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EV 수퍼카에바이야, LOTUS EVIJA
2019-09-11  |   3,222 읽음

신세기 EV 수퍼카에바이야

LOTUS EV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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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라이트웨이트 스포츠카 로터스는 모기업 프로톤이 중국 지리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런 로터스의 상징적인 작품이 될 에바이야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EV 수퍼카. 4개의 모터가 만들어 내는 2000마력의 출력으로 세계 최강 양산 전기차 자리를 노린다. 


지리를 새 주인으로 맞은 로터스가 묵혀두었던 신차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그런데 새 시대를 열게될 모델은 기존 라인업의 신차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차가 될 모양이다. 에바이야는 2008년 영국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던 에보라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로터스의 완전 신차. 엘리스와 엑시지를 꾸준히 개량하기는 했지만 기본 설계가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상당기간 로터스에서는 신차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안전규정 문제로 엘리스의 미국 판매가 막히면서 신차 개발에 서둘러야 할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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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에 인수된 로터스는 기존 모델들에 앞서 EV 하이퍼카 에바이야를 런칭했다 


사실 로터스는 2010년 파리 모터쇼에서 무려 5대의 신차를 선보인 바 있다. 엘리트와 엘리스, 엘란, 에스프리와 에테른이라는 컨셉트카였다. 이들은 패밀리룩으로 디자인을 통일한 미드십 모델로 로터스 라인업의 혁신을 예고했다. 특히 V8 엔진의 차세대 에스프리는 페라리에 대적할 강력한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모기업이 인수되는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력은 없었다.


이후 지리에 인수되면서 자금 여력이 생기자 신차 프로젝트가 되살아났다. 그런데 로터스는 기존 라인업 교체에 앞서 완전히 새로운 차를 우선 세상에 내놓았다. 로터스 역사상 최초의 전기차 에바이야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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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에 인수된 로터스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까?


로터스 최초의 전기차

코드네임 타입130의 에바이야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알파벳 E자로 시작하는 이름이다. 이브(Eve)에서 유래된 단어로 ‘살아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서에 기록된 최초의 인간 중 한명인 이브는 로터스 첫 전기차인 에바이야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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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경주차를 연상시키는 도어 


에바이야는 외모부터 많은 변화가 있어 기존 패밀리룩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제시한다. 로터스의 디자인 총괄 럿셀 카는 “우리는 르망 레이싱카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차체 주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는지를 연구했다. 공기 통로에 관한 이번 디자인 컨셉트는 에바이야의 핵심이다. 덕분에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면서도 강력한 다운포스가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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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계기판 


얼굴에서부터 기존 로터스와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세로로 긴 헤드램프부터가 로터스에서 볼 수 없던 눈매다. 그래서인지 첫인상은 페라리 488이나 F8 트리뷰토가 떠오른다. 보닛 양쪽과 범퍼 아래 대형 흡기구가 설치되었고 측면 흡기구는 차체 뒷부분까지 그대로 이어져 공력 디자인에 힘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미드십 스포츠카는 측면 흡기구가 엔진룸 냉각과 흡기 용도지만 에바이야는 전기차다. 콤팩트한 모터를 차체 바닥 가까이 놓고 내연기관만큼 많은 열을 내지도 않기 때문에 공력 디자인의 자유도가 훨씬 높다. 따라서 공기저항 감소와 다운포스 확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할 수 있었다. 또한 사이드 미러를 제거하는 대신 앞쪽 펜더에 카메라를 달았고 도어 안쪽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카메라는 평소에 수납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좌우로 뻗어 나오는, 맥라렌 스피드테일과 비슷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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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차 스타일의 납작한 스티어링 휠이 달렸다


