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럭셔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 BMW M760 & .. 2017-07-11
BMW M760Li xDrive & LAND ROVER RANGE ROVER 5.0 V8 SC SVA DYNAMIC럭셔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 최대의 안락함과 최고의 분위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럭셔리의 최정점에서는 다른 차들과 구분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럭셔리를 표현하는 두 차가 있다. BMW M760Li 엑스드라이브와 레인지로버 5.0 V8 SVA 다이내믹. BMW M760Li는 럭셔리에 12기통 엔진의 강력한 성능을 조화시켰고, 레인지로버 5.0 V8 SC SVA 다이내믹은 최고급 SUV를 스포츠 감성으로 다듬어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두 차를 만나보았다.​​​​BMW M760Li xDrive 정장 입은 독일대표 육상선수배고픈 여우가 높이 달린 포도송이를 보며 말했다. “저것은 신 포도가 분명해.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의 이야기다. 배고픈 여우처럼 소유하지 못할 대상을 어림잡아 폄하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늘 함께 한 BMW M760Li 역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신 포도로 보일 수 있다. 2억2,300만원을 주고 최고출력 609마력에 0→시속 100km 가속을 3.7초 만에 끝내버리는 수퍼 리무진을 구매하는 사람은 결코 없으리라 단정짓는 것처럼 말이다. ​​​M760Li에 오르기 전까지는 기자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5.2m 넘는 기다란 차체에 12기통 엔진을 달았다 한들 M 배지의 이름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리라는 선입견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차고 넘치는 배기량, 극한의 부드러움, 정교한 메커니즘은 브랜드의 자부심이자 상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M760Li는 갈수록 조여오는 환경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빠른 BMW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비현실을 현실로 만든 차M760Li의 곧게 뻗은 차체 위에는 긴장감이 스몄다. 옆면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3박스 구성은 잘 차려 입은 신사의 느낌, 여기에 디테일의 날을 세워 평범한 7시리즈와 구분지었다. 검정색 하이글로시 사이드윈도 몰딩과 주름을 더한 사이드 로커패널은 M퍼포먼스 모델의 특징. 반광 소재의 사이드미러 커버와 키드니 그릴은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다. 반면 실내는 일반 7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 시승차는 4인승 옵션을 제외한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어 기사를 부리는 용도로도 훌륭했다. 평소라면 이 차에 들어간 가죽과 오디오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사치스러운가를 이야기했을 테지만 오늘은 아니다. M760Li가 과연 신 포도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광 재질의 크롬가니쉬와 키드니 그릴, 사이드미러 캡은 M760Li xDrive만의 고유디테일​M760Li의 6.6L V12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져왔다. 최고출력이 살짝 줄었을 뿐 12개의 실린더가 자잘하게 쪼갠 회전감각은 운전자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컴포트 모드로 달리면 일반적인 7시리즈와 다를 바 없다. 새롭게 손질한 에어서스펜션은 뒷좌석에 있는 오너의 심기를 거스르진 않을까 시종일관 나긋나긋하며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요하다. M760Li의 압권은 단연 가속감이다. 가속 페달 절반만 밟아도 여유 있는 출력으로 축지법 쓰듯 소리 없이 순간이동을 펼친다. 일반 자동차의 전력질주와 맞먹는 가속력과 전기차 같은 가속감은 과속을 부추긴다.​ ​뒷좌석 모니터와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춘 당당한 쇼퍼드리븐이다 ​V12의 오케스트라 엔진음은 자극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시트 양옆을 조이고 배기구의 가변플랩이 열리며 거친 음색을 내뿜는다. 후륜조향 기능을 갖춘 가변비 스티어링 휠은 보다 묵직하고 민첩해진다. 오른발에 힘을 주자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도로를 집어삼킨다. 시속 200km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싱거울 만큼 쉽고 그 속도에서 재가속하는 것 또한 터무니없이 빠르다. 불안감 없는 움직임과 노면을 움켜쥐는 주행성능은 더 밟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330km까지 표시된 속도계는 허풍이 아니다. BMW가 밝힌 최고속도는 시속 305km, 기세등등한 성능으로 짐작컨대 도로조건만 확보된다면 최고속도까지도 손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초고속 영역에서의 차체거동은 빠르고 안락했다. 급하게 제동을 걸면 노면을 움켜잡고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속도를 줄인다. 굴곡진 노면에서 2.3톤 차체가 붕 떴다가 착지하며 한 번에 자세를 잡는 솜씨를 보노라니 BMW의 지난 100년간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 ​C필러에 자리잡은 V12 엠블럼​​​스포츠와 럭셔리, 두가지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 M760Li시승을 끝내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럭셔리 세단에 바라는 성능에 대한 욕심이 한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M760Li는 어느 속도에서건 기함에 걸맞은 편안함을 지녔고 12기통의 강력한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다. 뒷자리에 앉아 쇼퍼 드리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운전석에 앉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로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 스포츠와 럭셔리, 두 가지 모두를 얻고자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양 끝단의 최정점에 선 M760Li는  두 가지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M760Li를 신 포도라 한다면 그것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질투 섞인 조롱일 것이다.​ ​​LAND ROVER RANGE ROVER 5.0 V8 SC SVA DYNAMIC남성미 넘치는 럭셔리 SUV갖가지 종류와 다양한 크기의 SUV가 등장했지만 럭셔리 SUV의 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차라면 누가 뭐래도 레인지로버다. 레인지로버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프리미어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호시탐탐 왕좌를 넘봤지만 아직 이에 필적할 만한 차는 없는 상황. 그러나 하나 둘 등장하는 도전자를 의식한 까닭일까? 레인지로버는 후발주자를 피해 더 높은 자리로 오르려 한다. 그리고 4세대에 이른 레인지로버는 기존의 추격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상위 0.1%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보디와 엔진, 실내 구성을 세분화해 수제작에 버금가는 희소성과 브랜드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쇼퍼드리븐&오너드리븐 모두 겨냥한 레인지로버오늘 만난 SVA(오토바이오그라피) 다이내믹은 운전자를 자극하는 스포츠 감성이 녹아 있다. 시승차는 숏휠베이스 차체에 금속 펄이 들어간 검정색으로 꾸며져 더욱 짱짱한 인상을 자랑한다. 강력한 출력을 뒷받침하는 네 개의 원형 테일파이프와 1cm 낮아진 차고, 브렘보 브레이크를 달아 시각적 만족감도 높였다. ​​​네 개의 테일파이프는 오토바이오그라피만의 전용 아이템이다​​실내에 들어서면 검고 붉은 가죽이 탑승자를 반긴다. 퀼팅 처리한 빨간색 시트패드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들고 가죽으로 뒤덮은 헤드라이너는 고급차 만들기에 도가 튼 영국차 고유의 사치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어지간한 프리미어 브랜드조차 흉내내기 어려울 만큼 고급스런 꾸밈새도 엿보인다. 일반적인 고급차는 부분적으로나마 인조가죽을 사용하거나 금속과 나무를 흉내낸 플라스틱을 쓰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진짜 가죽과 나무, 금속을 사용해 이들과 선을 그었다. 물론 다이내믹한 주행경험을 살리는 빨간색 금속 패들시프트는 이 차가 마냥 고급스럽게만 꾸민 차는 아니라고 말한다. ​​​​빨간색과 검은색 가죽으로 장식한 실내는 럭셔리-스포츠라는 차량 성격이 녹아있다운전자의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패들시프트​엔진은 기존 510마력 5.0L V8 트윈 수퍼차저를 기본으로 재규어-랜드로버 고성능 담당, Special Vehicle Operations의 손질을 거쳐 최고출력 550마력으로 거듭났다. 수퍼차저는 엔진 동력에 직접 연결해 구동하므로 낮은 엔진회전수부터 출력증강이 이루어져 발진감각이 자연스럽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4초, 기대보다 낮은 수치에 실망할 수 있지만 탑승자가 느끼는 가속감은 위력적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며 내뿜는 두터운 토크는 디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재규어XJ와 공유하는 550마력 V8 5.0SC엔진​​오프로더 성격을 간직한 까닭에 승용차 같은 몸놀림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직선구간이 여유 있게 확보된다면 최고속도까지 도달하는 일은 매우 쉽다. 육중한 차체를 원하는 만큼 가속시키는 강력한 엔진과 레인지로버 특유의 높고 탁 트인 시야가 만나 도로 위의 왕이 된 듯한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도로에서 만난 이런 종류의 차들이 미련하고 뻔뻔스럽게 운전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오토바이오-그라피는 SVO에서 만든 재규어-레인지로버의 최상급 트림이다​​다양한 캐릭터로 왕좌를 지키는 레인지로버대형 세단과 경쟁하는 4인승 롱휠베이스 모델부터 다이내믹한 주행경험을 주는 SVA다이내믹에 이르기까지, 레인지로버가 표현하는 럭셔리는 방법과 능력 면에서 1인자다운 노련함이 느껴진다. 박력 있고 강인한 외관, 믿음직한 차체에서 펼쳐진 강력한 가속성능은 레인지로버가 가진 다양한 성격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평범한 세단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에 앉아보면  달라진 시야만큼이나 럭셔리를 보는 안목도 올라갈 것이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재혁    ​ 
모든 걸 다 가진 미니 -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 올.. 2017-07-05
MINI COOPER SD COUNTRYMAN ALL4모든 걸 다 가진 미니모든 걸 다 가지려 했다. 이미 갖고 있는 재미와 스타일을 손에 쥔 채, 공간과 남성미까지 욕심냈다. 이런 걸 모두 눌러 담다 보니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부푼 덩치엔 매력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작고 당돌해야 미니다. 넉넉한 차는 미니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그런데 미니 중 가장 큰 미니, 컨트리맨이 또 커졌다. 길이가 4,299mm로 이제 웬만한 소형 SUV보다 크다. 걱정이 앞섰다. 이 차를 미니라 부를 때 민망해질까 봐. 다행히 직접 본 컨트리맨은 여전히 작고 당돌했다. 이 조그마한 미니는 크기에 비해 욕심이 아주 많다.커진 덩치부터 이미 욕심쟁이다. 미니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공간, 더 안락한 승차감을 탐하며 크기를 키웠다. 길이 4,299mm, 너비 1,822mm, 높이 1,557mm의 크기는 여전히 소형 SUV 수준이지만 역대 미니 중 가장 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타일이 이 차를 여전히 미니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두툼한 크롬 장식의 비밀미니답다는 건 작고 앙증맞다는 것. 미니는 컨트리맨을 작아 보이게 하려고 차체에 붙어 있는 것들을 키웠다. 상대적 착시효과를 노린 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두른 두툼한 크롬 장식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휠도 18인치 즈음으로 예상했겠지만, 무려 19인치. 덕분에 컨트리맨은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해 보인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굵직한 크롬을 둘러 더 커 보이게 했다차를 작아 보이게 하는 거대한 19인치 휠​​문짝 아래를 두툼하게 부풀린 것도 모자라 휀더에 근육질을 더했다​“별로 안 큰 걸?” 실제로 만난 컨트리맨은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특히 들어갈 곳은 움푹 들어가고, 튀어나올 곳은 확실하게 튀어나와 입체적이다. 소형 SUV 주제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도 특징. 유리창 아래 두텁게 튀어나온 문짝 얘기다. 이건 공간 넉넉한 큰 차들이나 할 수 있는 스타일인데 컨트리맨은 공간을 멋에 양보했다. 덕분에 한층 작아 보임은 물론, 당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문짝이 겉으로만 튀어나온 게 아니다. 번쩍이는 크롬 손잡이를 당기면 두꺼운 문짝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체 실내공간은 어쩌려는 건지, 문짝 안쪽에도 굵직한 내장재가 붙었다.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살짝 답답하다. 대시보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A 필러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이런 게 미니다. 마치 꼭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랄까.   몸에 맞춘 듯한 실내. 여유롭진 않다부드러운 가죽으로 둘러싼 운전대클래식한 분위기의 토글스위치는 여전하다  사실 이것도 미니 중에선 가장 넓은 편이다. 특히 신형 컨트리맨은 뒷좌석이 넓어졌다. 키 177cm의 기자가 앉으면 머리와 무릎공간이 적당히 남는다. 이제 성인 네 명이 여행을 떠나도 불편할 일은 없을 듯하다. 게다가 세 개로 쪼개진 뒷좌석 등받이와 앞뒤로 움직이는 슬라이딩 기능까지 더해 어떤 모양의 짐이든 마음껏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이 450리터로 아주 크지는 않지만 뒷 시트를 모두 접으면 1,390리터까지 늘어난다. 이것도 부족하면 트렁크 아래에 마련된 한 뼘 깊이의 큼직한 수납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전동으로 조절되는 가죽시트뒷좌석공간이 한층 여유롭다​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트 덕분에 공간활용성이 좋다​​다재다능을 품은 미니시동을 걸면 2.0리터 디젤 엔진이 굵직한 숨을 토해내며 깨어난다. 엔진 잘 만드는 BMW 출신답게 듣기 좋은 음색을 내고 진동도 작은 편. 시승차는 컨트리맨 중에서도 강력한 디젤 엔진이 달렸다는 SD다. 1,675kg의 무게에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내니 1마력당 무게비는 8.81로 충분한 수준이다.​ ​2.0리터 디젤 엔진. 강성을 위한 스트럿바도 달렸다​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느껴지는 건 역시 넉넉한 토크다.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웬만한 상황에선 rpm 게이지가 솟을 일이 없다. 8단 자동변속기도 높은 토크에 맞춰 알아서 재빠르게 높은 기어로 바꿔 문다.느긋한 주행에서도 컨트리맨은 확실히 미니다웠다. 스티어링 휠은 유격이란 걸 모르는 듯 묵직하고, 서스펜션은 도로의 생김새를 솔직하게 전달한다. 몸에 꼭 맞는 운전석에 앉아 묵직한 운전대를 잡고 흔들리는 기분이 역시 미니답다. 라인업 중 가장 덩치 큰 SUV이면서도 ‘고카트 필링’이 남아 있다.이윽고 느릿느릿한 도심을 나와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제 최고출력 190마력의 힘을 만끽할 차례. 