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1999년 기사] 도요타 캠리 2018-02-27
  ​ ​패밀리 세단의 기준이고 미국 패밀리 세단시장의 베스트셀러. 혼다 어코드와 포드 토러스를 누른 풍운아. 세계 최대인 북미 자동차시장을 휩쓴 일본차. 이런 환상적인 형용사가 따라 다니는 승용차가 바로 도요다 캠리다. ​북미 오토쇼를 취재하러 디트로이트에 갔을 때 친분을 쌓은 현지 사진기자들과 지난해의 베스트셀러인 캠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캠리를 칭찬했다. 기자도 캠리에 대해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칭찬하는 이유는 잘 몰랐었다. 직접 부딪쳐 보고 그 이유를 알고자 수입차 리뷰를 통해 캠리를 타보기로 했다. ​​ 미국은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이고 품질, 안전, 환경규제가 까다로워 이곳에서 판매에 성공하면 메이커 전체의 이미지가 올라간다. 현대자동차도 86년 국내 메이커로는 제일 먼저 진출해 엑셀신화를 이뤘지만 적절한 모델 체인지와 품질개선, AS에 실패해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벗지 못했다. 3달 전에는 대우가 레간자, 누비라, 라노스로 미국에 상륙했지만 평범한 품질과 구매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비싼 값, 부족한 AS망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차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피아트는 지난해 볼보자동차를 합병, 볼보의 판매망을 이용해 다시 미국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볼보를 포드가 인수하는 바람에 포부가 꺾였다. ​이렇듯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최근 10년간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이커가 혼다와 포드다. 혼다 어코드와 포드 토러스가 1, 2위를 독식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97년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도요다가 캠리를 30만대 이상 팔아치우며 수직상승한 것이다. 그해 10월 혼다는 98년형 어코드로 4만2천889대라는 최다판매기록(한 달간)을 세우며 반격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98년 들어 선두자리는 다시 어코드로 넘어갔지만 캠리와 어코드의 경쟁이 치열해 계속 그 순위가 뒤바뀌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 어코드와 미국시장 선두자리 다퉈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 파고들어 ​ 캠리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질리지 않는 무난함, 합리적인 값, 뛰어난 품질과 AS.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요소들이 가장 평범한 차를 가장 비범한 차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다른 성공요인은 철저한 현지화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요다 디자인센터 ‘칼티’에서 디자인을 맡았고, 판매도 현지공장에서 한다. 현지에서 고객의 욕구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시장을 파고든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캠리의 디자인은 도요다의 차답지가 않다.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날카로운 인상이고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한 헤드램프와 그릴, 얇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눈길을 끈다. 경사가 심한 쐐기형 앞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트렁크가 높아 스포티함을 살리면서 넓은 화물공간을 얻었다.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컴팩트하게 만들어져 휠 하우스가 트렁크 안으로 파고들지 않으므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립 스포일러처럼 끝부분이 튀어나온 트렁크는 캐딜락 세빌과 닮았다. ​​​​ 실내는 한마디로 심플하다. 커다란 계기가 눈에 쏙 들어오고, 에어컨 스위치는 조작하기 쉬운 로터리 타입이다. 유럽 고급차 같은 정교함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단순해서 쓰기 쉽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주위와 센터 페시아, 기어, 도어트림에 무늬목을 달아 고급스럽고, 시트와 스티어링 휠, 시프트 레버는 가죽으로 감쌌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호화장비다. 수입차는 고급스러워야 통하는 국내 고객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한다. ​​​​​주차 스위치 오른쪽에는 2개의 컵 홀더를 달았다. 커버를 앞쪽으로 여는 타입이어서 차가 갑자기 멈추어도 컵이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센터콘솔 뒤에는 뒷좌석용 컵 홀더가 달렸고, 시가 잭 아래에는 별도의 전원 소켓을 만들어 두 가지 이상의 전원을 쓸 수 있게 했다. 차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잘 파악한 전략이다. ​​​​현지인의 취향을 잘 파악한 차 요철을 통과할 때 출렁거리고 센터콘솔과 도어의 팔받침은 위치가 적당하고 스위치도 손이 가기 쉬운 곳에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파워시트는 전후, 상하이동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할 수 있다. 패밀리 세단답게 뒷시트 공간이 여유 있고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과 통한다. ​시승차에는 2.2X DOHC 133마력 엔진을 얹었다. 미국에는 3.0X 엔진도 있지만 우리 실정에는 2.2X 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철저한 방음장치 덕분인지 시동을 걸 때 소음이나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음악이라도 틀어 놓았다면 시동이 걸렸는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시승 전에는 큰 덩치 때문에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133마력짜리라고 얕보았으나 추월을 위해 가속하니 부드러우면서도 위력적인 파워를 낸다. 급가속 때 힘이 떨어질 법도 하건만 시종일관 여유가 있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뜻대로 움직인다. 자기 체급에 맞는 힘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뽑아내는 것이다. 조용한 엔진 때문인지 고속에서는 바람과 바퀴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지만 전체적으로 정숙하고 부드럽다. 특히 트랜스미션은 급가속이나 급감속 때 변속충격을 느끼기 힘들다. ​​​​ 미국과 다른 도로환경 때문에 노면의 요철을 통과할 때는 조금 출렁거린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노즈다이브 현상도 일어난다. 하지만 미국차의 출렁임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조금 더 단단하고, 기분 좋을 정도로 억제된 출렁임이다. 미국식과 유럽식을 섞고 거기에 부드러움을 가미한 수준의 승차감이라 표현하고 싶다. ​​​​시승을 해보니 미국인들이 이 차를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로드 앤 트랙>은 비단 같은 파워와 거침없는 변속, 넓고 안락한 실내를 캠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앞 디자인이 싸구려 같다는 비판과 함께 ‘개성 없는 고성능 차’라고 꾸짖기도 했다. 미국 패밀리 세단시장의 베스트셀러 캠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결코 높지 않은 출력이지만 아쉽지 않은 엔진, 일본차이면서 일본차 같지 않은 외모, 완벽한 AS. 캠리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평범한 것들의 완벽한 조화였다. ​ 사진 김홍래 사진차장​ ​ 도요다 캠리의 주요제원   크기길이*너비*높이4785*1785*1420mm휠베이스2670mm트레드 앞/뒤1545/1520mm무게1420kg승차정원5명 엔진형식직렬4기통 DOHC굴림방식앞바퀴굴림보어*스트로크87.0*91.0mm배기량2164cc압축비9.8최고출력133마력/5200rpm최대토크20.0kg-m/4200rpm연료공급장치전자식 연료분사연료탱크 크기70L트미랜스션형식자동 4단기어비①/②/③2.810/1.550/1.000 ④/⑤/ⓡ1.729/ - /2.831최종감속비3.940보섀디와시보디형식4도어 세단스티어링랙 앤드 피니언(파워)서스펜션 앞스트럿 뒤멀티링크브레이크 앞/뒤V디스크/드럼(ABS)타이어 앞/뒤205/65R 16성능최고시속205km0 →시속100km 가속10.4초시가지 주행연비18.8km/L값3천480만원
소형 SUV 오프로드 특집, 랜드로버&미니 컨트리맨&지.. 2018-02-27
RENEGADE & KONA & COUNTRYMAN꼬꼬마 SUV 야생 체험  키 높은 해치백이라며 놀림받는 소형 SUV 세 대로 험지를 찾았다. 얌전한 2륜구동 빼고, 네 바퀴를 굴리는 ‘진짜’만 모아서.   JEEP RENEGADE TrailHawk어디든 간다 SUV가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일단 험로에서 잘 달리려면 최저지상고가 높아야 한다.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지원하는 넉넉한 트렁크공간도 필수다. 사륜구동 장치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쉽다. 다만 이륜구동이라면 좌우 바퀴 회전수를 동일하게 맞추거나 제한하는 로킹 디퍼렌셜 또는 LSD, 트랙션 컨트롤 등이 꼭 있어야 한다. 그래야 험로 탈출이 용이하니까. 이 같이 엄격한 잣대로 요즘 SUV를 평가한다면 절반 이상은 낙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쏘렌토를 예로 들어보아도 대부분 앞바퀴굴림에다 차동제한 장치가 없다.흙탕물로 표현한 계기판 레드존진입각 30도, 이탈각 34도에 달해 험로 주파성이 좋다높은 지상고가 만들어낸 오프로드 성능 같은 기준으로 B세그먼트 SUV를 평가하면 어떨까? 이들 대부분은 승용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최저지상고를 갖췄고, 해치백 스타일을 고수하는 까닭에 트렁크공간도 좁다. 사륜구동을 갖춘 차도 많지 않다. 소형 승용차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한 차는 드라이브샤프트와 디퍼렌셜이 위치하는 하부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가격 인상도 부담스럽다. 이 같은 이유로 차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B세그먼트 SUV를 키높이 소형 해치백이라 부르곤 한다. 그러나 여기 모인 차들의 면면은 다르다. 오늘의 자격검증 시험장은 험하고 까다로운 세 가지 오프로드 코스. 이에 맞춰 동급에서 가장 SUV다운 녀석들로 엄선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티볼리도 참가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사륜구동 시승차를 구할 수 없었다. 기자가 맡은 차는 지프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다. 고만고만한 차들 가운데 가장 높은 최저지상고를 자랑하는 레니게이드가 진짜 SUV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시승에 동원한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는 오리지널 지프의 정신을 가득 담은 꼬마 SUV. 일반 레니게이드에 지상고를 높이고 머드 타이어를 달아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했기에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트레일호크에는 빨간 견인고리가 달린다기자가 처음 진입한 코스는 조금은 험한 비포장길. 다른 차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레니게이드는 거칠 것 없이 달려 나갔다. 이따금씩 튀어나온 돌무리도 쉽게 타고 넘었고, 행여 다른 SUV가 다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곳에서는 가장 앞장서서 노면 컨디션을 확인했다. 노면이 심하게 파인 곳이 없었기에 다들 큰 어려움 없이 곧잘 쫒아왔다.성형수술 받았더니 운동신경이 좋아 졌어요레니게이드의 진가는 다음 코스에서 드러났다. 이곳은 바위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노면 고저차가 심한 진짜 오프로드 코스. 입구에 다다라 성인 무릎만큼 푹 파인 한쪽 웅덩이에 차를 밀어넣자 뒷바퀴 한쪽이 들리고야 만다. 다른 차들은 앞범퍼가 걸려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지만 레니게이드에게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이는 일반형보다 20mm 높은 220mm에 이르는 최저지상고와 형태를 가파르게 깎아 진입각(30도)을 크게 만든 트레일호크 전용 앞범퍼 덕분. 정통 오프로더 브랜드다운 제작 노하우가 여기서 드러난다. 트레일호크는 오프로드 타이어가 출고용으로 달린다그 다음 진입한 모래사장은 사륜구동으로도 재출발시 탈출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여기서는 높은 최저지상고도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절하게 분배되는 네 바퀴 트랙션이 유일한 무기. 따라서 각 차의 구동 시스템 특성과 한계를 시험해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기자는 모래사장 언덕에 차를 세워 바퀴가 빠질 만한 조건을 만든 다음 재출발을 시도했다. 그런데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모래 속으로 깊숙이 빨려들어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됐다. 기본 상태에서는 뒷바퀴로 배분되는 구동력이 앞바퀴보다 적은 까닭에 탈출이 쉽지 않았다. 