 곡선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완성도도 높았던 까닭에 아우디가 수퍼카를, 그것도 이렇게나 우아한 수퍼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과장 조금 보태 아우디 신형 R8은 직선으로만 이뤄져 있다. 둥글둥글했던 싱글 프레임 그릴은 확실히 각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는 그릴 테두리에 맞춘 듯 각을 냈다.옆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R8 디자인의 대표적 특징으로도 꼽히는 사이드 블레이드가 그것이다. 원래 통짜였던 이 파츠가 신형 R8에서는 옆유리창 라인과 캐릭터라인이 지나는 라인에서 끊어지며 보다 확실히 차체 라인에 녹아들었다. B필러가 없는 스파이더 모델에는 아래쪽 부분만 넣으면서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효과도 낸다. 아우디는 그대로 둘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이 사이드 블레이드를 2세대 R8에서 영리하게 계승했다.​​스파이더 모델로의 디자인 확장성까지 고려한 사이드 블레이드 가공할 제동 성능을 암시하는 디자인의 휠과 타공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신형 R8을 본 많은 국내외 자동차 마니아들은 ‘기존 R8의 얼굴에 신형 R8의 엉덩이를 붙이면 완벽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신형의 엉덩이만큼은 확실히 예쁘단 뜻이다. 한껏 부풀어 있던 엉덩이의 셀룰라이트 제거 작업이 진행된 결과다. 알파벳 'F'을 뉘여 놓은 듯 불이 들어오는 테일램프는 실제보다 낮게 깔린 것처럼 보이게 해 안정감을 더한다.​ ​ 군살을 걷어내 매력적으로 변한 엉덩이​국내에는 V10 플러스만 들어오지만 일반 V10 모델도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카본 파츠의 유무. V10 플러스는 사이드미러, 사이드 블레이드, 디퓨저, 그리고 엔진룸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썼다. 그냥 V10에는 없는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도 카본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부족함 없이 ‘플러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을 옮겨놓다신형 R8의 절반은 레이싱 기술에 기반한 부품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이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처럼 R8 역시 레이싱을 빼곤 논할 수 없는 몸인 셈이다. 레이싱카를 닮은 R8의 스티어링 휠은 다양한 버튼을 품고 있다. 우선 강렬한 레드 컬러로 시선을 끄는 시동 버튼을 지그시 눌러 본다. 이윽고 R8은 반경 30m 이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강렬히 포효한다. 마치 맹수가 곤히 잠자는 나를 깨웠으니 제대로 몰아보라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다. 시동 버튼 아래에는 배기구 모양이 그려진 가변 배기 사운드 시스템 버튼이 있다. 일반 모드가 “그르르”라면 스포츠 모드는 “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먹이 주위를 맴돌던 맹수가 드디어 먹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정도의 반전이랄까.​​​거의 모든 조작이 운전대 안에서 가능하다​기존 R8의 기어레버가 갖던 뚜렷한 색을 잃은 건 조금 아쉽다​​​​착좌감 좋은 레카로 버킷 시트​왼편에 놓인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으로는 컴포트, 자동, 다이내믹, 개별 설정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변속기의 D/S(드라이브/스포츠) 모드와 맞물리면서 보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며 매뉴얼 조작으로 접어들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 버튼 아래에는 체커기 그림이 그려진 버튼이 하나 더 있다. 일명 퍼포먼스 모드 버튼이다. 마른 도로, 젖은 도로, 눈 내린 도로 등의 노면 조건에 따라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 열악한 환경에서도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레카로 버킷 시트가 기본으로 달린다. 앞뒤 슬라이드와 높이 조절만 가능하지만 R8을 본격적으로 운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전천후 수퍼스포츠카신형 R8은 트랙 주행을 기본으로 일상 주행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승차감 모드를 선택했을 때 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단 얘기는 아니다. R8은 어디까지나 수퍼카가 기본 세팅이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서스펜션 댐핑을 조절해 일상 주행이 불편하지 않은 승차감을 연출하는 정도다. 조금 더 스포티하게 몰고 싶다면 기어레버를 S 모드로 내리면 된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며 보다 날카로운 반응으로 운전 재미를 보장한다.​ ​R8을 몰고 있자면 즉각적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엔진에서 변속기로의 출력 전달, 다시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을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한 치의 유격도 없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탄다고 하면 으레 변속하는 재미를 얘기한다. 하지만 R8은 그냥 차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편이 더 재밌다. 기자 역시 다운시프트 때 배기압 변화로 나타나는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듣고 싶을 때만 패들시프트와 가속 페달을 적극적으로 조작했을 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저 스티어링 휠만 얌전히 잡고 있었다.V10 5.2L 엔진에서 나오는 610마력이란 출력은 일찍이 맛보지 못한 힘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2초. 체감상으론 불과 2초 남짓 지난 시점에 속도 계 바늘이 100을 통과한다. 속도를 올리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게다가 고속 안정감이 높다보니 마치 게임하듯 무감각하게 속도를 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R8은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접지를 확보하고, 여기에 낮은 무게중심까지 더해 매우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카본 파츠가 들어간 엔진룸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시승 중 뻥 뚫린 길을 만날 때면 rpm 게이지를 높이며 속도를 내곤 했다. 고속 코너링으로 접지력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강추위로 얼어붙은 노면. 후륜구동이었다면 분명 뒤가 살짝 밀렸을 상황에서도 R8은 쫀쫀하게 바닥을 물고 돌았다. 카운터를 칠 만반의 준비가 번번이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 뒤 밀려오는 괜한 머쓱함은 온전히 기자의 몫이다. R8을 모는 동안 가쁘게 뛰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겨우 숨을 고른 것도 잠시, 시동을 끄고 내리려 하자 어디선가 “두근, 두근”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게 바로 아우디의 의도다. R8에 오른 이상 운전대에서 손 뗄 생각 말라는 것.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