가속 페달을 끝까지 짓누르자 순식간에 저단 기어에 맞물리며 돌진한다. 가속감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진 아니고 딱 속 시원하다고 느낄 만한 수준. 더 인상적인 건 소리다. 고회전에서 듣기 싫게 갈라져야 할 4기통 디젤 엔진의 소리가 제법 묵직하다. 약간 과장을 보태면,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5,000rpm 정도에서 변속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소리 때문에 디젤 엔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정도라면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저속에서 솔직했던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빛을 발한다. 작은 충격은 효과적으로 거르면서 든든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저속에서 솔직했던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빛을 발한다. 작은 충격은 효과적으로 거르면서 든든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덕분에 속도를 계속 올려봐도 안정감이 상당하다. 여태까지 타본 소형 SUV 중 단연 발군이다. 이러면서도 큰 너울에선 서스펜션이 충분히 움직여 부드럽게 통과하니 놀라울 따름. 성능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승차감을 기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잘 조율했다. 흔히 말하는 쫀득한 승차감이 바로 이런 거다.명색이 SUV이니 가벼운 오프로드도 달려봤다. 세단으로 가면 바닥이 닿을 듯 말 듯한 수준의 길이다. 앞뒤로 동력을 자유자재로 배분한다는 4륜구동 시스템 ‘올4’를 체험할 계획이었지만 길이 생각보다 험하지 않아 휠스핀 한번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서스펜션은 비포장길을 온몸으로 느꼈다. 온로드 위주의 세팅이라 덜컹거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부드럽게 달린다. 노면의 모양새를 솔직하게 전달하면서도 날카로운 충격을 둥글게 걸러서 전해준다. 보면 볼수록 맘에 드는 서스펜션이다.​​​미니 컨트리 타이머. 주행환경에 따라 화면 속 미니가 바뀐다​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긴장을 풀고 정속주행으로 돌아왔다. 든든한 서스펜션과 2,670mm의 비교적 길쭉한 휠베이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8단 자동변속기에 맞물린 엔진은 잔잔한 음색을 들려준다. 동승한 기자는 한참 전부터 꿈나라를 헤매는 중이다. 몇 시간 전엔 굉음을 내며 시속 200km를 넘나들던 컨트리맨이지만, 긴장을 풀자 중형 세단처럼 너그러이 달렸다.​다 가진 미니, 치러야 할 대가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4.2km다. 다소 가혹하게 주행했지만, 고속주행이 꽤 있었음을 감안하면 리터당 13.1km(도심 11.9km/L, 고속 14.9km/L)인 공인연비만큼 나온 셈이다. 1.7톤에 가까이 육중해진 덩치에 4륜구동 시스템을 얹고도 연비가 썩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효율 좋은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결과다.컨트리맨은 모든 걸 다 가진 미니다. 미니의 재미와 당돌한 스타일을 손에 쥔 채, 공간을 탐하고 빠른 성능을 욕심냈으며, 4륜구동에 연비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셈. 이제 좁거나 불편하다고 미니를 외면할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욕심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 올4의 가격은 5,540만원이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농익은 탐험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2017-06-30
LAND ROVER DISCOVERY농익은 탐험가다목적 SUV의 대명사인 디스커버리가 5세대로 진화했다. 세련미를 더한 생김새, 온오프로드 모두를 아우르는 운동성능, 넉넉한 적재공간 등을 갖춘 농익은 탐험가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난 1989년, 랜드로버는 저렴한 값을 내세운 일본산 SUV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레인지로버 플랫폼을 활용한 1세대 디스커버리를 내놨다. 합리적인 값에 럭셔리 SUV 기술력이 적용된 상품성은 많은 이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전세계적으로 12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1~4세대가 쌓아올린 굳건한 토대 위에 등장한 코드명 L462의 최신 디스커버리는 고급과 실용, 그리고 기술의 적절한 접목으로 모두가 우러러볼 만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궜다. 정교함을 더한 디자인, 견고한 보디와 한몸을 이루는 드라이브트레인,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여러 기능 등은 신형이 브랜드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이번에 만나본 시승차는 프리미엄 메탈릭 나미브 오렌지 컬러를 입은 퍼스트 에디션. 새로운 디스커버리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특별 버전이다. 트림 라인업 정점에 서 있는 이 모델은 전세계적으로 2,400대 한정 생산되고, 국내에는 40대만 수입된다.​​​​각을 덜고 부드러움을 더하다새로운 디스커버리는 균형잡힌 비율은 그대로지만 각을 세우던 생김새는 부드럽게 다듬어진 차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2014년 뉴욕오토쇼에서 공개된 디스커버리 비전 컨셉을 그대로 따른 모양새다. 구형의 담백함에 익숙한 이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새롭게 바뀐 조형미는 의외로 설득력이 강하다. 깊은 경사각의 윈드 스크린과 날렵하게 치켜올라간 벨트 라인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랜드로버 최신 디자인 언어를 재해석한 LED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가 이전에 보지 못하던 강렬한 빛을 밝힌다. 진중함은 줄었지만 이를 보완하고도 남을 세련미가 담겨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레인지로버가 한데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랜드로버 최신디자인 언어를 재해석한 LED헤드램프와 테일램프가 이전에 보지 못한 강렬한 빛을 발한다​​루프 라인, C필러, 트렁크 도어 넘버 플레이트 형태는 이전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 정체성을 이어간다. 특히 1세대부터 유지된 계단식 루프 라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주면서도 지켜나가야 할 것은 쉽게 바꾸지 않은 셈. 랜드로버 디자인 디렉터 게리 맥거번(Gerry McGovern)이 강조한 ‘전통의 현대적인 미학’이 익스테리어 곳곳에 녹아들었다.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21인치 10스포크 알로이 휠이 기본으로 달리고 옵션으로 스포티한 22인치 5스포크 휠이 제공된다. B필러에 부착된 퍼스트 에디션 음각 배지는 특별함을 더하는 장식. 블랙 콘트라스트 루프는 나미브 오렌지 익스테리어 컬러를 선택한 경우 제공되는 사양이다.​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 4,970×2,073×1,888mm, 휠베이스 2,923mm로 구형에 비해 길이 135mm, 너비 158mm, 높이 3mm, 휠베이스 38mm가 늘어났다. 풍채는 당당해지고 실내는 넉넉해졌다는 얘기.​​​​B필러에 부착된 퍼스트 에디션 배지​인테리어는 현행 레인지로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티어링 휠은 물론 센터페시아 각도와 레이아웃 모두 낯익다. 가죽, 알루미늄, 플라스틱 마감재로 구성된 각각의 패널이 꼼꼼하게 맞물렸고 화이트 스티치도 어긋난 곳 없이 촘촘히 박음질됐다. 퍼스트 에디션에만 적용된 카토 그래피 알루미늄 마감재는 탐험의 여정을 알려주는 듯한 그래픽으로 차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특별함을 살린다. 인테리어 컬러는 블랙, 베이지, 브라운 중 선택할 수 있다. ​ ​실내는 현행 레인지로버 인테리어와 비슷하다​시트 구성은 2/3/2다. 디스커버리 특유의 계단식 루프는 2열과 3열 탑승자에게 넉넉한 헤드룸을 제공하고 긴 휠베이스는 2열 954mm, 3열 851mm의 넉넉한 레그룸으로 높은 거주성을 부여한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몸을 포근히 감싸고, 특히 3열 시트의 착좌감은 단순히 의자의 형태만 갖추고 있던 구형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히팅/쿨링 시스템도 전 좌석에 들어간다. 시트 베리에이션은 유연하고 다채롭다. 운전자 1명에 탑승자 6명을 태우거나 선택적으로 시트를 접어 여러 짐을 무리 없이 실어 나를 수 있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리모트 인텔리전트 시트 폴딩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스위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간단한 터치만으로 시트를 접었다 펼 수 있다. 힘들이지 않고 모든 시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 2, 3열 시트 모두 몸을 편안히 감싸준다. 특히 3열은 단순히 의자의 형태만 갖추고 있던 구형에 비해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을 때 분명한 발전을 일궜다​옵션으로 제공되는 리모트 인텔리전트시트 폴딩 시스템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스위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간단한 터치만으로 시트를 접었다 펼 수 있다​​적재 용량은 2, 3열 모두 접은 상태에서 2,406L, 3열만 접은 상태에서도 1,137L다. 7시트를 모두 펼쳤을 때 용량은 258L로, 기내용 캐리어 세 개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발동작만으로 트렁크 도어를 여닫을 수 있는 제스처 테일게이트 시스템은 HSE 럭셔리 트림부터 옵션으로 제공된다. 이밖에도 센터콘솔박스와 센터페시아 보관함, 그리고 위아래로 나눠진 글러브박스 등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3열의 경우 측면 패널에 자그마한 보관함이 자리한다. ​​​시트를 모두 펼쳤을 때 적재용량은 285L고, 3열만 접었을 때는1,137L다. 2, 3열모두를 활용하면 2,406L까지 확장된다​터치 기능이 내장된 10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인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해 존재한다. 빠른 반응 속도를 가능케 하는 쿼트 코어 프로세서 덕분에 내비게이션, 폰 커넥티비티, 시트 베리에이션 등 여러 기능이 신속·정확하게 작동된다. 이 중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못지않은 속도와 정확성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폰 커넥티비티 및 배터리 충전을 위한 USB 포트는 실내 곳곳에 아홉 개가 마련돼 있으며, 12V 시거잭은 여섯 개가 들어간다. 7명이 동시에 쓰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구성이다. ​ 10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되는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  명품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디지털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14개 스피커와 듀얼 채널 서브우퍼를 통해 825W의 출력을 낸다. 구형 대비 스퍼커가 두 개 줄었지만 중후한 저음과 맑은 고음은 입체적인 음장감은 만들어내고, 실내 잡음을 부드럽게 순화시키는 다이내믹 볼륨 컨트롤이 음색을 항상 고르게 조율한다. 듣는 맛이 좋으니 운전도 즐겁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온오프로더5세대 디스커버리는 현행 레인지로버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뼈대를 물려받았다. 덕분에 프레임 보디의 구형보다 몸집이 커졌음에도 무게는 480kg 줄었다. 여전히 공차중량은 2톤을 넘지만, 몸놀림은 한결 가벼워졌다는 얘기. 퍼스트 에디션에 장착된 엔진은 개선된 V6 3.0L 직분사 디젤. SE, HSE, HSE 럭셔리 트림에도 달리는 유닛이다. 수냉식 인터쿨러를 더한 싱글 터보차저에 세라믹 볼 베어링을 장착했고, 8노즐 인젝터를 갖추어 재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출력을 뽑아낸다. 최고출력 258마력/3,750rpm, 최대토크 61.2kg·m/1,750~2,250rp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8.1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09km. 연비 9.4km/L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8g/km다.​​​퍼스트 에디션에 장착된 엔진은 V6 3.0L 디젤로 최고출력 258마력을 발휘한다​Td6 유닛을 품은 신형 디스커버리는 공차중량을 덜고 엔진 성능을 향상해서인지 확실히 구형 대비 달리기 실력이나 효율 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동일한 엔진을 품은 디스커버리4의 최고출력은 25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61.2/2,000rpm. 0→시속 100km 가속은 9.3초, 최고시속 180km에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8.6km/L, 237g/km이었다.  V6 3.0L 디젤과 함께 디스커버리 엔진 라인업을 구성하는 직렬 4기통 2.0L 인제니움 디젤은 시퀀셜 트윈 터보차저가 들어가 출력을 매끄럽게 끌어낸다. 또한 인젝터 유량이 32.5% 향상된 솔레노이드 인젝터를 달아 강력하면서도 경제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최고출력 240마력/4,000rpm, 최대토크 51.0kg·m/1,500rpm을 내고, 0→시속 100km 가속 8.3초에 연비는 12.8km/L. 성능과 효율 모두를 챙기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유닛이다. 이 엔진은 SE, HSE, HSE 럭셔리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180마력의 직렬 4기통 2.0L 인제니움 디젤과 340마력의 V6 3.0L 가솔린 엔진은 국내에 제공되지 않는다. ZF의 2세대 전자제어식 8단 자동변속기는 촘촘하게 세팅된 기어비에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제공한다. 가벼워진 무게, 강력한 엔진, 똑똑한 변속기가 만들어낸 삼위일체는 큼직한 체구를 상쇄할 만큼 빠릿빠릿한 운동신경을 선사한다. 시내 주행시 연료 소모를 억제하는 공회전 제어장치는 깔끔한 개입을 자랑한다. 아스팔트 위에서 신형 디스커버리의 몸놀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코너를 돌아나갈 때 거동은 토크를 줄이거나 안쪽 휠에 제동을 가해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를 적극 방지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에 힘입어 안정적이다. 조향도 기대 이상으로 즉각적이며, 휠베이스가 길어졌음에도 앞머리가 굼뜨지 않고 잘 따라준다. 이외에 고속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 소리나 노면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방음에 노력한 티가 역력하다.  69년의 노하우가 담긴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전 트림에 공통 사양. 퍼스트 에디션에 한해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 들어간다. 두 기능은 디스커버리 역사상 최초로 장착되는 사양이기도 하다. 일반/눈길/진흙/모래/암반/자동으로 구성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는 미끄러짐이 발생하기 전에 액슬을 잠그고 토크를 앞뒤 50:50으로 분배하는 전자식 센터 디퍼렌셜을 기반으로 한다. 까다로운 주행 조건에서도 정밀한 제어를 뽐내는 것이 특징. 자동 모드의 경우 시스템 스스로 주행 조건을 확인하고 노면에 가장 적합한 주행 모드를 임의로 선택해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 4WD 트랙션 시스템, 제동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시속 2km부터 30km 사이에서 크루즈 컨트롤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험난한 노면 위에서 운전자가 조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눈길/진흙/모래/암반/자동으로 구성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신형 디스커버리의 접근 각도는 34.0°고, 이탈 각도와 램프 각도는 30.0°, 27.5°다. 