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하얀 설산을 누빈 QM6 2018-01-23
QM6와 함께한 겨울 산 정복하얀 설산을 누빈 QM6 윈터타이어와 4륜구동으로 무장한 QM6는 강원도의 깎아지른 산세에도 거칠 게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맞다. QM6는 도심형 SUV고 다른 전륜구동 기반 4WD보다 특별히 잘난 게 없는 4WD다. 그럼에도 이 차로 설산을 오른 이유는 도심형 4WD의 실제 실력이 궁금해서다. 결과는 전문에서 말했듯 제법 든든했다. 타이어 자국 하나 없는 외진 산골에서 QM6는 4WD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마음을 녹이는 4WD날짜를 참 잘 잡았다. 강원도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1월 초순, 우리는 QM6를 타고 강원도 산골을 향했다. 어젯밤 눈이 내린 덕분에 주변은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고 도로는 왕창 뿌려놓은 염화칼슘이 곱게 빻아져 하얗게 뒤덮였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점차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산골에 갇히면 어떡하지?’, ‘견인차는 들어올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찰 무렵, 어느덧 산길 진입로가 눈앞에 다가왔다.​진입로는 타이어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날 차 몰고 산길을 오르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 안 하는 짓 서슴지 않는 매거진 에디터가 아니던가. 운전대를 꼭 쥔 채 서서히 산속으로 들어갔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4WD 록’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초록색 4륜 모양이 불을 밝힌다. 단지 자동으로 앞뒤 동력을 나누던 걸 50:50으로 고정시켰을 뿐인데, 이 일련의 동작과 4륜구동 아이콘이 은근히 긴장한 마음을 녹인다.​​4WD 버튼. 아래쪽을 누르면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나누는 4WD 록, 위를 누르면 앞바퀴로만 동력을 보내는 2륜 고정 모드로 바뀐다4륜구동 아이콘이 믿음직스럽다​ 겁쟁이 기자의 걱정과 달리 QM6는 의연히 하얀 산길을 올랐다. 바퀴에서 ‘뿌드득’ 눈 밟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빼고는 일반 오프로드와 다를 게 없을 정도. 물론 중간중간 경사가 심한 구간에선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4개의 타이어가 동시에 회전하며 덩치를 밀어 올려 별문제 없이 오르막길도 통과했다. 4륜구동과 윈터 타이어가 만나니, 하얗게 뒤덮인 산세가 무색하다.​​시승차는 겨울 주행을 위해 출고 타이어가 아닌 금호 윈터크래프트 WP72를 꼈다​그러나 인적 드문 산길은 의외의 변수로 QM6를 시험했다. 어젯밤 눈보라가 불었던 탓일까. 길 한쪽이 무너져 내려 돌무더기가 길을 가로막았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되돌리기도 애매한 상황. 우리는 QM6를 믿고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바퀴를 대각선으로 올려 범퍼가 안 닿게끔 조심조심 앞바퀴를 올리니, 자연스레 앞뒤 바퀴가 뒤틀려 휠 트래블이 발생한다. ‘이렇게까지 혹사시킬 생각은 없었는데’라는 생각이 스칠 찰나, 한쪽 바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간 허공에 뜬 바퀴로 동력이 쏠려 멈칫하더니, 곧바로 나머지 세 바퀴로 동력을 나누어 앞으로 나아간다. 아마 2륜구동이었다면 여기서 우리의 여정은 끝났을지도 모른다.​​ 길 한쪽이 무너졌지만, QM6 지상고가 210mm로 낮지 않은 덕분에 큰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우여곡절 끝에 QM6는 결국 정상까지 올랐다.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하얗게 얼어버린 거대한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4WD 옵션을 선택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 오르막보다 더욱 위험한 내리막길이 남았다. 내리막에서도 4륜구동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변속기를 1단에 물리고 서서히 내려가니 네 바퀴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며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FF였다면 앞바퀴가 미끄러져 조향성이 떨어지고, FR이었으면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미미했을 터. QM6는 무단변속기가 달렸음에도 7단 수동변속 모드를 지원해 자연스럽게 엔진브레이크를 걸었다.​4WD가 허락한 윈터 드라이빙산행을 마치고 촬영을 위해 꼭대기에서 내려다봤던 얼음 강으로 향했다. 단단히 얼어버린 습지를 빠른 속도로 달리자 ‘4WD 록’이 해제된다. 시속 40km를 넘으면서 구동계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바뀐 것. 이후부턴 앞바퀴굴림 위주로 주행하지만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알아서 뒤쪽으로 동력을 보내니 불안해할 건 없다.​며칠째 지속된 한파에 강은 두텁게 얼어 있었다. 덕분에 강 가장자리에 차를 올려놓고 촬영할 수 있었다. 메인 사진이 바로 여기서 찍은 것이다. 매끈하게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도 윈터 타이어와 4륜구동 조합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속 페달을 살살 다루면 미끄러짐 없이 출발하고, 제동도 ABS가 쉴 새 없이 개입할 뿐 예상외로 든든하게 속도를 줄인다. 마음 놓고 차를 미끄러뜨리며 멋진 사진을 연출할 수 있던 까닭이다.​촬영 기자의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가장 추웠던 어느 날, QM6와 함께 겨울을 제대로 즐겼다. 솔직히 QM6 4륜구동 시스템은 좌우 동력 배분 신경 쓰지 않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웬만한 상황에선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가끔 교외로 떠나는 도심형 SUV로서는 충분히 믿음직한 성능. 미리 준비해 간 견인차 번호를 누를 일 없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D SEGMENT SUV, 천차만별 3부 [ 렉서스 N..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LEXUS NX300h화장을 고치고 렉서스 NX는 여성 운전자가 선호하는 소형 SUV 중 하나다. 잘 만든 차라는 사실 만으로는 여성 팬이 보내는 NX의 인기를 전부 다 설명하기 어렵다. 부분변경을 거친 NX300h와 함께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여심을 공략한 디테일NX의 매력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가 아닐까? 차체 길이는 투싼보다 17cm 길고 중형 SUV인 싼타페보다 6cm 짧다. 공간 지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운전자에게 부담 가지 않을 만큼 콤팩트하면서도 당찬 인상을 주는 절묘한 크기다. 아울러 도로에서 한번쯤 주눅들어본 운전자라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NX의 외모가 든든한 존재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부분변경 모델은 화장을 고치는 수준의 변화지만 강인한 인상만큼은 그대로다. LED 헤드램프 내부 디테일과 범퍼 좌우의 인테이크홀이 달라졌고 새로운 스핀들 그릴은 촘촘한 격자형 핀을 품으며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신규 디자인이 적용된 18인치 휠은 이전과 크기가 같지만 훨씬 더 큼직해 보인다.​​ LED 헤드램프 내부디테일과 범퍼 형상이 소폭 달라졌다​​소소한 변화는 상품성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신형은 사각지대경고 및 후측방경고가 기본이며 대시보드 상단의 7인치 LCD 모니터는 10.3인치로 더욱 넓어졌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리얼 우드트림, 통풍 기능을 포함한 1열 시트와 전동접이식 2열 시트 등 고급 내장재와 풍부한 편의장비는 비싼 차값을 한결 합리적으로 보이게 한다. 여성 오너를 배려한 흔적은 실내 곳곳에 스몄다. 시트 폴딩 스위치를 운전석, 2열 측면부, 트렁크에 마련해 놓아 조작편의성을 높였고, 센터콘솔의 탈착식 손거울 등 여성친화적인 아이템으로 고객의 마음을 살뜰히 챙겼다.​​기존 7인치 LCD모니터는 10.3인치로 더욱 넓어졌다​ 운전석에서 버튼조작만으로 2열시트를 펴고 접을 수 있다​​암레스트 근처에 가죽마감 손거울을 달아놓았다​볼륨모델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 SUV 만약 자동차도 성별이 있다면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일까? NX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00h는 직렬 4기통 2.5L 밀러 사이클 엔진과 니켈수소 배터리를 얹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199마력의 시스템출력은 1.9톤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상시 사륜구동(AWD)은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는 구조로 경량화와 연료효율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뒷바퀴 모터는 구동력이 약한 게 흠이다. 이 때문에 전륜구동 차와 다름없는 몸놀림을 보인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한 박자 쉬고 가속을 시작한다. rpm이 고정된 채 꾸준하게 속도가 붙는 까닭에 실제 가속능력은 체감보다 빠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반응이 한결 낫다. 전기모터가 보내는 토크가 더욱 즉각적으로 응답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고시속은 191km에서 제한되며 과격한 주행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더욱 빨라진다.​​​외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체는 다분히 남성적이다. 정직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과 탄탄하게 떠받드는 서스펜션, 여기에 짧은 휠베이스(2,660mm)가 운전자를 민첩하게 이끈다. 다만 배터리로 무거워진 중량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촬영을 위해 고운 모래와 험한 지형이 뒤섞인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언감생심인 주행환경이지만 이곳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NX는 바퀴 한쪽이 지면에서 뜨고 차체가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도 잡소리 하나 없이 높은 차체 강성감을 자랑했다. 토요타 RAV4와 같은 플랫폼이지만 용접 타점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늘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뼈대를 만들었다는 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뒷바퀴 구동력이 부족한 점은 여전히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촬영에 참여한 다른 차를 곧잘 쫒아갔다.공인연비는 12.0km/L로 시스템출력이 비슷한 ES300h보다는 3km/L 낮지만 뒷바퀴를 따로 굴리는 구동특성과 그로 인해 늘어난 무게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렉서스는 과거, SUV 트랜드를 이끄는 마켓 리더 중 하나였다. 1997년에는 프리미엄 도시형 SUV RX300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이를 흉내내는 수많은 아류작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세로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오늘 만난 NX를 통해 렉서스의 차 만들기 노하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소형과 중형을 아우르며 그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든 렉서스의 키 플레이어 NX. 여성오너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아이템과 고급차의 가치는 다른 SUV가 갖지 못한 NX만의 매력이다. ​​글 이인주 기자  ​​ 