티 있는 옥, 마세라티 르반떼 그란스포츠 2018-01-26
MASERATI LEVANTE S GRANDSPORT티 있는 옥 2018년형 르반떼는 트림에 따라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파워스티어링을 전동식으로 바꾸어 최신 주행보조장비들을 대거 도입했다. 이제 사소한 단점들만 제거하면 되는데…….​​​최근 페라리가 완전 EV와 SUV를 기획중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절대 SUV는 만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몇 년 전과는 달라진 입장이다. FCA 그룹은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지켜오던 연간 생산량 제한마저 풀 만큼 돈벌이가 시급한 상황. 물론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SUV의 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이미 초호화 SUV 분야에서는 벤틀리 벤타이가와 롤스로이스 컬리난이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으며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출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우르스가 예상외의 인기를 누린다면 FCA로서는 알파 스텔비오와 르반떼만으로 대항하기 어렵다. 잠깐, 최고출력 275~430마력에 기본가격만도 1억원을 훌쩍 넘는 르반떼지만 현재 SUV 시장의 고급화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다니……. 이 차가 과연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모델이었던가? ​그란루소와 그란스포츠 트림오늘날의 SUV는 확실히 기자가 어린 시절 보아왔던 차들과는 많이 다르다. 지프나 랜드로버 디펜더 같은 오프로더는 험로 주행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위해 태어났으며 구입하는 사람들 역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저 다양한 승용차의 한 가지 카테고리일 뿐. 르반떼 역시 SUV라는 보디 형식 속에 마세라티의 고성능 DNA와 화려한 실내, 첨단 기능을 담아낸 모델이다. 흙먼지 날리는 자연보다는 도심의 거리, 레저활동보다는 스포츠 주행에 더 어울린다.마세라티는 르반떼 2018년형부터 그란루소와 그란스포츠라는 두 가지 트림을 마련했다. 요즘은 트림에 따라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것이 유행인데, 시승차인 그란스포츠는 그릴 수직핀을 다크 블랙으로 처리했다. 이에 비해 그란루소는 수직핀이 번쩍이는 크롬색이고 범퍼 아래 메탈 마감 스키드 플레이트를 달아 차별화했다.위압적인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에 비하면 옆모습은 날렵하다. 매끈한 루프 라인은 매력적이며, 뒷도어를 파고든 펜더 굴곡은 삼각형의 D필러, 날렵하게 경사진 뒤창과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뒷모습을 완성한다. 길이 5m, 너비 2m에 육박하는 덩치지만 1.7m를 밑도는 전고와 날렵한 라인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시승차의 메탈릭 블루(블루 에모지오네) 색상은 21인치의 안티오 휠,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와 잘 어우러져 무척이나 세련되고 날렵해 보였다.​​​옆모습은 덩치에 비해 날렵해 보인다​고풍스런 삼지창 엠블럼 ​ 삼지창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21인치 휠​ 그란스포츠는 검은색 프론트 그릴이 그란루소와 차별점이다​인테리어는 화사한 가운데 첨단 기능을 받아들였다. 풀 모니터식 계기판이 흔해지고 있다지만 마세라티라면 전통적인 아날로그 디자인이 더 어울려 보인다.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에 고화질 모니터를 넣어 이런 흐름에 동참했고, 센터페시아에도 대형 모니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터치 컨트롤을 담았다. 시승차는 갈색 가죽에 카본 트림을 매칭했지만 주문에 따라 다른 매칭도 가능하며 카본 스티어링 휠이나 B&W 오디오, 실크 소재를 사용한 제냐 시트 등 다양한 옵션이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르반떼 그란스포츠는 스포티한 카본 트림을 둘렀다​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 계기판은 전통적인 레이아웃을 유지했다 ​​최신 기술과 고급 소재를 담았지만 감성품질은 아쉽다 ​V6 3.0L 트윈터보 엔진은 페라리에서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최신의 직분사 터보 유닛으로 430마력의 최고출력과 59.1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ZF의 8단 자동변속기와 짝지어 뽑아내는 성능은 최고시속 264km와 0→시속 100km 가속 5.2초.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계기판에는 미끄러짐 경고가 계속 떠 있었지만 강력한 엔진과 정교한 4WD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트랙션은 2톤이 넘는 르반떼를 순식간에 가속시킨다. 엔진은 노말 모드에서도 충분히 힘이 넘치고,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보다 빠른 구동계 반응을 제공한다. 모드에 따라 바뀌는 엔진 사운드, 스티어링 림 폭 꽉 차게 튀어나온 알루미늄제 시프트 플리퍼도 스피드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킨다. ​​페라리에서 생산되는 V6 3.0L 트윈터보 엔진​​​스포티한 성격이지만 오프로드도 가능오랜 세월 다져온 마세라티의 스포츠 이미지는 르반떼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모드가 아니라면 터보랙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즉각적이다. 회전수를 유지하며 코너를 공략하면 이 차가 2톤이 넘는 SUV라는 사실을 금세 망각하게 된다. 낮은 무게중심과 50:50의 무게배분, 더블위시본/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조절식 댐퍼는 일반 주행 상황에서 충분히 안락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단단해져 롤링은 줄이면서 노면의 정보를 세심하게 전한다. 높이조절 기능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쓰임새가 좋다. 이 차를 몰고 하드코어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고객은 많지 않겠지만 네바퀴굴림과 높이조절 기능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하면 25mm, 최대 40mm까지 지상고를 높이고, 힐 디센트 컨트롤이 급경사 주행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한다. 반대로 고속주행에서는 높이를 낮추어 공기저항을 줄인다.​​고성능과 거주성의 겸비는 그랜드 투어러의 특성이다 ​뒷창 각도 때문에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0L다 ​시프트 레버 주변에 구동계 관련 스위치와 높이조절 레버를 모아놓았다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꾼 스티어링 시스템도 큰 변화다. 유압식은 조작감이 자연스럽고 매끄럽지만 최신 주행보조 기술(ADAS)에는 전동식이 필수다. 