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2리터 전성시대- 링컨 MKZ 하이브리드 [4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링컨 MKZ 하이브리드​이피션트 2.0   ​​어느새 해가 빨리 저문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도 제법 차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이 기대 없이 받은 선물처럼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이런 날은 누군가 만나야 해, 폰을 들어 연락처를 살펴보지만 마땅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외로움이 슬쩍 손을 내민다. 망설인다. 오늘 하루 외롭게 보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리는데, 잊고 있었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외로움이 내민 손을 격하게 뿌리치고 눈에 들어온 링컨 하이브리드 MKZ 스마트키를 손에 꼭 쥐고 현관을 나선다. 오늘 밤은 이 녀석과 함께다.​잔잔한 존재감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차의 도어 옆에 서자 그릴 모양의 조명이 발 앞에 새겨진다. 알고 있는 기능인데도 이 환영 인사에 매번 기분이 좋다. 오늘만큼은 차가 사람보다 낫다. 2017년형부터 적용된 메쉬그릴은 이전 세대의 공격적인 느낌을 쏙 뺀 링컨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신형 컨티넨탈에서도 볼 수 있다. LED 헤드램프를 감싸는 글래스가 곡선이 들어간 직사각형으로 다듬어져 얼굴이 전반적으로 차분해졌다. 그릴 하단을 가로지르고 좌우 흡기구를 ㄷ자 형태로 감싸는 크롬은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인상에 세련함을 더해준다. 옆에서 보면 매끈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이는 B필러에서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과 비교적 높은 트렁크 때문이다. 차 옆에 다가가서야 낮은 전고를 알게 되는 건 도어 손잡이가 높은 벨트 라인과 함께해 시선이 올라간 덕분. 뒤태는 이전 세대와 거의 같다. 배기구를 이어주는 듯한 크롬선 하나가 눈에 띄는 정도다.​​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테일램프는 MKZ의 상징과도 같다 ​내부는 좋은 몸에 잘 재단된 수트를 꼭 맞게 입혀놓은 듯하다. 기어레버가 있던 자리가 깔끔한 수납공간이 되어 센터페시아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처럼 보인다. 운전을 할 때 오른손이 자유로워진 건 덤이다. 터치식으로 조작해야 했던 센터페시아 버튼부가 누르는 물리 버튼으로 바뀐 건 환영할 만한 일. 터치버튼은 제대로 눌렸는지 확인해야 할 때가 있어 운전자의 주의가 분산될 수 있는 데 반해, 물리 버튼은 익숙하고 직관적이다. 바람세기와 오디오 볼륨 조절은 다이얼을 돌려주면 되고 온도 조절은 토글 방식이다. 버튼부 위의 터치패널을 통해서는 싱크3를 만날 수 있다. 터치 반응은 지연이 거의 없고, 화면은 쓸어서 넘길 수 있다. 음성명령 기능이 있지만 아직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는다. ​ 기어레버가 없는 덕분에 센터페시아가 깔끔하고 수납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세계 최대 수준의 파노라마 글래스가 주는 개방감 ​오디오는 하만 그룹의 브랜드인 레벨의 것으로, 어떤 음악이든 풍부하게 만드는 중저음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14개의 스피커와 12채널 앰프 시스템이 기본이며 레벨 울티마로 사양을 높이면 19개의 스피커와 20채널 앰프 시스템이 소리의 사각지대를 없애준다. 앞뒤 좌석 모두 머리공간이 여유롭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미려한 옆태를 얻은 혹독한 대가다. 세계 최대 수준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안겨주는 청명한 날의 상쾌함이 그 아쉬움을 조금 달래주지 않을까.​​ ULTIMA라는 네이밍이 무색하지 않은 REVEL의 오디오 시스템​​첨단의 첨병시동을 걸어본다. 정적이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 엑셀 페달에 발을 얹으니 고요하게 차가 움직이고, 지하철이 가속할 때 나는 소리가 헤드레스트를 타고 온다.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소리인데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이것은 MKZ가 하이브리드임을 일깨워주는 신호. 천천히 가속하면 1.4kWh 배터리와 70kW 전기모터의 조합만으로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50km/h 언저리에서부터 엔진이 개입되는데, 구동력의 변환은 매우 부드럽다. ​​ 앳킨슨 사이클의 원리가 녹아든 엔진​포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와 거의 동일한 직병렬식. 모터가 2개인 덕분에 엑셀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아도 주행 중에 수시로 배터리가 충전된다. 특허인 이 기술을 피해서 만든 방식 중 하나가 병렬식으로, 현대자동차가 사용하고 있다. 모터가 하나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릴 수 없고,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리고 있을 때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 병렬 시스템에서는 회생제동을 통해서만 배터리가 충전된다. 직병렬식과 병렬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스템이 더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직병렬식이 좋은 연비를 내기에 유리하고, 고속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병렬식이 다소 유리하다. 엔진 특성에 따른 차이인데, 연비는 운전자의 주행습관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속화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자 엔진음이 많이 들려오지만 보통의 4기통 엔진보다는 절제된 느낌이다. 가속력도 같이 절제된 듯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사용된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 2.0L에 앳킨슨 사이클로 작동된다. 제임스 앳킨슨이 1882년에 고안했던 이 방식은 압축비보다 팽창비가 길다는 점이 핵심. 일반 엔진보다 출력과 힘은 떨어지고 구조도 복잡하지만 연비가 좋다. 포드는 앳킨슨 사이클의 원리를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 iVCT를 활용해 구현했다. 흡기 행정에서 흡기 밸브를 늦게 닫으면 팽창비보다 압축비가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이 과정에서 낮아진 출력과 토크는 전기모터와 무단변속기가 보조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 무단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의 콤비네이션으로 완성됐다.똑똑하게 MKZ 하이브리드를 다루는 방법은 시야를 멀리 두는 것이다. 엑셀에서 발을 빨리 뗄수록, 또 브레이크를 길게 밟을수록 에너지 회수율이 올라가 배터리가 잘 충전된다. 이는 계기판에 나타나는 수치와 스마트 게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급제동을 하면 제동 시간이 짧아져 배터리를 충전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때문에 전방의 도로 상황을 확인하고 미리 액셀 페달에 발을 떼 전기를 만들어 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것이 좋다. ​​​외부와 차단된 듯한 느낌은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사이드미러와 다중 도어 실, 차체 전반에 고루 들어간 흡음재,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을 활용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의 조합 덕분이다. 여기에 연속댐핑제어 시스템은 불필요한 진동을 잘 걸러낸다. 주행 안전성은 부족함이 없다. 고속에서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휠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이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도록 강한 복원력을 가한다. 이밖에도 사각지대정보 시스템과 충돌경고 시스템이 사각지대를 소리와 빛으로 알려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줄여준다.다시 지하 주차장. 새벽의 고요함을 깨지 않는 전기모터가 새삼 고맙다. 주차장에 잠들어 있는 어떤 차도 링컨 MKZ 하이브리드의 외출을 알지 못할 것이다. 피곤함에 자꾸 눈이 감겨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을 바라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한다. 차가 사람보다 낫다고. 스크린에 표시되는 지시를 따라서 변속기와 브레이크, 가속 페달을 조절하니 차는 어느새 주차선 안에 완벽하게 들어와 있다. 시동을 껐지만 소음과 진동은 방금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완벽한 하루였다. 글 김태현 기자  ​ 
2리터 전성시대- 쌍용 G4 렉스턴 [3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SSANGYONG G4 REXTON자이언트 2.2L  ​​G4 렉스턴은 길이 4.8m의 대형 SUV지만 탑재된 엔진은 2.2L에 불과하다. 큰 차체에 작은 심장을 얹게 된 이유는 녹록지 않은 쌍용차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쌍용차 전체 판매량은 약 16만 대. 같은 기간 현대 싼타페는 한국과 미국에서 약 21만 대가 팔렸다. 쌍용차 전체 판매대수를 다 더해도 인기차종 하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 ​길이 4.8m, 높이 2m의 우람한 차체는 G4 렉스턴의 매력 포인트​​최고출력 187마력의 e-XDi220 2.2L 디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코란도 시리즈보다 9마력 높다​​이렇듯,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엔진 개발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차는 2.2L 디젤 한 가지를 여러 차종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한 유로6 대응 엔진으로 기존 유로5를 만족하던 2.0L 디젤의 개선형이다. 최고출력은 187마력, 최대토크는 42.8kg·m를 발휘하는데 대형 SUV치고는 평범한 수치다. G4 렉스턴의 근사한 외관에 반했다가 엔진 수치를 보고선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터. 하지만 타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자동차다. 디젤 엔진은 풍부한 토크와 특성에 따라 부족한 출력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과 호기심을 품은 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다소 식상하지만 넉넉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매력적이다​퀼팅 장식을 더한 대시보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크게 젖혀지는 등받이 각도, 넓은 2열 공간은 다양한 활용성을 지녔다​​만족스런 초반 가속력, 떨어지는 순발력소박한 엔진은 잔잔한 움직임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났다. 예상보다 뛰어난 NVH 성능은 6기통 엔진이 아쉽지 않을 정도다. 차체만큼이나 묵직할 것으로 예상했던 초반 가속 감각은 의외로 민감한 편이다. 가속 페달을 사뿐히 밟자 무거운 차체가 촐싹맞게 걸음을 뗀다. 운전자 의도보다 과장스런 가속 페달 반응은 출력이 낮은 예전 국산차에서 흔하게 보았던 모습이다. 아마도 최대토크 발생시점 1,600rpm까지 빠르게 도달하여 부족한 힘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속에 대한 의지는 매우 적극적이다. 오른발 힘을 살짝 더하자 변속기는 즉시 기어 단수를 한 단계 떨어트리며 재빠른 가속을 돕는다. 그러나 빠릿빠릿하던 G4 렉스턴의 움직임은 속도를 높여갈수록 눈에 띄게 둔해진다. 고속으로 달리자 늘어지는 기어비가 더해져 맥없는 가속을 펼친다. 이때부턴 자동차가 운전자의 가속의지를 무시하기 일쑤다. 토크 곡선이 내리막을 걷는 3,000rpm부터는 엔진출력에 기대어 점진적으로 속도가 붙는다.하지만 이 차의 주 타깃은 실용 구간 성능을 중시하는 평범한 중장년층. 이미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젊은 고객들은 수많은 크로스오버 SUV로 눈을 돌렸다. 고속주행 성능은 보디 온 프레임 정통 SUV, G4 렉스턴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상적인 주행조건에 들어서자 G4 렉스턴의 여유로운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다. 시내와 국도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성능을 보였으며, 넘치는 출력은 아니지만 엔진 힘이 달리거나 차체를 버거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도로를 벗어나 험지로 들어섰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의 진가를 드러낼 최적의 환경. 전자식 기어레버를 조작해 4륜 Low 모드에 맞춰 주행을 시작했다. 