험로를 능숙하게 넘나들기 위한 최대 지상고는 500mm. 물길은 수심 900mm까지 통과할 수 있다. 강을 통과할 때 활성화되는 도강 수심 감지 장치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되고, 사이드미러에 달린 센서를 통해 실시간 도강 정보를 전달한다. 참고로 구형의 접근 각도는 36.2°, 이탈 각도와 램프 각도는 25.4°, 27.3°, 최대 통과 수심은 700mm였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 덕분에 어떤 길도 손쉽게 주파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 멀티링크에 에어 댐퍼를 조합, 여러 지형을 다스리기 위해 단단함과 유연함을 넘나든다. 탑승자 모두가 손쉽게 하차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세를 낮추기도 하는데, 정차 후 시동을 끄거나 안전벨트를 풀면 차고가 15mm 내려가고, 더 나아가 도어를 열면 추가로 25mm가 더 내려간다. 이외에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경우, 차고를 13mm 낮추어 공기저항을 줄인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다재다능함은 노면을 슬기롭게 읽어내는 하체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상고를 최대로 낮췄을 때와 높였을 때의 차이​차가 의도치 않게 차선을 벗어날 경우 작동되는 레인 킵 어시스트, 시속 16km부터 작동되고 앞차 속도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를 활용해 사각지대를 살피는 블라인드 스팟 어시스트 등은 주행 안전을 돕는 기술들.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 등 여러 환경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 다른 시작이자 정점에 서 있는 SUV랜드로버는 테스트카로 294대의 신형 디스커버리를 사용했고, 100만km 이상의 혹독한 시험주행을 마쳤다. 또 이를 통해 차를 구성하는 3만5,000여 개의 부품 완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5세대로 거듭난 다목적 SUV는 한 차원 높은 상품성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디자인, 플랫폼, 드라이브트레인, 안전편의품목 등 여러 부문이 치밀하게 조율되고 설계됐다. BMW X5, 아우디 Q7, 볼보 XC90 등 쟁쟁한 라이벌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게다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지난 28년의 세월을 통해 쌓은 독보적인 존재감까지 갖췄다. 값도 7,330만~1억230만원으로 책정돼 꽤나 합리적이다. 신형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의 또 다른 시작이자 정점에 서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농익은 탐험가는 현실의 정점에 서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기에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다운사이징이 반가운 혼다 CR-V 2017-06-28
HONDA CR-V TURBO다운사이징이 반가운 혼다 CR-V다운사이징 1.5L 터보엔진은 쉽게 출력을 뽑아 쓸 수 있으면서 높은 효율성을 갖췄다. 편안한 주행감각은 5년 연속 북미 SUV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낮고 넓은 실내, 실용성을 강조한 준중형 SUV를 찾는다면 혼다 CR-V에 주목하자.​​​수입차 업체가 공격적인 판매정책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던 10여 년 전, 혼다는 합리적이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국산차의 대안으로 등장하며 수입차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그리고 그 선두에 어코드와 CR-V가 있었다. 어코드는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은 중형차의 베스트셀러, 쏘나타에 익숙한 국내 고객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CR-V는 투싼과 싼타페의 중간급 위치를 절묘하게 파고들었고, 혼다의 높은 브랜드 신뢰도와 실용성을 무기 삼아 한국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5세대 혼다 CR-V 터보는 요란한 신차행사 하나 치르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 달 만에 500대 가까이 팔리며 2000년대 베스트셀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막내에서 벗어난 CR-V현재 한국에서 혼다의 SUV, RV는 총 네 가지. CR-V를 중심으로 막내 HR-V가 작년에 등장했고 대형 패밀리 SUV 파일럿과 미니밴 오딧세이가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막내가 등장하면서 CR-V의 신분상승이 이루어졌다. 엔트리급 SUV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중간급 위치로 올라서 운신의 폭이 커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차체 크기에서도 드러난다. 기존 4세대 모델보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를 각각 50mm, 40mm 키우며 더욱 당당해졌다. 해가 지날수록 커져가는 경쟁모델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이 정도의 신체변화는 꼭 필요했을 터. 차체가 커지긴 했지만 한층 더 날렵해진 인상은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에서 비롯됐다. CR-V의 전면부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이다. 일자형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은 NSX에도 쓰인 최근 혼다 차의 공통된 얼굴. 측면부가 돌출된 리어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한다면 CR-V는 철저히 실용성 위주로 디자인되었다. 사실 CR-V의 차명은 편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라는 뜻의 ‘Comfortable Runabout - Vehicle’의 약자에서 비롯됐다. ​ 풀LED 헤드램프를 장비했다  범퍼 좌우에 듀얼머플러와 터보 배지를 달았다​ 1세대 CR-V의 데뷔 당시 대부분의 도시형 SUV는 래더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를 사용했는데, 튼튼한 대신 주행성능이 낮고 실내가 좁다는 단점이 있었다. 혼다는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승용차의 플랫폼(시빅)을 빌려왔다. 승용 플랫폼으로 차바닥을 낮추기로 한 것. 그러자 여러 장점이 생겨났다.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성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승하차가 편하고 실내가 넓어졌다. ​​센터페시아에 변속기를 달아 공간활용성을 높였다​조수석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카메라를 달아 주행정보를 제공하지만 활용도가 낮다​​신형 CR-V 역시 선대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트렁크 바닥은 성인남자 무릎높이에 불과한데 이는 크기를 줄인 리어 서스펜션과 연료탱크용량 축소로 가능해진 결과다. 6:4분할로 평평하게 접히는 2열 시트는 소형 미니밴 부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2단계로 조절되는 리클라이닝 기능 또한 갖췄다. 직각으로 열리는 뒷좌석 문은 아이들의 승하차와 베이비시트가 드나드는 것까지 고려한 세심한 배려다.​​직각으로 열리는 뒷좌석문은 아이들의 승하차와 베이비시트까지 배려한 결과다6:4분할로 평평하게 접히는 2열 시트는 소형 미니밴 부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2단계로 조절되는 리클라이닝 기능 또한 갖췄다​​​성인 무릎높이에 불과한 트렁크바닥 높이는 연료탱크와 서스펜션 공간을 줄이면서 가능했다​​부지런한 1.5L 터보엔진그동안 CR-V는 2.4L 4기통 자연흡기를 주력 엔진으로 사용해왔다. 미국이 주력 시장인 까닭이었다. 혼다를 비롯한 경쟁모델이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즐겨 사용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4기통 치고 비교적 넉넉한 배기량에서 나오는 풍부한 저회전 토크는 일반적인 운전상황에 알맞고 가속이 수월해 운전이 쉬워져 차량성격과도 걸맞다. 또한 연료효율이 나쁘지 않아 1.5톤 내외의 차체를 끌기에 적합하다. 아울러 구조가 단순하므로 제조비용이 낮아 가격경쟁력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잘 가다듬은 4기통 엔진도 한계는 있었다. 단순한 구조와 비교적 큰 배기량으로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연비규제와 출력갈증을 해결할 수 없었던 것.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터보엔진으로도 엄격한 미국의 대기환경규제법을 통과하면서 다운사이징에 인색했던 일본차들도 하나둘씩 이 흐름에 동참하는 추세다. 새롭게 바뀐 신형 CR-V의 4기통 1.5L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3마력을 내뿜는다. 작은 엔진에서 나오는 높은 출력은 자칫 자극적인 엔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24.5kg·m의 최대토크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기존 2.4L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 최대토크는 운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2,000~5,000rpm의 실용구간에 발휘된다. ​​​다운사이징 1.5L 터보엔진이 CR-V변화의 핵심​가속 페달을 지그시 누르면 작은 엔진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차체를 가속시킨다. 한국에 수입되는 CR-V는 AWD를 기본으로 달았다. CR-V의 AWD는 온로드 주행이 많은 차의 성격을 고려했다. 직진 때는 앞/뒤에 비슷한 구동력을 배분하지만 코너를 만나면 안쪽 바퀴에 약한 제동력을 가함과 동시에 바깥쪽 바퀴에 더 큰 구동력을 주어 코너를 깔끔하게 통과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설프면 순간적으로 스티어링휠의 무게가 변하거나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이지만 CR-V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CR-V의 AWD는 온로드 주행이 많은 차의 성격을 고려했다​​​ 그러나 호평받던 이전 세대 CR-V의 명성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탓일까? 쾌활한 가속감각과 핸들링 이외에는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이유는 타이어에서 비롯됐다. CR-V에 적용된 출고용 타이어는 단면폭 235mm 한국타이어 키너지GT,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다른 차의 출고용 타이어보다 그립성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거친 운전상황에서는 종종 위험한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급제동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순정 타이어 키너지GT는 주행안전성 부족의 원인이 되었다​ 저렴한 유지비를 강조하는 CR-V혼다가 성능을 조금 포기하면서까지 친환경 타이어를 사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운사이징에 걸맞은 연비성능을 확보해 세일즈 포인트로 삼기 위해서다. 혼다는 이번 CR-V를 발표하면서 경쟁모델과 예상 유지비 지출내역을 공개했다. 비교대상은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티구안은 2.0L디젤 엔진을 탑재해 상대적으로 자동차세가 비싸지만 연비가 좋고 연료가격이 싼 경유를 사용한다. 반면 1.5L 엔진을 사용하는 CR-V는 자동차세가 저렴한 대신 연료가격이 비싼 휘발유를 사용한다. 그러나 자동차세를 포함한 두 차의 유지비 차이는 연간 1만5,000Km를 달릴 경우 티구안 199만9,000원, CR-V 208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휘발유차는 막연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나는 결과다. 갈수록 짧아지는 한국인의 평균 주행거리와 새 정부의 연료가격 정책이 불투명한 지금의 상황에서 혼다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진작 나왔어야 할 기아의 스포츠 세단- 기아 스팅어 2017-06-28
KIA STINGER진작 나왔어야 할 기아의 스포츠 세단진작 나왔어야 할 차다.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기아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차가 필요했다. 벨로스터도 현대가 아니라 기아 브랜드로 내놓았어야 했다. 지나친 프리미엄에 발목을 붙잡힌 현대와 달리 기아의 분위기는 좀 더 젊고 밝다. 그들을 공략할 기아 색깔이 진한 차가 필요한데, 스팅어가 바로 그런 차다.​​​ 올해 초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은 후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공개됐던 스팅어가 5월 11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후 같은 달 23일 공식 출시행사를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기자단 시승회는 지난 6월 8일 서울 워커힐 호텔과 원주 뮤지엄 산을 오가는 편도 84km 코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수십 대의 스팅어가 준비되었다. 제한된 수요층을 노리는 스포츠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다. 스팅어에 거는 기아의 기대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시승회는 코스 대부분이 광주-원주 고속도로인 데다 달리는 차들도 많아 스팅어의 가속력과 주행안정성을 체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와인딩 구간이 전무해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능력을 가늠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었다. 짧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시승이었지만 스팅어가 작정하고 잘 만든 스포츠 세단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장거리를 고속으로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GT 성격만큼은 글로벌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이었다. 실질적인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성능 검증은 다음에 있을 단독 시승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대략적인 첫인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자.​제원만큼 커 보이지 않는 쿠페 스타일스팅어는 기아의 디자인과 기술역량이 총동원된 스포츠 세단이다. 뉘르부르크링 구 서킷을 1만km 이상 달리면서 주행안정성과 내구성을 시험했고, 국내 인제스피디움에서도 성능을 담금질했다. 기아차가 자체적으로 기록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은 8분20.46초로 대중 브랜드의 양산 세단으로는 꽤 빠른 편이다. 한 세대 전 포르쉐 복스터S에 비해서도 4초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기아차가 행사장에서 밝힌 스팅어의 경쟁상대는 BMW M4와 아우디 A5다. 왜 쿠페형 세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쿠페(M4)를 지목했는지, S5가 아니라 A5를 지목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스팅어의 길이×너비×높이는 4,830×1,870×1,400mm, 휠베이스는 2,905mm로 M4(4,638×1,825×1,389, 2,810mm)나 A5(4,712×1,850×1,390, 2,810mm)보다 다소 크다. 덕분에 실내공간, 특히 2열 공간이 훨씩 넉넉하며, 트렁크공간 역시 406L로 M4(396L)나 A5(368L)보다 크다.​길이가 4.8m가 넘지만 실제로 보면 제원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실물이 사진보다는 확실히 낫다. 공기저항계수(Cd)는 0.30으로 앞 범퍼의 휠 에어커튼을 통해 들어온 공기를 펜더 가니시를 통해 뽑아내 앞바퀴 주변 공기흐름을 다듬었고, 리어 디퓨저로 뒤쪽 공기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한다.