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참 좋은데 말이야, 쉐보레 크루즈 디젤 2017-12-07
CHEVROLET CRUZE DIESEL참 좋은데 말이야크루즈는 너무 잘 만들었다. 그게 문제다.​​​크루즈가 추락 중이다. 신차 효과로 훨훨 날아야 될 따끈따끈한 신차가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더니, 지난 10월에는 고작 297대 판매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출시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SM3 판매량(67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우 심각한 상황.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쉐보레는 크루즈 디젤을 꺼내들었다. 1.4 터보 엔진만 있던 라인업에 선택지를 늘린 건 분명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가격이 차급을 초월했다. 쉽지 않다.​짙게 밴 미국의 향기미국차는 ‘큰 손’으로 만든 차다. 크고 화려하지만 섬세함은 다소 떨어지는 게 여태까지 미국차의 특징이었다. 최근 들어 색깔이 옅어지고 있긴 하지만 본질은 여전하다.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중형 세단을 넘보는 거대한 크기와 화려한 스타일은 미국 태생다운 모습. 그리고 약 3,000만원짜리 준중형 세단에 LED는커녕 HID 헤드램프도 없고, 일반 전구타입 테일램프를 쓰는 무심함 역시 미국에서 설계된 차답다. 사실 개인적으론 자잘한 데 신경 쓰지 않고 큼직하게 멋을 낸 대담함이 맘에 들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무심함이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큰 크기와 고급스러운 장식 덕분에 중형 세단만큼 고급스럽다​​모든 사양이 들어간 풀옵션 크루즈에도 HID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는 없다​50만원짜리 LTZ 어피어런스 패키지를 적용하면 18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가 달린다​그래도 덩치의 위용만큼은 중형 세단에 버금간다. 동급 최대 4,665mm의 길이는 과거 중형 세단 레간자보다 겨우 5mm 짧은 수준. 여기에 18인치 휠과 곳곳의 크롬 장식이 어우러져 중형 세단을 넘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챙겼다. 다만 길쭉하다고 중형 세단의 늘씬한 맛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길이와 함께 높이도 1,475mm로 동급 최고이기 때문에 오히려 살짝 껑충해 보인다. 이 차를 촬영한 사진 기자는 “멧돼지 같이 두꺼워 멋스럽게 찍기 힘들다”며 투덜대기도 했다. 미국 크루즈의 선택 사양인 서스펜션 로워링 킷이 새삼 부럽다.높고 긴 차체만큼 실내는 널찍하다. 낮은 의자에 앉아 바라보면 멀리 뻗어 있는 A필러와 대시보드 뒤쪽으로 넓게 둘러진 랩 어라운드 스타일 덕분에 큰 차에 앉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 번쩍이는 크롬 장식과 화사한 브라운 가죽이 더해져 분위기만큼은 탈 준중형급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특히 최신 아반떼의 실내가 지루하게 바뀐 탓에 이 차의 개성 있는 실내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 화사하게 멋을 낸 실내 트렁크와 몇몇 설정이 잠기는 발렛 모드 ​ 손에 닿는 곳곳의 질감도 제법 신경 써 미국차의 호방함을 꼼꼼히 가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자세히 보면 손과 눈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엔 어김없이 거친 마감이 드러난다. 번쩍이는 센터페시아 아래 센터콘솔 연결 부위는 두텁게 벌어져 있고, USB 단자는 마치 상용차의 그것처럼 투박하다. 흔들리는 보닛 레버도 마찬가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런 조금의 차이가 좋은 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에 흠집을 낸다.​더 강력한 힘을 강구하는 차체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이 부드럽게 깨어난다. 사실 쉐보레가 ‘위스퍼 디젤’이라고 강조할 때만 해도 그 시끄러운 레간자를 ‘쉿 레간자’라며 공갈했던 전적이 있던 터라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 엔진은 진짜로 조용하다. 엔진이 차가울 땐 일반 디젤보다 약간 더 조용한 정도인데, 엔진이 달궈지면 4기통 가솔린 엔진 못지않게 잦아든다. 서서히 움직여 봐도 엔진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런데 엔진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서스펜션 완성도다. 무른 스프링에 단단한 댐퍼가 짝지어진 듯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묵직하게 반동을 억제한다. 넓은 공간감의 실내와 말끔한 승차감이 어우러진 주행감은 확실히 준중형 세단보다 큰 차에 가깝다. 다만 주행 중 하이브리드 차의 모터 소음 같은 ‘위잉’ 소리가 들리는데,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최대토크 32.6kg·m의 제원에서 엿볼 수 있듯 가속은 강력한 토크로 묵직하게 이뤄진다. 최고출력은 134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가 강력해 가속감은 2.0L 가솔린 세단에 버금간다. 시속 160km까지 금방이고, 시속 200km까지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요즘 차답게 불안한 기색은 없다. 최신 준중형 세단의 평균 수준으로 과거 대우차 특유의 착 가라앉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잘 달린다.​​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성능을 내는 1.6L 디젤 엔진​여기까진 크루즈 성능의 맛보기였다. 이 차의 진가는 좌우로 굽이치는 고갯길을 달릴 때 비로소 드러난다. 크루즈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찾은 경기도의 한 고갯길. 경사가 심하고 헤어핀 구간이 연달아 이어지는 코스로, 먼저 오르막 구간부터 찾았다. 역시 디젤 엔진답게 힘든 기색 없이 풍부한 토크로 오르막을 박차고 올라간다. 첫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를 밟자, 다른 쉐보레가 그렇듯 부드럽게 감속한다. 앞을 숙이는 노즈 다이브도 잘 억제됐다. 이어 운전대를 꺾으면 전륜구동 차답지 않게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제법 잘 다져진 기본기에 속도를 더 높여봐도 주행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과속으로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부드럽게 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내리막 주행에선 쉐보레가 그토록 자랑하는 튼튼한 골격과 무게중심이 빛을 발한다. 앞이 무거워 당연히 언더스티어가 발생해야 할 FF 디젤 세단이 내리막 코너에서 마치 후륜구동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오히려 속도를 높이면 때때로 뒤가 미끄러질 정도. 이전에 탔던 말리부 2.0 터보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꽤나 빠져 있다. 덕분에 운전자는 자신 있게 코너에 차를 내던질 수 있다. 엔진출력보다 차체의 전체적인 균형이 더 빼어난 모습이다. 차체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엔 1.6L 디젤 엔진의 출력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가성비’의 아쉬움크루즈는 정속주행 때의 말끔한 승차감에서도 차체의 완성도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승차감만으로 편안함을 논하기엔 시대가 변했다.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도움으로 운전의 긴장감까지 덜어주는 게 요즘 차의 편안함이다. 이런 점에서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부재는 못내 아쉽다. 긴급제동장치는커녕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없어 고속주행에서 발을 쉴 수 없다. 준중형 세단에서 뭘 더 바라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94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동급 아반떼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도 이런 장비들을 지원하니 말이다. 그래도 풀옵션 아반떼에 없는 차선이탈방지장치는 크루즈만의 장점이다.연비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총 442km를 시승하는 동안 리터당 13km의 효율을 보였다. 일상적인 주행보다 가혹했던 시승 환경을 감안하면 썩 준수한 수준. 참고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15.5km다. 조금만 부드럽게 주행해도 연비가 쑥쑥 오르니 맘만 먹으면 공인연비 이상의 효율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크루즈는 분명 잘 만든 차다. 큰 차체와 화사한 실내, 그리고 급을 뛰어넘는 완성도의 섀시까지. 그런데 선뜻 추천할 수가 없다. 역시나 가격이 문제다. 비싼 가격만큼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쉐보레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내 준중형차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나 편의사양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이전 크루즈처럼 고성능으로 자리매김하려 해도 멀티링크에 204마력을 내는 2,000만원짜리 아반떼 스포츠에 가로막힌다. 여러모로 진퇴양난이다. 어쩌면 지금 크루즈에 필요한 건 비싼 디젤이 아니라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1.6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이병주​
CHALLENGERS 2017-12-05
CHALLENGERS독일차가 펼쳐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격전지, D세그먼트 시장에 뛰어든 세 대의 스포츠 세단. 한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세 개의 창은 철옹성 같은 독일 방패를 꿰뚫을 수 있을까?​​​이런 차를 비교하는 건 에디터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성격이 거기서 거기인 차들을 비교하다 보면 맥이 빠지기 마련인데, 오늘 모인 차들은 자장면과 파스타처럼 같은 세그먼트일지라도 맛과 향이 제각각이다. 치밀한 제네시스와 고상한 재규어, 그리고 날카로운 인피니티. 프리미엄 브랜드 입문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겨야 할 사명을 띤 만큼 작은 몸집임에도 각 브랜드의 성격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물론 독일차에 버금가는 품질도 함께. 아, 오래된 인피니티는 한 세대 전 독일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지만.​ ​쌩얼도 아름다운 XE재규어는 이번 비교 시승이 분명 못 미더울 거다. 한때 독일차보다 인정받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도전자’들 사이에 끼어 있다니 기분 나쁠 만도 하다. 그래도 어쩌랴. D 세그먼트 시장에서 재규어는 도전자가 맞다. 다만, 자부심에서 비롯된 당당한 스타일만큼은 도전자 레벨이 아니었다. 재규어는 세 대의 차 중 가장 수수했지만 가장 매력적이었다. 세 명의 기자가 만장일치로 재규어의 스타일을 택했을 정도. “지붕에서 트렁크 끝단까지 우아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마음을 사로잡는다”며 이인주 기자는 쿠페에 가까운 우아한 실루엣을 높이 평했고, “단아한 얼굴에 강인한 카리스마가 담겨 있다”고 이수진 편집장은 잘생긴 얼굴을 칭찬했다. 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세대 XF의 스타일이 무르익은 XE는 단지 비율과 볼륨만으로 가장 멋스럽다. 기본이 받쳐주니 화려한 범퍼와 19인치 휠을 두른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시승단의 마음을 이끌었다. 마치 화려한 아이돌보다 수수한 배우의 모습에 마음이 가는 것처럼.​​비교적 수수한 XE의 앞모습개구부가 매우 적은 모습에서 재규어가 이 차의 강성에 얼마나 신경썼는지 엿볼 수 있다​XE가 우아한 맵시를 뽐냈다면 G70은 역동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엊그제 출시한 신차답게 차체의 튀어나온 곳과 들어간 곳이 명확히 구분돼 빛과 어둠이 뚜렷하게 맺힌다. 여기에 애프터마켓 느낌 물씬 풍기는 19인치 휠과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등이 긴장감을 더한다. 단, 얼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오늘 모인 세 명의 시승자 중 두 명이 호, 한 명이 불호였다. 잘 달릴 것 같은 강인한 인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릴과 헤드램프, 크롬 장식 등이 조화롭지 못해 다소 조잡하다. 게다가 인피니티를 조금 닮은 구석도 있고. 참고로 불호를 던진 사람은 필자다.​​370마력의 성능만큼이나 앞부분을 화려하게 꾸몄다​오늘 모인 세 대의 차 중 가장 인상이 뚜렷하다​Q50은 두 대의 호빗 사이에서 여유를 뽐낸다. 길쭉한 휠베이스와 차체 덕분에 한 체급 위로 보일 정도. 덕분에 비율이 시원스럽다. 다소 둔해 보일 수 있는 큰 차체를 납작한 보닛과 날렵한 실루엣으로 가벼워 보이게 한 부분도 시승단의 칭찬을 자아냈다. 다만 2014년 선보인 스타일은 최근 부분변경으로 회춘을 노렸음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큼직한 19인치 휠과 4피스톤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간다​ 최근 부분변경으로 테일램프가 세련되게 바뀌었다 ​낭만과 이성, 그리고 과시세 차의 실내를 보고 있으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더 과시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당당한 재규어의 실내는 가장 단아했고, 노쇠한 인피니티는 덤덤했으며, 후발주자 제네시스는 눈이 부시게 화려했다. 하지만 화려하다는 말이 곧 매력적이란 뜻은 아니다. XE는 나머지 두 대에 비하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했지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인주 기자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낭만적이야, 게다가 오렌지 색감 실내도 이 차를 더욱 값지게 만들어”라며 XE 실내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재규어 특유의 문짝 위부터 대시보드 뒤쪽으로 이어지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은 이 차가 지루한 고급차가 아니라 고유의 색채를 간직한 특색 있는 고급차라는 걸 대변한다. 