전·후진을 반복한 끝에 겨우 탈출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이번에는 같은 조건에서 4WD 록 버튼을 누르고 탈출을 시도했다. 앞뒤 바퀴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하자 아까보다 탈출이 한결 쉽다. 역시 지프의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니라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었다.지형에 따라 선택하는 4WD 셀렉트레버와 4WD 록 버튼마지막으로 들어선 얕은 물길은 테스트가 아니라 화보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한겨울 메말라버린 강바닥은 현대 코나의 범퍼 밑단에 겨우 닿을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 이정도 깊이는 최대 480mm 깊이의 물길를 통과하는 레니게이드에게는 접시 물에 코 박는 시늉.  레니게이드는 동급에서 가장 SUV다운 자질을 갖췄다. 플랫폼은 피아트에서 가져왔지만, 혈통에서 오는 든든함과 지프의 오랜 노하우가 더해졌다. 이 정도 험지에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달리는 미국 꼬마의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글 이인주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       김민겸 장점 - 완벽한 SUV로서의 외모            단점 - 우리나라에선 왠지 온로드 패션카로 전락한 듯        윤지수 장점 - 단지 지프라는 이유만으로 믿음직스럽다            단점 - 예상 외로 허당이다HYUNDAI KONA 1.6T 4WD예상을 깨다긴장의 연속이었다. 거의 해치백만큼 납작한 코나를 타고 레니게이드 뒤를 쫓으니 등골에 땀이 절로 난다. 우둘투둘 솟은 돌길을 지날 땐 혹여 바닥 긁힐까봐 온 신경이 곤두선다. 맘 편히 운전 중일 레니게이드 운전자가 부러울 무렵, 갑자기 레니게이드가 모래밭에 빠졌다. 그리고 그 옆을 코나가 유유히 지나간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가벼운 4WD레니게이드가 빠진 곳은 경사진 모래사장이었다. 모래사장을 오르다 헛바퀴 돌더니 땅을 파며 멈춰선 것. 결국 후진으로 차를 뺐는데, 얄밉게도 코나가 그 자리를 쉽게 올라버렸다. 가장 우습게 봤던 도심형 SUV의 예상외 선전에 잠깐 멈칫했지만, 모래사장을 더 헤집고 다녀 보니 이유를 알겠다. 이날 모인 세 대 중 코나가 내세운 주무기는 바로 무게였다.코나는 모래사장 위를 사뿐사뿐 누볐다. 컨트리맨처럼 똑똑하게 동력을 나누지도, 레니게이드처럼 바닥을 높이지도 않았지만, 모래 위를 이상하리만치 쉽게 통과했다. 비결은 역시  1,460kg에 불과한 무게. 가장 작은 차가 가벼운 가솔린 엔진까지 얹어 컨트리맨보다 무려 215kg, 레니게이드보다 170kg 가볍다. 덕분에 연약한 모래사장, 특히 오르막길에서 비교적 자유롭다.펜더와 차체 아래쪽을 두툼한 플라스틱으로 감싸 오프로드에서 손상 걱정이 적다언제쯤 써볼까 싶던 ‘4WD 록’ 기능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요즘 웬만한 4WD라면 다 있는 기능이라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동력을 앞뒤 50:50으로 나누어 출발시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한 번 출발을 망치면 바퀴가 빠져버리는 모래사장에선 필수인 셈. 참고로 이 기능은 시속 40km를 넘어서면 트랜스퍼 케이스 보호를 위해 자동 해제 된다. 밖에선 4WD라는 걸 확인하는 방법은 뒤쪽 트렁크 리드에 붙은 4WD 로고를 보는 방법뿐이다.그런데 변속기가 말썽이다. 적당히 미끄러뜨릴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촬영을 위해) 좀 격하게 몰아붙였더니 움직임이 심상찮다. 엔진 rpm은 치솟는데 바퀴는 서서히 구른다. 마치 수동변속기 차에서 반클러치 쓰는 느낌이랄까. 다소 무리가 갈 만한 상황에서 복잡한 듀얼클러치 변속기 보호를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한 모양이다. 이후 서서히 주행하니 다행히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4WD 록 기능과 경사로 저속주행장치가 켜지면 계기판에 표시된다4WD 록 기능과 경사로 저속주행장치가 달렸다170mm 빠듯한 여유그러나 모래사장에서 얻은 점수는 큰 바위와 돌들이 엉킨 마른 계곡에서 깎였다. 레니게이드가 거침없이 통과한 이 길을 코나는 쫓을 수 없었다. 큰 돌을 치우고 바퀴 앞에 돌을 개는 식으로 나아가다 보니 레니게이드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코나의 발목을 잡은 건 범퍼 끝단과 앞바퀴를 잇는 접근각. 앞 오버행이 짧지 않은데 범퍼 밑단 각도까지 수평이어서 접근각이 형편없다. 조금만 경사진 곳에서는 여지없이 내려 안개등이 닿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도로 위에서 공기를 잘 막았던 두툼한 범퍼가 험로에선 코나의 앞길을 막았다.그래도 앞 범퍼만 해결하면 이후로는 큰 문제없이 통과한다. 코나의 최저지상고는 170mm로 나름 SUV라며 일반 세단(120~140mm)보다 높여 놨다. 바닥 닿을 걱정 해소하기엔 여전히 빠듯한 수치지만, 이 조금의 여유가 레니게이드를 쫓는 걸 가능케 한다. 이탈각(뒷범퍼와 뒷바퀴가 지면과 이루는 각도)은 뒤 오버행이 워낙 짧아 앞 범퍼가 지난 곳이라면 어떻게 해도 닿을 일 없다.마지막으로 가슴 졸이며 수심 얕은 물길에 타이어를 담갔다. 레니게이드와 디스커버리가 손쉽게 통과한 길이지만, 코나는 배기구가 잠길 만큼 아찔한 깊이다. 혹시라도 시동 꺼질까봐 저속에선 중립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야 했던 이유다. 레니게이드는 호기롭게 건너편까지 건너가기도 했지만, 코나는 도강 가능 깊이가 공개되지 않아 타이어만 적시고 조용히 차를 돌렸다.앞뒤 서스펜션이 뒤틀리는 휠트래블 정도는 크지 않다사실 출발 전 가장 걱정스러웠던 차가 코나였다. 지극히 도심형 SUV를 지향할뿐더러 4WD 시스템도 앞뒤 동력만 나누는 간단한 방식이기 때문. 그런데 막상 오프로드에 들어가니 예상외로 거뜬하다. 바닥이 최적화돼 걸릴 게 적고 가벼운 무게도 매력이다. 보다 본격적인 험지에 들어가기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이 정도면 가벼운 험지를 밟을 도심형 SUV로서는 충분하다. SUV라 부르기에 부끄럽지 않다.글 윤지수 기자- 현대 코나      이인주   장점 - 도심형 SUV론 팔방미인           단점 - 실용성 부족한 작은 차체      김민겸   장점 - 현대가 작심하고 만든 차           단점 - 이런 데 달려도 괜찮을까?MINI COOPER SD COUNTRYMAN ALL4기대를 채우다역시 예상대로였다. 컨트리맨은 전형적인 귀여운 상의 미니와는 결을 달리하는 오프로더 지향적 얼굴상이다. 그 외모만큼이나 컨트리맨은 우둘투둘한 험로를 잘 달려줬다. 레니게이드 못잖은 최저지상고는 웬만해선 바퀴 아래로 눈을 내리깔 일 없게 만들었다. 뒷심이 부족한 것만 빼면, 온로드 지향의 코나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미니 변절자, 컨트리맨앞서 험로를 달린 지프 레니게이드(Renegade)는 변절자라는 뜻을 가진다. 지프가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변절자라는 이름은 레니게이드보다는 컨트리맨에 더 잘 어울린다. 프레임 위에 엔진만 달랑 얹은 경주차인 고카트(Gocart) 감성의 미니에서 본격적인 SUV를 만들었으니 말이다(미니는 컨트리맨을 SAV, 즉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이라 부른다). 미니 컨트리맨의 최상위 트림이자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얹은 ALL4 모델은 전륜구동 기반답게 평상시엔 구동력 대부분을 앞쪽으로 모아 보낸다. 그러다가 앞바퀴가 헛돌거나 땅을 붙잡는 힘이 약해졌다 싶으면 뒷바퀴로 힘을 보내는 방식이다. 넉넉한 최저지상고와 플라스틱 가니쉬가 컨트리맨의 정체성을 강조한다이같은 작동 원리를 알고 험로를 타니 괜스레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험로 주파시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ROCK CRAWLER 그래픽은 제대로 된 사륜구동 차를 탔다는 든든함을 전한다. 컨트리 타이머가 작동할 때의 모습으로 온로드를 달리다가 오프로드로 접어들면 이를 감지, 험로 주행시간을 계산하는 거다. 차체의 진동이나 기울기 등을 측정해 심박수까지 표현한다. 타이어 사이즈가 자동차 묘기 쇼에나 나올 법한 크기에 다다르면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고 있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컨트리맨의 골격과 구동계는 BMW X1과 자매품이라 해도 될 만큼 닮아 있다. SUV 강자인 X시리즈 피를 물려받았다는데 뭐가 더 걱정이겠는가. 미니 컨트리 타이머가 작동하는 모습네 바퀴를 굴리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는 있다. BMW 중형 이상 모델에 쓰이는 xDrive는 엔진의 동력을 뒤로 전달하는 프로펠러샤프트 중간에 다판 클러치를 달아 구동력을 배분한다. 미니 ALL4는 프로펠러샤프트 앞쪽에 동력 방향 전환 장치를 달고, 뒤쪽에 다판 클러치를 달아 구동력을 나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BMW X1이나 2시리즈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얼핏 들으면 무게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싶지만 10kg 미만으로 작고 가볍게 만들어 중량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온로드에서는 미니 특유의 가벼우면서 빠릿빠릿한 주행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손쉬운 험로 이탈을 돕기 위한 미니의 속셈이다.풀타임 네바퀴굴림이 적용되어 접지 상황에 따라 구동력 배분을 달리 한다힘이 많이 들어간 아랫심그렇다고 컨트리맨에 마냥 찬사만 보내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진정한 오프로더라는 확신을 불어넣는 결정적 뒷심이 모자랐다. 레니게이드를 필두로 험로 코스를 열심히 뒤따르는가 싶더니 이내 ‘옥에 티’가 발견되었다. 미니 특유의 주행감을 놓치지 않은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지프는 오프로더 태생이다. 현대차는 특유의 무른 승차감이 차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바꿔 말하면 둘 다 험로에서 승차감이 좋다는 뜻이다. 비교 대상이 된 나머지 두 모델이 예외적인 경우라서 그 단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게 아니다. 절대적 수치에서도 컨트리맨은 승차감에서 좋은 점수를 얻긴 힘들다. 오프로드를 타면서 승차감 따질 이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당장 내가 따지고 싶어졌다. 엉덩이에서 허리를 지나 척추기립근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온로드 주행을 위한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 오프로드에서는 치명적 약점이 된 셈이다. 컨트리맨의 승차감은 이번 테스트 주제인 야생에서의 생존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도 나머지 지표에서는 딱히 나무랄 데 없이 외모만큼이나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모래사장에서의 헛바퀴 질도 없었을 뿐더러 깊지 않은 수심이었지만 도강을 할 때도 주춤할 필요가 없었다. 세 모델 중 힘도 제일 좋아(192마력) 가팔라 보이는 비탈길도 힘차게 올라탔다. 시골남자의 단단한 아랫심이 되려 가점 요소가 되는 순간이었다.글 김민겸 기자 - 미니 컨트리맨    윤지수  장점 - 4륜구동시스템 실력이 발군이다            단점 - 지상고가 가장 낮다        이인주  장점 - 똑똑하고 뛰어난 구동력 배분            단점 - 오프로드와 거리가 먼 이미지  LAND ROVER DISCOVERY든든한 후원자   이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귀여운 소형 SUV 삼형제의 재롱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혹시라도 다치거나 넘어지면 금방이라도 달려갈 아버지의 심정으로. 다행히 세 대의 소형 SUV 모두 무탈하게 달려 출동할 일은 없었지만 이 차가 있었기에 안심하고 모래사장과 물길 속을 마음껏 휘저을 수 있었다. 소형 SUV 구난과 촬영을 돕기 위해 함께한 디스커버리는 소형 SUV들이 힘겹게 지난 자리를 우습게 통과했다. 최저지상고는 무려 283mm(에어서스펜션을 가장 높였을 때), 물길은 수심 900mm까지 통과할 수 있으며, 지형에 따라 변신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까지 달렸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내심 한 대쯤 배가 걸려 이 차에 끌려나오는 그림을 기대했지만 애써 준비해간 견인줄조차 걸어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글 윤지수 기자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이병주  
쌍용 2018 코란도 투리스모 2018-02-26
