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올드뉴스] 혼다 NSX-R, 섬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 2019-06-21
혼다 NSX-R, 섬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스포츠카토치기 프루빙 센터의 제동성능과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종합 코스에서 혼다의 최신기술이 쓰인 차들을 시승하게 되었다. 참석한 기자단이 조를 나누어 연료전지차인 FCX, 추돌할 때 충격을 줄여주는 CMS가 달린 인스파이어를 시승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스포츠카인 NSX-R과 S2000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스포츠카 체험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고속주회로의 남쪽 뱅크 바로 안쪽에 마련된 와인딩 코스. 원래 혼다는 두 차를 테스트 팀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기자단은 동승만 하도록 준비했지만, 혼다코리아 담당자의 배려로 소수의 기자들은 직접 운전을 해 볼 수 있었다. 기자 시승은 일정에 쫓겨 코스 중 동쪽 절반만 두 바퀴를 도는 것으로 짧게 진행되었다. S2000은 이미 본지에 시승기가 실렸기 때문에 NSX-R을 몰아보기로 했다. NSX-R은 NSX의 최고모델로, 경량화에 주안점을 두고 세심하게 튜닝한 차다. 혼다 양산 스포츠카의 정점에 있는 차인 만큼, 큰 기대를 하며 시동이 걸려있는 아이보리색 NSX-R의 도어를 열고 빨간 직물소재가 씌워진 일체형 버킷시트에 몸을 집어넣었다.  예민한 차체 반응, 운전에 집중하는 즐거움 실내는 91년 데뷔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시트는 거리조절만 할 수 있었는데, 전동식 조절장치를 쓴 것이 특이했다. 페달과 허벅지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자리를 잡는 자세는 경주용 차에 오른 듯한 전투적인 긴장감을 자아냈다. 반발력이 크지 않은 클러치 페달이 의외였고, 왼손으로 조작하는 기어 레버는 S2000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움직임이 매력적이었다. 몇 차례 기어 단수별 레버 위치를 확인한 다음 클러치를 이으며 코스를 향해 나갔다. 여기까지 느낀 페달의 조작감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코스에 들어서니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어도 커브가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차의 스티어링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나갔다. VTEC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쓰인 V6 3.2X 280마력 엔진의 소리가 등 뒤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코너를 하나하나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면서, 엔진의 실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변속직전까지의 최고회전수를 조금씩 높여보았다. 회전수를 높일 때마다 소리가 주는 자극이 목 뒤에서 머리 끝으로 계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꾸준히 오른쪽 왼쪽으로 커브를 드나드는 동안,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의 조작은 차체의 움직임으로 빠르고 치밀하게 옮겨졌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덕분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미드십 엔진 차만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흐뭇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감속과 가속으로도 차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충분한 포용력을 가진 서스펜션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없이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짧은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에는 출발 전의 긴장감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깔끔하고 정교한 맛이 있고 섬세한 운전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NSX-R은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부담없을 만큼 편안함이 공존하는 차였다. 잠깐동안의 경험이었지만 NSX를 왜 수퍼카 입문자들을 위한 차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NSX-R이야말로 가장 혼다다운 차라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올드뉴스] GM대우 라세티5, 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 2019-06-14
올드뉴스 - 라세티5 시승기 기사는 2004년 5월에 발행된 기사 입니다.GM대우 라세티5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친 새 바람 미운 오리새끼의 방황은 끝날 것인가? 유난히도 해치백이 박대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형차도 아닌 준중형 해치백은 미운 오리새끼와 다름없다. 괴롭고 슬픈 과거를 꿋꿋하게 버텨낸 동화 속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우아한 백조임을 알게 된 뒤 행복을 되찾는다. 하지만 국내 현실 속의 해치백은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은 둘째치고 아직 자신이 백조인지도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라 하면 세단의 트렁크만 싹둑 잘라낸 변종 모델이라는 누명을 썼던 것이 사실. 하지만 라세티 해치백(라세티5)은 환골탈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굳이 라세티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세티5가 해치백 붐의 진원지가 될지, 또 다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는 시간이 흐르면 결판나겠지만 ‘당리당략과 정파’를 초월해 좋은 결과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스포티한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라세티 해치백은 해치백의 낙원인 유럽을 겨냥한 모델. 대단한 각오라도 한 듯 디자인을 확 뜯어 고쳤다. 좀더 새로운 모습을 필요로 했는지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친 세단과 달리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에게 스타일을 맡겼다. 아몬드 모양의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의 식상함을 의식한 듯 둘레만 살짝 검은색으로 둘러 귀여운 팬더 이미지가 난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크롬 라인과 엠블럼으로 마무리한 역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미 칼로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GM대우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되었다. 앞모습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날렵함에 역동성이 살아 있지만 욕심 같아선 개성을 더 뚜렷이 할 과감한 터치가 아쉽다. 옆모습으로 넘어가면 대우차의 개성으로 자리잡은 돌출형 휠아치와 함께 그립식 도어 핸들이 눈에 띈다. 해치백 스타일의 백미는 아무래도 뒷모습. 지금까지의 대우차가 그래왔듯이 라노스나 칼로스에서 보여준 탱탱한 엉덩이는 라세티5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과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자칫 뭉툭해 보일 수 있는 해치백 뒷모습에 입체감을 살렸다. 비상하는 날개를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한껏 위로 치켜올렸고 네 개의 서클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범퍼 밑단의 가느다란 붉은색 반사판도 포인트를 준 부분. 스포티한 분위기로 엮어낸 인테리어도 변화의 핵심이다. 동그란 송풍구와 대시보드 위쪽 가운데에 마련한 디지털 시계가 앙증맞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돋보이고 검정과 회색, 실버 메탈릭의 조화로 젊은 감각을 물씬 풍긴다. 힘이 넘치는 곡선으로 처리한 도어트림에도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 있지만 실버 패널로 포인트를 줬음에도 회색 일변도라 조금 심심하다. 품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소재는 차급으로 보나 수출전략 모델인 점을 감안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길이가 20cm 정도 줄었지만 기본이 준중형인지라 실내공간은 여유 있다. 뒷좌석의 레그룸은 932mm, 헤드룸은 964mm로 동급 최고 수준.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치백 기준으로는 넉넉하고, 6:4 분할 폴딩으로 뒷좌석을 희생하면 최대 1천X 이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5명이 몸을 부대끼고 다니지 않는 한 짐 공간은 걱정 없는 셈. 정숙성·고속안정성·제동성능 뛰어나 엔진은 세단과 같은 1.5X DOHC E-텍Ⅱ. 6천rpm에서 106마력의 힘을 내고 4천200rpm에서 14.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유난히 소음에 민감한 국내 운전자들의 입맛에 맞을 정도로 조용하다. 경제적인 운전영역이라 할 수 있는 2천rpm 전후에서도 아이들링 못지않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더 스포티하게 몰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높은 rpm 영역에서는 거친 울부짖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국내 모든 준중형 모델이 그렇듯 1.5X 엔진으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성능을 바라기는 무리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한 수 접고 평가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꾸준한 가속력을 보인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한결같고 그 이후에는 바늘 움직임이 무거워진다. 최대토크 부근에서는 나름대로 가속력이 느껴지지만 rpm 게이지의 그린 존을 넘어버린 바늘을 바라보기 부담스럽다. 일본 아이신의 스텝게이트식 4단 AT는 변속충격이 크지 않고 동력 전달도 무리 없이 해낸다. 3단 레인지가 없고 홀드 스위치만 있어 혼자서 척척 해낼 것 같지만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 가속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달리기가 믿음을 준다. 제동성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 고속에서 급제동을 해도 ‘두두둑’하는 믿음직스런 ABS 작동 소리와 함께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라세티5의 언론 시승회가 진행된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완만하고 급격한 코너가 적절히 섞여 있어 코너링 성능을 확인해보기에는 제격이었다. 게다가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 ‘아웃 인 아웃’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보다는 코너를 정확히 따라가는 것이 급선무. 운전자의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정확히 코스를 밟아나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코너에서도 살짝 돌아가는 꽁무니는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지만 스포츠 주행 감각은 평균점을 약간 웃도는 정도. 진정한 경쟁자는 유럽 C세그먼트의 해치백 니치마켓에 가까운 국내 준중형 해치백 시장의 특성상 라세티5의 경쟁 상대는 세단과 해치백을 아우르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한 국내 준중형 시장은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상태. 그럼에도 라세티5는 스타일과 인테리어, 동력성능과 편의·안전장비 등 모든 면에서 그 기준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국산 경쟁차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얘기다. 라세티5가 뛰어들 유럽 본무대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7, 도요타 카롤라 등…… 예쁘장하고 잘 달리고 실용적인 만능 재주꾼들이 수두룩하다. 쟁쟁한 경쟁자들 틈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국산 해치백 승용차의 발자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역사는 소형차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7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현대 포니가 국산 해치백의 원조.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포니는 독립된 트렁크 공간을 가진 패스트백이기 때문에 진정한 첫 모델은 그 뒤를 이어 82년에 나온 포니2라 할 수 있다. 국산차 중 해치백으로 가장 성공한 모델은 86년에 나온 기아 프라이드. 현대 포니2와 달리 포니 엑셀, 대우 르망과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진 후에 얻은 성공이었고 더구나 ‘꽁지 빠진 닭’이라는 초기의 곱지 않은 시선들을 극복한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포니 이후에도 해치백은 간간이 나왔지만 유별난 세단 선호 경향 때문에 대부분 노치백이 주를 이루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치백이 먼저 나오고 3/5도어 해치백이 뒤를 잇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현대 엑셀 5도어와 대우 넥시아로 명맥이 이어졌고, 90년대 중반 현대 유로/프로 엑센트와 대우 라노스 로미오/줄리엣, 기아 아벨라가 새로운 해치백 시대를 열었다. 99년 현대 베르나 센스에 이어 2002년에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 모델인 현대 클릭과 대우 칼로스가 등장했다. 대우 티코를 비롯해 마티즈와 아토스, 비스토 등 경차는 작은 실내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해치백으로 선보였다.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기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피아 해치백 버전인 레오는 기본형이 등장한 지 4년이나 지난 96년에 말에 나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1년 뒤 세피아Ⅱ의 해치백 버전인 슈마에 자리를 물려주었다. 98년 대우가 누비라 D5를 선보여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경쟁체제에 들어갔고 2000년 기아 스펙트라 윙과 현대 아반떼 XD 5도어가 나와 누비라 D5와 함께 준중형 해치백의 3강구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라세티 해치백 등장과 함께 세라토 해치백도 데뷔를 앞두고 있어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곧 세대교체를 이룰 전망이다. 해치백이란? 자동차를 구조로 분류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해치백과 노치백. 둘 사이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승차공간인 캐빈룸과 트렁크룸의 분리 여부다. 노치백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세단 형태를 가리킨다. 노치(notch)는 사전적 의미로 단(段)을 의미한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이어지는 모양이 계단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 엔진룸과 캐빈,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3박스 형태라고도 한다. 해치백에서 해치(hatch)는 갑판의 통로나 천장, 지붕 등에 만든 출입구의 뚜껑을 뜻한다. 차 뒷부분에 달린 뚜껑은 대부분 위쪽에 힌지가 달려 위로 열리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해치와 닮아 해치백으로 부르는 것. 캐빈룸과 트렁크룸이 하나로 통해 있기 때문에 2박스라고도 부른다. 또한 베르나 센스처럼 뒤꽁무니가 살짝 튀어나와 겉모습만 세단처럼 생긴 테라스 해치백도 있다. 유럽에서는 해치와 도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해치를 도어와 같은 개념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3/5도어라고 하면 해치백이라 받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2/4도어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해치백과 비슷한 형태로는 패스트백과 플레인백이 있다. 패스트백은 포르쉐처럼 루프라인이 뒷유리를 거쳐 트렁크라인까지 매끈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해치백은 해치 도어에 뒷유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패스트백은 뒷유리가 고정되어 있고 트렁크만 열리는 것이 차이점. 플레인백은 패스트백에 비해 뒷부분이 높은 형태로 고성능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GM대우 라세티5 MAX의 장단점장점 ·확 바뀐 스타일 ·고속 안정성 단점 ·품질 낮은 내장재 ·불안한 코너링  
[올드뉴스] 쌍용 로디우스, 컨셉트는 독특하나 결과물은.. 2019-06-13