접지면적이 넓은 대구경 타이어는 자신의 몸을 비비며 야트막한 돌무더기를 타고 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은 차체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험로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까 고속도로에서 날고 기던 크로스오버 SUV 대부분은 뱃바닥이 낮은 까닭에 과감한 오프로드 주행은 꿈도 못 꾼다.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때때로 알맞은 기어 단수를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지만 G4 렉스턴에는 뻣뻣하고 절도 있는 변속 특성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린다. ​​간선도로에서 보여준 평균연비는 약 10km/L 수준. 급가속을 반복한 주행환경과 2.1톤의 차체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오프로더 성격을 감안한 스티어링 조타각은 큰 편이다. 따라서 코너에 앞서 한 박자 먼저 조향에 들어가야 다른 차와 비슷하게 돌아나간다.​만족스러웠던 점은 브레이크 성능이다. 높은 속도에서 여러 차례 급감속을 반복했지만 제동거리가 길어지거나 브레이크가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미흡한 차체구조를 꼽고 싶다. G4 렉스턴은 래더 프레임 위에 어퍼보디를 얹는다. 서로 다른 섀시가 맞닿아 하나의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결합부분이 느슨하거나 너무 단단하면 승차감이 떨어지기 쉽다. G4 렉스턴도 이 부분이 문제다. 도로에서 전달된 작은 진동은 두 섀시가 맞닿는 부분에서 크게 증폭된다. 편안한 주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차의 타깃층에게는 호불호가 나뉠 만한 부분이다.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만난 G4 렉스턴은 여유로운 분위기,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 넉넉한 차체가 주는 든든함을 지녔다. 여기에 세금부담 적은 2.2L 엔진을 탑재하고 중형~대형 SUV 사이 가격대를 공략하며 접근성을 넓혔다. G4 렉스턴이 품은 다양한 매력이야말로 자이언트급이 아닐까?​글 이인주 기자   
2리터 전성시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2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MINI COOPER S CONVERTIBLE날쌘돌이 2.0   ​​육중한 중형 세단과 택시를 대표하던 2.0L 엔진이 앙증맞은 미니를 만났다. 이게 정녕 같은 배기량이 맞는 걸까? 지극히 평범했던 국민 엔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가뿐한 차체에 과급기까지 더한 2.0L는 족쇄 풀린 듯 팔팔했다. 과분한 힘을 얻은 미니도 마찬가지. 미니 쿠퍼의 붉은 S 배지가 당당한 이유다.​짜릿한 192마력과분한 엔진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붉은색 스타트버튼을 누르는 순간 작은 차가 움찔하며 깨어난다. 이후엔 가솔린 엔진답게 조용히 잦아들지만, 첫 만남의 큰 고동은 강력한 성능을 쉽사리 짐작케 한다. 물론 보닛 아래 빼곡히 들어찬 엔진룸만 보더라도 이 차가 만만찮은 소형차인 걸 가늠할 수 있을 터다. ​​​ 빈틈없는 엔진룸.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얹은 탓이다​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 이 평범한 성능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조그마한 차체다. 출발과 동시에 1,35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가 1,375kg의 미니를 가뿐하게 이끈다. 여유로운 힘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2,495mm에 불과한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미니의 주행엔 장난기가 가득 배었다.하지만 이런 장난기는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싹 사라진다. 4기통 엔진의 최대치까지 이끌어낸 속 시원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시속 100km까지 단 7.1초 만에 주파하고, 시속 200km까지도 힘 부족 없이 가속한다. 보통 2.0L 세단이었다면 시속 160km 이상부터 버거웠겠지만, 미니는 가벼운 무게 덕분에 고속에서도 가뿐하다. 과연 ‘차의 무게를 줄이면 언제든 빠르게 달릴 수 있다’던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말대로다.​​​​가벼움은 코너에서 더욱 빛난다. 작은 차체 특유의 잽싼 주행성능은 미니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 하지만 일반 미니는 깊은 코너를 탈출할 때, 또는 오르막 고갯길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채운 게 2.0L 터보 엔진이다. 무거운 엔진 때문에 날카로운 코너링은 다소 무뎌졌겠지만, 그만큼 더 강력한 힘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1.5L 미니가 저단 기어를 바꿔 물며 요란하게 헐떡댔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가속을 이어갔다.가장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건, 듣기 좋은 배기 사운드다. 500cc 실린더에 가솔린을 듬뿍 부어 넣는 풍부한 음색에, 듀얼클러치 변속기만큼이나 절도 있는 변속이 더해져 체감 성능이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질 정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배기구 끝에서 ‘팍’ 하고 터지는 특유의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도 자꾸만 가감속을 부추긴다.​​17인치 휠과 205mm 너비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작은 덩치를 끈끈하게 바닥에 붙잡는다​​쿠퍼 S의 한가운데 달린 배기구에선 속 시원한 배기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낭만을 품은 2.0아마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가 외치는 ‘고카트 필링’에 가장 가까운 차가 아닐까. 섀시에 시트만 붙인 카트처럼 뻥 뚫린 천장에, 덩치를 넘어선 과분한 힘까지 챙겼다. 세간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그 느낌이 옅어졌다곤 하지만, 이전보다 더 탄탄하게 조여진 차체 덕분에 보드라워진 서스펜션 위에서도 주행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튼튼한 골격으로 승차감과 주행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킷을 달리듯 레코드 라인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굳이 말하자면 이전의 칼 같은 피드백이 확실히 줄긴 했다. 승차감에 신경 쓰느라 볼살을 뒤흔들던 잔진동과 함께 걸러졌기 때문. 날카로운 피드백의 빈자리엔 여유가 채워졌다. 덕분에 이제 뚜껑 열고 여유롭게 유영하는 그랜드 투어러 흉내도 살짝 낼 수 있게 됐다. 클래식한 스타일과 퀼팅 패턴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한 실내는 비록 작지만 GT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니까. 물론 2.0L 엔진의 성능도 손색없다.​​40cm 가량 열리는 선루프 기능이 있다퀼팅 패턴을 적용한 시트 덕분에 지붕을 열어도 자랑스럽다​​미니 특유의 재미있는 그래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메인 모니터 ​경제적인 고성능평범한 엔진, 작은 덩치의 조합으로 연비는 준수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6km, 시승 중 실제 연비는 리터당 11km를 살짝 넘겼다. 최고시속 228km에 달하는 성능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 그래도 묵직한 개폐식 지붕이 연비를 좀 깎아먹긴 했다. 참고로 일반 미니 쿠퍼 S의 공인연비는 12.6km/L, 최고시속은 235km다.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2.0L 엔진은 출력이 대단하지도, 효율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이 평범한 엔진이 작은 덩치에 짝지어지면서 화끈한 성능, 준수한 효율, 그리고 날쌘 주행감까지 손에 넣었다. 버튼 하나로 맑은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낭만은 덤. ‘작은 차 큰 기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2리터 전성시대- 볼보 S60 폴스타 [1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VOLVO S60 POLESTAR어매이징 2.0L   ​흥미로운 일이다. 대낮에 북극성이 떴다. 자동차가 은하수처럼 흐르는 강변북로에 유독 밝게 빛나는 별 하나. 폴스타는 한껏 열린 배기구로 힘껏 울분을 토해내며 차와 차 사이를 갈랐다. 어쩌면 슈팅스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안전제일주의 브랜드가 이런 차를 내놔도 되나 싶다. 건강기능식품 업체에서 만든 보드카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맹렬한 속도감에 취해 달리노라면 골목대장이라도 된 듯 치기어린 우쭐함조차 움튼다. 운전자가 이성의 끈을 놓을세라 쉬지 않고 점등되는 BLIS와 전방추돌경고. 스티어링 휠 위의 아이언마크가 주는 알 수 없는 신뢰감은 실로 강력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갓 해방시킨 터였다. 이스터 에그처럼 꼭꼭 숨어 있어서 조작법을 따로 배우지 않으면 들어설 수 없는 영역이다.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제처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다시 레버를 앞으로 민 상태에서 왼쪽 패들시프트를 두 번 당기면 계기판의 작은 S자가 두 번 깜박인다. 그게 전부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는 듯, 깜박 깜빡. 굳이 현란한 그래픽으로 생색을 부리지 않아도 우렁찬 고함소리와 극도로 신경질적인 회전계 바늘이 모든 걸 말해준다.​일상과 일탈을 넘나들다유난을 떨지 않는 건 겉치장도 마찬가지. 프론트 스플리터와 리어 스포일러,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를 품은 20인치 전용 휠이 넌지시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꾸밈은 어디까지나 필요최소한도라는 울타리 안에 머문다. 눈으로 샅샅이 훑어보지 않는 이상 평범한 볼보 세단이나 다를 바 없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근육을 드러낸 M이나 AMG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를 품은 폴스타 전용 20인치 휠에 피렐리 P제로를 둘렀다 리어 스포일러와 대구경 머플러, 푸른빛 폴스타 배지가 넌지시 경고한다.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자 레이싱 노하우가 담뿍 담긴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 올린즈 서스펜션이 전해주는 하체 감각은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 저속에서 고무공처럼 탄력적이다가 속도를 높이면 끈끈하게 바닥을 훑는다. 때론 질기게 붙들고 때론 유연하게 돌아선다. 조급한 스티어링에도 네 바퀴가 노면을 야무지게 움켜쥔다. 터질 듯 역동적인 힘의 근원엔 고작 2.0L 엔진이 들어 있다. 폴스타가 제아무리 특별하다고 한들 2.0L 4기통 엔진만으로 전 모델을 아우르는 드라이브-E 플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보닛 아래엔 선량한 볼보에 두루 쓰이는 1,969cc 엔진이 담겼다. ​ ​4기통 2.0L 367마력 엔진을 품고도 당최 생색낼 줄 모르는 무덤덤한 엔진룸​배기량이 같다고 성격도 같은 건 아니다. 전용 부품을 잔뜩 추가한 덕분에 성미는 한층 포악해졌다. 피스톤과 커넥팅로드는 물론 캠샤프트와 점화 시스템, 연료 시스템까지 모두 바꿨다. 직경을 키운 터빈은 과급압을 무려 2바(bar)까지 쓴다. 대구경 터보는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회전 영역을 커버할 수퍼차저도 따로 붙였다.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함께 쓰는 이른바 트윈차저 시스템이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반응은 보통의 S60과 다를 바 없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싱~ 싱~ 소리를 내는 수퍼차저 터빈 사운드만이 자못 유별날 뿐. 다만, 터보가 본격적으로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3,100rpm부터는 우악스런 성질이 고개를 든다.최고출력(367마력)과 최대토크(47.9kg·m)는 양산 4기통 엔진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 포르쉐 718 복스터 S를 한참 뛰어넘고 메르세데스 AMG A45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6 워즈오토 10대 엔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여기에 기어비를 튜닝한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막대한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보그워너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얹었다. ​​카본 패턴의 센터콘솔이나 누벅가죽을 두른 스티어링을 빼면 평범한 S60의 대시보드와 다를 바 없다기어노브에 폴스타 로고가 담겼다. 아이신제 8단 AT는 빠르고 정교하다​퍼포먼스용 버킷시트는 운전자를 단단히 움켜쥔다. 심지어 편하기까지 하다​​내연기관 기술의 정점볼보 특유의 탄탄한 주행실력은 모터스포츠에서 기인한다. 볼보는 일찍이 세단과 왜건으로 레이싱 카를 만들었다. 스칸디나비안 투어링 카 챔피언십(STCC), 브리티시 투어링 카 챔피언십(BTCC)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고성능 이미지를 확립해왔다. 폴스타는 종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볼보의 오랜 파트너. 2009년부터 볼보의 고성능 양산차 개발에 관여해왔으며, 2015년 볼보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 디비전으로 거듭났다.​​​​폴스타는 이제 미래 고성능차의 길잡이별이 되려 한다. 지난 6월, 볼보는 폴스타를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제 테슬라를 위협할 고성능 PHEV, EV가 폴스타 엠블럼을 달게 될 것이다. 초대 수장은 토마스 잉엔라트. 토르의 망치를 들고 오늘날 볼보 혁명을 이끈 주역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은 쉬지 않고 과거가 되고 미래는 거침없이 현재로 변한다.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우리의 향수는 머지않아 내연기관 전반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뀌고 말게다. 그날에 돌아본 S60 폴스타는 다시없을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일 터. 작지만 괴물 같은 엔진을 싣고 일상과 일탈을 넘나드는 볼보의 별종. 폴스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독 눈부시게 영롱하다.​글 김성래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의 실용적인 미니버스, 스프린터 유로코치 2017-11-01
