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이탈리아 현지시승] 페라리 GTC4루쏘 T 2017-04-21
FERRARI GTC4LUSSO T신곡(神曲)페라리 GT를 타고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누볐다. V8의 박력과 4WS의 달콤함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았다. 450L의 적재공간과 4개의 시트, 안락한 크루징 능력은 페라리라는 비현실적인 꿈을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 “뿌앙~빵~!”위협적인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철렁해 주변을 둘러봤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대형 트럭이 내는 소리였다. 놀란 토끼눈으로 트럭 운전석을 올려다봤다. 마침 그쪽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활짝 웃으면서, 엄지를 번쩍 들어 올린 채.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타고 달리다보면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차를 세워 두고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는 가족도 있었다. 차 앞에 아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던 아빠의 표정을 기억한다. 아이는 그저 예쁜 차 앞에 서 있을 뿐이지만, 아빠는 아이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를 꿈꾸게 해주고 싶었을 게다. 나미브 사막 상공을 자유낙하하던 35초의 전율,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쓰다듬던 사자 등짝의 감촉, 아내의 임신 소식에 눈가를 적시던 물기의 온도……. 새삼 서른다섯 짧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렇게 또 한번, 삶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는 자각으로서.​​​​눈부신 우상을 타고 달리면시승은 아침부터 시작됐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중세 요새가 출발지였다. 토스카나 주 시에나 현에 위치한 몬테리조니는 시에나와 피렌체의 전쟁이 빈번하던 시절 전략적 요충지였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神曲, Divina Commedia)에 언급되어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성벽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가만히 둘러봤다. 치열한 전투와 소소한 환희의 기억이 거대한 울타리 안에 질박하게 담겨 있었다. 성 안 7개의 광장 중 하나에 7대의 페라리라 도열해 있었다. 800년 세월을 품은 유적에서 최신 페라리를 마주친 관광객들은 걸그룹을 본 군인처럼 흥분했다. 눈부신 우상 가운데 하나에 올라탔다. 야생마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높고 좁다란 성문을 빠져나왔다. 그 옛날 말을 탄 기사들이 숱하게 지났을 문이었다.​​​관문을 나서자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푸르른 밀밭과 아이보리 빛 전통가옥, 흐트러짐 없이 곧게 자란 사이프러스 나무……. 신의 영역에 들어선 단테의 기분이 이와 같았을까? ‘신곡’에서 단테가 저승을 여행한 나이도 서른다섯.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GTC4루쏘 T는 크다(길이×너비×높이 4,922×1,980×1,383mm). F12 베를리네타보다 300mm 이상 길고, 40mm 가까이 넓으며, 110mm 더 높은, 페라리로선 거대한 차체를 지녔다. 길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거의 같다. 폭은 그보다 훨씬 더(130mm) 넓고 높이는 한참(약 80mm) 낮다. ​놀라운 건 휠베이스 역시 E클래스보다 50mm 더 길다는 것. 물론 E클래스보다 넉넉한 실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 특성상 캐빈룸을 엔진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그래도 페라리로선 엄청난 실내를 챙긴 셈. 성인 둘을 뒤에 태울 수 있고 트렁크엔 서너 개의 여행 가방을 실을 수 있다. 적재공간은 450L. 서스펜션과 연료통을 수납하느라 안쪽에 층이 졌지만 2열 시트 폴딩이 가능하고 스키스루도 달렸다. ​​​ ​ ​ 감각의 때를 벗기는 의식볼테라 지역의 와인딩 로드는 처음엔 지옥처럼 위태로웠다. 코너에 들어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추고 배에 힘을 줬다. 코너에 들어서고 벗어나는 감각이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차 같지도 않아서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결코 천천히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나중엔 그곳이 이승에서의 죄를 씻기 위해 머무르는 연옥(煉獄) 같았다. 코너와 코너를 돌아 코너와 코너를 공략하고 다시 코너에서 코너까지 달렸다. 그것은 마치 지금껏 익숙해진 감각의 찌든 때를 벗기는 의식 같았다. 온갖 물리법칙에 대한 연구 끝에 탄생한 차는 그게 다 뭐냐는 듯 무시하며 달렸다. 페라리에 적응하는 것은 시공간과 물리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 그 순진무구한 감각에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될 때쯤 커다란 차체가 바람결에 서서히 깎여나갔다.  ​​​ ​​언덕길에 차를 대고 한참 바라봤다. GTC4루쏘 T엔 페라리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 FF의 피가 흐른다. 412, 456, 612의 뒤를 잇는 4인승 페라리 FF는 612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시트를 실내에, V12 엔진을 앞가슴에 품었다. 이름은 ‘Ferrari Four’의 약자. 4개의 시트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지녔다는 의미다. ​  페라리에 적응하는 것은 시공간과 물리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 그 순진무구한 감각에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될 때쯤 커다란 차체가 바람결에 서서히 깎여나갔다.   FF는 지난해 후속모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름은 ‘그란투리스모 쿠페’(Gran Turismo Coupe)와 ‘4인승’과 ‘럭셔리’(Lusso)를 더한 좀 더 괴기스러운 조합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보디 스타일링과 4WS(4 Wheel Steering System) 추가가 새 이름을 정당화하는 근거였다. GTC4루쏘 T는 여기서 사륜구동과 V12를 빼고, 후륜구동과 V8을 담은 모델이다. V12 자연흡기와 V8 트윈터보는 GTC4루쏘라는 완전히 똑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쓴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20인치 단조 휠과 비스포크 테일파이프뿐이다.​ ​​속도를 물질세계로 옮겨와 빚으면 이런 모습일까? 사납게 치켜 올린 눈꼬리, 이쪽 볼에서 저쪽 볼까지 한껏 찢어진 입, 터질 듯 팽팽한 허벅지, 군살 없이 다부진 엉덩이, 코를 길게 빼고 루프를 한껏 잡아당긴 긴장감 넘치는 보디 라인. 왜건이니 실용성이니 하는 말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전체로서 차와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 부분이 하나같이 뜨겁고 또 맑았다. ​ ​ 드넓은 실내는 온통 가죽으로 뒤덮여 있다. 필러부터 무릎 아래, 선바이저와 도어트림 하단까지 온통 보드랍고 쫀쫀한 가죽이다. 실내 구성도 V12 루쏘와 다를 게 없다. 직관적인 10.25인치 터치스크린, 파트너와 주행정보를 공유하는 8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 역시 그대로 들어간다. 계기판 중앙의 커다란 타코미터는 운전자의 시야 정면에 자리잡고 눈싸움을 건다. 어디 한번 팽팽 돌려보라며 도발한다. 앞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대시보드, 제트기 엔진을 닮은 송풍구, 그 둘을 연결하는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카본 파이버 트림……. 뼛속까지 숨결까지 속도감이 배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그 자체로 강력했다. 손을 얹는 것만으로 세상을 쥐고 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동, 변속, 헤드램프 조절, 방향지시, 와이퍼, 마네티노(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조절부가 빼곡히 스티어링 휠에 올라앉았으니, 전지전능에 대한 망상이 어느 정도는 현실화된 셈이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새빨간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공이가 뇌관을 때린 것처럼 3.9L 트윈터보 V8이 격발된다.  ​ ​The Evil Twin with V8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마네티노를 컴포트에 놓고 고속 크루징 실력을 살핀다. 발끝에 힘을 싣지 않으면 시속 170km로 달리면서도 유유자적할 수 있다. 바이패스 밸브를 열고 숨을 죽인 배기 덕에 보닛 아래의 소곤거림과 타이어-노면 사이의 투닥거림만이 선명해진다. 그대로 가속 페달을 찌르거나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그때까지 자제하고 있던 다혈질 V8이 길길이 날뛴다. 킥다운 한 번에 기어를 세 단쯤 내려 물고 붉은 엔진을 핏빛으로 달군다. 배기음은 벌통이라도 건드린 듯 귓가에서 왕왕댄다.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 힘이 실린다. 사운드는 오금이 저릴 만큼 사나워진다.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속도를 집어삼킨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시속 250km도 순식간. 0→시속 100km 가속까지 3.5초, 0→시속 200km 가속은 10.8초, 죽자 사자 달리면 시속 320km까지 다다른다는 게 거짓이 아니었다. ​​​​ ​마네티노를 한 단계 더 돌릴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와 ESC OFF 모드 사이에는 절망적일 정도로 중간단계가 없으니까. 가속 페달을 바닥 깊이 묻고 달린다. 스티어링 휠 상단에 rpm 게이지가 차오른다. V8 심장과 날숨의 소리도 고조된다. 스티어링 휠 위의 게이지가 모두 점등되고 ‘지금이야!’라는 듯 깜빡인다. 오른손을 접어 딸깍 패들시프트를 당기자, 아아아아아아악~ 뻥! 프라이팬 위의 팝콘처럼 진동하던 세상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린다. 성난 야생마는 변속 충격과 동시에 공간을 집어삼킨다.   ​​​​​프라이팬 위의 팝콘처럼 진동하던 세상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린다. 성난 야생마는 변속 충격과 동시에 공간을 집어삼킨다.    ​​  지난 밤 있었던 테크니컬·마케팅 브리핑에서 페라리 프로덕트 매니저 마르코 베이가 말했다. “V12를 싣고 네바퀴를 굴리는 GTC4루쏘와 V8 터보를 얹고 뒷바퀴만 구동하는 GTC4루쏘 T는 완전히 다른 레시피입니다. GTC4루쏘 T는 결코 GTC4루쏘 라인업의 엔트리모델이 아닙니다.” 잔뜩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 호주에서 온 기자가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생긴 걸 좀 보세요. 정말 다른 차라고요?” 마르코는 딱 잘라 답했다. “완전히 별개 모델이에요. 루쏘 T는 페라리 라인업의 여섯 번째 모델입니다.”GTC4루쏘 T는 제로백이나 최고시속에서 V12 모델보다 뒤처지지만 낮은 토크에서 중간 토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다. 터보차저 덕분이다. 힘을 뒷바퀴에만 싣는다는 점도 차이점. 두 가지 차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된다. ‘루쏘 T가 더 역동적이다.’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작지만 마법 같은 변화가 좀 더 있다. 실린더 몇 개를 걷어내고 프론트 액슬에서 구동장치를 뺀 덕분에 무게가 55kg 줄었다. 앞차축의 구동장치를 버린 루쏘 T는 엔진을 조금 더 뒤로 밀어넣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보다 완벽한 프론트 미드십 구조가 완성된다. 앞뒤 무게배분은 47:53에서 46:54로 바뀌었다. 그 결과 민첩성, 고속 안정성, 리스폰스가 향상된다. V12, V8 루쏘 형제는 똑같은 91L 연료통을 가졌지만 주행가능거리는 동생 쪽이 30% 더 길다. 심장이 작고 중량이 가벼우며, 프론트 액슬을 구동하지 않아 갈증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체감 가능한 터보랙은 없다. 가변형 부스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어떤 회전수 영역에서도 즉각적인 스로틀 리스폰스를 이끌어내서다. GTC4루쏘 T의 V8 터보는 488과 캘리포니아 T에 들어가는 그것.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에 고저항 동합금을 사용했으며, 보어를 키우고 더 높은 부하를 견딜 수 있도록 피스톤 디자인도 수정했다. 트윈쿨러 오일젯을 달고 링 그루브 표면을 더욱 매끄럽게 코팅했다. 새로 디자인된  I 형상 인터쿨러와 공기흐름을 개선해주는 새 흡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압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배기 시스템 지름을 70mm로 늘리고 레이아웃도 다시 짰다. 8개의 배기파이프 매니폴드를 동일한 길이로 조정한 덕에 리스폰스와 사운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천국의 문을 두드리듯이몬티에리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내내 웃었다. 가속-감속-터닝-가속-감속-터닝-가속……. 웃음이 절로 났다. 악녀가 내 것이 되었다는 만족감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길들여진 야생마는 기수(騎手)의 리드를 철썩 같이 따라왔다. 장갑차처럼 크게 느껴지던 차체도 이젠 몸에 착 감긴다. 하늘이 이렇게 파란 걸 아까는 왜 몰랐을까. 굽이진 길 사이로 드넓은 초원과 드라마틱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마을, 이탈리아 전통 가옥들, 무너진 옛 성터……. 바람이 참 좋았다. 삶의 절정이 이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속 페달을 더 시원하게 밟았다. 맹수의 포효에 토스카나의 산야가 들썩인다.​​​지금껏 이토록 적극적인 노즈를 보지 못했다. 코너 냄새만 맡으면 예리하게 안쪽을 찌른다. 차체는 헤비급이지만 민첩성은 플라이급. 리스폰스와 그립은 거의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 같다. 타이어는 울고 싶겠지만 섀시가 허용하는 경악스러운 수준의 그립은 계속해서 차를 좌로 우로 몰아붙여보라고 부추긴다. 결과는 언제나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다.4WS는 고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튼다. 코너 진입시 안정성을 보장하고 코너를 벗어날 때 막대한 트랙션을 거머쥔다. 낮은 속도에선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로 튼다.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가 바싹 쪼그라든다. 덕분에 토스카나 구도심을 요리조리 휘젓고, 시골길의 숱한 헤어핀을 타이트하게 공략한다. ​​​7단 F1 DCT는 순수하고 감각적이다. 오토모드에서 최대한 빠르게 올려 물고 최대한 느리게 내려 문다. 매뉴얼 모드에선 칼럼에 장착된 거대한 패들시프트를 매개로 운전자의 생각과 거의 동시에 작동한다. 높은 회전에서의 다운 시프트를 거부하는 법도 없다. 과감한 주행 뒤엔 프론트 398×38mm, 리어 360×32mm의 든든한 세라믹 브레이크가 있다. 어느 정도 달궈지기만 하면 실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파워풀하고 조절하기 쉬우며 1,865kg의 차체무게를 가뿐히 쥐락펴락한다. 시속 100km→0 감속은 33m 만에, 시속 200km→0 감속은 137m 만에 끝난다. 이러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V12 루쏘 대비 연료효율이 32% 개선됐다. CO₂ 배출량은 25% 줄었다. 거칠게 다루면 연료게이지가 눈에 띄게 줄지만, 안정된 크루징 상황에선 페라리에 네 사람이 타고서 1L당 7km를 달리는 것도 꿈은 아니다. ​​​정통에서 가장 먼 자리에페라리 계보에서 FR 레이아웃의 GT를 찾으면, 365GTB/4 데이토나와 550 마라넬로가 나온다. 슈팅브레이크가 있었나 뒤져보면, 250GT SWB 브레드밴(Breadvan)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GTC4루쏘 T는 이들 중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다. 다시 말해 페라리 역사상 가장 독특한 모델 중 하나다. 브랜드의 오랜 관습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4인승 슈팅브레이크로서 지금껏 어떤 페라리보다 폭넓은 포용성과 실용성을 지닌다.물론 민첩성은 488 GTB만 못하고 안락성은 V12 GTC4루쏘 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488의 짜릿함과 GTC4루쏘의 우아함이 이 한 대의 차 위에 포개진다. V12 모델보다 아주 살짝 느리지만, 차가 주는 박력과 달콤한 핸들링 밸런스는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같은 양의 연료로 훨씬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 가격은 수입 준중형차 한 대 값 정도 더 싸다. 같은 값이면 훨씬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시트가 넷 달린 페라리를 혼자 타고 270km, 한적한 토스카나를 누볐다. 페라리의 새로운 GT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차례로 맛보게 했다. 악마처럼 빠르게 달렸고, 속죄를 씻듯 순수한 감각을 익히게 했으며, 세상을 다 거머쥔 듯 만족스런 크루징도 선사했다. 호텔에 돌아온 뒤에도 녹초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지난밤 브리핑이 떠올라서다. GTC4루쏘 T는 30~45세의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데일리카로 탈 페라리를 원하며,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 종종 승객을 태우며 주말엔 짐을 싣고 근교 여행도 떠나는 이. 비포장 길보다는 주로 하이-미디엄 그립 컨디션에서 주행하는 운전자. 딱 그런 자로서, 차를 경험한 바로써 탐났다. 눈물이 났다. 타깃고객으로서 한 치 오차가 없다는 게 슬퍼서. 단 한 가지, 주머니 사정만은 맞아 떨어지지 못한다는 게 분해서.아내가 보고 싶었다. 여름에 태어날 아들을 이 차 앞에 세우고 사진 찍어주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여행 가방을 싣고, 가평으로든 태안으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삶의 절정을 맞이하고 싶었다. 페라리라는 비현실적인 꿈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밤이었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페라리​ ​ ​
