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극과 극- 쉐보레 카마로 & 로터스 엘리스 [2부] 2017-09-25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과 극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CHEVROLET CAMARO & LOTUS ELISE엔진이 지배하거나 차체가 주인공이거나 카마로와 엘리스는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택했다. 고출력 엔진과 경량화 말이다. 엔진 배기량부터 구동형식까지, 공통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두 대가 맞붙었다.​ ​#1 카마로SS는 고출력 엔진을 더한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녹아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풍부한 편의장비를 갖추어 상품성도 빠지지 않는다. 5,000만원대로 이토록 짜릿하게 달릴 수 있는 차는 앞으로도 흔치 않다. ​#2 엘리스는 경량화에 집중했다. 출력이 높지 않은 까닭에 수치로 보는 성능은 낮지만 작고 가벼운 차체가 코너에서 펼치는 쾌감은 고출력 차의 즐거움보다 결코 작지 않다. 스포츠카는 숫자로 말하는 차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표현하는 차다.     빨리 달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공력성능 개선이나 고출력 엔진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변함없다. 바로 ‘차체를 이끌 힘’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 이런 정공법을 택한 것이 미국차다. 넓은 땅덩어리에서 나오는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기름값은 대배기량 엔진의 크고 우람한 차들이 굴러다니기에 최적의 환경. ​이런 토양에서 태어난 머슬카는 존재감 넘치는 풀사이즈 차체에 8기통 고출력 엔진을 얹은, 전성기 미국차를 상징하는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70년대 닥친 두 번의 오일쇼크로 인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일본차의 공세로 어려운 시절을 맞게 되며 현재는 명맥이 끊긴 상태. 그렇다고 그 흔적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6세대 쉐보레 카마로SS는 현대판 머슬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포니카 태생인지라 차체가 조금 작을 뿐, 453마력의 순수하고 강력한 V8 6.2L 자연흡기 엔진은 힘이 곧 캐릭터였던 머슬카의 그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강력한 엔진이 곧 캐릭터국내에 정식 소개된 5세대 카마로는 허술한 상품성을 눈감아줄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에 등장한 6세대 카마로SS는 콜벳 ZL1 엔진을 그대로 옮겨오며 성능에 목말라 있던 마니아들의 갈증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이러한 성능을 감당하는 차체는 의외로 평범하다. 캐딜락 ATS, CTS와 함께 공유하는 알파 플랫폼 기반이다. 실제 운전석에 앉아보아도 파묻혀 운전하는 스포츠카 자세보다는 적당한 시트 높이가 승용차에 가깝다. ​​​​​실내는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밴트와 번쩍이는 금속 장식, 여기에 검은색 실내 트림이 만들어내는 묵직함을 함께 버무려 차 성격에 걸맞은 터프함을 갖췄다. 그렇다고 날것 느낌은 아니다. 보스 오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후측방경고, 차로이탈경고 등 5,000만원대 수입차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편의장비를 탑재해 한국 시장에 대한 GM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터프함과 세심함이 공존하는 카마로의 실내​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밴트​시동을 걸면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V8 6.2L 엔진의 진동이 손끝을 타고 운전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주행모드는 투어, 트랙, 스포츠 세 가지. 모드에 따라 도어트림 LED 조명과 계기판 컬러,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각기 다르다. 투어 모드에서는 반 박자 늦은 가속 페달 응답과 가벼운 스티어링 휠이 GT카다운 편안함을 강조하고, 트랙과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붉은색 LED 조명이 카마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운다. ​ ​​OHV V8 자연흡기 6.2L는 요즘 보기 드문 엔진이다 ​ 주행모드에 따라 도어트림 LED 조명 색이 달라진다​​보닛 에어밴트로 고출력 엔진을 암시한다​​실제 성능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요즘 보기 드문 OHV 엔진의 순수하고 위협적인 힘이 뒷바퀴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시속 200km를 넘기기 일쑤. 발을 거칠게 놀리면 차선변경 때조차 차 꽁무니를 흔든다. 하체는 이런 힘을 효율적으로 도로에 전달하기 위해 델파이사의 마그네틱라이드(자기 유체식 가변 댐퍼)를 사용했다. 즉각적인 감쇄력 변화가 장점이며 실제 고속코너와 굴곡이 많은 노면에서도 육중한 차체를 노면에 눌러붙이는 등 만족스런 성능을 보인다. 물론 모든 면이 흡족한건 아니다. 브레이크는 콜벳 ZL1과 같은 브렘보 6피스톤 시스템. 단 두 번의 고속 브레이킹에서 보여준 카마로의 제동성능은 출력을 감당하기에 다소 부족해 보였다. ​​​시승하는 동안 부담이 되리라 생각된 것은 이 차를 굴리기 위한 비용적인 측면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고성능을 맛볼 수 있지만 유지비마저 저렴한 것은 아니기 때문. 특히 453마력을 감당해야 하는 뒤 타이어는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타이어 교환에 따르는 오너의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배기량에 따른 높은 자동차세와 스포츠카 보험료를 생각하면 만만한 차값만 보고 함부로 덤벼선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 부담은 또 있다. 바로 한계를 알기 어려운 차의 움직임이다. 너무나도 쉽게 속도가 오르고, 차체 뒤가 흐르기 때문에 부주의하게 몰아붙이는 운전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을 모두 감안해도 카마로SS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평범한 사람도 꿈꿀 수 있는 고성능, 카마로SS를 칭찬하는 이유다. ​ ​‘빠르다’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지 않았을까? 노폭이 좁고 굽은 도로가 흔한 영국에서는 코너를 섭렵하는 차가 진정 빠른 차라 보았을지 모른다. “강력한 엔진은 직선에서만 빠르지만, 무게가 가벼우면 어느 곳에서든 빠르다”고 말해왔던 로터스 창업주, 콜린 채프먼의 제조철학 역시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로터스 대표 스포츠카, 엘리스는 경량화에 집중했다. 이 차의 핵심은 미드십 구조의 알루미늄 배스터브 섀시. 뼈대 무게가 채 80kg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체 한가운데에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를 몰아넣어 주행에 유리한 무게배분과 낮은 무게중심을 손에 넣었다. ​가벼운 섀시가 주인공인 차스트레칭하듯 유연한 몸놀림으로 높고 넓은 문턱을 넘어서면 로터스 특유의 간소한 실내와 마주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장비라고는 계기판과 오디오 데크, 공조장치 스위치 몇 개가 전부. 그나마 파워윈도와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다름이다. 버킷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고정된 간결한 구성, 실내 바닥은 섀시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단지 얇은 플로어 매트 한 장을 덧대 체면치례를 했다. 이렇듯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엘리스의 무게는 866kg. 어지간한 경차보다도 100kg 가볍다. ​ 간소한 실내는 계기판과 오디오 데크, 공조장치 정도가 전부다배스터브 섀시는 높고 넓은 문턱을 만들었다​요즘 차 중 이보다 더 간결한 공조장치는 아마 없을 게다​​​시트에 앉으면 지면과 한껏 가까워진 기분이다. 힙포인트가 어찌나 낮은지 팔을 뻗으면 아스팔트에 닿을 정도. 자연스레 엉덩이와 페달 높이가 일직선에 놓이게 되는 까닭에 페달을 미는 자세로 앉게 되는데, 마치 카트를 탄 듯한 느낌이다. 시동을 걸면 뾰족한 소리의 토요타 1.6L 엔진이 깨어난다. 최고출력 136마력에 최대토크 16.3kg·m의 보잘 것 없는 출력이지만 등 뒤에서 펼쳐지는 진동과 소리의 긴장감은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다. 엘리스의 스티어링은 군용차에서나 느껴본 이른바 ‘논 파워 핸들’이다. 게다가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은 처음 타는 운전자가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부터 녹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체 중량이 가볍고 앞바퀴 단면폭이 175mm인 까닭에 생각보다 조향이 무겁지 않다는 것.  하지만 속도를 붙이면 이러한 불편함이 쾌락으로 돌아온다. 센터 필링을 어느 차보다 명쾌하게 알 수 있고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맞닿는 느낌이 하나하나 손끝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스로틀과 금속 케이블로 연결한 가속 페달은 또 어떤가. 스포츠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반응을 과장하는 최신 스포츠카와 달리, 운전자가 밟은 만큼 즉각적으로 반응해 사람과 차가 하나 되는 기분이다. ​​​촘촘한 기어비의 6단 수동변속기는 짜릿한 손맛을 추구한다토요타 소형차의 1.6L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었다​디퓨저와 엉덩이를 치켜 올려 공력성능을 개선했다 라디에이터는 앞쪽에 배치했다​굽은 도로를 들어서면 엘리스의 진가가 최고조에 달한다. 어떻게 몰아붙여도 흐트러지는 법 없는 저중심 차체가 끈끈한 타이어와 만나 높은 한계를 체감할 수 있고, 여기에 레이스카 노하우가 집약된 서스펜션 세팅이 어우러져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온종일 엘리스와 격한 데이트를 끝내고 차에서 내리자 손바닥이 화끈거린다. 볼 타입 금속 기어노브를 하루 종일 움켜쥔 채 엘리스를 조종했기 때문이다. 손바닥 아픈 것도 모른 채 차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듯 생생하게 움직이는 차의 쾌감은 사소한 불편함 따위 잊어버릴 만큼 매력적이다.​ ​​열 가지 불편함 덮을 한 가지 즐거움엘리스의 작은 차체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차체 높이가 성인 허리도 못 닿을 만큼 땅바닥에 붙어 있고 치켜 올린 엉덩이는 디퓨저와 함께 우아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시승차의 노란색 보디와 검은 캔버스 지붕의 컬러 조합은 마치 여왕벌을 연상시킨다. 날쌔고 우아한 엘리스의 드라이빙 캐릭터를 생각하니 여왕벌 이미지와 잘 어울려 보였다. 엘리스는 엔진출력이 높지 않은 까닭에 수치로 보는 성능은 그리 대단치 않다. 그러나 작고 가벼운 차체가 코너에서 펼쳐내는 쾌감은 고출력 차의 즐거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포츠카는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로터스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물론 편의성과 승차감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열 가지 불편함을 덮고 남을 한 가지 즐거움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하게 만든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극과극- 메르세데스 벤츠 SL400 & 피아트 500C.. 2017-09-25
  ※본 기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극과 극 ​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강렬한 빛으로, 또는 짙은 어둠으로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극과 극의 자동차 여섯 대.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MERCEDES-BENZ SL400 & FIAT 500C낭만의 조건네 바퀴로 달린다는 것과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 포개지지 않는 두 대의 자동차. SL과 500C가 파란 가을하늘 아래 조우했다.​​ #1 SL은 결단코 힘이 세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까지 끝끝내 잡아끌고야 만다. 전형적인 FR 스포츠카 비율이, 목청까지 좋은 고성능 파워트레인이, 새빨간 고급 가죽 시트가 곁눈질로라도 한번쯤 쳐다보게 만든다. 무려 2가지 실루엣과 고작 2개의 시트를 지닌 까닭에 소수의 낭만주의자에게만 자신을 허락한다. 때때로 그 모습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된다. #2 “이 차 특이하다.” 500C를 보면 누구든 한 마디씩 던진다. 그들의 관심이 질투나 시기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 설령 운전자와 눈을 마주쳐도 굳이 고개 돌리진 않는다. 성능이나 장비는 대단치 않지만, 유럽 대표 패션카가 지닌 독보적인 감성은 쉽사리 대체할 수가 없다. 때로는 어렵지 않게 누군가의 꿈을 실현시킨다.​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SL400과 500C 사이엔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SL400 한 대 값이면 500C 4대를 사고도 현대 아반떼 한 대 값을 거슬러받을 수 있다.두 차는 가격만큼이나 성격의 차이도 크다. SL은 장거리를 빠르고 안락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포츠 GT, 500C는 도심을 요리조리 누비는 데 최적화된 시티카다. 루프 형태와 전개방식에도 닮은 구석이 없다. 하나는 하드톱 로드스터고, 다른 한 대는 4인승 해치백에 소프트톱을 더한 픽스드 프로파일(Fixed-profile) 컨버터블이다. 네 바퀴로 달리는 것 말고는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차가 한 자리에서 만난 이유는 단 하나.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 컨버터블 루프 때문이다. ​1억원대 럭셔리 GT와 2,000만원대 시티카SL은 수퍼모델처럼 늘씬한 스포츠카의 비율을 지녔다. 루프 적재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길게 잡아당긴 데크와 긴 리어오버행만이 전형적인 FR 스포츠카의 디자인 공식에서 벗어날 뿐이다. 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 거기에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과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해 하이테크와 럭셔리 감각을 한 데 버무렸다. 보닛 위 과격한 파워 벌지, 프론트 펜더 뒤편 에어벤트는 주저 없이 흉흉함을 드러낸다.​ 싹둑 자른 듯 가파른 전면부는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유산​​SL은 ‘Super Light’의 줄임말이다. 6세대 들어 적용된 알루미늄 보디셸은 스틸보다 110kg 가량 가볍다. 1952년 경량 튜블러 프레임을 선보인 오리지널 SL의 명성을 그대로 계승한 셈. 덕분에 루프 개폐장치와 안전·편의장비를 잔뜩 싣고도 무게는 2톤에 한참 못 미친다. 제아무리 ‘엄청나게 가벼운’ 혈통이라도 차급엔 장사 없다. 500C에 성인 남성 10명을 구겨 넣어야(755kg) SL400의 공차중량과 비슷해진다. SL은 500C에 비해 1m 이상 길고 폭이 한 뼘 더 넓다. 하지만 웬일인지 키는 막둥이 동생 같은 500C가 한 뼘 정도 더 크다. 늘씬하고 유려한 SL과는 달리 500C는 조약돌처럼 다부지고 앙증맞은 체구를 가졌다. 길이와 폭은 국내 경차 규격을 만족시키지만, 너비는 딱 4cm 넘친다. 실루엣은 앞에서나 옆에서나 모서리를 둥글린 사다리꼴 형태. 덕분에 짧고 좁고 껑충한 차체에 안정감이 생겼다. ​​​누오바 500으로부터물려받은 앙증맞은 얼굴. 쉽게 질리지 않을 인상이다​500C의 지붕은 필러와 루프의 측면 골조는 그대로 두고 상단 페브릭과 뒤창만 켜켜이 접히는 방식이다. 이 차의 조상 격인 500 토폴리노와 누오바 500뿐만 아니라, 시트로엥 2CV(1948)와 닛산 휘가로(1991)도 이 같은 루프 바리에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특이한 루프 구조 덕분에 500C는 시속 80km로 달리면서도 지붕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도심 주행이 많은 편이라면 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고마울 것이다. 섬세한 오너라면 톱을 어디에서 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게 흡족할 터다. 루프를 끝까지 접어 테일게이트 상단에 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5초. 