MERCEDES-BENZ SPRINTER EUROCOACH 메르세데스 벤츠의 실용적인 미니버스폭넓은 라인업을 갖춘 벤츠 스프린터의 미니버스 버전이 국내 출시되었다. 코치밴 하면 떠오르는 최고급 이미지와는 달리 스프린터 유로코치는 실용성에 집중한 미니버스에 가까운 차다. 이 차의 데뷔로 11인승 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을까?​​​​​주로 넓고 정중한 고급 세단으로 알려져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실제로는 상용차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여러 종류의 차종을 만드는 가운데 그 모든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트럭은 물론이고, 특수차 시장의 절대강자 유니목이 있으며 상용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프린터 라인업도 있다. 최근에는 국내 코치밴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코치밴 리무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지만 사실 스프린터는 일명 패널밴이라 불리는, 일하는 상용차에서 시작된 차다. 물건을 배달하고 사람과 장비를 실어 나르는,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소위 ‘봉고차’의 포지션인 셈. 코치밴은 스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변종에 불과하지만 이게 한국에서 오직 코치밴으로만 입지를 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순전히 가격 때문이다. 저렴하고 실정에 맞는 국산모델이 이미 나와 있는 마당에 스프린터가 상용차로 발을 붙일 여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프린터의 라인업이 확대될 기회가 열렸다. 얼마 전 스프린터 전문 판매사인 와이즈오토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호화로운 내장을 갖춘 리무진 모델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들이 시승차로 준비한 것은 스프린터의 11인승 미니버스 버전인 유로코치다. ​​​​6m 길이의 11인승 미니버스첫인상은 예의 고급진 스프린터와는 조금 다르다. 익스테리어의 디자인이 바뀐 곳은 없지만 루프 라인이 낮은 모델인 데다가, 범퍼와 사이드 트림은 투톤 도색이 아닌 사출물 그대로의 색상을 드러낸 채다. 휠 또한 커버를 씌운 스틸 휠이다 보니 일하는 차의 이미지가 조금 더 강조된다. 프론트 도어를 열 때 이런 이미지는 더욱 확실해진다. 문을 여닫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상용차의 그것인 데다가 에어시트가 달린 운전석에서 이 차의 성격은 아주 분명해 진다. ​​오랜만에 보는 휠커버에서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된다. 국내에는 윈터타이어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되어 나온다 ​​대시보드의 형상과 디자인은 틀림없는 벤츠의 그것이긴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머물러 있으며, 질감과 디테일에서 승용모델의 고급스러움을 접할 가능성은 없다. 변속기는 칼럼식이 아닌 시프트 방식의 자동 7단. V6 3.0L 심장은 상용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전하진 않는다. ​​대시보드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의 품질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스프린터는 프레임 구조의 상용차긴 하지만, 조작과 운전방식은 승용차의 감각에 가깝다. 그렇다고 승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미니밴과 운전감각을 직접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차중은 3.5톤이 넘고 무게중심도 높으며 무엇보다도 휠베이스가 3.7m나 되니, 1종 면허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거대한 차다. 차폭이 2m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그나마 부담을 줄여주지만, 차선을 옮기거나 회전을 할 때마다 뒷바퀴가 따라올 간극을 계산하고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덩치만 빼면 운전 감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시내버스의 승객들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으며, 풍족한 토크 덕분에 가속도 시원시원하다. 탑재된 엔진은 OM642로 SUV는 물론 현행 S클래스 디젤에도 쓰이고 있는 벤츠의 대표 디젤엔진이다. 무거운 상용차에 쓰기 위해 출력이 다소 낮아졌지만 대신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도록 조정되어 있다. 덕분에 승합차 제한속도인 110km/h까지의 가속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상용모델인 만큼 스티어링의 조타 범위가 큰 편이지만 작은 조작에도 애매모호한 구석 없이 입력한 만큼 또박또박 움직여준다. 그러고 보면 상용 모델이라고 해서 조종성을 양보를 할 회사가 아니긴 하다. ​  V6 3.0L 디젤엔진은 충분한 힘을 낸다​​합리적인 객실 공간운전을 동료에게 맡기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본다. 전동도어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거대한 도어가 스스륵 열리며 발판이 미끄러져 나온다. 250kg까지 견딜 수 있다는 튼튼함이 실감나는 단단함을 밟고 올라간 실내는 지붕이 높은 하이데크 모델이 아님에도 허리를 세우고 걷는 데 문제가 없다. 정원은 11명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후부공간에 9개의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5열로 배치된 좌석이 좀 빽빽할 것 같았지만, 실제 앉아본 무릎공간은 적당한 편이며, 좌석 간의 이동이나 1열에서 2열로 넘어오는 것조차 부담 없다. ​​​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스르륵 밀려나오는 전동 풋스텝. 250kg의 하중도 견딘다​ 유로코치의 실내, 실용적인 버스로 나온 차다 ​​뒷문을 연 모습. 어느 정도의 적재공간은 확보되어 있다 ​시트의 착좌감은 보통의 미니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등받이가 얇은 시트는 불편해 보여도 막상 앉아보면 평균수준의 착좌감은 나온다. 퀼팅패턴을 적용한 부드러운 가죽의 감촉은 뛰어난 편. 머리를 감싸는 헤드레스트와 양팔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 팔걸이, 단출하지만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놓을 수 있는 트레이 테이블까지 갖췄다. 다만 다리를 쭉 펼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은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고급스러운 우드 플로어 이미지를 주고 싶었을 바닥 재질은 실제로 보면 비닐 장판의 느낌에 가깝다. 천장재는 평범하며, DMB와 DVD 정도의 소스 재생만 가능한 후석용 모니터는 애프터마켓 제품을 사다 단 느낌이 역력하다. 최신 트렌드에 걸맞은 스마트폰 연동이나 고화질 영상 파일을 재생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좌석 등받이에 달린 트레이 테이블​​모니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재생소스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낙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장스프린터 유로코치는 럭셔리 리무진과는 거리가 있는 차다. 이 차는 푹신한 가죽시트에 몸을 묻은 채 다리를 뻗고 가는 차가 아닌, 11명의 사람이 여유롭게 앉아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니버스다.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처럼 고급감이 넘치는 차는 아니지만, 기존의 미니버스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정숙성과 안락함, 그리고 빈틈없는 주행성능을 갖췄다. 그러다 보니 이 차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차인 유로코치 비즈니스 사양은 9,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고가의 버스다. 이는 이 차가 틈새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한다. 약 8,000만원의 가격표를 단 엔트리 모델도 마련되어 있지만 이쪽은 말 그대로 편의사양과 내장을 모두 제거한 깡통 모델. 최소한의 벤츠스러움마저 깡그리 빠져 있다.​​​  유로코치 비즈니스 트림 엠블럼, 8,000만원대 미니버스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현대 솔라티의 새로운 트림인 ‘투어’가 발매됐다. 패널밴 기반의 11인승 투어러로서 비슷한 포지션을 지닌 데다가 탑승공간의 완성도와 사양 또한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트림 기준 1,2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가소롭다 여기기 이전에, 이들이 미니버스라는 걸 생각해 보자. 버스로서의 목적에 충실할 수만 있다면, 이미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 금액 차이다. 높은 가격과 새로운 경쟁자, 과연 유로코치는 이 두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고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
GENESIS G70, 정면돌파 2017-10-25
GENESIS G70정면돌파G70은 피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그대로 돌진했다. 더 큰 크기, 더 넓은 공간의 꼼수 따윈 없다. 오로지 품질만으로 정면승부한다. 가장 작지만 가장 당당한 제네시스다. ​​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철옹성은 굳건했다. 자신만만했던 캐딜락도, 고귀했던 재규어도 정통의 강자 독일차의 아성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은 이런 곳이다. 이 철옹성에 제네시스가 도전장을 던졌다. 당연히 다른 제네시스처럼 널찍한 공간으로 C클래스와 3시리즈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할 줄 알았건만, 웬걸 G70은 정확히 같은 체급으로 승부한다. 이제 동등하게 비교해도 자신 있다는 뜻. 과연 G70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치기일까, 치밀한 준비의 결과일까. ​프리미엄의 특권언제나 불만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산차를 같이 놓고 보면 항상 무언가 빠진 듯 밋밋했다. 국산차가 더 크고 번쩍이는데도 말이다. 그땐 이유를 몰랐는데, G70을 보니 뭐가 문제였는지 알겠다. G70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비결은 바로 볼륨.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뒤 펜더와 둥글게 말린 범퍼엔 국산차에선 볼 수 없었던 과감함이 배어 있고, 튀어나온 곳과 들어간 곳이 확실하게 구분된 옆면엔 빛이 명확하게 맺힌다. 검은색인데도 지면의 어떤 사진이든 굴곡이 정확하게 표현된 이유다. 이런 입체적인 굴곡은 비용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보닛의 과감한 굴곡과 낮게 깔린 헤드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역대 국산차 중 가장 풍성하게 부풀어오른 뒤 펜더​ 후륜구동 구동계에 따른 비율도 스타일에 한몫한다. 짧은 앞 오버행과 뒤쪽으로 당겨진 A필러는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증거. 앞바퀴가 앞으로 당겨져 마치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을 유도한다. 여기에 타이어 높이만큼이나 납작하게 낮춘 헤드램프와 거대한 19인치 휠이 더욱 잘 달릴 것 같은 기대감을 더한다. 