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 레인지로버 스포츠 2017-04-17
 LAND ROVER RANGE ROVER SPORT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 온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한다고 해서 본질을 놓친 것은 아니다. 스포티하게 다듬은 겉모습 뒤로는 여전히 SUV 명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 평평하게 다져진 아스팔트는 물론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를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여유롭게 다스린다.   랜드로버에게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남다르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랜드로버의 모회사 포드 PAG(Premier Automotive Group)를 이끌었던 볼프강 라이츨레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 그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레인지로버가 아닌, 아우토반에서도 거뜬한 사막 위의 롤스로이스를 열망했다. SUV는 응당 오프로드여야 한다는 시장의 진부한 관념을 깨고 싶어 했다. 그의 이런 바람은 랜드로버 디자인 디렉터 리처드 울리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됐다. 2004년 북미국제오토쇼에 3도어 쿠페형 레인지 스토머 컨셉트가 나오더니 이듬해 양산형 레인지로버 스포츠 1세대가 시장에 출시된 것.큼직한 차체는 바탕이 되는 레인지로버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릴을 날렵하게 다듬고 프론트 펜더에 에어덕트를 마련해 차별화를 꽤했다. 2013년에 나온 2세대는 범퍼와 루프 라인까지 달리해 캐릭터를 확실히 했고 550마력의 LR-V8 5.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은 고성능 모델 SVR까지 출시, 아우토반은 물론 서킷도 아우르는 SUV로 거듭났다. 지금은 자동차 업계를 떠나 독일의 한 화학 회사에 몸담고 있는 라이츨레가 먼발치에서 이 차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새로움을 향한 한 개인의 갈구가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자극적인 SUV를 만들어냈다.​​​​스포츠를 더하다1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기존 레인지로버에 약간의 역동성만 가미했다면, 2세대는 올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 생김새부터 달리해 진정한 단일 모델로 나섰다. 조금 더 역동적으로 다듬어진 디자인도 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요소. 그릴을 보다 맵시 있게 수정하고 프론트 펜더와 후드 에어덕트를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강렬한 첫 인상을 구현했다. 큼직한 21인치 알로이 휠과 듀얼 배기 파이프는 이런 이미지를 한층 보강해주는 부분. 스포츠 SUV로 손색이 없는 모양새다. 여기에 275/45 R21 사이즈의 올라운드형 콘티넨탈 콘티크로스콘텍트 LX 스포트 타이어에서는 온로드를 지향하면서도 오프로드도 놓치지 않겠다는 랜드로버의 개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날렵하면서도 정갈하게 다듬은 눈매21인치 알로이 휠은 275/45 R21 사이즈의 올라운드형 콘티넨탈 콘티크로스콘텍트 LX 스포트를 신는다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에어덕트 레인지로버 ‘스포츠’임을 암시하는 배지​헤드램프와 디자인 통일감을 이루는 테일램프​스포츠 기어노브와 패들시프트, 그리고 스포츠 시트가 들어찬 실내는 외관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동일한 디자인 기조를 이어간다.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는 단정한 레이아웃을 드러내고 가죽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마감재는 1세대와 달리 빈틈없이 맞물려 오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 부럽지 않은 반응속도로 각종 기능을 깔끔하게 제공하는데, 신속·정확한 내비게이션은 물론 선명한 후방 및 360도 카메라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이외에 주행정보를 지원하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두 개의 큰 원과 길쭉한 바늘로 구성된 아날로그 그래픽과 내비게이션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뷰의 두 가지를 구현한다. 기본 784L인 적재용량은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761L로 확장된다.​​깔끔하게 정돈된 센터페시아10인치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의 아날로그 그래픽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의 내비게이션 그래픽​ 현행 모델부터 사용된 LR-V6 3.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 최대토크 45.9/3,500~5,000rpm을 낸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 0→시속 97km 가속을 6.8초(영국 기준)에 마무리짓고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209km(영국 기준)를 찍는다. 기어노브를 S로 옮기면 노면을 치고 나가는 움직임이 더 빠릿빠릿해지는데, 고속영역까지 끈기 있게 이어가는 가속력 앞에 2톤이 넘는 무게가 단번에 숨을 죽인다. ECU가 서스펜션을 제어해 롤링을 잡아주는 다이내믹 리스폰스와 요(Yaw) 센서를 이용해 언더스티어를 방지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그리고 각 바퀴에 토크를 적절하게 배분해 안정적인 곡선 주행을 가능케 하는 토크 벡터링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코너를 가뿐히 돌아 나간다. 각도가 큰 커브도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 물론 1,780mm의 높은 키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로 스포츠카처럼 아스팔트와 줄다리기하는 듯한 질긴 맛은 느낄 수 없지만 이런 덩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랜드로버의 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초당 500회에 걸쳐 노면 상태를 감지하는 가변식 댐퍼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오간다. 영리한 움직임은 시종일관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피로감을 낮춰준다. ​​​LR-V6 3.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낸다​랜드로버에게 있어서 오프로드는 기본 중의 기본. 스포츠 모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최저 -40도에서 최고 50도에 이르는 혹서와 혹한을 견디고 스웨덴 아르예플로그 얼음 평원부터 두바이 모래사막까지 약 8,500km의 거친 테스트를 완수했다. 아울러 강우량이 많은 몬순기후를 견디기 위해 8만5,000L에 달하는 물을 달갑게 맞았다. 다양한 지형과 날씨를 완벽하게 커버한다는 얘기. 기어노브 바로 아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는 일반/눈길·자갈길/진흙길/모랫길 등 4가지 주행모드를 갖춘다. 65년의 노하우가 담긴 이 시스템은 각 모드에 따라 변속기와 센터 디퍼렌셜, 서스펜션 설정을 지형에 맞게 달리해 최적의 접지력을 찾는다. 눈길·자갈길 모드의 경우 한층 여유를 머금은 하체가 자잘한 충격을 쉴 새 없이 걸러냈다. 간헐적으로 패여 있는 노면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 자갈과 흙으로 미끄러운 코너에서는 센터 디퍼렌셜이 앞뒤 바퀴에 적정한 구동력을 분배, 트랙션을 잡는다. 참고로 더욱 화끈한 주행을 위한 다이내믹 모드와 바위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락 크롤링 모드는 옵션이다. 최대 도하 깊이는 850mm이고, 차의 안전을 위해 센터페시아의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물이 어느 정도 차올랐는지 그래픽을 통해 알려줘 안심하고 계곡과 강을 넘나들 수 있도록 돕는다. 아주 잠깐 아스팔트를 벗어났을 뿐인데도 변화는 명확하다. 스포츠란 이름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정도. 평평하게 다져진 아스팔트는 물론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를 여유롭게 다스린다. ​​​​기어노브 바로 아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는 오토/스노/머드/샌드 등 네 가지 주행모드를 갖추고 있다  영역 확장의 토대시작은 늘 그러하듯 불안과 기대를 안고 간다. 정통 오프로더 속 이단아로 남을 수도 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랜드로버 시장 영역 확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강화한 SVR로 진화하는 한편 베이비 레인지로버인 이보크와 최근 공개된 벨라 탄생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오프로드×스포츠’의 개념을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랜드로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실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 랜드로버 모회사 타타그룹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만2,721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판매량은 9년이 지난 2016년 8만6,915대로 껑충 뛰었고 이는 지난해 디스커버리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이어 브랜드 전체 판매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성적은 1,419대. 시장의 크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랜드로버가 지금까지도 ‘전통’과 ‘정통’에 머물러 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SUV 명가로 입지는 더욱 굳건히 다졌겠지만 지금과 같은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자극적인 브랜드로의 성장은 이루지 못하지 않았을까.​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 
미국을 품은 유럽 SUV- 포드 쿠가 & 피아트 500.. 2017-04-13
FORD KUGA & FIAT 500X미국을 품은 유럽 SUV포드 쿠가는 드라이브트레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형제 모델 이스케이프와 그 궤를 같이한다. 피아트 500X도 브랜드와 디자인을 배제한 플랫폼, 엔진, 사륜구동 시스템 등에서 지프 레니게이드와 한 몸을 이룬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모델 사이에는 ‘미국을 품은 유럽 SUV’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를 움직이는 제너럴 모터스, 포드 모터 컴퍼니, 크라이슬러의 지난 2008년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다. 미국 사회를 강타한 서브 프라임 모지기 사태가 소비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고, 여기에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중·대형차에 집중돼 있던 세 회사의 모델 라인업이 빠르게 판매동력을 잃어갔다.결국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는 미국 정부를 향해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제너럴 모터스는 4개 브랜드, 14개 공장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 끝에 회생을,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지분 100%를 넘기면서 피아트 SpA의 자회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정부 지원 대신 독자 생존을 선택한 포드 모터 컴퍼니도 방만했던 회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 포드 전략을 발표,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볼보, 재규어, 애스턴마틴 등 다수의 브랜드를 매각하는 등 자체적으로 살길을 마련했다. 이번에 시승한 포드 쿠가와 피아트 500X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아래 만들어졌다. 두 회사의 위기는 쿠가-이스케이프가 동일한 플랫폼과 디자인을 품고 500X-레니게이드가 이탈리아 멜피 사타 공장에서 브랜드 및 디자인만 바뀐 채 형제 모델로 생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렇게 탄생한 두 차는 대서양을 넘나드는 새로운 토대를 발판 삼아 브랜드 성장의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포드 쿠가의 경우 2016년 유럽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11만9,433대가 팔리며 전체 6위를, 500X는 같은 해 유럽 스몰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10만4,931대가 판매되며 5위를 기록했다. 모두 2015년 대비 각각 1만6,969대, 3만669대 향상된 판매실적으로 올해 판매량 역시 낙관적인 상황. 국내에서는 지난해 쿠가가 936대, 500X가 211대 판매되며 별다른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을 품은 두 유럽 SUV는 어두웠던 회사가 밝은 내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시선을 끄는 또렷한 정체성 원 포드 전략은 2세대 쿠가와 3세대 이스케이프에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페이스리프트된 모델도 마찬가지. 겉모습은 독일에 있는 포드 쾰른 디자인 센터에서 완성했으며, 여기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스테판 람과 안드레아 디 부두오 등이 참여했다. 차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전면은 육각형의 그릴과 단정한 헤드램프, 입체적인 범퍼로 다부진 인상을 자아내는데, 유럽의 정교함과 미국의 대범함이 한 도화지 안에 적절히 녹아든 느낌이다. 하나의 모양새로 두 대륙을 커버해야 하기에 서로 다른 지역의 특성을 디자인적으로 융합한 것으로 해석된다.500X는 피아트 500의 아기자기한 디자인 감성을 머금어 독창적인 스타일을 뽐낸다. 타원형의 헤드램프와 좌우로 길쭉한 그릴이 한눈에 봐도 피아트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몸집은 커졌지만 귀여움은 여전하다. 전반적인 실루엣은 이탈리안 디자이너 로베르토 지올리토의 손에서 구현됐고, 피아트 디자인 센터인 센트로 스틸레 피아트에서 다듬어졌다. 그래서인지 레니게이드와 형제 모델이라는 점을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만 놓고 보면 두 차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하다. ​​1. 타원형의 헤드램프가 한눈에 봐도 피아트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2. 225/45 R18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3를 신은 18인치 알로이 휠이 감각적인 옆면을 만든다 3. 뒷500X 트림 라인업중 최상위 트림인 크로스 플러스에는 스포티한 D컷 스티어링 휠이 들어간다 4. 기어박스가 동글동글 앙증맞은 조형미로 가득하다​쿠가의 실내는 디트로이트에서 마무리됐다. 외관은 유럽, 인테리어는 미국에서 완성된 셈. 하나의 포드에 걸맞은 구성이다. 모양새는 다분히 입체적인데, 스티어링 휠부터 계기판, 센터페시아, 기어노브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명확해 시각적인 유희가 가득하다. 단조롭지 않아서 더 눈길이 간다. 주행 편의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페이스리프트를 맞아 깔끔한 그래픽과 신속한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것으로 교체됐다. 향상된 소프트웨어는 손끝을 통해 활기찬 움직임을 드러낸다.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인 애플 카플레이가 기본으로 지원된다. ​​1. 헤드램프는 최적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빔 패턴을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2. 18인치 알로이 휠은 235/501 R18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텍트5와 쌍을 이룬다 3. 스포티한 생김새를 지닌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시스템 등을 제어하는 여러 버튼으로 가득하다 4. 6단 DCT는 엔진의 동력을 네 바퀴로 신속하게 전달한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포드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한글의 부재.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프로그램 자체가 한글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바뀔 필요성은 다분하다. 시트 구성은 전형적인 1열 2명, 2열 3명. 각 열의 공간은 넉넉하다. 트렁크공간도 부족함이 없으며 60:4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보다 넓은 짐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손을 쓰지 않고 발동작만으로 트렁크 해치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 프리 테일게이트로 편의성을 높였다.​​​1. 다소 평범해 보이는 1열 2. 레그룸, 헤드룸 모두 넉넉하다 3. 기본 적재 용량은 406L고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603L까지 확장된다 ​500X 인테리어는 외관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동글동글하면서 깜찍한 스타일이 실내 곳곳에 들어차 있다. 봄바람마냥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는 생김새들로 가득하다. 시트와 도어 패널에 적용된 브라운 컬러 가죽은 푸근한 감성을 가미해주는 부분.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적재적소에 사용된 가죽이 자칫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플라스틱 패널을 보기 좋게 보완해준다. 센터페시아 위쪽 6.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레니게이드를 비롯해 FCA 그룹 전 모델에 적용된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편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그래픽에서부터 내비게이션, 반응속도에 이르기까지 완성도가 다소 미흡하다. 