신형 르반떼는 차선이탈방지 장치와 파크 어시스트를 도입했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전방충돌경고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경보 같은 최신 안전장비들도 꼼꼼하게 챙겼다. 요즘 프리미엄 모델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장비들이다.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남다른 감성과 페라리 엔진의 후광을 업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드라마 PPL의 운도 무척이나 좋아 ‘도깨비’ 공유의 차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매력적인 외모에 화끈한 성능, 운까지 겸비한 르반떼는 이번에 최신 장비들을 도입해 상품성을 새롭게 다듬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에 따르지 못하는 실내 감성품질과 어설픈 조작계 UI 디자인은 쉽게 보아 넘기기 힘든 단점들이다. 이런 사소한 ‘옥에 티’만 제거해도 르반떼는 더욱 완벽한 존재로 거듭날 터. 르반떼의 다음 변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시샘이 나다, 렉서스 LC 500h 2018-01-25
LEXUS LC 500h시샘이 나다질투가 났다. 과감한 결단을 치밀하게 완성한 그들의 집념에.​ ​​‘팔 생각이 없군!’ 1억8,000만원 가격표를 본 동료 기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벤츠 S클래스 쿠페, 포르쉐 911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렉서스라니, 폼 나는 유혹을 뿌리치고 이 차를 고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시승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기자는 삼각별이 반짝이는 S클래스 쿠페가 더 끌리지만, 이거 하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엠블럼 떼고 붙으면 장담할 수 없다.​디자이너가 그린 이상예전 선배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학생 시절 자동차 스케치 몇 장을 그려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새롭긴 한데 멋이 없네, 디자이너라면 새로우면서도 멋지게 그려야 해.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뜬금없이 케케묵은 옛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LC가 ‘새로우면서 멋있는’ 그 이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LC는 어떤 차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지만, 일견 멋지다. 납작하게 빚은 비율은 물론 A필러와 펜더를 잇는 철판에 서린 팽팽한 긴장감, 시선을 사로잡는 방사형 패턴 그릴까지, 새로운 멋짐이 가득하다. 특히 납작한 보닛과 과감한 펜더 볼륨엔 컨셉트카 느낌마저 스몄다. 실제로 렉서스는 LF-LC 컨셉트카의 납작한 보닛을 그대로 실현하기 위해 높이에 맞춰 서스펜션을 설계했다고. 과감한 비율은 직접 볼 때 더욱 빛난다.​  멋지게 진화한 스핀들 그릴과 컨셉트카에 가까운 화려한 헤드램프가 입체적이다​시속 80km가 되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가변 스포일러가 멋을 더한다​실내도 외모만큼 납작하게 가라앉았다. 시트에 앉아보면 긴 보닛이 눈에 보일 듯 말 듯 걸리도록 눈높이가 내려간다. 운전 자세는 고급 쿠페라기보단 본격 스포츠카에 가까울 정도. 다만 부드러운 가죽과 알칸타라가 듬뿍 쓰인 화사한 실내가 이 차가 LC 즉, ‘럭셔리 쿠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문짝과 높이를 맞춘 대시보드 상단이 요트에 앉은 듯 고급스러우면서도 든든하다.다만 길이 4,760mm의 큼직한 쿠페라 뒷좌석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듯한데, 헛된 기대는 일찍이 접는 게 좋다. 엔진을 뒤쪽으로 당긴 프론트 미드십 구성 때문에 많은 공간이 보닛에 잡아먹혔고, 높이를 1,345mm로 낮게 빚은 탓에 뒷좌석 머리공간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표준 체격 기자가 편하게 앉기 위해선 머리로 뒷유리를 뚫어야 할 판이다.​​럭셔리 쿠페(LC)답게 최고급 소재로 빈틈없이 꾸몄다 ​한 개의 원을 중심으로 배치한 계기판. 주행 모드에 따라 스타일이 바뀌며, 사진은 스포츠 S+로 설정했을 때의 모습이다알칸타라와 가죽시트를 섞어 쓴 시트. 높이가 낮다전자식 변속기와 노트북 마우스 패드처럼 사용하는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RTI)가 달렸다 자칫 지루할 뻔했던 모니터 옆 빈 공간에 독특한 패턴과 조명을 넣어 멋스럽게 꾸몄다​​​시샘이 나는 고성능첫인상은 역시 고급 쿠페였다. 시동을 걸면 전기모터만이 깨어나 계기판에 ‘READY’ 글씨만 빛을 발할 뿐이며, 서서히 움직일 때도 엔진은 잠잠하다. 승차감도 마찬가지. 이 납작한 쿠페가 고급 세단이라도 된 양 작은 진동을 삼켜버린다. 역시 렉서스는 렉서스인 걸까.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첫인상은 가볍게 깨졌다. 예민하게 조인 스티어링 기어비와 직경 365mm에 불과한 작은 림이 어울려 매섭게 방향을 튼다. 저속에서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 기민한 핸들링엔 앞바퀴에 실린 묵직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무게 따윈 느낄 새 없다. 그저 프런트 미드십 특유의 날카로움만이 남았다.도로에 올라서면 전기 주행은 사실상 끝난다. 제원상 시속 14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론상 얘기일 뿐, 도로 흐름에 맞추다 보면 극히 저속이나 항속이 아니고서야 V6 3.5L 가솔린 엔진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2톤의 차체를 끌기에 179마력 전기모터만으로는 버겁기 때문. 물론 299마력의 엔진이 깨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스템출력 359마력의 충분한 힘으로 큰 차체를 여유로이 내몬다. 가속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대개 그렇듯 ‘용두사미’. 저속에서부터 힘을 몰아 쓰는 모터의 힘으로 5초 이내에 시속 100km를 돌파하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힘이 빠져 시속 200km 즈음부터는 가속이 눈에 띄게 더뎌진다.215, 217…220. 꾸준히 가속 페달을 밟아 시속 220km에 도달했을 때,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여태껏 이토록 만족스러운 고속 주행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LC는 여느 수퍼카 만큼 안정적이면서, 고급 GT처럼 부드럽게 내달린다. 엉덩이로 느낀 그 비결은 바닥에 내리 깔린 무게중심과 처음엔 유연하되 곧장 탄탄하게 조여지는 서스펜션이다. 낮은 무게중심이 차를 노면에 착 가라앉히고 유연한 서스펜션이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르다가도 큰 요철엔 팽팽하게 맞선다. 낮은 중심과 짧게 움직이는 서스펜션이 빚은 주행감은 테슬라 모델 S와 비슷하지만, 그 완성도는 앞뒤로 통통 튀는 모델 S에 비할 바가 아니다. 렉서스가 그토록 자랑하던 탄소섬유 소재 지붕을 곁들인 저중심 GA-L 플랫폼과 실시간 감쇠력을 조절하는 댐퍼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속도로에서 내려와 고갯길에 접어들었다. 이어지는 첫 코너에 시험 삼아 빠르게 운전대를 감았더니 2톤의 무게가 무색하게 가뿐하다. 인상 깊은 건 역시 무게중심. 엉덩이 즈음에서 느껴지는 중심 덕분에 초기 반응 부드러운 서스펜션에도 불구하고 쏠림이 거의 없다. 여기에 예민하게 조율된 스티어링과 뒷바퀴 조향 장치가 어우러져 큼직한 덩치가 잊힐 정도로 날카롭게 코너를 공략한다. 