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그랜저 하이브리드 VS 렉서스 ES300h 2017-06-12
그랜저 하이브리드 VS 렉서스 ES300h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의 맞대결 사실 두 차의 특성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시승 전 훑어 본 제원표의 수치가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장단점은 의외로 뚜렷했다. 이번 비교시승의 승자는 그랜저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그랜저는 갓 나온 신차지만 ES는 데뷔 5년차니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랜저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렉서스가 앞섰다.​ ​렉서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랜저와 ES가 라이벌이라니. 둘 사이의 브랜드 격차도 무시 못 하지만 그랜저는 3,000만원대, ES는 5,000만원대로 가격 차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이 둘은 라이벌이 되기에 충분하다. 먼저 기계적인 측면에서 이 둘은 쌍둥이라 할 만큼 똑같다. 전륜구동 하이브리드 준대형 세단이라는 컨셉트는 물론, 차체 사이즈마저 거의 비슷하다. 또한 두 모델 모두 각 브랜드의 간판급 스타다. 그랜저는 사실상 현대의 플래그십 모델이고 ES 300h는 국내에서 렉서스의 실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젊고 스포티한 그랜저와 균형미가 넘치는 ES그랜저는 굉장히 젊은 인상이다. 구매층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안전규정을 고려한 범퍼 디자인은 파팅 라인을 앞쪽으로 당겨놓아 보닛이 길어 보인다. 그릴과 엠블럼의 위치도 낮아지며 시선을 아래쪽으로 이끌어 공격적인 인상이지만 범퍼 상단이 두툼한 탓에 오버행이 길게 느껴져 균형미가 부족한 원인이 되었다. 측면과 후면은 그랜저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C필러의 쿼터글라스와 봉긋 솟아오른 측면 캐릭터 라인, 양쪽을 길게 이은 그랜저 고유의 테일램프는 선대 그랜저로부터 물려받은 것. ​​1 소재와 질감 면에서 앞선 그랜저의 실내 2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센서를 품으며 커진 현대 엠블럼이 부담스럽다3 외관에서 드러난 일반 그랜저와 유일한 차이점은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1 화려함과 밝은 분위기로 고급스런 ES 2 ES의 디자인은 균형미를 갖췄다 3 ES 역시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을 사용하고 있다​​한편 2년 전 부분변경을 거친 렉서스의 외관은 한결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코주부 같던 스핀들그릴을 가다듬고 헤드램프 크기를 줄이며 전에 없던 균형미를 만들었다. 외관에서만큼은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렉서스의 판정승이다.  실내에서는 각자 다른 방식의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있다. 먼저 그랜저는 화려함보다는 소재와 질감에서 렉서스를 앞선다. 크러시 패드와 플라스틱 소재의 질감까지 손이 닿는 곳곳마다 촉촉한 감촉이고 변속기 앞쪽 수납함 덮개의 작동감마저 솜사탕 녹듯 부드럽게 여닫힌다. 논란의 대상이 된 모니터와 시계 역시 시각적으로는 불편할지언정 구조가 견고해 마음이 놓인다. 고급차에 유행처럼 적용된 이런 돌출형 모니터는 자칫 잡소리가 나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그랜저는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 잡소리의 원인을 없앴다. ​​1 두툼하게 적용된 삼중도어패킹 2 동급에서 보기 드문 그랜저의 뒷좌석 측면 이중접합유리3 그랜저는 배터리를 바닥에 낮게 깔아 트렁크공간이 실용적이다 4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부드럽지만 출력이 부족하다사용하고 있다 5 그랜저의 다리공간이 ES보다 반 뼘 정도 여유가 있다​​한편 렉서스의 실내는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분위기를 이끈다. 밝은 색상의 인테리어 컬러와 나무장식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꼼꼼하게 만든 크러시 패드 각 부분의 품질감도 만족스럽지만 조작감이 거친 기어 변속레버와 비교적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가 많은 점은 아쉽다. 일장일단이 있는 운전석공간은 무승부.​​1 ES 역시 방음에신경을 썼다 2 ES의 뒷좌석 측면유리는 홑겹이다 3 2열 좌석 뒤에 배터리를 세워 만든 ES의 트렁크,그래도 넓다 ​4 ES 하이브리드는 고속에서 더 활기차다 5 광활한 뒷좌석을 갖춘 ES​​차이를 보이는 것은 뒷좌석과 트렁크공간이다. 뒷좌석은 두 차 모두 광활하지만 그랜저의 무릎공간이 반 뼘 정도 더 넓다. 트렁크공간 또한 그랜저가 더 넓고 쓸모 있다. 2열 좌석 뒤에 배터리를 배치한 렉서스와 달리 트렁크 바닥에 낮게 깔았다. 그랜저의 트렁크용량은 426L, ES 300h는 414L로 10L 차이에 불과하지만 온전한 모양의 트렁크를 갖춘 그랜저가 활용성에서 앞선다. 사실 준대형차에 골프백 네 개를 실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 차를 구입하는 주고객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랜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그랜저의 승리다. ​전기차 같은 그랜저, 화끈하게 달리는 렉서스파워트레인의 구성은 비슷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엔진의 구성과 출력은 거의 같지만 모터 출력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렉서스는 각각 158마력과 159마력의 밀러 사이클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그랜저는 50마력 전기모터를, 렉서스는 141마력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렉서스의 시스템출력은 203마력이고, 현대는 시스템출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랜저(IG)의 배터리 용량은 1.76㎾, ES300h의 배터리 용량은 1.6kwh다. 그랜저는 EV 모드가 따로 없다. 하지만 저속에서 수시로 엔진이 개입하던 렉서스와 달리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랜저에서는 4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을 찾을 수 없다. 모터를 역방향으로 회전시켜 엔진의 진동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 느낌이 굉장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차로 착각할 정도다. 바퀴에서 비롯된 소음도 거의 없다. 3겹 도어 실링과 앞뒤 창문에 이중차음유리를 도입해 소음을 꼼꼼하게 틀어막은 것. 렉서스의 상징이었던 정숙성에서 오히려 그랜저가 앞섰다는 게 놀랍다.고출력 모터를 쓴 렉서스는 잘 달리는 가솔린차의 감각이다. 엔진을 수시로 가동시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도 급가속이 필요할 땐 고출력 모터가 앞바퀴에 힘을 보태며 세차게 가속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가속력이 무뎌지던 그랜저와 달리 고속에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렉서스가 밝히고 있는 최고속도는 180km/h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다. ​​​연비는 큰 차이 없다. 렉서스의 공인연비는 16.4km/L(구연비 기준), 그랜저의 연비는 16.2km/L(신연비 기준)다. 구연비가 신연비보다 더 후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실제 시승에서 나온 연비 역시 엇비슷했다. 데뷔 5년차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갓 나온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연비가 비슷하다는 점은 토요타의 기술이 얼마나 앞섰는지 말해준다. 최근 출시한 일본계 하이브리드 준대형차 연비가 그랜저보다 월등히 나은 점을 생각하면 다음 세대 렉서스 ES 하이브리드의 연비도 기대해볼 만하다. 렉서스가 비슷한 연비로 더 나은 구동성능을 지녔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직 렉서스가 한 걸음 더 앞서간다고 할 수 있겠다.두 차의 몸무게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운전시 느껴지는 중량감은 꽤 다르다. 그랜저가 보다 가벼운 몸놀림인 데 반해 렉서스는 실제 중량보다 더 무거운 차처럼 움직인다. 코너에서 꾹꾹 눌러가며 몰아붙이면 두 대 모두 잘 버텨주지만 이 차를 그렇게 몰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평가의 기준에서 제외했다. 준대형차 서스펜션 세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연 승차감이다. 이 점에서는 그랜저의 압승이다. 말랑말랑하고 노면정보를 충실히 전달해 위화감이 없고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높기 때문. 물론 렉서스도 나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면서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하체가 듬직하다. ​결론, 상품성에서 앞서는 그랜저이번 대결은 신인의 판정승이다. 5년 된 베테랑인 ES는 준대형차의 기준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다. 조용한 실내와 고급 오디오, 넉넉하고 푸근한 승차감과 뛰어난 내구성은 전세계 모든 준대형 세단이 따라야 할 모범 답안이었다. 이에 도전하는 신인들은 많았다. 그랜저 역시 그 중 하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동력성능을 제외한 모든 수치에서 ES 300h를 조금씩 앞설 정도로 갈고 닦은 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5년 먼저 데뷔한 ES 300h와 연비가 비슷하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다. ES는 낡은 티가 났다. 그랜저를 앞서는 유일한 장비는 마크레빈슨 오디오뿐. 능동형 조향보조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것은 이 급 차에게는 적잖은 단점이다. 풀 모델 체인지를 1년여 앞둔 모델이니 다음 모델을 기대할 수밖에. 하지만 렉서스는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차 사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렉서스의 그 가치만큼은 여전하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383km를 오롯이 체험하다- 쉐보레 볼트 EV 2017-06-09
CHEVROLET BOLT EV383km를 오롯이 체험하다383km. 전기차 볼트EV의 총 주행가능거리다. 수치상으로는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쉐보레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인제까지 왕복 295km를 몰아보며 도심을 벗어난 전기차의 효용성을 따져봤다.  ​​​ 전기차의 평균 주행가능거리는 100km가 조금 넘는다. 이는 현행 배터리 기술력과 ‘북미 자동차 운전자의 71%가 하루 평균 64km 미만을 주행한다’는 캘리포니아대학 교통연구소의 2011년 조사 결과에 의해 도출된 범위다. 필연적으로 근거리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이동수단인 셈. 그렇다고 해도 200km가 채 안 되는 주행거리는 많은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한정된 에너지로는 다양한 운전자 성향과 지역 특성을 충족하기에 한계가 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장거리 이동이 잦은 나라. 주행가능거리를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소비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전지기술을 쌓아온 LG화학은 지난 2014년 실내공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으면서 무게를 400kg 정도로 억제하고 완충시 3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60kWh 용량의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이듬해 이를 제너럴 모터스에 납품했다. 부피와 무게에서 손해 보지 않으면서 이전보다 증가한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 제작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2016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공개된 쉐보레 볼트EV가 바로 이러한 배경 아래 만들어진 전기차다. 국내에는 지난 4월 출시됐고 시판 중인 여러 전기차 중 비교적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완충시 383km 주행이 가능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다루면 그 이상의 거리도 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정된 지역에 국한됐던 기존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한, 말 그대로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모델이다. ​​​선명하게 각인된 볼트 EV 로고​​시작은 좋았으나……시승차를 받자마자 확인한 총 주행가능거리는 397km. 쉐보레가 발표한 공식 주행거리보다 14km를 더 달릴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무려 468km. 목표한 서울~인제 왕복은 거뜬히 다녀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확인한 총 주행가능거리는 397km.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무려 468km에 달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위한 리젠 버튼​​더불어 주행가능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이러한 확신에 ‘확신’을 더해줬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구간에서 단 1km도 소모하지 않는 에너지 효율성을 드러내서다. 마치 동이 나지 않는 통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회생제동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입은 가속으로 소비된 전력을 빠르게 채워갔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남양주 톨게이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넉넉한 배터리 잔량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가 자연스레 질주본능을 자극했고 이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내는 모터가 0→시속 100km 가속을 단 6.9초 만에 끝내고 단숨에 최고시속 146km에 도달한다. 조용하면서도 재빠른 가속이 바람을 매섭게 갈랐으며 심장은 짜릿함으로 요동쳤다. 분명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한 한방이 있었다. 한편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소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아마도 SUV에 버금가는 0.31의 공기저항계수가 원인인 것 같다. 볼트 EV의 디자인을 담당한 스튜어트 노리스(Stuart Norris)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볼트 EV는 공기역학의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사이 주행거리가 345km로 떨어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상태이기에 속도를 줄였다. 고속주행은 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기에 당초 ‘충전을 하지 않고 시승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지루하고 기나긴 여정이 되겠지만 정속주행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무료함을 벗 삼아 인제로 나아갔다. 고요한 모터음이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쭉 뻗은 국도를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반환점인 인제에 들어섰다. 남은 주행거리는 244km. 나쁘지 않았다. 돌아갈 거리가 약 146km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90km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초반에 무리하게 달렸다면 지금쯤 충전기를 찾아 다녀야 할 뻔했다. ​​지루한 운전과 졸음의 유혹을 견디며……​​​인제를 향한 길고 긴 여정 ​ 반환점인 인제에서 확인한 남은 주행거리는 244km​ 인제군에서 급속충전기는 인제군농특산물전시판매장 단 한 곳 뿐. 다른 사람이 쓰고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까지 따져야 한다. 지루한 운전과 졸음의 유혹을 견디며 에너지를 챙긴 일에 스스로가 대견한 순간이었다.  짧은 휴식 뒤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다. 인제까지 정속주행을 한 탓에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반환점까지 참은 욕구 때문일까. 돌아갈 때는 잠깐만이라도 속력을 내보고 싶은 보상심리가 고개를 들었다. ​​​인제스피디움에 올라선 볼트 EV​​244km나 남은 넉넉한(?) 주행가능거리가 오른발 끝을 자극했다. 강한 힘을 내뿜는 모터의 즉각적인 움직임은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스파크를 일으켰고 답답함 없는 가속감으로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도 잘 잡아 승차감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계기판은 잠시 잊은 채 오직 볼트EV의 날쌘 동력성능을 만끽하고 또 만끽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계기판을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서울은 아직도 까마득한데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고작 110km. 