단조로운 그래픽 디자인과 불친절한 내비게이션, 여기에 반 박자 느린 터치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디자인에 해가 되는 테크놀로지랄까. 공간은 좁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 풍요롭지는 않지만 나름 안락한 구석이 있다. 트렁크공간도 의외로 넓은데, 60:40 비율의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더욱 넓은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1. 브라운 가죽 시트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2. 등받이가 다소 곧추서 있는 것이 흠 3. 2열을 모두 접으면 350L의 적재 용량이 1,000L로 늘어난다​​뿌리가 느껴지는 몸놀림쿠가의 주행질감은 녹색지옥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조율됐다. 대중적인 SUV의 몸놀림이 수퍼카도 버거워하는 장소에서 다듬어졌다는 얘기. 이에 대해 포드는 “빠른 랩타임보다 색다른 활동을 통한 긍정적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밝혔지만, 세계적인 서킷을 찾았다는 것 자체에서 이 회사가 지향하는 쿠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S자 코스가 끝없이 펼쳐진 트랙을 경험한 덕분일까. 껑충한 키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종일관 날렵한 움직임이 운전자를 즐겁게 하고 시원시원한 가속력 앞에서 그 기쁨은 배가된다. 아우디 SQ5, 포르쉐 마칸 등 강력한 스포츠 SUV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높은 시야만 제외하면 나름 스포티한 세단을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최고 180마력, 최대 40.8kg·m의 힘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은 6단 DCT와 만나 호기롭게 가속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빠릿빠릿한 변속으로 화끈함을 선사한다. 끈기도 좋아 고속영역까지 꾸준하게 힘을 가져간다. 반면 오프로드에서는 다소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 네 바퀴에 최적의 구동력을 분배하는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듯 돌파력이 시원치 않다. 모래 바닥에서는 바퀴가 정신없이 헛돌기도 한다. 아무래도 쿠가는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보다는 끈끈한 아스팔트 위가 더 잘 어울리는 모양이다.​​​500X는 의외로 단단한 주행감각을 펼친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롤링과 피칭이 잘 잡힌 느낌. 불필요한 움직임을 잘 억제한다. 덕분에 추월을 하거나 굽이진 도로를 돌아나갈 때 불안감이 크지 않다. 미니 쿠퍼처럼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차에 들어가는 코니 FSD 쇼크 업소버가 장착돼 노면을 읽어 나가는 감각이 상당히 쫀쫀하다. 가속도 만족할 만한 수준.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이 최고 140마력, 최대 35.7kg·m의 힘을 내고 9단 자동변속기가 차근차근 단수를 높여 나가며 속도를 올린다.​​​​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  기어노브 바로 아래에 있는 피아트 다이내믹 셀렉터를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한결 빨라진 변속에 속도계 바늘이 제법 탄력 있게 오른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지는데, 무게를 이동하면서 노면을 치고 나가는 맛이 꽤나 화끈하다. 오프로드에 진입하면 트랙션 플러스 모드가 빛을 발한다. 노면 상태가 비교적 고른 경우에는 전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내고 모래바닥처럼 바퀴가 헛돌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앞뒤 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분배하며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을 과시한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터프한 기질이 있다. 지프 사륜구동 시스템을 이어받은 레니게이드의 움직임이 오버랩된다. 브랜드의 컬러로 인해 전혀 다른 외형을 갖고 있지만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참고로 실시간 구동력 분배 상황은 그래픽으로 전환돼 계기판 중앙 모니터에 표시된다. ​​​​위기가 만들어낸 변화쿠가와 500X는 전혀 다른 모델이지만 비슷한 배경을 품고 있다. 재기를 향한 노력의 흔적이 두 차 곳곳에 녹아 있다. 완성도 높은 모델로 소비자의 인정을 받고 더 나아가 브랜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당찬 의지도 느껴진다. ​​통일화된 포드의 판매 전략 아래 상품성을 담금질한 쿠가는 유럽과 미국에서 완성된 내·외관 디자인, 크고 작은 짐을 간편하게 싣고 내릴 수 있는 편의성,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거친 주행성능 등을 뽐낸다. 오프로드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도심형 SUV가 강세를 보이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문제될 사항은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지극한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다. 500X는 레니게이드와 한 몸을 이루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사륜구동 시스템 등에서 간간히 공유의 자취가 느껴지기는 하나 브랜드 정체성을 듬뿍 담은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이탈리안 SUV의 감각적인 존재감을 마음껏 과시한다. 위기는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대의 차는 미국을 품은 유럽 SUV라는 공통점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 
가족을 위한 아빠의 선택 -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 2017-04-12
CITROEN GRAND C4 PICASSO 1.6가족을 위한 아빠의 선택 그랜드 C4 피카소는 주말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7인승 공간과 장거리 출퇴근에도 부담 없는 적당한 사이즈와 좋은 연비를 갖춘, 그러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팔방미인이다. 가정적인 아빠가 되기 위해 너도나도 SUV나 미니밴을 찾는 요즘, 이만 한 MPV가 또 있을까? 정말 매력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남자는 갖고 싶은 차가 많다. 모임에 갔을 때 기죽지 않을 만한 고급 세단도 갖고 싶고, 성능 좋은 스포츠카로 짜릿한 스피드도 즐기고 싶다. 무늬만 SUV인 차 말고 진짜 사나이들이 타는 4×4로 대자연을 흠뻑 느끼고 싶고, 늘 타던 국산차 말고 요즘 다들 타는 멋진 수입차도 하나쯤 갖고 싶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차는 정말 많지만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라면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다. 마음 같아서는 고생하는 나를 위해 한번쯤 고집을 피우고 싶다가도 이내 아내의 걱정스런 눈빛과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게 가장의 현실. ‘그렇지, 내 욕심만 부릴 게 아니지. 가족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지 않던가’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이런 아빠들이 요즘 많이 선택하는 차는 SUV나 미니밴이다. 여유로운 공간과 레저를 위해 소형보다는 중형 이상을 선호하며, 심지어 가족 수가 많지 않음에도 미니밴을 선택하기도 한다. 출퇴근용 차가 따로 있다면 이런 차는 주말용 레저차로 쓸 수밖에 없는 처지. 덩치가 커서 아내가 몰기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출퇴근용 차가 따로 없다면 이들이 주중에도 발이 될 수밖에 없는데, 평소 나 홀로 타는 차로 이런 비효율이 또 없다. 애써 ‘그래도 디젤이니까 좀 낫겠지’라고 위로하지만 기름값 지출에는 별반 차이가 없고 도심에서는 덩치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이 정답일까?​다재다능한 7인승 유러피언 MPV그랜드 C4 피카소는 유럽 스타일의 MPV(Multi-Purpose Vehicle)다. 사실 MPV 하면 쉐보레 올란도나 기아 카렌스처럼 좀 작은 7인승 미니밴을 떠올리지만 넓은 의미로는 기아 카니발 같은 덩치의 미국형 미니밴도 아우른다. 오래 전에 단종된 현대 라비타나 싼타모, 기아 카스타 등도 MPV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이런 차들은 다목적차, 즉 멀티 플레이어를 목표로 태어났다. 7인승뿐 아니라 5인승도 있으며 1.5박스나 2박스 혹은 해치백이나 왜건 스타일을 뻥튀기한 차체에 실내 활용도를 높인 차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에는 SUV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혼이나 젊은 부부들은 예쁜 스타일의 소형 SUV를,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중년들은 중형 이상의 덩치 큰 SUV를 많이 찾는다. 그리고 큰 SUV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수시로 미니밴도 곁눈질한다. 실내공간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덩치가 부담스럽지 않은 5~7인승 MPV가 요즘의 SUV나 미니밴의 용도를 대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디 요즘 SUV들이 튼튼한 프레임 보디에 사륜구동으로 험로를 주파하는 차들이던가. 그저 조금 높은 차고로 시야가 좋고, 디젤 엔진을 얹어 연료비 부담이 덜하며, 때론 7명을 태울 수 있는 넉넉한 실내공간을 가진 차가 아니던가. 그런데 요즘 국내 SUV들은 중형만 돼도 지나치게 크다. 때문에 아빠는 몰라도 엄마가 운전하기에는 버겁다. 미니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이 4~5명은 되는 대가족이 아니라면, 아이들과 본가 혹은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매주말 나들이나 외식을 할 게 아니라면 과연 9인승 미니밴까지 필요할까?​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꽤 근사하게 다가온다. 이 차는 국내에 수입되는 유일한 7인승 디젤 MPV다. 스타일이 독특하고 희소성도 있어 도로에서 늘 마주치는 그저 그런 SUV나 미니밴보다 한껏 개성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희소성과 개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차 자체의 매력이 차고 넘친다. 스타일리시할 뿐만 아니라 4.6m의 적당한 차체 속에 빚어낸 실내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 활용성도 무궁무진하다.​​​​당신은 아직 아웃도어 파트너로 SUV만 생각하는가?​​1.6L 디젤 엔진은 우려와 달리 힘과 연비가 모두 좋다. 작정하고 밟는 상황을 빼고는 언제든 부족하지 않은 힘을 뽑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푸조/시트로엥에서 종종 쓰이는 싱글클러치 방식의 MCP/ETG 대신 6단 AT를 얹어 반응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신형의 연비는 15.1km/L(도심 14.0, 고속 16.7). 소형 디젤 승용차가 아니라 7인승 MPV의 그것으로는 괜찮은 수준이다. 연비만 놓고 보면 구형 1.6보다 다소 줄었는데, 아마도 바뀐 연비측정법 때문이 아닌가 싶다.​​위쪽이 주간주행등이고 아래쪽이 헤드라이트다​여전히 개성적인 테일램프. 5인승 피카소와는 또 다른 모양이다​신형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지난 2월 말 판매를 시작한 뉴 그랜드 C4 피카소 1.6은 앞쪽에 ‘뉴’를 붙이기가 민망스럽다. 바뀐 거라고는 앞 범퍼의 디자인이 조금 달라진 게 전부다. 물론 새로 더해진 약간의 장비가 있다. 시속 30km 이내의 속도에서 앞쪽의 장애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액티브 시트 브레이크와 사각지대경고장치인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주행시 앞차를 감지해 속도와 거리를 조절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그것. 그러나 이것들은 1.6이 아니라 2.0에 들어간다. ​​앞 범퍼의 모양이 살짝 바뀌었다. 샤프한 맛이 조금 덜해졌지만 여전히 개성 넘치는 모습​​​여전히 참신한 스타일과 뛰어난 활용성2013년 베일을 벗은 지금의 2세대 피카소는 데뷔 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타일이 참신하다. 길이×너비×높이가 4,600×1,825×1,655mm로 비슷한 급의 쉐보레 올란도(4,665×1,835×1,635)보다는 약간 작고 기아 카렌스(4,525×1,805×1,610)보다는 조금 크다. 5인승인 C4 피카소(4,440×1,825×1,625)보다 160mm 길고 30mm 높긴 하지만 3열 시트의 유무가 가장 큰 차이일 뿐 2열까지의 공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범퍼 모양으로 인상이 아주 약간 달라졌는데, 이전과 달리 5인승과 7인승의 앞모습을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더블 쉐브론 엠블럼을 길게 연장한 디자인에 슬림한 주간주행등과 그 아래의 헤드램프가 빚어내는 개성적인 마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개방감을 선사하는 커다란 유리창이다.​​뛰어난 개방감은 그랜드 C4 피카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수납공간이 미국산 SUV나 미니밴 못지않게 많고 넉넉하다​​실내에서는 크게 바뀐 게 없다. 시승차는 3,000만원대 후반의 필(feel) 트림이라 단조로운 직물시트를 얹었는데 기능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앞좌석 승객의 머리 위까지 뻗은 윈드실드와 앞쪽으로 쭉 뻗은 A필러 부근의 커다란 삼각창 덕에 실내에서는 보닛이 없는 트럭을 탄 것처럼 개방감이 뛰어나다. 덕분에 늘 달리던 길이 새롭게 보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탁 트인 시야는 뒷좌석에서도 마찬가지. 넓디넓은 글라스 루프는 어쩌면 뒷좌석에 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듯하다.  이밖에도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환영할 접이식 테이블과 햇빛을 막아줄 수동식 윈도 커튼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만 태우기에는 뒷좌석공간이 너무 넓다. 어른 3명이 타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에 3개의 시트마저 분리되어 있어 안락하기 그지없다. B필러에 달린 뒷좌석 승객용 송풍구는 바람의 세기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세기를 높이면 앞좌석보다 더 강한 바람이 나온다. 다만 앞좌석 바로 뒤의 기둥에 달려 있어 바람 세기가 강할 때는 앞좌석에서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일부러 연출한 게 아니다. 뒷좌석공간은 대형차의 그것이상이다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용 B필러 송풍구 3열 시트를 들어올리면 아이 2명은 충분히 탈 만한 공간이 나오고, 2열 시트를 원터치로 접어 3열로 쉽게 드나들 수 있다. 3열 시트 수납시 트렁크공간은 기본 645L이며 2열 시트를 조금만 앞으로 밀면 700L로까지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열 시트와 조수석 등받이까지 접으면 바닥이 평평해지며 1,843L의 넓은 짐공간이 생긴다. 그야말로 자취방 이삿짐 정도는 너끈하게 옮길 적재공간이다. ​​비상용으로 쓰기에 좋은 3열 시트. 평소에는 바닥에 접어놓을 수 있다 ​3열로 드나들 때는 원터치로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1. 3열 시트를 세웠을 때의 모습 2. 3열 시트를 접었을 때의 적재공간은 656L. 덩치 큰 SUV 부럽지 않다 3. 1,843L의 광활한 공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시승차는 멋스런 17인치 휠과 205/55 R17 사이즈의 타이어,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갖췄는데, 모두 옵션인 모양이다. 구매를 고려하는 이라면 휠은 몰라도 전동 테일게이트 정도는 아내를 위해 선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1.6L 디젤 120마력 엔진은 유로6 기준의 신형 유닛이다. 120마력의 최고출력과 30.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데,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배기량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넉넉한 힘을 낸다. 낮은 회전수부터 나오는 30.6kg·m의 두툼한 토크 덕에 1.6톤의 차체는 가뿐하게 나아가며, 승객이 4~5명으로 늘어나도 거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급가속시에만 조금 덜 화끈할 뿐 일상에서는 차고 넘치는 느낌이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은 11초대 중반이지만 실제 감각은 그보다 더 날래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시내에서 12~13km/L에 그쳤던 연비가 고속도로를 좀 달렸더니 17km/L대로 올라간다. 고속으로 갈수록 공기저항에 불리한 7인승 MPV로는 꽤 괜찮은 수치. 독특한 칼럼식 시프트레버는 의외로 쓰기 편하고 달릴 때는 커다란 시프트패들이 있어 수동 변속에도 불편함이 없다.​​​1.6L 디젤로 7인승 MPV를 끌기에 전혀 힘이 부족하지 않다. 놀라울 따름이다​​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분리되어 있다. 칼럼식 시프트레버는 생각보다 쓰기 편하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여러모로 개성을 추구하는 아빠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패밀리카다. 세련된 스타일에 크기도 적당해 엄마가 몰기에도 부담이 없다. 아빠가 몰든 엄마가 운전하든 뒷좌석에 탄 아이들은 언제나 함박웃음을 지을 만큼 넓고 안락하며 개방적이다. 혹시라도 7인승까지 필요 없다면 5인승 MPV인 C4 피카소도 있다. 값이 300만원 싸지만, 역시 7인승의 인기가 더 높다. 글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진호   
네 개의 문-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2017-04-11