이어 탈출할 때 즈음엔 주행 패턴을 파악한 변속기가 저속 기어를 끈질기게 물어 재가속까지 깔끔히 마무리짓는다.LC의 빼어난 균형은 더 빠른 주행을 부추겼지만 1월 초 얼어붙은 고갯길을 달리는 건 무모했다. 몇 번을 미끄러진 후 결국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긴장 풀린 주행에선 GT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6기통 엔진은 나긋나긋한 회전질감으로 여유를 품고, 유연한 서스펜션은 어떤 속도에서든 진동을 확실히 걸러낸다. 물론 차분한 주행에서도 저중심 섀시에서 비롯된 핸들링은 여전하다. 고성능과 승차감을 모두 수준 높게 아우르는 모양새. 우리네 차에선 엿볼 수 없던, 저중심 섀시를 바탕으로 완성한 마법 같은 주행 성능에 왠지 모를 시샘이 났다.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소리가 가장 아쉬웠는데, 서서히 다닐 때 조수석 방향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던 모터 소리가 가속할 때는 더욱 커져 엔진 소리를 거칠게 갈라버린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피커가 엔진음을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어딘가 막힌 듯 답답하다. 1억원 후반대 스포츠카에 걸맞은 호쾌한 사운드를 즐기려면 V8 엔진을 품은 LC500을 고르는 편이 나을 듯하다.​한 걸음 멀어진 렉서스 무거운 배터리에 시달린 보상을 받을 때가 왔다. 약 200km를 주행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8.7km. 2톤이 넘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맘껏 주무른 걸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효율이다. 고속에서 발을 뗄 때마다 알아서 중립 또는 EV 모드를 적극 활용한 게 주효했다. 참고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10.9km며 8기통 엔진을 얹은 LC500은 리터당 7.6km를 달린다.LC는 렉서스의 이상이 듬뿍 담긴 차다. 편안한 가운데 고성능을 품고, 하이브리드로 효율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차를 만들겠다’는 개발팀 목표만큼이나 LC는 어떻게 달려도 만족스러웠다. 외모처럼 별난 전기모터와 4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은 가상 10단 자동변속기마저 자연스럽다. 우리네 후발주자가 렉서스를 바짝 쫓았다고 생각했건만 LC를 타보니 오만한 생각이었다. 렉서스는 또 한걸음 멀리 달아나 버렸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하얀 설산을 누빈 QM6 2018-01-23
QM6와 함께한 겨울 산 정복하얀 설산을 누빈 QM6 윈터타이어와 4륜구동으로 무장한 QM6는 강원도의 깎아지른 산세에도 거칠 게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맞다. QM6는 도심형 SUV고 다른 전륜구동 기반 4WD보다 특별히 잘난 게 없는 4WD다. 그럼에도 이 차로 설산을 오른 이유는 도심형 4WD의 실제 실력이 궁금해서다. 결과는 전문에서 말했듯 제법 든든했다. 타이어 자국 하나 없는 외진 산골에서 QM6는 4WD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마음을 녹이는 4WD날짜를 참 잘 잡았다. 강원도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1월 초순, 우리는 QM6를 타고 강원도 산골을 향했다. 어젯밤 눈이 내린 덕분에 주변은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고 도로는 왕창 뿌려놓은 염화칼슘이 곱게 빻아져 하얗게 뒤덮였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점차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산골에 갇히면 어떡하지?’, ‘견인차는 들어올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찰 무렵, 어느덧 산길 진입로가 눈앞에 다가왔다.​진입로는 타이어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날 차 몰고 산길을 오르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 안 하는 짓 서슴지 않는 매거진 에디터가 아니던가. 운전대를 꼭 쥔 채 서서히 산속으로 들어갔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4WD 록’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초록색 4륜 모양이 불을 밝힌다. 단지 자동으로 앞뒤 동력을 나누던 걸 50:50으로 고정시켰을 뿐인데, 이 일련의 동작과 4륜구동 아이콘이 은근히 긴장한 마음을 녹인다.​​4WD 버튼. 아래쪽을 누르면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나누는 4WD 록, 위를 누르면 앞바퀴로만 동력을 보내는 2륜 고정 모드로 바뀐다4륜구동 아이콘이 믿음직스럽다​ 겁쟁이 기자의 걱정과 달리 QM6는 의연히 하얀 산길을 올랐다. 바퀴에서 ‘뿌드득’ 눈 밟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빼고는 일반 오프로드와 다를 게 없을 정도. 물론 중간중간 경사가 심한 구간에선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4개의 타이어가 동시에 회전하며 덩치를 밀어 올려 별문제 없이 오르막길도 통과했다. 4륜구동과 윈터 타이어가 만나니, 하얗게 뒤덮인 산세가 무색하다.​​시승차는 겨울 주행을 위해 출고 타이어가 아닌 금호 윈터크래프트 WP72를 꼈다​그러나 인적 드문 산길은 의외의 변수로 QM6를 시험했다. 어젯밤 눈보라가 불었던 탓일까. 길 한쪽이 무너져 내려 돌무더기가 길을 가로막았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되돌리기도 애매한 상황. 우리는 QM6를 믿고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바퀴를 대각선으로 올려 범퍼가 안 닿게끔 조심조심 앞바퀴를 올리니, 자연스레 앞뒤 바퀴가 뒤틀려 휠 트래블이 발생한다. ‘이렇게까지 혹사시킬 생각은 없었는데’라는 생각이 스칠 찰나, 한쪽 바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간 허공에 뜬 바퀴로 동력이 쏠려 멈칫하더니, 곧바로 나머지 세 바퀴로 동력을 나누어 앞으로 나아간다. 아마 2륜구동이었다면 여기서 우리의 여정은 끝났을지도 모른다.​​ 길 한쪽이 무너졌지만, QM6 지상고가 210mm로 낮지 않은 덕분에 큰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우여곡절 끝에 QM6는 결국 정상까지 올랐다.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하얗게 얼어버린 거대한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4WD 옵션을 선택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 오르막보다 더욱 위험한 내리막길이 남았다. 내리막에서도 4륜구동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변속기를 1단에 물리고 서서히 내려가니 네 바퀴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며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FF였다면 앞바퀴가 미끄러져 조향성이 떨어지고, FR이었으면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미미했을 터. QM6는 무단변속기가 달렸음에도 7단 수동변속 모드를 지원해 자연스럽게 엔진브레이크를 걸었다.​4WD가 허락한 윈터 드라이빙산행을 마치고 촬영을 위해 꼭대기에서 내려다봤던 얼음 강으로 향했다. 단단히 얼어버린 습지를 빠른 속도로 달리자 ‘4WD 록’이 해제된다. 시속 40km를 넘으면서 구동계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바뀐 것. 이후부턴 앞바퀴굴림 위주로 주행하지만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알아서 뒤쪽으로 동력을 보내니 불안해할 건 없다.