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OTA RAV4 HYBRID 훌륭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2019-09-25  |   2,919 읽음

TOYOTA RAV4 HYBRID

훌륭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36_7206.jpg 


도심형 SUV 선구자 RAV4가 5세대로 진화했다. 준중형이면서도 몸집이 꽤 커졌고, 실내는 북미 감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뒷바퀴를 모터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4WD 구동계는 깔끔한 온로드 성능과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도심형’ SUV의 시작은 어느덧 5세대로

적어도 우리는 안다. 1991년, 도쿄 모터쇼장에 기아 스포티지가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 승용형 컴팩트 SUV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하지만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세상이 기억하는 이 시장의 첫 모델은 3년이나 뒤에 나온 토요타 RAV4다.


당시의 기아차가 북미 시장에 노크도 못해본 작은 회사였던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모노코크 승용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SUV라는,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제작방식을 처음으로 선 보인 차가 RAV4였기 때문이었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45_2198.jpg
차체 곳곳의 플라스틱 보호대는 알고보면 차체손상을 막기 위해 매우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스포티지에 잘못된 점은 하나도 없었다. 프레임 바디나 로 기어 같은, 오프로더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것들을 충실하게 반영한 차였으니. 여기에 비해 RAV4의 험로 주파 능력은 좋게 포장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도 1세대 RAV4는 시장의 환호를 받았다. 컨셉트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귀여운 모습, 세단과 다름없는 승차감에 SUV 특유의 공간감을 결합해 당대의핫 아이템이 되었다. 어차피 포장도로만 달릴 차에 로 기어는 뭐고 트랜스퍼 케이스는 다 뭔가? 평생 흙 한번 밟지 않는 SUV, 일명 ‘도심형 SUV’라는 장르가 생겼고 너도 나도 여기에 뛰어들었다. 오프로더라는 장르를 순화시켜 승용차 영역에 끌어다 놓았다는 점만으로도 초대 스포티지는 칭송받을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SUV들이 4WD까지 슬그머니 빼고 앞바퀴로만 달리는 시대. 이런 도심형 SUV 시대를 연 차가 RAV4인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51_9034.jpg
대부분의 기능은 스티어링휠을 통해 제어 가능하다 


RAV4는 지금까지 네 번의 변신을 거쳤다. 처음의 쇼카스러운 디자인을 벗어나 실용성을 키워나간 차의 판매량은 이제 도합 800만대에 이른다. 주력시장인 북미에서는 이미 간판세단 캠리를 넘어서 한 해 40만대가 넘게 팔린다. 어느덧 토요타의 톱모델이 된 RAV4가 다섯 번 째 변신을 마쳤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59_4523.jpg
무단 변속기지만 스포츠모드를 위해 가상단수 변속은 가능하다 


준중형도, 중형도 아니다

클래스상 준중형 SUV로 분류되지만 실제 마주한 5세대 RAV의 크기는 애매하다. 길이 4600mm, 폭 1855mm, 전고 1685mm, 휠베이스 2690mm의 차체는 국내 준중형 SUV보다 크지만 중형 SUV보다는 명백하게 작다. 시장 선도자가 몸집을 키운 만큼, 차세대 투싼과 스포티지 역시 이 정도로 커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디를 가도 무난하게 녹아들던 선대모델과 달리 신형의 디자인에는 전에 없던 자기주장이 넘실댄다. 각진 차체와 선 굵은 앞모습에서 단박에 떠오르는 차는 토요타의 북미전용모델 툰드라 트럭. 디자인 일관성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토요타가 유독 강경하게 패밀리룩을 맞췄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집착을 슬쩍 엿본 듯한 느낌이다. 최신 렉서스에 난무하는 뾰족함 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66_7545.jpg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반자율주행 지원 가능들이 표시되어 있다 


하이브리드 SUV

북미지향은 인테리어에도 뚜렷하다. 크고 굵직한 스위치는 기능적이지만, 고급스러움을 느낄만한 품질감은 아니다. 가죽으로 덮은 대시보드도 마찬가지다. 투박한 실내에 앉아 시동을 건다. 하이브리드이니 엔진은 아직 잠자고 있다. 