올드뉴스 : 2004년에 발행 된 기사 입니다 쌍용 로디우스컨셉트는 독특하나 결과물은 애매하다한국의 독특한 시장환경이 낳은 또 하나의 물건(?)이 등장했다. 로디우스는 이스타나의 단종으로 승합차가 없던 쌍용이 개발한 MPV다. 아니 미니밴이나 SUV 혹은 단순한 승합차 같기도 한 복합적인 성격의 차다. 쌍용이 내세운 ‘신개념 프리미엄 MPV’라는 슬로건 가운데 적어도 ‘신개념’이란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승합차인 이스타나를 단종시킨 쌍용은 새로운 MPV에 쓸 만한 대형 섀시가 없어 새 플랫폼을 개발하거나(혹은 들여오거나) 이미 갖고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야 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던 쌍용은 체어맨의 플랫폼을 새 MPV에 활용했고, 뉴 체어맨과 렉스턴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새 MPV에 쏟아 부었다. 코란도 밴이나 무쏘 7인승, 무쏘 스포츠 등 세제혜택을 받은 틈새 모델로 재미를 본 쌍용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승용차 세금을 내야 하는 10인승 이하 미니밴 대신 세제혜택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11인승 MPV에 욕심을 낸 것도 한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데 모아 만든 결과물인 로디우스는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가운데 한 가지쯤은 과감하게 버릴 용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윙 도어 달아 SUV 같은 이미지 강조 렉스턴 타는 느낌이 들 만큼 힘 뛰어나 로디우스를 처음 보면 엄청난 크기와 독특한 스타일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길이×너비×높이는 5천125×1천915×1천820mm로, 기아 카니발은 물론 현대 스타렉스 점보(12인승)보다 크다. 언뜻 보면 덩치 큰 SUV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 대신 스윙 방식을 써 SUV 느낌이 더 짙다. 해외 모델 중에는 구형 혼다 오디세이나 르노 에스파스, 포드 갤럭시 등이 스윙 도어를 달았다. 얼굴을 매끈하게 다듬고 렉스턴의 것과 모양과 색이 거의 같은 짙은 회색 범퍼가드와 가니시를 붙인 것도 SUV 느낌을 주는 데 한몫 한다. 스타일의 좋고 싫음을 떠나 일단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느낌 역시 SUV에 가깝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위쪽에 달린 계기판. 푸조 807이나 시트로엥 C8 등의 미니밴도 이 같은 센터미터를 쓰고 있다. 옅은 색의 우드그레인은 베이지색 시트와 잘 어울리고, 센터페시아에 쓰인 펄이 들어간 플라스틱도 색감이나 질감이 만족스럽다. 글로브 박스 위쪽에 자리한 서랍식 CD수납함과 조그마한 사물함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다. 지붕 위에 자리한 시계와 평균속도, 방위 등을 나타내는 표시창은 보기에는 좋지만 운전할 때 시선을 돌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승차는 DVD체인저가 들어있는 고정식 센터콘솔을 갖추고 있지만, CD체인저나 DVD체인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떼어서 캐리어나 야외에서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는 탈착식 센터콘솔이 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디어 장비이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들은 이보다 더 재치 있는 장비들을 실내에 가득 담고 있다. 로디우스는 렉스턴에 쓰인 직렬 5기통 2.7X 165마력 엔진과 5단 자동기어를 얹고 있다. 힘은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소음 또한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다. 엔진의 최대토크가 34.7kg·m/1천800∼3천200rpm이나 되기 때문에 렉스턴보다 135kg 늘어난 무게는 가속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터보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는 답답할 만큼 액셀 반응이 더디지만 2천rpm 이상에서는 시원스럽게 가속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내본 최고시속은 180km이고, 빠르면서 편안하게 달리기에 적당한 속도는 150km 정도(5단 3천200rpm)인 것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지나치게 가벼워 고속에서는 좀 불안하다.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문득 SUV를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차선변경이나 코너링 때의 몸놀림은 확실히 더디다. 특히 급차선 변경이나 급코너링을 하면 서스펜션이 물러 차체가 심하게 출렁인다. 또한 165마력의 고성능을 뒷바퀴로만 굴리다보니 코너링에서 종종 차체 뒷부분이 옆으로 흐른다. SUV와 같은 감각으로 몰아붙이다가는 허둥대는 차체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십상이다. 벤츠의 기술이 녹아있는 5단 AT의 응답성은 뛰어난 편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은 센터미터는 보기에는 좋지만 달릴 때는 속도를 곁눈질로 확인해야 하므로 꽤나 불편하다. PSA와 피아트 그룹이 함께 선보인 미니밴 4총사와 닛산이 선보인 퀘스트 등도 센터미터를 쓰고 있지만, 푸조 807이나 란치아 페드라, 닛산 퀘스트는 속도계를 최대한 센터미터 왼쪽에 놓아 운전하면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속단속 카메라 앞에서 제한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계를 쳐다보는 일이 많은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열 놓느라 3열 시트와 트렁크 공간 희생 틈새시장 공략에 발목 잡힌 애매한 컨셉트 로디우스는 지나치게 틈새시장 공략에 집착하다 보니 애초 내세운 프리미엄 MPV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먼저 5m가 넘는 커다란 고급 MPV의 실내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선보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 MPV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실내활용성을 높이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로디우스는 그저 실내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11인승에 집착하다보니 4열 시트를 억지로 집어넣었고, 이 때문에 4열은 물론 3열 시트의 거주성까지 피해를 입었다. 9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거나(폴딩) 바닥까지 접을 수 있지만(더블 폴딩), 11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만 접을 수 있고 트렁크 공간을 키우려면 3∼4열 시트의 등받이를 모두 접어야 한다. 문제는 4열 시트를 접더라도 짐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이때 2∼3열 시트의 무릎공간도 좁아진다는 데에 있다. 7~8인승만 되었어도 거주성과 짐 공간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겉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SUV 스타일의 MPV이면서 속은 평범한 미니밴이나 원박스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로디우스의 큰 약점이다. 4열 시트를 떼어낸 다음 3열 시트만 얹고 다니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 법규는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시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규를 탓하기 이전에 접었을 때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시트를 개발하지 않고 덩그러니 보통 시트를 4열에 집어넣은 쌍용의 처사도 성의가 없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 높이와 같게 평평해지는 등(닷지 캐러밴, 도요타 시에나) 최근 선보이는 미니밴과 MPV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내공간을 넓게 쓰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스윙 도어 역시 실용성 면에서는 의심이 간다. 올해 선보인 뷰익 테라자나 새턴 릴레이는 SUV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이들 차는 3열 승객의 편의를 위해 과감하게 스윙 도어를 포기했는데, 쌍용은 3열뿐만 아니라 4열 시트를 갖추고도 스윙 도어를 달았다. 4열에 앉으려면 2∼3열 시트 사이 좁은 공간으로 엉덩이를 쭉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드나들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지 않고 겉만 잘 꾸며 놓은 차를 진정 프리미엄 MPV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올드뉴스]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 2019-06-11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처럼 짜릿하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을 떠났던 푸조가 5년여만에 다시 돌아왔다. 장년층에게는 기아에서 조립·생산하던 푸조 604의 우아한 이미지로, 신세대에게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석권한 강인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푸조. 곧 시판될 푸조 607의 등장은 새로운 수입차를 갈망해온 이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우아한 보디 눈길 늘씬하면서 독특한 이미지의 곡선 루프 607은 89년 605가 데뷔한 이후 꼭 10년만인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605가 고급차 분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에, 607에 거는 푸조의 기대는 남달랐다. 607은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 룩 스타일을 가장 먼저 쓴 모델이다. 405와 605로 대표되는 각진 스타일에서 벗어나 곡선을 많이 썼고, 605에 비해 커진 차체가 우아하면서도 당당하다. 푸조는 604와 605, 그리고 중형차 405 등 대부분의 간판 차종의 디자인을 피닌파리나에 맡겨왔다. 그러나 95년 데뷔한 406을 비롯해 이후에 선보인 206과 307 등은 모두 푸조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최근 푸조가 선보인 차들이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들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특히 605는 405를 조금 크게 늘려놓은 듯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형차답지 않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607은 307과 206 등 최근 푸조 모델과 디자인 흐름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형차다운 품격이 살아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푸조 라이언 엠블럼과 날카로운 삼각형 헤드램프는 푸조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반면 테일램프는 상대적으로 개성이 떨어져 보인다. 실제 발광 면적과 반사판이 거의 비슷해 크기만 부풀린 듯한 인상이고,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검은색 플라스틱 몰딩을 더한 앞뒤 범퍼는 사소한 접촉으로 인한 흠집을 막아주어 실용적이다.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진 곡선형 루프는 607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또한 늘씬한 차체는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비해 한 급 위의 차라는 인상을 준다. 겉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긴 차체 안에는 600ℓ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트렁크 룸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 한 개의 골프 백을 가로로 놓을 수 있고, 세로로 담으면 4개까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다. 휠베이스는 2천800mm로 605와 같지만 실내는 훨씬 넓어졌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시승차는 블랙 톤으로 꾸며져 있으나 좁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시보드를 최대한 앞쪽으로 밀어 실내 공간을 덜 차지하기 때문이다. 윈드실드가 보네트 쪽으로 깊숙이 자리잡는 캡 포워드 디자인처럼 대시보드 위쪽이 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센터페시아가 뒤쪽으로 조금 누워있어 운전자가 스위치를 조작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런 효율적인 설계 덕분에 앞좌석 레그룸이 넉넉하다. 라운드 타입 대시보드는 부드러운 재질로 덮여 있어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605의 투박한 대시보드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정보 전달기능이 구형보다 크게 강화되었다. 센터페시아 위에 달린 온보드 컴퓨터는 오디오와 공조장치, 트립 컴퓨터 기능을 갖춰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다. 유럽형 모델에 달리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수입모델에 없는 점은 아쉽다. 어린아이가 있거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운전자라면 안심해도 된다. 깜빡 잊고 자기 혼자만 차에서 내렸더라도 열 감지 센서가 실내에 사람이나 동물이 남아있음을 알려주기 때문. 앞 유리에는 열전도 방지 기능이 있어 적외선을 반사하고 실내로 전달되는 열을 차단해준다. 또한 도어 유리에는 라미네이트 필름이 들어 있어 소음 차단효과가 높다. 607의 리모트 컨트롤 키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도어나 선루프를 열고 잠금 장치를 누르면 열린 부분이 자동으로 잠겨지고,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접힌다. 또한 도어가 잠겨져 있을 때 잠김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들어오고 실내등이 켜진다. 시동키는 잭나이프를 펼치듯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온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실내 완벽에 가까운 주행안전성에 감탄 수입되는 607은 2.2ℓ와 3.0ℓ 두 가지. 시승차는 3.0ℓ모델로 V6 210마력 엔진을 얹었다. 아이들링은 매우 조용하고 진동도 잘 억제되어 있다. 혼잡한 도심을 지나 길이 트이자 액셀 페달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BMW의 박진감보다는 렉서스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607에서 새롭게 선보인 팁트로닉 변속기는 수동모드를 갖춘 자동 4단이다. 예전에 406을 타보았을 때 무단변속기처럼 부드러웠던 주행감각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607 역시 변속감각이 비단결 같다. 스포티한 주행을 원할 때는 수동 4단에서 3단으로 다운 시프트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경쟁모델들이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추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푸조의 기함 모델인 607도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승차감은 자동 기어의 감각만큼이나 부드럽다. 만약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되면 전자식 가변 댐핑 시스템 모드를 ‘오토’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렇게 부드러운 차가 급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때 거의 완벽하리만큼 안정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코너를 돌았으나 607은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조차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갔다. 이번에는 코너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접근했다가 의도적으로 차체 뒤쪽을 미끄러뜨려 보았다. 그러나 607은 이런 시도가 무색하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이는 주행안정장치(ESP)가 차체의 흔들림을 감지하고 오버 스티어나 언더 스티어가 일어나면 토크를 늘리거나 줄여 차체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이다. 607의 숨겨진 장점 중에 하나는 제동성능이다. 비상제동장치(EBA)를 갖춰, 운전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를 감지하고 브레이크 압력을 높인다. 급제동할 때는 자동으로 비상 경고등을 작동시키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프랑스를 ‘화장품 잘 만드는 예술의 나라’ 정도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완벽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겠지만, 푸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1891년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휘발유 자동차로 선보인 푸조 1호차는 1895년 파리-보르도 왕복 경주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끌었다. 1912년 프랑스 그랑프리에 복귀한 푸조는 처음으로 DOHC 4밸브를 쓴 경주차 L76으로 잇따라 우승하고 미국 인디아나 폴리스 500마일 레이스까지 석권했다. 1차대전 후 실용적인 차에 주력하던 푸조는 84년에 고성능 소형차 205GTI를 내놓으면서 폴크스바겐 골프 GTI와 당당히 경쟁한다. 그 이듬해에는 205GTI를 바탕으로 만든 205 터보16이 세계랠리선수권(WRC)에서 종합우승하고, 푸조는 이런 상승세를 발판으로 5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도 푸조는 WRC에서 매년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고성능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607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엔진 배기량으로 보면 벤츠 E320이나 BMW 530i와 비교가 되겠지만, 차체크기나 실내공간은 벤츠 S280이나 BMW 735i와 비교될 정도로 넉넉하고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차값은 5천500만 원(2.2X)~6천400만 원(3.0ℓ)으로 경쟁모델보다 싸다. 210마력의 최고출력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엔진과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의 매칭이 완벽에 가깝기에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만약 고출력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선보인 400마력의 컨셉트카 607 페스카를로가 양산되기를 기다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607은 지금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느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처럼, 607에게 있어 출력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푸조 607은 때론 부드러운 샹송처럼, 때론 짜릿한 코냑처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멋진 차다.  