MASERATI QUATTROPORTE GTS네 개의 문페라리 V8을 품은 콰트로포르테 GTS는 4개의 문 안에 100년 마세라티의 오늘을 담았다. 지극히 마세라티답게, 온전히 그 자체로서, 달리고 돌고 또 섰다.      1963년 이탈리아 토리노, 마세라티 최초의 4도어 모델 티포 AM 107이 데뷔했다. 가슴팍에 4,136cc 경주용 V8 엔진을 때려 넣어 260마력을 뱉어냈으며 최고시속은 230km까지 치솟았다. 등장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세단에 등극한 이 차에게 붙여진 콰트로포르테라는 이름은 혀끝에 감도는 기름진 감촉과는 상관없이, 단지 문(Porte)이 네(Quattro) 개 달렸다는 뜻이다. 반백년을 이어온 이름, 네 개의 문 앞에 서서 열쇠를 만지작댄다. 이 열쇠로 문을 열면 곧 530마리의 경주마가 깨어날 터. 손 안에서 반짝이는 삼지창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고른다. 103년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빠른 세단을 맞이하고 있다는 자각으로서.​​포세이돈을 집어삼킨 청상아리발 앞에 납작 엎드린 거대한 세단을 응시한다. 샤크 노즈 스타일의 앞모습은 그 자체로 조형작품이다. 알피에리 컨셉트가 겹쳐지는 새 라디에어터 그릴의 형상은 몰아치는 파도를 닮았다. 거대한 입 안에 카람빗처럼 날을 세운 10개의 이빨이 선연히 빛나고 정중앙엔 포세이돈의 심벌 트라이던트가 자리했다. 한 걸음 물러서서 한껏 치켜올려진 헤드램프와 눈을 맞추면 피 냄새 맡은 상어와 같은 잔혹 무도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길고 낮고 유연하게 다듬어진 옆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상어, 청상아리의 방추형 몸매를 빼닮았다. 앞 펜더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은 처음엔 미약하게 벨트 라인을 따라 달리다가 일순 과격하게 치솟으며 리어 펜더를 넘는다. 앞 펜더 옆에 자리한 세 줄기 아가미가 포식자의 공격성을 강조하고, 강렬한 실루엣은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앞뒤 바퀴 안엔 각각 4피스톤, 2피스톤의 핏빛 브레이크 캘리퍼가 달렸다.마세라티는 스포츠카를 만들던 가닥으로 콰트로포르테의 육중한 체구를 감췄다. 그리 커 보이지 않는 20인치 휠만이 이 차의 거대함을 살짝 귀띔한다. 선과 면의 마법이 주는 착시효과에 아랑곳 않고 줄자를 들이대면 놀라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5.2m를 훌쩍 넘는 길이, 3.2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 2.1m의 넓은 어깨는 웬만한 리무진 앞에서도 꿀리지 않는 수치. 실제로 높이를 제외한 모든 크기 제원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L을 능가한다.두툼한 네 개의 프레임리스 도어, 그 중 하나를 열고 실내에 들어선다. 포식자의 속내는 의외로 곱고 유려하다. 한 급 아래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세련미와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의 깊이는 쉽게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마치 마세라티의, 나아가 FCA 그룹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정체성을 못박아두는 듯하다.​ 이탈리안 프레스티지 세단의 실내는 실상 한 급 아래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세련미와 정교함이 떨어지지만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의 깊이는 쉽게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두툼하고 입체적인 4개의 프레임리스 도어가 달렸다 ​새롭게 도입된 몇몇 기능들은 일견 투박해 보이는 이 육식동물이 생각보다 영리하다고 설득한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친해진 8.4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로터리 방식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거대한 차체를 주차 면에 예쁘게 넣도록 도와주는 어라운드뷰 카메라와, 오염된 공기와 유독성 가스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지능형 공기질 센서도 사려 깊은 기능이다. 새로운 어드밴스드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시스템 패키지는 정차 및 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경고, 전방추돌경고 등을 포함한다. 마세라티의 인테리어와 편의장비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다. 마세라티가 반년이면 뒤집어지는 하이테크 기술이나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였다면 아마 더 많은 이들이 마세라티를 칭송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얼리 어댑터에 가까워질수록 브랜드 가치는 시간 앞에 쉽게 스러질 게 뻔하고, 그만큼 명품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 차는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있으니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FCA의 대중차와 공유되는 부품들이 눈에 들어와 조소 짓고 말았다. ​관능과 기품을 담은 마세라티 노트스티어링 휠 왼편으로 검지를 가져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거대한 포식자가 눈을 뜨는 사이 생각보다 큰 소란이 일지는 않는다. 마세라티의 최신 V8은 기대보다 고요하되 짙고 깊었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바리톤은 굳이 성량을 뽐내려 하지 않았다. 단지 작은 숨결 한 줄기까지 관능과 기품을 담을 뿐. 일백 하고도 세 바퀴의 나이테가 그려져 있는 그 성대의 울림은 온 동네를 쩌렁쩌렁 울리게 하던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울림통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난 듯 볼륨은 줄었지만 짙고 풍부한 기름기만은 여전하다.  페라리 심장을 가진 세단이 포효하며 달린다. 주류에서 물러나 고성능 모델로만 남았지만 콰트로포르테의 백미는 역시 V8. 이제는 GTS 배지를 가져야만 허락되는 사치다. 두 개의 병렬식 트윈스크롤 터빈이 각각 한쪽 뱅크 4개의 실린더에 공기를 밀어 넣으며 V8 엔진을 부스트하자 크랭크샤프트의 회전수는 순식간에 분당 6,800회를 넘어서고, 도로 위에 530마력이 흩뿌려진다. 66.3kg·m의 최대토크는 오버부스트시 72.4까지 치솟는다. 310km의 최고시속은 V12 엔진을 얹은 MC12에 이어 브랜드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 역대 마세라티 세단 중 가장 짧은 시간(4.7초)에 제로백 가속을 끝낸다.​​​ 5m, 2톤이 넘는 덩치를 디자인으로만 지워낸 건 아니었다. 코너와 코너를 거칠게 휘몰아쳐도 좀처럼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노면에 대한 유연한 하체의 반응과 여유만만한 거동 덕분에 500마력이 넘는 출력이 실감나지 않을 지경이다. 다만 안락함보다는 스포츠성에 집중한 주행감각만은 선명한데, 공격적인 감각은 이 세그먼트의 경쟁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이 노면과 운전자 사이에서 매신저를 자처하고, 주행 내내 대화는 끊어질 줄 모른다. 사력을 다해 달려도 좀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어느 타이밍에 변속해도 지체 없이 반응한다. 노말이나 스포트 주행모드에서 M버튼을 누르면 두 모드를 수동으로 컨트롤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연료소비와 배기가스, 소음을 억제하는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모드는 가속 페달의 리스폰스를 누그러뜨리고, 토크가 완만하게 나오도록 각 기어단수의 시프트 업 포인트를 조정한다. 이에 따라 터보차저의 오버부스트 기능을 소거해 배기의 퍼드덕거림을 5,000rpm까지 억제한다.​​​페라리 심장을 품은 세단이 포효하며 달린다. 거칠게 휘몰아쳐도 큰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100년 마세라티의 오늘마세라티의 뿌리는 레이싱에 있다. 레이서이자 엔지니어였던 알피에리 마세라티는 마세라티의 첫 차 티포 26을 직접 몰고 레이싱에 나가 우승했다. 23개 챔피언십과 32개 F1 그랑프리에서 마세라티가 우승한 횟수만 500여 회. 1950년대엔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250F를 타고 F1 그랑프리에서 24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한때 서킷에서 페라리와 자웅을 겨루던 마세라티는 이제 찬란했던 옛 역사를 밑천삼아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세단과 SUV에조차 스포츠 감성을 가득 채우면서도 정작 퓨어 스포츠카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저 가문(FCA)으로부터 주어진 본분에 순응할 뿐. 그렇게 세상이 바뀌었고 그렇게 마세라티도 변했다.콰트로포르테를 타고 달리며, 마세라티가 지나온 숱한 관문들을 떠올렸다. 1957년 레이싱계 은퇴, 1963년 마세라티 최초의 세단 출시, 2013년 듀오셀렉트 변속기 포기, 2016년 최초의 SUV 출시……. 세상보다 반 보 느리게 움직였지만, 마세라티는 쉼 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변치 않은 건 단 하나, 언제나 특별하며 결코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면서 항상 과감하게 다르기를 원하는,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이다. 54년 전 등장한 마세라티의 아종, 콰트로포르테는 어느새 짙고 깊게 영글어 있었다. 네 개의 문 안에 100년 마세라티의 오늘을 담은 채. 지극히 마세라티다우면서도 온전히 그 자체일 수 있도록.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 볼보 V90 크로스 .. 2017-04-10
VOLVO V90 CROSS COUNTRY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크로스오버를 주력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 이번에도 플래그십 세단 S90을 크로스오버로 손본 V90 CC를 내놓았다. 크로스 컨트리는 S90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뭇 다르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사실 그 구분방식은 꽤 간단하다. 용법에 따라 그 형태와 고객층이 명확하게 나뉜 자동차 시장에 이걸 어디다 붙여 넣을지 애매한 차는 크로스오버라고 보면 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든 차는 제조사의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기 마련이지만, 크로스오버의 탄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시계를 되돌려 1994년, 남들 다 파는 고수익 아이템 ‘SUV’를 내놓으라는 북미 딜러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선뜻 새 차를 만들 엄두가 안 났던 스바루는, 고심 끝에 ‘일단은 있는 걸로 어떻게든 해보자’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사륜구동 레거시 왜건형을 가져다가 차고를 높이고 플라스틱 펜더를 달아서 팔던 내수용 모델을 좀 더 굵직한 선을 가진 SUV스러운 차로 손본 것이다. 이 차는 호주의 광활한 오지를 뜻하는 ‘아웃백’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이런 차가 팔리기나 하겠냐는 냉소에도 불구하고 아웃백은 첫해부터 레거시를 뛰어넘는 실적을 가져다주었다. 보통은 이것 저것을 섞게 되면 단점이 더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정작 소비자는 세단과 SUV의 장점만이 어우러진 모습을 더 크게 본 것이다. 5세대에 이른 현재까지도 아웃백은 북미 시장 스바루의 주력 모델로 활약 중이다. 처음엔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유럽 브랜드도 결국 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 시장을 대표하는 유럽 모델이라면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가 있겠지만 첫 출현한 시기가 1999년이다. 그런데 아우디보다도 2년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있다. 바로 볼보다.당시 체력이 없기로는 스바루나 매한가지 수준이었던 볼보는 본격적인 SUV를 만들기 전에 이 생소한 리프티드 왜건(Lifted Wagon, 키를 높인 왜건이란 뜻으로 당시에는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없었다)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S70 세단의 왜건형인 V70을 가져다 똑같이 차고를 높이고 펜더를 덧대었다. 이것이 초대 크로스 컨트리인 V70 XC다. 그런데 이 차 역시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을 불러왔고 여기에 재미를 붙인 볼보는 그 뒤 여러 세그먼트로 크로스 컨트리를 확장해갔다. 플래그십 모델이 S80에서 S90으로 진화함에 따라 S80 베이스의 V70 XC(크로스 컨트리) 역시 자연스럽게 V90 크로스 컨트리로 진화했다.​세단과 SUV의 장점만 가져온 아름다운 차신형 S90에 기반을 둔 만큼 원래의 작명법대로라면 XC90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겠지만 이쪽은 이미 정상적인 SUV 모델이 2002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V90 크로스 컨트리라 부르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V90을 뺀 채 그냥 크로스 컨트리라 불러 달라고 한다.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일전에 V60 크로스 컨트리를 내놓을 때도 V60을 빼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미 S60/V60/V40에 크로스 컨트리가 있기에 여기서는 그냥 V90 크로스 컨트리로 부르기로 하자.마치 북유럽 가구같이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디자인은 이 차라고 예외가 아니다. 베이스가 된 S90은 5m에 가까운 길이와 2.9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가진 모델. 이것을 기반으로 만든 왜건형 차니 꽤나 길쭉한 인상을 가지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실물로 본 이 차, 예상을 뛰어넘는 스포티한 비례가 돋보인다. 차고를 65mm 올리고 두툼한 플라스틱 펜더를 둘렀지만 21인치나 되는 타이어와 얇은 옆쪽 면적 덕에 날렵한 이미지가 강하다. 긴장감마저 자아낼 정도로 경사진 루프 라인과 날 선 테일램프의 형상은 세단과는 분명하게 다른 디자인 언어로 역동감을 강조한다. 간결하지만 무뚝뚝하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하던 과거의 XC70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프론트의 많은 부품을 S90과 공유하지만 그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오프로더라 생각하기 어려운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트. 체중이 고루 분산되며 착좌감이 좋다​2.9m에 이르는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의 공간감은 최상위 수준이다​​이 차의 강렬한 첫인상에는 21인치 휠도 큰 몫을 한다. 끈끈한 접지력에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역할이 크다​세단 대비 차고가 65mm 높다​크기는 기본 560L, 시트 폴딩시 1,526L다. 길이는 키 198cm의 성인이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 차는 사실 S90이다. 내장 역시 S90의 인테리어 부품을 그대로 활용했다. 다만 베이지와 브라운의 푸근한 색감을 살린 S90과 달리 실내는 온통 블랙 원톤이다. 버튼을 없앤 간결한 인터페이스나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 소재의 품질감은 그대로이지만, 모든 것이 단조로운 색상 속에 파묻혀버린다. S90의 멋진 색감을 유지해 주었다면 이 차는 안팎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각별한 차가 되었을 것이다. 전율에 가까운 사운드를 뽐내는 B&W 오디오도 빠져 있는데, 상위 트림인 크로스 컨트리 프로에서는 여전히 포함된다고 한다.​​소재와 디자인이 모두 S90의 훌륭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검은색에 모두 파묻혀버린다모든 조절 기능을 담은 9인치 터치스크린. 태블릿을 다루듯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간결하고 시인성이 좋은 계기판. 당연히 풀 LCD다 도어트림도 검은색 일색. B&W의 황홀한 사운드는 프로 트림에 달린다 2014년 이후 볼보는 엔진의 상한선을 4기통 2.0L로 묶는 과감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종래에는 4.0L급 V8이 감당하던 영역을 트윈차저와 모터 어시스트를 통해 훌륭하게 해결한 결과물은 이미 T8로 경험했던 터. 시승차인 D5는 2.0L 디젤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235마력의 출력과 49.0kg·m의 토크를 낸다. 굳이 기통 수를 따지지 않아도 회전 질감은 디젤 엔진으로서는 최상급 수준이며, 진동도 거친 압축 착화음도 들리지 않는다. 회전을 시작하면 일찌감치 토크감도 올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에 걸맞은 가속감이 통쾌하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1,945kg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무게 탓일 듯하다.  4기통 2.0L 디젤 엔진. 질감이 좋고 넘치는 힘을 낸다 승차감은 S90보다도 좋다. 늘어난 서스펜션 트래블을 마음껏 충격흡수에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하체가 움직인다. 높은 차고 덕분에 부담 없이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정말 좋은 것은 역시 포장도로 쪽이다. 온로드에서 이 차를 모는 즐거움이 정말 대단하다. 우연한 기회에 S90을 서킷에서 몰아보고 그 만만치 않은 코너링 실력에 깜짝 놀란 적은 있지만, 차고가 높아진 크로스 컨트리 또한 그 특성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조작에 유순하면서도 또렷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이나 코너링 때마다 네 바퀴를 따라 전해지는 끈끈한 트랙션이 이 차의 움직임에 대한 확신을 부채질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업다운 조작에 무척 빠르게 반응한다. 이 정도 핸들링이라면 패들시프트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반자율 주행의 매력V90 크로스 컨트리는 직접 운전할 때 가장 즐겁지만 운전하지 않을 때도 여전히 즐겁다. 운전을 아예 차에 맡길 때의 즐거움도 기대 이상이다. 이 차에 탑재된 2세대 주행지원장비인 파일럿 어시스트2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바로 전단계인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을 지원한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가감속과 스티어링 조향까지 통제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 장치를 활성화시키고 난 뒤에 할 일은, 스티어링에 손을 얹은 채 전방을 주시하는 것 정도. 믿고 의존하기까지는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신뢰가 쌓이면 운전 피로가 격감한다. 정해진 차선에서 주변의 교통상황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며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며 달린다. 정체가 시작되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다가 완전히 정차하며,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다시 가속을 하는 것도 능숙하다. 돌발적으로 끼어드는 차조차 능숙하게 처리해낸다. 직접 운전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저속 브레이크가 약간 거친 정도일 뿐, 완전 정차시의 차간 거리는 오히려 기자가 운전할 때보다 짧다. 고속도로 크루징은 물론 정체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운행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반자율주행 모드를 탑재, 시속 140km까지는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 알아서 달리는 스마트한 차다​​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운전보조장비이며 운전의 최종결과는 운전자의 몫이다.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완전 방임 모드는 허용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과신이나 법적 문제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사실상의 반자율주행에 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양산차에서 만날 수 있는 최전선의 기술을 V90 크로스 컨트리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한해 수십 대의 차를 타는 게 일인 자동차 전문지 기자로 생활하다보면 시승하는 대부분의 차에 특별히 미련을 가지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오랫동안 가는 차도 있다. 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과 높은 품질, 온·오프로드를 모두 만족시키는 주행능력과 넉넉한 적재공간, 여기에 진보된 자율주행 능력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올해의 카 오브 더 이어는 일찌감치 확정되어버린 것 같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 