D SEGMENT SUV, 천차만별 2부 [랜드로버 디..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LAND ROVER DISCOVERY SPORT디스커버리다 “어라, 생각보다 작네?” 이 차를 디스커버리라고 소개하면 대개 반응이 이렇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이름과 달리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사실 프리랜더 후속과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소탈한 디스커버리가 내심 반가웠다. 원래 디스커버리는 호화 SUV 레인지로버와 정통 SUV 디펜더 사이에서 랜드로버의 대중화를 이끌던 소박한 SUV가 아니었던가. ‘대중화’의 역할만 놓고 보면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지금 디스커버리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본래 모습에 더 충실하다. ‘작은 프리랜더 후속이 무슨 디스커버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차는 1세대 디스커버리보다 더 클뿐더러, 오프로드 성능까지 살뜰히 챙겼다. 디스커버리답다.​​​녹색 배지의 믿음XC60과 NX, 그리고 디스커버리 스포츠. 세 대의 차가 오프로드에 모였다. 당연히 선두는 디스커버리다. 단지 그릴 한쪽에 녹색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디스커버리를 앞에 세웠다. 시승코스는 흙길과 부드러운 모랫길이 어우러진 곳으로, 먼저 흙길부터 진입했다.​좁은 흙길에 들어서면 랜드로버의 노하우,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이 제 역할을 한다. 시야가 높은 건 물론, 보닛 끝이 높게 솟아 있어 차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다. 멋을 잔뜩 부리느라 이런 걸 놓쳐버린 이보크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 ​도로 위에서 제법 팽팽했던 서스펜션도 신기하게 오프로드에선 성질을 죽이고 큰 요철, 작은 요철 상관없이 잘도 넘어간다.  이어서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다. 사실 견인줄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촬영을 위해 디스커버리만 모랫길에 넣어보기로 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SAND(모래)’로 바꾸고 진입하자, 역시 타이어의 3분의 1이 잠긴다. 겁을 먹고 다시 빠져나오려는 찰나, 디스커버리가 네 바퀴를 동시에 미끄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니 좌우로 조금씩 미끄러지기는 해도 별 문제없이 의연하다. 의외의 모습에 관성을 죽여 정지 후 출발도 해봤지만, 디스커버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여기서 주행안정장치를 끄고 주행모드를 일반도로로 바꾸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차를 돌릴 수도 있다. 위에 사진이 그렇게 찍은 거다. 이렇게 열심히 뛰놀고 나와도 섀시는 삐거덕 소리 하나 내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비록 나중에 도로 위를 달릴 때 바람소리와 함께 모래 소리를 섞어 들어야 했지만.​​​​오프로드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노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소탈한 디스커버리디스커버리라면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패밀리 SUV 역할도 해야 한다. 다행히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 역할에도 충실하다. 우리나라엔 5인승만 들어오지만, 해외엔 7인승 모델이 판매될 정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수치상 넓이도 차체 크기에 비해 크다. 2열 시트를 폈을 때 트렁크 용량은 829L, 접었을 때는 1,698L다. 동급 최대라고 해도 될 만한 수준. 게다가 2열 시트가 등받이 각도 조절, 슬라이딩 기능과 함께 4;2:4 삼분할로 나뉘어 접혀 공간활용성도 좋다.​​소탈하게 꾸민 실내는 쓰임새가 좋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도로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손을 안쪽으로 감아 넣어 잡는 손잡이에서 오프로더 혈통이 엿보인다​시승차엔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철제 격벽이 붙어있었다. 완성도 높은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도 랜드로버의 매력 중 하나다2열 시트를 트렁크 한쪽에 마련된 버튼으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도로 위 주행 성능은 그저 준수했다. 시승차는 2.0L 180마력짜리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 높은 출력이지만, 2톤에 육박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이끌기엔 43.9kg·m의 최대토크마저 알맞은 수준이다. 그래도 재규어-랜드로버의 노하우가 녹아든 서스펜션과 차체 완성도는 출력을 웃돌았다. 제법 팽팽하게 조율된 서스펜션은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며 끈질기게 관성을 버텨내고, 2,741mm의 길쭉한 휠베이스는 고속에서 여유를 품는다. 최고속도 시속 188km로 달릴 때의 고속안정감도 흠잡을 데 없다.​다만,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정차시 진동이 4기통 디젤 엔진인 걸 감안하더라도 다소 거친 편이며, 9단 자동변속기는 이따금씩 변속 충격을 전해왔다. 또 변속기가 토크를 믿고 너무 높은 기어를 끈질기게 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속 중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아보면, 엔진 힘이 부족해 부르르 떨리는 순간까지도 변속기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모습에서도 영국차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이 엿보인다.​  위쪽 전체가 들어올려지는 클램쉘 방식 보닛은 랜드로버가 이어온 전통 중 하나다20인치나 되는 휠에 검은색 페인트를 입혀 멋스럽게 꾸몄다​​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타면서 재미있었던 건, 곳곳에서 다른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만날 수 있었던 점이다. 실제 판매량만 봐도 랜드로버 판매의 대부분을 이끌 정도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인기가 높다. 디스커버리의 매력을 오롯이 간직하면서도 부담을 줄인 게 그 비결이 아닐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디스커버리보다 더 디스커버리다운 모습으로 랜드로버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글 윤지수 기자​ ​
D SEGMENT SUV, 천차만별 1부 [볼보 XC6.. 2018-01-18
 D SEGMENT SUV, 천차만별  프리미엄 SUV 시장의 노른자위를 겨냥한 세 대의 중형 SUV가 모였다. 비슷한 크기, 겹치는 가격대로 모였지만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른 국적만큼이나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글 <자동차생활>편집부 사진 이병주 ​​VOLVO XC60 T6뭐든 잘 하는 스웨덴 우등생연속되는 와인딩 로드. 좌우로 빠르게 흐르는 풍경과 대조적으로 실내는 평온하기만 하다. SUV 특유의 휘청거리는 롤링도, 무거운 차체에 따른 헐떡임도 없이 즉각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안정된 자세로 코너를 돈 후에는 순식간에 가속한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코너를 휘젓는 모습은 흡사 스포츠카에 다름없지만 흔히 말하는 펀 투 드라이브와는 거리가 있다. 모든 능력치를 갈고닦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완벽에 가까운 우등생이라고나 할까? 나는 지금 볼보 SUV 라인업의 새로운 중심인 XC60를 몰고 있다.​​​​새 디자인 속에 녹여낸 볼보 감성XC60은 2008년 태어나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신입 볼보다. BMW X3보다는 5년 늦었지만 아우디 Q5, 메르세데스 벤츠 GLK와는 같은 나이. 2,000년대 초중반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눈치싸움을 끝내고 SUV 시장 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다. XC라는 이름의 출발점이었던 V70 XC(이후 XC70)이 왜건 기반의 크로스오버였던 데 비해 이어 등장한 XC90과 XC60은 보다 전형적인 SUV에 가까워졌다.​초대 XC60은 당시 모기업이던 포드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같은 식구였던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노하우를 투입해 완성되었다. 당시 디자인은 옛 볼보의 단단함을 버린 대신 아직 새로운 매력을 찾지 못하던 시기여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단번에 볼보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가 갈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제네바에서 데뷔한 2세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동안 회사는 새 주인을 받아들였고 디자인과 플랫폼,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갈아엎었다. 볼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기함 S90과 XC90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볼륨모델인 XC60. 이런 기대대로 신형 역시 등장과 함께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한 사이즈 작은 차체에 어울얼굴은 XC90과의 통일성을 추구하면서도 리는, 소박하면서도 귀여운 감성이 엿보인다. 고급스러움이야 당연히 XC90이 한 수 위겠지만 새로운 볼보 패밀리룩과의 매칭이나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는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노즈와 루프, 벨트 라인과 앞뒤창 각도 등 옆모습은 의외로 구형 XC60과 많이 닮았다. D필러에 세로로 길게 넣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예전 왜건에서 따온 디자인 요소.​​볼보 왜건 전통인 수직형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인테리어는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진하게 담아 세로형 터치식 모니터로 대부분의 기능을 흡수시키는 대신 물리 버튼은 줄여 단순화시켰다. 대시보드와 센터터널에 남겨진 비상등과 성에제거, 오디오, 엔진 시동과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는 일반 자동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이토록 간결화된 조작계는 단순히 디자인상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볼보의 안전운전 사상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만 시승차는 검은 가죽에 짙은 갈색 우드 트림이 들어간 모멘텀 트림이라 너무 단순하고 칙칙해 보인다. 반면 실제 판매를 주도하는 인스크립션 트림은 밝은색 나파 가죽시트와 드리프트 우드로 보다 화사한 분위기를 낸다.​​간결하면서도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디자인크롬 장식 연결부위를 스웨덴 국기로 만든 센스!​​뒷좌석과 화물공간에는 왜건 장인 볼보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각도조정은 안 되지만 레그룸이 넓어 장시간 앉아 있어도 편하다. 또한 등받이는 간단히 접을 수 있는데, 헤드레스트와 등받이 접이 레버를 한데 모아 거의 원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높은 지붕과 거주성, 유틸리티성은 패밀리카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뒷좌석은 간단히 접혀 화물공간으로 변신한다​​헤드레스트와 등받이 접이 레버를 한데 모아 편리하다​​강력한 엔진으로 무엇이든 해낸다시승차 T6의 엔진은 4기통 2.0L이면서도 무려 32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저속에서는 수퍼차저가, 고속에서는 터보차저가 이어받는 트윈차저 과급방식 덕분이다. 액셀 페달을 처음 밟았을 때의 느낌은 조용하고 매끄럽지만 힘이 넘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마치 봉인이 풀린 듯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한다. 모드에 따른 엔진 반응과 출력 변화의 폭이 매우 극적이다. 320마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XC60의 가속은 매우 강력하며, 풀가속 때는 끼이익~ 하는 흡기음이 분위기를 돋운다.​​​트윈 차저 방식으로 무려 320마력을 뽑아내는 4기통 2.0L 엔진​​320마력이라는 수치에서 느껴지는 강력함에 비해 달리기 감성 자체는 무척 담담한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장거리 크루징부터 고속 코너링까지 매끄럽게 해낸다. 랜드로버만큼은 아니지만 별도의 오프로드 모드도 있다. 촬영을 위해 들어선 비포장과 모래밭을 여유롭게 누볐을 뿐 아니라 힐디센트 기능을 갖추어 급한 내리막길에서도 안정감이 넘쳤다.​2세대 XC60은 디자인부터 성능과 품질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는 우등생이다. 한 가지 능력에 특출나지 않은 대신 모자람도 찾아볼 수 없다. 볼보가 지금까지 자랑하던 안전기술을 더욱 갈고닦았으며, 단점이었던 디자인마저 개선된 터라 그 매력은 완성에 한없이 가깝다. 볼보가 글로벌 판매 연간 100만 대, 볼보 코리아 1만 대를 넘어서게 된다면 아마도 일등 공신은 XC60이 되지 않을까? 글 이수진 편집장 ​
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2018-01-11