SSANGYONG 2018 KORANDO TURISMO코란도 투리스모는 의외의 매력이 녹아 있다. SUV 성격이 융합된 크로스오버 미니밴은 해외에서도 보기 드물다.코란도 투리스모는 2003년 로디우스로 등장해 세 번의 파워트레인 변화를 거쳤고, 2013년 빅마이너 체인지 때는 대대적인 성형수술과 함께 이름까지 바꾸어 현재의 모습에 이른다. 출시 후 15년이나 지났으니 단종설이 돌아도 이상하지 않건만, 쌍용은 새해가 바뀌자마자 2018 코란도 투리스모를 보란 듯이 내놨다. 계기판을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한 독특한 실내도 변함없다로디우스의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이 차를 대하는 쌍용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연식변경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철판 금형을 손대면서까지 얼굴을 새로 다듬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노장의 나이에 적잖은 비용을 들이는 모습에서 어떻게든 코란도 투리스모를 이끌고 나가겠다는 쌍용의 의지가 느껴진다. 얼굴은 훨씬 잘생겨졌다. 기존 모델은 전면부와 차체 간의 디자인 흐름이 A필러에서 뚝 끊긴 반면, 신형은 전면 캐릭터 라인이 펜더 파팅 라인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높아진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헤드램프는 펜더 양옆으로 당겨놓아 실제 차폭보다 더 넓어 보이며, 범퍼 아래로는 SUV에서 볼 법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 다른 미니밴이라면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SUV에 특화된 쌍용이었기에 가능한 디테일이다. 후면부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테일게이트의 크롬 가니시가 유일한 차이. 계기판을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한 독특한 실내도 변함없다. 시선이 옆으로 향하는 게 어색한 운전자를 위해 운전대 앞으로 작은 LCD 보조 계기판을 달았다. 속도를 비롯한 다양한 계기정보를 표시하는 까닭에 가운데 놓인 대형 계기판을 바라볼 일이 많지 않다. 운전대 앞으로 작은 LCD 보조 계기판을 달았다시트 포지션은 매우 높직하다. 덕분에 옆 차선의 중형 SUV를 살짝 내려다 볼 정도로 전방시야가 아주 좋다. 운전석에 앉아 기다란 보닛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SUV에 앉아 있나?’ 하는 착각마저 든다. 크로스오버 미니밴이라는 쌍용의 설명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플로어 높이도 프레임보디 SUV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평균 신장의 남성이라도 차에 오르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측면에 부착된 보조 발판이 고마울 다름이다. 실내가 좁아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플로어를 고수한 이유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뼈대를 뒷바퀴굴림 체어맨 플랫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프로펠러샤프트가 차체 중앙을 지나가는 탓에 미니밴의 필수덕목인 평평한 플로어를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차바닥을 높여야만 한다. 물론 5m 넘는 기다란 차체를 조종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운전석 위치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9인승의 시승차는 2+2+3+2의 시트 구성9인승의 시승차는 2+2+3+2의 시트 배열이다. 2, 3열 시트는 폴딩이 가능하고 접으면 테이블로 변신한다. 다른 다인승 차와 마찬가지로, 4열 시트는 다인승차 혜택을 누리기 위한 형식승인용이다. 2열과 3열만 앉는 상황을 가정하고 시트 배치를 조정한다면 6명 정도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시트 형상과 재질은 다소 아쉽다. 특히 허리지지대가 없는 운전석 등받이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SUV성격 더한 크로스오버 미니밴파워트레인은 기존과 같은 2.2L 디젤에 벤츠에서 공급하는 7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178마력의 최고출력은 2.3톤의 차체를 이끌기에는 부족했다. 여러 명이 탑승한 상황에서는 답답한 가속이 예상된다. 가속 반응도 한 박자에서 한 박자 반 정도 늦다. 여러모로 여유가 몸에 밴 운전습관이 필요한 차다. 4WD 사양의 시승차는 파트타임 방식이다. 실제 이 차로 오프로드 주행을 하는 운전자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코란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특화된 성격을 강조하기엔 이만 한 장비도 없다. 178마력의 최고출력은 2.3톤의 차체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주행감각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차선변경이나 코너를 돌 때 큰 차체가 실감나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후륜구동 특유의 깔끔한 핸들링과 높은 직진안전성이 의외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모두 체어맨 플랫폼 덕분이다. 한 가지 불만인 점은 차체 진동과 방음 성능이다. 요즘 디젤차 치고 드물게 공회전시에도 적잖은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며, 시속 60km에서 80km까지 가속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심해진다. 가망 고객은 구매에 앞서 꼭 확인 해보았으면 좋겠다.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9km/L 내외.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무거운 차체와 가혹한 시승 환경, 여기에 추운 날씨를 생각하면 뜻밖의 실력이다. 엔진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7단 자동변속기가 제 역할에 충실한 결과다.코란도 투리스모는 의외의 매력이 녹아 있다. 4륜구동과 SUV 성격이 융합된 크로스오버 미니밴은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장르. 쌍용은 이번 연식변경 모델을 통해 다시 한번 판매의 반등을 노린다. 카니발 독주체제에 반감을 갖는 고객이라면 분명 코란도 투리스모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게 쌍용 측의 판단이다. 작년 쌍용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은 10만6,000대. 그중 코란도 투리스모의 비중은 약 3,700대다. 한 대의 판매가 아쉬운 소규모 메이커 입장에선 월 판매량 300대의 모델도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헤드램프는 펜더 양옆으로 당겨놓아 실제 차폭보다 더 넓어 보이며 범퍼 아래로는 SUV에서 볼 법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테일게이트의 크롬 가니시가 기존 모델과의 유일한 차이4열 시트는 다인승차 혜택을 누리기 위한 형식승인용이다4WD 사양의 시승차는 파트타임 방식이다글 | 이인주 기자 사진 | 최진호
[2000년 기사] 대우 맵시나 하이 디럭스 모처럼 만.. 2018-02-23
​[2000년 기사]대우 맵시나 하이 디럭스 모처럼 만난 ‘완벽한 올드카’※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15년 된 차를 올드카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게다가 오늘 시승한 차 85년형 맵시나는 거의 새차에 가까운 보존상태가 돋보인다. 깨끗하게 관리된 차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오랜 세월 오너가 바뀌지 않는다. 시승차는 차를 처음 산 할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간직해 왔다. 항상 차고에 넣어두고, 가끔 몸을 풀어주듯 움직였을 뿐이다. 비오는 날에는 끌고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차를 타기 위해 샀는지, 간직하기 위해 샀는지 의문이다.​​올드카의 조건 완벽하게 충족하는 차​맵시나는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다. 이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가하면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예비용 부품을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 완벽한 올드카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차다. 이런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올드카는 곧 고물차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차를 만난 기쁨이다.​깨끗한 올드카와의 만남은 즐겁지만, 정작 맵시나 이야기는 조금 슬프다. 맵시나 스토리는 74년 데뷔한 3세대 오펠 카데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때 오펠 카데트는 GM이 처음 월드카로 만든 차였다. 월드카는 ‘하나의 차로 세계 여러 곳에 팔리는 모델’을 말한다. 플랫폼은 물론 보디를 같이 쓰고, 부품을 공동구매하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카데트의 해치백 모델은 미국에서 시보레 쉐벳으로 만들어지고, 일본에서는 노치백 모델이 이스즈 제미니로 나왔다. 현대 포니에 맞설 차가 필요했던 새한자동차는 77년말 이스즈 제미니 모델을 들여왔다. 당시 첨단 감각의 포니에 맞설 차로 독일차 뿌리의 제미니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듯했다. 그러나 고장이 잦고 연료소모가 커 포니의 독주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엔진은 전 모델 카미나의 것이었다고 한다.​전세계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월드카는 전세계인의 불만을 불렀다. 한 곳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노력은 다른 곳의 불만을 가져왔다. 싸게 구입한 부품을 필요한 지역으로 나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이 당시 GM의 월드카 전략은 실패로 기록된다. 우리 나라에서 제미니의 경쟁력은 포니에 뒤졌다.​제미니는 82년 초 맵시로 이름을 바꾸며 프론트 그릴을 슬랜트하게 손질했다. 억지에 가까운 변화가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플라스틱 사출이 흐느적거리는 그릴과 사각 헤드램프의 처리가 엉성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다음 세대 카데트가 나온 뒤였다. 맵시는 83년 다시 맵시나로 바뀌고, 85년 초에는 맵시나 하이 디럭스 모델이 나왔다. 이 차는 당시 대우의 기함이었던 로얄 살롱을 축소한 모양으로 작은 차에 최고의 사치를 담았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사라진 모델이 한국에서는 크고 화려한 차로 탈바꿈했다. 월드카의 한국적인 결론이었다. 85년 현대는 이미 엑셀을 내놓고 있었다. 월드카의 잔해를 모아 만든 차 맵시나 하이 디럭스는 제미니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대우는 카데트의 한 모델을 건너뛰어 다시 신형 카데트인 르망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맵시나 디럭스는 86년 르망이 나올 때까지 2만 대 정도 만들어졌다.​로얄 살롱의 축소판 같은 외모 지녀시승차 85년형 하이 디럭스에는 제미니의 모습이 뚜렷하다. 오래된 차를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맵시나 하이 디럭스가 나온 배경은 ‘무조건’ 로얄 살롱을 닮자는 것이었다. 작은 차에 최대한 품위를 갖춰 보수적인 고객을 잡자는 생각이다. 이는 포니2나 엑셀이 갖추지 못한 점이었다.​격자형 그릴과 헤드램프로 만들어진 앞모습은 로얄 살롱의 축소판이다. 왕관을 그려 넣은 엠블럼이 고급차임을 분명히 한다. 두터운 몰딩을 댄 크롬 범퍼와 그 아래 안개등은 로얄 살롱에서 가져왔다. 이 안개등은 녹이 슬거나 뒤틀려 달려 있는 차가 많았는데, 시승차의 것은 깨끗하기만 하다.​​​시승차의 보디는 당시 유행하던 밝은 파란색이어서 옛 추억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도어에 달린 커다란 백미러도 로얄살롱의 것이다. 앞 범퍼의 두터운 고무 몰딩은 웨이스트라인으로 이어지고 다시 뒷바퀴 구멍까지 연장된 뒷 범퍼로 계속된다. 원래의 카데트 외모에서 멀어진 변신이다.​​​​맵시보다 트렁크가 커지고, 테일 램프 역시 휘황찬란하다. 원래 제미니의 모습에서 앞뒤로 살을 더해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품위를 찾으며 균형을 따질 일이 아니다. 테일 램프 아래 두터운 몰딩을 둘러 범퍼가 2개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벤츠를 베낀 모양이다. 번호판을 비추는 램프가 모두 4개인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헤드램프 사이는 벌어진 틈이 크고, 크롬 몰딩 끝마무리는 적당히 타협한 수준이다. 엉성한 구석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우리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맵시라는 이름이 예쁘다. 맵시나 역시 예쁜 이름이다. 우리말도 차 이름이 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였다. 맵시나에서 ‘나’는 가, 나, 다하는 의미로 2번째 맵시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정확한 이름은 ‘맵시-나’이다. 그럼에도 트렁크 엠블럼은 맵시 하이-디럭스로 되어 있다.​시승차의 깨끗한 실내를 보며 이대로 박물관에 갖다놓았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하이 디럭스의 대시보드 디자인은 이전의 맵시나와 다르다. 경쟁차인 포니2를 의식한 듯 운전석 앞으로 계기를 모으고 선반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대우차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로얄 살롱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조금은 엉성한 플라스틱 마무리가 당시의 대우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로얄 프린스의 것을 줄인 듯한 스티어링 휠이 눈에 익다. 오늘따라 가느다란 림이 정겹게 느껴진다. 계기판 안에 큼직하게 들어 있는 2개의 원은 속도계와 시계이다. 타코미터가 흔치않던 시절, 차마다 커다란 아날로그 시계가 달려 있어 좋았다. 원안으로 그어진 빗금은 한껏 멋을 부린 흔적이다. 가운데 센터 페시아에는 슬라이딩 타입의 공기조절 스위치가 달려 있고 그 아래에 놓인 라디오가 클래식하다. 2개의 다이얼 사이로 버튼이 나열된 라디오는 귀해 보인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전진 4단의 기어 시프트 레버 역시 로얄 살롱의 것이다. 대우차가 다 그렇듯 후진기어는 왼쪽으로 당겨 위로 밀어 넣는다. 사물함까지 갖춘 센터콘솔은 고급스러운 감각이 넘친다. 반면에 도어 패널은 밋밋하다. 유리창은 손으로 빙빙 돌려 열어야 하는 원시적인 형태지만, 에어컨까지 갖춘 것에 감탄한다.​맵시나의 크기에 적당한 85마력 XQ 엔진운전자세는 만족스럽고 사방시야는 시원하게 트였다. 