회전식 변속레버와 독특한 도어트림도 마찬가지. 제네시스와 인피니티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XE는 버튼 하나하나 섬세하게 배치해 스타일의 완성도가 높다 ​ 좁지만 탈 만한 뒷좌석. 시트가 가운데로 몰린 편이어서 다섯 명이 앉기엔 부담스럽다 ​G70은 후발주자인 만큼 가장 화려하다. 스웨이드 질감의 헤드라이너와 리얼 알루미늄 장식. 퀼팅 패턴 나파가죽 시트 등은 동급에선 찾아보기 힘든 소재. 만듦새나 마감도 다른 제네시스처럼 나무랄 데 없이 치밀하다. G70을 살펴본 이수진 편집장은 “브랜드 밸류에서 밀리는 회사가 흔히 쓰는 전략이긴 하지만, G70이 동급 차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제네시스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때문에 등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감동은 없었다.​​스웨이드 질감의 헤드라이너와 리얼 메탈 장식, 그리고 퀼팅 패턴 등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XE처럼 좁지만 앉는 자세는 안락한 편이다​ Q50 역시 실내에 고급 소재를 듬뿍 썼지만 스타일은 지루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특색도 없어 한 세대 전 그랜저급 세단을 보는 느낌. 위아래로 나눈 두 개의 모니터는 당시엔 첨단이었겠으나 지금은 1세대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그래도 공간만큼은 Q50이 으뜸이다. 길이가 4,810mm에 달해 뒷좌석이 가장 널찍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공간으로 G70과 XE는 물론 3시리즈와 C클래스 등 모든 D세그먼트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공략했다. 잘 달리는 세단을 갖고 싶지만, 뒷좌석공간도 포기할 수 없다면 Q50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터다. 참고로 XE와 G70의 뒷좌석은 거의 도토리 키 재기였다. 키 177cm 기자가 앞좌석에 탔을 때를 가정하면 무릎공간이 한 뼘 하고 조금 남는 수준. Q50을 제외한 두 차는 사이좋게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 위아래 두 개의 모니터가 들어간다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넓은 뒷좌석​​​스카이라인의 후예 Q50세 대의 시동을 걸었다. 한쪽은 무음, 한쪽은 나지막한 진동,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덜덜덜……. 세 대의 시승차는 D세그먼트라는 터울로 모였지만, 미안하게도 파워트레인은 제각각이다. 3.3L 가솔린 터보 G70과 2.0L 디젤 XE, 하이브리드 Q50. 사실 380마력의 XE S만 가져왔더라도 좋은 그림이 됐을 텐데, 각 브랜드 사정상 이게 최선이었다. ‘차는 파워트레인이 다가 아니니까!’라고 위안 삼으며 우리는 충남의 시승 코스로 향했다.​​​먼저 인피니티 Q50에 올랐다. 전기모터가 달린 하이브리드답게 공회전 소음은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V6 3.5L 엔진의 잠귀가 워낙 밝아 가속 페달을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바로 ‘우르릉’거리며 깨어난다. 주행 중 엔진출력이 연결될 때의 충격도 최신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다소 거친 편. 하지만 이후의 정숙성은 VQ 엔진답게 고요하다. 묵직하게 충격을 거르는 댐퍼와 흔들림을 여유롭게 상쇄시키는 동급 최대 휠베이스도 저속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는다.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전기모터에 항속을 맡기고 쉬고 있던 V6 엔진이 부리나케 깨어나 힘을 보탠다. 변속기가 기어를 낮추고 엔진이 힘을 더하는 일련의 과정은 제법 일사불란하다. 가속 준비가 끝나면 367마력의 강력한 출력이 1.8톤의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낸다. 시속 100km까지 단 5초대 초반에 끊어버리고 시속 200km까지도 거침없이 질주한다. 속 시원한 가속감과 V6 엔진이 들려주는 풍부한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엔진 뒤에서 열심히 돌고 있을 전기모터의 존재는 잊어버린다. 하지만 이 차가 닛산 스카이라인의 후예라는 걸 실감한 건 동력성능보다 더 대단한 안정감 때문이다. 다른 두 대의 차가 불안한 기색 없이 달리는 수준이라면, 이 차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바닥에 착 가라앉는다. 체감상 무게중심이 굉장히 낮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 바닥을 움켜쥐는 느낌이다. 시속 200km에서 요철을 만나도 금세 자세를 추스르고 나아갔다. 닛산의 노하우와 앞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그리고 직진성 좋은 길쭉한 하체가 이뤄낸 하모니다.감동적인 안정감의 Q50을 뒤로하고 G70으로 갈아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살짝 낮은 의자 높이와 훨씬 고급스러운 실내. 현대-기아차에 물들어버린 기자는 마치 내 차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부드러운 회전의 6기통 터보 엔진과 저속에서의 댐퍼 반응은 Q50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를 얘기하자면 서스펜션이 아주 조금 더 무른 정도랄까.저속 느낌은 비슷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점점 차이가 드러난다. 일단 동력 성능은 Q50을 웃돈다. 3마력 더 높은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60kg 가벼운 차체 덕분에 보다 생동감 있게 속도를 높인다. 시속 200km를 넘어서면서 더뎌지는 Q50과 달리 시속 250km까지도 꾸준히 가속한다. 비슷한 출력임에도 두 차의 승패가 갈린 이유는 고속에서 힘이 빠지는 전기모터의 특성 때문일 터. 다만 앞서 얘기했듯 안정감은 Q50이 한 수 위다. G70의 고속 안정감도 훌륭한 편이지만, Q50의 가라앉는 느낌은 없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XE는 4기통 디젤답게 덜덜 떨린다. ISG 덕분에 정차시 시동이 꺼지면 조용하긴 하지만 엔진이 켜졌을 때의 진동은 디젤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불쾌하다. 그래도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진동이 잦아들며 불쾌감이 가시고, 세 대 중 가장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우아하게 미끄러진다. Q50과 G70이 허용했던 노면의 작은 진동마저도 XE는 부드럽게 걸러냈다.다만 부드럽다고 출렁거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XE의 하체는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의 가장 진보된 구성. 게다가 D세그먼트에는 과분한 알루미늄제 차체는 높은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탄탄한 차체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어우러진 감각은 매우 세련됐다. 고속 안정감은 팽팽한 서스펜션의 G70과 비교해도 더 나으면 나았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고, 승차감은 세 대 중 가장 차분하다. 184마력의 엔진출력으로 경쟁차의 짜릿한 성능을 쫓는 건 무리였지만 말이다.​​​​예상밖의 반전세 대의 스포츠 세단이 고갯길 아래 모였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세단의 자격을 검증할 차례. 우리는 당연히 G70과 Q50이 선두에 서고, XE가 한참 뒤처질 것으로 예상했다. XE 디젤은 출력도 낮지만, 서스펜션도 가장 부드러웠으니까. 그렇게 G70, Q50, XE 순으로 주행을 시작했다.먼저 G70에 앉아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꾼 후 출발했다. 역시나 1,30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52.0kg·m의 강력한 성능으로 오르막길을 매섭게 공략한다. 첫 코너 진입 전, 브레이크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긴 후 방향을 틀자, 후륜구동답게 가뿐하게 앞이 방향을 틀고 뒤가 쫓아간다. 코너 중간 즈음부턴 다시 3.3L 엔진의 매서운 가속이 이어진다. 무게중심 이동이 정확하고 타이어가 끈끈하게 바닥을 붙드는 날카로운 느낌은 이전 국산차에선 엿볼 수 없던 감각. 내리막 코너가 이어지는 다운힐에선 더욱 성능이 도드라진다. 네바퀴굴림답게 앞뒤가 균일하게 미끄러져 비교적 안정되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연이은 코너와 직진 코스에서 룸미러 속 Q50은 자꾸만 작아졌다. 이어서 Q50에 올라탔다. Q50 역시 56.0kg·m의 성능으로 오르막을 호쾌하게 통과한다. 그렇게 첫 코너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앞바퀴가 급브레이크에 미끄러진다. 타이어 그립이 문제가 아니라 제동이 너무 거세게 들어갔던 것.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간엔 뒤를 흘리더니 자세제어장치가 격하게 개입한다. 한 세대 전 차들의 자세제어장치가 켜질 때의 그 감각이다. 이렇게 코너에서 허둥대는 동안 직선에서 멀어졌던 XE가 Q50의 꽁무니에 바짝 붙었다. 아무래도 무거운 하이브리드 장치와 덩치 때문에 바닥을 붙들기 힘들었을 터.  자만했던 자신을 타이르며 두 번째 코너로 진입했다. 그런데 또 여지없이 앞바퀴가 바닥을 놓친다. 이건 몇 번의 코너를 더 돌아보고 느낀 건데, Q50은 브레이크 반응이 마치 계단식 같다.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중간에 페달이 무거워지는 부분에 닿는 순간 제동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부드럽게 제어해보려고 해봤지만, 이 브레이크 시스템은 격한 주행에서 부드러운 제어가 매우 힘들다. 회생제동이 더해진 하이브리드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코너에서 허둥댈 때마다 XE는 비웃기라도 하듯 바짝 붙었다. 물론 G70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우리는 두 번째 주행을 마치고 XE와 Q50의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Q50 때문에 XE가 제대로 달릴 수 없었으니까. 367마력의 Q50이 180마력짜리 XE에게 앞자리를 내준 것이다. XE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자, 확실히 다른 두 차보다 가속이 느리다. Q50이 자존심을 설욕하려는 듯 바짝 붙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너. 브레이크를 밟자 부드러운 서스펜션만큼 하중이동이 크다. 제동하는 과정은 Q50에 비하면 정말 부드럽다. 그리고 매끈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분명 서스펜션은 가장 무르지만 토크 벡터링과 AWD가 어우러진 코너링 성능만큼은 선두에 선 G70보다 더 낫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코너 중간 즈음 재가속시에도 8단 변속기가 적극적으로 높은 rpm을 유지해, 43.9kg·m의 토크로 즉각 가속한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Q50은 점점 멀어지고, G70은 가까워졌다. G70과 직선 구간에서 벌어진 거리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주행을 마치고 우리는 하나같이 XE를 칭찬하기 바빴다. 이인주 기자는 “XE는 운전자에게 차의 움직임을 충분히 전달해 모든 과정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덕분에 운전자는 물 찬 제비처럼 다음 코너를 대비할 수 있다”고 느낌을 표현했다. 기자의 감상으로는 운전자가 예상하는 궤적을 그리며 미끄러지는 모습에서 매우 뛰어난 밸런스를 엿볼 수 있었다. 고갯길에서의 승자는 3.3L 터보의 G70도, 하이브리드 Q50도 아닌 180마력 디젤 XE였다. 후발주자 제네시스와 인피니티가 화려한 힘을 뽐냈지만 오랜 역사로 담금질된 재규어의 노하우를 넘어서지는 못한 것이다. 380마력짜리 XE S를 가져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호사스러운 G70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깔린 오후 8시 무렵, 촬영과 시승이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서울로 돌아가는 일뿐. 모두가 원했던 편의사양 가득한 G70은 편집장님 차지였고, 나머지 기자들은 Q50과 XE를 나눠 탔다. 필자의 차지가 된 건 XE. 승차감은 세 대 중 가장 편안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첨단장치는 없다. G70은 짧게나마 거의 반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고, Q50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발을 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첨단 주행보조장치의 완성도는 가장 최신 장비를 얹은 G70이 가장 높았고, Q50은 차선이탈방지장치의 개입이 너무 늦어 이름 그대로 이탈방지만 해주는 수준이었다. XE는 그냥 없었다. 뭐, 운전이 즐거운 스포츠 세단이니까 딱히 흠잡고 싶지는 않다.​​​하지만 편집장님은 번거로운 일을 맡아야 했다. 시승하는 동안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G70의 연료탱크를 다시 채워야 했던 것. 3.3L 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가속력의 대가다. G70 3.3T AWD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8.6km. 하지만 시원하게 내달리다 보면 평균연비가 리터당 4km대로 떨어지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XE와 Q50은 서울까지 무리 없이 달렸다. 두 차의 공인연비는 각각 리터당 13.8km와 12km. XE야 디젤이니 당연히 좋겠지만 Q50은 G70에 버금갈 정도로 빠른데도 하이브리드 기술 덕분에 연비가 대단하다. 시승 중 G70만큼이나 쏘아붙였음에도 평균연비는 리터당 8km대를 유지했다. 시속 100km 정도의 고속에서 EV 모드로 엔진을 틈틈이 잠재운 결과다. 참고로 G70도 고속에서 가속 페달을 떼면 자동으로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꾸는 기능이 있지만 가속할 때 기름을 워낙 많이 태워 효과는 미미했다. XE는 그런 잔기술 없이 디젤 엔진과 8단 변속기만으로 가장 멀리 달렸다.고성능과 고효율을 아우르는 인피니티 Q50, 수수하지만 완성도 높은 재규어 XE, 화려함으로 무장한 제네시스 G70. 각기 개성 뚜렷한 세 도전자의 순위를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차를 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으니까. 결국 평가는 갈렸고, 승자는 2:1로 어렵사리 정해졌다. 이날의 승자는 재규어 XE다. 헤리티지를 품은 우아한 스타일과 독창적인 실내, 그리고 균형잡힌 주행성능이 우리를 매료시켰다. 특히 고갯길을 전광석화처럼 누비던 재규어의 감각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재규어가 후배들 앞에서 선배의 위용을 지켜냈다. 나머지 한 표는 제네시스 G70에게 돌아갔다.​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더욱 빠르고 더욱 편하게, 마세라티 기블리 S Q4 2017-11-30