두툼한 문짝 안엔 기존 제네시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윗급과 달리 대시보드가 얇은 탓에 기계적인 느낌이 짙다. 높게 솟은 문짝과 센터터널 사이 움푹 들어간 시트에 앉아 바라보면 스포츠 쿠페에 앉은 기분이 들 정도. 겉모습처럼 실내도 ‘고급’보다는 ‘역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 ​고급 소재를 듬뿍 쓴 실내​19인치 휠과 브렘보 브레이크가 달렸다​그렇다고 3시리즈처럼 무심하진 않다. 운전대 한가운데 현대가 아닌 제네시스 엠블럼이 붙은 만큼, 소재와 만듦새에 G80과 EQ900의 노하우가 녹아들었다. 버튼과 부품 간 단차는 나무랄 데 없이 치밀하고, 알칸타라로 덮은 천장과 나파가죽 시트, 그리고 퀼팅패턴 등의 소재는 이 차가 고급 승용차임을 대변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리얼 알루미늄 장식이다. 눈으로 보기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되지만, 직접 만져보면 플라스틱 특유의 따뜻한 감각이 다소 이질적이다.​  두터운 크롬 장식이 붙은 사이드미러 리얼 알루미늄 장식이 고급스럽다​ 스마트 자세 제어 기능으로 운전자의 체형만 입력하면 알아서 추천 자세를 맞춰준다 국산차에 항상 부족했던 재밌는 그래픽이 G70에 적용됐다​​​뒷자리에 현대차의 마법은 없었다. 딱 4,685mm 길이 후륜구동 세단다운 공간이다. 키 177cm의 기자가 동반석에 앉아 넉넉하게 조정하면 뒷좌석 승객에게 뒤통수 맞을 만한 크기. 그래도 뒷좌석 각도가 충분히 누워 있어 조금 좁더라도 자세는 안락하다.​시속 270km의 영역‘국산차 최강’ 타이틀의 G70이지만, 평소엔 발톱을 꼼꼼히 숨긴다. 시동을 걸면 6기통 엔진이 보드랍게 기지개를 켜고, 서서히 움직여도 고요함만이 감돈다. 특히 2,835mm로 길쭉한 휠베이스 한가운데 운전석이 배치된 덕분에 모든 충격을 시소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자연스레 흘린다. 서스펜션의 초기 반응도 부드러워 도심에선 낭창낭창한 편.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G80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크기에 비해 고급 승용차 느낌을 잘 살렸다.​​​국산차 중 가장 강력한 세단을 조용히만 탈 순 없는 노릇. 가속 페달을 짓이기자 서슬 퍼렇게 날이 선 발톱을 드러낸다. 8단 변속기가 저속 기어를 바꿔 물고, 3.3L 트윈터보 엔진의 과급압이 가득 차는 순간 속도계가 매섭게 치솟는다. 주변의 자동차들이 일순간 레이싱 게임 트래픽카로 보일 정도. 시속 100km까지는 현대차가 밝힌 4.7초(2WD 기준)의 수치만큼이나 순식간이고, 시속 250km까지의 가속도 거침없다. 이후 제원상 최고속도 시속 270km까지는 다소 인내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웬만한 스포츠 세단은 룸미러에 점으로 만들 수 있을 터다. ​​ ​G70에 과분할 만큼 강력한 3.3L 트윈터보 엔진​초고속의 영역에서 인상 깊은 건 남아 있는 힘보다도 유연한 서스펜션이다. 주행모드 컴포트에서 G80 스포츠가 그랬듯, 든든한 뒤쪽 댐퍼가 꽁무니를 확실하게 붙들어 시종일관 안정적이다. 앞 서스펜션은 G80보단 단단한 편. 여기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서스펜션이 더욱 팽팽하게 굳으면서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안정감은 확실히 더해지지만, 개인적으론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든든하게 붙들어주는 컴포트 모드가 더 조화로웠다. 고속도로를 나와 본격적으로 굽잇길에 진입했다. 테스트를 위해 찾은 곳은 경사가 가파르고 헤어핀이 연속되는 고갯길. G70은 1,300rpm부터 나오는 52.0kg·m의 강력한 토크로 경사로를 재빠르게 공략했다. 오르막 코너를 지나 재가속할 때에도 최대토크는 끊임없이 G70을 밀어올린다. 하지만 이 정도는 G80 스포츠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준. G70의 진가는 다운힐에서 드러난다. 무려 315kg이나 가벼운 만큼 한층 가뿐하다. 내리막 헤어핀 진입 전 속도를 줄이면 후륜구동 세단답게 앞바퀴에 정직하게 무게가 실리고, 가볍게 방향을 튼다. 이어 신속하게 뒷바퀴가 쫓아온다. 육중했던 G80 스포츠와는 확연히 다른 감각이다. 이런 가벼운 차체에 두터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 타이어가 끼워져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는 경쟁차를 웃돈다. 지난해 같은 길에서 장난스럽게 뒤를 흘려댔던 재규어 XE와 달리 G70은 네 바퀴를 바닥에 끈끈하게 붙이며 진지하게 돌아나갔다. ​ ​사실 테스트를 위해 찾긴 했지만, G70의 경쾌한 주행감각에 재미가 들려 굽잇길을 8바퀴쯤 더 돌았다. 경사가 심한 길을 쉴 틈 없이 달리니 차가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이미 엔진오일 온도도 평소보다 살짝 올랐다. 그런데 브레이크 컨디션이 여전히 그대로다. 보통 국산 세단으로 두세 바퀴 돌면 달아오른 브레이크 때문에 잠깐 쉬어야 했던 코스에서 G70의 브레이크는 조금 무거워졌을 뿐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서 확인하니 브레이크 디스크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상태에서 제동력이 변함없다니,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다만 고속에서든 고갯길에서든 아쉬웠던 건 역시 사운드다. EQ900을 통해 데뷔한 엔진이기 때문일까? 370마력의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다. 시속 240km 정도에 이르면 스피커의 엔진소리도 거친 바람소리에 깊숙이 묻히고, 터널에서 창문만 열어도 소리가 흩어진다. 분명 6기통 엔진의 풍성한 사운드가 배기 파이프에서 아깝게 걸러지고 있을 텐데 말이다. ​D 세그먼트의 호사시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차분하게 주행하니 제법 나긋나긋하다. 그랜저와 맞먹는 길쭉한 휠베이스 덕에 그리 무르지 않은 서스펜션임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에 여유가 남았다. 물론 가속할 때마저 침묵했던 3.3L 트윈터보 엔진은 당연히 조용하고, 6기통 특유의 회전 질감도 부드럽다. 고성능을 품었지만 고급 세단의 본질도 잊지 않았다.편안한 주행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찰나, 안전을 위해 G70의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를 켰다. 레이더와 카메라로 차간거리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활용하는 시스템. 다른 제네시스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이 장치의 차선유지 성능은 발군이다. 차선을 재빠르게 읽는 건 물론, 완만한 코너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서울에 가까워지자 여지없이 도로가 막힌다. 평소라면 짜증이 났겠지만 주행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쉴 수도 있다. 정지 후 출발 기능이 더해진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발이, 그리고 차선이탈방지 보조장치의 도움으로 손이 자유롭다. 특히 서행 중인 상황에선 운전대 센서도 무뎌지는지, 오랫동안 운전대를 놓고 있어도 경고가 없다. 덕분에 무려 9분 30초 동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됐다. 안정된 반자율주행 기능을 믿고 잠깐씩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한눈팔다 보니, 정체구간이 금세 끝나버렸다.강력한 엔진, 4륜 구동, 온갖 첨단 기능……. 이 정도 호사를 공짜로 누릴 수 있을 리 없다. 시속 270km로 질주하고 고갯길을 빠르게 왕복한 결과 450km 가량을 주행하는 동안의 연비는 리터당 6.8km를 기록했다. 다만 터보엔진답게 주행 상황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는 편. 30km 가량을 일반적인 주행 패턴으로 주행할 땐 리터당 16.7km까지 연비가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참고로 G70 3.3 터보 AWD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8.6km(도심 7.4km/L, 고속 10.5km/L)다.제네시스 G70은 치밀했다. 시험대에 오른 신생 브랜드 제네시스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야 하는 만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모양새다. 막내에게 과분한 EQ900의 첨단 주행보조장치와 가장 강력한 3.3L 트윈터보 엔진이 그 증거다. 물론 경쟁모델도 끊임없이 분석했을 터. 제네시스가 철저하게 준비한 G70으로 D세그먼트 시장의 철옹성에 정면돌파를 시작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그저 편안합니다, QM6 2.0 GDe 2017-10-17
 QM6 2.0 GDe그저 편안합니다최고출력 144마력. 중형 SUV엔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좀 느리면 어떤가. 덜덜거리는 진동에서 우리 가족을 해방시킬 수 있는데.​​​“기름 많이 먹는 가솔린 SUV를 왜 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SUV는 당연히 디젤이었다. 무거운 SUV엔 힘 좋은 디젤 엔진을 얹어야 그나마 효율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이제 “비싸고 시끄러운 디젤 SUV를 왜 사?”로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QM6 2.0 GDe는 가솔린 SUV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실속 있고 안락하며 효율적이다. ​성능 대신 편안함거두절미하고 시승차의 엔진부터 살폈다. QM6 GDe의 엔진은 SM6와 함께 쓰는 2.0L 직분사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kg·m로 SM6보다 출력과 토크가 각각 6마력, 0.2kg·m씩 낮다. 르노삼성차 설명에 따르면 무거운 SUV인 만큼 눈에 보이는 출력보다 중저속 토크와 연료 효율을 높인 설정이라고.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당연히 디젤 엔진에 비하면 거의 없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들리는 건 가솔린 엔진의 나긋나긋한 속삭임뿐이다.​  2.0L 가솔린 직분사 엔진.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kg·m의 성능을 낸다​​19인치 휠. 중형 SUV치곤 비교적 얇은 225mm 너비의 타이어가 들어간다.​서서히 움직여 봐도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역시 정숙성이다. 저속주행에서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과 달리, 가솔린 엔진은 속도와 상관없이 조용하다. 재밌는 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줄었다는 것. 19인치 거대한 휠이 달린 탓에 원래 타이어와 도로가 맞닿을 때의 소리가 적잖이 유입됐는데, 가솔린 QM6는 흡음재와 차음재가 보강돼 이 소리가 줄었다. 디젤 엔진 소리의 빈자리를 노면 소음이 채우지 않도록 미리 방지한 모양새다.승차감도 낭창낭창하게 바뀌었다. 한층 부드러운 스프링으로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르며 큰 충격도 묵직하게 둥글린다. 여기에 충격 없이 동력을 잇는 무단변속기까지 어우러져 승차감만큼은 고급 SUV처럼 여유롭다. 조용한 대신 토크가 낮은 가솔린 엔진에 맞춰 전체적인 성격도 편안함과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졌다.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안락해진 만큼 성능은 다소 지루해졌다. 중형 SUV에 얹힌 144마력의 엔진 제원만 봐도 이 차의 실력이 쉽게 가늠될 터다. 실제 성능도 예상대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느긋하게 속도를 높인다. 체감 가속력은 일반 2.0L 중형 세단의 가속 페달 80% 정도 밟은 느낌. 일상적인 주행에선 충분하지만, 빠른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좀 답답할 수도 있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명민한 무단변속기다. 급가속 상황(가속 페달을 50% 이상 밟았을 때)에서 일반 변속기처럼 rpm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변속하기 때문에 가속감이 먹먹하지 않다. 가속은 다소 느리지만 고음에서 변속하는 가솔린 엔진 소리에 귀는 즐겁다.부드러운 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서스펜션은 빠른 주행에선 발목을 잡았다. 부드러운 만큼 좌우 쏠림이 더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무게를 125kg(19인치 휠 기준)이나 덜어낸 덕에 무게배분이 나쁘지 않아, 고속주행에서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적으로 달린다.​효율과 실속가솔린 SUV가 외면받아온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효율이다. 그렇다면 QM6는 어떨까? 실제 시승에서 여유롭게 주행하면 리터당 16.1km, 가혹하게 주행하면 리터당 7.7km 정도의 연료 효율을 보였다. 이 차의 성격을 따라 부드럽게 주행하면 꽤 높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는 셈. 공인연비도 리터당 11.2km(19인치 휠 기준)로 중형 가솔린 SUV치곤 상당히 높다.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의 조합으로 구동계 무게를 많이 덜어낸 게 도움이 됐다. 참고로 17인치 또는 18인치 휠을 선택하면 공인연비가 리터당 11.7km로 오르기도 한다.​​​QM6는 가벼운 무게 덕분에 연료효율이 좋다​QM6 2.0 GDe는 나보다 우리를 위한 차다. 조용하고 편안하며 널찍하다. 패밀리 SUV의 미덕을 챙긴 셈. 조금 느린 건 함께 타는 가족들의 편안함을 생각하면 참을 수 있을 터다. 그래도 효율 높은 디젤이 가족 경제에 더 도움 되지 않겠냐고? 그건 이 차의 진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 차의 진짜 매력은 디젤 QM6보다 29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르노삼성자동차​