지붕을 열면 앞창 위에 나지막한 윈드 디플렉터가 고개를 든다.​​​오픈 후에도 필러와 측면 루프 프레임이 남아 있어 주변 운전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톱을 어디에서멈추는지에 따라 바람과 햇살이 들이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적재용량은 152L. 일반 500에 비해 100L 이상 좁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663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SL400의 바리오 루프 시스템은 정지 상태에서만 작동을 시작하고, 시속 40km 이내에서 동작을 이어간다. 열거나 닫는 데 15초가 걸린다. 버튼을 누르면 헤드레스트 뒤편에 근사한 윈드디플렉터도 솟아오른다. 루프를 열고 닫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하드톱 로드스터의 가장 큰 매력. SL은 극도의 개방감을 주는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소음 따윈 걱정 없는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단 15초 만에 완벽한 토플리스가 되기도, 미세먼지와 매끈한 쿠페가 되기도 한다 ​루프를 열려면 손수 여닫아야 했던 트렁크 안쪽의 세퍼레이터가 6세대 부분변경 이후부터 자동으로 움직인다​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견고한 느낌의 대시보드와 제트 엔진을 형상화한 네 개의 원형 에어벤트, 입체적인 D컷 스티어링 휠은 누구라도 이 차 운전석에 앉아보고 싶게 만든다. 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 스카프도 달렸다. ​​로드스터의 인테리어는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가죽으로 뒤덮인 SL400의 실내는 사실을 분명히확인시켜준다​몸에 착 감기는  버킷시트엔 추운 날 뒷목을 감싸줄 에어스카프도 달렸다​500C의 인테리어는 온통 플라스틱 일색. 고급감과는 거리가 멀다. 동그라미를 테마로 하는 올망졸망한 디자인이 호감도를 가까스로 만회한다.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곧추선 윈드 실드와 넓은 옆 창, 높은 시트 포지션이 열어준 탁 트인 시야다. 기아 모닝보다 10cm나 짧은 휠베이스 탓에 뒷좌석은 다소 옹색하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앉을 만한 공간인데, 그마저도 등받이 각도가 가파르고 헤드레스트를 충분히 높일 수 없다.​​​플라스틱 일색의 인테리어는 고급감과 거리가 멀다​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각각 하나씩 접이식 팔걸이를 달았다​​367마력 V6 트윈터보와 102마력 4기통 자연흡기 SL400은 3.0L V6 트윈터보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0.9kg·m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시간이 짧고, 다운시프팅시 회전수 보상도 척척 해내는 명민한 9단 변속기 덕에 가속 감각은 시종일관 경쾌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구형보다 0.3초 앞당긴 4.9초. 사운드는 가히 스포츠 버전 V8과 견줄 만하다. 트윈터보 엔진이 쏟아내는 날카로운 고음과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내뱉는 웅장한 저음에 고소한 팝콘 튀기는 소리가 곁들여져 달리는 맛을 한껏 북돋운다. ​​367마력, 50.9kg·m의 힘을 발휘하는 3.0L V6 트윈터보 엔진​파워트레인을 압도할 만큼 견고한 섀시는 스티어링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무게이동 과정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자세제어 능력과 승차감을 모두 챙긴 서스펜션 역시 압권이다.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에 유압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보디 컨트롤(ABC)이 적용됐다. 코너링시 차체를 코너 안쪽으로 기울여 롤을 억제하는 다이내믹 커브 기능 덕분에 와인딩 로드를 조금 더 빠르고 예리하게 공략할 수 있다. 500C에 들어가는 1.4L 엔진의 동력 제원(102마력, 12.9kg·m)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 반응이 무딘 가속 페달을 힘껏 지르밟으면 엔진이 6,000rpm까지 회전수를 올리며 걸걸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나 가속은 목청을 따라가지 못한다. 공식적인 최고속도 데이터는 없으나 대략 시속 160km까지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쓸 만한 고속 크루징 실력을 지녔지만, 500C의 진가는 아무래도 도심을 경쾌하게 휘젓고 다닐 때 나타난다. 전륜과 후륜의 간격이 짧아 좁은 골목을 날렵하게 누비는 재미가 제법이다.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솔직한 스티어링 휠은 조향감각이 꽤나 예리하다. ​​​ 1.4L 멀티에어 엔진의 동력 제원은 그리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실제 성능 또한 고만고만하다​​​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두 하늘바라기SL400의 안전장비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3세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엔 스티어링 파일럿이 포함된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비롯해 교차로 기능을 지원하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능동형 차선이탈 어시스트, 프리 세이프 플러스 등이 포함된다. 윈드실드 안쪽에 달린 스테레오 다기능 카메라는 최대 500m 전방의 큰 사물을 주시하며 50m 앞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레이더는 총 6개. 프론트와 리어 범퍼 옆면에 25GHz 단거리 레이더 4개가 달렸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중장거리 레이더, 리어 범퍼 중앙에 멀티모드 레이더가 담겼다. 그에 반해 500C의 안전장비는 단출하다. 운전석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과 ESC(전자식 자세제어 장치)로 최소한의 안전을 챙겼다. 편의장비는 더욱 간소하다. 그 흔한 오토 헤드램프나 오토 와이퍼가 없다. 선바이저 뒷면 화장거울 조명조차 빠졌고 스티어링 휠 텔레스코픽 기능과 후방카메라도 생략됐다. 하지만 국내 판매 모델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미국사양이다 보니 의외로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간다. SL은 S클래스 카브리올레의 고급감과 AMG GT C 로드스터의 역동성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지극히 우아한 자태와 흠잡을 데 없는 성능, 기대 이상의 안락성을 갖춘 완성도 높은 GT인 만큼 가격도 높디높다. 반면, 500C는 누구라도 손 뻗으면 닿을 높이에 있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신차가 기준)한 컨버터블이니까. 이 차 앞에선 미니 쿠퍼 컨버터블(4,230만~4,720만원)이나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3,190~3,390만원)도 슬며시 가격표를 숨기고 싶을 것이다.​​​"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자장면 2만 그릇 혹은 아이폰7 115개를 살 수 있는 돈. 100원 동전을 모아 5.4톤, 10원 동전으로 15km를 쌓아야 다다를 수 있는 금액. 삼각별을 단 그랜드 투어러와 유럽을 대표하는 패션카 사이에 그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하지만 낭만에 값을 매길 수는 없는 법. 오픈에어링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남다름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에 대한 욕심, 한 줌 용기와 자기애 한 큰 술이 필요할 뿐이다. 가격부터 성격까지 전혀 다른 두 대의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동안 경험한 햇살과 바람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컨버터블의 양 극단에서 바라본 하늘은 오직 하나로서 푸르렀다. ​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볼보 대중화 앞당길 프리미엄 중형 SUV, 볼보 XC6.. 2017-09-26
VOLVO XC60볼보 대중화 앞당길 프리미엄 중형 SUV전세계 100만 대 이상 팔린 볼보 베스트셀러 XC60이 새롭게 돌아왔다. 고급스런 만듦새와 승용차에 필적하는 주행성능을 무기로, 하반기 볼보 성장세를 이끌 강력한 견인차가 될 XC60의 매력을 찾아보았다.​​​​​볼보는 40, 60, 90 세 개의 숫자로 모델을 정리했다. 각 숫자마다 세단(또는 해치백), 왜건, SUV가 있고 여기에 차고를 높여 활용성을 강조한 크로스컨트리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숫자가 클수록 차체도 커지며 맡은 역할 역시 조금씩 다르다. 90 시리즈가 브랜드 방향과 이미지를 이끄는 기함이라면 실질적인 판매견인은 중간 모델들이 맡고 있다. ​작년 한해 볼보가 전세계에 판매한 자동차는 총 53만4,000대. 이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16만1,000대의 XC60이었다. 2008년 데뷔한 9년차 노장이지만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얻은 결과라서 더욱 놀랍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중형 SUV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길고 낮고 넓어지면서 한층 우아한 차체이토록 경쟁력 있는 XC60이 완전 신형으로 거듭났다. 구형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큰 폭의 변화다. 외관은 브랜드를 강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최신전략을 그대로 따르며 90 시리즈의 똑똑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자연스레 녹였다. 전면부에는 볼보의 아이덴티티, ‘토르의 망치’가 여전히 신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90 시리즈와는 살짝 다르다. 헤드램프 끝부분이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파고들어 보다 슬림하고 날렵한 형태다. ​​​주간주행등 ‘토르의 망치’는 그릴까지 파고들어 날렵한 인상이 되었다 ​​리어램프는 D필러를 덮는 L자 형태로 볼보 왜건의 시그니처를 표현했다. 측면에서 보여지는 역동적인 차체 비율은 XC60만의 특징적인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볼보 모듈러 플랫폼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를 사용한 차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기다란 보닛도 눈에 띄는데, 앞 오버행이 짧고 A필러를 뒤로 밀은 까닭에 뒷바퀴굴림 자동차처럼 우아한 균형미를 갖췄다.  L자형태 브레이크등은 볼보 S90 CC와 꼭 닮았다​​이처럼 강한 결속력의 패밀리룩을 사용하면서도 차별화된 캐릭터를 구현한 XC60은 볼보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의 작품이다. 출시에 앞서 <자동차생활>과 인터뷰한 그는 XC60의 디자인을 한층 더 스타일리시하고 우아하게 프리미엄 비율로 가다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디자인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좁아지는 실내공간을 만회하기 위해 뒷바퀴가 후방으로 밀려나는 등 패키지 변화도 생겼다. 수치로 보면 구형보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45mm, 10mm 늘어난 4,690mm, 1,900mm이며 휠베이스는 91mm 길어진 2,865mm. 높이는 1,658mm로 55mm 낮아졌다. ​​​측면에서 보여지는 역동적인 차체 비율은 XC60만의 특징적인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했다​​고급장비 가득 품은 XC90 축소판실내는 작은 XC90이라 할 만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자리잡은 대시보드 등 XC90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가득 품었기 때문. 보석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엔진 스타트/스톱 스위치, 주행모드 버튼도 90 시리즈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대시보드는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중심으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덧씌워 깔끔하고 미래적인 분위기다. 대시보드 상판은 굵은 실을 박음질했고 질감이 도드라진 리얼 우드트림 및 1열 마사지 시트와 2열 독립 공조장치가 차급을 넘어서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실내분위기는 XC90을 그대로 축소한 것 같다 1 엔진 스타트/스톱 스위치, 주행 모드 버튼도 90시리즈와 같다 2 실내는 네 개의 구역별로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실제 나무장식을 사용했다 ​앞선 신차에서 호평 받은 영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B&W(바워스 & 윌킨스)도 XC60의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15개 스피커와 1,100W 앰프 시스템이 폭넓은 음역을 전달하고 대시보드 상판에 솟아오른 센터 스피커와 도어 스피커 커버의 고급스런 만듦새가 보는 재미도 준다. 이처럼 다양한 고급 소재와 장비, 높은 품질은 상위 모델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 B&W 15개 스피커, 1100W 앰프 시스템이 폭넓은 음장역을 구현한다  센터스피커와 도어쪽 스피커 커버는 고급스런 만듦새가 돋보인다 ​이러한 실내 분위기는 촉감으로도 전해진다. 에어벤트 조절 다이얼 내부에는 실리콘 오일을 채워 넣어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조작감을 구현했는데 이는 경쟁사 상위 차종에서 보았던 디테일이다. 필요한 곳에 적절한 표면처리를 거친 가죽 질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손이 자주 가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는 매트한 가죽으로 미끄럼을 방지했고 여기에 볼보의 자랑인 아름다운 형상의 시트가 입체적이면서도 인체공학적 설계로 포근하고 안락하게 몸을 지지한다.  시트포지션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기존 230mm였던 최저지상고가 216mm로 낮아졌기 때문. 전륜구동 기반이면서도 기어노브와 센터콘솔 높이가 후륜구동의 그것처럼 기분 좋게 솟아 올라와 있는데, 이 때문에 운전자세 역시 조금 스포티하게 바뀌었다. 높이 솟은 센터콘솔은 T8 하이브리드와 관련이 있다. 기다란 배터리 팩을 센터콘솔 바로 아래에 세로로 넣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90 시리즈와 공통점이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포근하고 안락하게 몸을 지지한다 전 세대보다 뒷좌석 무릎공간이 늘어났다​ ​뒷좌석 무릎공간도 늘어났는데 이는 91mm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가능했다. 앞서도 말한 2열 독립 공조장치는 센터콘솔 뒤편의 터치스크린 조작부, 220볼트 파워아웃렛과 함께 자리잡아 뒷좌석 승객 편의성을 높여준다. 다만 2열 등받이 각도가 고정된 점은 가족용 SUV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배터리 용량을 늘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XC60은 출력이 다른 가솔린과 디젤 다섯 가지 엔진이 마련되어 있다. 모두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구성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다. 90 시리즈를 통해 앞서 소개된 이들 엔진은 4기통 블록 한 가지를 기반으로 터보와 수퍼차저, 혹은 전기모터를 달고 다양한 차체와 출력에 대응한다. 비슷한 출력을 내는 과거 6기통 엔진보다 60kg 가볍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3% 적으며 연료 효율은 26% 향상되었다. 기본이 되는 엔진 블록이 거의 동일한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부품들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설계 개념은 높은 생산성과 비용 절감을 장점으로 꼽는데 최근 재규어-랜드로버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즐겨 사용하고 있다.​미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가솔린은 T5, T6, 그리고 T6에 86마력 전기모터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총 세 가지, 디젤 엔진은 D4, D5 두 가지다. 