가장 우아하고 과격한, FR 컨버터블 포르토피노 2019-06-10
가장 우아하고 과격한FR 컨버터블청담동에서 페라리 타고 인제 서킷까지, 포르토피노와의 초고속 데이트.자동차 기자로서 가장 흥분될 때는 언제일까? 분명 페라리를 타고 있을 때일 것이다. 페라리 콕핏에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아슬아슬해지는 느낌이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만 흠모했던 뮤즈를 직접 대면한 기분이다. 짧지 않은 하루를 함께 보내고 나니,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만큼 페라리가 주는 감동은 대단했다. 뼛속까지 레이스 혈통인 창업주 엔초의 스토리와 모터스포츠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지닌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관심 갖기 시작한다면 누구든지 로쏘(rosso:붉은색) 마니아로 거듭나게 된다. GT 컨버터블의 마스터피스21세기 페라리 중 가장 저평가된 모델이 캘리포니아 T라고 생각한다. 형제보다 유순한 외모지만 타보면 의외의 강력한 성능에 놀란다. 아울러 멋진 실내 레이아웃과 시트의 편안함으로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았다. 포르토피노 엔진의 초기 버전인 F154BB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엔진은 2008년 출시된 자연흡기 버전 캘리포니아보다 여러모로 나았었다. 과급기를 달았음에도 배기는 세상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사운드를 제공했다. 터보가 달렸다고 해서 자연흡기 대비 배기음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지만 막상 주행을 해보면 정말 터보 엔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잘 다듬은 과급기는 저회전대에서도 강한 토크 펀치를 선사한다. 더욱이 페라리 특유의 고 rpm에서 패들 시프터의 변속 질감은 운전자 손끝에 그대로 전달되는 맛이 일품이다. 자극이 극에 달하지 않다는 저평가가 있었을 뿐 페라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차원의 GT 컨버터블이다.페라리의 에어 덕트는 폼이 아니다. 철저히 계산된 공력 시스템이다 기존 캘리포니아 T 자체도 완성도가 워낙 높았지만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에서 작정하고 만든 모델이다. GT 컨버터블임에도 불필요한 가짜 덕트 따위는 없는 순수한 공력 설계와 강한 심장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이미 검증받은 심장을 잘 다듬어 출력 및 연비까지 높였다.하드톱 컨버터블 특성상 트렁크 공간은 거의 포기해야 하지만 트렁크와 뒷좌석까지 캘리포니아 T보다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하드톱 컨버터블 중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다. 극단적인 롱 노즈와 숏데크 스타일이 아님에도 페라리 특유의 프로포션을 잘 살려 우아함은 유지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페라리 본연의 화끈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헤드램프는 살아있는 맹수의 눈매를 보여준다. 공도의 운전자들이 백미러만 보고도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알아챌 정도다.하드톱이지만 완벽히 트렁크에 감춘다포르토피노의 전면 그릴에 박혀 있는 카발리노(뛰는 말 엠블럼), 앞 팬더 덕트, 뒤 팬더의 풍만함은 흡사 250 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를 연상케 한다. 만약 포르토피노가 개발되지 않았으면 페라리의 충성심 있는 VIP 고객이 250 GT를 오마주한 컨버터블이 필요하다며 원-오프 모델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하드톱을 닫았을 때는 영락없는 쿠페다. 현존하는 모든 컨버터블 중 지붕을 닫았을 때 가장 이질감 없는 완벽한 하드톱 모델이 아닐까.600마력의 우아한 컨버터블을 탄다는 건600마력 컨버터블을 만드는 메이커는 흔치 않다. 몇 개 브랜드가 연상이 되지만 가격대와 메이커의 위상을 따졌을 때 페라리와 견주기는 힘들다. 포르토피노의 시동을 거니 아주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골목을 1단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영동대로를 타고 액셀러레이터를 푹 밟자 rpm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두터운 토크와 진동이 몸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른 발을 다시 힘껏 밟으니 타코미터가 7000rpm을 가리켜 바로 2단으로 변속을 했다. 적막한 빌딩 숲 사이를 달리는 사이 묵직한 사운드가 캐빈을 감싼다. 자기 PR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단지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것만으로 아주 쉽게 존재감을 알리는 걸 보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허탈감은 금세 잊혔다. 올림픽대로에 오르자 예상외로 차들이 별로 없어서 속도를 높였다. 과급기 엔진임에도 7000rpm 이상까지 회전이 가능해서 자연흡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회전수를 높이면 귓가를 파고드는 진동과 묵직한 고음 사운드로 자연스레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단순한 서클 테일램프조차 포스를 풍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V12만이 진정한 페라리이고 V6와 V8을 보급형 페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대 스페셜 모델 중 V8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 적지 않다. 정작 페라리에서 V12형이 아닌 모델에 보급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적은 없다. 그저 라인업을 더 늘렸을 뿐이다. 포르토피노는 코드네임 F154BE(이하 F154)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다.F154 엔진은 2013년에 등장했는데, 범용성, 내구성, 확장성이 좋아 캘리포니아 T, 488 GTB, GTC4 루쏘 T,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에도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2016년~18년 3년에 걸쳐 올해의 엔진 상(engine of the year award) 대상을 연속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올해의 엔진 상 20주년을 기념하여 신설된 ‘Best of Best’상에서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고 엔진으로 뽑혔을 정도다. 아마 2019년 올해의 엔진 상 역시 곧 국내에 출시될 F8 트리뷰토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성능 세단과 맞먹는 안락함운전석 레그룸은 의외로 공간에 여유가 있다. 알맞은 위치에 자리 잡은 풋레스트가 운전의 피로를 줄여준다. 아울러 훌륭한 댐퍼는 불규칙한 노면을 잘 받아준다. 458 이탈리아 이전의 페라리를 탔을 때는 정말 딱딱한 승차감이었지만 이제는 세단형 스포츠카와 맞먹을 정도로 안락한 느낌이다.기존 림에 달려있는 호른 버튼은 스티어링 중앙으로 옮겨져 더 편하다 게트락제 7단 DCT는 어떤 상황에서도 직결감이 최상이다. 오토에서도 충분히 재밌고 편안하지만 페라리의 패들 시프터를 만지고 있자니 오토 해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 수동 모델이 아님에도 그에 준하는 패들 시프터의 손맛은 운전자를 미치게 만든다. 더군다나 F1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패들 시프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날씨가 좋지 못해 벚꽃이 만개했음에도 오픈 에어링은 만끽하지 못했다.그런데 하드톱을 씌우고 달리니 이 차가 컨버터블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동식 하드톱이지만 내장재 몰딩 부분 등이 타이트해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론 신차 한정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한참을 달려 인제 서킷에 도착했다. 페라리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페라리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TV로만 접했던 페라리 패독 라운지와 비슷했다. 이것마저도 감동이다. 안에는 캡슐 커피 머신과 트랙에서의 체력 고갈을 막아줄 초코바와 바나나가 있었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8샷을 마셨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순간 페라리 오너들과 함께 이런 멋진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페라리를 타며 추억과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쿼드 파이프가 유유자적 타는 차가 아니란 걸암시한다트랙에서의 포르토피노레이스 모드가 없는 포르토피노라서 자극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큰오산이다. 캘리포니아 T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이라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트랙에서의 파워풀한 주행은 운전자로 하여금 주눅을 들게 할 수 있지만 포르토피노는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멋진 페라리로 트랙에서 극적인 운전을 했다고 해서 꼭 운전을 잘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은 똑똑한 전자 장비가 적극 개입하여 운전자가 의도하는 데로 잘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포르토피노는 초보자도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쾌적하다. 과거 페라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운전 감각이면서도 페라리 DNA는 온전히 품었다. 사운드, 변속 직결감, 날카로운 조향감, 아름다운 보디는 역시나 페라리라는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다만 비가 쏟아지는 탓에 ESC를 꺼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악천후에서 후륜구동 600마력 차를 다룬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으니 말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포르토피노는 트랙에서 그 어떤 차보다 빠르면서도 우아했다. 봄 날씨에 오픈 에어링이라도 한다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개선된 윈드 디플렉터가 오픈 에어링의 단점인 소음과 바람을 줄여 오너의 품위까지도 지켜준다. 여기에 멋진 배기 사운드가 더해지면 매력은 절정에 달한다. 전동식 하드톱을 트렁크에 접어 넣고 거침없이 질주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페라리
[올드뉴스] BMW Z4 과격한, 그러나 우아한 2019-06-07
BMW Z4 과격한, 그러나 우아한 지난 1995년 등장한 BMW Z3는 유노스 로드스터(마쓰다 미아타)가 개척한 경량 2인승 오픈카 시장을 노린 모델이다. 이전 세대의 3시리즈(E36) 플랫폼을 이용했고, 수요의 중심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에 건설한 전용공장에서 지금까지 29만여 대가 생산되었다. 이러한 성공을 베이스로 BMW는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를 지난해 가을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고급 로드스터 수요가 커진 데 발맞추어 프리미엄 로드스터를 모토로 개발된 Z4는 Z3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며 연간 4만5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Z3의 후속모델이지만 그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사진으로 먼저 본 Z4는 전체적인 조형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형 7시리즈 이후 디자인이 너무 막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그보다는 낫고 매우 다이내믹한 인상이다. 인테리어 또한 너무 단순해 처음에는 어딘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신형 7시리즈의 디자인 요소를 따온 대시보드도 과격한 외관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물론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자리에 있는 디자인이지만······. Z3보다 보디 사이즈와 엔진 키우고 소프트톱 원터치로 10초만에 열려 Z3의 후속모델은 다른 시리즈처럼 코드명을 붙인 1세대, 2세대 식으로 진화하는 대신 아예 숫자를 키워 Z4라 이름 붙였다. 단순한 후속타가 아닌 한 급 위의 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타일이나 인테리어도 최근 BMW가 보여주고 있는 에지 효과가 두드러진다. 아무튼 뉴 7시리즈처럼 싫고 좋음이 분명한 개성적인 디자인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최근 BMW의 디자인은 첫눈에 쉽게 익숙해지던 전통과 달리 낯설다.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익숙한 것은 특유의 엠블럼과 키드니 그릴 뿐이다.롱 노즈 숏 데크, 짧은 오버행 등 Z3와 같이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디자인 구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클래식과 모던의 융합을 강조하지만 마치 클레이 모델에 칼질을 한 듯한 과격한 사이드 보디는 Z3의 유려한 라인과 너무 대조적이다. 인테리어도 외관과 같이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를 주제로 했다. T자형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 콘솔 등으로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이미지를 주면서, 속도계와 타코미터 등에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Z4 전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컴팩트한 3개 스포크를 가지는 직경 38cm 크기다. 이것은 BMW 모델 중 가장 직경이 작은 핸들이라고 한다. Z4는 현행 3시리즈(E48)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리어 서스펜션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새로 설계되었다. 포르쉐 복스터급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어 실내 거주성과 품질도 향상시켰다. 또한 소프트톱의 리어 윈도는 수지제품이 아니고 열선이 들어간 유리를 달아 완전 자동으로 한 번에 열리고 닫힌다. 다른 조작 없이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단 10초만에 지붕이 열린다. 그리고 접혀진 소프트톱은 트렁크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렁크는 골프백 2개를 넣을 만큼 넉넉하다는 것이 자랑이다.   Z4의 보디 사이즈는 전체 길이×너비×높이가 4천091×1천781×1천299mm,휠베이스 2천495mm다. Z3와 비교하면 각각 66mm×89mm×11mm 크고, 휠베이스는 49mm 길어졌다. 전반적인 사이즈가 커졌고, 그동안 허약하다고 지적받았던 엔진도 파워를 키웠다. 엔진은 2.5X와 3.0X 2종류의 직렬 6기통. 이미 신형 3, 5시리즈 등에 쓰여 친숙한 유닛이다. 2.5X는 최고출력 192마력/6천rpm과 최대토크 25.0kgm/3천500rpm을 낸다. 3.0X는 231마력/5천900rpm과 30.6kgm/3천500rpm을 낸다. 모두 전자제어 엔진 매니지먼트나, 더블 바노스(VANOS)라는 흡배기 쌍방의 밸브 컨트롤 시스템을 달았다.  트랜스미션은 2.5i에 5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 3.0i에 새로 개발한 6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가 조합된다. 그리고 시퀀셜 자동 6단 기어박스(SMG)가 추가될 예정이다. 가속 세차고 차체 균형감각 돋보여 장거리 위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춰 시승차는 3.0i로, 자동 5단 스텝트로닉을 얹었다. 차체의 약간 뒤쪽에 자리하는 드라이빙 포지션은, 마차를 조종하는 마부와 같은 분위기. 강력한 파워를 가지는 엔진에 드로틀의 채찍을 날린다. 페달에 대한 반응은 민감하고 배기 사운드는 박력이 넘친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한계치인 6천rpm까지 눈 깜짝할 순간에 솟구친다. 자동 모드에서 5단으로 시속 200km 부근은 편하게 도달한다. 직진 안정성에 문제는 없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약 6.2초로 포르쉐 복스터 S(5단 AT 팁트로닉 6.4초)에 맞먹는 성능이다. 그런데 셀렉터를 앞뒤로 움직여 기어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스텝트로닉 AT는 감속 모드(-)가 위에 있어 조금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기어를 내릴 때는 아래로 손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동 조작을 할 때는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으로 모두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를 달았다. 