플랫폼은 새로 개발한 후륜구동 전용 아키텍처로 고출력 엔진 탑재를 염두에 두고 낮은 무게중심과 높은 강성, 경량화에 주력했다. 덕분에 기존 플랫폼보다 파워트레인을 뒤쪽으로 옮기고 무게중심도 일반 세단보다 좀 더 낮출 수 있었다. 아울러 배터리를 트렁크 쪽으로 옮겨 앞뒤 무개배분을 조율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강화된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반영한 덕에 차체 강성과 충격흡수 및 분산 능력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서스펜션도 다시 개발했다. 앞 서스펜션의 지오메트리를 최적화하고 가상 조향축 및 듀얼로어암 구조를 적용해 스티어링의 민첩성과 핸들링 성능을 끌어올렸다. 멀티링크(5링크) 타입의 뒤 서스펜션 역시 링크 배치와 지오메트리 최적화로 코너링 중의 지지력과 응답성, 한계 선회 안정성을 끌어올렸다.실내에 들어서면 납작한 스포츠 세단치고는 개방감이 좋다. 기아차가 의도적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낮고 넓게 설계한 덕분이다. 그러나 후방 시야는 보통의 세단보다 타이트하다. 부족한 후방시야 확보를 위해 주행 중 후방 상황을 모니터로 보여주는데, 실제로 많이 활용될지는 의문이다. 앞 시트는 공압식 사이드 볼스터와 앞쪽으로 연장되는 방석, 전후상하 네 방향의 럼버 서포트 등 16방향 조절이 가능해 드라이버와의 밀착감을 높일 수 있다.​​​ 작정하고 만든 GT 성격의 스포츠 세단스팅어에는 V6 3.3L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와 4기통 2.0L 터보, 4기통 2.2L 디젤의 세 가지 엔진이 올라간다. 준비된 시승차는 가장 고성능 모델인 3.3T 2WD. 이 차는 기아가 제로백 4.9초의 성능을 내세우는 스팅어의 간판 모델이다. 0→시속 100km 가속 4.9초의 성능은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를 넣고 론치 컨트롤을 작동시켰을 때에나 얻을 수 있는 수치. 최고시속 270km도 마찬가지다. 실제 주행에서는 5초대의 감각으로 느껴지며 가속감이 생각보다 격하지 않다. 하드코어 성향의 스포츠카가 아니라 GT를 표방한 스팅어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주행모드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5가지이며 기본 모드는 컴포트다. 스마트는 주행습관 및 주행상황을 고려해 자동으로 변환되는 모드이고, 스포츠와 에코는 이름 그대로 목적에 충실한 모드다. 커스텀은 세부 사항에 따라 운전자가 미리 설정해놓을 수 있다. 기본 설정을 ‘컴포트’로 표시한 것 역시 GT스러움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까?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 간의 성격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며 뒷좌석에서도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실제 엔진음과 실내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가상 엔진음이 합쳐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을 체험할 수 있는데, 소리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조금 더 박력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뒷좌석은 쿠페형 세단치고는 헤드룸이 좁진 않다. 레그룸도 그다지 타이트하진 않지만 앞좌석 아래 발을 뻗을 공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빡빡하게 느껴진다. 엔진룸 속에는 당당한 V6 3.3L 트윈터보 엔진(물론 커버만 보인다)과 4개의 스트럿바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 뒤쪽 2개는 플라스틱 커버에 가려 있다. 트렁크도 쿠페형 세단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뒷좌석을 접어 짐공간을 늘릴 수 있는 실용성도 챙겼다.속도와 핸들링을 즐기는 스포츠 세단이지만 기아의 다른 중형 이상 모델처럼 장비는 화려하다. 720W에 15개 스피커를 갖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물론 유보(UVO)와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 등으로 편의성을 챙겼다. 스포츠 세단에 들어가는 작은 선루프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스팅어에 맞는 넓은 선루프도 별도로 개발했다. 덕분에 개방 면적이 크지 않은 여느 스포츠 세단들과 달리 충분한 개방성을 제공한다. 그 밖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뷰 모니터, 나파 가죽시트, 전동식 파워 테일게이트, 전자식 변속레버 등 다양한 프리미엄급 장비를 갖췄다. 고속도로주행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포함하는 드라이브 와이즈도 모든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스팅어의 초기 계약 2,700대(5월 11일~6월 7일)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남성이 84%로 압도적으로 많고 연령대는 40대(34.5%)와 30대(30.6%)가 주를 이뤘다. 50대도 15.8%에 달해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층이 스팅어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엔진별로는 3.3T(49.8%)가 2.0T(42.7%)보다 많았고 디젤인 2.2는 7.5%에 그쳤다. 3.3T 중에서는 GT, 2.0T 플래티넘과 마찬가지로 고급 트립 선택 비율이 높았다. 계약자의 절반(50.4%)이 AWD를 선택했고, 고성능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와 브렘보 브레이크의 조합은 68.2%, 드라이브 와이즈의 선택 비율도 66.2%로 높았다. 광고에 나오는 주력 색상이 레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택 색상은 흰색이 28.1%로 가장 많았고 쥐색(27.0%)과 검정색(21.1%)이 그 뒤를 이었다. 레드(13.2%)와 블루(7.7%)의 유채색 비율은 높지 않았고 실버 색상은 2.9%로 선호도가 가장 떨어졌다. 역시 국내에서는 스포츠 세단이라도 유채색보다는 무채색이 진리인 것일까? 글 박지훈 편집위원 사진 기아자동차​​​
대항해시대- 메르세데스 AMG E43 4매틱 2017-06-26
MERCEDES-AMG E43 4MATIC대항해시대소형차와 SUV, 스포츠카와 GT, 크로스오버와 프레스티지 세단……. 요즘 메르세데스는 거의 모든 사람을 위한 차를 만든다. 중세 유럽의 왕조처럼 끊임없이 미지의 영토에 군침을 흘린다. AMG 깃발을 달고 상륙한 E43의 임무 역시 브랜드 영역 확장. V6와 네바퀴굴림으로 무장한 신개념 AMG가 고성능 세단 시장의 신항로 개척에 나섰다.​ ​AMG 배지였다. 크롬핀 총총한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Hans Werner Aufrecht)의 A와 에르하드 멜셔(Erhard Melcher)의 M, 그들의 고향이자 AMG의 본거지 그로사스파흐(Groβaspach)의 머리글자 G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메르세데스 퍼포먼스 디비전의 승인 도장. 하지만 지금까지의 AMG와는 뭔가 달랐다.이 차엔 원 맨 원 엔진 철학을 상징하는 엔지니어의 서명도, 잔뜩 어깨를 부풀린 오버펜더도, V8의 터질 듯한 고동감도 없다. 심지어 엔진은 E400의 그것. 감당이 힘들 만큼 광포한 특유의 박력도 쉽게 전해지지 않는다. ​​크롬핀 총총한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AMG 배지가 반짝인다​카본파이버 리어 스포일러가 은근한 강인함을 드러낸다​​앞바퀴에 달린 360mm/4피스톤 브레이크의 단호함은 찰나의 불안감조차 잠재운다물론 보통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다르다는 주장은 곳곳에 서려 있다. 트윈 타입의 좌우 머플러, 20인치 5스포크 알로이 휠, 카본파이버로 마감된 사이드미러 하우징과 리어 스포일러가 은근한 강인함을 드러낸다. E400보단 강력해 보여야 하지만, E63만큼 과격해선 안 된다는 듯. 낯선 AMG의 몸가짐에서 명문가 서자의 딜레마가 엿보였다.4년 전이었다. 4개의 실린더를 가진 AMG, A45의 출시로 AMG는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뒤이어 SLC43, GLC43, GLC43 쿠페, C43 등 V6 AMG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V6 AMG, E43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 ​절제미, 더 큰 재미안도했다. 적어도 실내에서는 스포츠 본능을 드러내는 데 망설이지 않아서다. 다이나미카 인조 스웨이드가 사용된 AMG 스티어링 휠, AMG 전용 플로어 매트, 타공이 들어간 가죽과 스웨이드가 어우러진 AMG 버킷시트,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시트 곳곳을 휘감은 붉은 스티치가 AMG 본연의 흉포함을 담뿍 머금고 있다. 현명한 선택이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드라이버만은 이 차가 AMG라는 사실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하니까.  ​​다이나미카 인조 스웨이드가 사용된 AMG 스티어링 휠. 적어도 실내에서는 스포츠 본능을 드러내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가죽과 스웨이드가 어우러진 AMG 버킷시트. 붉은 시티치가 AMG 본연의 흉포함을 드러낸다​E클래스 고유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뒷좌석도 놓치지 않았다​ 붉은 빛 데지뇨 시트 벨트를 두르고 엔진 스타트버튼을 누를 때쯤, 이 차의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비로소 직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완전체 AMG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달기 위해 얼마나 타협했는지를 찾아내는 건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V6 3.0L 트윈터보 엔진이 E400과 같은 유닛이라 한들, 캐릭터와 성깔은 완전히 다르다. 더 큰 터보차저를 달고 엔진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프로그래밍한 덕분에 68마력, 4.1kg·m의 힘을 더 짜낸다. 실린더 벽에 스틸 탄소 재료를 스프레이 코팅해 실린더 내부 마찰을 줄인 나노슬라이드 기술도 담겼다. 메르세데스의 V6 F1 엔진에 사용된 노하우가 이 차의 심장에 녹아 있다는 말이다. ​​​엔지니어의 서명은 없다. 하지만 AMG 기술력이 아낌없이 녹아들었다​변속기는 AMG의 7단 MCT 대신 유연한 9단 G트로닉이 들어간다. 하지만 빠릿빠릿하고 절도 있는 역량엔 불만의 여지가 없다. 0→100km/h 가속 시간은 4.6초. E400 대비 0.6초 빠르고, 연료효율은 단지 0.1km/L 낮을 뿐이다.  AMG 다이내믹 셀렉트 시스템은 이 차를 점잖은 신사로도, 광분한 훌리건으로도 만들 수 있다. 에코-컴포트-스포츠-스포츠+ 사이를 오갈 때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리스폰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특성이 돌변한다. 레이스 모드는 완전체 AMG를 위해 봉인돼 있지만 이 차에 허락된 스포츠+ 모드만으로 대부분의 운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순식간에 개방된 최대한의 잠재력. 서스펜션은 있는 대로 조여들고, 스티어링은 신경질적일 정도로 민감해지며 타코미터 바늘은 찌를 듯 격렬하게 레드존 어귀를 오르내린다. ​ ​V8 심포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V6의 연출된 사운드는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AMG의 백미인 미스파이어링 사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흡족하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쏟아지는 경쾌한 격발음 덕에 왼손은 시프트패들을 떠날 줄 모른다.출력을 봇물처럼 쏟아내도 침착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AMG 4매틱 덕분. 앞뒤 구동력 배분은 31:69로 고정되어 있다. 덕분에 코너를 파고드는 감각은 언제나 날카롭고, 탈출시 가속을 서둘러도 엉덩이가 흔들리는 법이 없다. 물론 스테빌리티 컨트롤이라는 고삐를 풀면 말이 달라진다. 자제력을 내려놓자 포악한 성미가 고개를 든다. 스티어링 휠을 휘저으며 가속 페달을 무참히 짓이기면 70%의 토크를 싣고 후미를 슬쩍슬쩍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네바퀴굴림의 테두리 내에서 허락된 작은 즐거움일 뿐. 앞바퀴에 달린 360mm/4피스톤 브레이크의 단호함은 찰나의 불안감조차 잠재운다.​분노조절 능력을 갖춘 헐크E43은 4도어 스포츠카보단 그랜드 투어러에 가깝다. 극도로 호전적인 운전자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빠르고 안락한 장거리 여행의 동반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성난 공룡 같은 V8의 포효와 수퍼카에 버금가는 퍼포먼스, 시종일관 불타오르는 다혈질을 기대할 순 없지만, 그로 인한 소득도 적지 않다. 다른 E클래스만큼이나 운전하기 쉬우면서도 누구도 위태롭게 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는 건 이 차의 존재가치. 헐크가 분노조절능력을 갖춘다면 이와 같을까?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어른스럽고 동시에 남자답다.​​​헐크가 분노조절능력을 갖춘다면 이와 같을까?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어른스럽고 동시에 남자답다​​뒷바퀴를 굴려 제로백 3초대를 기록하는 괴물을 원한다면 조금 더 기다려 E63이나 E63 S를 구입하면 될 것이다. 제로백 5초대의 고급 세단을 원한다면 E400을 선택하면 된다. 빠르고 강력하지만 중용을 아는 제로백 4초대 네바퀴굴림 스포츠 세단을 원하는 이에겐 E43이 정답이다.럭셔리와 하이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최근 몇 년간의 메르세데스를 보면 신항로 개척에 혈안이 된 중세 유럽 국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되도록 많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B/CLA/GLA 클래스가 소형차 시장을 주름잡고, GLC/GLE/GLS/G 클래스와 쿠페형 SUV로 촘촘한 SUV 계보를 짰다. SL을 필두로 한 드림카 라인업을 정비했으며, 메르세데스 마이바흐를 통해 프레스티지 세단 시장 장악력도 높였다. AMG의 확대 역시 메르세데스 영역 확장의 핵심과제다. 43, 45, 63, 65, 그리고 그 S 버전의 AMG들은 경쟁 브랜드의 거의 모든 고성능 모델과 겨루고 있다. 그 자체로 완전무결성을 지닌 새로운 캐릭터의 AMG. E43은 메르세데스의 세력 확장을 위한 또 하나의 첨병이다. 준비된 사수의 가늠쇠 위에 S6, GS F, M550i가 올려졌다. 왼손을 튕겨 기어를 내려 물자, 타다다다다당~ 도로 위에 총성이 울려 퍼진다. 격전의 시작이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재혁​   
17년 만의 신작- 쌍용 G4 렉스턴 2017-06-23