이들은 모두 일본 아이신 8단 변속기와 보그워너(Borg Warner)가 공급하는 상시 네바퀴굴림(T8 제외)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 한국 시장에 주력인 최고출력 190마력 D4 엔진  D4 엔진은 세계 최초로 연소실별 연료 분사 압력을 모니터링하여 연비 개선 및 배출 저감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T6에 87마력의 전기모터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T8은 시스템출력 407마력, 시스템토크 65.3kg·m의 강력한 성능으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T6보다 0.6초 빠른 5.3초, 그러면서도 연비는 유럽 기준 리터당 47.6km, CO₂ 배출량은 59g에 불과하다. XC60 T8은 차체 중앙을 가로지르는 프로펠러 샤프트 없이 모터의 힘만으로 뒷바퀴를 돌리는 e-4WD 시스템이다. 9.2kWh였던 배터리 용량은 10.4kWh로 소폭 커졌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가운데에 몰려 있어 운동성능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완충시 전기만으로 45km를 달릴 수 있고 하이브리드 차처럼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사용하는 주행도 가능하다. ​충전시간은 240V 기준 2~3시간이다. 참고로 2018년형 XC90 T8, S90 T8에도 XC60 T8과 같은 10.4kWh 용량의 신형 배터리팩이 장착될 예정이다. 사실 T8의 경쟁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돋보인다.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로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의 차량 신규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볼보 T8과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일반차보다 등록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XC60 T8은 구동력을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따로 없이 뒷바퀴에 위치한 모터의 힘만으로 돌리는 e-4WD 시스템. 차체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는 용량을 10.4kWh로 소폭 키웠다​​국내에서 주력인 디젤은 D4와 D5 두 가지다. D4에는 세계 최초로 연소실마다 연료분사압력 모니터링 시스템을 얹었다. 네 개의 연소실별로 연료분사압력을 모니터링해 각 연소실에 최적의 연료량이 분사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엔진에서 나타나는 연소실별 분사량 편차를 줄일 수 있고 각 연소실에 목표한 정량의 연료를 더 정확히 분사함으로써 연비개선 및 배출저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빠르게 반응하는 엔진, 승용차 같은 주행감각시승차는 D4 AWD 인스크립션 사양이다. 주력 엔진에 각종 편의장비를 더한 최고급 모델인 만큼 XC60의 매력을 확인하는 데 가장 알맞은 구성이다. 시승을 통해 느껴본 XC60의 주행특성은 기민한 엔진과 승용감각의 주행성향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고성능 디젤 D5는 터보지연 현상을 줄이기 위해 2L 에어탱크에 압축공기를 저장해뒀다 가속시 배기 매니폴드로 흘려보내 터보차저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D4는 이런 장비가 없음에도 가속응답이 충분히 즉각적이었고, 여기에 변속 빠르기로 소문난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보인다. 주행감각은 경쟁모델 가운데 가장 승용차에 가깝다. 그만큼 무게중심이 낮아 처음 타는 운전자도 자신 있게 주행할 수 있다. 코너를 돌아보면 좌우 롤이 극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능숙하고 영민한 서스펜션이 탄탄하게 버텨주기 때문이다. SPA 플랫폼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리어 멀티링크는 AWD 시스템과 T8용 전기모터 패키징을 고려해 리프스프링을 사용했다. 해외에서는 선택사양으로 전자제어 댐퍼를 조합한 에어서스펜션을 고를 수 있는데 노면을 1초에 500번 모니터링하여 최적화된 승차감과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출고용 타이어는 앞뒤 235/55 R19 사이즈의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트3. 일반 SUV 타이어보다 접지력에 신경 쓴 제품으로 XC60의 주행성향에 잘 맞아 떨어진다. ​​​타이어는 그립이 좋은 단면폭 235mm의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트3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하는 충돌회피지원 기능 추가오랜 세월, 끊임없이 안전에 대해 연구해온 볼보는 XC60에 보다 적극적인 충돌예방 기능을 담았다. 먼저 시티 세이프티가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탑재되었고 여기에 조향지원 기능을 추가한 충돌회피지원 세 가지와 오토 브레이킹을 더했다. 충돌회피지원은 도로이탈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과 새롭게 선보인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 조향지원 적용 사각지대정보 시스템(BLIS with steer assist)이다.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조향과 제동으로 사고를 회피 한다는 데서 현재 시판차들 중 가장 앞서 있는 개념의 장비라 할 수 있다. ​또한 시승에서 볼보의 자랑, 반자율주행 기능의 성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실제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달려본 기자는 대부분 구간에서 스티어링에 손만 얹은 채 주행할 수 있었고 시속 130km까지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또한 굽이진 도로에서도 조향하는 범위가 넓기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운전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본의 아니게 사용한 조향지원 적용 사각지대정보 시스템이다. 기자가 방향지시등을 넣고 우측으로 차선변경을 할 때 사각지대에 있던 반대편 차선 차와 동시에 같은 차선으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이때 XC60이 스스로 차를 좌측으로 움직여 사고순간을 모면한 것이다. 볼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전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는 차를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공언한 상태다.​ ​​볼보의 볼륨을 확장할 패밀리 중형 SUV한때 볼보는 이미지 변신이 늦어지며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90 시리즈가 새로운 볼보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주었고 이제는 고객이 먼저 볼보를 찾을 만큼 판매 일선도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에 XC90, S90을 출시한 이후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5년 4,238대에서 2016년 5,206대를 팔며 20%가 넘는 판매신장을 이뤘다. 올해는 7월까지 총 4,136대를 팔아 작년 같은 기간 3,030대보다 약 36% 이상 높은 판매를 보여 연말까지 7,000대 가까운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고부가가치 모델, 90 시리즈 판매비중이 40%가 넘을 만큼 판매의 질이 올라가 덩달아 수익성도 개선되었다.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새로운 계획도 펼치고 있다. 올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신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 고객거점 강화에 1,0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하는 물리적인 시설 확충과 서비스센터 고객응대 프로세스를 함께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 특히나 정비 고객이 어드바이저를 통해 정비를 진행하던 기존의 방법 대신 고객과 2인 1조의 정비기술자를 1:1로 연결해 전담시키는 방식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출고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탄탄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장기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이 북적이는 전시장, 늘어나는 판매량,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한국 법인의 행보 등 긍정적인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질 신형 XC60은 전세계 누적 판매 100만 대가 넘을 만큼 볼보에서 가장 큰 볼륨 모델. 올해 하반기 볼보차 판매실적 향상에 일등공신이 될 것이 분명하다.​ ​ VOLVO SAFETY​볼보는 신형 XC60에 조향지원을 통한 ‘충돌회피지원 기능’과 제동과 조향지원을 추가한 최신의 ‘시티 세이프티’를 선보였다. 충돌회피지원 기능은 운전자가 의도치 않게 차선을 이탈하거나 다른 차 혹은 장애물에 충돌할 위험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도로이탈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 차선이나 도로를 이탈할 것이라 예견되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조향 및 제동에 개입해 도로이탈을 방지한다. 차선이탈방지와 비슷하지만 가드레일, 도랑 등 기존 시스템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도로의 다양한 위험요소까지 감지한다. 또한 차선이탈방지보다 조향을 더 강하고 빠르게 조작하며 필요에 따라 제동에도 개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선이 선명한 도로에서 시속 65~140km 사이로 주행할 때 작동한다.​ ​조향지원이 가능한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with steering support)XC60에 탑재된 최신형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에도 조향지원을 추가했다. 장애물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조향각도가 부족할 경우 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에 힘을 가해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차를 이끌 수 있게 도와준다. 만약 자동차가 조향 지원만으로 충돌회피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조향 방향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의 방향전환을 돕는다.또한 앞차, 보행자, 자전거, 네 발 달린 대형 동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고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 반대편에서 직진하는 차와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자동으로 제동한다.​​​조향지원 적용 사각지대정보 시스템(Blind Spot Information with steer assist) 사각지대정보 시스템(BLIS, 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에 조향지원을 더한 기능이다. 운전자가 다른 차의 접근을 인식하지 못하고 차선을 바꿀 때 작동한다. 이때 자동차가 충돌 할 것이라 판단하면 반대쪽으로 조향한다. 시속 60~140km 범위에서 방향지시등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때만 작동한다.​​​​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자동차가 운전자 실수로 차선을 이탈하여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 할 것으로 판단하면 조향에 개입해 원래 차선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차선을 넘거나 방향 지시등을 작동 하는 조건에서는 시스템이 개입하지 않는다. ​​도로이탈보호 시스템(Run-Off Road Protection)2세대 XC90에 먼저 적용된 도로이탈보호 시스템(Run-Off Road Protection)이 XC60에도 탑재됐다.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 오프로드나 숲으로 뛰어들 경우를 고려한 시스템으로 사고가 예상될 경우 안전벨트를 미리 당겨 운전자를 시트에 밀착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접고, 에어백을 작동시켜 만약의 대형 사고에서 승객 피해를 최소화 한다. 흉추와 요추 부상을 방지하거나  완화해준다. ​​​​파일럿 어시스트 II (Pilot Assist II)파일럿 어시스트는 자동차 스스로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는 반자율 주행기술이다. 여기에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정속주행을 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맞물려 조향과 가감속을 스스로 한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으며 시속 140km까지 작동한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그랜드 투어러의 정석, 메르세데스 벤츠 E400 쿠페 .. 2017-09-18
MERCEDES-BENZ E400 COUPE 4MATIC그랜드 투어러의 정석1968년, 필러리스 쿠페의 효시가 된 W115에서 시작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중형 쿠페가 6세대(W213)에 이르렀다. 50년째 이어지는 전통의 하드톱 스타일링 법칙은 벗어나지 않되, 그 속은 신형 E클래스의 디자인과 첨단장비를 그대로 품었다. 그중 E400 쿠페를 타 보았다. ​​​ 점점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는 세단 베이스의 쿠페 시장이지만 이 시장의 창시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전히 모든 세단 라인업에서 공들여 만든 쿠페를 내놓는다. 주력 세단 라인업이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로 정리된 90년대부터는 수십 년째 단 한번도 빼먹은 적 없이 꾸준하다. 그러니 작년 E클래스의 풀 모델 체인지가 나왔을 때 조금 뜸을 들인 뒤 쿠페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다. S클래스의 쿠페를 CL, E클래스의 쿠페를 CLK라고 부르던 복잡한 시절도 있었지만 싸악 정리한 뒤 이제는 ‘E클래스 쿠페’라는 심플한 이름이 주어진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육중한 하드톱 쿠페는 CLK라기보다는 CL 쪽에 가깝게 보일 지경이다. 차가 커진 이유? 이번에는 진짜 E세단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그렇다. 그럼 전에는? CLK도 이전 세대의 E쿠페도 사실은 베이스가 C클래스였다. 보다 콤팩트한 쿠페 보디를 꾸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하위 플랫폼을 가져다 쓰는 것이겠지만 이 방법은 필연적으로 차의 볼륨감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전의 메르세데스 벤츠 중형 쿠페들에서 어딘가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은 차덕후가 맞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현행 E세단은 이미 5m에 육박하는 거구다. 이보다는 콤팩트해야 할 쿠페조차 길이가 4.8m가 넘어가고 휠베이스는 2.9m에 이른다. 선대의 E쿠페와는 실질적으로 세그먼트가 달라져버렸다. 이미 한 발은 대형차 카테고리에 걸칠 기세다.​S클래스 쿠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디자인의 차이가 비교적 뚜렷했던 구형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에 대해 현재 모델은 크기만 차이가 있을 뿐, 메르세데스의 디자인 치프 고든 바그너의 디자인 언어로 통일되어 버린 상황이다. 특히 쿠페는 앞모습과 뒷모습만 놓고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페들은 세단과 단 한 장의 보디패널도 공유하지 않으며, 덕분에 완전히 다른 실루엣을 가진다. 꼬리를 치켜세운 C쿠페의 C필러 라인에 비하면 평탄한 솔더라인에 천천히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만나는 E쿠페의 측면은 뒷문이 빠진 CLS에 가깝다. ​​​이제는 프런트마스크만으로는 C/E/S쿱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AMG 라인 적용으로 휠은 20인치의 AMG 모델이 기본 사양이 된다. 에어서스펜션도 기본 적용된다 테일라이트나 리어엔드의 디자인은 쿠페 모델 모두 공통의 언어로 통일되어 있다  후진시에는 세꼭지 엠블럼이 스르륵 열리면서 카메라가 노출된다 ​S쿠페보다도 넓은 뒤측면 유리는 모두 내릴 수 있는 것이 특징. 