페달을 깊게 밟지만 않으면 EV 모드로 꾸준히 가속한다. 배터리의 충전량이나 가속시점에 따라 엔진에게 바톤을 넘기는데, 이 때의 동력전환은 RAV4의 렉서스버전이라 할 NX300h와는 조금 다르다.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어야 겨우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지던 렉서스와 비교하면 이쪽 엔진은 뚜렷하게 자신의 개입을 진동과 소음으로 알린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니 고급차와 대중차의 물량 투입 차이로 이해할 수밖에.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77_6728.jpg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미러링인 LG미러드라이브를 지원한다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모터와 엔진이 만드는 시스템 출력은 222마력, 토크는 22.5kg·m다. 일반 자연흡기 2.5L 엔진 수준의 스펙인 것은 이 엔진이 연비에 집중한 앳킨슨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나 ES300h에서는 모자람이 없었지만, 1.7톤이 넘는 SUV에서는 그다지 넉넉한 출력이 아니다.


그래도 0→시속 100km 가속을 8초대에 끊어 답답함을 느낄 여지는 적다. 이 차의 매력은 가속보다는 순항모드로 주행할 때다. 디젤 SUV로는 이토록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기 힘들다. 말랑말랑한 하체와 조용한 파워트레인의 조합은 특히 장거리 주행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TSS(Toyota Safety Sense)라고 부르는 반자율 주행모드도 탑재되어 있어 차간거리 유지를 꽤 부드럽게 처리해 낸다. 단, 차선추적 어시스트는 차로의 정중앙을 인식하고 달리기 보다는 양쪽 차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식에 가깝다.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을 풀기에는 아직 모자른 감이 있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85_2714.jpg
실내는 북미를 의식한 디자인. 내장재 품질은 그냥 대중차의 수준이다


꽤나 본격적인 오프로드 성능

이 차가 사용하는 E-Four 라는 4륜구동 시스템은 사실 토요타와 렉서스의 다른 차에서 이미 선보인 방식이다. 보통 차가 앞뒤로 구동력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RAV4 하이브리드에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다.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리고, 뒷바퀴는 전기모터와 디퍼런셜을 추가한 방식이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92_8933.jpg
통풍과 열선기능이 내장된 앞좌석


뒷바퀴 구동 모터는 최대 54마력/11kg·m 정도의 힘을 내며, 자동차 움직임에 따라 출력을 자동 조절한다. 이를 통해 앞뒤 토크 비율을 100:0에서 20:80까지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뒷바퀴의 좌우 토크까지 제어할 수 있다. 전기 제어이기 때문에 즉각적이면서도 정교한 응답을 끌어내는 것도 장점. 1.6kWh의 적은 배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늘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가속과 트랙션이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 뒷바퀴가 끊임없이 트랙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만 잠깐 들어오는 식이지만, 이정도만으로도 꽤나 깔끔한 온로드 코너링 실력을 발휘했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199_5943.jpg
트렁크는 킥 센서로 열린다 


E-Four 시스템이 의외인 것은 꽤 본격적인 오프로드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점이다. 트레일 버튼을 누르면 상당히 준수한 오프로더로 변신한다. 디퍼런셜락이 달린 본격적인 오프로더나 통할 상황조차 거뜬히 헤쳐 나갔다. 


어지간한 구덩이에 빠져도 가속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스윽 하고 빠져나온다. 구동력, 4WD, 브레이크까지 아우르는 통합 제어가 활성화되면서, 헛도는 바퀴만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식으로 타이어의 접지력도 유지한다.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래와 젖은 땅도 가리지 않는다. 거센 비가 만든 웅덩이 속에 차를 밀어 넣어 보았다. 반쯤 바퀴가 진흙 속에 잠긴 차는 아무렇지도 않게 슬렁슬렁 앞으로 나간다. 도심형 SUV의 대표격이라기엔 무척 의외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208_0394.jpg
2.5L 휘발유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여러 차가 사용 중이다


하지만 앞날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RAV4 하이브리드는 높은 완성도를 가진 차다. 도심형 SUV를 대표하는 온화한 주행 특성은 그대로 남겨 놓은 채 하이브리드 특유의 높은 연비까지 얻었다. 시승 내내 16km/L가 넘는 평균연비를 어렵지 않게 찍었다. 평범한 앞바퀴 굴림 세단이 아닌, 4륜구동 휘발유 SUV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숫자다. 새로운 모터연동 4륜구동방식으로 늘부족하던 오프로드 능력까지 채웠다. 모두 주력시장 미국에서는 잘통할 장점들이다. 그리고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217_8744.jpg 


내년이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국산 중형 SUV들이 속속 등장한다. 연비는 물론이고 품질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한체급 높은 공간감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가성비는 기본이다. 이들을 성큼 넘어설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함이 RAV4 하이브리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1e7a5d0f2f51784b80ef93eeb0611e04_1571033225_9899.jpg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