실내 크기는 그저 그렇다. 이 차의 기본 틀은 74년형 카데트다. 이때만 해도 소형차의 실내공간 확보는 요즘 차만큼 과학적이지 못했다. 전체 보디에서 승객석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게다가 앞뒤를 늘린 하이 디럭스 모델에서는 공간효율이 더 작아진다.​하이 디럭스는 대우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했다는 XQ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로얄 XQ에 얹혀 국산 자동차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큰 보디에 작은 엔진을 얹은 차는 언덕길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85마력은 맵시나의 작은 보디에 적당한 힘이다. 큰 차와 엔진을 같이 쓴다는 사실은 맵시나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 도움되었을 것이다. 잘 관리된 시승차는 엔진 역시 부드럽다.​​​​적산거리계는 5만km가 안 된다. 파워 스티어링을 갖추지 않아 저속에서 핸들조작이 무겁지만 그밖에 어려운 점을 찾을 수가 없다. 페달 반응이 민감하고, 기어 변속이 부드럽다. 달리고 서고 돌아가는 데 별다르게 신경 쓸 일이 없다. 별로 오래된 차 같지가 않다. 3천rpm의 저속에 최대토크가 세팅되었기 때문인지,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다. 힘차게 내뻗을 때만 가끔 4단 뿐인 차에서 5단 기어를 찾게 만든다. 진공배력 방식의 브레이크는 부드럽고 믿을 만하다.​​​​​이렇게 깨끗한 올드카를 세차게 몰 수는 없는 일이다. 귀한 차를 타면서 뒷바퀴굴림 차의 즐거움을 확인해볼 수도 없다. 차를 아끼는 마음으로 차분히 몰아간다. 맵시나의 반응도 덤덤하다. 솔직히 말해 맵시나는 운전이 재미있는 차가 아니었다. 맵시나 이야기가 슬픈 이유 중 하나다.​서울 도심을 달리는 동안 맵시나는 많은 이의 시선을 모았다. 지나는 차의 오너들은 맵시나를 향해 손짓을 보내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옛 차를 탄 기분에, 나의 고향인 삼청동 골목길을 찾았다. 한옥을 배경으로 한 올드카가 오래 전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시승차 앞유리에는 출고증이 그대로 붙어 있다. 차주인의 성격을 읽을 만하다. 그런 애정으로 오늘날 맵시나가 이렇게 보존되었을 것이다. 트렁크 바닥에 널린 신문지는 87년 판이었다. 빛 바랜 신문에서 찾아낸 이문세와 조용필의 얼굴 피부는 팽팽해 보였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세상은 정겨웠다. 이 차는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의 데모카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우 맵시나 하이 디럭스 모처럼 만난 ‘완벽한 올드카’ 2000-04-27
​​ ​15년 된 차를 올드카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게다가 오늘 시승한 차 85년형 맵시나는 거의 새차에 가까운 보존상태가 돋보인다. 깨끗하게 관리된 차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오랜 세월 오너가 바뀌지 않는다. 시승차는 차를 처음 산 할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간직해 왔다. 항상 차고에 넣어두고, 가끔 몸을 풀어주듯 움직였을 뿐이다. 비오는 날에는 끌고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차를 타기 위해 샀는지, 간직하기 위해 샀는지 의문이다. ​​​​ 올드카의 조건 완벽하게 충족하는 차​맵시나는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다. 이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가하면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예비용 부품을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 완벽한 올드카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차다. 이런 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올드카는 곧 고물차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차를 만난 기쁨이다.​ 깨끗한 올드카와의 만남은 즐겁지만, 정작 맵시나 이야기는 조금 슬프다. 맵시나 스토리는 74년 데뷔한 3세대 오펠 카데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때 오펠 카데트는 GM이 처음 월드카로 만든 차였다. 월드카는 ‘하나의 차로 세계 여러 곳에 팔리는 모델’을 말한다. 플랫폼은 물론 보디를 같이 쓰고, 부품을 공동구매하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 카데트의 해치백 모델은 미국에서 시보레 쉐벳으로 만들어지고, 일본에서는 노치백 모델이 이스즈 제미니로 나왔다. 현대 포니에 맞설 차가 필요했던 새한자동차는 77년말 이스즈 제미니 모델을 들여왔다. 당시 첨단 감각의 포니에 맞설 차로 독일차 뿌리의 제미니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듯했다. 그러나 고장이 잦고 연료소모가 커 포니의 독주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엔진은 전 모델 카미나의 것이었다고 한다.​ 전세계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월드카는 전세계인의 불만을 불렀다. 한 곳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노력은 다른 곳의 불만을 가져왔다. 싸게 구입한 부품을 필요한 지역으로 나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이 당시 GM의 월드카 전략은 실패로 기록된다. 우리 나라에서 제미니의 경쟁력은 포니에 뒤졌다. ​ 제미니는 82년 초 맵시로 이름을 바꾸며 프론트 그릴을 슬랜트하게 손질했다. 억지에 가까운 변화가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플라스틱 사출이 흐느적거리는 그릴과 사각 헤드램프의 처리가 엉성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다음 세대 카데트가 나온 뒤였다. 맵시는 83년 다시 맵시나로 바뀌고, 85년 초에는 맵시나 하이 디럭스 모델이 나왔다. 이 차는 당시 대우의 기함이었던 로얄 살롱을 축소한 모양으로 작은 차에 최고의 사치를 담았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사라진 모델이 한국에서는 크고 화려한 차로 탈바꿈했다. 월드카의 한국적인 결론이었다. 85년 현대는 이미 엑셀을 내놓고 있었다. 월드카의 잔해를 모아 만든 차 맵시나 하이 디럭스는 제미니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대우는 카데트의 한 모델을 건너뛰어 다시 신형 카데트인 르망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맵시나 디럭스는 86년 르망이 나올 때까지 2만 대 정도 만들어졌다. ​ 로얄 살롱의 축소판 같은 외모 지녀 시승차 85년형 하이 디럭스에는 제미니의 모습이 뚜렷하다. 오래된 차를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맵시나 하이 디럭스가 나온 배경은 ‘무조건’ 로얄 살롱을 닮자는 것이었다. 작은 차에 최대한 품위를 갖춰 보수적인 고객을 잡자는 생각이다. 이는 포니2나 엑셀이 갖추지 못한 점이었다.​ 격자형 그릴과 헤드램프로 만들어진 앞모습은 로얄 살롱의 축소판이다. 왕관을 그려 넣은 엠블럼이 고급차임을 분명히 한다. 두터운 몰딩을 댄 크롬 범퍼와 그 아래 안개등은 로얄 살롱에서 가져왔다. 이 안개등은 녹이 슬거나 뒤틀려 달려 있는 차가 많았는데, 시승차의 것은 깨끗하기만 하다. ​​​ 시승차의 보디는 당시 유행하던 밝은 파란색이어서 옛 추억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도어에 달린 커다란 백미러도 로얄살롱의 것이다. 앞 범퍼의 두터운 고무 몰딩은 웨이스트라인으로 이어지고 다시 뒷바퀴 구멍까지 연장된 뒷 범퍼로 계속된다. 원래의 카데트 외모에서 멀어진 변신이다. ​​​​ 맵시보다 트렁크가 커지고, 테일 램프 역시 휘황찬란하다. 원래 제미니의 모습에서 앞뒤로 살을 더해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품위를 찾으며 균형을 따질 일이 아니다. 테일 램프 아래 두터운 몰딩을 둘러 범퍼가 2개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벤츠를 베낀 모양이다. 번호판을 비추는 램프가 모두 4개인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 ​ 헤드램프 사이는 벌어진 틈이 크고, 크롬 몰딩 끝마무리는 적당히 타협한 수준이다. 엉성한 구석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우리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맵시라는 이름이 예쁘다. 맵시나 역시 예쁜 이름이다. 우리말도 차 이름이 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였다. 맵시나에서 ‘나’는 가, 나, 다하는 의미로 2번째 맵시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정확한 이름은 ‘맵시-나’이다. 그럼에도 트렁크 엠블럼은 맵시 하이-디럭스로 되어 있다. ​ 시승차의 깨끗한 실내를 보며 이대로 박물관에 갖다놓았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하이 디럭스의 대시보드 디자인은 이전의 맵시나와 다르다. 경쟁차인 포니2를 의식한 듯 운전석 앞으로 계기를 모으고 선반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대우차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로얄 살롱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조금은 엉성한 플라스틱 마무리가 당시의 대우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로얄 프린스의 것을 줄인 듯한 스티어링 휠이 눈에 익다. 오늘따라 가느다란 림이 정겹게 느껴진다. 계기판 안에 큼직하게 들어 있는 2개의 원은 속도계와 시계이다. 타코미터가 흔치않던 시절, 차마다 커다란 아날로그 시계가 달려 있어 좋았다. 원안으로 그어진 빗금은 한껏 멋을 부린 흔적이다. 가운데 센터 페시아에는 슬라이딩 타입의 공기조절 스위치가 달려 있고 그 아래에 놓인 라디오가 클래식하다. 2개의 다이얼 사이로 버튼이 나열된 라디오는 귀해 보인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전진 4단의 기어 시프트 레버 역시 로얄 살롱의 것이다. 대우차가 다 그렇듯 후진기어는 왼쪽으로 당겨 위로 밀어 넣는다. 사물함까지 갖춘 센터콘솔은 고급스러운 감각이 넘친다. 반면에 도어 패널은 밋밋하다. 유리창은 손으로 빙빙 돌려 열어야 하는 원시적인 형태지만, 에어컨까지 갖춘 것에 감탄한다.​ 맵시나의 크기에 적당한 85마력 XQ 엔진 운전자세는 만족스럽고 사방시야는 시원하게 트였다. 실내 크기는 그저 그렇다. 이 차의 기본 틀은 74년형 카데트다. 이때만 해도 소형차의 실내공간 확보는 요즘 차만큼 과학적이지 못했다. 전체 보디에서 승객석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게다가 앞뒤를 늘린 하이 디럭스 모델에서는 공간효율이 더 작아진다. ​ 하이 디럭스는 대우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했다는 XQ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로얄 XQ에 얹혀 국산 자동차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큰 보디에 작은 엔진을 얹은 차는 언덕길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85마력은 맵시나의 작은 보디에 적당한 힘이다. 큰 차와 엔진을 같이 쓴다는 사실은 맵시나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 도움되었을 것이다. 잘 관리된 시승차는 엔진 역시 부드럽다. ​​​​적산거리계는 5만km가 안 된다. 파워 스티어링을 갖추지 않아 저속에서 핸들조작이 무겁지만 그밖에 어려운 점을 찾을 수가 없다. 페달 반응이 민감하고, 기어 변속이 부드럽다. 달리고 서고 돌아가는 데 별다르게 신경 쓸 일이 없다. 별로 오래된 차 같지가 않다. 3천rpm의 저속에 최대토크가 세팅되었기 때문인지,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다. 힘차게 내뻗을 때만 가끔 4단 뿐인 차에서 5단 기어를 찾게 만든다. 진공배력 방식의 브레이크는 부드럽고 믿을 만하다.​​​​​이렇게 깨끗한 올드카를 세차게 몰 수는 없는 일이다. 귀한 차를 타면서 뒷바퀴굴림 차의 즐거움을 확인해볼 수도 없다. 차를 아끼는 마음으로 차분히 몰아간다. 맵시나의 반응도 덤덤하다. 솔직히 말해 맵시나는 운전이 재미있는 차가 아니었다. 맵시나 이야기가 슬픈 이유 중 하나다. ​ 서울 도심을 달리는 동안 맵시나는 많은 이의 시선을 모았다. 지나는 차의 오너들은 맵시나를 향해 손짓을 보내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옛 차를 탄 기분에, 나의 고향인 삼청동 골목길을 찾았다. 한옥을 배경으로 한 올드카가 오래 전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시승차 앞유리에는 출고증이 그대로 붙어 있다. 차주인의 성격을 읽을 만하다. 그런 애정으로 오늘날 맵시나가 이렇게 보존되었을 것이다. 트렁크 바닥에 널린 신문지는 87년 판이었다. 빛 바랜 신문에서 찾아낸 이문세와 조용필의 얼굴 피부는 팽팽해 보였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세상은 정겨웠다. 이 차는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의 데모카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2000년기사]BMW Z8 심미적인, 모터리스트의 드.. 2018-02-21