프레임리스 도어에 B필러조차 존재하지 않는 차의 창문을 모두 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루프 라인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대형 파노라마 루프까지 연다면 그 개방감은 거의 카브리올레에 육박한다. ​쿠페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은 성인 2명이 편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425L의 트렁크는 네 명분의 짐도 충분히 수납 가능하고 뒤 시트 분할 폴딩이나 스키스루까지 지원된다. ​​B필러가 없는 구조에 뒷유리창도 내릴 수 있어 개방감이 탁월하다​기본 사양 나파 가죽시트. 세단과는 다른 호화로운 양감과 디자인을 갖췄다 타고 내리는 것이 불편한 것만 빼면, 뒷자리의 거주성은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인테리어는 E 세단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대시보드는 E세단의 파츠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은 상급의 S쿠페에 오히려 가깝다. 내장재의 소재와 패턴을 재조합하고 송풍구의 디자인을 달리 한 것만으로 세단의 일상적인 느낌을 모조리 씻어내 버렸다. 베이지와 브라운 컬러의 가죽, 카본 패턴의 내장에는 비일상적인 호화로움이 가득하다. 이전에는 S클래스 쿠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품질감을 그 아래급인 E쿠페에 아낌없이 쏟아놓은 것이다. ​​​ E세단과 같은 듯 다른 인테리어. 그러나 품질감은 S쿠페 쪽에 더 가깝다​ 커맨드 컨트롤 상단은 한글 필기 인식이 가능하고 다이나믹먼트롤과 에어서스펜션에 따른 차고 조절 기능도 탑재 했다1 기본 탑재된 버메스터 오디오 시스템. 탁월한 음질을 자랑한다 2 스티어링 방향키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터치방식. 감도가 떨어지고 반응이 늦다. 이 차의 유일한 흠결 3 에어벤트의 디자인. 이런 게 4개가 나란히 있으면 과하게 느껴질 밖에 4 도어트림의 품질감 또한 S클래스급5 대형 디스플레이 2매를 이어 붙인 풀 디지털 화면 구성은 S와 E 세단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6 12.3인치의 와이드스크린. 크기와 해상도 덕분에 내비 사용이 크게 쾌적해졌다. 계기판에도 동일한 패널이 쓰였다​  강력하고 안정감 넘치는 트랙션 컴포트 모드에서 살살 다루면 그 움직임은 벤츠 최상급 세단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정평이 난 에어매틱을 버리고 새로 설계한 에어보디 컨트롤 서스펜션은 더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행감각을 뽐낸다. 세단에서 종감속비만 바꾼 9단 G트로닉 변속기지만 성능만으로는 눈곱만큼도 불만을 느끼기 어렵다. 슬립을 느낄 수 없는 번개 같은 변속 속도에 두 단씩 뛰어넘는 다운시프트도 문제없이 해치운다. 탑재된 엔진은 아직 세단에 사용한 적 없는 V6 트윈터보. E300이 직렬 4기통으로 바뀐 마당이라 엔트리급 V6에 400이라는 명칭을 달았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V6 엔진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가속한다. 0→100km/h 가속이 5.3초인 차는 객관적으로도 빠르다. 하지만 333마력이라는 수치에서 기대되는 것과 달리 가속감은 그리 맹렬하지 않다. 지나칠 정도로 매끄러운 엔진과 4륜구동으로 인한 안정감 덕분이다. 실제속도보다 차가 느리게 가고 있다는 착각에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 않다. 앞뒤 33:67로 토크를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은 적지 않은 출력을 항상 차분하게 다스린다. 급격하게 휘두르면 2톤에 가까운 차중을 의식하게 되지만 에어보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탁월한 트랙션에 걸맞은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 ​V6 3리터 트윈터보 엔진. AMG E43과 동일한 엔진이지만 터빈 사이즈로 출력을 차별화했다​스위치 조작으로 변속 프로그램이나 엔진 특성, 서스펜션 감쇠력과, 스티어링 특성이 바뀌는 다이내믹 셀렉터도 그대로 달려 있다. 평소에는 보통의 벤츠처럼 느긋하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는 순식간에 성능을 최대한 개방할 수 있다. 가장 야성적인 스포츠+ 모드는 짜릿함으로 넘친다. 서스펜션은 단단히 조여들고, 스티어링은 까칠해지며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춤을 춘다. 으르렁대는 V8만큼은 아니지만 목청을 높인 V6 사운드가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다운시프트마다 토악질을 하듯 뱉어내는 폭발음이 듣고 싶어서 자꾸만 패들시프트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강력한 주행보조 시스템신형 E클래스에 탑재되어 호평을 받았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신형 주행보조 시스템은 중·장거리용 밀리파 레이더와 근거리 감시용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에 더해 주변 감시용 초음파 센서 12개로부터 끊임없이 외부환경을 감시해 주행에 반영한다. 가볍게 스티어링을 잡고 있다면 차는 알아서 주행라인을 감지하고 차선의 중앙을 흔들림 없이 달려 나간다. 파일럿 어시스트라면 다른 회사도 꽤 많이 탑재하는 기능이지만 실제 체험한 바로는 아직은 수준과 특성이 각양각색이다. 차선이 희미해지거나 도로가 손상된 경우에도 가드레일과 앞선 차량을 인식해 흐름을 유지할 때의 정확성은 단연코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장 앞서 있다.  개입과 해제의 과정도 매끄럽다. 이 정도의 안정감과 신뢰성을 갖춘 차는 아직까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능동형 어시스트 장비의 개입은 재미있게도 스스로의 운전에 보다 엄격해질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오른쪽 램프에 진입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차는 가볍게 감속을 하며 원래의 차선으로 스티어링을 슬쩍 밀어낸다. 스티어링을 느슨하게 잡기라도 했다가는 여지없이 경고가 날아온다. 운전의 규칙을 엄수하지 않았다가는 차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게 된다.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주차공간을 스스로 찾아서 전후진 주차를 하고 자동 출차까지 깔끔하게 해내는 파킹 어시스트도 매우 유용한 장비다. 어찌 되었든 E클래스의 주력은 세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꾸준히 쿠페를 만드는 것은, 이를테면 추가금을 내면 잘 수 있는 오션뷰 스위트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숙소의 품질만 좋다면 창밖의 풍경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세상에는 근사한 풍경을 보기 위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할 사람도 꽤 많기 때문이다. 빠르고 쾌적하게, 그리고 스타일리시하게 목적지로 내닫는다. E400 쿠페 4매틱에서 그랜드 투어러(GT)의 이상을 보았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더 완벽해진 패밀리 SUV, 기아 쏘렌토 2017-08-23
KIA SORENTO더 완벽해진 패밀리 SUV신형 쏘렌토는 2014년 등장한 3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기존 모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개선하며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새롭게 장착한 랙 타입 전동 파워 스티어링과 8단 자동변속기로 주행질감을 가다듬고 방음성능과 승차감을 손질하는 노력을 거쳐 더욱 편안하고 안락해졌다.​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그룹의 일원이지만 과거 RV 명가다운 다양한 SUV를 내놓고 있다. 니로-스포티지-쏘렌토-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에 최근에는 소형 SUV인 스토닉까지 추가했다. 북미에서 히트를 친 박스카 쏘울과 유럽형 MPV 카렌스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현대 베라크루즈의 단종으로 국내 유일 6기통 대형 SUV가 된 모하비와 실용성이 뛰어난 미니밴 카니발도 기아차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최근 카니발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기아차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면 역시 쏘렌토다. 쏘렌토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다. 최근 소형 SUV 시장이 급성장했고 올해에는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까지 더해졌지만 여전히 국내 SUV 시장의 규모는 중형(기아 쏘렌토 등) > 준중형(현대 투싼 등) > 소형(쌍용 티볼리 등)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즉, 올해에도 쏘렌토, 싼타페, QM6 등 중형 SUV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쏘렌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싼타페가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쏘렌토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점 개선하며 완성도 높여최근 등장한 신형 쏘렌토는 3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데뷔 3년차에 맞이하는 변화다. 기존 쏘렌토의 인기가 좋았던 까닭에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부분변경 이전의 쏘렌토를 타고 있는 기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신형 모델의 달라진 부분을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개선방향의 초점은 기존 차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맞춰졌다. 외관에서는 2구형 헤드램프가 3구형 풀LED 방식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조향각도에 따라 전조등 방향이 움직이는 다이나믹 밴딩 라이트도 이번에 새로 마련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반짝이는 디테일을 강조해 미국차스러운 분위기를 뽐낸다.​​​​​실내는 불편했던 점들을 개선해 만족도를 높였다. 퀼팅패드를 덧댄 시트와 새로워진 스티어링 휠에도 눈길이 가지만 그보다 반가운 것은 표시창을 따로 마련한 공조장치다. 기존의 쏘렌토는 공조기 표시창이 따로 없고 상단 모니터에 정보를 띄웠다. 버튼을 눌러야만 현재 상태를 알 수 있고 여러 번 눌러야만 반응하는 까닭에 상당히 불편했다. 신형은 공조장치의 표시창으로 현재 상태를 바로 알 수 있어 직관성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다. ​ ​​다양한 운전자의 체형을 고려한 시트 프레임도 반가운 변화다. 요추받침이 앞뒤로만 움직이던 구형과 달리 위아래까지 움직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허리를 지지한다. 허리질환을 앓고 있는 기자는 신형 시트를 기자의 차에 옮겨달고 싶을 만큼 욕심이 난다. 이 밖에도 박음질 스타일의 크러시패드와 그랜저에 준하는 실내 부품을 사용하는 등 기존 쏘렌토의 실용성과 고급스런 꾸밈새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허리지지대는 기존 2웨이에서 4웨이로 바뀌고 방석길이 조절기능, 퀼팅패드가 추가되었다2열 시트에도 퀼팅패드를 덧댔다 트렁크 쪽에서도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연비 위주로 가다듬은 8단 자동변속기엔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2.2L 디젤, 2.0L 가솔린 터보 세 가지다.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2.0L 디젤만 6단 자동변속기를, 다른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를 얹는다.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 맥스크루즈와 쏘나타 2.0 터보에 먼저 사용되어 검증된 조합이다. 추후 등장할 신형 싼타페의 파워트레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는 2.2L 디젤 엔진에 상시 네바퀴굴림. 2.2L 디젤과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는 철저히 연비 위주로 다듬었다. 평상시에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끈질기게 고단기어를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시속 100km로 주행시 엔진회전수는 약 1,500rpm, 시속 90km에서 8단으로 변속한다. 발진감각은 선형적으로 다듬었다. ‘우악’스럽게 튀어나가던 기존 모델과 달리 ‘우아’하고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해졌다. 편하고 나긋나긋한 운전감각이 패밀리 SUV에 걸맞은 변화다. 안 보이는 곳의 변화는 또 있다. 바로 몰라보게 조용해진 실내공간이다. 이전 쏘렌토도 여느 고급차 못지않게 조용했지만 부분변경 모델은 엔진소리가 더 먼 곳에서 나는 것처럼 들린다. ​ ​서스펜션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 특히 가족이 주로 앉는 뒷좌석 승차감이 크게 좋아졌다. 부드러워진 만큼 코너에서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섣부른 추측이었다. 차체를 떠받드는 스프링이 적당히 버티며 롤링이 크게 줄어들었다. 스티어링 기구도 달라졌다. 스티어링 칼럼에 위치하던 조향보조 모터는 랙 기어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티어링 필링이 크게 달라진 정도는 아니지만 피드백이 늘어나고 명민해졌다. 또한 스티어링 기어비를 짧게 설정해 보다 민첩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시승차의 타이어는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 LS 스포트, 단면폭 235mm의 19인치를 사용한다. 예전에는 미쉐린 프리미어 LTX를 옵션으로 고를 수 있었지만 타이어 트레드가 뜯기는 청킹(Chunking) 논란이 불거진 까닭에 컨티넨탈로 교체되었다. 실제로 미쉐린 제품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며 마모에 따라 배수 홈이 같이 넓어지는 신기술을 두고 사용자가 오해하며 빚어진 일이었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기자도 6만7,000km를 사용했을 만큼 내구성도 만족스러웠다.​​​옵션 타이어는 기존 미쉐린 프리미어 LTX에서 컨티넨탈 크로스컨택 LS 스포트로 바뀌었다​​뛰어난 패키징, 고급차 못지않은 다양한 장비신형 쏘렌토는 앞서 언급한 퀼팅시트를 비롯해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 노브, 반펀칭 스티어링 휠, 핸드폰 무선충전 패드 등 다양한 장비를 새로 마련했다. 또한 시류에 맞는 주행안전보조 장비도 탑재했다. 차선이탈경고 장치가 스스로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조향보조 장치로 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다듬은 모습이다.사실 쏘렌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린다. 지난해 북미에서 팔린 쏘렌토는 약 13만여 대. 세대를 거듭하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고 그 결과 기아의 간판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익스트림 패키지를 선택하면 핸드폰 무선충전 기능과 새로운 기어노브가 추가된다​​또한 쏘렌토는 국내보다 북미에서 더 비싼 자동차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팔리는 쏘렌토 최고급 사양(V6 3.3L AWD)의 값은 기아 카덴자(K7)보다 1,800달러 비싼 4만6,200달러(약 5,300만원). 고급차 K900(K9)을 제외하면 실제 볼륨모델에서 가장 비싼 기아차다. 국내 쏘렌토에 모든 옵션을 다 넣으면 4,300만원이 넘는데, 엔진과 장비가 서로 다른 까닭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차 값에 붙은 각종 세금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미국에서보다 한국이 약 15% 정도 싸다. 더욱이 2.2L 디젤의 제조원가가 V6 3.3L 가솔린보다 일반적으로 더 비싼 것을 감안하면 북미보다 한국에서 가격경쟁력이 더 높은 몇 안 되는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주력 수출 시장인 북미에서 과감한 가격책정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쏘렌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도 국내 SUV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중형 패밀리 SUV의 대표주자인 쏘렌토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중형같은 준중형, 혼다 시빅 2017-08-17