 더욱 빠르고 더욱 편하게MASERATI GHIBLI S Q4 GRAND SPORT​디자인과 성능을 다듬은 마세라티 기블리가 최신 주행보조 시스템까지 더해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전통적인 고급차 세계에서는 대개 오랜 역사와 희소성, 장인들에 의한 수제작 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그런데 새롭게 주목받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IT와 운전보조장비 같은 첨단 전자장비들의 존재다. 그 변화의 속도는 눈부실 정도여서 제조사나 고객 모두를 당황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구입한 지 불과 2~3년밖에 안 되는 최고급 차가 모니터 해상도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때문에 구닥다리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기계식 구조와 전자장비의 라이프 사이클 혹은 발전 속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메이커들은 그렇지 않아도 빡빡해진 마이너 체인지 주기를 더욱 조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이번에 시승한 마세라티 기블리 역시 마찬가지다. 시승차를 받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드라이브 모드의 모니터 표시였다. 기블리 초기형은 물론 비교적 최근 나왔던 르반떼조차도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나타나는 ‘스포츠 현탁액 모드’라는 초월번역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어찌 보면 작은 해프닝이지만 예전 고급차라면 하지 않았을 고민. 역사와 전통의 브랜드들이 요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블리가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고작 번역 하나 고쳤을 리는 없다. 디자인부터 엔진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부분이 개선되었다.​트림에 따라 디자인도 차별화신형 기블리는 앞뒤 범퍼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 설계를 바꾸어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다듬었다. 바뀐 부분이 선뜻 눈에 띄지 않음에도 공기저항계수는 0.31에서 0.29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듀얼트림 전략을 도입하면서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구형을 살짝 다듬은 듯한 그란루소는 그릴과 범퍼에 크롬을 사용한 럭셔리한 모습. 아래쪽 흡기구 형태도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반면 시승차인 그란스포트는 흡기구를 삼분할하면서 마치 F1 머신의 윙 지지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릴 루버는 검게 처리했고, 윙과 크롬 배기 파이프, 디퓨저로 뒷모습에도 긴장감을 더했다. 여기에 프론트 립스포일러, 리어윙은 물론 사이드미러와 B필러를 덮은 카본이 스포츠 감성을 더하는데, 시승차의 롯소에너지아 색상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헤드램프도 조사거리와 수명이 늘어난 풀 LED로 바뀌었다.​​​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트림에 따라 얼굴을 구분했다​화려한 21인치 휠​붉은 도색과 카본 트림의 절묘한 조화​​그란룻소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로 화려함을 살린 데 비해 그란스포트는 실내 트림과 시트 등 전체적으로 검게 처리했고 센터터널의 카본 트림으로 타이트한 느낌을 강조했다. 스포트 카본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스티어링 림과 시프트패들, 도어 엔트리 가드까지 카본 장식이 더해진다. 계기판은 아날로그 감성의 트윈서클 계기판 사이에 컬러 모니터를 배치했고, 대시보드의 터치식 8.4인치 모니터에는 스마트폰 느낌의 UI를 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팅 매뉴의 한글 번역이 보다 매끄러워졌을 뿐 아니라 MTC+(Maserati Touch Control+)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도 전반적으로 업데이트됐다.​​ 검은 바탕에 붉은 스티칭, 파란 계기판이 액센트가 된다번역오류 수정과 함께 주행보조 시스템도 업데이트되었다​​구동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S Q4는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네 바퀴를 굴린다. 이전의 410마력, 56kg·m로도 충분히 힘이 넘쳤지만 이번에 430마력, 59.2kg·m로 조금 더 강력해졌다.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이 4.8초에서 4.7초로 0.1초 줄었다. 단번에 몸으로 느낄 만한 변화는 아니지만 기블리의 달리기 성능은 여전히 힘이 넘치면서도 매끈하고, 세련되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다. 가변식 댐퍼가 승차감과 코너링의 절묘한 밸런스를 추구하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이탈리아 특유의 뜨거운 감성을 뿜어낸다. V8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이 엔진 역시 페라리가 디자인하고 모데나 공장에서 조립되는 만큼 이탈리아 감성이 넘친다. 아울러 길이가 5m에 육박하고 차중 2톤을 넘는 4도어 모델이지만 코너를 공략할 때는 마치 스포츠카 같은 반응성과 경쾌함을 보여준다.​​​430마력으로 출력이 오른 V6 3.0L 트윈터보 엔진​기존에 제공되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고, 전방충돌경고 등 운전보조장치에 새로운 기능을 더해 보다 자율운전에 가까워졌다. 이번에 추가된 하이웨이 어시스트(HAS)는 앞차와의 거리조정, 차선유지 외에 카메라와 레이더를 사용해 차체가 보다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차선유지 어시스트(LKA)가 디지털 카메라로 노면 표시와 주행방향을 살펴 스티어링을 스스로 조정하는 덕분이다. 이밖에도 전방충돌경고 플러스(FCW Plus)와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보다 고도화된 주행보조 시스템들을 ADAS(Adaptive Drive Assistance System)라는 이름 아래 그러모았다. 장거리를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그랜드 투어러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기술인 셈이다.그랜드 투어러라고 하면 뛰어난 달리기 성능에 더해 장거리도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라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에는 스포츠카의 타이트함을 조금 덜어낸 고급스러운 쿠페들이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드라이버의 부담을 덜고 실수를 커버하는 첨단 운전보조 시스템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기블리의 마이너 체인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신형 기블리는 전통적 기준으로도, 요즘 기준으로도 최고의 그랜드 투어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 
조금 덜 완벽해서 좋은 럭셔리카, 캐딜락 CT6 터보 2017-11-29
CADILLAC CT6 TURBO취향고백: 조금 덜 완벽해서 좋은 럭셔리카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6가 2L 터보로 가슴을 여미고 다가왔다. 후륜구동에 따라붙은 매끄러운 주행감은 럭셔리카의 가치를 다른 것에서 논하지 않아도 좋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 ​ 내가 본 그 차가 맞나? 캐딜락 CT6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 소호에 있는 캐딜락하우스였다. 당시 한국에 없던 새하얀 차를 온갖 미디어 아트로 꾸민 전시장에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분위기에 압도당할 만한 무엇이 있었다. 어느 영화에서 본 뜨거운 야심의 ‘눈의 여왕’ 케이트 블란쳇이 사업가로 환생한다면 이 차를 타지 않을까? CT6는 크고 아름다웠으며 캐딜락 태초의 모습을 잃지 않은, 길고 긴 직선의 옆모습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는 차였다.현재 최고급 세단의 기준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다. CT6는 S클래스의 길이(5,120mm)를 뛰어 넘는 기다란 차체(5,185mm)를 가진 만큼 널찍한 실내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740kg의 가벼운 무게에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강력한 힘으로 파워풀한 주행질감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갖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힘의 원천은 작디작은 2L 터보 엔진이다. 한국에 오면서 간이 작아진 건가? 아니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캐딜락 내 최고급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슬그머니 내려놓으려고 하는 걸까?​캐딜락다운, 넓고 단단한 첫인상  강인한 첫인상은 여전하다. 겉모습은 3.6과 크게 다를 게 없다. 1,880mm의 떡 벌어진 어깨 너비나 쭉쭉 뻗은 보닛의 라인들, 1,485mm 높이의 두툼한 팬더는 여전이 당당하며 세련된 비율을 뽐낸다. 방패 모양의 캐딜락 엠블럼에서 느껴지는 너른 가슴과 직선의 조합 역시 그대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 라인에도 각이 서렸다. 요즘 온갖 차들이 곡선의 미학을 운운한다. 이런 차들은 하나같이 앞머리부터 꽁무니까지 둥글리며 허리 라인을 빼버리는데 CT6는 이와 달리 당당한 자세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면 쪼로록 아래로 빛을 내려 긋는 헤드램프는 두어 번씩 눌러 보게 될 만큼 신선하다. 이제 더는 캐딜락에 각진 리어 램프는 없다. 빨갛고 하얀 사각 얼음을 켜켜이 쌓은 듯 했던 이전과 다르다. 리어램프 속 알맹이들은 하나의 라인으로 흐르며 주홍색 젤리가 녹은 듯한 매끈한 몇 줄의 빛으로 완성되었다.​​리어램프는 주홍색 젤리가 녹은 듯한 매끈한 몇 줄의 빛으로 완성되었다 ​그 곁에 놓인 19인치 울트라 브라이트 알루미늄 휠은 14스포크 타입이다. 단순한 형태의 휠을 사용해 깔끔한 차체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노린 듯. 가볍지 않은 첫인상을 간직한 채 시작한 첫 번째 드라이브는 점심시간을 앞둔 어느 주차장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에서 만난 벤츠 E클래스는 동네에서 유난히 좁은 골목과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느긋이 내려왔다. 익숙한 길을 따라 차분한 운전을 하던 중년 여성을 몰아세우려 했던 것은 아닌데, 그녀는 CT6가 옆에 다가올 때마다 주춤거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건 패들시프트를 쓰건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은 다소 소박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이 차의 음색이나 위세는 달랐던가 보다. 잠시 신호 앞에 나란히 섰을 때, 유리창 너머 E클래스와 나란히 보니 외려 따로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CT6만의 강인한 캐릭터가 다가왔다. 알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우아한 E클래스도 이 차 옆에선 왠지 나긋해 보였다. 동급 BMW나 벤츠보다는 털털한 상남자 같아 보이는 매력에, 마치 내가 상남자가 된 듯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비싸지 않은 대형 세단. 새로운 CT6 터보가 노리는 전략에 필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도톰한 두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스티어링 휠이 후륜의 뒷심과 만나 코너를 밀고 나갈 때면 마치 내가 운전을 꽤나 잘하는 듯한 착각을 안겨줬다. 뒷자리가 아주 빠르진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게 따라왔다. 너무 예민한 브레이크로 놀라게 하던 다른 독일 브랜드보다 편안함이 느껴졌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변속은 새삼 이차가 ‘from USA’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지난 수년간 많은 이들은 캐딜락을 비롯한 다른 미국 메이커가 독일차에 뺏긴 젊은 고객들을 되찾으려 이들을 따라해왔다고 주장했다. 어딘가 모르게 딱딱한 하체와 착착 들어가는 코너링 느낌으로 바뀌어왔다는 얘기다. 물론 아랫급 모델 ATS나 CTS가 그럴 수는 있다. 허나 CT6는 아직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캐딜락의 느긋한 천성이 묻어났다. 그것은 분명 딱딱한 차에 지친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이다.​2L 터보 엔진이 전하는 기분 좋은 가벼움 서울 시내 곳곳에 뒤통수를 때리는 과속 방지턱이 수시로 나타났건만 CT6는 ‘찰랑~’ 하고 세련되게 넘어갔다. 탄탄하면서도 푸근한 가죽시트 위에서 점점 등을 더 기대고 싶게 하는 안락함이었다. 정숙성도 뛰어났다. 일반적인 주행속도에서는 노면 소음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을 만큼 조용하다. 그럴 때마다 보스 오디오의 울림을 십분 발휘하고 싶어 CDP 자리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CDP는 찾지 못하고, 오로지 MP3 파일에 의존한 채 어둔 밤을 더 달렸다.고속구간 역시 그저 여유로운 토크로 쓰윽 넘어간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솔린 엔진의 미덕을 시승 내내 생각했다. 시승하는 동안 기록했던 연비는 8.9~10km/L 수준. 참고로 필자는 평소 2L 디젤 엔진 차를 몰면서도 연중 12~13km/L를 절대 넘지 못하는 운전습관을 가졌다. 이 덩치에 이 정도 연비라면 다양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 사륜에서 후륜으로, 3.6에서 2L 터보로 엔진을 바꾸며 4개였던 머플러는 2개가 빠졌다. ​​​부족하지 않은 성능과 괜찮은 연비를 뽑아내는 2L 터보 엔진 ​ ​또한 LCD 계기판을 실물 계기판으로 바꾸는 수고를 거치며 CT6 터보의 차값은 가장 저렴한 3.6 트림보다 900만원이나 더 저렴해졌다. 