 RANGE ROVER VELAR프리미엄 니치의 정점, 벨라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남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  ​랜드로버는 럭셔리를 강조하는 레인지로버와 실용적인 디스커버리,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이들 밑으로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세분화된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하위 차종은 대표 모델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성격과 특징이 녹아 있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를 파고든 럭셔리 중형 SUV. 벨라의 등장으로 풀사이즈에서 소형에 이르는 레인지로버 풀 라인업이 완성되었다.​우아한 디자인이 곧 캐릭터레인지로버의 성격은 명료하다. 벤츠 S클래스에 견줄 만한 최고급 SUV라는 것. 이런 이미지를 하위 모델까지 끌어당긴 차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다. 두 차는 크기와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둘 사이를 메울 중간 모델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기존 모델과의 판매 간섭을 피하면서 오롯이 레인지로버다운 중형 SUV. 그 주인공이 바로 벨라다. ​물론 틈새 차종 만들기에 도가 튼 랜드로버가 단지 크기만 어중간한 SUV로 벨라를 만들지는 않았을 터.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벨라는 동급에서 가장 빛나는 패셔니스타로 거듭났다. 비결은 바로 단호한 차체 비율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다. 휠하우스 중간까지 이끌린 헤드램프는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이 흐르고, 오리 궁둥이처럼 뒤로 내뺀 해치도어와 크게 누운 윈드실드가 쿠페라이크한 자태를 뽐낸다. 매끈한 보디에 숨어 있다 솟아오르는 도어캐치는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낮은 공기저항(Cd 0.32)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LED 모듈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플러스 타입 도어캐치는 컨셉트카에서나 볼 수 있던 디테일이다​ 실내는 여느 레인지로버에서 보았던 정갈한 대시보드와 다양한 질감의 내장재를 사용해 호화스런 분위기다. 대시보드 위/아래에 자리잡은 두 개의 10인치 터치스크린은 파나소닉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버튼식 센터페시아를 대체한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검은 패널에 숨어 있던 다양한 기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에어컨, 시트, 주행 설정 등 메뉴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며 큼직하고 직관적인 픽토그램을 띄운다. 이 정도 비주얼과 완성도라면 화면을 보면서 사용하는 터치스크린의 불편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여느 레인지로버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대시보드와 미래적인 10인치 듀얼디스플레이가 만났다 ​디스플레이 타입의 센터페시아가 미래지향적인 실내 분위기를 이끈다​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과 접고 펼치는 기능 모두 전동으로 조절된다. 40:20:40의 비율로 분할되며 모두 접으면 최대 1,731L의 적재공간이 마련된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좁은 편이다. 이는 형제모델 F-pace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패밀리카로서는 적잖은 단점이다.​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벨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규어가 만든 랜드로버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재규어의 입김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벨라의 뼈대는 널리 알려진 대로 재규어 XE, XF, 그리고 F-pace의 기반이 된 iQ 플랫폼이다. 알루미늄(사용비율 82%)과 마그네슘으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해 비슷한 덩치(벨라, 길이 4.8m, 너비 2m)의 레인지로버 스포츠(길이 4.85m, 너비 2m)보다 약 240kg 가볍다. 모노코크 섀시인 까닭에 기존 레인지로버와 스포츠보다 플로어 높이가 월등히 낮지만 시트높이 조절 폭이 넓은 덕분에 레인지로버 특유의 높직한 시야는 그대로 살아 있다. ​하체는 재규어 F-pace와 마찬가지로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방식이며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까닭에(D240 제외)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예컨대 최저지상고 251mm까지 하체를 들어올리며, 65cm 정도 깊이의 물웅덩이도 가뿐하게 건넌다. 아울러 시속 105km 이상의 고속에서는 차체를 10mm 낮춰 보다 안정적인 공기흐름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해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손쉬워졌다. 온로드, 잔디, 자갈, 눈길, 진흙, 모대 등 다양한 오프로드 상황에 맞춰 엔진, 변속기, 섀시 등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장비다.국내에 출시한 엔진은 2.0L 디젤, 3.0L 디젤, 3.0L 가솔린 수퍼차저 세 가지로 ZF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시승차에 얹은 엔진은 볼륨모델이라 할 수 있는 최고출력 300마력의 3.0L 디젤. 최대토크 71.4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6.5초에 끝내는 녀석이다.성능 수치에서 짐작했던 것과 달리 벨라의 가속감은 경박스럽지 않다. 우아하고 진중하게 차체를 이끈다는 느낌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높은 속도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계기판 끝까지 바늘을 밀어붙인다. 최고시속은 241km에 달하는데 2톤이 넘는 무게와 공기저항이 심한 SUV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성능이다. 운전감각도 기존의 레인지로버와는 사뭇 달랐다. 고속에서도 자신 있게 주행할 수 있는 첫 번째 레인지로버랄까. 요트의 움직임에 비유했던 형님들의 몸놀림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엇다. 스티어링 반응은 민첩했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넘쳤다. 또한 노면그립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는 앞서 말한 가벼운 차체와 재규어가 다듬은 플랫폼, 그리고 포용력이 남다른 에어서스펜션의 도움이 컸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타고 넘어도 불필요한 몸놀림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격하게 몰아붙여 보아도 약간의 피칭은 있을지언정 롤링은 허용하지 않는 등 비교적 정갈하게 움직인다.​ ​​부족한 편의장비가 벨라의 옥의 티사실 벨라를 여유 있게 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1억1,500만원에 달하는 시승차는 고급차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운전석 요추받침과 통풍기능이 삭제됐다. 1억2,600만원의 D300 HSE부터 마사기 기능, 요추받침을 포함한 1열 통풍시트와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차선을 벗어날 때 차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주는 장비로, 차선 가운데를 스스로 주행하는 다른 회사와 차이를 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따라서 D300 HSE부터가 고급차를 고급차처럼 탈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대다. 또한 벨라의 실내는 진짜 가죽과 진짜 금속을 아낌없이 사용한 형님들과 차이를 두었다. 특히 실내 전반을 감싸는 마름모꼴 패턴 내장재의 표면 처리가 무척이나 아쉽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가죽 확장 패키지가 들어간 1억 4,340만원의 D300 퍼스트 에디션을 선택해야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비싼 만큼 벨라의 구매에 앞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통장잔고와 타협할 필요가 있다.헤리티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으로 다듬어 틈새차종을 만드는 일은 누가 봐도 어려운 도전이다. 그러나 랜드로버는 이를 가장 멋지게 해낼 줄 아는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다. 벨라는 이름, 크기, 디자인 등 다른 랜드로버와 여러모로 중첩되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남들과 다른 럭셔리 중형 SUV를 찾는다면 레인지로버 벨라가 새로운 정답이 될 수 있다.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핫해치, 아니 핫 SUV인가?, 메르세데스 AMG GL.. 2018-01-10
 MERCEDES-AMG GLA45 4MATIC 핫해치, 아니 핫 SUV인가? GLA 페이스리프트에 따라 AMG 버전인 GLA45 역시 새로워졌다. 그런데 이 차를 과연 SUV라고 불러야 하는 거 맞나?  ​​“이거 혹시 A45 AMG 아니에요?”촬영을 위해 만난 포토그래퍼가 던진 첫마디였다. 사실 기자 역시 시승차를 처음 받았을 때 슬그머니 뒤로 가 모델명부터 확인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주차장이 좀 어두웠고 50줄 들어 침침해진 눈 탓이라고 해 두자. 그런데 두 모델이 많이 닮은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소형차 전쟁이 뜨거운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는 매우 적극적으로 여기에 대응해 왔다. MPV 느낌이던 기존 A클래스를 해치백으로 만들더니 CLA와 GLA를 추가했다. C세그먼트 플랫폼에서 무려 세 가지 가지치기 모델이다. BMW나 아우디라면 모를까, 대형차 이미지가 강한 메르세데스 벤츠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고성능 AMG 버전까지 이어졌다. ​같은 듯 달라진 페이스리프트당초 메르세데스-벤츠 GLA45 AMG로 불렸던 GLK의 고성능형은 이제 메르세데스-AMG GLA45 4매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독립 브랜드였던 마이바흐를 흡수하면서 기존 브랜드 정책을 새로 다듬기로 한 것인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고성능의 메르세데스-AMG 세 가지 브랜드가 사용된다.​이번 변화는 베이스 모델인 GLA의 페이스리프트 스케줄에 따른 것이다. 외관상 가장 큰 변화는 범퍼 양쪽 흡기구다. 펑버짐하게 둥글린 흡기구에 수직 슬릿을 조합한 덕분에 이전보다 SUV 이미지에 보다 어울리는 과격한 인상을 갖추게 되었다. 점점이 박았던 LED 주간주행등을 하나의 라인으로 만드는 한편 옵션이던 LED 하이 퍼포먼스 헤드램프를 기본으로 돌렸다. 아울러 주변 상황에 따라 밝기가 조절되는 제동등도 더해 야간 시야와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이밖에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굴곡과 디퓨저 형태 등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눈여겨보아야 찾을 수 있을 만큼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램프와 디퓨저 등 세부적으로 달라졌다새로운 범퍼와 흡기구 디자인이 SUV 이미지에 보다 어울린다​​​강렬한 외모를 완성하는 루프윙​​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스티어링 스포크 디자인과 원형 에어벤트 둘레에 색깔을 넣어 보다 화려하게 꾸민 정도. 굳이 찾아내자면 계기판 숫자 서체가 달라졌으며 속도계가 20km/h씩이 아니라 30km/h씩 늘어나게 바뀌었다. 버킷 타입 시트에 앉으니 요즘 들어 펑퍼짐해진 기자의 엉덩이가 다소 힘겹게 들어간다. 하지만 괜찮다. 고정식 같은 외모와 달리 전동식 파워 시트인데다 아래와 측면 사이드 서포트까지 넓히고 좁힐 수 있으니까. 에어벤트 둘레 장식은 원래 검은 바탕에 빨간색이 기본에, 블랙/실버 조합이 옵션이지만 시승차는 AMG 5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검은색에 노란색 조합. 나이트블랙 에디션 색상을 적용한 한정 버전이다. 시트와 차체 도색, 휠, 리어윙 등도 모두 검은 바탕에 노란색 액센트로 기본형과는 다른 매력을 뽐낸다.​ ​검은 바탕에 노란색 액센트를 넣은 색상 조합은 AMG 50주년 기념모델의 특권속도계 글자가 달라졌다시프트 레버와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형식상 SUV라 해도 해치백 A클래스보다 지붕이 높고 트렁크도 넓다 ​검은색 시동 버튼을 누르자 M133 엔진이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며 깨어난다. 이 엔진과 7단 DCT, 네바퀴굴림의 패키지는 A45, CLA45에도 얹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최강의 소형 파워트레인이다. 아팔터파허에 위치한 AMG 공장이 아닌 쾰레다 MDC 파워 공장에서 생산되는 탓에 진짜 AMG가 아니라는 소리는 듣지만 가격과 생산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 AMG 모델 확대가 회사의 정책이라면 결국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하기 위해서는 그만 한 보상이 필요하다. 해답은 스펙에서 얻을 수 있다. 4기통 2.0L 직분사 터보이면서도 무려 381마력의 최고출력과 48.4kg·m의 최대토크를 뽑아낸다. 높은 반응성과 안정적인 고출력을 얻어내기 위해 트윈스크롤 터보와 수랭식 인터쿨러를 달았고 흡기 라인은 최대한 짧게 둘렀다. 그 결과 C클래스 시장 안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강력한 심장이 완성되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M133 엔진. 기존 AMG 공장이 아니라 쾰레다에서 생산된다​​롤링을 더하는 대신 공간을 얻다넘치는 힘과 7단 DCT의 재빠른 반응 덕분에 굳이 매뉴얼 모드를 선택하지 않고도 고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 매서운 한파로 노면 그립은 낮았지만 네바퀴굴림이 강력한 출력을 빠르게 속도로 환원시킨다. 스펙상 0→시속 100km 가속은 무려 4.4초. 해치백에 비해 40kg 무거운 차중과 높은 지붕과 지상고 탓에 고속 코너링에서는 다소의 롤링을 동반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동급 쿠페나 핫해치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GLA45는 코너와 직선로를 가리지 않고 맹렬하게 달리며, 중속 이상에서의 가속 역시 거침이 없다.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와 그립감이 좋은 D컷 스티어링, 경주차처럼 빡빡한 알루미늄제 패들시프트도 달리는 재미를 북돋우는 요소들이다.​​스티어링 스포크 디자인도 달라졌다​​조작감이 좋은 알루미늄제 패들시프트 ​​ 사이드 서포트 조절이 가능한 전동식 세미 버킷 시트​​이 차의 단점이라면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과 성격,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인업 정책일 것이다. 요즘 C클래스 SUV들이 대개 그렇듯 기존의 세단, 해치백과는 다른 실용적인 보디 선택일 뿐이다. 차체 크기와 가격의 한계로 고도의 장비는 얹기 힘들고 구입하는 고객 역시도 대부분 도심에서만 차를 굴린다. 그래서 SUV보다는 크로스오버 혹은 CUV라 부른다.​메르세데스-AMG GLA45 4매틱 역시 크게는 SUV에 속하지만 고성능 타이어를 끼우고 지붕에는 다운포스를 위한 루프윙을 달았다. 드라이브 모드에도 컴포트와 스포츠뿐, 별도의 오프로드 기능은 없다. 고성능 크로스오버나 SUV보다는 핫해치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여유로운 헤드룸과 해치백보다 100L 가량 넓은 화물공간, 아주 약간의 지상고 여유만으로도 이 차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해 보이니 말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 
