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운전면허 제도가 답이다
2019-09-09  |   4,228 읽음

독일식 운전면허 제도가 답이다


2b17a11d916b039880b9d14e0dc32bc3_1567990930_9152.jpg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

지난 10년간 자동차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 이후 국내 교통질서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이명박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운전면허 교육시간 50여 시간이 단번에 11시간으로 줄면서 도로의 ‘암 덩어리’ 운전자가 급격히 양산되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은 바로 차를 운용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일종의 자격증 취득 개념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부 관계자들은 쉬운 운전면허 취득이 바람직하다고 착각한 듯하다.


최근 고령 인구의 증가로 고령 운전자 사고도 늘고 있어서 65세 이상은 운전면허 반납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75세 이상의 신규 고령자 면허 취득도 연간 3천여 명이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운전면허가 ‘물 면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면허를 반납해야할 나이에 처음으로 취득하는 운전자가 3,000명 이상이라는 말이다.


엉터리 운전, 그 또한 적폐

자칫 잠깐의 실수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수 있기에 세상 모든 자격증 중 가장 중요한 자격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면허만 취득한 상태로 차를 몰고 다닌다면 살인면허나 다름없다. 국내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4,000여 명에 이르러, OECD 국가 평균 대비 3배나 높다. 지난 2018년 연간 사망자 수가 42년 만에 약 3,700명으로 줄었다고 손뼉을 치며 홍보하고 호들갑 떠는 것만으로도 이나라가 정말 후진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작년에 미숙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4살 아이가 바퀴에 깔려 죽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았다. 면허 간소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은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냥 적당히 뭉개면서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적폐’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근래 지상파 방송에서도 대한민국 운전면허 실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선진국과 비교한 방송이 있었는데도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한 것같다.


중국마저도 혀를 내두른

다른 선진국의 운전면허 제도는 대한민국과는 반대다. 호주는 취득하는 데만 2년, 독일은 3년이 걸릴 정도다. 준 면허, 예비 면허 등 다양한 등급으로 나뉜다. 교통사고 및 결격 사유가 없어야 정식 면허를 발급한다.


국내는 어떤가? 제주도의 경우 렌트를 많이 하는 곳이다. 장롱 면허 수준의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운전연습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중국 단기 관광객까지 더해져 매년 5,000여 명의 중국인들이 제주도에서 면허를 취득한다.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제주도는 전혀 아니다. 이곳에서 면허증을 취득해 본국으로 가면 필기시험만 보고 중국 면허로 교체해준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도 제주도표 면허증이 사람을 잡나 보다. 부작용이 워낙 크다 보니 중국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공문을 보냈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현재 중국은 단기 관광객이 제주도에서 취득한 면허를 지자체 중심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격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대륙에 필적하는 대한민국

수십 년을 교통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좌절하게 된다. 과연 역대 지도자들은 운전을 해봤던 사람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매결연, MOU 관련해서 그렇게 해외를 들락날락 하는데도 느끼는 게 없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임기 중에 독일은 꼭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현지에서 뭘 보고 오는 걸까 생각이들 정도다. 외교와 각종 정책 현안들만큼이나 운전면허도 중요한 사안이다.


그 나라는 결국 문화가 말해준다. 고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의 문화가 근원과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늘 자동차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타인과 나의 생명, 안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금의 자동차 문화는 반드시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심각한 운전면허 실태를 알면서도 정부와 경찰청 등 관련 기관에서 개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의 눈치와 표심을 의식하는 것은 아닐까. 사망자가 예전보다는 감소했으니 교통 정책은 비교적 성공했다고 우기는 모양새다.


이 모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정치인과 나랏밥 먹는 사람들이다. 제발 자기 잘난 맛에 뭘보태거나 정치질로 이용하지 말고 독일식 운전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자.

그 동안 필자는 수천 번 이상 각종 칼럼이나 방송에서 문제점과 개선을 요구했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운전면허 간소화로 교통 문화를 망친 게 현 정부와 무슨 관련이냐고 하겠지만 그저 방관할 문제도 아니지 않는가. 잘한 것은 내 덕, 못한 건 이전 정부탓 하는 관습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상식적으로 통하는 현 정부이기에 나아질 거라 믿는다.


글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