 HONDA CIVIC중형같은 준중형, 혼다 시빅혼다 시빅은 2.0L 엔진과 여유 있는 실내공간이 돋보이는 넉넉한 준중형 세단이다. 매력적인 패스트백 디자인과 간결한 움직임의 하체는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다. 다만 동급 국산차보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시빅이 한국에 다시 등장했다. 미국에서 데뷔한 지 2년 만이다. 준중형 수입세단 입지가 부족한 까닭에 도입이 늦어졌다. 이들이 국내에서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국산 준중형차가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시빅이 정식으로 수입된 건 10년 전인 8세대 모델부터다. 당시 시빅은 잘 팔리는 수입차 중 하나였다. 수입차치고 저렴한 2,000만원대 가격이 인기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 차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은 점차 달라졌다. 갈수록 부족해진 제품 경쟁력도 문제가 되었다. 특히 9세대는 진부한 외관과 개성강한 인테리어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혹평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판매부진에 시달려 수입이 중단되었고 미국에서는 서둘러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아야만 했다.​패스트백 스타일이 매력적인 시빅신형 시빅의 안팎에선 구형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8~9세대 캡포워드 모노볼륨 차체는 스타일리시한 패스트백 쿠페 스타일로 진화했다. 높이를 20mm 낮추고 너비와 휠베이스를 각각 45mm, 30mm 늘인 후 균형미 넘치는 디자인을 입혔다. 휠베이스는 아반떼와 같은 2,700mm지만, 길이가 80mm 길어 중형차에 가까운 스탠스를 자랑한다. ​​​앞모습은 입체적으로 다듬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조형미가 워낙 독특해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강하다. 참고로 이는 신형 NSX를 통해 선보인 혼다의 새 얼굴이다. 앞으로 나올 새 모델들도 이런 형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오렌지색 리플렉터가 붙은 차폭등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임을 실감케 한다. ​​4도어 쿠페를 꼭 닮은 루프 라인도 매력적이다. 어설프게 쿠페를 따라 한 다른 세단들과 달리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모양만 보아서는 뒤 유리가 함께 열리는 해치도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래 철판부분만 열리는 패스트백이다. 이로 인해 트렁크 입구가 조금 좁아졌다. 동급 최초 풀 LED 헤드램프를 기본 장착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동급 최초 풀 LED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캐릭터를 살린 리어램프가 멋을 살린다 간결한 움직임의 하체가 돋보인다 실내로 들어서면 요즘 혼다 차에 공통적으로 달려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7인치 모니터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메뉴 구성도 단순하고 애플카플레이를 비롯해 한국에서 탑재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터치방식 UI에 낯선 사용자들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모니터 아래로는 미국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일자형 변속레버가 자리잡고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엔 2단 구조의 수납함이 있는데 마감 품질과 활용도가 조금 떨어진다.​​​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해 한국에서 탑재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다​ 계기판은 너무 저렴한 인상을 준다 ​ 센터페시아 아래쪽엔 2단 구조의 수납함이 있는데 마감 품질이 미흡하다​​시빅의 가장 큰 장점은 중형차 못지않은 넉넉한 뒷좌석공간이다. 쿠페 스타일 세단은 머리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시빅은 2열 시트 방석 높이를 최대한 낮추는 등의 절묘한 패키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시빅과 CR-V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모듈러 플랫폼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낮아진 엉덩이 위치만큼 머리와 다리 공간에는 여유가 생겼다. 1열 시트 프레임은 너비와 등받이 두께가 얇은 것을 사용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실내공간을 넓힐 때 자주 사용하는 편법이다.​​​시빅의 가장 큰 장점은 중형차 못지않은 넉넉한 뒷좌석공간이다​​뒷좌석 등받이는 4:6 분할 폴딩된다  연료효율성을 중시한 파워트레인미국에서는 2.0L 엔진과 1.5L 터보엔진 두 가지가 있지만 국내에는 2.0L 단일트림만 수입된다. 가격에 민감한 차종인 까닭에 제조원가가 비싼 터보엔진은 뒤로 밀렸다. 국내에서 2.0L 엔진 준중형 세단은 보기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1.8~2.0L 엔진이 일반적이다. 시빅에 장착된 스퀘어 타입 엔진은 CVT 변속기와 맞물려 연료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12.8km/L, 고속 16.9km/L로 배기량이 작은 아반떼(1.6L 엔진 도심 12.1km/L, 고속 16.1km/L)보다 더 효율적이다.​  성능수치 보다 부족한 가속력은 아쉽다​​최고출력은 160마력. 1.3톤의 가벼운 차체를 견인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라 기대감을 갖고 차에 올랐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주행 감각은 경험할 수 없었다. CVT 특유의 헛도는 감각 때문이다. 물론 속도는 꾸준히 늘어난다. 반면 시시각각 변하는 기어비로 변속기의 격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스포츠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불만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발생하는 부밍음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로 시속 80km에서 60km까지 속도를 떨어뜨릴 때 발생한다. 까다로운 한국 고객의 눈높이를 생각하면 꼭 개선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앞쪽 서스펜션은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맥퍼슨 스트럿을 사용한다. 여기에 가변 기어비 방식의 스티어링과 짝을 이뤘다. 다만 그 완성도가 높지 않아 민감한 운전자의 경우라면 조향시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서스펜션의 가장 큰 특징은 콤팩트한 리어 멀티링크다. 넉넉한 뒷좌석공간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스펜션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움직임이 작다는 얘기. 자칫 운동 성능이 부족해지기 쉽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코너에서 몰아붙이거나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차체를 다잡는다. 리어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짧아 단단한 편에 속하지만 유압 부싱을 사용해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접지력을 높였다.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차체지만 혼다차답게 비교적 경쾌한 운전 감각이 아직은 살아 있다. ​준중형 시장 축소와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렇듯 넉넉한 배기량과 실내공간, 그리고 깔끔한 몸놀림 등 중형차 못지않은 구성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먼저 3,060만원이라는 값이다. 편의사양이 다양하고 수입 과정에서 생긴 비용을 생각하면 사실상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가격이다. 하지만 비슷한 사양의 국산차보다 최소 500만원 이상 비싸고 3,000만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마저 넘었다. ​폭스바겐 골프나 제타의 경우처럼 가격 차이를 상쇄할 만한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시빅과 경쟁하는 국산 준중형 세단은 철저히 미국 시장에 맞춰 만들었기에 내세우는 장점 또한 비슷하다. 즉 모든 면에서 조금씩 나은 점들이 눈에 띄지만 가격 차이를 극복할 만한 확실한 한방이 없다. 갈수록 줄어드는 준중형 세단 시장 역시 부정적인 요소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팔린 준중형차는 7만 대 정도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 9만 대가 넘게 팔린 것에 비해 20% 이상의 고객이 사라진 셈이다. 사라진 고객 대부분은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SUV로 옮겨갔다. 특히 쌍용 티볼리 에어의 경우 준중형차보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활용성을 갖춰 세단 고객 상당수를 흡수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현대와 기아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소형 SUV를 출시했다. 신형 시빅은 분명 나름의 매력을 가진 차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시장이 이차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재혁​    
마지막 퍼즐 조각 V8, 메르세데스 벤츠 GLS 500.. 2017-08-16
​MERCEDS-BENZ GLS 500 4MATIC마지막 퍼즐 조각 V8​​​​마지막 퍼즐 조각은 V8이었다. GLS에 V8을 끼워넣자, 육중한 몸집은 가뿐해졌고 널찍한 실내엔 고요함이 찾아왔다. 빈틈없이 짜인 하체도 제 짝을 만났다. 이제 GLS란 이름이 당당하다. 사막의 S클래스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고속도로의 제왕 벤츠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2.6톤의 자동차를 시속 250km로 질주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 머리로는 이미 알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 동승자가 입을 열었다. “우와, 안정적이네!”사실 GLS는 시속 250km로 질주할 때도 흐트러짐 없었다. 단지 이 차의 무거움을 알기 때문에 두려웠을 뿐 엉덩이는 안심했다. 그러니 이 덩치를 250km까지 내몰았을 터. GLS는 V8 엔진의 모든 힘을 포용했다. 고성능 엔진을 넣었더니 이미 고성능이던 섀시와 맞물려 균형이 딱 맞아떨어졌다.​ ​​ 벤츠 SUV의 정점 사진으론 이 차의 위용을 담을 수 없다. 사진 속 18인치처럼 보이는 휠은 사실 큼직한 21인치다. 길이만 5,14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상대적으로 휠을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큰 덩치를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 미국 경호원이 탈 것 같은 묵직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거대한 검은색 GLS는 주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 듀얼머플러를 통해 V8 엔진의 풍요로운 배기음이 울려퍼진다GLS 500의 21인치 휠. GLS 350d와 크기는 같지만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둔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AMG 스타일 덕분이다. 거대한 그릴과 속 시원하게 뚫린 범퍼는 강력한 엔진을 암시하고, 21인치 AMG 휠과 펜더는 탄탄한 하체를 대변한다. 차체 아래 번쩍이는 크롬을 덧붙여 시각적 무게를 덜어낸 것도 특징. 마지막으로 트렁크 한쪽에 붙은 GLS 500 엠블럼이 고성능 V8 엔진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종지부를 찍는다.실내를 보기 위해 두터운 문짝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열었다. 뒤따라 나오는 건 안도의 한숨. 사실 이전에 탔던 GLS 350d의 실내는 SUV의 S클래스라 불리기엔 부족했다. 2012년 공개된 GL클래스의 그림자가 역력했기 때문. 하지만 GLS 500은 벤츠 최고급 사양 디지뇨 익스클루시브를 받아들여 예전 그림자를 화사하게 걷어냈다. 특히 마름모꼴 재봉선의 퀼팅 패턴은 이 차가 벤츠 SUV의 정점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휘감은 고급 나파 가죽과 부드러운 스웨이드 천장도 S클래스 못지않게 화려하다.​​ 디지뇨 익스클루시브 실내가 적용돼 화려하다​​ 6개의 주행모드를 갖춘 다이내믹 셀렉트 7명의 성인이 앉아도 넉넉할 만큼 넓다​​하지만 제아무리 S클래스라도 GLS의 광활한 공간은 부러울 거다. 시트를 다 펴면 7명의 성인이 넉넉히 앉을 수 있고, 모두 접으면 2,300L의 널찍한 짐칸이 펼쳐진다. 최고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만끽하면서 5명이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셈. 캠핑을 하든 탐험을 떠나든 모든 짐은 넉넉한 짐칸이 해결해줄 터다.​포효하지 않는 V8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내는 V8 4.7L 트윈터보 엔진. AMG의 거친 배기음이 들려올 것 같은 성능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부드럽다. 시동을 걸면 우아하게 출발 준비를 마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여유롭게 미끄러진다. 이 차에 AMG 엠블럼이 붙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느리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비처럼 날다가도 언제든 벌처럼 쏠 수 있다. 아니 벌보단 육중한 호랑이가 더 어울리겠다. ​​​GLS를 완성한 V8 4.7리터 바이터보 엔진​여유로운 움직임은 강자의 여유다. 1,800rpm부터 71.4kg·m의 최대토크가 흘러나오니 2.6톤의 거대한 덩치가 나비처럼 가뿐하다. 9단 자동변속기도 높은 토크를 파악하고 미리미리 높은 기어를 바꿔 문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회전수는 겨우 1,250rpm. 이렇게 낮은 rpm에서도 8기통 특유의 풍부한 음색이 귀와 발을 즐겁게 한다.풍요로운 산책은 가속페달을 건드리는 순간 끝이 났다. 재빨리 낮은 기어를 바꿔 문 V8 엔진이 모든 힘을 쏟아내면 뒤통수가 시트에 파묻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 거대한 덩치 덕분에 스포츠카의 날렵한 기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돌진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거칠 것 없는 도로 위 파괴자가 된 느낌. 3,000rpm 너머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8기통 사운드까지 더해지면 가솔린과 함께 스트레스까지 화끈하게 녹아버린다.​​   ​180, 220, 240, 그리고 250km. 455마력의 무자비한 출력은 이 차를 금세 최고속도로 올려놨다. 그런데 최고속도에서 인상적인 건 넘치는 힘보다 든든한 골격과 서스펜션이었다. 웬만한 사람 키보다도 큰 1,895mm 높이의 건장한 SUV가 시속 250km에서 안정적이라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거워진 운전대와 팽팽하게 조여진 에어 서스펜션은 2.6톤의 쇳덩이를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든다. 특히 도로의 너울을 넘는 솜씨가 일품이다. 서스펜션이 묵직하게 눌렸다가 차분하게 펴지며 자세를 다잡는다. 3m가 넘는 길쭉한 휠베이스와 관성, 든든한 댐퍼가 어우러진 하모니다.이제 GLS의 선회 성능을 엿볼 차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코너 구간에선 여전히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은 약간의 쏠림을 허용하며 살짝 눌린 후 팽팽하게 굳는다. 부드러운 승차감에서 탄탄한 고성능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셈. 295mm 너비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도 든든하게 관성을 버텨낸다.  하지만 보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끈끈한 타이어와 서스펜션도 2.6톤의 무게에 굴복한다.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미끄러질 때의 기본 성향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주행안정장치(DSC)가 재빠르게 개입하기 때문에 금방 자세를 추스른다. 덩치와 무게를 고려해 DSC가 다소 예민하게 조율됐다. DSC는 오프 버튼을 눌러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미끄러짐을 허용하다가 과하다 싶으면 금세 가속 페달을 먹통으로 만들어 안전을 도모한다. V8의 힘은 충분했지만, 기자의 실력으론 드리프트 흉내내기도 어려웠다.​키 큰 쇼퍼드리븐이토록 빠르지만, GLS는 스포츠 SUV가 아니다. 그저 여유로운 주행을 위해 커다란 엔진을 넣었을 뿐. 