당장 속도를 줄였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스포츠 모드도 가까이 하지 않았건만……. 잠깐의 방심이 지금까지의 수고에 찬물을 끼얹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대로 목표한 바를 완수할 것인가, 아니면 휴게소에 들러 충전을 할 것인가 고민을 거듭했다. 충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른다면 볼트 EV의 383km를 오롯이 체험하겠다는 의지는 수포로 돌아갈 터. 이상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현실적인 벽은 너무나도 컸다. 심리적 압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휴게소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충전을 위해 들어선 가평휴게소​가평휴게소에 마련된 급속충전기는 단 하나. 많은 이가 사용하는 휴게소에 충전기가 달랑 하나라는 사실에 일순 당혹스러웠다. 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은 여전히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모양이다. 여러 대의 전기차가 몰릴 경우 나중에 온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코앞에서 목도한다. 다행히 비어 있는 충전기 앞에서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79km,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56.7km이었다. 순간 볼트 EV가 원망스러웠다. 배신감도 살짝 들었다. 고속주행을 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지만 잠시 속도를 즐긴 것 치고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평휴게소 충전기 앞에서 확인한 주행거리는 79km,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56.7km​​​383km의 주행거리를 믿고 서울과 인제를 왕복하겠다는 생각은 DC콤보 급속충전 포트를 차에 꼽는 순간 물거품이 됐다.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80%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분. 휴게소 구석구석을 탐방해도 될 시간이었다. 충전기 앞 주유소에서는 내연기관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 그들은 가득 주유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58분 대 5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제 아무리 주행거리가 늘었다지만 긴 충전시간은 여전히 EV 보급을 가로막는 크나큰 장애임이 분명했다. 참고로 완속 충전으로는 9시간 45분이 걸린다. 시작은 희망으로 들떴지만 끝은 아쉬움만 남았다. ​​383km의 주행거리를 믿고 서울과 인제를 왕복하겠다는 생각은 DC콤보 급속충전 포트를 차에 꼽는 순간 물거품이 됐다80% 충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정확히 58분​​​혁신 혹은 불편사실 도심에서는 이만 한 차도 없다. 잦은 제동으로 회생제동 시스템이 자주 배터리를 채우고 급가속만 하지 않는다면 길어진 주행거리를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볼트 EV는 환경과 주머니 사정을 지키는 기특한 전기차인 셈이다.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진 만큼 에어컨과 히터 사용에도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교외로 나가거나 장거리를 주행할 경우, 아직은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소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속력을 내고자 하는 욕구와 빠르게 줄어드는 주행거리 사이에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배터리에 채워둔 전기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최소 50분 정도를 충전기 옆에서 허비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충전기 찾기가 쉽지 않다. 비치되어 있는 충전기 역시 고장 난 경우가 태반. 늘어난 주행가능거리만 믿고 도심을 벗어나기에는 여전히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운전자 스스로 에너지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볼트 EV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도, 혹은 여전히 시기상조인 과도기적 결과물로 남겨질 수도 있겠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당당함과 노련함 사이에서- 르노삼성 SM6 & 현대 쏘.. 2017-06-05
RENAULT SAMSUNG SM6 & HYUNDAI SONATA NEW RISE당당함과 노련함 사이에서굴러온 돌 SM6가 박힌 돌 쏘나타를 위협한다. 전자는 당당하게 시장을 공략하고 후자는 그런 상대를 노련하게 파악한다. 창과 방패의 대결, 후퇴 없는 싸움의 끝에 웃게 될 자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2016년 3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SM6는 한해 동안 5만7,478대가 팔려나가며 등록대수(법인 등록 등을 제외한 순수 자가용)에서 만년 1위 쏘나타를 1만5,408대 차로 따돌렸다. 참고로 지난해 SM6의 등록대수는 5만431대이고, 쏘나타는 3만5,023대. 숫자 그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내며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셈이다. 이는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고 현대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결국 현대는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된 LF 쏘나타에 뉴 라이즈란 이름을 붙여 신차급 부분변경을 단행하며 발 빠른 반격에 나섰다. 르노삼성도 이에 뒤질세라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를 녹여냄은 물론 첨단 옵션으로 상품성을 보강한 2017년형 SM6를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필두로 당당하게 시장을 공략해가는 SM6와 그 모습을 노련하게 파악,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쏘나타. 점차 과열되는 경쟁구도 속에서 올해는 또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 SM6의 상승세가 여전할 수도, 혹은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쏘나타의 명성이 더욱 굳건해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패자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해진 존재감, 원숙미 챙긴 생김새  SM6는 르노의 정체성이 듬뿍 담긴 중형 세단이다. 섬세한 라인과 대담한 비율, 그리고 C자형 주간주행등으로 대표되는 독창적인 디테일이 차 곳곳에 녹아 있다. 이와 관련해 SM6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도맡은 디자이너 알렉시스 마르토(Alexis Martot)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하면서 고전적인, 그러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그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온 프로 중의 프로.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비례감에 익숙한 디자이너다. 그래서일까. SM6의 생김새는 앞뒤좌우 어디에서 봐도 균형 잡힌 당당함이 느껴진다. ​ ​1 젊은 감각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기존 중형 패밀리 세단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2 당당하게 좌우로 펼쳐진 그릴 3 큼직한 19인치 휠은 245/40 R19 사이즈다​연식변경을 맞아 추가된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는 빛의 방향에 따라 퍼플과 블랙을 오간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최상위 트림인 이니시알레 파리(Initiale Paris)에 들어가는 색상. 국내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RE부터 선택 가능하다. 두 가지 컬러가 절묘하게 융화된 아메시스트 블랙은 SM6의 역동적인 디자인을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포장한다. 사람마다 잘 받는 옷과 컬러가 있듯이 아메시스트 블랙은 SM6의 존재감을 배가시킨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페이스리프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경쟁모델 대비 분명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앞뒤 형상을 정교하게 매만졌지만, 옆면에서는 여전히 구형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다소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대적으로 바뀐 앞뒷면은 개성이 강해져 페이스리프트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역동적인 이미지를 품은 캐스캐이딩 그릴과 날카롭게 다듬어진 테일램프, 트렁크 도어에 당당히 부착된 큼직한 SONATA 레터링은 중형 세단 그 이상의 값어치를 느끼게 한다. 다소 이르지만 확실한 변화 속에서 현대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별도의 버튼 대신 H 모양의 현대 로고 안에 절묘하게 숨겨놓은 히든 타입 트렁크 개폐 버튼은 디자인과 기능 모두를 챙긴 부분. 버튼 같지 않은 버튼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1 중후한 실내. 우드 타입 플라스틱 마감재와 버건디 가죽시트, 그리고 안정감을 가미하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갖췄다2 신형 i30, 그랜저에 이어 쏘나타 뉴 라이즈에도 적용된 캐스캐이딩 그릴 3 반짝반짝 빛이 나는 5스포크 18인치 휠​​SM6의 인테리어는 젊고 유쾌하다. 어딘지 모르게 심심했던 기존 중형 패밀리 세단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링크 터치스크린. 아래로 긴 8.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태블릿 PC를 연상시킨다. 반응속도는 약간 느린 편. T맵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과 차의 각종 기능을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사용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운전자의 다양한 취향과 주행 스타일을 고려한 멀티 센스 시스템은 5가지 주행모드(네추럴/에코/컴포트/스포트/퍼스널)에 따라 7인치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 엠비언트 라이트 컬러, 엔진 사운드 등을 조절해 실내 분위기를 바꾼다. 하나의 차로 여러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트와 도어패널, 대시보드를 감싼 화이트 나파가죽은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가는 감성품질을 자랑한다. 이 중 시트는 마사지 기능은 물론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로 앉아만 있어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1 SM6는 겉보기에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감각적인 실루엣을 보여주는 대신 2열 공간이 손해를 본 경우다. 성인 남자라면 헤드룸이 비좁다고 느껴질지도. 2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테일램프 3 담백하게 생긴 기어노브와 깔끔한 그 주변​반면 쏘나타 뉴 라이즈의 실내는 중후하다. 우드 타입 플라스틱 마감재와 버건디 가죽시트, 그리고 안정감을 주는 수평형 레이아웃이 이런 느낌을 배가시킨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테두리에 힘을 주었고, 스포티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는 등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모나지 않은 기존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8인치 터치디스플레이는 완성도가 무르익었다. 주행 필수품인 내비게이션은 신속정확하며 스마트폰 커넥티비티 시스템도 빠짐없이 챙겨 넣었다. 좁은 주차공간에서 유용한 어라운드뷰 모니터와 후방영상 디스플레이도 들어갔다. 길이×너비×높이 4,850×1,870×1,460mm, 휠베이스 2,810mm의 SM6와 길이×너비×높이 4,855×1,865×1,475mm, 휠베이스 2,805mm의 쏘나타 뉴 라이즈 모두 실내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이 중 쏘나타 뉴 라이즈는 큰 키와 완만한 루프 라인으로 중형 패밀리 세단의 정석을 보여준다. 1, 2열 모두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다. SM6는 겉보기엔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감각적인 실루엣을 보여주는 대신 2열 공간이 손해를 본 경우다. 성인 남자라면 헤드룸이 비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1 쏘나타 뉴 라이즈는 큰 키와 완만한 루프 라인으로 1, 2열 모두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다2 날렵하게 변모한 테일램프 3 무선충전 시스템과 두 개의 12V 소켓, USB 등 편의품목을 품었다​​상향평준화된 달리기 실력 SM6의 시승차는 1.6 TCE(190마력, 26.5kg·m), 쏘나타 뉴 라이즈는 2.0 CVVL 모델(168마력, 20.5kg·m)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SM6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오간다. 재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7단 듀얼클러치가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이다. 가속은 호쾌함 그 자체다.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실용 영역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스포츠 세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형 세단에서 이만 한 가속은 일상을 일탈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 접지감을 잃지는 않으나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 무게이동시 묵직한 느낌이 덜하다. 이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도 마찬가지. 접지력과 안정감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스톱 앤 고 시스템은 움직임이 불안정해 엔진이 꺼지고 켜지는 과정이 거칠다. 따라서 이 기능을 끄고 다니는 것이 몸과 머리에 이로울 듯. 이 밖에 연식변경 모델에 으레 달리는 차음 윈드실드는 바람소리 유입을 빈틈없이 차단해 조용한 실내 환경을 구현한다.쏘나타 뉴 라이즈 시승차는 직렬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임에도 터보를 단 SM6에 뒤지지 않는 가속을 뽐낸다. 아울러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은 결코 느리지 않다. 고회전에 맞춰진 유닛 특성상 높은 속도에서도 끈기 있게 힘을 발휘하고, 뛰어난 접지와 무거운 조향으로 안정감이 뛰어나다. 다만 엔진음은 속력을 높일수록 듣기 거북한 소음으로 변해 귓가를 불편하게 한다. 음색을 스포티하게 다듬었지만 다소 과한 감이 있다.능동형 주행안전 시스템인 현대 스마트 센스는 쏘나타 뉴 라이즈의 매력을 높여주는 기능.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면 운전자의 손과 발이 지루할 정도로 알아서 가·감속 및 조향을 제어한다. 첨단 사양의 적극적인 개입은 분명한 장점이다. 참고로 SM6 1.6 TCE의 직접적인 비교 대상인 쏘나타 뉴 라이즈 1.6 T-GDI는 최고 180마력, 최대 27.0kg·m를 내고 1,500rpm부터 터지는 풍부한 토크감으로 빠른 가속을 구현한다. 수치상 2,500rpm에서 최대토크를 분출하는 SM6에 비해 초반 가속이 우월하다. 연비는 모두 12.3km/L. 쏘나타 뉴 라이즈 2.0 CVVL의 맞수인 SM6 2.0 GDE는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를 발휘, 출력에서 다소 뒤지지만 12.0km/L의 연비로 효율성 측면에서 0.4km/L 앞선다. ​점점 가열되는 양상지난 4월 중형 세단 시장 판매량 1위는 쏘나타 뉴 라이즈에게 돌아갔다. 총 5,414대가 팔리면서 같은 기간 3,950대가 판매된 SM6를 1,464대 차이로 제쳤다. 디자인을 매만지고 상품성을 끌어올린 현대의 노련함과 신차효과가 빛을 발한 때문으로 보인다. 왕의 귀환이다. 그러나 권좌는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지난 1년간 시장을 리드한 SM6의 저력을 가벼이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앞으로 현대는 승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매서운 공세를 펼칠 것이다. ‘쏘나타’라는 이름 석 자가 마냥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 따라서 르노삼성은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방법으로 SM6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 안착에 성공했으니 이제 지속적인 상품성 개선과 다양한 소비층을 만족하기 위한 트림 구성에 힘쓸 시점이다. 점점 가열될 싸움 속에서 굳건히 버틸 체력도 길러야 한다. 상대인 현대는 이런 면에서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시승을 마치고 바라 본 두 차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종합 성적에서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 단정 짓기가 쉽지 않았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지만, 감성까지 지배할 수는 없는 법. 시승 동안 시승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SM6의 자태는 시승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자들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농익은 것은 안정적일지언정 흥미로움을 자극하기는 어렵다. 오래 보아 익숙한 쏘나타보다는 신선한 SM6 쪽으로 기우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기름기 덜어낸 GLC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GLC 쿠.. 2017-05-31