 [2000년기사] BMW Z8 심미적인모터리스트의 드림카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BMW Z8의 핸들을 잡고,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는 오래된 카피가 떠올랐다. Z8은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의 이름이다. 지난 5월 수입차모터쇼에서 공개된 Z8을 볼 때만 해도 이 차를 몰아볼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BMW 코리아는 양산차가 아닌 프로토타입의 Z8을 시승차로 기꺼이 내놓았다. 최근 수입차시장을 독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 혹은 그 동력이기도 하다. 장소는 경기도 평택의 만도기계 주행시험장. 비록 제한된 장소에서 이뤄진 짧은 시승이었지만 벅찬 감동은 쉽게 지워지질 않는다. 그야말로 한여름 날의 꿈, ‘드림카’를 체감한 순간이다.  전설의 로드스터 507에 경의를 표하다 BMW Z8에는 전설의 로드스터 507(56∼59년)에 대한 경의가 깃들여 있다. 개발팀 전체가 507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설계했다고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 자동차는 시대를 넘어 감성을 전달하는 매력적인 존재임을 새삼 상기한다. Z8을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507은 과연 어떤 차일까.  2차대전후 BMW가 다시 키드니 그릴을 달고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52년 BMW 501로 다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BMW는 54년 1월 BMW뿐 아니라 독일 최초로 V8 엔진을 단 502를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정형화된 생산라인에서 경합금 V8 엔진이 생산되었다.  BMW의 명성을 뒷받침해온 것은 ‘세계에서 가장 스무드한 6기통’ 혹은 ‘V8보다 밸런스 좋은 6기통’이라 불리는 직렬 6기통 엔진이었다. BMW는 최근 뛰어난 V8, V12 엔진을 내놓고 있지만 예전에 V8이 주력이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502에 이어 2+2의 503과 2시터의 507, 그리고 60년대 들어 만들어진 베르토네 디자인의 3200CS 등이다.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알브레히트 게르츠(Albrecht Goertz)가 503에 이어 디자인한 507은 BMW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힌다. 바로 Z8의 전신이다.     507 로드스터는 5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후 이듬해 출시되었다. 롱노즈 숏테크의 빼어난 스타일, 개폐식 소프트톱/하드톱을 단 초경량 보디에는 V8 3천168cc 엔진을 얹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 현재의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플로어 타입 트랜스미션을 들 수 있다. 507을 몰고 한스 스턱은 독일 힐 클라이밍 선수권에서 경쟁차를 크게 앞질러 우승했다. 507은 단 250대만 생산된 후 중단되었다. 현재의 판매가는 약 25만 달러(3억 원)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507이 Z시리즈의 원조는 아니다. 바로 Z1이 그 주인공이다. Z1은 84년 BMW의 선진기술 개발을 짊어지는 전문집단인 BMW Technik GmbH사가 ‘클래식한 특성 그러나 전위적인 디자인(classic in character but avant-garde in design)’을 테마로 개발한 차로 3년 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되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차라기보다는 수지로 만든 보디 패널, 신형 서스펜션, 공력의 추구 등 기술혁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모터쇼장에서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발매 전에 3년치 생산대수인 3천500대의 주문을 받았다. Z1은 특히 BMW 1500 이후 계승되어왔던 세미 트레일링 암 서스펜션과 결별한 최초의 모델이고, 멀티 링크 방식을 쓰는 요즘 BMW의 초석이 되었다. Z1의 가장 큰 특징은 두꺼운 사이드 패널 아래로 슬라이딩되는 전동식 도어다. 직렬 6기통 엔진과 주요 장비는 E30(2세대 3시리즈)의 것을 썼다.  하지만 Z1은 발매 초기를 제외하고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보디 패널의 생산효율도 나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자동차 애호가 시장에서의 Z1에 대한 평가는 최근 Z3의 등장과 성공 이후 갑자기 높아졌다. 사실 Z1처럼 BMW에서 ‘1’이 붙은 모델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M시리즈 역시 M1보다는 ‘3’이 붙은 M3로 상업적인 성과를 올렸다.     육감적인 미학과 파워, 감수성의 조합 Z8은 97년 도쿄 모터쇼에 나왔던 컨셉트카 Z07의 양산형이다. Z3의 상급모델로 Z7이 아니라 Z07이라 이름 붙인 데서 클래식 로드스터 507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차로 데뷔한 Z8은 컨셉트카 Z07의 스타일을 그대로 썼다. 달라진 점은 앞에 추가된 에어댐 정도. 롱노즈 숏테크의 고전적 스타일과 확장된 키드니 그릴, 유려한 펜더 라인 등이 바로 507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다. 특히 앞바퀴와 도어 사이에 상어아가미 모양으로 뚫려있는 에어벤트(공기출구)는 Z3 디자인에 이어 Z8에서 보다 가깝게 재현되었다.  Z8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BMW의 수석 디자이너 크로스토퍼 뱅글은 “Z8은 507을 현대의 시간으로 이동시킨 것이지만 동시에 전혀 새로운,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인 컨셉트로 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차별성, 독특함, 타협할 수 없는 장인정신과 치밀하게 계산되고 배려된 인테리어의 작은 디테일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기억 속에 각인되기 위해 제작된 차”라고 덧붙였다. Z8에 육감적인 미학과 파워, 지구력, 단아함과 개성을 절묘하게 조합했다는 그는 확장된 키드니 그릴에서 길게 연장된 보네트 라인, 그리고 수많은 인테리어 디테일을 ‘로맨틱한 요소‘들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507을 디자인했던 알베르히트 게르츠는  “오늘날 내가 507을 디자인했다면 Z8과 같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는 Z8의 뒷모습을 가리켜 “기사가 투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기사가 투구의 면갑을 내리면 두 개의 가는 창을 통해 외부를 투시하는 데, 그런 투지력이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두 대의 가는 창이란 바로 리어 램프를 말한다.  Z8은 알루미늄 섀시를 쓴 BMW의 첫 양산차다. 새로운 Y형 백본 프레임과 섀시, 서스펜션, 그리고 보디패널까지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가 1천660kg(공차 무게)에 불과하다. 또한 범퍼와 뒷부분의 이너 패널은 작은 충격도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폴리우레탄을 썼다. 라디오와 전화용 안테나가 달린 범퍼는 시속 4km 정도의 충격까지 흡수, 원래대로 회복된다.  Z8의 프로젝트팀 매니저인 크리스틴 디트리히는 “알루미늄 구조 방식은 차체의 비틀림 강도를 강화시켜주고 최적의 핸들링을 보장해 준다. 이 두 가지 관점이야말로 오픈 스포츠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0→시속 100km 가속을 4.7초에 끝내다 Z8은 M5의 고성능 V8 5.0X 400마력 엔진을 가져다 얹었다. 수동 6단 기어로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되지만 0→시속 100km 가속성능은 4.7초에 불과해 수퍼카급에 맞먹는 순발력을 지녔다. 최고시속의 제한을 풀면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앞 차축 뒤에 엔진을 놓은 ‘프론트 미드십‘ 구성으로 앞뒤 무게배분 50:50을 실현했다. 시속 100km에서의 제동은 2.5초만에 끝낸다. M 버전을 통해 잘 알려진 두 캠축(더블 VANOS)의 가변조절기능으로 중·저속에서도 높은 토크를 발휘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이다. ‘인테그랄 액슬’이라고도 불리는 뒷서스펜션은 서브프레임을 덧붙인 것으로 8시리즈부터 써온 것이다. 자세제어장치인 DSC(Dynamic Stability Control)Ⅲ와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자동제어하는 CBC(Cornering Brake Control), ABS 등 안전장비가 충실하다. 타이어는 런플랫 타입으로 펑크가 나도 최고시속 80km로 30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따라서 트렁크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실리지 않았다. 붉은 카페트가 깔린 트렁크는 너무 고급스러워 물건을 넣기가 주저될 정도다. 스페어 타이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구함과 배터리, 구급상자가 들어 있다.  플라이급 오일공급 조절장치를 단 Z8은 고속 코너주행에서도 오일필름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석션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또 프론트 액슬은 스프링 스트럿에 교차방식의 컨트롤 암과 수직형 스러스트 로드(thrust rod)를 썼다.  Z8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잘 조화되면서 핸들링 특성이 즉시 반영되는 랙 & 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을 쓰는데, BMW에서 랙 & 피니언을 사용하는 첫 8기통 엔진 모델이 된다. 시속 300km 이상의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타이어는 앞 245/45 R18, 뒤 275/40 R18 사이즈다.  Z8의 소프트톱을 개폐시간을 재본 결과 열 때 12초, 닫을 때 8초 정도가 나온다. 소프트톱은 전동식으로 개폐되지만 지붕을 접어 부트를 씌우는 고전적인 방법을 따르고 있다. 또한 쿠페로 변신할 수 있는 알루미늄 하드톱이 표준장비로 제공된다. 운전석 등받이를 젖히면 CD 플레이어가, 조수석 등받이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달려 있다.  그 밖의 하이테크 특성으로는 네온 램프, 4개의 밸브 기술, 원심력으로 제어되는 연료공급장치, 교차흐름 냉각방식, 1초에 100만 개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엔진제어장치가 있다. 특히 이 기술은 거의 F1 수준이라는 평이다.  드림카 주행, 짧은 열애로 끝나다 로드스터는 먼저 보디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타야 일체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알루미늄 보디라 살살 다루어달라는 주문에 조심스레 쓰다듬어 보고 Z8에 오른다. 주행코스는 1km가 조금 넘는 직선로와 슬라럼, 레인 체인지, 선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전석에 앉자 알루미늄과 크롬도금, 붉은 가죽이 강렬한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공간도 여유가 있다. 보통 차와 달리 가운데 자리한 계기판, 507에서 가져온 클래식한 핸들, 알루미늄 소재의 간결한 버튼, 그리고 섹시한 기어 노브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조종공간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핸들은 틸트되지 않고 전동식 팝업(텔레스코픽) 기능만 갖추었다. 와이퍼가 가운데서 양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507 스타일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버를 달아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가리고 있는데, 여기에 DSC 스위치가 있다. 시동키를 ‘on’에 두고, 대시패널에 자리한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복고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스타트 버튼은 피아트 쿠페, 혼다 S2000, 벤틀리 컨티넨탈 R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텅……’ 하고 짧게 끝나는 시동음. 이때의 아이들링이 E36(3세대 3시리즈)의 최대토크 때보다 큰 회전력을 보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기어를 1단에 꽂고 출발이다. 매끄러운 출발에 이어 rpm이 솟구친다. 기어를 빨리 조작하지 않으면 금새 레드존을 넘을 만큼 격동적이다. 시속 150km, 5단까지 기어를 올렸을 때는 이미 직선구간이 끝나 제동해야 할 시점이다. 아쉬움을 접고 다시 코스주행을 반복한다. 기어 앞부분에 자리한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보다 스포티한 거동을 보인다.  기어는 상당히 부드럽게 움직이며 변속거리가 짧아 민첩한 손놀림을 돕는다. 클러치는 단일판으로 만들어져 유격이 일정하고 거리가 짧은데, 변속 후 바로 클러치를 떼야 하는 것이 주의할 점이다. 반 클러치를 쓰게 되면 높은 출력이 클러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클러치가 타버리기도 한다.  슬라럼 주행을 시속 60km 이상에서 시도한다. 낮은 무게중심과 분명한 절제력으로 민첩하게 파일런을 돌아 나간다. 완벽한 핸들링은 좌우의 움직임에 오차가 없고 경쾌하다. 선회주행에서는 뉴트럴 스티어를 확인한다. 페라리 등 수퍼카는 대개 운전하기가 어려운데, Z8은 너무 경쾌해 운전이 쉽다는 느낌을 받는다.  짧은 열애는 끝났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여름 밤 아니 한여름 낮의 꿈에서 깨어났다.  꿈은 바로 드림카가 존재하는 이유다. 명백히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이 Z8을 소유할 수 있다. 딩골핀 공장에서 정예의 BMW 기술자들이 모여 100% 수공으로 만드는 Z8은 1년에 2천 대, 하루에 단 8대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며, 8천 대만 만들고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고성능을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Z8은 그 아름다움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할만큼 매력적인 드림카다.      