SSANGYONG G4 REXTON17년 만의 신작G4 렉스턴을 보면 쌍용이 이 한 대의 차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고 싶어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17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내놓는 대형 SUV이니 그럴 만도 할 터. 전통적인 SUV의 왕가에서 한땐 어려워진 회사 상황으로 만신창이가 되기도 했던 쌍용은 최근 티볼리의 성공으로 다시 존재감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존심 회복 제2탄으로 내놓은 신형 렉스턴은 과연 쌍용차 재기의 또 다른 발판이 되어줄 수 있을까? ​​​ 지난 상반기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었던 쌍용의 차세대 대형 SUV G4 렉스턴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G4 렉스턴은 2001년 렉스턴(2001~2003년)을 시작으로 뉴 렉스턴(2003~2006년), 렉스턴 Ⅱ(2006~2008년), 렉스턴 W(2012~2017년) 등 이름과 모습, 내용을 조금씩 개선해가며 무려 17년 동안 생산했던 1세대 렉스턴의 후속이다. 국내 최장수 모델의 신차이기에 시장에서의 기대도 남달랐다. 특히 티볼리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쌍용이 그들의 플래그십을 어떻게 빚었을지 사뭇 궁금했다.지금 같은 광적인 SUV 열풍이 불어오기 한참 전부터 쌍용은 SUV를 전문으로 만드는 자동차 회사였다. 그리고 무쏘와 렉스턴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 대형 고급 SUV를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우와 상하이자동차를 거쳐 인도 마힌드라 & 마힌드라의 품에 안기기까지 십수 년간 회사는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 사이 SUV는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핫한 차종이 되었다.​한 대의 차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야망사실 쌍용이 코란도 C와 티볼리로 재기의 몸놀림을 시작했을 때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의 자동차 시장은 철저히 자본과 그에 따른 기술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들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한 쌍용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프레임 보디 전문의 쌍용이 모노코크 보디의 코란도 C를 내놓은 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더니 급기야 소형 SUV 시장에 내놓은 티볼리는 잭팟을 터트렸다. 이러한 성과가 결코 우연의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작은 업체답게 현대·기아차가 나서지 않는 니치마켓을 노렸고 경쟁사들이 자신의 철학을 강요할 때 쌍용은 여러 소비자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경쟁 메이커들이 차 값을 무지막지하게 올려놓은 덕에 상대적으로 착한 쌍용차의 값은 빛을 발했다. 이러한 결과들이 가장 힘을 발휘한 차가 바로 티볼리다. 물론 여기에는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보면, 너무 많은 목소리를 듣다보면, 자칫 일관성을 잃고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티볼리는 경쟁차보다 더 넉넉한 크기와 실내공간, 다양한 장비를 얹고도 값이 상대적으로 싸게 나왔다. 이는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티볼리가 판매량만큼 성능과 가치가 높은 차는 아닐지라도 현대·기아차 등 기존의 국산차들이 한껏 올려놓은 가격표 아래쪽을 공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저렴한 값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비슷비슷한 패밀리룩 디자인으로 피로감을 주는 현대·기아, 그리고 쉐보레와 달리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은 참신한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국산차와 다른 스타일은 시장에서 ‘수입차 같은 디자인’으로 통하며 호감을 이끌어냈다. G4 렉스턴은 티볼리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쌍용이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내놓은 플래그십 SUV다. 티볼리의 데뷔 이전부터 기획되었던 모델로, 옆구리에 표현한 3개의 선명한 캐릭터 라인 등에서 티볼리와의 디자인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대형 SUV를 개발하던 쌍용은 오래된 기아 모하비가 여전히 잘 팔리는 것에 주목했다. 프레임 보디의 대형 SUV 시장의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하에 현대 베라크루즈 같은 모노코크 대신 그들의 주특기인 정통 프레임 보디 대형 SUV를 기획했다. G4 렉스턴의 개발 중에 나온 티볼리의 성공은 개발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그 사이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현대 베라크루즈는 단종되고 기아 모하비는 노쇠해졌다. 여러 정황이 G4 렉스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  이 때문일까? G4 렉스턴에서는 쌍용차 개발진들의 욕심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욕심뿐 아니라 수많은 품평회를 통해 파악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나온 신형 렉스턴은 대세를 이끌 만한 화끈한 신기술은 그다지 없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이나 온갖 좋은(혹은 좋아 보이는) 기능과 장비들을 한가득 담고 있다. ​​​G4 렉스턴은 대자연과 잘 어울리는 프레임 보디 SUV이다​​당당한 스타일링, 그러나 조화로움은 부족모델 체인지 주기를 훌쩍 넘긴 최근의 렉스턴 W에 와서는 쌍용이 대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하지 못했지만 2001년 데뷔 당시 렉스턴은 독보적이었다. 사실상 국내 고급 SUV 시장의 포문을 연 모델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쏘(1993~2005년)로까지도 맥이 이어진다. 렉스턴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현대 테라칸(2001~2007년)보다 프리미엄 SUV의 성격이 더 짙었다. 이 시장에서 렉스턴의 제대로 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은 현대 베라크루즈(2006~2015년)와 기아 모하비(2008년~현재). 그러나 쌍용은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제대로 된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했고, 기존의 렉스턴을 업그레이드하며 무려 17년을 버텨왔다. 물론 17년 전의 렉스턴과 최근의 렉스턴 W는 엔진과 변속기, 그밖의 내용물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기본 골격과 스타일이 같다보니 피로도가 무척이나 늘어났고, 5기통 디젤 혹은 6기통 가솔린 엔진까지 얹었던 대형 프리미엄 SUV는 4기통 2,000~2,200cc급 단일 엔진이라는 다운그레이드화를 겪어야 했다. 10여 년의 공백을 설욕하기로 단단하게 다짐한 것일까? G4 렉스턴은 한눈에 봐도 크고 우람하다. 길이×너비×높이 4,850×1,960×2,825mm, 휠베이스는 2,865mm로, 기존의 렉스턴 W(4,755×1,900×1,840mm, 2,835mm)보다 키만 약간 낮아졌을 뿐 모든 수치가 커졌다. 경쟁모델인 기아 모하비(4,930×1,915×1,810mm, 2,895mm)와 비교하면 길이와 휠베이스가 약간 짧은 대신 너비와 높이는 오히려 더 크다. 결코 짧지 않은 휠베이스와 20인치의 커다란 휠과 타이어를 끼웠으면서도 보디가 워낙 커서 축간거리가 실제보다 짧아 보이고 휠하우스도 그리 꽉 찬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너비가 2m에 가깝지만 보닛이 높아 다소 껑충하게 보일 정도. 길이만 놓고 보면 현대 맥스크루즈(4,905×1,885×1,690mm)가 더 길지만 이 차는 대형 SUV라기보다는 싼타페의 롱휠베이스 버전이기에 너비나 높이 등은 대형 SUV와 사뭇 다르다.​​상당히 곧추선 그릴과 높은 보닛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고급형에 달리는 20인치 휠과 타이어. 표준형은 18인치다 앞뒤 펜더 위쪽의 둥근 캐릭터 라인과 이를 잇는 수평 라인 등 3개의 굵은 선으로 이루어진 측면 캐릭터 라인은 티볼리와도 닮았다. 보디의 기본 형태는 보수적이면서도 전형적인 대형 SUV. 하지만 여러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때때론 불필요한 기교와 선들까지 보인다. 딱히 스타일링의 단점을 꼬집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의 조화로움이 부족해 경쟁 브랜드들이 즐겨 쓰는 일관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작고 값이 싼 티볼리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기존과 다름’의 목소리를 내는 긍정적인 요인이 되었지만 G4 렉스턴은 한 메이커의 철학과 가치를 대표하는 간판 SUV. 경쟁 브랜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티볼리처럼 ‘수입차 같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대형 SUV다운 널찍한 실내공간도어를 열면 사이드 스텝이 스르르 내려온다. 차체가 큰 미국 대형 SUV에서 주로 보던 장비다. 옵션 가격이 100만~135만원에 이르지만 시쳇말로 간지가 좔좔 흐른다. 차체가 아주 높지는 않아 일반 성인의 경우 실제 쓰임새가 많진 않겠지만 체구가 작은 사람이나 노약자라면 타고 내릴 때는 도움이 될 듯. 어두운 곳에서는 LED 조명까지 들어와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차급이 높아 보이는 효과도 낸다). 이와 다른 고정식 사이드스텝은 아랫급에서는 35만원의 옵션으로, 고급형에서는 기본으로 달린다.​​​전동으로 펼쳐지고 접히는 사이드스텝은 100만~135만원의 옵션이다​  실내는 대형 SUV에서 기대할 만큼 넉넉하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명확한 컨셉트가 보이지는 않아도 그 속에는 정말 많은 것을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시보드는 단순한 수평적 레이아웃이며, 계기판 속에는 다양한 스타일로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7인치 LCD 창을 배치했다. 공간이 넉넉해 커다란 9.2인치(표준형은 8인치) 모니터가 언뜻 평범한 사이즈로 보일 정도. 이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두 가지의 어라운드뷰를 동시에 띄우고 애플 및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다양한 연동 기능도 제공한다. 퀼팅 장식까지 더해진 고급형의 나파 가죽시트는 질감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것 못지않다. 실내의 좌우 폭이 넉넉해 센터콘솔도 미국차처럼 넓다. ​​​수평적인 레이아웃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개성적이지는 않지만 모난 구석도 없다​​위쪽이 생각보다 가늘어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과 단정한 모양의 계기판​스티어링 휠 왼쪽에 다양한 스위치들을 모아놓았다큼지막한 도어와 3개의 시트 메모리, 윈도 조작 스위치퀼팅 장식의 가죽에 우드 그레인을 더했다 퀼팅 장식까지 넣은 가죽시트. 질감이 꽤 좋다 뒷좌석 거주성도 좋다. 쌍용 측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2열의 무릎공간은 기아 모하비나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낫다. 개별 송풍구와 USB 충전단자, 220V 인버터, B필러 손잡이 등으로 승객의 편의성을 챙겼고, 파티션이 없는 넓은 창문은 오토 업·다운을 지원하며 끝까지 내려간다. 뒤 등받이의 각도는 세밀하게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암레스트 역시 폭이 넓어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내장된 컵홀더 주변의 플라스틱 질감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것처럼 고급스럽다. 바닥 가운데 부분이 살짝 솟았지만 거주성을 헤칠 정도는 아니다. ​​뒷좌석 등받이는 10단계에 가깝게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3열 좌석을 염두에 둔 덕에 트렁크공간도 넓다. 바닥에는 2개의 보드(판)로 위아래 공간을 나눠 쓸 수 있게 했고 러기지 스크린도 뒷좌석 등받이의 조절각도에 따라 두 곳에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두 보드의 허용 중량은 각각 60kg. 뒷좌석 등받이는 6:4로 나눠 접을 수 있고, 시트 바닥까지 더블폴딩해 짐공간을 2,000L에 가깝게 넓힐 수 있다. 그러나 트렁크를 열었을 때 공간이 2단으로 분리되고 그 위에 러기지 스크린까지 더해져 조금 산만한 느낌을 준다.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을 모두 넣으려 한 탓일 게다.​​​ 트렁크공간 자체는 넓다. 하지만 바닥을 2단계로 나누고 러기지 스크린까지 더해 조금 복잡한 느낌을 준다 ​​ 2열 시트를 더블폴딩해 짐공간을 2,000L에 가깝게 늘릴 수 있다​​​오프로드에서 진가 드러내는 프레임 SUVG4 렉스턴의 심장인 2.2L 디젤 엔진은 티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쌍용 SUV에 얹는 단일 디젤 엔진이다. 국내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한 유로6 대응 엔진으로, 쌍용 같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종종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 엔진은 렉스턴 W를 비롯해 다른 모델에서는 178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지만 G4 렉스턴에서는 이를 개선해 187마력/3,800rpm의 최고출력과 42.8kg·m/1,600~2,6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면 2.0L 디젤 엔진 정도의 힘이다. 매칭된 변속기는 벤츠에서 가져온 7단 자동변속기.​​​187마력으로 튜닝된 2.2L 디젤엔진은 평이하고 변속기는 나무랄 데 없다​출력 경쟁의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면 수치상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출력이 나오는 특성이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매우 평이하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1,600~2,600rpm라 이 구간에서는 지긋하게 밀어주는 토크감이 느껴진다. 소음과 진동도 잘 걸러내는 편. 변속기의 반응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시프트 업·다운이 모난 데 없이 모두 매끄럽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시 계기판의 엔진회전수는 7단 1,700rpm, 6단 1,950rpm, 5단 2,450rpm, 4단 3,200rpm 부근을 가리킨다. 2,000rpm대를 유지하며 가속하면 적당한 토크감과 함께 시속 160~180km의 속도까지 꾸준히 가속된다. 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는 등 강성을 크게 높였지만 무게가 2톤 남짓으로 체구에 비해 그리 무겁지 않다. 그 때문일까? 제동성능이 차체 크기에 비해 꽤 강력하게 느껴진다.  덩치에 비해 핸들링이 좋은 편이며 굽이진 길에서도 쉽게 거동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승차감은 예전 렉스턴의 물렁한 감각과는 상당히 다르다. 쌍용차 특유의 노면과 이격된 듯한 핸들링과 승차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방지턱 등의 요철을 넘었을 때 2차 진동이 상당히 억제돼 있다. 주 고객인 장년층의 경우 오히려 승차감이 딱딱해졌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주행안정감이 구형에 비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배기량과 출력의 한계로 온로드에서의 성능은 딱 2,000cc급 중형차 정도의 느낌이지만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쌍용차 프레임 SUV 특유의 듬직한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G4 렉스턴의 사륜구동은 평소 뒷바퀴를 굴리다(2H) 4WD 고속(4H)과 저속(4L)을 다이얼로 선택할 수 있는 파트타임 네바퀴굴림이다. 모노코크 보디에 AWD를 얹은 티볼리, 코란도 C와는 다른, 코란도 스포츠/투리스모와 같은 방식이다. 험로에서는 기본 뒷바퀴굴림이라 오르막에서 전륜구동 모델보다 유리한 면이 있으며, 4WD 고속/저속을 적절히 선택하면 어지간한 험로는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저속 기어에 내리막길 속도제어장치(HDC)까지 갖춰 편리하게 비포장 내리막에 대응할 수 있다. 쌍용 SUV의 진가는 역시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오프로드 주파성은 물론 온로드 안정감도 비약적으로 좋아졌다​​40~50대 중장년층에 특화된 모델쌍용차가 밝힌 초기 계약 7,500대 분의 자료에 따르면 주 고객층은 40~50대 남성이고(50대 35%, 40대 33%, 남성 83%), 60대의 비율도 15%에 이른다. 계약자 중 절반이 최고급 트림인 4,510만원짜리 헤리티지를 선택했고 그 다음 등급인 마제스티의 비율도 20%가 넘는다. 2WD의 선택이 12%에 그칠 만큼 4WD의 선택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 사실 후륜구동 기반의 SUV에서 4WD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해도 무방하다. 보수적인 장년층이 많이 선택하다보니 색상도 검정과 흰색의 비율이 70%에 이른다(블랙 40%, 화이트 30%).G4 렉스턴은 어디선가 보았던 괜찮은 혹은 괜찮을 것 같은 장비를 모조리 그러모았다. 운전석 무릎과 뒷좌석 사이드를 포함해 모두 9개의 에어백을 갖췄고 9.2인치의 커다란 내비게이션과 지방 주파수를 자동으로 찾아 연결해주는 라디오, 방송 녹음 기능, 3D 스타일의 보기 쉬운 어라운드뷰 등을 지원한다. 각종 경고음을 다섯 종류로 세팅하고 볼륨도 3단계로 바꿀 수 있으며 디지털 속도 표시도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운전자가 키를 갖고 멀어지면 도어가 자동으로 잠기고 스마트키로 창문을 열 수 있으며 트렁크 뒤에서 3초간 얼쩡거리면 자동으로 해치게이트를 열기도 한다. 이 많은 기능을 주 타깃인 40~50대의 장년층이 모두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통적인 스텝 형식의 시프트 게이트 ​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에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었다 요약하면 G4 렉스턴은 메이커가 강요하는 디자인 철학이나 일방적인 주장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러면서도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성과 장비를 최대한 모아 담은 SUV다. 엔진이 다소 평범한 2,000cc 디젤 하나인 점은 아쉽지만 어차피 주력 타깃은 더 이상의 출력을 원하지 않는 평범한 중장년층. 스포티함을 원하는 젊은 고객층은 다른 모델로 눈을 돌릴 것이다. 다양한 장비가 주는 편리함과 넘치는 출력이 필요 없는, 그러면서도 험로를 잘 달릴 수 있는 덩치 큰 SUV를 원하는 수요층에게 G4 렉스턴은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어쩌면 이 수요층은 10여 년 전 초대 렉스턴이 나왔을 때 반색했던 그 수요층과도 상당히 닮아 있는 것 같다.      글 박지훈 편집위원 사진 최재혁 장소 협찬 몬테리오 www.riveraroma.com​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메르세데스 AMG GLC43 .. 2017-06-19