MERCEDS-BENZ GLC COUPE기름기 덜어낸 GLC 쿠페메르세데스 벤츠의 공격적인 모델 확장은 ‘쿠페형 SUV’라는 니치마켓까지 놔두지 않는다. GLE 쿠페에 이은 두 번째 모델 GLC 쿠페가 발매된 것이다. GLC SUV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차지만, 뒤를 깎아낸 쿠페의 모습에서 어색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인테리어는 여전히 인상적이며, 2.2L 디젤 엔진과 9단 변속기는 기대 이상의 동력성능을 보여준다.​​​뒤죽박죽이던 자사 라인업의 작명법을 싹 재정비한 뒤,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인업은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GLC 쿠페의 발매도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단정한 SUV를 가져다 루프 라인을 왕창 깎아내는 쿠페 만들기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손쉽게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 재활용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자칫 그 결과물이 어정쩡해지는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먼저 선보인 GLE 쿠페의 완성도를 보면 최소한 GLC 쿠페의 결과도 나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고가 높은 SUV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디자인에 있어서 흠잡을 구석은 없어 보인다. 조형미를 강조한 최신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과 쿠페형 SUV.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차는 먼저 선보인 GLE 쿠페와 닮았다. GLE 쿠페를 그대로 줄여 놓은 모습을 예상했지만, 마주 대한 실물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냥 작다기보다는 살을 뺀 GLE 쿠페라는 쪽이 더 적절하달까. 이렇게 보이는 이유가 있다. 체급을 구분할 정도로 휠베이스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GLE 쿠페보다 길이는 150mm 짧지만 휠베이스는 고작 45mm밖에 차이나지 않으며, 시장의 직접 경쟁 모델인 X4와 비교하면 크기와 휠베이스 모두 60mm가량 크다. 원형이 된 GLC SUV와 비교해도 40mm 더 길고 40mm 낮다. 쿠페의 디자인을 위해 루프 라인을 낮추면서 리어 오버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는 GLE 쿠페에서 기름기만 싹 걷어낸 듯한 모습을 갖췄다. 디자인만큼은 GLE 쿠페보다도 훨씬 탄탄한 균형미가 돋보이는 차다.​​AMG 스타일 팩을 기본으로 갖춘 앞모습. GLC SUV와는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벤츠 쿠페 모델에 사용되는 가로형 리어램프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된다. 뒷모습만 봐서는 GLE 쿠페와 구분이 쉽지 않다타이어의 전후 사이즈가 다르다​​패셔너블하지만 달리기는 벤츠내장은 GLC와 일치한다. GLC가 C클래스의 디자인을 가져왔기 때문에 구성과 디자인은 물론 일부 부품도 공유하고 있다. 3스포크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3개의 에어 벤트, 8.4인치 커맨드 스크린 등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아르티코 가죽으로 대시보드를 감싸는 등 품질감에서 차별화하고자 한 노력이 들어갔다. 지불한 값만큼의 고급감이 여지없이 담겨 있다. ​​ C클래스와 동형의 워터폴 인테리어의 실내. 아르티코 가죽 대시 보드 및 스포츠 스티어링이 달렸다손가락으로 터치조작이 가능한 커맨트 컨트롤러. 한글 입력은 여전히 힘들다커맨드 시스템을 탑재한 8.4 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기타 사양은 C클래스와 동일하다클러스터는 C클래스와 공통. 바늘 게이지를 갖춘 계기판 중앙에 다기능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벤츠의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인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포함되지 않는다​높은 품질의 도어스텝. 불이 들어오는 메르세데스 로고와 러닝보드가 보인다.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은 아쉽게도 상위모델인 250d에서나 선택 가능하다​이 차에서 주목할 부분이라면 역시 뒷좌석 쪽이다. 넉넉한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공간에 모자람은 없지만 날렵한 루프 라인을 가지게 된 대가는 모자란 머리공간으로 가차 없이 되돌아왔다. 키가 큰 성인을 태워야 한다면 그냥 GLC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며, 짐을 실어야 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리어 해치 전체가 열리는 디자인 덕분에 뒷좌석만 접으면 1,400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메모리와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적지 않은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도 넉넉한 편​500L의 트렁크, 뒷좌석을 접으면 1,400L로 확대된다​​파워트레인은 2.2L 디젤 엔진 170마력과 204마력 버전 두 가지로 나온다. 매칭된 변속기는 벤츠의 최신형 9단 자동. 차량의 특성을 4가지(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중 하나로 바꿀 수 있는 다이내믹 셀렉트 시스템도 달려 있다. 다만 출력이 큰 차가 아니다보니 변화의 폭은 익숙해진 후에나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것은 빠른 스티어링 반응. 스티어링 기어비를 기존의 16:1에서 15:1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쿠페’ 다운 성능을 위해 스포츠 서스펜션을 달았다고 하지만 주행은 시종일관 여유로움이 넘친다. 바깥에서는 디젤 엔진의 명백한 시끄러움이 전해지지만 실내에서는 이를 느끼기 힘들다. 가속을 하면 적지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그래도 40kg·m가 넘는 토크 덕에 부족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당연하겠지만 무게는 편안한 승차감에 영향을 미친다. 어지간한 요철은 서스펜션 움직임만으로 깔끔하게 처리해 버리며, 팟홀을 타넘으며 전해졌어야 할 거친 충격도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이 한 번에 걸러내어 버린다. 중량과 잘 만든 하체, 이 둘이 선사하는 안락함은 정속 주행시 최고조에 이른다.​​​​X4로는 쉽지 않을 것이 차를 타다보면 더 이상의 차가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리는 없다. 제아무리 쿠페를 표방하고 있을지언정 이 차는 1.9톤이 넘는 SUV다. 스타일만큼이나 멋진 핸들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보여주었던 핸들링과 트랙션의 훌륭함이 유지되는 것은 와인딩의 초입 정도까지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의 움직임은 점점 예리함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엔진은 밀어붙일수록 숨이 차오르고, 하중이동이 점점 버거워진다. 결국은 무게가 이 차의 발목을 잡는다. ​​​170마력을 내는 2.2리터 디젤 엔진​온로드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비포장길에 차를 밀어넣었다. 아무리 쿠페라는 이름표를 붙였어도 이 차의 태생은 어디까지나 SUV. 바닥을 드러낸 채 바싹 마른 강바닥 위에서 SLC 쿠페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나게 달린다. 거친 자갈길에서도 트랙션을 잃지 않은 채 도랑을 뛰어넘고 물살을 가로지르는 박력은 틀림 없는 오프로더의 그것. 얌전히 온로드만 다니기에는 오프로드 주행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쿠페형 SUV 시장을 개척하고 그 과실을 누려왔던 경쟁사도 지금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싸움은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또 한 번 앞서 나간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2017-05-30
TOYOTA PRIUS PRIME또 한 번 앞서 나가다경쟁자의 매서운 도전을 유연하게 받아친다. 한 덩어리마냥 매끄럽게 동력을 이어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총 주행가능거리 안에 리더의 여유가 담겨 있다. 새로운 프리우스 패밀리는 20년 세월이 쌓아온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진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한 부지런함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과 영향력이 피어난다. 도전장을 내민 여러 경쟁자는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고, 오리지널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진다. 자타공인 하이브리드의 기준, 프리우스 이야기다. 4세대로 거듭난 프리우스는 크기를 줄이는 대신 높은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챙긴 프리우스 C, 크기를 키워 SUV 못지않은 실내공간을 확보한 프리우스 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연료 소모량을 확 줄인 프리우스 프라임과 패밀리를 이룬다. 가지치기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선택의 폭을 넓혀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 중 가장 최근 패밀리에 합류한 프리우스 프라임은 ‘주된, 주요한, 최고의, 뛰어난’ 등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프라임(Prime)이 암시하듯 태생부터 남다르다. 토요타 북미법인 부사장 빌 페이는 최고이기 때문에 프라임이란 명칭을 부여했다면서 “이 차는 프리우스 패밀리 중 가장 상위 모델에 해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프리우스 패밀리에서 가장 고급화된 모델​프리우스 프라임은 4세대 프리우스에 적용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를 공유한다. 길이×너비×높이는 4,645×1,760×1,470mm고, 휠베이스는 2,700mm. 4세대 프리우스 대비 길이가 105mm 늘어났다. 보다 입체적으로 다듬어진 디자인과 커진 배터리팩이 크기에 영향을 끼친 것. 네 개의 LED 프로젝터를 삽입한 쿼드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는 날렵한 인상을 자아내고 공기의 흐름을 고려한 더블 버블 백 도어 윈도는 파격적이면서 부드럽다. 또한 트렁크 도어는 카본 파이버로 제작돼 강성을 챙기면서 경량화를 꾀했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열고 닫을 수 있다. 네 개의 휠 하우스 안에는 15인치 투톤 휠이 자리잡았는데, 효율을 고려한 195/65 R15 사이즈 브리지스톤 에코피아 타이어와 짝지었다. ​​네 개의 LED 프로젝터를 삽입한 쿼드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공기의 흐름을 고려한 더블버블 백도어 윈도​효율을 고려한 195/65 R15 사이즈 브리지스톤 에코피아 타이어​실내는 2/2 시트 레이아웃으로 총 네 명이 탑승할 수 있다. 개발 단계에서는 2/3 구조로 기획했지만 5명이 탈 경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부득이하게 2열 중앙 시트를 없애고 그 자리에 암레스트와 2개의 컵홀더를 마련했다. 1, 2열 모두 앉았을 때 무릎공간이나 머리공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트렁크공간은 9.5인치 골프백 두 개 정도는 거뜬히 수용한다.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를 활용하면 골프백 한두 개는 더 넣을 수 있다.   ​1, 2열 모두 앉았을 때 무릎공간과 머리공간이 넉넉해 답답한 감이 없다​ 트렁크공간은 9.5인치 골프백 두 개 정도는 거뜬히 수용한다 ​더블버블 백도어 윈도와 맞물린 해치 게이트는 카본 파이버로 제작돼 강성을 챙기면서도 경량화를 꾀했다 운전석 구성은 나쁘지 않다.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4.2인치 센터 계기판, 7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주행 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하고 웬만한 기능은 버튼 한 번으로 조작이 가능해 직관적이다. 다만 도어패널과 대시보드를 감싼 문스톤 화이트 인테리어 컬러는 주간 주행시 앞과 옆 유리에 비쳐 운전을 방해한다. 경우에 따라선 사이드미러 시야 확보가 방해받을 수도 있다.  ​​​​작고 귀여운 기어노브​​ 기계적 완성도와 높은 효율성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8L 2ZR-FXE 엔진과 듀얼모터, 그리고 무단 변속기로 구성된다. 포트 인젝션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출력은 98마력. 모터와 조합된 시스템출력은 122마력, 시스템 토크는 14.5kg·m다. 배터리 잔량이 넉넉하면 숨죽인 엔진 대신 모터가 활기를 띤다. 가속은 준수하고 전기 모드 최고속도인 시속 135km까지 무리 없이 뻗는다. 고요하지만 재빠르게 달려나간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더블 위시본이 들어간 서스펜션 세팅은 노면을 유연하게 읽어내며 크고 작은 충격을 차분하게 다스린다. 과속 방지턱을 대담하게 넘나들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거동이 안정적이다.  주행모드는 에코/노멀/파워로 구성되며, 이 중 에코와 파워의 가속감은 차이가 크다. 주행모드를 파워에 두면 붉게 변한 센터 계기판이 시선을 자극하고 맹렬한 가속 반응이 온몸의 신경을 깨운다. 가솔린 탱크를 가득 채우고 8.8kWh 리튬이온 배터리(파나소닉)를 완충하면 최대 960km를 주행할 수 있다. 미국 측정기준으로는 1,030km.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1,000km 이상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순수 전기 모드 이동 범위는 40km. 배터리 완충시간은 가정용 전기로 4시간 30분, 전용 충전기를 쓰면 2시간 30분이다. ​​​배터리 완충시간은 가정용 전기가 4시간 30분, 전용 충전기가 2시간 30분이다​시승 동안 평균연비는 22.4km/L로, 제원상 복합연비인 23.0km/L와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배터리가 충분한 상태에서는 70.0km~80.0km/L 연비가 표시돼 괜스레 흐뭇하다. 40km 내외의 출퇴근 거리를 부드럽게 달리고, 매일 밤 배터리를 완충한다면 99.9km/L에 이르는 평균연비를 기록할 수 있겠다. 조건만 맞으면 기름 한 방울 안 쓰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전량이 떨어지면 바로 엔진이 개입하므로 전기차와 달리 충전에 대한 부담도 없다. 반면 EV 모드에서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엔진이 개입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크게 느껴졌다.  차를 고를 때 연료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소음, 진동이 덜하고 배기가스 배출도 적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답이다. 그 차가 프리우스 프라임이라면 높은 완성도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괴기스러웠던 4세대 프리우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값은 4,830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매보조금 500만원과 하이브리드 감면 금액 270만원을 적용하면 실 구매가는 4,000만원 초반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국내에 시판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중 가장 비싸다. 하지만 토요타의 꼼꼼한 품질과 20년 세월에서 축적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고려한다면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Fabulous French Freak - 푸조 300.. 2017-05-19