격한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조용하던 V8 엔진이 그 증거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바꾸면 빠릿했던 서스펜션은 한층 느긋해지고 변속기는 높은 단수를 바꿔 물어 크루징을 준비한다. 덕분에 부드럽게 운전할 때는 시선만 좀 높을 뿐 최고급 세단처럼 여유롭다. 특히 3,075mm의 길쭉한 휠베이스가 GLS를 항상 품위 있게 만든다. 여기에 V8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더해져 그랜드 투어러로 쓰기에도 손색없다.​    느긋한 주행에 몸의 긴장도 함께 풀고 싶다면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을 켜면 된다. 설정한 속도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 조정하고 차선을 이탈하기 전 운전대도 알아서 돌려준다. 덕분에 왼발과 두 팔의 힘이 스르륵 빠진다. 여기에 커맨드 컨트롤러를 돌려 안마기능까지 켜면 쇼퍼드리븐 뒷좌석이 따로 없다. 편안함에 눈꺼풀마저 무거워지려던 찰나, 별안간 경고음이 잠을 쫓는다. 계기판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메시지가 뜨며,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이 아직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보조장치라는 걸 일깨운다.뒷좌석 승차감은 동승자를 통해 간접 체험했다. 퇴근 후 GLS를 집에 가져갔더니 아버지께서 군침을 흘리신다. 사 드리지는 못할망정 태워드리는 게 문젤까. 지친 몸을 이끌고 아버지와 함께 다시 야간 주행에 나섰다. 소프트 클로징으로 뒷문을 닫아드리자 출발 전부터 이미 흡족해하신다. 차 가격, 성능, 승차감 등을 이야기하며 자유로를 달렸다. “드르렁~~.” 달린 지 15분이 채 되기 전 뒷좌석에서 들려온 소리다. 결국 또 한 시간 가량을 혼자 외롭게 달려야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꿈속에서 시승한 아버지의 동승 소감은 대략 “운동장처럼 넓다, 세단처럼 편안하다. 그리고 너무 편해서 한 번도 안 깼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시속 250km의 대가        연료게이지만 보면 이 차의 연비가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략 서울에서 광주까지 거리인 350km를 주행하고도 1/4이나 남았으니 아직도 100km는 더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연비가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GLS의 연료탱크는 무려 100리터에 달한다. 352km를 주행하면서 대략 75리터를 꿀꺽한 셈.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4.2km. 2.6톤의 4륜구동 차를 시속 250km로 내던진 대가는 가혹했다. 정속주행만 했다면 이보다는 연비가 훨씬 높게 나왔을 테니 말이다. 참고로 GLS 500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6.7km다.​GLS는 V8 엔진을 통해 완성됐다. 부드러운 회전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챙겼고, 넉넉한 힘으로 육중한 무게를 극복했으며, 풍요로운 소리로 벤츠 SUV 정점의 위용도 지켰다. V8의 과격한 힘도 고성능 섀시와 균형을 이뤘다. 이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다. 오래된 스타일만 바꾸면 이제 더할 나위 없겠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재혁​
오랜만에 보는 국산 파티션 리무진 - 2017 노블클라.. 2017-08-10
2017 NOBLEKLASSE EQ900L오랜만에 보는 국산 파티션 리무진국산 플랫폼을 바탕으로 재기 넘치는 커스텀 모델을 속속 선보여온 KC노블이 미니밴과 버스에 이어 선택한 세 번째 플랫폼은 파티션 리무진.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노블클라쎄 EQ900L이 정식 시판에 들어갔다. 앞좌석과 완벽하게 차단된 뒷좌석은 절묘한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고품질이 돋보인다. ​ ​ 외환위기의 기운이 엄습하던 1997년 가을, 현대의 다이너스티와 기아 엔터프라이즈 기반의 리무진이 한꺼번에 출현했다. 이들은 현대도 기아도 아닌 국내 카로체리아가 들고 나온 작품이었다. B필러를 늘이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차체를 절단한 뒤 C필러를 250mm씩 직접 늘이는 대공사 끝에 만들어낸 차였다. 뒷좌석을 위한 파티션은 물론 테이블, 카폰과 소형냉장고, TV와 비디오를 내장한 호화로운 국산 리무진은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초의 진기록을 남겼다. 하필이면 때를 잘못 만났던 이 차들은 <자동차생활> 1998년 3월호에서 자세한 디테일과 함께 다뤄지기도 했다(www.carlife.net에서 ‘프로토 에쿠스 리무진’을 검색하면 당시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3년 뒤인 2000년, 신형 에쿠스를 기반으로 한 호화 리무진이 다시 출현한다. B필러를 늘인 현대의 시판 리무진을 가져다가 C필러를 300mm 연장한 차는 압도적인 공간감을 자랑했다. 특별한 차를 찾는 사람들에게 주문제작방식으로 리무진을 제공했던 이 회사의 이름은 프로토 모터스, 지금도 카니발과 솔라티 베이스의 호화로운 커스텀 차량을 만드는 한국 유일의 카로체리아 ‘KC노블’의 전신이다. 엄밀히 따지면 노블클라쎄 EQ900L은 그들의 네 번째 리무진 모델인 셈이다. ​​파티션이 추가된 EQ900L노블클라쎄의 새로운 리무진은 제네시스 EQ900의 스트레치드 리무진 EQ900L을 베이스로 한다. 시중에서 마주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데다가 현대차가 따로 미디어 시승용 차량을 제공한 적도 없으니 EQ900L이 기사로 다뤄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리무진 개조회사가 직접 휠베이스를 늘여야 했던 과거에 비해 EQ900L은 시판차량의 차체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일반 EQ900보다 B필러를 250mm, 뒷문을 40mm 늘여 총 290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만 3,450mm에 이르다 보니 딱히 차를 더 늘일 필요가 없었다고. 노블클라쎄의 손길이 닿은 곳은 투톤 도장과 보디키트, 그리고 내부공간을 나눈 센터 파티션까지다. ​​​B필러와 뒷도어가 늘어나면서 휠베이스도 290mm 늘어났다 ​전면부의 인상은 동일하다. 추가한 프론트 립스포일러가 보인다 ​리무진 전용 휠을 그대로 사용하되 횔캡만 변경했다. 타이어는 245/45 R19의 컨티넨탈 프로컨택트​운전석과 기능은 EQ900의 최고급 사양 모델과 다를 바 없다. 빈틈없이 들어찬 버튼과 주행 보조장비만으로도 이 차가 플래그십 모델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V8 엔진은 시동 때 아주 약간의 진동을 전한 뒤에는 마냥 고요함을 유지한다. 나직하게 아이들링을 유지하는 차에서 소음과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충격은 전무하며 낮은 엔진음의 변화로 변속을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외부환경과 완벽하게 분리된 고급차 특유의 쾌적함이 분명하게 전해진다.​​​425마력의 8기통 5.0L 엔진. EQ900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국산 최대 배기량 엔진이다​ 운전은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다. 스티어링 기어비를 넓혀 놓았기 때문에 조향시의 반응은 빠릿함과는 거리가 멀다. 5.5m나 되는 길이 때문에 코너를 돌 때마다 후륜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차체가 천천히 회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운전하게 된다. 파티션과 장비 때문에 무게가 80kg 가량 늘어났지만 이 정도는 차량의 성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0L V8의 출력과 4륜구동의 트랙션에 힘입어 0→시속 100km 가속을 5.8초 만에 주파하는 준족이지만, 가속감은 강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드럽게 차를 밀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도로에서의 존재감은 어떤 차에도 뒤지지 않는다​​모든 것이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급할 것 없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고급 리무진으로서의 필수 덕목은 모자람 없이 갖추고 있다. 운전을 동료에게 넘기고 뒷좌석으로 향한다. 커다란 뒷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좌석은 직업상 온갖 수입차를 다 겪는 기자도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었다.​국내 유일의 파티션 리무진눈앞에 자리한 격벽의 품질은 대단하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분명히 새로 추가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인테리어와의 결합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센터콘솔의 기능은 빠짐이 살려 놓았고, 깊숙이 자리한 송풍구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운전석의 기능과 구조는 순정 그대로다​​추가된 파티션의 디자인과 품질은 순정을 능가한다​​독립식 뒷좌석 가운데 암레스트에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파티션에 장착된 개인용 모니터는 원래 앞 시트 뒤에 붙어 있던 것이지만 파티션에 옮겨진 모습이 마치 원래부터 그런 모습이었던 듯 자연스럽다. 천장의 스웨이드나 파수비오 나파 가죽의 내장, 심지어는 우드그레인마저 EQ900L의 출고 옵션과 똑같이 맞추어 놓았다. 이것이 출고 후 작업이라고 말해주면 모두 눈이 동그레지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천장에 설치된 스마트 글래스와 기사 호출용 인터폰 버튼​바닥과 발판까지 모두 파수비오 나파 가죽으로 마감했다. 마감 품질은 제네시스 순정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다​​트렁크 용량은 484L.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들어간다​ 푹신한 시트에 몸을 기댄 채, 인터폰을 눌러 출발을 부탁한다. 파티션의 차음 능력은 기대 이상. 뒷좌석에서 고함을 질러도 앞좌석에서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을 정도다. 운전석에서 한참 통화중인 동료의 음성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이상의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면 스마트 글래스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거대한 유리격벽이 순간 우윳빛으로 불투명하게 바뀌어 버린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 잠시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채 고요히 흐르는 세상을 바라보는 감흥은 어떤 고급차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기밀성이 대단히 높은 프리스티지 모델의 뒷좌석에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 ​파티션에 설치된 스마트 글래스. 스위치 하나로 투명도 조절이 가능하다​시트는 등받이 각도조절은 물론 다리를 받쳐줄 풋레스트까지 모두 원터치로 작동한다. 일반 모델이었다면 조수석이 앞으로 젖혀지며 넓은 다리공간을 확보해 주겠지만, 파티션이 생긴 지금 어떻게 처리할지가 궁금했다. 결과물은 아주 근사했다. 앞좌석이 스스륵 밀려나가면서 접혀 있던 풋레스트 공간이 오르간처럼 펼쳐진다. 다리를 쭉 편 채 휴식을 취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문을 여는 순간 좌석은 재빠르게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  뒷좌석의 풋레스트 확보시 조수석 시트가 접힌 모습 ​뒷좌석 풋레스트를 펼친 이미지. 앞좌석이 접히면서 별도의 발 공간이 생긴다​​한정된 사람을 위한 차소수의 열망이 담긴 비현실적인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카로체리아라 부른다. 카니발은 물론 솔라티까지, 노블클라쎄가 선보인 차는 모두 카로체리아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물이었다. 다만 이 차들의 호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국산 최고가의 승용차량이지만 고객층은 노블클라쎄의 모델 중 가장 분명하다​​확장된 B필러에 추가된 앰비언트 로고​노블클라쎄의 EQ900L은 완성차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다면 이미 보유한 차를 튜닝해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차의 고객층이 시판 EQ900나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 파티션까지 갖춘 스트레치드 리무진은 전문기사가 필요한 쇼퍼드리븐 모델이며,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채 이동 중에 발생하는 정보와 대화를 통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차다. 고객층이 기업집단의 최상위 임원들로 국한되며, 실제로 이 차를 구매한 사람의 면면이 그러하다. 목적에 부합한다면 돈은 부차적인 문제인 고객층인 셈이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30여 대 이상의 리무진이 주인을 찾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때도 지금도, 이 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노블클라쎄의 가치에 주목할 것이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4면에 추가한 전용 보디키트와 투톤 컬러가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2.0L 터보 중형차, 그 존재의 이유 2017-08-10
2.0L 터보 중형차, 그 존재의 이유 팬층이 두터운 두 대의 중형차가 만났다. 두 차의 팬들은 상대 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까닭에 늘 싸움판을 벌인다. 이들의 대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고성능 중형차이기 때문. 팬심으로 똘똘 뭉친 두 기자가 직접 확인에 나섰다.  *구성 이인주 기자 사진 최재혁​​​​#1 2.0L 터보 중형차는 예전 6기통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이다. 평범한 차에 차고 넘치는 엔진을 얹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일상에선 여유롭고 가끔은 호쾌하게 달리기 위함이다. 고성능 중형차의 등장 배경은 부드러운 질감과 여유 있는 출력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에서 비롯됐다.#2 미국발 경제위기로 기름값의 변동 폭이 커졌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까지 겹쳤다. 그 사이 6기통 중형차는 4기통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스포츠’ 분위기를 양념처럼 끼얹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배기량 넉넉한 중형차가 고성능 중형차로 진화한 이유다.  그들의 속마음이인주 두 차 중에 고른다면 난 쏘나타를 선택하겠어. 32년 전, 엄마가 처음 산 첫차도 쏘나타였고 25년 전 할머니께서 처음 사신 차도 쏘나타였거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내 첫차도 물론 쏘나타였지. 30년에 이르는 헤리티지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윤지수 겨우 30년 가지고 헤리티지 운운하는 건 말리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말리부의 역사는 무려 53년이나 됐다고.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지. 비록 국내에 소개된 지는 얼마 안됐지만 말이야. 이인주 거긴 미국이고 여긴 한국이라고. 우리나라 국민에게 사랑받은 차는 쏘나타야. 누가 타도 만족할 수 있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쌓았어. 많이 팔린 만큼 고치기 쉽지. 내구성도 인정받아 택시로도 많이 팔렸어.  윤지수 무슨 소리야? 내 차가 택시로 보인다는 건 기분 좋지 않은 일이야. 강력한 성능을 원해 2.0 터보 중형 세단을 샀건만 택시 취급이라니. 이 가격이면 준대형 세단과 맞먹어. 택시는 커녕 LPG 엔진도 없는 말리부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을 걸?​​모든 것이 특별한 터보 쏘나타모두의 예상을 깼다. 이 정도면 쏘나타 스포츠라고 불러도 되겠다.​​​​쏘나타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랜저에 눌리고 경쟁 차에 치인다. 세단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관심이 SUV로 몰린 까닭이다. 쏘나타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LPi 등 총 여섯 가지 엔진을 마련했다. 고객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오늘 만난 2.0L 터보는 고성능 엔진으로 특별함을 더한 모델이다. 판매량이 적어 존재감은 떨어지지만 쏘나타의 이미지를 이끌 모델로서는 부족함이 없다.​반면 말리부는 비교적 여유로워 보인다. 