​며칠째 지속된 한파에 강은 두텁게 얼어 있었다. 덕분에 강 가장자리에 차를 올려놓고 촬영할 수 있었다. 메인 사진이 바로 여기서 찍은 것이다. 매끈하게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도 윈터 타이어와 4륜구동 조합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속 페달을 살살 다루면 미끄러짐 없이 출발하고, 제동도 ABS가 쉴 새 없이 개입할 뿐 예상외로 든든하게 속도를 줄인다. 마음 놓고 차를 미끄러뜨리며 멋진 사진을 연출할 수 있던 까닭이다.​촬영 기자의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가장 추웠던 어느 날, QM6와 함께 겨울을 제대로 즐겼다. 솔직히 QM6 4륜구동 시스템은 좌우 동력 배분 신경 쓰지 않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웬만한 상황에선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가끔 교외로 떠나는 도심형 SUV로서는 충분히 믿음직한 성능. 미리 준비해 간 견인차 번호를 누를 일 없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D SEGMENT SUV, 천차만별 3부 [ 렉서스 N..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LEXUS NX300h화장을 고치고 렉서스 NX는 여성 운전자가 선호하는 소형 SUV 중 하나다. 잘 만든 차라는 사실 만으로는 여성 팬이 보내는 NX의 인기를 전부 다 설명하기 어렵다. 부분변경을 거친 NX300h와 함께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여심을 공략한 디테일NX의 매력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가 아닐까? 차체 길이는 투싼보다 17cm 길고 중형 SUV인 싼타페보다 6cm 짧다. 공간 지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운전자에게 부담 가지 않을 만큼 콤팩트하면서도 당찬 인상을 주는 절묘한 크기다. 아울러 도로에서 한번쯤 주눅들어본 운전자라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NX의 외모가 든든한 존재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부분변경 모델은 화장을 고치는 수준의 변화지만 강인한 인상만큼은 그대로다. LED 헤드램프 내부 디테일과 범퍼 좌우의 인테이크홀이 달라졌고 새로운 스핀들 그릴은 촘촘한 격자형 핀을 품으며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신규 디자인이 적용된 18인치 휠은 이전과 크기가 같지만 훨씬 더 큼직해 보인다.​​ LED 헤드램프 내부디테일과 범퍼 형상이 소폭 달라졌다​​소소한 변화는 상품성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신형은 사각지대경고 및 후측방경고가 기본이며 대시보드 상단의 7인치 LCD 모니터는 10.3인치로 더욱 넓어졌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리얼 우드트림, 통풍 기능을 포함한 1열 시트와 전동접이식 2열 시트 등 고급 내장재와 풍부한 편의장비는 비싼 차값을 한결 합리적으로 보이게 한다. 여성 오너를 배려한 흔적은 실내 곳곳에 스몄다. 시트 폴딩 스위치를 운전석, 2열 측면부, 트렁크에 마련해 놓아 조작편의성을 높였고, 센터콘솔의 탈착식 손거울 등 여성친화적인 아이템으로 고객의 마음을 살뜰히 챙겼다.​​기존 7인치 LCD모니터는 10.3인치로 더욱 넓어졌다​ 운전석에서 버튼조작만으로 2열시트를 펴고 접을 수 있다​​암레스트 근처에 가죽마감 손거울을 달아놓았다​볼륨모델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 SUV 만약 자동차도 성별이 있다면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일까? NX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00h는 직렬 4기통 2.5L 밀러 사이클 엔진과 니켈수소 배터리를 얹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199마력의 시스템출력은 1.9톤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상시 사륜구동(AWD)은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는 구조로 경량화와 연료효율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뒷바퀴 모터는 구동력이 약한 게 흠이다. 이 때문에 전륜구동 차와 다름없는 몸놀림을 보인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한 박자 쉬고 가속을 시작한다. rpm이 고정된 채 꾸준하게 속도가 붙는 까닭에 실제 가속능력은 체감보다 빠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반응이 한결 낫다. 전기모터가 보내는 토크가 더욱 즉각적으로 응답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고시속은 191km에서 제한되며 과격한 주행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더욱 빨라진다.​​​외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체는 다분히 남성적이다. 정직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과 탄탄하게 떠받드는 서스펜션, 여기에 짧은 휠베이스(2,660mm)가 운전자를 민첩하게 이끈다. 다만 배터리로 무거워진 중량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촬영을 위해 고운 모래와 험한 지형이 뒤섞인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언감생심인 주행환경이지만 이곳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NX는 바퀴 한쪽이 지면에서 뜨고 차체가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도 잡소리 하나 없이 높은 차체 강성감을 자랑했다. 토요타 RAV4와 같은 플랫폼이지만 용접 타점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늘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뼈대를 만들었다는 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뒷바퀴 구동력이 부족한 점은 여전히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촬영에 참여한 다른 차를 곧잘 쫒아갔다.공인연비는 12.0km/L로 시스템출력이 비슷한 ES300h보다는 3km/L 낮지만 뒷바퀴를 따로 굴리는 구동특성과 그로 인해 늘어난 무게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렉서스는 과거, SUV 트랜드를 이끄는 마켓 리더 중 하나였다. 1997년에는 프리미엄 도시형 SUV RX300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이를 흉내내는 수많은 아류작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세로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오늘 만난 NX를 통해 렉서스의 차 만들기 노하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소형과 중형을 아우르며 그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든 렉서스의 키 플레이어 NX. 여성오너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아이템과 고급차의 가치는 다른 SUV가 갖지 못한 NX만의 매력이다. ​​글 이인주 기자  ​​ 