형식은 3시리즈와 같지만 표준으로 ‘M스포츠 서스펜션’이 달린다. 타이어는 앞 225/40 R18 뒤 255/35 R18로 강력하고 크다. Z4 역시 최근 추세에 맞추어 드라이빙을 지지하는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우선 한계영역에서의 차체안정성을 높여주는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를 표준으로 얹었다. Z3와 같이 앞뒤 50:50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실현했다고 한다. 게다가 엔진의 반응이나 출력 특성을 변화시키는 DDC(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을 갖춘 것도 새롭다. 실내 기어박스에 달린 ‘스포츠’ 스위치를 누르면, 보통 때보다 빠른 타이밍에 최고출력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드로틀 반응이 향상된다. 이와 동시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PS)의 제어도 즉각적으로 스포티 제어로 바뀐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가도 거동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이다. 빈틈없는 핸들링은 정말 운전자를 즐겁게 해 준다. 헤어핀 코너에 돌진해도 그 흔한 타이어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지면에 그대로 밀착되어 회전하는 느낌이 놀랍다. 코너에서의 접지력과 안정감은 M시리즈를 능가할 정도다. 하나 더 Z4에는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라고 하는 새로운 기구가 채용되어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드리프트를 허용하도록 프로그램되어 달리기의 질적 수준을 높여준다. 과격하지만 허둥대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 자태는 귀족적인 본성에 충실하다. 결론적으로 Z4는 Z3의 진화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다. 어디에서도 Z3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새롭고 강력하다. 마침 주차장에 세워진 Z3와 비교해보니 이전과 달리 Z3가 왜소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강해졌고, 수준 높은 달리기를 보여준다. 사이즈 또한 적당해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BMW의 브랜드 파워가 권력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동안의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희가 따라오라’는 식의 우격다짐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할까. 불만의 소리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완벽하지만 정감이 부족하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세상에서 가장 변태적인 GOAT SUV, 마세라티 르반.. 2019-06-07
세상에서 가장 변태적인GOAT SUV현존하는 후륜 기반 플랫폼 중 최강의 수퍼 SUV를 만났다. 600마력에 육박하는 SUV를 공도에서 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실용적인 5도어에 페라리의 심장이 필요하다면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만이 대안이다. 트로페오만 허락된 코르사 모드는 럭셔리 변태의 끝을 보여줄 것이다.기자가 마세라티 르반떼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배기음. 두 번째는 짧은 프런트 오버행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의 프리미엄 SUV에 정이 안 가는 이유는 폭스바겐 그룹의 MLB 플랫폼이 한 몫 한다. 뭇사람들은 후륜 쪽 분배가 높으면 그게 후륜 플랫폼이라고 주장을 하겠지만 세로 배치 엔진을 탑재했어도 전륜 축 앞에 위치한 엔진 때문에 고급 SUV라 해도 전형적인 후륜의 ‘자세’가 안 나온다. 그런 점에서 마세라티 르반떼는 확실히 전통적인 고급차 실루엣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엔진을 앞차축 뒤에 배치한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이 주는 심미적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고급차일수록 그 비중은 높다고 생각한다. 곧 출시될 3세대 벤틀리 플라잉스퍼도 포르쉐 파나메라의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을 채용한다는 소문이다. 아우디의 플래그십 A8이 상당히 잘 만들었음에도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의 아성을 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전통적 후륜 프로포션의 부재’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성능 이미지를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오버 엔지니어링이라는 수식이 붙는 독일 메이커 고성능 디비전의 레터링이나 배지는 엔트리 모델에도 붙일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진짜 AMG, M은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순정 배지를 달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 감성 옵션은 당장의 매상은 좋아질지 몰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이미지 소비로 식상함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과거의 독일 고성능 디비전 모델은 정말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반전과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과격한 모습으로 차이를 만드는데만 고심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점점 고성능 디비전을 어필하는 게 쉽지 않게 될 것이다.르반떼 레터링 밑줄처럼 그어진 ‘창’과 C 필러에 위치한 TROFEO 엠블럼이 보이면 추월차로를 내주는 게 상책이다 마세라티 르반떼 중 가장 비싼 하드코어 퍼포먼스카 트로페오(trofeo)를 만났다. 트로페오는 영어로 ‘트로피(trophy)’를 뜻한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퍼포먼스 모델임에도 외모는 요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반전이 있으니까. 첫인상은 우아하다, 아름답다는 말만 연거푸 나온다. 이탈리아 메이커만 다룰 수 있는 유려한 선의 시작점과 끝점을 유심히 보고 있자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세상 그어떤 SUV도 르반떼처럼 아름답지 못한다. 이탈리아의 날씨, 건축물, 지중해와 위대한 조상들의 찬란한 예술적 감각의 수혜 받은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 심미안(審美眼)의 풍요로움에 있어서 다이아 수저인 셈이다. 이탈리아가 정치를 비롯해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미(美)’를 다루는 데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퍼포먼스 모델답지 않게 외관에서 티를 내지 않는 고고함도 이탈리아 자동차의 특징이다.하이 퍼포먼스 모델이지만 요란한 티를 내지 않아 좋다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이 온 실내를 덮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가죽 냄새가 풀풀 난다. 싸구려 염료를 써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가죽과는 차원이 다른 향이다. 두께가 상당하지만 질감은 부드럽다. 정말 좋은 가죽을 썼다는 증거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레이스, 던의 가죽보다도 질감, 향, 텐션에서 피에노 피오레가 압도한다. 과거 롤스로이스 크루 공장에 공급되던 코널리(conolly) 가죽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죽을 좋아하는 기자로서는 실내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싸구려 염료를 써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가죽과는 차원이 다른 향이다. 과거 롤스로이스 크루 공장에 공급되던 코널리(conolly) 가죽과 비슷하다 이 차는 밀도 있는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 천장과 필러를 감싼 알칸타라, 하드코어를 상징하는 드라이 카본 등을 실내 곳곳에 사용했다. 2억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수긍이 간다. 트로페오보다 더 비싸고 성능 좋은 SUV는 있지만 좋은 소재와 페라리의 심장, 후륜 기반의 플랫폼만으로도 이 차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게다가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성까지 제공한다. “같은 후륜 기반의 롤스로이스 컬리넌은?”이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다.트로페오는 그냥 수퍼카다.이 각도에서 보면 후륜 기반 차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곳곳에 드라이 카본이 들어가 모터스포츠 감성까지 더했다 오직 트로페오만 있는 코르사 모드과급기 사용으로 배기음이 심심할 것 같다는 진부한 얘기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적어도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논외로 해야 한다. 콕핏에 앉아 있으면 자연흡기, 과급기 똑같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더욱이 트로페오라면 오디오 브라켓을 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다. 이 사운드에 빠져서 3일 동안 900km를 달렸다. 영등포를 빠져나와 인천공항까지 노멀 모드로 약 50km 탔다. 웬만한 400마력 대 SUV 스포츠 모드보다도 트로페오의 노멀 모드가 파워, 속도, 조향감에서 모두 낫다. 영종도에서 용무를 마치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3가지 주행 모드는 노멀-스포츠-코르사. 스포츠 버튼을 누르고 다시 길게 누르면 코르사(corsa) 모드로 변경된다.기어 노브를 D에서 왼쪽으로 밀면 수동모드다 경주, 레이스를 뜻하는 코르사로 고정하니 에어 댐퍼가 차체를 낮춘다. 코르사는 오직 트로페오만 존재하는 주행 모드다. 주행 환경에 따라 에어로1, 에어로2 댐퍼의 감쇄 레벨 정보를 클러스터에서 실시간 확인할수 있다. 배기 사운드는 노멀에서도 충분히 세련되고 강한 톤이지만 코르사는 스포츠보다 더 예민하고 앙칼지다. 노멀이 힘 좋고 스포티한 SUV라면, 코르사는 수퍼카급 응답성에 당장 트랙에 나가 모든 차를 다 집어삼킬만한 야수성을 품고 있다. 현존하는 SUV의 왕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궁극의 코르사 모드. 부유한데다 운전 실력까지 좋다면 트로페오를 살 수밖에 없다시속 110km를 달리는 도중에 콘솔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밀어 넣어 매뉴얼 모드로 고정했다. ‘철컹’하는 것이 기계식 느낌이다. 6단에 물려있던 단수를 2단까지 내리고 풀 스로틀을 했다. 관성을 거스르는 맹렬한 가속이 시공간을 잠시 비틀어 놓는 듯하다. 눈앞에 보이던 장면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재빨리 3단으로 업 시프트.회전 상승이 너무 빨라 저단 고단할 것 없이 7000rpm까지 한달음에 도달한다. 2500rpm부터 74.85kg·m의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고회전을 쥐어짤 필요는 없지만 워낙 환상적인 배기 사운드 탓에 괜히 레드존 부근까지 올리게 된다. 자연흡기와 같은 반응이면서 풍부한 토크감까지 선사한다. 2.3톤의 차체를 시속 0→100km까지 3.9초 만에 밀어부치고, 최고속도는 304km에 이른다. 2세대 후기형 포르쉐 카이엔 터보 S를 압도하는 가속성능이다.코너를 지배하는 수퍼 SUV시승차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아니지만 제동성능은 강력하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페이드는 없었다. 굳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가지 않아도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빠르게 속도를 줄여줘 쾌적한 타력 주행이 가능하다. 롱 휠베이스는 코너에 불리한 핸디캡이지만 적어도 이 차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공도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코너에서 어떠한 차보다도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로 탈출할 수 있다.버킷 시트는 아니지만 가혹한 주행에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페라리와 협업한 Q4 AWD 시스템은 리어 그립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전륜을 구동하여 어느 상황에서도 그립을 유지시켜 운전자에게 신뢰를 준다. 페라리의 SSC 같은 장치는 없지만 코르사는 후륜을 의도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LSD가 개입하면서 파워풀한 속도로 코너를 공략할때 잘 버텨주는 횡 그립은 “SUV가 뭐 이래!” 이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전고가 높은 차로서는 변태적인 몸놀림이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긴휠베이스는 연속 코너에서 불리할 것 같지만 어지간한 와인딩에서도 BMW M3 CS 정도는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저가 심해 시속 80km 이상이 힘든 코너조차 그 이상의 속도로 깨끗하게 돌아간다. 한적한 공도에서 만난 M3, M4가 기자의 트로페오를 앞지르려 시도하다 실패했다. SUV가 와인딩에서 불리하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똑똑한 섀시와 저중심 설계, 강력한 파워트레인으로 수퍼카 부럽지않은 성능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이 차에는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와 같은 계열의 심장이 얹혀 있다. 올해의 엔진 대상을 3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엔진이다. 타이어 사이즈로도 이 차가 터무니없는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SUV에서 흔히볼 수 없는 편평비다. 거대한 22인치 후륜 타이어는 812 수퍼패스트 보다도 사이드월이 납작해 노면을 많이 타지 않을까 걱정했다. 보통은 편평비가 낮을수록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지만 이 차는 에어 댐퍼 덕분에 거친 노면에서도 진동과 충격을 잘 걸러준다. 스마트한 댐퍼는 시종일관 여진을 잘잡아주면서도 롤 제어 역시 뛰어나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이 차에서 내릴 때가 가장 아쉽다. 계속 머물고 싶다 오직 수동모드로만 타고 싶다ZF제 8단 자동변속기는 트로페오와 궁합이 잘 맞는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최적의 단수를 찾아 재빠르게 작동한다. 노멀 모드일 때 꽤 준수한 수준의 연비가 나온다. 하지만 스티어링 칼럼에 달려 있는 고정식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가 자꾸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코르사 모드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노멀, 스포츠 모드에는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엑셀러레이터와 패들 시프터에 익숙해지면 운전자가 가장 듣고 싶은 음색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코르사 수동의 매력이다. 연료 식성이 좋아지는 정도는 감수하게 만든다. 몇몇 메이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액티브 사운드와는 깊이와 질감에서 차원이 다르다. 태생부터 꾸밈없이 본질에 집중하여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사운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이자 마약과 다름없다. 그래서 일단 중독되고 나면 어느새 코르사 모드로 바꾸고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게 된다. 자동변속기 기반임에도 시프터 반응속도는 즉각적이어서 수동에 뒤지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트랙에서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기계식 키보드의 손맛보다 더 위에 있는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의 조작감은 황홀 그자체다. 코르사 수동 모드를 경험하면 오토에 손이 가지 않는다최고의 존재감양산차면서 이만큼 시선 끄는 차도 드물다. 섹시한 외관과 배기음이 사람의 감각을 건드려서일까? 지금까지 타본 시승차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트로페오는 강렬한 존재였다.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다 쳐다본다. 셀프 주유소에서조차 “이차 얼마예요?” 물어보는 게 예사다. 물론 가격을 들으면 흠칫 놀라는 반응도 한결같다.트로페오는 기본 르반테와는 가격, 성능, 사운드,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큰차이가 있다. 수퍼 SUV 타이틀에 어울리는 차는 트로페오가 유일무이하다. 고성능 SUV의 홍수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존재감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륜 기반 플랫폼을 고집한다는 점도 참 좋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마세라티가 전륜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디자인 완성도에 끼치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차는 마라넬로 페라리 공장에서 제조되는 엔진을 넣고도 2억 3천만원에 불과하다. 넓은 거주성에 골프백을 잔뜩 실을 수있는 트렁크는 덤.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전천후 수퍼카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올드뉴스] 기아 봉고3 시승기 2019-06-05