프랑스제 맥가이버 칼, 푸조 5008 2018-01-08
​PEUGEOT 5008프랑스제 맥가이버 칼이 차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랜드 C4 피카소의 공간을 품은 길쭉한 3008’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내가 잘했던 것’만 모아서 만든다. 아마 5008은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3008의 스타일, 그랜드 C4 피카소의 공간, 그리고 효율 좋은 디젤 엔진까지. 5008엔 PSA의 자랑이 한데 모였다. 덕분에 이 차는 마치 ‘맥가이버 칼’처럼 다재다능하다. 가족과 함께 여행 갈 때에도, 그리고 오붓하게 단둘이 데이트할 때에도 만족스럽다. 다만 맥가이버 칼이 대개 그렇듯, 전용 칼보다 조금씩 어설픈 건 어쩔 수 없다.​허리가 길면 몸매가 나쁘다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시승차의 키를 받아들고 문 열림 버튼을 눌렀는데, 3008의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옆에 주차된 큰 차에 옆면이 가려진 모습은 영락없는 3008이었다. 그래도 차를 빼내어 보면 사뭇 달라 보이긴 한다. 허리가 길어지고 트렁크 유리창이 수직에 가깝게 세워져 큰 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3008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앞모습​​트렁크 유리창이 세워지면서 뒤쪽의 날렵한 느낌이 줄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주로 휠베이스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보통 SUV를 늘린 모델은 티볼리 에어처럼 뒤쪽 오버행만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5008은 리어 오버행은 거의 그대로 두고 휠베이스만 165mm나 늘렸다. 차체 길이가 190mm 늘어났음에도 불안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비율까지 조화롭다고는 못하겠다. 3008의 날렵한 스타일이 눈에 익은 탓도 있겠지만 5008은 허리가 너무 길어 마치 닥스훈트 강아지 보는 것 마냥 우스꽝스럽다. 3008의 미래적인 스타일은 여전히 빛났지만 말이다.앞모습처럼 대시보드는 3008의 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3008의 가장 큰 매력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셈. 컨셉트카 느낌 물씬 풍기는 실내는 다시 봐도 도전적이다. 운전대 사이로 계기판을 봐야 한다는 편견, 직물 장식을 쓰면 저렴해 보인다는 편견, 스티어링휠은 동그래야 한다는 편견을 모조리 깨버렸다. 신선한 스타일은 쓰기에도 좋다. 멀리 떨어진 계기판은 도로에서의 시선 이동거리가 짧은 건 물론 초점의 변화도 적고, 사선으로 배치된 버튼과 도톰한 변속레버도 몸에 맞춘 듯 편하다. 가족용 차로 쓰기엔 과분할 정도로 멋진 실내다.​  3008의 혁신적인 대시보드는 5008에서도 빛난다​뒷좌석부턴 MPV 혈통이 드러난다. 6:4로 나뉘었던 시트는 1:1:1로 나뉘는 세 개의 시트로 바뀌었고, 슬라이딩 기능과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까지 더해졌다. 시트를 조작하는 방법과 배치는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이하 피카소)와 판박이다. 덕분에 피카소가 그랬듯 손쉽게 공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다만 안락함은 오히려 3008 쪽이 앞선다. 3008과 비슷한 너비의 실내에 시트만 세 개로 나눈 탓에 둘이 앉기엔 다소 불편하다. 표준 체격의 기자가 한쪽 의자에 앉았을 때 너무 바깥쪽으로 치우쳐, 좌우로 조금만 흔들려도 천장 끝에 머리가 닿았다. 이런 단점은 피카소도 마찬가지지만, 피카소는 시원스레 뚫린 천장과 더불어 유리창 높이까지 낮아 훨씬 쾌적하다.​ 2·3열에 총 5개로 분리된 시트가 들어가 자유자재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2열까지 접었을 때 최대 2,150리터의 동급 최대 공간이 확보된다. 1열 조수석도 접을 수 있어, 최대 3.2m 길이의 짐을 수납할 수 있다 아마도 쓸 일 거의 없을 3열 시트는 간이의자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애초에 길이 4,640mm의 준중형급 SUV에 편안한 3열 좌석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시트는 아주 가끔 쓸모 있지만 평소엔 트렁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아니던가. 실제 MPV 오너들도 2열 뒤쪽 시트는 제거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실을 눈여겨 본 푸조는 레버 하나만 당겨 3열 시트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평소엔 떼어놓고 차를 널찍하게 쓰다가 가끔 필요할 때만 붙여 쓸 수 있는 셈. 게다가 밖에서도 펼칠 수 있게 만들어져 캠핑용 의자로도 그만이다. 여러모로 간이의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3열 시트는 손쉽게 떼어낼 수 있고, 밖에서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푸조는 푸조다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이 묵직하게 깨어난다. 디젤 엔진 만들기에 물이 오른 푸조답게 진동과 소음은 매우 말끔하게 억제됐다. 그러면서도 디젤의 장점은 오롯이 살렸다.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1,750rpm부터 나오는 30.61kg·m의 강력한 저속 토크로 가뿐하게 차를 밀어낸다. 큰 차체에 작은 1.6L 엔진을 얹어 지레 걱정이 앞섰는데 실용 구간에선 불만이 없다.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가속페달을 더 밟는 순간 ‘아! 이 차는 저속에서부터 이미 힘을 다 쓰고 있었구나’ 할 거다. 오른발에 아무리 힘을 줘 봐야 속도계 바늘은 여전히 느긋하다. 디젤 엔진의 토크로 시속 140km까지는 꾸준히 속도를 붙이지만 그 이후부턴 120마력 출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더뎌진다. 패밀리카로 쓰기에는 적당한 수준이지만 조금이라도 속도를 즐긴다면 180마력짜리 2.0L GT 모델을 노려보는 게 나을 듯하다.​​​최고출력 120마력을 내는 4기통 1.6L 디젤 엔진​ 3008의 완성도 높은 섀시는 5008에서도 그대로다. 기다란 차체에도 소형차처럼 날쌘 핸들링은 여전했다. 특히 스티어링 록 투 록이 거의 두 바퀴일 정도로 예민하게 조율돼, 길어진 휠베이스를 느낄 새 없이 민첩하다. 유럽풍의 군더더기 없는 서스펜션과 푸조 특유의 핸들링이 어우러진 주행 만족감은 출력을 웃돈다. 출력 갈증을 섀시 성능으로 만회하는 모양새다.고속주행 성능도 마찬가지다. 3008이 그랬듯 부드럽게 잔 진동을 거르면서 큰 충격엔 팽팽하게 맞서 자세를 추스른다. 휠베이스가 길어진 만큼 3008보다도 더욱 나아졌을 터. 이 정도 안정감이라면 시속 200km까지도 무난할 것 같지만, 출력이 허락하지 않는다.​​​푸조 특유의 민첩한 주행성능이 돋보인다​​SUV의 멋과 MPV의 공간약 180km 거리를 달리는 동안 연비는 리터당 15.5km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는 12.7km/L. 분명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렸는데도 공인연비보다 무려 2.8km나 더 나왔다. 역시 연비 좋은 디젤 엔진다운 모습이다. 차체가 커진 만큼 효율이 떨어질 거라 속단하기 쉽겠지만 5008은 3008보다 겨우 50kg(1.6L 모델 기준) 더 무거울 뿐이다. 때문에 공인연비 차이는 리터당 0.4km에 불과하며 체감효율 차이는 이보다 더 적게 느껴졌다.5008은 ‘그랜드 C4 피카소의 공간을 품은 길쭉한 3008’이다. SUV의 멋과 MPV의 공간을 모두 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음식을 섞는다고 더 맛있어지지만은 않듯이 이 차를 무조건 더 좋은 차로 정의할 순 없다. 그저 5008은 다재다능하고, 3008과 피카소는 전문 분야에 집중했을 뿐. 서로 장단점이 혼재한다. 기자의 개인적인 취향은 이것저것 섞은 것보단 날렵한 3008과 쾌적한 피카소에 더 가깝다. 5008은 글쎄, 다 좋은데 특색이 조금 흐려진 것 같달까.​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서킷에서 먼저 만난 벨로스터 2018-01-03
HYUNDAI VELOSTER서킷에서 먼저 만난 벨로스터요란하게 위장된 신형 벨로스터가 인제 서킷에 모였다. 정식 공개 전 서킷 주행을 통해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 그 빤히 보이는 속내를 알면서도 마음은 이미 기울었다. 벨로스터는 제법 짜릿하다.​​​ 운전대가 너무 가벼웠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새삼 기자의 포르테쿱에 불만이 한가득이다. 뒤쪽은 불안하고 운전대는 가볍고……. 평소엔 별로 못 느꼈던 단점들이 드러나는 걸 보니 신형 벨로스터가 확실히 나아지긴 했나 보다. 서킷을 겨우 네 바퀴 돌았을 뿐이지만 그 여운은 짧지 않았다.이날 현대차는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신형 벨로스터의 정보를 흘렸다. 서킷에 준비된 시승차는 1.6L 가솔린 터보 감마 엔진이 달린 모델. 1,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건 아반떼 스포츠(이하 아반떼)와 같지만, 2,000~4,000rpm 구간에서 강한 힘을 몰아내는 오버부스트 기능이 더해진 게 특징이다.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기어비 조율 등은 이미 아반떼 발표회에서도 들었던 내용이다.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기대감이 줄었다. i30처럼 스타일만 바뀐 아반떼가 아닐까 지레 짐작했다. 시트에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 분명 시트 포지션을 낮췄다고 했는데 거의 거기서 거기다. 현대차가 만든 FF 준중형차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별 기대 없이 시동을 걸어 서킷에 진입했다.​ ​구형 벨로스터. 신형은 장난기가 많이 줄어 안정적인 이미지다​가속은 역시나 비슷하다. 작고 가벼운 차체를 터보차저 특유의 토크로 밀어붙인다. 호쾌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속 시원하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소리가 다르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배기음은 아반떼와 완전히 같은데 실내에서 들리는 소리는 독일제 4기통 스포츠 세단의 그것만큼이나 우렁차다. 스피커를 통해 엔진 소리를 더한 것으로, 담당자가 영화 ‘분노의 질주’를 참고했다더니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아반떼 스포츠보다도 활기차게 달린다​이어지는 첫 코너, 벨로스터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가벼운 몸무게로 민첩하게 방향을 틀더니 타이어 짓이기는 소리 하나 없이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두터운 타이어로 육중하게 노면을 붙드는 G70과는 또 다른 감각. 기대 이상의 균형감에 속도를 높여보면 더욱 놀랍다. 기존 현대차라면 분명 언더스티어가 발생했을 상황에서 앞뒤에 무게가 균일하게 실리며 바닥에 쫀쫀하게 달라붙는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뒤가 먼저 미끄러질 정도로 FF의 한계를 잘 다듬었다.안정적인 거동은 잘 짜인 하체와 섀시 덕분이지만 고성능 타이어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계절 타이어를 끼워 질타를 받았던 아반떼와 달리 벨로스터는 미쉐린 고성능 타이어 파일럿 스포츠 4를 끼웠다. 덕분에 작은 몸집을 마음껏 휘둘러도 타이어가 충분히 관성을 버텨낸다. 성능이 개선됐다는 튜익스 브레이크 시스템도 서킷 4랩 정도는 거뜬했다. 아반떼 스포츠를 타는 동료 기자에 따르면 디스크 구경이 더 커진 것 같다고.주행을 마친 후 촬영이 일체 금지된 상태에서 눈으로만 신형 벨로스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의 1+2도어 비대칭 스타일은 여전하며, 지붕 실루엣이 더욱 쿠페에 가깝게 바뀌었다. 나머진 최근 현대차가 그렇듯 보닛이 길어 보이게 A필러를 살짝 뒤로 밀고 그릴 높이를 최대한 낮춰 공격적인 인상으로 다듬었다. 실내는 예상보다 평범하다. 소재나 완성도 역시 평범한 준중형 수준에 그쳤다.​​​신형 벨로스터 티저 이미지. 길어진 보닛과 쿠페에 가깝게 바뀐 실루엣을 엿볼 수 있다.​자세한 제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대략적인 정보는 공개됐다. 1.4L 터보와 1.6L 터보 두 가지 엔진이 들어가며 모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합을 맞춘다. i30와 같은 구성. 하지만 1.6L 터보에 6단 수동변속기를 마련해 차이를 뒀다. 이 외에 드라이빙 모드를 자동으로 변경하는 ‘스마트 시프트’, 순간 토크와 터보 부스트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게이지, 컴바이너 타입 HUD 등이 들어가며 전방충돌방지보조 시스템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린다.섀시에 비해 엔진이 과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1세대 벨로스터는 2세대로 바뀌며 1.6L 터보 엔진의 출력을 여유롭게 소화할 만큼 일취월장했다. 1.6L 터보 모델이라면 일반도로에서 충분히 ‘펀 드라이빙’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균형 잡힌 성능을 맛보니 더더욱 고성능을 갈망하게 된다. 고성능 벨로스터 N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