여유로운 보디 사이즈에 적당한 주행 성능과 재미를 적절히 버무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차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다시 한번 실내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2L 터보는 3.6L의 LCD 계기판과 달리 실물 계기판이 달린다​​너무 큰 기대는 사치였음을 ‘이 정도면 괜찮지’. 처음은 그랬다. 설사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운전 중에는 내비게이션 외에는 크게 쓸 일이 없는 실용파에게 딱 맞는 차다. 너른 실내 앞뒤로 히팅시트와 송풍구 등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고르게 들어찼다. 길고 넓어서 절대 운전 중 손이 닿지 않을 원목 마감 아래로는 터치로 열리는 글로브박스가 위치해 있다. 비상등을 포함한 모든 것이 터치 패널로 움직이고 애플 카 플레이 등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블루투스 성능도 매끄러웠다. 특히 운전 중 수시로 조작하는 오디오 연결이나 전화, 문자 메시지까지 읽어주는 음성명령은 최근 운전한 어떤 차들보다도 만족스러웠다. ​  없는 건 없는데 눈길을 단번에 잡아끄는 것도 없는 실내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화려하고 섬세한 계기판과 편의장치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새파란 그래픽 화면과 아이콘들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수입차라서 어쩔 수 없는 한글 폰트의 어색함은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영문으로 바꾸어봐도 사실 비슷하다). 다행히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놓을 수 있는 암레스트 뚜껑은 양쪽 방향 모두 열리며 주행 중 충전에 필요한 USB 단자도 바깥으로 선을 빼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편의성이 좋다. 게다가 널찍한 433L 트렁크는 깊기까지 해서 퉁퉁 소리를 냈지만 전혀 밉지 않았다.​ CT6의 널따란 실내. 등받이 각도조절은 안 된다​그래, 마이너한 감성이 곧 나의 취향 아니던가. 이를 인정하자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한마디로 CT6 터보는 완벽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차를 권한다면 분명 뒷좌석의 넉넉함이 부족함을 상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운전기사를 자처해 서너 사람을 태워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각기 다른 성별과 나이대의 성인들이 전동식 리어 커버로 따가운 볕을 가리며 적당한 높이의 헤드룸과 한껏 여유로운 레그룸, 팔 높이에 맞춰 커버까지 공들인 암레스트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꼭 끝에 가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설마, 이 정도 차에 등받이 각도가 고정은 아니지?” 설마가 감흥을 잡아버렸다. 맞다. CT6의 뒷좌석 등받이는 필요할 때 앞으로 접히기만 할 뿐 각도는 고정이다. ​글 김미한 사진 최진호​ ​ 
플랫폼이 빚어낸 혁신적 변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2017-11-27
TOYOTA CAMRY HYBRID플랫폼이 빚어낸 혁신적 변화8세대 캠리가 등장했다. 열효율 41%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TNGA 플랫폼이 빚어낸 차체설계가 변화의 핵심이다. ​​​ 기존 캠리(7세대)는 등장한 지 불과 3년 만에 큰 폭의 부분변경을 거쳤다. 수더분한 모습에서 젊고 스포티한 분위기로 달라졌는데, 이를 위해 금형을 바꾸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으론 C필러에 플라스틱 장식을 덧붙여 가짜 유리창을 만드는 등 분위기 쇄신에 대한 조급함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현대 YF쏘나타가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자 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1년 등장한 6세대 모델의 K플랫폼을 한 번 더 사용한 모델로 무엇 하나 모자람 없는 차였지만 특색 있는 설계는 엿보이지 않았다. 또한 섀시구조가 구형과 동일했던 만큼 동급에서 가장 넉넉했던 차체 크기도 경쟁모델에게 따라잡히고 말았다. 오늘 만난 신형 캠리(8세대)가 근본부터 달라져야 했던 배경이다. ​TNGA 플랫폼이 빚은 마술 같은 차체설계신형 캠리는 개선된 주행성능과 가족용 차로서의 편안함이 녹아 있는 최신형 세단으로 변모했다. 모두 토요타의 새로운 모듈러 플랫폼 TNGA를 사용하면서 얻게 된 혜택들이다. 신형 플랫폼을 설명하기 위해선 다양한 수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전보다 길이와 넓이가 각각 30mm, 20mm 늘어나는 등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차체 크기를 자랑하게 되었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 또한 50mm나 길어졌다. 아울러 외관은 이전보다 더욱 낮아지고 넓어졌으며 캐릭터 라인을 통한 다양한 시각적 장치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다. 신형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저중심 설계와 주행성능 개선에 있다. 차체 플로어/1열/2열 시트 높이가 각각 20mm, 22mm, 30mm 낮아져 탑승자가 더욱 경쾌한 주행감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토요타 측의 설명. 또한 더블위시본 리어 서스펜션을 사용해 주행성능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비틀림 강성은 이전보다 30% 강화되었다. 고장력 강판, 구조용 접착제, 레이저 용접을 늘린 덕분이다.​​​실내는 모니터를 품은 센터페시아로 깔끔한 눈요기를 선사하고 높이를 낮춘 대시보드는 탁 트인 전방시야를 제공한다. 실내 품질은 중형차로서 크게 모자람 없는 수준이다. 다만 방음성능이 부족하고 사용된 내장재가 중형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하이브리드 모델은 여느 차와 다름없는 트렁크공간을 갖췄다. 그동안 한 자리 차지하던 배터리팩이 2열 시트 방석 아래로 자리를 옮기며 얻은 결과다. 그러면서도 실내공간은 이전보다 더 넓어졌다. 또한 무거운 배터리가 뒷바퀴 안쪽에 위치한 까닭에 자연스레 주행성능에 유리한 무게중심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마술이다. 파워트레인도 완전 신형으로 바뀌었다.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은 주행 조건에 따라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분사하거나 간접 분사하며 효율과 출력을 극대화한다. 렉서스 2L 터보엔진에 먼저 적용된 기술로, 이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열효율 41%를 구현했다. 시스템통합출력은 211마력(엔진 177마력, 전기모터 120마력)으로 실제 주행에서도 넉넉한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주행질감은 기본기에 신경 쓴 모습이다. 적당한 무게감의 스티어링과 안정적인 승차감으로 편하고 단단한 중립적 특성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주행하며 얻은 연비는 약 14.5km/L(트립컴퓨터 기준), 도심에서는 그보다 살짝 높은 15.4km/L여서 도심주행에서의 연비성능 개선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캠리는 ‘와일드 하이브리드’라는 토요타 코리아의 주장처럼 젊고 스포티한 중형 세단으로 거듭났다. TNGA 플랫폼 위에 빚어낸 스포티한 외관, 실용성과 주행성능을 개선한 차체 설계로 중형차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또한 최신 차에 걸맞게 다양한 주행안전장비(차선이탈 경보장치, 자동긴급제동, 차간거리조절 크루즈 컨트롤 등)를 기본으로 갖춰 상품성도 챙겼다. 다만 4,250만원에 달하는 차값은 동급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과 비교하자면 조금 비싼 편. 예전보다 4,00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는 세단과 SUV가 다양해진 점은 신형 캠리가 시장을 장악하기엔 그리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토요타 코리아​ 
THE PHEVest, 볼보 XC90 T8 엑설런스 &.. 2017-11-13
VOLVO XC90 T8 EXCELLENCE & BMW i8The PHEVest서로 다른 이상을 좇아 진화한 두 대의 수프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최상급 PHEV가 하나의 길에서 만났다.​​​ #1 한때 유럽은 네안데르탈인의 땅이었다. 다부진 체구와 쐐기형 얼굴을 지닌 이 원시인류는 타제석기를 사용했다.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 작살과 활을 든 크로마뇽인이 등장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2 한때 세상은 마차 애호가의 것 같았다. 귀부인부터 사냥꾼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마차를 즐겨 탔다. 그들은 벽을 들이받고 고철이 된 최초의 증기자동차를 비웃었다. 말이 없는 마차는 기름이 떨어지면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웃음은 길게 가지 못했다. 열기관 자동차가 혁신을 거듭하는 사이 마차는 유원지의 이색 탈것으로 전락했다.​#3 20세기를 주름잡은 내연기관은 21세기 들어 한껏 무르익었다. 힘, 효율성, 정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유해배기가스는 최소화한다. 전기차 대중화는 시기상조다. 설익은 EV나 애매한 HEV, PHEV는 미래를 대비해 오늘의 도로를 달리는 프로토타입일 뿐인지도 모른다.​주변인. 둘 이상의 갈등적 체계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 당면문화와 전통 가운데 어느 하나에도 귀속되지 못하는 문화적 잡종(Cultural Hybrid)에게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Park)가 붙인 별명이다.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오늘날 자동차 세계의 주변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와 전기차 시대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아직 서먹한 신기술로서, 한낱 설익은 미래로서 도로 위를 달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는 또 어떤가. 이행기에 불과한 하이브리드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전기차 세상을 잇는 가교를 자처한다. 과도기의 과도기로서, 주변인의 주변인으로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갖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친환경 스포츠카와 쇼퍼드리븐 SUV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SLS, 아우디 R8에 대항할 수퍼스포츠를 내놓으리라는 세간의 기대에, BMW는 전혀 이질적인 컨셉트로 답했다. 첫 번째 컨셉트가 나온 지 5년 만에 데뷔한 BMW의 친환경 스포츠 쿠페는 생김새, 소재, 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당최 평범한 구석이라곤 없는 별종이었다. 현행 XC90은 한때 저장 질리 체제 볼보의 시금석이었다. 성공한 혁신으로 인정받는 지금에 와선 볼보의 전성기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된다. T8 엑설런스는 볼보의 개선장군 XC90 라인업의 정점에 자리한다. 볼보 역사상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SUV, 볼보 XC90 T8 엑설런스는 2015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차 CEO는 이 차를 소개하며 “볼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거창한 소개말에 비해 겉치장은 은근하다. 유난스런 꾸밈은 되레 고급감을 떨어뜨린다는 걸 잘 아는 듯. 길이 5m, 너비 2m, 높이 1.8m에 달하는 웅장한 차체를 그저 담담하게 풍부한 양감으로 빚어냈다.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를 담은 헤드램프와 새로운 아이언 마크를 품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언제 봐도 참신한 요소. 풍요로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사이드 뷰와 D필러를 타고 내려오는 테일램프는 볼보 왜건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i8엔 친환경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BMW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량화는 고성능/고효율/저공해를 위한 만능열쇠. BMW가 카본 복합소재,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 사용에 공을 들인 이유다. 라이프드라이브 아키텍처라 불리는 i8의 플랫폼은 엔진과 모터, 배터리, 충격흡수구조 등을 얹는 바닥 부분의 알루미늄 모듈과 카본 파이버로 만든 캐빈룸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i8의 무게는 1.5톤을 밑돈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i8은 여전히 미래에서 뚝 떨어진 듯 엄청난 위화감을 선사한다. 겉모습은 일견 외계에서 온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자체로 바람을 닮았다. i8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6. 외부 패널의 도움 없이 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탄소섬유 캐빈 덕분에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춘 현란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었다. ​​​i8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6. 외부 패널의 도움 없이 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탄소섬유 캐빈 덕분에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링이 가능했다​ 도어는 버터플라이 방식. 문을 열면 날아오를 듯 어깻죽지를 활짝 열어젖힌다. 하지만 개구부는 몸을 구겨넣어야 할 만큼 작다. 시트 구성은 2+2. 탑승인원은 두 명이 적정, 셋 이상은 만용이다. 인테리어 소재/레이아웃/장비구성은 기존 BMW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내를 뒤덮은 가죽 내장재가 고급감을 끌어올리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을 휘감은 파란색 라인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파란색 라인과 스티치, 안전벨트와 무드등이 시대를 선도하는 스포츠카로서 아쉬움 없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문을 열면 날아오를 듯 어깻죽지를 활짝 열어젖힌다. 