PEUGEOT 3008Fabulous French Freak 3008은 단 한 세대 만에 폭풍성장했다. 크로스오버라는 회색지대를 벗어나 이제 SUV 영역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덩치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기능과 만듦새, 디테일의 완성도까지 한껏 성숙했다. 색다른 꾸밈과 감각적인 허세는 이미 주류를 위협할 만큼 농익었다.     ​열세 살 조쉬는 기도한다. 유원지의 ‘졸타’라는 기계 앞에 서서 간절히 빈다.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당장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튿날 소년은 서른 살 청년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다. 갑자기 어른이 된 소년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영화 ‘빅’(Big, 1988)의 도입부다.새로운 3008을 처음 보는 순간, 기억 속 조쉬가 고개를 들었다. 이전 3008의 기도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서다. ‘왜소한 체격이 싫어요. 아랫배 통통한 아이 몸이 싫어요.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근육을 두른 어른이 되게 해주세요. 누구든 고개 돌려 바라보게 되는 매력남 말이에요.’ 아마도 하늘이 그 간절한 기도를 들어준 모양이다.​확대광선이라도 맞은 걸까? 3008은 정말이지 크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변했다. 너비는 이전 모델과 비슷하고 높이는 살짝 줄었지만, 길이(88mm)와 휠베이스(62mm)가 크게 늘어나 현대 투싼과 비슷한 덩치가 됐다. 뿐만 아니다. 성공적인 벌크업으로 부피감이 차체 위쪽으로 한껏 끌어올려져 더 없이 늠름해졌다.  힘찬 터치, 입체적인 면 처리로 완성된 카리스마 넘치는 익스테리어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매력적이다. 사나운 눈매를 양분하는 날카로운 송곳니, 보닛과 프론트 펜더 사이로 흐르는 깊고 짙은 아이 라인, A필러를 타고 올라 테일게이트 상단까지 역주하는 크롬장식, 차체 하단을 빙 두른 터프한 매트 블랙 플라스틱, 세 줄기 발톱자국을 품은 테일램프와 테일램프 사이를 검게 물들여 와이드한 뒤태를 강조하는 피아노 블랙 패널, 위 아래로 대응하며 후면부 테마를 완성하는 납작한 직사각형 배기구와 테일램프까지, 어느 하나 멋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힘찬 터치, 입체적인 면 처리로 완성된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이 매력적이다  세 줄기 발톱자국을 품은 테일램프. 피아노 블랙 패널이 두 테일램프 사이를 검게 물들여 와이드한 뒤태를 강조한다​ 내면의 변화는 훨씬 수긍할 만하다. 아이콕핏 인테리어는 2.0으로 정상 진화했다. 운전자와 윈드실드 사이에 불뚝 솟은 헤드업 클러스터(HUC)는 보통의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중간쯤 높이에 자리잡아 운전 중 시선이동을 줄인다. 현란한 그래픽의 12.3인치 가상계기판은 ‘주행, 다이얼, 최소, 개인’ 네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납작한 팔각형의 가상계기판 아래, 역시 여덟 개의 각을 세운 스티어링 휠이 자리한다. 스티어링 휠 하단뿐만 아니라 상단까지 평평하게 깎아낸 이유는 HUC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록투록 2.8회전의 스티어링 휠은 입체적이고 콤팩트해 생김새만큼이나 조작이 재밌다. ​​내면의 변화는 훨씬 더 수긍할 만하다. 아이콕핏 2.0은 아늑하고 모던하며, 눈에 익은 듯 낯설다​헤드업 클러스터는 보통의 계기판보다 높이 솟아올라 운전 중 시선이동을 줄인다. 스티어링 휠 상단을 평평하게 깎아낸 이유는 ​HUC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앞으로 굽은 전자식 기어노브는 사용감이 직관적이며 손에 착 감긴다​  우뚝 솟은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아래론 평행사변형의 송풍구가 자리한다. ​센터페시아 중단에 도열한 토글스위치는 기존 3008을 계승한 디자인 요소  대시보드는 스티치를 두른 쫀쫀한 우레탄과 따뜻한 패브릭, 예리한 크롬장식으로 꾸며졌다. 위아래 2단으로 나누어진 입체적인 형상의 대시보드 위에서 소재와 소재, 면과 면이 빈틈없이 꽉 맞물린다. 우뚝 솟은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평행사변형의 송풍구가 자리한다. 센터페시아 중단에 도열한 토글스위치와 우측 격벽은 기존 3008을 계승한 디자인 요소. 하지만 완성도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다. 사용빈도를 고려해 배열된 7개의 토글스위치는 전체로서나 각각으로서나 지극히 섬세하고 정밀하다. 대분류는 물리버튼으로 선택하고 세부 설정은 스크린 터치를 사용하는 조작방식이 퍽 직관적이다.​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적절해 앉는 자세가 편하고 머리·어깨·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짐공간은 590L. 2열 시트를 접으면 바닥이 완전히 평평한 1,670L의 적재공간이 생긴다. 개구부 하단과 트렁크 바닥면 사이에 층이 지지 않고 적재함 내부 면 처리도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발차기로 열고 닫는 핸즈프리 테일 게이트 기능도 품었다.​​페브릭과 가죽 촘촘한 스티치로 마감된 시트. 예쁜 만큼 착좌감도 좋다 ​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적절해 앉는 자세가 편하고 머리·어깨·무릎 공간이 여유롭다​짐공간은 590L. 개구부 하단과 트렁크 바닥면 사이에 층이 지지 않고 적재함 내부 면 처리도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감각과 실용으로 빚은 도심형 SUV현재 국내 시판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은 1.6 블루HDi 하나뿐.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내는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뛰어나진 않지만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은 시원시원한 편이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는 부지런히 속도를 쌓아올리고 덕분에 시속 100km까지 지체 없이 도달한다.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연비는 좀처럼 10km/L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내는 디젤 엔진. 출력과 토크 수치가 뛰어나진 않지만 실용 영역에서의 퍼포먼스가 좋다​디젤답지 않게 회전질감이 매끄럽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엔진회전수를 따라 목청을 높이는 날카로운 가상 배기음이 실내에 들어찬다. 바깥세상에선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자의 감성마력은 200마력쯤 상승한다. 굳이 가상 배기음을 켜지 않아도 경쾌한 스티어링, 견고한 하체와 매끈한 가속 감각이 조화를 이루어 운전이 즐겁다. 힐 어시스트 디센트와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은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오프로더로서의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이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새로운 3008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운전자주의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폿 디텍션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시끄러운 경고음이나 요란한 햅틱으로 생색을 내지 않으면서 세심하게 안전을 챙기는 세련된 세팅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방향지시 없이 차선을 넘어설 때 계기판에 아이콘을 띄워 주의를 준 뒤, 스티어링 휠을 아주 슬며시 감아 차선 안쪽으로 차를 넣어주는 식이다. 센터페시아 조절부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들어가며, 넓고 깊어 쓸모가 많은 양문형 센터콘솔은 냉·온장 기능을 지원한다. 카메라는 후방에 하나만 들어가지만 후방카메라 영상이 실시간으로 메모리/합성되어 어라운드뷰 영상처럼 디스플레이된다. 차체 전면 및 측면 영상은 차가 지나오면서 메모리된 영상이기 때문에 주변의 움직이는 장애물까지 파악하긴 어렵지만 정지된 환경에서 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는 꽤나 유용하다. 3008은 단 한 세대 만에 폭풍성장했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다. 크로스오버라는 회색지대를 벗어나 이제 SUV 영역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치열한 준중형 SUV 시장에서 다른 차가 흉내내지 못할 독보적인 매력까지 지녔다. 3008은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롭고 남다르다. 가장 눈에 익은 계기판 모드(다이얼)에서조차 회전계 바늘이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와이드하고 아름다운 크롬 머플러는 또 어떤가? 뒤 범퍼 하단 양쪽으로 뻗어 나온 배기구는 사실 장식에 불과하다. 진짜는 범퍼 하단에 숨어 바닥으로 숨을 뱉는다. 프랑스차란 본디 개성적이고 실용적이되 헐렁하고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008은 다르다. 섬세하고 치밀하며 독창적인 괴짜다. 누구라도 납득할 만큼 설득력 있게 낯설다. 남다른 꾸밈과 감각적 허세는 이미 주류를 위협할 만큼 농익었다. SUV 세계에 뿌리를 내린 3008은 비로소 활짝 피어났다. 봄꽃처럼 눈부시게. 어느 때 보다 찬란하게.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재혁       
성공예감 인피니티 Q30 2017-05-11
INFINITI Q30성공예감실내 곳곳에 남아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취가 눈에 밟히긴 하지만 인피니티만의 정체성이 듬뿍 담긴 외관 디자인과 역동적인 몸놀림 안에서 또 한번의 성공을 예감한다. Q30은 과거 Q50이 그러했듯 수입차 시장의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오기에 충분하다.    자동차 회사의 생명력은 고유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인피니티가 곡선의 미학을 통한 퍼포먼스를 내세우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삼각별로 대변되는 럭셔리를 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일까. 인피니티 Q30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실내 곳곳에 녹아든 A클래스 W176 플랫폼의 짙은 자취가 브랜드 고유성을 해치는 요소로 보였기 때문.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은 딱 거기까지였다. 차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테리어에 대한 불만은 눈 녹듯 사라지고 과거 Q50을 처음 접했을 때의 성공예감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탄탄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은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퍼포먼스의 가치를 피력하기에 충분했으며 사이드미러에 비치는 매혹적인 캐릭터 라인은 완전히 새로운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주행 편의성을 높여주는 여러 편의 및 안전장비도 시승 동안 만족도를 더한 부분. 단순히 눈에 비친 단편적인 영역으로 차 전체의 이미지를 가져간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Q30은 인피니티 영역 확장의 키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하이라이트는 외관곡선의 향연이다. 강약이 담긴 날카로운 선이 앞뒤좌우 모든 곳을 감싸 돌며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지난 2013년 선보인 Q30 컨셉트의 동적인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더블아치 그릴로 대표되는 앞면은 유려한 모양의 범퍼와 강렬하게 그어 올린 LED 헤드램프로 독특한 인상을 자아내고 3D 공법을 통해 드라마틱한 캐릭터 라인을 만들어낸 옆면도 초승달 모양의 C필러로 시선을 유혹한다. ​​강렬하게 그어 올린 LED 헤드램프 ​하위 트림인 프리미엄에도 들어간 멋스러운 19인치 휠​​넘치는 볼륨감으로 스포츠카 못지않은 스포티함을 갖춘 뒷면 역시 주목할 부분. 면발광 LED 테일램프가 시인성과 미적 감각을 높이고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머플러 팁이 단조로움을 잠재운다. 사실상 어디 하나 평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물결치듯 살아 숨 쉬는 차체 위에 섬세하게 조각된 디테일이 꿈틀거리며 시각적 유희를 자아낸다.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인피니티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 알폰소 알바이사의 철학이 곳곳에 서려 있다. ​​​시인성은 물론 미적 감각까지 챙긴 면발광 LED 테일램프​​화려한 외관을 뒤로 한 실내는 아쉬움을 남긴다. 두툼한 도어 사이로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져서다. 인피니티 디자인 언어로 풍부했던 Q30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메르세데스 벤츠 인테리어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자그마한 스마트키, 시트 조절 버튼을 담은 도어패널,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단정한 계기판, 에어컨 공조기, 작은 기어노브,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 모두 A클래스에서 보던 그대로다. 다른 그림 찾기를 해도 될 정도로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렵다. ​​ 메르세데스 벤츠 스티어링 휠과 다른 점은? A45 4매틱에 장착된 기어노브가 Q30에도 적용됐다시트포지션 조절 버튼은 도어패널에 있다촘촘하게 박음질된 화이트 스티치​​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간의 기술협력, 개발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를 위해 인피니티 색깔을 더 녹여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소소한 변화는 시승차인 프리미엄 트림에 덮인 스포티한 알칸타라와 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에 적용된 고급스러운 나파가죽에서 찾을 수 있다.  길이×너비×높이 4,425×1,805×1,475mm, 휠베이스 2,700mm는 적당한 실내공간을 확보한다.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다. 2열은 곧추선 등받이 각도와 낮은 루프로 사람에 따라 머리공간에서 답답함을 토로할 가능성이 있다. 기본 430L인 트렁크 용량은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더욱 넓게 활용하며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다. ​​낯익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곧추선 등받이 ​기본 430L인 트렁크 용량은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더욱 넓은 공간을 드러낸다​​10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인상적인 편의장비 중 하나. 볼륨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해상력을 뽑아내며 귓가를 편안히 어루만진다. 주행 중 음악듣기를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칭찬에 열을 올릴 부분. 생각해보면 인피니티와 보스의 궁합은 언제나 옳았다.​진가를 담은 주행성능M270이라 불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엔진은 인피니티의 정교한 엔진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 211마력/5,500rpm, 최대토크 35.7kg·m/1,200~4,000rpm를 내고, 여기에 맞물린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는 재빠른 가속을 구현한다. ​​​M270이라 불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인피니티만의 정교한 엔진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 발휘한다​​0→시속 100km 가속은 7.2초. 저회전 영역부터 풍부하게 터지는 토크가 1.5톤의 차를 가뿐히 이끈다. 가속은 고속영역까지 끈기 있게 펼쳐지는데 속도계 바늘의 예리한 움직임 속에서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다. 발끝에서 펼쳐지는 맹렬한 가속력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며 퍼포먼스를 향한 인피니티의 집념을 경험케 한다. ​스포츠에 맞춰진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회전수를 높이며 더 없는 화끈함으로 운전 재미를 높여주고 엔진음을 스포티하게 조율한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의 도움으로 4기통 이상의 쾌감을 선사한다. 독일산 인테리어가 건넨 아쉬움은 자취를 감추고 짜릿한 긴장의 끈을 쥔 스포츠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자리잡는다. 거침이 없는 달리기 실력 앞에 눈에 비친 단편적인 면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Q30의 진가가 빼어난 운동성능을 통해 고개를 내민다.​​​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단호하게 걸러내는 서스펜션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엔진의 출력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시종일관 탄탄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코너에 진입하면 크로스오버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진입각도에 따라 약간의 롤이 느껴진다. 직선주로에서 드러난 안정적인 퍼포먼스만 생각하고 다짜고짜 머리를 집어넣었다가는 흠칫 놀랄 수도 있는 상황. 베이스가 되는 A클래스 대비 30mm 높아진 키가 이와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이며, 온로드뿐만 아니라 약간의 험로주행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차의 성격을 파악하고 운전할 필요가 있다. ​전방추돌경고 시스템과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입은 안전운전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이 중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은 흰색 실선을 약간만 벗어나도 경고음과 스티어링 휠 진동으로 위험을 알린다. 속도를 앞세워 달린 탓에 시승 동안 평균연비는 7.8km/L. 참고로 복합연비는 11.1km/L이고 고속도로의 경우 13.6km/L를 보인다. 연료는 고급휘발유를 권장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테리어가 짙게 남은들 어떠하리. 인피니티가 구현한 Q30의 뜨거운 주행성능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 한다. 크로스오버의 특성을 살린 덕에 비포장도로를 안정적으로 아우르는 거동도 매력적인 부분. 여기에 물결치듯 살아 숨 쉬는 외관 디자인은 봄날의 따스한 햇살마냥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 3,840만~4,39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특히 하위 트림인 프리미엄부터 적용된 큼직한 19인치 휠, 알칸타라 인테리어 마감재, 10스피커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은 동급에서는 접할 수 없는 높은 경쟁력으로 다가온다. 모든 식물이 자기 색을 뽐내는 요즘, 리퀴드 코퍼 컬러로 빛나는 Q30의 모습 속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을 인피니티만의 색과 밝은 앞날이 그려진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 