솔직 담백한 지프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 하이 2017-10-16
JEEP RENEGADE LONGITUDE 2.4 HIGH솔직 담백한 지프이건 단팥 빠진 호빵 아닌가? 2륜 구동 지프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2륜 구동 레니게이드는 썩 잘 팔리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수긍 못할 것도 없다. 단팥 좀 빠졌어도 겉모습은 여전히 터프하니까.​ ​ 이제 솔직해지자. 레니게이드에 끌리는 이유는 오프로드 성능보단 터프한 모습 때문이 아닌가? 2차 세계대전부터 이어진 오리지널 SUV의 자부심과 남성적인 스타일은 다른 차엔 없는 레니게이드만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오프로드 탈 일 전혀 없는 사람도 그저 멋진 모습에 매료돼 레니게이드를 산다. 이들에게 4륜구동은 겨울철에나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거추장스러운 장비일지도 모른다.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 하이는 이런 이들을 위한 차다. 레니게이드의 비싸고 무거운 4륜구동을 덜어내고 덜덜거리는 디젤 대신 조용한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하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기존 론지튜드보다 편의장치도 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격은 2.0 디젤보다 저렴하다. 이 차는 레니게이드의 멋진 모습을 부담 없이 누리는 ‘솔직 담백한 지프’다.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레니게이드의 매력이다​​아무도 몰라이 2륜구동 지프를 겉모습만 보고 4륜구동이 아니란 걸 의심할 사람은 없을 거다. 각지고 높은 차체와 지프의 7줄 세로 그릴, 동그란 헤드램프에서 흘러나오는 오프로더 아우라는 4륜구동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남겨두지 않는다. 게다가 보닛 끝에 붙은 지프 엠블럼은 이 차가 4륜구동 원조의 일원임을 대변한다. 비록 실제론 앞바퀴만 굴리지만, 생김새에서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정통 오프로더에 비견될 만큼 강인하다.​​​둥근 헤드램프와 네모난 테일램프 덕분에 클래식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세련됨을 품고 있는 게 레니게이드만의 매력이다. 단단하게 접힌 각 뒤에 부드럽게 둥글린 차체가 어우러져 튼튼함 가운데 부드러움이 배어 있다. 튼튼해 보이기만 하는 랭글러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X자 모양을 넣은 네모난 테일램프와 지프 앞모습이 그려진 동그란 헤드램프 등 곳곳에 들어간 장난스러운 디테일도 특징. 론지튜드 하이에 더해진 영롱한 푸른빛 제논 헤드램프는 이 차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한 손 가득 차는 두툼한 문손잡이를 당기면 꺼끌꺼끌한 직물시트 대신 부드러운 가죽시트가 반긴다. 레니게이드라면 직물시트도 어울리겠지만, 그래도 3,000만원이 넘는 레니게이드 론지튜드에 가죽시트가 없는 건 못내 아쉬웠던 게 사실. 시트뿐만 아니라 도어트림 등 내장재까지 모두 가죽으로 바뀌어 분위기 차이는 꽤 크다. 만져보면 나파 가죽처럼 보드랍진 않아도 차급을 생각하면 썩 만족스럽다. ​ ​가죽시트가 적용돼 분위기가 확 달라진 실내​​가죽시트와 가죽 내장재가 적용됐다​소형 SUV치고는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트렁크는 좁은 편이지만 깊이가 깊다​​​론지튜드 하이에 추가된 6.5인치 내비게이션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폼 안 나게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진 마시길. 6.5인치 화면은 여전히 작고, 모니터 위치도 낮아 운전 중 보기에 불편하다. 무엇보다 꾹꾹 눌러야 하는 감압식 터치는 다소 구식 느낌이 난다. 자동차에 비해 전자기기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대부분의 모델들이 데뷔 3~4년 후 겪게 되는 문제이기는 하다. ​ 론지튜드 하이에 적용된 한국형 내비게이션 센터콘솔 안쪽에 USB 단자가 추가됐다 곳곳에 지프의 정체성이 각인돼 있다​4륜구동 선택 레버가 있던 자리는 막혀 있다​​170kg의 선물 시동을 걸어 가솔린 엔진을 깨운다. 당연히 디젤 엔진보다 훨씬 조용하고 경쾌하다. 직렬 4기통 2.4L 엔진은 멀티에어2 타이거샤크로 불리는 엔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현대 세타 엔진에 뿌리를 두고 개량된 글로벌 엔진이다. 그런데 FCA로 넘어가면서 다소 거칠게 자란 듯하다. 공회전 때 비교적 정숙한 그랜저의 2.4L 세타2와 달리 진동이 전해진다. 디젤 엔진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조용한 가운데 약간씩 진동이 느껴져 좀 거슬린다. ​​​2.4L 멀티에어2 타이거샤크 엔진​그래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솔린 엔진의 경쾌한 반응이 아쉬움을 씻어낸다. 고회전으로 치닫는 소리도 깔끔하고, 여기에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럽게 힘을 이어준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3.5kg·m의 준수한 성능과 디젤 모델보다 170kg이나 가벼운 몸매가 어우러져 제법 속 시원하게 가속한다. 시속 100km까지는 문제없고, 시속 170km까지 꾸준하게 속도를 높인다. 디젤 모델보다 느리다며 툴툴거릴 생각이었는데 전혀 예상 밖이었다.   시속 170km 정도의 고속주행에서도 거동은 안정적이다. 키 높은 SUV인 탓에 무게중심도 높고 어느 정도 좌우 쏠림도 있지만 타이어와 서스펜션, 차체가 조화로워 불안한 기색이 거의 없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긴 덕분에 큰 요철을 만나도 충분히 눌리며 충격을 거르기도 한다. 다만 고속에서 운전대가 좀 가볍다. 빠른 속도에서도 운전대가 충분히 무거워지지 않아 조심스럽게 거머쥐게 된다.​​​레니게이드의 개성이 돋보이는 계기판​일반 SUV라면 불만을 터뜨렸을 17인치 휠이지만 레니게이드엔 작은 휠도 잘 어울린다​속도를 줄이면 9단 자동변속기가 적극적으로 고속 기어를 맞물려 rpm을 낮춘다. 낮아진 엔진음은 바람소리 뒤에 숨을 정도. 그런데 그 바람소리가 제법 크다. 군용차처럼 곧추서 있는 앞 유리창 주변에 바람이 부딪히고 선루프에선 휘파람 소리도 들려온다. 타이어에서 흘러들어오는 노면 소음도 적지 않다. 디젤 엔진 소음이 빠진 자리를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채운 셈. 그래도 소형 SUV인 걸 감안하면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레니게이드의 각진 스타일을 누리려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할 터다.“승차감 괜찮은데?” 기자가 소음에 신경 쓰던 사이 동승자가 던진 한마디다. 듣고 보니 승차감이 제법 나긋나긋하다.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이 큰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 도로의 정보는 살짝 남겨 놓는 게, 미국차라기보단 유럽차에 가깝다. 작은 차는 몇 명이 타느냐에 따라 승차감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레니게이드는 네 명이 타든 두 명이 타든 움직임이 거의 비슷했다. 승차감만큼은 소형 SUV로서는 만족스러운 수준. 랭글러의 멋진 외모는 좋지만, 나쁜 승차감은 싫은 사람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하지만 이 차로 랭글러처럼 오프로드를 타겠다면 무조건 말려야 한다. 지프 엠블럼을 달고 견인차에 끌려 나오는 망신을 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4륜구동 레니게이드라면 괜찮겠지만, 2륜구동은 그저 키 높은 해치백이라 보면 된다. 시승 중 오프로드 코스에서 2륜구동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 디퍼렌셜 기어가 모든 힘을 그쪽으로 쏟아내 23.5kg·m의 강력한 토크를 허공에 뿌려댔다. 반대쪽 바퀴에 동력이 전혀 가지 않는 걸 보니 LSD(차동제한장치)도 없다. 견인차 부르기 전에 얼른 후진 기어를 넣고 도망치듯 험로를 나왔다.​덜어낸 4륜 만큼 가까워진 지프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 하이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0km(도심 8.9km/L, 고속 11.9km/L)다. 시승 중 연비는 리터당 9.1km로 다소 가혹했던 주행환경을 감안하면 썩 만족스러운 효율을 보였다. 아마 4륜구동이 들어갔다면 뒷바퀴를 굴리느라 적어도 리터당 1km는 줄었을 터다.지프 마니아라면 “2륜 지프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 하이는 제법 매력이 많다. 2.0 디젤 론지튜드보다 조용하고 편안하며 무엇보다 더 많은 편의장치를 넣고도 360만원이나 저렴하다. 레니게이드의 영혼과도 같은 오프로드 성능을 포기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도로 위에서 오프로드 성능은 트렁크 아래 스페어타이어 같은 존재다. 쓸 일 없다면 굳이 넣을 필요 있을까. 실속 있는 2륜 지프 레니게이드가 매력적인 이유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2017-10-10
​LAND ROVER RANGE ROVER VELAR레인지로버 네 번째 신모델, 국내 시판 개시 레인지로버의 신모델 벨라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회를 가졌다.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사용한 첫 중형 SUV로 다음 세대의 레인지로버가 지향하는 멋진 디자인은 물론, 레인지로버 패밀리에 걸맞은 고급스러움과 알루미늄 모노코크 아키텍처, 최신 커넥티드 사양 같은 최신기술을 모두 담았다. 불과 몇 년 전의 3L 급 출력을 뛰어넘는 4기통 2.0L 디젤 엔진의 완성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 벨라는 레인지로버의 네 번째 SUV 모델로 정확히는 이보크와 스포츠 사이에 위치하는 서열상 세 번째의 모델이다. 종래 디스커버리가 감당하던 영역이었지만 신형 디스커버리는 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위치를 담당하게 됐다. 수년 전부터 SUV의 전 세계적 판매 호조를 예견했던 재규어 랜드로버(이하 JLR)는 재규어에 SUV를 추가하는 것은 물론 기존 라인업의 재편 작업을 수년째 진행해온 상태. 고급스러운 레인지로버와 실용성 중심의 랜드로버로 성격을 구분한 뒤 각 브랜드의 영역을 더 쪼개고 세분화시켰다. 그러니까 레인지로버의 이름을 이어받은 벨라가 어떤 성격의 차일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단종된 디펜더의 후계차종이 등장하는 2년 뒤면 두 브랜드의 정체성은 더욱 명료해질 것이다. ​대단한 익스테리어, 그걸 뛰어넘는 인테리어국내에서는 재규어의 치프 디자이너 이안 컬럼이 유난히 강조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걸출한 디자이너가 바로 랜드로버를 이끄는 제리 맥거번이다. 지나칠 정도로 선명한 역사를 가진 2박스 SUV의 한계를 매번 보란 듯이 돌파해 버리는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태양 빛 아래 실체를 드러낸 벨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오직 간결한 선과 면만 이용한 담백한 방식이지만 결과물은 엄청 스포티하다. 그 와중에 레인지로버만의 헤리티지는 모조리 담아 놓았다. 방식은 담백한데도 “간결함 속에 시간을 초월한 품질이 담긴다”는 그들의 말에 진심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 ​​​매트릭스 레이저 LED 헤드라이트를 사용한다​​ 벨라는 ‘간결함 속에 시간을 초월한 품질이 담긴다’는 레인지로버의 디자인 철학이 분명하게 담긴 차다​이 매력적인 디자인의 속을 채운 것은 최신의 D7a 플랫폼. 이미 재규어 F-Pace가 사용한 JLR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플랫폼이다. 2874mm의 휠베이스가 완전히 동일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리어 오버행이 긴 벨라의 특성상 전장은 13mm 더 길다. 처음 차 문을 열 때면 당황할 수도 있다. 매끈한 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도어핸들까지 전동식으로 접어 넣은 탓이다. 이런 방식의 신뢰성이 염려스러울 수도 있지만, 영하 20도의 결빙 상태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한다고 한다. 실내에서도 간결함을 위해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물리 스위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내는 검은색 패널 일색이다. 계기판과 대시보드에 LCD를 쓰는 것은 이제 고급차에서 흔한 광경이지만, 벨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공조 컨트롤과 센터콘솔까지 모조리 터치 LCD화한 것이다. ​시동을 걸면 센터콘솔의 화면이 스르륵 각도를 바꾸면서 모든 화면이 일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픽셀이 보이지 않는 선명한 이미지는 기존 모델 대비 해상도를 56% 끌어올린 고해상도 모니터 덕분. 글씨의 가독성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으며, 선택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듯 바뀌는 인터페이스가 무척 역동적이다. 