테슬라로 떠난 국토횡단 2017-12-29
테슬라로 떠난 국토횡단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신년을 맞겠다는 핑계로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전기차 여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충전소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과 충전소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동선설정이다. 테슬라와 함께한 1박 2일의 시간.​ ​ “윤 기자님, 주중에 저와 같이 여행이나 다녀올래요?”. 흘리듯 내뱉은 기자의 한 마디에서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의 목적은 서해의 일몰과 동해의 일출을 보고 오는 것. 지는 해와 뜨는 해를 감상하며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2018년을 기념하겠다는 그럴 듯한 이유도 붙였다. 한편 기자는 보다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담기 위해 전기차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면 연비 테스트나 평범한 시승기에 머물렀을 테니까.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전기차는 아이오닉 EV, 쉐보레 볼트(Bolt), BMW i3 등 다섯 개 정도다. 하지만 지방을 다녀올 만큼 주행가능거리가 뒷받침되는 차는 완충시 380km를 달릴 수 있는 쉐보레 볼트와 470km를 달릴 수 있는 테슬라 모델S(90d)뿐이다. 쉐보레를 선호하는 동료 윤지수 기자는 자꾸만 볼트(Bolt)의 이름을 흥얼거렸지만, 몇 달 전 장거리 시승에서 경험했던 좁고 불편한 실내와 부실한 승차감이 떠올라 일찌감치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연스레 우리의 의견은 테슬라 모델S로 모아졌다.차가 정해졌으니 이에 맞춰 세부적인 여행 계획을 꾸렸다. 일정은 서울 청담동 테슬라 매장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화성 궁평항에 도착해 일몰을 보고, 다음날 새벽 강원도 한계령으로 이동해 일출을 맞이하는 것으로, 총 주행거리가 600km에 달했다. 이론상 한 번의 추가 충전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 만큼 별다른 부담감 없이 여행길에 나설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추가 주행과 빨리 떨어지는 배터리 잔량여행 당일 오후 12시. 서울 청담동 테슬라 매장에서 시승차를 받으며 일정이 시작되었다. 모델S는 스타트 버튼이 따로 없으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으로 주행 가능한 상태가 된다. 활성화된 계기판에서는 현재 배터리 잔량을 80%라 표시했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의 주행가능거리를 기준으로 일정을 세웠기 때문에 예상보다 적은 배터리 양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시작부터 어긋난 셈이다. 급속 충전은 배터리 보호를 위해 80~90%까지 충전되며, 100%까지 충전하려면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완속 충전은 시간당 충전률이 8~9% 정도로 더디게 진행된다. 일몰 때까지 궁평항으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촉박하기에 서둘러 포토그래퍼가 사는 서울 도봉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모델S가 동부간선도로에 접어들었을 즈음, 미리 사놓은 샌드위치를 차 안에서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전동모터 소리와 함께 실내가 살짝 시끄러워졌다. 범인은 틸트 상태에 놓인 선루프였다. 공기 질을 실시간 측정하는 모델S가 샌드위치 냄새를 발 빠르게 감지해 선루프를 살짝 개방하며 환기를 시작한 것이다. 기자는 샌드위치를 편하게 먹기 위해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테슬라의 반자율주행은 과연 그 명성대로였다. 차선이 완전히 사라진 공사구간에서도 자율주행이 해제되는 법 없이 자연스럽게 앞 차를 쫒아갔으며 곡률이 심한 코너도 능청맞게 돌아나갔다. 테슬라 측에 따르면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에서만 활성화되며 시내도로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포토그래퍼 집에 도착하니 배터리 잔량은 71%를 가리켰다. 20km의 간선도로 주행에서 9%나 줄어든 것이다. 예상보다 크게 소모되는 배터리를 걱정하며 윤지수 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소공동 조선호텔로 향했다. 윤 기자는 일을 마치고 오후 세 시 반에서야 우리와 합류했다. 이날 일몰 시간은 오후 다섯 시로 소공동에서 궁평항까지 가기에는 꽤나 빠듯한 시간이다. 이때부터는 배터리를 절약하며 주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 우선모드로 차량 설정을 전환했다. 주행거리 우선모드는 에어컨과 히터의 출력을 줄이고 모터 간에 토크 분배를 조절하여 전기소모를 줄인다. 그러나 떨어지는 해보다 앞서 도착하기 위해 급가속과 고속주행을 반복하다보니 60km 거리의 궁평항에 도착했을 때는 배터리 잔량이 25%밖에 남지 않았다. 촬영을 위해 항구 내부를 돌아다니느라 추가적인 배터리 소모도 발생하였다. 일몰이 구름 뒤에 가려져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궁평항의 멋진 풍경과 일렁이는 파도의 절경은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궁평항의 일렁이는 파도와 전망대의 절경은 추위를 잊을 만큼 인상이 깊다​​​​배터리 아끼기 위해 히터끄고 주행하기도촬영을 마치자 어느덧 6시. 이제 남은 배터리 잔량은 20%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원도 속초까지 논스톱으로 가서 그곳에서 충전을 마치고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배터리 잔량으로는 가장 가까운 충전소까지 가는 것마저도 위태로운 상황. 테슬라의 내비게이션은 궁평항에서 약 40km 떨어져 있는 시흥 신세계 아울렛의 충전소가 가장 가깝다고 알렸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가장 가까운 충전소를 검색할 수 있다​​지체 없이 상행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충전소로 향했다. 정체된 퇴근길 도로에서 배터리 잔량은 더욱 빠르게 줄어들었다. 낮아진 기온이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친 듯싶다. 충전소까지 주행하기 어려울 만큼 배터리 잔량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길목에 있는 송산포도 휴게소로 들어가 전기차 충전기를 찾았다. ​​​송산포도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고장이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그러나 충전기가 고장난 까닭에 이용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전기를 많이 쓰는 히터와 시트 열선을 끄고 센터페시아의 대형 모니터 밝기마저 줄이고선 다시 시흥 신세계 아울렛으로 향했다. 오디오도 끄고 싶었지만 내비게이션 경로안내를 듣기 위해 볼륨만 줄였다. 한 시간 동안 추위에 떨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에는 배터리 잔량이 5%에 불과했다. 시흥 신세계 아울렛에는 데스티네이션이라 부르는 완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1시간 반 정도 머무르며 가장 가까운 급속 충전기로 이동할 만큼의 전기만 충전하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하는 1시간 동안 배터리 잔량은 14%로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가까운 급속 충전기가 있는 여의도 IFC까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시흥 신세계 아울렛의 데스티네이션 충전기는 가정용 완속 충전기와 동일한 것이다​​여의도 IFC 급속충전기는 9시 정각이 다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충전기는 지하 주차장 가장 아래층 안쪽에 위치해 있지만 기둥과 벽면 곳곳에 붙은 테슬라 표지를 따라간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델S에 충전기를 연결하자 계기판에는 70분 동안 9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며 알려왔다. 충전 시작과 함께 고주파 소리와 배터리 발열을 식히기 위한 팬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 때는 자동차 히터에서도 찬바람만 나온다. 아마도 충전에 따른 배터리 발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여의도 IFC 지하주차장의 테슬라 급속 충전기​​주행속도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는 주행가능거리배터리 잔량이 90%에 다다랐을 즈음 시계를 보니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동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배터리를 든든하게 채우니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제서야 테슬라 모델S의 주행성능을 하나둘씩 살펴보게 되었다. 고속도로에서 확인한 모델S의 가속능력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0→시속 100km 4.4초의 가속성능은 스포츠카 못지않게 빠른 수치이며 고속에서의 추월가속 성능도 이에 못지않았다.주행감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세련된 모터제어와 배터리팩이 만들어낸 낮은 무게중심이다. 모터제어가 뛰어난 까닭에 가속감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2.23톤의 육중한 차체는 우아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모터는 발전기가 되어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회수하는 회생제동을 시작한다. 이때는 마치 숙련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것 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든다. 움직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급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며 회생제동을 사용해 보았다. 뻣뻣하게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차량조작이지만 낮은 무게중심의 차체와 정밀한 모터제어의 도움으로 능숙한 운전자가 모는 듯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도착시 예상 배터리 잔량을 보여주는 모델S의 내비게이션은 장거리 주행에서 무척이나 유용했다. 주행 속도에 따른 주행가능거리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으로, 지도 아래에 표시된 그래프를 통해 시속 100km와 시속 120km로 달릴 때의 주행가능거리가 20% 이상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었다. 일정이 촉박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속도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여의도에서 두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급속 충전기가 있는 롯데 리조트 속초의 지하주차장이었다. 배터리 잔량은 22%. 이곳 역시 테슬라 급속 충전기 위치를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알기 쉽게 표시하고 있어 처음 가는 취재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당초 계획은 여기서 배터리 잔량을 90%까지 채우고 내일 일정을 소화하려 했다. 하지만 피로가 누적된 관계로 30분 동안 61%까지의 충전한 후 나머지는 새벽 일출을 보고 다시 돌아와 마치는 것으로 변경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면 도착시 예상 배터리 잔량을 그래프로 표시한다​​달릴수록 충전되는 회생제동아침에 확인한 배터리 잔량은 1% 더 줄어든 60%였다. 배터리가 낮은 온도에 약간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숙소에서 45km 떨어진 한계령까지는 고속도로와 심한 오르막이 포함된 국도로 이루어져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한계령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반. 그러나 어제의 피곤함을 떨쳐내지 못한 일행은 늦잠을 자고야 말았고, 일출 전까지 한계령에 도착하기 위해 과속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행 속도가 높은 만큼 배터리 잔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경사가 심한 한계령 고갯길은 배터리 소모를 더욱 재촉했다. 한계령 정상에 다다르자 배터리 잔량은 29%로 줄어 있었다. 한계령 정상까지 오는 데 배터리 전력을 31%나 사용한 것이다.​​한계령 오르막길은 전기차에게도 혹독한 주행조건이다​​서둘러 일출 촬영을 끝낸 우리는 어제의 악몽이 되살아나 차를 최대한 살살 몰며 한계령을 내려왔다. 