팜므파탈- 메르세데스 C63 쿠페 2017-04-05
​MERCEDES-AMG C63 COUPE팜므파탈C63 쿠페는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있는 힘껏 생동하며 운전자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힘으로 수응한다. 애간장을 녹이며 운전자 몸 속 단 한 방울의 남성호르몬까지 자극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선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려본다. 김태희의 눈, 송혜교의 보조개, 전지현의 허리를 조합하듯. 최고만을 모아 만든 자동차를 상상한다. 자동차 세계의 정점에서 반짝이는 삼각별, 엔진의 왕 V8, 날렵하고 명민한 D세그먼트, 빈틈없이 날렵한 쿠페, ……. 지금 그 완성형과 무척이나 가까운 차를 바라보고 있다. 우아하되 요염한, 세련되며 도발적인 메르세데스의 요물, C63 쿠페를.   C63 쿠페는 C63 세단의 예쁘장한 얼굴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몸매 덕에 세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볼륨감을 지녔다. 기다랗게 잘 빠진 보닛과 유연하게 흐르는 루프 라인을 넘으면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 특유의 풍만한 엉덩이가 쫑긋 탄력을 뽐낸다. 거기에 팽팽한 근육과 과격한 숨구멍을 더해 지극히 농염한 자태가 완성됐다. C클래스 쿠페로부터 물려받은 보디패널은 도어, 루프, 트렁크 리드뿐. 부풀린 펜더와 늘어난 트레드 덕에 어깨는 80mm 더 떡 벌어졌다.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 특유의 풍만한 엉덩이에 팽팽한 근육과 과격한 숨구멍을 더해 지극히 농염한 자태를 뽐낸다​ MEET THE BEAST리모컨 키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다. 파란빛으로 눈 뜬 주간주행등이 하얗게 희석되며 야수의 각성을 알린다. 도어캐치로 손을 가져가자, 프레임리스 윈도가 2mm쯤 주저앉으며 미리 실내외 기압차를 줄인다. 일상과 맹수의 세계를 가르는 문 앞에서 잠시 두 세계의 기압차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엘레강스와 스포츠 감성이 악수를 나눈다. 스티어링 휠 뒤로 엇갈려 지나는 시프트패들과 칼럼식 시프트레버가, 움푹 패여 공격성을 드러낸 대시보드와 단정하게 도열한 다섯 개의 원형 에어벤트가, 대시보드를 뒤덮은 가죽과 에지마다 물결쳐 흐르는 핏빛 스티치가 서로 대립하는 법 없이 사이좋게 어우러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엘레강스와 스포츠 감성이 악수를 나눈다강렬한 AMG 엠블럼과 침착한 IWC 시계가 들어간다. 탐나는 세 글자 이름 둘이 어렵지 않게 한눈에 담긴다​​센터페시아엔 강렬한 AMG 엠블럼과 침착한 IWC 시계가 들어간다. 탐나는 세 글자 이름 둘이 어렵지 않게 한눈에 담긴다. 머리 위로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하늘을 품는다. 확실한 개방감을 주며 열리는 글라스 루프는 포르쉐 993 타르가를 떠오르게 한다. 20년 전에 이 차를 봤다면 쿠페가 아닌 타르가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버킷 타입 AMG 퍼포먼스 시트는 거대 괴물의 입술처럼 운전자의 몸을 척 집어삼킨다. 시트벨트를 채우면 스르륵 조금 더 잡아당겨 몸을 시트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운전석에 앉아서 정면을 보면 보닛 위의 파워돔이 기세 좋게 치솟아 있다. 사이드미러에 들어찬 불뚝 솟은 리어펜더가 위압감을 더욱 부풀린다. 바텀 플랫(D컷) 스타일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은 림 직경이 크지 않고 적당히 두툼하다. 스티어링 휠을 가​슴팍 앞에 두고 그 위로 두 주먹을 움켜쥔다. 전투태세 완료다. ​​​버킷 타입 AMG 퍼포먼스 시트는 거대 괴물의 입술처럼 운전자의 몸을 척 집어삼킨다2명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 휠베이스가 C클래스 세단과 같기 때문에 무릎공간은 충분하지만 낮은 루프 라인 탓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된다​ 메르세데스의 요물우릉~! 우렁찬 기지개 소리가 적막한 주차장에 찬물을 끼얹는다. 가슴 깊이 울리는 V8 사운드가 반경 20m 대기를 울리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자 맹수는 그르렁대며 신경질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발끝에 힘을 주면 사자후를 내지르며 뻗어나가고, 힘을 빼면 거친 숨 내뱉으며 기세를 꺾는다. 왼손을 튕겨 다운 시프트를 하면 우릉~ 빡! 빡! 도로 위에 포성이 울린다.  C63 쿠페는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있는 힘껏 생동하며 운전자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힘으로 수응한다. 애간장을 녹이며 운전자 몸 속 단 한 방울의 남성호르몬까지 자극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선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파워트레인은 C63 세단과 같은 V8 4.0L 트윈터보(M177)와 7단 MCT의 조합이다. 현재 벤츠는 4.0L, 4.7L, 5.5L 3종의 V8 엔진을 생산한다. 그중 4.0L 트윈터보(M177/M178)는 당장 레이스에 투입해도 좋을 만큼 화끈하다. 초반부터 쏟아지는 66.3kg·m의 최대토크는 붉은 바늘이 타코미터를 휘돌아 5,000 부근에 이르도록 꾸준히 분출된다. 476마력의 힘이 폭 285mm의 뒷바퀴로 쏟아지면 해머에 맞은 노면이 차체를 멀리 튕겨낸다. 센터페시아 중앙 IWC 시계엔 초침이 없지만 어렵지 않게 초읽기를 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은 순간부터 속도계 바늘이 100을 터치할 때까지의 시간이 딱 4초다.​​​사람이 빚은 AMG의 심장. V8 4.0L 트윈터보는 당장 레이스에 투입해도 좋을 만큼 화끈하다 ​때론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트위스트를 출 때도 있다. 하지만 섀시 균형이 좋아 곧바로 정상궤도로 복귀한다. 찰나의 스릴을 허용한 뒤 트랙션을 움켜쥐며 폭발적으로 뻗어나가는 감각은 무척이나 마초적이고, 한편으론 말 할 수 없이 정교하다.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세팅이 정밀하고 단단하다. 피드백은 생생하고 반응은 즉각적이다. 정지 가속, 재가속, 조향 모든 감각이 솔직하고 유연해 운전이 쉽다. 기계식 AMG 리어 액슬 LSD(차동제한장치)는 민첩성을 더욱 높인다. 다소 과격하게 코너를 돌아도 코가 코너 안쪽을 깊게 찌르고 꽁무니는 경쾌하게 따라붙는다. AMG 다이내믹 셀렉트는 컴포트/스포츠/스포츠+의 세 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지원하며, 엔진, 배기, 서스펜션, 스티어링을 각각 맞춤 설정(인디비주얼)할 수도 있다. 7단 MCT 변속기는 컴포트 모드에서 ‘세일링’ 기능을 지원한다. 엑셀 오프시 계기판 중앙 정보 창에 요트 모양 아이콘이 켜지면서 기어가 중립이 되고 타력주행을 이어간다.​ ​​악녀의 시간뒤에 따라붙어 졸졸 따라오는 남자가 오늘만 5명째. 느긋하게 달리고 싶어 바깥 차선으로 빠져도 굳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아량으로 뒤태 감상을 허락한다. 풍만한 엉덩이를 보며 침 흘리는 모습이 나름 귀여우니까. 하지만 지루하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들을 사이드미러 속 점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한적한 공터에 차와 단 둘이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스파이럴 시퀀스, 콤비네이션 스핀, 트리플 플립, ……. 마치 은반 위의 김연아가 자동차로 환생한 것 같다. 시종일관 빠르고 우아하다. 티 없이 순수하면서 더 없이 요염하다. 아스팔트 위의 김연아는 풍부한 감성으로 시간과 공간을 지배해 나간다. 타이어 마찰음과 배기 파열음 사이로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을 풀가동한다. 소름끼치는 바이올린 사운드, BGM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다.​​​19인치 AMG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차를 세우고 공연히 시트 등받이를 더듬었다. 어딘가에 플러그가 있을 줄 알았다. 척수 깊이 찔러 운전자의 뉴런과 차의 ECU를 연결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등받이에서 발견한 것은 플러그가 아닌 흥건한 땀. 주행 내내 무자비한 심장 박동이 고막을 후려쳤는데 그게 누구의 가슴에서 울린 건지 도통 분간이 되지 않는다. 마르첼 베버(Marcel Weber).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한다. 그가 빚은 심장과 하나되어 느낀 희열을 기념하기 위해서. 엔진에 달린 작은 배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매력 넘치는 소형 SUV 푸조 2008 2017-03-30
PEUGEOT 2008매력 넘치는 소형 SUV유럽은 물론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2008이 새 옷을 입었다. 신형은 당당해진 새로운 그릴과 앞뒤 펜더에 몰딩을 덧대 한결 SUV스런 모습으로 진화했다. 차체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터치만으로도 순둥이 같았던 크로스오버 2008이 제법 당당한 느낌의 SUV가 되었다.   신의 한 수! 신형 2008을 이처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푸조의 대표적인 인기 소형 SUV 2008이 약간의 리터치로, 그야말로 약간의 변화로 어마무시한 훈남이 되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앞모습. 앞 범퍼와 보닛의 모양을 개선하면서 대담한 프론트 그릴을 새로 달았다. 보닛에 보일 듯 말 듯 누워 있던 사자 모양의 엠블럼은 새로운 그릴 속에 우뚝 서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기존에도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에 몰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형에서는 앞뒤 펜더 부분으로까지 몰딩을 확대해 옆에서 보면 한결 SUV스런 느낌을 준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도 조금 손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리어램프에 삽입된 3줄의 굵은 LED는 불을 밝힐 때 꽤 강한 느낌을 전한다. 푸조는 이것을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모양이란다. 차체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리터치만으로도 순둥이 같았던 2008이 제법 당당한 느낌의 SUV가 되었다.​​변신의 일등공신인 프론트 그릴. 고급스럽고 당당해졌다​​앞뒤 펜더 부분에도 몰딩을 덧대 한결 SUV스런 느낌을 준다205/55 R16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와 알로이 휠헤드램프의 모양도 살짝 바뀌었다리어램프에 3개의 굵은 LED가 들어갔다​​​SUV스럽게 진화한 소형 크로스오버2008은 해치백 208을 베이스로 한 소형 크로스오버 SUV로, 지난 2013년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후 2014년 10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사실상 소형 왜건인 207SW의 후속인데 푸조는 208에 와서 왜건인 SW 대신 뒤 오버행을 해치백보다 늘리고 키를 살짝 높여 SUV스런 느낌을 낸 2008로 208SW를 대신했다. 물론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전세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불고 있는 소형 SUV의 유행이 있다.푸조의 포석은 적중해 2008은 데뷔 후 유럽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인기 모델이 되었고,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 소형 SUV 시장의 핫한 차가 되었다. 데뷔 이듬해인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2008은 4,000대 이상 팔린 것. 지난해에는 다소 주춤해 1,814대 판매에 그쳤지만 여전히 국내 푸조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형님인 3008보다도 4배 이상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2008은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종종 르노삼성 QM3와 비교되곤 한다. 같은 유럽산 소형 SUV인데다 두 차 모두 연비가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2008의 길이×너비×높이는 4,160×1,740×1,555mm로 QM3(4125×1780×1565mm)보다 살짝 길고 약간 낮다. 엔진은 1.6L 디젤 99마력으로 QM의 1.5L 90마력과 큰 차이가 없고, 연비도 18.0km/L(도심 16.9, 고속 19.5)로 QM3의 17.1km/L(도심 16.8, 고속 19.0)와 비슷하다. 물론 둘 다 근소하게 2008이 앞서기는 한다. 반면 값은 2008이 2,000만원대 중반에서 시작해 2,000만원대 초반에서 시작하는 QM3보다는 조금 비싼 편. 유럽 시장에서 둘 다 선전하고 있는 소형 SUV들이 하나는 르노삼성 배지를 달고 국산 소형 SUV와 경쟁하며, 다른 하나는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1.6L 배기량으로 99마력의 출력과 25.9kg·m의 토크를 내는 블루HDi 엔진​실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값싼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했지만 과거와 달리 마무리가 제법 고급스럽다. 센터 모니터 주변 등 디자인과 품질에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가죽과 스티치 장식을 덕지덕지 덧대지 않아도 소형차의 실내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시트 일부분과 스티어링 휠, 큼지막한 주차 브레이크 노브 등에는 2008도 가죽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을 덧댄 페달과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 그 옆에 붙은 큼지막한 시프트 패들은 스포티한 감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208이나 308처럼 계기판과 운전대를 분리한 i-콕핏이나 조수석 앞쪽 무릎 부분을 확 파놓은 대시보드, 드넓은 글라스 루프 등 푸조 소형차의 장점을 두루 품고 있다. 다만 천장에 그럴 듯한 무드등이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스위치의 조명을 넣는 데 인색해 어두운 곳에서는 어떤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다. 기어레버 주변에도 아무런 조명이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헷갈린다.  적당한 고급감을 머금을 실내. 계기들이 위쪽에 있어 보기편하다 도어트림도 플라스틱 일색이지만 꽤 근사하고 실용적이다  약간 높은 차고 덕분에 승용차보다 타고 내릴 때 편한 건 이런 크로스오버 SUV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장점. 앞좌석 거주성이나 시야는 좋은 편이며 뒷좌석공간도 QM3 같은 동급 콤팩트 SUV보다 넉넉하다. 등받이가 조금 세워져 있는 편임에도 머리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208보다 늘어난 길이는 고스란히 짐공간을 넓히는 데 사용됐다. 트렁크의 용량은 410L로 차급에 비해 좋은 편. 여기에 6:4로 접히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400L까지 늘어난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과 평평해지고 트렁크 입구의 높이가 지면에서 60cm밖에 되지 않아 짐을 싣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굽이진 길에서도 몸을 잘 지지해주는 앞좌석등받이가 조금 서있지만 거주성은 충분하다 트렁크 바닥이 지면과 높이 떨어져 있지 않아 짐을 싣기 편하다​​300km 넘게 달린 평균연비는 18.5km/L차들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아무리 디젤이라도 99마력으로는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대답은 No! 출력이야 99마력밖에 안 되지만 낮은 회전수부터 나오는 25.9kg·m의 토크 덕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렇다면 1.6L 디젤 엔진과 짝지은 6단 싱글클러치 방식의 MCP는? 메커니즘이 좋아진 걸까, 아니면 자꾸 적응해 가는 걸까. 예전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워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어떤 이는 탈 때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별다른 이질감이 없다고 한다. 기자의 평가는 딱 반반. 