물리적 스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LCD 화면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온도조절 로터리노브 같이, 기능과 디자인을 양립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지형반응장비의 조작 인터페이스로 스르륵 바뀔 때에는 그 센스와 아이디어에 감탄이 절로 인다.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센터콘솔의 버튼까지 모두 없앴다 ​간결한 기능에 중점을 둔 대시보드. 공조컨트롤을 포함한 전 기능이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된다 전장이 4.8m가 조금 넘는 차이니만큼 운전은 상급의 레인지로버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며, 감각적으로는 조금 큰 이보크를 모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그 달리기 성향은 이보크와는 전혀 다르다. 이 차의 기반이 된 D7플랫폼은 원래 재규어의 후륜구동 세단을 위한 세로배치 엔진 플랫폼으로 나온 것이다. 감각적으로도 차고가 높아진 FR 세단 쪽에 가까울 수밖에. ​막강한 상품성의 레인지로버시승차는 2.0L 디젤 사양. 벨라는 2톤이 넘는 무게의 차이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240마력에 51kg·m의 토크를 1,500rpm에 분출하는 최신의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다. 치열한 다운사이징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이 고성능 디젤 엔진은 결코 가볍지 않은 차를 가뿐하게 밀어 붙인다. 0→시속 100km 가속을 7.3초 만에 끝내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서도 지치는 기색 없이 가속을 이어 나간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고급 SUV로서 응당 기대했던 수준 이상. 제원상 최고속도에 다가가지 않고서야 이 엔진에 불만을 가지게 될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2.0 트윈터보 디젤 엔진 모델은 0→시속 100km 가속 7.3초, 최고시속 217km를 발휘한다 ​승차감은 중량에 걸맞게 편안하다. 어지간한 요철은 서스펜션의 움직임만으로 깔끔하게 처리해 버리며, 도로의 단차를 타넘으며 전해졌어야 할 거친 충격도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이 한번에 걸러낸다. 그러면서도 핸들링은 빠릿빠릿하다. 중량과 잘 만든 하체, 이 둘이 선사하는 안락함은 정속주행시 최고에 이른다.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보여주었던 핸들링과 코너링에서 이 차의 흠을 찾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정도의 주행으로는 벨라의 자랑인 토크 벡터링의 악착같은 트랙션을 경험해볼 기회는 끝까지 오지 않았다. 여전히 수준급이라는 지형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와 650mm에 이르는 도강능력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직접 만나본 벨라는 레인지로버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획기적으로 재해석한 차다. 다만 레인지로버의 혈통을 잇는 차다 보니 그만한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비싼 차인 만큼 초기 시장의 반응은 V6 3.0L 디젤에 집중되어 있지만, 만약 벨라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4기통 2.0L 트윈터보 디젤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다운사이징 기술이 응집되어 있는 인제니움 엔진은 이미 수년 전의 3L 디젤을 뛰어넘는 출력을 내며, 4기통 디젤이라 생각하기 힘든 진동과 소음 대책이 충실하게 반영된 수작이다. 2.0L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벨라를 대표하는 파워트레인으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4WD 시스템은 평상시 구동력을 앞뒤 50:50의 비율로 배분하며, 도로 상황에 따라 리어 100%에서 프론트 100%까지 자유자재로 제어한다​ 
극과 극- 지프 랭글러 & 미니 컨트리맨 [3부] 2017-09-27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극과 극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JEEP WRANGLER & MINI COUNTRYMAN동그란 램프끼리눈을 씻고 찾아봐도 닮은 구석이라곤 동그란 램프뿐. 비슷한 가격과 SUV 장르의 틀 안에서 두 차는 확연한 극과 극이다. 둥근 차와 각진 차, 온로드와 오프로드 또는 가솔린과 디젤의 극적인 만남. ​​​#1 랭글러는 원조 SUV에 기원을 둔 정통 오프로더다. 험지에서 버텨야 할 극한의 내구성과 어디든 갈 수 있는 신뢰성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편안한 승차감과 치밀한 마감 같은 건 그다음 얘기다.​#2 컨트리맨은 도심에 녹아든 SUV다. 사실 SUV를 닮은 해치백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오프로드보단 온로드가 먼저다. 도로 위에서 해치백처럼 날쌔고 안정되게 달리는 게 우선이다.​​다른 극끼리 만나면 서로 당긴다 했던가. 각자 다른 세상을 사는 랭글러와 컨트리맨을 붙여놓으니 의외로 잘 어울린다. 한 차고 안에 넣어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두 차는 비슷한 가격대의 SUV이긴 하지만 서로 워낙 달라 경쟁관계라기보단 협력관계에 가깝다. 마치 카메라의 멀리 보는 망원 렌즈와 넓게 보는 광각 렌즈처럼.  ​둥근 놈과 각진 놈‘클래식 세트’. 두 차를 묶어 팔면 이렇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 랭글러는 지프의 기원 윌리스 MB의 직속 후손이며, 컨트리맨은 60년대 원조 미니 컨트리맨을 계승한다. 랭글러는 군용차에, 컨트리맨은 마이크로카에 각각 뿌리를 뒀다. 클래식하지만 스타일이 전혀 딴판인 이유다. 하나는 각졌고 하나는 둥글둥글하다. 그래도 원조 모델들의 등장 시기가 비슷해 둘 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네모난 테일램프를 달고 있는 게 마치 배다른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이 세트로 묶기에 딱 좋다.클래식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컨트리맨은 최신 유행을 적극적으로 버무린 반면, 랭글러는 유행엔 관심 없다는 듯 뚝심 있게 제 자리를 지킨다. 두 차가 유일하게 닮은 구석인 헤드램프만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컨트리맨은 타원형 램프에 LED 프로젝션 램프 등으로 멋스럽게 꾸몄지만 랭글러는 그저 누런 원형 할로겐램프만 덜렁 붙어 있을 뿐이다. 이건 테일램프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랭글러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터프한 랭글러는 섬세한 LED보다 무심한 할로겐이 더 어울리니까.​ 둘 다 둥근 헤드램프가 달려 있지만, 컨트리맨은 LED로 화려하게 꾸민 반면, 랭글러는 군용차처럼 무심하다​큰 랭글러에 작은 테일램프, 작은 컨트리맨에 큰 테일램프​직접 문을 당겨보면 성격차이는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한쪽은 묵직하게, 나머지 한쪽은 경박할 정도로 가볍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연히 랭글러 쪽이 무거우리라 예상하겠지만, 묵직한 건 오히려 컨트리맨 쪽이다. 랭글러는 문짝을 떼어낼 수 있게 외부에 튀어나온 경첩으로 붙여놓은 탓에 진짜 군용차처럼 가볍다. 올라타는 감각도 극과 극이다. 컨트리맨은 높이가 적당해 마치 사무실 의자 앉듯 손쉽게 앉을 수 있지만, 랭글러는 말 그대로 올라타야 한다. 그래도 고생스럽게 올라온 수고는 탁 트인 시야가 보상한다. 넓은 시야 덕분에 랭글러는 평평한 시트의 불편함도,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성의 없는 마감도 모두 용서된다. 그저 캐주얼한 직물시트에 앉아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찰 뿐이다. ​​동그라미를 많이 써 클래식하게 꾸민 미니의 실내.고급 소재와 마감 등은 랭글러보다 한 수위다 랭글러도 동그라미가 많아 클래식하다. 시트 높이가 매우 높아 개방감이 좋은 게 특징​​반면, 컨트리맨은 시트가 낮고 좌우 볼스터가 높게 불거져, SUV인데도 고성능 분위기가 감돈다. 공간은 밖에서 보이는 그대로다. 큰 랭글러와 작은 컨트리맨. 뒷좌석도, 트렁크도 랭글러가 훨씬 넓다. 그런데 뒷좌석에 오랜 시간 앉아야 한다면 좁은 컨트리맨이 더 낫다. 뒷좌석 등받이가 조절되고 앞뒤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춘 만큼 더 안락하다. 랭글러는 이등병처럼 등받이가 꼿꼿하게 서 있어 장거리 주행의 필수 코스인 잠을 청하기가 힘들 것 같다.​​​​랭글러는 넓지만 허술하고, 컨트리맨은 좁지만 치밀하다​​17인치와 19인치두 차의 주행 성격은 타이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랭글러는 17인치 휠에 245mm 너비, 편평비 75의 오프로드 타이어를, 미니는 거대한 19인치 휠에 225mm 너비와 편평비 45의 온로드 타이어를 신었다. 휠은 미니가 훨씬 크지만 바퀴 전체 지름은 랭글러가 165mm나 더 큰 셈. 오프로드의 날카로운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큼직한 타이어와 높은 편평비로 코너의 쏠림을 끈끈하게 붙들어야 하는 온로드 타이어의 대결이다.​​​타이어에 두 차의 확연히 다른 성격이 드러난다​그런데 시동을 걸면 뭔가 바뀐 것 같다. 덜덜거릴 것 같은 랭글러는 조용히 속삭이고, 조용할 것 같은 컨트리맨은 오히려 덜덜거린다. 이건 시승차 엔진의 차이로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6기통 3.6L 가솔린 엔진을, 컨트리맨 SD 올4는 4기통 2.0L 디젤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왠지 랭글러는 가솔린 엔진이라도 거칠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부드러워 인상적이다. 진동도, 소리도 거의 없다.조용한 엔진 덕에 랭글러의 저속 승차감은 꽤 안락하다. 높은 시트에 앉아 6기통 특유의 풍부한 음색을 들으며 달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컨트리맨은 탄탄하면서도 잔진동을 잘 거르는 서스펜션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지만, 4기통 디젤 엔진의 정숙성은 6기통 가솔린 엔진 앞에서 자연스레 칭찬을 아끼게 된다.​​ 랭글러는 V형 6기통 3.6L 가솔린 엔진, 컨트리맨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을 얹었다​​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두 차의 평가는 뒤바뀐다. 컨트리맨 디젤의 진동은 rpm이 높아지면서 사그라지고 매우 잘 짜인 쫀득한 서스펜션의 승차감만 남는다. 반면 랭글러는 여전히 6기통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지만, 경직된 앞뒤 리지드액슬 서스펜션과 섀시와 차체 사이 고무 부시의 유격이 작은 진동도 털털거리며 받아낸다. 시트가 높아 작은 충격에도 운전자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기까지 하니, 승용차만 타던 사람에게는 다소 불쾌할 수 있겠다.가속력도 마찬가지다. 저속에서는 랭글러가 284마력의 충분한 힘으로, 컨트리맨이 40.8kg·m의 강력한 토크로 밀어붙여 둘 다 속 시원하게 내달렸지만, 고속에선 컨트리맨과 랭글러의 거리가 벌어진다. 랭글러는 강력한 6기통 엔진에도 불구하고 각진 차체와 2톤이 넘는 무게, 5단 자동변속기에 발목 잡혀 고속에서 컨트리맨을 쫓을 수 없었다. 반면 컨트리맨은 8단 자동변속기가 효율적으로 힘을 나눠 시속 200km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래도 가속할 때 소리는 6기통 가솔린의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랭글러가 더 멋지긴 하다.​​​​​코너링 실력은 굳이 얘기할 필요 있을까. 납작한 차체, 쫀득한 서스펜션, 묵직한 운전대가 어우러진 컨트리맨은 커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카트 필링’이 남아 있다. 반면 랭글러는 코너를 빠르게 돌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오프로드 타이어는 도로 위에선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높은 차체는 뒤뚱거리며, 튼튼한 리서큘레이팅 볼 방식 스티어링은 유격을 허용한다. 그러니 코너에서는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는 편이 낫다.​17인치의 반격도로 위에서 컨트리맨이 랭글러를 비웃었지만, 도로를 벗어나자 컨트리맨은 품에서 내려놓은 강아지처럼 맹견 랭글러 앞에서 꼬리를 말았다. 비가 내린 뒤의 흙탕길에서 컨트리맨은 바닥 닿을 걱정에 고개를 치켜들고 사뿐사뿐 움직여야 했고, 랭글러는 그저 맘 편히 달렸다. 컨트리맨이 갈 듯 말 듯한 길에서 랭글러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 높게 솟은 시트에서 마치 정복자라도 된 양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내달렸다. 혹시 미끄러져도 상관없다. 4륜구동 레버를 당기면 앞바퀴 좌우 동력이 5:5로 고정되면서 거칠 것 없이 나아간다. 컨트리맨의 ‘올4’ 사륜구동도 꽤 안정적이긴 했지만, 바닥 긁힐 걱정에 제 실력을 뽐내기 힘들었다. ​온로드에서 빛났던 컨트리맨의 서스펜션도 오프로드에선 빛이 바랬다. 스프링이 너무 탄탄해 고르지 않은 길에서 네 바퀴를 제대로 땅에 붙일 수 없었다. 랭글러는 리지드액슬로 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달리는데 말이다. 랭글러의 도로 위에서 불편했던 서스펜션과 조향장치들은 반대로 도로를 벗어나자 숨겨두었던 진가를 발휘했다. 그래도 컨트리맨의 탄탄한 골격은 어디에서나 든든했다. 좌우가 비틀리는 돌길이라도 ‘삐거덕’ 앓는 소리 한 번 없이 통과했다. 