그런데 발전기가 된 전기모터가 29%였던 배터리 잔량을 오히려 30%로 늘려주었다. 내리막길 덕분일까? 롯데 리조트 속초까지 되돌아왔을 때의 잔량은 18%. 전체 용량의 약 11%의 전력만 사용한 셈이다. 같은 거리인데도 주행조건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다니!​​​서울로 되돌아갈 전기를 충전하고 속초시장에 들렀다​서해의 일몰과 동해의 일출을 보겠다는 이번 여행 목적은 의도치 않게 전기차의 실용성과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제한조건으로 작용했다. 정해진 시간까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배터리를 최대한 아끼며 주행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전기차 사용환경을 체감했고, 테슬라의 완속 충전기와 급속 충전기 역할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혔다. ​테슬라와 함께 한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전국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 위치 파악과 이를 벗어나지 않는 여행 동선의 설정이다. 아직까지 급속 충전기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까닭에 사전조사와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는 테슬라가 아닌 다른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충전소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로 인한 불편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킬 수 있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기자가 경험했던 그 어떤 여행보다도 고생스러웠다. 무엇보다 배터리 잔량에 신경 쓰며 길바닥에서 멈추어 서진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했고, 하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여행을 나선 탓에 냉방차 안에서 한파와도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사용의 장단점과 미래의 자동차 생활을 들여다보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고 위안 삼기에는, 정말 춥고 고생스러웠다.​글 이인주 기자 사진 이병주​​​ 
포르쉐 파나메라 4S, 트랙 위의 익스큐티브 세단 2017-12-11
PORSCHE PANAMERA 4S트랙 위의 익스큐티브 세단가장 특별한 세단 파나메라가 새롭게 진화했다. 스포츠카 성능과 럭셔리 세단의 안락함,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성격이 신형 파나메라 4S 안에 가장 완벽히 녹아 있었다. ​​ 신차 행사를 치르고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서야 신형 파나메라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파나메라는 더욱 말쑥해진 모습으로 기자를 반겼다. 5도어 패스트백의 유려한 차체는 시선을 낮출수록 911카레라 실루엣으로 물들어간다.​측면 윈도우 그래픽과 군더더기 없는 볼륨은 누가 봐도 포르쉐 911에 가깝다. 차체 길이, 너비, 높이는 각각 5,049× 1,937×1,423mm로 이전보다 34mm, 6mm 늘어났고 5mm 높아졌다. 구형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치 변화지만 완벽하게 재탄생한 루프 라인과 새로운 뼈대로 빚은 우아한 차체 비율 덕분에 드라마틱한 디자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면부는 84개 LED로 구성된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시선을 단번에 잡아끈다. 또한 SF 분위기의 헤드램프 디테일은 718 박스터/카이맨에서 먼저 적용한 것으로 요즘 포르쉐가 새롭게 미는 패밀리룩 디자인이다.​​​​84개 LED로 구성된 매트릭스 헤드램프. 요즘 포르쉐가 새롭게 미는 패밀리룩 디자인이다​​미래지향적인 그랜드 투어러실내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그랜드 투어러로 진화했다. 포르쉐가 ‘어드밴스트 콕핏’이라 부르는 운전석공간은 다양한 LCD모니터를 동원해 디자이너 스케치를 실물로 구현한 것이다. 계기판 속 두 개의 7인치 LCD는 네 개의 가상 계기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번갈아 띄운다. ​​포르쉐가 ‘어드밴스트 콕핏’라 부르는 운전석공간. 최고급 차답게 각종 내장재는 알칸타라와 질 좋은 가죽으로 뒤덮였다 ​가운데 계기만 실물. 좌우 각각 두 개의 계기는 7인치 LCD로 구현한 것이다​​대시보드 가운데 자리잡은 12.3인치 와이드 모니터는 T자형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일체감 있는 구성으로 시각적인 화려함을 더했다. 화질이 선명하고 UI가 간결한 까닭에 처음 조작하는 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손을 화면 근처에 가져가면 숨은 메뉴가 활성화되는 등 간단한 제스처 인식도 지원한다. 터치식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신형 파나메라의 자랑거리다. 실물 버튼이 사라지고 정보 표시창이 패널과 한 덩어리처럼 만들어져 심미적으로도 뛰어나다. 버튼을 작동하면 진동을 전해 확실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풍향, 풍속, 차폐를 전자식으로 조절하는 에어벤트도 미래적인 분위기를 낸다.​최고급 차답게 각종 내장재는 알칸타라와 질 좋은 가죽으로 뒤덮었다. 네 개의 독립식 버킷시트는 스포츠카만큼이나 포지션이 낮고 착좌감은 럭셔리 세단처럼 편안하다. 뒷좌석공간은 다른 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을 만큼 넓은 무릎공간을 갖췄는데, 이는 휠베이스가 30mm 늘어난 덕분이다. 참고로 시승차는 1열 시트에 통풍·마사지 기능이, 2열 시트에는 통풍·방석 길이 연장·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이 달려 있었다. 뒷좌석에 자리잡은 터치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 음악, 좌석별 공조 설정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이 정도 구성이면 ‘벤츠 S클래스가 아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뒷좌석에 자리잡은 터치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 음악, 좌석별 공조 설정까지 조절할 수 있다다른 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을 만큼 무릎공간도 넓다. 2열 시트는 통풍·방석 길이 연장·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 신기술이 빚은 마법 같은 승차감과 주행성능신형 파나메라는 플랫폼, 엔진, 변속기 등 모든 것이 새롭다. 뼈대가 된 것은 포르쉐가 개발한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후륜구동 모듈러 플랫폼 MSB다. 아우디가 개발을 주도한 1세대 파나메라의 MLB플랫폼보다 설계변경 자유도가 높아진 것이 특징. 신형 파나메라가 짧아진 프론트 오버행을 갖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다이캐스팅, 프레스, 열간 성형 등 알루미늄과 스틸을 다양한 공법으로 조합한 하이브리드 섀시 덕분에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 경량화(기본형 파나메라 터보는 2톤이 채 되질 않는다)를 이룰 수 있었다. 참고로 섀시의 알루미늄 사용비중은 31%에 달한다. 스티어링 5시 방향에 위치한 주행모드 다이얼은 레이시한 드라이버 감성을 충족시킨다. 스티어링에 손을 떼지 않고도 노말/스포츠/스포츠 플러스를 손쉽게 오갈 수 있고 그에 맞춰 하체 반응도 달라진다. 에어 서스펜션은 바퀴 하나당 세 개의 에어 챔버를 갖고 있다. 이전의 두 개에서 한 개 더 많아짐으로써 공기용량이 60% 늘어났다. 즉, 스프링 역할을 하는 공기의 양을 늘리고 공기실을 세분화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부드럽거나 혹은 단단하게 하체를 조일 수 있다는 얘기다.주행상황이 격할수록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PDCC SPORTS)도 바쁘게 움직인다. PDCC는 모터가 달린 스테빌라이저를 인워적으로 비틀어 롤링을 줄이는 장치다. 유압식으로 작동하는 방식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8V전장 시스템과도 궁합이 좋으며,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이전 파나메라 역시 승차감이 뛰어났지만 신형은 훨씬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주행에서 롤링이나 피칭을 경험하기 힘들며 2톤짜리 대형 세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립성능도 갖췄다. 스티어링 반응은 5m가 넘는 차체와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를 잊을 만큼 재빠르고 민첩하다. 시속 50km이하에서는 뒷바퀴를 2.8도 역위상으로 꺾어 회전반경을 줄이고, 높은 속도에선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트는 4륜조향 시스템(4WS)의 도움이 컸다. 한편 포르쉐는 정교한 손맛을 가미하기 위해 스티어링 중립 구간 기어비를 더욱 촘촘하게 매만졌다.​​​​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파나메라 4S는 1세대 전기형 V8 4.8L 자연흡기에서 후기형 V6 3.0L 트윈터보로 다운사이징이 이뤄졌다. 현재는 여기서 배기량 100cc가 더 작아진 V6 2.9L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이전보다(1세대 후기형) 20마력 높은 440마력이며 56.1kg·m의 강력한 토크를 1,750rpm~5,500rpm에서 꾸준하게 뿜어낸다.​​V6 2.9L 트윈터보 엔진. 최고출력 440마력이며 56.1kg·m의 강력한 토크를 1,750rpm~5,500rpm에서 꾸준하게 뿜어낸다. 최고시속은 289km​파나메라 4S는 파나메라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하지만 절대적인 성능은 여느 스포츠세단 만큼이나 파괴적이다. 5m짜리 차체를 0→시속 100km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스포트 크로노 패키지 적용시)에 불과하고 최고시속은 289km에 달한다. 런치 컨트롤을 통해 네 명의 승객이 깜짝 놀랄 만큼 박진감 넘치는 가속력을 펼칠 수도 있다. 비교적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터보지연 현상은 놀랍도록 적다.​V6실린더를 90˚ 뱅크각으로 설계했는데 넓어진 뱅크 사이 공간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얹었다. 그 결과 터빈과 연소실 경로가 짧아져 엔진 반응이 빨라졌고, 부가적으로 14kg에 달하는 무게도 걷어낼 수 있었다. 이와 맞물린 변속기는 새롭게 설계된 듀얼클러치 8단 PDK. 토크컨버터의 부드러움과 듀얼클러치의 빠른 변속, 두 가지 장점만을 취한 포르쉐 오리지널 변속기다. 더욱 촘촘해진 기어비 덕분에 시속 100km 주행시 엔진회전수는 1,250rpm에 불과하다. 그만큼 연료효율도 향상되었다(유럽 기준 11% 증가). 국내 공인연비는 8.8km/L. 차체무게와 엔진출력을 고려하면 혁신적일 만큼 뛰어난 연비 성능이다.​신형 파나메라는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해낸다. 단아하고 확고한 조형으로 완성한 외관, 미래지향적인 실내, 다운사이징 엔진의 강력한 퍼포먼스, 새로운 뼈대로 빚은 단단함, 뛰어난 승차감과 혁신적인 주행성능 등 어느 것 하나 최고가 아닌 것이 없다. 911을 품은 매혹적인 익스큐티브 세단 파나메라. 스포츠카 성능과 럭셔리 세단의 안락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성격은 신형 파나메라 4S 안에 가장 완벽히 녹아 있었다.​글 이인주 기자 사진 이병주 ​​ 
참 좋은데 말이야, 쉐보레 크루즈 디젤 2017-12-07
CHEVROLET CRUZE DIESEL참 좋은데 말이야크루즈는 너무 잘 만들었다. 그게 문제다.​​​크루즈가 추락 중이다. 신차 효과로 훨훨 날아야 될 따끈따끈한 신차가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더니, 지난 10월에는 고작 297대 판매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출시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SM3 판매량(67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우 심각한 상황.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쉐보레는 크루즈 디젤을 꺼내들었다. 1.4 터보 엔진만 있던 라인업에 선택지를 늘린 건 분명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가격이 차급을 초월했다. 쉽지 않다.​짙게 밴 미국의 향기미국차는 ‘큰 손’으로 만든 차다. 크고 화려하지만 섬세함은 다소 떨어지는 게 여태까지 미국차의 특징이었다. 최근 들어 색깔이 옅어지고 있긴 하지만 본질은 여전하다.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중형 세단을 넘보는 거대한 크기와 화려한 스타일은 미국 태생다운 모습. 그리고 약 3,000만원짜리 준중형 세단에 LED는커녕 HID 헤드램프도 없고, 일반 전구타입 테일램프를 쓰는 무심함 역시 미국에서 설계된 차답다. 사실 개인적으론 자잘한 데 신경 쓰지 않고 큼직하게 멋을 낸 대담함이 맘에 들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무심함이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큰 크기와 고급스러운 장식 덕분에 중형 세단만큼 고급스럽다​​모든 사양이 들어간 풀옵션 크루즈에도 HID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는 없다​50만원짜리 LTZ 어피어런스 패키지를 적용하면 18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가 달린다​그래도 덩치의 위용만큼은 중형 세단에 버금간다. 동급 최대 4,665mm의 길이는 과거 중형 세단 레간자보다 겨우 5mm 짧은 수준. 여기에 18인치 휠과 곳곳의 크롬 장식이 어우러져 중형 세단을 넘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챙겼다. 