MERCEDES-AMG GLC43 4MATIC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문득 맥가이버 칼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아버지의 서랍 속 작은 보물. 큰 칼, 작은 칼, 톱, 핀셋, 병따개, 이쑤시개가 한데 들어 있던 다용도 나이프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 사람을 자신만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설사 그 다재다능함을 1년에 한 번 발휘하거나 영영 쓸 일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SUV가 주는 뿌듯함의 기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명을 태워도, 많은 짐을 실어도,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는 자신감이야말로 우리가 SUV에 기대하는 본질이다. 하물며 3포인티드 스타에 AMG 배지까지 단 SUV라면 자동차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쁨에 접근할 권한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다. ​중첩적 욕망의 집합체크롬핀 총총 빛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그릴과 그 중앙에 박힌 삼각별, 유연한 곡선을 휘감아 빚은 보디 라인엔 짙은 우아함이 배어 있다. 작지만 선연하게 번뜩이는 AMG 배지, 휠하우스를 꽉 채운 21인치 알로이 휠과 앞 255mm, 뒤 285mm 광폭 타이어엔 오금이 저릴 정도의 흉흉함도 서려 있다.C클래스의 그것을 그대로 뻥튀기한 실내엔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세련미와 명민함이 담겼다. 두툼한 D컷 스포트 스티어링 휠과 AMG 전용 버킷시트, 붉은 스티치가 물결치는 가죽을 마주한 채 새빨간 좌석벨트를 가슴에 두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V6 3.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만만찮은 성능을 지녔다. 9단 자동변속기와 호흡을 맞춘 엔진은 금세 순한 양처럼 굴다가도 일순간에 굶주린 늑대로 돌변한다. AMG 라이드컨트롤 스포츠 서스펜션 역시 주행모드에 따라 강도와 댐핑 압력을 달리한다. ​ ​컴포트 모드의 GLC43은 그저 선량한 가솔린 SUV일 뿐. 몸놀림은 산들산들 봄바람 같다. 하지만 반짝이는 토글스위치에 손을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스포츠+로 옮겨갈수록 심장엔 울분이, 서스펜션에 반항심이, 그리고 스티어링 휠엔 반발력이 샘솟는다. 수시로 고조되는 배기음을 감상하는 동안 섀시는 인내심을 시험받는다. 이 차의 4WD 시스템이 험로가 아니라 아스팔트를 쥐어짜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때쯤, 타이어는 노면을 긁으며 비명을 지른다.이 차는 넉넉한 실내로 온 가족을 수용하고 드넓은 적재공간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하면서도 때로는 내재된 폭력성을 분출하도록 허용한다. GLC43은 현대인이 꿈꿀 법한 중첩적 욕망의 집합체나 다름없다. 욕망을 만족시키는 수단 하나하나가 절묘한 선을 지킬 때 삶은 마법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GLE나 GLS에 미치지 않는 필요·충분한 차체 크기, 아울러 AMG 배지를 달았으되 비교적 현실감 있는 고성능 엔진의 조합은 GLC43를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로 완성시켰다. 바라만 봐도 절로 흐뭇해진다. 500cc 잔 가득, 거품 적당히 덮인 맥주처럼.​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그랜저 하이브리드 VS 렉서스 ES300h 2017-06-12
그랜저 하이브리드 VS 렉서스 ES300h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의 맞대결 사실 두 차의 특성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시승 전 훑어 본 제원표의 수치가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장단점은 의외로 뚜렷했다. 이번 비교시승의 승자는 그랜저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그랜저는 갓 나온 신차지만 ES는 데뷔 5년차니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랜저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렉서스가 앞섰다.​ ​렉서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랜저와 ES가 라이벌이라니. 둘 사이의 브랜드 격차도 무시 못 하지만 그랜저는 3,000만원대, ES는 5,000만원대로 가격 차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이 둘은 라이벌이 되기에 충분하다. 먼저 기계적인 측면에서 이 둘은 쌍둥이라 할 만큼 똑같다. 전륜구동 하이브리드 준대형 세단이라는 컨셉트는 물론, 차체 사이즈마저 거의 비슷하다. 또한 두 모델 모두 각 브랜드의 간판급 스타다. 그랜저는 사실상 현대의 플래그십 모델이고 ES 300h는 국내에서 렉서스의 실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젊고 스포티한 그랜저와 균형미가 넘치는 ES그랜저는 굉장히 젊은 인상이다. 구매층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안전규정을 고려한 범퍼 디자인은 파팅 라인을 앞쪽으로 당겨놓아 보닛이 길어 보인다. 그릴과 엠블럼의 위치도 낮아지며 시선을 아래쪽으로 이끌어 공격적인 인상이지만 범퍼 상단이 두툼한 탓에 오버행이 길게 느껴져 균형미가 부족한 원인이 되었다. 측면과 후면은 그랜저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C필러의 쿼터글라스와 봉긋 솟아오른 측면 캐릭터 라인, 양쪽을 길게 이은 그랜저 고유의 테일램프는 선대 그랜저로부터 물려받은 것. ​​1 소재와 질감 면에서 앞선 그랜저의 실내 2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센서를 품으며 커진 현대 엠블럼이 부담스럽다3 외관에서 드러난 일반 그랜저와 유일한 차이점은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1 화려함과 밝은 분위기로 고급스런 ES 2 ES의 디자인은 균형미를 갖췄다 3 ES 역시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을 사용하고 있다​​한편 2년 전 부분변경을 거친 렉서스의 외관은 한결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코주부 같던 스핀들그릴을 가다듬고 헤드램프 크기를 줄이며 전에 없던 균형미를 만들었다. 외관에서만큼은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렉서스의 판정승이다.  실내에서는 각자 다른 방식의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있다. 먼저 그랜저는 화려함보다는 소재와 질감에서 렉서스를 앞선다. 크러시 패드와 플라스틱 소재의 질감까지 손이 닿는 곳곳마다 촉촉한 감촉이고 변속기 앞쪽 수납함 덮개의 작동감마저 솜사탕 녹듯 부드럽게 여닫힌다. 논란의 대상이 된 모니터와 시계 역시 시각적으로는 불편할지언정 구조가 견고해 마음이 놓인다. 고급차에 유행처럼 적용된 이런 돌출형 모니터는 자칫 잡소리가 나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그랜저는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 잡소리의 원인을 없앴다. ​​1 두툼하게 적용된 삼중도어패킹 2 동급에서 보기 드문 그랜저의 뒷좌석 측면 이중접합유리3 그랜저는 배터리를 바닥에 낮게 깔아 트렁크공간이 실용적이다 4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부드럽지만 출력이 부족하다사용하고 있다 5 그랜저의 다리공간이 ES보다 반 뼘 정도 여유가 있다​​한편 렉서스의 실내는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분위기를 이끈다. 밝은 색상의 인테리어 컬러와 나무장식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꼼꼼하게 만든 크러시 패드 각 부분의 품질감도 만족스럽지만 조작감이 거친 기어 변속레버와 비교적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가 많은 점은 아쉽다. 일장일단이 있는 운전석공간은 무승부.​​1 ES 역시 방음에신경을 썼다 2 ES의 뒷좌석 측면유리는 홑겹이다 3 2열 좌석 뒤에 배터리를 세워 만든 ES의 트렁크,그래도 넓다 ​4 ES 하이브리드는 고속에서 더 활기차다 5 광활한 뒷좌석을 갖춘 ES​​차이를 보이는 것은 뒷좌석과 트렁크공간이다. 뒷좌석은 두 차 모두 광활하지만 그랜저의 무릎공간이 반 뼘 정도 더 넓다. 트렁크공간 또한 그랜저가 더 넓고 쓸모 있다. 2열 좌석 뒤에 배터리를 배치한 렉서스와 달리 트렁크 바닥에 낮게 깔았다. 그랜저의 트렁크용량은 426L, ES 300h는 414L로 10L 차이에 불과하지만 온전한 모양의 트렁크를 갖춘 그랜저가 활용성에서 앞선다. 사실 준대형차에 골프백 네 개를 실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 차를 구입하는 주고객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랜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그랜저의 승리다. ​전기차 같은 그랜저, 화끈하게 달리는 렉서스파워트레인의 구성은 비슷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엔진의 구성과 출력은 거의 같지만 모터 출력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렉서스는 각각 158마력과 159마력의 밀러 사이클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그랜저는 50마력 전기모터를, 렉서스는 141마력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렉서스의 시스템출력은 203마력이고, 현대는 시스템출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랜저(IG)의 배터리 용량은 1.76㎾, ES300h의 배터리 용량은 1.6kwh다. 그랜저는 EV 모드가 따로 없다. 하지만 저속에서 수시로 엔진이 개입하던 렉서스와 달리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랜저에서는 4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을 찾을 수 없다. 모터를 역방향으로 회전시켜 엔진의 진동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 느낌이 굉장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차로 착각할 정도다. 바퀴에서 비롯된 소음도 거의 없다. 3겹 도어 실링과 앞뒤 창문에 이중차음유리를 도입해 소음을 꼼꼼하게 틀어막은 것. 렉서스의 상징이었던 정숙성에서 오히려 그랜저가 앞섰다는 게 놀랍다.고출력 모터를 쓴 렉서스는 잘 달리는 가솔린차의 감각이다. 엔진을 수시로 가동시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도 급가속이 필요할 땐 고출력 모터가 앞바퀴에 힘을 보태며 세차게 가속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가속력이 무뎌지던 그랜저와 달리 고속에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렉서스가 밝히고 있는 최고속도는 180km/h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다. ​​​연비는 큰 차이 없다. 렉서스의 공인연비는 16.4km/L(구연비 기준), 그랜저의 연비는 16.2km/L(신연비 기준)다. 구연비가 신연비보다 더 후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실제 시승에서 나온 연비 역시 엇비슷했다. 데뷔 5년차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갓 나온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연비가 비슷하다는 점은 토요타의 기술이 얼마나 앞섰는지 말해준다. 최근 출시한 일본계 하이브리드 준대형차 연비가 그랜저보다 월등히 나은 점을 생각하면 다음 세대 렉서스 ES 하이브리드의 연비도 기대해볼 만하다. 렉서스가 비슷한 연비로 더 나은 구동성능을 지녔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직 렉서스가 한 걸음 더 앞서간다고 할 수 있겠다.두 차의 몸무게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운전시 느껴지는 중량감은 꽤 다르다. 그랜저가 보다 가벼운 몸놀림인 데 반해 렉서스는 실제 중량보다 더 무거운 차처럼 움직인다. 코너에서 꾹꾹 눌러가며 몰아붙이면 두 대 모두 잘 버텨주지만 이 차를 그렇게 몰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평가의 기준에서 제외했다. 준대형차 서스펜션 세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연 승차감이다. 이 점에서는 그랜저의 압승이다. 말랑말랑하고 노면정보를 충실히 전달해 위화감이 없고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높기 때문. 물론 렉서스도 나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면서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하체가 듬직하다. ​결론, 상품성에서 앞서는 그랜저이번 대결은 신인의 판정승이다. 5년 된 베테랑인 ES는 준대형차의 기준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다. 조용한 실내와 고급 오디오, 넉넉하고 푸근한 승차감과 뛰어난 내구성은 전세계 모든 준대형 세단이 따라야 할 모범 답안이었다. 이에 도전하는 신인들은 많았다. 그랜저 역시 그 중 하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동력성능을 제외한 모든 수치에서 ES 300h를 조금씩 앞설 정도로 갈고 닦은 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5년 먼저 데뷔한 ES 300h와 연비가 비슷하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다. ES는 낡은 티가 났다. 그랜저를 앞서는 유일한 장비는 마크레빈슨 오디오뿐. 능동형 조향보조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것은 이 급 차에게는 적잖은 단점이다. 풀 모델 체인지를 1년여 앞둔 모델이니 다음 모델을 기대할 수밖에. 하지만 렉서스는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차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렉서스의 그 가치만큼은 여전하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383km를 오롯이 체험하다- 쉐보레 볼트 EV 2017-06-09