공기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엔진이 사라진 공간은 공기 통로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측면 흡기구에서 끌어들인 공기를 리어 펜더 안쪽을 통해 차체 뒤로 뽑아냄으로서 공기저항의 원인이 되는 차체 뒤쪽 와류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아래에는 거대한 디퓨저가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내며, 그 위로 거의 수직으로 움직이는 팝업식 윙이 상황에 따라 다운포스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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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경량화에 신경 쓰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도어는 르망 경주차와 비슷한 버터플라이 타입. 필러에 경첩이 있어 비스듬히 열린다. 도어 패널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열릴 뿐 아니라 아래쪽 도어 실이 거의 없어 동급 수퍼카에 비해 승하차가 상대적으로 편해 보인다. 인테리어는 기존 로터스에서 느낄 수 없었던 화려함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그랜드 투어러의 호화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아름다운 곡선의 카본 소재나 터치식 센터 스택 조작계, 완전 모니터식 계기판 등은 이 차가 과연 로터스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교각처럼 운전석 앞으로 가로지르는 초박형 대시보드도 눈에 띈다. 한편 경주차 스타일의 납작한 사각형 스티어링 휠에는 회전식 노브와 DRS 버튼 그리고 빨간색의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에코/시티/투어/스포츠/ 트랙)가 달려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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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는 최대한 간략하게 디자인했다 


모터스포츠 활동에 많은 힘을 쏟았던 로터스의 창업자 콜린 채프먼은 경량화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파워를 더하면 직선에서 빨라진다. 하지만 무게를 덜어내면 어디에서든 빨라진다’라는 것이 채프먼의 지론이었다. 이런 로터스의 정체성은 EV 시대라고 달라질 수 없다. 에바이야는 도로용 로터스 최초로 원피스 카본 섀시를 사용한다. 섀시 무게만 112kg, 차중은 1,680kg로 완성했다. 현재 로터스에서 가장 무거운 에보라가 기본 1,248kg, 장비에 따라 1,442kg까지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다고할 수 없는 무게다. 하지만 에바이야가 전기차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고출력과 장거리 주행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배터리를 얹어야 하는데, 그러면 비슷한 성능의 엔진차보다 무거워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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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식 스위치를 모아놓은 센터 스택 


윌리엄즈의 도움 받은 EV 구동계

배터리와 구동계 등 동력 시스템은 윌리엄즈 어드벤스드 엔지니어링의 도움을 받았다. 윌리엄즈라면 F1팀으로 유명하지만 레이싱 컨스트럭터로서 경주차를 개발해왔고, 최근에는 EV나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에도 적극적이다. BMW의 르망 경주차인 V12 LM과 포르쉐 911 GT3R 하이브리드, 아우디 R18 e-트론 콰트로 개발에 관여했으며, 현재 포뮬러E에 쓰이는 배터리팩도 공급한다. EV 수퍼카 개발에 더할 나위없는 파트너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에바이야는 F1 팀 둘이 협력해 개발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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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뒷부분에 달린 충전 커넥터 


로터스는 가장 파워풀한 양산 EV를 목표로 삼았다. 적어도 출력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한 EV 수퍼카중 가장 강력한 수치다. 윌리엄즈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에서 개발한 500마력 모터를 네 바퀴에 하나씩 달아 시스템 출력 2000마력, 시스템 토크 173.5kg·m를 발휘한다. 최고시속 320km 이상, 0→시속 100km 가속에 3초 이하, 0→시속 300km까지 9초가 걸리지 않는다. 최고속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상징적인 수치 대신 실질적인 달리기 성능에 주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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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기 터널이 생겨났다 


‘영국 최초의 전기 하이퍼카’라는 타이틀을 붙인 에바이야는 다른 로터스와 함께 영국 헤텔 공장에서 생산된다. 로터스는 2020년까지 에바이야 제조를 위한 전용 라인을 신설할 예정. 가격은 170만 파운드(25억원)이며 130대만 생산된다. 로터스 본사가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며 각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유지관리 프로그램을 현재 개발 중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는 창업자 콜린 채프먼이 1982년 사망하고 GM, 부가티를 거쳐 1996년 말레이시아 프로톤에 인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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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즈가 개발한 모터 4개를 달아 2000마력에 이르는 시스템 출력을 자랑한다


2012년에 모기업 프로톤이 말레이시아 재벌 기업 하이콤을 거쳐 2017년 중국 지리에 인수되면서 지리, 볼보, 런던 택시, 링크&코 등과 한식구가 되었다. 로터스는 기존 라인업 외에 이번에 공개된 에바이야와 볼보 플랫폼 기반의 SUV까지 개발한다는 소문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가더 이상 특별하지는 않지만 과연 로터스의 정체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멋지고 강력한 에바이야를 보면서 일말의 불안감이 남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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