다만 길쭉하다고 중형 세단의 늘씬한 맛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길이와 함께 높이도 1,475mm로 동급 최고이기 때문에 오히려 살짝 껑충해 보인다. 이 차를 촬영한 사진 기자는 “멧돼지 같이 두꺼워 멋스럽게 찍기 힘들다”며 투덜대기도 했다. 미국 크루즈의 선택 사양인 서스펜션 로워링 킷이 새삼 부럽다.높고 긴 차체만큼 실내는 널찍하다. 낮은 의자에 앉아 바라보면 멀리 뻗어 있는 A필러와 대시보드 뒤쪽으로 넓게 둘러진 랩 어라운드 스타일 덕분에 큰 차에 앉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 번쩍이는 크롬 장식과 화사한 브라운 가죽이 더해져 분위기만큼은 탈 준중형급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특히 최신 아반떼의 실내가 지루하게 바뀐 탓에 이 차의 개성 있는 실내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 화사하게 멋을 낸 실내 트렁크와 몇몇 설정이 잠기는 발렛 모드 ​ 손에 닿는 곳곳의 질감도 제법 신경 써 미국차의 호방함을 꼼꼼히 가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자세히 보면 손과 눈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엔 어김없이 거친 마감이 드러난다. 번쩍이는 센터페시아 아래 센터콘솔 연결 부위는 두텁게 벌어져 있고, USB 단자는 마치 상용차의 그것처럼 투박하다. 흔들리는 보닛 레버도 마찬가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런 조금의 차이가 좋은 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에 흠집을 낸다.​더 강력한 힘을 강구하는 차체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이 부드럽게 깨어난다. 사실 쉐보레가 ‘위스퍼 디젤’이라고 강조할 때만 해도 그 시끄러운 레간자를 ‘쉿 레간자’라며 공갈했던 전적이 있던 터라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 엔진은 진짜로 조용하다. 엔진이 차가울 땐 일반 디젤보다 약간 더 조용한 정도인데, 엔진이 달궈지면 4기통 가솔린 엔진 못지않게 잦아든다. 서서히 움직여 봐도 엔진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런데 엔진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서스펜션 완성도다. 무른 스프링에 단단한 댐퍼가 짝지어진 듯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묵직하게 반동을 억제한다. 넓은 공간감의 실내와 말끔한 승차감이 어우러진 주행감은 확실히 준중형 세단보다 큰 차에 가깝다. 다만 주행 중 하이브리드 차의 모터 소음 같은 ‘위잉’ 소리가 들리는데,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최대토크 32.6kg·m의 제원에서 엿볼 수 있듯 가속은 강력한 토크로 묵직하게 이뤄진다. 최고출력은 134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가 강력해 가속감은 2.0L 가솔린 세단에 버금간다. 시속 160km까지 금방이고, 시속 200km까지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요즘 차답게 불안한 기색은 없다. 최신 준중형 세단의 평균 수준으로 과거 대우차 특유의 착 가라앉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잘 달린다.​​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성능을 내는 1.6L 디젤 엔진​여기까진 크루즈 성능의 맛보기였다. 이 차의 진가는 좌우로 굽이치는 고갯길을 달릴 때 비로소 드러난다. 크루즈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찾은 경기도의 한 고갯길. 경사가 심하고 헤어핀 구간이 연달아 이어지는 코스로, 먼저 오르막 구간부터 찾았다. 역시 디젤 엔진답게 힘든 기색 없이 풍부한 토크로 오르막을 박차고 올라간다. 첫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를 밟자, 다른 쉐보레가 그렇듯 부드럽게 감속한다. 앞을 숙이는 노즈 다이브도 잘 억제됐다. 이어 운전대를 꺾으면 전륜구동 차답지 않게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제법 잘 다져진 기본기에 속도를 더 높여봐도 주행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과속으로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부드럽게 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내리막 주행에선 쉐보레가 그토록 자랑하는 튼튼한 골격과 무게중심이 빛을 발한다. 앞이 무거워 당연히 언더스티어가 발생해야 할 FF 디젤 세단이 내리막 코너에서 마치 후륜구동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오히려 속도를 높이면 때때로 뒤가 미끄러질 정도. 이전에 탔던 말리부 2.0 터보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꽤나 빠져 있다. 덕분에 운전자는 자신 있게 코너에 차를 내던질 수 있다. 엔진출력보다 차체의 전체적인 균형이 더 빼어난 모습이다. 차체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엔 1.6L 디젤 엔진의 출력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가성비’의 아쉬움크루즈는 정속주행 때의 말끔한 승차감에서도 차체의 완성도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승차감만으로 편안함을 논하기엔 시대가 변했다.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도움으로 운전의 긴장감까지 덜어주는 게 요즘 차의 편안함이다. 이런 점에서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부재는 못내 아쉽다. 긴급제동장치는커녕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없어 고속주행에서 발을 쉴 수 없다. 준중형 세단에서 뭘 더 바라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94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동급 아반떼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도 이런 장비들을 지원하니 말이다. 그래도 풀옵션 아반떼에 없는 차선이탈방지장치는 크루즈만의 장점이다.연비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총 442km를 시승하는 동안 리터당 13km의 효율을 보였다. 일상적인 주행보다 가혹했던 시승 환경을 감안하면 썩 준수한 수준. 참고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15.5km다. 조금만 부드럽게 주행해도 연비가 쑥쑥 오르니 맘만 먹으면 공인연비 이상의 효율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크루즈는 분명 잘 만든 차다. 큰 차체와 화사한 실내, 그리고 급을 뛰어넘는 완성도의 섀시까지. 그런데 선뜻 추천할 수가 없다. 역시나 가격이 문제다. 비싼 가격만큼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쉐보레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내 준중형차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나 편의사양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이전 크루즈처럼 고성능으로 자리매김하려 해도 멀티링크에 204마력을 내는 2,000만원짜리 아반떼 스포츠에 가로막힌다. 여러모로 진퇴양난이다. 어쩌면 지금 크루즈에 필요한 건 비싼 디젤이 아니라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1.6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CHALLENGERS 2017-12-05
CHALLENGERS독일차가 펼쳐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격전지, D세그먼트 시장에 뛰어든 세 대의 스포츠 세단. 한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세 개의 창은 철옹성 같은 독일 방패를 꿰뚫을 수 있을까?​​​이런 차를 비교하는 건 에디터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성격이 거기서 거기인 차들을 비교하다 보면 맥이 빠지기 마련인데, 오늘 모인 차들은 자장면과 파스타처럼 같은 세그먼트일지라도 맛과 향이 제각각이다. 치밀한 제네시스와 고상한 재규어, 그리고 날카로운 인피니티. 프리미엄 브랜드 입문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겨야 할 사명을 띤 만큼 작은 몸집임에도 각 브랜드의 성격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물론 독일차에 버금가는 품질도 함께. 아, 오래된 인피니티는 한 세대 전 독일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지만.​ ​쌩얼도 아름다운 XE재규어는 이번 비교 시승이 분명 못 미더울 거다. 한때 독일차보다 인정받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도전자’들 사이에 끼어 있다니 기분 나쁠 만도 하다. 그래도 어쩌랴. D 세그먼트 시장에서 재규어는 도전자가 맞다. 다만, 자부심에서 비롯된 당당한 스타일만큼은 도전자 레벨이 아니었다. 재규어는 세 대의 차 중 가장 수수했지만 가장 매력적이었다. 세 명의 기자가 만장일치로 재규어의 스타일을 택했을 정도. “지붕에서 트렁크 끝단까지 우아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마음을 사로잡는다”며 이인주 기자는 쿠페에 가까운 우아한 실루엣을 높이 평했고, “단아한 얼굴에 강인한 카리스마가 담겨 있다”고 이수진 편집장은 잘생긴 얼굴을 칭찬했다. 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세대 XF의 스타일이 무르익은 XE는 단지 비율과 볼륨만으로 가장 멋스럽다. 기본이 받쳐주니 화려한 범퍼와 19인치 휠을 두른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시승단의 마음을 이끌었다. 마치 화려한 아이돌보다 수수한 배우의 모습에 마음이 가는 것처럼.​​비교적 수수한 XE의 앞모습개구부가 매우 적은 모습에서 재규어가 이 차의 강성에 얼마나 신경썼는지 엿볼 수 있다​XE가 우아한 맵시를 뽐냈다면 G70은 역동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엊그제 출시한 신차답게 차체의 튀어나온 곳과 들어간 곳이 명확히 구분돼 빛과 어둠이 뚜렷하게 맺힌다. 여기에 애프터마켓 느낌 물씬 풍기는 19인치 휠과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등이 긴장감을 더한다. 단, 얼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오늘 모인 세 명의 시승자 중 두 명이 호, 한 명이 불호였다. 잘 달릴 것 같은 강인한 인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릴과 헤드램프, 크롬 장식 등이 조화롭지 못해 다소 조잡하다. 게다가 인피니티를 조금 닮은 구석도 있고. 참고로 불호를 던진 사람은 필자다.​​370마력의 성능만큼이나 앞부분을 화려하게 꾸몄다​오늘 모인 세 대의 차 중 가장 인상이 뚜렷하다​Q50은 두 대의 호빗 사이에서 여유를 뽐낸다. 길쭉한 휠베이스와 차체 덕분에 한 체급 위로 보일 정도. 덕분에 비율이 시원스럽다. 다소 둔해 보일 수 있는 큰 차체를 납작한 보닛과 날렵한 실루엣으로 가벼워 보이게 한 부분도 시승단의 칭찬을 자아냈다. 다만 2014년 선보인 스타일은 최근 부분변경으로 회춘을 노렸음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큼직한 19인치 휠과 4피스톤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간다​ 최근 부분변경으로 테일램프가 세련되게 바뀌었다 ​낭만과 이성, 그리고 과시세 차의 실내를 보고 있으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더 과시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당당한 재규어의 실내는 가장 단아했고, 노쇠한 인피니티는 덤덤했으며, 후발주자 제네시스는 눈이 부시게 화려했다. 하지만 화려하다는 말이 곧 매력적이란 뜻은 아니다. XE는 나머지 두 대에 비하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했지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인주 기자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낭만적이야, 게다가 오렌지 색감 실내도 이 차를 더욱 값지게 만들어”라며 XE 실내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재규어 특유의 문짝 위부터 대시보드 뒤쪽으로 이어지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은 이 차가 지루한 고급차가 아니라 고유의 색채를 간직한 특색 있는 고급차라는 걸 대변한다. 회전식 변속레버와 독특한 도어트림도 마찬가지. 제네시스와 인피니티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XE는 버튼 하나하나 섬세하게 배치해 스타일의 완성도가 높다 ​ 좁지만 탈 만한 뒷좌석. 시트가 가운데로 몰린 편이어서 다섯 명이 앉기엔 부담스럽다 ​G70은 후발주자인 만큼 가장 화려하다. 스웨이드 질감의 헤드라이너와 리얼 알루미늄 장식. 퀼팅 패턴 나파가죽 시트 등은 동급에선 찾아보기 힘든 소재. 만듦새나 마감도 다른 제네시스처럼 나무랄 데 없이 치밀하다. G70을 살펴본 이수진 편집장은 “브랜드 밸류에서 밀리는 회사가 흔히 쓰는 전략이긴 하지만, G70이 동급 차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제네시스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때문에 등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감동은 없었다.​​스웨이드 질감의 헤드라이너와 리얼 메탈 장식, 그리고 퀼팅 패턴 등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XE처럼 좁지만 앉는 자세는 안락한 편이다​ Q50 역시 실내에 고급 소재를 듬뿍 썼지만 스타일은 지루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특색도 없어 한 세대 전 그랜저급 세단을 보는 느낌. 