CHEVROLET BOLT EV383km를 오롯이 체험하다383km. 전기차 볼트EV의 총 주행가능거리다. 수치상으로는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쉐보레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왕복 295km를 몰아보며 도심을 벗어난 전기차의 효용성을 따져봤다.  ​​​ 전기차의 평균 주행가능거리는 100km가 조금 넘는다. 이는 현행 배터리 기술력과 ‘북미 자동차 운전자의 71%가 하루 평균 64km 미만을 주행한다’는 캘리포니아대학 교통연구소의 2011년 조사 결과에 의해 도출된 범위다. 필연적으로 근거리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이동수단인 셈. 그렇다고 해도 200km가 채 안 되는 주행거리는 많은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한정된 에너지로는 다양한 운전자 성향과 지역 특성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장거리 이동이 잦은 나라. 주행가능거리를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소비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전지기술을 쌓아온 LG화학은 지난 2014년 실내공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으면서 무게를 400kg 정도로 억제하고 완충시 3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60kWh 용량의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이듬해 이를 제너럴 모터스에 납품했다. 부피와 무게에서 손해 보지 않으면서 이전보다 증가한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 제작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16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공개된 쉐보레 볼트EV가 바로 이러한 배경 아래 만들어진 전기차다. 국내에는 지난 4월 출시됐고 시판 중인 여러 전기차 중 비교적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완충시 383km 주행이 가능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다루면 그 이상의 거리도 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정된 지역에 국한됐던 기존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한, 말 그대로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모델이다. ​​​선명하게 각인된 볼트 EV 로고​​시작은 좋았으나……시승차를 받자마자 확인한 총 주행가능거리는 397km. 쉐보레가 발표한 공식 주행거리보다 14km를 더 달릴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무려 468km. 목표한 서울~인제 왕복은 거뜬히 다녀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확인한 총 주행가능거리는 397km.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무려 468km에 달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위한 리젠 버튼​​더불어 주행가능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이러한 확신에 ‘확신’을 더해줬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구간에서 단 1km도 소모하지 않는 에너지 효율성을 드러내서다. 마치 동이 나지 않는 통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회생제동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입은 가속으로 소비된 전력을 빠르게 채워갔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남양주 톨게이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넉넉한 배터리 잔량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가 자연스레 질주본능을 자극했고 이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내는 모터가 0→시속 100km 가속을 단 6.9초 만에 끝내고 단숨에 최고시속 146km에 도달한다. 조용하면서도 재빠른 가속이 바람을 매섭게 갈랐으며 심장은 짜릿함으로 요동쳤다. 분명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한 한방이 있었다. 한편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소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아마도 SUV에 버금가는 0.31의 공기저항계수가 원인인 것 같다. 볼트 EV의 디자인을 담당한 스튜어트 노리스(Stuart Norris)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볼트 EV는 공기역학의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사이 주행거리가 345km로 떨어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상태이기에 속도를 줄였다. 고속주행은 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기에 당초 ‘충전을 하지 않고 시승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지루하고 기나긴 여정이 되겠지만 정속주행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무료함을 벗 삼아 인제로 나아갔다. 고요한 모터음이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쭉 뻗은 국도를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반환점인 인제에 들어섰다. 남은 주행거리는 244km. 나쁘지 않았다. 돌아갈 거리가 약 146km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90km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초반에 무리하게 달렸다면 지금쯤 충전기를 찾아 다녀야 할 뻔했다. ​​지루한 운전과 졸음의 유혹을 견디며……​​​인제를 향한 길고 긴 여정 ​ 반환점인 인제에서 확인한 남은 주행거리는 244km​ 인제군에서 급속충전기는 인제군농특산물전시판매장 단 한 곳 뿐. 다른 사람이 쓰고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까지 따져야 한다. 지루한 운전과 졸음의 유혹을 견디며 에너지를 챙긴 일에 스스로가 대견한 순간이었다.  짧은 휴식 뒤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다. 인제까지 정속주행을 한 탓에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반환점까지 참은 욕구 때문일까. 돌아갈 때는 잠깐만이라도 속력을 내보고 싶은 보상심리가 고개를 들었다. ​​​인제스피디움에 올라선 볼트 EV​​244km나 남은 넉넉한(?) 주행가능거리가 오른발 끝을 자극했다. 강한 힘을 내뿜는 모터의 즉각적인 움직임은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스파크를 일으켰고 답답함 없는 가속감으로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도 잘 잡아 승차감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계기판은 잠시 잊은 채 오직 볼트EV의 날쌘 동력성능을 만끽하고 또 만끽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계기판을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서울은 아직도 까마득한데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고작 110km. 당장 속도를 줄였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스포츠 모드도 가까이 하지 않았건만……. 잠깐의 방심이 지금까지의 수고에 찬물을 끼얹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대로 목표한 바를 완수할 것인가, 아니면 휴게소에 들러 충전을 할 것인가 고민을 거듭했다. 충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른다면 볼트 EV의 383km를 오롯이 체험하겠다는 의지는 수포로 돌아갈 터. 이상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현실적인 벽은 너무나도 컸다. 심리적 압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휴게소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충전을 위해 들어선 가평휴게소​가평휴게소에 마련된 급속충전기는 단 하나. 많은 이가 사용하는 휴게소에 충전기가 달랑 하나라는 사실에 일순 당혹스러웠다. 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은 여전히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모양이다. 여러 대의 전기차가 몰릴 경우 나중에 온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코앞에서 목도한다. 다행히 비어 있는 충전기 앞에서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79km,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56.7km이었다. 순간 볼트 EV가 원망스러웠다. 배신감도 살짝 들었다. 고속주행을 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지만 잠시 속도를 즐긴 것 치고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평휴게소 충전기 앞에서 확인한 주행거리는 79km,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56.7km​​​383km의 주행거리를 믿고 서울과 인제를 왕복하겠다는 생각은 DC콤보 급속충전 포트를 차에 꼽는 순간 물거품이 됐다.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80%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분. 휴게소 구석구석을 탐방해도 될 시간이었다. 충전기 앞 주유소에서는 내연기관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 그들은 가득 주유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58분 대 5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제 아무리 주행거리가 늘었다지만 긴 충전시간은 여전히 EV 보급을 가로막는 크나큰 장애임이 분명했다. 참고로 완속 충전으로는 9시간 45분이 걸린다. 시작은 희망으로 들떴지만 끝은 아쉬움만 남았다. ​​383km의 주행거리를 믿고 서울과 인제를 왕복하겠다는 생각은 DC콤보 급속충전 포트를 차에 꼽는 순간 물거품이 됐다80% 충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정확히 58분​​​혁신 혹은 불편사실 도심에서는 이만 한 차도 없다. 잦은 제동으로 회생제동 시스템이 자주 배터리를 채우고 급가속만 하지 않는다면 길어진 주행거리를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볼트 EV는 환경과 주머니 사정을 지키는 기특한 전기차인 셈이다.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진 만큼 에어컨과 히터 사용에도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교외로 나가거나 장거리를 주행할 경우, 아직은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소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속력을 내고자 하는 욕구와 빠르게 줄어드는 주행거리 사이에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배터리에 채워둔 전기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최소 50분 정도를 충전기 옆에서 허비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충전기 찾기가 쉽지 않다. 비치되어 있는 충전기 역시 고장 난 경우가 태반. 늘어난 주행가능거리만 믿고 도심을 벗어나기에는 여전히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운전자 스스로 에너지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볼트 EV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도, 혹은 여전히 시기상조인 과도기적 결과물로 남겨질 수도 있겠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당당함과 노련함 사이에서- 르노삼성 SM6 & 현대 쏘.. 2017-06-05
RENAULT SAMSUNG SM6 & HYUNDAI SONATA NEW RISE당당함과 노련함 사이에서굴러온 돌 SM6가 박힌 돌 쏘나타를 위협한다. 전자는 당당하게 시장을 공략하고 후자는 그런 상대를 노련하게 파악한다. 창과 방패의 대결, 후퇴 없는 싸움의 끝에 웃게 될 자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2016년 3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SM6는 한해 동안 5만7,478대가 팔려나가며 등록대수(법인 등록 등을 제외한 순수 자가용)에서 만년 1위 쏘나타를 1만5,408대 차로 따돌렸다. 참고로 지난해 SM6의 등록대수는 5만431대이고, 쏘나타는 3만5,023대. 숫자 그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며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셈이다. 이는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고 현대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결국 현대는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된 LF 쏘나타에 뉴 라이즈란 이름을 붙여 신차급 부분변경을 단행하며 발 빠른 반격에 나섰다. 르노삼성도 이에 뒤질세라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를 녹여냄은 물론 첨단 옵션으로 상품성을 보강한 2017년형 SM6를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필두로 당당하게 시장을 공략해가는 SM6와 그 모습을 노련하게 파악,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쏘나타. 점차 과열되는 경쟁구도 속에서 올해는 또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 SM6의 상승세가 여전할 수도, 혹은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쏘나타의 명성이 더욱 굳건해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패자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해진 존재감, 원숙미 챙긴 생김새  SM6는 르노의 정체성이 듬뿍 담긴 중형 세단이다. 섬세한 라인과 대담한 비율, 그리고 C자형 주간주행등으로 대표되는 독창적인 디테일이 차 곳곳에 녹아 있다. 이와 관련해 SM6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도맡은 디자이너 알렉시스 마르토(Alexis Martot)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하면서 고전적인, 그러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그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온 프로 중의 프로.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비례감에 익숙한 디자이너다. 그래서일까. SM6의 생김새는 앞뒤좌우 어디에서 봐도 균형 잡힌 당당함이 느껴진다. ​ ​1 젊은 감각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기존 중형 패밀리 세단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2 당당하게 좌우로 펼쳐진 그릴 3 큼직한 19인치 휠은 245/40 R19 사이즈다​연식변경을 맞아 추가된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는 빛의 방향에 따라 퍼플과 블랙을 오간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최상위 트림인 이니시알레 파리(Initiale Paris)에 들어가는 색상. 국내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RE부터 선택 가능하다. 두 가지 컬러가 절묘하게 융화된 아메시스트 블랙은 SM6의 역동적인 디자인을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포장한다. 사람마다 잘 받는 옷과 컬러가 있듯이 아메시스트 블랙은 SM6의 존재감을 배가시킨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페이스리프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경쟁모델 대비 분명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앞뒤 형상을 정교하게 매만졌지만, 옆면에서는 여전히 구형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다소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대적으로 바뀐 앞뒷면은 개성이 강해져 페이스리프트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역동적인 이미지를 품은 캐스캐이딩 그릴과 날카롭게 다듬어진 테일램프, 트렁크 도어에 당당히 부착된 큼직한 SONATA 레터링은 중형 세단 그 이상의 값어치를 느끼게 한다. 다소 이르지만 확실한 변화 속에서 현대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별도의 버튼 대신 H 모양의 현대 로고 안에 절묘하게 숨겨놓은 히든 타입 트렁크 개폐 버튼은 디자인과 기능 모두를 챙긴 부분. 버튼 같지 않은 버튼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1 중후한 실내. 우드 타입 플라스틱 마감재와 버건디 가죽시트, 그리고 안정감을 가미하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갖췄다2 신형 i30, 그랜저에 이어 쏘나타 뉴 라이즈에도 적용된 캐스캐이딩 그릴 3 반짝반짝 빛이 나는 5스포크 18인치 휠​​SM6의 인테리어는 젊고 유쾌하다. 어딘지 모르게 심심했던 기존 중형 패밀리 세단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링크 터치스크린. 아래로 긴 8.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태블릿 PC를 연상시킨다. 