KIA STONIC, 담백한 소형 해치백 2018-02-20
KIA STONIC담백한 소형 해치백 화려한 외모, 정갈한 실내. 게다가 가격에 힘을 뺀 1.4L 가솔린 엔진은 의외의 매력이 넘친다.   스토닉 광고의 헤드 카피는 ‘YESUV'이다. SUV 성격을 강조하려는 이유일 터. 하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이 차는 SUV가 아니다. 스토닉은 리오(프라이드) 해치백에 차고를 높여 만든 소형 크로스오버, 즉 오리지널 모델이 존재하는 가지치기 모델이다. 이 때문에 경쟁 차종 가운데선 승용 느낌이 가장 짙다. 기아자동차 역시 두 차의 판매 간섭을 우려해 국내에선 스토닉만 출시했다. 두 차를 사실상 같은 차로 취급하는 모양새다.  정갈하고 담백한 꾸밈새같은 그룹의 경쟁모델인 코나와는 협력적인 관계다. 코나가 다양한 장비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 스토닉은 저렴한 구성으로 실속파 고객을 노린다. 이른바 같은 시장을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둘 사이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면서 가망고객이 다른 회사로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이 같은 차이는 외관에서도 드러난다. 코나의 외관은 각종 장식물로 화려하다. 그에 반해 스토닉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차체 골격은 스토닉의 기반이 된 신형 리오와 같고, 그 위를 덮는 아우터 패널만 새롭게 디자인했다. 여기에 SUV처럼 보이기 위해 신장을 키웠다. 제원상 수치는 리오(높이 1,450mm)보다 70mm 높다. 30mm 두께의 루프랙과 43mm 높아진 최저지상고가 만들어낸 결과다. 한편 차체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붕 떠 보이기도 한다. 보디는 건드리지 않고 차고만 올린 부작용이다.   실내는 꾸밈없이 정갈하고 담백하다 저렴한 소재로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대신 꼼꼼한 마무리로 품질을 끌어올리는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딱딱한 플라스틱 트림을 사용하면서도 잡소리 없는 짱짱한 조립품질은 소형차에서 수준급이다. 손이 자주 닿는 스티어링 휠은 반펀칭 가죽으로 손맛을 더했고, 도어 핸들은 우레탄 페인트로 감싸 질감 변화를 노렸다. 적재적소에 위치한 장비도 실용미를 앞세운 소형차답다. 히팅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버튼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조기 근처에 배치했다. 직관적으로 배치된 편의장비는 처음 다루는 이들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트는 패드 누빔과 봉제선 마무리가 균일하고 각이 잡히는 등 예전 소형차보다 품질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 또한 체중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표면이 우는 현상이 적다. 운전석에 앉으면 불룩하게 솟은 보닛이 한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당당한 풍채의 SUV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든다. 뒷좌석은 기대이상으로 안락해 여태 타본 소형차 중에선 가장 편하다.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 있고 무릎공간도 충분하다. 1열 시트가 높은 까닭에 시트 밑으로 발 넣을 공간도 충분하다. 이 정도 거주성이라면 장신의 성인 남성을 2열에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을 제외한 스토닉의 실내는 리오와 대부분 같다.  비슷한 기능의 버튼을 한데 모았다 가격과 출력을 덜어낸 가솔린 엔진지난달에는 가솔린 엔진이 새롭게 추가됐다. 현대-기아에서 가장 저렴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해 차값을 더욱 끌어내렸다. 1.4L MPI 엔진과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100마력에 불과하지만 초반가속이 경쾌하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엔진 특성과 부드럽게 시프트다운하는 변속기의 영특함은 시내 주행에서의 쾌적함으로 돌아왔다. 토크가 낮은 엔진은 회전수를 높여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시속 100km 주행시 엔진회전수는 2,500rpm 언저리에 머물고 간선도로의 오르막 구간에서는 4,500rpm까지 알뜰하게 사용한다. 물론 주행성능은 딱 최고출력 만큼만 발휘되며, 속도를 올릴수록 그 한계가 명확하다. 1.6L 직분사 엔진이 아쉬운 순간이다. 경쾌한 운전감각은 소형 해치백 그 자체다. 1,175kg에 불과한 가벼운 몸무게와 거친 노면에서 적당히 튀는 반응도 SUV와는 거리가 있다. 조향감각은 신차가 등장할 때마다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릴 수 있지만 비교적 정확한 조종성능을 확보했다. 단단하게 조인 하체의 도움으로 노면 정보도 충실하게 읽어낸다. 이 정도 정교함이라면 더 이상 불만을 갖기 어렵겠다. 하루종일 시내와 간선도로를 오간 평균 연비는 12~14km/L. 경차와 큰 차이가 없다.   시트는 패드 누빔과 봉제선 마무리가 균일하고 각이 잡혔다도어핸들은 우레탄 페인트를 사용해 촉감이 좋다저렴한 SUV인가, 비싼 해치백인가가솔린 모델은 디젤보다 240만원 저렴한 1,655만원부터 시작한다. 최소 1,800만원(오토 기준) 이상부터 시작하는 동급 경쟁모델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트림 구성은 소형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비 위주로 나눴다. 히팅 시트와 내비게이션 선택에 따라 구입하는 트림이 정해질 정도다. 힘을 뺀 가격으로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스토닉 가솔린의 가격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가장 인기 있는 스토닉 트렌디 트림을 기준으로 편의사양이 비슷한 소형차와 준준형 세단을 함께 비교해 보았다. 두 차는 스토닉 고객들이 가장 많이 비교하는 모델이다. 스토닉 트렌디는 히팅 시트, LED 주간주행등, 버튼시동 스마트키가 기본이며 차값은 1,835만원.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엑센트 해치백 1.4 모던 스페셜은 스토닉에 적용된 이들 장비를 모두 갖추고 슈퍼비전 계기판과 CVT 변속기까지 품었는다. 그러나 차값은 1,579만원에 불과하다. 아반떼 1.6 스마트는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스토닉보다 앞선 성능을 확보했다. 편의장비는 통풍시트와 듀얼오토에어컨이 달리는 대신 LED 주간주행등과 버튼시동 스마트키가 빠져 1,825만원에 판매된다. 따라서 스토닉은 소형 해치백보다는 256만원.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10만원이 비싸다. 물론 엑센트보다 빼어난 품질과 넉넉한 차체, 아반떼보다 뛰어난 공간활용성은 차값의 차이를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이다. 스토닉에 대한 생각이 더욱 복잡해지는 이유다. 가솔린 엔진은 부드럽고 활기차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시 엔진회전수는 약 2,500rpm.스토닉은 B세그먼트 SUV와 소형 해치백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차종이다. 어떤 장르로 바라보는냐에 따라 가격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SUV라 바라보면 스토닉 가솔린은 그 어떤 경쟁모델보다 실속 있는 차다. 또한 조용하고 부드러운 엔진으로 경쾌한 주행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소형 해치백으로 바라보는 이들이라면, 엑센트와 아반떼보다 비싼 스토닉의 차값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다른 B세그먼트 SUV들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글 | 이인주 기자 사진 | 이병주
비범하게 빚은 평범, 렉서스 LS 500h AWD 플래.. 2018-02-12
LEXUS LS 500h AWD PLATINUM비범하게 빚은 평범  솔직한 감상평은 실망이다. 최신 플랫폼에 온갖 첨단기술을 가득 욱여넣어 기대를 한껏 품었건만, LS는 비교적 평범했다. 차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신형 LS는 매우 조용하고 부드러웠으며, 대단히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경쟁차보다 한참 늦은 시점에 이 정도면 과연 충분한 걸까?    비범한 재료 “초대 LS보다 더 대단한 차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뛰어난 품질로 오늘날 렉서스의 기반을 다진 1세대 LS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만큼이나, 신형 LS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낮은 무게중심이 놀라웠던 LC GA-L 플랫폼을 바탕으로 650단계로 감쇠력을 조절한다는 서스펜션, 전기모터와 4단 변속기를 맞물린 별난 변속기 등 비범한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 비범함은 첫인상부터 드러난다. 최신 토요타-렉서스가 내세우는 저중심 설계답게 LS는 한눈에 보기에도 늘씬하다. 이전보다 전체 높이는 5mm 낮아졌을 뿐이지만 보닛을 30mm, 트렁크를 40mm 낮추어 마치 스포츠 세단을 보는 것만큼이나 예리하다. 길이도 이전보다 145mm 늘려 더더욱 길쭉해 보인다. 앞바퀴 휠아치 위쪽 두께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납작하게 빚어졌는지 알 수 있다.  신형 LS는 높이를 낮추고 길어져, 전체적으로 늘씬한 모습이다  실내도 마찬가지. 운전석 높이가 이전보다 3cm 낮아져, 센터콘솔과 문짝 사이에 폭 파묻힌다. 내리기 불편할까봐 내릴 때 시트를 들어올리는 기능이 들어갔을 정도. 낮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감각은 매우 안정적이다. 계기판 높이 즈음 수평으로 이어진 대시보드 윗면, 하나로 연결된 송풍구 그릴, 그리고 계단처럼 연결된 스피커까지. LS의 명성만큼이나 실내 스타일은 우아하면서도 새롭다. 정성껏 만들었지만 고리타분한 EQ900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정숙하기로 유명한 LS이기에 기대를 품고 시동을 걸었다. 역시 하이브리드답게 전기모터만이 고요하게 준비를 마친다. 서서히 움직여도 마찬가지. 179마력 전기모터가 유유히 LS를 이끈다. 그런데 차가 좀 무거운 탓일까. 6기통 3.5L 가솔린 엔진 잠귀가 좀 밝다. 가속 페달을 살짝 더 밟으면 여지없이 깨어난다. 엔진이 켜질 때 소리는 예상외로 큰 편. 매우 조용한 실내에 시동 소리만이 유입되니 더욱 도드라진다. 엔진 소리는 가속할 때도 잦아들지 않았다. 성격 급한 우리나라 도로 흐름을 맞추려니 LS의 6기통 엔진이 비교적 높은 rpm으로 바삐 움직인다.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 최고출력은 359마력으로 강력하지만, 이끌어야 할 무게가 2,370kg에 달해 다소 높은 rpm을 유지한다. 결국 rpm만큼 엔진 소리가 크게 유입돼 LS 명성에 흠집을 낸다.     실내는 고급스러우며 새롭다. 좌석 높이가 낮은 게 특징  가속을 끝내고 항속하면 다시 우리가 알던 LS로 돌아온다. 동급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도로 소음과 바람소리를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특히 작은 소리로 뒷좌석 승객과 대화할 수 있는 정숙성이 놀랍다. 바닥 덮개를 이전 63%에서 90%로 늘리고 패널 두께를 키운 덕분. 고요한 가운데 23개 스피커가 달린 마크레빈슨 3D 사운드 시스템을 켜면 잡음 없는 생생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이 여유로운 음악 감상을 위해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만 6년이 걸렸다고. 물론 놀라운 정숙함엔 부드러운 승차감도 포함된다. 2,370kg의 묵직한 차체가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묵직하게 누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진동은 가볍게 걸러내며 큰 충격은 부드럽게 둥글려 전달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플래그십 세단도 충분히 소화하는 수준. L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낮게 깔린 무게중심으로 승차감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줄 알았다. LC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큰 기대는 되려 실망을 낳았다. LS는 승차감에 치중하고 무거워진 탓에 LC의 기민한 핸들링과 납작한 무게중심에서 비롯된 주행감이 무뎌졌다. 운전대를 빠르게 꺾어보면 여타 대형 세단이 그렇듯 부드럽게 휘청인다.  넓디넓은 뒷좌석 LC보다 둔해진 건 결국 대형 세단의 미덕인 편안함을 쫓기 위함일 터, 그 백미는 뒷좌석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전보다 휠베이스가 무려 155mm 늘어나, 뒷좌석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무릎공간이 최대 1,022mm에 달하며, 다리받침까지 갖춘 오토만 시트는 48도 각도까지 눕는다. 고요한 실내에 편안하게 누워 안마를 받으며 널찍한 창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맛에 그토록 치열하게 돈을 버는 게 아닌가 싶다.  차가 길어진 만큼, 뒷좌석이 매우 넓다  다만 완벽해 보이던 뒷좌석에도 옥에 티는 있다. 편히 누워 경치 감상하는데 뒷유리 가운데 살짝 굴곡진 게 거슬린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이 이 부분을 지나갈 때 일그러져 보이니 살짝 멀미가 난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렉서스답지 않은 모습. 다만 이건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LS는 화려하고 편안했다. 렉서스 장인들이 꼼꼼히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데 가장 최근 등장한 후발주자로서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간 내세웠던 정숙성을 강조하기엔 다른 경쟁차 수준이 너무 높아졌고, LC로 보여줬던 기민한 주행감은 큰 덩치에 무뎌졌다. 그저 전체적으로 지금 팔리는 독일제 세단과 대동소이한 수준의 품질. 가격도 1억7,300만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11년 만에 등장한 새 LS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초대 LS가 등장했던 그때의 놀라움은 없었다.  글 윤지수 기자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혼다 오딧세이 2018-02-09