기다림 끝에 태어난 게임 체인저- 쉐보레 볼트EV 2017-05-10
CHEVROLET BOLT EV기다림 끝에 태어난 게임 체인저소문만 무성하던 쉐보레의 최신형 전기차 볼트 EV가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 전기차의 숙원인 주행거리를 단번에 383km까지 늘렸으며, 보조금을 합치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도 갖추었다. 하지만 높은 상품성과 달리 이 차의 앞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200마일(약 322km)을 넘게 달리는 3만달러(약 3,400만원)짜리 차를 만들 겁니다.” ​2013년 LG화학의 개발자가 한 이야기는 당시로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200마일은 보통의 운전자가 쉼 없이 달릴 수 있는 최대의 거리다. 하지만 당시 시판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100km를 조금 넘는 수준. 이걸 세 배로 늘리는 작업은 그냥 배터리를 두세 개 더 싣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두세 배로 늘어난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가 용량 증가를 말짱 헛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테스트를 하면서 소형 전기차는 공차중량을 1,600kg 수준으로 억제해야 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걸 넘기면 배터리를 짊어지고 다니느라 전기를 써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되어 버리거든요. 단가를 낮춰야 하니 일반적인 스틸 모노코크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소형차는 무게가 1,200kg 정도 나갑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배터리 무게를 400kg 정도로 억제해야 된다는 거죠. 모터의 성능을 계산했을 때 연비는 1kWh에 5km 정도, 320km를 달리려면 60kWh급 배터리가 있어야 합니다. 60kWh와 400kg. 이것을 9,000달러 미만으로 만들 수 있어야만 가능한 거죠.”​ ​LG화학이 공급하는 60kWh급 배터리를 사용한다. LG화학은 배터리 외에 모터와 BMS 같은 많은 부품도 공급한다​​배터리 회사로서는 험난한 도전이었겠지만 자동차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회사 입장에서 전기차 만들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GM이 한 것은 원하는 배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2011년 LG화학과 계약한 이후에도, 2014년 차가 완성되었을 때도, GM이 한 것은 배터리가 원하는 만큼 싸게, 충분한 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확인된 후에야 지금의 볼트 EV를 내놓은 것이다.​주행거리 383km, 가격 4,770만원(보조금 적용 전). 이 두 가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올 모든 전기차는 최소 이 값에 200마일은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전기차에 대한 인식과 생활양식, 패러다임까지 바꾸는 게임 체인저. 볼트 EV는 그 정도의 임팩트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충전커넥터는 한국 표준인 콤보1으로, BMW나 현대차와 같은 방식이다보닛 아래의 모습. 주황색 고전압 케이블을 빼면 일반적인 엔진룸의 느낌이 난다. 심지어 12V 배터리도 있다​​완성도는 보통의 쉐보레 소형차볼트 EV는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차다. 채 4.2m가 되지 않는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는 2.6m나 된다. 바퀴를 차체 끝까지 밀어붙인 뒤 모터로 앞바퀴를 굴리는 레이아웃 덕분이다. GM의 서브콤팩트용 플랫폼인 감마를 사용하는 대신 전기차용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 썼다. 때문에 뒷좌석은 딱 봐도 소형 전기차치고는 넓어 보이지만 타고 내릴 때는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 ​​​​대시보드의 모습. 최신 쉐보레 디자인이지만 질감은 그냥 쉐보레 소형차 수준이다​​스티어링 휠은 뒤쪽에 회생제동 패드가 있는 것까지 볼트(Volt)와 동일하다​​​변속기는 스틱형으로 후진을 넣을 때만 좀 신경 쓰면 된다​앞좌석은 일상적인 대중차에 가깝다​긴 휠베이스 덕에 차급에 비해 넉넉한 뒷좌석. 다만 루프 라인이 낮아 타고 내릴 때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배터리 때문에 시트포지션이 제법 높고 등받이도 바짝 서 있다 보니 머리를 찧는 경우가 제법 있다. 단, 차에 오른 뒤에는 비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앞좌석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스티어링 휠은 신형 쉐보레에서 쓰는 공통된 물건이다. 쓰자니 성가시고 안 쓰자니 아쉬운 회생제동 패들도 그대로 붙어 있다. LG전자에서 납품한 10.2인치의 대형 화면이 시원스럽긴 하지만 그 외의 환경은 보통의 쉐보레 소형차와 다를 바 없다.​ ​8인치 LCD 한 장에 모든 정보를 표시하는 계기판. 충전 경고는 좌우에서 별도로 점등된다​​​많은 기능을 터치스크린 속에 넣었지만 자주 쓰는 공조 컨트롤과 오디오만큼은 별도의 물리버튼으로 빼 놓았다​전기차이니만큼 각종 정보 표시는 필수. 배터리 외에도 전장 시스템을 모두 LG에서 납품했다. 센터콘솔의 10.2인치 LCD는 배터리잔량에서부터 사용내역, 에너지 설정과 함께 일반적인 인포테인먼트를 표시한다. 내비게이션은 빠져 있으나 애플 카플레이는 지원한다​​​배터리를 가득 채운 시승차의 계기판에는 잔여 주행가능 거리가 318km로 표시되어 있다. 시승 행사장에서 운영되면서 쌓인 거친 주행 패턴이 반영된 탓이겠지만, 그래도 전기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숫자다. 시동 버튼을 눌러서 차를 ‘켠’ 뒤 길로 나섰다. 나직한 모터 회전음과 함께 미끄러지듯 달리는 감각은 틀림없는 전기차다. 스틸 모노코크 차체의 전기차에서만 전해지는 클래스 이상의 중량감과 중후한 승차감까지도 그대로다. 고장력 장판을 많이 썼지만 그럼에도 볼트 EV는 결코 가볍지 않다. 440kg이나 되는 배터리를 짊어진 차의 공차중량은 1,620kg. 적지 않은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페달을 밟으면 바로 튀어나가는 차의 달리기는 매섭기 짝이 없다. 204마력/36.7kg·m나 되는 모터 출력은 0→시속 100km 가속을 6.9초 만에 끝내버리고, 이후에도 쉼 없이 차를 몰아붙여 단숨에 최고시속 146km에 도달해버린다. 바닥에 깔린 무게중심 덕분에 코너링도 준수하며, 유순하지만 또렷한 언더스티어 성향의 트랙션도 느껴진다. ​​​가정용 7kWh 충전기 이용시 완충에 약 9시간 30분, 50kWh 급속충전기 사용시 제한시간인 40분 안에 절반 가량 충전이 가능하다​​​트렁크 바닥을 걷어내면 여분의 공간이 드러난다. 바닥의 케이블은 케이블이 없는 충전기에 연결해 쓰는 모드3 케이블   하지만 볼트(Volt) 때부터 지적된 타이어는 여전히 문제다. 미쉐린제 에너지 세이버는 오직 연비에만 치중한 에코 타이어로 접지력이 형편없는 수준. 조금만 코너링 페이스를 올려도 비명을 지르면서 미끄러지며, 단순한 가속에도 노면이 안 좋으면 스키드음을 남발한다. 이런 성능의 차라면 무조건 에코 타이어를 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서 세이프티 팩은 말 그대로 보조장비 수준이다. 차선유지장치는 차선의 중심을 잡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좌우 차선을 마치 핀볼처럼 퉁퉁 튀며 옮겨 다니는 수준이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유지 기능을 믿고 넉 놓고 있다가는 종종 아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금 비싼 값을 주고 선택하기보다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다음 제품이 나왔을 때 선택하는 게 현명할 듯싶다.​​​타이어는 215/50 R17의 평범한 사이즈. 볼트(Volt)에도 쓰이는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는 그립이 형편없다​​짧은 시승회 동안 급가속과 최고속도를 남발하며 달린 거리는 48.8km. 사용된 에너지는 11.6kWh로 전체의 약 1/6을 사용한 셈이다. 이런 페이스로 달려도 족히 300km는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타사의 전기차는 이미 배터리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을 법한 상황. 조용히 도심주행만 한다면 383km를 찍는 것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하다. 볼트 EV라면 일주일에 한 번 주유하듯 충전하거나, 전국 곳곳을 누비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이미 꽤 많은 충전기가 전국에 보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량 구매시 포스코의 민간 충전망 차지비(ChargEV)와 환경부 급속 충전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80만원 상당의 멤버십도 함께 지원된다(할부 구매시). 이는 급속충전기를 111회 이용할 수 있는 양으로 주행거리가 4만2,000km에 이른다.​탄탄대로? 그렇지만은 않다​최고 수준의 배터리와 좋은 성능, 그리고 긴 주행거리. 볼트 EV의 면모로만 보면 당장 한국 전기차 시장에 커다란 반향을 몰고 올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럴까? 차는 잘 나왔지만 아쉽게도 주변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첫째로는 생산 문제다. 볼트를 생산하는 디트로이트 오라이언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3만 대 정도다. GM은 이것을 빨리 늘릴 생각이 없다. 지금의 볼트 EV는 파는 족족 손해가 나는 차다. 그럼에도 만드는 이유는 전기차를 팔아야 엔진차의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EV에 뛰어든 이유 자체가 판매량의 일정 부분이 전기차가 아니면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주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 세계 시장의 전기차 수요를 모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도 필요했다.​둘째로는 국내 수급 문제다. 올해 한국에 배정된 볼트 EV는 고작 600여 대로, 그중 200여 대가 이미 렌터카 업체에 할당된 터라 순수 판매 수량은 380대밖에 안 된다. 예약은 이미 3월 말에 끝났고, 올해는 더 이상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 계약한 사람은 추첨 순서대로 차를 받게 되지만 행여 순번이 늦어질 경우 지역 보조금이 먼저 소진되어 버릴 수도 있다. 내년엔 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겠으나 지원금이 적어지면 그만큼 실부담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어떻게 해도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셋째, 내년에는 경쟁차가 줄줄이 나온다. 2018년 초에는 64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의 소형 SUV가 발매된다. 테슬라의 준중형급 세단 모델3도 그때쯤이면 국내에 시판될 것이다. 둘 다 비슷한 주행거리에 미국 현지 기준으로 3만5,000달러대의 가격이며, 볼트 EV보다 더 클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친숙한 SUV와 세단이다.​최초가 최고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다. 지금은 빛을 발하는 볼트 EV의 혁신도 1년 뒤면 일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지금 쉐보레가 할 일은 물량을 확보하고 ‘게임 체인저’의 이미지를 공고히 쌓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일반적인 상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재혁, 한국GM​  
여전히 유효한 매력- 허머 H2 & H3 2017-05-08
 HUMMER H2 & H3여전히 유효한 매력날 것의 디자인과 차선을 집어삼킬 듯 떡 벌어진 너비가 수컷의 마음을 뒤흔든다. 쉽게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동경은 더욱 커진다. 소유를 향한 열망. 단종된 지 5년이 넘은 허머는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군필자에게 험비(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는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다. 국군 군용차 레토나와는 차원이 다른 담대한 풍채가 넘볼 수 없는 강인한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 군용차는 저런 맛이 있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한 번이라도 타보고 싶다는 열망이 자연스레 마음 속 깊숙이 끓어오른다. 그중에는 마초적인 남성상을 꿈꾸며 소유욕을 품는 이도 있기 마련. 그러나 군용차는 어디까지나 군용차. 소유 자체가 불가능하고 우여곡절 끝에 명의를 이전했다고 해도 번호판을 달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하는 차선책이 바로 민수용 험비인 허머(HUMMER)를 구입하는 것.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람한 차체로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표출한다. 제아무리 크다고 우기는 대형 SUV도 숨죽이며 고개를 떨어뜨릴 정도……. 강한 존재를 우러러보는 남자의 로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그 어떤 차로도 대체될 수 없는 기세등등함이 차 곳곳에 서려 있다.지난 1992년 H1(1992~2006년)을 시작으로 역사를 써 내려간 허머는 2002년 H2(2002~2009년), 2005년 H3(2005~2010년)를 차례로 내놓으며 SUV계의 강자로 군림했다. 2010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브랜드 자체가 사라졌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현재까지도 시장을 형성 중이다. 이 중 험비를 베이스로 제작된 H1은 오리지널 디자인과 이제는 몇 대 남지 않은 희소성으로 1억원이 넘는 값에 판매돼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 따라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H2, H3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허머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으며, 주행거리와 연식에 따라 H2가 3,000만~8,000만원, H3가 2,000만~4,00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 중이다. 이번 시승도 비교적 구하기 쉬운 H2와 H3로 진행됐으며 두 대 모두 허머라이프를 체험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세월을 거스른 디자인험비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한 채 군용차의 색깔을 뺀 H2는 각진 차체를 부드럽게 다듬고 크롬 도금된 소재를 구석구석 가미해 ‘HUMMER=H2’란 공식을 완성한다. 직각에 가까운 윈드실드 글라스와 박스형 차체, 그리고 극단적으로 짧은 프론트 오버행 속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험비와 허머가 공존한다.  H2를 디자인한 클레이 딘(Clay Dean)은 “오래도록 변치 않는 디자인이 때로는 미래지향적인 것보다 더 보기 좋을 때가 있다”며 “1984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험비만의 독특한 생김새는 H2를 통해 도로 위 그 어떤 차보다 강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허머만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H2 앞면1 각진 차체 2 밝게 빛나는 17인치 크롬 휠에 쿠퍼 디스커버리 A/T3 타이어가 조합됐다 3 크롬 퓨얼 도어 4 큼직한 스페어 타이어가 트렁크 도어에 부착돼 있다​ H2의 동생 격인 H3에서도 이런 디자인적 특성은 여전하다. 