타이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골격은 걱정 없다. 오히려 앓는 소리를 낸 건 랭글러지만, 이건 탈착식 지붕에서 들려오는 어쩔 수 없는 소리다. ​ ​​데일리카와 세컨드카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랭글러와 컨트리맨을 번갈아 탔다. 컨트리맨은 온로드 성능에, 랭글러는 오프로드 성능에 각각 치중한 탓에 둘 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타기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이 중에서 더 편한 차를 고르라면 역시 컨트리맨이다. 쫀득한 승차감과 묵직한 조향감 덕분에 어떤 속도에서든 안정적이다. 젊은 취향답게 노면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지만, 그 충격을 부드럽게 둥글릴 줄 안다. 조금 흔들리더라도 불안한 기색이 없어 운전자는 맘 편히 달릴 수 있다.랭글러는 마음 놓고 타기엔 스티어링 쪽이 걸린다. 유격이 제법 커 직진하는 중에도 계속 조정해야 한다. 크게 신경 쓰일 만큼은 아니지만 고속에서 운전대가 묵직해지는 컨트리맨에 비하면 안정감이 다소 떨어졌다. 승차감이 둘 다 좋은 편은 아니어도 컨트리맨은 역시 도로 위에서 운전이 즐겁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시승 중 연비는 랭글러가 리터당 7km, 컨트리맨이 15km 정도를 기록했다. 시승 환경이 다소 가혹했던 걸 감안해도, 고속주행이 많았기 때문에 둘 다 공인연비(랭글러 6.5km/L, 컨트리맨 13.1km/L) 만큼의 효율은 나온 셈. 랭글러가 예상외로 높았지만 그래도 미니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같은 거리를 달리면 랭글러가 비싼 가솔린을 두 배 넘게 먹어치운다는 소리다. 작고 가벼운 디젤차 앞에서 무겁고 큰 네바퀴굴림 가솔린차의 한계는 명확했다.지프 랭글러와 미니 컨트리맨은 함께 놔두면 딱 좋은 그림이다. 클래식한 분위기로 차고를 채우면서도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아우른다. 온로드는 ‘고카트 필링’이 남아 있는 컨트리맨으로, 오프로드는 두말할 것 없는 오프로드의 대명사 랭글러로 말이다. 그래도 이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이땐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매일 함께 하는 차라면 컨트리맨이, 세컨드카로 탄다면 랭글러가 좋겠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 
극과 극- 쉐보레 카마로 & 로터스 엘리스 [2부] 2017-09-25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CHEVROLET CAMARO & LOTUS ELISE엔진이 지배하거나 차체가 주인공이거나 카마로와 엘리스는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택했다. 고출력 엔진과 경량화 말이다. 엔진 배기량부터 구동형식까지, 공통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두 대가 맞붙었다.​ ​#1 카마로SS는 고출력 엔진을 더한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녹아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풍부한 편의장비를 갖추어 상품성도 빠지지 않는다. 5,000만원대로 이토록 짜릿하게 달릴 수 있는 차는 앞으로도 흔치 않다. ​#2 엘리스는 경량화에 집중했다. 출력이 높지 않은 까닭에 수치로 보는 성능은 낮지만 작고 가벼운 차체가 코너에서 펼치는 쾌감은 고출력 차의 즐거움보다 결코 작지 않다. 스포츠카는 숫자로 말하는 차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표현하는 차다.     빨리 달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공력성능 개선이나 고출력 엔진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변함없다. 바로 ‘차체를 이끌 힘’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 이런 정공법을 택한 것이 미국차다. 넓은 땅덩어리에서 나오는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기름값은 대배기량 엔진의 크고 우람한 차들이 굴러다니기에 최적의 환경. ​이런 토양에서 태어난 머슬카는 존재감 넘치는 풀사이즈 차체에 8기통 고출력 엔진을 얹은, 전성기 미국차를 상징하는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70년대 닥친 두 번의 오일쇼크로 인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일본차의 공세로 어려운 시절을 맞게 되며 현재는 명맥이 끊긴 상태. 그렇다고 그 흔적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6세대 쉐보레 카마로SS는 현대판 머슬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포니카 태생인지라 차체가 조금 작을 뿐, 453마력의 순수하고 강력한 V8 6.2L 자연흡기 엔진은 힘이 곧 캐릭터였던 머슬카의 그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강력한 엔진이 곧 캐릭터국내에 정식 소개된 5세대 카마로는 허술한 상품성을 눈감아줄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에 등장한 6세대 카마로SS는 콜벳 ZL1 엔진을 그대로 옮겨오며 성능에 목말라 있던 마니아들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이러한 성능을 감당하는 차체는 의외로 평범하다. 캐딜락 ATS, CTS와 함께 공유하는 알파 플랫폼 기반이다. 실제 운전석에 앉아보아도 파묻혀 운전하는 스포츠카 자세보다는 적당한 시트 높이가 승용차에 가깝다. ​​​​​실내는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밴트와 번쩍이는 금속 장식, 여기에 검은색 실내 트림이 만들어내는 묵직함을 함께 버무려 차 성격에 걸맞은 터프함을 갖췄다. 그렇다고 날것 느낌은 아니다. 보스 오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후측방경고, 차로이탈경고 등 5,000만원대 수입차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편의장비를 탑재해 한국 시장에 대한 GM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터프함과 세심함이 공존하는 카마로의 실내​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밴트​시동을 걸면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V8 6.2L 엔진의 진동이 손끝을 타고 운전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주행모드는 투어, 트랙, 스포츠 세 가지. 모드에 따라 도어트림 LED 조명과 계기판 컬러,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각기 다르다. 투어 모드에서는 반 박자 늦은 가속 페달 응답과 가벼운 스티어링 휠이 GT카다운 편안함을 강조하고, 트랙과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붉은색 LED 조명이 카마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운다. ​ ​​OHV V8 자연흡기 6.2L는 요즘 보기 드문 엔진이다 ​ 주행모드에 따라 도어트림 LED 조명 색이 달라진다​​보닛 에어밴트로 고출력 엔진을 암시한다​​실제 성능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요즘 보기 드문 OHV 엔진의 순수하고 위협적인 힘이 뒷바퀴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시속 200km를 넘기기 일쑤. 발을 거칠게 놀리면 차선변경 때조차 차 꽁무니를 흔든다. 하체는 이런 힘을 효율적으로 도로에 전달하기 위해 델파이사의 마그네틱라이드(자기 유체식 가변 댐퍼)를 사용했다. 즉각적인 감쇄력 변화가 장점이며 실제 고속코너와 굴곡이 많은 노면에서도 육중한 차체를 노면에 눌러붙이는 등 만족스런 성능을 보인다. 물론 모든 면이 흡족한건 아니다. 브레이크는 콜벳 ZL1과 같은 브렘보 6피스톤 시스템. 단 두 번의 고속 브레이킹에서 보여준 카마로의 제동성능은 출력을 감당하기에 다소 부족해 보였다. ​​​시승하는 동안 부담이 되리라 생각된 것은 이 차를 굴리기 위한 비용적인 측면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고성능을 맛볼 수 있지만 유지비마저 저렴한 것은 아니기 때문. 특히 453마력을 감당해야 하는 뒤 타이어는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타이어 교환에 따르는 오너의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배기량에 따른 높은 자동차세와 스포츠카 보험료를 생각하면 만만한 차값만 보고 함부로 덤벼선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 부담은 또 있다. 바로 한계를 알기 어려운 차의 움직임이다. 너무나도 쉽게 속도가 오르고, 차체 뒤가 흐르기 때문에 부주의하게 몰아붙이는 운전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을 모두 감안해도 카마로SS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평범한 사람도 꿈꿀 수 있는 고성능, 카마로SS를 칭찬하는 이유다. ​ ​‘빠르다’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지 않았을까? 노폭이 좁고 굽은 도로가 흔한 영국에서는 코너를 섭렵하는 차가 진정 빠른 차라 보았을지 모른다. “강력한 엔진은 직선에서만 빠르지만, 무게가 가벼우면 어느 곳에서든 빠르다”고 말해왔던 로터스 창업주, 콜린 채프먼의 제조철학 역시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로터스 대표 스포츠카, 엘리스는 경량화에 집중했다. 이 차의 핵심은 미드십 구조의 알루미늄 배스터브 섀시. 뼈대 무게가 채 80kg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체 한가운데에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를 몰아넣어 주행에 유리한 무게배분과 낮은 무게중심을 손에 넣었다. ​가벼운 섀시가 주인공인 차스트레칭하듯 유연한 몸놀림으로 높고 넓은 문턱을 넘어서면 로터스 특유의 간소한 실내와 마주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장비라고는 계기판과 오디오 데크, 공조장치 스위치 몇 개가 전부. 그나마 파워윈도와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다름이다. 버킷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고정된 간결한 구성, 실내 바닥은 섀시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단지 얇은 플로어 매트 한 장을 덧대 체면치례를 했다. 이렇듯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엘리스의 무게는 866kg. 어지간한 경차보다도 100kg 가볍다. ​ 간소한 실내는 계기판과 오디오 데크, 공조장치 정도가 전부다배스터브 섀시는 높고 넓은 문턱을 만들었다​요즘 차 중 이보다 더 간결한 공조장치는 아마 없을 게다​​​시트에 앉으면 지면과 한껏 가까워진 기분이다. 힙포인트가 어찌나 낮은지 팔을 뻗으면 아스팔트에 닿을 정도. 자연스레 엉덩이와 페달 높이가 일직선에 놓이게 되는 까닭에 페달을 미는 자세로 앉게 되는데, 마치 카트를 탄 듯한 느낌이다. 시동을 걸면 뾰족한 소리의 토요타 1.6L 엔진이 깨어난다. 최고출력 136마력에 최대토크 16.3kg·m의 보잘 것 없는 출력이지만 등 뒤에서 펼쳐지는 진동과 소리의 긴장감은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다. 엘리스의 스티어링은 군용차에서나 느껴본 이른바 ‘논 파워 핸들’이다. 게다가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은 처음 타는 운전자가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부터 녹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체 중량이 가볍고 앞바퀴 단면폭이 175mm인 까닭에 생각보다 조향이 무겁지 않다는 것.  하지만 속도를 붙이면 이러한 불편함이 쾌락으로 돌아온다. 센터 필링을 어느 차보다 명쾌하게 알 수 있고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맞닿는 느낌이 하나하나 손끝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스로틀과 금속 케이블로 연결한 가속 페달은 또 어떤가. 스포츠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반응을 과장하는 최신 스포츠카와 달리, 운전자가 밟은 만큼 즉각적으로 반응해 사람과 차가 하나 되는 기분이다. ​​​촘촘한 기어비의 6단 수동변속기는 짜릿한 손맛을 추구한다토요타 소형차의 1.6L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었다​디퓨저와 엉덩이를 치켜 올려 공력성능을 개선했다 라디에이터는 앞쪽에 배치했다​굽은 도로를 들어서면 엘리스의 진가가 최고조에 달한다. 어떻게 몰아붙여도 흐트러지는 법 없는 저중심 차체가 끈끈한 타이어와 만나 높은 한계를 체감할 수 있고, 여기에 레이스카 노하우가 집약된 서스펜션 세팅이 어우러져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온종일 엘리스와 격한 데이트를 끝내고 차에서 내리자 손바닥이 화끈거린다. 볼 타입 금속 기어노브를 하루 종일 움켜쥔 채 엘리스를 조종했기 때문이다. 손바닥 아픈 것도 모른 채 차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듯 생생하게 움직이는 차의 쾌감은 사소한 불편함 따위 잊어버릴 만큼 매력적이다.​ ​​열 가지 불편함 덮을 한 가지 즐거움엘리스의 작은 차체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차체 높이가 성인 허리도 못 닿을 만큼 땅바닥에 붙어 있고 치켜 올린 엉덩이는 디퓨저와 함께 우아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시승차의 노란색 보디와 검은 캔버스 지붕의 컬러 조합은 마치 여왕벌을 연상시킨다. 날쌔고 우아한 엘리스의 드라이빙 캐릭터를 생각하니 여왕벌 이미지와 잘 어울려 보였다. 엘리스는 엔진출력이 높지 않은 까닭에 수치로 보는 성능은 그리 대단치 않다. 