[MPV 특집] 아빠의 선택, 씨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VS. 혼다 오딧세이  HONDA ODYSSEY모조리 태워버려 줄게 혼자냐는 물음에 싱글이라 답하는 처지이긴 해도, 미니밴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덩치 큰 차를 좋아하는 개인 성향도 있겠지만, 일가족은 물론이요 여차하면 두 가족까지 태워버릴 기세의 미니밴이 기특해 보여서다. 하물며 실제 아이를 둔 부부라면 오죽할까. 예쁜 디자인까지 더한 미니밴이라면 당장 전시장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길 터이다. 이번에 탄 혼다 신형 오딧세이가 그랬다. 5세대로 거듭난 신형은 예쁜 디자인을 바탕으로 드넓은 실내공간에 보이지 않는 배려까지 담고 있었다. 범퍼 하단을 안개등과 공기흡입구로 치밀하게 채워 단단한 느낌을 낸다차체 지붕이 떠 보이는 플로팅 루프 콘셉트의 디자인  옷매무새에 신경 쓰다신형 오딧세이는 여느 미니밴이 그러하듯 2열 문짝에 슬라이딩 도어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레일 트랙이 보이지 않는다. 3열 유리창과 차체 사이에 교묘히 배치한 히든 슬라이드 레일 디자인으로 외관의 유려함을 한껏 살린 것. 칭찬할 만한 변화다. 차체 끝에서 살펴보면 D필러를 마치 옆유리창이 대체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멋지다. 루프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다. 유려한 외관에 방점을 찍는 포인트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대시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차만 타다 보니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객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미니밴의 기본 성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 된다.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은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오딧세이에서만큼은 딴 세상 얘기다. 대칭을 이루는 대시보드 레이아웃. 버튼식 변속기가 적용된다  8인승인 오딧세이에서 2열 매직 슬라이드 기능을 본격적으로 쓰기 위해 가운데 시트를 떼어냈다. 7인승으로 바뀌는 대신 모세의 기적에 비견할 만한 널찍한 길이 생겨난다. 이쯤 되면 실내를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활보하는 수준이다. 이런 게 바로 정통 아메리칸 미니밴의 기개가 아닐까? 맨 뒷자리에 타기 위해선 2열 시트를 살짝 가운데로 밀면 된다. 다른 미니밴처럼 우악스럽지 않고 우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떼어낸 2열 가운데 시트는 성인 남자도 충분히 들어갈 만큼 움푹 팬 트렁크에 넣으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2열 가운데 시트를 탈거하면 공간 연출력이 극대화된다3열이라고 구색만 갖추지 않았다. 성인 3명이 앉아도 충분하다이제는 경험할 수 있다, ‘혼다 센싱’ 혼다 센싱은 혼다 주행 안전기술의 이름이다. 작년에 출시된 신형 시빅에는 들어가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이 높았지만 이번 오딧세이에는 반영되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엠블럼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와 윈드 실드 상단에 들어간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운전을 보조한다. 안전 관련 기능으로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DW),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경보 시스템(BSI), 추돌경감제동 시스템(CMBS)이 들어간다. 없어선 안 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포함된다.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도 오딧세이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부분. 후진으로 골목을 진출해야 할 때 혹시 나타날지 모를 좌우 접근 차량을 감지하고 이를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부가 타깃인 만큼 편의기능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눈에 띄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캐빈 토크(Cabin Talk), 캐빈 워치(Cabin Watch), 그리고 혼다 백(VAC). 캐빈 토크는 말 그대로 실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운전석과 보조석에 마이크가 달려 있어 앞자리의 엄마, 아빠 목소리가 2, 3열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직접 써보니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에 비음이 섞인 듯한 전자음이 들린다. 아이들이 꺄르르 하고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겠다. 캐빈 와치는 대시보드 스크린에 2, 3열을 비춰주는 기능이다. 밝은 낮에는 잘 보여도 어두운 밤에는 어쩌냐고? 나이트 비전을 제공하는 덕에 한밤중에도 뒷좌석 탑승객들의 모습을 대낮만큼이나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다 백은 혼다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량용 진공청소기다. 트렁크 한쪽 벽면에 기본으로 달리는 진공청소기는 더러워지기 쉬운 미니밴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요긴한 편의장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뒷좌석을 비추는 캐빈와치청결한 실내 유지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넣었다트렁크 공간을 최대로 늘리면 웬만한 양문형 냉장고도 넣을 수 있다  더 이상 ‘미니밴 = 운전 재미 포기’ 공식은 없다가족을 고려해서 미니밴을 최종 후보지에 올리게 되면 한 가지 걸림돌이 남는다. 운전재미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딧세이는 이마저 포기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시프터가 그 증거다. 혼다 준중형 세단 시빅에도 없는 패들시프터가 달려 있어 자유롭게 변속하며 운전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덩치를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느냐고? 그건 이 차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혼다 오딧세이는 이전 세대부터 물려받은 낮은 무게중심으로 코너링이나 고속주행 중에도 묵직한 안정감을 전한다. V6 3.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선사하는 주행질감도 이 차를 다시 보게 만든다. 주행 상황에 따라 6기통 또는 3기통을 활용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 방식(VCM)을 채택, 높은 연료효율을 도모한다. 가격은 지난 4세대에서 710만원 오른 5,790만원. 다양한 편의기능과 혼다 센싱을 더한 영향이 크다. 게다가 3.5L 휘발유 엔진 아닌가. 주행성능이나 편의성보다 운용비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너라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나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글쎄, 비용을 상쇄하는 가치만 있다면 주저 없이 그쪽을 택하는 편이긴 한데…….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시트로엥 그랜드 C4 .. 2018-02-09
[MPV 특집] 아빠의 선택, 씨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VS. 혼다 오딧세이   CITROEN GRAND C4 PICASSO굳이 클 필요 없잖아 꽉 막힌 출근 시간, 휑한 공간에 홀로 앉은 카니발 운전자를 종종 본다. 거대한 덩치로 차 사이를 비집고 좁은 주차 공간에 꾸역꾸역 엉덩이를 들이미는 모습. 결코 효율적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렇듯 큰 차엔 부담이 따른다. 기름 많이 먹고 주차하기 어려우며 운전 서툰 사람이 몰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넉넉히 즐기려면 널찍한 공간이 매력적인 게 사실. MPV가 빠진 딜레마 속에서 실속 있는 유럽인들은 일찍이 ‘작은 차, 실용적인 공간’을 추구해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그랜드 C4 피카소다.  지난해 부분변경된 앞모습은 이전보다 한층 세련됐다A필러에 큼직한 쪽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인다 안락 대신 쾌적지난해 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별 기대 없이 그랜드 C4 피카소(이하 피카소)에 앉았는데, 하늘이 훤히 보이는 앞 유리창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봤다. 다시 만난 지금은 그때만큼 놀랍진 않지만 드넓은 유리창엔 여전히 낭만이 가득했다. 운전대를 잡은 채 구름을 세거나 빌딩 높이를 가늠할 수 있으며, 해가 지면 쏟아지는 별빛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이 차에 다른 이를 태우면 반응이 한결같다. 처음엔 “우와”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다, “햇빛이 눈부시면 어떡하지?” 또는 “안전에는 문제없겠지?”라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본적 없던 새로움에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눈부심은 슬라이딩 방식 햇빛 가리개가 멋지게 해결하며, 안전은 지난 2013년 유로 앤캡 별 다섯 개 만점(5인승 피카소) 결과가 보증한다.  담백하게 꾸민 대시보드. 계기판이 가운데 있지만 크기가 12인치나 돼 시인성이 좋다   어떤 경쟁차에도 없는 황홀한 시야는 피카소만의 자랑이다  앞쪽 시야만 좋으면 뒤쪽 아이들이 서운할 터. 뒤쪽은 유리로 뒤덮인 천장이 푸른 하늘을 선물한다. 비록 열리지는 않지만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의 검은 기둥이 없기 때문에 개방감만큼은 훨씬 좋다. 큼직한 옆 창문과 하늘을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소 작은 시트의 사소한 불편함 따위는 까맣게 잊힐 정도. 실제 승객 네 명을 태웠을 때 모두가 황홀한 개방감을 칭찬하기 바빴을 뿐,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탁 트인 시야가 넉넉지 않은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었다. 다만 그 쾌적함이 3열까지는 닿지 않았다. 2열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 공간은 그럭저럭 탈 만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개방감은 기대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특히 뒷바퀴 휠하우스가 양쪽으로 깊숙이 침범한 탓에 좌우 공간도 좁다. 역시 3열은 몸집 작은 아이를 태우거나, 간이 시트로 생각하는 게 편할 듯하다.  2열 좌석은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3열 좌석은 비교적 공간을 잘 뽑아냈다 쏠쏠한 재미피카소엔 총 7개 시트가 들었다. 이 말인 즉, 7개 시트가 독립돼 조절된다는 얘기. 특히 2열 시트는 등받이 조절은 물론 슬라이딩까지 되기 때문에 시트 배열이 무궁무진하다. 7명이 모두 타거나 5명이 탄 채 짐칸 용량을 654~700L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한쪽 시트만 접으면 길쭉한 짐을 싣기에도 그만이다.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었을 때의 트렁크 용량은 최대 1,843L. 대학생 아들 자취방 이사 정도는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조수석까지 접히기 때문에 약 3m에 달하는 길쭉한 짐도 문제없다. 실제 지난해 8월호 본지에서 카약을 무리 없이 집어넣기도 했다.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을 활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시보드 아래 글러브박스 외에도 두 개의 공간이 마련됐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떼어 쓸 수 있는 큼직한 콘솔 박스, 그리고 2열 바닥 매트 아래 비밀 수납공간 등 이곳저곳 자투리 공간마다 살뜰히 수납공간을 마련해 그 숫자가 무려 17개에 달한다. 2열까지 접은 트렁크 용량은 1,843L. 동반석까지 접히는 덕분에 긴 화물도 무리 없이 들어간다자투리 공간마다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작은 덩치의 매력실내 얘기만 하니 큼직한 MPV처럼 설명됐지만, 사실 이 차는 길이가 겨우 4,600mm에 불과한 준중형 MPV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카렌스와 올란도 중간 정도. 작은 크기임에도 휠베이스를 무려 2,800mm까지 늘려 실내공간을 최대한 쥐어 짜냈다. 준중형 크기를 유지해, 피카소는 더 많은 걸 손에 쥐었다. 1,590kg에 불과한 무게 덕분에 1.6L 디젤 엔진 30.6kg·m 토크가 부족하지 않고, 연비는 리터당 14.2km에 달한다. 물론 작은 엔진은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작은 덩치는 주차도 편하다. 운전 서툰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기에도 부담 없다. 여러 이점 가운데 백미는 역시 운동성능이다. 가벼운 차체와 민첩하기로 정평이 난 PSA 핸들링이 어우러져 MPV란 걸 잊을 만큼 달리기가 경쾌하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120마력 출력이 발목을 잡겠지만, 저속 토크가 좋아 시원한 핸들링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단, 아쉬움도 남았다. 1.6L 엔진은 공회전 때나 일상 주행 때 디젤 엔진 치고 굉장히 정숙하지만, rpm을 높이 쓰면 부족한 출력을 드러내듯 건조한 소리를 낸다. 엔진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시속 100km를 넘어선 고속에서의 추월 가속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실속 있는 유러피언 MPV의 매력을 오롯이 품었다. 부담 없는 크기에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쓰임새 높일 아이디어를 듬뿍 담았다. 국내에 흔치 않은 희소성과 피카소만의 뻥 트인 시야는 덤. 예전 경차 광고 카피였던 ‘작은 차 큰 기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 「[MPV 특집] 아빠의 선택 - 혼다 오딧세이」 가 이어집니다. 