대중에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크기를 줄이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가져갔지만 특유의 인상과 단단한 차체 디자인을 통해 허머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한다. 브랜드가 가진 특징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조형미를 더했다는 것이 H3 디자인에 참여한 칼 지펠(Carl Zipfel)의 설명.  오늘 시승에 나선 H3는 데저트 오렌지 메탈릭 컬러를 입은 스페셜 에디션 H3X. 2007년 세마(SEMA, Speciality Equipment Market Association)쇼에서 공개된 H3 스트리트 컨셉트를 바탕으로 일반형보다 세련된 스타일을 뽐내는 것이 특징이다. 크롬 튜브 스텝, 크롬 퓨얼 도어, 크롬 브러시 가드, 크롬 18인치 휠, 보디 컬러 스페어 타이어 커버 등이 추가로 적용된 모델이다.    H3X 전용 부품인 크롬 브러시 가드 1 로고가 시선을 잡아끈다 2 전용 18인치 크롬 휠 3 전용 크롬 퓨얼 도어 4 H3X에만 적용된 보디 컬러 스페어 타이어 커버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H2의 실내는 심심하지만 모나지 않은 스티어링 휠과 값비싼 보트에서나 볼 법한 특별한 기어노브로 대표된다. 이 중 P-R-N-D-M-2-1을 옮겨 다닐 때마다 기어노브를 위나 혹은 아래로 당겨야 하는 방식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 출시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차에서 이런 새로운 느낌을 받을 줄이야…….  센터페시아 구성은 요즘 나온 차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잘 정돈돼 있고 알루미늄 스타일 마감재와 두 송풍구 한 가운데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로 고급스러운 감성을 자아낸다. 길이×너비×높이 5,169×2,062×2,007mm, 휠베이스 3,119mm는 널찍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1열, 2열 어디에서도 답답한 감이 없다.   1 심심하지만 모난 곳 없는 스티어링 휠 2 값비싼 보트에서나 볼 법한 기어노브 3 널찍한 1열 4 서장훈이 타도 넉넉할 2열​​60:40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 활용시 더 넓은 적재공간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반해 H3는 다소 좁은 느낌. 물론 특대형 SUV인 H2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지 타 브랜드 SUV와 견주어보면 넉넉한 편이다. H3의 길이×너비×높이 4,778×1,897×1,859mm, 휠베이스 2,842mm는 메르세데스 벤츠 플래그십 SUV G클래스과 비슷하거나 약간 크다. ​단조로운 인테리어는 외관에 비하면 너무 평범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별다른 특색이 없는데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를 타공 가죽으로 감싸 스포티한 느낌을 곁들이기는 했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시트 구성은 H2와 마찬가지로 1열 2명, 2열 3명이고, 2열의 경우 60:40 비율로 접혀 적재용량 확장을 돕는다.   1 타공 가죽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살린 스티어링 휠 2 스티어링 휠과 마찬가지로 타공 가죽이 덮여 있다3 H2에 비해 다소 비좁은 감이 있다 4 브라운 시트가 고급스럽다​​플라스틱 패널로 뒤덮인 트렁크공간​ 덩치 값하는 몸놀림최고출력 393마력을 발휘하는 V8 6.2L 가솔린 엔진이 3톤에 육박하는 H2를 이끈다. 0→시속 100km 가속은 7.8초(미국 기준). 거대한 몸집을 고려하면 꽤나 빠른 달리기 실력이다. 그만큼 가속은 활기차고 매끄럽다. 다만 고속영역으로 갈수록 엔진이 버거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엄청난 대배기량 엔진도 무게와 크기, 그리고 바람의 저항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 ​​​​H2의 최고출력 393마력을 발휘하는 V8 6.2L 가솔린 엔진​ 사실 이런 차는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8개의 실린더가 만들어내는 고동소리를 들으며 엔진이 내뿜는 넉넉한 힘을 느긋하게 느끼면 그만이다. 또 그렇게 움직여야 특유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다. 부드럽게 깔린 아스팔트를 향유하며 시선 아래 바삐 지나가는 여러 차를 감상하는, 오직 H2 오너에게만 허락된 세계. 마치 도로의 왕이 된 느낌이랄까. 먼발치서 바라볼 뿐 그 누구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한다. 그 크다는 영국, 독일산 대형 SUV도 고개를 떨어뜨릴 정도. 대체 불가능한 두둑한 배짱은 시간을 거스르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함께 단종된 모델에 꾸준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H2 대비 1톤 가량 무게가 줄어든 H3는 한결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최고 242마력, 최대 33.5kg·m를 발휘하는 직렬 5기통 3.7L 가솔린 엔진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초반 영역에서는 다소 느린 감이 있는데 속력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무섭게 나아간다. 다만 끈기가 좀 부족해 시속 100km를 넘어가면서 가속이 눈에 띄게 더뎌진다. 최고속도는 시속 158km(미국 기준).  H3는 H2보다 무게가 덜 나가고 주차가 보다 쉬우며 기름을 덜 먹는다. 어쩌면 군용 스타일의 허머 중 가장 현실적인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H3를 시승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방금 전까지 몰았던 H2가 떠나질 않는다. H3 자체로도 매력은 있는데 너무 잘난 형을 둔 탓이다. 그래서일까? H2의 큰 덩치가 부담스러워 H3를 산 사람들 중 상당수는 H2로 다시 옮겨간다고 한다. 정녕 허머를 살 생각이라면 바로 H2로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촉박한 시승 시간 탓에 H2, H3 모두 오프로드는 경험하지 못했다. 메인 디시를 못 먹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클 따름이다.  H3의 최고 242마력을 내는 직렬 5기통 3.7L 가솔린 엔진 오리지널에 가까운 H1도 타봤으면 좋으련만 H2, H3로도 충분히 허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혹자는 그런 물음을 던질 수도 있겠다. 운전이 불편하고 효율도 떨어지며 이젠 단종되어 부품도 구하기 힘든 차가 정말 매력적이냐고. 맞는 말이다. 허머를 유지하는 건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전문 정비 업체의 수가 많지 않고 때때로 몇몇 부품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특히 한국처럼 새차를 좋아하는 환경에서 어지간한 열정이 아니면 유지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차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소유할 만한 이유는 다분하다. 이제는 단종되었다고 치부하기에는 이 차가 가진 매력이 너무나 크다. 그 어떤 차도 대신할 수 없는 허머의 매력과 가치는 여전이 유효하다.   ​​​ ​한국에서 허머 타기 어렵지 않다허머 전시장 & AS 센터​​​미국 군용차 험비의 민수용 브랜드로 출발한 허머(HUMMER)는 1992년 AM-제너럴 시절 H1을 내놓은 후 2002년 GM으로 넘어가면서 H2(2002~2009년)와 H3(2005~2010년)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GM이 어려워지면서 2010년 폰티액, 새턴, 사브 등과 함께 브랜드가 없어졌다. 당시 중국 업체가 허머 인수에 적극 나섰으나 최종적으로 불발되면서 허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허머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커다란 덩치에 효율도 떨어지지만 허머의 상남자다운 스타일과 특유의 존재감은 다른 어떤 차로도 채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허머를 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가 사라져 GM의 공식 판매루트는 없지만 아직 한국에는 허머 코리아가 남아 있다. 오랫동안 GM 계열의 차를 수입·판매해오고 있는 (주)오토스테이션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의 문을 두드리면 보다 쉽게 허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오토스테이션(The Auto Station)은 GM코리아 논현지점장을 거쳐 GM코리아 전시장(SAG모터스 양재전시장)까지 운영했던 하승우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이곳에서는 다양한 수입차의 판매와 정비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GM과의 인연 덕에 하 대표의 GM차 사랑은 여전하지만 그중에서도 허머는 매우 각별하다. 그 스스로 H2, H3 등 몇 대의 허머를 타고 있으며, 전세계 어디에서든 상태가 좋은 허머가 나오면 발 벗고 나서 기어코 한국으로 수입한다. 그리곤 언제나 전시장 안쪽 좋은 자리에 있던 번쩍번쩍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매장 바깥으로 빼낸 후 허머를 전시할 만큼 허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허머에 대한 사랑과 관심 덕에 이미 그는 한국에서 허머 박사로 통할 정도. 그리고 오토스테이션에서는 직영으로 판매된 허머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곳을 통해 판매되지 않은 허머라도 차별 없이 정비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때문에 이곳은 허머 오너들 사이에서 성지로 소문났으며, 작업장에는 언제나 여러 대의 허머들로 북적거린다.​​​​현재 미국에서도 주행거리가 적고 상태가 좋은 허머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더 이상 새차가 나오지 않는 희소성으로 인해 몇 년을 갖고 있다 되팔더라도 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이는 차가 잘 관리되었을 때의 일. 그러나 대체로 한국에서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허머를 선택할 정도면 관리에도 매우 각별하다. 그리고 허머 H3로 입문한 사람들 중에는 궁극적으로는 H2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드물지만 그들 중에는 정말 구하기 힘든 오리지널 H1을 꿈꾸는 이도 있다고. 확실히 허머는 상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시승차 협조 허머 코리아(02-2057-7000) www.hummer-korea.co.kr   
변화의 핵심을 모두 담았다- 푸조 2008 GT LIN.. 2017-05-04
PEUGEOT 2008 1.6 BlueHDi GT LINE변화의 핵심을 모두 담았다 새로운 디자인, GT 라인 트림, 그리고 그립 컨트롤. 신형 3기통 가솔린 엔진을 제외한다면 2008 마이너체인지의 거의 모든 변화가 이 한 대에 모두 담겨 있다.  ​​  진화 혹은 체질개선.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최근 푸조를 보고 있노라면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는 다른 유럽 메이커에 비해 마지막까지 유럽 시장을 고집한 메이커다. 90년대 초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 푸조는 안방과도 같은 유럽 시장에 안주했다. 모델 라인업이 소형 해치백 중심이 되다 보니 중형차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 라이벌에 뒤처졌다.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SUV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큰 실책이었다. 해치백과 왜건의 인기가 높은 유럽에서 SUV는 오랫동안 니치마켓이었으니 말이다. ​미쓰비시와 손잡고 부랴부랴 아웃랜더 베이스의 4007(2007년)을 선보였을 때는 이미 시장에 경쟁차들이 넘쳐나는 상황. 늦기는 했지만 PSA 역시 시장 흐름에 맞추어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치백에 지상고를 높이는 수준이었던 크로스오버 모델을 뜯어고쳐 조금 더 SUV에 가깝게 다듬었고 2세대 3008로 SUV 고객들의 눈높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SUV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푸조2013년 등장한 2008은 사실 해치백을 조금 변형시킨 크로스오버다. 일반적으로 유럽산 소형차들은 해치백이 기본. 여기에 왜건을 더하고 해외 시장을 위해 세단형이 추가되는 정도가 보디 베리에이션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이 차가 등장했을 때는 세계적으로 SUV 수요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그래서 208SW(스테이션 왜건)의 역할을 크로스오버 2008로 대신하기로 했다. 당시 푸조는 2005년 1007을 시작으로 4007, 3008 등 중간에 00을 넣은 네 자리 숫자 크로스오버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4007은 네바퀴굴림 선택이 가능한 푸조의 첫 본격 SUV. 반면 보다 작은 3008과 2008은 푸조 플랫폼에서 독자개발했다. 2008은 디자인부터 208과 차별화했다. 헤드램프는 308처럼 아래쪽에 돌기를 넣었고 그릴 디자인도 달리했다. 여전히 소형 해치백 실루엣이지만 전고를 10mm 높였고 범퍼 프로텍터와 루프레일 등 오프로더 감성도 더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SUV와 왜건 중간 정도의 크로스오버였다.  결과적으로 2008은 SUV 인기에 편승하는 데 성공했다. 데뷔 이듬해 20만 대를 넘겼고 2015년에만 23만1,000대가 팔려나갔다. 프랑스 뮐루즈 공장에서는 첫해 310대였던 2008의 하루 생산대수를 2년 뒤 두 배가 넘는 760대로 늘려 잡아야 했다. 3년 만에 누적판매 58만 대라는 성공을 손에 넣은 푸조는 조금 이른 마이너체인지로 상품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10년 전 연간 10만 대 수준에 머물렀던 유럽 B세그먼트 SUV 시장은 2012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2015년 즈음에는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유럽 주요 시장 중에서도 소형 SUV에 가장 열광하는 것이 다름 아닌 프랑스였다.   2008은 조금 더 SUV에 가깝게 디자인을 바꾸고 신형 엔진과 그립 컨트롤 등으로 가치를 끌어올렸다.​​2008은 이번 변화를 통해 조금 더 SUV에 가깝게 디자인을 바꾸고 신형 엔진과 그립 컨트롤 등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더했다. 디자인 변화의 핵심은 프론트 그릴. 사이즈를 키우고 수직으로 세워 노즈에서 약간 돌출되게 손보았다. 아울러 보닛 양옆에 두드러진 경계선으로 얼굴의 인상이 한층 강해졌다. 그 밖의 달라진 부분은 사실 그리 많지 않지만 실제 느껴지는 변화의 폭은 의외로 크다. 푸조에서는 샤프해졌다고 주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와일드해진 느낌. 구형이 해치백이나 왜건을 다듬은 크로스오버 인상이었다면 신형은 보다 SUV에 가까워 보인다. 쌍까풀 하나로 미인이 된 것 마냥 무척이나 효율적인 변신인 셈이다. ​​눈매 형태는 거의 그대로다디자인 변화의 핵심인 프론트 그릴 푸조답게 홀드성 좋은 운전석을 갖추었다​인테리어는 유럽 소형차답게 간소하지만 구석구석 공간활용 능력이 돋보인다. i콕핏이라 불리는 계기판 레이아웃으로 작은 공간에 계기판과 조작 스위치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요즘 푸조차들의 특징인 작은 스티어링 휠은 처음에는 장난감이나 게임 조종간처럼 느껴지지만 재빠른 조작에 어울릴 뿐 아니라 공간활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작은 스티어링 사이로 들여다보아야 하므로 콤팩트한 계기판은 기본. GT 라인은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더해진 트림인데 푸조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GT 혈통은 아니지만 시트, 파킹레버의 붉은색 스티칭과 계기판, 도어 트림의 빨간색 장식선으로 멋스러움을 더해준다.​​소형차 전문 메이커의 손길이 느껴지는 운전석  빠른 조작과 공간활용에 유리한 소구경 스티어링 휠​콤팩트한 계기판 ​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엔진은 직렬 4기통 1.6L의 직분사 디젤인 블루HDi. 99마력의 최고출력과 25.9kg·m의 최대토크를 내며 스타트&스톱을 장비해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다. 배기 매니폴드 바로 뒤에 SCR 촉매와 분진필터를 하나의 유닛으로 묶어 배치했고 요소수(AdBlue) 분사장치도 달았다. 선택적 촉매정화 시스템(SCR)은 요소수를 사용해 조금 더 번거롭고 비싸기 때문에 중형 이상의 디젤에 주로 사용하지만 푸조는 소형차에도 이 장치를 사용해 날로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켰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렸던 프레스 행사에서 푸조는 폭스바겐 디젤 사태를 무척이나 의식해서인지 자신들은 실제 주행상황에서 테스트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시승한 2008 GT 라인은 본지에서 한 달 전 다루었던 2008 얼루어와 동일한 엔진에 트림만 다르다. 그런데 굳이 다시 시승한 것은 트림 말고도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기 때문. 바로 신형 2008의 핵심 장비인 그립 컨트롤이다. ​​​​그립 컨트롤은 다섯 가지 모드가 제공된다​​​적당한 성능과 뛰어난 연비의 조화시승차에 얹힌 1.6L 직분사 디젤 블루HDi 엔진은 이미 다양한 출력 세팅으로 여러 모델에 서 실력을 검증받은 유닛이다. 99마력, 25.9kg·m의 출력과 토크는 그리 넉넉하다고 할 수 없지만 2008의 콤팩트한 차체에는 딱 적당한 힘이다. 2008의 디젤 라인업은 75/100/120의 세 가지 버전이 있기 때문에 성능으로는 딱 중간. 