위아래로 나눈 두 개의 모니터는 당시엔 첨단이었겠으나 지금은 1세대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그래도 공간만큼은 Q50이 으뜸이다. 길이가 4,810mm에 달해 뒷좌석이 가장 널찍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공간으로 G70과 XE는 물론 3시리즈와 C클래스 등 모든 D세그먼트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공략했다. 잘 달리는 세단을 갖고 싶지만, 뒷좌석공간도 포기할 수 없다면 Q50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터다. 참고로 XE와 G70의 뒷좌석은 거의 도토리 키 재기였다. 키 177cm 기자가 앞좌석에 탔을 때를 가정하면 무릎공간이 한 뼘 하고 조금 남는 수준. Q50을 제외한 두 차는 사이좋게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 위아래 두 개의 모니터가 들어간다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넓은 뒷좌석​​​스카이라인의 후예 Q50세 대의 시동을 걸었다. 한쪽은 무음, 한쪽은 나지막한 진동,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덜덜덜……. 세 대의 시승차는 D세그먼트라는 터울로 모였지만, 미안하게도 파워트레인은 제각각이다. 3.3L 가솔린 터보 G70과 2.0L 디젤 XE, 하이브리드 Q50. 사실 380마력의 XE S만 가져왔더라도 좋은 그림이 됐을 텐데, 각 브랜드 사정상 이게 최선이었다. ‘차는 파워트레인이 다가 아니니까!’라고 위안 삼으며 우리는 충남의 시승 코스로 향했다.​​​먼저 인피니티 Q50에 올랐다. 전기모터가 달린 하이브리드답게 공회전 소음은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V6 3.5L 엔진의 잠귀가 워낙 밝아 가속 페달을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바로 ‘우르릉’거리며 깨어난다. 주행 중 엔진출력이 연결될 때의 충격도 최신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다소 거친 편. 하지만 이후의 정숙성은 VQ 엔진답게 고요하다. 묵직하게 충격을 거르는 댐퍼와 흔들림을 여유롭게 상쇄시키는 동급 최대 휠베이스도 저속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는다.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전기모터에 항속을 맡기고 쉬고 있던 V6 엔진이 부리나케 깨어나 힘을 보탠다. 변속기가 기어를 낮추고 엔진이 힘을 더하는 일련의 과정은 제법 일사불란하다. 가속 준비가 끝나면 367마력의 강력한 출력이 1.8톤의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낸다. 시속 100km까지 단 5초대 초반에 끊어버리고 시속 200km까지도 거침없이 질주한다. 속 시원한 가속감과 V6 엔진이 들려주는 풍부한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엔진 뒤에서 열심히 돌고 있을 전기모터의 존재는 잊어버린다. 하지만 이 차가 닛산 스카이라인의 후예라는 걸 실감한 건 동력성능보다 더 대단한 안정감 때문이다. 다른 두 대의 차가 불안한 기색 없이 달리는 수준이라면, 이 차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바닥에 착 가라앉는다. 체감상 무게중심이 굉장히 낮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 바닥을 움켜쥐는 느낌이다. 시속 200km에서 요철을 만나도 금세 자세를 추스르고 나아갔다. 닛산의 노하우와 앞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그리고 직진성 좋은 길쭉한 하체가 이뤄낸 하모니다.감동적인 안정감의 Q50을 뒤로하고 G70으로 갈아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살짝 낮은 의자 높이와 훨씬 고급스러운 실내. 현대-기아차에 물들어버린 기자는 마치 내 차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부드러운 회전의 6기통 터보 엔진과 저속에서의 댐퍼 반응은 Q50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를 얘기하자면 서스펜션이 아주 조금 더 무른 정도랄까.저속 느낌은 비슷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점점 차이가 드러난다. 일단 동력 성능은 Q50을 웃돈다. 3마력 더 높은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60kg 가벼운 차체 덕분에 보다 생동감 있게 속도를 높인다. 시속 200km를 넘어서면서 더뎌지는 Q50과 달리 시속 250km까지도 꾸준히 가속한다. 비슷한 출력임에도 두 차의 승패가 갈린 이유는 고속에서 힘이 빠지는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일 터. 다만 앞서 얘기했듯 안정감은 Q50이 한 수 위다. G70의 고속 안정감도 훌륭한 편이지만, Q50의 가라앉는 느낌은 없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XE는 4기통 디젤답게 덜덜 떨린다. ISG 덕분에 정차시 시동이 꺼지면 조용하긴 하지만 엔진이 켜졌을 때의 진동은 디젤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불쾌하다. 그래도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진동이 잦아들며 불쾌감이 가시고, 세 대 중 가장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우아하게 미끄러진다. Q50과 G70이 허용했던 노면의 작은 진동마저도 XE는 부드럽게 걸러냈다.다만 부드럽다고 출렁거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XE의 하체는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의 가장 진보된 구성. 게다가 D세그먼트에는 과분한 알루미늄제 차체는 높은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탄탄한 차체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어우러진 감각은 매우 세련됐다. 고속 안정감은 팽팽한 서스펜션의 G70과 비교해도 더 나으면 나았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고, 승차감은 세 대 중 가장 차분하다. 184마력의 엔진출력으로 경쟁차의 짜릿한 성능을 쫓는 건 무리였지만 말이다.​​​​예상밖의 반전세 대의 스포츠 세단이 고갯길 아래 모였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세단의 자격을 검증할 차례. 우리는 당연히 G70과 Q50이 선두에 서고, XE가 한참 뒤처질 것으로 예상했다. XE 디젤은 출력도 낮지만, 서스펜션도 가장 부드러웠으니까. 그렇게 G70, Q50, XE 순으로 주행을 시작했다.먼저 G70에 앉아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꾼 후 출발했다. 역시나 1,30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52.0kg·m의 강력한 성능으로 오르막길을 매섭게 공략한다. 첫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긴 후 방향을 틀자, 후륜구동답게 가뿐하게 앞이 방향을 틀고 뒤가 쫓아간다. 코너 중간 즈음부턴 다시 3.3L 엔진의 매서운 가속이 이어진다. 무게중심 이동이 정확하고 타이어가 끈끈하게 바닥을 붙드는 날카로운 느낌은 이전 국산차에선 엿볼 수 없던 감각. 내리막 코너가 이어지는 다운힐에선 더욱 성능이 도드라진다. 네바퀴굴림답게 앞뒤가 균일하게 미끄러져 비교적 안정되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연이은 코너와 직진 코스에서 룸미러 속 Q50은 자꾸만 작아졌다. 이어서 Q50에 올라탔다. Q50 역시 56.0kg·m의 성능으로 오르막을 호쾌하게 통과한다. 그렇게 첫 코너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앞바퀴가 급브레이크에 미끄러진다. 타이어 그립이 문제가 아니라 제동이 너무 거세게 들어갔던 것.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간엔 뒤를 흘리더니 자세제어장치가 격하게 개입한다. 한 세대 전 차들의 자세제어장치가 켜질 때의 그 감각이다. 이렇게 코너에서 허둥대는 동안 직선에서 멀어졌던 XE가 Q50의 꽁무니에 바짝 붙었다. 아무래도 무거운 하이브리드 장치와 덩치 때문에 바닥을 붙들기 힘들었을 터.  자만했던 자신을 타이르며 두 번째 코너로 진입했다. 그런데 또 여지없이 앞바퀴가 바닥을 놓친다. 이건 몇 번의 코너를 더 돌아보고 느낀 건데, Q50은 브레이크 반응이 마치 계단식 같다.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중간에 페달이 무거워지는 부분에 닿는 순간 제동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부드럽게 제어해보려고 해봤지만, 이 브레이크 시스템은 격한 주행에서 부드러운 제어가 매우 힘들다. 회생제동이 더해진 하이브리드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코너에서 허둥댈 때마다 XE는 비웃기라도 하듯 바짝 붙었다. 물론 G70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우리는 두 번째 주행을 마치고 XE와 Q50의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Q50 때문에 XE가 제대로 달릴 수 없었으니까. 367마력의 Q50이 180마력짜리 XE에게 앞자리를 내준 것이다. XE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자, 확실히 다른 두 차보다 가속이 느리다. Q50이 자존심을 설욕하려는 듯 바짝 붙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너. 브레이크를 밟자 부드러운 서스펜션만큼 하중이동이 크다. 제동하는 과정은 Q50에 비하면 정말 부드럽다. 그리고 매끈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분명 서스펜션은 가장 무르지만 토크 벡터링과 AWD가 어우러진 코너링 성능만큼은 선두에 선 G70보다 더 낫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코너 중간 즈음 재가속시에도 8단 변속기가 적극적으로 높은 rpm을 유지해, 43.9kg·m의 토크로 즉각 가속한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Q50은 점점 멀어지고, G70은 가까워졌다. G70과 직선 구간에서 벌어진 거리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주행을 마치고 우리는 하나같이 XE를 칭찬하기 바빴다. 이인주 기자는 “XE는 운전자에게 차의 움직임을 충분히 전달해 모든 과정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덕분에 운전자는 물 찬 제비처럼 다음 코너를 대비할 수 있다”고 느낌을 표현했다. 기자의 감상으로는 운전자가 예상하는 궤적을 그리며 미끄러지는 모습에서 매우 뛰어난 밸런스를 엿볼 수 있었다. 고갯길에서의 승자는 3.3L 터보의 G70도, 하이브리드 Q50도 아닌 180마력 디젤 XE였다. 후발주자 제네시스와 인피니티가 화려한 힘을 뽐냈지만 오랜 역사로 담금질된 재규어의 노하우를 넘어서지는 못한 것이다. 380마력짜리 XE S를 가져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호사스러운 G70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깔린 오후 8시 무렵, 촬영과 시승이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서울로 돌아가는 일뿐. 모두가 원했던 편의사양 가득한 G70은 편집장님 차지였고, 나머지 기자들은 Q50과 XE를 나눠 탔다. 필자의 차지가 된 건 XE. 승차감은 세 대 중 가장 편안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첨단장치는 없다. G70은 짧게나마 거의 반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고, Q50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발을 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완성도는 가장 최신 장비를 얹은 G70이 가장 높았고, Q50은 차선이탈방지장치의 개입이 너무 늦어 이름 그대로 이탈방지만 해주는 수준이었다. XE는 그냥 없었다. 뭐, 운전이 즐거운 스포츠 세단이니까 딱히 흠잡고 싶지는 않다.​​​하지만 편집장님은 번거로운 일을 맡아야 했다. 시승하는 동안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G70의 연료탱크를 다시 채워야 했던 것. 3.3L 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가속력의 대가다. G70 3.3T AWD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8.6km. 하지만 시원하게 내달리다 보면 평균연비가 리터당 4km대로 떨어지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XE와 Q50은 서울까지 무리 없이 달렸다. 두 차의 공인연비는 각각 리터당 13.8km와 12km. XE야 디젤이니 당연히 좋겠지만 Q50은 G70에 버금갈 정도로 빠른데도 하이브리드 기술 덕분에 연비가 대단하다. 시승 중 G70만큼이나 쏘아붙였음에도 평균연비는 리터당 8km대를 유지했다. 시속 100km 정도의 고속에서 EV 모드로 엔진을 틈틈이 잠재운 결과다. 참고로 G70도 고속에서 가속 페달을 떼면 자동으로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꾸는 기능이 있지만 가속할 때 기름을 워낙 많이 태워 효과는 미미했다. XE는 그런 잔기술 없이 디젤 엔진과 8단 변속기만으로 가장 멀리 달렸다.고성능과 고효율을 아우르는 인피니티 Q50, 수수하지만 완성도 높은 재규어 XE, 화려함으로 무장한 제네시스 G70. 각기 개성 뚜렷한 세 도전자의 순위를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차를 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으니까. 결국 평가는 갈렸고, 승자는 2:1로 어렵사리 정해졌다. 이날의 승자는 재규어 XE다. 헤리티지를 품은 우아한 스타일과 독창적인 실내, 그리고 균형잡힌 주행성능이 우리를 매료시켰다. 특히 고갯길을 전광석화처럼 누비던 재규어의 감각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재규어가 후배들 앞에서 선배의 위용을 지켜냈다. 나머지 한 표는 제네시스 G70에게 돌아갔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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