그러나 작고 가벼운 차체가 코너에서 펼쳐내는 쾌감은 고출력 차의 즐거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포츠카는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로터스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물론 편의성과 승차감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열 가지 불편함을 덮고 남을 한 가지 즐거움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하게 만든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극과극- 메르세데스 벤츠 SL400 & 피아트 500C.. 2017-09-25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극과 극 ​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MERCEDES-BENZ SL400 & FIAT 500C낭만의 조건네 바퀴로 달린다는 것과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 포개지지 않는 두 대의 자동차. SL과 500C가 파란 가을하늘 아래 조우했다.​​ #1 SL은 결단코 힘이 세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까지 끝끝내 잡아끌고야 만다. 전형적인 FR 스포츠카 비율이, 목청까지 좋은 고성능 파워트레인이, 새빨간 고급 가죽 시트가 곁눈질로라도 한번쯤 쳐다보게 만든다. 무려 2가지 실루엣과 고작 2개의 시트를 지닌 까닭에 소수의 낭만주의자에게만 자신을 허락한다. 때때로 그 모습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된다. #2 “이 차 특이하다.” 500C를 보면 누구든 한 마디씩 던진다. 그들의 관심이 질투나 시기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 설령 운전자와 눈을 마주쳐도 굳이 고개 돌리진 않는다. 성능이나 장비는 대단치 않지만, 유럽 대표 패션카가 지닌 독보적인 감성은 쉽사리 대체할 수가 없다. 때로는 어렵지 않게 누군가의 꿈을 실현시킨다.​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SL400과 500C 사이엔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SL400 한 대 값이면 500C 4대를 사고도 현대 아반떼 한 대 값을 거슬러받을 수 있다.두 차는 가격만큼이나 성격의 차이도 크다. SL은 장거리를 빠르고 안락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포츠 GT, 500C는 도심을 요리조리 누비는 데 최적화된 시티카다. 루프 형태와 전개방식에도 닮은 구석이 없다. 하나는 하드톱 로드스터고, 다른 한 대는 4인승 해치백에 소프트톱을 더한 픽스드 프로파일(Fixed-profile) 컨버터블이다. 네 바퀴로 달리는 것 말고는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차가 한 자리에서 만난 이유는 단 하나.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 컨버터블 루프 때문이다. ​1억원대 럭셔리 GT와 2,000만원대 시티카SL은 수퍼모델처럼 늘씬한 스포츠카의 비율을 지녔다. 루프 적재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길게 잡아당긴 데크와 긴 리어오버행만이 전형적인 FR 스포츠카의 디자인 공식에서 벗어날 뿐이다. 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 거기에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과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해 하이테크와 럭셔리 감각을 한 데 버무렸다. 보닛 위 과격한 파워 벌지, 프론트 펜더 뒤편 에어벤트는 주저 없이 흉흉함을 드러낸다.​ 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SL은 ‘Super Light’의 줄임말이다. 6세대 들어 적용된 알루미늄 보디셸은 스틸보다 110kg 가량 가볍다. 1952년 경량 튜블러 프레임을 선보인 오리지널 SL의 명성을 그대로 계승한 셈. 덕분에 루프 개폐장치와 안전·편의장비를 잔뜩 싣고도 무게는 2톤에 한참 못 미친다. 제아무리 ‘엄청나게 가벼운’ 혈통이라도 차급엔 장사 없다. 500C에 성인 남성 10명을 구겨 넣어야(755kg) SL400의 공차중량과 비슷해진다. SL은 500C에 비해 1m 이상 길고 폭이 한 뼘 더 넓다. 하지만 웬일인지 키는 막둥이 동생 같은 500C가 한 뼘 정도 더 크다. 늘씬하고 유려한 SL과는 달리 500C는 조약돌처럼 다부지고 앙증맞은 체구를 가졌다. 길이와 폭은 국내 경차 규격을 만족시키지만, 너비는 딱 4cm 넘친다. 실루엣은 앞에서나 옆에서나 모서리를 둥글린 사다리꼴 형태. 덕분에 짧고 좁고 껑충한 차체에 안정감이 생겼다. ​​​누오바 500으로부터물려받은 앙증맞은 얼굴. 쉽게 질리지 않을 인상이다​500C의 지붕은 필러와 루프의 측면 골조는 그대로 두고 상단 페브릭과 뒤창만 켜켜이 접히는 방식이다. 이 차의 조상 격인 500 토폴리노와 누오바 500뿐만 아니라, 시트로엥 2CV(1948)와 닛산 휘가로(1991)도 이 같은 루프 바리에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특이한 루프 구조 덕분에 500C는 시속 80km로 달리면서도 지붕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도심 주행이 많은 편이라면 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고마울 것이다. 섬세한 오너라면 톱을 어디에서 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게 흡족할 터다. 루프를 끝까지 접어 테일게이트 상단에 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5초. 지붕을 열면 앞창 위에 나지막한 윈드 디플렉터가 고개를 든다.​​​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톱을 어디에서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적재용량은 152L. 일반 500에 비해 100L 이상 좁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663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SL400의 바리오 루프 시스템은 정지 상태에서만 작동을 시작하고, 시속 40km 이내에서 동작을 이어간다. 열거나 닫는 데 15초가 걸린다. 버튼을 누르면 헤드레스트 뒤편에 근사한 윈드디플렉터도 솟아오른다. 루프를 열고 닫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하드톱 로드스터의 가장 큰 매력. SL은 극도의 개방감을 주는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소음 따윈 걱정 없는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단 15초 만에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루프를 열려면 손수 여닫아야 했던 트렁크 안쪽의 세퍼레이터가 6세대 부분변경 이후부터 자동으로 움직인다​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견고한 느낌의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을 형상화한 네 개의 원형 에어벤트, 입체적인 D컷 스티어링 휠은 누구라도 이 차 운전석에 앉아보고 싶게 만든다. 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 스카프도 달렸다. ​​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사실을 분명히확인시켜준다​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스카프도 달렸다​500C의 인테리어는 온통 플라스틱 일색. 고급감과는 거리가 멀다. 동그라미를 테마로 하는 올망졸망한 디자인이 호감도를 가까스로 만회한다.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곧추선 윈드 실드와 넓은 옆 창, 높은 시트 포지션이 열어준 탁 트인 시야다. 기아 모닝보다 10cm나 짧은 휠베이스 탓에 뒷좌석은 다소 옹색하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앉을 만한 공간인데, 그마저도 등받이 각도가 가파르고 헤드레스트를 충분히 높일 수 없다.​​​플라스틱 일색의 인테리어는 고급감과 거리가 멀다​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각각 하나씩 접이식 팔걸이를 달았다​​367마력 V6 트윈터보와 102마력 4기통 자연흡기 SL400은 3.0L V6 트윈터보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0.9kg·m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시간이 짧고, 다운시프팅시 회전수 보상도 척척 해내는 명민한 9단 변속기 덕에 가속 감각은 시종일관 경쾌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구형보다 0.3초 앞당긴 4.9초. 사운드는 가히 스포츠 버전 V8과 견줄 만하다. 트윈터보 엔진이 쏟아내는 날카로운 고음과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내뱉는 웅장한 저음에 고소한 팝콘 튀기는 소리가 곁들여져 달리는 맛을 한껏 북돋운다. ​​367마력, 50.9kg·m의 힘을 발휘하는 3.0L V6 트윈터보 엔진​파워트레인을 압도할 만큼 견고한 섀시는 스티어링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무게이동 과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자세제어 능력과 승차감을 모두 챙긴 서스펜션 역시 압권이다.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에 유압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보디 컨트롤(ABC)이 적용됐다. 코너링시 차체를 코너 안쪽으로 기울여 롤을 억제하는 다이내믹 커브 기능 덕분에 와인딩 로드를 조금 더 빠르고 예리하게 공략할 수 있다. 500C에 들어가는 1.4L 엔진의 동력 제원(102마력, 12.9kg·m)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 반응이 무딘 가속 페달을 힘껏 지르밟으면 엔진이 6,000rpm까지 회전수를 올리며 걸걸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나 가속은 목청을 따라가지 못한다. 공식적인 최고속도 데이터는 없으나 대략 시속 160km까지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쓸 만한 고속 크루징 실력을 지녔지만, 500C의 진가는 아무래도 도심을 경쾌하게 휘젓고 다닐 때 나타난다. 전륜과 후륜의 간격이 짧아 좁은 골목을 날렵하게 누비는 재미가 제법이다.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솔직한 스티어링 휠은 조향감각이 꽤나 예리하다. ​​​ 1.4L 멀티에어 엔진의 동력 제원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두 하늘바라기SL400의 안전장비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3세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엔 스티어링 파일럿이 포함된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비롯해 교차로 기능을 지원하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이탈 어시스트, 프리 세이프 플러스 등이 포함된다. 윈드실드 안쪽에 달린 스테레오 다기능 카메라는 최대 500m 전방의 큰 사물을 주시하며 50m 앞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레이더는 총 6개. 프론트와 리어 범퍼 옆면에 25GHz 단거리 레이더 4개가 달렸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중장거리 레이더, 리어 범퍼 중앙에 멀티모드 레이더가 담겼다. 그에 반해 500C의 안전장비는 단출하다. 운전석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과 ESC(전자식 자세제어 장치)로 최소한의 안전을 챙겼다. 편의장비는 더욱 간소하다. 그 흔한 오토 헤드램프나 오토 와이퍼가 없다. 선바이저 뒷면 화장거울 조명조차 빠졌고 스티어링 휠 텔레스코픽 기능과 후방카메라도 생략됐다. 하지만 국내 판매 모델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미국사양이다 보니 의외로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간다. SL은 S클래스 카브리올레의 고급감과 AMG GT C 로드스터의 역동성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지극히 우아한 자태와 흠잡을 데 없는 성능, 기대 이상의 안락성을 갖춘 완성도 높은 GT인 만큼 가격도 높디높다. 반면, 500C는 누구라도 손 뻗으면 닿을 높이에 있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신차가 기준)한 컨버터블이니까. 이 차 앞에선 미니 쿠퍼 컨버터블(4,230만~4,720만원)이나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3,190~3,390만원)도 슬며시 가격표를 숨기고 싶을 것이다.​​​"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에 그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하지만 낭만에 값을 매길 수는 없는 법. 오픈에어링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남다름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에 대한 욕심, 한 줌 용기와 자기애 한 큰 술이 필요할 뿐이다. 가격부터 성격까지 전혀 다른 두 대의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동안 경험한 햇살과 바람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컨버터블의 양 극단에서 바라본 하늘은 오직 하나로서 푸르렀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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