하지만 개구부는 몸을 구겨넣어야 할 만큼 작다 뒷자리는 짐을 위한 공간이다​XC90 T8 엑설런스는 3열 시트를 없애고 뒷좌석은 좌우 독립식으로 구성한 4인승 구조. 인테리어는 아늑하고 심플하며 고급스럽다. 실내 곳곳에 자리한 우드 패널은 스웨덴 서부 해안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강한 추위를 견딘 나무가 견고함과 안정감, 심미성을 두루 충족시킨다. T8 전용 크리스털 시프트레버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유리공방 오레포스(Orrefors)의 작품이다.엑설런스의 진가는 뒷좌석에서 나온다. 커다란 도어를 열고 2열에 들어서면 비행기 1등석 수준의 호화로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열 시트는 1열 시트와 같은 제품으로 통풍과 난방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통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접이식 테이블과 와인 두 병을 넉넉히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오레포스가 만든 전용 크리스털 잔이 승객을 극진히 환대한다. 두꺼운 유리로 짐공간과 탑승공간 사이를 철저히 분리해 짐을 싣고 내리는 순간조차 VIP의 아늑함을 지켜낸다.  그 이상의 프리미엄을 원하는 이를 위해 ‘라운지 콘솔’이라 불리는 옵션도 마련돼 있다. 이 옵션엔 조수석이 생략되고 대신 VIP를 위한 접이식 테이블과 대형 모니터, 신발장이 들어간다.​​실내는 아늑하고 심플하며 고급스럽다. T8 전용 크리스털 시프트레버는 스웨덴 유리공방 오레포스의 작품​프론트와 동일한 형상과 재질의 독립형 리어 시트. 접이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냉온장 컵홀더와 오레포스가 만든 전용 크리스털 잔이 승객을 극진히 환대한다  와인 2병을 보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냉장고​​시대를 선도하는 두 주변인i8은 미니 쿠퍼와 같은 직렬 3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BMW 모듈형 엔진의 막내지만, 출력(231마력)과 토크(32.7kg·m)를 바짝 끌어올린 버전이다. 앞바퀴를 굴리는 싱크로너스 모터는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낸다. 두 가지 동력원이 완전히 분리된 까닭에 시스템 총 출력과 토크는 수치를 그대로 합한 362마력, 58.2kg·m다. ​​​2.4톤 거구를 이끄는 2.0L 트윈차저 엔진과 미드십 스포츠카에 달린 1.5L 터보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이 소리 없이 눈을 뜬다. 배터리가 바닥나거나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지 않는 한 전기모터부터 작동한다. e드라이브 모드에선 앞바퀴굴림 전기차로서 시속 120km까지 내고, 최대 37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구동방식은 주행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초반 러쉬에 강한 전기모터와 서서히 힘을 쏟아내는 가솔린 엔진이 유기적으로 힘을 보태고 나눈다. 연료탱크와 배터리를 가득 채웠을 경우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약 600km. 배터리를 가득 채우기까지 일반 가정용 전기(220V)로 약 3~4시간, 전용 충전기 i 월박스로는 약 2시간이 걸린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모드에 상관없이 엔진이 깨어나 네바퀴굴림 스포츠카로 변신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전기모터는 효율보다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변속기와 댐퍼 반응, 스티어링 휠과 회생제동 감도 역시 달라진다. 가상 배기음은 가속에 따라 운전자의 심장이 달음박질하도록 마련된 제세동기다. 타이어 폭이 좁아 한계는 낮지만 접지력을 넘어서는 제동에서도 여간해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모터와 배터리, 엔진과 연료통을 적절하게 배치해 달성한 앞뒤 50:50의 무게배분과 낮은(460mm) 무게중심이 한몫 단단히 한다.배터리가 바닥나고 나면 i8은 3기통 1.5L 미드십 후륜구동 차로 전락한다. 0→시속 100km 가속 4.4초의 맹렬함은 사라지고 매끄러운 주행감만 남는다. 사실 엔진과 모터가 온 힘을 다해 역주한다 한들 M의 흉포함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드라마틱한 도전과 치열한 사투 같은 원초적인 감동은 이 차와 어울리지 않는다.  i8을 타고 달리는 기쁨은 대개 날렵한 코너링과 산뜻한 고속주행이 주는 만족감에서 기인한다.​ 배터리가 바닥나고 나면 i8은 3기통 1.5L 미드십 후륜구동 차로 전락한다​​T8이라는 이름이 붙은 볼보는 원래 야마하가 만든 자연흡기 V8 엔진을 품었었다. 이제 그 자리에 모듈설계 직렬 4기통 2.0L 엔진이 들어간다. 실린더 개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파워는 여전하다. 터보+수퍼차저+모터 어시스트가 만들어내는 시스템출력은 400마력. 2.4톤이나 되는 덩치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몰아붙이는 데 5.6초면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연비가 L당 14.5km나 되고, CO₂배출량은 km당 64g에 불과하다. XC90 T8의 구동방식은 i8과 비슷하지만 앞뒤 구동계 구성이 반대다. 앞바퀴는 엔진이 굴리고, 뒷바퀴는 모터만으로 돌린다. 차체 중앙에 샤프트 대신 배터리팩을 배치하고 뒤차축에 60kW(82마력, 24.5kg·m) 모터를 달았다. 앞뒤 차축이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구동계와 배터리 레이아웃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앞바퀴를 담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XC90 T6와 동일한 트윈차저 엔진. 모터와 배터리 탓에 T6 모델 대비 무게는 240kg 늘어났지만 낮게 깔린 무게중심 덕에 하중 특성은 더 좋아졌다. 스위치를 비틀어 전원을 켜고 기어레버를 D레인지에 위치시킨 뒤 가속 페달을 밟는다. 2톤이 넘는 덩치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나간다. 유령처럼 스르륵 가속하는 감각은 고급 대형 세단의 풍요로움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인 발진 상황에선 뒷바퀴를 굴리는 모터에 의지하지만, 강한 힘이 필요할 때나 미끄러운 노면을 만난 경우에는 앞 엔진, 뒤 모터가 힘을 합쳐 네 바퀴를 굴린다. 막대한 토크로 거구를 밀어붙이는 전기모터, 저회전에서 과급압을 빠르게 올리는 수퍼차저, 고회전에서 폭발력을 더하는 터보차저가 유기적으로 힘을 보탠다. 가속은 묵직하고 크루징은 풍요롭다. 볼보는 엑설런스 트림만을 위해 별도의 하체 방음 패키지도 달았다. 소음이 지워진 실내는 언제든 B&W 사운드 시스템으로 채울 수 있다. 오디오를 켜면 19개의 스피커와 공랭식 서브우퍼가 실내 곳곳 빈틈없이 메운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면 전기차모드로 21km를 달릴 수 있다​​미래라는 알을 품고서i는 BMW의 미래를 상징한다. 겉모습부터 기존 라인업과 확실하게 구분된다. 기성차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레이아웃부터 완전히 새로 짰기 때문. 이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급진적인 시도가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EQ 브랜드 출범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XC90 T8 엑설런스는 쇼퍼드리븐카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볼보는 커다란 SUV로 프레스티지 세단을 대신한다. 도심, 고속도로, 험로를 안락하게 달릴 수 있는 능력과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21km를 달릴 수 있는 초능력이 그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이 차를 타는 내내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토록 대담한 볼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모든 혁명은 한때 ‘시기상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마련이다. 껍질에 쌓인 미래란 대개 별 볼일 없어서 무시당하기 십상. 미완의 혁신은 현실감각 없는 자의 판타지로 치부되고, 비전을 증명 못한 선각자는 미치광이로 불린다. 세간의 조롱에도 아랑곳 않고 웅크려 알을 품는 바보가 있어야 새 시대는 부화한다.i8과 XC90 T8 엑설런스는 미래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다. BMW와 볼보가 품고 있는 알이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자동차 개념과 미래에 완성될 기술의 연결고리로서 이토록 개성 넘치는 PHEV를 내놓은 것이다. ​​​PHEV는 한낱 주변인에 불과하다. 대안이 될지언정, 대세가 되긴 어렵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시소는 서서히 기울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 워치, 전자담배를 충전한다. 심지어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한다.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굴러온 전기차가 박힌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두 대의 최상급 PHEV가 일찌감치 우리 눈앞에 그려냈던 눈부신 비전을.​글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 
2리터 전성시대- 링컨 MKZ 하이브리드 [4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링컨 MKZ 하이브리드​이피션트 2.0   ​​어느새 해가 빨리 저문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도 제법 차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이 기대 없이 받은 선물처럼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이런 날은 누군가 만나야 해, 폰을 들어 연락처를 살펴보지만 마땅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외로움이 슬쩍 손을 내민다. 망설인다. 오늘 하루 외롭게 보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리는데, 잊고 있었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외로움이 내민 손을 격하게 뿌리치고 눈에 들어온 링컨 하이브리드 MKZ 스마트키를 손에 꼭 쥐고 현관을 나선다. 오늘 밤은 이 녀석과 함께다.​잔잔한 존재감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차의 도어 옆에 서자 그릴 모양의 조명이 발 앞에 새겨진다. 알고 있는 기능인데도 이 환영 인사에 매번 기분이 좋다. 오늘만큼은 차가 사람보다 낫다. 2017년형부터 적용된 메쉬그릴은 이전 세대의 공격적인 느낌을 쏙 뺀 링컨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신형 컨티넨탈에서도 볼 수 있다. LED 헤드램프를 감싸는 글래스가 곡선이 들어간 직사각형으로 다듬어져 얼굴이 전반적으로 차분해졌다. 그릴 하단을 가로지르고 좌우 흡기구를 ㄷ자 형태로 감싸는 크롬은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인상에 세련함을 더해준다. 옆에서 보면 매끈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이는 B필러에서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과 비교적 높은 트렁크 때문이다. 차 옆에 다가가서야 낮은 전고를 알게 되는 건 도어 손잡이가 높은 벨트 라인과 함께해 시선이 올라간 덕분. 뒤태는 이전 세대와 거의 같다. 배기구를 이어주는 듯한 크롬선 하나가 눈에 띄는 정도다.​​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테일램프는 MKZ의 상징과도 같다 ​내부는 좋은 몸에 잘 재단된 수트를 꼭 맞게 입혀놓은 듯하다. 기어레버가 있던 자리가 깔끔한 수납공간이 되어 센터페시아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처럼 보인다. 운전을 할 때 오른손이 자유로워진 건 덤이다. 터치식으로 조작해야 했던 센터페시아 버튼부가 누르는 물리 버튼으로 바뀐 건 환영할 만한 일. 터치버튼은 제대로 눌렸는지 확인해야 할 때가 있어 운전자의 주의가 분산될 수 있는 데 반해, 물리 버튼은 익숙하고 직관적이다. 바람세기와 오디오 볼륨 조절은 다이얼을 돌려주면 되고 온도 조절은 토글 방식이다. 버튼부 위의 터치패널을 통해서는 싱크3를 만날 수 있다. 터치 반응은 지연이 거의 없고, 화면은 쓸어서 넘길 수 있다. 음성명령 기능이 있지만 아직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는다. ​ 기어레버가 없는 덕분에 센터페시아가 깔끔하고 수납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세계 최대 수준의 파노라마 글래스가 주는 개방감 ​오디오는 하만 그룹의 브랜드인 레벨의 것으로, 어떤 음악이든 풍부하게 만드는 중저음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14개의 스피커와 12채널 앰프 시스템이 기본이며 레벨 울티마로 사양을 높이면 19개의 스피커와 20채널 앰프 시스템이 소리의 사각지대를 없애준다. 앞뒤 좌석 모두 머리공간이 여유롭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미려한 옆태를 얻은 혹독한 대가다. 세계 최대 수준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안겨주는 청명한 날의 상쾌함이 그 아쉬움을 조금 달래주지 않을까.​​ ULTIMA라는 네이밍이 무색하지 않은 REVEL의 오디오 시스템​​첨단의 첨병시동을 걸어본다. 정적이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 엑셀 페달에 발을 얹으니 고요하게 차가 움직이고, 지하철이 가속할 때 나는 소리가 헤드레스트를 타고 온다.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소리인데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이것은 MKZ가 하이브리드임을 일깨워주는 신호. 천천히 가속하면 1.4kWh 배터리와 70kW 전기모터의 조합만으로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50km/h 언저리에서부터 엔진이 개입되는데, 구동력의 변환은 매우 부드럽다. ​​ 앳킨슨 사이클의 원리가 녹아든 엔진​포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와 거의 동일한 직병렬식. 모터가 2개인 덕분에 엑셀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아도 주행 중에 수시로 배터리가 충전된다. 특허인 이 기술을 피해서 만든 방식 중 하나가 병렬식으로, 현대자동차가 사용하고 있다. 