기아 봉고Ⅲ 1톤 트럭 산뜻한 스타일에 담긴 경쾌한 달리기봉고’는 기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델이다. 80년대 초 국내 자동차 메이커 강제통폐합 조치로 위기를 겪은 기아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승합차와 소형 트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그때 나온 모델이 봉고 승합차와 트럭이었다. 당시 기아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대신 “봉고 팝시다”라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했고, 이렇게 똘똘 뭉친 기아 직원들이 회사를 일으켰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산뜻한 외모에 밝은 컬러로 분위기 일신 계기판 시인성 좋고 스위치 조작 편리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 시승차로 만나는 봉고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론 트럭에서는 계속 봉고라는 이름을 써 왔지만, 97년부터는 프론티어라는 이름이 더 강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아는 트럭과 함께 선보인 봉고 코치/밴으로 다시 한번 ‘봉고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트럭 운전자들은 차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봉고Ⅲ은 승용차에 익숙한 이들도 호감을 느끼게 하는 산뜻한 외모를 지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고, 버티컬 타입 헤드램프를 단 모습은 커다란 박스 같았던 봉고 프론티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특히 ‘띄우기 위한’ 이미지 컬러로 택한 밟은 연두색과 연미색은 소형차나 경차에서 보던 색상이어서 신선하다.  달라진 실내가 SUV에 앉은 느낌을 준다면 과장일까? 핸들은 위 아래로 틸트되는 폭이 넓어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기어 레버의 위치도 적당하다. 계기판은 웬만한 승용차보다 시인성과 디자인이 좋고,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공조장치는 스위치가 큼직해 조작하기 편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의 거리가 조금 먼 것은 아쉽다. 운전자와 동승객이 실내에서 자리를 바꿔 탈 일은 거의 없으므로 센터페시아를 조금 더 돌출시켜도 괜찮을 듯하다.  시트 뒤에 마련된 공간은 1톤 트럭 운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장거리 운행에 나설 때 짐을 놓아두거나 시트를 뒤로 젖혀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기 때문. 이 공간 가운데에 넓은 포켓을 두어 작은 물건을 흔들리지 않게 놔둘 수 있고, 위쪽에는 좌우 양쪽에 2개의 옷걸이를 두어 운전자와 동승객이 모두 옷을 걸 수 있도록 했다. 고속도로 통행 영수증이나 작은 수첩 등은 천장 앞쪽에 마련된 그물망 안에 두면 되고, 시트 가운데를 접으면 얇은 공책이 들어갈 정도의 사물함이 나온다. 이만하면 1톤 트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잘 활용한 셈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시트 뒤 포켓에 잠금장치를 갖춘 덮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장거리 운전 때 귀중한 물건을 차안에 두고 싶다면 글로브 박스만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비 편의성은 어떤가. 봉고 프론티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틸팅캡으로 만들어 정비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봉고Ⅲ은 현대 포터Ⅱ와 공동으로 개발되면서 틸팅캡이 없어져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 대신 보네트를 열고 와이퍼 모터와 에어필터를 교환할 수 있고, 에어컨 냉매와 냉각수, 워셔액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네트는 봉고 프론티어처럼 위쪽으로 열리는데, 아래쪽으로 열리는 포터Ⅱ에 비해 여닫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실수로 덮개를 눌러 망가뜨릴 염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속력 뛰어난 2.9X 123마력 엔진 얹어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부드러운 느낌 적재함은 얼마나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봉고Ⅲ은 봉고 프론티어에 비해 길이와 너비가 20mm씩 작아졌으나 적재함 높이가 낮고 넓어 쓰기 편리하다. 특히 적재함 양쪽 커버 잠금장치의 디자인을 단순화해 여닫기가 훨씬 편해졌다.  현대 포터Ⅱ와 함께 쓰는 2.9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현대 테라칸의 메커니즘을 1톤 트럭에 맞게 손질한 것으로, 올해부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이 엔진은 파워 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트럭용 기어가 출력을 감당하기 힘들어 출력을 123마력으로 낮췄다. 그래도 과거 봉고 프론티어가 쓰던 J3 3.0X 85마력 엔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하다. J3 엔진은 타이밍 기어를 써 소음이 크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던 터라 봉고Ⅲ 1톤 트럭에서는 타이밍 벨트로 바꾸었다.  달라진 파워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짐을 실어야하는 트럭은 저회전에서 토크가 높아야 유리한데, 봉고Ⅲ은 2천rpm부근에서 시작해 4천rpm까지 저돌적으로 치고 나간다. 짐을 거의 싣지 않은 상태였지만 짐을 가득 싣더라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 같다. 수동 기어는 변속감을 높이는 멀티 싱크로 나이저를 갖추었고, 자동 기어는 전자제어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달리기가 한층 즐거워졌다.  기아는 승차감에 불만을 갖는 구형 모델 오너들이 꽤 많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봉고Ⅲ 1톤 트럭의 승차감을 부드럽게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진 서스펜션 세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로지 ‘부드러움’에만 맞춘 듯한 서스펜션은 가속과 감속 때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 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다행히 ‘하드 서스펜션’ 옵션이 있으므로, 부드러운 승차감이 싫은 이들은 반드시 이 옵션을 선택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국산차에서 지적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엔진과 서스펜션을 따로 세팅해서는 안 된다. 출력을 감당하는 서스펜션으로 만들어야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하드 서스펜션을 갖추면 앞, 뒤 서스펜션이 적당히 단단해져 짐의 양에 따라 주행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봉고Ⅲ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성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대형 트럭이나 승용차에 쓰였던 사이드 크로스 멤버를 캐빈 룸 아래에 넣었고, 도어 임팩트바를 강화해 측면 충돌 안정성을 높였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필요한 거리는 봉고 프론티어가 35.5m였는데 봉고Ⅲ은 32.7m로 줄었다. 8+9인치 탠덤 부스터와 직경 26.99mm의 마스터 실린더를 다는 한편, 3채널 3센서의 ABS를 갖춰 제동안정성이 확실하다.  두 개의 모델을 차별화해 개발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고,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봉고Ⅲ 트럭은 상용차 부문에서 기아와 현대의 첫 합작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두 집이 한 식구가 되어 과거 봉고와 포터가 벌였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모델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레스토모드의 반대, 레인지로버 벨라 2019-05-31
레스토모드의 반대레인지로버 벨라벨라는 2017년 미드 사이즈 SUV로 데뷔했다. 당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이 잇따랐다. 컨셉트카가 도로에 뛰쳐나온 것 같은 존재감은 뭇사람들에게 레인지로버의 미래 로드맵을 각인시켰다.레인지로버 최고의 디자인벨라의 디자인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한다. 벨라는 2017년 등장해 랜드로버 라인업 가운데서 역사가 가장 짧다. 랜드로버는 몇 년 전부터 라인업을 세분화해 프리미엄 시장에 초점을 맞춘 레인지로버 계열을 만들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성공을 거두자 벨라 프로젝트도 더욱 힘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이보크와 벨라,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가 레인지로버 엠블럼을 달고 팔린다.레인지로버 중 가장 예쁜 벨라. 무채색인데도 존재감을 뿜어낸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태어난 벨라는 랜드로버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공력적으로 그 어떤 랜드로버보다 뛰어난 보디라인을 지녔다. EV라 해도 어울릴만한 디자인에 이제는 희소한 수퍼차저를 장착한 레인지로버 벨라 P380 R-다이내믹은 마치 레스토모드(restomod)의 반대 개념 같다. 옛날 차체에 최신 기술을 담아내는 것이 레스토모드라면 이 차는 최신 기술을 옛 랜드로버의 특징으로 마무리했으니 말이다.최근 레인지로버 디자인은 여성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앙증맞은 미니나 비틀처럼 여성들이 직접 운전하고 싶어하는 차다. 게다가 보기에도 예쁘고 멋진 벨라를 여성이 몰면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비싼 가격 탓에 쉽게 접근하기는 힘들지만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서스펜션을 경험하면 꼭 갖고 싶다는 목표가 생긴다. 시승차는 무채색 도색에 검은 무광 휠이었는데도 주변 시선을 끌어 모았다. 역시 좋은 디자인은 컬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수입차를 탄다고 힐끔거리던 시절은 지났지만 사람의 눈은 역시 비슷한가보다.공도에서 만나는 모든 노면을 최고의 에어 서스펜션이 잘 걸러준다 실내 역시 예쁘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베이지 계열 가죽이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은 역시 이탈리아와 영국이 최고가 아닐까.디스커버리보다도 나아 보일 정도다. 벨라를 사게 되면 꼭 베이지 컬러의 가죽 옵션을 넣어야 할 것 같다. 시트는 통풍 기능이 들어가 엉덩이와 등받이 쪽에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지만 디자인 포인트를 넣어 고급스럽다. 나름 영국 차라고 유니언잭을 표현했는데, 미니 테일램프처럼 노골적으로 티내지는 않아 거슬리지는 않다. 군데군데 흰색 스티치를 넣어 베이지 컬러와 조화를 살렸다.뒷좌석 역시 고급스럽다. 알려진 것과 달리 레그룸이 좁지 않아 패밀리카로도 적합하다. 2열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 아니라 SUV 특유의 껑충한 느낌은 없다.고속으로 달릴 때 탑승객들이 불안하지 않는 것도 시트 포지션이 어느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 2열 역시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충격을 댐퍼와 차체가 잘받아주어 장시간 차에 있어도 피로하지 않아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강력한 V6 수퍼차저 엔진벨라에는 다양한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중 최상급 모델인 P380 R-다이내믹. V6 3.0L 엔진은 수퍼차저가 달려 자연흡기와 같은 반응성에 터보 레그 없이 쾌적하다. 아이들링 시에 약간의 진동은 있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에코 모드에서도 날 선 강력한 배기음이 일품이다.기본형 벨라와 디자인은 같지만 사운드는 확실히 다르며, 꽤 거친 음색이 매력이다. 회전수를 상승시키면 스포츠카 느낌이 난다.최고 트림이라는 걸 확인할수 있는 유일한 레터링SUV 외모를 제외하면 이 차의 성향은 고급스러운 스포츠카에 가깝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 380마력을 발휘하며, 패들 시프터로 엔진 회전수를 레드존 부근까지 끌어올리는 재미가 상당하다. 일반 도로에서 ZF 변속기의 반응속도는 SUV 특성을 고려했을 때 준수하다. 최대토크는 4500rpm에서 뿜어져 나와 수동 조작 시 고회전으로 계속 운전하게 된다. 스포츠 모드로 오토 주행 때는 최대토크 부근을 유지해 고토크 디젤차 느낌도 난다.플러시 도어 캐치 채용으로 미래의 이미지를 담았다4기통 엔진이 기존 V6를 대체하게 되면서 V6 가솔린 엔진은 고가의 모델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격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회전 질감은 직렬 4기통과 확연히 달라 빠져들게 된다. 더욱이 이 차는 수퍼차저가 달려있어서 점잖게 운전하기가 힘들다. 퍼포먼스와 재미, 가격의 밸런스를 잡아 SVA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SVR의 한 단계 아래 차를 만든 셈이다.사양만 보더라도 이 차를 선택하는 고객은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 과격하지는 않지만 기존 차에서 보기 힘든, 정직한 선으로 이루어진 외모와 랜드로버 상위 등급에만 존재하는 수퍼차저를 품었기 때문이다. 기존 엔트리 모델은 다소 아쉬운 서스펜션과 심심했던 성능으로 패셔니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외모는 예쁘지만 어중간한 사이즈와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차는 다르다. 에어 댐퍼가 노면 충격을 잘 걸러주어 승객 모두를 편하게 해준다. 기본 세팅은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차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코너에서 높은 속도로 스티어링을 무리하게 잡아 돌려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없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 시스템이 운전자의 조향, 스로틀 개폐, 브레이크 페달 등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분석한 후 구동계와 전자식 댐퍼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덕분이다.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모든 메이커 인테리어 통틀어 최고의 디자인 2019년형에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거의 모든 속도에서 작동하지만 차선유지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손을 떼기는 어렵다. 직선 구간에서는 앞차를 잘 따라가 편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개입이 매끄럽지 않아 울컥거린다. 업데이트를 통해 매끄러운 제어가 요구된다. 제동성능은 기본기가 뛰어나 큰 덩치를 잘 멈춰 세운다. 게다가 시속 160km 미만에서는 사고가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차를 세운다. 상당히 강력한 사고 예방 기능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기능인만큼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적절한 운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다루기 쉬운 고성능 SUV이 차는 겉으로는 담백해 보인다. 