이질감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언덕길에서도 알아서 주차브레이크를 잡아주니 재출발시 당황할 일도 없다. 다만 급가속 때는 변속 타이밍이 길게 느껴지며 간혹 짧은 오르막 구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변속되기도 한다. ​ 99마력으로 힘이 부족하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달릴 때의 감각은 소형 SUV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2008에서 가벼운 것은 여닫을 때 통통거리는 도어뿐이다. 기대 이상으로 진중하며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동급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코너에서도 조금 높은 키를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푸조 특유의 재기발랄한 움직임을 보인다. 연속된 코너에서는 한계성능이 높아 출력의 한계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속도가 좀 있는 상황에서 재가속을 할 때는 넉넉한 토크 덕에 아랫단수로의 변속 없이 달리던 단수로도 종종 가속된다. 시내에서는 완전히 멈추기 전에 시동을 끄는 적극적인 스톱 앤 스타트 기능 덕분에 기름을 아끼면서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도 줄일 수 있다. 신형 2008부터는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 앞차와의 추돌상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제동하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가 달리지만 직접 테스트해볼 기회(?)는 없었다. 더불어 시승차는 중간급인 알뤼르 모델인 탓에 눈길이나 진흙길, 모랫길 등 다섯 가지 상황별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그립컨트롤이 달리지 않았다. 이 기능이 달린 GT 라인은 추후 판매될 예정이다. 시승 기간 동안 300여 km를 달린 후 주유할 때 2008의 경제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불과 2만원 남짓 기름을 넣으니 다시 풀탱크가 되는 게 아닌가! 이때 정보창에는 900km 이상의 주행가능 거리가 표시됐다. 가혹한 테스트를 겸했음에도 평균연비는 18.5km/L로 공인연비를 뛰어넘었다.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신형 2008에 이어 곧 크게 바뀐 신형 3008의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2008 이상으로 대변신한 3008은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과 함께 매우 기대되는 모델이지만 지금 같은 소형 SUV의 전성시대에서는 2008의 활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 분명해보인다.​글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재혁​​ 
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 2017-03-28
​국내 최초 시승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현대 쏠라티를 기반으로 한 노블클라쎄 리무진이 시판을 선언했다. 커스텀 리무진 전문 브랜드 KC노블의 세 번째 차다. 11명의 탑승자를 위해 새로 만든 실내는 노블클라쎄 고유의 향취가 물씬하다. 국내 인증을 모두 마친 차를 미디어 최초로 공공도로에서 달리며 체험해 보았다.​​​ 시판된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쏠라티를 도로에서 만나는 일은 어렵다. 쏠라티가 속한 장르인 하이루프 패널밴은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차종이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생소한 차로, 이를 기반으로 한 14~16인승 여객 투어러도 나온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던 15인승 승합차 수요가 해소되리라 기대한 사람도 있었지만, 막상 나온 차는 크기와 가격 모두 예상을 뛰어넘어버린 탓에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 ​ 도로에서 만나기 힘든 현대 쏠라티​ 쏠라티가 보다 대중적인 차로 자리를 잡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이 차의 가능성에 주목한 곳이 있다. 바로 특장 업계다. 상용차 플랫폼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보니 1톤 트럭을 가져다 어렵사리 뭔가를 만들던 회사들에게 온전한 탑승 공간을 갖춘 국산 상용차는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그중에서도 이 차의 출현에 반색을 한 곳은 커스텀 리무진 업계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프린터를 기반으로 한 리무진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개조된 차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 완성도가 들쭉날쭉한데다 품질에 비해 어마어마한 가격을 내세운 곳도 있다. ​​1종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11인승 모델이다​​이런 상황에서 순수 국산 리무진의 시판을 선언한 곳이 있다. 바로 KC노블. 노블클라쎄 카니발로 이미 그 실력을 입증한 회사가 이런 좋은 차를 그냥 놔둘 리 없다. 2016년 부산모터쇼에서 노블클라쎄 쏠라티를 발표한 후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고단한 제작차 인증작업과 쏠라티 자동변속기 모델의 출시를 기다린 탓이라고 한다. 바로 그 차가 시판에 들어가는 것이다. 시승을 요청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답이 돌아왔다. 요청을 한 곳이 자동차생활이 처음이라고.​​실버핀 도색을 했지만 시판 모델은 수직핀 형태의 그릴이 장착된다​​첫 인상은 수입밴을 압도할 정도의 ‘위압감’이다. 루프라인이 높으니 차의 거대함이 더욱 강조된다. 익스테리어의 디자인이 바뀐 곳은 없지만, 익숙지 않은 모습의 차가 블랙펄이 가미된 투톤 실버 도장을 입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운전석 부분은 순정과 동일하다(시트는 새로운 가죽을 사용했다) ​앞좌석 도어를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1열 공간 뒤에 자리한 거대한 파티션. 퀼팅패턴이 들어간 시트와 스웨이드로 감싼 천장을 빼면 기능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다. 시승차는 수동변속기밖에 없던 초기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현재는 8단 자동변속기 모델도 시판 중이다. 직렬 4기통 2.5L 디젤 170마력 엔진은 기본적으로 현대와 기아의 상용 모델에서 사용 중인 A2 엔진이지만 트럭의 진동과 소음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 하체 코팅은 물론 내장재 모두 새로 방음 처리한 덕분이다. 1단 기어를 넣고 조심스레 차를 끌고 도로로 나선다. ​​무게가 4톤에 이르지만 가속이 시원시원하다​​운전감은 확실히 미니버스에 가깝다. 쏠라티는 프레임이 아닌 모노코크 구조의 상용차다. 덕분에 조작과 운전방식은 1톤 상용트럭보다도 오히려 승용차의 감각에 부쩍 다가간 느낌.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승용차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미니밴(예를 들어 기아 카니발)과는 운전감각이 꽤 다를 수밖에 없다. 무게가 4톤이나 되고 무게중심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3.7m나 되는 휠베이스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차선을 옮기고 회전을 할 때마다 기다란 뒷부분이 슬렁슬렁 쫒아오는 느낌은 마치 이제 막 길들인 ‘대형 동물’ 위에 올라탄 듯하다.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는 수밖에. ​​ 운전석 시트 하단의 노브(사진)로 스프링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170마력을 내는 2.5L 디젤 엔진. 요소수를 사용하는 유로6 등급이다 큰 덩치만 빼면 운전 자체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운전석 시트에는 자체 완충장치가 있어 충격을 잘 흡수하며, 시내버스의 승객들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포지션도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2.5L 디젤 엔진은 토크감이 좋아 4톤짜리 덩치도 시원시원하게 가속된다. 현행 승합차 제한속도인 시속 110km까지의 가감속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목적은 격벽 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나타나는 공간이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면 나타나는 호화로운 뒷좌석​​발판을 딛고 들어간 실내에서는 먼저 어마어마한 공간감에 놀라게 된다. 실내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걷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천장 높이가 194cm나 되기 때문이다. 정원은 11명으로,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된 뒤 공간에 8개의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2+2+4의 구성으로 4열에 비치된 4개의 좌석은 비상용 정도로 여기는 편이 좋을 듯. 화물 공간이 거의 없다 보니 이걸 접어야 실제로 짐을 적재할 공간이 나온다. 운전기사를 빼면 실제 이 럭셔리한 환경을 만끽하며 탈 사람은 최대 4명이다. 길이 6m가 넘는 미니버스의 공간을 단 4명을 위해 다시 꾸민 것. 이것이 리무진이라고 불리는 차의 본질이다.​​ 직접 개발한 2열 시트의 착좌감은 일등석의 그것을 능가한다 ​고급 요트에서나 볼 법한 나무 바닥과 최고급 천연가죽, 스웨이드 소재의 천장이나 가죽의 퀼팅패턴은 이제 노블클라쎄만의 공식이 된 것 같다. 단차를 찾아볼 수 없는 패널 처리나 가죽마감에서 국내 커스텀 리무진의 최고 수준을 경험하게 된다. 시트는 이 차를 위해서 만든 전용 모델로 히팅과 쿨링은 물론 레그 레스트를 포함한 모든 것이 터치스크린으로 제어된다. ​​차량용 32인치 모니터와 좌우측에 자리한 인피니티의 사운드 시스템격벽의 스마트 글라스는 버튼으로 여닫거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과 분리된 파티션에 달린 32인치의 디스플레이는 차량 전용 제품으로 진동과 온도변화에 맟는 내구성을 지녔다. 터치패드로 조작하는 안드로이드 PC와 연동되므로 웹서핑이나 영화 시청이 언제든 가능하다. TV와 PC 모두 LTE 라우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는 와중에도 빠른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 ​ 실내의 모든 기능을 무선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할 수 있는 태블릿​​전용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8인치 갤럭시 태블릿도 따로 준비되어 있어 뒷좌석의 전 기능을 앱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다. 시트에 기대앉은 채 슬쩍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테이블이 펼쳐지고 커피 머신이 스르르 나오며 파티션을 여닫고 시트의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벽체의 틈새로 퍼져 나오는 LED 조명은 밝기는 물론 색상까지 변경 가능해 기분 내키는 대로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 USB와 220V 콘센트.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올라온다수납장도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수납장 중앙에 커피머신이 자리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간 차는 나지막한 엔진 소리만 전하며 미끄러져 나간다. 격벽을 치고 유리색을 불투명하게 한 뒤 블라인드까지 친 공간은 호화로운 응접실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시트에 기대어 갓 뽑은 커피를 한잔 들고서 손끝만 놀리며 영화채널을 넘기든지, 220V 콘센트에 노트북을 연결한 뒤 밀린 일을 처리하든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은 온전히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아니면 잠부터 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옆자리의 동료는 시트를 한껏 젖힌 후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테이블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KC노블은 해외 양산차 업계의 디자인 용역이나 컨셉트카 같은 소규모 생산 분야에서 제법 관록을 자랑하는 회사다. 양산차를 뛰어넘는 패널 제작이나 가죽작업의 세련됨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플랫폼이 가진 한계가 비교적 명확했던 전작 카니발에 비하면, 쏠라티는 탁월한 플랫폼일 수밖에 없다. 이색적인 차가 주는 신선함과 압도적인 공간감 덕분이다. 단점도 없지는 않다. 반드시 전문기사의 운전을 필요로 하며, 운영 과정에서도 별도의 비용과 노력이 드는 차다. 주차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의미 있는 성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쇼퍼드리븐카로는 갈 수 있는 궁극의 수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3열 시트는 발받침 길이 조절 기능만 빼면 2열 시트와 같다  4열 시트의 모습 짐공간이 필요한 경우 4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 ​기술도 디자인도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만든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제품을 국산차와 국내 커스텀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근사한 일이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쏠라티는 카니발 L4와 L9에 이은 KC노블의 세 번째 미니밴이다​​ 
양의 탈을 쓴 진중한 늑대- 볼보 S60 / V60 폴.. 2017-03-20
VOLVO S60 / V60 POLESTAR양의 탈을 쓴 진중한 늑대볼보 전문 튜너였던 폴스타가 볼보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 디비전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지도 벌써 2년째다. 6기통 엔진을 버리고 새로 만든 4기통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함께 달려 367마력을 내고, 네 바퀴를 굴리는 차는 강화된 차체에 올린즈 댐퍼까지 넣어 보통의 볼보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상 최강의 성능을 갖춘 볼보 세단과 왜건을 서킷과 일반도로 모두에서 경험해보았다.​​  자동차 회사라면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볼보라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라서 ‘안전’하고 ‘보수’적인, 그래서 ‘재미는 없을 것 같은’ 평이 주도적이다. 실제로는 레이스에도 꽤 적극적인 회사인 만큼 이런 이미지가 좀 억울하긴 했을 것이다. 90년대 BTCC에서 인기를 끌었던 850 터보 왜건은 공력 특성이 세단보다 좋다는 합당한 이유로 선택되어 치열한 선두 다툼으로 팬을 모으기도 했다. 사각형 얼굴을 하고서 무섭게 달리던 T5-R 같은 시판 모델들은 이런 레이스의 영향을 명백하게 받은 차들이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차를 불쑥 내놓는 괴짜 이미지가 있을지언정 과거의 볼보는 꽤 스포티한 차도 나오는 회사였다. 이게 한동안 뜸했던 것은, 뭐 다 그렇듯이 돈 때문이다.포드 산하로의 합병, 독자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에 이어 중국 지리자동차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사회생. 한때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놓는 차마다 대히트를 치는 잘나가는 브랜드가 되었다.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드높일 고성능 모델도 필요해진 상황. 하지만 볼보가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고성능 원오프 모델을 만드는 대신, 볼보의 공식 모터스포츠 파트너 폴스타를 인수해 아예 브랜드화하기로 한 것이다. 볼보의 M이나 AMG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계획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적어도 바탕은 레이스를 통해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본사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투어링카들이 호주와 유럽의 레이스에서 맹렬한 기세로 달리고 있는 것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2년 전 론칭된 폴스타가 소정의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도 엄연히 폴스타의 시판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한해 1,500대 수준을 만드는 폴스타 모델 중 한국에 배정된 수량은 S60 50대와 V60 10대다.​​​​ 양산 최강의 2.0 터보 모델2014년 발매된 최초의 폴스타 컴플리트카 엔진은 350마력을 내는 직렬 6기통 3.0L 터보. 하지만 4기통 2.0L 엔진 하나로 전 모델을 아우르겠다는 드라이브-E 계획에 따라 폴스타 모델의 엔진도 다운사이징되었다. 베이스가 된 직렬 4기통 1,969cc 엔진은 볼보의 다른 일반 모델에도 쓰이고 있지만, 실체는 전용 부품으로 가득 채운 고성능 엔진이다. 압축비를 낮춘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는 물론 캠샤프트와 점화 시스템, 연료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었다. 높은 부스트를 사용하기 위해 직경을 키운 터빈은 부스트를 무려 2바(bar)까지 쓴다. 아무래도 저역 토크가 형편없어질 게 뻔하다보니 저회전 영역을 커버할 수퍼차저를 따로 붙였다. 터보와 시스템을 채용한 것이다 수퍼차저를 함께 쓰는 트윈차저 . 이것으로 달성한 출력은 무려 367마력, 최대토크는 47.9kg·m에 이르며, 양산 4기통 엔진으로서는 세계 최강의 스펙을 갖추게 되었다. ​4기통 엔진으로 여기까지 다루어본 브랜드로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정도. 폭스바겐 쪽은 1.4L 엔진으로 성능과 연비를 양립하기 위한 기술적인 시도의 성격이 짙었으며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비슷한 성격의 벤츠제 4기통 2.0L 엔진은 360마력의 출력과 45.9kg·m의 토크를 내며 현행 A45 AMG와 GLA45 AMG에 얹혀 활약 중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기술적 성취 덕분에 폴스타의 신형 엔진은 2016년 12월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에 바로 이름을 올려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매칭된 변속기는 아이신제의 고토크 사양 8단. 