이 엔진은 실용영역에서 부족하지 않게 차체를 이끌고 연비와 경제성, 배출가스 면에서는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스타트&스톱으로 정지상태에서 굳이 엔진을 멈추지 않더라도 디젤 특유의 소음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소형차 디젤도 이제 NVH 대응에 적잖이 신경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 1.6L 디젤 엔진을 싱글클러치식 6단 변속기와 짝지었다 변속기는 아이신과 공동개발한 EAT6가 아니라 수동 기반 싱글클러치 자동변속기(현재는 MCP보다는 ETG나 ECG로 부른다)다. 비교적 싼 가격에 좋은 연비와 편의성을 양립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싱글클러치 특유의 울컥거리는 변속감은 한국 시장에서 환영받기가 힘든 것이 현실. 요즘 대세인 듀얼클러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푸조 관계자는 가격과 유지비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소형차와 수동변속기 비중이 큰 프랑스 기준에서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B세그먼트에 지나친 장비인 모양이다.핸들링 성능은 푸조 기준으로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다. 푸조는 한때 소형 FF 핸들링에서 톱클래스에 손꼽혔지만 최근에는 승차감 쪽에 무게를 두는 추세다. 고객 취향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 대신 노면충격을 잘 잡아 승차감이 전보다 좋아졌다. 무게중심이 높은 보디 성격상 롤링은 해치백 208이나 308에 비해 큰 편. 급코너에서 약간 휘청거리는 듯하면서도 끈끈하게 버티는 모습이 푸조답다.국내에는 디젤뿐이고 가솔린 버전은 수입되지 않는다. 한국은 가솔린은 미국, 디젤은 유럽 기준을 따르다 보니 북미에 수출되지 않는 유럽산 가솔린 모델을 수입하기 어려운 구조. 다행히 기자는 1년 전 스페인에서 있었던 신형 2008 론칭 행사에서 2008 가솔린을 타볼 기회가 있었다. ​​​1.2L 가솔린 터보인 퓨어테크 엔진은 의외로 끈끈한 토크를 보여주었다​​3기통 엔진의 가장 간단한 접근법은 4기통 2.0L에서 1기통을 잘라낸 1.5L다. 하지만 푸조는 조금 더 작은 EB 엔진을 만들었다. 2012년에 208을 통해 선보인 이 소형 가솔린 엔진은 1.0~1.2L 배기량에 자연흡기와 터보의 다양한 버전이 있다. 1.2L 110마력형은 토크감이 두텁지 않지만 넓은 토크밴드 덕분에 한결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을 받았다. 조건은 어른 두 명에 수트케이스 두 개를 실은 상태. 처음에 액셀 페달을 밟았을 때는 금세 힘이 빠질 것처럼 빈약해 보였지만 터보의 과급을 받는 3기통 엔진은 경사로가 길게 이어진 산길에서도 숨을 헐떡이지 않고 의외로 힘차게 달렸다. 이 정도 성능에 L당 14km를 달린다면 디젤과의 사이에서 무척이나 고민이 될 듯했다.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립 컨트롤, 간이 시스템 그 이상푸조가 2008 글로벌 론칭 행사에서 공들인 또 한 가지 부분은 그립 컨트롤이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에는 용도와 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홋카이도처럼 눈이 많은 곳에서는 경차라고 해도 네바퀴굴림이 기본.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4WD는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다. 성능 좋은 4WD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도 뛰어난 트랙션을 제공하는 대신 그만큼 값이 비싸고 매일같이 연료를 낭비한다. 한두 달의 유용함을 위해 열 달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는 결국 소비자가 판단할 몫. 푸조는 조금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B세그먼트 소형 SUV인 2008에 굳이 4WD를 넣는 대신 보다 정교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으로 2WD의 단점을 보완했다. 앞바퀴굴림의 간편함과 높은 경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끄러운 노면에서 어느 정도 트랙션을 확보해줄 비장의 무기다. 사실 이와 비슷한 장비들은 이미 다양하게 존재한다. 푸조는 FF 구동계에 맞추어 시스템을 최적화해 그립 컨트롤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얼루어 이상의 트림에 선택 가능하며 자동과 수동변속기에서 모두 고를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모드는 스탠더드/스노/머드/샌드/ESP 오프의 다섯 가지. 좌우 그립 차이가 큰 노면에서 차를 출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운 모래 위에서 헛바퀴를 굴리며 구덩이를 만드는 일도 줄여준다.​ ​그립 컨트롤은 모래사장이나 진흙처럼 그립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스탠더드/스노/머드/샌드/ESP 오프의 다섯 가지 모드가 있다​푸조가 현지에서 준비해 두었던 테스트 장소는 골프장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모래밭이었다. 짧은 코스였지만 건조한 고운 모래는 두바퀴굴림으로 섣불리 공략하기 어려운 난코스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샌드 모드로 맞춘 2008은 간단히 출발해 속도를 붙였다. 그저 액셀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두 바퀴의 회전을 제어해 나아가는 모습이 믿음직했다.2008은 이번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조금 더 그럴듯한 SUV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SUV 고객 대부분이 도심을 주로 달린다지만 SUV의 가치는 포장도로를 벗어났을 때 비로소 드러나기 마련. 그립 컨트롤은 4WD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가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장비다. 네바퀴굴림만 못해도 FF의 한계는 충분히 넘을 수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2008은 더욱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푸조​​​  
미완의 아쉬움 켄보 600 2017-05-02
BAIC KENBO 600미완의 아쉬움몰면 몰수록 아쉬움이 몰려왔다. 동급 대비 싼 값은 둘도 없는 장점이었지만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안목을 충족시키기에는 모자란 면이 적지 않아서다. 대륙의 실수는 없었다. 단지 미완의 아쉬움이 있을 뿐이었다.     켄보600은 중국 제일의 자동차 회사이자 베이징 벤츠, 베이징 현대 지분을 각각 50% 소유한 BAIC(Beijing Automotive Industry Holding Co., Ltd, 북기은상)에서 제작됐다. 국유기업의 자본력과 합작회사의 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진 모델인 것. 따라서 자동차 업계의 샤오미를 떠올리며 ‘대륙의 실수’를 기대해 볼 법도 했다. 도어캐치를 잡아당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묵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어를 여는 순간 막연한 기대는 실망을 불렀고, ‘아, 아직은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했다. 쉴 새 없이 코를 자극하는 신차 냄새는 거북함으로 다가왔으며 여러 회사 디자인을 짜깁기한 듯 난해한 인테리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소음과 진동으로 가득한 주행질감은 몰면 몰수록 피로와 불안감을 안겨줬던 부분. 애초 1,990만~2,099만원의 가격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전반적인 품질을 고려하면 이 값이 그렇게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륙의 실수를 고대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아쉬움만 가득 남았다.​그럴듯함에 숨은 함정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크게 흠잡을 곳은 없어 보인다. 그저 잘 만든 하나의 중국산 SUV를 보는 느낌이다. 렉서스 스타일의 X 프레임 그릴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렇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반면 실내는 디자인을 관통하는 모방과 부족함이 엿보이는 마감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스마트키는 현대차의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인테리어의 얼굴 마담 격인 스티어링 휠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보던 그 모양 그대로다. 또 계기판은 혼다, 센터페시아는 인피니티 스타일을 따랐다. ​​​럭셔리 트림에만 적용되는 제논 헤드램프225/65 R17 사이즈의 금호타이어를 신겼다면발광 테일램프는 뚜렷한 시인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한다​​이 중 스마트키와 스티어링 휠은 BAIC 자회사인 베이징 벤츠와 베이징 현대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생김새가 오리지널과 매우 흡사하다. 형태를 조금만 달리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국내 시장에서 소위 ‘짝퉁’을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테니까. 사람에 따라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신차 냄새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 무던한 소비자가 아닌 이상 불평을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본드의 향기는 역하고 장시간 타고 있으면 눈이 따갑기까지 하다. 과거 국산차에서 접할 수 있던 불편함이 고스란히 전이된 느낌이랄까. ​​​​​메르세데스 벤츠 스티어링 휠과 다른 점은? 계기판의 생김새가 혼다의 것과 유사하다보기에는 깔끔하지만…… P-R-N-D를 오가는 느낌이 헐거운 기어노브먹먹한 음색으로 귓가를 멍멍하게 만든 오디오 시스템​이외에 볼륨을 조금만 높여도 ‘지지직’거리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7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은 먹먹한 음색으로 귓가를 멍멍하게 만들고, P-R-N-D를 오가는 느낌이 헐거운 기어노브는 오래된 차를 모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에어컨 작동시 어김없이 들려오는 펜 회전 소음도 불쾌하기 그지없다.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차다. 그래도 한 가지, 공간활용성은 나쁘지 않다. 길이×너비×높이 4,695×1,840×1,685mm, 휠베이스 2,700mm의 차체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고, 뒷좌석의 경우 등받이 각도 조절을 지원해 보다 넓은 머리공간을 누릴 수 있다.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기본 1,063L에서 최대 2,738L로 확장되는 트렁크 용량도 내세울 만한 장점. 골프백 4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전반적인 품질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실내공간 하나는 만족스러운 수준. ​​​별다른 특색 없이 무난한 스타일을 품은 1열등받이 각도 조절로 보다 넓은 머리공간을 제공하는 2열​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 활용시 최대 2,738L로 확장되는 트렁크 용량 ​기본이 안 된 주행성능펀치파워트레인사의 CVT와 맞물린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5kg·m를 낸다. 중형 SUV를 이끌기에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수치. 실제로 2,0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 덕에 빠른 초반 가속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쫙 뺀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가속은 더디다. 최고속도인 시속 180km(중국 기준)에 의구심이 갈 정도로 끈기가 부족하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볼륨을 높이는 엔진음과 풍절음도 문제. 방음처리를 생략한 것일까? 귀가 괴로울 정도로 소음이 크다. 여기까지만 봐도 문제점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안타깝게도 더 큰 것이 남아 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엔진의 울부짖음만 커질 뿐 꿈쩍을 안 한다. 언덕길 밀림 방지장치가 있어도 쓸모가 없다. ​​엔진과 변속기 조합이 엉망인지는 몰라도 언덕길에서 제동 후 재출발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엔진의 울부짖음만 커질 뿐 꿈쩍을 안 한다. 언덕길 밀림 방지장치가 있어도 쓸모가 없다. 운전에 자신 있는 사람도 식은땀이 절로 나는 상황. 만약 지상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하주차장에서 켄보600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면 머릿속이 하얘질 수도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한 번에 올라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 당연히 오프로드 주파 능력도 형편없다. 중국에서 만든 켄보600 CF는 사막도 가뿐히 달려 나가던데 현실은 동네 뒷산도 버겁다. SUV라는 차가 완만한 언덕도 올라서지를 못하니 운전자 마음은 슬픔으로 멍든다.​​​펀치파워트레인사의 CVT와 맞물린 직렬 4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9kg·m를 낸다​노면의 크고 작은 충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서스펜션은 통통 튀는 승차감을 선사한다. 미니 쿠퍼가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격흡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래 타면 온 몸이 뻐근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전품목 중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은 그나마 제 역할을 다했는데 불만만 쌓여가던 시승의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성능 좋은 센서를 사용했는지 차선을 약간만 벗어나도 금세 경보음을 울리며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했다. 참고로 초고장력 강판을 60%까지 적용한 켄보600은 2016 중국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54.8점)를 받은 모델. SUV 부문 1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이 평가가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안전을 챙기기 위한 BAIC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기어노브를 P로만 놓아도 작동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의 적극성이 다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으나 이 역시 차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 ​​​ 켄보600의 초도 물량 120대는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2월 모두 판매됐다. 이에 BAIC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중한자동차는 이달 혹은 다음 달 중으로 추가 200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 이대로라면 올해 켄보600 판매 목표인 1,500대는 물론 중국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정착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순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금이야 신차효과 덕을 보고 있지만 과연 어떤 소비자가 기본도 안 된 조립품질과 주행질감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작은 언덕도 힘겹게 오르는 SUV를 정녕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중국산 SUV에 책정된 가격으로 살 만한 국산차도 많다. 중한자동차가 경쟁자로 꼽은 티볼리는 1,635만원부터 살 수 있고, 티볼리 에어도 1,985만원이면 구입 가능하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지만 켄보600만 보면 아직은 시기상조다. 단순히 가격 때문에 혹은 호기심 때문에 덜컥 구매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미완의 아쉬움이 짙게 남는 차다.​​글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
[이탈리아 현지시승] 페라리 GTC4루쏘 T 2017-04-21