모터가 하나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릴 수 없고,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리고 있을 때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 병렬 시스템에서는 회생제동을 통해서만 배터리가 충전된다. 직병렬식과 병렬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스템이 더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직병렬식이 좋은 연비를 내기에 유리하고, 고속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병렬식이 다소 유리하다. 엔진 특성에 따른 차이인데, 연비는 운전자의 주행습관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속화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자 엔진음이 많이 들려오지만 보통의 4기통 엔진보다는 절제된 느낌이다. 가속력도 같이 절제된 듯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사용된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 2.0L에 앳킨슨 사이클로 작동된다. 제임스 앳킨슨이 1882년에 고안했던 이 방식은 압축비보다 팽창비가 길다는 점이 핵심. 일반 엔진보다 출력과 힘은 떨어지고 구조도 복잡하지만 연비가 좋다. 포드는 앳킨슨 사이클의 원리를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 iVCT를 활용해 구현했다. 흡기 행정에서 흡기 밸브를 늦게 닫으면 팽창비보다 압축비가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이 과정에서 낮아진 출력과 토크는 전기모터와 무단변속기가 보조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 무단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의 콤비네이션으로 완성됐다.똑똑하게 MKZ 하이브리드를 다루는 방법은 시야를 멀리 두는 것이다. 엑셀에서 발을 빨리 뗄수록, 또 브레이크를 길게 밟을수록 에너지 회수율이 올라가 배터리가 잘 충전된다. 이는 계기판에 나타나는 수치와 스마트 게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급제동을 하면 제동 시간이 짧아져 배터리를 충전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때문에 전방의 도로 상황을 확인하고 미리 액셀 페달에 발을 떼 전기를 만들어 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것이 좋다. ​​​외부와 차단된 듯한 느낌은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사이드미러와 다중 도어 실, 차체 전반에 고루 들어간 흡음재,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을 활용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의 조합 덕분이다. 여기에 연속댐핑제어 시스템은 불필요한 진동을 잘 걸러낸다. 주행 안전성은 부족함이 없다. 고속에서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휠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이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도록 강한 복원력을 가한다. 이밖에도 사각지대정보 시스템과 충돌경고 시스템이 사각지대를 소리와 빛으로 알려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줄여준다.다시 지하 주차장. 새벽의 고요함을 깨지 않는 전기모터가 새삼 고맙다. 주차장에 잠들어 있는 어떤 차도 링컨 MKZ 하이브리드의 외출을 알지 못할 것이다. 피곤함에 자꾸 눈이 감겨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을 바라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한다. 차가 사람보다 낫다고. 스크린에 표시되는 지시를 따라서 변속기와 브레이크, 가속 페달을 조절하니 차는 어느새 주차선 안에 완벽하게 들어와 있다. 시동을 껐지만 소음과 진동은 방금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완벽한 하루였다. 글 김태현 기자  ​ 
2리터 전성시대- 쌍용 G4 렉스턴 [3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SSANGYONG G4 REXTON자이언트 2.2L  ​​G4 렉스턴은 길이 4.8m의 대형 SUV지만 탑재된 엔진은 2.2L에 불과하다. 큰 차체에 작은 심장을 얹게 된 이유는 녹록지 않은 쌍용차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쌍용차 전체 판매량은 약 16만 대. 같은 기간 현대 싼타페는 한국과 미국에서 약 21만 대가 팔렸다. 쌍용차 전체 판매대수를 다 더해도 인기차종 하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 ​길이 4.8m, 높이 2m의 우람한 차체는 G4 렉스턴의 매력 포인트​​최고출력 187마력의 e-XDi220 2.2L 디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코란도 시리즈보다 9마력 높다​​이렇듯,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엔진 개발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차는 2.2L 디젤 한 가지를 여러 차종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한 유로6 대응 엔진으로 기존 유로5를 만족하던 2.0L 디젤의 개선형이다. 최고출력은 187마력, 최대토크는 42.8kg·m를 발휘하는데 대형 SUV치고는 평범한 수치다. G4 렉스턴의 근사한 외관에 반했다가 엔진 수치를 보고선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터. 하지만 타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자동차다. 디젤 엔진은 풍부한 토크와 특성에 따라 부족한 출력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과 호기심을 품은 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다소 식상하지만 넉넉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매력적이다​퀼팅 장식을 더한 대시보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크게 젖혀지는 등받이 각도, 넓은 2열 공간은 다양한 활용성을 지녔다​​만족스런 초반 가속력, 떨어지는 순발력소박한 엔진은 잔잔한 움직임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났다. 예상보다 뛰어난 NVH 성능은 6기통 엔진이 아쉽지 않을 정도다. 차체만큼이나 묵직할 것으로 예상했던 초반 가속 감각은 의외로 민감한 편이다. 가속 페달을 사뿐히 밟자 무거운 차체가 촐싹맞게 걸음을 뗀다. 운전자 의도보다 과장스런 가속 페달 반응은 출력이 낮은 예전 국산차에서 흔하게 보았던 모습이다. 아마도 최대토크 발생시점 1,600rpm까지 빠르게 도달하여 부족한 힘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속에 대한 의지는 매우 적극적이다. 오른발 힘을 살짝 더하자 변속기는 즉시 기어 단수를 한 단계 떨어트리며 재빠른 가속을 돕는다. 그러나 빠릿빠릿하던 G4 렉스턴의 움직임은 속도를 높여갈수록 눈에 띄게 둔해진다. 고속으로 달리자 늘어지는 기어비가 더해져 맥없는 가속을 펼친다. 이때부턴 자동차가 운전자의 가속의지를 무시하기 일쑤다. 토크 곡선이 내리막을 걷는 3,000rpm부터는 엔진출력에 기대어 점진적으로 속도가 붙는다.하지만 이 차의 주 타깃은 실용 구간 성능을 중시하는 평범한 중장년층. 이미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젊은 고객들은 수많은 크로스오버 SUV로 눈을 돌렸다. 고속주행 성능은 보디 온 프레임 정통 SUV, G4 렉스턴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상적인 주행조건에 들어서자 G4 렉스턴의 여유로운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다. 시내와 국도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성능을 보였으며, 넘치는 출력은 아니지만 엔진 힘이 달리거나 차체를 버거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도로를 벗어나 험지로 들어섰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의 진가를 드러낼 최적의 환경. 전자식 기어레버를 조작해 4륜 Low 모드에 맞춰 주행을 시작했다. 접지면적이 넓은 대구경 타이어는 자신의 몸을 비비며 야트막한 돌무더기를 타고 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은 차체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험로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까 고속도로에서 날고 기던 크로스오버 SUV 대부분은 뱃바닥이 낮은 까닭에 과감한 오프로드 주행은 꿈도 못 꾼다.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때때로 알맞은 기어 단수를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지만 G4 렉스턴에는 뻣뻣하고 절도 있는 변속 특성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린다. ​​간선도로에서 보여준 평균연비는 약 10km/L 수준. 급가속을 반복한 주행환경과 2.1톤의 차체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오프로더 성격을 감안한 스티어링 조타각은 큰 편이다. 따라서 코너에 앞서 한 박자 먼저 조향에 들어가야 다른 차와 비슷하게 돌아나간다.​만족스러웠던 점은 브레이크 성능이다. 높은 속도에서 여러 차례 급감속을 반복했지만 제동거리가 길어지거나 브레이크가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미흡한 차체구조를 꼽고 싶다. G4 렉스턴은 래더 프레임 위에 어퍼보디를 얹는다. 서로 다른 섀시가 맞닿아 하나의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결합부분이 느슨하거나 너무 단단하면 승차감이 떨어지기 쉽다. G4 렉스턴도 이 부분이 문제다. 도로에서 전달된 작은 진동은 두 섀시가 맞닿는 부분에서 크게 증폭된다. 편안한 주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차의 타깃층에게는 호불호가 나뉠 만한 부분이다.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만난 G4 렉스턴은 여유로운 분위기,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 넉넉한 차체가 주는 든든함을 지녔다. 여기에 세금부담 적은 2.2L 엔진을 탑재하고 중형~대형 SUV 사이 가격대를 공략하며 접근성을 넓혔다. G4 렉스턴이 품은 다양한 매력이야말로 자이언트급이 아닐까?​글 이인주 기자   
2리터 전성시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2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 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MINI COOPER S CONVERTIBLE날쌘돌이 2.0   ​​육중한 중형 세단과 택시를 대표하던 2.0L 엔진이 앙증맞은 미니를 만났다. 이게 정녕 같은 배기량이 맞는 걸까? 지극히 평범했던 국민 엔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가뿐한 차체에 과급기까지 더한 2.0L는 족쇄 풀린 듯 팔팔했다. 과분한 힘을 얻은 미니도 마찬가지. 미니 쿠퍼의 붉은 S 배지가 당당한 이유다.​짜릿한 192마력과분한 엔진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붉은색 스타트버튼을 누르는 순간 작은 차가 움찔하며 깨어난다. 이후엔 가솔린 엔진답게 조용히 잦아들지만, 첫 만남의 큰 고동은 강력한 성능을 쉽사리 짐작케 한다. 물론 보닛 아래 빼곡히 들어찬 엔진룸만 보더라도 이 차가 만만찮은 소형차인 걸 가늠할 수 있을 터다. ​​​ 빈틈없는 엔진룸. 작은 차에 큰 엔진을 얹은 탓이다​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 이 평범한 성능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조그마한 차체다. 출발과 동시에 1,35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가 1,375kg의 미니를 가뿐하게 이끈다. 여유로운 힘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2,495mm에 불과한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미니의 주행엔 장난기가 가득 배었다.하지만 이런 장난기는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싹 사라진다. 4기통 엔진의 최대치까지 이끌어낸 속 시원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시속 100km까지 단 7.1초 만에 주파하고, 시속 200km까지도 힘 부족 없이 가속한다. 보통 2.0L 세단이었다면 시속 160km 이상부터 버거웠겠지만, 미니는 가벼운 무게 덕분에 고속에서도 가뿐하다. 과연 ‘차의 무게를 줄이면 언제든 빠르게 달릴 수 있다’던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말대로다.​​​​가벼움은 코너에서 더욱 빛난다. 작은 차체 특유의 잽싼 주행성능은 미니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 하지만 일반 미니는 깊은 코너를 탈출할 때, 또는 오르막 고갯길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채운 게 2.0L 터보 엔진이다. 무거운 엔진 때문에 날카로운 코너링은 다소 무뎌졌겠지만, 그만큼 더 강력한 힘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1.5L 미니가 저단 기어를 바꿔 물며 요란하게 헐떡댔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가속을 이어갔다.가장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건, 듣기 좋은 배기 사운드다. 500cc 실린더에 가솔린을 듬뿍 부어 넣는 풍부한 음색에, 듀얼클러치 변속기만큼이나 절도 있는 변속이 더해져 체감 성능이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질 정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배기구 끝에서 ‘팍’ 하고 터지는 특유의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도 자꾸만 가감속을 부추긴다.​​17인치 휠과 205mm 너비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작은 덩치를 끈끈하게 바닥에 붙잡는다​​쿠퍼 S의 한가운데 달린 배기구에선 속 시원한 배기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낭만을 품은 2.0아마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가 외치는 ‘고카트 필링’에 가장 가까운 차가 아닐까. 섀시에 시트만 붙인 카트처럼 뻥 뚫린 천장에, 덩치를 넘어선 과분한 힘까지 챙겼다. 세간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그 느낌이 옅어졌다곤 하지만, 이전보다 더 탄탄하게 조여진 차체 덕분에 보드라워진 서스펜션 위에서도 주행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튼튼한 골격으로 승차감과 주행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킷을 달리듯 레코드 라인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굳이 말하자면 이전의 칼 같은 피드백이 확실히 줄긴 했다. 승차감에 신경 쓰느라 볼살을 뒤흔들던 잔진동과 함께 걸러졌기 때문. 날카로운 피드백의 빈자리엔 여유가 채워졌다. 덕분에 이제 뚜껑 열고 여유롭게 유영하는 그랜드 투어러 흉내도 살짝 낼 수 있게 됐다. 클래식한 스타일과 퀼팅 패턴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한 실내는 비록 작지만 GT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니까. 물론 2.0L 엔진의 성능도 손색없다.​​40cm 가량 열리는 선루프 기능이 있다퀼팅 패턴을 적용한 시트 덕분에 지붕을 열어도 자랑스럽다​​미니 특유의 재미있는 그래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메인 모니터 ​경제적인 고성능평범한 엔진, 작은 덩치의 조합으로 연비는 준수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6km, 시승 중 실제 연비는 리터당 11km를 살짝 넘겼다. 최고시속 228km에 달하는 성능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 그래도 묵직한 개폐식 지붕이 연비를 좀 깎아먹긴 했다. 참고로 일반 미니 쿠퍼 S의 공인연비는 12.6km/L, 최고시속은 235km다.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2.0L 엔진은 출력이 대단하지도, 효율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이 평범한 엔진이 작은 덩치에 짝지어지면서 화끈한 성능, 준수한 효율, 그리고 날쌘 주행감까지 손에 넣었다. 버튼 하나로 맑은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낭만은 덤. ‘작은 차 큰 기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2리터 전성시대- 볼보 S60 폴스타 [1부] 2017-11-08