전륜구동으로는 이런 출력을 다스리기 어려워 이미 성능이 입증된 보그워너-할덱스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얹었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최신기술이 모두 탑재된 셈이다.​​​터보와 수퍼차저가 더해진 4기통 2.0L 367마력 엔진. 엄청난 성능에 비해 엔진룸은 매우 평범하다​​달리기 실력은 영락없는 늑대 채도가 높은 선명한 사이언 블루 색상은 오직 폴스타 모델에만 쓰는 스페셜 컬러다. 원래라면 보기 힘든 이채로운 색감에 감탄이 나올 법한데, 바로 어느 국내 제조사의 전기택시가 떠올라서 조금은 김이 빠진다. 레이스 데이터에 풍동시험까지 거쳐서 만들어낸 디자인이지만, 꼭 필요한 스플리터와 스포일러 정도만 추가한 수수한 모습이다. 고성능 모델이니만큼 과격한 에어로 파츠를 두를 법도 하건만, 필요한 성능 이외에는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곳곳에 폴스타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지만,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측면부의 20인치 메시 타입 휠과 거대한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 정도를 봐야 이 차의 성능을 겨우 짐작할 수 있다. 유난을 떨지 않는 점이 확실히 볼보답다.​​​채도가 높은 보디 색상은 폴스타에만 쓰이는 전용 컬러인 사이언 레이싱 블루. 볼보 투어링카 레이스팀의 이름이기도 하다​푸른색 스티치로 액센트를 준 전용 스포츠 시트는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푹신하다. 카본 패턴을 사용한 대시보드를 빼면 운전석 주변의 모습은 보통의 S60 그대로이며 조작방식도 다를 바 없다. 시동을 켜고 끌 때의 LCD 화면 연출 정도가 다를 뿐이다. 스포츠 모드 변환 버튼 정도는 추가되었을 줄 알았는데, 이것은 나중에 의외의 모습으로 확인된다.​​카본 패턴의 센터콘솔어링을 빼면 대시보드는 동일하다퍼포먼스용 버킷 시트임에도 전혀 딱딱하지 않으며 심지어 편하기까지 하다 ​기어노브 속에도 폴로고를 넣었다. 아이신제 8단 AT는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세단대 왜건, 339L 대 557L 저역에서 엔진은 덤덤한 편. 4기통 엔진의 작동음이 거슬리지만 그나마 묵직한 배기음이 이 소리를 가려버린다. 3,000rpm 아래에서 폴스타는 보통의 S60과 다름없이 반응한다. 20인치 휠에 35시리즈 타이어를 다스리는 올린즈 조절식 댐퍼는 시속 30km 미만의 속도에서 요철을 만나면 여지없이 튀어오르지만, 속도를 좀 높이면 비로소 찰기 있게 바닥을 훑기 시작한다. 이토록 질기고 유연한 하체가 있었던가. 조금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보았지만 네 바퀴 모두 뿌듯한 접지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퍼포먼스 세단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승차감이다. 살짝 작은 듯한 배기음을 조금 키워볼까 싶어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에 놓는다. 회전수가 조금 올라가고 배기 밸브가 열리면서 제법 박력 있는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가속을 하면 마치 휘파람 소리 같은 수퍼차저의 작동음과 함께 빠르게 회전수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터보가 본격적으로 최대토크를 내는 3,100rpm부터는 회전수 상승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며 한층 억세진 가속은 순식간에 레드존을 향해 치닫는다. 47kg·m가 넘는 토크이지만 현세대 최강의 공공도로용 타이어 미쉐린 수퍼 스포츠는 그 힘을 남김없이 네 바퀴에 전달한다. 2단, 3단, 칼 같은 변속을 이어가며 끝이 없는 기세로 가속을 이어간다. V60으로 갈아타 보았지만 이 매서운 가속감과 로드 홀딩 능력은 조금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고작 4기통 2.0L 배기량의 엔진을 여기까지 다듬는 것이 가능하다니!​​​​일상과 서킷을 모두 만족시켜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차를 서킷에서 달릴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직 서킷의 노면온도는 영하였지만 4륜의 트랙션을 믿고 피트인했다. 노말과 스포츠 모드 외에도 폴스타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숨겨져’ 있는데, 게임기의 치트코드를 꺼내듯 번잡한 방식을 써야 한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제친 다음 앞으로 민 상태에서 왼쪽 패들시프트를 두 번 당기면 대시보드에서 S 로고가 두 번 깜빡이며 이 모드가 활성화된다. 스태빌리티 컨트롤 기능이 꺼지고 배기 밸브는 최대한 열리며 거친 블러핑 사운드를 토해낸다. 과격한 모드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깜짝 놀랄 수준이다. 어지간해서는 회전수가 4,000rpm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헤어핀 앞에서 풀 브레이킹, 땅속으로 꺼질 기세로 감속한 차는 무지막지한 로드 홀딩으로 코너를 파고든다. 페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예리한 턴인 따위는 없다. 앞바퀴에 하중만 전해준다면 차는 아무런 저항 없이 스티어링이 향하는 방향으로 그냥 돌아나간다. 메다꽂듯 다운힐 코너에 차를 던져 넣어보지만 말도 안 되는 트랙션이 그대로 언덕 코너 위로 차를 밀어붙인다. 일반도로에서 괜찮다 정도였던 올린즈 댐퍼는 서킷에 들어오니 물 만난 고기마냥 최고의 성능을 뽐낸다. 하중 분산은 완벽하며, 연석을 밟은 안쪽 휠이 잠시 공중에 머무르다 착지할 때의 리바운드 처리는 거의 예술에 가깝다. 운전자는 어떠한 기교도 부릴 필요 없이 그저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조작만 정확하게 해주면 된다. 이쯤 되면 차가 알아서 다해버리는 점이 불만스러울 지경이다. 볼보 폴스타에는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최신기술이 모두 탑재되어 있다. 트윈차저 엔진은 2.0L 배기량으로는 꿈같은 출력 수준에 도달했으며 순정 올린즈 댐퍼의 성능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는 이미 검증된 S60/V60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2.0L 엔진 차를 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성능은 값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 정도의 기술적 성취에 도달해버리면 더 이상 배기량을 가지고 자동차의 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폴스타는 진심으로 대단한 차다.​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볼보자동차 코리아​​ 
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 - BMW 530i xD.. 2017-03-17
BMW 530i xDRIVE 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누적판매 800만 대를 바라보는 5시리즈가 7세대로 진화했다. 카본 코어로 다이어트한 뼈대에 최신 운전보조기능을 담아낸 이 고급 세단에는 자율운전 시대를 향한 BMW의 야심이 담겨 있다.    어중간함과 적당함.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함과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움은 완전히 다른 말이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3과 7 사이의 5. 하지만 단순히 숫자 이야기는 아니다. BMW 5시리즈는 다른 의미로는 기함 7시리즈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엔트리 모델 3시리즈(지금은 아니지만)에게 요구되는 사이즈와 가격의 속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지난 45년간 800만 대에 가까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레이싱 엔진을 얹는 대담한 시도로 괴물 세단 M5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다. 당당한 크기에 품격 넘치는 어퍼미들 세단이면서도 스포츠 감성을 곁들인 5시리즈는 서로 상반된 매력과 개성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성공 사례. 따라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는 메이커들에게는 언제나 닮고 싶은 선망의 존재이자 벤치마크 대상이었다.​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옆모습지난 연말 사진이 처음 공개된 신형 5시리즈는 어느덧 7세대로 G30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달았다. 5세대까지 E를 붙이다가 6세대의 F, 그리고 이번에 G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은 최근 BMW의 모델 가짓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올 봄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코드네임 G31의 5시리즈 투어링(왜건)이 공개되며 그란투리스모 계열의 형제차 6시리즈 GT는 G32로 불린다.신형 5시리즈의 변화는 혁신보다는 진화에 가깝다. 우선 디자인에서는 3시리즈의 앞트임 헤드램프와 7시리즈의 새로운 램프 디자인 등 최근 패밀리룩 변화를 집대성했다. 키드니 그릴은 각을 살리면서 둘레 크롬을 강조해 부각시켰고, 램프 커버를 그릴과 연결시켜 전면을 꽉 채웠다. 한층 과격해진 범퍼 아래 흡기구 디자인은 말끔한 눈매와 어울려 인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길고 납작해진 헤드램프에는 LED 기술을 심었다. 엔젤 아이 혹은 코로나링으로 불렸던 링 형태의 램프는 6세대 중간부터 위아래가 깎인 납작한 모양으로 바뀌더니 7세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더 이상 ‘링’이 아님은 아쉽지만 하이테크 냄새가 물씬 풍길 뿐 아니라 육각 형태가 키드니 그릴과도 잘 어울린다. ​​키드니 그릴이 더욱 강조되었다​​1 범퍼 아래쪽에 달린 레이더로 전방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2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트렁크는 깊은 대신 폭이 좁은 편이다3 스포츠 감성이 넘치는 M 18인치 휠​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반면 옆모습에는 선대 DNA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휠베이스와 오버행의 비율은 물론 앞뒤창의 각도와 루프 라인, 호프마이스터킥(Hofmeister Kink, C필러와 옆창 사이의 꺾음선)의 형태 역시 판박이다. 물론 그대로 복사했을 리는 없다. 경사졌던 벨트 라인이 평평해진 반면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더해졌고 아래쪽에 사선 모양의 장식과 굴곡선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조금 더 길어 보이면서도 한층 더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해졌다.  ​​​ 크리스 뱅글 시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링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BMW 디자인은 뱅글이 떠난 후 이를 다듬고 안정화시켜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런데 최근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이적한 요제프 카반을 카림 하비브 후임(코어 브랜드 디자인 담당)으로 임명하면서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카반은 폭스바겐 루포와 부가티 베이론 등을 디자인한 슬로바키아 출신 디자이너다. 7세대 5시리즈는 길이가 4,935mm로 이전 모델보다 36mm, 휠베이스는 2,975mm로 7mm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어퍼미들 클래스의 차체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데다 기함과의 차별화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몸집 불리기는 무의미하다. 대신 새로운 편의장비와 첨단 기능으로 라이벌과 차별화하고, 셔터식 그릴과 에어 커튼, 그 밖의 세부적인 공력 디자인을 정교하게 다듬어 공기저항계수(Cd)를 무려 0.22까지 끌어내렸다. 신개발 플랫폼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100kg 이상 가벼워졌다. BMW i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얻고 7시리즈에서 적용된 카본 기술 덕분이다. 스틸/알루미늄 기본 뼈대에 루프 라인과 필러를 따라 카본복합소재를 배치했다.    ​​​기함을 닮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인테리어는 현행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센터페시아의 육각형 구조와 그 위에 얹은 돌출식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래스에 맞게 소재와 장식, 장비가 간략화되었다지만 구형보다 한결 화려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장비가 지나쳐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 같았던 7시리즈보다는 좀 더 자동차에 가까운 5시리즈가 마음 편하다. 나무 질감을 잘 살린 우드트림이 멋스럽고 수제작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가죽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전석은 사이드 서포트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더욱 넓어져 거주성이 좋아졌고 센터콘솔 뒤편 조작계도 고급스러워졌다. ​​대시보드는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화려한 스티칭이 멋스러운 컴포트 시트. 사이드 서포트가 조절된다​​하이테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프트레버 주변​모니터 방식의 계기판은 두 개의 원형 테두리가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구분한다. 완전 모니터 방식인 편이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지만 BMW는 익숙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남겼다. 계기 레이아웃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에코 모드에서는 타코미터 자리에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회색제동 미터가 더해지거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빨간색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남긴 계기판 BMW는 i드라이브를 통해 자동차와 IT 기술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왔다.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반 스마트 기기와 달리 운전 중에 사용한다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회전시 노브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을 일찍부터 사용해왔다. 터치식 화면이라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해야 할 기능이 많아지면서 i드라이브 역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화면을 직접 눌러 기능을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스처 조작까지 가능하다. 화면 앞에서 V자를 그리거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하다.  ​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조작방식 외에 터치와 동작 인식이 가능하다 조작계는 전통적인 회전식 노브와 기계식 푸시버튼, 터치식 버튼을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중요한 버튼은 조작자 가까이에 푸시버튼으로 마련한 반면 그래픽과 연동되는 스위치는 터치식으로 따로 모았다. 대형 터치 화면 하나로 공조장치까지 통합 처리하는 모델이 있는 마당에 다소 보수적인 접근법. IT와 전자장비 도입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BMW이지만 기존 운전자들의 익숙한 감각을 저버리지 않은 결정이다.​​​​새로운 공조 스위치 디자인이 아름답다​​뒷좌석 공조장치와 히터 스위치​​4기통 터보로 6기통을 능가하다시승차는 530i x드라이브로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었다. 이 차를 접하면 몇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우선 530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6기통이 아니라는 점과 4기통임에도 생각보다 엔진음이 작지 않다는 것.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운전하면 아까 들었던 엔진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4기통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구형 5시리즈의 가솔린 엔진 라인업은 4기통 터보와 6기통 자연흡기, 6기통 터보 그리고 V8이 있었다. 반면 신형에서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직분사+터보)들로 교체된다. 이유는 물론 강화되는 배출가스와 연비규제 때문이다. 직분사와 더블 바노스 가변식 밸브 시스템으로 무장한 신형 엔진은 배기량이 2.0L에 불과하지만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구형보다 출력은 7마력 늘었으면서도 연비가 개선되었고, CO₂ 배출량은 11% 줄어든 km당 126g.   모듈식 구조를 통해 기통별은 물론(3~6기통) 가솔린/디젤 사이에서도 부품공유가 가능하다. 아울러 신텍(SYNTEC)이라 불리는 소재로 엔진 블록을 둘러쌌다.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검은색 부직포 같은 소재가 블록을 감싸고 있는데, 외부 온도의 영향을 줄이는 한편 적정온도까지 빠른 상승을 돕고 소음 차단 역할도 한다. 결과적으로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강력한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겸비한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 530i의 0→시속 100km 가속은 6.2초로 실제로도 액셀 페달을 밟으면 배기량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함이 느껴진다. 1,450~4,850rpm의 넓은 토크밴드는 저속부터 충분히 두텁고 꾸준하게 차체를 밀어주기 때문에 적어도 성능 면에 있어서는 6기통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과 변속기의 깔끔한 연계플레이는 한계에 달한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반면 서스펜션은 무척이나 부드러워졌다. BMW는 고급차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스포츠 캐릭터가 특징이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코너를 날카롭게 휘젓는 감각은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BMW만의 매력 포인트. 