반응속도는 약간 느린 편. T맵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과 차의 각종 기능을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사용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운전자의 다양한 취향과 주행 스타일을 고려한 멀티 센스 시스템은 5가지 주행모드(네추럴/에코/컴포트/스포트/퍼스널)에 따라 7인치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 엠비언트 라이트 컬러, 엔진 사운드 등을 조절해 실내 분위기를 바꾼다. 하나의 차로 여러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트와 도어패널, 대시보드를 감싼 화이트 나파가죽은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가는 감성품질을 자랑한다. 이 중 시트는 마사지 기능은 물론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로 앉아만 있어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1 SM6는 겉보기에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감각적인 실루엣을 보여주는 대신 2열 공간이 손해를 본 경우다. 성인 남자라면 헤드룸이 비좁다고 느껴질지도. 2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테일램프 3 담백하게 생긴 기어노브와 깔끔한 그 주변​반면 쏘나타 뉴 라이즈의 실내는 중후하다. 우드 타입 플라스틱 마감재와 버건디 가죽시트, 그리고 안정감을 주는 수평형 레이아웃이 이런 느낌을 배가시킨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테두리에 힘을 주었고, 스포티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는 등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모나지 않은 기존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8인치 터치디스플레이는 완성도가 무르익었다. 주행 필수품인 내비게이션은 신속정확하며 스마트폰 커넥티비티 시스템도 빠짐없이 챙겨 넣었다. 좁은 주차공간에서 유용한 어라운드뷰 모니터와 후방영상 디스플레이도 들어갔다. 길이×너비×높이 4,850×1,870×1,460mm, 휠베이스 2,810mm의 SM6와 길이×너비×높이 4,855×1,865×1,475mm, 휠베이스 2,805mm의 쏘나타 뉴 라이즈 모두 실내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이 중 쏘나타 뉴 라이즈는 큰 키와 완만한 루프 라인으로 중형 패밀리 세단의 정석을 보여준다. 1, 2열 모두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다. SM6는 겉보기엔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감각적인 실루엣을 보여주는 대신 2열 공간이 손해를 본 경우다. 성인 남자라면 헤드룸이 비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1 쏘나타 뉴 라이즈는 큰 키와 완만한 루프 라인으로 1, 2열 모두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다2 날렵하게 변모한 테일램프 3 무선충전 시스템과 두 개의 12V 소켓, USB 등 편의품목을 품었다​​상향평준화된 달리기 실력 SM6의 시승차는 1.6 TCE(190마력, 26.5kg·m), 쏘나타 뉴 라이즈는 2.0 CVVL 모델(168마력, 20.5kg·m)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SM6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오간다. 재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7단 듀얼클러치가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이다. 가속은 호쾌함 그 자체다.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실용 영역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스포츠 세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형 세단에서 이만 한 가속은 일상을 일탈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 접지감을 잃지는 않으나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 무게이동시 묵직한 느낌이 덜하다. 이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도 마찬가지. 접지력과 안정감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스톱 앤 고 시스템은 움직임이 불안정해 엔진이 꺼지고 켜지는 과정이 거칠다. 따라서 이 기능을 끄고 다니는 것이 몸과 머리에 이로울 듯. 이 밖에 연식변경 모델에 으레 달리는 차음 윈드실드는 바람소리 유입을 빈틈없이 차단해 조용한 실내 환경을 구현한다.쏘나타 뉴 라이즈 시승차는 직렬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임에도 터보를 단 SM6에 뒤지지 않는 가속을 뽐낸다. 아울러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은 결코 느리지 않다. 고회전에 맞춰진 유닛 특성상 높은 속도에서도 끈기 있게 힘을 발휘하고, 뛰어난 접지와 무거운 조향으로 안정감이 뛰어나다. 다만 엔진음은 속력을 높일수록 듣기 거북한 소음으로 변해 귓가를 불편하게 한다. 음색을 스포티하게 다듬었지만 다소 과한 감이 있다.능동형 주행안전 시스템인 현대 스마트 센스는 쏘나타 뉴 라이즈의 매력을 높여주는 기능.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면 운전자의 손과 발이 지루할 정도로 알아서 가·감속 및 조향을 제어한다. 첨단 사양의 적극적인 개입은 분명한 장점이다. 참고로 SM6 1.6 TCE의 직접적인 비교 대상인 쏘나타 뉴 라이즈 1.6 T-GDI는 최고 180마력, 최대 27.0kg·m를 내고 1,500rpm부터 터지는 풍부한 토크감으로 빠른 가속을 구현한다. 수치상 2,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분출하는 SM6에 비해 초반 가속이 우월하다. 연비는 모두 12.3km/L. 쏘나타 뉴 라이즈 2.0 CVVL의 맞수인 SM6 2.0 GDE는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를 발휘, 출력에서 다소 뒤지지만 12.0km/L의 연비로 효율성 측면에서 0.4km/L 앞선다. ​점점 가열되는 양상지난 4월 중형 세단 시장 판매량 1위는 쏘나타 뉴 라이즈에게 돌아갔다. 총 5,414대가 팔리면서 같은 기간 3,950대가 판매된 SM6를 1,464대 차이로 제쳤다. 디자인을 매만지고 상품성을 끌어올린 현대의 노련함과 신차효과가 빛을 발한 때문으로 보인다. 왕의 귀환이다. 그러나 권좌는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지난 1년간 시장을 리드한 SM6의 저력을 가벼이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앞으로 현대는 승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매서운 공세를 펼칠 것이다. ‘쏘나타’라는 이름 석 자가 마냥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 따라서 르노삼성은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방법으로 SM6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 안착에 성공했으니 이제 지속적인 상품성 개선과 다양한 소비층을 만족하기 위한 트림 구성에 힘쓸 시점이다. 점점 가열될 싸움 속에서 굳건히 버틸 체력도 길러야 한다. 상대인 현대는 이런 면에서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시승을 마치고 바라 본 두 차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종합 성적에서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 단정 짓기가 쉽지 않았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지만, 감성까지 지배할 수는 없는 법. 시승 동안 시승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SM6의 자태는 시승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자들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농익은 것은 안정적일지언정 흥미로움을 자극하기는 어렵다. 오래 보아 익숙한 쏘나타보다는 신선한 SM6 쪽으로 기우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기름기 덜어낸 GLC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GLC 쿠.. 2017-05-31
MERCEDS-BENZ GLC COUPE기름기 덜어낸 GLC 쿠페메르세데스 벤츠의 공격적인 모델 확장은 ‘쿠페형 SUV’라는 니치마켓까지 놔두지 않는다. GLE 쿠페에 이은 두 번째 모델 GLC 쿠페가 발매된 것이다. GLC SUV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차지만, 뒤를 깎아낸 쿠페의 모습에서 어색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인테리어는 여전히 인상적이며, 2.2L 디젤 엔진과 9단 변속기는 기대 이상의 동력성능을 보여준다.​​​뒤죽박죽이던 자사 라인업의 작명법을 싹 재정비한 뒤,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인업은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GLC 쿠페의 발매도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단정한 SUV를 가져다 루프 라인을 왕창 깎아내는 쿠페 만들기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손쉽게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 재활용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자칫 그 결과물이 어정쩡해지는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먼저 선보인 GLE 쿠페의 완성도를 보면 최소한 GLC 쿠페의 결과도 나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고가 높은 SUV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디자인에 있어서 흠잡을 구석은 없어 보인다. 조형미를 강조한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과 쿠페형 SUV.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차는 먼저 선보인 GLE 쿠페와 닮았다. GLE 쿠페를 그대로 줄여 놓은 모습을 예상했지만, 마주 대한 실물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냥 작다기보다는 살을 뺀 GLE 쿠페라는 쪽이 더 적절하달까. 이렇게 보이는 이유가 있다. 체급을 구분할 정도로 휠베이스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GLE 쿠페보다 길이는 150mm 짧지만 휠베이스는 고작 45mm밖에 차이나지 않으며, 시장의 직접 경쟁 모델인 X4와 비교하면 크기와 휠베이스 모두 60mm가량 크다. 원형이 된 GLC SUV와 비교해도 40mm 더 길고 40mm 낮다. 쿠페의 디자인을 위해 루프 라인을 낮추면서 리어 오버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는 GLE 쿠페에서 기름기만 싹 걷어낸 듯한 모습을 갖췄다. 디자인만큼은 GLE 쿠페보다도 훨씬 탄탄한 균형미가 돋보이는 차다.​​AMG 스타일 팩을 기본으로 갖춘 앞모습. GLC SUV와는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벤츠 쿠페 모델에 사용되는 가로형 리어램프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된다. 뒷모습만 봐서는 GLE 쿠페와 구분이 쉽지 않다타이어의 전후 사이즈가 다르다​​패셔너블하지만 달리기는 벤츠내장은 GLC와 일치한다. GLC가 C클래스의 디자인을 가져왔기 때문에 구성과 디자인은 물론 일부 부품도 공유하고 있다. 3스포크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3개의 에어 벤트, 8.4인치 커맨드 스크린 등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아르티코 가죽으로 대시보드를 감싸는 등 품질감에서 차별화하고자 한 노력이 들어갔다. 지불한 값만큼의 고급감이 여지없이 담겨 있다. ​​ C클래스와 동형의 워터폴 인테리어의 실내. 아르티코 가죽 대시 보드 및 스포츠 스티어링이 달렸다손가락으로 터치조작이 가능한 커맨트 컨트롤러. 한글 입력은 여전히 힘들다커맨드 시스템을 탑재한 8.4 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기타 사양은 C클래스와 동일하다클러스터는 C클래스와 공통. 바늘 게이지를 갖춘 계기판 중앙에 다기능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벤츠의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인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높은 품질의 도어스텝. 불이 들어오는 메르세데스 로고와 러닝보드가 보인다.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은 아쉽게도 상위모델인 250d에서나 선택 가능하다​이 차에서 주목할 부분이라면 역시 뒷좌석 쪽이다. 넉넉한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공간에 모자람은 없지만 날렵한 루프 라인을 가지게 된 대가는 모자란 머리공간으로 가차 없이 되돌아왔다. 키가 큰 성인을 태워야 한다면 그냥 GLC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며, 짐을 실어야 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리어 해치 전체가 열리는 디자인 덕분에 뒷좌석만 접으면 1,400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메모리와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적지 않은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도 넉넉한 편​500L의 트렁크, 뒷좌석을 접으면 1,400L로 확대된다​​파워트레인은 2.2L 디젤 엔진 170마력과 204마력 버전 두 가지로 나온다. 매칭된 변속기는 벤츠의 최신형 9단 자동. 차량의 특성을 4가지(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중 하나로 바꿀 수 있는 다이내믹 셀렉트 시스템도 달려 있다. 다만 출력이 큰 차가 아니다보니 변화의 폭은 익숙해진 후에나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것은 빠른 스티어링 반응. 스티어링 기어비를 기존의 16:1에서 15:1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쿠페’ 다운 성능을 위해 스포츠 서스펜션을 달았다고 하지만 주행은 시종일관 여유로움이 넘친다. 바깥에서는 디젤 엔진의 명백한 시끄러움이 전해지지만 실내에서는 이를 느끼기 힘들다. 가속을 하면 적지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그래도 40kg·m가 넘는 토크 덕에 부족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당연하겠지만 무게는 편안한 승차감에 영향을 미친다. 어지간한 요철은 서스펜션 움직임만으로 깔끔하게 처리해 버리며, 팟홀을 타넘으며 전해졌어야 할 거친 충격도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이 한 번에 걸러내어 버린다. 중량과 잘 만든 하체, 이 둘이 선사하는 안락함은 정속 주행시 최고조에 이른다.​​​​X4로는 쉽지 않을 것이 차를 타다보면 더 이상의 차가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리는 없다. 제아무리 쿠페를 표방하고 있을지언정 이 차는 1.9톤이 넘는 SUV다. 스타일만큼이나 멋진 핸들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보여주었던 핸들링과 트랙션의 훌륭함이 유지되는 것은 와인딩의 초입 정도까지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의 움직임은 점점 예리함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엔진은 밀어붙일수록 숨이 차오르고, 하중이동이 점점 버거워진다. 결국은 무게가 이 차의 발목을 잡는다. ​​​170마력을 내는 2.2리터 디젤 엔진​온로드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비포장길에 차를 밀어넣었다. 아무리 쿠페라는 이름표를 붙였어도 이 차의 태생은 어디까지나 SUV. 바닥을 드러낸 채 바싹 마른 강바닥 위에서 SLC 쿠페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나게 달린다. 거친 자갈길에서도 트랙션을 잃지 않은 채 도랑을 뛰어넘고 물살을 가로지르는 박력은 틀림 없는 오프로더의 그것. 얌전히 온로드만 다니기에는 오프로드 주행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쿠페형 SUV 시장을 개척하고 그 과실을 누려왔던 경쟁사도 지금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싸움은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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