D SEGMENT SUV, 천차만별 2부 [랜드로버 디..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LAND ROVER DISCOVERY SPORT디스커버리다 “어라, 생각보다 작네?” 이 차를 디스커버리라고 소개하면 대개 반응이 이렇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이름과 달리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사실 프리랜더 후속과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소탈한 디스커버리가 내심 반가웠다. 원래 디스커버리는 호화 SUV 레인지로버와 정통 SUV 디펜더 사이에서 랜드로버의 대중화를 이끌던 소박한 SUV가 아니었던가. ‘대중화’의 역할만 놓고 보면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지금 디스커버리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본래 모습에 더 충실하다. ‘작은 프리랜더 후속이 무슨 디스커버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차는 1세대 디스커버리보다 더 클뿐더러, 오프로드 성능까지 살뜰히 챙겼다. 디스커버리답다.​​​녹색 배지의 믿음XC60과 NX, 그리고 디스커버리 스포츠. 세 대의 차가 오프로드에 모였다. 당연히 선두는 디스커버리다. 단지 그릴 한쪽에 녹색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디스커버리를 앞에 세웠다. 시승코스는 흙길과 부드러운 모랫길이 어우러진 곳으로, 먼저 흙길부터 진입했다.​좁은 흙길에 들어서면 랜드로버의 노하우,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이 제 역할을 한다. 시야가 높은 건 물론, 보닛 끝이 높게 솟아 있어 차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다. 멋을 잔뜩 부리느라 이런 걸 놓쳐버린 이보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 ​도로 위에서 제법 팽팽했던 서스펜션도 신기하게 오프로드에선 성질을 죽이고 큰 요철, 작은 요철 상관없이 잘도 넘어간다.  이어서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다. 사실 견인줄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촬영을 위해 디스커버리만 모랫길에 넣어보기로 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SAND(모래)’로 바꾸고 진입하자, 역시 타이어의 3분의 1이 잠긴다. 겁을 먹고 다시 빠져나오려는 찰나, 디스커버리가 네 바퀴를 동시에 미끄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니 좌우로 조금씩 미끄러지기는 해도 별 문제없이 의연하다. 의외의 모습에 관성을 죽여 정지 후 출발도 해봤지만, 디스커버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여기서 주행안정장치를 끄고 주행모드를 일반도로로 바꾸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차를 돌릴 수도 있다. 위에 사진이 그렇게 찍은 거다. 이렇게 열심히 뛰놀고 나와도 섀시는 삐거덕 소리 하나 내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비록 나중에 도로 위를 달릴 때 바람소리와 함께 모래 소리를 섞어 들어야 했지만.​​​​오프로드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노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소탈한 디스커버리디스커버리라면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패밀리 SUV 역할도 해야 한다. 다행히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 역할에도 충실하다. 우리나라엔 5인승만 들어오지만, 해외엔 7인승 모델이 판매될 정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수치상 넓이도 차체 크기에 비해 크다. 2열 시트를 폈을 때 트렁크 용량은 829L, 접었을 때는 1,698L다. 동급 최대라고 해도 될 만한 수준. 게다가 2열 시트가 등받이 각도 조절, 슬라이딩 기능과 함께 4;2:4 삼분할로 나뉘어 접혀 공간활용성도 좋다.​​소탈하게 꾸민 실내는 쓰임새가 좋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도로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손을 안쪽으로 감아 넣어 잡는 손잡이에서 오프로더 혈통이 엿보인다​시승차엔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철제 격벽이 붙어있었다. 완성도 높은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도 랜드로버의 매력 중 하나다2열 시트를 트렁크 한쪽에 마련된 버튼으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도로 위 주행 성능은 그저 준수했다. 시승차는 2.0L 180마력짜리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 높은 출력이지만, 2톤에 육박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이끌기엔 43.9kg·m의 최대토크마저 알맞은 수준이다. 그래도 재규어-랜드로버의 노하우가 녹아든 서스펜션과 차체 완성도는 출력을 웃돌았다. 제법 팽팽하게 조율된 서스펜션은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며 끈질기게 관성을 버텨내고, 2,741mm의 길쭉한 휠베이스는 고속에서 여유를 품는다. 최고속도 시속 188km로 달릴 때의 고속안정감도 흠잡을 데 없다.​다만,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정차시 진동이 4기통 디젤 엔진인 걸 감안하더라도 다소 거친 편이며, 9단 자동변속기는 이따금씩 변속 충격을 전해왔다. 또 변속기가 토크를 믿고 너무 높은 기어를 끈질기게 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속 중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아보면, 엔진 힘이 부족해 부르르 떨리는 순간까지도 변속기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모습에서도 영국차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이 엿보인다.​  위쪽 전체가 들어올려지는 클램쉘 방식 보닛은 랜드로버가 이어온 전통 중 하나다20인치나 되는 휠에 검은색 페인트를 입혀 멋스럽게 꾸몄다​​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타면서 재미있었던 건, 곳곳에서 다른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만날 수 있었던 점이다. 실제 판매량만 봐도 랜드로버 판매의 대부분을 이끌 정도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인기가 높다. 디스커버리의 매력을 오롯이 간직하면서도 부담을 줄인 게 그 비결이 아닐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디스커버리보다 더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으로 랜드로버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글 윤지수 기자​ ​