데뷔 이래 판매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법인 대량 판매를 제외한 순수 자가용 판매에서 SM6와 함께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하고 특별할 것 없는 구성으로 괜찮은 성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인기몰이는 아니다. 무엇보다 30년간 이어온 쏘나타 천하를 흔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쏘나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엔진을 늘어놓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성의 있게 꾸민 쏘나타, 실내 품질 미흡한 말리부이런 쏘나타의 위기감은 스타일링에서도 알 수 있다. 터보 모델은 이런저런 작고 큰 차이로 일반 모델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 인상부터 다르다. 평범해 보이는 가로 바 그릴 대신 벌집무늬 그릴을 사용해 날렵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또한 옆 창문 몰딩을 비롯한 몇몇 마감 패널은 다크 크롬으로, 사이드미러 커버는 블랙 하이글로시로 마감해 묵직한 느낌을 냈다. 아울러 터보 모델에는 전용 컬러까지 준비된다. ​​평범해 보이는 가로 바 그릴 대신 벌집무늬 그릴을 사용해 날렵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도어캐치를 비롯, 헤드램프에서 창문까지 이어지는 몰딩을 어둡게 처리해 한결 묵직한 느낌을 준다​​말리부는 미국식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넉넉한 차체가 장점이다. 그랜저(4,930mm)와 비슷한 길이(4,925mm)는 길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넉넉함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유혹한다. 게다가 휠베이스도 쏘나타보다 25mm나 길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C 필러나 봉긋 솟은 트렁크 리드는 쏘나타보다 한결 세련된 느낌을 낸다. ​하지만 실내에선 말리부의 부족함이 눈에 띈다. 특히 기어 패널과 센터콘솔을 잇는 내장재가 불만이다. 조립 상태나 사출 품질은 20년 전 중형차가 떠오를 만큼 열악하다. 크러시 패드와 도어 트림을 비롯한 실내 구성 역시 평균에 못 미친다. 반면 쏘나타는 소소한 품질 개선이 이채롭다. 부분 변경을 하며 눈이 많이 가는 실내 내장재가 더욱 오밀조밀하게 잘 다듬어진 까닭이다. 시트 밑, 전원 커넥터가 나뒹구는 말리부와 비교하니 더 빛이 난다. ​​ 쏘나타는 실내품질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단단해진 쏘나타, 손맛 좋은 말리부그렇다면 실내품질이 앞서는 쏘나타가 주행성능 역시 만족스러울까? 이 부분은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두 차 모두 표현방법이 달라서다. 2.0L 터보 쏘나타는 쏘나타 안에서 가장 화끈한 만큼 서스펜션도 바짝 조였다. 그 결과 동급 중형차 가운데 가장 단단해졌다. 그런데 현대 역시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나보다. 출고용 타이어로 승차감 좋기로 유명한 미쉐린 MXM4를 사용했다. 스포츠 모델이라 생각하면 ‘미스캐스팅’이지만 알고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 터보 전용 머플러 팁으로 성능을 강조했다  하체가 단단한 까닭에 승차감 지향 타이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조향기구는 손맛이 좋다는 R-EPS(랙 타입 전동 파워스티어링)를 2.0L 터보에만 사용했다. 이 역시 C-EPS(칼럼 타입 전동 파워스티어링)를 사용하는 저출력 모델과 차이를 둔 것인데 중립 구간에서 피드백이 부족한 건 여느 쏘나타와 다를 바 없다. 주행 성향은 전형적인 앞바퀴굴림 승용차의 모습이다. 코너에서 한계치까지 내던지면 뒷바퀴가 움찔거리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말리부의 2.0L 터보는 비교적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사용해 가족 모두 편하게 타는 차로 완성했다. 게다가 주행완성도는 쏘나타 보다 더 높다. 팽팽하게 당기고 조이는 스티어링은 생동감이 느껴지고 코너에서는 안쪽 머리를 살짝 밀어넣어 운전의 재미도 챙겼다. 앞바퀴굴림 세단에서 보기 드문 성향이다. 든든한 차체를 사용했기에 한계성능도 높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말리부의 압승이라 생각되지만 한 박자 늦고 헐렁한 변속기가 발목을 잡는다. 이미 패들시프트 자리에 버튼도 마련해 놓았건만 오디오 조작버튼으로 만들어 놓아 더욱 아쉽다.​직결감 좋은 8단 자동변속기와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운전자 의도를 재빠르게 파악하던 쏘나타와 비교가 된다. 사실 이번 비교시승이 이뤄진 것도 쏘나타가 정성스레 조율한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다만 시승 내내 말리부보다 부족하던 연비성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자,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이다. 변속기를 제외한 나머지 주행완성도는 말리부가 좋았고 주행성능과 실내품질을 포함한 중형차의 완성도는 쏘나타가 앞섰다. 스포츠 성격을 성의 있게 포장한 것 역시 쏘나타로 마음이 기우는 이유다. 사실 쏘나타는 다른 중형차와 경쟁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적수, 바로 자신과 싸우고 있다. 글 이인주 기자​ 이곳은 말리부의 영역마니아에게 대중적인 건 독이다. 그게 택시라면 더더욱.​​​​내 차엔 강력한 2.0리터 터보 엔진이 숨 쉬고 있다. 운전할 때마다 언제든 ‘뻥’하고 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언제나 당당하다. 그런데 아까부터 나에게 손짓하는 저 아리따운 아가씨는 누굴까? 설레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꺾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택시!~”​쏘나타 2.0 터보를 보며 문득 떠오른 상상이다. 실제로 저런 일이 많진 않겠지만, 분명 자동차 마니아에게 내 차가 택시로 보인다는 건 기분 좋지 않은 일이다. 강력한 성능을 원해 2.0 터보 중형 세단을 샀건만 택시 취급이라니, 이 가격이면 준대형 세단과 맞먹는데 말이다. 택시는커녕 LPG 엔진도 없는 말리부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실제 판매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명확히 드러난다. 전체 판매는 쏘나타가 더 많을지언정, 2.0 터보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말리부 총 5,497대, 쏘나타 총 323대(구형 포함)로 쏘나타를 완전히 압도한다. 쏘나타 2.0 터보가 1대 팔릴 때 말리부 2.0 터보는 17대가 팔려나간 셈. 이미 시장은 말리부 2.0 터보의 손을 들었다.​고루한 쏘나타 신선한 말리부두 차를 가만 놓고 보면, 쏘나타는 교과서처럼 생겼고 말리부는 도전적으로 보인다. 이유는 실루엣 때문. 쏘나타의 비율은 다른 대중적인 중형 세단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양새다. 게다가 6세대(YF)에서 7세대(LF)로 바뀔 때도 헤드램프나 유리창 모양 등은 바뀌었지만 실루엣은 거의 그대로였고, 지난 3월 출시된 쏘나타 뉴라이즈도 실루엣만은 바뀌지 않았다. 9년간 같은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새로울 리 만무하다.    ​반면 말리부는 새롭다. 길이를 그랜저만큼 늘이고 지붕선을 쿠페처럼 재조정하면서 실루엣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높이가 확 낮아진 헤드램프와 길쭉한 뒤 오버행(뒷바퀴 중심에서 뒷범퍼 끝까지의 거리)이 4,925mm에 달하는 길이와 어우러져, 미국 머슬카를 연상케 한다. 앞바퀴 뒤쪽 문짝에 붙은 클래식한 말리부 레터링도 마찬가지.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19인치 휠은 이 차를 한 체급 윗급으로 보이게 한다.​​ 근육질이 느껴지는 말리부의 보닛 ​말리부의 화려한 19인치 휠과 클래식한 분위기가 풍기는 레터링 ​​이런 분위기는 실내로 이어진다. 두 차에 번갈아 오를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시트 높이 차이다. 쏘나타는 높고 말리부는 낮다. 좁은 곳에서 운전하기엔 높은 쏘나타가 편하겠지만, 빠른 주행을 할 땐 낮은 말리부가 움직임을 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2.0 터보를 고를 자동차 마니아에겐 말리부가 더 매력적인 셈. 대시보드 스타일도 말리부는 입체적인 스타일로 도전적인 반면, 쏘나타는 평면적인 스타일로 진중하다. 다만 쏘나타의 오르간식 페달과 높게 솟은 볼스터(운전자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시트 양옆 쿠션)는 다소 부럽긴 하다. ​​​입체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실내  ​말리부는 시트 높이가 낮아 차의 운동성을 느끼기 좋다 ​​무게가 승패 갈랐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쏘나타는 서스펜션이 팽팽했고, 말리부는 차체가 균형잡혔다. 쏘나타가 부드러운 세단을 팽팽하게 튜닝한 느낌이라면, 말리부는 스포츠 세단의 팽팽한 승차감을 살짝 풀어준 모양새다. 두 차 모두 각각 개성이 있지만, 운전재미는 골격부터 다른 말리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엔진은 두 차 모두 2.0리터 가솔린 터보다. 제원상 성능은 말리부가 최고출력 253마력으로 245마력인 쏘나타보다 8마력 더 높다. 토크도 완전히 같으니 거의 비슷한 셈. 하지만 무게가 승패를 가른다. 공차중량 1,565kg의 쏘나타에 비해 말리부는 95kg이나 더 가벼운 1,470kg에 불과하다. 약 100kg이나 가벼운 덕분에 말리부는 항상 쏘나타 앞에 설 수 있었다. ​​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성능을 내는 말리부의 2.0리터 터보 엔진​​큰 무게 차이는 코너에선 더 크게 벌어진다. 말리부는 마치 한 체급 아래 차처럼 잽싸게 코너를 공략했다. 코너 진입 전 무게를 앞에 실어 운전대를 감으면, 마치 후륜구동 차처럼 앞이 가뿐하게 방향을 틀며 뒤가 끈끈하게 쫓아온다. 앞이 가볍고 뒤가 길쭉한 탓인지, 과한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오버스티어(뒷바퀴가 코너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언더스티어(앞바퀴가 코너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가 기본 성향이지만, 균형잡힌 몸매 덕분에 신나게 코너를 휘저을 수 있었다. 쏘나타는 더 팽팽한 서스펜션과 고급 타이어(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X) 덕에 제법 재밌게 달렸다. 하지만 주행 성향은 전형적인 전륜구동 중형 세단을 벗어나지 못했다. 급격한 코너가 연달아 이어지는 다운힐 구간에서 균형잡힌 말리부의 주행감을 쫓기엔 무리였다.​이렇게 말리부가 압승하는 듯했지만, 변속기가 점수를 깎아먹었다. 직선 주행에선 불만이 없지만, 변속이 잦은 산길에선 변속이 좀 굼뜨다. 게다가 수동 조작도 힘들고 패들시프트도 없다. 쏘나타의 8단 자동변속기는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명민한데 말이다. 미국산 말리부에 달린다는 신형 8단 변속기를 하루빨리 가져와야 하는 이유다.​중형 세단의 가치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두 차를 느긋하게 몰았다. 말리부는 2,830mm에 길쭉한 휠베이스 덕에 움직임에 여유가 배어 있다. 비교적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나긋나긋하게 회전하는 엔진도 마찬가지. 균형잡힌 골격으로 성능을 잡고,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으로 승차감도 만족시킨다. 쏘나타는 튼튼한 골격, 팽팽한 서스펜션이 인상 깊지만 편안한 주행에선 다소 거칠다. 말리부보다 듣기 좋은 소리를 냈던 엔진은 서서히 달릴 때도 지나치게 활기찼다.​​​​연비는 전반적으로 말리부가 앞섰다. 시승 중 쏘나타는 리터당 7~8km 대를 유지한 반면, 말리부는 8~9km 대를 유지했다. 특히 정속 주행할 때 말리부의 연비가 대단하다. 저녁 10시 서울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22km를 이동하는 동안 말리부의 연비는 리터당 17.9km에 달했다. 다만 같은 구간에서 쏘나타의 연비를 재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중형 세단 시장의 강자는 여전히 쏘나타다. 하지만 그건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얘기고, ‘재밌는 차’의 영역, 2.0 터보 시장은 오롯이 말리부의 영역이다. 역사와 개성이 녹아든 생김새, 가볍고 튼튼한 골격에서 비롯된 주행감은 자동차 마니아의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했다.글 윤지수 기자   ​ 
늑대가 나타났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익스피리언스 2017-08-09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익스피리언스늑대가 나타났다!언제부터 SUV가 이렇게 순했나. 산과 들을 누비던 터프한 녀석들은 다 어디 가고, 이제 도로 위엔 센 척하는 순한 SUV가 판친다. 이 차들은 도로에 길들여져 흙 밟는 법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여기 여전히 야성 넘치는 SUV가 있다. 도로에 갇힌 애완견 같은 요즘 SUV와 달리 흙 위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늑대 같은 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다. ​​​신형 디스커버리가 달갑지 않았다. 기자가 차를 좋아하는 계기가 된 깍둑깍둑 각진 디스커버리가 너무 날렵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컨셉트카가 나왔을 때만 해도 ‘설마 아니겠지’라며 애써 외면했건만, 결국 그 모양 그대로 나왔다. 그래서 신형 디스커버리를 대하는 마음은 마치 수수함이 사라진 옛 첫사랑을 보는 것처럼 오묘했다. 하지만 웬걸. 직접 만나보니 이 차는 내가 사랑하던 그 디스커버리가 맞다. 처음 디스커버리2에서 느꼈던 그 강렬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6월 마지막 주, 랜드로버가 준비한 디스커버리 익스피리언스 행사장을 찾았다. 철제 구조물 오프로드 체험과 실제 오프로드, 그리고 도로 주행까지 디스커버리를 자세히 살필 수 있는 행사다. 오전 일정은 철제 구조물 체험. 꽤 재밌게 만들어놨지만, 솔직히 구형 프리랜더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난이도다. 신형 디스커버리에겐 장난스러운 코스인 셈. 예상대로 수월하게 통과했다. 굳이 감상을 적자면, 바퀴가 헛도는 순간 운전자가 느낄 새도 없이 재빠르게 동력을 나눈다는 점, 차체를 빨래 짜듯 비트는 구간에서도 삐거덕 소리 한 번 없었다는 점 등이 인상 깊다. 그런데 이 정도는 랜드로버라면 기본이다.​​​랜드로버가 준비한 구조물은 디스커버리에게 식은 죽 먹기다​오전에 몸을 푼 디스커버리는 오후에 진짜 오프로드에 들어섰다. 시승차는 TD6 HSE. 6기통 엔진이 들어간 가장 저렴한 9,420만원짜리 모델이다. 오프로드 진입 전 에어서스펜션 차고를 높이자 앞뒤가 차례로 쑥쑥 높이를 올린다. 기존보다 최대 75mm 높인 것으로, 이때 최저지상고는 283mm다. 높아지는 차고와 함께 자신감도 덩달아 올랐다. ​​​ 차고를 올리면 최대 75mm나 높아진다​첫 코스는 흙길에 날카로운 돌이 이리저리 박혀 있는 오르막길이다. 지상고가 워낙 높다보니 이 정도는 전혀 문제없다. 이런 노면에서도 승차감은 제법 괜찮다. 일반 SUV라면 분명 ‘쿵쿵’거릴 길이었지만, 디스커버리는 서스펜션이 충격을 기분 좋게 둥글려 ‘툭툭’하면서 지나갔다. 랜드로버의 오랜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 덕분에 돌길에서 속도를 높여 기분 좋게 통과했다. 다만 운전대 잡은 기자는 괜찮은데, 동승한 기자는 얼굴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산 정상까지 올랐다. SUV에 앉아 편하게 드넓은 들판을 내려다보노라니 마치 좋은 무기를 앞세운 정복자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이 정도 길은 디스커버리한테 시시한 것 아닌가?​​​차 안에 앉아 내려다보면, 마치 정복자가 된 기분이다​​늑대의 놀이터지금까지 오른 길은 4륜 바이크용 코스였다. 디스커버리에겐 시시할 수밖에 없는 셈. 오프로드 명가의 후손이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리 있겠는가. 역시나 랜드로버는 산 중턱에 디스커버리를 위한 전용 놀이터를 마련해놨다. 놀이터 입구는 약 90cm 깊이의 도강 코스다. 90cm.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1m에서 겨우 10cm 빠진 깊이다. 일반 차라면 흡배기관으로 물이 들어와 시동이 꺼질 만한 수준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줘 서서히 진입하자 보닛이 흙탕물 속에 푹 꼬꾸라진다. 헉, 그릴이 잠겼다. 흡기가 걱정될 찰나, 뒤쪽도 함께 물속에 잠기면서 보닛이 다시 솟구쳐 오른다. 물은 딱 바퀴가 모두 잠길 정도로 찼다. 운전석에서 보면 엉덩이 높이까진 물이 찬 것 같은데, 차는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 차보다 발쪽으로 물이 스며들 것 같은 기분이 더 공포스럽다. 더 두려워지기 전에 서둘러 물길을 탈출했다. ​​​타이어가 완전히 잠길 정도의 물길을 헤쳐나가는 디스커버리​이어서 굴삭기로 바닥을 푹 파놓은 인공 범피 구간이다. 오른쪽 앞바퀴와 왼쪽 뒷바퀴가 눌리면서 차체를 비트는 코스다. 아무리 봐도 어딘가 닿을 깊이인데 디스커버리는 흔들거리며 의연하게 통과했다. 