​※본 기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리터 전성시대바야흐로 2리터 엔진 전성시대다. 한때 평범함의 상징이었지만 과급기와 모터를 만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강하거나 날쌔거나 크거나 경제적인 4대의 차를 타고 2리터 엔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VOLVO S60 POLESTAR어매이징 2.0L   ​흥미로운 일이다. 대낮에 북극성이 떴다. 자동차가 은하수처럼 흐르는 강변북로에 유독 밝게 빛나는 별 하나. 폴스타는 한껏 열린 배기구로 힘껏 울분을 토해내며 차와 차 사이를 갈랐다. 어쩌면 슈팅스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안전제일주의 브랜드가 이런 차를 내놔도 되나 싶다. 건강기능식품 업체에서 만든 보드카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맹렬한 속도감에 취해 달리노라면 골목대장이라도 된 듯 치기어린 우쭐함조차 움튼다. 운전자가 이성의 끈을 놓을세라 쉬지 않고 점등되는 BLIS와 전방추돌경고. 스티어링 휠 위의 아이언마크가 주는 알 수 없는 신뢰감은 실로 강력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갓 해방시킨 터였다. 이스터 에그처럼 꼭꼭 숨어 있어서 조작법을 따로 배우지 않으면 들어설 수 없는 영역이다.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제처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다시 레버를 앞으로 민 상태에서 왼쪽 패들시프트를 두 번 당기면 계기판의 작은 S자가 두 번 깜박인다. 그게 전부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는 듯, 깜박 깜빡. 굳이 현란한 그래픽으로 생색을 부리지 않아도 우렁찬 고함소리와 극도로 신경질적인 회전계 바늘이 모든 걸 말해준다.​일상과 일탈을 넘나들다유난을 떨지 않는 건 겉치장도 마찬가지. 프론트 스플리터와 리어 스포일러,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를 품은 20인치 전용 휠이 넌지시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꾸밈은 어디까지나 필요최소한도라는 울타리 안에 머문다. 눈으로 샅샅이 훑어보지 않는 이상 평범한 볼보 세단이나 다를 바 없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근육을 드러낸 M이나 AMG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브렘보 6피스톤 캘리퍼를 품은 폴스타 전용 20인치 휠에 피렐리 P제로를 둘렀다 리어 스포일러와 대구경 머플러, 푸른빛 폴스타 배지가 넌지시 경고한다.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자 레이싱 노하우가 담뿍 담긴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 올린즈 서스펜션이 전해주는 하체 감각은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 저속에서 고무공처럼 탄력적이다가 속도를 높이면 끈끈하게 바닥을 훑는다. 때론 질기게 붙들고 때론 유연하게 돌아선다. 조급한 스티어링에도 네 바퀴가 노면을 야무지게 움켜쥔다. 터질 듯 역동적인 힘의 근원엔 고작 2.0L 엔진이 들어 있다. 폴스타가 제아무리 특별하다고 한들 2.0L 4기통 엔진만으로 전 모델을 아우르는 드라이브-E 플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보닛 아래엔 선량한 볼보에 두루 쓰이는 1,969cc 엔진이 담겼다. ​ ​4기통 2.0L 367마력 엔진을 품고도 당최 생색낼 줄 모르는 무덤덤한 엔진룸​배기량이 같다고 성격도 같은 건 아니다. 전용 부품을 잔뜩 추가한 덕분에 성미는 한층 포악해졌다. 피스톤과 커넥팅로드는 물론 캠샤프트와 점화 시스템, 연료 시스템까지 모두 바꿨다. 직경을 키운 터빈은 과급압을 무려 2바(bar)까지 쓴다. 대구경 터보는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회전 영역을 커버할 수퍼차저도 따로 붙였다.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함께 쓰는 이른바 트윈차저 시스템이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반응은 보통의 S60과 다를 바 없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싱~ 싱~ 소리를 내는 수퍼차저 터빈 사운드만이 자못 유별날 뿐. 다만, 터보가 본격적으로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3,100rpm부터는 우악스런 성질이 고개를 든다.최고출력(367마력)과 최대토크(47.9kg·m)는 양산 4기통 엔진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 포르쉐 718 복스터 S를 한참 뛰어넘고 메르세데스 AMG A45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6 워즈오토 10대 엔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여기에 기어비를 튜닝한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막대한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보그워너 4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얹었다. ​​카본 패턴의 센터콘솔이나 누벅가죽을 두른 스티어링을 빼면 평범한 S60의 대시보드와 다를 바 없다기어노브에 폴스타 로고가 담겼다. 아이신제 8단 AT는 빠르고 정교하다​퍼포먼스용 버킷시트는 운전자를 단단히 움켜쥔다. 심지어 편하기까지 하다​​내연기관 기술의 정점볼보 특유의 탄탄한 주행실력은 모터스포츠에서 기인한다. 볼보는 일찍이 세단과 왜건으로 레이싱 카를 만들었다. 스칸디나비안 투어링 카 챔피언십(STCC), 브리티시 투어링 카 챔피언십(BTCC)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고성능 이미지를 확립해왔다. 폴스타는 종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볼보의 오랜 파트너. 2009년부터 볼보의 고성능 양산차 개발에 관여해왔으며, 2015년 볼보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 디비전으로 거듭났다.​​​​폴스타는 이제 미래 고성능차의 길잡이별이 되려 한다. 지난 6월, 볼보는 폴스타를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제 테슬라를 위협할 고성능 PHEV, EV가 폴스타 엠블럼을 달게 될 것이다. 초대 수장은 토마스 잉엔라트. 토르의 망치를 들고 오늘날 볼보 혁명을 이끈 주역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은 쉬지 않고 과거가 되고 미래는 거침없이 현재로 변한다.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우리의 향수는 머지않아 내연기관 전반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뀌고 말게다. 그날에 돌아본 S60 폴스타는 다시없을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일 터. 작지만 괴물 같은 엔진을 싣고 일상과 일탈을 넘나드는 볼보의 별종. 폴스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독 눈부시게 영롱하다.​글 김성래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의 실용적인 미니버스, 스프린터 유로코치 2017-11-01
MERCEDES-BENZ SPRINTER EUROCOACH 메르세데스 벤츠의 실용적인 미니버스폭넓은 라인업을 갖춘 벤츠 스프린터의 미니버스 버전이 국내 출시되었다. 코치밴 하면 떠오르는 최고급 이미지와는 달리 스프린터 유로코치는 실용성에 집중한 미니버스에 가까운 차다. 이 차의 데뷔로 11인승 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을까?​​​​​주로 넓고 정중한 고급 세단으로 알려져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실제로는 상용차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여러 종류의 차종을 만드는 가운데 그 모든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트럭은 물론이고, 특수차 시장의 절대강자 유니목이 있으며 상용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프린터 라인업도 있다. 최근에는 국내 코치밴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코치밴 리무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지만 사실 스프린터는 일명 패널밴이라 불리는, 일하는 상용차에서 시작된 차다. 물건을 배달하고 사람과 장비를 실어 나르는,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소위 ‘봉고차’의 포지션인 셈. 코치밴은 스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변종에 불과하지만 이게 한국에서 오직 코치밴으로만 입지를 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순전히 가격 때문이다. 저렴하고 실정에 맞는 국산모델이 이미 나와 있는 마당에 스프린터가 상용차로 발을 붙일 여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프린터의 라인업이 확대될 기회가 열렸다. 얼마 전 스프린터 전문 판매사인 와이즈오토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호화로운 내장을 갖춘 리무진 모델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들이 시승차로 준비한 것은 스프린터의 11인승 미니버스 버전인 유로코치다. ​​​​6m 길이의 11인승 미니버스첫인상은 예의 고급진 스프린터와는 조금 다르다. 익스테리어의 디자인이 바뀐 곳은 없지만 루프 라인이 낮은 모델인 데다가, 범퍼와 사이드 트림은 투톤 도색이 아닌 사출물 그대로의 색상을 드러낸 채다. 휠 또한 커버를 씌운 스틸 휠이다 보니 일하는 차의 이미지가 조금 더 강조된다. 프론트 도어를 열 때 이런 이미지는 더욱 확실해진다. 문을 여닫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상용차의 그것인 데다가 에어시트가 달린 운전석에서 이 차의 성격은 아주 분명해 진다. ​​오랜만에 보는 휠커버에서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된다. 국내에는 윈터타이어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되어 나온다 ​​대시보드의 형상과 디자인은 틀림없는 벤츠의 그것이긴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머물러 있으며, 질감과 디테일에서 승용모델의 고급스러움을 접할 가능성은 없다. 변속기는 칼럼식이 아닌 시프트 방식의 자동 7단. V6 3.0L 심장은 상용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전하진 않는다. ​​대시보드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의 품질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스프린터는 프레임 구조의 상용차긴 하지만, 조작과 운전방식은 승용차의 감각에 가깝다. 그렇다고 승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미니밴과 운전감각을 직접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차중은 3.5톤이 넘고 무게중심도 높으며 무엇보다도 휠베이스가 3.7m나 되니, 1종 면허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거대한 차다. 차폭이 2m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그나마 부담을 줄여주지만, 차선을 옮기거나 회전을 할 때마다 뒷바퀴가 따라올 간극을 계산하고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덩치만 빼면 운전 감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시내버스의 승객들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으며, 풍족한 토크 덕분에 가속도 시원시원하다. 탑재된 엔진은 OM642로 SUV는 물론 현행 S클래스 디젤에도 쓰이고 있는 벤츠의 대표 디젤엔진이다. 무거운 상용차에 쓰기 위해 출력이 다소 낮아졌지만 대신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도록 조정되어 있다. 덕분에 승합차 제한속도인 110km/h까지의 가속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상용모델인 만큼 스티어링의 조타 범위가 큰 편이지만 작은 조작에도 애매모호한 구석 없이 입력한 만큼 또박또박 움직여준다. 그러고 보면 상용 모델이라고 해서 조종성을 양보를 할 회사가 아니긴 하다. ​  V6 3.0L 디젤엔진은 충분한 힘을 낸다​​합리적인 객실 공간운전을 동료에게 맡기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본다. 전동도어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거대한 도어가 스스륵 열리며 발판이 미끄러져 나온다. 250kg까지 견딜 수 있다는 튼튼함이 실감나는 단단함을 밟고 올라간 실내는 지붕이 높은 하이데크 모델이 아님에도 허리를 세우고 걷는 데 문제가 없다. 