테일게이트에 붙어있는 ‘P380’ 레터링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최고출력 380마력에 달하는 차라는 게 티가 나지 않아 고귀한 신분을 감추는 것 같아 더욱 매력 있다. 차체와 휠, 그릴까지 모두 무채색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밤에는 또렷한 매트릭스 LED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폭발적인 가속을 할 때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아마존의 검은 재규어 같다. 최고시속 250km는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 리미터가 작동하기 때문. 이속도까지 올라서는데 한 치도 망설임이 없다. 웬만한 고성능차를 발 아래에 두는 성능이다.후석 레그룸은 딱 미드 SUV 사이즈. 패밀리카로도 적합하다 수퍼차저 과급되는 V6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토크를 제공한다. 그위력은 중고속 가속구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고속도로에서 어지간한 차들은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격이다. 이 정도면 ‘공도 사냥꾼’이라는 수식을 달아야할 것 같다. 보통 고성능 SUV가 달리는 모습은 멧돼지를 연상시키지만 이 차는 정글을 헤집고 다니는 재규어처럼 멋지고 편안하면서도 매서운 질주가 가능하다.승차감 덕분에 운전자가 느끼는 것보다 빠르면서도 체감 속도는 낮다. 운전은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재미를 잃지는 않았다. 여기에 수퍼차저 특유의 배기 사운드와 자연흡기와 같은 리니어한 회전 질감이 액셀러레이터를 더 깊게 누르게 만든다. 디스커버리보다 더 나은 가죽이 들어갔다 만듦새는 훌륭하나레인지로버의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모든 메이커 인테리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물리 버튼을 대거 빼고 센터페시아에 듀얼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정갈하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상단 내비게이션과 하단 미디어 및 공조기 제어다. 디자인만큼은 훌륭하나 문제는 터치 반응이 굼뜨다는 점이다. 시승차만의 문제였으면 좋겠다. 간헐적으로 인식률도 떨어진다. 하단 차량 화면에서 다이얼을 조작하면 드라이브 모드가 바뀌는데, 운전 중에 습관적으로 온도 설정 다이얼을 조작할 때 운행 모드가 바뀌어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실내 온도를 누르고 다이얼을 조작해야 한다. 3일간 타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불편했다. 공조기 제어만큼은 전용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미니멀리즘 컨셉과 디자인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불편하다는 게 문제다. 스티어링 양쪽에 달린 버튼도 인식률이 좋은 편이 아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 정확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레인지로버 상위 트림에만 탑재되는 수퍼차저 엔진고성능 차로 주유소를 가는 게 귀찮다면고사양 가솔린 엔진에서 연비를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약 800km를 다양한 방식으로 달려보았는데도 연비가 7km/L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생각보다 좋은 연비다. 고속도로에서는 1차로 추월 차로에서 시속 160~180km 로 달리다가 바로 2차로로 복귀하는 걸 반복하는 가혹한 조건에서 L당 7km 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속도를 유지하니 곧바로 9km/L 대로 올라간다. 운전 상황에 따라 연비 낙차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이 차의 장점이다. 공인 연비는 높지만 실제 달려보면 여기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벨라가 더더욱 믿음직스러워졌다.세상에는 잘 달리고, 잘 서는 차들은 많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은 갈리겠지만 고급스럽고 빠르면서 납득할만한 연비에 최대 5명까지 탈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디자인의 SUV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바로 벨라 P380 R-다이내믹이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SUV, 독특함이 전부가 아니.. 2019-05-29
CITROEN C5 AIRCROSS SUV독특함이 전부가 아니다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잠깐의 어색함을 이겨낸다면 그 이후로는 이 차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 차의 남다름은 단순히 차명에 그치지 않는다. 안팎에 그득한 시트로엥 고유 디테일은 패션 아이템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으며, 프랑스 차 특유의 차진 주행성능은 평범한 SUV들과 완벽히 선을 긋는다. 각자 남다름을 내세우는 수많은 SUV가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트로엥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결코 틀린 게 아님을 증명한다.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게 몸으로 와 닿지만, 마무리가 허술하게 느껴지는 점도 적진 않다. 프랑스 차답다.정말이지 심오한 생김새처음엔 잠깐의 일탈 정도로만 여겼다. 시트로엥은 2010년을 기점으로 디자인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만약 이런 시도가 단순히 한두 차례에 그쳤다면, 시트로엥 디자인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두 단어로 디자인을 쉽게 설명하는 게 불가능한 몇 안 되는 자동차 메이커다. 그렇다 보니 시트로엥의 디자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과 노력을 모두 요구한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역시 크게 갈리는 편이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도 매한가지다. 평범한 모습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색상 조합이 평범해 보인다. 주를 이루는 외장 색상, 부를 이루는 검정 플라스틱이 다목적성을 충족시키는 보통 SUV의 모습을 따른다. 다만 남다름을 내세우는 시트로엥 차답게 눈에 띄는 디테일이 정말 많다. 먼저 전면부의 핵심인 크롬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롬 라인은 LED 주간주행등을 감싸고 있으며 시트로엥의 상징인 더블 쉐브론 엠블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말 어렵게 생겼다.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전폭이 좁은 차는 아니지만, 크롬 라인을 일직선으로 더하면서 시각적으로 넓어 보인다. 유려하게 다듬은 사각형을 곳곳에 더한 점도 눈에 띈다.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하단부 포인트, 뒷유리와 트렁크 리드, 주유구, 머플러 팁 등에 이 디자인을 녹여 냈다. 그에 반해 전반적인 차체 형상은 볼륨감이 한껏 강조된 형태이다 보니 각진 디테일이 더욱 돋보인다. 최신 시트로엥임을 증명하는 에어 범퍼 역시 도어 하단부에 자리 잡고 있다. 앞 범퍼 하단부와 에어 범퍼, 루프랙에 더해진 포인트 컬러는 흰색과 빨강 두 가지로 나뉘며 디자인에 활력을 더한다. 현대 투싼과 크기가 대동소이하지만, 시각적으로는 한 체급 위인 싼타페에 버금가는 위용이다.범퍼 상당수를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사각형을 강조한 디테일이 실내 곳곳에 녹아 들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다. 리어 범퍼가 그렇다. 언뜻 봐서는 리어 범퍼 전체가 검정 플라스틱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검정 플라스틱은 범퍼 테두리에만 할애했고, 상당수를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했다. 표면 처리 방식 차이에 따른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선크림을 바른 직후 또는 화장이 들뜬 것 마냥 후면부에서 유독 이 부분만 눈에 들어온다. 유독, 이 디테일이 거슬리는 이유는 순정 사양이 아닌 어설픈 튜닝을 한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만약 앞 범퍼 하단부를 똑같이 마감했다면 통일성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어느 정도 이해할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전면부에는 이런 디테일이 빠져 있다. 혼란스럽다.‘빛 좋은 개살구’실내는 눈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쁘고 고급스러우며 무엇보다 화려하다. 소재도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 확실히 동급 차종에서 볼 수 없는 섬세한 디테일이 실내 곳곳을 휘감는다. 그간 프랑스 차 실내는 늘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디자인과 구성을 통해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평범했고 무난했다. 실내는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공존한다특히 사용되는 소재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뉴 C5 에어크로스 SUV의 실내는 그런 과거 인식을 뒤바꾸기에 충분하다. 나파 가죽과 블랙 하이그로시, 크롬, 플라스틱 소재를 센스 있게 배치했다. 단, 마감 솜씨가 좋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마감 차이가 크다. 일부는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로운 곳도 있다. 이런 유별남마저 프랑스 차답지만.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테마를 통해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통상 같은 그룹 내 동일 사양에서 레이아웃과 그래픽이 동일한 경우가 많지만, 푸조와 시트로엥은 다르다. 푸조는 텍스트 기반 정보를 깔끔하게 보여주고, 시트로엥은 그래픽을 강조한다.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서는 오디오, 공조 장치,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며, 수입차에서 중요한 한글화도 어색한 점이 없었다. 다만 터치스크린 반응이 살짝 늦다. 초기 스마트폰과 요즘 스마트폰 사이 정도의 반응 속도라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살짝 느려 아쉽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에도 사각형이 두루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의 각스포크와 시트에 각인된 패턴, 에어 벤트, 보기 좋게 마무리된 센터 터널, 큼지막한 버튼 등은 철저히 사각형 디자인이다. 특이하거나 돋보이는 장점도 있다. 2가지를 꼽자면 우선 최고 트림인 2.0 샤인에는 주차 센서를 포함한 전후방 카메라가 달렸다. 시승차인 2.0 샤인에는 19인치 ARIT 휠이 장착된다 비록 화질은 아쉽지만, 기능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후방카메라 작동 시 물체가 가까워지자 탑뷰 기능을 바로 지원하는 게인상적이다. 그렇게 큰 차는 아니어도 이런 소소한 배려 덕분에 주차가 쉬웠다. 그리고 일반적인 SUV와 달리 뒷좌석 시트 배열이 3분할된 점도 눈에 띈다. 덕분에 실내 공간 활용성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0L이며, 2열 폴딩 시에는 1,630L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현대 투싼은 기본 513L, 최대 1,530L이니 충분한 비교가 될 것이다.차량 크기 대비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췄다시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시트로엥이 핵심 사양으로 내세우는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는 탄성과 압축성이 뛰어난 고밀도 폼을 시트 중앙 및표면에 적용해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시트의 편안함에 대해 시트로엥은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대치가 높아지게 되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경험해 보니 편한 건 맞다. 동급 차 시트에 비해서는 신경 쓴 티도 많이 나고 몸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그러나 특출 나고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다. 화려한 시트 형상 대비 그리 뛰어난 편안한 수준은 아니다. 거실 소파에 대한 필자와 시트로엥의 생각이 조금은 다른가 보다. 또한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각도가 거의 없다시피 해 불편함과 답답함이 크다.뒷좌석이 제법 서 있다. 성인 남성은 불편할 수 있겠다 편의사양 구성도 아쉽다. 가격을 생각했을 때 더 그렇다. 기본형(3,943만원)의 경우 편의장비가 빈약하다. 시승차는 나파 가죽 시트와 운전석 메모리 시트, 앞좌석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200만원 옵션이 추가로 달렸다. 결국 시승차는 가격이 4,934만원으로 5,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조수석은 수동으로 일일이 돌려 조작해야 하고 여름용 통풍 시트나 겨울을 위한 뒷좌석 열선 시트는 아예 없다. 이는 사실 푸조와 시트로엥 전체의 문제이자 아쉬운 부분이다.빼어나게 잘 달린다국내에 출시된 뉴 C5 에어크로스 SUV의 파워트레인은 디젤 2가지다. 직렬 4기통 1.5L 터보와 4기통 2.0L 터보로, 변속기로는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가 준비됐다. PSA에서 핵심 파워트레인이라 친숙하게 느껴진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1.7톤의 힘을 다루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아이신 자동변속기에 대해서는 무미건조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시승차를 경험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별도의 수동 모드가 달렸지만 자동 모드에서 반응이 빠르고 기민하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라도 메이커의 세팅 기술과 매칭 역량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진다. 푸조와 시트로엥은 이런 면에서 특출한 메이커다.더 이상 부드러운 변속감이 전부가 아니다. 기민한 8단 아이신 자동변속기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2.0L 디젤 엔진. 충분한 힘을 갖췄다오래전부터 PSA의 디젤 엔진은 ‘존재감’이 뚜렷했다. 정지 상태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 때문이다. 간혹 화물차를 비교 상대로 언급할 때도 있다. 이 차 역시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동이 걸린 직후나 저속 주행 시에는 소음과 진동이 크다. 그러나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엔진 소리는 잦아들고, 타이어와 풍절음 등 각종 소음이 커져 자연스레 잊힌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워낙 매끄러워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의 존재 자체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전면 이중 유리 역시 소음 차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며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도 무시할 수없다. 기술적으로 그리 특별히 돋보이거나 차별화가 없는 것 같은데도 정작 운전하며 느껴지는 주행성능 및 특색이 분명하고 매력적이라 충격을 받을 때가 많다.패들 시프트 사용이 가능하지만, 자동 모드에서 훨씬 기민하게 반응한다   C5 에어크로스 SUV의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으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런데도 시승하는 내내 서스펜션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없었다. 지상고가 꽤 껑충한 SUV임에도 약간의 휘청거림만 허용할 뿐 과격한 조작에도 어지간해서는 노면을 놓지 않는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도 충분히 즐겁지만, 주행 속도가 높아지거나 코너가 반복되는 곳을 달릴 때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SUV를 타면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바로 그 증거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이라는 신기술을 적용했는데, 눌리는 정도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라 효과적으로 노면 진동을 흡수하면서도 핸들링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시트로엥에서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한 편안한 승차감’이라고 표현한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마법의 양탄자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토션빔 리어 서스펜션이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기에 그다지 유리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면 요철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또한 일부 프랑스 차의 노면을 일시적으로 놓는 듯한 현상도 느낄 수 없었다. 