D SEGMENT SUV, 천차만별 1부 [볼보 XC6..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VOLVO XC60 T6뭐든 잘 하는 스웨덴 우등생연속되는 와인딩 로드. 좌우로 빠르게 흐르는 풍경과 대조적으로 실내는 평온하기만 하다. SUV 특유의 휘청거리는 롤링도, 무거운 차체에 따른 헐떡임도 없이 즉각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안정된 자세로 코너를 돈 후에는 순식간에 가속한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코너를 휘젓는 모습은 흡사 스포츠카에 다름없지만 흔히 말하는 펀 투 드라이브와는 거리가 있다. 모든 능력치를 갈고닦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완벽에 가까운 우등생이라고나 할까? 나는 지금 볼보 SUV 라인업의 새로운 중심인 XC60를 몰고 있다.​​​​새 디자인 속에 녹여낸 볼보 감성XC60은 2008년 태어나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신입 볼보다. BMW X3보다는 5년 늦었지만 아우디 Q5, 메르세데스 벤츠 GLK와는 같은 나이. 2,000년대 초중반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눈치싸움을 끝내고 SUV 시장 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다. XC라는 이름의 출발점이었던 V70 XC(이후 XC70)이 왜건 기반의 크로스오버였던 데 비해 이어 등장한 XC90과 XC60은 보다 전형적인 SUV에 가까워졌다.​초대 XC60은 당시 모기업이던 포드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같은 식구였던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노하우를 투입해 완성되었다. 당시 디자인은 옛 볼보의 단단함을 버린 대신 아직 새로운 매력을 찾지 못하던 시기여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단번에 볼보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가 갈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제네바에서 데뷔한 2세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동안 회사는 새 주인을 받아들였고 디자인과 플랫폼,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갈아엎었다. 볼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기함 S90과 XC90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볼륨모델인 XC60. 이런 기대대로 신형 역시 등장과 함께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한 사이즈 작은 차체에 어울얼굴은 XC90과의 통일성을 추구하면서도 리는, 소박하면서도 귀여운 감성이 엿보인다. 고급스러움이야 당연히 XC90이 한 수 위겠지만 새로운 볼보 패밀리룩과의 매칭이나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는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노즈와 루프, 벨트 라인과 앞뒤창 각도 등 옆모습은 의외로 구형 XC60과 많이 닮았다. D필러에 세로로 길게 넣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예전 왜건에서 따온 디자인 요소.​​볼보 왜건 전통인 수직형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인테리어는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진하게 담아 세로형 터치식 모니터로 대부분의 기능을 흡수시키는 대신 물리 버튼은 줄여 단순화시켰다. 대시보드와 센터터널에 남겨진 비상등과 성에제거, 오디오, 엔진 시동과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는 일반 자동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이토록 간결화된 조작계는 단순히 디자인상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볼보의 안전운전 사상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만 시승차는 검은 가죽에 짙은 갈색 우드 트림이 들어간 모멘텀 트림이라 너무 단순하고 칙칙해 보인다. 반면 실제 판매를 주도하는 인스크립션 트림은 밝은색 나파 가죽시트와 드리프트 우드로 보다 화사한 분위기를 낸다.​​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크롬 장식 연결부위를 스웨덴 국기로 만든 센스!​​뒷좌석과 화물공간에는 왜건 장인 볼보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각도조정은 안 되지만 레그룸이 넓어 장시간 앉아 있어도 편하다. 또한 등받이는 간단히 접을 수 있는데, 헤드레스트와 등받이 접이 레버를 한데 모아 거의 원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높은 지붕과 거주성, 유틸리티성은 패밀리카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뒷좌석은 간단히 접혀 화물공간으로 변신한다​​헤드레스트와 등받이 접이 레버를 한데 모아 편리하다​​강력한 엔진으로 무엇이든 해낸다시승차 T6의 엔진은 4기통 2.0L이면서도 무려 32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저속에서는 수퍼차저가, 고속에서는 터보차저가 이어받는 트윈차저 과급방식 덕분이다. 액셀 페달을 처음 밟았을 때의 느낌은 조용하고 매끄럽지만 힘이 넘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마치 봉인이 풀린 듯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한다. 모드에 따른 엔진 반응과 출력 변화의 폭이 매우 극적이다. 320마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XC60의 가속은 매우 강력하며, 풀가속 때는 끼이익~ 하는 흡기음이 분위기를 돋운다.​​​트윈 차저 방식으로 무려 320마력을 뽑아내는 4기통 2.0L 엔진​​320마력이라는 수치에서 느껴지는 강력함에 비해 달리기 감성 자체는 무척 담담한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장거리 크루징부터 고속 코너링까지 매끄럽게 해낸다. 랜드로버만큼은 아니지만 별도의 오프로드 모드도 있다. 촬영을 위해 들어선 비포장과 모래밭을 여유롭게 누볐을 뿐 아니라 힐디센트 기능을 갖추어 급한 내리막길에서도 안정감이 넘쳤다.​2세대 XC60은 디자인부터 성능과 품질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는 우등생이다. 한 가지 능력에 특출나지 않은 대신 모자람도 찾아볼 수 없다. 볼보가 지금까지 자랑하던 안전기술을 더욱 갈고닦았으며, 단점이었던 디자인마저 개선된 터라 그 매력은 완성에 한없이 가깝다. 볼보가 글로벌 판매 연간 100만 대, 볼보 코리아 1만 대를 넘어서게 된다면 아마도 일등 공신은 XC60이 되지 않을까? 글 이수진 편집장 ​
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2018-01-11
 RANGE ROVER VELAR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남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  ​랜드로버는 럭셔리를 강조하는 레인지로버와 실용적인 디스커버리,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이들 밑으로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세분화된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하위 차종은 대표 모델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이 녹아 있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를 파고든 럭셔리 중형 SUV. 벨라의 등장으로 풀사이즈에서 소형에 이르는 레인지로버 풀 라인업이 완성되었다.​우아한 디자인이 곧 캐릭터레인지로버의 성격은 명료하다. 벤츠 S클래스에 견줄 만한 최고급 SUV라는 것. 이런 이미지를 하위 모델까지 끌어당긴 차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다. 두 차는 크기와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둘 사이를 메울 중간 모델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기존 모델과의 판매 간섭을 피하면서 오롯이 레인지로버다운 중형 SUV. 그 주인공이 바로 벨라다. ​물론 틈새 차종 만들기에 도가 튼 랜드로버가 단지 크기만 어중간한 SUV로 벨라를 만들지는 않았을 터.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벨라는 동급에서 가장 빛나는 패셔니스타로 거듭났다. 