정원은 11명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후부공간에 9개의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5열로 배치된 좌석이 좀 빽빽할 것 같았지만, 실제 앉아본 무릎공간은 적당한 편이며, 좌석 간의 이동이나 1열에서 2열로 넘어오는 것조차 부담 없다. ​​​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스르륵 밀려나오는 전동 풋스텝. 250kg의 하중도 견딘다​ 유로코치의 실내, 실용적인 버스로 나온 차다 ​​뒷문을 연 모습. 어느 정도의 적재공간은 확보되어 있다 ​시트의 착좌감은 보통의 미니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등받이가 얇은 시트는 불편해 보여도 막상 앉아보면 평균수준의 착좌감은 나온다. 퀼팅패턴을 적용한 부드러운 가죽의 감촉은 뛰어난 편. 머리를 감싸는 헤드레스트와 양팔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 팔걸이, 단출하지만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놓을 수 있는 트레이 테이블까지 갖췄다. 다만 다리를 쭉 펼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은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고급스러운 우드 플로어 이미지를 주고 싶었을 바닥 재질은 실제로 보면 비닐 장판의 느낌에 가깝다. 천장재는 평범하며, DMB와 DVD 정도의 소스 재생만 가능한 후석용 모니터는 애프터마켓 제품을 사다 단 느낌이 역력하다. 최신 트렌드에 걸맞은 스마트폰 연동이나 고화질 영상 파일을 재생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좌석 등받이에 달린 트레이 테이블​​모니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재생소스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낙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장스프린터 유로코치는 럭셔리 리무진과는 거리가 있는 차다. 이 차는 푹신한 가죽시트에 몸을 묻은 채 다리를 뻗고 가는 차가 아닌, 11명의 사람이 여유롭게 앉아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니버스다.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처럼 고급감이 넘치는 차는 아니지만, 기존의 미니버스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정숙성과 안락함, 그리고 빈틈없는 주행성능을 갖췄다. 그러다 보니 이 차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차인 유로코치 비즈니스 사양은 9,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고가의 버스다. 이는 이 차가 틈새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한다. 약 8,000만원의 가격표를 단 엔트리 모델도 마련되어 있지만 이쪽은 말 그대로 편의사양과 내장을 모두 제거한 깡통 모델. 최소한의 벤츠스러움마저 깡그리 빠져 있다.​​​  유로코치 비즈니스 트림 엠블럼, 8,000만원대 미니버스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현대 솔라티의 새로운 트림인 ‘투어’가 발매됐다. 패널밴 기반의 11인승 투어러로서 비슷한 포지션을 지닌 데다가 탑승공간의 완성도와 사양 또한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트림 기준 1,2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가소롭다 여기기 이전에, 이들이 미니버스라는 걸 생각해 보자. 버스로서의 목적에 충실할 수만 있다면, 이미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 금액 차이다. 높은 가격과 새로운 경쟁자, 과연 유로코치는 이 두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고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
GENESIS G70, 정면돌파 2017-10-25
GENESIS G70정면돌파G70은 피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그대로 돌진했다. 더 큰 크기, 더 넓은 공간의 꼼수 따윈 없다. 오로지 품질만으로 정면승부한다. 가장 작지만 가장 당당한 제네시스다. ​​ 수많은 도전 속에서도 철옹성은 굳건했다. 자신만만했던 캐딜락도, 고귀했던 재규어도 정통의 강자 독일차의 아성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은 이런 곳이다. 이 철옹성에 제네시스가 도전장을 던졌다. 당연히 다른 제네시스처럼 널찍한 공간으로 C클래스와 3시리즈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할 줄 알았건만, 웬걸 G70은 정확히 같은 체급으로 승부한다. 이제 동등하게 비교해도 자신 있다는 뜻. 과연 G70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치기일까, 치밀한 준비의 결과일까. ​프리미엄의 특권언제나 불만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산차를 같이 놓고 보면 항상 무언가 빠진 듯 밋밋했다. 국산차가 더 크고 번쩍이는데도 말이다. 그땐 이유를 몰랐는데, G70을 보니 뭐가 문제였는지 알겠다. G70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비결은 바로 볼륨.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뒤 펜더와 둥글게 말린 범퍼엔 국산차에선 볼 수 없었던 과감함이 배어 있고, 튀어나온 곳과 들어간 곳이 확실하게 구분된 옆면엔 빛이 명확하게 맺힌다. 검은색인데도 지면의 어떤 사진이든 굴곡이 정확하게 표현된 이유다. 이런 입체적인 굴곡은 비용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보닛의 과감한 굴곡과 낮게 깔린 헤드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역대 국산차 중 가장 풍성하게 부풀어오른 뒤 펜더​ 후륜구동 구동계에 따른 비율도 스타일에 한몫한다. 짧은 앞 오버행과 뒤쪽으로 당겨진 A필러는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증거. 앞바퀴가 앞으로 당겨져 마치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을 유도한다. 여기에 타이어 높이만큼이나 납작하게 낮춘 헤드램프와 거대한 19인치 휠이 더욱 잘 달릴 것 같은 기대감을 더한다. 두툼한 문짝 안엔 기존 제네시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윗급과 달리 대시보드가 얇은 탓에 기계적인 느낌이 짙다. 높게 솟은 문짝과 센터터널 사이 움푹 들어간 시트에 앉아 바라보면 스포츠 쿠페에 앉은 기분이 들 정도. 겉모습처럼 실내도 ‘고급’보다는 ‘역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 ​고급 소재를 듬뿍 쓴 실내​19인치 휠과 브렘보 브레이크가 달렸다​그렇다고 3시리즈처럼 무심하진 않다. 운전대 한가운데 현대가 아닌 제네시스 엠블럼이 붙은 만큼, 소재와 만듦새에 G80과 EQ900의 노하우가 녹아들었다. 버튼과 부품 간 단차는 나무랄 데 없이 치밀하고, 알칸타라로 덮은 천장과 나파가죽 시트, 그리고 퀼팅패턴 등의 소재는 이 차가 고급 승용차임을 대변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리얼 알루미늄 장식이다. 눈으로 보기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되지만, 직접 만져보면 플라스틱 특유의 따뜻한 감각이 다소 이질적이다.​  두터운 크롬 장식이 붙은 사이드미러 리얼 알루미늄 장식이 고급스럽다​ 스마트 자세 제어 기능으로 운전자의 체형만 입력하면 알아서 추천 자세를 맞춰준다 국산차에 항상 부족했던 재밌는 그래픽이 G70에 적용됐다​​​뒷자리에 현대차의 마법은 없었다. 딱 4,685mm 길이 후륜구동 세단다운 공간이다. 키 177cm의 기자가 동반석에 앉아 넉넉하게 조정하면 뒷좌석 승객에게 뒤통수 맞을 만한 크기. 그래도 뒷좌석 각도가 충분히 누워 있어 조금 좁더라도 자세는 안락하다.​시속 270km의 영역‘국산차 최강’ 타이틀의 G70이지만, 평소엔 발톱을 꼼꼼히 숨긴다. 시동을 걸면 6기통 엔진이 보드랍게 기지개를 켜고, 서서히 움직여도 고요함만이 감돈다. 특히 2,835mm로 길쭉한 휠베이스 한가운데 운전석이 배치된 덕분에 모든 충격을 시소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자연스레 흘린다. 서스펜션의 초기 반응도 부드러워 도심에선 낭창낭창한 편.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G80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크기에 비해 고급 승용차 느낌을 잘 살렸다.​​​국산차 중 가장 강력한 세단을 조용히만 탈 순 없는 노릇. 가속 페달을 짓이기자 서슬 퍼렇게 날이 선 발톱을 드러낸다. 8단 변속기가 저속 기어를 바꿔 물고, 3.3L 트윈터보 엔진의 과급압이 가득 차는 순간 속도계가 매섭게 치솟는다. 주변의 자동차들이 일순간 레이싱 게임 트래픽카로 보일 정도. 시속 100km까지는 현대차가 밝힌 4.7초(2WD 기준)의 수치만큼이나 순식간이고, 시속 250km까지의 가속도 거침없다. 이후 제원상 최고속도 시속 270km까지는 다소 인내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웬만한 스포츠 세단은 룸미러에 점으로 만들 수 있을 터다. ​​ ​G70에 과분할 만큼 강력한 3.3L 트윈터보 엔진​초고속의 영역에서 인상 깊은 건 남아 있는 힘보다도 유연한 서스펜션이다. 주행모드 컴포트에서 G80 스포츠가 그랬듯, 든든한 뒤쪽 댐퍼가 꽁무니를 확실하게 붙들어 시종일관 안정적이다. 앞 서스펜션은 G80보단 단단한 편. 여기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서스펜션이 더욱 팽팽하게 굳으면서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안정감은 확실히 더해지지만, 개인적으론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든든하게 붙들어주는 컴포트 모드가 더 조화로웠다. 고속도로를 나와 본격적으로 굽잇길에 진입했다. 테스트를 위해 찾은 곳은 경사가 가파르고 헤어핀이 연속되는 고갯길. G70은 1,300rpm부터 나오는 52.0kg·m의 강력한 토크로 경사로를 재빠르게 공략했다. 오르막 코너를 지나 재가속할 때에도 최대토크는 끊임없이 G70을 밀어올린다. 하지만 이 정도는 G80 스포츠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준. G70의 진가는 다운힐에서 드러난다. 무려 315kg이나 가벼운 만큼 한층 가뿐하다. 내리막 헤어핀 진입 전 속도를 줄이면 후륜구동 세단답게 앞바퀴에 정직하게 무게가 실리고, 가볍게 방향을 튼다. 이어 신속하게 뒷바퀴가 쫓아온다. 육중했던 G80 스포츠와는 확연히 다른 감각이다. 이런 가벼운 차체에 두터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 타이어가 끼워져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는 경쟁차를 웃돈다. 지난해 같은 길에서 장난스럽게 뒤를 흘려댔던 재규어 XE와 달리 G70은 네 바퀴를 바닥에 끈끈하게 붙이며 진지하게 돌아나갔다. ​ ​사실 테스트를 위해 찾긴 했지만, G70의 경쾌한 주행감각에 재미가 들려 굽잇길을 8바퀴쯤 더 돌았다. 경사가 심한 길을 쉴 틈 없이 달리니 차가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이미 엔진오일 온도도 평소보다 살짝 올랐다. 그런데 브레이크 컨디션이 여전히 그대로다. 보통 국산 세단으로 두세 바퀴 돌면 달아오른 브레이크 때문에 잠깐 쉬어야 했던 코스에서 G70의 브레이크는 조금 무거워졌을 뿐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서 확인하니 브레이크 디스크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상태에서 제동력이 변함없다니,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다만 고속에서든 고갯길에서든 아쉬웠던 건 역시 사운드다. EQ900을 통해 데뷔한 엔진이기 때문일까? 370마력의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다. 시속 240km 정도에 이르면 스피커의 엔진소리도 거친 바람소리에 깊숙이 묻히고, 터널에서 창문만 열어도 소리가 흩어진다. 분명 6기통 엔진의 풍성한 사운드가 배기 파이프에서 아깝게 걸러지고 있을 텐데 말이다. ​D 세그먼트의 호사시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차분하게 주행하니 제법 나긋나긋하다. 그랜저와 맞먹는 길쭉한 휠베이스 덕에 그리 무르지 않은 서스펜션임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에 여유가 남았다. 물론 가속할 때마저 침묵했던 3.3L 트윈터보 엔진은 당연히 조용하고, 6기통 특유의 회전 질감도 부드럽다. 고성능을 품었지만 고급 세단의 본질도 잊지 않았다.편안한 주행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찰나, 안전을 위해 G70의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를 켰다. 레이더와 카메라로 차간거리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활용하는 시스템. 다른 제네시스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이 장치의 차선유지 성능은 발군이다. 차선을 재빠르게 읽는 건 물론, 완만한 코너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서울에 가까워지자 여지없이 도로가 막힌다. 평소라면 짜증이 났겠지만 주행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쉴 수도 있다. 정지 후 출발 기능이 더해진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발이, 그리고 차선이탈방지 보조장치의 도움으로 손이 자유롭다. 특히 서행 중인 상황에선 운전대 센서도 무뎌지는지, 오랫동안 운전대를 놓고 있어도 경고가 없다. 덕분에 무려 9분 30초 동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됐다. 안정된 반자율주행 기능을 믿고 잠깐씩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한눈팔다 보니, 정체구간이 금세 끝나버렸다.강력한 엔진, 4륜 구동, 온갖 첨단 기능……. 이 정도 호사를 공짜로 누릴 수 있을 리 없다. 시속 270km로 질주하고 고갯길을 빠르게 왕복한 결과 450km 가량을 주행하는 동안의 연비는 리터당 6.8km를 기록했다. 다만 터보엔진답게 주행 상황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는 편. 30km 가량을 일반적인 주행 패턴으로 주행할 땐 리터당 16.7km까지 연비가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참고로 G70 3.3 터보 AWD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8.6km(도심 7.4km/L, 고속 10.5km/L)다.제네시스 G70은 치밀했다. 시험대에 오른 신생 브랜드 제네시스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야 하는 만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모양새다. 막내에게 과분한 EQ900의 첨단 주행보조장치와 가장 강력한 3.3L 트윈터보 엔진이 그 증거다. 물론 경쟁모델도 끊임없이 분석했을 터. 제네시스가 철저하게 준비한 G70으로 D세그먼트 시장의 철옹성에 정면돌파를 시작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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