시트로엥의 남다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주행 성능과 승차감 둘 다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사이에서 기막히게 잘 조율해냈다.아낌없이 더한 주행 관련 사양이 차는 다양한 주행 관련 편의장비도 갖췄다. 능동형 차선이탈 방지, 사각지대 모니터링,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에 이르는 능동형 안전 사양은 물론 키리스 엔트리 및 스타트,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내리막길 주행 보조가 더해진 그립 컨트롤, 주차 보조 및 360° 비전, 운전자 휴식 및 주의 경고에 이르는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갖췄다. 개수로만 따져도 15가지에 달한다. 그 외 하위 트림인 1.5 디젤과의 사양 차이는 차선중앙유지 기능을 갖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출발과 정지를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교통신호 인식 기능뿐이다. 정말 손색없는 구성이다.능동형 안전 사양의 작동은 원활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섬세하게 조절하고 차선 중앙을 곧잘 유지한다.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미세한 조향을 거듭하기 때문에 매 순간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다만 가끔 우측으로 쏠려 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시점에서 해당 증상이 발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운전 패턴에 따라 작동을 달리하는데,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안다.능동형 안전 사양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좋지만 아쉽다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다양한 매력을 갖춘 유명한 지역 특산품처럼 느껴졌다. 특색 있게 생겼고, 감성적으로 동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패키징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파워트레인 궁합은 정말 훌륭하고, 빼어난 주행 성능은 이차가 프랑스 태생임을 짐작케 만든다. 그런데 문득 합당한 가격을 지녔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격이 조금 높다는 느낌이다. 비슷한 값으로 선택할 수 있는 SUV가 너무 많다. 시승하며 느꼈던 만족과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뉴 C5 에어크로스 SUV는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전 분야를 통틀어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평균 이상이라는 것이지 최상은 아니란 소리다. 분명 좋은 차지만 그래서 아쉬웠다. 글 최하림(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BMW Z4, 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 2019-05-24
BMW Z4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풀체인지된 BMW Z4를 만났다. 클래스에 어울리지 않은 멋진 외관은 가히 충격적이다. 롱노즈 숏데크에 소프트톱을 얹은 모습은 모던 클래식 느낌도 난다. 새로운 CLAR 플랫폼은 기존보다 50kg 가벼우면서 높아진 강성으로 스포츠 주행을 극대화한다. BMW를 상징하는 존재라면 키드니 그릴과 더불어 직렬 6기통 엔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 마니아에게 있어서 직렬 6기통은 성배와도 같다. 전설적인 M1에 탑재된 M88 엔진을 시작으로 직렬 6기통의 강력한 성능과 매끄러운 회전 질감은 스포츠 주행을 지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B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이제 세월은 흘러 4기통 터보 엔진이 기존 6기통의 역할을 도맡게 되었고, 6기통은 고급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BMW는 4기통 엔진 역시 잘 만든다. 역사적으로는 M88의 실린더 두 개를 제거한 4기통 S14 엔진을 E30 M3에 얹어 그룹A 레이스에서 명성을 날렸다. 물론 S14 엔진은 너무 오래전 엔진이라 이번에 시승한 Z4 20i의 B48 엔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BMW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4기통 엔진을 만들어 왔다. 4기통 고성능 엔진에서도 BMW가 최고 마스터가 아닐 리 없다.공력에도 신경을 쓴 덕트. 검은 휠은 이 차에 잘 어울린다 기대와 불안 속에서 만난 신형 Z4극렬한 마니아층과 BMW 엠블럼만 원하는 라이트 고객 사이에는 큰 갭이 있다. 요즘 BMW에는 이 폭넓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 스포츠 성향의 모델이라면 딱딱한 서스펜션과 기민한 조향감이 특징이었고, BMW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오래전 독일에서 지인의 BMW를 탔을 때 적당히 단단하면서 타이어가 도로를 끈적하게 붙잡는 느낌을 받았다. 차가 마치 노면에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듯했다. 물론 독일의 노면 상태가 좋았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좋지 않은 노면 때문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미국 차의 출렁임보다야 낫지만 허리가 은근히 아팠다. 당시 BMW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서스펜션이 고장난 거 아니냐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스포츠 세팅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신형 그릴의 패턴과 입체감은 보는 즉시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보다 다양한 시장에서 팔게 되면서 BMW의 서스펜션 세팅이 이전보다 물러졌다. 골수 마니아 중에는 놀람을 넘어 실망감을 내비치는 이도 적지 않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징이 서로 희석되는 느낌이랄까.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가 닮아가듯 말이다. 확실히 최근 BMW는 부드럽고 편해졌다. 공도에서 유유자적 탈 때 과연 BMW가 맞는지 혼동될 정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영락없이 BMW다. 후륜 기반 플랫폼 특유의 움직임은 여전하고,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과거 아우토반에서 느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직 주행거리 20km에 불과한 신형 Z4를 만났다. 사실 이 차를 시승하기로 했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사실들이 마음에 걸렸다. Z4라면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로서 당연히 성능이 향상되었겠지만, 최근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했을지 불안했다. 시동을 걸기 전까지 신차에 대한 기대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 속에서 격렬히 교차했다.휠베이스가 짧아진 신형 플랫폼지하 7층 주차장에 잠자고 있는 Z4의 외모는 역대 BMW 로드스터 중 Z8, 507 다음으로 잘생겼다. 구형이 뱀을 닮았다면 신형은 야무진 용의 얼굴이다. 레드 컬러의 외장이 상당히 튀지만 이 차와 잘 어울린다. 기자는 검은색 휠을 지독히 싫어한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의 휠이라도 스포크의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차와는 제법 조화를 이룬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 모델로 최고출력이 197마력이다. 과하지 않은 출력은 가벼운 차체와 잘 맞아 운동성능이 좋다. 아울러 최상급 모델 40i보다 130kg 가벼워 거동이 경쾌할 뿐 아니라 대형 엔진 롱노즈 숏데크 특유의 프론트 헤비 성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잘 만든 4기통 엔진이 6기통 부럽지 않은 이유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이 좋은 엔진은 경량 로드스터 특유의 민첩성을 제공한다. 토요타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사실상 플랫폼과 엔진까지 토요타가 가져다 쓰는 것이다)는 단단하고 유연하여 롤 제어가 뛰어나다. 이전보다 커진 차체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25mm 줄어 코너에서 몸놀림이 재빨라졌다. 여전히 운전자 중심의 실내. 역시 BMW답다 아울러 구형에서는 기대할 수 없던 넓은 트렁크 용량도 갖추게 되어 비교적 많은 짐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톱은 소프트톱 방식이다. Z3와 초대 Z4(E85)는 소프트톱이었지만 E89부터 접이식 하드톱으로 바뀌었다. 이 방식은 완벽한 쿠페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고 방수나 방음, 공력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에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무게가 늘어나며, 트렁크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 단점이 있다. 기존 단점이 많이 개선된 요즘은 무게와 트렁크 확보에서 유리한 소프트톱이 좋은 선택이다. 기어 노브 주변은 메탈 느낌을 잘살렸다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들어간 대시보드 실루엣은 세련미가 넘친다. M 스포츠 스티어링은 손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HUD가 기본 달리는데, 시인성이 뛰어나다. 고급 장비로 인식되는 HUD는 사실 시야를 분산시킬 필요가 없어 스포츠카에도 유용한 장비다.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빨라 운전 중에도 조작이 쉽다. 많은 차가 공조장치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놓았다. 운전하면서도 간단히 조작할 수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BMW답다. 공조장치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게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서 조작이 매우 편하다 M 스포츠 스티어링의 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시속 50km 미만으로 달리며 톱을 10초 만에 트렁크에 넣었다. 요즘처럼 따듯한 날씨에서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 기본 상태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탈착식 디플렉터를 롤바 사이에 끼우면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이 확연히 줄어든다. 사랑스러운 아내나 여자 친구의 품위를 지켜주고 싶다면 미리미리 끼워둘 필요가 있다.세단처럼 편안함, 하지만 달릴 때는스포츠카에는 불편이라는 딱지가 꼭 따라붙는다. 그나마 독일 메이커는 스포츠카라도 비교적 덜 불편하게 만드는 편이다. 지상고가 비교적 높아 요철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승하차도 편하다. 원래 스포츠카는 낮은 무게중심과 공력 설계 때문에 편의성에서 제약이 많다. 답답한 그린 하우스와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어깨와 허리를 옥죈다. 스포츠 주행과 멋진 외관은 멋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편안함과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시트의 용적은 충분하면서 스포츠 주행 시 몸을 잘 잡아준다. 승하차가 편한 것도 장점 하지만 Z4 로드스터는 불편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을 담으면서도 극단적으로 길지 않은 후드는 돌출형 엠블럼 없이도 최전방을 가늠할수 있었다. 오래된 지하주차장의 협소한 공간에서 노즈가 긴 차를 감으로만 운전하다가 벽이나 블록에 긁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차는 시트를 최대한 낮춰도 차체 끝단이 어디 있는지 눈과 몸의 감각으로 쉽게 확인이 되어 굳이 어라운드 뷰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후방 시야도 좋다. FR은 그나마 미드십 보다 괜찮다고 하지만 후방 시야가 쾌적한 것은 아니다. Z4는 시트 포지션이 낮으면서도 뒤 펜더가 과도하게 부풀지 않아 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노면으로부터 그대로 올라오는 충격은 스포츠카의 전유물이었다. 롤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운전자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면 승차감은 다소 손해 볼 수밖에 없다. 고성능이면서 부드럽고 롤 제어가 뛰어난 차는 사실 드물다. 부드러움은 민첩성과 대척점을 이루는 만큼 메이커에게도 늘 둘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데 고심한다. 그나마 근래에 와서 저중심 설계 섀시와 서스펜션 기술 진화로 굳이 가변식 댐퍼를 쓰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승차감과 스포츠 주행을 양립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상아색 가죽이 최고의 선택. 알맞은 클리너와 왁스만 잘 발라줘도 관리가 쉽다 이렇듯 전천후 성능을 담은 Z4에 대해 예전의 BMW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골수 마니아도 있다. 하지만 최근 BMW를 타보면 이만큼 편한 걸 왜 이제 알았을까 탄식이 나오게 된다. 과거 날것 그대로의 매력도 나름대로 가치 있지만 그렇다고 BMW만의 DNA가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차는 여전히 BMW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노면의 질감, 진동, 소음이 그대로 유입되는 짜릿한 감각 때문일 터인데 그렇다고 그쪽이 더 빠른 것은 아니다. 속도감은 상대적이다. 고카트가 실제 속도보다 엄청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포츠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접어두어도 좋다.마성의 후륜 로드스터예전 BMW가 정교하면서 날것 그대로를 표방했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정교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위해 주행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에 필요한 소음이나 진동을 적당히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카로서의 흥분과 긴장감은 고스란히 담아냈다. 차체가 버텨줄까 하는 과격한 지점에서도 그 이상의 곡예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비가 내려 적당히 젖은 노면에서는 손쉽게 뒤가 흐르는 연출도 가능했다. 과격하지 않은 출력은 정교하면서도 컨트롤에 전혀 부담이 없다. 요즘에는 전자 장비가 과도하게 개입해 차를 쉽게 날릴 수가 없는데, 이런 주행 질감을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라 참 기쁜 일이다. 타면 탈수록 후륜 구동의 마성에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직렬 4기통 2.0L 터보 197마력은 스포츠카로 다소 빈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N20을 대체하는 B48 엔진은 3기통과 4기통 그리고 가솔린과 디젤을 아우르는 최신 모듈러 유닛이다.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 직분사 시스템과 가변식 밸브 리프트(Valvetronic), 밸브 타이밍(VANOS)을 얹었고, 트윈스크롤 방식의 싱글 터보로 180마력 대부터 300마력 이상의 다양한 출력 영역을 커버한다. 197마력이라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5t이 안되는 경량 차체, FR 레이아웃과 짧은 휠베이스는 이 차에 강렬한 달리기 성능을 제공한다. 짧은 휠베이스의 경량 차체는 엔진의 능력을 잘 끌어낸다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채용했지만, 여전히 rpm 타코미터만 눈에 들어와 액셀 페달을 누르게 된다똑똑한 섀시와 심장은 시종일관 운전자에게 감동을 준다. 엔진은 지침이 없이 돌고, 섀시는 유연하고 복원력이 좋아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고회전을 돌리면 직렬 4기통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게 된다. 시속 220km까지 아주 쉽게 도달하는 데 놀랐다.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차체의 떨림이나 불필요한 진동이 없어 고속 크루징에서도 편하다. 제동 역시 흐트러짐 없고 즉각적이다. 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보지는 않았지만 시속 230km 이상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서킷에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킷 주행은 매우 가혹한 조건이기에 차의 한계를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Z4라면 안심이다. 대게의 BMW 고성능 모델이 그렇듯이 Z4 역시 서킷에서 더욱 신나게 달릴 것임에 틀림없다. 삶의 변화 주기가 필요하다면 알다시피 이 차는 2명만 탈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점일 것이다. 이것만큼은 독일의 정교한 설계로도, 최신 전자제어 기술로도 극복할수 없는 퓨어 스포츠카의 숙명이다. 만약 자동차 마니아를 자처한다면 2인승 후륜 로드스터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물론 누가 굳이 추천해서가 아니라도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고성능 로드스터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Z4를 탄다면 하루하루가 삶의 선물일 것이다. BMW, 후륜, 로드스터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6천만원대에 이 정도 감성과 성능을 지닌 차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미국식 풍요로움에 대하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2019-05-17