짧은 미니밴, 기아 레이 2018-02-02
KIA RAY짧은 미니밴  레이가 데뷔 6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는 다른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본지 뒤편에는 국내에 판매 중인 자동차 제원표가 실린다. 일반적인 양산차는 해마다 연식 변경 모델이 등장하므로 제원표 내용도 1~2년마다 갱신된다. 반면 상용차나 모델 교체 주기가 긴 차들은 몇 년이 지나도 제원표가 똑같다. 승용차 중에선 기아 레이의 제원표가 가장 오래되었다. 지난달까지 실린 레이의 제원표는 2013년에 출시한 2014년형 정보였다. 무려 4년 동안 사양과 가격 변동이 없이 그대로 팔렸다. 요즘은 완전 신차도 1년이 안되어 상품성 개선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이의 요지부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쟁모델이 마땅히 없는 까닭에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도 꾸준히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매 대수가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부분변경에 투입된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레이가 변화에 소극적인 이유다.   길이만 짧은 소형 미니밴그런데 시종일관 똑같은 레이를 보아오던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1.0L 터보와 LPi가 단종되면서 선택의 폭마저 좁아졌다. 그러던 중 마이너 체인지 소식이 들려왔다. 남들은 풀모델 체인지를 거쳤을 6년 만의 일이다. 새롭게 등장한 더 뉴 레이는 기존 레이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면부 얼굴.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자리에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한 음각 패턴 가니시가 자리잡았다. 해치도어에도 가니시가 부착되는데, 여기에는 디자인이 다른 튜온 액세서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헤드램프는 트림에 따라 두 가지 사양으로 나뉜다. 상위 트림인 시승차는 프로젝션 타입 하향등과 LED로 꾸민 주간주행등을 더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지녔다. 작은 차이지만 하위 트림의 순둥이 같은 인상과는 그 느낌이 180도 다르다.  헤드램프, 리어램프, 범퍼, 사이드 리피터는 신차 느낌을 주기 위한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새로운 디자인의 15인치 휠은 실제 사이즈보다 더 넓어 보인다  실내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다. 주로 손이 자주 닿고 눈이 자주 머무는 곳 위주로 포인트를 주었다. 다른 기아차와 함께 사용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노브를 적용했으며, 센터모니터 주변에 몰딩을 한 바퀴 둘렀다. 박스카 특유의 매력적인 공간은 여전하다. 길이가 짧은 미니밴이라면 적절한 비유랄까? 어린아이가 서 있어도 될 만큼 실내 전고가 높고 뒷좌석 무릎공간은 리무진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다. 특이한 생김새처럼 승하차도 남다르다. 플로어가 낮고 전고는 높은 까닭에 바닥을 딛고서 의자에 오르는 기분이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나 키가 작은 아이들이 탑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실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른 기아 모델과 함께 쓰는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오버헤드 콘솔에 선반을 마련했다  넓은 유리로 바깥을 내다보는 개방감은 SUV와는 사뭇 다르다. 동승한 포토그래퍼는 “바퀴 달린 방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다”며 생경한 시승소감을 전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전후 200mm 이동)이 가능하다. 조수석 시트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테이블이 있는 널따란 방 하나가 만들어져 MPV로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트렁크공간은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겼을 때 319L,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324L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오버헤드 콘솔 선반과 실내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 등 넓은 공간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00mm 슬라이딩과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젖히면 테이블이 완성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어색한 운전자세가 거슬린다. 상체와 스티어링 휠 사이 거리가 멀고 다리와 페달 사이는 너무 가깝다. 운전자가 어떻게 앉더라도 등받이에 밀착하기 가 어렵다. 스티어링 컬럼의 조정 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시티 커뮤터이 차는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좁고 높은 차체는 쾌적한 공간을 거머쥔 대신 주행성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레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레이는 작은 배기량으로 1톤을 이끌어야 하는 경차다. 즉, 다른 차보다 주행에 따르는 제약 조건이 많다. 파워트레인은 종전에 사용하던 3기통 1.0L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코딱지만 한 엔진이 큼지막한 차체를 감당하지만 시속 60km까지는 경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특히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언덕을 오를 때는 엔진회전수를 높여 적극적인 가속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실내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엔진 소리에 승객만 괴로울 뿐, 실제 가속은 더디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실내에 평화가 찾아온다.조향 감각은 최신 현대-기아차보다 정확성과 노면정보 전달력이 부족하다. 레이의 기본 설계가 아직 2011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무게중심이 높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비교적 탄탄한 스프링을 서스펜션에 사용했다. 또한 전복 위험이 높은 만큼 자세제어장치도 남다르게 매만졌다. 일반적인 차들은 바퀴가 미끄러지고 나서야 구동력 제어에 들어가는데, 레이는 조금이라도 급하게 조향하면 엔진출력을 완전히 죽여 버린다. 빠르게 달리면 뒤뚱거릴 게 분명하니 아예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신형에서는 롤오버 센서를 추가해 전복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전개하도록 안전장비를 개선했다.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부족한 연비성능이 최대 약점 사실 레이의 차값과 활용성을 감안하면 소형 MPV와 비교해야 적당하다. 그러나 레이도 법적으론 엄연히 경차다. 소비자가 연비성능에 대한 기대를 조금이나마 품는 이유다. 하지만 기자 주변의 레이 오너들은 실주행 연비가 중형차와 비슷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어째서 그럴까? 15인치 휠을 장착한 레이의 공인연비는 12.7km/L로, 쏘나타 1.6 터보(13.0km/L)에 살짝 못 미친다. 실제 시승에서 기자가 기록한 연비는 11km/L 내외였으며, 다음날 비슷한 주행 조건에서 말리부 2.0 터보(공인연비 10.7km/L)도 레이와 같은 약 11km/L를 기록했다. 레이의 부족한 연비성능은 토크가 부족한 엔진이 무거운 차체를 감당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 따라서 주행만족도는 말리부 2.0 터보가 높았다. 두터운 토크의 도움으로 어느 속도에서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레이는 시속 60~70km 구간에서만 좋은 연비를 뽑을 수 있다. 이때 표시되는 연비는 약 17km/L. 엔진회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두 차의 출력특성을 비교해 짐작하건대, 만약 말리부를 레이처럼 살살 달래가며 몰았다면 더 나은 연비를 기록했을 것이다. 레이는 장점과 단점이 또렷하다. 하지만 어느 차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쓰임새가 대부분의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다. 만약 짧은 거리를 오가는 세컨드카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레이의 진가를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 아우디 R8 V10 플러.. 2018-01-29
AUDI R8 V10 PLUS COUPER8의 8할은 일상을 향한다아우디가 판매 재개의 신호탄으로 신형 R8을 쏘아올렸다. 610마력의 힘을 내는 괴물답게 버킷 시트가 기본 장착된다. 아이러니하지만 R8은 진정한 ‘데일리 수퍼카’로서의 면모도 갖췄다.​​​R8은 ‘수퍼카’ 하면 떠오르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달리, 접근 가능한 아우디라는 네임택을 달고 있다. 이 때문에 R8을 타보지도 않고 데일리 수퍼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초현실적인 차란 뜻의 수퍼카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수사 ‘데일리’를 주저 없이 붙이다니, 반감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과연 R8은 데일리 수퍼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차일까?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기존 R8에는 직선보다 곡선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완성도도 높았던 까닭에 아우디가 수퍼카를, 그것도 이렇게나 우아한 수퍼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과장 조금 보태 아우디 신형 R8은 직선으로만 이뤄져 있다. 둥글둥글했던 싱글 프레임 그릴은 확실히 각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는 그릴 테두리에 맞춘 듯 각을 냈다.옆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R8 디자인의 대표적 특징으로도 꼽히는 사이드 블레이드가 그것이다. 원래 통짜였던 이 파츠가 신형 R8에서는 옆유리창 라인과 캐릭터라인이 지나는 라인에서 끊어지며 보다 확실히 차체 라인에 녹아들었다. B필러가 없는 스파이더 모델에는 아래쪽 부분만 넣으면서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효과도 낸다. 아우디는 그대로 둘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이 사이드 블레이드를 2세대 R8에서 영리하게 계승했다.​​스파이더 모델로의 디자인 확장성까지 고려한 사이드 블레이드 가공할 제동 성능을 암시하는 디자인의 휠과 타공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신형 R8을 본 많은 국내외 자동차 마니아들은 ‘기존 R8의 얼굴에 신형 R8의 엉덩이를 붙이면 완벽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신형의 엉덩이만큼은 확실히 예쁘단 뜻이다. 한껏 부풀어 있던 엉덩이의 셀룰라이트 제거 작업이 진행된 결과다. 알파벳 'F'을 뉘여 놓은 듯 불이 들어오는 테일램프는 실제보다 낮게 깔린 것처럼 보이게 해 안정감을 더한다.​ ​ 군살을 걷어내 매력적으로 변한 엉덩이​국내에는 V10 플러스만 들어오지만 일반 V10 모델도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카본 파츠의 유무. V10 플러스는 사이드미러, 사이드 블레이드, 디퓨저, 그리고 엔진룸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썼다. 그냥 V10에는 없는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도 카본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부족함 없이 ‘플러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을 옮겨놓다신형 R8의 절반은 레이싱 기술에 기반한 부품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이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처럼 R8 역시 레이싱을 빼곤 논할 수 없는 몸인 셈이다. 레이싱카를 닮은 R8의 스티어링 휠은 다양한 버튼을 품고 있다. 우선 강렬한 레드 컬러로 시선을 끄는 시동 버튼을 지그시 눌러 본다. 이윽고 R8은 반경 30m 이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강렬히 포효한다. 마치 맹수가 곤히 잠자는 나를 깨웠으니 제대로 몰아보라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다. 시동 버튼 아래에는 배기구 모양이 그려진 가변 배기 사운드 시스템 버튼이 있다. 일반 모드가 “그르르”라면 스포츠 모드는 “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먹이 주위를 맴돌던 맹수가 드디어 먹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정도의 반전이랄까.​​​거의 모든 조작이 운전대 안에서 가능하다​기존 R8의 기어레버가 갖던 뚜렷한 색을 잃은 건 조금 아쉽다​​​​착좌감 좋은 레카로 버킷 시트​왼편에 놓인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으로는 컴포트, 자동, 다이내믹, 개별 설정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변속기의 D/S(드라이브/스포츠) 모드와 맞물리면서 보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며 매뉴얼 조작으로 접어들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 버튼 아래에는 체커기 그림이 그려진 버튼이 하나 더 있다. 일명 퍼포먼스 모드 버튼이다. 마른 도로, 젖은 도로, 눈 내린 도로 등의 노면 조건에 따라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 열악한 환경에서도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레카로 버킷 시트가 기본으로 달린다. 앞뒤 슬라이드와 높이 조절만 가능하지만 R8을 본격적으로 운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전천후 수퍼스포츠카신형 R8은 트랙 주행을 기본으로 일상 주행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승차감 모드를 선택했을 때 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단 얘기는 아니다. R8은 어디까지나 수퍼카가 기본 세팅이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서스펜션 댐핑을 조절해 일상 주행이 불편하지 않은 승차감을 연출하는 정도다. 조금 더 스포티하게 몰고 싶다면 기어레버를 S 모드로 내리면 된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며 보다 날카로운 반응으로 운전 재미를 보장한다.​ ​R8을 몰고 있자면 즉각적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엔진에서 변속기로의 출력 전달, 다시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을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한 치의 유격도 없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탄다고 하면 으레 변속하는 재미를 얘기한다. 하지만 R8은 그냥 차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편이 더 재밌다. 기자 역시 다운시프트 때 배기압 변화로 나타나는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듣고 싶을 때만 패들시프트와 가속 페달을 적극적으로 조작했을 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저 스티어링 휠만 얌전히 잡고 있었다.V10 5.2L 엔진에서 나오는 610마력이란 출력은 일찍이 맛보지 못한 힘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2초. 체감상으론 불과 2초 남짓 지난 시점에 속도 계 바늘이 100을 통과한다. 속도를 올리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게다가 고속 안정감이 높다보니 마치 게임하듯 무감각하게 속도를 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R8은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접지를 확보하고, 여기에 낮은 무게중심까지 더해 매우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한다.​​​카본 파츠가 들어간 엔진룸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시승 중 뻥 뚫린 길을 만날 때면 rpm 게이지를 높이며 속도를 내곤 했다. 고속 코너링으로 접지력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강추위로 얼어붙은 노면. 후륜구동이었다면 분명 뒤가 살짝 밀렸을 상황에서도 R8은 쫀쫀하게 바닥을 물고 돌았다. 카운터를 칠 만반의 준비가 번번이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 뒤 밀려오는 괜한 머쓱함은 온전히 기자의 몫이다. R8을 모는 동안 가쁘게 뛰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겨우 숨을 고른 것도 잠시, 시동을 끄고 내리려 하자 어디선가 “두근, 두근”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게 바로 아우디의 의도다. R8에 오른 이상 운전대에서 손 뗄 생각 말라는 것.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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