비결은 바로 단호한 차체 비율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다. 휠하우스 중간까지 이끌린 헤드램프는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흐르고, 오리 궁둥이처럼 뒤로 내뺀 해치도어와 크게 누운 윈드실드가 쿠페라이크한 자태를 뽐낸다. 매끈한 보디에 숨어 있다 솟아오르는 도어캐치는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낮은 공기저항(Cd 0.32)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LED 모듈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플러스 타입 도어캐치는 컨셉트카에서나 볼 수 있던 디테일이다​ 실내는 여느 레인지로버에서 보았던 정갈한 대시보드와 다양한 질감의 내장재를 사용해 호화스런 분위기다. 대시보드 위/아래에 자리잡은 두 개의 10인치 터치스크린은 파나소닉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버튼식 센터페시아를 대체한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검은 패널에 숨어 있던 다양한 기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에어컨, 시트, 주행 설정 등 메뉴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며 큼직하고 직관적인 픽토그램을 띄운다. 이 정도 비주얼과 완성도라면 화면을 보면서 사용하는 터치스크린의 불편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여느 레인지로버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대시보드와 미래적인 10인치 듀얼디스플레이가 만났다 ​디스플레이 타입의 센터페시아가 미래지향적인 실내 분위기를 이끈다​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과 접고 펼치는 기능 모두 전동으로 조절된다. 40:20:40의 비율로 분할되며 모두 접으면 최대 1,731L의 적재공간이 마련된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좁은 편이다. 이는 형제모델 F-pace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패밀리카로서는 적잖은 단점이다.​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벨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재규어의 입김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벨라의 뼈대는 널리 알려진 대로 재규어 XE, XF, 그리고 F-pace의 기반이 된 iQ 플랫폼이다. 알루미늄(사용비율 82%)과 마그네슘으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해 비슷한 덩치(벨라, 길이 4.8m, 너비 2m)의 레인지로버 스포츠(길이 4.85m, 너비 2m)보다 약 240kg 가볍다. 모노코크 섀시인 까닭에 기존 레인지로버와 스포츠보다 플로어 높이가 월등히 낮지만 시트높이 조절 폭이 넓은 덕분에 레인지로버 특유의 높직한 시야는 그대로 살아 있다. ​하체는 재규어 F-pace와 마찬가지로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방식이며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까닭에(D240 제외)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예컨대 최저지상고 251mm까지 하체를 들어올리며, 65cm 정도 깊이의 물웅덩이도 가뿐하게 건넌다. 아울러 시속 105km 이상의 고속에서는 차체를 10mm 낮춰 보다 안정적인 공기흐름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해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손쉬워졌다. 온로드, 잔디, 자갈, 눈길, 진흙, 모대 등 다양한 오프로드 상황에 맞춰 엔진, 변속기, 섀시 등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장비다.국내에 출시한 엔진은 2.0L 디젤, 3.0L 디젤, 3.0L 가솔린 수퍼차저 세 가지로 ZF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시승차에 얹은 엔진은 볼륨모델이라 할 수 있는 최고출력 300마력의 3.0L 디젤. 최대토크 71.4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6.5초에 끝내는 녀석이다.성능 수치에서 짐작했던 것과 달리 벨라의 가속감은 경박스럽지 않다. 우아하고 진중하게 차체를 이끈다는 느낌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높은 속도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계기판 끝까지 바늘을 밀어붙인다. 최고시속은 241km에 달하는데 2톤이 넘는 무게와 공기저항이 심한 SUV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성능이다. 운전감각도 기존의 레인지로버와는 사뭇 달랐다. 고속에서도 자신 있게 주행할 수 있는 첫 번째 레인지로버랄까. 요트의 움직임에 비유했던 형님들의 몸놀림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엇다. 스티어링 반응은 민첩했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넘쳤다. 또한 노면그립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는 앞서 말한 가벼운 차체와 재규어가 다듬은 플랫폼, 그리고 포용력이 남다른 에어서스펜션의 도움이 컸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타고 넘어도 불필요한 몸놀림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격하게 몰아붙여 보아도 약간의 피칭은 있을지언정 롤링은 허용하지 않는 등 비교적 정갈하게 움직인다.​ ​​부족한 편의장비가 벨라의 옥의 티사실 벨라를 여유 있게 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1억1,500만원에 달하는 시승차는 고급차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운전석 요추받침과 통풍기능이 삭제됐다. 1억2,600만원의 D300 HSE부터 마사기 기능, 요추받침을 포함한 1열 통풍시트와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차선을 벗어날 때 차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주는 장비로, 차선 가운데를 스스로 주행하는 다른 회사와 차이를 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따라서 D300 HSE부터가 고급차를 고급차처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대다. 또한 벨라의 실내는 진짜 가죽과 진짜 금속을 아낌없이 사용한 형님들과 차이를 두었다. 특히 실내 전반을 감싸는 마름모꼴 패턴 내장재의 표면 처리가 무척이나 아쉽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가죽 확장 패키지가 들어간 1억 4,340만원의 D300 퍼스트 에디션을 선택해야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비싼 만큼 벨라의 구매에 앞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통장잔고와 타협할 필요가 있다.헤리티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으로 다듬어 틈새차종을 만드는 일은 누가 봐도 어려운 도전이다. 그러나 랜드로버는 이를 가장 멋지게 해낼 줄 아는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다.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남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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