FERRARI GTC4LUSSO T신곡(神曲)페라리 GT를 타고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누볐다. V8의 박력과 4WS의 달콤함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았다. 450L의 적재공간과 4개의 시트, 안락한 크루징 능력은 페라리라는 비현실적인 꿈을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 “뿌앙~빵~!”위협적인 경적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철렁해 주변을 둘러봤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대형 트럭이 내는 소리였다. 놀란 토끼눈으로 트럭 운전석을 올려다봤다. 마침 그쪽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활짝 웃으면서, 엄지를 번쩍 들어 올린 채.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타고 달리다보면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차를 세워 두고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는 가족도 있었다. 차 앞에 아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던 아빠의 표정을 기억한다. 아이는 그저 예쁜 차 앞에 서 있을 뿐이지만, 아빠는 아이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를 꿈꾸게 해주고 싶었을 게다. 나미브 사막 상공을 자유낙하하던 35초의 전율,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쓰다듬던 사자 등짝의 감촉, 아내의 임신 소식에 눈가를 적시던 물기의 온도……. 새삼 서른다섯 짧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렇게 또 한번, 삶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는 자각으로서.​​​​눈부신 우상을 타고 달리면시승은 아침부터 시작됐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중세 요새가 출발지였다. 토스카나 주 시에나 현에 위치한 몬테리조니는 시에나와 피렌체의 전쟁이 빈번하던 시절 전략적 요충지였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神曲, Divina Commedia)에 언급되어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성벽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을 가만히 둘러봤다. 치열한 전투와 소소한 환희의 기억이 거대한 울타리 안에 질박하게 담겨 있었다. 성 안 7개의 광장 중 하나에 7대의 페라리라 도열해 있었다. 800년 세월을 품은 유적에서 최신 페라리를 마주친 관광객들은 걸그룹을 본 군인처럼 흥분했다. 눈부신 우상 가운데 하나에 올라탔다. 야생마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높고 좁다란 성문을 빠져나왔다. 그 옛날 말을 탄 기사들이 숱하게 지났을 문이었다.​​​관문을 나서자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푸르른 밀밭과 아이보리 빛 전통가옥, 흐트러짐 없이 곧게 자란 사이프러스 나무……. 신의 영역에 들어선 단테의 기분이 이와 같았을까? ‘신곡’에서 단테가 저승을 여행한 나이도 서른다섯.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GTC4루쏘 T는 크다(길이×너비×높이 4,922×1,980×1,383mm). F12 베를리네타보다 300mm 이상 길고, 40mm 가까이 넓으며, 110mm 더 높은, 페라리로선 거대한 차체를 지녔다. 길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거의 같다. 폭은 그보다 훨씬 더(130mm) 넓고 높이는 한참(약 80mm) 낮다. ​놀라운 건 휠베이스 역시 E클래스보다 50mm 더 길다는 것. 물론 E클래스보다 넉넉한 실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 특성상 캐빈룸을 엔진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그래도 페라리로선 엄청난 실내를 챙긴 셈. 성인 둘을 뒤에 태울 수 있고 트렁크엔 서너 개의 여행 가방을 실을 수 있다. 적재공간은 450L. 서스펜션과 연료통을 수납하느라 안쪽에 층이 졌지만 2열 시트 폴딩이 가능하고 스키스루도 달렸다. ​​​ ​ ​ 감각의 때를 벗기는 의식볼테라 지역의 와인딩 로드는 처음엔 지옥처럼 위태로웠다. 코너에 들어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추고 배에 힘을 줬다. 코너에 들어서고 벗어나는 감각이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차 같지도 않아서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결코 천천히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나중엔 그곳이 이승에서의 죄를 씻기 위해 머무르는 연옥(煉獄) 같았다. 코너와 코너를 돌아 코너와 코너를 공략하고 다시 코너에서 코너까지 달렸다. 그것은 마치 지금껏 익숙해진 감각의 찌든 때를 벗기는 의식 같았다. 온갖 물리법칙에 대한 연구 끝에 탄생한 차는 그게 다 뭐냐는 듯 무시하며 달렸다. 페라리에 적응하는 것은 시공간과 물리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 그 순진무구한 감각에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될 때쯤 커다란 차체가 바람결에 서서히 깎여나갔다.  ​​​ ​​언덕길에 차를 대고 한참 바라봤다. GTC4루쏘 T엔 페라리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 FF의 피가 흐른다. 412, 456, 612의 뒤를 잇는 4인승 페라리 FF는 612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시트를 실내에, V12 엔진을 앞가슴에 품었다. 이름은 ‘Ferrari Four’의 약자. 4개의 시트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지녔다는 의미다. ​  페라리에 적응하는 것은 시공간과 물리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 그 순진무구한 감각에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될 때쯤 커다란 차체가 바람결에 서서히 깎여나갔다.   FF는 지난해 후속모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름은 ‘그란투리스모 쿠페’(Gran Turismo Coupe)와 ‘4인승’과 ‘럭셔리’(Lusso)를 더한 좀 더 괴기스러운 조합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보디 스타일링과 4WS(4 Wheel Steering System) 추가가 새 이름을 정당화하는 근거였다. GTC4루쏘 T는 여기서 사륜구동과 V12를 빼고, 후륜구동과 V8을 담은 모델이다. V12 자연흡기와 V8 트윈터보는 GTC4루쏘라는 완전히 똑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쓴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20인치 단조 휠과 비스포크 테일파이프뿐이다.​ ​​속도를 물질세계로 옮겨와 빚으면 이런 모습일까? 사납게 치켜 올린 눈꼬리, 이쪽 볼에서 저쪽 볼까지 한껏 찢어진 입, 터질 듯 팽팽한 허벅지, 군살 없이 다부진 엉덩이, 코를 길게 빼고 루프를 한껏 잡아당긴 긴장감 넘치는 보디 라인. 왜건이니 실용성이니 하는 말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전체로서 차와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 부분이 하나같이 뜨겁고 또 맑았다. ​ ​ 드넓은 실내는 온통 가죽으로 뒤덮여 있다. 필러부터 무릎 아래, 선바이저와 도어트림 하단까지 온통 보드랍고 쫀쫀한 가죽이다. 실내 구성도 V12 루쏘와 다를 게 없다. 직관적인 10.25인치 터치스크린, 파트너와 주행정보를 공유하는 8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 역시 그대로 들어간다. 계기판 중앙의 커다란 타코미터는 운전자의 시야 정면에 자리잡고 눈싸움을 건다. 어디 한번 팽팽 돌려보라며 도발한다. 앞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대시보드, 제트기 엔진을 닮은 송풍구, 그 둘을 연결하는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카본 파이버 트림……. 뼛속까지 숨결까지 속도감이 배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그 자체로 강력했다. 손을 얹는 것만으로 세상을 쥐고 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동, 변속, 헤드램프 조절, 방향지시, 와이퍼, 마네티노(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조절부가 빼곡히 스티어링 휠에 올라앉았으니, 전지전능에 대한 망상이 어느 정도는 현실화된 셈이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새빨간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공이가 뇌관을 때린 것처럼 3.9L 트윈터보 V8이 격발된다.  ​ ​The Evil Twin with V8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마네티노를 컴포트에 놓고 고속 크루징 실력을 살핀다. 발끝에 힘을 싣지 않으면 시속 170km로 달리면서도 유유자적할 수 있다. 바이패스 밸브를 열고 숨을 죽인 배기 덕에 보닛 아래의 소곤거림과 타이어-노면 사이의 투닥거림만이 선명해진다. 그대로 가속 페달을 찌르거나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그때까지 자제하고 있던 다혈질 V8이 길길이 날뛴다. 킥다운 한 번에 기어를 세 단쯤 내려 물고 붉은 엔진을 핏빛으로 달군다. 배기음은 벌통이라도 건드린 듯 귓가에서 왕왕댄다.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 힘이 실린다. 사운드는 오금이 저릴 만큼 사나워진다.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속도를 집어삼킨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시속 250km도 순식간. 0→시속 100km 가속까지 3.5초, 0→시속 200km 가속은 10.8초, 죽자 사자 달리면 시속 320km까지 다다른다는 게 거짓이 아니었다. ​​​​ ​마네티노를 한 단계 더 돌릴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와 ESC OFF 모드 사이에는 절망적일 정도로 중간단계가 없으니까. 가속 페달을 바닥 깊이 묻고 달린다. 스티어링 휠 상단에 rpm 게이지가 차오른다. V8 심장과 날숨의 소리도 고조된다. 스티어링 휠 위의 게이지가 모두 점등되고 ‘지금이야!’라는 듯 깜빡인다. 오른손을 접어 딸깍 패들시프트를 당기자, 아아아아아아악~ 뻥! 프라이팬 위의 팝콘처럼 진동하던 세상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린다. 성난 야생마는 변속 충격과 동시에 공간을 집어삼킨다.   ​​​​​프라이팬 위의 팝콘처럼 진동하던 세상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린다. 성난 야생마는 변속 충격과 동시에 공간을 집어삼킨다.    ​​  지난 밤 있었던 테크니컬·마케팅 브리핑에서 페라리 프로덕트 매니저 마르코 베이가 말했다. “V12를 싣고 네바퀴를 굴리는 GTC4루쏘와 V8 터보를 얹고 뒷바퀴만 구동하는 GTC4루쏘 T는 완전히 다른 레시피입니다. GTC4루쏘 T는 결코 GTC4루쏘 라인업의 엔트리모델이 아닙니다.” 잔뜩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 호주에서 온 기자가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생긴 걸 좀 보세요. 정말 다른 차라고요?” 마르코는 딱 잘라 답했다. “완전히 별개 모델이에요. 루쏘 T는 페라리 라인업의 여섯 번째 모델입니다.”GTC4루쏘 T는 제로백이나 최고시속에서 V12 모델보다 뒤처지지만 낮은 토크에서 중간 토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다. 터보차저 덕분이다. 힘을 뒷바퀴에만 싣는다는 점도 차이점. 두 가지 차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된다. ‘루쏘 T가 더 역동적이다.’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작지만 마법 같은 변화가 좀 더 있다. 실린더 몇 개를 걷어내고 프론트 액슬에서 구동장치를 뺀 덕분에 무게가 55kg 줄었다. 앞차축의 구동장치를 버린 루쏘 T는 엔진을 조금 더 뒤로 밀어넣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보다 완벽한 프론트 미드십 구조가 완성된다. 앞뒤 무게배분은 47:53에서 46:54로 바뀌었다. 그 결과 민첩성, 고속 안정성, 리스폰스가 향상된다. V12, V8 루쏘 형제는 똑같은 91L 연료통을 가졌지만 주행가능거리는 동생 쪽이 30% 더 길다. 심장이 작고 중량이 가벼우며, 프론트 액슬을 구동하지 않아 갈증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체감 가능한 터보랙은 없다. 가변형 부스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어떤 회전수 영역에서도 즉각적인 스로틀 리스폰스를 이끌어내서다. GTC4루쏘 T의 V8 터보는 488과 캘리포니아 T에 들어가는 그것.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에 고저항 동합금을 사용했으며, 보어를 키우고 더 높은 부하를 견딜 수 있도록 피스톤 디자인도 수정했다. 트윈쿨러 오일젯을 달고 링 그루브 표면을 더욱 매끄럽게 코팅했다. 새로 디자인된  I 형상 인터쿨러와 공기흐름을 개선해주는 새 흡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압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배기 시스템 지름을 70mm로 늘리고 레이아웃도 다시 짰다. 8개의 배기파이프 매니폴드를 동일한 길이로 조정한 덕에 리스폰스와 사운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천국의 문을 두드리듯이몬티에리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내내 웃었다. 가속-감속-터닝-가속-감속-터닝-가속……. 웃음이 절로 났다. 악녀가 내 것이 되었다는 만족감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길들여진 야생마는 기수(騎手)의 리드를 철썩 같이 따라왔다. 장갑차처럼 크게 느껴지던 차체도 이젠 몸에 착 감긴다. 하늘이 이렇게 파란 걸 아까는 왜 몰랐을까. 굽이진 길 사이로 드넓은 초원과 드라마틱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마을, 이탈리아 전통 가옥들, 무너진 옛 성터……. 바람이 참 좋았다. 삶의 절정이 이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속 페달을 더 시원하게 밟았다. 맹수의 포효에 토스카나의 산야가 들썩인다.​​​지금껏 이토록 적극적인 노즈를 보지 못했다. 코너 냄새만 맡으면 예리하게 안쪽을 찌른다. 차체는 헤비급이지만 민첩성은 플라이급. 리스폰스와 그립은 거의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 같다. 타이어는 울고 싶겠지만 섀시가 허용하는 경악스러운 수준의 그립은 계속해서 차를 좌로 우로 몰아붙여보라고 부추긴다. 결과는 언제나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다.4WS는 고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튼다. 코너 진입시 안정성을 보장하고 코너를 벗어날 때 막대한 트랙션을 거머쥔다. 낮은 속도에선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로 튼다.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가 바싹 쪼그라든다. 덕분에 토스카나 구도심을 요리조리 휘젓고, 시골길의 숱한 헤어핀을 타이트하게 공략한다. ​​​7단 F1 DCT는 순수하고 감각적이다. 오토모드에서 최대한 빠르게 올려 물고 최대한 느리게 내려 문다. 매뉴얼 모드에선 칼럼에 장착된 거대한 패들시프트를 매개로 운전자의 생각과 거의 동시에 작동한다. 높은 회전에서의 다운 시프트를 거부하는 법도 없다. 과감한 주행 뒤엔 프론트 398×38mm, 리어 360×32mm의 든든한 세라믹 브레이크가 있다. 어느 정도 달궈지기만 하면 실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파워풀하고 조절하기 쉬우며 1,865kg의 차체무게를 가뿐히 쥐락펴락한다. 시속 100km→0 감속은 33m 만에, 시속 200km→0 감속은 137m 만에 끝난다. 이러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V12 루쏘 대비 연료효율이 32% 개선됐다. CO₂ 배출량은 25% 줄었다. 거칠게 다루면 연료게이지가 눈에 띄게 줄지만, 안정된 크루징 상황에선 페라리에 네 사람이 타고서 1L당 7km를 달리는 것도 꿈은 아니다. ​​​정통에서 가장 먼 자리에페라리 계보에서 FR 레이아웃의 GT를 찾으면, 365GTB/4 데이토나와 550 마라넬로가 나온다. 슈팅브레이크가 있었나 뒤져보면, 250GT SWB 브레드밴(Breadvan)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GTC4루쏘 T는 이들 중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다. 다시 말해 페라리 역사상 가장 독특한 모델 중 하나다. 브랜드의 오랜 관습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4인승 슈팅브레이크로서 지금껏 어떤 페라리보다 폭넓은 포용성과 실용성을 지닌다.물론 민첩성은 488 GTB만 못하고 안락성은 V12 GTC4루쏘 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488의 짜릿함과 GTC4루쏘의 우아함이 이 한 대의 차 위에 포개진다. V12 모델보다 아주 살짝 느리지만, 차가 주는 박력과 달콤한 핸들링 밸런스는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같은 양의 연료로 훨씬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 가격은 수입 준중형차 한 대 값 정도 더 싸다. 같은 값이면 훨씬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시트가 넷 달린 페라리를 혼자 타고 270km, 한적한 토스카나를 누볐다. 페라리의 새로운 GT는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차례로 맛보게 했다. 악마처럼 빠르게 달렸고, 속죄를 씻듯 순수한 감각을 익히게 했으며, 세상을 다 거머쥔 듯 만족스런 크루징도 선사했다. 호텔에 돌아온 뒤에도 녹초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지난밤 브리핑이 떠올라서다. GTC4루쏘 T는 30~45세의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데일리카로 탈 페라리를 원하며,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 종종 승객을 태우며 주말엔 짐을 싣고 근교 여행도 떠나는 이. 비포장 길보다는 주로 하이-미디엄 그립 컨디션에서 주행하는 운전자. 딱 그런 자로서, 차를 경험한 바로써 탐났다. 눈물이 났다. 타깃고객으로서 한 치 오차가 없다는 게 슬퍼서. 단 한 가지, 주머니 사정만은 맞아 떨어지지 못한다는 게 분해서.아내가 보고 싶었다. 여름에 태어날 아들을 이 차 앞에 세우고 사진 찍어주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여행 가방을 싣고, 가평으로든 태안으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삶의 절정을 맞이하고 싶었다. 페라리라는 비현실적인 꿈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밤이었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페라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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