미국식 풍요로움에 대하여하이브리드, EV 등 자동차 동력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저배기량에 과급기를 달아 출력과 효율을 높인 엔진도 많아졌다. 하지만 주행 질감에서는 여전히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에 못 미친다. V8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을 경험하게 되면 멋과 풍요로움이 있는 삶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범인(凡人)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파문을 던지는, 바로 그런 존재다.현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2013년에 출시되었다. 6년여 동안 연식변경으로 초기 모델의 단점이나 효율을 조금씩 다듬었다. 이번에 시승한 2019년형 에스컬레이드 플레티넘 트림은 18년형과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전동 사이드 스텝이 추가 되어 승하차도 편해졌다. 그릴은 기존보다 크롬이 추가되어서 그릴 사이사이 간격이 좁아진 덕분에 플래티넘이라는 트림명에 어울리는 웅장하고 단단한 용모를 갖췄다.그릴 사이사이 크롬이 추가되어 단단하면서 고급스럽다 에스컬레이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롱휠베이스 모델인 ESV(Escalade Stretch Vehicle)를 선호한다. 하지만 기자는 숏 보디의 균형미에 눈길이 간다. 만약 산다면 숏 보디를 선택할 것이다. 기본형 에스컬레이드 자체도 워낙 육중한데 ESV는 전장이 더 길어 흡사 미니버스 덩치와 맞먹는다. 검은색 ESV라면 거짓말 조금 보태 운구차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아직 ESV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 도로에서 보이는 ESV는 직수입 업체에서 가져온 것이다.여전한 미국식 마감의 아쉬움에스컬레이드 플레티넘의 실내 소재는 요즘 나오는 영국 메이커보다 오히려 나은 수준이다. 천장과 필러까지 감싸는 알칸타라, 최상급의 가죽, 우드그레인, 하이글로시, 메탈 감각의 버튼 등 많은 부분에서 고급차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 공들인 게 티가 났다. 디자인도 흠잡을 데가 없다. 불만인 건 미국차 특유의 단차와 햅틱(haptic) 버튼의 조작감 정도다. 차라리 물리버튼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이 알칸타라, 가죽, 우드로 마감되어 있다 제일 거슬렸던 부분은 인테리어 단차와 투박한 고무 몰딩이다. 칼럼식 기어 디자인은 매우 훌륭하나 작동 질감은 고급스럽지 않다. 칼럼식 체인지 레버에 구리스를 발라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을 정도다. P에서 D로 내려가는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않다. 3일간 시승하면서 한 번도 P에서 D로 단번에 움직인 적이 없고 아래에 있는 L1(로 기어)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각이 둔한 사람이라면 L1인줄 모르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서 “차가 왜 이렇게 안나가?”할 수도 있으니 클러스터에서 꼭 D인지 확인해야 한다. 롤스로이스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차에서 드문 방식이 아닌 칼럼식 시프트는 이게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닐 터. 그냥 미국식 러프함으로 받아들이면 될 거 같다. 에스컬레이드의 경우 오른쪽으로 많이 돌출되어서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을 만질 때 레버에 팔이 닿는다. 달리면서 레버를 움직일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불안하다.남자의 가슴과 귀를 후벼 파는 박력의 V8OHV 방식의 V8 엔진은 현존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탈 없는 엔진이 아닐 수 없다.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복잡한 장치가 들어가지 않아 엔진 블록을 작게 만들수 있고 가볍다. 아울러 엔진 상단에 캠샤프트 같은 장치가 없어 저중심 설계가 가능하다. 더욱이 에스컬레이드는 블록과 실린더 헤드 까지 모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여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리어뷰 카메라 미러는 야간에 유용하지 않다. 저녁이 되면 꺼두게 된다 OHV 엔진은 전성기가 이미 지나간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커 한정으로 꾸준한 개량을 거쳐 기술적으로 더 이상 건드릴 곳이 없을 만큼 완성된 엔진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미국인의 OHV 엔진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이 방식은 고회전이 어렵고 부조로 인한 간헐적인 진동 문제도 있지만 예찬론자에게는 이 또한 매력이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OHV 엔진 특유의 불규칙한 진동을 선호하는 마니아들과 비슷한 이유다. 고회전이 힘들다지만 서킷에서의 실적도 화려하다. 나스카(NASCAR) 레이스용 V8 OHV 엔진은 10,000rpm에서 8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뿜어낸다.에스컬레이드의 V8 엔진은 배기량 6.2L에 최신 기술을 더해 DOHC 엔진 못지않은 효율까지 손에 넣었다. 상황에 따라 밸브 타이밍을 바꾸고 직분사 시스템과 실린더 휴지 기능(Active Fuel Management)이 효율적인 연소를 돕는다. 넉넉한 토크로 저속에서만 강점이 있는 OHV는 이제 옛말이다. 아울러 우렁찬 배기음과 진동이 시동 걸 때마다 맹수를 깨우는 듯한 감각으로 심장을 뛰게 만든다.롤스로이스에도 사용된 하이드라매틱GM 산하에 있는 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급 브랜드다. 미국 대통령 의전차라는 상징성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영감을 받은 테일 핀 디자인의 전성기는 미국식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지금의 미국 할아버지 세대는 2차 대전 이후~오일쇼크 이전 시대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자동 변속기는 이런 풍요로운 시대에 발전된 기술 중 하나였다.플레티넘 트림에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장착되어 승하차가 편하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출력, 고토크에 대응하는 다단 자동 변속기가 그리 흔치 않았다. 21세기 초반까지 롤스로이스-벤틀리같은 최고급차라도 3단, 4단 AT가 주류였다. 1955년부터 2002년 롤스로이스 코니시 5세대까지(BMW 엔진이 들어간 실버세라프는 ZF제 5단 AT로 바뀌었다) 근 반세기동안 롤스로이스-벤틀리에 자동 변속기를 공급한 회사가 바로 GM이었다(이후 2006년까지 벤틀리 아르나지에 공급). 이 하이드라매틱(hydramatic) 변속기는 미국식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하이드라매틱이라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GM제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가(10L80) 탑재 되었으니 꾸준한 개량으로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꽉 찬 자연흡기개봉역 1번 출구에서 정차되어 있는 에스컬레이드는 한눈에 띄었다. 엄청난 덩치, 각이 살아있는 보디라인, 정직한 선으로 그려진 그릴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익스테리어 캐릭터 라인은 기교가 없는 시원한 라인으로 마초 감각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어를 여니 덩치에 맞는 묵직함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껑충 높은 차체지만 자동으로 펴지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 덕분에 올라타기 힘들지 않다. 시트 포지션도 보기보다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기자의 몸에 맞게 시트를 세팅했다. 거구의 차체임에도 페달 높이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딱 맞는 운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시동을 걸면서 OHV 특유의 진동을 예상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떨림은 없었다. 배기는 아주 밀도 있는 꽉 찬 사운드를 뿜어냈다. 독일산 V8과는 중저음 톤이 비슷하나 에스컬레이드 쪽이 자연스러운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다. 여기에 수퍼차저나 터보차저를 달게 되면 배기통로가 막히면서 소리가 달라진다. 자연흡기 사운드를 선호하는 기자로서는 에스컬레이드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실내에 들어간 소재는 웬만한 영국 메이커보다 나은 수준이다온로드에서 빛나는복잡한 서울 도심을 관통해 적막한 국도에 올랐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노면에서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은 제 기능을 했다. 오일에 섞인 자성물질과 전자석을 활용해 댐핑 특성을 실시간 조절하는 기술이다. 1/1000 초 단위로 반응하여 최적의 드라이빙을 선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름만 다를 뿐 페라리, 아우디의 댐퍼도 비슷한 원리다. 움푹 파인 맨홀과 적당히 솟은 요철을 넘어가는데 아무리 예민한 사람이어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모노코크인지 프레임 보디인지 알아채기가 힘들다. 공도에서는 아주 훌륭한 댐퍼다. 다만 시골 골목에서 불법 설치된 요철을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경우 프레임 보디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덩치에 맞는 22인치 휠. 플레티넘 트림은 휠사이사이 크롬이 입혀져 고급스럽다 지상고가 높은 차로 착각해서 비포장길을 마구 달리면 프런트 립과 범퍼가 훼손될 수 있다. 풀사이즈 SUV치고 전면은 지상고가 그리 높지 않다. 후륜구동 기반의 구동계에 프레임 보디라 해서 오프로더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휠베이스가 긴 ESV라면 더더욱 오프로드 주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에스컬레이드는 온로드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차다.의외의 연비이 차의 공인 연비는 6.8km/L. 국내 기준으로는 사악한 연비지만 미국산 풀사이즈 SUV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덩치와 무게, 막강한 제원, 가격을 고려했을 때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대 강변북로는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다. 강변 북로를 1시간 타면서 5km/L의 연비가 나왔다. 주행보조 장치를 키지 않고 얻은 수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키고도 비슷한 수치였다. 차들이 뜸해지는 밤 11시에 고속도로에 올랐다. 보통 시승을 하면 일상적으로 차의 한계치를 실험해 본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딱 2번 정도 풀 스로틀 했을 뿐이후에는 하지 않았다. 기름이 아까워서도 차가 불안해서도 아니다. 120km 미만 항속에서도 충분히 운전이 즐겁기 때문이다. “OHV 특성상 저속에서 큰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고속은 재미가 없어. 고속은 독일산 DOHC가 최고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에스컬레이드는 회전 상승이 빠를 뿐 아니라 고속에도 매우 안정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OHV마저도 이 수준으로 진화시켰다.이 각도에서 봤을때가 가장 멋지다. 마치 살아있는 로봇 같다후륜 구동에 크루즈 컨트롤로 속도를 120km에 고정했다. 이 상태로 180km 가량 달리니 9km/L의 연비가 나온다. 도심지에서는 자비 없는 덩치에서 오는 불편함, 극악의 연비가 발목을 잡지만 이곳에서는 더 이상 쾌적할 수가 없다. 도심이 아닌, 한적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에스컬레이드의 매력이 배가될 것 같다. 아울러 정속 상황에서는 중간중간 실린더 4개의 연료공급을 끊어 연료 소모를 줄인다. 미국 메이커들은 대배기량 엔진의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가변 실린더 기술을 비교적 일찍 도입했다.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는 각 단마다 록업 클러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예전에는 일부 기어에서만 록업 클러치가 걸리거나 운전자의 발재간으로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똑똑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연료 소비를 줄인다. 토크 컨버터의 직결감도 흠잡을 데 없다.어딜 가도 시선 집중정체되어 있는 도로에 올랐다. 전폭이 넓어서 백미러를 볼 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도로가 좁은 구도심의 경우 차선을 밟는 경우가 많아 몸이 절로 긴장된다. 이런 큰 차는 감으로 운전하는 것이 아닌 동공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작은 차를 유유자적 편하게 타던 입장에서 보면 에스컬레이드의 큰 덩치는 분명 핸디캡이다. 그런데 영등포역 앞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으니 많은 인파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일제히 에스컬레이드에 집중한다. 옆 차선에 있는 택시나 버스의 창문을 열고 차가 크고 너무 멋지다면서 칭찬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고급 스포츠카를 탈 때는 양보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에스컬레이드에게는 양보를 잘 해주는 듯했다. 도로에서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다.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흐뭇할 일이다. 획일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모듈러 엔진과 공통 플랫폼으로 개성적인 자동차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에스컬레이드는 남다른 개성으로 가득하다. 한때 자동차 시장의 주류였던 OHV는 효율 등의 문제로 이제 희소한 엔진이 되어버렸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한 개량을 통해 과거의 문제들을 지워나가고 있다. 이제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많은 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V 시대가 되고, 법적으로 내연기관이 금지되지 않는 한 OHV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멋진 심장을 품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한번 경험해 보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존재임을 누구라도 깨닫게 될 것이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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