하지만 현행 3시리즈부터 노선을 바꾼 BMW는 신형 5시리즈 역시 이전보다 부드럽게 다듬었다. 이는 물론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위한 선택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매력이라고는 해도 실제 즐기는 고객은 매우 한정적이고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승차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롤링이 커진 코너링과 한 박자 느린 스티어링 반응은 아쉽지만 대신 크루징 상황에서는 아늑한 승차감으로 충분히 보상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0~210km의 폭넓은 속도 영역에 대응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별도 조작이 필요 없다. 레이더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속도 조절 알고리즘이 한층 매끄러워져 어지간한 운전자에 버금간다. 반면 차선유지장치는 도로의 차선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갑자기 풀려버리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처럼 직선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야 하는 경우라면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장비임에 틀림없다.부드러워진 서스펜션에 만족할 수 없는 고객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할 경우 보다 높은 감쇄력에 지상고는 낮아지고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을 통해 감쇄력 조절도 가능하다. 여기에 적응식 롤링 억제장치인 다이내믹 드라이브(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었다)까지 더하면 BMW 본연의 스포츠 감각으로 코너를 헤집을 수 있다. 물론 추가비용은 감수해야 한다.​자율운전 시대를 대비하는 차아직 공식 론칭 전인 신형 5시리즈는 사전 예약을 통해 수입 모델과 가격선이 알려졌다. 520d가 옵션 패키지(M스포츠/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와 x드라이브 유무에 따라 6,630~7,120만원, 가솔린 530i는 6,990만원부터 8,790만원으로 정해졌다. 시승차인 530i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는 파란색 스포츠 브레이크와 고급스러운 나파가죽시트가 멋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댐퍼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사실 이번 5시리즈 시승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엔진음에 처음 놀랐고, 와인딩에 들어섰다가 나긋나긋한 차체 움직임에 다시 한번 놀랐다. 3시리즈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기자가 머릿속 BMW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움직임에 ‘내가 지금 5시리즈를 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운전보조 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니 BMW의 고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화된 운전보조장비들은 자율운전의 전초전이다​​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운전 시대로의 전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를 먼저 받아들이게 될 프리미엄 메이커들에게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BMW의 선택 역시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에 몸을 맡기고 편히 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더더욱 부드러운 승차감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신형 5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비교적 조용한 정상진화로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실험의 일환이 아닐까? 아울러 미래를 예측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그들의 철저함에 약간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칠 변화의 파도가 결코 잔잔하지는 않겠지만 5시리즈라면 분명 그리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 
미니밴 못지않은 대형 SUV - 혼다 파일럿 2017-03-15
 2017 HONDA PILOT미니밴 못지않은 대형 SUV휘발유 값이 북미만큼 싸지 않은 한국에서도 대배기량 가솔린 SUV는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절대강자는 포드 익스플로러. 파일럿은 아직 적수가 되진 못하고 있지만 1년 사이 판매가 10배나 늘었다. 저유가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V6 3.5L급 가솔린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커맘(Soccer Mom)은 미니밴으로 아이를 축구연습장에 데리고 가고, 아이가 축구연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를 말한다. 미국에서 축구를 즐기려면 차를 타고 연습장을 찾아다녀야 하고 부대경비도 많이 드는 편이다. 특히 어릴 때 축구를 접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아이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엄마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커맘이란 용어는 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미국 여성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방과 후 체육활동이나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열성엄마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전통적으로 사커맘들이 선호하는 차는 미니밴이었다. 자신의 자녀는 물론 때론 이웃집 아이들 몇몇을 함께 태우고 집과 축구장을 오가는 패밀리카로 미니밴만 한 차가 또 있을까? 그런데 요즘은 미국에서 미니밴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투박하고 획일적인 미니밴의 스타일에 식상한 사커맘들이 이젠 3열 시트가 있는 7인승 중대형 SUV를 찾고 있는 것. 실제로 북미에서 미니밴은 기껏해야 7인승이기에 제대로 된 3열을 갖춘 SUV라면 미니밴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부는 SUV 열풍과 SUV 자체의 매력적인 진화도 이런 바람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다.​​2, 3열에 각각 3명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공간최대 3명이 앉을 수 있는 3열시트. 성인 2명이 타도 넉넉하다원터치로 2열 시트가 앞으로 밀려나며 3열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마련된다 ​ 값싼 HR-V보다 인기 더 많아파일럿은 혼다 배지를 달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 기획하고 앨라배마 주 링컨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실상의 미국차다. 당연히 일본에서는 판매되지 않으며, 파일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북미에서는 뒷부분을 픽업트럭으로 개조한 SUT 릿지라인(Ridgeline)과 조금 작은 형제차 어큐라 MDX도 있다. 1세대 파일럿은 2002년 3열 7인승 중형 SUV로 태어났지만 2008년 체급을 올리면서 덩치를 키웠고 2015년에는 투박했던 직선 스타일을 버리고 지금의 날렵한 3세대로 진화했다. 애초 7인승 중형 SUV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풀사이즈 SUV에 버금갈 만큼 커져 언뜻 봤을 때의 느낌이 북미의 인기 SUV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하다(실제로 이들은 북미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다만 박스형 디자인을 버리고 앞뒤로 날렵한 스타일링을 입혀 예전보단 덜 부담스러운 모습이다.파일럿은 북미에서 매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기도 하다. 2000년 말에는 몇 년간 시장의 터줏대감인 익스플로러보다 많이 판매되기도 했다(지금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데뷔 후 미국에서만 170만 대 이상 판매된 저력 있는 모델임은 분명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도 대형 가솔린 SUV 시장의 절대강자는 익스플로러라는 것. 지난해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은 4,739대로 어지간한 수입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에 버금간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된 파일럿의 수는 801대. 익스플로러에 크게 못 미치지만 2015년 80대에 비해서는 10배나 성장했다. 더군다나 파일럿은 혼다 코리아가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1.8L급 3,000만원대 초반의 소형 SUV HR-V보다 더 잘 팔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휘발유 값이 북미만큼 싸지 않은 한국에서도 대배기량 가솔린 SUV가 생각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상황. 그 이면에는 진입 장벽이 낮은 차값과 한동안 유지됐던 저유가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어쨌든 국내 시장에서도 6기통 3.5L급 대형 가솔린 SUV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안팎으로 드러나는 대륙의 풍요로움혹자는 각이 지고 투박한 구형 파일럿이 더 개성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기자의 눈으로 봐도 신형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개과천선이다. 길이가 5m에 이를 만큼 덩치가 크지만 언뜻 봤을 때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는 건 순전히 디자인의 힘. 그러나 옆에서 보면 대형 SUV다운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 2,820mm로도 뒤 오버행을 가릴 수 없을 만큼…….​​​구형에 비해 샤프해진 디테일로 덩치 큰 SUV에 대한 시각적인 부담감을 덜어냈다언뜻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리어램프. 빨간색 깜빡이로 다시 한번 미국 태생임을 드러낸다245/50 R20 사이즈의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 타이어 실내 역시 국산 SUV로 한껏 높아진 눈높이로 봐도 구형의 허접스러움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형 SUV다운 시원스런 시야와 넉넉한 공간감이 실내 곳곳을 휘감아 돈다. 북미 태생답게 큼지막한 도어 포켓이나 무지막지하게 큰 센터콘솔, 넉넉한 컵홀더 수 등 수납공간은 차고 넘친다. 소재의 질감이나 품질도 대중 브랜드의 차로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2017년형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에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더해 스마트 기기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모니터 주변의 터치식 버튼들은 사용 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어쨌든 차의 판매량과 명성에 비해 실내는 뭔가 부족해보였던 혼다차도 이젠 옛일이 된 듯하다.​​경쟁력 있는 국산차의 눈높이로 보더라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실내. 품질감도 나쁘지 않다센터콘솔은 가방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크지만 OD 오프와 L이전부인 6단 자동변속기는 안습이다​음료수는 물론 자잘한 물건들도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는 도어트림  뒷좌석공간도 대형 SUV답게 넉넉하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고 풍향과 풍속,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도 갖췄다. 그 뒤의 접이식 3열 시트는 특이하게 3명이 앉을 수 있는 형태. 2열 시트를 조금만 앞으로 밀면 어른 2명은 충분히 앉을 만하고, 체구가 조금 작은 아이들이라면 3명까지도 불편함 없이 앉을 듯하다. 이론적으로는 7인승 미니밴보다도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8인승(1열 2명, 2열 3명, 3열 3명) 배열이다. 미니밴의 용도를 대체하려면 당연히 3열 시트로 드나들기가 쉬워야 하는데, 2열 시트 옆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원터치로 등받이 각도가 앞으로 꺾이면서 시트 바닥이 앞으로 밀려나 3열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마련된다. 이 과정을 전동으로 처리하지 않았지만 결코 번거롭거나 불편하지 않다. 3열 등받이를 세운 상태에서도 80L 크기의 대형 아이스박스를 실을 수 있어 ‘미니밴을 대신하고도 남을 차’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3열 시트를 접으면 2,376L의 커다란 짐공간이 펼쳐지고, 2열 시트까지 접으면 어른 2명이 잠을 자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마련된다.​​3열 시트를 세운 상태에서도 적재량이 꽤 된다​​5명이 타고도 엄청난 짐을 실을 수 있다2열까지 접으면 성인 2명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나온다 ​​V6 자연흡기로도 충분한 몸놀림파일럿은 혼다가 미국에서 범용으로 쓰고 있는 V6 3.5L 가솔린 I-VTEC 엔진을 얹었다. 혼다 특유의 SOHC 4밸브 유닛에 직분사 개량을 통해 최고출력 284마력/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의 준수한 성능을 낸다.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0→시속 100km 가속 7.3초, 최고시속은 211km로 체구를 뛰어넘는 성능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V8이나 별도의 과급기가 필요치 않은 수준으로, 실제 운전할 때도 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들지 않는다. 풀 액셀 상태에서 다소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는 게 의외지만 평상시 영역에서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여유로운 달리기를 보인다.​​​혼다가 북미에서 즐겨 쓰는 범용 6기통 엔진.출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다만 수동 변속을 지원하지 않는 건 무척 아쉽다. 미국에서 만든 차 아니랄까봐 6단 AT에 달린 건 오버 드라이브(OD) 온오프 스위치와 L 기어 레인지가 전부다. 혼다 코리아는 2017년형을 수입하면서도 지난 2015년 10월 3세대 데뷔 때 빠졌던 9단 AT를 선택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6단 AT 외에도 옵션으로 9단 AT를 고를 수 있다. 6단 AT로 받은 지금의 연비(복합 8.9, 도심 7.8, 고속 10.7)가 의외로 괜찮아서 이를 포기하기 싫었던 걸까? 실제 미국에서도 9단 AT의 연비가 6단 AT보다 확연히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몰아보면 6단 AT로도 그다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과 앞뒤 245/50 R20 사이즈의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승차감과 핸들링은 동급 평균 이상이다. 운전할 때만큼은 5m의 체구가 전혀 의식되지 않으며, 덩치에 비해 회전반경도 크지 않아 도심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눈길/진흙길/모랫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능형 지형관리 시스템을 갖춘 점도 동급 모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다. 230여km를 달린 후 측정한 평균 연비는 7km/L 정도. 비슷한 배기량의 국산 가솔린 세단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용자는 데일리카로 쓸 생각도 할 만하다.​​​5,000만원대 중반의 비교적 저렴한(?) 값의 북미 태생이라고 별다른 장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3세대 파일럿은 스몰 오버랩을 포함한 북미 충돌 테스트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자동감응식 정속주행장치(ACC),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S), 추돌경감제동 시스템(CMBS), 차선이탈경감 시스템(RDM) 등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적극적인 안전장비를 잔뜩 얹었다. 눈으로 보이는 안전장비는 오른쪽 깜빡이를 켰을 때 우측 뒤쪽 영상을 중앙 모니터에 띄우는 정도인데, 사이드미러에 눈이 먼저 가기 때문에 활용도는 크지 않다. 그보다는 큼지막한 크기에 비해 사각지대가 의외로 좀 있는 왼쪽 사이드미러의 개선이 더 절실해 보인다. 물론 애프터마켓에서 광각 미러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우리나라는 배기량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국산차 메이커들이 북미를 주요 타깃으로 삼다보니 평균 배기량이 크고, 또 고급차일수록 배기량이 커야 한다는 인식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V6 3.5L 엔진에 9km/L에 가까운 평균연비(비록 제원상이지만)를 내는 대형 SUV가 설 자리는 충분하다. 공간이 넉넉해 한국판 사커맘이 타기에도 어울릴 듯하지만 한국에서는 축구장 대신 기껏해야 스포츠 센터나 학원을 부지런히 오가는 게 현실. 센터의 좁은 지하주차장과 붐비는 학원 주변에서는 분명 큰 덩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주말에 탈 여유로운 SUV를 찾는다면 파일럿의 매력은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어쩌면 데일리카로 사용해도 V6 3.3/3.8L 엔진의 준대형차와 유지비 차이가 크지 않을 듯. 그러나 역시 파일럿은 주중보다는 주말, 도심보다는 아웃도어에서 더 큰 진가를 발휘할 듯하다.​글 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재혁​​​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