물론 바퀴는 이쪽저쪽 한 번씩 번갈아가며 떴다가 눌리기를 반복한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어 쭉 늘어났다가도, 눌릴 때는 휠하우스 안으로 쑥 들어간다. 어릴 적 봤던 디스커버리2의 감동적인 휠트레블이 떠올랐다.  ​​​서스펜션이 쭉쭉 늘어난다마지막 코스는 급격한 내리막 구간. ‘내리막이야 브레이크만 살살 조절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오프로드에선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려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물론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사가 가장 심한 곳에 들어서자 여지없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HDC(내리막 주행장치)의 반응이 꽤 재밌다. 미끄러지면 당연히 네 바퀴 모두에 제동이 걸릴 것 같았는데, 각 바퀴에 따로따로 제동을 걸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왔다. 그저 바퀴를 멈추는 단순한 제동장치가 아니라 내리막 속도 유지 장치라고 불리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이렇게 오프로드 체험 주행이 모두 끝났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디스커버리는 오프로드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듯 사뿐사뿐 달린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거르는 모습이 주행성능보다 승차감에 집중한 패밀리 SUV답다. 물론 유럽차답게 노면의 정보까진 거르지 않는다. 전문 오프로더가 온로드에서 불편하다는 선입견은 이제 디스커버리 앞에서는 옛말이다. 디스커버리엔 경직된 프레임 골격의 불쾌한 꿀렁거림도, 프레임과 차체 사이 고무 부시의 털털거림도 없다. 비싼 돈 들여 만든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가 단단한 강성과 승차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디스커버리는 여전했다. 어릴 적 동경했던 대륙을 건너고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휘날리던 디스커버리의 매력은 그대로였다. 3세대로 바뀌며 프레임 골격과 리지드 액슬(양쪽 바퀴가 연결된 견고한 구동축)을 버렸고, 5세대로 바뀌며 각진 차체 디자인에서도 벗어났지만, 모험가 정신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신형 디스커버리는 더 편하고, 세련되게 진화했으면서도 언제든 지붕에 타이어와 기름통을 얹고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윤지수​​​
BMW 430i 컨버터블 2017-08-02
BMW 430i CONVERTIBLEEVEN NUMBER7월말 공식 출시를 앞둔 부분변경 4시리즈 컨버터블을 한 발 앞서 맛봤다. BMW, 그리고 컨버터블이 응당 지녀야 할 매력은 더욱 짙어졌다. 3의 놀라운 완성도에 낭만을 한 스푼 더한 4. 그 숫자 안엔 독보적인 풍미와 브랜드 컬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스내퍼 록스(Snapper Rocks). 호주 동부 골드코스트에 있는 이름난 서퍼포인트의 이름이다. 스내퍼 록스 블루는 그곳 바다색을 본따 만든 푸른빛일 터. 너무 깊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몸을 내던질 만한 옅은 물빛이 4시리즈 컨버터블을 휘감고 있었다. 서퍼의 쾌감을 싣고 달리는 푸른 파도처럼 드라이버를 짜릿하게 만들 차라는 방증이다. 빛과 어둠을 머금은 정도에 따라 다른 언어로 말하는 오묘한 겉옷의 색채와는 달리 네 개의 시트는 너무도 분명하게 빨강. 날렵한 쿠페 실루엣을 가진 차가 단 20초 만에 톱을 홀딱 벗어젖혔을 때, 그렇게 새빨간 속살을 만천하에 드러냈을 때, 그 도발적 관능에 눈을 빼앗기지 않을 이는 아마 없을 게다. 새빨간 실내를 품은 파란 BMW 4시리즈 컨버터블이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유혹이란 이토록 강렬하다. ​코로나 링의 종언천사의 눈빛 따윈 없었다. 소위 ‘엔젤 아이’라 불리던 헤드램프 속 둥근 링이 자취를 감췄다. 물론 5시리즈와 부분변경 3시리즈를 통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반쯤 잘린 육각형 LED 주간주행등 안엔 첨단과 야만이 동시에 담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LED 라이트를 이식하고 앞 범퍼 하단 흡기구를 키워 앞뒤 인상이 한층 짙고 또렷해졌다.   놀라운 변화는 없었다. 소소한 외형의 수정조차 2012년 발표된 BMW 컨셉트 4시리즈 쿠페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낸 것. 컨셉트카와 종전 4시리즈의 싱크로율이 80%였다면, 새 4시리즈는 이를 95%까지 끌어올렸다. 새로워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LED 그래픽, 그리고 범퍼 하단 에어인테이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BMW가 얼마나 정교하게 비전을 따르고 있는지 실감하면서.​​천사의 눈빛 따윈 없다. 반쯤 잘린 육각형 LED 주간주행등 안엔 첨단과 야만이 동시에 담긴다 ​테일램프도 LED 방식으로 바뀌었다. 내부 그래픽은 컨셉트 4시리즈 쿠페에 한 발 다가섰다파란 차체, 파란 엠블럼, 파란 M 퍼포먼스 브레이크까지. 깔맞춤의 정석이다​창틀이 없는 커다란 문을 열고 시트에 몸을 기대면 익숙한 전경이 펼쳐진다. 실내는 기존 4시리즈 그대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채우는 6개의 타일 아이콘 인터페이스만이 새롭다. 세 가닥 스포크가 또렷한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두께와 쿠션이 적당해 손 안에 기분 좋게 들어찬다. 손끝에 와 닿는 패들시프트의 곡면을 어루만지다 보면 이 차가 선사할 풍요로운 드라이빙을 일찌감치 기대하게 된다. ​ 세 가닥 스포크가 또렷한 M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무늬가 들어간 금속 패널이 경쾌한 달리기 실력을 짐작케 한다​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채우는 6개의 타일 아이콘 인터페이스가 새롭다 ​다이내믹이 강조되는 모델인 만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아닌 핸드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낭만을 중시하는 컨버터블인 만큼 오디오에도 신경썼다 뒷좌석에 윈드 디플렉터를 설치하면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라도 충분히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윈드 디플렉터와 윈도만으로 실내로 들이치는 난기류를 대부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는 이에겐 한번쯤, 더 많은 일행과 좀 더 깔끔한 헤어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실내공간은 성인 넷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정도. 뒷좌석은 결코 옹색하지 않다. 루프를 접어 넣은 상태로 뒤를 돌아보면 보트 갑판처럼 드넓은 트렁크 덮개가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부서지는 빛과 반영을 보노라면 물보라 일으키며 크루징하는 쾌속선을 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 앞좌석 헤드레스트 하단엔 뒷목에 입김을 불어줄 넥 워머가 달렸다. 안전벨트는 등받이 어깨 부분에 달려 뒷좌석 승하차를 방해하지 않는다 ​ 뒷좌석은 성인 둘이 앉기 충분하다​트렁크공간은 지붕을 덮었을 때 370L, 지붕을 접었을때 220L. 짐이 많을 땐 뒷좌석공간을 빌려써야 한다​​3+1= SHEER DRIVING PLEASURE4시리즈는 3시리즈에서 기원한다. 하지만 4시리즈가 3시리즈와 나눠 쓰는 보디패널은 단 하나, 보닛뿐이다. 차체 사이즈도 사뭇 다르다. 4시리즈가 더 길고 넓고 낮다. 특히 높이는 최대 52mm나 더 낮다. 4시리즈 컨버터블은 금속제 접이식 루프 가동구조물 탓에 다른 4시리즈(쿠페, 그란쿠페)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3시리즈에 비해선 20mm 더 낮다. 바닥에 착 깔려 달리는 감각은 여기서 나온다. 덕분에 드라이빙은 조금 더 짜릿해진다. 코너를 서둘러 돌거나 갑자기 브레이킹을 해도 우왕좌왕하는 법이 없다.국내에 선보일 오픈톱 4시리즈는 430i(시승차)와 M4 두 가지. 기존 428i를 대체하는 430i의 보닛 아래에는 여전히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이 담긴다. 기존 모델 대비 최고출력은 살짝(7마력) 올랐지만, 최대토크와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그대로다. 하체 보강재와 루프 구조물로 인한 무게 증가는 컨버터블의 숙명. 4시리즈 컨버터블 역시 쿠페보다 200kg 가량 무겁다. 하지만 가속감은 여전히 호쾌하다. 잘 조율된 터보차저 덕분에 숨고르기 없이 시원시원하게 치고나간다. ​ 가슴팍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이 담긴다​​​가장 큰 내면의 변화는 서스펜션에 있다. 최신 댐핑 기술과 업그레이드된 스티어링 설정을 덧입혀 핸들링 감각이 한층 좋아졌다. 롤링이 줄고 직진 안정성이 향상됐으며 코너링은 보다 뉴트럴해졌다.  함께하는 내내 고민했다. 이 차가 주는 설렘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창틀이 없는 커다란 문일까?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푸른빛? 세 조각으로 쪼진 뒤 다시 포개져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지붕? 아니면, 풍요롭고 유쾌한 달리기 감각?이 모든 것의 근원에 하나의 숫자가 있었다. 트렁크리드 위에서 반짝이는 4. 이 차의 비범함은 짝수 시리즈 BMW라는 정체성에서 비롯한다. BMW는 늘 공격적이었다.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운전하는 감각도 그랬다. 하지만 지킬 게 많아 고민이 늘어난 홀수 시리즈는 나날이 대중적인 차가 되어가고 있다. 설렘을 잃은 누군가 하품을 하며 BMW에게서 고개를 돌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앞엔 어김없이 짝수 시리즈 BMW가 서 있을 것이다. 은하수처럼 촘촘한 BMW의 최신 라인업 가운데 브랜드 특성을 가장 잘 녹여낸 모델은 단연 3시리즈다. 오랜 시간 세그먼트 벤치마커로 군림해온 3시리즈에 쿠페와 컨버터블의 매력을 더하면 감칠맛 나는 4시리즈가 된다. 가장 완벽한 숫자 3에 낭만을 한 스푼 더한 4, 그 속엔 독보적인 풍미와 브랜드 컬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4시리즈 컨버터블은 그렇게 세상을 유혹한다. 경쾌하고 여유로우며 어딘가 서정적인 드라이빙 질감. 단 20초 만에 속살을 드러내는 거부 못할 관능. 너무 깊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몸을 내던질 만한 옅은 물빛. 푸른 엠블럼에 다시금 설렘이 담긴다.​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코나, 지각한 우등생 2017-07-31
코나, 지각한 우등생현대의 소형 크로스오버 코나가 등장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차가 너무 늦게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경영진조차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의 지각생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늦은 만큼 제대로 준비했다”며 코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파주를 오간 짧은 시승코스에서 보여준 코나의 능력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탄탄한 주행성능과 높은 실내완성도에, 잘 짜여진 상품 구성까지 갖추었다. 고객들이 다른 차로 빠져나갈 틈을 꼼꼼히 틀어막았다.​​​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 한 가지가 있다. 현대가 소형차를 잘 만드는 회사라는 거다. 국내에서는 중대형차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반떼는 연간 700만 대 가까이 팔리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며, 러시아에서는 ‘쏠라리스’가 국민차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까지 갖췄다.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차와 달리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골고루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에 만난 코나(Kona)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소형 크로스오버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느라 등장이 늦었다.​개도국은 크레타, 선진국은 코나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불과 얼마 전까지 유럽 시장은 SUV에 무관심했고 미국 시장도 서브콤팩트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두 대륙 SUV 시장이 커지고 그 인기가 소형급까지 내려오면서 다양한 소형 크로스오버가 등장했다. 국내에서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든 차는 르노삼성 QM3와 쉐보레 트랙스다. 무늬만 국산차인 QM3는 전량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약간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왔음에도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회사 전략을 수정할 만큼 기대이상의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2015년 등장한 쌍용 티볼리는 차급을 뛰어넘는 실내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을 무기삼아 소형 크로스오버의 판을 키우며 소비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티볼리가 아반떼로 대표되는 준중형차 고객 대부분을 뺏어오면서 준중형차 시장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20% 이상 줄었다. 가격이 비슷한 준중형차가 소형 크로스오버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현대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사실 코나 이전에도 현대의 소형 크로스오버 HB20X와 크레타가 존재했지만 이들은 저렴한 설계비용과 낮은 원가를 목표로 만들어진 개도국 전용 차량이었다. 따라서 현대는 크레타를 그대로 출시하기에는 안전규정과 배기가스 규제를 포함한 선진국의 법적만족과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소형 크로스오버, 코나가 등장한 배경이다. ​독창적인 외모, 풍부한 편의장비코나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스타일, 성능, 안전성, 편의성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 외관은 상하로 분리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특징이다. 여기에 검은색 플라스틱 가니시(현대는 ‘바디아머’라 부른다)를 한 바퀴 둘렀다. 실내는 동급 최고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 단단하고 잘 짜인 크러시패드 가운데에는 플로팅 타입 8인치 내비게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준중형차에도 없는 조수석 8웨이 전동시트 등 고급 편의장비도 아낌없이 넣었다. 물론 안전장비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초음파주차센서와 전방거리감지센서, 전방카메라를 이용한 다양한 주행안전보조장치를 마련했고 미국 IIHS 스몰오버랩 충돌시험까지 고려한 차체설계도 녹아 있다. 특히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의 완성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자유로의 굽이진 도로에서조차 스스로 조향할 만큼 사용시간과 범위가 넓어졌다. 물론 이런 사양들이 고스란히 차값에 반영되지만 고객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유럽차같은 주행품질 돋보여여의도와 파주를 왕복하는 짧은 시승에서 보인 코나의 주행성능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시승차는 177마력 1.6L 터보 엔진으로 7.6초 만에 0→시속 100km에 도달한다. 확실한 성능 우위를 무기삼아 경쟁자들에게 결정적 한방을 날리겠다는 현대의 노림수다. 여기에 직결감을 높인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연비성능과 주행품질을 끌어올렸다. 다만 한 박자 쉬고 움찔하는 터보지연 현상과 기대보다 부족한 가속성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체를 비롯한 차량 구성은 유럽차에 가깝다. 코너에서 탄탄하게 차체를 지탱할 뿐만 아니라 굴곡진 노면에서 빠르게 자세를 다잡는다.​ ​​​코나는 기존 소형 크로스오버의 평균을 끌어올렸다. 거기에 잘 짜인 상품 구성을 더해 가망고객이 다른 차로 빠져나갈 틈을 꼼꼼히 틀어막았다. “늦은 만큼 제대로 준비했다”던 현대 임원의 말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코나의 미래가 밝아 보이는 이유다.글  이인주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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